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에 규제를 더하자
11월 남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최대 80% 할인
11월이 되자 유통 기업 대부분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내놓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대 80% 할인 행사를 발표했고, 쿠팡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가전제품 최대 75% 할인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 SSG닷컴, G마켓 등을 소유한 신세계 그룹은 SSG(쓱)데이 행사를 개최해 대규모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롯데그룹 역시 땡큐절을 개최해 최대 70% 할인을 펼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할인 행사를 맞아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고, 할인 제품이 금새 동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기도 부천의 한 이마트에서는 계산을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만큼 소비자 관심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소비자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해야 하는 유통가는 그 관심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유통가의 대규모 할인 행사는 경제적으로 당연하다.
추석과 연말 사이 전통적 비수기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와 광군제 여파로 할인 실시
11월은 유통가에서 전통적 비수기에 해당했다. 소비자들이 9월 혹은 10월 추석에 대규모 소비를 하고, 또 연말에 대규모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규모 소비 기간 사이에 낀 11월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기조는 해외직구가 활성화되자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 째주)와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 시기에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루어지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늘리자 국내 유통 기업들이 선제 대응을 하는 것이다. 선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를 미국과 중국에 뺏기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할인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를 자사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해외 업체로 인한 국내 유통업계 피해는 현실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자 국내 이커머스 등 유통 업계 실적과 이용객이 줄어드는 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테무와 알리가 국내 서비스를 본격화 한 뒤 중국발 해외 직구 규모가 70% 증가했고, 알리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알리는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 수가 ▲463만 명 증가했고, 테무는 ▲581만 명 증가했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였던 11번가는 ▼208만 명 감소했고, G마켓은 ▼102만 감소했다. 위메프는 ▼116만 명 감소했고, 티몬은 ▼61만 명 감소, GS Shop은 ▼5만 명 감소했다.
반면, 국내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0년을 기준(0)으로 소매업의 실제 월간 판매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국내 소매 판매지수는 2022년 1분기 ▲+2.6%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2022년 2분기 ▼-0.2%, 3분기 ▼-0.9%, 4분기 ▼-2.3%, 2023년 1분기 ▼-0.8%, 2분기 ▼-0.7%, 3분기 ▼-2.7%, 4분기 ▼-1.9%, 2024년 1분기 ▼-2.1%, 2분기 ▼-2.9%이다. 3분기는 잠정 ▼-1.9%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1.6이었다. 이는 2020년에 비해 약 10% 상승한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였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대비 상승률을 말한다.
통계 지표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소비 둔화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 대폭 할인 제품을 찾는 성향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지 않는 한, 이 추세는 강화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소비자는 언제든 더 싼 곳을 찾아 떠날 수 있다. 해외 직구 활성화는 국경마저 넘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물가 해법은 더 싼 제품이지, 소비 감소가 아니다?
소비와 할인 정책, 광고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
소비자들은 국내 물가 상승의 해법을, 해외의 더 싼 제품에서 찾았다. 결코 소비 감소가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① 소비 감소 자체는 불가능한 것일까?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 소비하는 건 아닐텐데
② 소비자가 소비를 일부러 줄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주변 환경이 소비자로 하여금 소비를 멈추지 않도록 만든 것일까?
③ 소비를 줄이다가 주변 환경에 의해서 멈추게 된 것은 아닐까?
④ 소비가 개인의 의지에 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나 빼고 모두가 다 소비하면 개인이 그걸 견딜 재간이 있나?
⑤ 고물가의 해법이 싼 제품이 아니라, 소비 감소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절한 대안이 있을까?
⑥ 경제도 결국 인간이 설계한 시스템이고, 생산과 소비 역시 마찬가지인데. 새롭게 설계할 수는 없을까? 이 설계도에 필요한 건 뭐지? 재원? 정책? 제도? 의지? 분배? 균형? 역기능은 없나? 경제 둔화에 대한 반발도 있을텐데? 무엇보다 공상과학 같은 말이라고 들리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가 화성 간다는 말도 믿는데 이걸 못 믿을까?
⑦ 지금 경제를 이끌고 가는 운전자가 누구지? 그 운전자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밖의 풍경은 어떤지 조차 못 보고(혹은 못 보게) 있는 건 아닌가?
⑧ 환경 비용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키면 분명 효과는 있겠으나, 결국 서민의 삶은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프랑스 노란조끼처럼?
⑨ 필요에 의해서,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없나? 필요와 욕구의 차이는 뭐지?
⑩ 이게 되는 건가?
이런 고민을 한 이유는 당연히 환경 때문이다. 현재 기후위기 문제는 소비 중심의 추출 자본주의가 원인이다. 모든 생산품은 지구의 물질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즉, 지구 어딘가를 파헤쳐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다. 값싼 대규모 할인 제품은 그 할인율 만큼이나,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일전에 작성한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엔 기후위기가 빠졌다>에서 이 부분을 다뤘었다. 물질 발자국과 경제성장이 정비례하며, 이는 곧 경제가 지구 파괴를 통해 성장했음을 다룬 내용이었다. 또한, 값싼 제품 공세는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그런 공세가 계속되는 한 기후위기와 물가상승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결코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다. 경제를 후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히려 기술 없는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업이 기술 개발과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도적으로 그런 기후기술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성장시키고, 그들을 환경문제 해결의 도구로써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에 발표한 ‘Net Zero by 2050’ 보고서에 따르면,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 중 거의 50%는 현재 개발중이거나 실증 단계인 기술에 의해 달성 가능하다. 즉, 현재 없는 기술을 전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업은 지구 생태계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그 경영은 착취적이며 선형적이다. 일부 기업이 순환경제를 말하지만, 순수한 순환경제는 새로운 물질 투입이 발생하지 않고, 생산량 자체가 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무언가를 더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이는 곧 연필 한 자루로 신규 물질 (나무, 흑연, 고무, 금속 등) 투입 없이 같은 크기의 연필 두 자루를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말 자체가 모순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은 그 생태계 자체를 갉아 먹으며 성과를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환경문제는 너무 갉키고 뜯겨서 회복할 여력 조차 없는 지구의 상태를 보여준다. 때문에 지구 생태계 자체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을 그 회복의 도구로써 사용해야 한다. 기업을 위해서도,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소비 문제와 이를 부추기는 할인과 광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지구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소비 중단은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때문에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현재 지식과 시야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제도다. 국가가 제도를 통해 할인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규제하고, 수리와 재활용, 재사용을 장려하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장시간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 지향 환경이 아닌, 소비 지양 환경을 만들어야 현재와 미래 소비자 모두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소비자 개개인의 삶의 전환도 필요하다. 레크레이션 강사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참여를 유도해도, 참가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강사만 맥이 빠질 뿐이다. 하지만 강사마저 없다면 레크레이션은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레크레이션 강사도, 참여자들도 여기서 얻는 효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레크레이션 강사에게 확실한 사례비를, 참여자에게는 즐거움 등을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 자체로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 속의 인간(PIE, Person In Enviroment)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인간 행동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특정 인물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그가 과거에 어떤 환경(물리적, 심리적, 사회적)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했는지 보고, 행동 변화를 위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어마어마한 광고와 할인 정책에 둘러 쌓여 있다. 마트나 편의점을 가면 1+1 혹은 2+1 제품은 흔히 볼 수 있다. 광고들 역시 각종 할인율을 자랑하며 제품 구매를 알게 모르게 유도한다. 이런 환경에서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건 일말 당연하다. 안 사면 바보고, 멍청한 것이 된다. 이런 환경에선, 소비 중단의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한번 할인을 시작하면, 기업은 할인을 멈출 수 없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할인 광고
이러한 할인 정책은 기업에게도 이롭지 않다. 한번 1+1, 2+1 등 할인 정책을 시작하면 소비자들은 그러한 패턴에 익숙해 진다.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면,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지만 소비자를 묶어둘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할인 경쟁을 시작하면, 어느 순간 할인을 결코 멈출 수 없게 된다. 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란, 자신의 이익만 고려하다가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유발되는 것을 말한다.
두 개 경쟁 기업이 각각 광고를 하지 않으면 50억 씩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수익을 더 얻기 위해 광고를 집행하면 상대방 역시 동일하게 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그럴 경우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각각의 이익이 40억으로 줄게 된다. 광고비 10억 만 지불하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형국이 벌어지는 것이다.¹ 득 될 게 없는 현상은 소비자마저도 그 할인에 익숙하게 만들어 기업 스스로를 할인과 소비자 인식의 철창에 가두게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할인과 광고를 줄이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 환경에게 더욱 이득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할인에 유혹되어 불필요한 소비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선의에 기대어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나
문제는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가이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재활용과 재사용, 수리 광고 규제에 대한 선례다. 아주 간단히만 소개한다.
① 프랑스 계획된 소비법(2014), 노후화 불법(2015)과 수리 이용자 지수(2021) 도입
계획된 노후화 벌금 30만 유로, 3년 간 매출액의 5% 벌금
소비재 보증 기간 6개월 -> 2년 연장
제품 수리 지수 가능 지수 수치 표시
프랑스는 지난 2015년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을 제정했고, ‘계획된 노후화’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계획된 노후화는 기업이 제품 설계 당시 특정 시기가 되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추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신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랑스 법에서는 계획된 노후화를 “마케팅 담당자가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든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발각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00 유로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때 벌금 액수의 경우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에 비례하며, 계획된 노후화가 알려진 날짜 기준 최근 3년간의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된 평균 연간 매출액의 5%까지 증가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획된 노후화를 법제화 하도록 이끈 건 프랑스의 시민단체인 ‘HOP(Halte à L'Obsolescent Programmée, Stop Planned Obsolescent)’다. 이들은 2017년 애플이 제품 설계에서 계획된 노후화를 의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명 배터리 게이트 문제였다.
당시 애플이 특정 아이폰 모델의 배터리 성능을 저하 시켰고, iOS 업데이트 시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최종 승소했다. 애플은 2,5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한편, 애플은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할 경우 더 위험하다”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할 수 있게 하는 법안 폐지를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HOP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애플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계획된 노후화를 계속 진행할 경우 이에 대한 소송을 걸고있다. 2022년 12월 애플이 또다시 계획된 노후화로 제품을 설계하자 소송을 걸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법원은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건 당시 애플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한가지는 수리 용이성 지수 표시다. 이는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이 얼마나 수리가 가능한지 표시하는 것이다. 10점 만점으로 표시되며 현재 스마트폰, 세탁기, 노트북, TV, 전기 잔디 깎는 기계 등 5가지 제품 유형에 대해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얼마나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다.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 수리 용이성 지수를 세부 항목별로 측정하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정보를 원할 경우 소비자에게 15일 이내에 무료로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판매자에게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유통업자도 표시 책임이 있으며, 제품 판매 시에 가격 옆에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② 스웨덴 수리 VAT 감소
기존 25% -> 12>#/p###
백색 가전의 경우 소득세 환급
수리 저항성 감소
수리 용이성 지수를 표시한다고 해도, 만약 수리 비용이 비싸다면 소비자가 쉽게 수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수리 비용이 기존 제품 비용의 30%를 넘는다면 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다. 이렇게 가격에 따라 수리를 꺼리는 것을 ‘수리 저항성’ 이라고 한다. 수리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선 수리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수리 장려를 위해 제품 수리 시 VAT를 25%에서 12%으로 절반 줄였다. 또한, 백색가전을 수리 할 경우 소비자에게 소득세 환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에 대해 스웨덴의 부재무장관 Per Bolund는 “사람들이 무언가가 고장났을 때 수리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품질 제품을 구매하기가 더 쉬워진다” 라며 “수리를 확대하면 실제로 노동 시장 확대와 실업 감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리 서비스는 종종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만, 그렇게 높은 교육 수준은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실업 중인 노동력 중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③ 프랑스 34% 이상 할인 금지
소매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
다국적 기업과 소규모 기업의 불공정 경쟁 방지
소비 감소의 영향도 있을 것
프랑스는 2023년 3월 1일부터 모든 할인마트점에서 34% 이상 할인을 금지했다. 이는 곧 1+1 할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주요 해당 제품은 식기 세척액, 표백제, 다목적 세척제 등 가정용 청소 제품, 샴푸, 치약, 탈취제 등 개인 관리 제품, 메이크업, 향수, 스킨케어 등의 미용 제품, 물티슈, 기저귀, 이유식 등 아기용 제품, 애완동물 사료, 깔짚, 장난감 등 애완동물 관련 제품 등이다.
법안의 주요한 이유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중소 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이 다국적 기업과의 할인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마진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과 소규모 생산 업자들이 까르푸(Carrefour)나 리디(Lidi)같은 프랑스 내 다국적 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설령 중소기업을 위해서 실시한 법안이라고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1 자체가 소비자에게 이득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게 된다. 하나만 사고 싶어도 두 개를 사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불필요한 소비다. 할인율 제한은 이를 방지해준다.
또한, 양질의 제품(예를 들면 유기농 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자들이 대형 마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유기농 제품은 그 자체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만약, 할인율을 제한하면 가격 경쟁 싸움이 되고 점차 더욱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대개 유기농 제품 등은 지역에서 생산해서 유통 과정이 짧아 탄소 배출도 그만큼 준다. 그것 자체로 환경적으로 더 이로울 수 있다.
어느 광고인의 고백,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의 미국 광고인이다. ‘오길비 앤 매더(Ogilvy & Mather)’의 창립자이며, 1920년 대 이후 광고계의 번영을 이끈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의 저서들은 광고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여겨진다. <광고 불변의 법칙>, <어느 광고인의 고백>,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등이다. 그는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에서 광고와 할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속적인 가격할인 정책은 소비자가 제품에 자부심을 갖는 것을 저해한다. (p.75)
당신의 가족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만들지 마라. 당신은 당신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부인에게도 거짓말하지 마라. 즉 남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제품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기소할 정부에 걸리던지,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당신을 처벌할 소비자에게 걸리게 될 것이다. (p.212)
사실을 말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의 부인이 바로 소비자다. 단순한 슬로건이나 지루한 형용사로 어떤 것을 구매하도록 그녀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p.220)
당신의 가족들이 읽기 싫어하는 광고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좋은 제품은 정직한 광고로도 판매할 수 있다. 제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제품을 광고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p.221)
광고는 품질의 보증이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여 제품의 우수함을 밝히고 소비자들이 한결같이 품질이 높은 제품을 기대하도록 만든 회사들은 제품의 품질을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다. 쉽게 사람들은 잘 속는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p.330~331)
데이비드 오길비는 팔리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말했다.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것이다. 또한 오길비는 제품 자체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방 쓰고 버릴 싸구려 제품은 광고하지도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무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살지 말지 결정한다.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해 비용은 감추고, 혜택만 강조한다. 그 혜택이 비용보다 더 나은 경우는 없다. 너무나도 많은 광고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한다. 일부 사실이 담긴 거짓을 말이다. 또한, 현대 “광고는 언제나 소비가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라 약속한다.”²
하지만, 광고의 대부는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을 속이는 광고가 아니라, 사실이 담긴 광고 말이다. 그는 이를 위해 광고 기획자들이 광고하려는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제품을 제대로 알 수 있고, 제품에 대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결코 광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주에게도, 광고사 자신들에게도 무엇보다 그 제품을 이용할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로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제품의 긍정과 부정을 모두 말하는 광고 제도 역시 마련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해당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질은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서 만들어졌으며, 어디에서 어디로 유통됐고, 어느 차량을 통해 현재 매장까지 왔는지, 그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와 지급된 비용은 어느정도인지 말이다. 또한 이러한 광고를 하는 곳에 소비자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했다는 의미로 세재 혜택 등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컨슈머가 될 필요가 있다
디컨슈머란,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를 말한다. 신규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수리하고, 재활용 하고, 재사용 하고, 중고를 구매하며 최대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은 디컨슈머가 필요하다. 또한, 만연한 소비문화에 폐기도 필요하다.
“소비문화의 근본적 특징은 부가 더이상 안녕을 증진하지 않고 훼손하는 지점을 흐리고 몽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² 흐려진 시야를 교정해서 제대로 본다면 입지 않고 옷장에, 침대에 뒹귈거리는 옷과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식자재가 냉장고와 찬장에 쌓여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소비 문화 폐지를 위해선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디컨슈머 사회가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예를들어 성장률 저하 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 역시 진행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선 그런 논의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다. 정부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말이다. 부디 그런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논의되고 공론화 되면 좋겠다.
1) <협동의 경제학> (정태인・이수연/ 레디앙/ 2016) p.81~82
2) <디컨슈머> (J.B 매키넌/ 문학동네/ 2023) p.145,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