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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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좋은 삶’을 만들어갑니다.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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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여자 _  라이더유니온 소속 50세 남성 회원

저는 이제 풀빵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았거든. 나처럼 풀빵의 모든 혜택을 다 본 사람은 없을걸요.

저는 라이더 유니온 소속이고요, 라이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자영업을 했죠. 세탁소를 한 12년 했습니다. 코로나 때 폐업을 했는데, 기름값이며 자재비는 오르는데, 세탁비는 계속 그대로고, 게다가 외출을 자제하니까 세탁물을 맡기는 사람도 현저히 주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폐업하고 이 길로 나섰죠. 처음에는 쿠팡에 들어갔는데, 그러고 목에 디스크가 왔어요. 아프다고 하니까 무급휴직을 하라고 하더라고. 근데 겸직은 안 된대요. 휴직하면 수입이 없잖아요. 그래서 그만두고 라이더를 하게 됐죠.

라이더유니온은 언론을 통해서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이쪽 일을 하려면 필요하겠다 싶어서 가입했죠. 노동자들이 다들 그렇겠지만, 수입 감소가 제일 힘들죠. 예전에는 그래도 덥거나 춥거나, 휴일이거나 하면 배달 할증료라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럴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벌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어요. 평균 하루에 5만 원 정도 수입이 줄었다고 봐야죠.

일은 한 오전 11시부터 밤 10시 정도까지 해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해요. 화장실도 하루에 한 번 갈까 말까 하고, 쉬는 것도 일주일에 하루 쉬면 많이 쉬는 거예요. 한 번도 안 쉴 때도 있으니까. 그렇게 하루도 안 쉬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일해서 몇백을 벌어도 기름값 제하고, 오토바이 유지비, 보험비 빼고 그러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아요.

저는 처음부터 풀빵 찬성했어요. 어차피 우리는 (법적으로는) 노동자도 아니고 4대 보험도 없고 복지 혜택 그런 게 전혀 없는데, 풀빵이 있으면 그래도 기댈 언덕이 생기는 거니까. 비용이 일정 부분 들어가더라도 혜택받는 게 더 복지 쪽으로는 낫겠다 싶은 거죠. 솔직히 6천 원? 그것도 너무 적게 내는 거 아닌가 싶던데, 나는.

풀빵에서 명절선물, 비상금고, 소액대출, 입원 수당 이런 거 나오잖아요. 저는 이미 다 이용했어요. 제가 사정이 있어서 일을 못나 갈 때가 있었어요. 몸도 마음도 많이 안 좋았을 때예요. 근데, 썼던 카드는 있지, 빚도 있지, 수입은 없는데 상환은 해야 하잖아요. 당장 손 벌릴 데도 없고 그래서 풀빵에 전화했죠. 덕분에 연체 안 하고 급한 불 끈 거죠. 사람이 살다 보면 언제 급한 일이, 돈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사실 급전이라는 게 대부분 사채잖아요. 사채보다는. 그래도 혜택받는 데서 대출받는 게 낫죠. 들어보면 요즘도 사채 쓰는 사람 꽤 많던데... 30만 원 빌리고, 70만 원 갚고, 일주일 만에. 그거 진짜 말도 안 되잖아요.

그리고 배달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풀빵에서 교육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입원 수당 있다는 거. 또 풀빵에 전화했죠. 좋던데요. 교육받았던 대로 다 되니까, 좋더라고요.

내가 풀빵에 바라는 게 있다면 소액 대출 같은 거는 사용 횟수를 1회로 제한하지 말고 좀 더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건데, 풀빵에 가입된 곳이 많잖아요. 그만큼 믿을만한 곳에서 회원들을 위해서 대출 기회를 좀 더 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거죠.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보험도 좀 만들어주면 좋겠다 싶고, 휴양지나 호텔 같은 곳이랑 제휴 해가지고 할인 같은 것도 하면 좋겠다 싶고... 원하는 게 너무 많나요?

근데 그거 압니까? 내가 풀빵 때문에 라이더 유니온 탈퇴를 못 합니다. 왜? 다 타 먹고 나가면 너무 양아치잖아요. 하하.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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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이 하는 사업의 필요성도 이해되고, 한국에서 특수고용노동자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리고 배달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풀빵에서 교육했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입원 수당 있다는 거. 또 풀빵에 전화했죠."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교육이 일상에 영향을 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이 드네요 :)

<어차피 우리는 (법적으로는) 노동자도 아니고 4대 보험도 없고 복지 혜택 그런 게 전혀 없는데, 풀빵이 있으면 그래도 기댈 언덕이 생기는 거니까>라는 말이 인상 깊네요. 법적인 지위가 없을 때의 고민과 이에 대한 대안이 잘 자리잡길 바랍니다!

어차피 우리는 (법적으로는) 노동자도 아니고 4대 보험도 없고 복지 혜택 그런 게 전혀 없는데, 풀빵이 있으면 그래도 기댈 언덕이 생기는 거니까. 비용이 일정 부분 들어가더라도 혜택받는 게 더 복지 쪽으로는 낫겠다 싶은 거죠. 솔직히 6천 원? 그것도 너무 적게 내는 거 아닌가 싶던데,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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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서로의 비빌 언덕을 만들고 있는 곳이 풀빵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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