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202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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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좋은 삶’을 만들어갑니다.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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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여자 _ 전국민주여성노동조합 소속 59세 여성 회원

서울 메트로 환경에서 청소 업무 맡고 있고요, 창동역에서 근무해요. 야간에 역사 순회하면서 청소하는 거죠. 주간은 2교대로 낮, 밤 이렇게 돌아가고 야간은 전담으로 하는데, 나는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하는 야간을 전담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야간은 사람들이 있을 때 못하는 청소, 이를테면 물청소 같은 걸 해요. 사람 있는 낮에 바닥 물청소를 할 수 없으니까. 출근해서 먼저 역사 순회하면서 청소하고 물청소 준비를 하죠. 화장실 물청소는 매일 하고 역사 계단 같은 경우는 매일은 안 하고. 이렇게 작업을 마치는 시간이 대략 한 새벽 3시 반쯤 되는데, 좀 씻고 쉬고 나서 5시가 되면 마지막 순회 청소를 나가요. 그렇게 마치고 오면 5시 40분, 이제 정리하고 옷 갈아입고 퇴근하는 거죠. 힘든 거요? 어딜 가나 사람이 힘들지 일 고된 건 안 힘들어요. 그래서 나는 사람 별로 없는 야간조가 딱 맞다니까요.

2018년부터 일했으니까, 지금 6년 째네요. 어쩌다 보니 민주여성노조 지부장도 하고 있고요. 1, 2, 3, 4호선 지부장입니다. 이거 하기 전에는 군인들 마크나 명찰 만드는 일을 했어요. 견장 같은 거. 하사 계급장도 하고 일등병 이등병 계급장도 만들고. 소요산 쪽에 있는 업체였는데, 수의 계약 방식으로 일하는 곳이었거든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나중에 입찰방식으로 바뀌고 나니까 입찰도 잘 안되고 운영이 힘들어져서 문을 닫았어요. 나도 일자리를 잃게 된 거지. 그때가 한 15년을 일했을 때였는데, 마침 남편도 퇴직을 한 거예요. 그러니까 건강보험 자격이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험료가 엄청나게 오르더라고요. 이거 안 되겠다, 나라도 4대 보험이 되는 데를 들어가야지 싶어서 찾고 찾은 게 여기까지 온 거죠. 

우리 딸 결혼할 때, 그때 여성노조위원장님이 나보고 지부장을 좀 맡아달라고 하면서 찾아왔어요. 그러면서 풀빵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90만 원 넣으면 100만 원 되는 비상금고가 있대요. 일단 풀빵 취지가 좋잖아요. 돈도 돈이지만 이걸 함으로써 서로 결속력이 강해진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소액대출 그것도 사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급할 때 굉장히 요긴하거든요. 제주도에 사는 내 동생이 다쳐서 6개월 입원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뭔가 보탬이 좀 되고 싶은데 돈도 마땅찮아서 고민하는데 풀빵 소액 대출이 딱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도와준 적이 있다니까. 비상금고랑 대출, 이 상품을 제일 좋아하더라고요. 나도 그랬고. 

사실, 내가 4대 보험이 되는 정규직이잖아요. 굳이 어떻게든 마련하자면 마련할 수가 있었겠죠. 근데, 내가 풀빵이 좋다고 하는 거는 첫째 이자가 싸고, 둘째 절차와 조건이 간편하다는 거? 교육만 받으면 바로 되잖아요. 그리고 명절선물은 정말 좋았어요. 총 2번 받았는데, 처음에 받았던 그 굴이 진짜 압권이었어요. 정말 좋았어. 두 번째 온 거도 잘 먹긴 했는데, 나는 그 굴이 진짜 좋았어요. 집에서 너무 잘 먹었어요. 근데 이익을 따지지 않고 그런 선물을 준다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우리가 내는 공제회비가 6천 원, 진짜 적은 돈이잖아요. 그걸로 입원수당이며 뭐며 막 혜택을 주면서 거기서 또 할애해서 선물까지 주는 게 너무 대단하잖아요. 이게 가능한가? 나는 그게 놀라워요. 내가 6년을 서울 메트로에서 일했는데, 선물을 한 번 안주더니, 이번에 처음으로 뭔가를 주긴 줬어요. 근데, 맛이 없더라고. 

나는 그 6천 원이 하나도 안 아까워요.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는데, 그 6천 원에 비해서 혜택이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내가 써먹지 않는 게 더 감사한 일인지도 몰라요. 내가 건강하고 내 신변에 아무 탈이 없다는 거니까, 안 써먹으면 더 그게 더 감사한 일 아니겠어요? 우리가 보험을 많이 낸다고 해서 그 보험금 타려고 아프면 그게 무슨 행복이겠어요. 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돕고 사는 게 행복이라고.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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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일했던 직장이 사라졌을 때의 막막함, 직장에서 겪는 고충과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는 일터가 많은 한국인들이 겪는 상황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 노동자들이 그럼에도 일할 수 있도록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풀빵이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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