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원작자가 결국 ‘고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활동명) 작가는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본인의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쓰레드(Threads) 이용자 A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A 씨는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어,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 작가는 8일 경찰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우선 신고하고, 9일 오전에는 대전유성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정식 사건 접수를 마쳤다.
“반드시 계정의 주인을 찾아내서 응당한 처분과 처벌을 받게 해주십시오. 현재 자신이 퍼나르는 글과 그림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인지하도록 하고, 온라인상에 이뤄지는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도 반드시 처벌받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고소 내용 중)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체포 촉구 밤샘 집회. 시민들은 은박 담요를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며 밤새 자리를 지켰는데, 그 모습이 은박 포장으로 유명한 초콜릿과 비슷해 ‘인간 키세스’라 불렸다.
장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라는 문구를 넣어 SNS에 게시했다.
하지만 다음 날 누군가에 의해 작품은 훼손됐다.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문구 역시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밤샙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왜곡한 것. A 씨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런 멘트를 공유했다.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
타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완전히 반대로 의미를 왜곡하는 행동. 저작권법 136조 2항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관련기사 :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
장 작가는 왜 형사고소까지 마음 먹었을까?
“원래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가 아기 낳고 아예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했던 계기가 이번 ‘인간 키세스’ 시위단이에요. 그분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마음이 계속 쓰였어요. 처음에 (제) 그림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 안 했어요.
그런데 같이 분노해주시고 자기 일처럼 더 싸워주시는 분들 보면서 마음을 다잡은 거죠. ‘내 그림이 그 절박한 국민들의 싸움 한복판에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지를 해주는 거니까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
박지환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고, 원저작물에서 일부를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 문제가 있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 “저작자의 취지를 완전히 반대로 비튼 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 작가는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지만, 수사기관의 태도에 고민이 깊다.
“어제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서 고소장을 직접 썼습니다. 아무래도 12.3 내란 이야기를 안 넣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반적인 고소 사건은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내용을 썼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접수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오히려 첫 장벽을 만난 듯합니다. 담당 경찰관이 고압적인 태도로 녹음을 저지하고, 협조적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물어보려고 하면 귀찮아하고 불친절하게 대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사건을 잘 진행하려면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할 텐데, 걱정이 큽니다.“
작품을 훼손당한 건 장 작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A 씨는 본인의 쓰레드 계정에 다른 일러스트 작품를 훼손한 그림도 여럿 올려놓았다.
우산을 쓰고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간 사람들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작품엔, “12,000원 주면서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너무한 거 아니냐? 퇴근하자”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읽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가짜로 그려넣고는 “태극기를 들어야 진짜 국민”이란 멘트가 달아 놓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안내를 달아놓은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좌뺄럼들 아트 작업 한 거 있으면 @A(자신의 계정) 소환해주세요. 약간 수정해서 애국자 아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심지어는 왜곡 게시물 작성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사실상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는 자백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과 거짓을 섞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사실의 비율이 올라 갈수록 훌륭한 거짓말이 완성됩니다. 자 이제 가서 좌파 진영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려 볼까요?”
“예를 들면 ‘금일 오후 4시경 민노총에서 간부들이 비밀리에 해외 자금을 유입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중국 자금과 관련된 증거가 미 정보기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니 저희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요.”
이중 일부 기업 광고를 훼손한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었다. A는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넣어서 MBC를 후원하는 업체를 정리한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실례로 감기약 ‘판피린'(동아제약) 광고에 있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구 대신에, “공산당 조심하세요~”를 넣어놓은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광고 캐릭터 모델 뒤로 인공기가 휘날리고,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와 함께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도 넣어놓았다.
화장품 고혼진 광고에는 “고혼진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를 “김일성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로 조작했다. 여기서도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박고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 문구를 빼놓지 않았다.
셜록은 8일 쓰레드 이용자 A에게 반론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셜록이 반론을 요구한 이후, A씨의 쓰레드 계정이 아예 검색되지 않고 있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코멘트
1"인간 키세스" 대참사 🍫➡️🔥
초콜릿 같던 작품이 태극기로 덮였다고?
장충만 작가님, 왜곡 포스터에 분노 폭발⚡
저작권 침해+명예 훼손으로 고소 GO!
패러디 vs 도둑질, 여러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