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령 선포 이후 이른바 ‘내란 정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검찰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을 넘겨받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이 연일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1월 13일 입장문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공무원에 직무수행 중 이해관계인의 신분 확인 요구가 있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분 확인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권고했다"며 영장 집행시 공무원 신분증 제시와 얼굴 공개를 요구했는데요. 이를 "최소한의 법적 의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의 신분증 제시와 얼굴 공개가 최소한의 법적 의무’라는 윤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에서 확인해봤습니다.
윤갑근 변호사 주장한 ‘신분 공개 의무’ 불심검문시에만 유효
윤갑근 변호사 주장처럼 ‘신분 공개 의무’가 법에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실제 법률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체포 영장 집행의 조건, 의무, 과정 등의 내용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에서 영장에 의한 체포를 법률로서 정하고 있는데요.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의 신분 공개 의무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전체를 살펴봐도 경찰공무원에 의한 체포 과정에서 신분증 제시나 얼굴 공개와 같은 절차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체포 이외의 경우에 경찰공무원의 신분 공개 의무를 명시한 법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경찰공무원의 직무 수행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인데요. 관련 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3조(불심검문) ④ 경찰관은 제1항이나 제2항에 따라 질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질문이나 동행의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동행 장소를 밝혀야 한다. |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선 “질문을 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불심검문시에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앞서 살펴본 형사소송법과 마찬가지로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도 일반적인 공무집행시 신분 공개 의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관 신분증 제시’ 인권위 권고 사례 존재
윤갑근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공무원에 직무수행 중 이해관계인의 신분 확인 요구가 있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분 확인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권고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죠.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도자료, 인권e의 결정례 목록을 바탕으로 윤 변호사가 주장한 사례가 존재하는지 확인했습니다. 물론 윤 변호사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진 않았기 때문에 ‘경찰관 신분증 제시’ 관련 내용이 들어간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공개된 사례 중에서는 2019년 10월에 있었던 권고, 2021년 3월에 있었던 권고가 유사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인권위가 “불심검문 시, 경찰관 정복 입었어도 경찰관 신분증 제시해야”한다는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후 2023년 2월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조선일보 등에서 다뤄진 해당 사례에선 인권위가 진정을 기각했습니다. 대신 경찰청장에게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신분 확인을 요구받는 경우 신분증 제시 등을 통해 신분을 밝힐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권력자’ 아닌 ‘보편적 시민의 권리’를 위한 인권위의 판단
앞서 확인한 사례를 정리해 보죠. 윤 변호사가 언급한 ‘경찰관 신분증 제시 권고’는 실제 사례로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용이죠. 2건의 인권위 ‘권고’는 모두 ‘불심검문시’에 해당하는 사례였습니다. 직무 수행을 포괄적으로 짚은 사례도 존재했으나 해당 진정은 기각되었습니다.
물론 인권위는 진정을 기각하면서도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의견을 경찰청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맥락이 조금 다릅니다. 조선일보가 밝힌 인권위의 의견 표명 배경은 아래와 같은데요. 같이 읽어보시죠.
“최근 경찰공무원이 교통단속, 음주측정 등 행정경찰 목적의 직무 수행 중에는 신분증 제시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신원확인 요구에 불응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관련 진정 접수가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적절한 법령 해석 및 실무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
인권위의 의견 표명 배경은 교통단속, 음주측정 등 행정 목적 상황시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권리 침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권위의 판단 배경은 ‘수사기관 출석 요청 불응’, ‘체포영장 집행 불응’ 등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측 행위와는 연관이 없는 셈입니다.
신분증 제시와 얼굴 공개는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서의 법적 의무다? … 사실이 아님
경찰공무원이 체포 영장을 집행할 때 신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의 법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윤갑근 변호사가 근거로 든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의견 표명은 ‘불심검문시’에만 해당하거나 ‘보편적 시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사례로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따라서 ‘체포 영장 집행 과정에서 경찰공무원의 신분증 제시와 얼굴 공개 등 신분 공개가 법적 의무다’라는 윤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윤 변호사를 비롯한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정당했다며 끊임없이 수사를 ‘불법’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임지봉 서강대 교수 등 다수의 헌법학자는 비상계엄을 ‘한국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에 대한 최초의 근본적 공격’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재판 지연 등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진행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본격적으로 헌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셈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이 문장으로 평등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민이 왜 지금 이 문장을 이야기 하는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행된 체포영장의 집행을 불응하고 있는 윤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돌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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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2완전 사실이아니군요. 검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사소한 거짓정보들이 모이고 모여 큰 갭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윤갑근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에요! 체포 영장 집행 때 경찰의 신분증 제시나 얼굴 공개는 법적으로 의무가 아니랍니다. 인권위의 권고는 불심검문에만 해당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상황과는 별개예요. 결국, 이 주장은 ‘팩트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