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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적 양극화를 넘어서: 극단 세력과의 공개 결별이 필요하다
[중꺾정 37화] 계엄과 탄핵 이후, 정치의 시간에서 정당이 해야 할 일. 이 글의 필자는 유성진(이화여대 교수,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입니다. 대한민국을 극도의 불안 상태로 몰고 갔던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인 계엄선포는 당사자의 체포와 수사, 그리고 탄핵의 국면으로 넘어갔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은 국민 대다수가 계엄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치의 작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되돌리는 경로에 접어든 셈이다.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법치의 시간은 지속되겠지만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계엄 이후 멈추었던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시간이 도래하고 있다. 체제적인 위기를 반복적으로 겪으며 힘겹게 지탱해 가고 있는 우리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화두는 정파적 양극화 해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간 사회 각계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것처럼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심화한 정파적 양극화로 인한 폐해가 제도적으로 관리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이번 계엄과 탄핵 국면은 대한민국의 분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정서적 내란상태라 불릴만한 국론분열이 탄핵과 수사 국면이 본격화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계엄의 반헌법성과 탄핵의 정당성에 관한 압도적인 여론의 지지에도 거리는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소셜미디어와 일부 극단적인 정치인들에 의한 정파적 선동이 노골화되어 급기야는 극렬 지지자들이 공권력을 무력화하며 법원을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태까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상황은 선거 부정 논란과 사법적 판단에 대한 대립적인 반응과 같이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을 흔들면서 벌어지고 있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에 기반한 선동은 이미 깊어진 정파적 갈등에 기대어 독버섯처럼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탄핵 이후 펼쳐질 조기 대선의 과정에서 이러한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행 승자독식의 선거 구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상호 비방과 선동이 극에 달할 것임은 예측하기 그리 어렵지 않으며, 그 결과는 더욱 심화한 정파적 양극화와 선거 결과를 둘러싼 또 다른 갈등의 분출이 될 것이다. 사실 극단적인 정치적 선동과 결합한 정파적 양극화가 민주주의를 파국적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소셜미디어의 확산은 정치정보가 정당, 언론, 이익집단 등 제도화된 기구나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생산, 유통,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고, 정보의 수용에서도 시민 자신의 선호에 따라 취사선택, 확산, 해석하는 경향을 높였다. 정치정보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유통에서 나타난 변화는 정파적 양극화와 결합하면서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갈등 조정 기능을 크게 약화했다. 이번 사태는 정치 팬덤이 민주주의와 결합하지 못하고 특정인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에 그치면 폐쇄적인 진영 정치에 머물게 되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정치 팬덤의 기능 취하고 역기능 최소화 정치 팬덤이 현대 민주주의의 특징적인 모습의 하나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유권자 권리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이를 경험하고 있는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정치 팬덤이 민주주의에 대해 갖는 순기능을 취하면서 역기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정당과 온라인플랫폼사용자 간 협약의 형태로 극단적인 선동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영국의 정당들은 당헌, 당규에 소셜미디어 행동규범을 제정하여 극단적인 선동과 분명한 선을 긋고 당원의 일탈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 정당들의 당헌, 당규, 윤리규정에는 소셜미디어의 정치적인 폐해를 줄이려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목도된 바와 같이 저마다의 사익을 위해 극단적인 선동과 진영 갈라치기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치 팬덤의 부작용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정당과 정치인들의 자정 노력이 아직 전무하며 사실상 이러한 폐해를 방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 상황은 정치적 관심의 증대와 참여의 증진과 같은 정치 팬덤이 갖는 긍정적인 효과가 정당의 무책임과 안일함으로 인해 정당정치 내부에서 원활히 수용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형태로 구현될 수 있으려면 변화한 정치 환경에 책임감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정당과 정치인의 노력이 필수조건임에도 우리의 정당들은 정파적 계산에 따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극단 세력과 선 긋는 공개 선언해야 팬덤 정치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리 정당의 대응은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정부 초기 가짜뉴스 처벌을 제도화하려는 국민통합위원회의 논의와 현재 민주당의 고소, 고발을 통한 ‘카톡 규제’는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위협 요소로 변질될 수 있는 정치 팬덤의 부정적인 영향은 법률적인 규제나 처벌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정치적인 의사 표현의 하나이고 이에 대한 법률적인 규제는 오랜 기간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한 이후에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판정기준 자체가 명확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의 법률적인 처벌은 문제의 해결보다는 또 다른 갈등의 요소가 되기 쉽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노력은 정치의 직접적인 관여자인 정당과 정치인, 시민들이 공감하고 문제에 공동 대처할 수 있는 약속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의 출발점이 정당이 극단적인 선동세력과 협력하지 않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이를 당헌, 당규, 윤리 규칙에 반영하는 자정 노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정치사회의 변화로 이어갈 의무 반헌법적인 계엄으로 촉발된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로, 또다시 광장으로 소환된 시민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다수의 시민은 광장에서 계엄 반대와 탄핵 요구를 넘어 체제 전환적인 변화 속에 요구되는 대통령과 정부, 정당의 책임성과 반응성의 제고,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현행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성찰과 재편을 시대적 소명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금 상황의 지속이 결국 우리 민주주의의 퇴보 혹은 그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선동과 명확히 선을 그음으로써 민주주의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치사회를 재편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정치의 시간에 정치사회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은 이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광장에서 시민들이 제기하는 목소리를 정치사회의 변화로 이어가는 것이다. 2016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당 지도부와 선거캠프 중심의 폐쇄적인 논의의 틀을 벗어나 사회 대개혁을 위한 전 국민적인 대화와 논의의 장이 펼쳐져야 한다. 정당은 앞장서서 시민 속에서 광장의 목소리를 듣고 시민 앞에서 자신의 계획과 약속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상호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분열된 집단이 궁극적으로 서로 타협하려고 하지 않는 한 어떤 민주주의도 길게 지속될 수 없다.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계란 던질 사람 구함”… 방치된 폭력이 폭동 불렀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31화]
그날은 한국노총으로부터 머리끈을 선물받은 날이었다. 기쁜 마음에 끈을 머리에 두르고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췄다. ‘윤석열 퇴진. 퇴진, 퇴진, 퇴진해!’ 그때 등 뒤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누렇고 반투명한 액체. 날달걀이었다. 달걀이 날아온 곳은 바로 뒤인 3차선 도로.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범인은 차창을 올리고, 수많은 차들 틈에서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걸 내가 겪는구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듣기만 했는데, 제가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0일 ‘달걀테러’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는 ‘광장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이 있은 지 8일 만이었다. 그는 명확한 장소와 시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앞이었다.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곳. 오후 6시가 넘어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그는 ‘윤석열 OUT 내란당 OUT’ 피켓을 들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그는 테러의 표적이 됐다. “일단 현장에 계신 다른 자원봉사자님께 차량들 번호판 좀 찍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블랙박스 요청해서 범인 꼭 잡아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두려움보다 범인을 꼭 색출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한 사람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 ‘오픈 마이크’에서도 달걀테러를 당했다고 발언한 사람이 있었다. 광장균 씨는 지속적으로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의 폭력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했다. “(달걀을 던진 사람이) 그냥 시민은 아닐 것 같았어요. 윤석열 지지자 아니면 극우세력일 거라고 생각했죠.” 순간 머릿속에, 과거에 우연히 본 한 오픈채팅방이 떠올랐다. “(탄핵) 찬성 집회 가서 계란 던지고 튈 사람들 구함. (…) 지방 사는데 내일 갈려고 함. 고딩만 와라. 남자다. 적어도 중3 이상만.”(‘달걀테러’ 오픈채팅방 소개글) 지난 5일 한 카카오톡 유저가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달걀을 던질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달걀테러를 당한 후, 광장균 씨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으나 이미 채팅방은 사라진 뒤였다. “맞아요. 그 ‘퍽’ 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더라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정현(가명) 씨가 맞장구쳤다. 대학교 휴학 중인 그는 지난 6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했다. 그는 손에 5미터짜리 깃대를 쥐고 있었다. 깃발에는 ‘이것은 미래를 되찾는 이야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변에는 깃발을 들고 있던 사람 3명과 멜로디언을 불던 사람 1명이 더 있었다. 집회가 막 해산되기 시작하던 오후 3시 35분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도에서 날아온 날달걀이었다. 다행히도 맞은 사람은 없었다. 도로에 떨어진 달걀은 50cm 정도 기다란 자국을 남겼다.  정현 씨는 “직접 맞은 게 아니니까 (경찰에) 신고를 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로에 들러붙은 날달걀의 잔해를 치우는 것도 촛불시민들의 일이었다. “처음 욕을 들었을 때는 기분 나빴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광장균 씨)“사실 집회 하다 보면 차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도 많아요. ‘빨×이 새끼야’ 소리 지르거나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요.”(정현 씨) 집회 현장에는 촛불시민을 향한 혐오 표현과 폭력이 빈번했다. 누군가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도 이젠 ‘지나칠 수 있는 일’이 됐다. 육교 위에서 물을 뿌리고 침을 뱉는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달걀테러가 있던 날, 이들의 바로 뒤에는 펜스를 정리하던 경찰이 있었고 한국노총 트럭 뒤에도 경찰이 있었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었지만, 극우세력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물을 뿌리면 맞아야 했고, 달걀을 던져도 맞아야 했다. 광장균 씨는 그 다음을 걱정했다. 그들이 달걀이 아닌 돌을 쥘지도 모른다고. 집회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있었다. 하지만 극우세력이 펜스 너머에서 깃대로 사람 머리를 때리거나, 펜스를 넘어와 욕설과 협박을 해도 이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지는 않았다. 광장균 씨는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경찰들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게 아쉽기는 해요.” 집회 현장에서 극우세력의 폭력 양상은 이렇게 변했다. 처음에는 욕설과 협박이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을 지켜달라”는 광장균 씨의 말에, 경찰은 “죄송하다,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니 일단 펜스 안에 계셔라” 하고 답할 뿐이었다. 경찰의 방관은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폭력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이번에는 물리적인 폭력이었다. 깃대와 물, 침, 달걀 등이 넘어왔다. 이번에도 이들을 말리는 경찰은 없었다. 폭력의 조짐이 보였을 때 싹을 자르지 못하자 그들의 ‘광기’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까지 이르자, 그들은 격분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난 19일 새벽 온 국민이 경악하며 지켜봤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지난 18일 윤석열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앞에 모였다. 이들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외쳤다. 그들 중에는 법원 담장을 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차량에도 위해를 가했다. 서부지법을 떠나던 공수처 차량 2대를 막아 세웠다. 그들은 차량 문 손잡이를 부수고,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유리창을 부수고, 욕설을 내뱉었다. 차 안에는 공수처 검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극우세력은 더욱 폭주했다. 100여 명이 법원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그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돌을 던지는 등 경찰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51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중 7명은 머리·눈두덩이·이마 등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폭력 사태가 있었던 18일과 19일, 극우세력 총 90여 명이 연행됐고, 그중 우선 66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후 폭도들의 ‘무도함’에 날개를 달아주는 세력들도 등장했다. 윤상현 국회의원(국민의힘,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다. 윤상현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서부지법에 방문했다. 그는 “서부지법 담을 넘고 연행된 17명이 곧 훈방될 것”이라며,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폭력 사태를 ‘십자군’, ‘성전(거룩한 사명을 띤 전쟁)’ 등으로 표현했다. 논란이 일자, “폭력 사태를 옹호하려 쓴 글은 아니”라며, 두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삭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폭도들을 두둔했다. 그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을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민주노총 앞에서 한없이 순한 양이였던 경찰이 시민들(극우세력)에겐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인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폭동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욕설에서 물 뿌리기, 침 뱉기, 달걀 던지기로 폭력의 불씨가 몸을 키우는 동안, 공권력이 그들의 폭력을 외면했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다.  광장균 씨는 달걀테러 직후 용산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달걀을 직접 맞은 경우라면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260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폭행죄는 신체를 접촉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용산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장균 씨는 20일, “1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달걀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번호판을 조회해 공문을 보낼 것”이라는 수사관의 말을 전해왔다. 그는 끝으로 “저를 포함해 세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달걀테러 당한 분들이 있다면 함께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6411의 목소리] “윤석열 파면” 그리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윤석열 파면” 그리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2025-01-20) 지난 16일 경남 거제도 한화오션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하청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일로 농성 69일째를 맞는다. 이김춘택씨 제공 이김춘택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한국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2024년 한해 동안 현대중공업은 5795억원, 삼성중공업은 4770억원, 한화오션은 164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흑자는 갈수록 더 커져 2026년에는 현대중공업 1조6283억원, 삼성중공업 1조1980억원, 한화오션 9748억원의 어마어마한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그러나 조선소 직접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의 살림살이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30년을 일한 숙련노동자가 최저임금보다 1천~2천원 정도 더 받는 저임금 구조는 그대로이고, 오히려 하청업체는 2024년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며 임금체불까지 발생하고 있다. 하청노동자는 이 같은 현실을 ‘풍년에 보릿고개’라고 말한다. 이렇다 보니 불황기에 조선소에서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이 호황기가 되어도 다시 조선소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젊은 노동자는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다. 하청노동자 저임금을 계속 유지하려는 정부와 재벌기업은 모자라는 노동자를 다단계 하청 물량팀과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채우고 있다. 이 같은 고용구조 악화는 조선소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들어 중대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에만 노동자 28명이 조선소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광고 저임금과 차별 그리고 죽음이 늘 곁에 있는 위험한 현장, 한국 조선업 초호황 뒷면의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오직 유일한 해답은 ‘노동조합’이다.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고 투쟁해 스스로의 힘으로 잘못된 현실을 바꾸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런데 막상 하청노동자가 어렵게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커다란 벽에 부딪히게 된다. 하청노동자의 임금, 고용, 복지, 안전 등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은 원청 기업이 가지고 있는데, 원청은 전혀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현행 노동법은 원청의 교섭 거부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으로 이름 붙여진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은 그래서 필요하다. 하청노동자가 진짜 사장 원청과 단체교섭을 할 수 있게, 하청노동자도 헌법이 부여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 2022년 여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이 한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도 힘을 얻게 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에 대해 두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노동자의 권리를 앞장서 가로막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은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노동자 시민이 이에 맞서 싸우면서 탄핵 광장이 열렸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3일 밤에 한겨울 추위를 견디며 21일째 노숙농성과 파업 중이었고 14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었다. 파업을 하면 영장 없이 체포하고 처단한다는 포고령 발표를 들으며 무섭기도 했지만,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도 다음날부터 광장에서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시민들과 함께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은 탄핵 광장의 깃발이 점점 더 많아지고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탄핵 광장에 나선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막힌 전봉준투쟁단 농민들과 밤새 연대해 길을 열어낸 이후, 그동안 힘들게 싸워온 노동자 투쟁에도 관심을 갖고 연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31일엔 그 남태령 시민들이 천리 먼 거제도까지 찾아와 하청노동자와 연대하며 2025년 새해맞이를 함께 하기도 했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는 49일 동안의 단식투쟁을 끝내고 지금은 서울 장교동 한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거제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매서운 서울 추위를 천막 하나로 견디면서, 한화오션의 노조탄압·노조혐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 광장에 나가 수많은 시민과 함께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동시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을 외치고 있다. 광장에 넘쳐나는 연대가 더욱 크고 넓어지기를 소망한다.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조선소 하청노동조합 푸른 깃발이 무지개색 깃발과 함께 그리고 각자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 만든 다채로운 깃발과 함께 펄럭이기를 소망한다. 대통령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게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하청노동자도 실질적인 노동3권을 가지고 진짜 사장 원청과 당당하게 단체교섭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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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밀도 - 변화를 만드는 관계 만들기
‍추운 겨울 저녁, 온기 가득했던 만남이 있었어요. 12월 19일, 테이블토크의 두 번째 구독자 모임 <연결의 밀도: 모임-커뮤니티-컴퍼니>에서는 당사자들의 연대와 관계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세 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늘 레터는 지난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공유해볼게요.‍ ‍ ‍ ‍ "우리의 고민은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하니까요" - 비장애형제모임 <나는> 이야기 지난 레터의 인터뷰이였던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의 이은아님께서 이야기의 문을 열어주셨어요. <나는>은 발달장애, 정신장애 등의 정신적 장애,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둔 청년들의 모임이에요. 이들은 부모님의 부재시 장애 형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과 부담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린 나이부터 장애 형제를 돌보느라 고립감을 겪거나 부모의 의도치 않은 방임을 경험하면서 많은 감정적 혼란을 느끼죠. 이러한 경험은 그들의 성장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때로는 과도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0대 중후반, 제 마음이 정말 힘들었어요. 상담을 받으면서 깨달았죠. 제 안에 가족과 장애 형제에 관해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쌓여있다는 걸요... 그때부터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을 찾아 나섰어요." ‍ 매월 <나는>에서 열리는 '대나무숲 티타임'은 단순한 모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비장애형제들이 함께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생각도 정리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죠. 올해부터는 '다시 만나는 나'라는 프로그램도 시작했는데요, 비장애형제인 심리상담사가 심리 검사와 상담을 제공하며 치유의 여정을 함께합니다. ‍"가끔 위급한 상황에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럴 때마다 바로 상담을 연결해드리죠. 모임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는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분들께는 조심스럽게 상담을 권유드리고 있답니다." ‍이은아님은 커뮤니티 운영에 대한 현재의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첫째는 비장애형제들이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지키는 것이었어요. 연구 목적이나 종교 전파, 심지어 장애 치료 약품의 판매를 위해 의도를 숨기고 모임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명확한 약속과 규칙을 만들어 일관되게 운영하고자 노력중이라고 하셨어요. ‍둘째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모임원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고, 운영진에게 의미 있는 무형의 혜택을 제공하거나 활동비를 지급하는 전담 인력을 채용하는 방향을 고려중이라고 하셨어요. ‍ ‍ "돌봄의 무게를 함께 나눠요" - 돌봄청년 커뮤니티 <N인분> 이야기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N인분의 오현아님은 특별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셨어요. “끝이 없는 길을 홀로 걷는 듯한 같은 느낌, 경험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 N인분은 장애나 질병이 있는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단체예요. 자조모임을 넘어 사회 변화를 만드는 커뮤니티를 지향하죠. 매달 돌봄과 커뮤니티를 주제로 북세미나도 열고, '돌봄 학교'라는 특별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눈길을 끈 건 '영영케어' 프로젝트였어요. 돌봄 청년과 돌봄 청소년이 서로를 지지하며 성장하는 관계망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우리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니, 속마음을 털어놓을 어른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청소년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오현아님도 커뮤니티 운영에 관한 고민을 나눠주셨어요. 치유를 위한 자조 모임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해요. 돌보는 가족의 건강이 악화되면 참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최근에는 구성원 모두가 주체가 되어 역할과 권한을 갖는 공동체를 꿈꾸며 법인화를 계획 중이라고 하셨어요. ‍ ‍ "안 무서운 사람이 많아져야 해요" - <안무서운회사> 이야기 ‍마지막으로 5년간의 은둔 경험을 가진 유승규님이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그는 이제 다른 은둔 청년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활동하고 있어요. ‍"고민이 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 혼낼 것 같은 사람을 찾게 되잖아요. '이 정도 고민이라면 저 사람은 이해해 줄 거야'하는 마음으로요. 이런 무섭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누구나 고민을 나누고 고립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 특히 반가웠던 건 '은둔고수'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은둔 경험을 가진 당사자들이 전문성을 갖추고 다른 은둔 청년들을 돕는 거죠. "은둔 청년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다는 건 오히려 기회예요. 은둔 경험이야말로 가장 값진 자산이 될 수 있거든요." ‍안무서운회사는 은둔청년 직접 지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도 모색하고 있어요. '곰손카페'처럼 대인기피증이 있는 분들도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게임회사와 협력하여 게임 속에 도움 요청 시스템을 넣어 자연스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유승규님도 회사 운영 과정의 고민을 털어놓으셨어요. 첫째는 피어 그룹(peer group) 내의 윤리 문제를 꼽으셨는데요. 커뮤니티 안에서 생길 수 있는 애착이나 위력 관계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까를 고민하고 계셨어요. ‍ 또 다른 고민은 실무자들의 소진 문제였어요. 때로는 심각한 증상을 보이는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게 되는데, 이럴 때 종사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요. 마지막으로는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셨어요.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은둔 청년들에게는 회복 프로그램만을 권할 수는 없다며, 실질적인 도움을 함께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계신다고 해요. ‍ ‍ "우리는 어떻게 더 단단하게 연결될 수 있을까" - 참가자들의 이야기 2부에서는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서 간단한 율동(?)과 게임으로 분위기를 띄운 뒤, 그룹별로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어요. 각 그룹에서 나온 소중한 이야기들을 모아봤습니다. ‍ 🔴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특별한 방법들‍ "갈등을 피하기보다는, 갈등이 생겼을 때 함께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 문화가 중요해요" "처음에는 서로 비슷한 점 때문에 모였지만, 서로의 다른 점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배웠어요" "먼저 온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을 환대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모임 시작 전에 함께 약속을 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필요해요" "무조건적인 수용보다는,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긴장감도 필요해요" ‍ 🔴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를 위한 제안 "운영진들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너무 강제적이지 않은 느슨한 연대가 오히려 더 오래 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주기적으로 참여자들의 니즈를 확인하고, 모임의 방향을 함께 조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활동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우리가 왜 모였는지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서로에 대한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고, 각자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 🔴 새로운 참여자를 위한 마음 "처음엔 누구나 두려움이 있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용기,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여주는 따뜻함이 필요해요" "때로는 천천히 가는 것도 좋아요.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면서 함께 가면 좋겠어요" ‍ ‍ 외로움에서 연결로, 개인의 경험에서 사회의 변화로 ✨ ‍이번 모임을 통해 우리는 '당사자성'과 '연대'가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홀로 고민하던 이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안에서 치유와 상호 성장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나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여정이 이제는 "우리가 함께 있잖아요"라는 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깊이 와닿았던 건, 발표했던 세 단체 모두 개인의 회복을 넘어 사회 변화 활동까지 이어진다는 점이었어요. 이은아님은 "정신적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고 싶어요"라고 하셨고, 오현아님은 "누구나 서로를 잘 돌보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하셨죠. 유승규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해주셨어요. ‍ 글 | 최성욱   ‍ 📺 현장 영상 ‍비장애형제모임 <나는>의 이은아 님, 돌봄청년 커뮤니티의 <N인분> 오현아 님, <안무서운회사>의 유승규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 🎥 커뮤니티 운영 고민 | 이은아 : Link 🎥 모임을 위한 약속 | 오현아 : Link 🎥 편안한 참여 만들기 | 유승규 : Link 🎥 그 밖의 남은 이야기 | 전체 재생 목록 : Link
먹지 못하는 사람들
오늘 아침밥 잘 챙겨 드셨나요? 우리는 ‘밥 먹었어?’, ‘밥 잘 챙겨 먹어’, ‘나중에 밥 한번 먹자’ 등 밥을 매개로 한 인사를 나누는 것에 익숙해요.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한국인에게 먹는 행위는 단순한 행동을 넘어 자연스럽고 중요한 문화입니다.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 돈독한 관계를 쌓아가려 하죠.  일상적이며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이 ‘먹는 행위’로부터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르고 날씬한 몸에 대한 선망에서 근육이 있고 탄탄한 몸에 대한 유행까지! 이상적인 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고 있지만, ‘보기 좋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체중관리에 대한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또래와 트렌드의 영향에 민감한 청소년들은 마른 몸을 위해 ‘먹토’(먹고 토하기), ‘씹뱉’(씹고 뱉기)을 하며 ‘개말라’(매우 마른 사람),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사람)가 되길 꿈꿉니다. 온라인상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손쉽게 얻고 공유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음식을 먹고, 소화하는 ‘먹는 행위’는 누군가에게 단순한 일상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싸움입니다.  많은 사람이 섭식장애를 무리한 다이어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정서적·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입니다. 하지만 섭식장애라는 이름이 붙을 때, 당사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는 지워지곤 해요. 절식, 폭식, 구토의 증상으로 그려진 납작한 섭식장애만 남죠. 그래서 섭식장애 경험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바로 ‘섭식장애 인식주간’입니다!💪 올해 세 번째 행사 준비가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스피커스가 지난해 다녀온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를 정리했습니다.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통해 섭식장애를 둘러싼 편견과 낙인을 깰 수 있지 않을까요? 섭식장애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섭식장애는 먹는 행동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으며 개인의 신체적 건강과 심리·사회적 기능을 손상시키는 정신장애를 의미합니다. 섭식장애는 영어로 ‘Eating Disorder’입니다. 음식을 섭취하는 데(Eating) 발생하는 장애(Disorder)를 의미하죠. 과거엔 체중관리가 엄격한 직업군에서 주로 섭식장애가 발생했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엔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섭식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및 회피제한적 섭취장애 등을 포함하고 있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 식이장애(섭식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5만1253명에 이릅니다. 2018년과 비교해 2022년 거의 50% 증가한 셈인데요. 진료를 받은 10명 중 8명이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섭식장애의 규모나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정부 단위 조사나 통계는 아직 없습니다. 환자 스스로 치료를 원치 않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이 병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사회적으로 여전히 섭식장애가 다이어트에 따른 부작용이나 ‘젊은 여성들’의 의지 부족에서 비롯된 질병으로 이해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의 수는 더 클 수도 있다고 해요. 섭식장애 당사자들이 모여 설립한 비영리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지난해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인식주간 7일 동안 매일 저녁 7시,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3층에서 섭식장애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세션이 열렸습니다. 스피커스가 지난해 다녀온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토크’를 정리해봤어요.  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중학생 때부터 먹고 토했기 때문에 부모님이 일찍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섭식장애라는 말도 몰랐고, 제가 사는 부산엔 관련 전문 병원도 없었어요. 가족들은 제가 귀신에 씌였다면서 굿도 했어요.”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 토크 - 전복적 재구성’을 주제로 당사자 8명이 나눈 이야기가 2시간 30분 동안 빼곡하게 채워졌습니다. 올해 섭식장애 인식주간의 주제는 ‘인식적 정의(Epistemic Justice)’입니다. 여기에는 섭식장애 당사자를 피해자 또는 환자라는 정체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에 대항해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이 담겨 있어요. 먹는 것과 자신의 몸이 불화해 온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하나의 원인에서 섭식장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진솔(31)씨는 자신의 섭식장애가 다이어트를 통해 마르고 예뻐지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외부의 통제나 강요로부터의 해방, 탈출에서 시작됐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아무도 삶의 주도권을 어떻게 가져올 수 있는지 말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을 이용하는 방법뿐”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삶을 살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싶었다고요. 내 힘으로 어느 것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게 내 몸인 거죠. 그것은 어쩌면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이었을지 모릅니다. 아름다워지고 싶고 또 사랑받기 위해 다이어트를 선택하다 섭식장애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곽예인(29)씨는 아이돌 연습생 경험을 빌려 “여성의 외모가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굶기를 선택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섭식장애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질병일지 모르겠어요. 식품 산업, 다이어트 산업이 발전할수록 많이 먹고 또 살을 빼야 합니다. 날씬한 몸이 아름다운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그렇게 고통받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와 섭식장애는 분명 다를 테지만, 다이어트로 가려진 섭식장애도 많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섭식과 체중의 문제는 단순할 수 없습니다. 박채영(31)씨는 “여성들에겐 ‘날씬한 몸이지만, 잘 먹어야 해’, ‘운동을 해도 근육이 크면 안 돼’와 같은 사회의 이중 메시지가 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모순 속에 놓이게 된다고 덧붙입니다. 섭식장애를 둘러싼 이야기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언제나 사회 구조를 함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② 사회의 납작한 이해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섭식장애 당사자)는 엄마도 됐다가 딸도 됐다가 또 환자도 됩니다. 직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다양한 역할과 정체성 속에서 자기의 삶을 살고 있어요.” 2023년 첫 인식주간 행사를 진행한 뒤, 잠수함콜렉티브 구성원들은 1년 내내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언론 활동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보도에 한계를 느꼈다고 해요. 미디어는 섭식장애 당사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됐을까요? 어쩌면 상상 속 일차원적 섭식장애 환자의 모습을 그리고 그 틀에 서사를 풀어가려 하는지 모르겠어요. 참여한 이들은 미디어에서 섭식장애를 겪는 ‘마른 여성’의 몸을 반복적으로 다루다보니 그 틀에 갇혀 얼마나 ‘환자다운지’를 생각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것 치고 건강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이진솔씨는 “섭식장애를 겪는 이들 중 정상체중인 경우도 많고 겉으로 봤을 때 쉽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박채영씨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섭식장애에 관한 편견을 걷어내고, 당사자들의 복잡한 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해요. 하지만, 질문 대부분이 섭식장애 증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달라는 것에 국한되었다고요. 예를 들어, 무슨 약을 먹었는지, 하루에 최대 몇 번 토해봤는지 물으며 스스로를 얼마나 가혹하게 대했는지 알고 싶어했다는 거죠. 그렇게 매번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섭식장애는 납작한 몇 가지 이미지로만 소개됩니다. 그래서 인식주간 행사가 열린 거겠죠. 섭식장애에 관한 게으른 시선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요! ③ 회복과 당사자의 목소리 “의료진의 목소리가 가족들이 환자를 환자로 고착화하는 데 한몫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배가 부르다’고 하면 그건 ‘거식증의 목소리’가 됩니다. 이미 밥 한 공기를 먹어 배가 부르다고 말해도 그건 내가 아닌 ‘거식증의 목소리’인 거예요. 어디까지가 증상이고, 또 어디까지를 자아로 존중할 것인지 제대로 된 구별이 없었죠.” 섭식장애에 관한 개인의 경험은 모두 다릅니다. 각자의 회복 여정 또한 다르죠. 개개인이 섭식장애를 앓고, 그 상태가 유지되는 배경은 다양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다고 단정하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각자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절식, 폭식, 구토는 하나의 표현이며 신호일 뿐이니까요. 그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 신호 뒤에 감춰진 불안과 고통, 삶의 어려움이 해소된다면 자연스럽게 섭식장애 행위와 멀어지지 않을까요?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와 연민 그 자체일지 모릅니다. 이선민(30)씨는 한 달 전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 후 지금까지 폭식과 구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음식이 아이의 것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열심히 끼니를 챙겨 먹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는 그는 처음으로 ‘먹는 행위’로 욕구를 채우지 않게 됐다고 말합니다. 현재 식사치료 중이라며 서두를 연 질문자가 자신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섭식장애 증상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크지만, 스스로는 어느 정도 패턴화된 증상이 익숙하고 지금 상태에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그는 외부의 기준에는 부족하지만, 이 정도 수준이 스스로가 생각하는 ‘회복’의 상태인데 더 노력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번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를 기획했으며 본인 스스로 섭식장애 당사자이기도 한 박지니(44)씨는 “회복의 상태는 계속 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이 편안한 상태라면 외부로부터 압박받지 않고 좀 더 편하게 마음을 가져도 좋겠다고요. 참여한 8명의 당사자는 무엇이 회복일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나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변하고 싶은 방향에 대한 고민, 그렇게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가는 과정 자체가 회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매년 2월 마지막 주, 마이애미 타워부터 나이아가라 폭포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의 세계적인 랜드마크들이 파란색과 녹색 불빛으로 환하게 빛납니다. 섭식장애 인식주간(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을 기념하기 위해서죠. 이 캠페인은 섭식장애를 겪는 이들과 가족에게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지를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인식주간 동안은 섭식장애에 대한 교육과 정보 공유뿐만 아니라 식습관 회복을 돕는 소모임이 활발히 진행됩니다. 섭식장애 인식주간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1980~1990년대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T.H. 챈 보건대학원은 2009년부터 ‘섭식장애 예방을 위한 전략적 전문연수 이니셔티브(STRIPED)’를 통해 섭식장애 문제에 대응하고 있어요. 이니셔티브에서 발표한 ‘2018/2019 회계연도 중 섭식장애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섭식장애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약 647억달러(약 8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손실에는 직접 치료 비용뿐 아니라 비공식적인 돌봄 제공 비용, 사회가 부담하는 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이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는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전문가와 기관의 협력을 통한 캠페인과 세미나 등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어요.  섭식장애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크게 개선되거나 ‘회복’될 수 있다고 해요. 이를 위해서는 섭식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사람마다 섭식장애의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섭식장애 관련 정보 제공, 지지집단 조직, 전문가 상담 등의 인프라가 조금씩 구축되고 있으나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섭식장애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주최한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섭식장애 당사자들의 모임입니다. 이름이 굉장히 독특하지 않나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1800년대 초, 산소측정기가 없던 잠수함에서는 위험 감지를 목적으로 토끼를 싣고 다녔다고 해요. 승무원들은 토끼를 잠수함 가장 아래에 앉혀 두었어요. 산소 부족으로 토끼가 이상 반응을 보이면 잠수함은 수면으로 올라와 환기를 시켰죠. 토끼의 ‘민감함’은 잠수함에 탄 모두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보장치 역할을 했습니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정치·경제·문화적 부조리에 영향을 받는 섭식장애 당사자들이 잠수함 속 토끼처럼 사회의 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섭식장애 당사자들의 경험을 담은 여러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죽는 것보다 살찌는 게 더 무서웠다(2019)>, <삼키기 연습(2021)>, <또, 먹어버렸습니다(2021)>, <살이 찌면 세상에 끝나는 줄 알았다(2021)>, <나는 식이장애 생존자입니다(2022)>, <날 것 극대로의 섭식장애(2022)>, <가끔은 먹는 게 불행해(2022)>, <나의 정의(2023)>, <이것도 제 삶입니다(2023)> 등입니다. 과거 전문가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당사자들의 경험을 담은 진솔한 이야기는 섭식장애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공감을 가져옵니다. 하루라도 빨리 질병을 극복하고 ‘정상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그동안의 논의 속에서 어쩌면 아프고 약한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자리는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점차 당사자의 이야기가 쌓여간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픔과 돌봄, 취약함에 관한 이해를 학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죠. 아픔을 가진 당사자의 위치에서 목격한 사회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으니까요! 참, 지난해 인식주간 행사의 당사자 세션, 또 당사자 가족 세션에 함께한 박채영, 박상옥 두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2023년에 개봉했어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이 그것인데요. 박채영씨와 그녀의 어머니 박상옥씨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에는 섭식장애와의 싸움, 가족 간의 날것의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섭식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은 섭식장애를 ‘걸리는 것’이 아니라 섭식장애로 ‘미끄러진다’고 표현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서서히 쌓여 어떤 순간에 갑작스레 미끄러지는 것과 같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섭식장애로 미끄러지는 것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아요. 폭식과 구토는 자기혐오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지기 쉽고,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숨기고 혼자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기 몸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먹는 행위’에 고민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은 어떨까요? 혼자가 아니라 함께 우리 앞의 과제를 해결해 가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세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EDAW 2025)'을 응원하고 싶으시다면 펀딩으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엔 좌표 찍기? '인간 키세스' 훼손이 끝 아니다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그림을 게시한 쓰레드(Threads) 이용자 A. 그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시민 수천 명의 목소리가 엄벌 촉구 탄원서로 모였다. 동시에 우려할 만한 일도 일어났다. 일러스트 훼손으로 비난을 받은 뒤 계정을 삭제한 A. 그런데 그로 추정되는 부계정이 돌연 쓰레드에 등장했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전후로, 쓰레드 이용자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계정이 윤석열 체포에 대해 지지 의견을 밝힌 이용자들을 ‘좌표 찍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계정은 자영업을 운영하는 쓰레드 이용자들의 사업장 주소 등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나중에 방문하기 위해 저장해뒀다”, “업보에 수긍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훼손 피해자 장충만(활동명) 작가가 추진한 엄벌 촉구 탄원서가 16일 기준 약 2600장 모였다. 탄원서를 받기 시작한 지 6일 만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 작가는 지난 9일,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본인의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쓰레드 이용자 A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한 바 있다. A는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으며,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라고 쓴 게시물을 쓰레드에 게시했다.(관련 기사 :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 장 작가는 지난 10일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훼손 및 도용 행위에 대한 엄벌 촉구 탄원 운동’을 온라인에서 받기 시작했다. 장 작가는 온라인 탄원서에 일러스트 작품 원본, 훼손된 작품, 그리고 컴퓨터로 일러스트 작품 원본을 그리는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함께 첨부했다. “부족함이 정말로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놈들이 생각 없이 저지른 말과 행동조차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며 꼭 벌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싸워 이기겠습니다.“(‘엄벌 촉구 탄원 운동’ 탄원서 중) 장 작가는 시민들이 참여한 온라인 탄원서 약 2600장을 추후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관련기사 : <정의구현의 시작… ‘인간 키세스’ 훼손 게시자 고소>) “엄벌 탄원서에 약 2600명이 참여해주셨는데, 한 분, 한 분이 어떤 분들일까 궁금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크더라고요.(탄원서에 참여해주신 사람들이) 제 그림보다도 ‘인간 키세스’ 소녀들에 대한 지지와 고마움, 서로 힘을 합치는 진심으로 참여했다고 봐요. 저도 그 마음을 앞으로 잊지 않으면서 나아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장 작가는 16일 대전유성경찰서에 출석해 약 2시간 동안 고소인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사기관의 소극적 태도에 여전히 고민이 깊다. “사실 경찰에서는 크게 수사 의지가 있어 보이진 않아요. 그나마 기사가 나왔다고 하니까 태도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긴 했는데요. 경찰이 ‘쓰레드가 해외 기업이어서 (이용자 A 특정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몇 번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장 작가의 이런 고민은 이유가 있다. 또 다른 피해가 최근 쓰레드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취재 이후, 한동안 A의 쓰레드 계정은 아예 검색되지 않았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15일경, A의 쓰레드 계정과 동일한 프로필을 쓰는 계정(이하 A2)이 등장했다. 시기는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된 시점. A2의 계정명은 영문 i와 숫자 1을 조합해 바코드를 떠올리게 했다. 쓰레드는 프로필에 표기된 이름과 계정명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계정명은 이렇게 아예 달라졌지만, 프로필에 표기된 이름(◯◯스님)은 A와 동일했다. “진짜 스님은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계정 소개글에 각각 쓰인 내용도 거의 똑같았다. 문제는 A2가 윤석열 체포에 대해 지지 의견을 밝힌 쓰레드 이용자들을 ‘좌표 찍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을 운영하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사업장 주소 등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B 씨는 15일 윤석열 체포 직후 공개된 대국민 담화 영상을 보고, 쓰레드에 비판 게시물을 올렸다. 이후 A2가 등장해 포털 사이트 구글에 올라온 B 씨의 사업장 정보를 캡처한 사진을 첨부해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래 업체 정보 맞으실까요?ㅎㅎ” 첨부한 사진에선 B 씨의 사업장 이름, 주소, 리뷰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B 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느낀 두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는 장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사업장을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구글 같은 경우는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후기를 남길 수 있거든요. 만약에 A2가 뭔가를 조작해서 리뷰 내용을 올린다고 하면,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일단 피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A2 계정을 차단해놓은 상황입니다.” 피해자는 또 있다. 이번에도 A2는 15일, 교습소를 운영하는 C 씨가 올린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이때도 C 씨의 사업장 주소를 함께 첨부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습소 위치가 아래가 맞으실까요?ㅠㅠSouth Korea, Gyeonggi-do, ◯◯◯…“ 하지만 A2가 적은 주소는 C 씨의 사업장과 다른 주소였다. C 씨가 다른 곳이라고 설명하자, A2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C 씨의 사업장을 검색한 사진을 첨부해 다시 한 번 댓글을 달았다. “아 여기인가 보네요! 참고하겠습니다 선생님 좋은하루 되세요^^” 첨부한 사진에선 C 씨의 사업장의 이름과 연락처 일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아무래도 (윤석열 체포) 이슈가 있으니까 제 생각을 몇 번 (쓰레드에) 올렸어요. 저는 의도를 모르고 A2가 구글로 검색한 주소가 맞냐고 물어보길래, 그 위치가 아니라고 확인해줬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엔 네이버로 저희 사업장을 검색해서 ‘여기가 맞냐’고 또 댓글을 달더라고요.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고 느낌이 쎄해서 그제서야 알아보니까 나쁜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저희는 교습소다 보니까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주까지는 증거를 모아서 법적 대응을 해보려 합니다.“ A2는 자영업을 운영하는 쓰레드 이용자 D의 주소를 물은 이유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나중에 꼭 방문하기 위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끝까지 색깔 잃지 마시고 그렇게 쌓은 업보에 지금처럼 수긍하시길!“ 김남국 변호사(변시 1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정인의 사업장 주소 등을 온라인에 의도를 갖고 공개하는 행동의 위법성에 대해 설명했다. “쓰레드 계정 아이디하고 주소까지 공개되어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다고 하면, 사실상 신상이 노출된 거잖아요. 거기에 다중이 보게끔 글을 올린 거면 협박이 될 수 있고, 업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한 거면 업체에 대한 업무방해도 될 수 있는 거죠.얼마나 반복적이고 구체적으로 (신상을) 표현했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동일인이 한 사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좌표 찍기’를)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킹처벌법으로도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김남국 변호사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A를 형사고소한 장충만 작가를 무료로 도와주고 있다. 셜록은 16일 A2에게 반론을 요구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셜록이 A2의 쓰레드 계정을 검색하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만 나온다. 기자가 개인 계정을 이용해 검색해봐도, 똑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안내되고 있다. 영문 i와 숫자 1로 바코드처럼 표기됐던 계정명 A2는 16일 오후 3시경 원래 계정명인 A로 다시 수정됐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이후, A는 아예 비공개 프로필로 돌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오후 11시20분경 윤석열 체포적부심사를 기각한 이후, A는 다시 비공개를 풀고 쓰레드에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A2는 지난 14일경, 셜록 기사를 지칭하는 걸로 보이는 내용의 게시물을 쓰레드에 올려놓기도 했다. 1980년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좌빨들 화력이 꽤나 매섭군요. 뉴스 기사까지 나왔던데 훈장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당분간 기도비닉 상태 유지하겠습니다.” 기도비닉(企圖秘匿)은 아군의 작전을 적이 모르게 준비해 실행한다는 뜻으로, 군대 용어다. 한편, 장 작가는 지난 15일 엄벌 탄원서를 작성해준 시민 약 2600명에게 보답하기 위한 새로운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였다. 장 작가는 쉽게 흔들리던 촛불이 여러 시민들의 연대 끝에 꺼지지 않는 응원봉으로 성장하는 내용의 ’10컷 일러스트’를 그렸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2025년의 AI 윤리
2025년 AI윤리 담당자의 다짐 by. 🎶소소 인간을 닮은 지능을 목표했던 AI 기술이 필연적으로 우리 삶과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2025년, 우리는 또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맞이하게 될까요?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은 AGI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데,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인간이 저질러 온 실수를 AI로 반복하지 않도록, 나아가 더 심각한 결과를 만나지 않으려면 올해는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AI 윤리 담당자입니다. AI 기업에서 AI 윤리를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뜬구름 잡는 소리 같다.”는 반응을 마주하게 됩니다. 문제의식은 공감하지만, 당장의 기술 성능을 높이고 사업 성과를 만드는 일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요. 이러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마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1항이 평화로운 일상에서는 추상적이고 당연한 선언으로만 들리다가, 국민의 주권이 위협받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 의미와 가치가 다가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AI 기술이 만드는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많은 AI 기업이 혁신적인 AI 기술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합니다. 작정하고 AI를 나쁜 일에 쓰겠다는 악의적인 인간은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 몰두하다 보면 목표 성능 이상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적인 기술 경쟁 속에 시간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문제는 우리가 기술에 집중하는 동안 다음으로 미뤄둔 영역에서 터집니다. 기업에서 AI 윤리 담당자의 역할은 기술의 성능 이상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할 시간과 도구를 마련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실제 어떻게 사용될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장 깊게 고민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직접 기술을 만들고 활용하는 이들이니까요. 올해는 AI 윤리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동안은 제도나 정책이 윤리적 원칙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문제없고 당위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책이나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AI 연구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AI 윤리를 조금 더 내 일처럼 고민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AI 윤리를 고민하는 것이 곧 좋은 AI를 만드는 것임을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깨닫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생명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하고, 법률가가 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듯이, AI 전문가도 당연하게 기술 윤리를 마음에 품게 되기를 기대하며, 그때까지 한 걸음씩 나아가보려 합니다. 다시 전면에 등장한 AGI by. 🧙‍♂️텍스 작년 12월 오픈AI는 12 Days of OpenAI로 연달아 새로운 내용을 발표하였고, 마지막 날에 새로운 추론 모델 o3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o3가 ARC-AGI (Abstraction Reasoning Corpus for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벤치마크에서 사람 성능을 넘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다룬 많은 기사는 AGI 달성이 이루어진 것처럼 언급했습니다만 조금만 살펴봐도 이 내용이 얼마나 과장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9년 프랑수와 샬레 (François Chollet)는 기존의 AI 벤치마크가 특정 작업만을 다루는 좁은 범위의 지능을 평가한다고 한계를 이야기했습니다. ARC-AGI 벤치마크는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이를 해결하는 지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위의 예시와 같이, ARC-AGI는 소수의 예시에서 관계성을 추론해 내는 문제로 보통 사람에게는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수많은 데이터의 규칙성으로 추론을 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에는 거의 불가능한 문제였습니다. 거대언어모델의 경우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암기했기 때문에 수많은 지식을 뱉어내는 데는 능합니다. 하지만, 적은 수의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추론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습니다. ARC-AGI가 등장한 5년 동안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GPT-4o를 포함하여 인간의 성능에는 턱없는 수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연말 오픈AI는 이 문제에서 사람 수준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ARC-AGI 블로그에서 공개한 오픈AI o3 성능 그래프는 현실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적은 계산량(?)을 사용한 O3 LOW는 평균적인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 상 데이터 라벨러(AVG. MTURKER)와 비슷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O3 HIGH 모델은 데이터 라벨러는 넘었지만 이공계열 대학원생(STEM GRAD)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이 부분이 사람의 성능을 넘었다고 주장하는 부분인데, ARC-AGI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벤치마크 성능이 AGI의 도래와 같은 것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협소한 합성 데이터 기반 벤치마크 하나에서 데이터 라벨러의 성능을 넘었다는 사실이 근시일내 AGI의 도래를 말하는 근거로 인용되는 것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그래프를 자세히 살펴보면 O3 LOW 추론 알고리즘이 데이터 라벨러보다 10배나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프의 x축은 단위 작업에 대한 비용을 로그 스케일로 나타내었습니다. O3 HIGH 모델은 O3 LOW보다 172배 계산량을 더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프만 보았을 때 현재 o3와 같은 추론 알고리즘이 비용을 더 투자한다고 해서 이공계 대학원생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듭니다. 추론할 때 계산량을 투입하여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추론 시간 신경망 스케일링 법칙의 한계가 벌써 드러난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데세바 ep.4] 더 퀴어롭고 젠더프리한 세상을 향해 🏳️‍🌈
2024년 시민 데이터 액티비즘 프로젝트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의 참여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소개합니다. 공익데이터를 통해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을 시도한 7개의 프로젝트 소식을 확인해 보세요✨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2024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으로 진행했습니다. 더 퀴어롭고 젠더프리한 세상을 향해 🏳️‍🌈 젠더 이슈를 놓고 아트웍을 해왔거나, 비주류 담론의 당사자로서 갈증을 느꼈거나, 퀴어 담론에 전면적으로 대립되는 크리스천으로서 포용적이지 못한 한국 교회의 분위기가 아쉽기도 했던, 우리들이었습니다. 서로 활동 양상은 달라도, 데이터알못들이어도, 빠띠와-다른 시민 동료들과-함께라면 뭐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보았습니다. 퀴어나 젠더에 대한 이야기, 데이터로 풀 수 있을까? 멤버들이 예술가와 인문학 전공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직관적 감각적 정성적인 편이라서, 우리의 ‘느낌적 느낌’을 데이터로 풀면 어떨까,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막연함 속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문제 정의 단계에서부터 제법 헤맸지만, 생각보다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과 동시에 ‘그럼 우리가 데이터를 모아보자!’로 빠르게 방향을 정리했습니다. 당신의 젠더정체성, 젠더감수성, 궁금하지 않나요? 일단 설문을 통해 스몰데이터라도 직접 수집해보기로 결정한 후, 우리는 젠더정체성테스트와 젠더감수성테스트를 각각 만들었습니다. 테스트를 재밌게 만들면 알아서 바이럴이 될 거다, 대화형 설문으로 디자인하자, 질문 문항에 오히려 편견을 담아서 만들면 다양한 반응성과 함께 응답자 각자에게 환기점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설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 중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온라인 오프라인에 만들자,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웹 페이지 하나, 소규모 오프 모임 한 번, 조금씩 풀어보자, … 계획은 나름 현실성 있게 짰다고 믿었습니다,만..(!) 테스트 엿보기 우리의 능력자 해롤드가 각종 설문 툴을 연구한 끝에 대화형 웹 페이지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배경뿐만 아니라 각 문항마다 생성형 ai가 매번 다르게 만들어주는 젠더 친화적(!) 이미지들이 뜨도록 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설문을 완성하긴 했으나, 문항 설계에 대해 우리끼리도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모든 문항에 응답을 마친 후 마지막 페이지에서 모종의 결과값이 나왔으면 했는데, 거기까지는 우리의 역량으로 다소 무리였습니다.. (아숩..) 예를 들면 젠더정체성테스트의 경우, 마지막에 응답자의 젠더정체성이 어떤 타입인지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젠더감수성테스트의 경우 ‘당신의 젠더감수성은 이만큼입니다’라는 식으로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이 자체가 민감도 높은 이슈 키워드기도 하고, 제작하는 우리 입장에서도 재미로만 하기엔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나름 안전한 환경이었던 것 절망적이게도, 내용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던 차에, 이것들을 시각화하는 부분에서도, 고민은 많았으나 결국은 가장 심플한 막대그래프 정도로 공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수십명의 응답자들이 설문에 참여해주신 덕분에, 아래와 같은 결과값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 전체적 인식을 보기엔 턱도 없는 설문이므로 이 결과값을 일반화할 순 없겠습니다만, 짧은 시간 내 설문에 응해준 사람들이 대부분 주변 지인이거나 예술계 사람들 등 젠더 이슈에 민감도나 우호적 시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느낌적 느낌의 직관을 이렇게라도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퀴어와 앨라이들의 만남의 장, 퀴앨파티 설문과는 별개로 오프라인 모임은 따로 착실히 준비해나갔습니다. 드랙 씬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썸머님과 콜라보로 기획을 하기로 결정 후, 스테이지블랙쉽이라는 공간에서, 시작하는 첫 모임은 ‘우리끼리 안전하게’ 해보자는 모토로 모임을 구성했습니다. ‘입고 싶은 옷 입고 신나게 놀아요’. 지정성별이 아닌,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젠더정체성에 부합하는 옷을 입고 나를 꾸미고, 그 모습을 드러내도 되는 그런 공간에서, 서로 초면이지만 공감하며 연결될 수 있는 딱 그만한 온도의 만남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너무 재밌게 놀았따! ‘오늘 오길 잘했다’, ‘너무 재밌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에도 또 불러주세요’ 등등의 피드백을 들으며, 이렇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환기했고, 데세바는 끝나더라도 퀴젠의 모험은 계속 이어나가야겠다고도 생각했습니다. 🐝 프로젝트 기여자- 시작한 사람들 : 한수, 곽파, 해롤드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 프로젝트 글 모아보기 [데세바 ep.1] ☝🏼모든 것이 시작된 질문, 정책 안에 무엇이 있는데요? [데세바 ep.2] 누군가 나 대신 서울대 50대 남성을 대표자로 내세웠다면?! [데세바 ep.3] 국민 13.6% ‘경계선지능인’ 추정, 초기 발굴을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할까요? [데세바 ep.4] 더 퀴어롭고 젠더프리한 세상을 향해 🏳️‍🌈 [데세바 ep.5] 청년 불평등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데세바 ep.6] 존잘국회 : 우리 국회 존잘 찾기 [데세바 ep.7] 기후위기 시대에도 축제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윤석열이라는 ‘빌런’을 키운 25가지 프레임 조작.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⑥] 입만 열면 거짓말: 윤석열의 프레임 전쟁, 언론도 공범이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계속해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언론의 의제 설정이 대중의 인식과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프레이밍 이론이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서 탄핵, 한남동 공성전에 이르기까지 주요 프레임 조작을 시간 역순으로 살펴본다. 국격 떨어진다는 프레임. 권영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 “대통령을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한 뒤 비슷한 주장이 계속 나온다. “유혈 사태를 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안 된다. 애초에 정권을 지키려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부터 국격이 떨어졌고 체포영장 집행에 반발해 관저에 틀어박히면서 국격이 계속 떨어지는 중이다. 우원식(국회의장)이 말했듯이 국격이 걱정되면 스스로 걸어 나와서 조사를 받으면 된다. 탄핵 심판 이후로 미루자는 프레임.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는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 탄핵 심판은 대통령 파면을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 수사는 형사 처벌을 다투는 법적 절차다. 수사 결과 확인된 사실 관계가 탄핵 심판에 반영된다. 박근혜 탄핵 때는 직권남용 등이 불소추 특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면 이후 수사가 진행됐지만 내란죄는 해당되지 않는다. 박근혜 때도 안종범(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탄핵 인용 전에 구속됐다. 윤석열 방어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프레임. 당연히 모든 범죄 피의자에게 방어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에게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방어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체포영장은 구속영장이 아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다섯 차례나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청을 뭉갰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윤석열이 공수처에 출석해 수사를 받겠다고 하면 체포영장을 집행할 일이 없다. 구속영장은 그다음 문제다. 죄질이 중하거나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겠지만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방어권 보장은 윤석열 하기 나름이다. 수갑 차고 끌려 나와야 하는 상황을 만든 건 윤석열 본인이다. 방문 조사로 가자는 프레임.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 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는 건 결국 체포영장 집행을 미뤄달라는 이야기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가 불법이라며 출석 요구를 뭉개던 상황에서 달라진 게 없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입장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계엄을 했겠냐는 프레임. 12월12일 윤석열 담화는 윤석열의 뒤틀린 세계관을 드러냈지만 ‘멘붕’에 빠진 보수 진영에 강력한 프레임으로 작동했다. 윤석열은 “거대 야당의 위헌적 조치”에 맞서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을 척결한다”는 건 애초에 윤석열의 자의적 판단인 데다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헌법을 어겼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궤변이다. 윤석열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민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켰고, 둘째, 위헌적 특검 법안을 발의해서 정치적 선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헌법이 정하는 비상계엄의 요건이 아니다. 통치 행위라는 프레임.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 행위가 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느냐”고도 했다. 어떤 통치 행위도 헌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헌법이 규정한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애초에 헌법적 결단이란 말부터 성립되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결국 비상계엄이 ‘폭동’이고 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는 프레임. 역시 궤변이다. 헌법 77조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행위”를 내란이라고 규정한다. ‘폭동’이냐 아니냐가 관건이고 애초에 시간은 쟁점이 아니다. 게다가 두 시간 만에 끝난 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기 때문이고 그나마 윤석열이 계엄 해제를 선언한 건 3시간30분이 지난 뒤였다. “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두 번, 두 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 거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 “총을 쏴서라도”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끌어내라”는 명령을 내린 사실도 확인됐다. 탄핵 사유 80%가 날아갔다는 프레임.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탄핵소추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보수 진영에서는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거나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 한다”면서 논쟁을 키우고 있다. 일단 “형사상 내란죄라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게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탄핵 심판은 파면 여부를 다투는 징계 절차고 내란죄는 어차피 형사 법정에서 따로 다뤄야 한다. 비상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고 비상계엄이 불법이었다고 해서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이 불법이라면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그것만으로도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가 된다. 내란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굳이 헌재에서 여기까지 다룰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공수처 자격 없다는 프레임. 윤석열이 버티는 이유 중 하나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내란죄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신청한 체포영장은 불법이라 응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 사이에 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이미 정리된 상태다. 첫째, 내란죄는 경찰에 수사 권한이 있다. 둘째, 검찰은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는 없지만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면서 연관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셋째,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받을 권한이 있다. 지금은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검찰이 빠지고 공수처와 경찰이 공조수사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일단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한 이상 교통 정리는 끝난 상황이다. 왜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했느냐는 주장도 쟁점이 될 수 없다. 애초에 피의자인 윤석열이 불법 여부를 판단할 사안이 아닌 데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거야의 폭주 프레임. 민주당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별개의 사안을 물타기 하는 것이다. 나훈아(가수)가 “왼쪽, 니는 잘했냐”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당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횡포라는 말로 합법과 불법을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은 합법이다. 여기에는 어떤 논쟁의 여지도 없다. 탄핵 반대 여론 늘었다 프레임. 탄핵 반대 여론이 늘고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와 비교해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새누리당보다 높고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 폭이 크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명분이 실리는 것은 아니고 윤석열이 체포영장을 거부할 핑계가 될 수 없다.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 프레임. 가장 강력한 프레임이지만 역시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지금은 명백한 헌정 유린 사태를 두고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누군가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본질을 가리면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고 시간을 끌 문제도 아니다. 이재명이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대선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이재명을 부각시키는 보수 언론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다 프레임. 개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우선순위를 뒤섞으면 안 된다. 5년 단임제의 폐해가 크고 성공한 대통령이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윤석열 탄핵 심판과 내란죄 수사에 집중해야 할 때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지만 윤석열은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다. 지금은 윤석열의 헌법 위반 범죄를 심판하는 게 한국 사회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을 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대통령을 수갑 채워야겠냐 프레임. 권영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대통령을 관저에서 수갑 채워 끌고 가는 것은 국격을 엄청나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이 강제로 끌려 나오는 장면이 생중계되거나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경우 야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것도 전형적인 프레임 왜곡이다. 끌려서 나오고 싶지 않으면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면 된다. 출석 요구를 뭉개고 있으니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유혈 충돌 때 여야는 감당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기도 했다. 유혈 출동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윤석열이 걸어 나오는 것 아닌가. 특검으로 가자 프레임. 일단 특검을 막고 있는 게 국민의힘이라는 사실을 빼놓으면 안 된다. 특검이 출범하면 그때 가서 수사 자료를 넘겨받으면 된다. 특검에게 맡겨야 하니 공수처가 손을 떼라거나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라는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없다. 당장 특검이 도입되더라도 특검 추천과 임명, 준비 기간까지 20일 이상 걸릴 거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특검으로 가자는 주장을 1면에 싣는 건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 합의하라는 프레임. 한덕수(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은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합의가 안 돼서 헌재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고 합의가 안 돼서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야겠다는 논리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권한이 없다는 프레임도 있다. (헌재 재판관) 임명권은 안 되는데 (특검법) 거부권은 된다는 주장도 논리적 모순이다. 오히려 특검법 거부권은 적극적인 권한 행사라 자제하는 게 맞고 국회 추천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도 임명을 미룰 명분이 없다는 게 상식적인 판단이다. 자영업자들 어렵다 프레임. 원인과 결과를 뒤섞으면 안 된다. 윤석열이 원인이고 탄핵은 결과다.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폭락하는 건 탄핵 때문이 아니라 비상계엄 사태가 수습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때문이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탄핵 심판이 끝날 때까지 국정 공백은 피할 수 없다. 혼란을 끝내려면 탄핵 심판과 진상 조사, 법적 절차를 질서 있게 진행하는 게 최선이다. 이게 잘 끝나야 모든 게 정상 궤도로 돌아간다. 불법 시위 프레임. 보수 언론의 해묵은 레퍼토리다. 도로 점거가 불법일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시민이 눈을 맞으며 밤을 지새우는 이유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도둑을 쫓고 있는데 무단횡단을 했다고 나무라는 꼴이다. 게다가 내란죄는 절도죄와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친중 혐오 프레임. 민주당이 외신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국민의힘이 친중 매체를 포함한 비밀 회동’이라고 했다. 안용현(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에서 “미국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하는 나라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는데 이재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이재명이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 그냥 셰셰(고마워) 하면 되지”라고 한 적 있다. 중국에 우호적이고 미국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도 보수 언론이 만든 프레임. 윤석열이 “중국인 3명이 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중국 정부가 항의하기도 했다. 간첩 혐의 사건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 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이라는 발언도 논란이 됐다. 윤석열은 한미동맹 강화, 윤석열이 탄핵당하면 한미동맹이 무너지고 친중 이재명이 등장한다는 프레임으로 혐중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프레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을 다들 기억하고 있지만 사실 이건 같은 질문에 같은 말로 답변한 것뿐이다. 2013년 10월21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확한 워딩은 다음과 같다. 정갑윤(당시 새누리당 의원): “이런 검찰 조직을 믿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나 정말 걱정됩니다. 하다못해 세간의 조폭보다 더 못한 조직입니다. 우리 증인은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 윤석열(당시 여주지청장): “예,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갑윤: “사랑합니까?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은 아니에요?” 윤석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오늘도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강준만(전북대 교수)은 “말의 원천을 따지자면, 정갑윤이 최초로 발언한 것이고, 윤석열은 이에 그대로 대답했을 뿐”이라며 “윤석열이 정갑윤에게 이 발언의 저작권료를 줘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갑윤이 말한 ‘사람’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퇴출당한 채동욱(전 검찰총장)이고 윤석열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할 때 ‘사람’은 황교안(당시 법무부 장관)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의 말은 진심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곧 정의라고 믿는 사람이니 채동욱이나 황교안 같은 ‘사람’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다. 정의의 심판자라는 프레임. 국민들이 윤석열의 실체를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툭하면 격노하고 한 시간 회의에 혼자 59분을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관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요구했고 이준석과 한동훈 등 여당 당 대표도 맘에 안 들면 찍어 누르거나 쫓아 보냈다. 윤석열의 충성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김건희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역사적 비극이다. 김건희의 일곱 간신들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막고 극우 유튜브의 세계로 이끌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절하지 못했다 프레임. 조국(전 법무부장관)은 딸 장학금 600만 원이 유죄였는데 김건희가 받은 300만 원짜리 디올 백은 제재 규정이 없다며 뭉갰다. “외국 회사 그 작은 파우치”라고 ‘쉴드’치던 박장범을 KBS 사장에 앉혔다. “박절하지 못해서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박절했든 안 했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라면 100만 원 이상 선물은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김건희는 처벌받지 않지만 윤석열에게는 신고 의무가 있다. 거침없이 휘두르던 법의 잣대를 스스로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다 프레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가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다른 공범들은 항소심 선고까지 끝났는데 김건희는 소환 조사 한 번 받지 않다가 지난해 7월 방문 조사 한 번 한 게 전부다. 검찰은 결국 김건희를 4년6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대선 때 TV 토론에서는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1차 조작 때 손실을 본 건 맞지만 2차 조작까지 합치면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한 번도 탈탈 털지 않았고 이제부터 털어야 한다. 부자 감세하면서 건전 재정한다는 프레임. 애초에 불가능한 프레임이었다. 3년 동안 깎아준 세금이 97조 원에 이른다. 낙수 효과는커녕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떡고물을 나눠 가졌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세수 펑크가 3년 동안 87조 원, 국가 채무는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돈을 풀고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윤석열은 건전 재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 지출을 틀어쥐었다. 내수가 죽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소비자 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소매 판매액 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노동자를 적으로, 노동 개혁이라는 가짜 프레임. 태생이 검찰 정권이라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가상의 적을 만들어 공격했다.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찍어 눌렀고 조합원 채용 요구를 문제 삼아 건설 노조를 ‘건폭’으로 낙인찍어 공격했다.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편승하는 악의적인 프레임 전략이다. 명백한 표적 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화물 노동자들은 자영업자에 가깝지만 안전운임을 적용하지 않으면 과속과 과적, 과로, 야간 운행이 늘고소득이 줄어든다. 안전운임을 다시 도입해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건설 노조가 채용에 관여했던 건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고 불법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줄이기 위한 노사 협의의 결과였다. 타워크레인 월례비도 연장 근로와 위험수당을 더한 개념이었다. ILO(국제노동기구)와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노조 활동을 탄압했다고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었던 2년 8개월. 윤석열이 집권 절반이 지난 시점에 폭주했던 건 결국 김건희 리스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가 한 명리학자를 만나 “저 감옥 가나요”라고 물었다는 게 2023년 12월이다.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됐고 디올백 사건으로 시끄럽던 무렵이다. 국민의힘은 총선에 참패했고 여론은 계속 악화했다. 급기야 지난해 9월 명태균 게이트가 터지면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범위가 계속 늘어났다. 노상원(전 정보사령관)이 롯데리아에서 문상호(당시 정보사령관) 등을 만나 회의를 했던 11월17일은 명태균이 구속된 이틀 뒤다. 11월24일 윤석열이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을 만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도 명태균을 언급했다고 한다. 명태균이 12월2일 윤석열 부부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황금폰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명태균이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탄핵된다”고 했던 말은 사실이 됐다. 명태균 구속은 11월17일 윤석열 탄핵 소추안 가결은 12월14일이었다. 윤석열은 명태균을 두 번 만난 게 전부라고 했지만 거짓말이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검찰 보고서에 따르면 명태균은 당원 명부를 빼돌려 여론 조사를 진행했고 윤석열에게 보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크다.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방향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명태균의 역할은 마치 킹메이커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명태균과 윤석열 부부의 대화에서 뭐가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프레임 뒤에 숨은 윤석열의 공포. 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은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직후 “윤석열은 두려움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평가한 적 있다. “과장된 어법과 끝없이 적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자신감이나 자긍심의 발로일 수 없고, 그저 내재한 여러 두려움에 대해 반사작용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강조했지만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피하려고 비상계엄으로 폭주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을 비판하면 반국가 세력이고 윤석열이 지키고 싶었던 건 국민의 자유와 행복이 아니라 김건희의 자유와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한남동 관저에 틀어박혀 온갖 핑계를 쏟아내고 있지만 핵심은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탄핵 심판을 미루거나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거나 이재명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가 나오는 등의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 전쟁, 어떻게 봐야 하나. 여전히 조선일보의 힘은 강력하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 감시와 비판의 사명이 있는데 어떤 언론은 플레이어로 뛴다. 킹메이커 역할을 하거나 판을 바꾸려 든다. 윤석열 탈출은 동아-중앙-조선이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동아일보는 이태원과 채 상병 사건 때부터 돌아섰고 중앙일보는 잼버리와 총선 패배 이후 차갑게 식었다. 조선일보는 비상계엄 이후에도 윤석열 비판보다는 프레임 세팅에 주력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면, 기사의 의도를 보고 한발 물러서서 큰 프레임을 봐야 한다. 결론: 위기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 언론인들은 개인의 편향을 지면에 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훈련받는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거나,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돼야 한다는 등은 가치 판단의 문제다. 반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언론의 책무다. 더 나은 사회로 가는 토론을 제안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홍원식(동덕여대 교수)이 이런 말을 했다. “혼란스러운 길에서는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거부하는 내란 세력과 이에 맞서는 세력 사이에 정치적 중립이란 건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12월3일 비상계엄이 명백한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논쟁과 토론의 영역이 아니라 “범죄에 반대한다”거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편적인 정의의 영역이다. 본질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해야 할 때다.
축소되는 인구, 패러다임을 바꾸다
‘인구’란 말은, 마치 누구나 땅에 발 딛고 살지만 정작 지구란 말을 들었을 때 잘 와 닿지 않는 것처럼 너무 거창하게, 때론 멀게 들립니다. 이 글을 읽는 스피커스 구독자 모두 지구촌 80억명 가운데 한 명, 대한민국 5천만명 가운데 하나이지만 집합적인 인구는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느 지역에 어떤 형편으로 살든지 인구는 나의 삶에 소리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비유하면 풍선의 바람 빠지는 소리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 인구는 감소라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입니다. 늘거나 줄거나 하지 않고 줄기만 하죠. 풍선이 수축하듯 우린 ‘축소되는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겨레가 주최한 열 다섯 번째 아시아미래포럼도 이 주제(‘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다뤘습니다. ‘축소사회’란 주제어는 도시 공학자인 앨런 말라흐의 책에서 따왔습니다. 미국 커뮤니티 프로그레스 센터 수석연구원인 그가 쓴 책 제목이 다소 깁니다. ‘축소되는 세계: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 그는 포럼에 참석해 언론인 손석희씨와 특별대담을 했습니다.😊 2024년 1월 앨런 말라흐의 책이 번역 소개되기 전, 그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통상 어디 소속돼 있는지가 어떤 사람의 능력과 권위를 뒷받침할 때가 많은데, 그가 수석연구원으로 있는 미국 커뮤니티 프로그레스 센터(CCP) 또한 낯설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체는 ‘도시 재생’을 돕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쉽게 말해 도시에 버려지거나 노후한 땅과 집, 건축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일을 합니다. 공간이 잉태하는 계층적, 인종적 불평등을 축소하는 것도 이 단체의 목표랍니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도시계획 전문가 말라흐의 경력이 인구 문제와 다소 동떨어져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람은 어딘가에서 살고 있습니다. 공간은 늘 그곳에 사는 사람의 문제와 맞닿아 있죠! ‘축소되는 세계’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사람이 없다면 도시가 무엇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사람이 바로 도시입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코리올라누스’에 나오는 호민관 시키니우스와 시민들 간 대화입니다.  말라흐는 고대 로마에서 21세기 대한민국까지, 전 세계 인구 변천사로 책의 첫 장을 시작합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우리가 사는 ‘공간’이 인구가 감소한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지속할 수 있으면서도 살기 좋은 곳이 될지 고민을 풀어놓습니다. 경제학자들이 경제란 틀로, 여성학자들이 젠더란 프리즘으로 인구 문제를 보듯 말라흐는 도시를 통해 인구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합니다. ① 축소되는 세계에 들어서다 말라흐가 대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보기 전, 그가 던져준 ‘축소 사회’란 통찰을 먼저 간단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줄어드는 인구가 빚어내는 세상의 온갖 변화를 압축해 표현해줍니다. 인구 문제에 접근하는 틀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생률 그리고 인구수, 고령화. 셋 다, 아이를 얼마나 낳느냐란 한 줄기에서 나오는 가지들입니다. 적게 나면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심해집니다. 인구가 늘 때나 줄 때나 우리에게 ‘포비아’(공포)로 다가옵니다. 나이 지긋한 구독자들은 맬서스의 ‘인구론’을 배우면서, 곧 지구가 넘쳐나는 사람으로 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했던 때를 기억할 겁니다. 그 파편으로 어릴 적 저 또한 방글라데시 다음으로 높은 인구 밀도에 대한 관심이 지나칠 정도로 컸습니다.  좁은 땅덩어리에 너무 많은 인구를 걱정하던 기억은 이제 잊힌 지 오래입니다. 젊은 구독자들께서는 반대로 요즘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는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자주 들었을 겁니다. 어느덧 인구가 줄다가 결국 나라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묵시록을 듣는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인구가 많든 적든, ‘문제’로 취급되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② 인구 감소로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인구가 줄면 어때? 또 늘어도 무슨 상관이야’, 그런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말라흐는 인구 문제를 그냥 놔둔 채 적응해 살자는 방관자가 아닙니다. 그가 손석희씨와 나눈 대담은 ‘축소되는 인구,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입니다. 인구가 줄면 세상이 바뀝니다. 좋은 점을 먼저 떠올릴 분도 분명 있을 겁니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저도 그렇고요. 사람이 줄면 지하철도 쾌적해지는 건 아닐까 기대할 수 있죠. 또 인구가 줄면 기후 위기를 촉발한 오염원도 줄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자 느끼는 일상의 작은 부분부터 공동체가 맞닥뜨린 심각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구가 줄면 분명 순기능도 있을 겁니다. 사실 인구가 줄면 얻게 될 순기능이란 것도 인구수를 줄여서가 아니라 다른 각도로 접근해 풀 수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왜 거의 모든 전문가가 인구 감소를 ‘인구 위기’로 표현할까요? 아이가 적게 태어나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요?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소아청소년과,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 학교에 이어 대학도 하나둘씩 줄어들겠죠. 1970년 한 해 태어난 아이가 100만 명인데 지난해 23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줄 겁니다. 줄어드는 인구로 소비할 사람이 적어지면 가게와 공장 그리고 일자리도 감소합니다. 빈집은 늘고 마을도 하나둘씩 사라지겠죠. 도미노처럼 말이죠. 줄어드는 인구는 시간의 문제일 뿐, 분명히 세상의 패러다임을 서서히 바꿔나갈 겁니다. ③ 아무리 해도 인구 감소를 되돌릴 순 없다 인구 위기에 맞서,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대응한다면 다시 인구가 늘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말라흐는 이런 ‘희망 고문’을 요새 말로 ‘직격’했습니다.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순 없겠지만, 어렵습니다.” 예산을 더 투입해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손석희씨의 대담 첫 질문에 대한 그의 답입니다. 나랏돈을 더 퍼붓더라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지난해 기준 0.74)을 확 끌어올릴 순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보탭니다. 출생률이 아주 낮은 한국과 같은 나라가 “어떤 전략을 쓰더라도 ‘대체 출산율’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체 출산율은 합계출산율(15~49살 여성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 TFR, 이하 출생률) 2.1명으로 현재 인구 규모가 유지되는 수준을 일컫습니다. 그는 비관론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현실주의자에 가깝습니다. 인구 문제를 그냥 놔두자는 게 아니라, 먼저 출생률을 끌어올려서 인구가 늘거나 유지되는 미래는 다시 오기 어렵다는 걸 현실로 인정하자는 겁니다. ④ 100년 뒤 인구는 얼마나 되길래 말라흐의 말을 좀 더 따라가기에 앞서 실제 인구는 앞으로 얼마나 될까요? 지금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출생률은 대체출산율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합니다. 인구는 이미 4년 전부터 줄기 시작했습니다. 100년 뒤면 지금의 대략 3분의 1수준인 200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즈음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살아계실 분은 아무도 없을 테니, 비현실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15년 뒤는 어떨까요? 그때 인구는 4천만명대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40년 뒤쯤 3천만명대, 70년 뒤에는 2천만명대로 확 줄어듭니다. 인구 구조도 크게 변화합니다. 40년쯤 지나면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이릅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노인입니다. 어쩌면 그때 ‘노인’의 정의를 바꿔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는 통계청의 예상(중위 추계)인데, 인구감소 속도가 좀 더 빠를 수도(저위 추계) 있고 반대로 늦을 수도(고위 추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속도가 크게 달라지거나 방향성을 바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말라흐가 주목하는 것도 변화의 방향이 아닌 “속도”입니다. 그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너무 드라마틱(가파르다)”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옛날 수준으로 인구를 늘리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인구 감소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관리 가능할까요? 달리 말해 어떻게 해야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을까요? ⑤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면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수리하라 그 ‘답’은 출생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대표되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가속한 원인이 뭔지를 알아야 합니다. 사실 저출생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 추세입니다. 말라흐는 도시화와 높아진 교육 수준, 여성 권리 확대 등으로 저출생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유독 한국의 낮은 출생률의 원인은 “(한국 사회의 독특한) 시스템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시스템은 또 뭘까요? 그는 정교하게 정의 내리지 않은 채 이렇게 풀어 말합니다. “많은 사람이 한국 내 사회, 경제, 젠더 현실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시스템은 사회 규범(생각이나 가치관)을 포함해 사회, 경제적 현실 전반을 뭉뚱그려 한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이러한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고 합니다. 그는 출생률을 대체출산율 수준으로 높이긴 어렵더라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지난해 일본 수준의 출생률(1.2)은 가능할 수 있다면서 “성 격차(Gender gap)와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담당하는 복잡한 역할들이 중요하다. 출생률을 1.2로 늘리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손봐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는 이슈 그리고 남녀 관계(성평등), 일과 가정의 균형 등 한국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일본 수준의 출생률도 회복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말라흐는 변화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봅니다. “사실 어느 나라든 사회, 경제적인 근본적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2차 세계대전이나 아니면 대공황 같은 커다란 사건이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 큰 ‘불행’ 없이 우리 사회가 애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도시 공학자의 시선에서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말라흐를 더욱 특별히 주목하게 만드는 건 그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구 감소 시대에 ‘뭐가 중헌디’라고 그에게 묻는다면 그는 주저 없이 인구의 양적 규모나 성장이 아닌 ‘삶의 질’이라고 답할 겁니다. 그는 포럼에 앞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담 중 손석희씨의 질문에도 그랬습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질이란 또 무엇일까요? 사실 설명하지 않더라도 구독자께서 짐작하실 겁니다. 동일하진 않겠지만 말라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삶의 질은) 다층적 개념이다.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말한다. 모든 연령층이 다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아동 친화적이면서도 노인 친화적이어야 한다. ‘기본적인 것’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어떤 사람들에겐 녹색 환경에 접근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겐 여가일 수 있다. 또 다른 이들에겐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될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삶의 질’은 그가 앞서 밝힌 시스템 변화의 결괏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스템의 변화에 시간이 필요하듯,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도 최소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겠죠. 아시아미래포럼 이틀 전 말라흐는 또 다른 포럼에서 강연했습니다. 고양시가 주최하는 세계도시포럼에서요. 이 포럼에서도 그는 자신이 쓴 책과 지난달 한겨레와 한 인터뷰 그리고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밝힌 생각의 궤적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도시포럼에서 그는 인구가 감소하는 저성장 시대에 경쟁은 지속가능한 장기 전략이 아닌 ‘제로섬 게임’(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는)이라며, 성장 없이도 도시가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방법으로 지역 자족 경제 확대, 역내 교육과 의료 서비스의 질 강화, 공공재와 편의시설 확충, 지역 주민의 참여와 관여 확대, 가족 및 어린이 친화적인 환경 조성 등을 예시로 들었죠. 사실 그가 도시의 ‘번영’을 말할 때마다 성장과 인구 증가, 확장의 개념 틀로 번영을 사용해온 우리에게 혼선을 끼칩니다. 그는 성장 없이도,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도시는 번영할 수 있다고 계속 강조해왔죠. 그가 말하는 번영하는 도시는 ‘매력적인 도시’, ‘삶의 질이 높은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등으로 표현됩니다. 손석희씨가 그와 대담을 이어가면서 인구가 감소하지만 번영하는 도시를 성장에 익숙한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느라 진땀을 흘린 것도, 어쩌면 우리의 머릿속에 박힌 번영에 대한 오래된 관념이 지배하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한국을 처음 방문한 말라흐는 어떻게 해야 출생률을 끌어올려 인구수를 늘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결혼해서 애를 낳아 키우기 힘들게 하는 팍팍한 사회를 보다 살기 좋게 만드는 쪽으로 우리의 시선을 돌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앨런 말라흐는 도시계획 전문가의 관점에서 인구감소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그는 한국의 극심한 저출산 현상을 사회 시스템의 문제로 진단하며, 특히 성평등과 일-가정 균형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인구 규모나 성장보다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인데요. 인구감소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 사회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었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데세바 ep.3] 국민 13.6% ‘경계선 지능인’ 추정, 초기 발굴을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할까요?
2024년 시민 데이터 액티비즘 프로젝트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의 참여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소개합니다. 공익데이터를 통해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해결을 시도한 7개의 프로젝트 소식을 확인해 보세요✨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2024 변화의시나리오 지원사업으로 진행했습니다. 국민 13.6% ‘경계선 지능인’ 추정, 초기 발굴을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할까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모서리 팀입니다. ‘모서리’란, (모)든 데이터를 (서)로에게 (이)롭게 활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함께일하는재단’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재단에서 지원하는 월 1회 사내 동호회 활동을 통해 모서리 팀원들과 함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왜 경계선 지능인을 주제로 선택했나요? 데이터 프로젝트 초기에는 ‘2030’ 세대로 이루어진 구성원들로 자연스럽게 청년 세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MZ세대의 다양성을 가시화하고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안하자’는 목표 아래 데이터 조사와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활동을 이어가며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이를 계기로 주제를 ‘청년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로 변경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IQ 2점 높다고 장애인 아니라니”…‘경계선 지능인’ 방치 | 뉴스A 위 영상에서 설명하듯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 70~85에 이르는 사람들로, 장애인과 달리 법령으로 구분 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일상생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 경계선 지능인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잘못된 인식 :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그들의 특성을 개인의 문제와 태도로 치부하여 사회적 낙인을 강화하기도 합니다. 넌 왜그래, 넌 게을러, 하기 싫으면 그만둬! 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경계선지능인은 학습된 무기력과 낮은 자존감으로, 따돌림을 당할 위험이 크고, 결여된 사회화로 고립 은둔 청년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경계선 지능에서 퇴행하여 지적 장애에 대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2) 연구 및 지원에 필요한 전수조사의 어려움 : 아직까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전수조사나 정확한 연구 조차 진행되지 않아, 경계선지능인 인구 조차 의심대상자로 언급 될 뿐 실제 인구와 차이가 있습니다. 의무 교육기관인 학교에서 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조기 진단을 하는 경우, 경계선지능인의 인지능력이 좋아질 수 있지만, 정상성이 강조되는 한국 사회에서 대상자를 가려내는것에도 큰 논란이 있는 현실입니다.    Q. 경계선 지능인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활동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인식 개선활동과 법률 보호의 필요성 현재 경계선 지능인을 명시하는 상위 법령 근거가 없어 ‘교육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포괄하는 평생교육 지원법 아래에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모서리팀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대상 특성과 시기에 맞는 발굴과 지원이 필요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경계선 지능인 바로알기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 바로알기, 프로젝트 소개  ▼ [노션페이지] 경계선 지능인 바로알기 이 노션페이지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 많은 사람이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본격적인 데이터 수집과정에서 2023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경계선지능인 실태보고서’(다운로드 가능)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경계선지능인의 실태와 욕구 등을 다룬 중요한 자료이지만, 보고서가 줄글 형태로 작성되어 있어 대중적으로 활용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는 이 보고서를 노션을 통해 재구성하여,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바로알기 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그 밑으로는 경계선지능인의 초기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내용과 실태현황, 조례 정보 등의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이중 태블로를 활용하여 실태 및 현황의 데이터를 시각화한 부분입니다. 빠띠의 추천으로 관련 전문가 분들과 여러번 멘토링을 진행하며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개념과 방법을 조언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각화를 통해 이 경계선지능인의 문제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모서리 프로젝트를 종료하며, 소감과 향후 계획은?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함께일하는재단의 소속 직원들로써는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계선 지능인의 자립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각자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결과 경계선지능인 당사자나 보호자의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경계선지능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경계선지능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던가, 지원사업을 운영하기는 어렵겠지만, 재단 직원들이 경계선 지능인이라는 대상의 특성을 이해함으로써 업무를 함에 있어 시야가 더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사내동아리 "함재 모서리" 활동을 통해 이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 프로젝트 기여자 - 시작한 사람들 : 함께일하는재단 - 정보, 영난, 지희, 재원, 소희, 진선 <데이터로 세상을 바꾸자> 프로젝트 글 모아보기 [데세바 ep.1] ☝🏼모든 것이 시작된 질문, 정책 안에 무엇이 있는데요? [데세바 ep.2] 누군가 나 대신 서울대 50대 남성을 대표자로 내세웠다면?! [데세바 ep.3] 국민 13.6% ‘경계선지능인’ 추정, 초기 발굴을 위한 시스템 마련 필요할까요? [데세바 ep.4] 더 퀴어롭고 젠더프리한 세상을 향해 🏳️‍🌈 [데세바 ep.5] 청년 불평등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데세바 ep.6] 존잘국회 : 우리 국회 존잘 찾기 [데세바 ep.7] 기후위기 시대에도 축제는 계속되어야 하니까!
데이터로 ‘더 나은 돌봄’을 상상하다! : 10월 돌봄 데이터톤 후기
돌봄과 데이터.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단어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바로 ‘관심 갖고 들여다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9월 ‘기후위기’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10월 데이터톤의 주제는 바로 ‘돌봄’입니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9월 데이터톤 후기가 궁금하다면  👉 여기서!) 각자도생의 시대입니다. ‘내 살 길은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담론이 팽배한 환경에서 ‘돌봄’은 미담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거나 혹은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갑니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나 필요한 돌봄. 이제는 더 나은 돌봄, 괜찮은 돌봄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10월 데이터톤에서는 데이터로 더 나은 돌봄을 함께 상상해보기로 했습니다. 돌봄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어요! 돌봄에도 많은 영역이 있습니다. 이날은 총 4가지 주제를 다뤄보기로 했는데요. 각 주제마다 내용 이해를 도울 호스트와 데이터 활동을 지원할 멘토가 함께했습니다. 첫 번째는 ‘돌봄시스템’입니다. 가장 폭넓으면서도 나머지 3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우리 사회에 어떤 돌봄시스템이 있고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 데이터 활동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없을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호스트로는 빠띠가, 멘토로는 갱님이 함께했어요. 두 번째 주제는 ‘아픈몸들’입니다. 보통은, 몸이 아프면 당사자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벗어나 ‘아파도 괜찮은 사회’와 ‘질병을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데이터와 함께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호스트로 ‘다른몸들’의 조한진희 대표님이, 멘토로는 최요한님이 함께했어요. 세 번째 주제는 ‘가족돌봄’입니다. 우리는 대개 돌봄의 책임 1순위를 가족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고립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가족돌봄은 강요된 희생일뿐입니다. 오늘 데이터톤에서는 가족돌봄을 하는 이들이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데이터를 모아보고 대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호스트로 돌봄청년커뮤니티 ‘N인분’ 우새롬 활동가가, 멘토로는 이근희님이 함께했어요. 마지막 네 번째 주제는 ‘돌봄노동자’입니다. 장애인돌봄, 아동돌봄, 노인돌봄 등 돌봄노동자들의 노동 실태 데이터를 살펴보고,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호스트로 노회찬재단의 이강준 사업기획실장님이, 멘토로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소장님이 함께했어요. ‘질문 - 내용학습 - 데이터 검색 - 시사점 찾기’로 이어지는 여정 희망하는 주제별 테이블에 자리 잡은 참가자들은 각자 평소에 가지고 있던 돌봄과 관련한 질문을 꺼냈습니다.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를 재검토해보고 싶습니다. 어디에 돌봄이 필요한지, 어디까지 사회적 돌봄인지 등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는 건강중심 사회인 것 같아요. 이와 관련한 문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데이터는 없을까요?” “평소 돌봄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다가, 가족이 다치면서 돌봄에 ‘연루’되었어요. 돌봄과 데이터라는 낯선 키워드가 어떻게 만나고 ‘연루’될 수 있을까요?” “돌봄노동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정신/노동상담 지원 제도는 얼마나 있을까요? 제도가 있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가능할까요?” - 참가자 질문 중 일부 발췌 이후 각 주제의 호스트가 내용 이해를 도울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찾아보고 싶은 자료를 공유하고, 활동을 제안해보기도 했습니다. 내용 학습을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질문에 맞춰 데이터를 찾아나갔습니다. 멘토들은 어떤 사이트에서 어떤 데이터를 찾으면 좋은지,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야 필요한 데이터를 잘 찾을 수 있는지 꿀팁을 전달하기도 했지요. 데이터를 모은 후에는, 각자 찾은 내용에 대한 시사점과 데이터를 활용해 해볼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짧게 핵심 내용을 공유합니다. “민간과 공공영역 돌봄서비스 플랫폼을 찾아봤습니다. 돌봄시스템과 서비스가 서울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략) 돌봄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가닿지 않은 형태로 되어있어요. 보통 방문신청을 해야하는데, 노인, 장애인 등은 보호자가 없으면 신청도 못합니다. 게다가 돌봄의 많은 영역이 시장화, 상업화 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는데요. 이런 구조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중략) 아기로 태어나서 노인으로 죽어가는 생애주기 속에서, 우리는 돌봄에 위탁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돌봄의 공공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 ‘돌봄시스템’ 주제 논의 내용 공유 중 “지역에 따라 기대수명이 다르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득, 자산규모’와 ‘건강, 기대수명’의 뚜렷한 상관관계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중대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의 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육체노동이 많거나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면 운동하기 어렵고 건강한 음식을 먹기도 힘들어요. 게다가 열심히 운동하면 누구나 건강할 수 있는 믿음이 올바를까요? 열심히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일까요?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질병은 개인의 문제로 보기 어렵고 사회의 문제이며 모두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서 국가에 더 많은 돌봄을 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 ‘아픈몸들’ 주제 논의 내용 공유 중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모두 어느정도씩 가족돌봄에 기여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는데요. 이들은 보통 자신이 가족돌봄을 하고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더라도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정의나 합의가 내려져 있지 않고, 정량적 데이터 자체가 전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의 가족돌봄휴가 사용률이 저조한 부분에서는, 가족돌봄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돌봄의 부담이 가족 내 구성원에게만 지워지면 가족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으로는 지역공동체 등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 ‘가족돌봄’ 주제 논의 내용 공유 중 “저희는 돌봄노동 관련 데이터로 문제 정의를 구체화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돌봄노동자 현황과 처우 관련 데이터(직군별 휴게 시간과 사용현황, 돌봄노동자의 업무중단 사유 등), 연구보고서, 조례 등을 찾아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관련 제도를 살펴보고, 소외된 돌봄노동 영역은 없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돌봄노동에서도 시설노동과 재가돌봄은 차이가 있는데요. 재가돌봄 노동자는 여성이 많아 성폭력 문제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돌봄노동 관련 제도도 찾아보았는데요. 노인요양 관련 법률이 많았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통의 과제를 도출했는데요. 저희의 후속과제는 ‘돌봄노동자를 위한 돌봄, 돌봄노동자의 안전 확보 방안을 어떻게 모색해볼 수 있을까?’입니다. 이를 위해 현황, 제도 정책 등을 국내외에서 좀 더 찾아보고 민간과 공공의 차이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돌봄노동자’ 주제 논의 내용 공유 중 사실 ‘돌봄’이라는 주제로 데이터톤을 기획하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개별사례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로 모으고 연결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참가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량적 접근보다는 정성적 접근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후속 작업을 이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관련 소식도 계속 전해드릴게요. 참, 11월에는 데.세. 바 프로젝트의 주제들로 데이터톤이 진행되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11월 데이터톤 후기 보기) 글 : 소이 (빠띠 협력가)
임팩트 조직을 위한 데이터 프로젝트 설계와 실행 전략
[스터디 노트4]  임팩트 조직을 위한 데이터 프로젝트 설계와 실행 전략 : DataKind의 사례  빠띠는 ‘데이터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공익데이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파트너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공익을 위한 데이터 활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새로운 인공지능 서비스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왜 사회문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스터디는 기술과 사회혁신 두 분야에서 연구 및 국제협력 경력을 보유한 김정원 박사의 발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며, 데이터와 시민의 역량, 데이터 액티비즘의 개념, 그리고 데이터의 생산, 관리, 공유를 둘러싼 거버넌스 유형 등 국내외 인공지능과 데이터 관련 주요 이슈를 다룹니다. 스터디를 통해 얻은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더 많은 분들과 나눔으로써 공익데이터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네 줄 요약  DataKind의 활동은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이 기술 도구를 넘어 사회적 문제 해결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 협력이 데이터의 실질적인 활용과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소이다.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윤리적 고려, 특히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포함하는 것이 데이터 프로젝트의 성공과 사회적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데이터 프로젝트가 임팩트를 창출하려면 조직의 데이터 성숙도가 필요하며, 특히, 리더십이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갖출 때, 장기적인 임팩트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데이터카인드(DataKind)라는 단체는? https://www.datakind.org/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데이터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를 비영리 단체와 연결하여 데이터 활동 기반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조직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등 7개 도시에  사무소를 운영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3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활동하고 있음.   데이터카인드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유형 데이터다이브(DataDive): 주말 동안 집중 진행되는 단기 프로젝트로,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다양한 참여자가 모여 특정 이슈에 대한 솔루션을 개발   데이터코프(DataCorps): 장기적이고 심층적인 프로젝트로, 전문가 그룹이 수개월에 걸쳐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 솔루션을 개발 데이터인어데이(Data in a Day): 하루 동안 진행되는 집중 워크숍으로 비영리 단체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습 교육 프로그램: 비영리 단체를 위한 데이터 리터러시, 인공지능, 머신러닝에 관한 교육을 제공  데이터카인드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의료 접근성 개선: 라이더스포헬스(Riders for Health)와 협업하여 의료 샘플을 운송하는 시간을 기존 60일에서 하루로 단축하여 지역의 의료 서비스 제공 속도를 개선함.  인종간 경제적 격차 해소: 블랙웰스데이터센터(Black Wealth Data Center)와 함께 인종 간 경제적 격차를 분석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정책 개선을 이루어냄.    화재 사망률 감소: 홈파이어리스크맵(Home Fire Risk Map)을 개발하여 화재 위험이 높은 지역을 식별하고, 90만 건의 가정 안전 점검을 사전에 실시함.  데이터카인드의 데이터 활동에서 주목할 점!  다양한 자원봉사자 활용: 특정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실제 프로젝트 진행에 중요한 역할로 자원봉사자를 참여시킴. 직원은 조직 운영과 홍보를 담당하는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조직역량을 관리함.  데이터 프로젝트의 진행 노하우: 역할 분담과 자원봉사자 참여 방식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보유함.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 데이터 프로젝트의 윤리적 고려 사항으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요소를 고려 및 적용하고 있음.     데이터카인드의 체계적인 프로젝트 프로세스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효과성을 높이고, 과정 및 데이터의 윤리적 고려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여 지속가능한 임팩트를 창출하고자 함. 이 프로세스는 ‘발굴, 디자인, 준비, 실행, 공유, 평가’의 6단계로 진행됨.  단계1: 발굴) 문제 정의와 데이터 성숙도 평가를 통해 사회적 문제 해결 가능성 탐색  데이터를 통한 사회적 문제 해결 가능성 탐색: 파트너 단체와 협력할 데이터 프로젝트 기회를 모색하고, 단체가 제공하고자 하는 데이터가 분석을 통해 어떤 공익적 가치,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을지 판단(왜 데이터 프로젝트가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 임팩트 지도(Impact Map) 활용 임팩트지도란? 데이터 프로젝트에 적합한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도구로, 조직의 미션과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일치시키기 위한 단계적인 사고 과정을 지원함.  목표설정(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적 문제나 변화를 정의하는 단계)→행동 변화 유도(임팩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의 변화가 필요한가?) → 근거 분석(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분석되고, 그 분석 결과가 행동 변화의 근거로 활용될 것인가?) → 데이터 분석(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필요 데이터 정의)  임팩트지도의 과정을 개발도상국 마이크로렌딩 프로젝트에 적용해본 예시(출처: Drafting Impact Maps and Project Statements, 김정원 재정리)   협업 검토: 프로젝트의 필요성, 잠재적 영향력, 실현 가능성, 윤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협업 단체의 데이터 활용/성숙도를 평가 데이터 성숙도 평가 지표 활용: 데이터 오차드(Data Orchard)에서 비영리 조직의 데이터 성숙도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 및 체크리스트 개발 ‘활용, 데이터, 분석, 리더십, 문화, 도구, 역량’이라는 7가지 주요 주제에 따라 세부 질문 항목에 대해 정도를 ‘광범위하게 / 중간 정도로 / 약간 / 전혀 / 모름 / 해당 사항 없음’의 척도로 측정  (출처: 데이터 오차드의 데이터 성숙도 프레임워크를 참고하여 김정원 정리) 데이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자 하는 조직이 고려해야 할 사항  데이터카인드의 활동을 통해 데이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는 조직이 갖춰야 할 요소를 확인할 수 있음. 특히 리더십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다음과 같은 요소가 필요함.  데이터에 투자: 조직 의사결정자들은 단순히 그들의 의제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동의해야 함. 자원봉사의 가치 존중: 다양한 참여자(데이터 과학자, 자원봉사자)들의 작업을 신뢰하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일할 때 요구되는 유연성을 이해해야 함. 프로젝트 구현을 위한 지원 의지: 리더십 전략과 자원 할당이 프로젝트의 목표와 일치해야 함.  혁신을 추구하는 관점: 좋은 결정을 내리고 기술 도구가 실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보에 기반한 관점을 갖고 있어야 함.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에 관한 가치 일치: 프로젝트 과정과 결과물에서 DEI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해야 함.   단계2: 디자인)프로젝트의 목표 및 방향성 설정  데이터 보안과 윤리적 평가를 기반으로 목표 설정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및 도구 (도구를 클릭하면 관련 자료로 이동) 데이터 윤리 캔버스(Data Ethics Canvas, ODI) 윤리적 데이터 자체 평가 도구 및 가이드(Ethics Self-Assessment Tool and guidance, UK Statistics Authority)  데이터 윤리 프레임워크(Data Ethics Framework, 영국 정부)  데이터 공유를 위한 윤리 및 법적 가이드라인(Ethical and Legal Guidelines in Data Sharing, UK Data Service)  데이터 윤리 역량을 위한 권고(Recommendations for Data Ethics Capabilities, London Office for Technology & Innovation) 단계3: 준비) 팀 구성 및 필요한 기술적 인프라 구축   팀 구성: 전문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여 팀 구성. 데이터 과학자, 개발자, 디자이너, 해당 사회이슈 전문가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  역할 분담 및 소통: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을 통해 팀의 역할을 분담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채널 개설 단계4: 실행)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피드백을 받아 최종 모델을 완성   최소기능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를 개발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 프로토타입 설계 및 개발, 피드백 수집 및 반영 지속적 피드백 반영: 지속적인 피드백 과정을 거치며 프로토타입을 개선. 이 과정에서 윤리적 고려사항을 점검하여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방지함.  최종 모델 완성 및 전달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최종 모델 완성 프로젝트 성과 및 과정을 문서화하여, 파트너 단체에 지식을 이전함. 이는 프로젝트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함.  단계5: 평가 및 공유) 결과물을 파트너와 공유하고, 성과를 평가하여 개선점 도출   성과 평가: 프로젝트 종료 후 창출된 임팩트를 모니터링하고 평가(3~24개월) 개선점 도출: 프로젝트 임팩트를 평가하고, 학습 내용을 정리하여 향후 개선 방안을 도출. 이 내용은 추후 데이터카인드 활동에도 반영함.    데이터카인드를 통해 살펴본 공익 데이터 프로젝트 실행의 포인트  [포인트1] 데이터 활동을 왜 해야 할까? 데이터 활동의 필요성 이해하기  파트너 조직이 직면한 문제를 명확히 이해 조직이 보유한 데이터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탐색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솔루션 브레인스토밍 실행  [포인트2] 데이터 활용의 윤리적 측면을 단계마다 점검하기  데이터카인드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검토 요소는 데이터 윤리 관련 요소임.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윤리적 사항을 검토  프로젝트에 활용되는 데이터의 사용이 공정한가?  개인정보가 적절히 보호되고 있는가?  알고리즘의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한가?  데이터 자체에 잠재적인 편향성이 있는가? 프로젝트의 솔루션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가?  [포인트3] 데이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  문제 해결보다 ‘문제 발견'이 더 어려울 수 있으며 문제 정의를 위한 ‘변화 이론'과 ‘임팩트 지도'를 활용하는 등 도구를 활용해 객관적 검증 실행  데이터카인드와 협력할 때, 파트너 조직의 리더십이 자원봉사의 힘과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과 연결 기술 솔루션 개발 시 인간 중심의 디자인과 최종 사용자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함.  ‘누가' 결과물을 사용할 것인지 고려하여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예: 웹페이지, 대시보드, 앱과 같은 다양한 형태 고려)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통해 프로젝트의 성공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    함께 생각해봐요. 모든 비영리 단체가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인프라나 자원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접근성의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데이터는 편향되거나 윤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프로젝트에서 예기치 못한 편향이나 윤리적 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까요?  공익을 위한 데이터 프로젝트가 더 활성화되려면, 어떤 지원과 기반이 필요할까요?    정리: 박아영 빠띠 협력가(ahyoung@parti.coop)본 내용은 김정원 박사가 진행한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 스터디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 접근 권한과 활용 방식을 결정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스터디 노트3] 데이터 접근 권한과 활용 방식을 결정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빠띠는 ‘데이터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공익데이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파트너와 이해관계자와 협력하여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공익을 위한 데이터 활동이 무엇인지, 그리고 새로운 인공지능 서비스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시대에 왜 사회문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빠띠는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라는 주제로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스터디는 기술과 사회혁신 두 분야에서 연구 및 국제협력 경력을 보유한 김정원 박사의 발제로 총 4회에 걸쳐 진행되며, 데이터와 시민의 역량, 데이터 액티비즘의 개념, 그리고 데이터의 생산, 관리, 공유를 둘러싼 거버넌스 유형 등 국내외 인공지능과 데이터 관련 주요 이슈를 다룹니다. 스터디를 통해 얻은 핵심 내용을 요약하여 더 많은 분들과 나눔으로써 공익데이터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네 줄 요약  빅테크 기업의 독점화와 함께 개인 정보와 데이터 권리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법적 이슈를 다루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 중개 모델이 필요하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관리 방식을 규정하며, 소유 주체와 활용 방식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다.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 중, 데이터 신탁과 협동조합은 빅테크 기업 중심의 데이터 소유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개인의 데이터 권리보호와 데이터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제안된 모델이다.    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한가?  매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수집되고, 분석되어 일상생활, 비즈니스 결정, 정책 수립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 이와 함께 ‘데이터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중요해지면서 데이터 거버넌스 개념이 등장함.  데이터는 접근성과 규모, 사용 가능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함. 비공개 데이터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까지 다양하며, 그리고 이 두 범주 사이에도 여러 형태의 데이터가 있음. 이러한 다양성으로 인해 데이터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다른 관리 방식이 필요함. (이미지 출처: Open Data Institute) 데이터 공유에 있어서 당면한 과제  데이터 공유에 따른 인센티브 부족: 데이터 보유자와 이용자 간 이해관계 차이로 인해 데이터 공유가 무의미해지며, 공유에 소용되는 비용에 비해 얻는 인센티브가 적음.  전문 지식 부족: 데이터 보유자는 데이터의 유용성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데이터 이용자는 어떤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움. 비즈니스/윤리/브랜드 명성에 위험: 데이터를 비윤리적으로 사용할 경우, 비즈니스 신뢰와 브랜드 명성이 위험해질 수 있음. 법규 준수: 개인정보보호 및 지적재산권 관련 법규를 위반할 우려로 인해 데이터 공유 자체를 포기할 수 있음.  데이터 접근 및 공유 비용: 데이터 공유를 위한 인프라 구축, 데이터 표준 마련, 과도한 데이터 접근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 공공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활용할 기회 상실: 데이터 공유가 활발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나 사회적 이익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수 있음.    데이터 중개자라는 새로운 역할의 등장  데이터의 복잡성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의 수집, 관리, 공유, 활용을 돕는 중간자로서 '데이터 중개자'라는 새로운 역할이 중요해짐.  데이터 중개모델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데이터 활용과 유통을 촉진하여 가치를 극대화하면서도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함. 다양한 데이터 중개모델 유형 데이터 교환(Data Exchange): 데이터 거래소를 통한 데이터 이동, 교환을 촉진하는 플랫폼(예: AWS Data Exchange,Databroker DAO, Streamr) 데이터 관리자(Data Custodian): 민감한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는 시스템(예: Open Safely, Genomics England, Open Banking Pensions Dashboard) 산업별 데이터 플랫폼: 특정 산업 내 데이터 공유를 위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예: APROCONE(Advanced Product Analysis Environment), MK Data Hub)  데이터 협업(Data Collaborative): 데이터 공유와 협력을 통해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는 모델(예: GovLab 데이터 협업, SharedStreets, BrightHive) 개인정보관리 시스템(PIMS): 데이터 주체가 개인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관리할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예: digi.me, Solid) 데이터 신탁(Data Trust): 신탁법에 근거하여 데이터 접근과 사용을 관리하며, 데이터 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신뢰 기반의 중개 모델(예: Data Trust UK, Open Corporate, Food Data Trust, Jersey Cycle Data Trust) 데이터 협동조합(Data Cooperative): 데이터 생산자들이 모여 데이터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협동조합 모델(예: Manchester Data Coop, Drivers’ Seat, Salus Coop, MIDATA)    데이터 거버넌스는 데이터 공유 및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과 관련이 있다.  현재 대부분의 데이터는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에 의해 수집되고 관리되고 있음. 일반적으로 개인은 이러한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게 되며, 그 결과 기업은 방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를 보유하게 됨.  이러한 모델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상실하고, 데이터의 가치가 소수의 기업에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함.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경제 모델을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사용자는 플랫폼의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개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플랫폼은 이를 광고 수익으로 연결하는 구조. 데이터를 통한 타겟팅된 광고료가 빅테크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 됨.(참조: Mills, S. (2020), “Who owns the Future? Data Trusts, Data Commons and the Future of Data Ownership”)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의 접근과 활용 조건을 명확히 하고, 데이터를 집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이 제안되고 있음. 데이터 거버넌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 데이터에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어떤 조건하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 활용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  데이터 생성자와 이용자 간의 이해관계 차이와 관련 기술 및 법규 관련 지식의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를 가진 중재자의 필요성  데이터 이용 시 법규 준수 여부를 관리하고, 데이터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 구조를 마련하는 것의 중요성  이와 관련하여 주목받는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로는 데이터 신탁과 데이터 협동조합이 있음. 이 두 모델 모두 개인 데이터 보호와 데이터 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음.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로서 데이터 신탁 vs. 협동조합   데이터 신탁/협동조합의 기본 구조 (참조: Mills, S. (2020), “Who owns the Future? Data Trusts, Data Commons and the Future of Data Ownership”)   데이터 신탁 데이터 협동조합 조직형태 신탁법에 기반한 신뢰할 만한 데이터 중개 서비스 모델 법적 조직으로 정관에 의해 거버넌스 체계가 정의되는 협동조합 모델 의사결정 구조  신탁법에 의거하여 다수의 위탁자(데이터 생성자/제공자) 집단이 자신의 데이터 권리를 수탁자(데이터 중개서비스)가 행사할 수 있도록 위임 데이터 권리행사의 주체인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며, 1인 1표의 투표로 집단적 의사결정 운영비 조달 방안 공공자금, 민간재단 지원기금, 데이터 이용료 조합원의 출자금, 데이터 이용료 또는 기타 수익 모델을 통한 자금 충당 데이터 자산 수탁자의 가입 및 탈퇴에 따라 데이터 규모가 변동됨  조합원의 가입과 탈퇴에 따라 데이터 규모가 변동됨  4-1. 데이터 신탁(Data Trust) 데이터 신탁은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소유하는 그룹(이하, 위탁자)이 수탁자와 계약을 맺어, 데이터 사용의 범위와 목적을 명확히 정하는 데이터 관리 모델  예를 들어, 다수의 개인이 데이터 신탁을 만들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공공 의료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음. 수탁자는 목적에 맞도록 데이터의 안전한 이용을 보장하는 데이터 전문가나 변호사가 포함된 그룹이 될 수 있음. 데이터 신탁의 구조           위탁자와 수탁자 간의 계약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한 번 계약이 체결되면 위탁자가 추가적인 동의 없이도 명시된 범위 내에서 데이터 활용을 결정할 수 있음.  데이터 신탁의 주요 특징   독립적 거버넌스: 수탁자는 독립적인 판단을 통해 위탁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결정을 내림  명확한 목적과 수혜자 설정: 데이터의 사용 목적과 사용에 따른 이익을 받을 대상이 명확히 정의됨   투명성과 책임성: 수탁자의 모든 결정과 행동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이에 따른 책임을 짐.  데이터 신탁의 장점 데이터 비전문가도 자신의 데이터를 공익적 목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하면서 체계적으로 데이터 집단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음.   데이터의 독립적 운영을 통해 개인의 데이터 보호를 강화할 수 있음.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할 경우, 수탁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이를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음. [참고] 영국과 한국의 신탁법 영국의 신탁법은 광범위한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틀을 제공해 데이터와 같은 비전통적 자산도 신탁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으나, 한국의 신탁법은 주로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에 한정되어 있어 신탁의 적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    4-2. 데이터 협동조합  전통적인 협동조합의 원리를 데이터 분야에 적용한 모델로, 데이터 생산자들이 모여 데이터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그 가치를 공유함. 데이터 협동조합의 핵심 요소는 커뮤니티와 조합원으로, 조합원은 데이터 생성자, 이용자, 수집자일 수 있음.  [관련 사례] MIDATA 협동조합  2015년 스위스 ETH 취리히와 베른대 연구팀이 설립한 데이터 협동조합으로 개인이 자신의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의료 연구나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할 수 있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제공함.  특징 사례) 돌봄 간호사의 감정, 스트레스 수위 측정 앱, 인지기능 데이터 측정앱, 알레르기 증상 모니터링 앱 등  개인이 MIDATA 플랫폼에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저장하고, 연구 프로젝트나 관련 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 여부 결정이 가능 조합원들은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 거버넌스 구조. 총회를 통해 데이터 사용의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고, 데이터 활용이 공익을 위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호 유럽의 GDPR(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여 데이터 주체가 언제든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 이동,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외부 접근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 운영. 건강 관련 앱 개발이나 연구 프로젝트에서 관련 개인 건강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여 의료 연구를 지원하며 건강 데이터를 통한 공익을 창출함  비영리 구조로 운영되며, 데이터 이용에 따른 수익은 조합의 운영비로 사용  데이터 협동조합의 구성 요소  조합원 커뮤니티: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수집하고 공동의 활용 모교를 설정하는 커뮤니티로, 데이터 생성자, 수집자, 이용자 등으로 다양한 역할로 구성됨.   목표 및 조합원 혜택: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설정한 데이터 관리와 활용 목표를 바탕으로 조합원에게 돌아갈 혜택도 직접 결정함. 데이터 관리 공유 정책: 데이터의 관리와 공유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며, 점검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함.  데이터 플랫폼: 조합원이 직접 데이터 제공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며, 데이터 보안 및 안전한 공유를 보장해야 함.  비즈니스 모델: 협동조합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필요   데이터 협동조합의 특징  조합원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므로 조합원의 수에 따라 데이터 규모가 변동함. 조합원 규모가 클수록 더 가치있고 의미있는 데이터셋 확보가 가능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함. 공동의 데이터 관리 및 활용에 대한 의사 결정이 조합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1인 1표 원칙에 따른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짐.  조합원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조정과 합의 도출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협의 과정이 필수적임.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의 난이도가 높은 편임.  데이터 협동조합의 도전과제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거버넌스 모델이지만, 1인 1표의 원칙, 조합원의 공동의 의사결정과 같은 협동조합 운영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 데이터 활용 및 협동조합 운영 과정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논의가 길어지거나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음.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조합원 확보와 유의미한 참여율을 유지해야 하며, 데이터의 가치 생성을 위해 조합원 규모도 중요함.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빠띠의 데이터트러스트  공익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빠띠는 이에 주목하여, 특정 플랫폼이 데이터 독점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아닌, 공익 단체, 공공 기관, 시민, 연구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공익 데이터를 생산, 관리, 공유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공익 데이터 생태계 생태계 차원에서 시민과 공익 섹터 데이터 필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역량 있는 데이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데이터 신탁 사업을 추진하는 데이터트러스트 플랫폼을 구축하였습니다. 공익 데이터 생산, 관리, 유통을 위탁 받아 수행하는 플랫폼에서 ‘시민 데이터 실험실'과 ‘공익 데이터 작업실'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통해 공익 단체는 자신들의 이슈를 확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마련하고, 개인 및 단체는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문제 해결, 연구, 활동 등에 협력할 수 있으며, 함께 공익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국내 법적, 데이터 시장 상황에서 데이터 공유 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을 구현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요?  어떤 조건과 인프라가 필요한가요?   정리 : 박아영 빠띠 협력가(ahyoung@parti.coop)*본 내용은 김정원 박사가 진행한 ‘인공지능 시대, 데이터 액티비즘과 거버넌스' 스터디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