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슈 제안

경기 A 초등학교, 97.4%의 다문화 학생
목차 들어가며 이주배경아동 이주배경아동? 다문화아동 아니야? 어떤 아이들이 이주배경아동이야? 불가피한 이주 확대 한국의 인구 공백을 메우는 이주민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와 다원화 이주민다방문지역 소재 학교 증가 적극적인 정부 대응의 필요성 유럽의 국가적 문제 : 이민 2세대·3세대의 불평등 호소 한국 정부 : 임시방편의 이민 정책 마치며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문화 존중 방법 들어가며 작년 여름, 물과 불, 마치 F와 T 커플의 사랑을 보여줬던 영화 <엘리멘탈>이 한국에서 큰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영화의 피터 손 감독님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이민 2세대였는데요. “어릴 적 나는 나의 부모가 이민자라는 것을 몰랐다. 너무 순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 가족이 아웃사이더라는 것을 알았다.” - 씨네 21 인터뷰, 피터 손 이민자로 살아가며 느꼈던 다양성과 공존의 가치를 담은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교에 한 명씩은 꼭 이주배경학생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다문화사회로 점차 접어들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주배경아동·청소년들이 한국에서 어떤 경험을 쌓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오늘은 정부가 이주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주배경아동·청소년의 현황은 어떤지, 한국은 어떤 미래를 마주하고 있는지에 대한 제 고민을 담아보았습니다. 1. 이주배경아동 1) 이주배경아동? 다문화아동 아니야? ‘이주배경’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신가요? 익숙지 않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당연합니다. ‘이주배경’이라는 단어는 이전부터 곳곳에서 쓰였지만,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건 2023년 10월이었거든요. 교육부는 2024년부터 다문화라는 명칭 대신 이주배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현장에서의 혼란이 있을 수 있어 여전히 ‘이주배경’과 ‘다문화’라는 용어를 병용하고 있습니다. 단어 ‘다문화’를 더 깊이 생각해 봅시다. 다문화(多文化)는 “한 사회 안에 여러 민족이나 여러 국가의 문화가 혼재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국가나 사회를 지칭할 때,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다문화’라는 특징을 부여하는 것은 부정확해 보이기도 하네요. 그 사람이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에는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정”이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우리와 다른’인데요. 다문화 가정이라고 이름 붙임으로써 타자성을 강조하게 되는 것이지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도 이주를 하나의 특성으로 간주하며 ‘children 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mig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2) 어떤 아이들이 이주배경 아이들일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 따르면 이주배경청소년이란 “부모 혹은 본인이 이주의 경험을 지닌 9세에서 24세 이하의 연령에 속한 사람”을 뜻합니다. 결국 ‘이주배경’ 아동 혹은 청소년들은 이주의 경험을 1번 이상 겪은 아동 혹은 청소년인 것입니다. ‘이주의 경험’이 있다는 1개의 특징으로 범주화한 것이기에, 이주배경학생이 “-한 학생”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이주를 언제 왔는지, 어디에서 이주를 왔는지, 부모님도 이주의 경험이 있는지, 이주를 온 장소가 어딘지 … 등등. ‘어떤’ 이주의 경험이 있는지에 따라, 겪고 있는 상황과 필요한 지원도 다르겠지요. 그 때문에 많은 집단에서는 대 개국적과 자녀의 출생 국가에 따라 이주배경청소년을 세분화하기도 합니다. 이주배경청소년을 이주배경청소년을 지원하는 무지개청소년센터,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에서는 국제결혼가정자녀(다문화청소년, 중도입국청소년), 외국인가정자녀(무국적자, 난민 포함), 북한이탈배경청소년(남한출생, 제3국출생 포함) 등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류마저도 부처마다 천차만별인데요. 그야말로 ‘다양한 이주의 경험’이기 때문에 사실상 분류가 무의미하기도 합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결혼이민지와 한국인 사이에 자녀가 태어난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자녀는 결혼이민자 본국에서 성장합니다. 이후 부모는 서로 이혼하게 되고, 결혼이민자는 다시 한국인과 재혼하게 되어 자녀가 한국으로 입국하게 됩니다.  이때 자녀가 겪을 수 있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중도입국했기에 한국어능력이 부족합니다. 두 번째로 한국의 학교 시스템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공교육에 진입하는 과정도 어려울 수 있죠. 세 번째로 새로운 가족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네 번째로 한국문화 자체도 낯설어 정체성 혼란이 일어나거나 많은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결국 국제결혼가정 자녀이지만 중도입국자녀로서 살아가는 위 상황에서는 다층적인 어려움이 혼재됩니다. 2. 불가피한 이주 확대 1) 한국의 인구 공백을 메우는 이주민 최근 핫한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에서 제 눈에 훅! 들어온 장면이 있었는데요. 바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입니다. 농업이나 어업에서 농장주나 선장은 한국인이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주노동자로 구성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한국인들로만 구성된 일자리를 보는 게 더 드문 일인 것이죠. 1차 산업에서의 노동 인구 고령화와 노동 기피 현상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부터, 농촌과 어촌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10년 전부터 이미 이주노동자 고용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계절근로자 제도’는 파종기, 수확기 등 계절성이 있어 단기간·집중적으로 일손이 필요한 농어업 분야에서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장호원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제 삼촌께서도 계절근로자 제도를 이용하여 이주노동자 1명을 고용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이주노동자 고용제도는 ‘고용허가제’입니다. 인력을 구하지 못한 300인 미만의 제조업 등의 한국기업에 외국인근로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계절근로자 제도는 최대 8개월 근무할 수 있지만, 고용허가제의 경우 재고용까지 한다면 4년 10개월간 근무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2024년 이주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 5천 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3년보다 37.5% 늘어난 규모인데요. 일자리의 빈 곳이 많으며 현장에서의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내린 결론임을 설명했습니다. 지방의 인구 소멸 또한 이주민들을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지역특화형 비자’를 신설하였는데요. 이는 지방의 인구 감소 지역 거주와 취업을 조건으로 외국인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는 것입니다. 배우자 및 미성년자녀와 함께 들어와 살 수 있지만, 2년 동안 거주지가 제한됩니다. 2년 이후에는 이주가 가능하지만, 동일 광역자치단체의 인구 감소 지역으로만 이주가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정부가 노동력 부족 문제와 지방 인구 소멸 문제를 ‘이주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주민이 ‘중요’한 것에서 더 나아가 ‘필요’한 것이죠. 한국에서 이주민들의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와 다원화 2024년 1월 기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44만 명이 넘습니다. 이주민들의 증가는 이주배경학생의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10년간 이주배경학생 수는 매년 1만 명 이상 증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배경학생 수는 2019년 13만 7천 명에서 점차 증가하여 2023년 18만 1천 명을 초과했습니다. 전체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23년 521만 명에 달했는데요. 때문에 2023년 기준 전체 학생 대비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은 3.4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위 그래프는 유형별 다문화학생의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최근 두드러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전체 이주배경학생 중 국내 출생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감소하였습니다. 2018년 기준 국내 출생 이주배경학생은 82.1%이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80% 이하로 감소하였고 2023년에는 71.7%까지 하락했습니다.  두 번째는 외국인가정 이주배경학생의 비율 증가입니다. 중도입국 이주배경학생은 2013년 8.8%에서 2023년 6.0%로 적은 감소를 했지만, 외국인가정 이주배경학생은 2013년 9.0%에서 2023년엔 그의 두 배가 훌쩍 넘는 22.3%까지 상승하였습니다. 위의 그래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출생 이주배경학생들이 여전히 높은 비율을 갖고 있지만 10년 전에 비해 다원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이주민다방문지역 소재 학교 증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밀집’이라는 말이 이주민/외국인과 함께 쓰일 경우,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이주민 다방문 지역’으로 표기합니다. 다만 통계자료 이용 시에는 해당 통계에서 사용된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에서도 대림동은 H-2 비자, 다시 말해 동포 비자를 받은 이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도 평택과 같은 곳은 제조업 회사가 많은 곳으로,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합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제조업이 밀집해 있는 곳에 있게 되고, 계절 근로자는 농어업이 발달한 곳에 거주합니다. 결혼이민자들의 경우에도 대다수 청년 인구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합니다. 또 정부에서는 지역특화형 비자를 부여하여 특정 인구 소멸 지역에 이주민이 거주하도록 하고 있죠. 이와 같은 상황에 더해, 같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이주민 밀집 지역은 총 57곳으로 시 25개(43.9%), 군 18개(31.6%), 구 14개(24.6%)입니다. 이는 전체 시·군·구의 약 25.7%에 해당하며, 최초 조사 시점(2006년) 대비 약 2,850% 증가하였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전교생 100명 이상, 이주배경학생 재학 비율이 30% 이상’인 경우를 밀집학교로 분류하고 있는데, 2018년~2023년 사이 전체 학교 수가 1.57% 증가한 데 비해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의 수는 278.26%로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이주민다방문지역의 학교는 이주배경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데요. 중도입국 이주배경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학 능력 부족’, ‘한국어  교육 능력 부족’, ‘다문화교육 설계의 어려움’ 등 교사의 다문화교육 역량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주배경학생의 낙인효과나 차별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이주배경학생 중심 교육으로 인한 비이주배경학생 역차별이 있기도 합니다. 이주배경학부모를 위한 교육 지원 역시 필요하나, 실제 지원은 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높은 지방의 경우, 지역 사회에서의 교육 연계가 더더욱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3. 적극적인 정부 대응의 필요성 1) 유럽의 국가적 문제 : 이민 2세대·3세대의 불평등 호소 한국보다 먼저, 이주민들과의 공존하고자 했던 나라들이 있습니다.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산업화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그 자리를 많은 이주민들이 메꾸게 됩니다.  독일도 마찬가지인데요. 한국에서 독일로 광부나 간호사로 파견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950년대 후반부터 많은 노동자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또한 제2차세계대전 이후 그들의 옛 식민지에서 적극적으로 노동자를 끌어들였지요. 그리고 시간이 훌쩍 흘러, 이주민들은 그 나라들에 터를 잡고, 자녀가 태어나고, 또다시 그들의 자녀가 태어납니다. 2023년 7월, 작년 이맘때쯤 프랑스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 시위는 알제리계 이민자 소년 ‘나엘’이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교통 검문을 받던 나엘이 차를 탄 채로 출발하려 하자, 경찰은 나엘을 향해 총을 쐈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경찰은 나엘이 경찰을 향해 차를 몰았다고 주장했지만, 현장 영상이 퍼지자, 과잉 진압으로 사망함이 드러났죠.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히 과잉 진압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합니다. 프랑스의 이민자 차별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프랑스는 19세기 후반부터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유입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 전체 인구의 13%가 이민자들인데요. 혹자는 프랑스의 성장에 이민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과 이민 가정의 높은 출생률, 이민자 출신 문화계 인재들 등. 부족한 일자리와 인구 감소 문제에 해결책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나엘’의 사망 사건처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차별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실제로 이민자 청년들의 평균 실업률은 프랑스 전체 평균 실업률에 비해 두 배가 넘었으며, 사회적인 차별과 학업 실패 등으로 부모 세대의 가난을 대물림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민자가 프랑스 문화에 통합되어야 한다’는 프랑스의 이민 원칙은,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충돌을 만들었습니다. 이주민이라는 정체성이 있는 1세대와는 달리, 이민 2세대와 3세대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국민’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녔으며, 주변 친구들이 모두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어를 쓰는 2세대와 3세대들은, 부모세대부터 이어져 온 차별에 반발합니다. 이들의 불만은 점차 유럽의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고, 많은 국가가 이주민과 선주민의 대립을 줄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 한국 정부, 임시방편의 이민 정책 지역특화형 비자 혹은 외국인 고용허가 제도를 살펴본다면, 정부는 이주민을 ‘노동력 대체제’ 혹은 ‘인구소멸 방지 대책’으로 도구화하여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에 발표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도약하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선도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통합]과 [인권]의 정책은 과거에 비해 후순위로 밀렸지만 [경제]의 정책은 이번 정부에 급부상했습니다.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와 우리 경제에 필요한 이민자 유치와 육성이 그에 해당하는 내용인데요. 한국이 당착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주민을 바라본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대부분의 정책들에서도 ‘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늘려준다’ 혹은 ‘우리가 필요하기에 정주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식의 접근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만 집중한다면 이주배경청소년 혹은 결혼이민자와 같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주민들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제 7차 청소년정책 기본계획’에도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며, 다문화와 관련된 교사 연수 참여 실적도 저조한 상황이죠.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의 대학 이상 취학률은 40.5%로 한국 전체 평균인 71.5%에 비해 월등히 낮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우리는 유럽의 선례들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구 자녀의 평균 연령은 10.7세입니다. 이는 아직 한국에서 유럽의 사례 같은 이민 2세대와의 갈등이 가시화되지 않은 시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도입국 이주배경학생이 많아지고 청소년기 자녀 수가 크게 증가하였으므로,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치며 :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문화 존중 방법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다문화 교육 방법은 무엇인가요? “한국에서는 젓가락과 숟가락을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포크와 숟가락을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한복을 입지만, 일본에서는 기모노를 입는다.” 이것은 다문화 교육이 아닌, 국제이해교육입니다.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가르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교육이 바로 진정한 다문화 존중 방법이겠죠. 오랜 이민의 역사를 가진 호주에는 이백 개 이상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 국가입니다. ‘다채로운 국가, 호주에서는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진행할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호주에서는 학생의 다양성을 고려하기 위해, 선생님들의 다양성에 대한 계획장애 학생의 요구 충족, 영재 학생들의 요구 충족, 영어가 제2 언어 또는 사투리인 학생들의 요구 충족, 그리고 관할권과 자료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문화→가족의 문화→친구의 문화→지역 사회의 문화) 보자마자 눈에 딱 들어온 단어는 ‘자신의 문화’였는데요. 레벨1부터 레벨 6까지, 자신의 문화에서 가족의 문화 그리고 친구의 문화,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의 문화까지 내 세계를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결국 다시 말해, 다문화라는 것이 인종 다양성만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친구네 집 문화와 우리네 집 문화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배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다문화 교육의 첫 걸음입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고, 당장 옆에 있는 내 이웃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게 어떨까요? 한 명, 한 명이 존중받고 다채로운 세상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새 이슈 제안
·
6
·
로카티를 입은 어린이
로카티가 뭐냐구요? 아마도 길을 오가며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가슴팍에는 “R.O.K.A”가, 왼쪽 소매에는 태극기가, 등에는 큰 글씨로 “KOREA ARMY”가 새겨져 있는 (주로 검은색이 제일 흔한) 반팔 티셔츠죠. 인터넷을 찾아보니 최소 2019년부터는 이미 유행이 시작된 듯합니다. 젊은 남성들이 주로 입고 다닐 땐 소위 ‘깔깔이’처럼 군대에서 입던 편한 옷 제대 후에도 그냥 입는다는 느낌이었죠. 그러다 언젠가부턴 같은 또래의 여성들도, 나아가 조금 더 어린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이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 된 것 같았죠. 물론 통기성이 좋다든지, 빨래 후에 잘 마른다든지 하는 기능적인 칭찬도 들어보았고요. 비슷한 디자인의 로카 후리스(플리스) 집업도 겨울이 되면 종종 눈에 띄곤 했습니다. 처음엔 PX에서나 판매하는 사제 군용 물품이었던 것이, 언제부턴가는 인터넷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흔한 아이템이 된 겁니다. 온라인에는 PX 제품을 선물 받은 후기나 인터넷 구입 후기, 심지어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은 광고성 후기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     얼마 전, 한 열한 살 어린이가 이 ‘ROKA’ 옷을 상하의 세트로 입고 나타나서는 제게 자랑을 했더랬어요. 아빠가 새로 사주셨는데, 사람들이 많이 입는 그 인기 있는 옷이라면서요. 입어보니 너무 시원하고 멋있다면서 잔뜩 신이 나서 조잘거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짓궂을 때가 있습니다. 이어질 상황을 조금은 예상하면서 “거기에 써진 글자가 무슨 뜻인지 알아?”하고 물었죠. 어린이는 입은 옷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저를 보고는 뭐냐고 되물었죠. 저는 ‘ROKA’를 풀어서 써주면서 이건 ‘군대’를 뜻하는 거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역시나, 조금 전까지 신나있던 어린이는 조금 덜 신난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열한 살 어린이는 그 무엇보다도 너프건(장난감 총)을 제일 좋아했던 일고여덟 살에도 군대에 가는 것만큼은 무서워했던 남자 어린이거든요.  물론 어린이는 금세 다시 ‘아빠가 사준 맘에 드는 선물’에 기분 좋은 어린이로 돌아왔습니다. 흔들리던 눈동자와 끝이 흐려진 말은 다행히도 잠깐이었어요. 그렇지만 어린이의 머릿속에서 군대나 군인은 마냥 좋아하기 어려운 무언가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사실 어린이는 그동안 종종 제게 묻곤 했습니다. 어떤 나라는 왜 전쟁을 시작했는지, 그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전쟁은 어떤 것인지, 군인은 무엇인지 같은, 매우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들을요. 꼭 무언가를 묻지 않더라도 어린이는 자기가 본 재미있고 흥미로운 혹은 무서운 이야기들을 제게 나누어주기도 했어요. 여러 번의 대화가 쌓이고 쌓이면서 저는 어린이가 들어왔을, 그리고 접해왔을 전쟁과 군대의 모습들을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금 더 어렸을 적 어린이는 너프건을 정말 정말 좋아했었습니다. 장난감 상자에 제 몸만큼이나 커다란 ‘멋진’ 총들이 가득했어요. 그때만 해도 장난감의 세계에 무지했던 저는 이 어린이를 통해 장난감의 세계가 얼마나 ‘고도화’ 되어있는지, 얼마나 ‘진짜같은’ 무기를 추구하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비싼지도 알게 됐죠. 어린이는 새로운 총이 생길 때마다 이번 총은 탄창을 채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탄환을 얼마나 많이 넣을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연발이 가능한지 같은 이 총의 ‘멋진’ 점들을 제게 설명해 주곤 했어요. <귀멸의 칼날>이 유행하던 무렵에는 플라스틱부터 대나무까지 온갖 종류의 ‘멋진’ 칼들도 등장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검술을 따라 하거나 칼춤에 가까운 움직임을 몸소 보여주기도 여러 번이었죠. 이 작은 어린이의 세계에 수많은 ‘멋진’ 것들이 상대를 다치게 하고 죽이는 무기들을 원본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이는 동시에 알았습니다. 남을 다치게 하거나 무엇이든 죽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나쁜 일인지를요. 그래서 열심히 탄창을 채우다 말고도 짓궂은 제가 “그걸로 누구 쏠 거야?” 물으면 어린이는 놀라서 손사래를 쳤던 겁니다. 이 어린이는 어쩌다 어깨 한 번만 잘못 부딪혀도 화들짝 놀라서 ‘미안해요’를 내뱉는 선하고 바른 어린이였어요. 남에게 나쁜 말을 해서는 안 되고, 남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남과 싸워도 안 되고, 남을 때려도 안 된다는, 어른들은 쉽게 모른 척하는 사람의 도리를 잘 알았으니까요. (비록 장난감이더라도) ‘무기’를 좋아하면서, 폭력과 힘의 논리에서는 가장 멀리 서 있었습니다. 그런 어린이는 요즘 들어 고민투성입니다. 점차 학년이 올라가면서 친구들 사이에 생겨나는 힘의 질서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해요. 힘이 세거나 덩치가 커서, 목소리가 커서, 성격이 거칠어서, 여러 이유로 다른 친구들을 압도하는 친구를 보게 된 겁니다. 가끔은 그 친구들이 무섭거나 두렵다고 느끼면서도 또 그런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요. 교실에서의 에피소드를 말해줄 때면, 어린이는 몇몇 친구들의 행동이 과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어딘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함께 털어놓아요. 그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어린이의 마음에 생채기가 늘어났고요. 어떨 때는 자신이 속상했던 경험을 말하다가, 또 그렇게 자기를 속상하게 만든 친구들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고 대신 변명하기도 합니다.  어린이의 혼란에는 폭력과 힘, 위계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합니다. 싸우지도 말고, 때리지도 말고, 다치게 하지도 말라다가, 맞고 오지도 말고, 맞느니 차라리 때리라든가, 지고 오는 꼴은 보이지 말라는 식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수는 없고, 강자의 위세에 반기를 들기도 어렵습니다. 평화는 좋고 전쟁은 나쁜 거라면서, 전쟁이 난다면 절대 이겨야만 합니다. TV에서 유튜브에서 전쟁의 소식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어디에선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죽고 있지만 내가 사는 세상만큼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이고, 그러면서도 폭력의 이미지는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어린이는 TV도 유튜브도 익숙하니까요.  ROKA의 뜻을 들은 어린이는 군대에 간 자신을 상상했습니다. 머뭇거리는 것이 당연하죠. 어린이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나중에 크면 (싫어도) 군대를 가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군대는 싫은 곳, 무서운 곳이라고 여기게 됐습니다. 동시에 ‘모름지기 진짜 남자라면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라는 말도 함께 들었죠. 군대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군대는 안 갈 수 없는 곳이 아니냐는 체념 섞인 말을 꺼낼 때도 있었습니다. 만화, 애니, 영화에 나오는 무기들은 갖고 싶고 써보고 싶은 멋진 장난감이지만, 그건 장난감일 뿐입니다. 정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일은 상상만 해도 두렵죠. 그런데 군인은 적을 죽여서 전쟁에 승리해야 하는 사람이고요. 이 어찌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로카티를 입은 어린이가 ‘ROKA’의 뜻을 알게 되더라도 멈칫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날은 올 수 있을까요?     /김엘림언론정보학과 북한학에 발을 담그고 미디어, 사회, 젠더, 통일, 평화 같은 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평화를 더 배워보겠다며 시작한 국제정치학 공부 중에 전쟁과 젠더의 교차에 눈길이 머무르면서, 6.25 전쟁기 여성의 전쟁 경험을 연구했다.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 연구소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웹진 <다양성+Asia>에 함께하고 있다.
새 이슈 제안
·
7
·
[6411의 목소리] 나이 들어 아이들 돕는 보람…‘학교보안관’ 만한 일이 있을까
나이 들어 아이들 돕는 보람…‘학교보안관’ 만한 일이 있을까 (2024-08-26) 이상인 | 서울 원광초등학교 학교보안관 보안관실 안에서 지나가는 학생들과 대화하는 이상인 학교보안관. 필자 제공 나는 초등학교 학교보안관이다. 아침 7시30분이면 보안관 복장에 멋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교문에서 교통정리를 하면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우리 학교는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인 학교로 등교 시간은 오전 8시50분까지지만 맞벌이 부부를 위한 돌봄 교실이 있어서 이른 시간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이 있다. 나머지 학생들은 대개 지척의 학교를 걸어서 8시30분부터 50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등교를 한다. 이때 나는 인사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안녕”, “안녕하세요”, “○○ 왔구나”, 이름을 아는 아이는 가능하면 이름을 붙여서 인사를 하고, 모르는 아이도 아이가 인사를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소리 내어 인사를 한다. 광고 아이들과 늘 밝게 인사를 하다 보니 전직 경찰관인 내가 보안관이 된 뒤 달라진 게 있다. 얼굴에서 근엄한 표정이 사라지고 아이들처럼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면 입에서도 인사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동안 고개만 끄덕하던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에게도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아침 등교 맞이가 끝난 9시부터는 차 한잔을 할 여유가 생긴다. 그러나 잠시도 방심은 금물이다. 차를 마시거나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눈은 연신 정문·후문·모니터 이 세 방향을 교차하며 주시해야 한다. 외부 방문자가 오면 방문록을 작성하고 방문증을 패용시켜 교내로 들여보내고, 학생들도 조퇴를 하면 담임이 작성한 조퇴증을 확인하고 내보낸다. 보안관의 확인 없이는 누구도 학교를 들어가거나 나갈 수 없다. 얼마 전에는 2교시가 막 시작된 10시쯤 4학년 한 학생이 보안관실 앞을 ‘쓱’ 지나 정문 쪽으로 성큼성큼 가고 있었다. 그 학생은 발달장애가 있어서 특별히 잘 돌봐야 하는 친구다. 급히 뛰어가서 막무가내로 집에 가겠다는 아이를 달래놓고 담임선생님께 전화했더니 바로 뛰어 내려오셨다. 1교시 수학 시간에 산만하여 꾸지람을 좀 했더니 2교시 때 화장실을 가겠다 하고는 집으로 내뺀 모양이란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혼자 집으로 간다며 거리를 헤맸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 선생님도 나도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교 시간이 되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든 학급이 교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을 따라 보안관실 앞 공터까지 온다. 거기서 선생님은 간단한 알림 전달도 하시고 저학년은 손을 맞잡거나 안아주기로 인사를 하시고, 고학년은 하이파이브나 목례로 작별인사를 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운동장과 교문 주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데 보안관에게도 중요한 시간이다. 학교보안관의 임무 중 하나가 학교폭력 예방이기 때문이다. 매일 작성하는 학교보안관 근무일지에도 폭력예방, 상담활동 등의 관련 항목이 있다. 경찰에서 스쿨폴리스를 해본 내가 보기에 우리 학교는 아이들끼리 심한 폭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장난이 심하여 친구에게 불편감을 주는 경우는 가끔 본다. 그래서 내 나름의 방식대로 예방책을 시행 중이다. 우선, 유난히 날뛰거나 장난이 심한 아이는 이름을 외운 뒤 눈에 뜨일 때마다 불러서 알은체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미할 때 미리 개입하기다. 광고 광고 6학년의 한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몇번 권투 흉내를 내며 빈주먹을 날리거나 툭툭 치는 모습을 보고 “○○야, 상대가 싫다고 하면 폭력이 되는 거야”라고 하는 식이다. 녀석이 요즘은 내 눈치를 은근히 본다. 성공하고 있다는 징조다. 초등학교의 학교보안관 제도는 서울과 강원도만 있는 제도로 학교별로 2~3명이 근무한다. 비슷한 제도로 중·고등학교의 배움터지킴이와 경찰의 아동안전지킴이가 있지만, 처우 면에서 4대 보험에 가입되고, 주 40시간 근무와 5년간 또는 70살까지의 근로가 보장되는 등으로 학교보안관이 좀 낫다. 특히 시니어 일자리 중에서 어린아이들과 대화하고 웃고 직접 도와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보람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당신은 1학년 꼬마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병아리 떼처럼 재잘대며 졸졸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물끄러미 본 적이 있는가? 얼마나 정겨운지.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소리 지르며 신나게 공을 차는 모습은 또 어떤가? 물이라도 갖다주고 싶지 않은가? 이 모든 것이 학교보안관이면 매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새 이슈 제안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