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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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3] 단합과 연대의 씨앗이 풀빵이라고 생각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4] 지금도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더더더 좋아지겠죠
이야기 참여자 _ 카부기공제회 소속 53세 남성 회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한 20년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거 하기도 했는데 조선업 쪽에 있을 때는 데크하우스라고 선실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허리디스크가 와서 그만두고 대리운전했고요, 다시 분식집 한 3년 하다가 그만두고는 이제 대리운전 계속하고 있죠. 올해로 한 7년 된 거 같습니다. 주로 울산에서 활동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걸리면 걸리는 대로’ 서울도 가고 전국 다 갑니다. 그리고 이거하면서 가끔씩 탁송도 하거든요. 탁송할 때는 전국 다 돌아다니죠. 탁송하는 시기는 대리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요. 3월부터 10월 정도까지. 말해놓고 보니 기네요.
대리운전은 근무시간이랄 게 따로 없어요. 늦게 퇴근하니까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그때부터 대기죠. 대개 저녁 한 8시나 9시 돼야 첫 콜을 받는데, 대기는 오후 2~3시부터 해요. 워낙 콜이 적으니까 일찍부터 기다리는 거죠. 대리업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종사자들 대부분이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루라도 일을 못하면 수입이 없으니까, 아파도 쉴 수가 없거든요. 사정이 그렇습니다.
대리기사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내에서 어떠한 불만이 있거나 잘못된 걸 알아도 얘기를 못해요. 회사에다가 잘못됐으니 시정해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회사에서 ‘그만두세요’ 하면 어떡합니까. 그게 부당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딱 하면은 너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 프리랜서인데 거기에서 나왔으면 다른 데 가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참... 답답하죠. 다른 대리기사들한테도 지금 뭐가 가장 어렵냐 힘드냐고 이야기를 하면 다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비롯되는 것들. 근데, 그걸 바꿀 기준이 없어요. 법이 없는데 뭘 어떻게 바꾸겠어요.
그러니 단가나 근로 조건이 점점 안 좋아지는 환경에서 일정한 수익을 내려다보면 일을 더 하는 수밖에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대리하다가 안 되면 새벽에 납품 차를 운행하고, 그것도 안 되면 음식배달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이제 나오는 문제가 건강문제죠. 그런데, 다른 직종 같은 경우에는 과로라든가 직업병이라든가 산재 등 통계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까? 대리는 통계가 없어요. 근데, 계속 사람들이 죽고 다쳐요. 저만해도 주변에서 7~8년 사이에 6명이 죽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병원 가기 싫어서 안 갔겠어요? 비용 부담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서 “공제회를 들어라”라고 하면 또 하는 말이 지금 당장 돈 만 원도 부담된다는 거예요. 이게 지금 구조적인 문제에요.
카부키공제회도 공동대표님하고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서 서로 연락하다가 그 당시에 기사들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도 아무런 혜택도 없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공제회를 만들었는데, 풀빵은 대표님이 가입해야 된다고 해서 뭔지도 모르고 가입을 하게 됐죠. 그랬더니 안 오던 명절선물도 오더라고요. 금액을 떠나서 뿌듯했죠. 나를 위해서 어떤 선물이 온다는 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들 때가 있었어요. 당장 살 집도 없어서 어려울 때였는데, 그때 풀빵에서 대출을 받은 거죠. 소액대출. 금액은 적어도 당시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힘든 건 안 당해 보면 몰라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절실할 때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보답이 뭐예요? 대출 잘 갚는 게 보답이죠. 사람 사는 그 관계가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진짜 필요하고 절실할 때 누가 나를 도와줬으면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도와줘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거, 그게 풀빵 정신 아닌가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캠페인즈 시리즈를 15회로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노동공제운동의 이야기와 토론으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코멘트
115곳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