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에서 K-방산까지 : 팔레스타인 대량학살에 멀고도 가깝게 연루된 한국의 장황한 이야기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시리아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서 폭발이 쏟아지던 그 때, 한강에는 불꽃이 터졌다.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2000년부터 매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주최하는 한화그룹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폭격에 연루되어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서안지구의 대량 학살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한화그룹의 계열사이자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2021년 한국과 이스라엘 간 '기술 협력'과 '새로운 수출 기회'를 도모하는 MOU를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시스템, 엘빗시스템과 체결한 바 있다. 불법 국가인 이스라엘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자회사인 엘타는 이스라엘 점령군(IOF)에 레이더 기술과 전자 장비를 제공하고, 무인 불도저로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체코와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 수억 달러 규모의 장비를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엘타의 드론 수출이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캠페인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었다. 엘빗 시스템은 이스라엘 공병대가 운용하는 지상 장비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고, 웨스트뱅크의 분리장벽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불꽃축제 하루 전이자 10월 7일을 3일 앞둔 날, 한화시스템은 엘빗 시스템 그리고 군용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국군 특수작전헬기(UH/HH-60)의 성능 개량을 위한 또 다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충청남도 계룡대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육군 국제 방위산업전(KADEX)에서 이루어졌으며, 2021년 KADEX의 국제 행사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체결한 양해각서 체결에 이은 후속 조치이다.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KADEX 2024에는 무기 산업과 명백한 연관성을 지닌 국내외 무기, 기술 및 연구 개발 기업들이 참가했다. 올해는 대전과 서울에서 온 반전 활동가들이 계룡시에 모여 한국 땅에서 또 다른 무기 박람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평화적으로 항의했다.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BDS 코리아, 팔레스타인문화연대(KCAP) 회원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민 식민지 점령에 한화가 공모하고 있다는 점과 군사 관련 배출로 인한 기후 재앙의 가속화를 강조하는 피켓을 들고 행사장 밖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결국에는 미국 국방부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 기관이다). 이 조차도 시위 주최 측이 도착하기 전부터 박람회 주차장에서 활동가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보안 요원들이 경찰을 동원하여 시위를 박람회에서 제일 눈에 안띄는 곳으로 몰아넣는 실갱이를 벌인 후에야 가능했다. KADEX 측이 반대 의견을 세게 억누르려는 노력은 항상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군사주의에 깔린 불안한 기류를 드러낸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거세게 진압하는 KADEX의 모습은, 언제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군사주의 그 스스로의 불안함과 겹쳐지는 듯하다.
반전 조직과 관련 활동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터 이어져 온 국내 보수주의의 반공 기조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고, 한국의 국방 예산 증가와 이에 따라 세계 무기 거래 사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정부 인사들의 적극성은 한국을 군사 단시간에 무기 수입국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변모시켰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무기 수출의 42%를 점유하며 여전히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지만 (수출국 2위인 프랑스가 1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 8번째 무기 수출국이 되면서 전무후무한 무기 판매 기록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한국 무기 산업과 군의 강화는 윤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한국의 무기 수출은 12억 달러(2011~2015년)에서 38억 달러(2016~2020년)로 급증했으며, 폴란드와 호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작년 ADEX에서 한국의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고 선언했다.
'K-방산' 또는 ‘K-국방’과 같은 문구를 통해한국을 세계적인 무기 판매국으로 브랜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대중음악에서 뷰티 산업,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한국 상품에 대한 글로벌한 취향을 키워내려는 지난 시대의 노력과 포개어져 애틋하기까지 하다. K- 접두사에 대해 한국이라는 생산지라는 공통점만 존재하는 다양한 상품에 문화적 자본을 붙일 수 있게 만드는, 거대하지만 공허한 기표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조이한나 유(Joyhanna Yoo)의 주장처럼 어쩌면 K-접두사는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인 ‘형태소’이자 정치적 분석 도구일지도 모른다. K-접두사가 군사 장비에까지 달라붙으며 이제 질문은 더 확장되었다: 불꽃놀이, 현대미술, 폭격기 등 다양한 종류의 K-상품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러한 다양한 수출품을 함께 고려했을 때, 국방부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미용, 레저 산업이 전쟁에 관여한다면,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 사이의 변증법에 대한 진지한 논쟁이 일어나는 지금, 한국 내에서, 또는 다른 지역 및 운동들의 연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방식의 보기, 느끼기, 조직하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각각의 질문들 뒤에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이어지는 글에서 역순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베트남,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냉전의 거물, 재벌의 뱃속으로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한화의 축제를 빛낸 불꽃축제 팀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에 대항하여 3국의 '보호' 약속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자로쿠스(일본-대한민국-미국)'라는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안보 조약의 주역인 일본과 미국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한국이 과거 식민지배국과 현존하는 제국의 권력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동맹은 불안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해 국제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 조건을 공동 채택함으로써 지역적 단죄를 중단시키고, 원자폭탄 사용으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함에 따라, 일본과 미국의 제국주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함께 얽힌 채로 존재한다. 한국전쟁은 종전의 지연에 따른 상처를 남긴 한편으로, 일본과 미국에게는 군수품 생산과 군비 지출 급증이라는 양국 역사상 가장 큰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딘 러스크 미국 극동 담당 차관보는 “한국전쟁이 우리를 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희 창업주가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한화를 설립한 후, 1957년에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급성장한 것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한화는 이후 미군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냉전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석유, 증권, 플라스틱, 호텔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즉, 한화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냉전이었다.
한화와 현대를 중심으로 한 K-방산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전쟁의 유산과 일련의 군사 독재 하에서 한국의 전후 발전을 이끌었던 급속한 산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재벌들은 수백, 수천 달러의 미국 원조로부터 도움을 받고, 일본 식민지 자이바쓰(재벌)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특히 1950년대 전후에 규제없이 만연했던 부패, 그리고 이승만 정부가 이미 생산 수단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대출 조건을 만들고 확대하며 국내 엘리트 계층을 키운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약 15년 후, 재벌은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군사 개발주의의 중핵이 되었다. 재미사학자 피터 권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중화학공업화 계획과 1973년 군수조달법 제정과 함께 박정희 정권은 한화, 풍산, 현대 등의 일부 재벌을 본격적인 방위산업체로 전환시켜 북한을 겨냥한 탄약 생산을 토착화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공장 노동자들이 유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폭발물 사고로 사지를 잃는 등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하자, 1990년대 한화 인천 공장 관계자는 공장 앞에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 표지석을 세웠다.
이 비문에는 국가 주도의 냉전 경제 개발주의가 그 근간에서 생명 정치, 즉 누가 살 자격이 있고 누가 죽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관리로 작동했다는 경제 권력에 대한 핵심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 박정희의 정책은 무기를 수출하기보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고 30만 명이 넘는 한국군을 베트남에 파병하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방식의 생체권력을 보여줬다. 피터 권은 이 교환이 재정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박정희 정부가 국내 방위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재미학자 이진경은 파병을 국내 성매매와 군 매춘 등 당대의 소외된 노동계급 노동의 핵심 사례 중 하나로 재구성하며, 실제로는 이들의 노동이 실패했기는 커녕 한국의 근대화에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설명한다. 이진경은 이러한 노동의 소외가 예를 들어 공장 노동과 같은 '주류 산업 노동'과의 구조적 관계 속에서만 발생할 수 있었고, 군인이나 성 노동과 관련된 노동은 노동 인구 중에서도 가장 천시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노동은 '섹슈얼리티와 인종을 노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 근대화가 미국 제국주의의 궤도에 종속되어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즉, 베트남 전쟁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민에 대한 폭력을 지속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미국의 신식민지에서 소위 ‘하위 제국 권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3분의 1이 한국인일 만큼 베트남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다. 이러한 병렬 관계를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 전쟁의 기반 위에 관광과 레저 경제가 구축된 하와이에서 괌에 이르는 태평양 전역의 정착민 식민지배와 마찬가지로 우연이 아닌 상관관계로 이해한다면 어떨까. 오늘날 베트남을 오가는 한국인의 상품과 신체를 국가가 지원하는 폭력의 징후와 그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권현우는 전쟁없는세상 기고글에서 베트남전 전쟁 범죄에 대한 국가적 망각을 K-방산의 결정적 조건으로 꼽았다: “만약 한국 사회가 베트남전쟁을 철저하게 반성했더라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해외 파병의 역사를 이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전쟁을 기회로 외화를 벌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지금의 부끄러운 현실이 그나마 덜하지는 않았을까. 자국민을 파병해 돈을 번 것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이니 무기 수출로 인한 외화 벌이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자조를 해야할까.” 한국 방위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미국의 영원한 전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권현우님의 글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한국의 공모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쟁의 반복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바로잡을 길을 제시한다. 베트남에서 팔레스타인, 무기 산업에서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드디어 미국의 전쟁 지속과 이스라엘의 수백만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 세계 최초의 대량학살로 기록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대한 역할을 재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까지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베트남부터 DMZ 관광, 불꽃놀이와 국군의 날 행진, 대중 무기 박람회와 전쟁 기념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문화적 지형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구분은 계속 흐릿해지고 있다. 군사 점령 정권과 문화 기관 사이의 역사적 파트너십은 2014년에 세계 보이콧, 투자, 제재(BDS) 운동에서 시작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학술 및 문화 보이콧 캠페인(PACBI) 가이드라인에 가장 잘 명시되어 있다. PACBI의 원칙은 문화적 대상과 지적 노동, 그리고 그 창작을 촉진하는 기관이 권력 시스템과 독립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며 시오니스트 점령과 같은 억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이념적 지원을 능동적/수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이해에 기반한다. PACBI는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문화 보이콧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예술가, 학자, 문화 종사자, 비평가들이 이스라엘 정권의 핵심인 정착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외면하기 위한 예술 및 지적 노동을 허용하는 '아트워싱'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한국이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문화 외교 전략에 눈을 돌리면서, PACBI는 한국인과 한인 디아스포라가 기존 이름으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권력 집단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기업의 모습을 갖춘 한화그룹은 2023년 3월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2025년 63빌딩에 퐁피두 센터 서울 1호점을 개관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서울의 저명한 미술관을 소유한 다른 한국 재벌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로 명명된 이 미술관은 한화문화재단이 운영할 예정이며, 한화 계열사로부터 600억 원을 지원받고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분의 1 이상을 출자할 예정이다. KCAP는 지난 8월 BDS코리아,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흥사단, BDS일본지부, 저항하는 미술학생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한화그룹이 이스라엘 집단학살과의 거래 중단에 동의할 때까지 한화그룹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로벌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청원에는 현재 1,0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고, 전세계 3,000명의 서명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되며, 달성 시 한화그룹에 제출될 예정이다.
한화는 예술을 이용해 대량 학살에 연루된 사실을 은폐한 수많은 한국 기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부터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세계적인 예술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현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택을 훔치고 파괴하는 데 사용하는 건설 크레인을 공급해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9월, 서울시는 두 개의 주요 국제 미술 컨벤션인 기아프 서울( 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연계한 두 번째 '코리아 아트 위크' 개최를 앞두고 서울을 글로벌 '아트 시티'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수만 명의 미술 딜러, 바이어, 제작자들이 서울로 몰려들던 시기에 KCAP가 작성한 '2024 코리아 아트 페스티벌: 반제노사이드 및 연대 가이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가이드는 이스라엘 대량학살에 키아프와 프리즈의 여러 후원사들이 어떻게 공모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이스라엘 문화부, 마이모니데스 재단(the Maimonides Fund) 및 이스라엘 외교 정책의 이익을 옹호하는 기관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의 감독과의 대화를 저지하는 시위로 '절반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가 'CDA 홀론관'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 국가관을 설치한 것에 KCAP, BDS 코리아, 녹색당은 이 전시관을 위한 자금이 이스라엘 중앙정부가 아닌 홀론시에서 제공된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홀론관의 후원사 중 하나인 미국-이스라엘 제조 기업 스트라타시스는 글로벌 군산복합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종 청소된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은 아무 제재 없이 벌어졌다.
불꽃축제가 열린 날,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자유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가 종로 보신각에서 열렸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약 1년 만에 열린 이번 시위에는 1,500명이 모여 일제 식민지 침략 당시 파괴된 후 재건된 보신각에서 출발해 명동까지 행진했다. 탕후루 노점과 화장품 가게가 즐비한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 그리고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을 지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저쪽'의 일이 아니라 한국에도 깊이 얽혀 있음을 노골적으로 일깨웠다. 팔레스타인의 사례는 고립된 비극이 아니라, 이른바 세계 테러와의 전쟁에서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한 한국의 오랜 억압된 역사, 즉 과거와 한국의 현대적 경제적 성공을 조건으로 하는 식민주의와 전후 개입의 유산에 대한 인식의 유예로 형성된 현재, 그리고 대량 학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세계에 묻는 미래로 이어지는 열쇠와도 같은 사건이다.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청원에 서명하자. 관련 정치인들이 평화를 모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죽음을 통해 이윤을 낳는 기업을 보이콧하자.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제국의 완전한 파괴를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켜보기만 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자. 이웃과 함께 집단의 힘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미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조직화의 득실을 목격한 앞 세대 조직가들과 이야기하자. 여러분의 노동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보다 긴 싸움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초 베니스 비엔날레의 이스라엘관에 항의하며 작성된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합'의 팔레스타인관 선언문을 인용하자면, 팔레스타인은 미래의 세계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한국어 번역: 가연/피스모모)*You can also read S.M. Downer's article in English, HERE.
/SM 도우너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글을 쓰고 연구하며 산다. 미국학 연구자로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주의, 기억 및 문화를 다루는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