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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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이야기 참여자 _ 카부기공제회 소속 53세 남성 회원
자영업하면서 투잡으로 대리운전하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처음 시작한 건 2003년인데, 계속해서 투잡 형식으로 해 왔기 때문에 전업으로 대리운전을 한 건 총 합해봐야 4년도 채 안 될 겁니다. 첫 사업에 실패하고 나서 대리운전 시작했는데, 온전히 대리운전만 한 건 아니고, 중간에 계속 사업을 병행했어요. 지금도 작년부터 카센터 자그마한 거 하고 있고요. 그래도 대리운전은 계속 했죠. 사업이라는 게 수입이 둘쭉날쭉 하잖아요, 벌이가 시원찮아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하니까 그럴 때는 밤에 투잡으로 대리운전해서 월급 맞춰 주고 그랬죠. 하루종일 일하는 거죠. 어차피 투잡을 한다는 거 자체가 잠자는 시간 빼고 다 일하는 거니까.
제가 처음 시작하던 2003년에는 대리운전이 나름 괜찮았어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호황이었다고 봐야지. 제가 김해시에 살고 있는데, 그때는 현찰이 바로바로 들어왔어요. 당시에도 업체가 있긴 했지만, 프로그램 사용료나 보험료 이런 건 회사가 다 부담해줬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하면 하는 만큼 벌 수 있었어요. 근데 대기업 플랫폼들이 들어오면서부터 기사들한테 보험료를 부담시키고 프로그램 사용료 부담시키면서 더 어려워진 거죠. 게다가 물가는 10배가 올랐는데, 대리운전 요금은 그때나 지금이 같으니까, 점점 안 좋아질 수 밖에요.
이래저래 대기업의 횡포가 심해져도 대리기사는 혼자 하다 보니까 싸울 수가 없어요. 센터나 플랫폼, 지금 카카오도 티맵도 분쟁이 일어나면 자기들은 빠집니다. 플랫폼 기업은 오로지 수수료하고 자기들 이익만 취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은 하나도 안 진다는 거죠. 그게 제일 문제죠. 처음에 노조 가입할 때도 대리기사들이 이런 식으로 대우받고 일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했는데, 생각보다 바뀌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지치고, 활동도 흐지부지되고 하다가 자연스럽게 탈퇴가 돼버렸어요.
카부키는 공제회 전에 밴드가 먼저 있었어요. 어쨌든 대리기사들끼리 모여서 뭐라도 좀 좋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그러다가 2년 전인가 연말에 평소 따르는 형님이 있는데, 그러시더라고요. “공제회 한 번 해 보면 어떻겠노?” 노조도 좋지만 당장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먼저 해보자고요. 그래가지고 21년 10월, 11월쯤부터 회원을 모아서 99명으로 12월 달에 공제회를 설립을 했는데, 저희가 돈이 없잖아요. 외부 지원도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되는 사람부터 회비를 1년 치 선납하거나 50만 원씩 먼저 내놓고 어떤 분은 100만 원 내놓고 해서 초기자본금 300만원 가지고 시작했죠. 사실, 저는 하면서도 회의적이었어요. 워낙 조직 기반이 연약하니까.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용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게 풀빵을 만나서 이제 좀 단단해졌달까.
아무래도 풀빵은 전국적인 조직이고 전태일재단 같은 일반시민들이 다 아는 단체와 연결돼 있잖아요. 딱 ‘전태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근데 저희는 카부키공제회라고 하면 모르거든요. 풀빵 덕분에 신뢰도가 확 올라가는 거죠. 그 뿐이 아니라 자동으로 홍보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명절 선물이라든지 특히 소액대출, 비상금고 이런 건 저희들이 풀빵 도움 없이는 할 수 없잖아요. 급한데 대출받을 수 있다, 비상금고 9회 납입하면 10만원 더 준다, 그게 얼마나 조건이 좋아요. 그런 상품 덕분에 많이 가입했죠. 대리기사들이 은행권에 가면 대출이 전혀 안 돼요. 저도 자영업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은행가면 대접을 못 받습니다. 문턱이 높아요. 그래서 사채를 쓰는 건데, 저도 소액대출 받았을 때, 진짜 고마웠어요. 소중하게 요긴하게 잘 썼습니다.
대형 1급 정비공장 하나 내는 게 제 꿈인데요, 진짜 그게 성공해서 더 이상 대리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카부키공제회에는 계속 남아 있을 겁니다. 풀빵도 마찬가지고. 왜냐하면 혜택은 차치하고 이 대리운전 기사들 처우나 환경이 좀 개선 돼야 하거든요. 제가 안 해도 그거 될 때까지 남아 있을 겁니다. 카부기공제회든 풀빵이든 다 취지나 목적이 다 좋잖아요. 같이 성장을 해서 서로 좋은 방향으로 도움이 되는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제 바람은 딱 그거 한 가지입니다.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코멘트
1풀빵이라는 큰 우산 아래에 다른 여러 단위들이 함께할 수 있게 되어서 좋네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