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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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좋은 삶’을 만들어갑니다.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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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참여자 _ 서울일반노동조합 제화지부 소속 63세 남성 회원

여성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신발을 만드는 과정 중에 저부라고 해서 바닥 창 붙이는 작업이 있거든요. 그거 하고 있습니다. 40년이 넘었죠. 근데 억울한 게 변한 게 없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많게는 30족까지 작업을 해요. 아침 6시에 나와서 밤 9시까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그렇게 40년 넘게 일을 해도 최저임금 정도도 못 벌어요. 일거리 자체도 없고. 처음 할 때, 그니까 40년 전에는 할 만 했어요. 큰 돈은 못 벌어도 부부가 둘이 벌면 한 달에 700까지는 벌었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먹고 살만 했어요. 근데 그 이후로 계속 안 좋더라고. 결국 집사람은 여기 일 그만두고 가전제품 분해하는 거? 뭐 그런 일하는 데로 옮겼어요. 문제는 일거리 자체가 없다는 거지. 큰 기업들이 일을 외국으로 보내잖아요. 외국에서 해가지고 들어와서 파니까, 이제 수제 기술 이런 게 점점 인기가 없죠.

1990년 즈음에 노동운동이 막 붐이 일었어요. 나도 그때는 젊었으니까 노동운동 잠깐 했는데, 결혼하고 이러면서 못하다가 이번에 다시 하게 됐죠. ‘탠디’하고 ‘미소페’ 그쪽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미소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거예요. 모든 공장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고, 감시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그랬다더라고요. 시설투자는 안 하면서 노동자들 일하는 건 몰아붙이고.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뭉쳐보자 한 거죠. 근데 아직 멀었어요. 다들 너무 힘들게 일하는데, 오너들은 그런 거 생각 안 하니까.

풀빵은 제화 지부장에게 처음 들었죠. 저는 공제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빵 이야기 나오자마자 바로 가입하자고 했죠. 회비가 비싼 것도 아니고, 부담 없이 가입을 했던 거죠. 저는 가입하고 소액대출도 받아서 썼어요. 월급이 100만 원 수준밖에 안 되고, 돈 나갈 데는 많고 그러니까 대출을 받았죠. 내가 급할 때 이렇게 돈을 믿고 빌려준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더라고요. 우리 나이가 되면 이제 금융권이나 이런 데서는 돈을 잘 안 빌려주거든요. 근데 여기는 나이 그런 거 안 따지잖아요. 그래서 그거 받아서 당장 급한 생활비로 썼죠. 나는 이미 집으로 담보 대출을 해서 쓴 게 있어요. 근데 그게 이자가 도대체 얼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게 또 변동금리가 돼서 이자가 올라가기만 하지 내려가질 않는 거예요. 나이도 먹고 이젠 그것도 갚아나 갈 능력도 안 될 거 같고 해서 지금은 집도 내 놨어요. 집 팔아서 대출 처리하려고.

그래도 풀빵은 부담이 없잖아요. 또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또 빌려 쓸 수 있다는 데 얼마나 좋아요. 어디 가서 아는 사람들한테 돈 얘기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사실 그게 더 힘들어요. 잘 나갈 때는 몰라도 어려울 때 돈 얘기하는 거 참 그렇거든요. 근데 어려울 때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는 데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누가 어렵다 그러면 “야 풀빵 들어.” 이렇게 얘기해주죠.

그리고 또 뿌듯한 게 추석, 설 명절 이럴 때 이제 선물이 오잖아요. 우리 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명절에 단체나 뭐 그런 데서 선물 받는 경우가 잘 없어요. 그런데 명절이라고 선물이 집으로 떡하니 오니까 뿌듯하고 굉장히 좋은 거죠.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 6천 원 회비 내는 거 자체를 갖다가 공돈 나가는 걸로 생각하는 건지, 부담을 갖더라고요. 취지를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자기가 받는 혜택이라는 것도 모르고. 어디 가서 술 한잔 먹으면 소주 한 병 값 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나는 6천 원 가지고 그 많은 회원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운영을 할수 있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잘 됐으면 좋겠으니까. 그래서 나는 회비 안 빼먹으려고 자동이체도 해 놨어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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