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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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좋은 삶’을 만들어갑니다.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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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여자 _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소속 34세 여성 회원

저는 방송작가고요, 지금은 부산MBC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2년 차고요, 프리랜서예요. 방송작가는 처음부터 정규직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방송작가는 전부 프리랜서(특수고용직) 신분이죠. 그래서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진 않아요. 그래도 방송이라는 게 팀으로 일이 굴러가니까, 편의를 위해서 방송국에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많죠. 업무강도는 근로자처럼 하루 몇 시간 주 몇 시간 이렇게 따질 수 없고, 방송 제작 시간이 촉박하면 이삼일 밤을 새워가며 일하기도 하고, 집에 일을 가져와서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일이 없을 땐 좀 여유롭고 그래요. 근데 일이 없으면 수입이 없는 거니까 불안하죠.

월드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이런 게 있으면 지방 방송들은 중계 때문에 결방이 많이 돼서 수입이 없어요. 저희는 방송 나가는 횟수대로 돈을 받으니까, 방송이 안 나가면 수입이 없죠. 이번 파리 올림픽 때도 만약 2주 동안 방송이 결방되면 한 달 수입의 반이 없는 거죠. 그런데 웃긴 건, 방송이 없는 동안에도 쉴 수가 없어요. 그다음 방송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회의나 섭외 이런 걸 해야 하니까. 받는 돈 없이 일은 계속하게 되는 현실인 거죠. 말은 집에서 재택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막상 일을 해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혹시 섭외나 촬영이 일정이 틀어지거나 그러면 바로 피디와 협의해서 재조정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전화보다는 얼굴보고 회의하고 협의하는 게 효율적이니까 웬만하면 출근을 해요.

저는 23살 때부터 방송작가로 일했어요. 여기 부산MBC에서만 12년을 일했는데, 그럼 뭐해요. 결국 저는 프리랜서잖아요. 거기서 오는 약간의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있어요. 저희는 직원이 아니니까 출입증부터 차이를 둬요. 일단 출입증 모양이 다르고요, 계약직으로 들어온 한 달 된 사람도 휴대폰 요금을 지원을 해주는데, 작가들은 10년을 일해도 그런 거 없어요. 무상 주차도 안 되고, 식비 지원도 안 되고, 그리고 층마다 갈 수 있는 층이 있고, 갈 수 없는 층도 있어요. 프리랜서들은 못 들어가게 막아놨어요. 그러니까 같은 방송국에서 10년을 넘게 같이 일했어도 순간 순간 ‘너는 여기 MBC 소속이 아니’라고 선을 확실히 긋는다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처음에 작가 노조가 생긴다고 했을 때, 다들 그런 단체가 생기니까 좋은 것 같다고 그랬었어요.

풀빵은, 작년 연말이었던 거 같은데, 그때 노조가 풀빵에 가입한다면서 앞으로 노조를 하면 풀빵에도 자동 가입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조합비가 조금씩 올랐는데,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전 원래 오른 만큼 내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그렇게 풀빵에 들어가게 된 거죠. 처음 들었을 때는 뭐가 엄청 직접적으로 느껴진다거나 예상되는 게 없어서 좀 낯설었어요, 개념 자체가. 소속이 있고 복지 혜택을 받고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근데 교육을 오셔서 상세히 설명해 주셔서 그나마 이해가 됐고요, 이후에 입원 수당 말고는 다 이용해 본 거 같아요.

명절 선물 받았을 때는 정말 기분 좋았어요. 명절이 되면 MBC에서 소소하게 뭘 챙겨주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내가 소속된 곳에서 선물이 오니까 되게 반갑더라고요. 뭔가 소속감같은 게 느껴져서 다들 더 좋아했던 것 같고, 그때 노조 단톡방에 다들 인증사진 엄청 올라 왔었어요. 좋다고. 고맙다고. 그리고 비상금고는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낸 거 보다 은행이자 보다 돈을 더 준다는데. 또 묵혀놓으면 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까. 바로 가입했죠. 그리고 그 돈이 다른 분들 대출 자금으로도 쓰인다는 게 좋잖아요. 뭔가 품앗이 느낌도 나고. 100만 원이 엄청나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급하지 않으면 저는 계속 넣어둘 생각이에요.

풀빵은 손에 잡히는 도움이랄까? 노조라는 게 다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하는 거지만,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도 따르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렇잖아요. 그러는 중에 뭐랄까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과 혜택을 준 것이 풀빵이라고 해야 되나? 그래서 좋았어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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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없는 동안에도 쉴 수가 없어요. 그다음 방송 준비를 한다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회의나 섭외 이런 걸 해야 하니까>가 결국 지금 상황을 한 눈에 보여주는 말이네요. 풀빵의 이야기를 보면서 다양한 직업/나이에서 비슷한 일들이 나타나고 있구나 알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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