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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20년차 독서지도사가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20년차 독서지도사가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2025-01-13) 독서지도사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책을 미리 못 읽어 와서 죄송하다며 건네준 그림. 필자 제공 이원희 | 독서지도사 ‘책을 좋아한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배우기를 좋아한다.’ ‘내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하고 싶다.’ ‘내 아이들을 책과 함께 키우고 싶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이런 분이라면 직업으로 독서지도사가 딱 맞다. 나 역시 그렇다. 큰아이가 첫돌이 지났을 무렵, 독서지도사 자격증 과정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아, 이거다. 나한테 딱 맞는데’ 하는 생각에 무작정 자격증 과정을 밟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민간 자격증을 따고 바로 일을 시작한 게 꼭 20년 전 일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상은 아이들과 책 읽고 토론하며 그들의 사고력 증진과 독서 생활화에 이바지하고, 돈도 벌고 내 아이도 책으로 훌륭하게 키워내는 슈퍼 워킹맘. 하지만 현실은 몇년간 필독서 구매 비용과 수업 자료 잉크값도 안 나오는 수입에, 수업에서도 내 아이는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 광고 독서지도사는 대체로 개인사업자로, 집이 곧 사업장인 1인 기업이다. 자기가 속한 지역의 특수성, 영업력, 홍보력, 지도력에 따라 성공 여부가 천차만별인 세계가 사교육 분야지만, 독서 교육은 특히나 정착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물론 방문 과외 형태도 있고, 상가로 나와 운영하는 교습소 형태도 있지만, 사정은 대개 비슷하다. 20년 전 파주에서 독서지도를 시작할 때는 상황이 더욱 열악했다. 처음 몇년은 도서관과 지역아동센터, 보육원 등에서 하는 봉사활동이 더 많았다. 그러니 이렇다 할 안정적인 수입이 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여전히 보육원 아이들과 20년 가까이 책으로 만나고 있다. 독서지도사로서 또 하나 마주한 현실은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독서지도사 조건에 ‘배우기를 좋아한다’를 넣은 것도 이런 까닭이다. ‘끊임없는 공부’는 독서지도사에게 가장 현실적인 생존 조건이다. 아이들과 매달 문학, 비문학 분야 책을 읽는데, 비문학 책은 역사, 철학, 사회, 과학, 예술, 법, 기술, 컴퓨터 등 거의 전 학문 분야를 망라한다. 아동·청소년 도서라고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독서지도사로 일한 20년 가운데 10년은 계속 무언가를 배우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정작 독서지도사로서 만난 가장 어려운 책은 아이들이었다. 책을 안 읽어 오는 아주 일반적인 문제부터 책상 밑에 드러눕는 아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힘들다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아이, 말 안 하는 아이, 글 안 쓰겠다는 아이 등을 많이 만난다. 그럴 때마다 독서지도사로서 부족한 능력과 자질을 자탄했다. 교과 지식이 아닌 생각을 키워주는 수업이라 진심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고 싶었고, 온몸으로 말하는 아이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싶었다. 난독증이나 학습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으로 독서가 힘든 아이들을 만날 때는 더욱 안타까웠다. 그래서 치유적 독서에 관심을 두고 독서치료사 과정을 또 공부했다. 이 공부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 나를 이해하고 내 문제를 알게 되니 수업이 한층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내가 변하니 아이들도 변했다. 아니 아이들은 그대로인데, 내가 그들을 바로 보게 되었다. 발표나 연설을 거부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회장 선거에 나가 연설을 하고 회장이 되었다며 자랑했다. 수업 시간에는 글쓰기를 그렇게 싫어하더니 정작 학교 글쓰기 대회에서는 상을 타 왔다. 책 읽기를 싫어하던 아이가 꿈이 독서지도사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매일 크게 감사하고 작게 보람을 느낀다. 독서가 만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책이 아이의 마음을 읽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놀이 도구가 되고, 또 어느 날은 읽기·말하기 도구, 글쓰기·그리기 도구, 치유의 도구가 된다. 독서지도사는 이 도구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 광고 광고 독서지도사는 영원히 미완성형 교사인 것 같다. 20년을 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어려운 책이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고 많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고 알아야 할, 알고 싶은 지식은 넘친다. 그래서 독서지도사들도 매일매일 공부하고, 매일매일 큰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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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파파의 나라에서 찾은 교훈
아빠 4명, 엄마 15명. 지난해 9월19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도착하자마자 유아차를 끄는 부모의 숫자를 셌습니다.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앞두고, 저출생 대응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스웨덴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스웨덴은 ‘라테파파’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라테파파(Latte Papa)’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유아차를 끄는 아빠를 표현하는 말로,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라테파파란 단어가 생길 정도로 남성의 육아 기여도가 높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란 궁금증에 스톡홀름 공항에 내려 시내에 짐을 맡긴 오전 10시부터 첫 인터뷰가 시작되는 오후 4시 전까지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라테파파의 숫자를 세봤습니다. 사실 6시간 동안 목격한 라테파파가 4명뿐이란 점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엄마 홀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가 15명이었으니 4분의1 정도입니다. ‘스웨덴은 이렇게 많은 아빠가 엄마만큼 육아에 참여한다’는 내용을 유아차를 끄는 엄마와 아빠의 숫자를 비교해 보여주려던 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평일인 목요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일 낮에 아이와 함께 외출한 아빠가 한국과 비교해 많은 편이었네요. 서울에선 평일에 유아차를 끄는 아빠를 본 적이 없거든요. 이번 스피커스에서는 ‘육아 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의 실상을 들여다봅니다. 특히, 스웨덴과 덴마크의 현장을 통해 이들 국가가 직면한 저출생 문제와 그에 대한 대응 방식은 어떨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북유럽의 모습은 실제와 얼마나 일치할까요. 현장을 살펴보며, 저출생 문제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안해보려 합니다. 북유럽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① 모법 답안도 완벽하진 않다 ‘복지 천국’이라 불리는 북유럽도 한국 저출생 문제의 ‘정답’은 아닙니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만난 사람들은 입을 모아 “우리도 아이를 점점 안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의 60대 여성 호스트도 “내 딸도 그렇지만, 요즘 애들은 아이를 안 낳으려 한다”며 혀를 찼습니다. 실제로 스웨덴과 덴마크의 합계출산율도 낮아지고 있죠. 리비아 올라 스톡홀름대 교수(인구학)는 “북유럽도 젊은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옛날엔 ‘평생직장’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제한된 기간에만 고용하는 형태가 많아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미국의 ‘집중적 양육(intensive parenting)’처럼 일정 기간에 자녀에게 모든 것을 올인하는 개념이 스웨덴에도 확산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이런 환경을 숨막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상황과 꽤나 비슷하죠. ‘오답’ 없는 완벽한 나라는 없습니다. 북유럽 국가들도 전 세계적인 저출생 흐름을 따라가고 있죠. 가끔 한국의 공무원과 전문가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봐라, 북유럽도 출산율 떨어지고 있는데 그들의 복지정책도 소용이 없다”라고요. 스웨덴이라고 해서 유아차를 끄는 아빠와 엄마가 ‘반반’은 아닙니다. 그러나 서울에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평일 낮 홀로 유아차를 끄는 아빠가 4명이나 눈에 띄었죠. 우리는 북유럽을 ‘정답’으로 삼을 필욘 없습니다. 그들도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에게 본받을 점을 찾아 한국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 일입니다. ② ‘정책’을 넘어 ‘문화’를 보다 “한국에서 온 기자님들은 대부분 덴마크가 무슨 정책을 펼치는지 위주로 취재하고 가세요. 그런데 제가 봤을 때 더 중요한 건 이 나라 사람들의 문화 같아요.” 덴마크에서 통역을 도와준 한국인 사장님은 처음 만났을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정책과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북유럽의 정책들은 오랜 시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그 나라의 문화와 인식에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국민의 문화와 인식 토대 속에 정책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이 몇 개월이고, 급여는 얼마를 주는지보단 북유럽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한국의 문화·인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그들의 문화와 인식의 저편엔 어떤 배경이 있는지도 살펴봤습니다. ③ 삶과 일의 균형, 시간의 문제 북유럽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가 느껴진 부분은 노동시간입니다. 출산·육아를 얘기하다 왜 갑자기 노동시간이냐구요? 일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덴마크와 스웨덴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37시간입니다. 한국(주 52시간)과 최대 15시간이 차이 납니다. 미취학 자녀가 있는 직원은 일반적으로 오후 2시30분∼3시쯤 회사를 나와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한국 근무 시간으로 보면 3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 같지만, 북유럽 근무 시간으론 30분 정도 일찍 나가는 수준입니다. 북유럽의 하루 근무 일과는 보통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3시∼3시30분이면 끝나기 때문이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정규 근무 시간은 한국으로 치면 5시30분쯤 퇴근하는 셈이네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0분 정도 직원이 육아를 위해 일찍 회사를 나선다고 하니 회사도, 동료 직원들도 이해합니다. 기업 문화 역시 한결 유연합니다. 오후 6시 ‘칼퇴’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의 회사 분위기와는 다르죠. 스웨덴에서 만난 워킹맘은 육아휴직을 시간 단위로 쪼개 썼습니다. 덴마크에서 만난 워킹맘들도 육아휴직을 여러 번 나눠서 사용했고,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30분 일찍 퇴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육아휴직을 무조건 길게 쓰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하는 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아이를 키우며 근무 시간을 유연하고 자유롭게 조정하고, 회사와 동료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핵심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소득은 크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기존 급여의 80∼100%까지 보전됩니다. 급여는 국가재정과 기업이 모은 기금 등에서 지급됩니다. 반면, 한국은 ‘장시간 노동’이 미덕인 나라입니다. 칼퇴도, 연차도, 휴직도 눈치 보지 않고 쓰기 어려운 회사가 많죠. 최근에는 반도체 등 특정 업계를 중심으로 더 긴 노동시간을 허용해야 한단 논의마저 나옵니다. 송다영 인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이번 포럼에서 “가부장적 기업 문화의 근간은 장시간 노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 교수는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충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문화에서 벗어나, 충분한 사랑과 애정으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부장제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돌봄이 기반이 되는 사회로 가는 것의 근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습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근로 시간을 좀 더 유연하게 하는, 근로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의무를 기업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덴마크에서 만난 한 워킹맘은 이전에 한국 회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나머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위해 한국인 상사에게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한국인 상사가 그에게 눈치를 줬습니다. “너는 이미 한 차례 육아휴직을 썼잖아. 왜 또 휴직하려 하느냐”라고요. 워킹맘은 “여기는 덴마크고, 육아휴직을 쓸 권리가 있다”고 답한 후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썼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그가 회사로 복귀했을 때 별다른 차별은 없었다고도 했죠. 한국이라면 어땠을까요. 육아휴직을 쓴다고 하니 “그만두라”는 말을 듣거나, 복귀 후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자리로 ‘보복 인사’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내놓은 저출생 추세 반등을 위한 종합대책에서 ‘일·가정 양립’을 강조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를 늘리고, 육아기 근무 시간 단축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만’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미완의 정책입니다. 다 함께 노동시간이 줄어야 부모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직장 동료가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3∼5시간 일찍 퇴근하는 것은 30분 일찍 퇴근하는 것보다 심리적 저항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같은 극도의 경쟁 사회에선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부모 역시 회사에서의 성취는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크죠. 그리고 이는 대부분 여성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저출생 추세를 획기적으로 반등하고 싶다면, 기존 제도만 일부 손질하고 합계출산율 0.01이 오르냐 마냐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 감축과 소득 보전 등 사회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일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애인을 만들겠습니까? 가족과 시간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친구들과의 시간은 어떻게 만들겠습니까? 당신도 잠을 자야 하고, 하루는 24시간밖에 없습니다. 평일은 5일이지만, 주말은 단 2일뿐이죠. 이런 시스템은 누구에게도 행복을 주지 않습니다.” 덴마크의 워킹맘에게 한국의 주52시간 근무제도와 제 노동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 답변이 한국 저출생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테파파를 찾아 나섰던 스톡홀름의 거리에서, 우리는 예상과는 다른 현실을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모습 속에서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죠. 완벽한 해답은 없겠지만, 북유럽이 보여주는 중요한 시사점은 노동문화에 있었습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를 손보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 전반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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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의 광장: 2024년 12월 14일에 생각한 다시 만날 세계
 지난 14일 토요일, 삼 일 간 지내던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들러 짐을 챙긴 후 두 번째 토요일 집회에 갔다. 허리에 약한 통증이 남아있었다. 이틀 전, 고속도로에서 택시에 탑승한 채로 120km로 달려오던 차에 들이받혔다. 2박을 꼬박 입원하고, 허리가 좀 나아질 기미가 보이자 바로 집회에 가기로 한 것이다.    서강대의 ‘집회 참가단’ 오픈채팅방에는 약 60여명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사람이 많은 여의도역 스타벅스 인근에서 깃발을 올렸다. 또 카톡이 먹통이다. 깃발을 보고 찾아온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과 인파를 따라 여의도 광장 중심부로 조금씩 걸어나갔다.    경찰들은 사고 예방을 위해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의 표정과 몸짓은 분명 ‘막기 위한 것’이 아닌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 날, 나는 차마 시각장애인 친구에게 같이 여의도로 가자고 말하지 못했다. 자신 같은 전맹은 레어템이니 소중히 대하라는 친구에게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오라고 말하고 같이 이동할 자신이 없었다.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은 국회 밖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국회로 돌아와 표결에 참여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운 좋게 여의도공원 벤치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이랑의 노랫소리도 멀리서 들려왔다. 친구들이 깃발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잠시 화장실을 들르고 담배를 태우러 사람들 사이에 골목처럼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수많은 사람들이, 저기 비탈길까지 꽉 채운 사람들이 보였다. 원래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넋을 놓고 일대를 둘러보았다. 말 그대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사람의 수만큼 다양함이 보였다. 각양각색의 깃발들, 나는 거기서 민주주의의 화려한 무지개를 보았다. 분노와 절망 속에서 해학을 찾는 사람들의 깃발과 누군가의 응원봉, 외치고 싶은 말을 적어온 피켓, 사랑하는 강아지의 사진을 붙여놓은 팻말을 보았다. 내 손으로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노란 빛깔의 정의당 깃발도 많이 보았다.    ‘이들은 왜 여기에 나왔을까.’ 서울시의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최소 50만 명의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이들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최소 오십 만 가지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목놓아 둘러보았다.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보이는 곳을.      괜히 끝을 보고싶어 더 멀리 걸어나갔지만, 인파의 경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간이 화장실에 들르고 다시 서강대 학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명 비어있던 사람들 사이의 샛길은 인파로 가득 차 아주 조금씩만 움직일 수 있었다. 30분에 걸쳐 겨우 가방을 두었던 곳으로 돌아왔다.      잠시 뒤, 뉴스 생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수십만의 입은 적막을 닫고 귀만 열어두었다.     “가(可), 이백 네 표.”    ‘환호성’이었다. 수십만의 사람들은 표정을 활짝 피고 소리질렀다.    그리고 이틀 전 업로드 된 한 진보정당의 영상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 국회의장이 등장한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 후보 토론회 영상이다. “제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저 역시 기독교인으로 동성애에 반대하고 ‘그것’은 옳지 않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 ‘땅땅, 땅’하는 소리와 함께 국회에서 의사봉을 두들겼다.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그 노래.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    다시 만난 세계.    그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울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슬픈 시간이 흩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슬픔이 커져갔다. 헤매임의 끝이 아닌 시작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뻐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만날 수 없는 세계의 희미한 빛 만을 볼 수 있음을 너무나도 분명히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피켓을 들었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윤석열 탄핵 오세운 OUT’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주황색 피켓이었다.      고인이 된 학교 선배의 노래 ‘그대에게’가 흘러나올 때에도 나는 피켓을 일부러, 더 높이 들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라도 더 이 피켓을 읽어주었으면 했다.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광장에 나온 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규정되어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눈치챌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일부러 더 높이 뛰었다. 탈진할 때까지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내가 손에 든 ‘장애인’이라는 문구 때문에 위축되어있었다.    며칠 전 보았던 현 거대 야당 대표가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한 말이 떠올랐다.     “박경석 선생님 이런 행사하는데 와가지고 그렇게 하면, 그게 호소력이 있겠어요? 더 미움만 받지.”      한참 뒤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버스도 택시도 잡을 수 없어서 여의도 공원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갔다. 저 뒤에서 마이크를 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1 야당 대표의 목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저 뒤에서 울려왔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민주도 흔들리고 공화도 뿌리내리지 못한 이곳 대한민국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다채로운 사람들을. 앞을 보지 못하는 국회의원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려 했음을. 그리고 나는 들었다. 집회에서 탄핵 구호를 외칠 때마다 끝에 “투쟁-.”이라고 애써 덧붙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발언 준비 전 차별적인 발언에 맞서 당당하게 무대 위에서 외치는 여성의 용기를. 냉혹한 무관심을 돌파하는 사람들을.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무엇이 나아졌는지 당최 알지를 못하겠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미국 대선은 불안정성을 가중시키며 여전히 전쟁이 진행중이다. 대학의 총학생회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고 말하고, 내가 사실상 선본장의 역할을 맡았던 한 대학에서 소위 ‘운동권’으로 분류되어버린 선본은 14.5%를 득표했다. 비상계엄에 대응하여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동시에 또다시 내 이름에는 ‘정의당’과 ‘운동권’이라는 꼬리표가 달렸고, 익숙해졌지만 늘 새로운 악플은 계속해서 달렸으며, 학생 ‘일동’이라는 표현에는 서강대를 대표하는 이름을 짓지 말라는 훈계조의 익명 댓글들이 달렸다. 무구한 역사. 7년 전보다 더 차가워진 반응을 피부로 느꼈다. 패배해온 수많은 기억과 그 일부였던 자신의 무능 또한 잊지 않기로 했다.    믿는다고 다 이뤄지진 않지만, 믿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만들어가는 것이라 했다. 그럼에도 한 줄기 빛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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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해 봅니다
블루오션으로 오세요 by 💂🏻죠셉 몸보다 마음이 쌀쌀한 12월이었습니다. 그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셨지요? 잠시 쉬어간 AI 윤리 레터 팀의 2024년 마지막 활동은 북클럽이었습니다. 이번 시즌 주제는 ‘AI 윤리’입니다. ‘윤리’ 레터 팀이 그간 읽은 건 뭐길래 주제를 이렇게 잡았냐 물으신다면, 그간 AI 관련된 책을 다양하게 많이 읽어왔지만, 막상 AI 윤리라는 분야를 찬찬히 조망하며 구조화해 볼 기회는 가지지 못했다는 불안이 있었거든요. 마침, 해당 주제로 나온 따끈따끈한 신간, 서울시립대학교 목광수 교수님의 <인공지능 개발자 윤리>를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AI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한 윤리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쓰였습니다 (여기서 ‘개발자’는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디자이너 등 AI 개발에 참여하는 광범위한 전문가 집단을 지칭합니다.) 내용에는 중 일부에는 공감했고, 일부에 대해선 의문이 남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AI 윤리의 ‘층위’ 개념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AI 윤리가 사실 1) 개인 윤리 층위, 2) 이론 윤리 층위, 그리고 3) 제도 윤리 층위로 나뉘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다른 주안점을 가진 세 층위를 뭉뚱그려 ‘AI 윤리’로 이야기하다 보니 실제론 같은 목표를 추구함에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인다는 것이죠. 책을 한두 달만 일찍 읽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윤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 실제로 제가 일하는 곳에서 있었던 일이거든요. 죠셉💂🏻: 초등학생들을 위한 AI 윤리 교육이 필요해 보이는데 현재 일본 상황은 어떤가요? (*일본 회사에서 일합니다) J🧑🏻‍💻: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근데 내가 생각하는 AI 윤리는 알고리즘 편향, 규제 이런 것들인데, 기술에 대한 비판적 성찰 교육…? 리터러시 교육은 투자 대비 임팩트가 떨어지지 않아? 이렇게 의사결정권자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많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는데 그 방법이 너무 상이해 보이니 둘 중 더 효율적인 방법을 묻게 되고, 둘은 상호 보완이 아닌 상호 배제의 관계가 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층위’라는 새 언어가 생겼다는 사실은 환영할 만합니다. 💂🏻“어, 그러니까 지금 제도 층위 이야기를 하고 계신 거죠? 저는 개인 층위를 말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 층위에 관심이 많습니다. 1년 전 필진으로 합류한 이후 쓴 글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얼룩말 세로의 탈출을 보며 생성형 AI로 인해 흐려지는 현실과의 경계를 이야기했고, 기술에 대한 낙관과 비관 사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신 러다이트 (Neo Luddites)를 소개했습니다. 전치형/홍성욱 교수의 <미래는 오지 않는다>를 읽은 후엔 기술-미래 예측의 메커니즘에 대한 생각을 남기기도 했고, 가장 최근엔 이세돌 사범 특강 등을 다녀와 생성형 AI가 가져다준 편의와 전능감 너머 유실되는 가치, 경험들에 대해 끄적여봤습니다. 제가 남긴 글들을 관통하는 한마디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으로부터 시작하기’입니다. 기술 철학적이면서 가장 개인적인 질문이죠.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이고, AI (혹은 그외) 기술이 만들고 있는 세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둘 사이 간격에 대해 나는 뭘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자칫 일상과 멀게 느껴질 수 있는 AI 윤리 이야기를 '개인'과 이어보려고 뉴스레터도 하고, 가끔 강의도 맡고, 올해는 책도 씁니다. 그러니까, 제가 개인 층위에 관심을 가진다는 말은 저 질문을 함께 고민할 동료들의 수를 늘릴 방법을 찾고 싶다는 말과 같습니다. 가장 자주 받는 피드백은 ‘이상적, 엘리트주의적’입니다. 주식이 얽혀있는데, 먹고 살기에 바쁜데 기술과 나의 관계 성찰이라니, 사람들이 듣겠냐고요. (팩폭 그만..) 하지만 지난 2년 남짓 AI 이야기가 배고파 이런저런 모임에 참석하며 느낀 건 ‘아직 AI 윤리의 관점을 들어보지도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 입니다. 당연히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지만, 들은 이후 깊은 고민을 시작한 소수도 있었습니다. 전체 파이를 놓고 보면 작은 일부일지언정 유의미한 소수라고 믿어요. 현재 AI 윤리 담론은 규제 등을 이야기하는 제도 층위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 개발자 윤리>에서 눈여겨 볼 또 다른 내용은 세 층위 간의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즉, 세 층위가 함께 가며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겠죠. 어쩌면 갈수록 무력감이 커지는 현재 AI 윤리 씬에 필요한 건 세 층위의 동반 성장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AI 윤리의 개인 층위는 아직 제대로된 시도조차 없었던 블루오션(?)이 아닐까 합니다. 매일 최신 뉴스를 허겁지겁 빨아들여도 도저히 발 맞춰가기 힘든 AI. 새해에는 더욱 정신 없을 거라고 하네요. 제게 중요한 질문들을 잊지 않도록 정신 단디 차려야겠습니다.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 (🧑‍🎓민기) 글을 읽고 나니 스스로가 얼마나 제도 오타쿠(?)인지 깨닫게 되네요. 윤리의 층위를 용어로 구분하는 건 자신이 어디 쯤에 있는지 알아보기에도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AI와 권리 사이에서 속도감 터득하기 by 🧑‍🎓민기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파란만장한 2024년이었습니다. 수많은 의제가 소용돌이치고, 12월에는 불법계엄이라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그 사이에도, 세상의 일정(특히 마감날짜!)은 이상하리만치 바쁘게 돌아가는 것이 야속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AI는 우리 곁에 부쩍 가까이 다가왔고, 이제 일상대화로도 AI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어색하지 않아졌죠.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장면들로 말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어느 법안의 필요성과 부작용을 두고 온라인 상에서 논쟁이 있었습니다. 한 사용자는 자신이 생각한 부작용을 챗GPT가 요약해 준 내용을 포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게시했고, 그 글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법안이나 그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 법 제정의 부작용을 법률가가 아닌 AI에 질문하는 것도, 또 단지 AI가 읽기 좋게 요약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눈길을 끄는 것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소한 일입니다. AI가 우리 삶에 정말 깊숙이 들어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작년 12월 26일에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였습니다. AI의 개발 및 육성을 위한 관계법령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쪽에서는 이를 환영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들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일련의 논의 중에서도 12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토론 내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용민 의원과 이건태 의원이 국방·국가안보 AI는 AI 기본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게 하는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과기정통부 유상임 장관은 이렇게 답변합니다. “이 AI가 최소한의 규제를 가지고 진행을 하자라는 게 기본 취지고 (…) 더 구체적이 되려면 국방 관련된 새로운 법령을 제정해서 넣으면 될 것 같습니다.” 설령 위 조항이 필요한 조항이라고 하더라도, 소관기관의 장이 ‘최소한의 규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태도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술이 점차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데에 비해 정치의 반응은 정말 느리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관리체계에 관한 법 개정은 10년, 20년이 지나도록 미뤄지기도 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최소한의 규제’를 강조하며 속도 버프를 받은 법이 하필 자본이 집결되고 있는 AI 분야의 기본법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자본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맞먹을 정도로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죠. 그러려면 우선 AI 윤리레터도 열심히 참여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거리에 모인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소망을 가지고 있듯, 새해에는 더 다양한 목소리가 AI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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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 극복 지름길=성차별 없는 사회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 수) 0.72명. 한국이 직면한 저출생, 인구감소 위기를 상징하는 숫자입니다. 통계청은 현 추세라면 인구가 2024년 5175만명에서, 50년 정도 뒤인 2072년에는 3622만명으로 30%(1553만명) 급감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인구감소가 경제 사회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죠. <총균쇠>의 저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일부 학자들은 “AI 시대를 맞아 인구감소 위기는 극복 가능하고, 오히려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는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경제성장과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합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선진국클럽인 OECD 회원국 중 최저입니다. OECD 평균인 1.49명(2022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죠. 합계출산율이 1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한국을 제외하고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폴란드도 1.12명(2023년)입니다.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0.72이라는 숫자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자연적으로는 존재하기 힘든 현상이라는 의미이죠. 한겨레가 지난해 10월 24일 주최한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저출생 축소사회’를 주제로 잡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시아미래포럼 개최에 앞서 지난해 9월초 일본의 저출생 상황과 정책 대응을 취재했습니다. 일본 저출생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어린이가정청을 인터뷰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도쿄 북쪽 군마현의 전원마을인 가와바촌을 방문했습니다. 인구와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도 만났죠. 한국과 일본은 서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사한 사회·경제·문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저출생 대응 경험은 한국에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저출생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89년의 ‘1.57 쇼크’입니다. 합계출산율이 종전까지 가장 낮았던 1966년의 1.58명보다 더 낮아진 데 대한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일본은 1994년 첫 종합대책인 ‘에인절플랜’을 수립했습니다. 한국이 2005년 ‘저출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것과 비교하면 최소한 10년 이상 빠른 것이죠. 이후 아베와 기시다 정부를 거치면서 저출생 문제 해결을 더는 미뤄서는 안되고, 국가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합니다. 최슬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저출생 현상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종합 결과”라고 표현했습니다. 각국의 저출생 정책이 매우 다양한 이유입니다. 결혼·출산·양육·돌봄 지원은 기본이고, 출산휴가·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지원, 일자리·주거·교육 등 사회구조 개선, 성평등 개선 또는 성차별 해소(윤석열 정부는 양성평등으로 표현) 등 사회와 기업의 환경 개선, 장시간노동 개선과 잔업 폐지 등 노동시장 개선을 망라합니다. 각국의 사정이나 조건이 다른 만큼 어느 정책에 우선점을 둬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같은 국가라도 해도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 변화도 필요할 것입니다. 2024년 9월3일 도쿄에서 만난 나카하라 시게히토 일본 어린이가정청 종합정책담당 참사관에게 지난 30년간 일본 저출생 정책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보육시설 확대가 핵심 키워드였다. 이후 남성의 육아 참여 필요성이 대두됐다. 2010년 이후에는 결혼 장려 정책이 중요시되고 있다.” 일본 저출생 정책의 강조점이 보육시설 확대→남성의 육아 참여→결혼 장려로 변천했다는 답변입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도 일본 경험과 한국 현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디에 우선점을 둬야 하는지가 계속 화두로 남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일본 저출생 정책 흐름과 맥이 닿는 흥미로운 분석이 다뤄져 소개합니다. ① 낮은 성평등이 낳은 동아시아의 저출생 위기 캐런 에글스턴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실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저출생 현상에 주목하고 그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0.72명) 뿐만 아니라 일본(1.2명), 중국(1.0명), 대만(0.87명) 등 모두 낮은 합계출산율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인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에글스턴 실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평등이 서구에 비해 낮은 것에 착안했습니다. 성차별이 출생률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고, 출생률을 높이려면 성평등 개선이 긴요하다는 주장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에글스턴 실장은 성평등과 출생률 간의 상관관계를 과학적 실증분석을 보여줘 주목을 끌었습니다. 에글스턴 실장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으로 낮은 합계출산율로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한 것과 관련 “남성의 가사와 육아분담 비율과 출생률이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실증분석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육아 분담비율은 2012년 기준 17~18%에 그치고, 일본은 한국보다 더 낮은 16%에 불과합니다. 이는 출생률이 높은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분담비율이 30% 이상인 것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의 합계출산율은 1.8~2.0명으로 한국의 2~3배에 이릅니다. 그는 또 “한국은 전체 가사노동 시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89.2%에서 2019년 77.6%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서구에 비하면)높은 수준”이라면서 “한국의 세계경제포럼 성격차지수가 2024년 기준 세계 146개국 중 94위에 그쳤고, 중국은 106위, 일본 118위로, 동아시아 국가 모두 세계 최하위권에 그쳤다”고 강조했습니다. ② 일본의 저출생 대책, 남성의 육아휴직 85%가 목표 일본이 2023년 12월 기시다 전 총리의 지시로 수립한 ‘어린이 미래전략’의 4가지 포인트 중 하나인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남녀 모두 보육에 좀 더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현재의 30%에서 2030년 8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죠. 최근에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은 잔업시간과 육아휴직 사용률 공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통과시켰습니다. 시게히토 참사관은 지난 30년간 일본 저출생 정책의 종합평가를 요청하자 “엔젤대책을 수립할 당시 어린이들이 보육원에 못들어가고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성과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육아를 맡기는 문화가 바뀌지 않아. 여성이 결혼하면 커리어를 살리기 어렵고, 여성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많은 일본 남성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들은 육아와 가사는 여성이 할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은 출세를 위해 회사에 뼈를 갈아 넣으려면 시간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저출생 위기 극복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의 ‘일하는 방식의 개혁’에 대해 “여성에게 육아휴직을 주고, 일-가정이 양립하도록 혜택을 줘도,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여유가 없으면 육아에 참여할 수 없다”면서 “현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를 남성과 함께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 잔업 폐지, 남성들의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③ 성차별 지표로 본 한국의 현실, 12년째 OECD 꼴찌 그럼 한국의 성차별, 성평등 상황은 어떨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입니다. 2021년의 4.1%에 비하면 큰 폭(2.7%)으로 상승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의 30%에 비하면 아직 4분의 1에도 못미치는 낮은 수준입니다. 아직도 상당수 직장에서는 남성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한겨레가 지난 10월6일 여론조사업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19살~44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월10~13일) 결과도 흥미롭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부부가 가사 분담이 공평하냐”는 질문에 ‘그렇다’(69.3%)는 답변이 ‘아니다’(30.7%)의 두배를 넘습니다. 또 “부부간 양육분담이 공평하냐”는 질문에도 그렇다(61.9%)는 답변이 ‘아니다’(38.1%)보다 많았습니다. 젊은 세대의 성평등이 부모세대보다는 진일보됐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에글스턴 실장의 발표에서도 나타났지만 한국의 극심한 성차별은 글로벌 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습니다.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한국의 ‘유리천장지수’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라고 강조했습니다. 유리천장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남녀육아휴직 등 세부지표를 종합해 산출합니다. 한국은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1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의 남녀별 평균 임금격차는 지난해 12%입니다. 반면 한국의 임금격차는 31.1%로 두배를 넘습니다. 1996년 OECD 가입 이후 27년간 부동의 최하위입니다. 저출생, 축소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이대로 가다간 공동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출산율 제고에 방점을 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출생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추세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저출생 조건 하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민 확대, 이주노동자 확대 등이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됩니다. 두가지 의견 모두 옳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모두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은 출산율 제고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 핵심 요소라는 것이죠. 또 이 문제는 수단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목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닙니다. 윤석열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정책의 3대 핵심분야로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지원을 제시했습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 꼭 필요한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을 전면적으로 내걸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물론 정부가 이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0월30일 제5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내년 3월부터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민간기업 2600여 곳을 대상으로 남녀 직원의 육아 휴직 사용률을 의무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공공기관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은 이미 법으로 강제하는 사항입니다.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성차별 해소, 성평등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도 저출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출생은 궁극적으로 기업경영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부영그룹이 2024년 초 출산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게 상징적입니다. 경제단체들도 앞다퉈 저출생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종의 주도권 다툼 양상을 띠기도 하죠. 얼마 전 경제단체의 한 간부가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습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저출생 위기 극복의 핵심 과제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를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노동유연성, 잔업 금지, 노동시간 단축 등과 같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정부와 기업 공동으로 추진합니다. 남성의 육아휴직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업들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우리 기업들과 경제단체들도 일본처럼 ‘노동유연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그 핵심은 “주52시간 근로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입니다. 오로지 자본 이득 극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동유연성입니다. 일본이 남녀 모두 보육에 좀 더 충실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려고 노동유연성을 강조하는 것과 딴판이죠. 당연히 일본이 강조하는 잔업 폐지, 근로시간 단축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기업이나 경제단체들이 입으로만 저출생 극복을 말하는 한 진정한 위기 극복은 힘들 것입니다. 기업들은 깜짝쇼보다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인구 감소, 노동력 부족으로 허둥대지 말고 미리미리 노력해야 합니다. 스탠퍼드대 에글스턴 실장의 연구가 보여주듯, 성평등과 출산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일본은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2030년까지 85%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반면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6.8%에 그치고, 유리천장지수는 OECD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결국 성평등에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이 콘텐츠는 뉴스레터 스피커스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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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만나러 무작정 서울로… 공고 교사의 도전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7화]
어려운 환경 탓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지인들에게 이런 자랑(?)을 하곤 한다. “니 그거 아나? 우리 아(아이)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교사 되는 기 을매나 어려운지 알제?” 아무리 취해도 “공고에서 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공고’를 뺀다. 내게 이렇게 물으신 적도 있다. “한구야, 니 공고 말고 일반고에서 가르치면 안 되나? 일반고 국어교사는 더 되기 어려운 기가?” 오늘은 이런 아버지에게 아들이 공업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지 알려드리고 싶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난 추억이자 오늘도 반복되는 그 일은, 가수 아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You can do it!”“I can do it!” 2010년대 초, 그 시절 이 두 문장이 날마다 공고를 흔들었다. 당시 정부는 공교육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추진했다. “우리 아(아이)들이 한국말도 잘 모하는데, 무슨 수업을 영어로 하라 캅니꺼? 때려치우라 카이소.” 선생님들의 원성은 컸지만, 방학마다 누군가는 직업 영어 연수 현장으로 보내졌다. 우리 공고에서도 국어, 체육, 전자, 화공 등 과목과 상관없이 뜻이 비슷한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영어교육팀’이 만들어졌다. 나도 여기에 포함됐는데,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을 위한 ‘3분 영어’ 영상 제작이었다. “샘들, 우리는 ‘아(아이)들이 이것도 모르겠나’ 싶을 정도로 쉬운 영어 문장을 영상으로 제작해야 합니더. 야들이 좋아할랑가 모르겠네예.” 공고에 온 아이들은 대체로 영어 과목을 꺼린다. 영어 자체를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외계어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대학보다는 취업 현장으로 향하는 공고 학생들은 어렵고 힘든 영어를 굳이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은 물론 시험을 쳐도 같은 번호만 찍는 학생도 많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영상을 만든다? 영어교육팀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영상의 길이는 3분을 넘기지 않을 것.둘째, 아이들이 보고 싶게 만들 것.셋째,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 것. 우리 교사들은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는 법, 차표 끊는 법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장에서 직접 촬영도 했다. 이렇게 제작된 ‘3분 영어’는 매주 화요일 1교시 시작 전 모든 교실에서 방영됐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영상에는 이런 장면도 들어갔다. 교사 : “모니터에 있는 얼굴이 어떤 표정일까요?”학생 : “웃고 있어요.”교사 : “웃다, 영어로 뭘까요?”학생 : “smile, smile, smile!“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영어를 고등학교에서 영상으로 제작하다니. 누군가는 ‘설마 이렇게 쉬운 걸 모를까’ 반문하겠지만, 정말로 모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영상을 재미있게 보던 아이들도 같은 교사가 반복적으로 출연하고, 그것도 한 주에 몇 번씩 반복해서 봐야 하니 금세 흥미를 잃어갔다. 급기야는 영상을 틀자마자 자는 아이까지 생겼다. 국어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버거운데, 아이들까지 관심을 놓으니 맥이 풀려버렸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라믄, 우째 하면 (3분 영어 영상) 볼 낀데?” 자고 있던 서준이(가명)가 고개를 들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샘 말고 아이유 나오면 볼게요.” 이 말에 다른 아이도 고개를 들고 말했다. “서준이 니 미쳤나? 우리 같은 따라지 학교에 아이유가 나오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샘, 그냥 대충 만들고 치아요.” 자신이 다니는 곳을 “따라지 학교”라 부르는 아이들.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동시에 내면에서 오기 같은 게 훅 올라왔다. “진짜 아이유가 ‘3분 영어’에 나오면 니 어떡할래?” 내 물음에 서준이가 답했다. “그라믄 절~대 안 졸고 졸업할 때까지 ‘3분 영어’ 다 볼게요.”“알았다. 그라믄 내가 우째든지 아이유 영상 담아 올 끼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누구도 정말로 아이유가 영상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죄 짓는 것도 아니고, 지방 공고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 영상 하나 찍겠다는데, 이렇게 거룩하고 멋진 일에 우리나라 최고 가수가 동참해주지 않겠나. 샘이 가능하게 만들어보께. 기대해라잉.” 아이들에게 덜컥 말을 뱉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일단 여러 인맥을 동원해 SBS 인기가요 공개방송이 있는 날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뒤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라믄 방송국 들어가서는 우짤 긴데요. 아이유가 쉽게 찍어주지도 않을 낀데예.”“아이유는 무슨, 거기 가수들한테 말 걸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랑가예?” 우려의 말이 쏟아졌다. 포기하느냐, 아니면 도전하느냐 기로에서 체육 선생님이 말했다. “걍 한번 가보지예. 도전해보고 안 되믄 그냥 마는 기고, 안 해보는 것보다는 안 낫십니꺼?” 선생님들 눈빛에 묘한 생기가 돌았다. 3분 영어의 슬로건은 ‘l can do it’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말과는 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라고 주고 싶었다. 우리는 팀원 8명, 원어민 교사 1명, 학생 3명까지 섭외해서, 서울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실패 가능성이 컸기에 학교 예산은 따로 요청하지 않고, 모든 걸 자비로 해결하기로 했다. 대구에서 총 5시간을 이동해 SBS에 도착한 뒤, 또 3시간을 더 기다려 드디어 인기가요 촬영 현장 안으로 입장했다. 미로 같은 방송국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물었다. “혹시 가수 아이유 대기실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아이유는 이미 무대에 올랐는지 대기실 쪽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드디어 저쪽에서 TV에서만 보던 가수 아이유가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저희는 대구의 공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인데예. 애들을 위해 교육영상을 찍으러 왔는데, 좀 도와주이소.” 국어교사인 내가 그렇게 말을 더듬는 줄은 몰랐다. 지방 사투리가 그토록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적도 없었다. 그래도 준비한 말을 다 해야만 했다. 나는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작은 영상을 만들었으나, 지금 망해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유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의 말을 두서없이 길게 쏟아냈다. 다시 없을 기회여서 최대한 간곡히 부탁했다. 할 말을 마치고 아이유 씨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유 씨는 우리 교사들이 무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흔쾌히 웃으며 영상 촬영을 허락했다. 아이유 씨는 카메라를 보면서 외쳤다. “○○공고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할 수 있습니다. You can do it!” 이날 아이유 외에도 카라, 2AM, 린, M4, 브레이브걸스, FT아일랜드, 나인뮤지스, 미스에이, 케이윌, 빅뱅 등 여러 가수들이 우리 학교의 ‘3분 영어’에 기꺼이 출연했다. 해당 영상을 서준이 반에서 상영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교단에 선 뒤 그토록 큰 박수를 받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학생만이 아니라 부장 선생님도 우리를 칭찬했다. 갓 교사가 된 20, 30대 선생님들이 만든 3분 영어는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됐다. 교육청에서는 사례 발표 요청까지 했다. 앞의 ‘smile’ 사례에서 웃은 독자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는 고작 “You can do it!”이란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간 아들을 안타깝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들 역시 “설마 고교생이 그걸 모르겠느냐”고 속으로 반문하고 있을 터다. 고백하자면, 공고에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이를 테면 “설마 공고 애들이 이것도 모를…” 하며 말끝을 흐리는 누군가의 반응을 접하면 저절로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마음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 학교에는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 아이도 있고, 마음이 아프거나 외부적 환경 탓에 학교 수업 자체를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아이유의 “You can do it” 영상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유는 더 멋진 가수가 됐다. 나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같은 학교에서 종종 일부의 아이들에게 ‘가나다라…’를 비롯한 읽기와 쓰기 수업을 한다. 자괴감이 들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누구는 잠 잘 거 다 자면서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도 수능 만점 받고 서울대 갔을 때, 나는 고작(?) 지방 국립대에 들어갔다. 촘촘히 비교하자고 들자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비해 ‘따라지 인생’일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실력에 편차가 있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smile’을 모르면 가르치면 되고, 한글 읽기에 서툴면 함께 공부하면 된다. 그게 학교와 교사인 내가 할 일이다. 교사로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버거울 때면, 영어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로 향했던 교사 초년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 시절 공고 교실에서 “You can do it!” “I can do it!”을 메아리처럼 주고받았던 나의 제자들도 이젠 모두 30대가 됐다. 그 한 문장 외운 게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살면서 혼자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을 마주할 때면 속으로 “난 할 수 있다”를 작게 되뇌어보길 바랄 뿐이다. 요즘 내가 종종 그러하듯이 말이다. 지한구 교사 longlong19@hanmail.net ※ 이 콘텐츠는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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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수호자님께 2024 산양 이슈 리포트와 산양 보호 활동 소식을 공유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산양수호자님,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국시모)입니다. 2024년 초, 산양 떼죽음을 목격했습니다. 현장에서, 국회에서, 모든 곳에서 산양이 더 이상 죽지 않도록 활동했고, 그 활동에 많은 분들이 서명으로 함께해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서명이 모여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산양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1,578분(1월 9일(목) 기준)이 서명해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도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에 서명을 아직 안 한 분이 있다면 서명을 권해주세요! ▶️ 🔗산양 지키는 서명하러 가기 여러분의 직접적인 참여와 행동 덕분에 산양 떼죽음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 정책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산양을 지키는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진행했던 산양 떼죽음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철거 활동과 산양 이슈리포트 소식, 올해 활동 계획을 공유드립니다. 국시모는 국회, 언론과 협력하여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울타리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습니다. 국정감사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여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양이 죽었을 때 사용하는 용어를 '멸실'에서 '폐사'로 바꾸자는 제안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생명 존중 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일부 끌어냈습니다. 정부는 국시모가 요구했던 ▲산양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 ▲산양 구호 및 구조 대책 마련 ▲시민 참여 확대 등 산양 보호 대책을 수용하여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ASF 차단 울타리에 대책은 '일부 구간 시범 개방'에 그쳤습니다. 국시모는 이러한 미봉책으로는 산양의 떼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하며, 산양의 주요 서식지인 설악산국립공원의 울타리부터 전면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서명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토론] "산양 떼죽음 더 이상 안돼" - ASF 울타리 개방과 긴급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슈] 천연기념물 '산양'이 죽었다. 멸실(滅失), 폐사(斃死) 어떤 말이 맞을까? 🔗[현장] 산양 떼죽음, 그들의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여야 할 때 2024 산양 이슈리포트를 발간했습니다. 2024년 설악산국립공원, DMZ 일원 현장 조사 기록과 산양 떼죽음 재발 방지 방안을 담은 <산양 ISSUE: 천연기념물 산양 떼죽음 원인과 대응 방안>을 발간 했습니다. 이슈리포트에서는 끈질긴 조사 끝에 밝혀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울타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울타리 근처에서 굶어 죽거나 탈진해 죽은 산양의 사례를 다수 발견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울타리와 산양 폐사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했습니다. 또한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산양 관련 자료들을 모아 분석하고, 폭설과 혹한 외에도 ASF 차단 울타리 설치, 서식지 파괴 등 복합적인 요인이 산양 떼죽음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혀냈습니다. 🔗 이슈리포트 바로 보기(뷰어) 🔗 이슈리포트 다운받기 올해도 산양을 함께 지켜주세요. 설악산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전국의 ASF 차단 울타리가 산양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도록 올해 울타리 개방 촉구 활동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또한, 정부가 약속한 산양 보호 대책들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하고, 산양 보호를 위한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산양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며, 이들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1월 13일부터 강원 지역에 폭설이 내려 2025년 첫 산양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여러분과 함께 현장에서 함께 산양을 모니터링하고 구조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캠페인즈에서 산양 보호 활동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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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노회찬상 수상후보자 추천공모 (~25.1.19)
2025년도 제6회 노회찬상 수상 후보자 추천 공모   노회찬재단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확대’하고 ‘정치·경제·사회적 평등과 공정을 실현’하는데 선도적으로 기여하거나, ‘권력과 권위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세상에 알려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거나,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우리 시대 ‘6411 투명인간 당사자들의 주목할 만한 실천’과 제도권 안팎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나라를 위한 의미 있는 진보적인 정치 활동’을 한 개인 또는 단체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담아 <노회찬상>을 시상합니다.  많은 관심과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시상부문 노회찬상(단일부문)  ※ 추천된 후보 중에서 별도의 특별상을 시상할 수 있습니다.  접수기간 ~2025.1.19(일) 자정까지 시상식 2025년 2월 19일(수) 예정 * 재단 유튜브 계정을 통한 온라인 생중계 예정  접수방법 온라인 신청서 작성 바로가기  ※ 우편을 통한 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문의 전화 02-713-0831   팩스 02-713-0830 이메일 hcroh6411@naver.com  🎁 역대 노회찬상 톺아보기 (1~4회)  - 이후 노회찬재단에서는 제 5회 노회찬상 수상자로 <최말자 님>을, 특별상 수상자로 <박정훈 해병대령>과 <소성욱‧김용민 부부>를 선정했습니다.  수상후보자 추천에 대한 세부 내용 및 제출서류는 첨부파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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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와 함께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어가요!
안녕하세요 현재 2025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을 모집중에 있는데요~ 청년정책을 직접 만들고 배우면서 서울시에 있는 다양한 청년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활동이 주된 목적인 모임입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아래 사항들을 확인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 2025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 모집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 나의 목소리를 직접전하고 싶다면?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에서 우리 더 나은 청년의 삶을 만들어 가요. 💡모집분야 : 정책제안단, 정책모니터링단, 정책홍보단 💡일정 : 2024.12.16(월) 09:00 ~ 2025.01.12(일) 24:00 ⭐대상 1)서울시 정책 내가하면 더 잘할거 같은데? 생각하는 청년 2)나의 아이디어로 서울을 바꿔보고 싶은 청년 3)같은 비전을 공유할 청년들과 연결되고 싶은 사람 ⭐혜택 -활동 우수자 시장 표창, 분과회의 시 봉사시간 인정, 활동증명서 발급 ⭐주요활동 1. 정책제안단 - 주거/문화예술/사회안전망/일자리창업/기후환경으로 나뉘어져 정책을 만들어요 - 관심사가 비슷한 청년들과 만나고 네트워킹 할 수 있어요 2. 정책모니터링단 - 청년자율예산 사업에 대해 정량, 정성적 모니터링을 진행해요 - 평가보고서를 만들면서 함께 배우고 공유할 수 있어요 3. 정책홍보단 - 청정넷활동과 청년자율예산 정책을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요 4. 네트워킹 - 위원들간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킹 활동을 진행해요 - 분과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기관을 방문하거나 다양한 특강을 듣는 것부터 같이 영화를 보거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모임까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요! ⭐다양한 청년들과 만나고 ⭐서울시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더 나은 서울을 만들어가요! 청년정보몽땅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세요! [공식공고] 청년몽땅정보통 https://youth.seoul.go.kr/netw... [신청링크] 청년몽땅정보통 https://youth.seoul.go.kr/y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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