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유용함? 두려움?
몇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최근 AI는 우리에게 참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기업에서도 정부에서도 학교에서도 AI를 활용하겠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나에게 AI는 유용한 도구이자, 한편으로는 두렵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챗GPT, Gemini같은 생성형 AI에게 질문을 하면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요약‧정리해 준다. 어떤 자료를 더 보면 좋을지에 대해서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왜 나는 두려움을 느낄까? 일단 AI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AI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챗GPT는 우리 눈에는 검색창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생성형 AI가 ‘어떻게’ 사고하여 이런 답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과정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질문하느냐, 질문자의 관심사가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달리 답변을 내놓는다니 신기하면서도 두려움이 남는다. 모른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모르기 때문에 배제되지는 않을까, 모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 모르기 때문에 낙오되지는 않을까, 모르기 때문에 틀리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또 하나의 두려움은 AI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 낼지 변화가 제대로 예측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변화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더 막막하다.
AI가 노동에 미칠 영향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들을 ‘몰라도 되도록’ 조직해 왔다. 대표적인 예가 분업화이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자본은 노동과정 전반을 분업화했다. 분업화는 생산력을 높이는데 굉장히 유용한 수단이었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자신이 하는 일을 직접 관리하고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실제 자동차를 조립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의식적으로 찾아보고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면 자동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부품이 필요한지, 그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동과정이 필요한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하는 공정 전후 과정 정도만 인지할 수 있을 뿐이다.
AI는 노동 현장에서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등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을 더 ‘모르는 존재’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통제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우버는 승차율, 취소율, 앱 로그인 시간, 완료된 여정, 고객 평가 등을 모니터링하고 개별 우버 기사에게 “당신은 상위 10%입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다. 노동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시스템이 자신의 노동과정 전반을 일상적으로 관리하고 기록하는 것에 동의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인간의 노동을 통제하며 평가한다. 그런데 노동자는 어떤 과정과 기준을 가지고 자신을 평가했는지에 대해서 알기 어렵다. 또한 알고리즘이 내린 평가에 대해 반론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플랫폼 사는 노동자들의 자유와 선택이 보장된다며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자’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업무에서 배제되어 해고되기도 하고, 경쟁에 내몰려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에 맞서 플랫폼 노동자들은 알고리즘에 대한 정보 제공 및 통제 권한을 노동자에게 부여할 것,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 차원에서는 관련 규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컴퓨터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학습한다는 의미에서 기존 알고리즘과도 차이가 있다. 최근 배달의 민족은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했다고 발표하면서 “정교한 AI 배차 추천 기술을 활용해 라이더가 안전하면서도 빠른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최적의 배달을 매칭해준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AI가 포용적이거나 균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구체적 조건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AI는 기존의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요청에 다양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자체에 구조적 차별로 인한 편향이 있더라도 이것을 편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차별과 혐오를 그대로 답습하고 더 확대할 수도 있다. 즉, AI는 기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주류적 인식을 ‘정답’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 민족이 자랑하는 것과 달리 AI가 오히려 한정된 시간에 어떻게 수익을 높이는 방식으로 효율적으로 배달 횟수를 늘릴 것이냐에 집중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효율성과 이윤 확대가 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AI의 발전과 노동조합의 고민
현재 곳곳에서 인간의 노동을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콜센터 상담노동이다. 콜센터 사용자들은 최근 고객민원대응에 AI 기술을 도입하고, 노동자들의 상담 내용 및 목소리를 데이터화해서 AI를 훈련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상담 내용 및 목소리로 AI 훈련을 진행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동의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있다. 한편, AI 도입으로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AI 안내로 겨우 상담노동자를 만나게 된 고객들 중 화가 나 있는 고객들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을 거스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도 있고,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간의 삶,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대비가 필요하다. 현재 수준에서는 AI의 발전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새로운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는 입장부터 상당수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며, 비대면 업무, 매뉴얼화하기 쉬운 업무부터 대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가 급속도로 그리고 파괴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변화의 과정을 통제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노동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간적 측면에서도 그렇고,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자신의 성취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사용자도 아닌 AI에 의해 노동자의 일상과 삶이 통제되고 관리될 수 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반평화적이며 불평등한 인식이 재생산되고, 저항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은 노동조합에게도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노동조합이 일터에서 AI 도입 과정 및 보완 과정 등에 개입하지 못할 경우, 노동자들의 일상 전반이 더 많은 이윤 확보와 효율성 증대라는 목표 아래 지금보다 더 관리되고 통제되도록,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은 배제되도록 AI가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AI 역시 무오류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집단적 관리와 개입이 필요하다. AI의 오류가 인간의 안전에도 중대한 위협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제시한 ‘정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배제된 입장과 사람은 없는지, 다른 관점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에게 너무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AI 시스템에 개입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힘과 역량을 키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확장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AI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지만 노동조합 역시 이러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노동조합에서는 다양한 대상과 주제를 가지고 교육을 진행한다. 대상에 따라 구체적 교육의 목표에는 차이가 있지만, 노동조합의 교육 전반이 추구하는 방향은 있다. 공식적으로 정리된 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노동조합 교육이 추구하는 바는 사회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자신에게 가해진 부당함에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람, 더 나아가서는 현재 사회가 가지는 다양한 모순을 넘어 사회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추동해 가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것에 있다. 또한 개인들의 힘을 모아 집단적 힘을 긍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동적 존재이자 하나의 부품과 같이 여겨지던 노동자들이 사회의 주체이자 자기 삶의 주체임을 확인해 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AI 발전은 노동조합에게 이러한 고민을 더 다듬고 확장할 과제 역시 부여하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대량의 정보를 처리하는 AI가 발전하는 시대에 지식 습득에만 주목하는 교육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 속에서 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용기, 누구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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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보람’입니다. 노동자들의 힘을 믿고 노동자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고 싶어 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 업무를 전담으로 한 지는 10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바람입니다.
코멘트
3이런 논의, 그리고 실질적인 시도들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노동조합에서 AI 관련하여 노동에 벌어질 일에 시급하고 진지하게 대응하면 좋겠습니다.
근로소득제도 도입해야해요,
AI가 일터에 가져오는 변화가 참 많죠. 일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노동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줄어들고 있기도 해요. 특히 플랫폼 노동에서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일을 관리하고 평가하는 부분이 커지면서 불안이 더해지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어요. 노동자들이 AI 도입 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스스로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기술을 잘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우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