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캠프페이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약속들 - 춘천 반환 미군기지 이야기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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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커먼즈의 관점에서 현실을 조망하는 대안언론, 더슬래시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캠프페이지를 ‘문화와 첨단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조성하겠다”

육동한 춘천시장의 말입니다. 육 시장은 지난 6월 4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로 선정된 캠프페이지에 숲 조성과 함께 ‘관광(숙박)·첨단산업·주거 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허영(춘천갑) 의원은 지난 4월 16일 ‘춘천시와 함께 캠프페이지를 국가도시재생 혁신지구로 조성하겠다’며 ‘주거 단지와 기업 유치 등 2조 원 규모의 개발에 방점’을 두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사람은 강원도민과 춘천시민이 선출한 의사결정권자들인데요. 캠프페이지와 관련한 결정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표하고 있을까요?   

더슬래시는 춘천의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페이지’를 4년째 주목하고 있습니다. 반환되었지만 ‘모두의 것’이 되지 못하는 땅에 평화와 커먼즈의 시각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캠프페이지는 여전히 도마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할 뿐, 광활한 부지는 오염된 채 남아있습니다. 춘천시가 캠프페이지 부지의 용도를 두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여 계획을 수립했다가도, 정권이 바뀌면서 기존의 계획이 번복되는 일이 수차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육동한 춘천시장과 허영 국회의원도 거기에 한몫했습니다. 

 춘천시는 2016년에 1,217억원을 투입하여 캠프페이지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 시민 공론화를 거쳐 ‘생태적인 복합 시민 문화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약 2년 뒤인 2019년에 해당 계획을 구조물이 여럿 들어간 수정안으로 임의 변경하여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에는 캠프페이지 부지를 ‘미세먼지차단숲’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죠. 하지만 폐유가 들어있는 드럼통 30여 개가 발견되는 등 부실 정화 문제가 대두되어 부지 개발 계획은 다시금 주춤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허영 의원의 발의로 오염 정화를 위한 민간검증단이 조성되며 캠프페이지의 온전한 반환이 순항하는 듯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강원도 도청사의 신축부지로 확정되면서 다시금 논란의 땅이 되었습니다. 이것 또한 허영 의원의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청사 신축 계획은 강원도지사와 춘천시장 선거와 함께 전면 재검토되었고, 도청사 신축부지는 춘천시 동내면으로 확정되었습니다. 2023년 9월에는 육동한 춘천시장이 국토교통부의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후보지로 캠프페이지가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캠프페이지를 시민공원이 아닌 첨단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높였습니다.  

 더슬래시와 피스모모는 2022년, 춘천시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캠프페이지의 완전한 오염 정화와 시민의 결정에 따른 부지 활용에 대해 공개질의한 바 있는데요. 이에 당시 춘천시장 후보였던 육동한 현 춘천시장은 “캠프페이지를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환경정화 작업을 철저히 추진할 것”이라며, “오염복구비용문제는 국방부 등 정부 관련 부처와 상의해 풀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춘천시가 공시한 ‘2023년 세입·세출 예산서(제1권 일반회계)’의 재정운용 방향에는 캠프페이지와 관련한 어떤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캠프페이지 부지의 활용과 관련하여서는 “공원화하는 것에 많은 시민들이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추가 계획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거치고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득 과정이나 합의를 도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 춘천시청에는 도시재생과 주무관 1인이 ‘구)캠프페이지 리모델링 조성사업 업무 추진’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뿐, 캠프페이지와 관련한 별도의 담당 부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춘천시는 지난 6월 7일, 캠프페이지 ‘개발안’이 담긴 ‘도시재생혁신지구’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했습니다. 격화하고 있는 시민들의 찬반 목소리를 뒤로 하고요. 

 한편, 캠프페이지의 정화 작업은 완료되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5월에는 춘천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고 있는 캠프페이지 부지 내 ‘봄내체육관’ 주변 흙에서도 오염된 기름(석유계총탄화수소)이 기준치의 20배가 넘게 발견되었습니다. 캠프페이지 부지의 온전한 정화를 통한 반환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때 인데요. 이에 더슬래시는 지난 5월 3일 허영 국회의원에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허영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캠프페이지 오염 조사를 위한 민간검증단을 제안하고 대표 발의했는데요. 2020년 춘천시민연대와의 간담회에서는 “환경부와 국방부의 부실한 조사 및 정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재검증과 온전한 복원을 위한 입법 등 강력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 “캠프페이지 부지는 시민들의 쉼터이자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야 할 공간인 만큼,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행동의 최대치까지 밀어붙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허영 의원의 민간검증단 구성안을 담은 「토양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1년이 넘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또한 허영 의원은 시민들의 의견이 축적된 캠프페이지 부지의 시민공원 조성 계획을 무시한 채, 도청사 신축 이전 건립을 제안하는가 하면, 이제는 캠프페이지 ‘개발안’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더슬래시의 공개 질의와 8차례가 넘는 답변 요청에 허영 의원은 끝내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캠프페이지의 온전한 복원이라는 공약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요?   

 이번 도시재생혁신지구 개발 추진으로 캠프페이지는 또다시 갈등의 한 가운데에 놓였습니다. 캠프페이지가 위치한 근화동의 통장협의회 50여 명은 ‘캠프페이지 개발 구상’을 환영한다며, 시민단체는 ‘발목을 잡지 말라’고 호소합니다. 반면, 춘천시민연대는 100여 차례에 달하는 시민 의견 수렴을 통해 확정된 캠프페이지의 시민공원 계획을 시가 일방적으로 번복한 것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항의했습니다. 더불어 2023년 9월, 개발 계획 추진을 발표하며 시민 공론화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해 5월 29일에서야 공청회를 진행하여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춘천시의회 또한 2조 원에 달하는 개발 예산에 문제를 제기하며 2023 회계연도 예·결산안 전체를 부결했습니다. 

 일부 의사결정권자들에 의해 캠프페이지의 미래가 요동치는 동안, 온전한 복원과 오염 정화,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에 대한 논의 또한 까마득하게 밀려있습니다. ‘발목을 잡지 말라’는 근화동 통장협의회의 목소리는 캠프페이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피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는 요청은 결국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 이상 번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요구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축적해 온 시민들의 목소리가 단절되지 않고, 오롯이 절차와 결정에 담길 방법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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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피스모모에서 평화와 저널리즘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갈등전환, 평화저널리즘, 소통을 키워드로 저널리즘을 통한 평화세우기의 비전을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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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슬래시의 다른 기사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접했던 것 같은데요. 지자체장의 결정 하나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약속이 뒤집힐 수 있다는 게 황당합니다. 같은 정당이 아니더라도, 같은 인물이 아니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지속해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위한 결정이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캠프페이지라는 공간을 사실 저는 처음 들었는데요, 매번 이런 공유지가 새로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 같네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 이런 글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캠프페이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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