토론

[나의 기댈언덕, 풀빵 #15] 나눔의 선순환, 그게 풀빵정신 아닙니까?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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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좋은 삶’을 만들어갑니다.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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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여자 _ 카부기공제회 소속 53세 남성 회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한 20년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거 하기도 했는데 조선업 쪽에 있을 때는 데크하우스라고 선실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허리디스크가 와서 그만두고 대리운전했고요, 다시 분식집 한 3년 하다가 그만두고는 이제 대리운전 계속하고 있죠. 올해로 한 7년 된 거 같습니다. 주로 울산에서 활동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걸리면 걸리는 대로’ 서울도 가고 전국 다 갑니다. 그리고 이거하면서 가끔씩 탁송도 하거든요. 탁송할 때는 전국 다 돌아다니죠. 탁송하는 시기는 대리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요. 3월부터 10월 정도까지. 말해놓고 보니 기네요. 

대리운전은 근무시간이랄 게 따로 없어요. 늦게 퇴근하니까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그때부터 대기죠. 대개 저녁 한 8시나 9시 돼야 첫 콜을 받는데, 대기는 오후 2~3시부터 해요. 워낙 콜이 적으니까 일찍부터 기다리는 거죠. 대리업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종사자들 대부분이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루라도 일을 못하면 수입이 없으니까, 아파도 쉴 수가 없거든요. 사정이 그렇습니다.

대리기사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내에서 어떠한 불만이 있거나 잘못된 걸 알아도 얘기를 못해요. 회사에다가 잘못됐으니 시정해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회사에서 ‘그만두세요’ 하면 어떡합니까. 그게 부당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딱 하면은 너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 프리랜서인데 거기에서 나왔으면 다른 데 가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참... 답답하죠. 다른 대리기사들한테도 지금 뭐가 가장 어렵냐 힘드냐고 이야기를 하면 다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비롯되는 것들. 근데, 그걸 바꿀 기준이 없어요. 법이 없는데 뭘 어떻게 바꾸겠어요.

그러니 단가나 근로 조건이 점점 안 좋아지는 환경에서 일정한 수익을 내려다보면 일을 더 하는 수밖에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대리하다가 안 되면 새벽에 납품 차를 운행하고, 그것도 안 되면 음식배달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이제 나오는 문제가 건강문제죠. 그런데, 다른 직종 같은 경우에는 과로라든가 직업병이라든가 산재 등 통계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까? 대리는 통계가 없어요. 근데, 계속 사람들이 죽고 다쳐요. 저만해도 주변에서 7~8년 사이에 6명이 죽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병원 가기 싫어서 안 갔겠어요? 비용 부담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서 “공제회를 들어라”라고 하면 또 하는 말이 지금 당장 돈 만 원도 부담된다는 거예요. 이게 지금 구조적인 문제에요.

카부키공제회도 공동대표님하고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서 서로 연락하다가 그 당시에 기사들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도 아무런 혜택도 없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공제회를 만들었는데, 풀빵은 대표님이 가입해야 된다고 해서 뭔지도 모르고 가입을 하게 됐죠. 그랬더니 안 오던 명절선물도 오더라고요. 금액을 떠나서 뿌듯했죠. 나를 위해서 어떤 선물이 온다는 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들 때가 있었어요. 당장 살 집도 없어서 어려울 때였는데, 그때 풀빵에서 대출을 받은 거죠. 소액대출. 금액은 적어도 당시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힘든 건 안 당해 보면 몰라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절실할 때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보답이 뭐예요? 대출 잘 갚는 게 보답이죠. 사람 사는 그 관계가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진짜 필요하고 절실할 때 누가 나를 도와줬으면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도와줘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거, 그게 풀빵 정신 아닌가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캠페인즈 시리즈를 15회로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노동공제운동의 이야기와 토론으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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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곳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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