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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키기 ‘허위성명’ 밝혀져도… 기사는 그대로[윤석열을 감옥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중앙동아리 연합 명의로 조작된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가 SNS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허위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동아리 5곳 중 4곳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단체였고, 나머지 1곳도 명의를 도용당한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허위 성명서가 현재도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매체 중심으로 이를 인용한 기사도 나왔다.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매체도 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하며,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란 제목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SNS상에 퍼졌다. 당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날이었다. 주로 X(구 트위터)에서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는데, 7일 기준 조회수가 27만 회에 달한 게시물도 있다.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는 총 5곳.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CCC’, ‘분덕스’. 하지만 이중 중앙동아리 4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로 확인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화여대 홈페이지 내에 공개된 ‘중앙동아리’ 86곳(공연 16개, 문화 12개, 사회 14개, 종교 11개, 체육 18개, 학술 15개)와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다. 확인 결과,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분덕스’란 이름의 중앙동아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CCC는 명의가 도용된 걸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CCC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 중앙동아리 CCC 성명’으로 유포되고 있는 성명 글은 사칭 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CCC는 “CCC 간사, 임원진 포함 구성원은 해당 성명서 포함 어떠한 곳에도 일체의 동의나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제목의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은 허위로 조작된 가짜 성명서인 셈이다. 셜록은 A4용지 약 2장 분량의 허위 성명서 내용도 검증해봤다. 허위 성명은 고려대학교 재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0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내용의 실명 대자보 <계엄, 나였어도>와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고려대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바탕으로, 시의성에 맞게 후반부에만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 작성한 걸로 보인다. 아래에 고려대 대자보와 이화여대 허위 성명서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기울임’ 글꼴로 표현한 문장 위로는 모두 똑같고, 마지막 세 문장만 달랐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고 단체 시위를 하는 데 열중하고, 총학은 이와 다를 바 없는 선언문으로 화답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까?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취임 이후 118차에 이른 촛불집회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이 우리 지식인들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고려대 대자보 2024. 12. 10. <계엄, 나였어도> )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횝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체포는 국민감정에 휩쓸려 저질러버린 사실상의 내란이자 폭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란을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관저에 모인 애국시민들을 봐라! 공수처의 내란 행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허위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2025. 1. 3.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일부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허위 성명을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는 지난 6일 기사 <이대 동아리연합, 국회·공수처 비판…”체포는 사실상 내란·폭동”>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허위 성명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기사 하단에는 허위 성명서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도 <[이대]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회, Е.Н.С., 참 신앙인, CCC, 분덕스.> 제목으로 허위 성명 내용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기사 및 영상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이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허위 성명이란 사실을 댓글로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언론사 ○○○PRESS의 경우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걸로 보인다. 7일 현재 기사 링크를 누르면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잠시 후 이용해주세요.”란 안내문이 뜬다. ○○○○코리아가 올린 영상에는 현재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다. “이화여대 CCC는 위와 같은 서명을 한 적 없습니다. 대자보 내용도 타 대학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옮겨서 서명만 거짓으로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확인하시고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대자보는 타 대학 학생이 작성한 내용을 누군가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여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아리 이름과 특정 동아리를 사칭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관련 기관에 신고가 진행 중이며, 혹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글이나 영상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제 기사에는 스스로 허위 성명 작성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지난 6일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허위 성명문 작성자입니다. 귀하께서 기사에 소개하신 성명문은 제가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한 글로, 과거 작성된 “계엄 나였어도”를 그대로 복사한 것에 불과한 성명문입니다. 동아리 이름 모두 거짓으로 지었으나, 우연으로 실제 CCC 동아리가 이화여대에 실존하여 CCC 동아리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간 글 역시 삭제되었으며, CCC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있사오니, 글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첨부합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5일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네이버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했다. 그러면서, 김 당협위원장은 게시글 맨 마지막에 이런 코멘트를 붙였다.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이뤄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광명갑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허위 성명 작성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는 있습니다. 헌정문란 행위를 하고 내란 행위를 한 대통령을 비호하는 허위 성명을 쓴 것 자체가 사회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이화여대 CCC는 존재하는 동아리니까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데 동아리 4곳이 실존하지 않아 이 부분이 애매한데요. 명예훼손 구성 요건상 (피해) 특정성의 요건이 없어져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게 됩니다. (허위로 단체명을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SNS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자체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될까? “그건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기 때문인데요. 허위사실을 진짜로 믿어서 유포한 거라면, (단순 유포만으로) 개인들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개인들한테까지 팩트체크를 요구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가짜뉴스’ 규제가) 자유로운 소통을 옥죌 수 있는 도구로 남용될 수도 있어서요.” 셜록은 지난 6일 허위 성명 피해자인 이화여대 CCC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CCC 담당자는 “현재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형사고소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에게도 7일 연락을 시도했다. 3차례 이상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자는 문자메시지로 허위 성명을 네이버 카페에 공유한 경위 및 허위 성명 인지 여부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반론을 요구한 직후인 당일 오후 4시경, 돌연 네이버 카페에 있던 허위 성명 게시물이 삭제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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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 비영리 공익활동 단체들의 위기와 기회
‍ 👀 에디터 노트 ‍여러분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2024년, 저출생과 고령화는 더욱 가팔라지고, 기후 위기는 더욱 가까워졌으며, 한쪽에선 주 4일제를 논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투잡·쓰리잡이 일상이 되었고, AI가 삶을 바꾸리라는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 비영리·공익활동 조직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까요? ‍오늘의 Pick 레터에서는 2회에 걸쳐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이번 1편에서는 비영리·공익활동 분야가 마주한 위기와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2편에서는 우리가 준비해야 할 혁신 전략과 실천 과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경험을 접목한 이 글이, 새해 사업 계획을 준비하는 비영리·공익활동 참여자들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차가운 겨울, 갑작스러운 국가 비상사태에 놀라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옷차림은 8년 전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지만, 집회 현장의 분위기부터 모인 이들의 특성과 손에 쥔 도구들은 꽤 많이 달라졌다. 여느 집회처럼 광장에는 노조와 애드보커시(advocacy) 단체가 만든 작은 무대가 설치되었으나, 흘러나오는 음악은 기존 집회에서 듣던 민중가요나 투쟁가가 아닌 최신 K-팝이었고, 참여한 이들도 20~30대 여성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재기발랄한 깃발과 피켓, 그리고 이제는 ‘저항과 연대’의 상징이 된 응원봉이 촛불과 만장을 대신하고 있었다. 이 집회 현장 속에 현재 비영리 공익 ‘판’의 변화를 상당 부분 보여주는 키워드들이 담겨 있다. ‍ 모든 면에서 ‘빨리빨리’가 생활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회·문화·경제적 변화는 어지러울 정도이다. 비영리 공익활동 역시 이 변화의 태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찌 보면 다른 어떤 영역이나 분야보다도 빠른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류를 인지하고 대비한 단체들에게는 기회가 되겠지만, 가뜩이나 영세하고 자산·자원이 부족한 단체에게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다. ‍ ‍ 복잡한 사회문화적 생태계가 으레 그러하듯 비영리 공익활동도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관련 단체들의 상황도 제각각 다르다. 그럼에도 이념적 지향, 활동 지역과 분야, 다루는 주제, 사업의 방식, 설립 법인격 등의 차이를 떠나 비영리 공익활동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현상들이 존재한다. ‍ 공익 의제들의 변화 ‍아이러니하게도 비영리 공익활동 단체들의 존재감과 효능감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을 때는 사회문제가 심화될 때다. 그래서 사회문제와 비영리 공익활동은 한 몸이고 공동운명체다. 하지만 문제의 양상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공익 의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정치 민주화와 경제 발전도 상당 부분 이루었다. 거기에 한류의 성과로 국가적 자부심도 높아졌고, 정책과 제도를 비롯한 사회 시스템도 안정화되었으며, 삶의 기반이 되는 행정 체계와 사회 자본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되었다. 높은 교육열로 고등 교육이 일반화되었고, 인권에 대한 국민 의식도 크게 향상되었으며, 축적된 국가 재정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복지 수준도 높아졌다. 이러한 진보화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비영리 공익활동은 빛과 소금의 사명으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현재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활동가들과 단체들은 목숨을 걸고 인생을 갈아 넣어야 하던 암흑기를 지나왔기에, 이제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문제는 쉬지 않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 기술 부작용(가짜뉴스 등), 환경 위기, 혐오와 갈등 심화 등 한국 사회가 경험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시민사회의 생산성과 집중력은 예전만 못해졌다. 과거의 아젠다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으며, 새로운 문제들에 대한 대응의 수준과 강도도 과거의 성과를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 ‍‍ 대체 주체들의 등장 ‍지난 코로나19 시절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상황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생활필수품과 재난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라며 “과거 적십자사의 역할을 아마존이 대체하는 시대가 열렸다”라고 전했다. 이는 전통적인 비영리단체들의 활동이 다른 주체들로 대체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환경을 위한) 중고품 거래가 과거에는 아름다운가게나 아나바다운동 등 공익단체의 조직적 활동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당근(마켓)을 통해 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영리단체의 활동이 위축되거나 제한되는 영향을 받고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애쓰는 복지 기관과 단체들이 많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영화를 방영한 넷플릭스가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일방향성 사회공헌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 전략 차원인 CSV(Creating Shared Value), 경영 레벨 차원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담론을 만들어내며 공익활동의 주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생겨나면서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 역시 모호해졌다. 신발 하나를 사면 아프리카 아이에게 신발 하나를 기부하는(One for One) 탐스슈즈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공익적’이지만 법적으로 영리기업이며, 사회문제 해결형 제품과 서비스 제공하는 소셜벤처들도 대부분 ‘주식회사’ 법인격이다. 말 그대로 공익사업은 더 이상 비영리 공익단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 시민사회에 친화적인 민주 정부들을 거치면서 많은 공익 주제가 정책화·제도화되어 행정 영역으로 편입된 것도 단체들의 활동 위축에 일부 영향을 주었다. 시민사회단체의 고유목적사업이었던 것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또, 안정적인 인건비와 사업비를 보조금으로 받는 다양한 센터들이 생겨나면서 일선 단체들의 의제 생산력과 사업 주도권이 일부 왜곡되기 시작했고, 일부 사업들은 중복 논란 끝에 사라지기도 했다. 이처럼 공익 아젠다·이슈·사업에 대한 기업, 민간, 정부·지자체·공기관 등의 참여로 공익 생태계에서 기존 단체들의 지분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 성공의 덫에 걸린 단체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모르는 단체들은 없다. 하지만 발 빠르게 변화에 맞춰 자신들의 미션과 사업, 조직문화,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중단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사업들을 정리하자니 여전히 필요해 보여 버리기 어렵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자니 재원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격이다. 또한 이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론이 지금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 환경단체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오프라인 ‘환경영화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도 영화 소비 트렌드는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환경 인식 제고라는 사회적가치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영화 상영으로 참여(관람)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이벤트 성격의 ‘아는 사람만 오는’ 오프라인 행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이전의 성공 공식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 왔다. 발전적 해체만이 답이라는 것을 알지만, 새로운 성공 공식에 대한 무지와 역량 부족으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상자와 이해관계자들의 공익사업 ‘소비(참여)’ 패턴 변화 과거 취약계층이나 사회문제 당사자들은 단체들의 활동 지원이나 정보 제공, 교육, 재원 보조 등에 의존했고, 단체들은 이러한 관계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갔다.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변화는 이러한 공익 전달 체계를 흔들고 있다. 공익 정보는 단체의 홈페이지보다 구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더 많고, 함께할 동료나 배울 선배들도 단체 사무실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있다. 교육 역시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유튜브와 TED, MOOC 등 온라인 학습 플랫폼에서 더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 이렇다 보니 ‘공익 정보(서비스)’는 특정 단체들의 전문성을 요하는 특별한 것이 아닌,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소비재가 되었고, 공급자인 단체와 소비자인 대중 간의 ‘정보 비대칭성’도 이미 해소되었다. 공익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매우 넓어진 것이다. 물론 고급 맞춤형 정보, 긴밀한 관계 형성,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 개입 등 뉴미디어나 범용 기술이 담당하지 못하는 영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단체들 역시 역량 구축과 접근이 어렵다. 결국 단체들 사이의 ‘전문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의 사회참여가 적어졌다는 기사나 연구들이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기존 세대와  다른 참여 방식을 선호하기에 보이는 분석 오류일 수 있다. 즉, 거리에서 투쟁하거나 서명에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이슈 관련 굿즈를 구매하거나(가치소비) 플랫폼을 활용한 챌린지에 참여하고, 댓글과 인증사진, 풍자밈을 남기는 방식으로 변모했다. 참여의 경로, 방향, 방법, 도구, 구조, 동인 등이 모두 달라졌기에 ‘공공선에의 참여’라는 행위나 인식이 적어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라고 주장하고 싶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달라진 것이다. ‍‍ 신규 회원들의 감소 ‍‘회원 없는 회원조직’이라는 비아냥을 받기도 하지만, 공익 단체들의 활동 동력은 단연코 회원이다. 좁은 의미에서 ‘회원’은 사단법인의 회원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처럼 의결권 있는 총회의 구성원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자원봉사자나 기부 후원 회원까지 포괄하며 사업의 참여자나 이해관계자도 포함할 수 있다. ‍현재 단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신규회원, 특히 젊은 회원층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는 사이 기존 회원들의 이탈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는 단체의 활동력에 큰 공백을 초래하며 재정적으로도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절대 인구의 감소와 인구 분포 변화가 그 기본 원인이겠지만, 앞서 말한 공익활동계의 여러 환경 변화에서도 영향을 받고 있다. ‍혹자들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그에 따라 이타적이고 공동체 중심적인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서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정치, 국제, 복지, 사회 이슈 등에서 보여준 젊은 층의 관심과 참여로 볼 때, 그들의 공익활동 필요성 인식이나 참여 의지가 상실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잠재 대상자 분석, 참여 결정 요인과 저항 요인의 확인, 참여 동인, 단체의 참여 권장 활동 등을 따져봐야 한다.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외부 환경 탓’일 가능성이 크다. ‍‍ 인력난과 재정난 가중 ‍비영리 공익단체들에게 인력과 재정의 어려움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현재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우선 참신한 인재 확보가 어렵고 기존 활동가들의 노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나 청년 분야 등 보조금 등의 유입이 있는 곳을 제외하면, 많은 풀뿌리 시민단체의 운영실무진 주축은 40~50대가 된 지 오래다. 이는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겠고, 경제적 안정성 부족이나 구태의연한 조직문화, 젊은 세대가 원하는 혁신 사업의 부재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사회참여 의식과 열정을 갖춘 인재 공급처의 역할을 해왔던 ‘학생 운동권’의 쇠퇴를 그 이유로 들기도 한다. ‍젊은 활동가들이 있는 단체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꽤 많은 단체가 조직 내 세대 갈등을 겪기도 한다. ‘목숨 걸고 투쟁했던’ 민주화 세대 최고관리자들과 ‘착한 일 하고 싶은 직장인’ 실무진들이 바라보는 사업과 업무, 운영 행태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이 구도는 지나친 일반화일 수 있으나, 한때 현장에서 많이 발생했던 갈등의 양태이다). ‍재정 면에서 지금은 거의 한겨울이다. 시민사회, 비영리, 사회적경제 등에 비우호적인 정책들이 추진되면서 상당한 공적 자금이 축소되었고, 이에 따라 단체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공모지원 사업들도 씨가 말랐다. 정권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 역시 공익단체들에 대한 지출을 줄였다. 여기에 일부 사이비 단체들의 불법 모금으로 인한 기부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되어 후원자들의 의심이 커졌으며, 기다렸다는 듯 정부는 규제 강화 등에 나서 모금 활동을 위축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단체들이 많으며, 일부 활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곳들도 상당수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 2024년 12월 국가 비상사태에서 국회 보좌관들의 저항 행동이 하나의 이슈가 되었다. 왕년에 담을 넘고, 스크럼을 짜고, 바리케이드를 짜서 공권력에 대항해 본 경험이 잘 쓰였고, 군부독재에 항거해 본 이들의 경험과 감각, 위기의식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었다는 농담 섞인 평가가 있다. 그간 철 지난 구닥다리 운동권 출신들의 무용담이라 조롱받던 과거 역량이 필요할 때 잘 쓰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비영리 활동가들의 필독서인 행동경제학 서적 ‘스위치’에는 “조직이나 개인이 변화를 원할 때, 가지고 있는 ‘밝은 점’을 찾아라”라는 조언이 담겨있다. 조직의 약점과 환경의 위협 요소들만 생각하면 패배감으로 의기소침해지고 자칫 문제 자체에 잠식당할 위험이 크다. 그래서 조직의 강점과 환경의 기회 요인들을 우선 살피고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 해결책을 강구하라는 말이다(긍정 기반). 즉, 없는 것을 탓하지 말고 있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비영리 공익단체들이 시대 변화에 적응하여 더 나은 공익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밝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 1. 비영리 공익영역에는 여전히 변화를 만들어 낸 경험과 사회참여 활동의 변화 효능감을 간직한 세대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열정이 아직 꺼지지 않았다. 비록 새로운 시대에 대처하는 유연성과 기민함은 떨어질 수 있으나, 사회책무의식과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방법론과 업무만 주어진다면 ‘필요시’ 나름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 2. 비록 앞서 과거 성공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사회시스템은 그리 쉽게 교체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의 성공 공식 중 상당수는 여전히 그 효력을 발휘한다. 세련되지 않거나 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작동에는 문제가 없으며, 단체의 운영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어본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 역시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 3. 공익사업에도 상당한 자산과 자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많은 단체는 그동안의 활동 역사 안에서 만들어낸 사무실과 집기 같은 물적 자산, 자원봉사자와 이해관계자 네트워크 등의 인력 자산, 경험과 노하우 및 정보 등의 무형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반 면에서만 보면, 경력 30년이 넘는 한 활동가의 말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 4. 사회시스템과 제도들도 우호적인 편이다. 전국의 ‘공익활동 중간지원조직’이나 기업의 공익재단들이 정치의 풍향에 흔들려 위태롭기는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또한 시민의 공익활동 참여와 공공 협치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이나 조례, 지침, 기본 계획들이 촘촘하게 마련되어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 5. 무엇보다도 오랜 시간 동안 피와 땀을 흘려 애써온 시간이 모두 증발하지 않았다. 비영리 공익활동이 일상화되면서 물과 공기처럼 존재감이 옅어졌을지라도, 지역사회와 사회문제 이해관계자들에게는 기억으로 남아 고마움이라는 화폐로 저장되어 있다. 이는 매우 큰 사회적 자본이다. 만약 새로운 계기와 납득할 만한 참여 기회가 제공된다면, 이 화폐가 다시 공익활동에 불을 붙이는 불꽃이 될 것이다. ‍‍ <2편 ‘관성 탈출 : 비영리 공익 단체들의 혁신 전략과 실천 과제’에서 계속> ‍ ‍ 글 | 김재춘 '삶의 실상'에 관심이 많은 공익활동가이자 컨설턴트 '세상을 바꾸는 사람을 돕고, 세상을 바꾸는 방법을 바꾼다.'라는 모토를 가진 연구소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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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이슈 시민대화 후기] 다시 만난 세계,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
다시 만난 세계, 다시 쓰는 우리 이야기 뜬금 없는 계엄 선포를 시작으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속보와 특보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지요. ’이제 헌재의 시간’이라고들 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그날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빠띠가 준비한 대화모임! 2024년이 저물어가던 12월 27일, 서울, 인천, 경기, 청주 등 각지에서 모인 8명의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의 시민대화는 9개의 열린 질문과 1개의 조커 질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번호에 구애받지 않고 각자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를 고르는 방식이었는데요. 무엇이든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법이지요. 과연 ‘속보에 가려진 우리의 이야기’ 대망의 첫 질문은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질문은 바로 2번 [12.3 내란 이후 나의 한 달을 2-3가지의 키워드로 돌이켜본다면?]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 악몽 같았던 12월을 저마다의 키워드로 회고했는데요. 뉴스, 저항군, 광장과 행진, 참담함과 희망 등 다채로운 키워드가 쏟아졌답니다. 실제로 탄핵안이 가결되기까지 ‘뉴스’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 중년 여성 참가자는 늘 남아돌던 모바일 데이터가 모자라서 추가 요금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고백하셨는데요. 다른 분들도 자기 모습인 것 마냥 크게 공감해주셨어요. 돌아서면 뉴스 한번, 화장실 다녀와서도 뉴스 한번, 이렇게 속보와 특보에 사로잡힌 나날들을 보냈다고 말이죠. 한편 한 남성 청년 참가자는 본인이 즐기는 게임에 빗대어 ‘저항군’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기도 했어요. 제국이 세계의 99%를 점령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이 저항군을 조직해 맞서는 게임인데, 대통령과 시위대가 마치 그 게임 속 제국과 저항군 같았다고 하네요. 그런가 하면 청주에 계신 여성 참가자는 ‘광장’과 ‘행진’의 경험을 들려주셨어요.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가두 행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복잡미묘했던 그날의 기분을 전해주셨답니다. 또 다른 여성 참가자는 ‘참담함’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키워드를 나눠주셨는데요. 탄핵안 투표가 투표 불성립으로 종료되었을 때 느꼈던 모멸감과 참담함이 시민들의 해학과 재치로 해소되는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유머의 힘, 그리고 자기 삶에 기반을 둔 평범한 시민들의 자유발언에서 희망을 본 것이죠. “2016년 촛불이 타오를 때만큼 많이 모여서 깜짝 놀랐어요. 집회에 최적화된 시민들이구나 생각도 했고요.”  그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1번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던 12월 3일 밤, 뭘하고 계셨나요?]으로 정해졌습니다. 12월에서 12.3 당일로 줌인하여 회고를 이어나갔는데요. ‘그날 일찍 잔 사람이 승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 불면의 밤을 보낸 분들이 많았지요. 시민대화 참가자들도 자느라 몰랐던 사람, 자다가 연락 받고 깬 사람, 깨어있어서 실시간으로 다 지켜본 사람 등 당시 각자의 상황을 공유하며 그때 느낀 감정을 나누었습니다. 밤을 꼴딱 새운 사람도,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접한 사람도, 모두 엄청난 당혹감과 분노를 드러냈어요.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두려움 섞인 분노가 느껴졌는데요. 아마도 상대적으로 군사 정권에 대한 기억이나 직간접적 경험이 또렷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는데 요즘 학교에서 교육을 되게 잘 시키더라고요. 저희 아이가 ‘대통령은 5.18을 공부 안 했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어서 3번 [시민들의 집회에서 인상적인 장면과 순간이 있다면?]으로 넘어갔습니다. 각자 머릿속에 찰칵 하고 찍어둔 장면들을 공유했는데요. 💡이번 시위의 시그니처 아이템 응원봉 이야기가 제일 먼저 나왔습니다. 한 참가자는 전기 촛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줄 알았다가 아이돌 응원봉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변의 놀림을 받았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드러내는 집회 문화가 보기 좋았다고 해요. 또 다른 참가자는 응원봉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어떤 상징 같은 느낌이라며, 이런 모습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 다음으로 공유된 모습은 훈훈함 한도초과의 대명사인 선결제 연대였어요. 액수를 떠나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하고 참여하겠다는 마음이 감동적이었다는 한 참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결제로 표현된 연대의 마음이 여의도 칼바람을 이겨낸 원동력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편 어린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가족 단위 시민을 언급한 분도 있었어요. 안면이 있는 여성 시위 참가자가 온 가족을 대동하고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쉽지 않은 선택임을 알기에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고 하네요. 끝으로 소개해드릴 장면은 여의도 모 건물에서 일어난 유쾌하고 감동적인 일화입니다. 🚻 여의도 집회에 계셨던 분들은 한 번쯤 화장실 때문에 곤란하셨을 텐데요. 그날도 그랬다고 해요. 여자화장실 줄이 너무 길어서 남자화장실을 같이 쓰기로 했는데, 남녀 동시 사용이 생각만큼 쉽지 않지요. 그때 들려온 한 중년 남성 분의 외침! 📢 “지금은 비상 상황이니까요. 여기는 그냥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입니다. 그냥 다 같이 들어가세요, 다 같이!” 그분이 간결하고 단호한 메시지로 상황을 정리해 준 덕분에, 그리고 모두가 그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한 덕분에 줄이 빠르게 줄었다고 해요. 성중립 화장실이 실현된 기적 같은 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저는 평범한 학생인데요. 지난 한 달 동안 연대하고 함께하고 공유하는 것의 가치를 느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방에 살다 보니까 서울 집회에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온라인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리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애들에게도 소식을 전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속보에 가려진 진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여러분의 2024년 12월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새해가 밝았지만 2025년이 유예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인데요. 진정한 ‘송구영신’을 이룩하는 날까지, 쉼 없이 모이고 웅성웅성 떠들고 당당하게 소리쳤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의 모임과 대화가 있는 곳에 빠띠도 함께할게요! 🤗 [부록] 슬기로운 시민생활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추천작 리스트 ✊🔥 시민대화 참가자들이 손수 뽑아준 내란 극복 추천작, 여러분도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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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It Together! 같이 고쳐볼까요?
여러분 혹시 DIT(Do It Together)란 말 들어보셨나요? DIY(Do It Yourself)는 들어봤는데 DIT는 처음이라고요? DIT는 두잇투게더! 여럿이 함께하자는 의미잖아요. DIY를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참여형 시공인 DIT는 장소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나 장소와 관련된 커뮤니티, 시공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 등이 모여 진행해요. 참여자들에게 참여비를 받을 때도 있고, 지자체 등 지원이 결합하면 참여비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네요. 짧게는 하루, 보통은 2~4일 정도 진행하고요. 맞춤 수납장 제작이나 단열, 수리 등 필요한 작업을 정해 참여자들과 해당 부분을 시공해요. DIT는 윤주선 충남대학교 교수(건축학)가 제안하는 개념이에요. 개인이 완수하기 어려운 대규모 업무나 노동 강도가 높은 작업을 소수 전문가 지도하에 건물주, 건축가, 운영자, 시공인, 지역민 등 다수 참여자가 커뮤니티를 이뤄 작업을 완성하는 방식을 의미해요.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변화에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운동인 메이커 운동(기술 민주주의), 예술을 삶 속에 스며들게 하는 생활문화 운동(문화 민주주의)과 결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전문가만의 영역이었던 것을 문화이자 놀이로 가져와 함께 즐기며 공유하고 필요하면 노동을 분담하는 것이 목표죠. DIT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트 운동과는 달라요. 해비타트 운동은 봉사자들이 중심이 되어 건물을 고치거나 새로 지어주는 반면, DIT는 개인 공간이나 커뮤니티의 공간을 개·보수할 때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거든요. 이웃끼리 일손을 빌려주며 서로를 돕던 ‘품앗이’ 전통을 연상시키죠.  낡은 건물 같이 고쳤더니 사람들이 모이네 지난해 1월 대전 유성구에서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국제포럼’이 열렸어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직접 손으로 만드는 도시 혹은 도시 생활 양식’ 이런 느낌 정도겠죠?😊 포럼에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주제를 다양한 시각에서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도록 DIT 유경험자, 로컬 거점 공간 시공전문가, 오픈스페이스 기획자 등이 연사로 참여했어요. 기조 연사로 나온 일본의 스페이스R디자인의 요시하라 카츠미 대표는 사람들이 모여 직접 함께 공간을 고치는 것이 마을과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해 주셨어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빈집과 낡은 건물, 방치된 공간이 문제였대요. 요시하라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후쿠오카시 하카타구에 소재한 가족 부동산을 물려받았지만, 곧 경영난에 시달렸다고 하네요. 무려 건물(!)을 물려받았으니 좋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 봐요. 당시에도 30년이 훌쩍 넘은 낡은 건물이었기에 손볼 곳도 많았고, 인기도 없었대요. 임대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문 앞에서 되돌아가는 일도 있었다고요. 그렇다고 건물을 허물고 신축하거나 리모델링 전문업체를 쓰자니 큰돈이 들고요. 그래서 요시하라 대표는 건물을 직접 개보수하기로 하고, 예술가 친구와 둘이 오래된 자재와 소품 등을 활용한 DIY(손수 제작)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요시하라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에서 현재로 시대를 이식하는 개념”이었죠. 건물을 함께 고칠 ‘동료’를 찾기 위해 요시하라 대표는 두 가지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바로 ‘스터디’를 조직하고 ‘마르쉐(marché는 프랑스어로 시장이라는 의미)’를 연 것이죠. 스터디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멋진 공간들을 체험하는 일을 반복했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오래된 건물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요. 스터디를 만들고, 작업 과정을 담은 사진전을 열고, 고쳐지고 있는 건물을 볼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니, 점차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대요. 참여자들과 마을 주민이 파티를 열고, 건물 개보수 과정에 대해 함께 얘기하며 느슨하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들도 만들어졌고요. 시간은 비록 좀 걸렸지만, 여러 사람의 땀과 손이 묻은 작업을 통해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건물이 탄생했죠. 당연히 임대도 들어왔고요. 문화적으로도 부동산적 가치로 보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이에요. 요시하라 대표는 이러한 방식이 지역에 필요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며 “새로운 건물을 만드는 것은 문화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건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문화를 응원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현재 요시하라 대표는 일본 23개 지역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디아이와이(DIY) 리노베이션 위크’를 만들어 연대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빈집이 있는데, 사람들 좀 불러볼까? 부산 ‘이바구 캠프’로 유명한 ㈜공유를위한 창조는 2019년 부산에서 거제로 자리를 옮겼어요. 둥지를 튼 장승포는 원도심이면서 5분이면 바다에 갈 수 있는 도심형 어촌마을이었죠. ㈜공유를위한창조는 동네에 오래된 가옥을 회사의 첫 보금자리로 삼고, DIT 방식으로 그곳을 보수하기로 했습니다! ㈜공유를위한창조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함께 공사를 진행할 사람들을 공개 모집했어요. DIT는 보통 설계 및 시공 역량이 있는 기획자가 참여자들을 모집해 함께 공간을 재구성하는데요, 참여 자격은….관심과 체력일까요?💪 이렇게 모인 참여자들과 함께 거제 장승포 빈집 옥상에 인조 잔디를 깔고 바닥 데크를 설치했고, 아웃도어를 주제로 하는 ‘밗’이 완성되었대요. ‘밗’은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을 하나로 모은 단어로, 아웃도어 가게이자 커뮤니티 라운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조용하던 동네에 청년들이 드나들자, 주변의 건물주들이 먼저 찾아왔다는 겁니다. 100년 된 적산가옥을 월 10만원에 임대하겠다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매각하겠다면서요. 여러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지만 벌써 거제에만 4곳을 DIT로 개·보수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DIT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거제 주민이 반, 다른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온 사람들 반 정도라네요. 박은진 대표는 “공간을 직접 구성하는 작업에 참여하면 성취감과 애착이 생겨나요. 그 지역에 정주하지 않더라도 ‘내가 만든 곳’을 이따금 찾고 계속 관심을 두는 관계 인구가 되는 것이죠. DIT 방식으로 사람들의 땀과 이야기가 입혀지면 ‘공간(space)'이 ‘장소(place)'가 됩니다”라고 말해요. 전화 통화 중에 박 대표로부터 이 말을 들었는데, 머리에 느낌표가 딱(!) 숨이 헉(!)하고 멈출 정도로 마음에 들어왔어요. 그동안 공간과 장소라는 용어에 대해 차이를 두지 않고 사용했었거든요. 포털에 검색해 보니 오~래전에 이-푸 투안이라는 지리학자가 이 차이를 구분해서 설명했더라구요. 참고로 박은진 대표는 거제 이곳저곳을 장비 들고 다니며 뚝딱뚝딱 고치다 보니 자연스레 동네 ‘홍반장’으로 등극하셨다고 해요. 이웃 가게 데크가 부서졌으면 가서 고쳐드리고, 주민센터에 망가진 운동기구가 있으면 가서 고쳐드리고요. 거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니까요.😁 ‘핸드메이드 어바니즘’ 국제포럼을 기획하고 진행한 DIT 전문 기획 기업 ㈜스튜디오우당탕탕 채아람 대표는 “DIT는 지역 및 관계 주민, 외지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팀을 이루어 공간을 함께 만드는 작업이면서 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 재생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DIT 과정에서 생겨나는 무형의 결과물 때문이죠. 작은 부분이더라도 공간에 대한 기획부터 직접 시공에 참여한 분들은 그곳에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을 거예요. 2박 3일 함께 먹고 일하며 맺어지는 관계들도 있고요. 지역민이라면 커뮤니티와 공간에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되고,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이라면 해당 지역에 애착이 생기는 ‘관계 주민’이 되는 거죠. 마을재생과 도시재생의 필수인 ‘관계’와 ‘커뮤니티’의 씨앗이 자리 잡는 거예요. “서울과 다른 지역에 4층짜리 건물이 있다고 쳐요. 인건비며 자재비며, 건물 고치는데 평당 비용은 비슷할 거예요. 그런데 서울과 지역에 있는 건물을 똑같이 리노베이션 했다고 부동산 가격이 같아지나요? 그렇지 않죠. 이제 부동산 개발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은 더이상 신축 혹은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할 수 없어요. 전국에 방치된 공간들을 주민이 재생할 수 있도록 공공에서 역할을 해야 해요” DIT를 처음 제안한 윤주선 교수는 마을과 지역 재생의 방법론으로 DIT를 강조해요. 전국적으로 140만호가 넘는 빈집을 공적 자금으로 다 수리하려 한다면 천문학적 돈이 들 거예요. 그래서 윤 교수는 DIT를 통해 빈집 혹은 낡은 건물을 보수하는 것을 좀 더 활성화하자고 말해요. DIT를 통해 사람들이 오가고 그 공간에 애정과 이야기를 덧입혀 마을과 지역에 숨을 불어넣자는 거죠. DIT가 그저 여럿이 하는 집수리가 아닌 문화와 환경, 관계성과 부동산적 가치를 담고 있다면서요. 자, 보세요. 요즘 창고형 카페가 유행한다고 하면 서울에서 제주까지 비슷한 느낌의 건물이나 인테리어가 들어오잖아요. DIT라면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고 공간에 필요한 자재와 재활용, 재사용할 수 있는 소품들을 활용해 시공하게 되겠죠. 공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애정을 담아 고치고 시공하면 ‘하나이면서 유일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잖아요. 시공과정에서 지역의 특색이 담긴 재료나 이야기가 담긴 재활용품, 폐자재 등을 수리해 활용하니 지역 내 자원순환에도 도움이 되구요.  윤 교수는 일단 뭔가 고치고 수리할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려면 공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미국 포틀랜드와 일본 나가노현의 리빌딩센터처럼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목재나 천 등을 다루고, 버려지는 가구나 소품을 수리, 전시하는 공유 공간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공간들이야말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자원순환의 출발점이자, 지역 활성화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의 장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집에서 무언가를 직접 고쳐본적이 있으신가요? DIT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공간 수리가 가능하고 운영자의 취향과 필요 사항을 반영할 수 있어요. DIT를 통해 해당 공간과 지역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결실일 테고요. 스스로 수리와 시공 능력을 기르며 삶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큰 성취일 거예요. 그래서 채아람 대표는 DIT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지역살이를 탐색할 기회이자 자신의 공간을 기획하고 수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해요. 스피커스를 읽고 난 뒤, 2025년이야말로 모두의 손으로 함께 변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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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개같이 뛰고 있다’…쿠팡은, 국가는 무얼 했나
‘개같이 뛰고 있다’…쿠팡은, 국가는 무얼 했나(2025-01-06) 쿠팡 로켓배송 사망 노동자 정슬기씨 아버지인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매일 오전 11시30분부터 한시간씩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정금석 | 쿠팡 택배 사망노동자 고 정슬기의 아버지 저는 쿠팡 로켓배송 사망 노동자 정슬기의 아버지 정금석입니다. 사망 노동자의 아버지로 7개월을 살며 거리를 헤매고 다니지만 오늘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7개월 동안 저는 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고 외쳤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3일 대통령의 불법 무도한 비상계엄 사태를 통해, 이는 확실하게 증명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지난해 5월28일, 외국에 있던 제게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급히 귀국해서 장례를 치르고 아들이 일하던 택배회사 대리점에 갔습니다. 산업재해 인정은 어려우니 합의를 하자는 말이 이상해서 여기저기 알아보니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산재를 신청하고 과로사를 인정받았습니다. 아들처럼 쿠팡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의 유족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이 모여야겠다 싶어서 저도 같이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상에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고 생명은 한번 잃으면 돌이킬 수 없기에 더욱 존엄하다는 말이, 아들의 빈자리를 보며 어찌할 수 없는 저의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41살 건강했던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비는 남은 생애를 죄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아버지를 잃은 며느리와 네 손자들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아들은 일을 시작한 지 몇주 만에 체중이 10㎏이나 빠지고 무릎이 닳아 없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습니다. 14개월을 밤을 꼬박 새워가며 일을 하다 쿠팡에 끝내 ‘개같이 뛰고 있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판정서’에는 ‘발병 전 4주간 주당 평균 업무 시간은 74시간24분, 12주 동안 주간 평균 업무 시간이 73시간21분’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 무거운 택배를 나르며 주 6일 내내 야간 근무를 했고, 배송 마감 시간으로 정신적 긴장 상태에 있어서 심장 혈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들은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9월12일 쿠팡 본사 앞에서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광고 서울 잠실대로 고층빌딩 앞에 팻말을 들고 섰는데, 그저 내 한 몸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들을 잃은 상실감, 슬픔, 분노 이 모든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란 마음으로, 아들과 같은 죽음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것, 쿠팡에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쿠팡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쿠팡 임원들이 불려가던 어느 날, 죄송하다는 문자가 날아오더니 팻말을 들고 있는 제게 쿠팡 상무라는 이가 찾아왔습니다. ‘가족 문제니까 조용히 이야기하시자’라고, 쿠팡 상무가 말하더군요. 저는 ‘쿠팡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연대 단체들, 노동자, 시민들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심야노동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이 판명되어서 가능한 한 자제하고 있는 21세기에, 쉼 없이 계속 심야노동을 강요하는 쿠팡의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물류창고나 쿠팡캠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쿠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2020년부터만 세어도 20명의 노동자가 죽었다고 하는데, 쿠팡은 죽음을 방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죽은 이들에게 책임을 지우고 유족들을 무시했습니다. 쿠팡에서 노동자가 죽어가는 동안 택배사업을 허가하고 관장하는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하였는가요? 기업을 감시해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근로감독이라도 해보았나요? 국가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 힘없는 국민은 마냥 죽어가야만 하는 것인가요? 기업의 횡포와 약탈로 신음하는 노동자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요? 노동자들도 차별받지 않고 자유와 평등을 이루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억압당하던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고 가족과 함께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법적 조치’ ‘법적 대응’ 한다고 협박하면서 기세등등하던 쿠팡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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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이너를 소개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 슬로우뉴스의 도전과 야망
1월 첫째주 빠담빠담 '이달의 캠페이너'에 소개된 슬로우뉴스 서면 인터뷰입니다'문제 해결의 출발은 정확한 문제 정의부터, 솔루션 저널리즘 플랫폼 슬로우뉴스의 도전과 야망' 1.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 이용자들에게 슬로우뉴스를 소개해 주세요. 빠띠 여러분, 반갑습니다. 슬로우뉴스는 빠띠 ‘토론’에 날마다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낯설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뉴스는 2012년에 이른바 ‘파워 블로거’들이 모여서 만든 ‘팀 블로그’ 성격의 미디어 실험이었습니다. 속보 경쟁의 이면을 돌아보고 느리더라도 깊이 있게 구조와 본질에 집중하자는 문제의식이었죠. “빠른 것은 좋다, 느린 것은 더 좋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보 공유와 토론의 새로운 속도를 제안해 보자는 아이디어로 뭉쳤습니다. 슬로우뉴스 공동체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 프로젝트 ‘인터넷 주인 찾기’와 2008년 팀 블로그 ‘블로그래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웹의 본질과 공론장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슬로우뉴스의 역사에 담겨 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슬로우뉴스에 글을 쓴 필진이 500명이 넘습니다. 민노씨와 써머즈, 캡콜드, 강정수, 펄, 아거, 들풀, 뗏목지기, 예인, 필로스, 제라드, 노모뎀 등의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블로거들이 슬로우뉴스의 창간 멤버로 함께 했습니다. ‘오터레터’의 박상현님이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김민섭님, ‘K를 생각한다’의 임명묵님도 슬로우뉴스 고정 필진이었고요. ‘블로그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한 2015년 무렵에는 수십 만 뷰에 이르는 바이럴 콘텐츠가 숱하게 터졌습니다. 들풀님의 ‘셀프 종북 테스트’는 페이스북 ‘좋아요’가 수만 건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링크와 추천을 주고 받는 트랙백 문화가 살아 있었고 느슨한 연대가 작동했던 시대로 기억합니다. 레거시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의미있는 관점과 주장을 세상에 실어 보낼 수 있는 우리 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는 연대 의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을 고비로 블로그의 시대가 꺾였고 소셜 플랫폼이 공론장의 질서를 바꿔놓았습니다. 먹방과 쇼츠, 라이브의 시대가 됐고요. 알고리즘이 우선 순위를 바꿔놓았고 토론의 공간도 달라졌습니다. 슬로우뉴스도 전략과 방향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2. 이정환 대표님은 슬로우뉴스 창간 멤버였지만 풀타임으로 합류한 건 1년 반 전이네요? 네. 2023년 4월 합류했습니다. 창간 멤버였습니다. 2012년 3월 슬로우뉴스 창간 기획에 “특종과 오보, 그 미묘하고도 아슬아슬한 경계”라는 글을 썼죠. 그때만 해도 슬로우뉴는 팀 블로그나 커뮤니티 성격이 강했습니다. 저는 미디어오늘에서 경제부 기자로 일할 때였는데 농담 반, 진담 반, “내 직업은 블로거고 부업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정환닷컴과 슬로우뉴스에 애정이 많았습니다. 이정환닷컴에 쓴 글을 묶어 ‘투기자본의 천국’도 쓰고 ‘한국의 경제학자들’도 썼습니다. 미디어오늘에서 편집국장과 사장까지 지내면서 어느 순간 다시 현장 기자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슬로우뉴스에 올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2023년 4월 미디어오늘을 퇴사하고 슬로우뉴스에 합류했습니다. 슬로우뉴스 유한회사를 슬로우뉴스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지금은 제가 100% 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이제 본격적인 대안 언론으로, 솔루션 저널리즘 미디어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민노씨가 창간 때부터 편집장을 맡고 있고 캡콜드(드렉셀대 교수)님이 준독립편집자(Editor-at-Large)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희용(전 연합뉴스 미디어전략팀장)님이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계시고요. 미디어오늘 경영기획실장을 지낸 박용성님이 비전 오피서(CVO)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미디어 스타트업입니다. 얼리 스테이지 시드 투자를 받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 주세요. 3. 슬로우레터는 출근 시간에 이슈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따라 잡으면서 풍성하게 맥락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슬로우레터는 슬로우뉴스에서 발행하는 데일리 뉴스레터입니다. 슬로우뉴스 2.0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유효 독자와 고정 방문자를 확보하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슬로우뉴스는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이슈와 쟁점을 분석해서 5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돕는 뉴스레터입니다. 날마다 아침 7시에 발송합니다.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세상에는 뉴스가 너무 많고 진짜 중요한 뉴스를 찾아 읽기가 너무 힘들죠. 뉴스를 분석적으로 읽는다는 건 생선에서 가시를 발라내는 것처럼 뉴스를 해체하고 본질을 다시 구성하는 작업입니다. 슬로우레터는 단순히 뉴스를 압축하거나 요약하는 게 아니라 해석하고 의미를 구성합니다. 뉴스를 해체해서 워딩과 숫자와 케이스를 추출하고 사실과 의견을 분리하고 핵심을 끌어내는 방식입니다. 우리의 질문은 언제나 “이게 왜 중요한가”로 시작합니다. 이 질문은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면서도 현재의 시점으로 언제나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고 검증하고 반론에 열려 있어야 합니다. 숙련된 저널리스트의 통찰과 식견이 필요한 작업입니다. 4. 콘텐츠를 작성하고 배포하는 과정도 궁금합니다. 날마다 새벽에 배송되는 10종의 조간 신문을 읽고 핵심 이슈를 정리해서 7시에 뉴스레터로 발송합니다. 종이신문에는 인터넷 타임라인에서 찾을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있습니다. 종이신문 기사가 인터넷에 그대로 실리긴 하지만 종이신문의 지면 배열에는 맥락과 밸류에이션이 반영되죠. 신문 지면을 보면 권력과 여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먼저 1면 머릿기사를 한꺼번에 훑고요. 보수-진보 순으로 가거나 진보-보수 순으로 가거나 다른 논조의 신문을 교차해가면서 읽습니다. 한겨레-조선일보-경향신문-중앙일보-한국일보-동아일보, 이런 순서로 가거나 거꾸로 가거나 그렇죠. 경제지도 살펴보고요. 주요 외신도 교차 확인합니다. 오후에 기초 취재를 하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서 주요 쟁점을 크로스 체크하는 방식으로 뉴스레터를 작성합니다. 슬로우레터는 크게 ‘쟁점과 현안’, ‘더 깊게 읽기’, ‘다르게 읽기’, ‘해법과 대안’, ‘오늘의 TMI’,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등의 카테고리로 구성됩니다. 전문가가 썰어주는 ‘뉴스 오마카세’ 같은 콘셉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슬로우뉴스의 콘텐츠는 슬로우레터와 다음 채널, 네이버 프리미엄, 뉴스마켓 등에 소셜 채널까지 더하면 콘텐츠 건당 조회수가 10만 뷰가 넘습니다. 웬만한 일간 신문보다 강력한 도달률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5. 슬로우레터는 다양한 기사와 자료를 통해 이슈를 더욱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된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작성하실 때 주로 어떤 매체나 데이터를 참고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차적으로 종이신문의 기사 밸류에이션을 봅니다. 어떤 기사를 중요하게 배치하는가, 그리고 이 기사에 어떤 맥락을 부여하고 있는가를 확인한 뒤 해체해서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왜 이 신문과 이 신문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지 파고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신문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그건 그냥 흘러 지나가는 정보입니다. 뭔가가 충돌하고 부딪히고 박 터지게 싸우는 지점이 있다면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누군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입니다. 직접 팩트 취재와 인터뷰, 사실 검증도 하지만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패턴을 읽고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동안 한국 저널리즘 생태계에는 이런 맥락적 콘텐츠가 너무 부족했습니다. 모든 정보 출처에 최대한 원문 링크를 제공하는 것도 슬로우레터의 특징입니다. 링크는 웹의 기본이고 모든 지식 공유의 근간입니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있고 링크는 인류가 수천 년을 쌓아온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구와 이론은 복원 가능해야 하고 입증 가능해야 합니다. 언론이 결론을 내릴 수는 있지만 독자들이 원한다면 언제나 원본 소스에 접근해서 직접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결문과 학술 논문, 국회 토론회 데이터도 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로우레터를 제작할 때는 텍스트 데드라인도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본문에 인용하는 정부나 국회 자료나 연구 데이터 등은 가능하면 원본을 확인하고 직접 데이터를 추출해서 인포그래픽을 뽑습니다. 저는 데이터를 다룰 때 가능하면 시계열을 길게 잡는 걸 좋아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크기를 줄여서라도 숫자를 집어넣죠. 언론 보도를 보면 중간에 잘라서 적당히 비율이나 추세만 보여주는 그래프가 많은데요. 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이 1.9%”라는 말을 들으면 지난 20년 동안 숫자를 다 보고 싶거든요. 큰 흐름을 봐야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6. 슬로우뉴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루에 한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뉴스가 10만 건에 육박합니다. 뉴스는 생물이고 사실 모든 뉴스는 하나로 연결돼 있죠. 모든 뉴스가 각각 독립된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맥락을 연결하고 차이를 비교해서 읽으면 새로운 의미가 드러납니다. 슬로우뉴스의 오리지널리티는 맥락과 통찰에 있습니다. 빠르게 핵심을 분류하고 본질을 짚고 리듬감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맥락을 풀어내는 뉴스레터는 한국에서 슬로우레터가 유일하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미디어오늘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언론 비평을 해 왔는데요. 뉴스 분석은 단순한 요약도 아니고 압축도 아닙니다. 맥락을 끌어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인공지능의 확률적 앵무새가 흉내낼 수 없는 비판적 사고의 영역이 있다고 믿습니다. 한 사회의 저널리즘은 거대한 협업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프레임을 읽는 게 중요합니다. 누가 의제를 주도하고 여론의 흐름을 지배하느냐의 전쟁이죠. 강력한 프레임이 여론을 움직입니다. 우리는 프레임의 영향을 받고요. 그래서 같은 이슈라도 관점과 해석의 차이를 짚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슬로우레터 뿐만 아니라 슬로우리포트와 민노 인터뷰 시리즈도 슬로우뉴스의 핵심 콘텐츠입니다.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하면 수백 건의 기사가 쏟아져 나오지만 왜 파업이 계속되고 무엇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기사는 많지 않죠. 필리핀 가사 도우미 논란이나 정년 연장 논의, 종합부동산세 논쟁, KT 구조조정, 이대남의 보수화와 포퓰리즘 논쟁, 디지털 단두대와 캔슬 컬처 등의 정치‧사회 현상을 깊게 파고 들면서 통찰을 끌어냅니다. 슬로우뉴스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는 언론입니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한창 인기를 끌 때는 학교 폭력 이슈를 6개월 가까이 취재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문제, 학폭의 해법을 묻는다” 연속 기획은 아직 미완성 프로젝트입니다. 지역 소멸 이슈를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고요. 건설 노조의 작업 중지권 도입 사례를 소개했고요. 군산의 맥주 보리 프로젝트를 집중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무의의 장애인 접근권 프로젝트도 팔로업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의 기본 개념이나 사례가 궁금하시면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 사이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7. 슬로우뉴스가 생각하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읽으면 바뀌고, 읽어야 바뀝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볼까요? 연못에 금붕어가 죽어 있으면 사람들이 금붕어가 왜 죽었지? 하겠죠. 그런데 금붕어가 계속 죽어나가면 그때서야 누군가가 연못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입니다. 슬로우뉴스는 사건을 넘어 구조와 시스템을 이야기하는 언론입니다. 문제를 넘어 본질을 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언론입니다. 그래야 더 늦기 전에 금붕어를 살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죠. 우리는 그 문제들을 자동차 사고처럼 늘 어딘가에서 발생하는 불행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취급해 왔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항공기 사고처럼 접근하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원인을 분석하고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해 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참여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언론이 해답을 내놓을 수는 없고 언론의 본령도 아닙니다. 다만 언론이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달라집니다. 우리는 저널리스트 그룹이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은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추적하고 본질을 드러내고 문제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문제의 정의가 단계적 해법으로 가는 출발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과 시민 참여 프로젝트, 지역과 학교를 연계하는 해커톤 프로그램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학교, NGO 그룹과의 협업 프로젝트도 열려 있으니 연락 주세요. 참고로 지난 연말 민주노총과 공동으로 진행한 콘텐츠 프로젝트는 누적 조회수 100만 뷰를 넘겼습니다. 지난해 제주대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올해는 성공회대 등과 협업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8. 슬로우뉴스가 생각하기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중요한 이슈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도 함께 말해주세요. 슬로우뉴스가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잡았던 큰 주제는 지역 소멸과 기후 변화, 노인 빈곤, 젠더 갈등, 산업 재해, 교육 격차 등이었습니다. 핵심은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현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패턴과 구조를 드러내고 시스템을 건드려야 합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에서 강조하는 ‘복잡하게 쓰기(Complicates the Narrative)’라는 문제 해결 방법론이 있습니다. 갈등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접근이죠. 애틀랜틱의 탐사 보도 전문기자 아만다 리플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담을수록 좀 더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가 된다. 사람들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맞닥뜨릴 때 호기심을 갖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인다.” 우리에게는 복잡한 문제가 많습니다. 복잡한 문제가 왜 복잡한가를 정확히 이야기해야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슬로우뉴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프로젝트는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의 텍스트를 제안하고 행동과 참여를 끌어냅니다. 실제로 변화를 만드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아직 인력도 재원도 많이 부족합니다만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는 빌 게이츠와 록펠러 재단 등의 후원을 받아 다른 언론사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전히 ‘솔루션 저널리즘 네트워크’도 선언적인 프로젝트에 그치는 부분이 있는데 슬로우뉴스는 좀 더 실질적인 힘을 갖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해법의 마지막 단계는 정책과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와 연계한 정책 제안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문제 해결 저널리즘의 모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9. 슬로우뉴스가 빠띠에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용자와의 상호 작용 경험이 있을까요? 일단 빠띠 권오현 대표님과는 10여 년 전부터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했습니다. 슬로우레터의 초기 모델이었던 이슈브리핑닷컴을 만들기도 했고요. 미디어 해커톤도 몇 차례 함께 진행했습니다. 팩트체크넷도 직간접적으로 관심도 갖고 참여도 했죠. 건강한 공론장이 민주주의의 핵심 인프라라는 데 공동의 문제의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빠띠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각도의 콘텐츠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슬로우뉴스의 CMS(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빠띠의 믹스온으로 옮겨가려고 검토하고 있고요. 권오현 대표님이 주도하시는 코드포코리아나 디지털 민주주의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슬로우뉴스와 협업할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대화’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는 콘텐츠 주도의 사회 혁신이 기술 혁신과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없는 기술은 공허하고 기술 없는 콘텐츠는 취약하죠. 강력한 콘텐츠가 강력한 의제를 형성하고 강력한 의제가 강력한 플랫폼과 만나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슬로우뉴스의 콘텐츠와 빠띠의 플랫폼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키워드는 참여와 소통입니다. 10. 빠띠는 목소리를 모으고, 대화의 장을 열고,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시민이 활동하는 디지털 시민 광장입니다. 이런 활동에 함께하는 슬로우뉴스는 ‘시민대화’와 그 외의 ‘시민활동’들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제 설정이 언론의 핵심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언론의 영향력은 결국 독자에서 나옵니다. 한때 종이신문 판매 부수가 언론의 영향력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TV는 시청률과 시청자 수였고요. 언젠가부터 클릭 수나 조회수가 언론의 영향력인 것처럼 변질되기도 했지만 본질은 얼마나 읽느냐보다 얼마나 바꾸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끌어냅니다. 우리는 윤석열 탄핵과 퇴출을 넘어 다른 세상을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에 왔습니다. 대통령을 갈아치우는 것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윤석열이라는 괴물을 낳은 낡은 가치와 결별해야 할 때입니다. 강물은 구불구불 흘러 바다로 간다고 하죠. 계속해서 실패하고 좌절하곤 했지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을 쉽게 꺾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빠띠에 애정과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빠띠의 실험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좀 더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좀 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1. 디지털 시민 광장 빠띠를 추천한다면 어떤 분들께 권하고 싶나요. 빠띠의 이용자들에게 슬로우뉴스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문제 해결이라는 큰 방향에서 슬로우뉴스와 빠띠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저희는 좋은 글이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 저널리스트 그룹이고 빠띠는 행동하는 시민들의 네트워크 플랫폼입니다. 슬로우뉴스는 빠띠가 만드는 공론장의 연료와 엔진이 되겠습니다. 세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슬로우레터를 구독하세요. 빠르게 정보를 탐색하고 핵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드립니다. 둘째, 문제 해결 프로젝트에 함께 해주세요. 읽으면 바뀝니다. 셋째, 제안을 주세요. 제보와 아이디어, 비판, 협업 제안 등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참여가 변화를 만듭니다. 빠띠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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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노회찬상 수상후보자 추천공모 (~25.1.19)
2025년도 제6회 노회찬상 수상 후보자 추천 공모   노회찬재단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정치·경제·사회적 평등과 공정을 실현’하는데 선도적으로 기여하거나, ‘권력과 권위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알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거나,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 당사자들의 주목할 만한 실천’과 제도권 안팎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위한 의미 있는 진보적인 정치 활동’을 한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담아 <노회찬상>을 시상합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시상부문 노회찬상(단일부문)  ※ 추천된 후보 중에서 별도의 특별상을 시상할 수 있습니다.  접수기간 ~2025.1.19(일) 자정까지 시상식 2025년 2월 19일(수) 예정 * 재단 유튜브 계정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예정  접수방법 이메일 okmdi@naver.com (하단 첨부파일 확인 > 추천서 양식 작성 후 첨부) 온라인 신청서 작성 바로가기  ※ 우편을 통한 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문의 전화 02-713-0831   팩스 02-713-0830 이메일 hcroh6411@naver.com  🎁 역대 노회찬상 톺아보기 (1~4회)  - 이후 노회찬재단에서는 제 5회 노회찬상 수상자로 <최말자 님>을, 특별상 수상자로 <박정훈 해병대령>과 <소성욱‧김용민 부부>를 선정했습니다.  수상후보자 추천에 대한 세부 내용 및 제출서류는 첨부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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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어가요!
안녕하세요 현재 2025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을 모집중에 있는데요~ 청년정책을 직접 만들고 배우면서 서울시에 있는 다양한 청년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활동이 주된 목적인 모임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사항들을 확인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 2025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모집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 나의 목소리를 직접전하고 싶다면?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에서 우리 더 나은 청년의 삶을 만들어 가요. 💡모집분야 : 정책제안단, 정책모니터링단, 정책홍보단 💡일정 : 2024.12.16(월) 09:00 ~ 2025.01.12(일) 24:00 ⭐대상 1)서울시 정책 내가하면 더 잘할거 같은데? 생각하는 청년 2)나의 아이디어로 서울을 바꿔보고 싶은 청년 3)같은 비전을 공유할 청년들과 연결되고 싶은 사람 ⭐혜택 -활동 우수자 시장 표창, 분과회의 시 봉사시간 인정, 활동증명서 발급 ⭐주요활동 1. 정책제안단 - 주거/문화예술/사회안전망/일자리창업/기후환경으로 나뉘어져 정책을 만들어요 - 관심사가 비슷한 청년들과 만나고 네트워킹 할 수 있어요 2. 정책모니터링단 - 청년자율예산 사업에 대해 정량, 정성적 모니터링을 진행해요 - 평가보고서를 만들면서 함께 배우고 공유할 수 있어요 3. 정책홍보단 - 청정넷활동과 청년자율예산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요 4. 네트워킹 - 위원들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킹 활동을 진행해요 - 분과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거나 다양한 특강을 듣는 것부터 같이 영화를 보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까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요! ⭐다양한 청년들과 만나고 ⭐서울시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더 나은 서울을 만들어가요! 청년정보몽땅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세요! [공식공고] 청년몽땅정보통 https://youth.seoul.go.kr/netw... [신청링크] 청년몽땅정보통 https://youth.seoul.go.kr/y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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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정부예산 50억원으로 사회문제해결 국민아이디어 매입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동안  저희 국민제안진흥원 캠페인으로  1. 청와대국민청원2.대통령실국민제안3. 국회국민청원4.전국고교생학생의회에 이어 5.예산과 순수익의 1%활용  사회문제해결 국민제안 매입 국민일자리캠페인입니다(많은사회문제해결될것입니다) 사회문제가 척척해결되는 방안 우수해결대안 국민생각을 매입하면됩니다 (함께할 단체를기다리고있습니다.함께 수백명의 캠페인 일하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010-3625-1001) 국회청원(매월 50억원 국민상금 ? 국민 아이디어 매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국민 일자리 창출 사업 도입 촉구에 관한 청원)에  당사자인 국민의 아이디어로 사회문제해결에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당당히 요구합시다.    국회청원 링크 1.매월 50억원 국민상금 – 국민 아이디어 매입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국민 일자리 창출 사업 도입 촉구에 관한 청원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registered/27F6EA41132716B0E064B49691C6967B 2.예산과 순수익의 1%활용 온국민참여 사회문제해결 문화운동 정치도,시민사회활동도 더 좋아지는 사회도 목적은 사회문제해결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건 없건 우리와 깨질 수 없는 정치! 정치란 사회문제해결이라고 초등학교 사회책에 나와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25년 동안 저희는 공동체 문제해결위한 국민참여제안 문화운동을 전국강의, 캠페인 활동 등을 하여[청와대국민청원.대통령실국민제안][전라남도교육청청소년제안대회 전국의고교학생의회]등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사회문제는 이해관계, 이해충돌성, 상호관계, 정치적인 요인 등으로 얽히고설켜 해결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16년간 출산,지역균형문제에 500조원을 쓰고도 더 나빠진 출산,국토불균형 문제 등 사회전반의 사회문제는 해결될 기미조차 없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좋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1인1폰 Ai시대에 1년 예산의 0.01% 월 50억원의 현상공모상금으로 국민들의 아이디어를 매입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문제해결을 고심하여 적극적 참여로 생각지도 못한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세계최초 영국의경도시계가 해양대국을 만들었고, 프랑스 나폴레옹의 군대 식량보관 문제를 해결한 휴대용통조림 발명도 모두 난제를 대국민현상공모로 평범한 일반시민의 아이디어에서 탄생되었습니다. 상상해봅시다. 창발적 국민창의로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가 척척 해결되는 행복사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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