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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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 [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이야기 참여자 _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소속 50세 남성 회원
대구에서 대리운전하고 있습니다. 평균 한 주에 5~6일 일하고 있고요, 대략 콜이 뜨는 저녁 7~8시에 출근해서 새벽 한 2시 정도까지 일합니다. 제가 대리운전을 한 15년을 했는데요, 요즘은 경기가 정말 안 좋아요. 하루 대여섯 개 하면 많이 하는 거더라고요. 대리운전만 쭉 한 건 아니고 중간에 자동차 딜러도 했다가 금융 캐피탈 쪽에서도 근무하다가 또 부모님이 가게를 하셨는데 그거 도와달라고 해서 그것도 좀 하고 그랬죠.
제가 이 일을 한지 한 15년 됐는데, 그 사이에 대리운전기사들도 많이 늘었어요. 제가 알기로 지금은 한 5천 명은 족히 될걸요. 대리운전 회사도 작은 규모까지 합하면 최소 500곳은 넘을 거예요. 그래도 대구는 대리기사들이 단협같은 걸 좀 하긴 했어요. 한 20년 전쯤의 얘기인데 업체들이 기사들에게 부과한 프로그램 사용료랑 또 그걸 변칙적으로 운영한 거랑 해서 법원에 고발하고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단체 협상이 시작됐던 건데, 매년 꾸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어져 오고 있긴 한 거 같아요. 대리운전하는 분들이 대부분 내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미처 잘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반적인 노조랑은 좀 다르다고 봐야죠. 사업장이 정해져 있어서 매일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니고 혼자 일하고 그러니까 단체 행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죠.
근데 지금은 그런 것도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노동 그런 권리고 뭐고 일단은 돈이 먼저 돼야 그다음을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요. 이럴 때일수록 좀 단합이 돼서 뭔가 이뤄낼 수 있는 방향성을 찾으면 좋겠는데 그게 좀 힘든 것 같아요. 저도 이직 준비는 꾸준히 하는데, 건축 쪽 자격증을 따볼까 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일 하더라도 대리운전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예요.
자꾸 이직 생각을 해보고 하는 것도 이 업이 사회안전망이 없잖아요. 내가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잖아요. 실업급여도 없고. 뭐 있긴 하다던데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풀빵이 생기니까, 이제 우리도 이런 공제회로 조직 할 수 있는 뭐가 좀 생겨났구나 싶었죠. 솔직히 살다보면 돈을 빌려야 할때가 있잖아요. 근데 대리운전 직업군 같은 경우는 금융권 문턱이 높아요. 신용이 돼서 빌린다고 해도 이자가 너무 높으니까 부담스럽죠. 근데 풀빵은 그게 아니니까. 저도 최근에 풀빵에서 150만 원 대출받아 요긴하게 썼는데, 이자가 싸니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그동안 여러 일을 했어도 다 비정규직어서 어디서 명절 선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풀빵에서 선물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냥 보내준 거 그 자체로 너무 감사했어요. 또 대리운전업이라는 게 사회안전망이 전혀 없거든요. 대구에도 돈 문제 때문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거나 힘들어 하는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 풀빵이 실질적인 안전망을 위해 움직여주는 거 같으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처음부터 대리운전하는 사람들한테 “투쟁해서 싸워야 됩니다. 권리를 찾아야 됩니다.”라고 하면 씨알도 안 먹히거든요. 그런데 이런 혜택들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니까, 좀 적극적으로 풀빵이랑 노조랑 연계를 해서 뭔가를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죠.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가 6월 25일 열렸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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