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낙검자 수용소 ‘몽키하우스’, 민주주의에서 빗겨 선 그 곳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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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는 대안언론, 더슬래시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김대용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 인터뷰

 

낙검자 수용소를 낮춰 부르는 말 '몽키하우스'는 미군들이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단어에는 동양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섞여있고, 이후 한국인들이 함께 사용했는데 여기엔 차벌과 낙인이 담겨 있지요. '성병관리소'는 공식 명칭이지만 이 건물을 통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맥락이 가려져 있어요. 그래서 성병관리소 철거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곳을 보건소처럼 여겨 그렇게 주장합니다. 보건소 건물이라면 굳이 보존할 이유가 없다고요. 실제 성병관리소는 강제 감금시설로 개인적으로는 '수용'보다는 '감금'이 진실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낙검자 수용소' 용어 사용에 대한 김대용 공동대표의 말
 

소요산 자락에 위치한 낙검자 수용소. 감금된 한국 여성들이 낙검자 수용소(성병관리소) 쇠창살 너머로 구조를 요청하는 모습이 원숭이 같다고 하여 미군들은 이곳을 '몽키하우스'라고 불렀다.

 

가만히 서있어도 절로 땀이 흐르는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벌써 1년 하고도 반이 지난 작년 여름, 피스모모 사무국과 해외에서 방문한 활동가 몇몇이 동두천을 방문했습니다. 김대용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공동대표의 안내로 미군기지의 흔적들을 또렷하게 마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군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기지촌 여성 노동자 윤금이씨가 살던 집, 그리고 그 옆에 들어선 한미우호의 광장이라는 역설과, 여전히 거대한 드론이 뜨고 내리는 미군 기지의 담벼락으로 뚝뚝 끊겨버린 땅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번듯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뒤뜰에 숨바꼭질하듯 자리한 낙검자 수용소(일명 몽키하우스)의 모습도요. 그리고 지금, 낙검자 수용소는 철거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더슬래시는 근 30년간 방치되어있던 낙검자 수용소를 철거하고 호텔을 세우겠다는 동두천시의 일방적인 계획에 맞서 100일이 넘게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김대용 공동대표의 이야기를 “캠프페이지” 기획으로 담습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은 경기 북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 기지촌 역사와 여성들의 인권침해 역사를 기록하고 보관하고자 2017년에 시작됐습니다. 김대용 공동대표는 2015년에 낙검자 수용소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최희신 공동대표와 함께 낙검자 수용소의 존재와 기지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폭력의 실태를 알리고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1965년부터 미국은 기지촌 여성에게 유행한 성병을 ‘관리 및 정화’하도록 한국 정부에 요청했는데요. 이에 한국정부는 기지촌 주변에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를 설립했습니다. 당시 미군 기지촌 여성들은 강제로 실시된 성병 검사에서 탈락하거나, 검진을 기피하거나, 성병에 걸린 미군에게 지목되면 '낙검자'로 분류되어 완치될 때까지 낙검자 수용소에 감금되었습니다. 이 여성들에게는 미군 남성을 표준으로 한, 여성 기준치의 10배가 넘는 양의 페니실린이 강제로 투약되기도 했다고 알려집니다. 

“동두천과 의정부, 파주 등 경기도만해도 여섯 곳이 있었어요. 부산이랑 군산에도 있었다고 하고요. 그러다가 쥐도 새도 없이 사라졌죠. ‘몽키하우스’가 유일하게 남은 곳이에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건물 뒤로 낙검자 수용소 건물(노란 원 표시)이 위치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오기춘(2023년 3월 22일). ‘땅에 콕 박힌 별 하나’...어린이 꿈·상상력 키우는,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중앙신문.  

 

동두천 낙검자 수용소는 1973년에 세워져 1996년에 폐쇄된 채 방치되었습니다. 소요산 등산로를 곁에 두고 있지만, 소요산이 개발되고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이 들어오기 전까지 소요산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나 주민들도 그 존재를 알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동두천에 사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대부분 몰랐죠. 시야에서 완전히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으니까요. 거기에 잡혀 온 여성들의 두려움은 상상하기도 어렵죠. 주변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만 ‘양색시’들이 벌거벗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을 봤다고들 해요.”

동두천시가 애써 외면하고자 했던 낙검자 수용소의 존재는 2023년 2월, 동두천시가 급하게 마련한 예산으로 낙검자 수용소 부지를 사들이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학교법인 신흥학원의 소유였던 이 부지는 휴양지로 설정되었던 탓에 20년 넘게 방치되었다가, 공시지가의 2배인 29억원에 매입되었는데요. 시유지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여럿 발견되었습니다. 지방재정이 20억원 이상 투자되는 사업은 예산 편성 전에 투자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보통 1년 이상 소요되고, 천재지변의 경우가 아니라면 다음 회계연도에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1 하지만, 동두천시의회는 2023년 1월 임시의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승인했고, 바로 다음 달에 낙검자 수용소 부지를 매입했습니다.2 투자심사의 경우 이해당사자가 심사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데,3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신흥학교 재단 교수 2명이 해당 투자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더해 지난 9월 6일에는 철거 예산(2억2000만 원)을 추가경정예산에 편성해 통과시켰습니다. 

“그 때부터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거예요. 새벽에 그럴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4” 

동두천시는 2023년 상반기에만 신흥학원 소유의 부지 세 곳을 총 157억원을 들여 매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전·현직 의원 중 신흥학원 출신이 다수 있어 동두천시와 신흥학원의 특수관계가 의심되기도 합니다.5 이러한 맥락에서 김대용 공동대표는 낙검자 수용소를 두고 빗겨 난 결정들을 공정하게 되돌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낙검자 수용소 부지 매입 과정에서 부정은 없었는지 감사원이 조사해 달라는 취지의 공익감사 청구 서명 운동을 진행하면서요.6 낙검자 수용소 철거 여부를 놓고 실시된 시민여론조사 또한 편향된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제대로 된 공론장이나 시민들이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도 시장과의 면담도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동두천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힘으로 눌러왔어요. 주민들 안에도 권력에 승복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요. 도리어 시의 사업을 찬성하는 그룹들이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험담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그림: 이동수 

 

김대용 공동대표는 낙검자 수용소의 무조건 보존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지역의 개발을 위해 불편한 기억을 일방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그러한 불편함이 승화되는 민주적인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요. 오랜 기간 침묵으로 대체되었던 미군 위안부 여성들의 피해를 알리고, 그에 동조하며 직간접적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취한 공동체와의 관계가 회복되며,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그대로 전시되는 그런 공간이 필요한 것이라고요.  

“이걸 철거하냐 보존하냐 하는 과정에서 서로 숙의하는 과정, 시민들이 참여하는 과정이 지역 사회 민주주의를 위해서 굉장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두천이라는 작은 동네에서 주민들이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는 과정들을 통해 지역의 비전을 설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거고요. 보존과 개발이 같이 잘 이어질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주>

 

1)투자심사는 다음 회계연도부터 시행하는 투자사업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긴급히 국가시책사업을 추진하거나 연도 중에 사업을 시행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해 회계연도 사업도 포함된다. 여기에는 천재지변에 의한 시설물 신축, 국비지원 사업으로 예산안 심의과정에 반영되거나, 지원대상이 당해 연도에 정해져 추진하는 사업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로 제한한다. 출처: 행정안전부(2024).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및 타당성 조사 매뉴얼. 16쪽

2)동두천시는 2022년 12월 13일부터 2023년 2월 6일까지, 감정평가 - 토지매입계획 내부승인 - 예산계획 수립 - 공유재산심의위원회 결정 - 투자심사위원회 결정 - 시의회 승인 – 매입 결정 과정을 석달 만에 벼락 치듯이 완료되었다. 출처: 양상현(2024년 10월 21일). 동두천 성병관리소 부지 매입 논란, 신흥학원 이해관계자 개입으로 법적 무효. 내외경제TV. https://www.nbntv.co.kr/news/a...

3)지방재정법 제37조의3 제6항과 제7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투자심사를 할 때 ‘위원이 속한 기관이 해당 심의 대상 안건과 관련하여 용역·자문을 수행하는 등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안건의 심의’에서 제척과 기피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상동

4)10월 13일 새벽 4시에 동두천시가 포크레인으로 몽키하우스를 기습 철거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활동가들과 시민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출처: 민성진(2024년 10월14일). '성병 관리소' 새벽 기습…시민들 "동두천 시장 나와라". 세상을바꾸는시민언론민들레. https://www.mindlenews.com/new...

5)동두천시는 노인회관과 장애인회관을 짓겠다며 지난 1월 생연동과 보산동에 걸쳐 있는 신흥학원 소유 신흥유치원 부지(5필지 3,980㎡)를 42억8천만원에 매입했다. 2월에는 소요산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며 신흥학원 소유의 성병관리소 부지(상봉암동 3필지 6,406.8㎡)를 29억원에 매입했다. 그런데 동두천시는 5월26일 제3회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열고 생연동 523-1 외 7필지 토지(6,131㎡)와 건물 4동(2,790.68㎡)을 86억원(공시지가의 2배)에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유종규(2023년 5월 26일).‘동두천시-신흥학원 특수관계?’ 86억에 또 부동산 매입. 경기북부시민신문.http://simin24.com/?doc=news/r... 

6)김연정(2024년 11월6일). ‘흉가체험 명소’ 앞 5성급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진실탐사그룹셜록. https://campaigns.do/discuss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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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피스모모에서 평화와 저널리즘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갈등전환, 평화저널리즘, 소통을 키워드로 저널리즘을 통한 평화세우기의 비전을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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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몽키하우스'는 단순한 역사적 유물 그 이상. 과거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을 철거하겠다는 시도는 논란을 일으켰죠. 개발과 기억의 싸움, 과거를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보존 vs 개발?" 이 문제는 단순히 선택이 아니라 지역 민주주의의 시험대. 이제 우리는 이 과정에서 어떤 미래를 그릴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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