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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이대로 전세사기 가해자를 풀어주면 안됩니다!
지난 몇년간 전세사기 대란에 온 사회가 휘청이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가해자 일당, 소위 '건축왕' 이라고 불리는 남OO 씨와 공범들의 조직적인 범죄였습니다. 알려진 내용만 2,500세대 이상의 대규모 전세사기를 저지른 남씨 일당은 형사재판 1심 판결에서는 주범 15년형, 공범 4~13년형을 받았습니다.주범 남씨에게는 사기죄 법정최고형이 선고되었지만, 이미 전재산을 모두 잃어버린 피해자들에게는 한없이 부족한 판결이었죠. (기사) 하지만, 2024년 8월 말 형사재판 2심 판결에서는 주범에 대해 7년형, 공범 전원에 대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기사)임대인 측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한 말도 안되는 판결이었고, 전국의 수많은 피해자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면, 이제 전국의 전세사기 가해자들은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커지고, 우리 사회는 전세사기를 또다시 방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은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향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국의 전세사기 판결이 달라질 예정입니다. 오늘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대법원 앞에서 가해자 일당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국의 피해자 1,516명이 모아준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11/11)부터 연말까지 1인시위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기사 1, 기사 2) ▣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자들이 대법원 재판부에 고하는 호소문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은 실소유자인 남씨와 바지임대인,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자금관리책, 건물관리업체까지 50여명 이상이 철저하게 역할분담하여 공모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사기 사건입니다. 수사초기부터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남씨 일당의 조직적인 수법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그들의 은닉재산을 빠르게 찾아내어 벼랑 끝에 내몰린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증금을 돌려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생계를 뒤로하고 피해회복과 가해자들의 엄벌을 위해 경찰서, 검찰청, 법원, 국회, 구청, 시청, 언론사 등 문을 두드리지 않은 곳이 없고 거리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낸지도 2년도 더 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수천명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겠습니까. 피해회복은 커녕 일상의 삶은 파탄 나고 매일매일 지옥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이 기간동안 극단적 선택을 하며 삶의 끈을 놓은 피해자도 네명이나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남씨 일당은 죄를 뉘우치지도 않고 있고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공범인 공인중개사들은 남씨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했고 명의대여자와는 동업관계였다라는 거짓진술까지 하고 있습니다. 분통이 터질일입니다.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단한번의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보증금을 단한푼도 돌려준 일이 없습니다.  수천채가 넘는 피해아파트의 실소유자가 버젓이 따로 있는데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이를 속이고 중개하고, 명의대여자(바지임대인)는 자신의 집인냥 저희에게 임대인 행세를 했습니다. 남씨가 처음 임대사업을 시작할때부터 공인중개사와 바지임대인을 직원으로 두고 월급을 주고 성과급을 주며 적극적으로 임차인을 속이는 수법으로 남씨일당은 임대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실소유자가 따로 있고 계약당시의 임대인은 명의만 빌려준 명의 대여자(바지임대인)라면 누가 과연 전세계약을 체결할까요. 이를 알고도 전세계약을 할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입니다.  전세보증금은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이거나 만져본적도 없는 거액의 대출금입니다. 그런 큰 금액의 전세계약을 체결할때는 안전하게 하기위해 자격증을 갖춘 공인중개사를 믿고 진행하는 것이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씨 일당은 적법한 절차와 방식이 아닌 철저하게 임차인을 기망하는 사기수법으로 수천채의 전세계약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왜 이런 수법으로 임대사업을 했을지는 피해자들도 이제 모두 다 압니다. 실소유자인 남씨는 수천채의 집이 자신의 명의로 되면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니 명의대여자가 필요했고, 명의대여자와 임차인을 연결해줄 공인중개사가 필요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적법한 방식으로 중개를 하게되면 법이 정한 중개수수료만 받아야 하니 남씨의 제안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입니다. 자본이 없는 명의대여자 또한 명의대여를 해주는 조건으로 건당 수수료를 아주 쉽게 벌 수 있는 기회였을 것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아주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남씨의 직원이 되어 실소유자 남씨의 지휘아래 적극적으로 모의하고 계획해서 임차인의 피같은 전세보증금을 가로챘습니다. 피해자들은 1심에서 선고된 사기 사건의 법정 최고형인 15년조차, 그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대폭 감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저희 피해자들은 도저히 납득할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가로챈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은 피해자들에게는 삶의 전부이자 미래였습니다. 항소심 판결은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과 미래를 철저히 짓밟은 판결입니다. 대법원 재판부 판사님께 다시 한번 간절히 간절히 호소드립니다! 제발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정의가 살아있음을, 피해자들에게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준 가해자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엄중한 판결을 해 주십시요! 2024년 11월 6일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자 일동 ▣ 기자회견 개요 제목 : 인천 미추홀구 남헌기 일당 엄벌 촉구 및 탄원서 제출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2024년 11월 6일 수요일 오전 11시, 서울 대법원 앞   주최 :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진행안  사회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발언1 : 안상미 위원장 / 인천 미추홀구대책위  발언2 : 김태근 변호사 /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택세입자 법률지원센터 세입자114 운영위원장 발언3 : 강민석 대표 / 인천 미추홀구대책위   발언4 : 정태운 대표 / 대구 전세사기대책위  발언5 : 이철빈 공동위원장 / 전국대책위    호소문 낭독 : 박순남 부위원장 / 인천 미추홀구대책위   ✔ 보도자료 원문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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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에 규제를 더하자
11월 남보다 1원이라도 더 싸게 최대 80% 할인 11월이 되자 유통 기업 대부분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내놓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대 80% 할인 행사를 발표했고, 쿠팡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가전제품 최대 75% 할인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마트, 신세계 백화점, SSG닷컴, G마켓 등을 소유한 신세계 그룹은 SSG(쓱)데이 행사를 개최해 대규모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롯데그룹 역시 땡큐절을 개최해 최대 70% 할인을 펼치고 있다. 일부 대형마트에서는 할인 행사를 맞아 오픈 전부터 줄을 서고 있고, 할인 제품이 금새 동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기도 부천의 한 이마트에서는 계산을 위해 30분을 기다리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만큼 소비자 관심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소비자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해야 하는 유통가는 그 관심에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유통가의 대규모 할인 행사는 경제적으로 당연하다. 추석과 연말 사이 전통적 비수기 11월, 블랙 프라이데이와 광군제 여파로 할인 실시 11월은 유통가에서 전통적 비수기에 해당했다. 소비자들이 9월 혹은 10월 추석에 대규모 소비를 하고, 또 연말에 대규모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규모 소비 기간 사이에 낀 11월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기조는 해외직구가 활성화되자 변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 째주)와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 시기에 대규모 할인 행사가 이루어지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늘리자 국내 유통 기업들이 선제 대응을 하는 것이다. 선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를 미국과 중국에 뺏기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대규모 할인 정책으로 국내 소비자를 자사에 묶어두려는 것이다. 해외 업체로 인한 국내 유통업계 피해는 현실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자 국내 이커머스 등 유통 업계 실적과 이용객이 줄어드는 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테무와 알리가 국내 서비스를 본격화 한 뒤 중국발 해외 직구 규모가 70% 증가했고, 알리와 테무의 국내 이용자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알리는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 수가 ▲463만 명 증가했고, 테무는 ▲581만 명 증가했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였던 11번가는 ▼208만 명 감소했고, G마켓은 ▼102만 감소했다. 위메프는 ▼116만 명 감소했고, 티몬은 ▼61만 명 감소, GS Shop은 ▼5만 명 감소했다. 반면, 국내 소매판매액지수는 10분기 연속 감소 추세다. 소매판매액지수는 2020년을 기준(0)으로 소매업의 실제 월간 판매액을 지수화한 것이다. 국내 소매 판매지수는 2022년 1분기 ▲+2.6% 이후 줄곧 하락하고 있다. 2022년 2분기 ▼-0.2%, 3분기 ▼-0.9%, 4분기 ▼-2.3%, 2023년 1분기 ▼-0.8%, 2분기 ▼-0.7%, 3분기 ▼-2.7%, 4분기 ▼-1.9%, 2024년 1분기 ▼-2.1%, 2분기 ▼-2.9%이다. 3분기는 잠정 ▼-1.9%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11.6이었다. 이는 2020년에 비해 약 10% 상승한 수치다. 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 2022년 ▲+5.1%, 2023년 ▲+3.6%였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도 대비 상승률을 말한다. 통계 지표는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소비 둔화가 벌어지고, 그에 따라 대폭 할인 제품을 찾는 성향이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또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지 않는 한, 이 추세는 강화될 것이라는 걸 의미한다. 소비자는 언제든 더 싼 곳을 찾아 떠날 수 있다. 해외 직구 활성화는 국경마저 넘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고물가 해법은 더 싼 제품이지, 소비 감소가 아니다? 소비와 할인 정책, 광고 대해서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 소비자들은 국내 물가 상승의 해법을, 해외의 더 싼 제품에서 찾았다. 결코 소비 감소가 아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① 소비 감소 자체는 불가능한 것일까? 국가 경제를 생각해서 소비하는 건 아닐텐데 ② 소비자가 소비를 일부러 줄이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주변 환경이 소비자로 하여금 소비를 멈추지 않도록 만든 것일까? ③ 소비를 줄이다가 주변 환경에 의해서 멈추게 된 것은 아닐까? ④ 소비가 개인의 의지에 맡겨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 나 빼고 모두가 다 소비하면 개인이 그걸 견딜 재간이 있나?  ⑤ 고물가의 해법이 싼 제품이 아니라, 소비 감소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절한 대안이 있을까? ⑥ 경제도 결국 인간이 설계한 시스템이고, 생산과 소비 역시 마찬가지인데. 새롭게 설계할 수는 없을까? 이 설계도에 필요한 건 뭐지? 재원? 정책? 제도? 의지? 분배? 균형? 역기능은 없나? 경제 둔화에 대한 반발도 있을텐데? 무엇보다 공상과학 같은 말이라고 들리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가 화성 간다는 말도 믿는데 이걸 못 믿을까? ⑦ 지금 경제를 이끌고 가는 운전자가 누구지? 그 운전자가 너무 빨리 움직여서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밖의 풍경은 어떤지 조차 못 보고(혹은 못 보게) 있는 건 아닌가? ⑧ 환경 비용을 제품 가격에 포함시키면 분명 효과는 있겠으나, 결국 서민의 삶은 더욱 궁핍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프랑스 노란조끼처럼? ⑨ 필요에 의해서,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게 하는 방안은 없나? 필요와 욕구의 차이는 뭐지? ⑩ 이게 되는 건가? 이런 고민을 한 이유는 당연히 환경 때문이다. 현재 기후위기 문제는 소비 중심의 추출 자본주의가 원인이다. 모든 생산품은 지구의 물질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즉, 지구 어딘가를 파헤쳐서 만든 제품이라는 의미다. 값싼 대규모 할인 제품은 그 할인율 만큼이나,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일전에 작성한 <알리와 테무의 초저가엔 기후위기가 빠졌다>에서 이 부분을 다뤘었다. 물질 발자국과 경제성장이 정비례하며, 이는 곧 경제가 지구 파괴를 통해 성장했음을 다룬 내용이었다. 또한, 값싼 제품 공세는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그런 공세가 계속되는 한 기후위기와 물가상승 악순환을 막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결코 환경주의자여서가 아니다. 경제를 후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오히려 기술 없는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기업이 기술 개발과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도적으로 그런 기후기술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성장시키고, 그들을 환경문제 해결의 도구로써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1년에 발표한 ‘Net Zero by 2050’ 보고서에 따르면, 넷제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 중 거의 50%는 현재 개발중이거나 실증 단계인 기술에 의해 달성 가능하다. 즉, 현재 없는 기술을 전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기업들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기업은 지구 생태계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그 경영은 착취적이며 선형적이다. 일부 기업이 순환경제를 말하지만, 순수한 순환경제는 새로운 물질 투입이 발생하지 않고, 생산량 자체가 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무언가를 더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이는 곧 연필 한 자루로 신규 물질 (나무, 흑연, 고무, 금속 등) 투입 없이 같은 크기의 연필 두 자루를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다. 말 자체가 모순이다. 이처럼 기업 경영은 그 생태계 자체를 갉아 먹으며 성과를 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환경문제는 너무 갉키고 뜯겨서 회복할 여력 조차 없는 지구의 상태를 보여준다. 때문에 지구 생태계 자체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을 그 회복의 도구로써 사용해야 한다. 기업을 위해서도, 소비자들을 위해서도 소비 문제와 이를 부추기는 할인과 광고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지구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소비 중단은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때문에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이 정답은 아니지만, 현재 지식과 시야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제도다. 국가가 제도를 통해 할인과 과소비를 부추기는 광고를 규제하고, 수리와 재활용, 재사용을 장려하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장시간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 지향 환경이 아닌, 소비 지양 환경을 만들어야 현재와 미래 소비자 모두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소비자 개개인의 삶의 전환도 필요하다. 레크레이션 강사가 아무리 열성적으로 참여를 유도해도, 참가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강사만 맥이 빠질 뿐이다. 하지만 강사마저 없다면 레크레이션은 진행되지 않는다. 물론 레크레이션 강사도, 참여자들도 여기서 얻는 효능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레크레이션 강사에게 확실한 사례비를, 참여자에게는 즐거움 등을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 자체로 인간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 속의 인간(PIE, Person In Enviroment)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인간 행동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는 개념이다. 때문에 특정 인물의 (문제)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려면 그가 과거에 어떤 환경(물리적, 심리적, 사회적)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성장했는지 보고, 행동 변화를 위해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는 어마어마한 광고와 할인 정책에 둘러 쌓여 있다. 마트나 편의점을 가면 1+1 혹은 2+1 제품은 흔히 볼 수 있다. 광고들 역시 각종 할인율을 자랑하며 제품 구매를 알게 모르게 유도한다. 이런 환경에서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건 일말 당연하다. 안 사면 바보고, 멍청한 것이 된다. 이런 환경에선, 소비 중단의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한번 할인을 시작하면, 기업은 할인을 멈출 수 없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할인 광고 이러한 할인 정책은 기업에게도 이롭지 않다. 한번 1+1, 2+1 등 할인 정책을 시작하면 소비자들은 그러한 패턴에 익숙해 진다.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다면,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지만 소비자를 묶어둘 수 있다. 때문에 기업들이 할인 경쟁을 시작하면, 어느 순간 할인을 결코 멈출 수 없게 된다. 이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다. 죄수의 딜레마란, 자신의 이익만 고려하다가 상대방과 자신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유발되는 것을 말한다. 두 개 경쟁 기업이 각각 광고를 하지 않으면 50억 씩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 수익을 더 얻기 위해 광고를 집행하면 상대방 역시 동일하게 광고를 집행하게 된다. 그럴 경우 최종적으로 자신들의 각각의 이익이 40억으로 줄게 된다. 광고비 10억 만 지불하고,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형국이 벌어지는 것이다.¹ 득 될 게 없는 현상은 소비자마저도 그 할인에 익숙하게 만들어 기업 스스로를 할인과 소비자 인식의 철창에 가두게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할인과 광고를 줄이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 환경에게 더욱 이득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할인에 유혹되어 불필요한 소비와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선의에 기대어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나 문제는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가이다.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재활용과 재사용, 수리 광고 규제에 대한 선례다. 아주 간단히만 소개한다. ① 프랑스 계획된 소비법(2014), 노후화 불법(2015)과 수리 이용자 지수(2021) 도입 계획된 노후화 벌금 30만 유로, 3년 간 매출액의 5% 벌금 소비재 보증 기간 6개월 -> 2년 연장 제품 수리 지수 가능 지수 수치 표시 프랑스는 지난 2015년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을 제정했고, ‘계획된 노후화’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계획된 노후화는 기업이 제품 설계 당시 특정 시기가 되면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추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신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프랑스 법에서는 계획된 노후화를 “마케팅 담당자가 교체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모든 기술”로 정의하고 있다. 만약 이것이 발각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00 유로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때 벌금 액수의 경우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이익에 비례하며, 계획된 노후화가 알려진 날짜 기준 최근 3년간의 연간 매출액을 기준으로 계산된 평균 연간 매출액의 5%까지 증가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획된 노후화를 법제화 하도록 이끈 건 프랑스의 시민단체인 ‘HOP(Halte à L'Obsolescent Programmée, Stop Planned Obsolescent)’다. 이들은 2017년 애플이 제품 설계에서 계획된 노후화를 의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일명 배터리 게이트 문제였다.  당시 애플이 특정 아이폰 모델의 배터리 성능을 저하 시켰고, iOS 업데이트 시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2021년 최종 승소했다. 애플은 2,500만 달러의 벌금을 지불했다. 한편, 애플은 “소비자가 제품을 수리할 경우 더 위험하다”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수리할 수 있게 하는 법안 폐지를 로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HOP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애플을 주목하고 있다. 애플이 계획된 노후화를 계속 진행할 경우 이에 대한 소송을 걸고있다. 2022년 12월 애플이 또다시 계획된 노후화로 제품을 설계하자 소송을 걸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법원은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건 당시 애플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한가지는 수리 용이성 지수 표시다. 이는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이 얼마나 수리가 가능한지 표시하는 것이다. 10점 만점으로 표시되며 현재 스마트폰,  세탁기, 노트북, TV, 전기 잔디 깎는 기계 등 5가지 제품 유형에 대해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얼마나 수리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이다. 제조업체는 자사 제품 수리 용이성 지수를 세부 항목별로 측정하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해야 한다. 만약 소비자가 정보를 원할 경우 소비자에게 15일 이내에 무료로 알려줄 의무가 있으며, 판매자에게도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유통업자도 표시 책임이 있으며, 제품 판매 시에 가격 옆에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② 스웨덴 수리 VAT 감소 기존 25% -> 12>#/p### 백색 가전의 경우 소득세 환급 수리 저항성 감소 수리 용이성 지수를 표시한다고 해도, 만약 수리 비용이 비싸다면 소비자가 쉽게 수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 수리 비용이 기존 제품 비용의 30%를 넘는다면 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다. 이렇게 가격에 따라 수리를 꺼리는 것을 ‘수리 저항성’ 이라고 한다. 수리 저항성을 낮추기 위해선 수리 비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수리 장려를 위해 제품 수리 시 VAT를 25%에서 12%으로 절반 줄였다. 또한, 백색가전을 수리 할 경우 소비자에게 소득세 환급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에 대해 스웨덴의 부재무장관 Per Bolund는 “사람들이 무언가가 고장났을 때 수리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고품질 제품을 구매하기가 더 쉬워진다” 라며 “수리를 확대하면 실제로 노동 시장 확대와 실업 감소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수리 서비스는 종종 높은 기술을 요구하지만, 그렇게 높은 교육 수준은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실업 중인 노동력 중 혜택을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③ 프랑스 34% 이상 할인 금지 소매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안 다국적 기업과 소규모 기업의 불공정 경쟁 방지 소비 감소의 영향도 있을 것 프랑스는 2023년 3월 1일부터 모든 할인마트점에서 34% 이상 할인을 금지했다. 이는 곧 1+1 할인이 끝났음을 의미한다. 주요 해당 제품은 식기 세척액, 표백제, 다목적 세척제 등 가정용 청소 제품, 샴푸, 치약, 탈취제 등 개인 관리 제품, 메이크업, 향수, 스킨케어 등의 미용 제품, 물티슈, 기저귀, 이유식 등 아기용 제품, 애완동물 사료, 깔짚, 장난감 등 애완동물 관련 제품 등이다. 법안의 주요한 이유는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중소 기업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중소기업이 다국적 기업과의 할인 경쟁에서 이길 수 없고, 마진이 남는 게 없다는 것이었다. 중소기업과 소규모 생산 업자들이 까르푸(Carrefour)나 리디(Lidi)같은 프랑스 내 다국적 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설령 중소기업을 위해서 실시한 법안이라고 해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1 자체가 소비자에게 이득일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게 된다. 하나만 사고 싶어도 두 개를 사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불필요한 소비다. 할인율 제한은 이를 방지해준다. 또한, 양질의 제품(예를 들면 유기농 제품 등)을 생산하는 업자들이 대형 마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유기농 제품은 그 자체로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만약, 할인율을 제한하면 가격 경쟁 싸움이 되고 점차 더욱 양질의 제품을 소비자가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대개 유기농 제품 등은 지역에서 생산해서 유통 과정이 짧아 탄소 배출도 그만큼 준다. 그것 자체로 환경적으로 더 이로울 수 있다. 어느 광고인의 고백,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의 미국 광고인이다. ‘오길비 앤 매더(Ogilvy & Mather)’의 창립자이며, 1920년 대 이후 광고계의 번영을 이끈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의 저서들은 광고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여겨진다. <광고 불변의 법칙>, <어느 광고인의 고백>,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등이다. 그는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에서 광고와 할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속적인 가격할인 정책은 소비자가 제품에 자부심을 갖는 것을 저해한다. (p.75) 당신의 가족이 읽지 않았으면 하는 광고는 만들지 마라. 당신은 당신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부인에게도 거짓말하지 마라. 즉 남의 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제품에 관해 거짓말을 한다면 당신을 기소할 정부에 걸리던지,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당신을 처벌할 소비자에게 걸리게 될 것이다. (p.212) 사실을 말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의 부인이 바로 소비자다. 단순한 슬로건이나 지루한 형용사로 어떤 것을 구매하도록 그녀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라. (p.220) 당신의 가족들이 읽기 싫어하는 광고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좋은 제품은 정직한 광고로도 판매할 수 있다. 제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제품을 광고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p.221) 광고는 품질의 보증이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여 제품의 우수함을 밝히고 소비자들이 한결같이 품질이 높은 제품을 기대하도록 만든 회사들은 제품의 품질을 쉽게 떨어뜨리지 못한다. 쉽게 사람들은 잘 속는다. 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 (p.330~331) 데이비드 오길비는 팔리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고 말했다.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광고가 좋은 광고라는 것이다. 또한 오길비는 제품 자체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방 쓰고 버릴 싸구려 제품은 광고하지도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는 기업이 제공하는 무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을 살지 말지 결정한다.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해 비용은 감추고, 혜택만 강조한다. 그 혜택이 비용보다 더 나은 경우는 없다. 너무나도 많은 광고가 우리에게 거짓을 말한다. 일부 사실이 담긴 거짓을 말이다. 또한, 현대 “광고는 언제나 소비가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라 약속한다.”² 하지만, 광고의 대부는 정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을 속이는 광고가 아니라, 사실이 담긴 광고 말이다. 그는 이를 위해 광고 기획자들이 광고하려는 제품을 반드시 사용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제품을 제대로 알 수 있고, 제품에 대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제품에 하자가 있다면 결코 광고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주에게도, 광고사 자신들에게도 무엇보다 그 제품을 이용할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로울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제품의 긍정과 부정을 모두 말하는 광고 제도 역시 마련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해당 제품 생산에 필요한 물질은 어디서 생산됐고, 어디서 만들어졌으며, 어디에서 어디로 유통됐고, 어느 차량을 통해 현재 매장까지 왔는지, 그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와 지급된 비용은 어느정도인지 말이다. 또한 이러한 광고를 하는 곳에 소비자 선택권을 확실히 보장했다는 의미로 세재 혜택 등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우리 주변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디컨슈머가 될 필요가 있다 디컨슈머란, 소비하지 않는 소비자를 말한다. 신규 제품을 구매하기 보다 수리하고, 재활용 하고, 재사용 하고, 중고를 구매하며 최대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은 디컨슈머가 필요하다. 또한, 만연한 소비문화에 폐기도 필요하다. “소비문화의 근본적 특징은 부가 더이상 안녕을 증진하지 않고 훼손하는 지점을 흐리고 몽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² 흐려진 시야를 교정해서 제대로 본다면 입지 않고 옷장에, 침대에 뒹귈거리는 옷과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식자재가 냉장고와 찬장에 쌓여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소비 문화 폐지를 위해선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디컨슈머 사회가 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 예를들어 성장률 저하 등을 어떻게 대처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논의 역시 진행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선 그런 논의가 너무나도 부족한 것 같다. 정부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말이다. 부디 그런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논의되고 공론화 되면 좋겠다. 1) <협동의 경제학> (정태인・이수연/ 레디앙/ 2016) p.81~82 2) <디컨슈머> (J.B 매키넌/ 문학동네/ 2023) p.145,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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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체험 명소’ 앞 5성급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지난 3일 일요일 오후 3시, 경기도 동두천시 지행역으로 향했다. 목적지까지 가지 않는 지하철을 다섯 대 보냈다. 기다림은 35분간 이어졌다. 드디어 소요산행 열차가 도착했다. 한 손에 두꺼운 패딩 외투를 들고 올라탔다. 해 떨어진 산자락에는 한기가 휘감는다고 했다. 왕복 4시간이 넘는 거리. 출발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지행역에 하차하자 전화가 걸려왔다. 안김정애(65)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대표였다. “김 기자님, 역에 내리셨어요? 저 녹색 옷 입고 있는데, 보이십니까?” 내리쬐는 햇빛이 녹색 옷을 화사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보다 강렬한 디자인의 선글라스가 눈에 먼저 들어왔지만. 그는 몇 년 만에 만난 사람처럼 반갑게 인사했다. 손에는 전단지 수십 장을 들고 있었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발을 쉽게 떼지 못하는 땅. 이곳에 ‘옛 성병관리소’가 있다. 이는 1973년 박정희 정부 때 설립된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다.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가 성병에 감염된 여성들을 격리하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무너뜨리고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동두천시장과, 국가폭력의 역사를 사과도 없이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시민단체. 시민들은 소요산 주차장에 천막과 텐트를 치고 농성장을 차렸다.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만들고 밤낮으로 돌아가며 지키고 있다. 안김정애 대표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돌렸다. 성병관리소의 철거의 부당성을 제기하고, 동의하면 서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한 중학생은 전단지를 몇 장 더 달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것이다. 안김 대표는 품에 있던 전단지를 선뜻 더 챙겨줬다. 시민들이 항상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한 시간쯤 전단지 배포를 했지만, 대부분 전단지를 읽어보지도 않고 거절했다. 전단지를 받아가는 경우에도 얼굴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안김정애 대표는 거절당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사래 치는 시민에게 ‘한번 읽어보시면 좋은데’라고 덧붙이거나, 전단지 받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내용을 설명했다. 능숙함 덕분인지 이내 그의 손에는 전단지가 몇 장 안 남았다. 안김정애 대표는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2014년 10월 ‘미군 위안부’ 피해자 122명과 함께 국가손해배상소송에 나섰다. 정부가 ‘외화벌이’ 수단으로 기지촌 여성들의 성매매를 조장했다며, 국가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하라는 것이다.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제정하면서 집창촌 등에서의 성매매는 불법이 됐지만, 기지촌 반경 2㎞ 이내는 예외였다.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1969년 주한미군을 축소하겠다고 선언하자, 한국 정부는 ‘정화’ 사업에 돌입했다.  그 대상은 기지촌 여성들이었다. 정부는 기지촌 미군 ‘위안부’들의 명단을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고, 정기적인 성병검진과 관리를 시행했다. 만약 검진에 합격하지 못하거나, 단속 기간에 최근 일자의 성병검진 확인 도장이 없거나, 성병검진증을 소지하지 않았을 때, 미군이 성병에 걸려 그 대상으로 지목한 경우 모두 ‘성병 관리소’로 끌려갔다. 관리소에 수용된 이들은 모두 ‘페니실린 606호’ 주사를 맞았다. 당시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던 항생제다. 문제는 쇼크와 마비, 유산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당시 미군 ‘위안부’가 된 이들은 10대에 유입되어 수십 년간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10대에는 외국인 구경도 못했던 시절, 티비도 없고 문화도 없던 시절에 (…) 웬 아저씨들이 나를 데리고 갔다. 그 시절에는 판잣집이었는데 쪽방 같은 미닫이문에 허름한 침대, 허름한 테이블 탁자와 재떨이가 있는 곳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2015.10.15. <미군 위안부의 숨겨진 진실> 토론집 일부) 대법원은 2022년 9월 미군 위안부에 관해 “정부 주도의 국가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안김정애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대통령실, 법무부 등 정부 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그러나 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농성장은 지행역에서 차로 약 15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안김 대표는 농성장으로 이동하기 전, 동두천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나 서명을 받았다. 공익감사청구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기자를 공대위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에도 서명을 먼저 받았다. ‘선 서명, 후 통성명’ 방식이었다. 인사는 서명을 받은 후에 나눌 수 있었다. 그의 진심은 농성장에 도착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농성장에 도착한 건 오후 6시가 조금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해가 저물어가자 그는 기자의 손을 이끌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빨리 보고 와야 한다고. 그는 농성장 옆 가게 쪽으로 향했다. ‘실버밴드’가 기타를 치고 드럼을 두드렸다. 그 옆으로는 트로트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등산객들이 보였다. 다행히 우리가 향한 곳은 그 가게가 아니었다. 그 가게를 훌쩍 지나서 발견한 작은 ‘개구멍’ 앞이었다. 그는 무릎까지 오는 수풀을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나마 지난 여름에 길을 만들어준 사람이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잰걸음으로 따라붙었다. 조금씩 트로트 반주가 들리지 않을 때쯤이었다. 눈앞이 탁 트이더니 양 옆으로 하얀 건물이 드러났다. 페인트 칠이 다 벗겨진 낡은 감시 초소와 성병관리소였다. 꿈에서도 본 적 없는 스산한 건물이었다. 깨진 유리창과 창살 사이로 미군 ‘위안부’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미군들은 이곳을 ‘몽키하우스’라고 불렀다. 쇠창살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하는 여성들이 꼭 동물원 원숭이 같다는 이유다. 성병관리소 건물 외곽에 둘러진 철조망이 더욱 분위기를 음산하게 했다. 1996년 폐쇄된 이후 사학재단 소유로 30년 가까이 방치된 건물은 ‘흉가 체험 명소’가 됐다. 시민단체와 동두천시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건 지난해 2월 동두천시에서 해당 부지를 매입하면서부터다. 시는 소요산 관광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건물을 철거하고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주말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없던 게 또 생겨 있네.” 접근은 나날이 어려워진다. 최희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2020년 오랜 시간 방치된 성병관리소 내부를 청소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일탈 장소이자 흉가 체험 명소가 된 성병관리소를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등록하자고 당시 시의회와 시장에게도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고 시가 부지를 매입하더니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옆에 위치한 주차장에는 그날의 흔적이 남아 있다. 깨진 보도블럭과 잘려나간 나무들이 있었다. 새벽 5시 30분이었다. 포클레인은 그날 언덕을 넘어 그 아래에 있는 성병관리소를 무너뜨릴 계획이었다. 천막농성을 하던 사람들이 포클레인 앞을 가로막았다. 그제야 기계가 멈춰섰다. 이후로 농성장은 더 바삐 돌아갔다. 텐트를 세 군데 설치하고 각각 지킴이들이 지킨다. 기자는 지난 3일 소요산 대형버스주차장 거점을 지켰다. 안김 대표는 이날로 ‘여섯 번째’ 지킴이를 한다. 서울에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달려 이곳으로 온다. 매주 한 번은 지킴이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농성장을 ‘집’ 삼아 생활하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거점 맞은편에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걸어놓은 현수막들도 있었다. 이들은 ‘성병관리소’가 오히려 동두천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건물이 철거되고 관광지역으로 거듭나면 경제가 부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오후 7시부터는 문화제가 진행됐다. 이날은 재즈트리오와 민요 공연이 준비돼 있었다. 이들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갈등) 소식을 듣고 대화를 통해 같이 발전해나갈 방향을 모색했으면 좋겠는데, (대화가) 차단돼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 연주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모두 자발적으로 진행됐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는 공대위의 자부심이다. 지나가던 등산객들도 잠깐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보다가 떠나갔다. 해가 지면 어둠이 깔리지만 대신 응원하는 시민들이 곁을 지키러 온다. 월요일을 앞둔 이날도 일곱 명의 시민이 천막을 지키다가 떠났다. 초등학생부터 학교 교감선생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대신 이들이 찾아온 계기는 딱 하나다. 뉴스를 보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국민청원 동의가 5만 명 넘은 적 있어요. 그것도 다 저희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해주셨더라고요.” 국회 국민동의 청원 안건은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받는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국민청원은 지난 9월부터 한 달간 5만 2585명이 동의하면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됐다. “폭력의 역사를 왜 지워요. 아직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그곳에서 겪은 끔찍한 기억과 후유증을 안고 사는 피해자분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안김정애 대표는 부끄러운 역사를 지우기보다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자행했던 폭력을 지우는 순간, 또 다시 반복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공대위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성병관리소를 시도지정(등록)유산으로 보존하고, 역사문화평화공원으로 활용해 후대가 기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전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하루가 일찍 마무리됐다. 임성용 시인은 ‘5성급’ 텐트로 기자를 안내했다. 농성장에서 보낸 69일의 노하우가 담긴 가장 안락한 공간이었다. 가장 안전한 공간에서도 불안이 밀려왔다. 밤새 포클레인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머릿속으로 대안을 세우고 있었다. 핸드폰을 들고 뛰쳐 나간다. 그러면 나는 취재를 해야 될까, 아니면 공대위와 함께 그 앞을 막아서야 할까. 그리고 또 하나. 취객이 와서 시비를 거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길거리에서의 생활은 불안정하다. 언제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변수를 생각하고 대안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잠에 들지 못한 건 머릿속이 시끄럽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텐트가 있는 곳은 주차장. 얇은 텐트 너머로 자동차가 주차장 옆 도로를 달리거나 주차장으로 들어올 때면 눈앞이 번쩍인다는 거다. 잠에 들까 싶으면, 오가는 차 때문에 한밤에도 눈앞이 대낮처럼 밝아질 때가 있었다. 하필이면 이날 비가 쏟아졌다. 자정 무렵부터 약 두 시간 가량 쏟아진 빗소리에 쉽게 잠들 수 없었다. 농성장 지킴이들은 다행히 지난 추석에 폭우를 겪으면서 한 차례 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공대위 회원들은 텐트 아래 두꺼운 돗자리를 깔아 등이 젖는 것을 대비했다. 그 덕분에 비교적 푹신한 바닥에서 빗물을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텐트 위에 쳐진 비닐이었다. 비를 확실히 막기 위해 설치한 비닐에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소음을 만들어냈다. 안에서 듣기에는 폭우가 내리는 줄 알고 나와보니, 겨우 가랑비가 토닥거리고 있었다. 황당하기는 했어도 육안으로 확인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금방이라도 비닐을 찢을 것 같은 빗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텐트 밖 사람의 말소리가 들릴 때나 차들이 쌩쌩 내달릴 때면 곧잘 잠에서 깨면서도, 자꾸 눈이 감겼다. 날이 밝아오자 푸석한 얼굴을 한 공대위 회원들이 천막 아래 모여들었다. 가져온 패딩 외투를 이때 꺼내 입었다. 산길 위에 텐트를 친 임성용 시인과, 반대편 주차장을 지킨 김대용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각각의 거점에서 밤을 보낸다. 그 길이 뚫리면 바로 건물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용 대표는 동두천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면서 퇴근하면 농성장을 지킨다. 거의 매일같이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자전거를 타고 먼저 일터로 향했다. 농성장에는 아침마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 그는 교사다. 학교로 출근하기 전 따뜻한 커피를 준비해 소요산을 찾는다. 오늘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텀블러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온다. 그는 바로 전날 문화제에서도 얼굴을 보고, 가장 늦게까지 농성장을 지키다가 떠났다. 그에게 농성장은 도와주고 싶은 곳, 챙겨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저희 농성이 꽤 오래 갈 수도 있어요. 그래도 겨울에 눈 내리면 썰매 끌고 나와야죠. 주차장이 약간 언덕이라서 썰매 타기 좋거든요.” 지난 4일로 농성은 69일째 이어졌다. 농성장을 떠나면서 최희신 공대위 집행위원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눈도, 비도 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 이런 이들을 가로막으려고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길 위에 사람이 산다. “장소가 없어지면 기억이 없어집니다. 기억이 없어지면 치유의 길은 없어집니다. (…) 독일 사람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 그냥 없애버리고 거기다 호텔 지었으면 독일 국민들이 더 훌륭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여론이 보존하자, 다른 방식(문화공원조성 등)으로 보존하자 그것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을 이곳에 올 수 있게 하는 어떤 힘이 될 것이다, 라고 바라는 마음들이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2024. 10. 10. 기억 위로 미사 최재영 신부 메시지) ※ 공대위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기 위해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신흥재단이 소유하고 있던 옛 성병관리소 부지를 시가 매입하는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조사해 달라는 취지다. 공익감사 청구는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방법은 다소 번거롭다. 감사원은 여전히 ‘오프라인 자필 서명’을 요구한다. 공익감사청구에 동의하는 사람은 아래 링크에 첨부된 파일을 출력한 후 성명,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직업, 주소 등 빈칸을 채워 셜록 주소로 보내면 된다. ▶️ 공익 감사 청구 참여하기 ‘진실탐사그룹 셜록’ 주소: (04513) 서울 중구 서소문로 116 유원빌딩 1316호 진실탐사그룹 셜록 앞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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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이런 대화는 할 수 있어야 (2024 한국의 대화 참여 후기)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모습은 어때야할까?  '한국의 대화', 신청과정부터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나는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 걱정 되기도 하고, 지위를 얻어내거나 지켜내기 위한 일방적 입장, 혐오와 조장하는 발언이 온라인 세상을 도배하고 있는 요즈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대화라는 것을 나눌 수는 있을지. 한편으로는 막연한 걱정도 들었다. ‘나와 마주하게 될 누군가는 어떤 사람일까? 혹여나 상대가 강한 입장으로 설득하려 든다면 나도 맞불을 놔볼까? 아니지. 대화의 자리인 만큼 이번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수용하는 자세로 참여를 해봐야겠다.’ 상상 속의 대화의 현장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당췌 종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대화’라는 것이 낯선, 건강한 대화를 경험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토론에 앞서, 갈등의 요소가 다분한 10가지의 질문을 만났다. 당연히 '그렇다', '아니다'로 귀결할 수 없는 질문들에 홀로 곰곰이 생각하고 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공지능', '친환경에너지', '노키즈존', '노조파업' 등 쟁점이 되는 입장과 질문들을 뉴스나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접했지만, 그 사안에 대해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고,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입장에 '그렇다', '아니다' 선택을 내려야 했던 상황이 낯설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데 앞서, ‘나는 이렇게 생각해’ 입장을 정하고 ‘그럼에도 이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선순위를 세워보는 시간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되어도 충분히 수용할 여지를 만들어내는 시간이었다. ‘나와 대화를 나누게 될 사람은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일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오프닝 설명을 집중해서 듣지 못했지만, 화면 너머로 보이는 참여자 분들의 표정이 좋으셔서 한편으로 안심하며 소그룹방으로 이동했다.  “아니, 저희 둘이 배정되는게 맞아요?”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청년문제를 고민하는 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 였다. 각자가 활동하는 지역이 달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고민을 나눠왔던 사람이었기에, 서로 다른 응답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는 사이였기에 편안했지만, 아는 사이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그렇다 🙍🏻‍♂️아니다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아니다 🙍🏻‍♂️그렇다 -인공지능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될까요? 🙍🏻‍♀️그렇다 🙍🏻‍♂️아니다 지정 질문에 대해 놀랍게도 응답한 방향이 달랐다. 응답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린 만날 일이 없는 사이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우린 이미 서로 관계를 맺어버렸고, 그렇기에 서로의 답이 다르다는 사실에 대해 더욱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대화의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아이 이기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은 차별의 요소가 된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부모의 행동에 따른 피해로 노키즈존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건 아이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인거죠. 그렇지만 뜨거운 음식을 먹는 음식점 등 위험한 장소는 제한하는게 맞다고 봐요”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의 말을 들으면 원도심 등의 시설은 낙후되어 있는데, 이를 아이들도 맘껏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마련하기엔 비용이나 관리여력의 부족도 크고, 혹여나 다치게 된다면 보상을 넘어서서 큰 사고를 당할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노키즈존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용어인 것 같아요.” “노키즈존을 선택한 모든 곳이 이러한 관계성을 고려하고 단어를 붙였을까요? 같은 이름이지만 그 취지는 모두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개념이 퍼진다면 이것과 노키즈 존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까요? 그 대안이 자영업자와 아이 모두를 보호해줄 수 있다면, 노키즈존을  쉽게 붙이진 않을 것 같아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달랐으나, 서로 지켜내고자 하는 바는 동일했다. 우선순위로 둔 대상과 가치에 따른 차이였다. 1시간 여 남짓의 대화를 돌아보면,  ’그러한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저도 말씀하셨던 지점에 대해 동의해요’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동의한 지점을 바탕으로 한 대안, 해결책은 무엇일지 함께 토론했다. 질문을 거듭할 수록, 각자의 경험과 우선되는 가치, 기준을 더욱 편안하고 자유롭게 꺼내어 갔다. 서로가 달라서 다행이고, 달라서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함께 활동하는 단체의 동료들에게 “’한국의 대화’에서 우리 둘이 매칭되었다. 우리가 다른 답을 했더라, 근데 또 그 이유는 유사하더라”며 함께 짧은 소회를 남겼다. 그에 대해 동료들이 그 상황을 즐겁게 반기고, 나눴던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다름’이 즐겁고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다음 번에 질문들을 뽑아서, 다함께 나눠보자는 이야기도 나눴다. 낯선 사람과 서로의 관점을 공유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돌이켜보면 관계가 있는 사람이었기에 한번 더 생각하며 말할 수 있었고, 그간의 신뢰가 있기에 더욱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좋은 게 좋은거지’라며 납작한 관계를 지향하는 흐름 속에, 그래도 ‘우리 사이라면, 개인적 고민을 넘어서서 이런 이야기 정도는 나눌 수 있어야지’라는 이야기들이 널리 퍼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이 아닌, 내가 만난 사람, 함께 나눈 대화로 만든 생각을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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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제에 적합한 형식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오프라인 대화의 장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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