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이란?
1 一切畏刀杖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一切皆懼死 모든 것은 다 죽음을 두려워한다 以自量比較 자신의 마음에 견주어 보아 勿殺教他殺 죽이지 마라, 죽이게 하지도 마라 Sabbe tasanti daṇaḍassa sabbe bhāyanti maccuno Attānaṃ upamaṃ katvā na haneyya na ghātaye 一切畏刀杖 모든 것은 폭력을 두려워한다 一切皆愛生 모든 것은 다 삶에 미련을 둔다 以自量比較 자신의 마음에 견주어 보아 勿殺教他殺 죽이지 마라, 죽이게 하지도 마라 Sabbe tasanti daṇaḍassa sabbesaṃ jīvitaṃ piyaṃ Attānaṃ upamaṃ katvā na haneyya na ghātaye. (『법구경法句經 Dhammapada』「도장품刀杖品 Daṇḍa-vaggo」) 2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이란 말 그대로 동물의 권리입니다. 그러면 무슨 권리인가? 감각을 가진 모든 동물이 인간에 있어서의 유용성과는 상관 없이 도덕적인 가치를 지닌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하면 각각 개별 생명이 존중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지역을 막론하고 근대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런 이야기를 새삼 왜 또 하느냐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구 중심의 근대와 그 이전부터 내려온 기독교 사상은 자연과 문명, 인간과 자연을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인간이 자연을, 문명이 자연을 정복해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해왔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1장 28절) 창세기의 이 구절은 초대 교부 중 한 명으로 영지주의(그노시즘)에 맞서 싸웠고 삼위일체 교리의 형성에 큰 영향을 준 리옹의 이레네우스(Ειρηναίος Λουγδούνου)가 『사도적 선포의 논증(Demonstratio apostolicae preaedicationis)』에서 신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인간을 만든 것은 그리스도의 등장을 예견한 것이고 이는 인간이 신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것은 곧 인간이 신의 초월성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신의 모습과 닮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우리 인간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이 이후에 인간의 우월성이나 자연에 대한 정복 권리 같은 것을 비판한 신학자들도 계속 등장했지만 이들은 일단 세력을 얻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논리가 더 진전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성경도 텍스트이니까,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그런 차원에서 기독교가 자연과 인간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자연 파괴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가톨릭도 개신교도, 전근대 사회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제국주의의 확산과 자연파괴의 정당화에 근거를 제시해주었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일부와 이에 반대하지 않은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을 생각하면 기독교에는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동물권에 대한 논의는 이런 배경에 대한 반성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3 동물의 권리, 생명의 평등에 대해서는 시대마다 지역마다 구구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지면상 그런 이야기는 각설하기로 하고, 이야기를 대폭 줄여서 현대에 있어서 동물권 논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면 그 시작은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Albert David Singer, 1946~)가 쓴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 1975)』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피터 싱어의 주장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로 잘 알고 있는 공리주의입니다. 공리주의는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모든 존재에게 평등한 이익이 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터 싱어는 공리주의 원칙을 인간 이외의 동물에게도 확장한 것입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고통을 덜 느낄 권리, 생명을 유지할 권리의 차이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물의 감정이 어떠한 것인지, 동물의 지성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우리는 추측을 할 뿐이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물의 권리가 인간의 권리와 무조건 같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생존 욕구와 고통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마음까지 다를까?’라는 점을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피터 싱어는 이와 함께 종차별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어떤 존재가 특정한 종(種)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종에 따라 외양도 행동의 모습도 다 다릅니다. 하지만 괴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면 평등한 배려를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존재가 종 때문에 이런 평등에서 배제되는 것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문제제기이기도 합니다. 피터 싱어의 생각에 따르면 동물의 권리는 그들의 지능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인간끼리 지능 지수를 가지고 차별하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요. 동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동물의 지능이 인간보다 낮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이 고통을 덜 느끼거나 생명에 대한 욕구가 인간보다 적은 것은 아닙니다. 피터 싱어는 이런 차원에서 육식을 배제하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동물을 사용하는 행위(대표적으로 동물실험)를 비난합니다. 4 또 한명의 중요한 철학자가 있습니다. 미국의 철학자 톰 레건(Tom Regan, 1938~2017)과 그의 저서 『동물권 옹호(The case of Animal rights, 1983)』입니다. 톰 레건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생명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서 끝이 나는 존재라고 주장합니다. 삶의 주체성이나 이성의 유무는 생명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영유아나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화를 냅니다. 그 이유는 생명을 가진 자에게 행해지는 폭력 그 자체가 나쁘기 때문이지 거기에 이성이나 지능, 주체성 같은 것은 고려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가 비판하는 것은 결과를 중시하는 사상입니다. 예를 들면 동물 실험 같은 것입니다. 동물 실험이 비록 잔인한 면이 있지만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경제나 과학 뿐 아니라 윤리적인 결과까지)는 매우 크기 때문에 동물 실험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요. 톰 리건은 이런 시각을 비판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는 이런 예를 듭니다. 부자인 친척을 죽이고 그 재산을 챙겨서 사회에 기부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결과가 사회적으로 이롭다고 해도 우리가 그의 살인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죠. 톰 리건은 이런 점에서 피터 싱어가 취하고 있는 공리주의적 동물관에 한계가 있다고 비판합니다. 톰 레건은 육식을 자제하고 동물실험이나 사냥을 금지해야하는 것은 그것을 통해 어떤 이로움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명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 생명을 죽이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도덕적인 사실, 오로지 그것 때문입니다. 5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 게리 로렌스 프랑시옹(Gary Lawrence Francione, 1954~)이라는 법학자가 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나와 있는 동물 복지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모두 동물 착취를 못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런 제도 안에서는 동물에 대해서 이런 걸 하지 마라 저런 걸 하지 마라 아무리 말한들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아 그러면 그거 빼고 다 하면 되겠구만!’이라는 생각 밖에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사람으로서의 동물(Animals as Persons, 2008)』에서 동물권에 대한 철학에 기반하여 “소유물로써의 동물의 위치”, “동물의 권리와 동물 복지의 차이”, “동물의 특성이나 지성 유무에 의한 차이는 없을 것”을 법에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6 보통 동물권의 철학적 기반이라고 하면 피터 싱어의 공리주의와 톰 레건의 권리론, 두 가지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리주의적 입장은 최대행복이나 평등이라는 공리주의 원칙을 동물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통과 쾌락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 것을 종차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고통, 쾌락, 삶의 욕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도 이와 관련되어 인간과 같은 평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동물을 괴롭지 않게 도살하는 것 같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톰 레건의 입장은 윤리 교과서에서 ‘정언명령’이라고 나오기도 하는 칸트의 의무론의 연장이며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입니다. 칸트가 말한 ‘인격 존중의 의무’를 ‘생명 존중의 의무’로 바꾼 것입니다. 우리가 성차별이나 인종차별에 대해서 비판할 때 거기에 대해서 구구한 논의와 그래서는 안되는 여러 이유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같은 ‘인간’이니까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톰 레건의 입장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같은 ‘생명’이니까. 생명을 해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생명을 해쳐서는 안되고 동물을 존중해야 하고 어쩌구 하는 순간, 우리는 그 이유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톰 레건의 입장은 명확하고 명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종의 이러한 선언에서 구체적인 방안이나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공리주의적 입장은 결과를 중시합니다.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 모든 생명에게 평등하게 이익이 돌아가는 게 명확하게 눈에 보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톰 레건의 권리론은 결과 보다는 행위에 주목합니다. 결과가 다소 더디다고 해도 우리가 생명 존중이라는 지고한 가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7 자잘하게 들어가면 동물권에 대해서는 해야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동물의 권리와 인간의 권리가 같은 것이라면, 동물과 인간이 똑같이 위험에 처했을 때 우리는 정말로 동물을 구하고 인간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또 스페인의 투우나 일본의 포경 처럼 동물의 권리를 위해 전통과 문화를 폐지하라는 것이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육식이나 가죽옷 같은 것에 반대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통한 의학/의료기술의 발달보다 동물권이 더 중요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8 읽어볼 책 1) 피터 싱어 저, 김성한 역, 『동물 해방』, 연암서가, 2012 2) 피터 싱어, 엘리자베스 드 퐁트네, 보리스 시륄닉, 카린 루 마티뇽 저, 유정민 역, 『동물의 권리』, 이숲, 2014  3) 임종식, 『동물권 논쟁 - 피터 싱어·탐 레건 그리고 제3의 해법』, 경진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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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조건: 한국, 대만, 네덜란드, 덴마크의 공공임대주택
자가를 많이 보유한다고 해서 그게 곧 그 사회의 주거가 안정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집이든 세를 들어 살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한국의 집값을 두고 어떤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의 원리에 따라 알아서 조절되는 것이지 그게 뭐 문제냐’, ‘돈 있으면 부동산을 얼마나 가지건 말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느 재화나 무한한 것은 없습니다만 토지와 주택은 그 유한함이 비교적 눈에 잘 보이는 편입니다. 토지는 식물처럼 자라는 것도 아니고(증식하지 않음) 부동산(不動産: 움직일 수 없는 재산)이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다른 곳으로 가지고갈 수도 없습니다(이동할 수 없음). 또 같은 면적이라고 해도 주위 환경에 따라 그 가치가 확 달라지는데 이런 조건을 아주 약간은 바꿔볼 수도 있지만 음식에 양념 치듯이 완전히 인간 맘대로 할 수가 없다는 점도 있습니다(주위 환경을 바꾸는 데에 한계가 있음). 그리고 국토(國土)나 영토(領土)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토지는 국가라는 전제가 없이는 개인이 소유하기 힘듭니다(토지 자체에 공공성이 있음). 그런 점에서 토지는 다른 재산과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며 매우 확실한 유한함이라는 조건 하에서 모든 것을 개발해야 합니다. 남한의 면적은 100,210km²이고 인구는 5174만 명이니까 다른 조건 다 무시하고 단순하게만 계산하면 우리는 1인당 대략 1936m²(약 585평)의 땅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영토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300km²(전국토의 64%) 정도라고 하니까(탁한명, 김성환, 손일, 「지형학적 산지의 분포와 공간적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지리학회지』, 2013) 산을 빼고 계산하면 1인당 대략 694m²(약 210평)의 땅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네요. 우리는 이 정도의 땅을 가지고 있을까요? 소유는 차치하고 우리가 주거, 노동, 여가 등을 위해 활용하는 공간을 다 합쳐도 210평이 되기는 할까요?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고 분배하는 방식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이규봉, 「한국과 일본의 공공임대주택정책연구」, 한국아시아학회, 2007) 대만 대만에서 공공임대주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지만, 정부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자 1989년 민달팽이 운동(無殼蝸牛運動)이 일어났습니다. 이 당시에는 옥노(屋奴), ‘집의 노예’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1989년 8월 26일, 타이베이에서 약 5만 명의 시민들이 땅값이 제일 비싼 충효동로(忠孝東路)에 모여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대만에서는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 일어난 자발적인 도시사회 운동 중 가장 큰 운동이자 시위였습니다. (이 기록은 바로 다음 해인 1990년 민주주의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학생운동인 야백합학운野百合學運에 의해 깨졌습니다.) 이들은 20%의 민달팽이는 80%의 집 있는 달팽이에게 대항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민달팽이 운동을 계기로 주택 문제를 위한 사회단체인 중화민국 무주택자 단결조직(中華民國無住屋者團結組織), 학술단체 청셔(澄社, 영어 이름은 Taipei Sociaty), 대학생 무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학생주숙문제 전안소조(學生住宿問題專案小組) 등이 만들어졌고 이들은 계속해서 정부에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입법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만의 주택가격 문제나 공공주택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치대학 장진으어(張金鶚, 장금악) 교수는 ‘토지가 있어야 재물이 생긴다(有土斯有財)’라는 중화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가치관과 주택 소유를 위해 금융 지원이나 세금 우대 등을 행하는 전통적인 정책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토지나 주택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깨져야 그 다음을 진행할 수 있는데, 전통적인 가치관을 깨는 게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정치인들이 ‘선거 전에는 머리를 세고, 선거 후에는 주먹을 센다’고 조롱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의 표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이 되면 힘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계산하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건설사, 중개업자 등 부동산 사업가들이 바로 그 주먹이라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주택을 가진 자 80% 중 60%p에 해당하는 사람들 역시 주택가격상승의 피해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자신의 집을 팔아도 지금과 비슷한 환경의 다른 집으로 이사갈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이로 인해 한 주택 소유자들의 거주 환경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 교수는 20%의 무주택자들과 60%의 한 주택 소유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안을 주장했습니다.  1) 주택시장 메커니즘을 개선하여 시장정보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하고 실거래가 등록 제도를 개선할 것  2) 부동산 세제, 금융제도를 개혁해 주택상품화의 유인을 줄이고, 거주와 비거주소유를 엄격히 구분하고 비거주소유를 억제할 것  3) 다양한 주택보조금을 공적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 공영주택 건설 수만 강조하지 말고 취약가구에 대한 복지와 그 비율을 중시할 것  4) 주택의 안전, 환경을 중심으로 한 주택법을 시행해 임대주택의 주거 안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품질을 개선할 것 (未來城市.2019.07.01.) 2016년, 총통 후보였던 차이잉원(蔡英文)은 2024년까지 공공주택 20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당선된 후에는 <주택법>을 개정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량을 30% 이상으로 늘리고, 지방정부의 공공주택 건설 지원을 실시했으며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대만의 공공임대주택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을까요?  2023년 기준, 전국에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6,253호, 차이 총통 당선 이후 건설된 주택은 19,647호, 건설 중인 주택은 33,429호, 건설하기로 결정된 주택은 20,501호라고 합니다. 이를 다 합치면 79,830호이고, 여기에 아직 실행은 못하고 계획만 한 주택이 46,683호라고 하니까 이것까지 다 더해도 126,513호네요. (社會住宅興辦進度統計表)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건설이 수도인 타이베이시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공공임대 주택 건설에 소극적이라고 합니다. 일단 토지 가격이 너무 상승해서 지자체가 이를 매입하기 너무 어려워서 경찰이나 군부대, 정부부처 건물 등 정부 시설에 대해 특혜를 줄테니 부지를 달라고 요구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건설 원가 상승이 겹치면서 사업을 진행하기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합니다. (The News Lens 10. 2022.07.20.) 한국은 어떨까요? 토지와 주택을 거주를 위한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투자가 가능한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을까요? 부동산에서 투기성을 제거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와 관련해서 함께 보면 좋을 사례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입니다. 네덜란드 네덜란드에는 사회주택(sociale woningbouw)이 있습니다. 그 시작은 1901년 <주택법(Woningwet)>의 제정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법에 근거해 네덜란드에서는 주택협회(Woningcorporaties)라는 민간 사회적 기업이 있고, 이들이 임대하는 주택이 바로 사회주택입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300 여 개의 주택협회가 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자선사업에서 시작한 사회주택은 1901년에 관련 법이 제정되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장려되었습니다. 2020년 기준, 네덜란드의 월 최대 주택 임대료는 740유로(약 98만 원)이라고 합니다. 사회주택의 경우에는 각 주택의 품질, 구성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그에 따라 최대 임대료가 책정됩니다. 보통의 임대사업자들은 가급적 법정 최대 임대료를 받으려고 하지만, 주택협회의 사회주택은 평균적으로 상한선의 72% 정도를 받는다고 합니다. 마리아 엘싱하(Marja Elsinga) 델프트 공대 교수는 네덜란드의 사회주택과 관련해 주택협회의 사회적 임무를 이야기합니다. (이로운넷.2020.12.07.)  1980년대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42%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만, 2015년에는 34.1% 정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일단 저소득층, 취약계층이 사는 집이기 때문에 영리를 추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임대료를 올리기는 어려운데 주택 공급은 계속 해야하기 때문에 재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여파로 네덜란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복지 재정은 축소되었고 주택협회에도 높은 세금이 부과되면서(임대수익의 25%) 사회주택의 수가 줄어들고 있고, 재정이 안정적인 주택협회도 주택을 더 공급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인구가 암스테르담에 몰리는 일이 가속화되면서 수도권에 사회주택은 물론 일반주택마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사회주택 공급은 더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사무실이나 사회복지시설, 산업시설 등을 개조해 사회주택을 늘리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토지임대부주택을 통해 정부가 토지를 저렴하게 빌려주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 (bizwatch.2019.08.07.)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덴마크 덴마크도 네덜란드와 같은 방식으로 주택협회와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에는 500개가 넘는 주택조합이 있고, 주택조합 협회는 베엘(BL; Boligselskabernes Landsforening)이라고 부르는데 지금은 덴마크 공공주택(Danmarks Almene Boliger)으로 개명했습니다. 덴마크가 다른 나라의 사회주택과 다른 점은 우선 입주 자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매우 큰 규모의 사회주택만 아니라면 특별한 입주 자격 기준을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거주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원한다면 죽을 때까지 살 수 있고 자식에게 우선거주권이 부여됩니다. 공공주택에 들어갈 때엔 장기담보대출에 가입을 합니다. 일종의 모기지 같은 것인데 30년 만기 변동금리라고 합니다. 원금을 다 갚으면 공공주택은 개인 소유가 되고, 굳이 주택을 소유하고 싶지 않으면 원금을 안 갚고 이자와 관리비를 월세처럼 내면 됩니다. 주택을 소유하게 되면 그 이후에도 주택을 보유한 사람의 책임으로써 임대료(세금)를 내는데 임대료의 3분의 2는 전국기금으로, 3분의 1은 지역기금으로 들어가 다시 사회주택을 위한 재정으로 사용됩니다. (한겨레.2017.11.08.) 2019년 기준으로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21.2%에 달하고 전국민의 60%는 인생 중 한 번 이상 사회주택에 거주한다고 합니다. (이로운넷.2020.12.07.) 사회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의 물량은 정해져 있고 경제가 어려운 요즘 일수록 누구나 임대주택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정하는 것이지요. 입주 자격이 없다면 그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요? 덴마크의 경우 사회주택의 임대료 상한, 보조금 액수 등은 중앙정부에서 결정하지만 신규 건설, 공급, 위치 등은 지자체와 조합에 의해 정해집니다. 새로 사회주택을 건설할 때 건설 자금은 임차인 자본 2%, 지자체 보조금 10%, 주택조합의 모기지 대출 88%의 비율로 조달됩니다. 매년 GDP의 0.5% 정도를 사회주택 보조금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사회주택에서 얻은 이익이나 이자, 모기지 원리금 상환 잔액은 전부 사회주택 기금으로 사용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임병권, 강민정, 장한익, 김병국, 「유럽국가의 사회주택 현황과 지원 정책에 관한 사례연구」, 『주택금융리서치』, 2018) 결론 1. 일단 사회 전반적으로 주택, 토지 등 부동산을 재물(투자나 투기 수단)로 보지 않고 거주와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닭이냐 달걀이냐 같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인식이 없으면 부동산 업자가 폭리를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일을 막을 수 없습니다. 2. 공공주택 사업은 민관 협동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나 사회적 기업 둘 중 하나에서만 이런 일에 관심을 둔다거나 두 조직이 소통 없이 따로 논다면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3. 공공임대주택에서 나온 이익은 공공임대주택을 위해서 쓰여야 하고, 임대료는 건설 원가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합니다. 재원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과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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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문제학생 지도 방법
미국 미국의 공립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의 문제 행위로 인해 수업에서 방해를 받은 적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32%였습니다(초등학교 33.5%, 중학교 36.5%, 고등학교 27.3% 여기에서 말하는 문제행위는 소음, 난폭한 놀이, 싸움 등). 학생의 지각이나 수업 방해 행위를 경함한 교사는 37.4%였습니다(초등학교 33.7%, 중학교 34.1%, 고등학교 45.4%). (NCES)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닌데 이런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할까요? 미국 공립학교의 경우 각 주마다 학교구(school district)가 있고 학교구 별로 학생 행동 강령(Code of Student Conduct, Code of Student Behavior)을 만듭니다. 각 학교는 이를 책자로 만들어 학사일정과 함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어기면 어떤 조치/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알려줍니다. 텍사스 주의 경우 학생이 문제 행위를 했을 경우, 학교구의 교구장이나 지명된 사람이 문제 행위를 조사하고 문제 행위를 일으킨 학생에게 사건을 설명할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학생에게 알맞은 처벌이나 지도를 부여하는데, 만약 학생이 처벌에 불응할 경우 교직원들과 학생 대표들을 모아서 청문회(hearing)를 실시합니다. 처벌의 종류는 경고, 권한 제한, 특수 과제 부여, 반환, 기숙사 계약 해지, 성적증명/학위 보류, 수강 취소 및 재입학 금지, 학생 보조금/대출 손실 혹은 자격 상실, 정학, 퇴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Texas state, Code of Student Conduct) 참고로 체벌의 경우 미국은 주마다 다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학생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지 않는 주는 알라바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인디아나, 캔서스, 켄터키,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와이오밍 등 13개 주입니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테네시 등에서는 체벌이 가능한 경우를 따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남부입니다.) 학생에 대한 체벌을 가장 먼저 금지한 주는 메사추세스(1971)이고 가장 최근에 금지한 주는 아이다호(2023)입니다.  일본의 교육학자 카타야마 노리코(片山紀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학생 징계는 다음과 같은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첫째, 징계가 응보적인(retributive) 경향에서 피해 회복적인(restorative)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학이나 퇴학, 체벌 위주던 징계가 가해학생이 피해학생 사이에서 사과, 변상, 행동 변화 약속 등을 위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둘째, 따돌림이나 괴롭힘, 특히 그것이 성이나 인종, 종교, 계층, 장애여부와 관련이 있을 경우에는 그것이 비록 말이나 제스쳐 같이 물리적인 폭력이 없더라도 강하게 징계를 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셋째, 학생 징계를 한두 명이 결정하지 않고 학교나 교육 공무원 이외에 정신과 의사,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 점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상 アメリカの生徒懲戒制度に見る近年の傾向 ―社会経済的に不利な立場にある子どもを視野に 에서 발췌) 일본 일본의 경우 1879년, 1890년, 1900년, 1941년, 1947년에 학교에서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했지만 1980년대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교내 체벌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지도사(指導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의 체벌이나 훈계로 인해 학생이 자살하는 것을 말하는데 ‘지도사 부모 모임(『指導死』親の会)’도 있습니다. (東京新聞.2016.03.16. <반복되는 지도사 히로시마 중3 자살 공표로부터 1주일>) 일본 문부과학성(文部科学省)은 2007년에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에 대한 지도방법을 통지했습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서는 각 학교에게 왕따, 폭력 등에 관한 대응 기준을 명확히 하여 보호자나 지역 주민들에게 공적으로 알리도록 하고, 범죄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바로 경찰에 통보하도록 했습니다. 이 통지에서는 체벌을 금지하고 퇴학, 정학, 경고 이외에 방과후에 교실에 남게 하거나 과제, 청소활동 부여, 수업 참여 제외 등 육체적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징계를 부여하도록 했습니다. (問題行動を起こす児童生徒に対する指導について) 3년 뒤에는 학교교육법(学校教育法)을 제정해 이를 법률화하였습니다. (学校教育法) 각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 지도 규정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습니다. 후쿠야마 시립 시세이 중학교(福山市立至誠中学校)의 경우 세 단계로 나누어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1단계 - 잘못을 한 본인에 대한 훈계, 사실이나 반성, 선서와 관련된 문장 작성 및 보호자 연락 2단계 - 보호자와의 면담 3단계 - 징계 (개실 반성지도, 수업반성지도, 봉사활동 등) 징계 기간 중에는 등교는 하지만 원래 있던 교실이 아니라 따로 마련된 별실에서 주어진 징계를 행합니다. 그리고 학생의 행동에 대한 일기를 써서 학교와 보호자가 함께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福山市立至誠中学校ー生徒指導規定) 중국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교육법(中华人民共和国教育法)> 28조에서 학교와 교사는 학생을 관리하고 처분을 실시할 수 있다는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20년에 만들어진 <초중등교육 징계규칙(中小学教育惩戒规则)>에 따르면 비교적 경미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목하여 비판’, ‘사과, 구두 혹은 서면 검증’, ‘추가교육 혹은 봉사활동 부여’, ‘1시간 동안 교실에 서있기’, ‘방과후 지도’를 시행할 수 있고(8조), 이보다 무거운 사항에 대해서는 ‘학교 도덕 교육 업무 담당자의 지도’, ‘학교 내 봉사활동 수행’, ‘특별 학칙/교육 수여’, ‘소풍이나 견학 같은 단체활동 제한’ 등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9조). 학교 규정,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하거나 여러 번의 교육이나 처벌로도 개선되지 않는 경우에는 ‘휴교’, ‘법치부교장(法治副校长), 법치지도원(法治辅导员)의 훈계’, ‘사회복지사나 전문가의 심리 상담, 행동 개입’을 시행할 수 있고 고등학생인 경우에는 제적을 시킬 수 있으며 부모나 관련 부서와 협력해 특별학교교육으로 전환시키기도 합니다. 중국의 경우 1949년과 1986년에 교내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완전히 근절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의 경우에는 학교와 교사가 내릴 수 있는 징계의 기준과 내용을 명확히 설정하고 있는 편이고, 일본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징계의 내용에 대해서 중국은 가벼운 징계건 무거운 징계건 공개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또 중국의 경우에는 징계 내용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는 한편, 일본의 경우에는 범법이 아니라면 기록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교권(敎權)? 한국에서는 교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권을 영어로는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티쳐스 라이트(teacher’s right)라고 해야 할까요? 티쳐스 어더리티(teacher’s authority)라고 해야 할까요? 일단 같은 한자 문화권의 경우를 보자면, 일본어로 교권(쿄-켄)은 ‘교사의 권력’을 뜻하고, 중국어로 교권(쟈오취엔)은 ‘교육 받을 권리’를 뜻합니다. 한국어 ‘교권’에 해당하는 말을 다른 나라에서 찾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보통 한국에서 교권이라고 말할 때엔 ‘징계’나 ‘체벌’에 대한 권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특히 학생의 보호자들)의 경우에는 ‘징계=체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또 징계의 권리를 교사 개인에게 줄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도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었고, 지금도 그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학교 안에서 교사의 폭력은 어마어마했습니다. 기합을 받다가 죽거나 체벌로 인해 중상을 입는 학생들 이야기도 간간히 뉴스에 나왔었지요. 거기에 계속해서 오가는 촌지와 그로 인한 편애에 관한 뉴스. 꼭 뉴스가 아니어도 학창 시절에 직간접적으로 이런 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차원에서 교사의 징계권 부여에 많은 사람들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도 이런 차원에서 생긴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모욕이나 폭력을 당하는 교사 이야기도 뉴스에 많이 나옵니다. 최근에도 연이어 비극적인 뉴스들이 나왔지요. 기본적으로 학교/수업이라는 공간은 1차적으로 학생과 교사의 공간입니다.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치 교실이 교사와 학생의 헤게모니 싸움 공간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학생의 권리가 너무 늘어나서 교사가 차별을 받는 것처럼 묘사합니다.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도, 교사가 학생에게 행하는 부당한 대우도 사실은 ‘교사 vs 학생’이라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결국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는 늙어 죽는 그 날까지 똑같은 논쟁을 반복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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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봉열전(唐鳳列傳)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엔지니어
(이미지 출처 대만 디지털발전부) 출생과 이력 탕펑(唐鳳)의 성은 탕(唐, 당), 이름은 펑(鳳, 봉)이고 과거의 이름은 탕쫑한(唐宗漢, 당종한)이다. 영어 이름은 오드리(Audrey)다. 1981년 대만 출신이다. 부친 탕꽝화(唐光華, 당광화)는 《중국시보(中國時報)》의 부 편집장을 맡은 바 있고, 모친 리야징(李雅卿, 이아경)은 《중국시보》의 취재팀 부주임을 맡았다. 《중국시보》는 아시아 최초의 컬러 신문인데 대만의 3대 신문 중 하나이고 친민진당, 친자유주의 성향의 신문이다.  탕펑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몸이 약했으나 머리가 좋아서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고 사소한 것을 잘 잊어버려서 교사들에게 체벌을 당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는 탕펑이 똑똑하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만 있게 하였는데 이런 여러가지가 겹치며 탕펑은 등교를 거부하고 악몽을 꾸며 집에 들어오면 옷을 모두 벗고 하루 종일 울기도 하였다. (大紀元時報.2000.06.28.) 이에 모친 이아경은 탕펑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上報.2016.08.25.) 이는 타이완의 자주학습(自主學習), 재가학습(在家自學) 운동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上報.2016.08.25.) 부친은 학교를 그만두면 사회화나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학업 중단에 반대했지만 모친은 독일 유학을 가기로 결심하였다. 탕펑은 여덟 살에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IQ는 180 정도라 한다. (自由時報.2016.08.26.) 탕펑의 가족은 모두 독일로 갔고 그곳에서 부친 탕꽝화는 정치학을 공부하였는데, 그의 집은 천안문 사건을 계기로 망명한 중국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端傳媒.2016.08.25.) 독일 유학 시기 탕펑은 생활과 독일 교육에 잘 적응하였으나 이번에는 탕펑의 동생 탕쫑하오(唐宗浩, 당종호)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아경은 이 일을 계기로 대안교육의 방법을 반성하고 연구하게 되었고 이는 훗날 대만의 대안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上報.2016.08.25.) 탕펑은 이후에도 계속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인터넷의 세계를 접한 후 자신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구식이라고 느끼고 결국 중학생 때 퇴학을 하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親子天下.2016.05.11.) 탕펑은 집에서 공부하며 동서 고전을 섭렵하기도 하였다. (商業周刊.2003.06.25.) 1995년, 탕펑은 대만대학 상학연구소의 하원(賀元), 대만정치대학 기업관리연구소의 학생 쒸에쌰오란(薛曉嵐, 설효람)과 함께 컴퓨터 관련 서적을 취급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때 탕펑은 1주일 동안의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검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수색쾌수(搜索快手)를 만들기도 하였다. (商業週刊.2004.01.08.) 수색쾌수가 성공한 후 탕펑은 다음 해에 대만 최초의 검색엔진인 IQ97 제작에 들어갔다. 이 일을 계기로 수많은 기업의 투자를 받았으며 각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아직 발전하지 않았던 대만 컴퓨터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되었다. (商業週刊.2004.03.03.) 이후 탕펑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그곳에서 쭉 일을 하다가 2014년에 은퇴하고 대만으로 돌아왔다. (上報.2016.08.25.) 그 이후 대만의 공론장, 시민 커뮤니티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탕펑은 자본주의 하에서 소수의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고 기술자/개발자들이 그 밑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은 오히려 효율성과 경제성을 저해하는 행위라 생각하고 모든 기술과 자료를 개방하는 것이 진정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端傳媒.2016.08.25.)  2005년, 25세가 되던 해에 이름을 탕종한에서 탕펑으로 개명하였고 트랜스젠더임을 세상에 밝혔다. (自由時報.2016.08.27.) 2012년 대만 정부는 경제 동력 추진 계획(經濟動能推升方案)을 추진하였는데(中華民國行政院) 아무도 그것이 무슨 정책인지 알지 못했다. 또 이와 관련한 유튜브 광고를 만들었는데 광고를 본 대만인들 중 다수가 이를 사기광고로 신고하여 유튜브에서 대만 정부의 광고 동영상을 정지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台北報導.2012.10.18.) 이에 Hacker 15라는 팀이 결성되어 대만 정부의 예산, 정책을 인터넷으로 보기 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였는데 탕펑도 이곳에 참여하게 되었다. 탕펑이 그룹에 들어가고 2개월 만에 만든 것이 g0v 영시정부(g0v 零時政府, g0v-zero)다.  g0v 영시정부(g0v 零時政府, g0v-zero) (g0v 영시정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 g0v는 대만 행정원 홈페이지 주소 gov.tw의 패러디이면서 디지털 자료가 1과 0, 즉 2진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고 영시(零時)는 시작이라는 뜻으로, 정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이 단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료를 올려놓기만 하는 정부의 행동에 반대하며 복잡한 자료를 시각화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시작은 프로그래머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참여자의 60% 가량이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g0v 영시정부선언(零時政府宣言. 2019.10.20. 수정) 我們來自四方  g0v 是一個致力於推動開放協作的社群。g0v 的參與者來自四方,有程式開發者、設計師、社會運動工作者、教育工作者、文字工作者,還有各種專業的公民與鄉民。這些人聚在一起,希望透過科技與協作改善台灣的公民環境。只要有心,願意貢獻自己的技能,就可以參與 g0v。 우리는 여러 곳에서 왔다  g0v는 개방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커뮤니티다. g0v의 참가자들은 여러 곳에서 왔는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사회 운동가, 교육자, 텍스트 노동자 및 다양한 전공의 시민과 지역민들이다. 이들은 과학기술과 협력을 통해 대만의 시민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였다. g0v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기량을 기부할 수 있다. 我們多中心運作、打造自主貢獻文化 每個參與者自主決定貢獻專案,或發起新專案,以本宣言為基礎共識,各專案各自運作、決定治理模式。g0v 社群由各式各樣的專案組成,沒有單一的中心、代表、或負責人。 우리는 여러 곳에 중심을 두고 운영하여 자주적인 공헌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각 참여자마다 자주적으로 공헌 프로젝트를 결정하거나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고, 본 선언문을 기반으로 하여 각 프로젝트가 각자 스스로 운영되고 운영 모델을 결정한다. g0v 커뮤니티는 각자의 방식, 각자의 모양으로 프로젝트를 결정하며 단일한 중심이나 대표, 책임자가 없다. 我們實踐公民參與,創造改變  g0v 從開放原始碼運動出發,以行動實現公民精神。g0v 貢獻者支持言論自由、資訊開放,提供更容易閱讀的資訊、更容易使用的資訊服務,推進公民參與公共議題、影響政府。 우리는 국민의 참여를 실천하고 변화를 창조한다  g0v는 오픈 소스 코드 운동에서 출발하여 행동으로써 시민 정신을 실현한다. g0v 공헌자는 표현의 자유, 정보의 개방을 지지하며, 더욱 더 읽기 쉬운 자료, 더욱 더 사용하기 쉬운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민 참여와 공공 의제, 정부에 대한 영향을 추진한다. 我們成果開放,取之開源,用之開源  g0v 貢獻者以網路工具溝通協作,參與、舉辦黑客松。各專案成果(包括但不限於文件、圖像、程式碼、運算資料、數據分析結果及過程執行方式)需以開放授權釋出,讓更多人能使用、改善、回饋,發揮最大效用。 우리의 성과는 개방될 것이며, 그 원천을 취하고 그 원천을 활용한다  g0v 공헌자들은 네트워크 도구로 소통, 협력하고 해커톤에 참여하고 해커톤을 개최한다. 각 프로젝트의 결과(문건, 이미지, 코드, 연산 데이터, 데이터 분석 결과 및 프로젝트 실행 방법을 포함)는 개방된 권한을 통해 모두에게 해제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개선하고 피드백하여 최대한의 효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我們很歡樂,也想改變現狀  我們喜歡找到問題,樂於討論解決方案,願意動手,嘗試解決問題。我們在不同領域之間找到合作的途徑,讓力量相乘,以想像力指引新的方向。我們以行動改變現狀,不淪為沉默的幫凶。 우리는 매우 즐겁고, 현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우리는 문제를 찾는 것을 좋아하며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을 즐거워하며 직접 손을 써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하길 원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서로의 힘을 합쳐 상상력으로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고 그리고 서로를 인도한다. 우리는 현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며 침묵하는 공범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我們就是你  g0v 是無黨派、非營利、草根集結的公民運動。你可以參與專案,贊助腦力、勞力,也可以捐款,贊助舉辦黑客松、或支持特定專案。如果你認同本宣言,歡迎參與 g0v,來聊聊你想作些什麼、想貢獻什麼專案、想看到我們身處的世界有什麼改變。歡迎你,一起成為改變社會的力量。 우리는 너다  g0v는 무당파, 비영리, 풀뿌리가 집결한 시민 운동이다. 당신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정신력과 노동력을 후원할 수 있으며 기부를 할 수도 있고 해커톤을 후원할 수 있고 특정 프로젝트를 지지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본 선언에 동의한다면 g0v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당신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프로젝트에 공헌하고 싶은지, 우리 주변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고 싶은지 와서 가볍게 이야기하라. 당신을 환영한다. 함께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자. (g0v零時政府宣言) 탕펑은 이곳에서 주로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였다. 탕펑이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소프트한 영역에 대한 개입이고 문화,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개입이다. 어떠한 참여자건 주연을 맡지 않는다(我們做的事情既是軟體的介入、也是文化、甚至是藝術的介入,並沒有哪個角色扮演主角。)”  (端傳媒.2016.08.25.) (g0v의 영시오염관측망. 전국의 대기질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g0v의 중앙정부총예산. 원의 크기는 전체 예산에서 해당 부처/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사각형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금액은 물론 이 금액으로 점심식사, 아이폰 등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도 환산 가능하다.) (해바라기를 만들어 나눠가지는 시민들. DAYBREAK.) 2014년 3월 17일 국민당 의원 장칭충(張慶忠, 장경충)이 <해협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海峽兩岸服務貿易協議, CSSTA)>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대만과 중국 사이에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에 대한 협정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찬성하는 여당이 서로 스피커를 의회 안으로 가지고 와서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논의는 진척되지 못하였는데 여당이 그 틈을 타 처리 기한이 임박했다는 핑계를 대며 단독으로 협정을 처리하려 하였다. 이에 이 협정에 반대하는 다양한 시민단체 운동가, 학자, 학생, 정치인들이 입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다음날인 3월 18일, 잠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학생 300여 명이 입법원 안으로 들어가 의회를 점거하였다. 학생들이 의회 내의 집기를 이용해 문을 막자 경찰은 전기, 인터넷을 끊고 화장실을 점거하였다. 이를 해바라기 학생운동(太陽花學生運動), 혹은 318학운(學運)이라고도 부른다. 이 사건 이후 대만에서는 티옌란뚜(天然獨, 천연독), 쯔란뚜(自然獨, 자연독)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1980년대 이후 출생자로 태생적으로, 자연스럽게 대만 독립을 주장하게 된 세대라는 뜻이다. (입법원을 점거한 학생들 모습. BBC.2014.03.18.) (왕진핑 의장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自由時報.2014.04.06.) 이 운동 때 영시정부는 g0v.today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시위를 생중계하고 모든 발언을 문서화하였는데, 탕펑은 입법원 외벽에 500m 간격으로 스크린을 설치해 생중계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결국 4월 6일, 입법원 의장 왕진핑(王金平, 왕금평)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양안협의감독조례(兩岸協議監督條例)>를 법제화할 때까지 <해협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에 대한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표명하면서 학생들에게 퇴거를 요청했고, 학생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4월 10일에 입법원에서 퇴거하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마잉지우(馬英九, 마영구) 총통의 지지율은 10%까지 하락하였다.  이 사건 이후 탕펑은 대중의 정치 참여가 선거와 감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심의 결과에도 대중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으며 중화민국 국가발전위원회 개방자료자문위원회 위원(中華民國國家發電委員會開放資料諮詢委員會委員)이 되었다. 2014년에서 15년까지는 행정원 가상세계 법규 조절 계획(虛擬世界法規調適計劃) 컨설턴트를 맡았다. 이를 통해 탕펑은 법안을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인 브이타이완(vTaiwan)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 때 탕펑은 자신은 정치를 잘 모른다고 말하며 공식적인 정치인 그룹에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민간인 신분으로 불특정 다수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 하였다고 했다. (數字時代.2016.08.25.)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 메인화면) 브이타이완은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으로 이어진다.  정치 참여 2016년 행정원장 린취안(林全, 임전)은 탕펑을 정무위원으로 발탁했다. 과학 기술과 법률, 신사업에 능통하다는 이유였다. (上報.2016.08.27.) 대만 정치는 오권분립 체제다. 쑨원(孫文 1866~1925)이 중화민국을 세우면서 권력을 정(政)과 치(治)로 나누었다. 영토, 주권, 헌법과 관련된 사항을 정(政)이라 하는데 이는 국민이 선거, 파면, 발의, 국민투표를 통해 행사한다. 국민이 선출한 국민대회(國民大會)가 이를 관장하며 국민대회는 대만 정치 권력에서 제일 높은 기구다. 그리고 이를 보좌하여 통치와 헌법에 기초한 입법을 행하는 것을 치(治)라 하는데 치가 다섯 가지 권한(오권)으로 나누어진다. 오권은 행정, 입법, 사법에 공무원의 감찰, 탄핵, 징계를 관장하는 감찰원(監察院)과 공무원의 임용, 인사 관리를 관장하는 고시원(考試院)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2005년 헌법 수정으로 인해 국민대회는 양안통일 때까지 그 권한을 정지하고 소집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정과 치 모두 오권기구로 내려갔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정치의 최고 책임자, 국군 통수권자는 총통(總統)이다. 총통은 행정원의 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이를 한국 정치에 비유하면 총통은 대통령이고 행정원장은 총리에 해당한다. 행정원에는 각 부의 장관이 있고, 장관과 동급인 정무위원(정식 명칭은 부관부회지 정무위원不管部會之政務委員)이 있다. 정무위원은 7명에서 9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부처간 갈등, 토론을 주재하고 조정하거나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과거 한국에 있었던 정무장관과 비슷하다. 탕펑은 최연소 정무위원이자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무위원이며 트랜스젠더로서는 세계 최초의 장관급 인사다.  탕펑은 정무위원이 된 후 공공정책 인터넷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絡參與平臺)에 제안(提點子) 기능을 추가해 공무원들이 동시에 5천 명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Newslens.開幕論壇:創造對話空間|唐鳳|2017未來大人物. ) 以前政府官員聽到有5000個民衆有意見,想到的就是暴動...只能拿大聲公去廣播,但這隻能讓5000個人聽1個人說話,卻無法讓1個人聽5000個人說話...提點子功能不只讓1個官員能聽5000個民衆說話,這5000個民衆之間也可以彼此溝通集成意見。 이전의 정부 관료들은 오천 명의 민중들이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폭동을 떠올렸습니다… 큰 소리로 방송을 내보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5천 명이 한 명의 말만 듣는 것이고 한 명은 오천 명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안’ 기능은 한 명의 관료가 오천 명의 민중을 상대로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천 명이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모을 수도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 메인화면 중) 공공정책 인터넷 참여 플랫폼 메인 화면 중. 제안하고 싶음(想提議)에 들어가면 자기만의 정책 의제를 제안할 수 있다. 토론에 덧붙이기(來附議)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의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캠페인즈의 ‘투표’ 기능과 같다. 대중의 강의열기(衆開講)에 들어가면 찬반에 상관 없이 정책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캠페인즈의 ‘토론’ 기능과 같다. 감독하러 가기(來監督)로 들어가면 행정 각 부와 청, 위원회의 계획과 예산, 집행 방식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각자 댓글 형식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수장 찾기(找首長)로 들어가면 행정 각 부, 청, 위원회의 수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참여식예산(參與式預算)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공사업과 이에 필요한 예산을 제안한다. 행정원에서는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을 통해 정책 수요를 확인하고 이를 시행하며 국민들은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감사참여(參與審計)에서는 행정, 재정, 환경, 교통, 건설, 교육, 기술, 문화, 위생, 노동, 외교, 국방, 법무, 내정 등에 대해 예산 집행, 공무원의 비리나 불법 행위, 행정절차의 문제 등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감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시전구(縣市專區)에서는 지역별로 필요한 사업이나 정책, 행정 서비스와 절차에 대한 의견 개진 등을 할 수 있다. 탕펑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였다. 2020년 탕펑은 마스크 수급 플랫폼(口罩供需平台)을 만들어 국민들이 마스크 수급 상황을 조회할 수 있게 하였고 (中央通迅社.2020.03.01.) 2020년 3월 마스크실명제 2.0(口罩實名制2.0) 정책을 완료하여 건강보험 어플에 e마스크 예약 플랫폼(eMask口罩預約平臺) 기능을 추가했다. (中央通迅社.2020.03.10.) 마스크 지도를 만들고 마스크 수급 상황 확인, 마스크 예약, 온라인 구매와 결제를 어플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2021년 5월에는 연락처 실제 연결제도(短信實聯制)를 시행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각자가 공공장소를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문자를 보내게 한 것이다. 2022년 8월에는 디지털 발전부(數位發展部) 장관이 되었다. 탕펑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협력모델 구축(致力於建構數位服務跨域的協力典範), 데이터 공익생태제도 및 응용의 완비(完備數據公益生態制度及應用), 초국가적 시민 과학기술과 자료민주화 공동발전(促進跨國公民科技與資料民主化的共同發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中央通迅社.2022.08.05.)  2022년 9월에는 유럽의회에 원격으로 참석하여 대만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곳에서 탕펑은 코로나19가 민주주의 제도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방역과 인권의 딜레마 사이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탕펑은 가짜 뉴스 문제도 시민을 신뢰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탕펑은 통신을 위한 물리적인 도구들(해상 케이블, 인공위성, 송수신 설비 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中央社.2022.09.30.) 지금 탕펑과 디지털 발전부가 힘을 쏟고 있는 사업은 AI 민주화와 디지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인다. 탕펑은 디지털 사기 방지를 위해 정부전용 SMS 플랫폼을 만들고 올해 9월에 시험 시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3자 결제 업체가 가상계좌 등을 소비자에게 보낼 때 자동으로 SMS 플랫폼을 거치게 하여 사기,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고 사기성 문자, 스팸 문자, 해외 전화 사기 문자 등을 자동으로 차단, 적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플랫폼이다. (中時新聞網.2023.07.11.) 올해 7월 12일에는 세계 각지의 AI 시스템 리스크, 사기, 디지털 공격, 불법 포르노, 조작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AI 미래 민주화(AI未來民主化, Democratizing AI Futures)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종종 AI가 인간을 통제, 지배하거나 핵전쟁을 일으키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탕펑 장관은 AI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게 하려면 AI에 대한 시민들의 심의와 감시, 공공 복지를 위한 AI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탕펑은 이 날 AI 미래 민주화를 위한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만디자인대학(台灣設計學院)의 류스난(劉世南, 류세남)은 세대마다 사람마다 관심 있는 의제도 다르고 의제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어떻게 디지털 기술에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변호사 차이위링(蔡玉玲)은 법은 기술을 늘 뒤따라가고 있으며 탈중앙화 시대의 법은 법조인만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디지털 시대의 법과 윤리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의학대학(臺北醫學大學)의 리충시(李崇僖, 이숭희) 교수는 과학기술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 측면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이 연령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과학기술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옌린(黃彥霖, 황언림) 디지털 발전부 소속 엔지니어는 AI 데이터의 대량 수집 문제가 가진 사생활 침해 문제, 또 이를 통해 인간의 편견이 반영되어 만들어지는 AI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탕펑 장관은 이후로도 자주 포럼이나 워크숍을 열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여러 업계의 경영자, 노동자들에게 자기 분야에 있어서의 과학기술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게 할 생각인 듯하다. 탕 장관은 이를 통해 AI 발전에 대한 시민 심의를 진행하고 AI 응용 윤리와 AI를 통한 창작/개발 노하우를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이후 AI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만들고 제시할 생각으로 보인다. (Newtalk新聞.2023.07.12. 今周刊.2023.07.13.)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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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전기 생산 백태(百態)
위의 순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싱가포르입니다. 산유국들이야 워낙 화석연료가 많으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싱가포르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싱가포르는 지형 특성 상 재생 가능 에너지로 발전을 하기 힘든 나라입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모든 에너지 생산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2021년 2월, 싱가포르 그린플랜 2030(Singapore Green Plan 2030)을 발표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서는 다른 노력과 함께 재생 에너지를 다른 나라에서 구입하는 에너지 무역을 시작했습니다. 싱가포르는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와 협정을 맺고 연간 최대 100 메가와트의 전력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싱가포르 최초의 재생 가능 에너지이고 에너지 매매라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AIF.2022.08.18.) 한국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고 팔 수 있을까요? 일단 북한이 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만약 통일이 된다면, 혹은 지리적인 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긴다면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사고 팔 수 있을까요? 에너지 안보나 독립성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원자력 발전 순위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상위권에 유럽, 특히 북유럽 국가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탈원전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과는 다른 상반된 행보인데요, 이 나라들은 원자력 동맹을 맺고 원전이야 말로 탈탄소,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적절한 수단이며 원전의 위험성 문제는 이를 최소화하거나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IMPACT ON.2023.03.06.)  제2의 동일본대지진 같은 사고가 일어나도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면 원전을 계속 가동해도 될까요? 그런 기술이 생긴다면 여러분은 원전 가동에 찬성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이슬란드는 모든 전력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지열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오르카(Orca)라는 거대 시설입니다. 2021년에 만들어진 시설인데 1년에 4천 톤의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계입니다. 대기중에 있는 탄소를 모아서 저장하면 어떨까 라는 발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기 마련입니다만, 오르카는 이것을 최초로 성공한 사례입니다. (한국일보.2023.07.10.) 일반적으로 탄소 포집은 공장 배기가스에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시설이 하나 생기면 생명체의 호흡, 차량 운행 등으로 발생하는 대기중의 탄소를 직접 포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고 탄소 포집에도 전기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습니다만 탄소 문제 해결에 재미있는 상상력을 더해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의 대도시부터 중소도시까지 도시 곳곳에 오르카 같은 시설을 여러 개 만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러분은 한국에, 여러분이 거주하는 곳 근처에 이런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또, 한국에서는 이런 시설물을 설치하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요? 태양광 발전 기술은 중국에서 가장 많은 수출을 기록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중국 태양광 산업 협회에 따르면 2022년 중국의 태양광 제품(웨이퍼, 셀, 모듈) 수출금액은 사상 최고치인 512억 달러(한화 6688억 8704천만 원)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전년 대비 80.3% 급증한 수치라고 합니다. 이는 전세계 태양광 산업에서 80~90%를 차지하는 수치라고 합니다. (머니투데이.2023.04.23.) 이런 수치가 가능한 것은 태양광 발전의 원재료가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위구르족에 대한 강제 노동이 있었다는 의혹이 있기도 합니다. 재생 가능 에너지의 수익성이 알려지면 재생 가능 에너지의 개발/보급이 빨라질까요? 만약 재생 가능 에너지의 수익성이 높아서 대기업들이 재생 가능 에너지와 발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풍력 발전에서 눈여겨 볼 나라는 독일입니다. 전세계 풍력발전 전문가 중 60%가 독일 국적이라고 합니다. 독일에는 2000년에 설립된 BZEE 아카데미와 Forwind 아카데미라는 풍력 발전 전문학교가 있습니다. BZEE 아카데미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중시하고 Forwind 아카데미는 이론 위주의 교육을 중시하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만, 재생 가능 에너지의 발전에는 산업의 발전, 시설과 제도 정비 같은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함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 블로그) 한국은 대학 이외에 발전과 재생 에너지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시설이 아직 없습니다. 한국에 재생 에너지 전문 교육시설을 만든다면 인기가 많을까요? 재생 가능 에너지 전문 교육 시설이 한국에 생긴다면 어떤 효용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외국이 정답은 아니지만, 외국의 다양한 사례를 알아봄으로써 우리에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에너지 무역/매매, 대기중의 탄소 포집, 전문 인력 양성, 재생 가능 에너지의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여러분은 어떤 것에 가장 흥미가 가시나요?
친환경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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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은평구청장 당선 1주년을 기념하며 공약 이행 확인
2023년은 민선 8기 당선 1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은평구에서 태어나 군대와 짧은 유학을 제외하고는 쭉 은평구에서 살고 있는 제게 은평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을 살펴보고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공약은 얼마나,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공약 자료를 기준으로 하여 (공약실천계획 공약실천계획(조직개편반영))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확인해보려고 합니다. 1 신경제‧교통 중심지 은평 1)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조기착공 추진: 판단 보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조기착공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2023년 2월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박유진 의원이 이와 관련된 질의를 한 바 있습니다. 오 시장의 말에 따르면 중앙 정부의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서울시의회 제316회 본회의 제2차 회의록)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2) 은평새길(불광동~자하문로) 추진: 민자적격성은 통과. 착공은 미정. 은평구 불광동과 종로구 부암동을 잇는 은평새길 사업은 금년 4월 민자적격성이 확보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시에서는 2025년에 착공을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계획이 은평새길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은평새길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계획은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은평시민신문.2023.05.19.)  3) 통일로 우회도로(통일로 서오릉로) 개통 정상추진: 일단 취소 고양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은평구에서 서울 도심으로 이어지는 통일로와 고양시에 있는 서오릉로를 연결하려는 사업이 통일로 우회도로 개통 사업입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유적인 서오릉의 존재 때문에 이 사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다시 심의가 이루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이 사업은 일단 지금은 취소된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SBSBiz.2022.09.29.)  4) 불광중학교 폭포동 도로개설: 공사 진행 예정 은평뉴타운의 교통을 분산시키기 위해 불광중학교에서 폭포동 아파트 단지 뒤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입니다. 지금 있는 연서로 44길, 불광로 18가길은 도로의 폭이 좁아 사람과 자동차가 뒤섞이는 상황입니다. 폭포동 아파트 주민들은 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 이유는 교통개선 효과 미흡, 차량 증가로 인한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과 교통사고 증가, 일부 산림의 훼손 등입니다. 구청은 주민들의 불만을 수용하면서 착공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공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2023.05.04.) 5) 서부선 도시철도 조기 착공: 2023년 하반기 착공 예정 은평구 새절역에서 여의도를 거쳐 관악구 서울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서부선 경전철은 금년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갑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9년 말쯤 개통될 것이라고 합니다. (HelloTVNews.2023.02.17.) 6) 고양은평선 신사고개역 신설 추진: 파란불 고양은평선은 6호선 새절역에서 시작해 창릉 신도시, 고양시청까지 연결되는 광역도시철도입니다. 일단 신사고개역은 편익과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연합투데이.2022.04.18.) 현재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위험분담형 민간투자(BTO-rs)’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실시협약 체결과 실시설계 등을 진행해 올해 말 착공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라고 합니다. (MTN.2023.01.12.) 7) 서울혁신파크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 일단은 결정 원래 국립보건원이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은평구 주민들 중에서는 ‘청년청’이라는 말보다는 아직도 ‘(옛날) 보건원 자리’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2006년 국립보건원이 이전하면서 이 자리에는 청년청이 들어섰는데 이제는 이곳에 코엑스 같은 건물을 세우고 서울시립대 산학캠퍼스를 세운다는 계획입니다. (서울경제.2022.12.19.) 서울시의 계획에 은평구청 역시 찬성하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8) 서울북부역(수색·DMC역) 일대 복합 개발: 착공 시작 과거 수색역으로 불렸던 디지털미디어시티역(디엠씨 역) 일대의 복합 개발과 수색역 및 철도차량기지 구역 개발이 이 개발 계획의 내용입니다. (은평시민신문.2021.06.24.) 일단 롯데복합쇼핑센터의 착공이 현재 준비되어 있습니다(2027년 완공 예정). 수색역/철도차량기지 구역 개발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9) 은평공영차고지 일대 복합 개발: ??? 은평공영차고지는 경의중앙선 수색역 근처에 있는 16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입니다. 이 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용역을 발주했고 은평구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경향신문.2021.02.14.) 고양시에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고양시에서는 이 부지에 주택이나 상가를 개발하기보다는 녹지를 조성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고양인터넷신문.2021.02.16.)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이후 보도된 내용이 없습니다.  2 누구나 살고싶은 은평 1) 민관합동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지원센터 구성: 완료 및 진행 중 은평구는 인구밀도가 높으면서 노후된 주택이 많습니다. 재개발이나 재견축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데 은평구청에서는 주민들이 변호사, 공무원 등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재개발 개건축 신속추진지원센터를 구성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개발 사업에 관한 매뉴얼, 정비사업 갈등 분쟁 사례집, 법률자문 사례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하고, 재개발, 재건축을 민관합동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2022.07.21.) 2) 하천변 공간 개편으로 구민 여가활동 가능 친수 공간 조성 녹번천은 6호선 독바위역 부근에서 시작해 불광역, 역촌역 부근을 지나 불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입니다. 녹번천 복원은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공약임은 물론이고 박주민 의원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2021년 박주민 의원은 녹번천 복원 사업 예산 4억원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은평타임즈넷.2021.01.04.) 착공을 하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정확한 착공 계획과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창릉천은 북한산에서 시작해 고양시 덕양구로 향하는 내천이고 진관천, 북한천을 지류로 두고 있습니다. 고양시와 은평구는 함께 창릉천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3 아이 키우기 좋은 은평 1) 학교 설립 추진: 추진 중? 녹번동과 응암동에 중학교를 설립하는 문제에 대한 용역결과에 따르면 신설 수요는 없지만 원거리 통학 여건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인근 중학교의 이전, 재배치와 함께 2027 ~ 2028년에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계획은 알 수 없었습니다. (은평구청) 국제 문화예술 아카데미 유치에 대해서는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2) 질 높은 공공보육서비스 ‘은평형돌봄시스템’ 구축: 진행 중 구립 어린이집 확충에 대해서는 매년 꾸준히 확충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총 15개소의 구립 어린이집이 개원했고(은평구청) 2022년에는 관련 예산 2억 원을 확보했다는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은평구청) 그 이후의 내용은 아직 확인된 바 없습니다. 2023년에는 국공립, 민간, 가정 어린이집이 보육 공동체를 구성해 프로그램이나 원아 모집, 교재 교구 등을 서로 공유하는 ‘서울형 모아어린이집’을 확대해 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육 복지를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은평구청) 또 2023년부터 “은평 아이맘 상담소”를 운영하기 위한 운영사업자를 모집했습니다(은평구청). 은평 아이맘 상담소는 영유아, 양육자, 보육교직원의 심리 상담을 통해 보육/양육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3) 청소년 관련 공간 및 프로그램 마련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은평구 청소년마음건강센터 “마음온”은 2023년 7월 12일에 개소식을 갖습니다. (은평구청) 학교폭력 솔루션 전담팀 개설 공약에 대해서는 추진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4 모두를 포용하는 은평 1) 출산 가정 지원 아이맘택시는 임산부와 영유아 가정을 위한 전용 택시 사업으로 은평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제도입니다. 2023년 1월 기준 회원 가입자 수는 5,688명이며, 운행 횟수는 26,570건인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은평구청) 2) 청년 자립 지원 2023년 2월, 은평형 청년 월세 지원 사업 공고가 있었습니다. 은평구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39세의 무주택 1인 가구 40명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었습니다. (은평구청) 3) 중장년 새출발 지원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소상공인 컨설팅 사업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4) 65세이상 어르신지원 은평형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서는 2023년 2월 용역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이 되었습니다. (은평구청)  5) 장애인 안심생활 지원 은평구에서는 장벽없는 마을상점이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을 포함한 보행약자들을 위해 자동문, 경사로, 난간손잡이, 점자메뉴판 등을 설치하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2021년 총 6개의 장벽없는 마을상점을 지원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 이후로는 관련 보도가 없습니다. (은평구청) 어르신 안마 바우처에 대해서는 공개된 계획이나 보도가 없었습니다.  장애인 교육-복지-고용 연계서비스에 대해서는 2023년 4월에 민관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은평구청) 6) 1인 가구,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 복지사각지대 맞춤형 지원 2023년 5월, 은평구에서는 1인가구가 행복한 은평만들기의 단계적 로드맵이 제시되었습니다. 5개 분야, 10개 과제, 45개 세부 사업을 선정해 총 43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다고 합니다. (은평구청) 2023년 4월에는 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지원 협의회 정기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의 지원/복지 사업이 추진되는 지에 대해서 정보를 더 공개하고 홍보를 더 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평구청) 7) 반려동물(반려식물) 친화도시 조성 2022년 11월 20일, 수의사 설채현 씨를 초청해 반려동물 펫티켓 교실을 열었습니다. (은평구청) 2022년부터 꾸준히 반려견 놀이터 설치, 반려동물 문화교실, 동물복지 시행, 반려동물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계획/추진하고 있으며 5억 5,8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입니다.(은평구청)  반려식물 친화도시에 대해서는 관련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은평구 열린구청장실의 공약이행현황에 따르면 총 70개의 공약 중에서 완료된 것은 4개, 정상 추진은 63개, 일부 추진은 3개라고 합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평가기준을 준용하여 평가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추진 중이라는 것인지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검색을 하면 되긴 하지만 일단 검색을 해도 자료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구청 홈페이지에 관련 자료나 홍보가 없어서 검색 과정이 지나치게 번거로운 것도 일부 있었습니다. 또 건설/개발 계획에 비해 복지 공약은 다소 구체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모든 것을 무 자르듯이 깔끔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복지, 교육 관련 공약도 가능한 만큼은 목표로 하는 수치를 제시하고 그 추진상황을 자주 갱신해 보여준다면 구청장님을 위해서도, 주민들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평구 주민으로서 공약 이행과 앞으로의 구정 활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를 응원합니다.
위키와 집단지성
1 고전을 번역하고 공부하다보면 특정 인물의 외국어 표기, 생몰년, 사건의 발생 연도 같은 것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자주 하게 된다. 내가 궁금한 것을 구글에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것은 나무위키와 위키피디아다. 그러면 필요한 정보만 가지고 나오면 되는데 (나도 모르게) 페이지에 들어간 김에 그곳에 적힌 설명을 쭉 읽게 된다. 한국어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에 올라와 있는 여러 정보 중에는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 위키에 비해 틀린 내용이 많고, 역사나 사상 관련 서술 중에는 일본어/중국어 위키피디아를 번역기에 넣고 돌려서 그냥 올려서 어색한 문장도 많은데, 거기에 더해 서술의 근거가 된 참고문헌을 가지고 오지 않는 바람에 설명이 생략되어 더 이상한 서술이 되어 버린 것들이 많다. 비문이 심각하게 많은 항목들도 있고. 위키피디아/나무위키의 설명을 몇번 읽으며, 위키 시스템에서 진정한 승자는 지식을 많이/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 위키피디아가 인기를 끌 때 함께 유행했던 말이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다. 여러 명이 자신의 지식과 지성을 모아 협력하거나 경쟁을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의 집단은 기업이나 이해관계 조직, 군대 같은 기존의 조직과는 다르다. 다양성과 자율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진 탈중앙적이고 느슨한 집단이다. 좁게는 한 나라에서 넓게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모아 사고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집단지성은 기존 지식 산업이 가지고 있던 권력에서 벗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3 문제는 시대가 변하면서 지성, 지식, 전문성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제 더 빠르고 요약된 정보를 얻길 원한다. 실용성이 강한 정보를 원하고 맥락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정보는 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또, 더 이상 문자에서만 지식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것, 알고 싶은 것을 찾을 때 구글이나 인터넷 사전 대신 유튜브나 틱톡을 검색 수단으로 사용한다. 이미지와 동영상도 지식의 창고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노하우나 기술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감상이나 편견 같은 것도 지식의 범주 안에 들어와버린 느낌을 받기도 한다. 개인의 감상이나 편견이 지식 안으로 편입될 때엔 늘 ‘다수’의 생각이라거나 ‘상식’, 강한 ‘경향’ 같은 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나무위키가 그렇다.) 위키를 통해 지식의 벽은 낮아졌을지 모르지만 깊이와 정확성 면에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4 과거에는 전문가나 권력자의 말을 지나치게 신뢰하는 것이 문제였다. 어떤 사람의 지위가 높거나 높다고 여겨지는 경우,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무조건 신뢰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잘못된 권위에 대한 논증(Appeal to unqualified authority)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도 이런 현상은 많다.) 집단지성에 의해 지식이라는 개념이 변화하면서 부정적인 면도 생겨났다. 첫째는 집단사고와 집단지성의 혼용이다. 집단사고는 소수의견이나 갈등을 억압하고 집단이나 사회 내의 의견 일치를 유도하며 비판을 불허하는 것을 말한다. 집단사고는 다수가 선택했으므로 오류가 없다거나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고 만장일치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할 수 있으며 사회적 소수자를 탄압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집단지성이 집단사고로 흐르지 않기 위해선 일단 집단의 크기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것이고, 집단 안에서 일정수 이상의 사람들에게 비판자나 감시자 역할을 배당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위키 구조에서 어떻게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둘째는 전문가에 대한 적대와 불신이다. 기존의 지식인/전문가들이 지나치게 거만했고 사회와 소통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넘어서 지식인/전문가를 경멸하고 조롱하는 태도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 이런 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역사학계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재야사학, 비-강단사학에서는 고대 한국의 영역을 지나치게 넓게 잡거나 한국 민족의 기원을 기원전 5천 년 이전으로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서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 대학 중심의 강단사학, 중고교 역사교육을 친일, 역사왜곡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일부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일부 이공계, 사회과학계 전문가들에게도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관련 전공자로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5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하려면 편견이 없고 독립적인 개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독립적이라는 말은 ‘권력과 별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국가나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이여야 한다는 의미도 있고, 주위의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태도로부터 독립적이여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타인의 판단을 따라가지 않고 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게 얼마나 가능할까?  집단지성이 잘 작동한다면 (혹은 실제로 존재한다면), 한 사회, 좁게는 특정 집단 내에서 설사 틀린 생각이나 틀린 예측일지라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하며, 이해타산의 측면에서 가장 나쁜 선택이나 윤리적인 측면에서 악하다고 여겨지는 선택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6 인터넷, 인공지능, 집단지성, 이런 것들은 그냥 도구일 뿐이다. 그 자체가 민주적이라거나 합리적일 수도 없고, 영화 <매트릭스>처럼 그것들이 저절로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를 만들어갈 것이라는 생각도 내가 봤을 때는 오바다. 지식을 얻고 싶다면 이미 전자화되어 있는 양질의 사전들을 사용하면 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같은 것들 말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집단지성이 박학다식 같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평하게 주어진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성찰과 반성, 토론을 통해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려는 과정이야말로 집단지성일 것이다. 집단지성은 다함께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지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무언가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깨어있음이다. 깨어있는 시민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지식은 언제든지 도전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도전 앞에서 나의 생각과 지식에 대해 “내가 편견이나 다수의견에 물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성하는 태도,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결과를 일방적으로 주기만 한다거나 받기만 하지 않고 다양한 방향으로 주고받을 때 집단지성은 올바른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변증법적 과정이야말로 집단지성이다. 위키와 공론장의 발전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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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사회와 기술이 발전하면 법과 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이 등장하기 전과 등장한 후의 법이다르고,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과 등장한 후의 법이 다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의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갈까?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인공지능은 기존 정보와 자료들을 모아 특정한 알고리즘/수식을 이용해 결과를 산출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인공지능들은 기존 자료들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지는 모르겠지만 인공지능이 유기체들처럼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기존 정보를 가지고 인간의 화법을 얼마나 잘 모방해 내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문제는 (정확히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기존 정보/자료의 상당히 많은 양이 개인정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과 개인정보의 관계에 있어 중요한 문제는 세 가지, 수집과 산출, 공적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수집은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해 수많은 정보를 수집함에 있어서 개인정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이며,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산출은 인공지능이 특정인을 타겟으로 삼아 검색 기록 등을 기반으로 해 결과를 보여주는 일이 많은데 (특히 마케팅) 이 때 개인이 식별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에대한문제다. 공적 영역에 대한 문제는 인공지능을 사회의 안전이나 국민의 편리를 위해 사용한다고 할 때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를 허용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계속 빨라질 것이다. 우리는 그 만큼 개인정보에 대한 논의도 지금보다 더 활발해져야 한다. 인공지능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SNS에 올라온 사진 배경만 보고도 특정인의 동선이나 거주지를 유추할 수 있고, 이름과 다른 정보 하나(예를 들어 다니는 회사, 출신 학교 등) 정도만 알아도 검색을 통해 특정인에 대한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은 매우 뛰어난 검색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의 개인 정보 수집과 개인 식별은 (정확히 어느 정도일 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하는 검색/개인 식별보다 더 뛰어난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정보의 개념, 우리가 어디까지를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로 봐야할지에 대해 다소 느슨할 지라도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유출될 경우 사업자와 개발자, 기술 그 자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하며, 유출된 개인정보에 대해 어떻게 사후처리, 아마도 대부분은 배상이나 삭제가 되겠지만 심각한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는 공적인 사후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같이 포괄적인 개인정보보호법은 없지만 공적인 영역과 민간 영역을 의료, 금융, 교육, 교통, 형사사법 등으로 세분화해서 개인정보, 알 권리를 정의하고 수집의 범위, 정보의 처리와 수정, 삭제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에 따라 다 다르지만 사업체,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업체, 개인 등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을 어기면 1건당 최대 7,500달러의 벌금을 매긴다. (개인정보보호 국제협력센터) 미국의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원래 미국과 마찬가지로 민간 영역을 세분화하여 개인정보에 대해 관리/보호/규제를 해왔는데, 2021년에 처음으로 개인정보보호법(中华人民共和国个人信息保护法)이 제정/시행되었다. 이 법에서는 전자 혹은 기타 방식으로 기록된 것, 이미 식별되었거나 식별할 수 있는 자연인에 대한 정보로 익명으로 처리된 것까지를 전부 개인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해 위법행위가 위중한 경우, 혹은 법을 어겨 시정명령을 받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최대 100만 위안의 벌금이 부여된다.  단 이 법은 국가와 공공기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중국이 이미 안면인식기술과 인공지능을 통해 사실상 디지털 독재를 시행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한다. 도시의 감시카메라들은 무단횡단이나 노상방뇨, 대중교통 무임승차, 쓰레기 불법 투기 같은 경범죄까지 전부 잡아내고 불이익을 줄 수 있다. (中华人民共和国个人信息保护法) 일본은 2003년에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個人情報の保護に関する法律)>을 제정했다. 이 법에서는 개인정보를 ‘생존한 개인에 관한 정보’로 성명, 생년월일과 그것이 기록된 문서, 전자기록, 음성과 동작, 기타 방법을 이용해 표시된 일체의 개인적 사항으로 규정하였다. 개인정보에 관한 법률을 어길 경우 최대 100만 엔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個人情報の保護に関する法律)  일본의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의 일원화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원래 국가와 지방, 민간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보호/관리하고 있었다. 이것을 2014년에 발족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個人情報保護委員会)로 일원화하는 것을 두고 지방자치 발전 문제, 개인정보와 중앙-지방의 권력 균형 간의 관계, 국가와 민간의 관계 등 여러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경우, 기업,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별 스타트업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업계의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법 위반 여부가 확실한 경우엔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사과해야 하지만, 스타트업의 신규 사업 영역이 기존 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유권해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한경.2022.11.16.) 강병원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현행 개인정보 규제로는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이 저해되고 글로벌 경쟁력도 저하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며 “시대적 흐름에 맞추면서 정보 주체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고민할 때이기 때문에 이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대한뉴스.2023.03.30.) 경제신문들은 잊을만 하면 개인정보보호법이 스타트업을 덮쳤다거나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다는 헤드라인을 뽑아내고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가 기술의 발전을 막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익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입장과는 대치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한국의 법률은 개인정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2조 1.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말한다.  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  나.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 이 경우 쉽게 결합할 수 있는지 여부는 다른 정보의 입수 가능성 등 개인을 알아보는 데 소요되는 시간, 비용, 기술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다. 가목 또는 나목을 제1호의2에 따라 가명처리함으로써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위한 추가 정보의 사용ㆍ결합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이하 “가명정보”라 한다) (이상 개인정보보호법) 한국의 개인정보에 대한 제도적 정의는 자의적인 해석 가능성이 상당히 넓어 보인다. 보호해야 할 범위 자체를 넓게 잡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특정인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합리적 고려에 의해 명시 가능성을 판단한다고 되어 있다. 완벽한 제도야 있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이래저래 다툼의 소지가 너무 많다. 법률의 발전은 대체로 사회의 발전보다 느리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인터넷 강국이고 IT 강국을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의 개인정보에 관한 논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많이 늦다. 사업자도, 개인도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공론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보호해야 하는 개인정보의 범위에 대해 지금이라도 논의해보자.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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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과도한 PC?
피씨(PC)라고 하면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보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지도 모른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언어생활 속에서 인종이나 성별, 성적지향, 출신지 등에 대한 편견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는 주장을 말한다. 한국에서 PC는 ‘PC 묻었다’, ‘과도한 PC’라는 식으로 사용되곤 한다. PC라는 말은 한국뿐 아니라 그 말이 탄생한 미국에서도 경멸이나 조롱의 어조로 자주 사용된다. 여성이나 유색인종, 성소수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가 나오면 이런 말이 더 자주 등장한다.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 올바름이 과도하다는 게 무슨 뜻일까? PC란 무엇인가? PC라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윤리적인 기준이나 태도를 지칭할 때보다는 공적인 담론(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된다. PC라고 하면 대체로 ‘~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쓰지 않는 게 좋다/쓰지 마라’ 등의 말을 떠올리기 때문에 PC는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라는 표현을 쓰는 게 좋다/낫다’ 등 긍정적인 문장으로 사용할 경우엔 부정적/억압적인 느낌은 줄어들지만 이렇게 선택된 표현이 옳은지/나은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하지만 목적은 같다. 특정한 사람들이 넓게는 우리 사회에서, 구체적으로는 여러 기회와 분배 과정에서 소외당하거나 비하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언어 생활에서 주의를 하는 것이 PC의 목적이고 이것을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PC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소외나 비하를 당하는 특정 집단을 위해 발언을 한다고 해서 그를 보고 ‘PC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발언이 사회의 특정 집단을 소외시키거나 비하하는 경우, 혹은 그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거나 암시하는 경우에 ‘PC하지 않다/언피씨(unPC)하다’라 평가한다. 즉 PC는 관련된 사람들 전체의 이익을 증진한다기 보다는 모욕이나 혐오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PC는 역사의 산물이다.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에 이르는 차별과 배제의 역사에 대한 반성이다. 적어도 도덕적인 진보에 대해 방해는 하지 말자는 것이고,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하는 차별과 배제, 혐오에 대해 최소한의 역할을 하자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 내재된 잠재적인 위협을 없애보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PC는 차별과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사실 우리는 이미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 PC는 왜 공격을 당할까? 전세계적으로 PC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PC 묻었다’라거나 ‘과도한 PC’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PC를 좌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PC에 대해 단어를 다시 정의하기 위해 기괴한 단어를 가져오거나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자유를 억압하고 침묵을 만들어내는 전체주의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도덕이나 윤리는 피상적인 것이고 껍데기이며 그 안에는 그보다 더 큰 - 예를 들면 사상통제나 독재 같은 -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PC에 대한 조롱과 경멸, 더 나아가 PC를 파괴하기 위해 특정 집단을 조롱하고 비하하는 언어는 자유를 침해하는 전체주의적 사상통제에 대한 반항(혹은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여기까지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인어공주』 디즈니 만화영화 『인어공주』의 실사화가 결정되었을 때 내가 걱정했던 것은 세바스찬이나 플라운더 같은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포스터가 공개되었을 때, 플라운더는 현실의 돌돔이 되었고, 세바스찬은 현실의 달랑게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나와 달랐다. 사람들은 주인공을 맡은 배우 핼리 베일리(Halle Bailey, 2000~)가 흑인이라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들은 인어공주가 흑인이어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자기들은 인종차별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인어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인어공주가 흑인이어선 안 되는 것일까?  동화건 만화건 『인어공주』는 이제 세계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황인 인어공주, 흑인 인어공주도 상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인어공주가 백인이어야만 되는 이유는 없는 것이고, 30여 년 전 만화에 백인을 그려넣었다고 해서 지금도 인어공주가 백인이어야만 되는 이유도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외모 비하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것이다. 『인어공주』 실사판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애초에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보긴 봤을까? 흑인이 아니라 백인 인어공주가 나온다고 한들 그들이 영화 『인어공주』를 보러 갈까? 『인어공주』를 빌미로 PC에 대한 원없는 한풀이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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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발언을 어떻게 처벌할까?
나는 이전에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혐오발언을 정리하고 여덟 가지 종류로 나눴다. (캠페인즈<전장연 시위를 보는 시선들_혐오란 무엇인가>) 자료를 정리하면서 느낀 것은 혐오발언의 상당수가 정치인들의 발언을 근거로 삼거나 발언의 힘을 증가시키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나무위키가 그러했다). 일상에서의 혐오발언은 잠시 뒤로 하고 정치인이나 공무원 같은 공인이나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연예인, 종교인 등이 이런 소리를 계속 하면 이를 규제/처벌할 수는 없을까?  혐오발언에서 자유로운 나라, 사회, 개인은 없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혐오발언을 하지 않더라고 우리는 나도 모르게 혐오발언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차피 고칠 수 없으니 그냥 살자고 하는 인간들이 있다. 이런 인간들 때문에라도 공인이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혐오발언에 대해 강력하게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는 경각심이라는 것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이 힘을 얻기 위해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교육이나 교화를 행함과 동시에, 엄격한 처벌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흔히 이야기하는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논리를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혐오가 무엇인가에 대해 법적인 정의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나라가 많은 상태에서 혐오발언을 처벌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혐오가 무엇인가에 대해 나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관을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느끼기에 “저거 좀 심하다”, “너무했네” 하는 것들이 혐오발언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일관성이 있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없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대구에서 이슬람 사원 건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부러 돼지머리를 사다가 이슬람 신도들 앞에 전시하는 행위를 했다. 이걸 보고 많은 사람들은 왜 저렇게 까지 하냐고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텔레비전이나 유튜브에서 개신교 관련 방송사가 만든 영상물을 한번 틀어보자. 그러면 이슬람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문제가 많은 종교이며 이슬람교가 한국에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한다는 영상물이 심심치 않게 제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많은 개신교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권력자를 비판하거나 풍자할 때 그들의 성행위나 성기, 외모 등을 과장해 표현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인 경우는 더더욱)이건 처벌을 해야 할까? 그 사람의 행위나 판단이 아니라 외모를 비하한 것이니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으나) 일각에서는 그런 행위가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움츠려들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을 보고 위아래로 훑으며 뭘 입었는지 스캔을 하는 행위는 혐오일까 아닐까? 길을 지나가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면서 느끼하고 불쾌한 눈빛을 보내는 행위는 혐오일까 아닐까? 나는 이전에 글을 통해 혐오란 무엇인가에 대해 정리한 적이 있다. (캠페인즈<전장연 시위를 보는 시선들_혐오란 무엇인가>)  혐오란 “다수자와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의 특성, 지위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지는 비하적인 관념을 옹호, 증진, 확산하거나, 이들을 비방, 비하, 모욕, 멸시, 낙인찍기, 위협, 공격하는 표현을 하고 이것을 정당화하는 생각”이며, 혐오의 구성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대상: 다수와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 특정 집단  2) 관념: 그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3) 표현: 말, 글, 행동을 통한 표현  4) 효과: 표현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결과 혐오를 강화시키는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리포트」, 2019, p.49~p.56 요약)   1)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의 지위: 사회적 지위, 집단내 지위, 청중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   2) 혐오표현의 맥락: 대상 집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존재, 대상 집단에 대한 법·제도 장치, 언론지형, 정치지역, 혐오표현이나 폭력의 발생 빈도, 대항표현과 대항역량의 확보   3) 혐오표현의 범위: 공개성, 조직성, 계획성, 반복성·지속성   4) 혐오표현의 매체: 매체의 공신력, 매체의 영향력, 복제와 유포의 용이성   5) 혐오표현의 의도와 효과 이번에는 이 정리에 이어서 혐오발언을 어떻게 규제 혹은 처벌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혐오발언,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어떤 나라는 혐오발언 자체를 처벌하기도 하고(대표적으로 독일) 어떤 나라는 혐오발언을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 기존의 다른 범죄를 가지고 처벌하기도 한다(대표적으로 일본). 무엇이 되었건 해외에서 혐오발언을 금지하는 수많은 법률을 보면 “타인의 권리나 존엄성, 신체적 안전을 해치는 것”과 “공공의 질서 혹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것”에 해당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모두 혐오발언이 가져오는 눈에 보이는 해악에 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당장 어떤 행동이 일어나지 않으면 그것을 처벌하거나 규제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위에 말한 눈에 보이는 해악들은 모두 그 사회의 전반적인 문화 속에서 탄생한다. 일본에는 건상자(健常者, 켄죠-샤)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정상인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게 비장애인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인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가면 ‘건상자이신 분은 할인 적용이 안 됩니다’나 ‘장애가 없으신 분’ 같은 문구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말을 계속 사용하고 이런 말이 널리 허용되는 사회 분위기는 개인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부지불식간에 장애인을 건강하지 않고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이 문화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법적인 처벌은 처벌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교육의 수단이기도 하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법이 모든 도덕적 가치를 다 반영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바꿔 생각해보면 처벌을 동반하는 법적 규제는 그 사회가 지켜야하는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처벌을 동반한 법적 규제는 우리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갈 것인지 그 방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혐오발언에 대한 처벌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혐오발언의 법적 처벌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금지가 정답인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하며 더 나은 발언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하지 않는가? 법적인 금지로 개인의 활동을 제약하는 것보다 혐오발언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을 지속해 모두가 혐오발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더 교육적이고 민주주의적이지 않을까? 처벌은 악용될 소지가 너무 많지 않나?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자율적인 개인이 구성한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혐오발언에 대한 법적인 금지가 이를 해치는 것이 아닐까?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혐오표현/혐오발언은 위에서 말했듯이 특정 집단의 특성이나 지위에 대한 비하적인 관념에 기반하고 있다. 혐오표현이나 혐오발언에 대해 혐오 관념을 강하게 가진 이들을 공론장으로 데리고 와서 그들의 발언을 들어보자고 하는 것은 결국 이들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혐오표현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그리고 자유시장경제라는 생각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공정’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인식할 수 있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나는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공론장으로 데려오는 것에 반대한다. 혐오에 대한 정의가 애매한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냐는말에 대해서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충분히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혐오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다는 말은 혐오표현/혐오발언이 무엇인지에 대해 각잡고 제대로 논의해 보자는 주장의 근거는 될 수 있지만 그것을 금지하자는 말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우리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 훼손되고 모욕되는 명예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지만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처벌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공적인 발언을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처벌도 마찬가지다. 어떤 한 종류의 혐오표현이 금지되는 것은 그와 연결된/비슷한 다른 혐오표현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조심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자신의 발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더 건강하고 거대한 표현의 자유를 촉진하는 것이 아닐까? 또 혐오발언에 대한 법적인 금지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불편러나 꼰대를 운운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 혹은 타인이 하고 싶은 말을 국가가 나서서 못하게 한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지껄이는 그 자유는 어떤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당신은 그 발언을 어떤 상황에서 하고 있는가?  마치며 2023년 5월 3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서울시청사 시청사 8층 간담회장1에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개최되었다. 위원회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위 원 장 : 윤기찬 (법무법인 케이디에이치 변호사)  부위원장 : 김영윤 (국민통합연대 시민사회활동가)  위     원 : 장지호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위     원 : 함인경 (법률사무소 강함 대표변호사) 위     원 : 문재원 (DL건설) 위     원 : 박규빈 ((주)지역도시건축사사무소 리플래폼) 위     원 : 송경택 (서울시의원) 위     원 : 박유진 (서울시의원) 위     원 : 박상혁 (서울시의원) 위     원 : 허훈 (서울시의원) 위     원 : 정상훈 (서울시 행정국장) 위     원 : 임춘근 (서울시 균형발전기획관) 이 회의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와 CTS라는 개신교 단체에서 주관하는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가 동시에 서울 광장 사용을 신고했는데 무엇을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회의를 하였다. 이 회의에서는 서울퀴어문화축제 사용 신고 수리에 반대하며 이런 말들이 나왔다. (이하 회의 속기록 에서 발췌) 이 행사(작년의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셨던 분들과 그 주변에 그 인근에서 바로 옆에서 이를 반대하는 또 시위가 또 대규모로 있으셨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시민들의 그 의견이 다르셔서 뭐 표출하셨던 상황들인데, 이게 논란이 있다는 거죠, 이거 자체가. 그리고 또 서울시민의 광장이라는 게,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그 공공성이 되게 강해야 된다는 커야 된다는 거죠, 판단 기준에 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이렇게 논란이 있고 서로 문제가 있다고 그러면, 이 앞으로도 이런 뭐 퀴어축제라든지, 사실은 이런 뭐 문제가 있는 축제들은 저희 위원회에서 걸러내야 될 것 같고요. 시민의 자유를 이야기를 하고 문화생활, 공익행사 뭐 이런 문화를, ‘소수성에 대한 문화를 인정하고 가자.’ 그러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하겠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또 피해를 보는 서울시민들이 많은 부분들이 있어요. 그 여러분들이 뭐 저는 이거 이 행사가 사실상 3∼4일로 끝나지만, 전과 후의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게 큰 범위로 계속 가다 보면 더 많은 피해들을 시민들이 입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조금 뭐 다른 뭐 이태원이나, 뭐 다른 이런 작은 집단에서 시작하다가 서울시, 마치 이게 뭐 대한민국 자체가 이 성소수자들을 인정하는 문화로 하면서 서울시가 받아 들이면서, 이거 저는 개인적으로는 참 이게 그 청소년에 뭐 건전, 아니 그니까 ‘바르게 커야 되는 이런 성 문화에 대한 인식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참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좋지 않다.’라고 생각하고, 인근을 이용하고 있는 서울시민의 교통이라든지, 정작 정말 이 광장을 이용하고 싶은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그며칠이라도. 그래서 저는 이런 문화가, 이런 문화를 그들은 문화라고 이야기하지만, 이거를 서울시 입장에서, 뭐 ‘단 며칠이라도 땡큐하다.’라고 진행을 한다는 것 자체가 시민으로서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고, 단 며칠이지만 이거를 축제로 인정을 해줘야 되나에 대한 고민이 있는 상황에서 저는 반대 입장이고, 지금 상황에서 뭐 이 두 가지가 붙었을때, 딱 봐도 ‘문화의 다양성을 잘 드러낸다, 그러나 정말 청소년 정서 회복을 위해서 이 축제를 하겠다’라고 했을 때, 어느 손을 들어야 되는지는, 그냥 이 청소년·청년을위한 회복콘서트, 서울퀴어문화, 성 문화잖아요. 갈등 유발을 어디가 더 할 것인가, 공공이기 때문에. 그러면 퀴어축제는 아까 ‘작년에 축제가 열렸을 때, 반대시위도 열렸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갈등을 유발할 요소가 어디가 더 있나. 그리고 이 이쪽 청소년·청년은 갈등을 유발할 것인가, 안 유발할 것인가를 봤을 때, 전혀 유발할 사유가 없죠. 정확히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전부 ‘〇〇〇위원’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장일치인지 다수결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냥 “다수가 ‘예’라고” 했다는게 회의록의 전부다. 심지어 어떤 발언들 밑에는 “다수가 웃었다”는 불필요한 정보까지 기재되어 있다. 그 이전의 회의들에는 이런 회의록도 없다. 그냥 수리/불수리만 나와 있다. 이태원 추모공간을 불수리한 결정에 대해서도 회의록이 없다. 서울광장에 임시로 스케이트장을 만드는 의견을 수리한 결정에 대해서도 회의록이 없다. 이번 달만, 그것도 이렇게 불성실하고 불충분한 회의록을 공개한 것은 왜일까? 악의적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공개 방식도 내용도, 이렇게 불쾌하고 악의적인 회의록은 살면서 처음 본다. 공론을 빙자한 혐오의 장은 처벌되어야 한다.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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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 총평: 기억할 수 있는 건 모두 잊었다오
어제의 하늘 빛 오늘 또 푸르고 / 어제의 하늘 빛 오늘 또 밝아도 / 어제는 어제, 지난 건 꿈이라오 / 눈짓도 몸짓도 다정한 음성도 / 기억할 수 있는 건 모두 잊었다오  -임선경 작사, 최종혁 작곡, 윤시내 노래 <어제는 어제(1980)> 2023년 5월 7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수상과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 정상이 한국에 온 것은 12년만이다. 알려진 바로는 윤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한미 정상회담을 할 때 일본에 만나자고 의견을 보내서 시작된 회담이라고 한다. 뭐, 무엇이 되었건 안 만나는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언론이 12년만의 셔틀외교라는 점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한일관계도 물론 좋아지는 게 나빠지는 것보다야 좋을 것이다. 문제는 관계가 어떤 방식으로 좋아지느냐다. 마음 아픈 과거를 잊어야 미래로 간다? 불과 며칠 전 한국에서는 주어와 관련하여 영문법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이 있었는데, 내용은 이것이었다.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번의 전쟁을 경험했지만 전쟁 중인 국가들은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습니다,"라고 윤석열 대통령은 말했다. "저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100년 전 우리의 역사 때문에 용서를 위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정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 설득력 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Europe has experienced several wars for the past 100 years and despite that, warring countries have found ways to cooperate for the future,” he said. “I can’t accept the notion that because of what happened 100 years ago, something is absolutely impossible [to do] and that they [Japanese] must kneel [for forgiveness] because of our history 100 years ago. And this is an issue that requires decision. … In terms of persuasion, I believe I did my best.” (The Washington Post.2023.04.24.) 독일의 빌리 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 수상이 유대인 사망자들의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은 물론 참으로 역사적인 일이고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한 적은 없다. 혹 누군가가 일본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손 쳐도 그것이 진짜 무릎을 꿇으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는 사람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한국에서 있었던 한일회담에서도 별다를 것 없이 똑같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5월 7일 정상회담 자리에서 “양국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2023.05.07.). 윤 대통령은 이런 류의 이야기를 2023년 들어서 계속 반복하고 있다. 과거를 이야기하면 미래로 못 나아가는 걸까? 좋다 싫다 이전에 이해가 안 간다. 기시다 수상은 식민지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私自身、当時、厳しい環境のもとで多数の方々が大変苦しい、そして悲しい思いをされたことに心が痛む思いです 저 스스로는, 당시 엄혹한 환경 하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그리고 슬픈 생각을 하셨다는 점에 마음이 아픕니다. 일본에서는 이 발언이 꽤 화제가 되었다. 이런 걸 사과이며 역사 인식의 진일보라고 칭찬해주는 한국의 보수언론이나 일본의 진보언론도 문제지만, 일본의 우익, 극우 언론에서는 기시다 수상의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로타니 카츠미(室谷克実)라는 저널리스트는 “내년 한국 총선거나 2027 대선에서 보수파가 지면 한국은 완전히 좌익정권이 된다. 보수파인 윤 정권을 도와야 한다. 이번 서비스는 한국의 여론을 대상으로써는 나쁘지 않다”라 평했고 (夕刊フジ.2023.05.08.) 자민당의 시게키 토시미츠(茂木敏充) 간사장은 “한국측의 적극적인 대응에 맞추어, 일한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라 평했다 (産経新聞.2023.05.08.). 혹 기시다 수상의 발언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아무리 기를 쓴 들, 일본 안에서 이런 평가가 나온다면 이것을 진정한 사과라고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교수는 이 발언을 두고 “본질을 회피하는 발언”이며  “식민지 시기 있었던 사실에 대한 인정과 책임, 사죄는 없었다”고 평가하고 “일본 정부의 이전 입장을 확인하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2023.05.07.). ‘마음이 아프다’는 이미 고인이 된 아베 신조를 포함해 일본의 전 총리들이 계속 해오던 말이다.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역시 이 발언에 대해 “외교적인 자리에 나와서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하는 건 책임 회피를 위한 ‘물타기’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경향신문.2023.05.07.)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기시다 총리 개인적으로는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더 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냉정히 보면 '사죄와 반성'이 한마디도 안 나왔다"고 평가하면서 "(기시다 총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얘기했단 점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뉴스1.2023.05.07.) 그런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곧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 참석하면서 원폭 위령비에 참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일본과 관련해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뉴스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다. 그렇게 안전하면 방류하지 말고 갖고 있으면 될텐데 왜 이렇게 기를 쓰고 방류를 하려는 걸까? 이와 관련해 며칠 전, 일본 외무성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량이 한국 고리 원전보다 더 적다는 동영상을 만들었고,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郎) 디지털상 겸 소비자담당상은 직접 영어로 후쿠시마 원전이 고리원전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홍보 동영상을 찍었다. 이 와중에 한국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에 가겠다는 결정이 이번 회담에서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 수상: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한 한국 전문가 현장시찰단의 파견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의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YTN.2023.05.08.) 이를 두고 외교적 성과라고 자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찰단은 검증단과 다르다. 실제로 효력을 지닌 조치가 없다면 그냥 보고 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에 대해선 양국 모두 아무 말이 없고, 그저 “나쁜 일은 안 합니다” 같은 수준의 말만 하고 있다. 앞으로 실무진에서 어떤 회의를 하겠다는 말도 없다. 황당한 일이다.   최지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시다 총리의 말을 들어보면, 검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하는 것이고 우리는 시찰만 하고 오는 것으로 읽힌다”고 평가하면서 “자칫 잘못하면 일본의 원자력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행위로 시찰단이 오용되고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향신문.2023.05.07.)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도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다른 시각을 수용해서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자세도 아니고, 그냥 한번 둘러보는 걸 허용하겠다는 식이라 (일본에)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 말하고, 일본측에서 시찰 가능한 날짜(5/23~24)를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날짜까지 적시한 건 그 날짜에 가능한 사람을 이미 내부적으로 구성해놨다는 의미고, 대개 정부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 문제를 우려하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가능성을 타진했을까? 만약 했다 해도 기껏 한두명 형식적으로 넣었든지, 저건 지금 짜고 치는 것”이라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2023.05.08.) 미국의 승리?  이번 회담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The second meeting in two months between leaders of Japan and South Korea after years without a formal summit marks another win for the Biden administration, which has sought to unite the allies to cooperate against North Korea and undercut China’s growing power. 수년 만에 공식 정상회담 없이 두 달 만에 열린 한일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동맹국들의 대북 공조와 중국의 커지는 힘을 약화시키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또 다른 승리를 의미한다. (Bloomberg.2023.05.07.) 국제 사회의 역학관계가 변화하면서 점점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의 줄에 설 것을 강요받는 분위기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두 나라간의 군사 충돌을 이야기하면서 그 때 한국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논하기도 한다. 개인의 일이건 국가의 일이건 미래야 알 수 없는 것이니 대비를 안 할 수야 없을 것이고,이런저런시나리오를상상해보는것도괜찮다고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약소국이 굳이 편짜기를 서두를 필요가 있을까?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편이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미국도 여전히 첨예한 사안에 대해선 중국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고, 두 나라 모두 외교 실무진은 물론 국회의원, 시민단체 차원의 교류를 계속해나가고 있다. 통 큰 외교는 도박이다. 그것도 세끗 짜리 패를 손에 들고 상대의 손에 광땡이 없기를 바라는 식의 도박이다. 무슨 가치인지 명확히 설명도 못하는 가치 외교는 이제 그만하자.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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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는 당신 주변에 있습니다
일본에는 부락민(部落民, 부라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에도 막부 때 히닌(非人)이나 에타(穢多)라 불렸던 천민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진 후 이들이 사는 곳을 미개발부락, 피차별부락 등으로 부르면서 부락민이라는 호칭이 만들어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사람들은 히닌, 에타와 이제 같은 급이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품었다. 이 때 평민이 된 히닌, 에타를 신평민(新平民)이라고 부른다. 새로 만들어진 호적에 과거에 히닌이나 에타였던 사람들에 대해선 신평민이나 구천민 같은 메모가 적혔다. 또, 천민이었던 사람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지자 이 사람들에 대한 학살(천민사냥, 非人狩り히닌가리)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호적에 그런 메모 같은 것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공을 들여서 찾으면 그 조상이 부락민이었는지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특정 지역을 두고 과거에 부락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특정 성씨가 부락 출신을 뜻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부락이라는 말 자체가 혐오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이 문제를 동화문제(同和問題)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 지식인에 해당하는 야후재팬 치에부쿠로(知恵袋)에 올라온 글이다. 부락 분하고 결혼하신 분 계세요? 제 남친이 부락이에요. 저는 남친과 결혼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교제도 안 된다고 하면서 올해 안으로 헤어지라고 말씀하세요. 왜 안 되냐고 물어보면 부락이라서, 단지 그것 때문이라서 저는 매일 울고 있습니다. 정말 자상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는 부모에겐 헤어졌다고 말하고 지금부터라도 계속 사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하는 부모가 싫어요.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그렇지만 그 사람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2008.11.16.) 부락 출신 남친과의 결혼을 반대당하고 있습니다. 24세 여성입니다. 남친은 27세로 4년간 교제를 거쳐 프로포즈를 받았기에 올해 안에 결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친은 야마구치 현의 시골 출신으로 남친 부모님께도 인사를 했고 매우 화기애애한 가정이었고 저를 대환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부모님에게도 남친을 인사시켰는데 결혼은 반대하십니다. 이유는 흥신소에서 조사해봤더니 남친이 부락 일족(部落一族)이라서 라고 합니다. 함부로 조사했다는 것 때문에도 화가 났는데 요즘 시대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대를 당했다는 것 때문에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2018.07.04.)  20대 남자입니다. 애인이 부락 출신인 것 같다고 부모가 결혼을 반대합니다. 부모님은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락 출신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2021.01.03.)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1872~1943)이 쓴 『파계(破戒, 1906)』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츠(瀬川丑松)는 부유한 부락민이 제돈을 주고 비싼 여관에 묵었다가 쫓겨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말한 계율, 절대 자신의 출신을 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떠올린다. 세가와는 부락 출신이었다. 세가와는 소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는 남몰래 피차별 부락 해방운동가 이노코 렌타로(猪子蓮太郎)를 사모하며 그의 정보를 스크랩한다. 세가와의 출신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세가와에게 세가와 선생 같은 상냥한 성품을 가진 지식인은 부락민과는 다르다며 부락민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드러낸다. 결국 참지 못한 세가와는 아버지의 계율을 깨고 자신의 출신을 밝힌 후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성소수자의 삶이 떠올랐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은 계속되고 있고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이 딱히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성혼 법제화에는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주변에는 없길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나 일터에서 사적인 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는 성소수자들 중에는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애인 있냐”는 질문을 “밥 먹었냐”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자기 애인의 성별을 바꾸어 말하거나 애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불쾌함까진 아니더라도 당혹감이나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성소수자임이 밝혀졌다가 왕따나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해 해고를 당하거나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한국의 노동 환경이나 복지가 이성애 중심적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그렇게 이성애 중심적인데 출생률이 이 모양인 것도 신기하다)  “성소수자는 여러분 주변에도 있습니다” 같은 말은 도대체 몇 년을 해야 그만 하게 되는 걸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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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의 미래: 돌봄 노동과 외국인 노동
돌봄 노동이란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 등 혼자 외부활동이나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노동을 말한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어느 사회든 대체로 가족(그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여성)이 책임지는 것이 전통이자 관습이었고, 돌봄에 있어서 국가 혹은 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겨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고, 치매 같은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모두 딱한 마음을 표현한다.  돌봄, 혹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노동이라고만 하기엔 다른 노동과 질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도덕성이나 사랑 같은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돌봄 노동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름대로 노동의 강도와 시간, 돌보는 사람의 숙련도 등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인 기준을 세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 자체가 너무 길고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돌봄에 대해 도덕성은 필요할 지 모르겠지만, 핵가족화를 넘어 탈가족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 꼭 감정(사랑, 친근함 등)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돌봄의 당사자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우리는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이 말을 잘 해석해보면 두 가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돌봄 노동의 시간과 강도를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는 돌봄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적인 차별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돌봄이 공적인 영역이 된다면 일단 이를 민간에 모두 맡길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물론 하도 자본주의가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회이니까 자기가 돈을 많이 써서 더 좋은 돌봄을 받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도시(특히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돌봄 차별을 받는 일은 없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문화를 지닌 동북아시아의 두 나라, 일본과 대만이 돌봄 노동에 대처하는 자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먼저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곳들이다.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사회가 늙고 있다는 이야기라던가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 돌봄의 공공화 이야기가 한국보다 먼저 나온 곳이기도 한데, 또 하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돌봄 노동에 있어서 이주 노동자 유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주 노동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족의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을 적게 낳거나 안 낳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돌봄을 담당할 가족의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와 연관이 되어 있는 저출산 문제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노인을 돌볼 가족(자식도 형제도)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 예상되었고, 이와 더불어 돈을 주겠다고 해도 일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셋째는 여성의 임금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 임금이 올라가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거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돌봄 노동이 이전처럼 유지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과 일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돌봄 노동의 책임자로 대거 유입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노인 요양 관련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거나, 노동자들을 시설에 배치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오키나와 국제대학의 카게 리에(鹿毛理恵)와 사가여자단기대학의 마에야마 유카리(前山由香里)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재류자격에 요양(일본어로는 카이고介護)이 추가된 것은 2016년이고 실행된 것은 2017년이라고 한다. 일본이 돌봄과 요양 부분에서 외국인을 늘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돌봄노동, 요양 관련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성명한다. 2006년 무렵, 언론을 통해 돌봄노동은 저임금 중노동 현상이 강하고 3K(한국의 3D 같은 것으로 더럽다-키타나이-, 빡세다-키쯔이-, 위험하다-키켄다-의 줄임말)노동이며, 돌봄/요양 노동자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시설 입소자에 대한 학대, 폭언, 폭력을 자행하는 일들이 자극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이 그 계기라고 한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돌봄 노동 인력은 더 줄게 되었고, 돌봄 노동이나 복지 관련 교육 시설이 정원을 반도 못 채우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그래도 수가 부족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채우려 하는 것이다. (「日本における外国人ケア労働者の受け入れと育成をめぐる 現状と課題:ジェンダーの視点からの分析」)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수용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일본의 돌봄 환경에 맞게 육성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노동자의 수를 충원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사다마츠 아야定松文「介護準市場の労働問題と移住労働者」). 일본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돌봄 노동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꽤 오래 전부터 돌봄 노동을 자동화, 기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력으로 운신할 수 없는 사람들을 들어올리는 로봇부터, 이동이나 운전을 돕는 로봇, 치매나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는 로봇, 식사, 목욕, 배설을 돕는 로봇부터 고령자나 환자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교류를 유지시켜주는 로봇도 있다. 일본이야 워낙 옛날부터 로봇으로 유명했으니, 이런 문제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노인이나 환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1990년대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로봇은 없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어떤 종류든 돌봄과 관련된 로봇을 하나라도 도입한 노인 시설은 전체의 10% 정도였다고 한다. (MIT Tech Reciew.2023.01.13.)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일본의 이런 시도가 그리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한다. 돌봄 노동은 단순히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목욕을 시켜주거나 배설물을 치워주는 일 정도가 아니다. 돌봄 노동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외로움이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돌봄은 ‘인간관계’와 밀접한 관련이있다. 돌봄 노동을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세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온전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정서적, 사회적 돌봄은 엄청난 강도를 요구하는 일이다. 돌봄 로봇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이에 비해 대만은 돌봄 노동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돌봄, 특히 노동의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장기요양 환자를 중심으로 개인이 원하면 그 집에 살면서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식으로 돌봄 이주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대만에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225,880명이다. 이 중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은 16,878명이고, 가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207,399명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데, 대만의 복지/돌봄 관련 외국인 노동자 중 이 네 개 국적 중 하나를 가진 사람은 97%다. (대만 노동부 통계) 그리고 이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수적인 수요는 대체로 충족이 되지만 숙련도와 전문성이 낮거나 언어가 잘 안 통하기도 하는 인력들이 가정에서 일을 한다. 이런 현상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 자체에 전문성이나 교육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또, 가정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사 노동에도 종사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노동 시간의 제한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임금에 있어서도 불리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또 돌봄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폭력의 위험성도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전세계 여러 국가의 문제가 되면서 돌봄 노동의 국제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휘, 이정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 말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총 463명으로 노동자 전체와 비교했을 때 0.6% 수준이라고 한다. 광역시, 도 등에서 관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을 통해 관리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현황 정보를 통해 추산했을 때엔 전체 요양보호사 중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라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많았는데 2020년 3월 18일 기준으로 전체 간병인 수 34,951명 중 외국인 등록번호 여부로 확인된 외국인 간병인 수는 16,080명(46%)이었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요양병원 간병인이 더 높지만, 근로 조건은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가 더 좋다고 한다. (김유휘,이정은「한국 돌봄서비스의 이주노동자 실태 분석」) 요양보호사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83만 7천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단 16,500여 명이라고 한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94.7%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58.7세인데, 60대가 40.4%, 50가 39.4%라고 한다. 소수의 고령 여성이 다른 고령인을 돌보고 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고령자의 수와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돌봄 노동자의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돌봄 노동에 있어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돌봄 로봇이 상용화되기도 힘들 것 같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산업재해로 인한 부상, 사망에 관해서는 내가 기억하는 한, 20년 동안 딱히 변한 게 없다. 인권과 윤리성의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도,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너무 느리다. 돌봄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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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와 내셔널리즘
일본의 저명한 젠더학자 우에노 치즈코(上野千鶴子, 1948~)가 2017년 2월 11일, 「평등하게 가난해지자(平等に貧しくなろう)」라는 글을 발표했다. 인구를 유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 증가이고, 또 하나는 사회 증가. 자연 증가는 더 이상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지 않습니다. 울고 불고 해봐야 애들은 늘 수 없습니다. 인구를 유지하려면 사회 증가 밖에 없다, 즉 이민의 수용입니다. 일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이민을 받아 활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 대신 사회적 불공정과 억압과 치안악화로 괴로워하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난민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해 문호를 닫고 이대로 천천히 쇠퇴해 갈 것인가. 어느 쪽인가를 고를 분기점에 서게 된 것입니다. 이민정책에 대해 말하자면 저는 객관적으로는 무리, 주관적으로는 관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그러면 일본은 인구감소와 쇠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평화롭게 쇠퇴해가는 사회의 모델이 되면 됩니다. 1억 명 유지라던가, GDP 600조 엔 같은 망상은 버리고 현실을 마주봅니다. 다만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은 어렵습니다. 어떻게 희생자를 내지 않고 연착륙할까? 일본의 경우, 모두 평등하게, 천천히 가난해지면 됩니다. 글의 내용은 이렇다. 일본은 다문화 사회 같은 것을 쉽게 받아들일 사회도 아니거니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것은 사회의 활력을 불러오는 대신 부작용이 많으므로, 사회를 사민주의적으로 바꾸고 천천히 쇠퇴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시민단체, 사회단체들은 이걸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꼭 노동자가 아니어도 외국인이 늘어나면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이 생기고 치안이 악화된다는 주장은 전세계 어디에나 있다. 우에노의 말은 이런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가난해지더라도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키지 말자는 말로 이해될 여지가 너무 크다. 특히 평생을 차별받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온 그 이기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우에노의 이 주장을 비난했다.  부유한 국가를 향한 노동자들의 움직임 문제는 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그런 복잡함을 납작하게 눌러버리는 것은 ‘국가중심주의’적인 시선들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일을 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선택’을 오롯이 ‘선택’의 문제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 중에는 반짝 열심히 벌어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자식, 그리고 그 자식들에게까지 내가 겪은 괴로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어떤 기술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 기술이나 자본 없이 몸만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다. 이주 노동에는 너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두고, “넌 차별과 불이익이 있다는 걸 알고, 각오하고 더 잘 사는 나라에 온 것 아니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그런 각오를 하고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부유한 국가의 개개인이 차별과 불이익을 줄 권리는 없다. 세계적인 부의 불평등, 분배의 불평등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밀려왔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사회적인 책임감의 부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타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치가 어쩌구 사회가 어쩌구 설명을 하는 것은 참으로 맥빠지는 일이다. 나라 안에서의 부의 재분배를 말하기에 앞서, 국적에 따른 부의 재분배가 이렇다 저렇다 할 방법도 없이 자의적으로 결정되어 버리는 세계화시대. ‘K-POP’과 ‘한드’에 열광하는 지금이 어쩌면 한국인이 가장 세계적인 시야를 가진 시점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국경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부의 재분배와 윤리적인 책임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지역이 중심이냐 민족이 중심이냐 같은 이야기까지 갈 것도 없다. 우리는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출생의 특권을 직시해야 한다. 땅콩회항 같은 재벌들의 갑질에는 분노하면서 왜 이런 문제는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국민국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인권을 보장하는 유효한 범위도 국가가 중심이다. 내 국민이 아니면 인권도 없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세계적인 부의 재분배 같은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꽤 많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리고 세계가 그렇게 발전하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하고, 그리 될 것을 믿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의 차원에서, 많은 이들이 먼저 인간이 되길 바란다. 인간이 인간에게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다는 것을 제발 좀 깨닫기 바란다.
왜 자꾸 청년들에게 이름을 지어줄까: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을 보며
일본 경제를 이야기할 때 “잃어버린 20년(失われた20年)”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다. 원래는 1980년대의 멕시코 경제를 이야기할 때 처음 사용했던 용어지만, 지금은 일본 경제를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면 그 누구도 멕시코를 떠올리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더 나아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우리에겐 가수 설운도가 불렀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로 시작하는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주제곡 제목으로 유명한 그 말이 지금 일본 경제에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잃어버린 40년”을 향해 갈 것이냐 아니냐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버블 경제 붕괴의 원인 같은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시기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다.  일억총중류(一億総中流, 이치오쿠소-츄-류-) 1970년, 일본 인구는 1억을 돌파했고, 한국의 정계나 방송계에서 “사천만 국민”, “오천만 국민”이라는 말을 하듯이 이 시기부터 일본의 각종 방송에서는 “일억 일본인”, “일억 이천 만 일본인” 같은 말을 자주 사용하기 시작했다. 1984년에는 인기 가수 고 히로미(郷ひろみ)가 발표한 <2억 4천 만의 눈동자(2億4千万の瞳)>라는 노래도 있었다. 그리고 일본 경제가 발전하고 어마어마한 호황을 누리면서 일본 국민 대다수가 계급적으로 중류층 정도의 생활 수준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일억총중류(一億総中流)”다. “일억총중류”라는 말에는 일본 국민들 사이에 경제적 격차가 적고, 대다수의 국민이 높은 수준의 소비문화를 향유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들어있다. 실제로 이 시기 일본의 지역간 경제 격차가 그 전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은 있지만, 이런 말이 유행하고, 이런 말이 강박적으로 사용되면서 일본 사회에선 ‘일본 국민 사이에는 경제적 격차가 없거나 적고 극소수의 부유층과 빈곤층을 제외하면 모두가 비슷한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다’는 일종의 신화가 만들어졌다.  버블경제의 붕괴는 경제의 불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신화가 허구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비정규직의 증가 일본 사회에서는 버블이 꺼진 1990년대 이후 20대 청년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졌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잃어버린 N년 동안을 취직빙하기(就職氷河期, 슈-쇼쿠 효-가키)라 부르기도 한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대체한 것은 고용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비정규직의 증가였다. 일본에는 정규직이라는 말은 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없고 아르바이트, 계약직 사원, 파견 근무 등으로 쪼개져 있다. 일본 총무성에서 조사한 <고용형태별 고용자수> 통계를 보면 1988년 2월 전체 고용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18.2%였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1990년에는 20.2%, 2000년에는 26.0%, 2003년에는 30.4%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38.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에는 다소 줄어 2020년에는 37.1%, 2021년에는 36.7%, 2022년에는 36.9%를 기록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일본 정부는 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고용 유연화에 관한 법을 제정하며 정규직 축소를 부추겼다. 청년 세대의 빈곤과 절망, 격차 문제,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었다. 또, 여기엔 젠더 문제도 빠질 수 없다. 1990년 2월, 남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8.8%이지만 여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8.1%였다. 2000년의 경우, 남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11.7%지만 여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46.4%다. 비정규직 비율이 최고치를 찍었던 2019년의 경우 남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2.8%지만 여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6.0%였다. 2022년의 경우 남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2.2%지만, 여성 취업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53.4%였다. (이상 労働政策研究・研修機構)  격차(格差, 카쿠사)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일본 사회에서 자주 언급되기 시작한 단어는 바로 격차(格差)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양극화’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데, 특히 2006년에는 한 해 동안 유행했던 말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랭킹을 매기는 신어/유행어 대상(新語・流行語大賞)에서 탑10 안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실 일억총중류라는 말이 유행하던 일본 경제의 호황기에도 격차 문제를 지적하는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는 존재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격차라는 말이 수면 위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버블경제 붕괴의 시작점이라고 지적하는 바로 그 시점이다. 1988년 정부가 발표한 『국민생활백서(国民生活白書)』에 (아주 오랜만에) 격차라는 말이 등장했고, 그해 11월,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사설 제목으로 「격차사회여도 괜찮은가(『格差社会』でいいのか)」라는 말을 제시한 것이 격차라는 용어가 일본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말로 등장한 첫 사례라고 알려져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는 승리자 그룹(勝ち組, 카치구미)과 패배자 그룹(負け組)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2004년에는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1957~)가 『희망격차사회(希望格差社会)』라는 책을 쓰면서 일본에서 “격차”라는 이름을 단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야마다는 “패배자 그룹의 절망감이 일본을 찢어발긴다(負け組の絶望感が日本を引き裂く)”라는 자극적인 부제목을 단 이 책에서 더 이상 노력이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라는 것을 느낀 패배자 그룹이 늘어나면서 직업, 교육, 나아가 가족 구성까지 불안정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사회는 이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급과 절망만을 가지는 계급으로 나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의 저서 『희망격차사회(希望格差社会)』. 고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한 그룹과 대학에 진학한 그룹의 삶의 격차를 직업, 교육, 가정의 측면에서 비교 분석한 책이다. 이 책 이후 '~~격차'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었다.) 야마다가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학력의 차이(대학에 진학했는가 아닌가)가 이후의 인생 전반을 결정짓는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사례 제시를 통해 보여주면서 희망에도 격차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뜻 들으면 꽤 수긍이 가는 내용이지만 또 어찌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다. 이런 격차가 과거엔 없었는가? 야마다가 어떤 의도에서 이 책을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경제의 불황으로 인한 청년 세대의 괴로움을 고발하는 이야기들은 이후 가난과 격차 문제를 청년 세대만의 문제로 가져가는 식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학교 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암기 중심 교육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경험과 사고력을 중시하는 교육이 대두되었다. 이런 교육을 유토리교육(ゆとり教育)이라 하고, 이런 교육을 받은 세대인 80년대생 이후 출생자를 유토리 세대라고 한다. 일본 경제의 번영기를 제대로 맛보지 못한 세대들, 80년 후반에 중학생이거나 고등학생이었던 세대와 그 이후 세대를 유토리 세대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1987년생 이후 출생자를 사토리세대(さとり世代)라고 한다. 사토리는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딱히 물욕도 없고 연애에도 관심이 없는 모습이 마치 깨달은 사람들 같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학습량이 다시 증가하면서 탈-유토리세대(脱ゆとり世帯)라는 말도 등장했다. 버블 붕괴 이후의 일본 사회는 계속해서 청년 세대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  사회적/역사적 경험이 다르다면 세대에 따른 특징이 없기도 힘들 것이다. 세대론이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일반적인 사회경험이나 사회적 경향성을 특정 세대에게 부여하고 이름을 지으며 교묘히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거나 자신의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일본 사회의 청년 네이밍을 보며 느낀다. 그런 의미에서 88만원 세대 이후 한국의 청년 담론에 대해서도 복잡한 마음이 든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허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괴로운 것도 청년, 고쳐야 하는 것도 청년? 일본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역사가 길고, 오랜 기간 경제 호황이 이어진 덕(?)에 노동조합이 실제 기득권화 된 부분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일본 청년들 중에는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용유연화를 추진한 기업과 정부에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노조와 부모 세대를 기득권 집단으로 지목하고 이들에 대한 증오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각자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세대론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소위 치유/힐링의 유행이 이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붐처럼 만들어졌던, 아무 것도 안 하는 시골 마을(산촌, 어촌)에서 편안한 차림의 젊은이들과 그들이 있는 풍경만 예쁘게 담는 일본영화들은 이런 유행에 편승한 작품들이다. (이런 영화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한국은 어떨까? 누군가는 청년 스스로 주거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 혹은 대안을 모색하고 시도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주식과 코인에 자신의 영혼을 바치며 일론 머스크를 찬양하고 자신을 계발해야 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청년들이 불쌍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아파야 청춘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청년들이 들고 일어나지 않아서 이 모양이라고 말한다. 그 전에 청년은 또 뭘까? 어떤 사람은 청년은 허구라고 하는데, 또 한쪽에서는 뭐만 하면 MZ를 운운한다. 86이라 불리는 세대에 대학생만 있는 게 아니듯이, 청년도 가난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아주 옛날부터 가난했다. IMF의 타격도 받지 않았다. 원래 가난했으니까! 지금은 월세집에 살고 있다. 나는 빚도 있다. 프리랜서 노동자인 나는, 직장에  다닐 때 얻었던 수입을 얻으려면 그때보다 더 많은 노동과 수고를 들여야 한다. 딱히 결혼할 상대도 없고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성소수자인 나는 애초에 결혼할 권리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니 마트에 갈 걱정, 병원에 갈 걱정도 지방 사람에 비해 덜할 것이다. 여성들에 비해선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나는 안전 문제에 무감각한 편일 것이다. 대학 교육도 받았고 유학까지 갔다왔으니 누군가가 보기엔 내가 여유 있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각자 처한 입장이야 다르겠지만 30대라는 나이 때문에, 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고 20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사실, 나와 비슷한 정치적 경험을 하고 같은 방송을 보고 같은 음악을 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그렇게까지 몸서리 쳐가며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 감정은 뭘까. 단순한 추억의 집합일 뿐일까?  각자가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어딘가에선 그 감정이 모여서 크게 혹은 작게 분출되기도 한다. 그 감정의 집합은 다양하다. 크고 작은 감정의 집합에서 분출하는 주장은 정치적이면서 윤리적이다. 그 정치성과 윤리성(무엇을 문제시 하는가)을 세세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오로지 나이로만 띡 묶어버리는 이름 짓기-n포세대, 이대남, 90년대생이온다, MZ-는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실패한 분석이다. 세대론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세대론이 없다고 하는 말에도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의 세대론은 실패다. 이것은 한국의 정치계와 지식계의 실패다. 
굴욕적인 대일외교에 대하여: 강제징용 문제
인간사는 비정한 데가 있다. 입으로는 선한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속으로는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며 계산을 하고,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것도 그저 숫자로만 보고 넘긴다. 누군가 친절을 베풀면 그를 배신하려 들고, 누군가 예의를 차리면 그를 우습게 여기려 든다. 개개인의 일에서도 이런 측면이 있는데, 외교는 오죽하랴!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튀르키예의 강진을 보면서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인지를 따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경상도 말로 ‘천지빼까리’다. 물론 외교라는 것에는 늘 고공에서 줄을 타는 것 같은 위태로움이 존재한다고 하니 냉정한 손익계산을 무시할 수야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으면 살짝 지치는 마음이 들고 너무 심하면 저것들이 언제 사람되나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이 비정한 현실 속에서 국민 누구도 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 피해자가 가해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제발 좀 친하게 지내자고, 당신들이 뭐라시던 우리는 모든 피해를 잊고 당신을 위해 살겠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바로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납작 엎드려 우리가 가진 것을 다 긁어가쇼 하고 읍소를 하면 할 수록, 그 읍소를 받는 사람들이 고마워할 리는 만무하다. 도리어 더 내놓으라고 할 것이다. 이것 또한 현실의 비정함이다. 2022년 광복절, 윤 대통령은 일본을 두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이라고 했다. (MBC.2022.08.15.) 대체 광복절에 굳이 이런 소리를 해야하는 이유가 뭐였을까? 이런 말을 듣고 가장 좋아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수석부차관보는 “윤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이 잘 관리되고 일본이 윤 대통령의 선의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면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안보 역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일본은 이런 말을 듣고 뭐라고 반응했을까? 닛케이아시아(日経アジア) 신문은 한일관계를 잘 풀고 싶으면 윤 대통령이 해결책을 찾아서 들고 오라고 말했고(비지니스포스트.2022.08.18.),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먼저 보여주는 것도 없는데 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産経新聞.2022.08.20.) 한국 국민들은 생각지도 못한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은 것이다. 그러더니만, 금년 삼일절에는 더 뒤집어지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우리는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합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습니다.” (연합뉴스.2023.03.01.) 유관순 기념관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과거사 왜곡에 관한 이야기는 한줄도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온 나라가 시끄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일절이 뭔지는 알고 온 걸까?” 이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당연히 찬사를 보냈고(서울신문.2023.03.02.) 일본에선 대꾸도 안 했다. 일본에게 침략을 당했던 중국에선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이례적인 아첨‘이며 ’외교정책이 몽유병 상태‘라고 말했다. (Globaltimes.2023.03.02.) 물론 중국의 이러한 날선 반응에는 미국에 대한 견제도 들어있지만, 같은 피침략국으로서 한국이 해선 안 되는 말을 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 후, 나는 깨달았다. 이 날의 기념사가 강제징용 배상금의 한국 기업 대납을 위한 빌드업이었음을. 세상에 어떤 나라에서 피해자가 자기 돈으로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배상을 한다는 말인가! 어떤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과도 보상도 없는데 가해자에게 손을 내밀며 잘 지내보자, 과거는 다 잊으마 한다는 말인가! 비참할 따름이다. 심지어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일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윤 대통령과 요미우리 신문의 인터뷰 일부) “과거 강제징용과 관련하여, 65년의 협정이나 양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로 삼아, 한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2018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한일관계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즈음의 정치, 외교적인 양국의 입장과 협정에 관한 사법부의 해석 사이의 부분은, 정부가 지혜를 짜내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나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제3자 변제라고 하는 해결법은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내가 정치를 하기 전에 법률가로서 활동하고 있었을 때에도, 이런 해결책이 합리적이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강제징용문제로 악화된 한일관계를, 반드시 정상화해 발전시키는 것이,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이기도 하다.” “내가 정치에 발을 들이기 전에도, 강제징용의 해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재단의 기금을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고, 또 내가 취임한 이후, 이 부분을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다. 관계가 있는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이후에 다시 구상권이 행사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여, 이번에 강제징용 해결책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물론, 한일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고 하는 정치 세력도 많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외관계, 외교관계를 국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철시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외교 문제를 국내정치에 끌어들이는 것은, 국익의 차원에서도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 생각한 것은, 일본은 선진국 답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정직하고 무엇이든 정확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히토츠바시대학 교수의 집에도 초대받아 식사를 했다. 매우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나는 일본 음식이 너무 좋다. 모리소바나 우동, 장어덮밥 등을 너무 좋아해서, 지금도 <고독한 미식가>가 한국 텔레비전에 나오면 반드시 본다.” (読売新聞.2023.03.15.) 그렇다고 일본 정부가 이에 호응하며 고맙다고 해주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한국정부가 한국 기업에게 돈을 걷어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겠다는 말을 하고 3일 후(9일), 일본의 외무대신(외교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는 중의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 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들(개별도항, 모집, 관 알선 등)을 강제노동이라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強制労働に関する条約』上の強制労働には該当しないと考えている。これら(個別渡航、募集、官斡旋など)を強制労働と表現するのは適切ではないと考える (WoWKorea.2023.03.11.) 사실상 일본의 입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요란을 떨며 일본까지 가서 한 정상회담은 또 어땠는가? 한국 국민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오므라이스 말고 기억에 남는 게 도대체 무엇이 있는가? 일본에서는 한국의 강제징용 대납 결정에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의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 등의 경제/무역 문제에 대해선 가타부타 직답을 피하고, 한국이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는 식의 말을 슬그머니 내놓고 있다. (헤럴드경제.2023.03.17.) 결국, 과거사 문제를 협상 카드로 내밀며 저자세로 나갔지만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 일본의 경제산업대신(한국으로 치면 산업 부처의 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의 트위터. 일본 정부가 한국 대상 수출관리를 해제하고 한국도 WTO 제소를 취하하겠다고 보도한 NHK 뉴스를 리트윗하며 이렇게 말했다. “수출관리조치는 ‘해제’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WTO 제소 취하를 확인하고 사흘간의 정책 대화를 통해, 세 가지 품목 - 반도체의 소재가 되는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플루이미드, 플루오린화 수소 - 의 수출 관리 체제 운용을 신중하고 꼼꼼하게 확인을 한 후, 일정 정도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으면 운용을 재검토할 것이다. 국가 단위의 대처는 이후 정책대화를 통해 무역관리의 실효성을 다시 확인할 것이다. 한국 측의 자세를 신중하게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그뿐인가?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회담을 한국측에서 착실히 이행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NHK.2023.03.16.) 기시다 총리의 말이 사실이냐고 한국 기자들이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물으니, 장관은 자기가 답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을 한다. (KBS.2023.03.18.) 외교 사안을 외교부 장관이 답할 수 없다는 게 무슨 말인가? 백번 양보해서 정상회담에서 오간 이야기 전부를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고 쳐도, 일본이 저런 이야기를 한게 사실인지 아닌지 정도를 확인해 주는 이야기를 못 한단 말인가?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2023.03.22.) 양국의 정상회담 내용을 기억에 의존한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 결정은 한국 사법부가 인정한 개인 위자료 청구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 없이 오직 돈에만 집착하는 해결책이어서 피해자의 존엄성 회복이나 식민주의 극복과는 거리가 멀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대표 히다 유이치(飛田雄一) 씨의 말이다.  일본 정계에서 2018년에 잠깐 유행했던 말로 ‘밥 논법(ご飯論法)’이라는 게 있다. “아침밥 드셨어요(아침식사 하셨어요)?”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정치인들은 자기가 답하기 곤란하다고 느끼면 “쌀밥은 먹지 않는다”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맥락에 관계 없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서 논점을 뒤틀고 자신은 논의에서 빠져나가는 수법이다. 식민 지배에 대해 배상을 하라는 것은 돈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과를 하라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일 외교를 주관하는 자들은 혹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를 개인끼리 술 마시고서 치고 받아서 생기는 술자리 다툼 문제쯤으로 아는 것일까?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이런 결정을 통해 당신들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 되겠다는 말이, 대한민국을 팔아먹겠다는 뜻이었는가? 이완용은 나라 팔아서 돈이라도 챙겼지, 지금 정부는 되려 돈을 주고 나라를 팔아 치우려 하고 있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비참하고 참담한 마음 뿐이다. 한국은 제국주의 피침략국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라고 회자된다. 그래서 식민지를 겪었던 수많은 나라에서는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 위해 한국의 사례를 공부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한국이 이런 굴욕적인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안 좋은 신호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식민지배를 겪었던 나라들이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하려 하면, 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야, 한국을 봐!” 일본인 중에도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피해자들이 있다. 우익들이 이번 한국의 자체 배상 소식을 들고 와서 그들에게 “한국을 보라”고 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도무지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지금이다.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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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 농업
전세계가 농업에서의 탄소중립, 탄소중립농업을 시도하고 있는 지금, 한국도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농업은 과연 가능할까요? 그 전에, 농업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고 있을까요?  한국 농업의 탄소 배출 한국의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1.2백만 톤으로, 1990년 이후 21백만 톤 내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에서 농업의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7.4%에서 2018년 2.9%로 꾸준히 줄고 있습니다.  (통계출처: KDI 경제정보센터. 글쓴이 제작) 온실가스 배출을 배출원에 따라 이야기하면, 경종부분이 1,180만 톤을 53%를 차지하고, 축산부문은 940만 톤으로 42%, 시설원예와 농업기계 등이 백만 톤으로 4.5%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경종부분은 논 면적이 감소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축산부분은 가출의 사육두수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재출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한국의 육류 소비를 생각하면 가축의 사육두수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종부분에 있어서는 탄소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물, 비료, 흙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원을 더 많이 쓰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 탄소 배출이나 환경 파괴는 더 늘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농약을 치지 않는 농산물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농가의 농약 사용량은 2010년 1헥타르 당 11.2kg에서 2019년 10.2kg으로 약간 줄었지만, 비료 사용량은 2010년 1헥타르 당 232kg에서 2019년 262kg으로 늘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 또, 식량안보가 국제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식량 생산량 증대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농업이 환경문제를 의식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한국 농업의 미래는 불투명할지도 모릅니다. 정밀농업 여러분은 혹시 정밀농업(精密農業, precision agriculture, satellite farming, smart farming, site specific crop management)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영어 표현이 정말 많은데 혹시 스마트 팜이라는 표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농촌진흥청 성제훈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은 정밀농업과 스마트 팜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디지털농업: 농업의 모든 과정에서 구현해야 할 기술. 농업 공정별 디지털화. 정밀농업: 재배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첨단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입 농자재와 기술 기준. 스마트팜: 생산과 가공과정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탄소중립과 ESG 개념도 포함. 생산과정뿐만 아니라 농업부산물의 처리도 포함한 순환경제의 개념도 연계. 다만, 스마트팜은 환경제어가 비교적 쉬운 시설농업위주로 범위가 한정되고, 벼농사처럼 노지 농업의 경우 스마트팜에는 포함되지 않음.  스마트농업: 디지털농업, 정밀농업, 스마트팜을 포함하는 개념 (원예산업신문.2022.08.18.) 국제정밀농업협회(ISPA: International society of precision agriculture)에서는 정밀농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시간적, 공간적, 개별적인 데이터를 수집, 처리, 분석하여 다른 정보와 통합하고, (추정된 불균형에 따라 농업 생산의) 자원이용효율, 생산성, 품질,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경영 전략 (ISPA) 이를 요약하면 정밀농업이란 발달된 과학기술(항공영상촬영, 기상예측, 토양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여러 농업 관행을 작물 수요와 최대한 일치시키는 작업입니다. 정밀농업을 통해 비료나 물, 토양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이는 농업에 투하되는 자본의 양을 줄일 수 있으므로 농산물 가격의 하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기농업 유기농업(有機農業, organic farming)은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농업을 말합니다 (FP.2022.05.05.). 유기농업을 이야기하려면 유기화합물을 알아야 합니다. 유기화합물은 탄소 원자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화합물을 말하는데, 생물을 구성하는 중요한 화합물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화학비료가 무기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과거의 비료는 주로 퇴비였던 것에서 착안하여 유기라는 말이 상징적으로 붙은 것입니다.  유기농업의 시작은 영국의 식물학자 알버트 하워드(Albert Howard, 1873~1947)입니다. 그는 장기간의 현장실험을 통해 토양조건에 적합한 뿌리성장을 만들어주면 병충해의 공격을 무시해도 좋으며, 토양과 작물, 가축의 상호연쇄에 의해 그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는 이 원리를 축산에도 적용하여 소에게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식물을 사료로 주었더니 소의 전염병도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의 방법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큰 효과를 보았는데, 코스타리카의 커피를 시작으로 중남부 아프리카 여러 곳의 사탕수수, 목화, 벼 농사에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세균이 식물의 뿌리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균근공생 이론, 농축산업에서의 페니실린 사용이 조금씩 효과를 얻으면서 더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퇴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름이 되는 동물의 배설물에 화학물질이 들어있지 않아야 합니다. (최병철, 한국유기농업학회 2005년도 하반기 학술대회 발표 논문집 2005 Dec. 09 <유기(생명)농업의 원리에 관한 연구 - 알버트 하워드의 이론을 중심으로 ->, 2005) 탄소를 흙에 저장? 여러분은 혹시 토양탄소저장, 탄소농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요? 토양에 저장된 탄소의 양은 대기 중의 탄소의 양의 세 배라고 합니다. 탄소가 유기화합물의 축인 만큼, 토양 속의 탄소는 미생물과 식물의 번식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양을 너무 뒤집어 엎어서 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 중의 탄소를 최대한 토양 속으로 흡수시키는 농법이 많은 곳에서 연구/시행되고 있습니다. 국립농업과학원 한양수는 유기재배 토양이 기존의 재배 토양보다 많은 탄소를 저장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지구온난화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농사로, <유기농업의 토양탄소 저장능력 증진 효과>). 전세계적으로 탄소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땅을 지나치게 갈아엎지 않는 무경운 농법과 퇴비를 이용한 유기농법, 덮개 작물 심기와 돌려짓기, 바이오차(Biochar)의 토양 공급 등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후 계획에는 탄소농법을 채택한 농부에게 크레딧을 제공하는 ‘탄소은행’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의 농업 스타트업인 인디고 애그리컬처는 농부들이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톤당 15달러에 매입해 탄소배출권이 필요한 기업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EU도 2021년 6월 전체 농업직불금의 25% 정도를 탄소농업에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옥용식 고려대 교수는 “무경운 농법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경지 규모가 작고 시스템화되지 않아 대규모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하며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한정되고 외국과 토양도 다르기 때문에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2021.12.15.) 논물 얕게 걸러 대기 메탄가스는 늪가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산업화 이전에 메탄 가스가 가장 많은 곳은 물이 오래 고여 있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논농사를 위해 물을 오래 저장해두면 그곳에서도 상당한 양의 메탄가스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농업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논농사를 할 때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벼 이앙을 하고 한달 동안 논물을 깊이 댑니다. 한달 정도가 지나면 그 이후부터는 논물을 2∼5㎝ 정도로 얕게 댑니다. 그리고 그 물이 자연적으로 마를 때 쯤 되면 다시 물을 얕게 댑니다. 이삭이 익을 때까지 이 방법을 반복하는 것을 ‘논물 얕게 걸러대기’라고 하는데, 늘 논물을 저장해두는 것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63%, 용수사용량은 28.8%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벼 이앙 후 한달 동안 논물을 깊이 대고 1∼3주 정도 물을 빼서 논바닥에 실금이 보이면 다시 물을 대는 ‘중간물떼기’라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5.2%, 용수 사용량을 16.8%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농민신문.2022.03.09.) 저메탄 사료와 저탄소 사육, 가축 분뇨 처리 소 네 마리의 방귀와 트림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는 자동차 한 대가 뿜는 메탄가스와 동일한 양이라고 합니다. (서울신문.2023.02.15.) 이에 사료에 들어있는 탄소 자체를 줄여서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저메탄 사료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신상훈 그린랩스 대표는 “저메탄사료는 꾸준히 먹일 경우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를 최대 8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라 말하며,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한육우와 젖소 사료의 30% 이상을 저메탄사료로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고 했습니다(전자신문.2022.06.01.). 저메탄 사료는 물론, 식용 소를 빨리 크게 키워서 이른 나이에 도축하는 방법도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학교 전북대 교수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미국의 도축 월령은 20개월 안팎인 반면 한국은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30개월 키운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것이 메탄 배출량을 늘게 하는 한 원인”이라고 말하며 “기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입맛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2023.01.26.) 전북 정읍시 다움목장에서는 사료용 풀을 기르기 위해 땅을 갈아엎지 않고 소들을 계속해서 다른 곳으로 돌아다니며 풀을 뜯게 함으로써 토양 속에 있는 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보내지 않고,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소들의 살을 찌우는 방식을 거부하며 소를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한겨레.2023.02.02.) 이 외에도 가축 배설물을 에너지 자원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축산분야 저탄소 인증제를 마련해 소비를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국장은 “무조건적 규제가 아닌 농가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민간 주도 정책을 이끌기 위해선 생산자와 정부의 소통이 강화돼야 할 텐데 소통과 협의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농민신문.2022.08.29.) 좀 덜 먹자! 한편, 식품의 수입/수출, 운반 과정에서 생기는 이동수단의 배기가스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물론 운반할 때 생기는 온실가스는 농작물 재배와 목축을 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비하면 적은 양이긴 하지만(6~10%) 이것도 줄여야 하지 않냐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수입을 덜 하면 비록 적은 양이더라도 온실가스도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의 식사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식품의 소비를 줄이고 버려지는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면 환경보호는 물론 건강에도 좋겠지요! (Our World in Data <Food: Greenhouse gas emissions across the supply chain>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기 쉽게 소수점 둘째자리에서 반올림하였습니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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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 이란 무엇인가?
탄소중립(炭素中立, carbon neutrality)이란 개인, 회사, 단체 등에서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시사상식사전) 도대체 탄소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난리인 걸까요? 탄소(carbon, 炭素)는 오랜 세월 인류가 숯의 형태로 이용해 왔습니다. 탄소를 뜻하는 영어단어 carbon은 숯을 뜻하는 라틴어 carbo에서 유래했고, 한자식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습니다. 탄소로 이루어진 가장 대표적인 물질은 다이아몬드와 흑연이고, 숯, 유연, 석탄, 코르크 등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탄소는 세상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 풍부한 것도 아닙니다. 또, 탄소는 상온에서 산화되지도 않고 산이나 알칼리와 반응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탄소는 수많은 화합물을 만들어냅니다. 탄소가 다른 원소와 결합해 수많은 물질이 되고, 이 화합물은 생명체 안의 여러 물질 중 18%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탄소 화합물에 대한 연구는 유기화학(有機化學, organic chemistry)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취급합니다. (한국브리태니커백과사전 22권, p.293)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물론이고 우리 지구 전체는 생명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탄소를 내뱉습니다. 이를 탄소순환(炭素循環, carbon cycle)이라고 합니다. 일단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자기 몸에 흡수합니다. 식물 안에 들어온 이산화탄소와 물은 탄수화물로 바뀌고, 물질대사를 수행한 후 남은 것은 지방이나 다당류로 저장됩니다. 그리고 동물이 이것을 먹어 사람 안으로 들어오고, 사람과 동물은 호흡과 배설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합니다. 이를 탄소순환이라고 합니다. 또, 고대의 유기체들이 가지고 있던 탄소는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연료가 되거나, 석회석, 산호 등으로 지각에 쌓이게 됩니다.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고 문명을 건설할 때부터 우리는 그 전보다 탄소 배출을 더 많이 하게 되었고, 화석연료 이후에는 그 양이 끝도 모르고 늘어났습니다. 인간과 동물이 내뱉은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빠르게 바다로 들어가서 탄산염으로 고정되지만, 산소가 부족하거나 탄소가 산소보다 지나치게 많으면 탄소는 화합을 하지 못하고 메탄가스로 방출이 됩니다. (한국브리태니커백과사전 22권, p.294) 메탄(methan, 영어 methane)은 탄소 하나에 수소 네 개가 붙어있는 화합물입니다(CH4). 다른 연료에 비해 싸고 취급하기 쉽고 아무 냄새가 안 나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연료로 사용합니다. 우리가 메탄 가스 냄새로 알고 있는 것은 사실 메탄 가스 자체의 냄새가 아니라 메탄 가스에 첨가한 화합물의 냄새입니다. 혹시라도 누출되면 금방 알아 채라고 말이죠. 메탄이 연소되어 산소와 만나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뀌게 됩니다. 온실가스란? 온실가스, 온실기체(溫室氣體, greenhouse gases, GHGs)는 지구의 지표면에서 우주로 나가는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해서 지구의 열을 올리는 기체입니다. 사실 지구에 생명체가 번성하게 된 것은 온실기체 덕분입니다. 온실기체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보다 추운 환경에서 살았을 것이고, 어쩌면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사용 이후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로 지구온난화입니다.  온실가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증기(물)이고, 다양한 기체가 복잡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기체가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수치로 이야기하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와 관찰에 의해, 적어도 이런 성분들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등 7개 물질입니다. (국가지표체계 - 온실가스배출량) 이 중에서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에는 탄소가 들어있네요.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이 온실가스의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 가스는 삼림이나 바다를 통해 흡수되거나 다양한 과학 기술을 통해 포집, 저장, 활용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영(0, zero)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환경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 더 나쁘게 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약 1990년대에 들어서 오존층의 파괴 이야기가 세계적인 문제로 거론되었습니다. 이에 1997년 12월 11일, 일본 교토시에서 개최된 지구 온난화 방지 교토 회의(COP3)에서는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 연합 규약의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 to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라는 이름의 협약을 채택합니다. 이 긴 이름을 우리는 줄여서 교토의정서라고 부릅니다.  교토의정서 3조에서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선진국 전체의 온실가스 여섯 종의 합계배출량을 1990년에 비해 적어도 5%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여기에 83개국이 서명을 하고 2005년부터 발효하기로 했습니다만 (교토의정서), 미국은 2001년에 탈퇴해버렸고, 중국과 인도는 당시에 선진국이 아니라고 해서 실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물론 많은 국가들이 교토의정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을 위해 노력했지만, 또 많은 국가들은 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미국과 중국이 지키지도 않는데 우리가 왜 이걸 지켜야 하냐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캐나다입니다. 캐나다는 이런 이유로 불만을 표시하며 2011년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합니다. 이에 2015년 UN 기후 변화 회의에서는 195개국 만장일치로 새로운 기후 협정을 체결합니다. 이것이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입니다. 이 협정에서는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얼마나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는 스스로 정하게 하고, 개도국이 이행을 할 수 있도록 선진국은 재원과 기술을 지원해줄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작은 섬나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별도의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교토의정서와 다릅니다. (기후정보포털) 물론 중간에 미국이 파리 협정을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다소 시끄러운 일이 있었습니다만,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이 협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보다 40%까지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 파리협정 함께보기) 함께보기 환경부 - 파리협정 함께보기 환경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파리협정에 대한 요약 자료집입니다. 파리협정의 내용과 실천에 대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파리협정에 따라 제출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입니다. 한국이 세계에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50탄소중립포털 통계자료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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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우_전장연 시위를 보는 시선들_혐오란 무엇인가
혐오(嫌惡, hate)란? 1) 싫어하고 미워함 2) 더러운 것, 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것, 전염성이 있는 것, 거슬리는 것,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등에 대해 불쾌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주 강한 감정. 3) UN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0조 2항: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 4) UN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4조 2: 인종적 우월성이나 증오, 인종차별의 고무에 근거한 모든 관념의 보급 그리고 피부색이나 또는 종족의 기원이 상이한 인종이나 또는 인간의 집단에 대한 폭력행위나 폭력행위에 대한 고무, 인종차별을 조장·고무하는 조직과 조직적 및 기타 모든 선전 5) UN 혐오표현 대응 행동전략 계획3: 종교, 민족, 국적, 인종, 피부색, 혈통, 성별, 기타 다른 정체성 요인에 기하여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이루어지는 경멸적이거나 차별적 언어 혹은 공격으로 말, 글,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표현 6) 유럽인종차별위원회 일반정책권고 제15호 5: 인종, 피부색, 언어, 종교나 신념, 국적이나 출신국가·민족, 혈통, 나이, 장애, 성, 성별,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등을 포함한 개인의 특성이나 지위에 기하여 이루어지는 비하(denigration)나 이를 옹호·증진·선동하거나, 적대·비방, 괴롭힘, 모욕, 부정적 고정관념, 낙인찍기나 위협 및 이러한 모든 표현을 정당화하는 표현 7)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보고서: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 (이상, 3)부터 7)까지는 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리포트」,  2019, p.10~p.11)   이를 요약하면: 혐오란 “다수자와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들의 특성, 지위에 토대를 두고 이루어지는 비하적인 관념을 옹호, 증진, 확산하거나, 이들을 비방, 비하, 모욕, 멸시, 낙인찍기, 위협, 공격하는 표현을 하고 이것을 정당화하는 생각” 혐오의 구성 요소  1) 대상: 다수와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 특정 집단  2) 관념: 그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3) 표현: 말, 글, 행동을 통한 표현  4) 효과: 표현을 통해 이루어지는 부정적인 결과   혐오를 강화시키는 요소(국가인권위원회, 「혐오표현리포트」, 2019, p.49~p.56 요약)   1) 혐오표현을 하는 사람의 지위: 사회적 지위, 집단내 지위, 청중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   2) 혐오표현의 맥락: 대상 집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의 존재, 대상 집단에 대한 법·제도 장치, 언론지형, 정치지역, 혐오표현이나 폭력의 발생 빈도, 대항표현과 대항역량의 확보   3) 혐오표현의 범위: 공개성, 조직성, 계획성, 반복성·지속성   4) 혐오표현의 매체: 매체의 공신력, 매체의 영향력, 복제와 유포의 용이성   5) 혐오표현의 의도와 효과 결론: 함께 생각해볼 지점   01 전장연 시위를 부정적, 혹은 혐오적으로 표현하는 발언에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기조가 깔려있다. 첫째는 이것이다. “과격한 시위는 공감받기 어렵고, 장애인인 이미지만 해친다” 이런 태도에는 기본적으로 시위의 형식만 보고 왜 시위를 하는지는 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물론 형식/방식도 중요할 수 있다. 그러면 왜 그들은 과격한 방식을 택하는지, 시위는 왜 과격해 지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시위도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대중의 시선, 정부의 대응, 경찰의 대처가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를 촉발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1년이다.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는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제19조(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금지) ①「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2조제5호 및 제6호에 따른 교통사업자(이하 “교통사업자”라 한다) 및 교통행정기관(이하 “교통행정기관”이라 한다)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ㆍ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0. 5. 11.> ②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있어서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 등의 동승 또는 반입 및 사용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게 장애 또는 장애인이 동행ㆍ동반한 보조견 또는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보다 불리한 요금 제도를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⑤교통행정기관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 대하여 이 법에 정한 차별행위를 행하지 아니하도록 홍보, 교육, 지원, 감독하여야 한다. ⑥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시험의 신청, 응시, 합격의 모든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⑦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운전면허시험의 모든 과정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거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⑧제4항 및 제7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 적용대상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이 법은 2017년 7월 26일부터 시행되었다. 우리는 이 법 앞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침해받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왜 이 법은 이야기하지 않을까? 만약 그 시위가 과격한 시위라면, 그것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제도적 문제와 아직도 만연한 대중의 차별적인 시선이 낳은 결과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에 깔려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문화, 불평등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전장연 시위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주 들고 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서울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4%이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는 뻑하면 고장이 나고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양보를 해주지 않는다. 환승구간을 연결하는 승강기가 없어서 환승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과 단차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애인 콜텍시는 50분을 기다려야 겨우 오고, 저상버스 보급은 오래전부터 100%를 약속했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한겨레.2022.04.29.) 이 세상에 100%가 쉽냐, 이 정도도 대단한 거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숫자만 채우면 이 문제가 끝날까? 이동수단의 질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까? 여기에는 장애인을 동료 시민이 아니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거리에선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등록장애인은 264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5.1%, 이 중에서 중증장애인은 37.2%이고, 지체장애인은 45.1%를 차지한다. 여러분은 평소에 길을 다니면서 중증장애인을 몇 명이나 마주치시나요?   02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장애인 시위에 대한 혐오에는 시혜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다양한 차별/혐오를 분류해서 이야기했지만 이 모든 차별과 혐오는 “돈 있으면 해주겠지만, (비장애인 쓸) 돈도 없는데 꼭 해줘야 하나?”라는 식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장애인은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우리와 동등한 시민이고, 시민이어야 한다. 또, 생물학적으로, 윤리적으로 우리와 동등한 생명이고 인간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는 이런 인식의 결핍에서 기인한다. 혹 스스로가 장애인에 대한 차별, 장애인 시위에 대한 혐오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혹은 장애인 시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비장애인의 경우에도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생물학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들을 동등한 시민/인간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혹시 동정적이거나 시혜적인 생각을 가진 적이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반성해야 한다.   03 혐오 표현의 수집과 분류의 필요성 우선 혐오 표현이 실제 어떤 맥락과 의도, 효과를 지니고 있는지 분명히 살피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혐오 표현의 문제성과 이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고민하는 것, 즉 혐오 표현의 문제성, 위험성에 대한 가시화와 해결 방안의 공론화를 위해서다. 모든 사회 문제가 그렇듯이, 혐오 표현도 개인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다. 그러므로 혐오 표현 방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법적 제재, 정책)와 개개인의 자율적인 규제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혐오 표현을 분류하고 이를 공론화하여 그 방안과 범위를 사회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혐오 표현의 종류 1 기분파: 불편한 기분이 든다, 내 기분에 거슬린다  1-1 역차별파: 장애인이 벼슬이냐, 역차별이다  1-2 과도파: 시위 방식이 과도하다, 그만해라, 지겹다 2 인상파: 이런 시위는 장애인에 대한 인상을 안 좋게 만든다  2-1 일부파: 모든 장애인이 그러는 게 아니다 3 경제파: 장애인 시위를 돈으로 계산하면  3-1 공정파: 비장애인도 힘든데 장애인을 왜 돕나 4 정치파: 박원순 때는 가만 있더니 오세훈이 되니까 이런다  4-1 유착파: 전장연 시위와 유착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5 법치파: 시위는 법으로 막고 처벌해야 한다 6 날조파: 거짓정보 만들기, 거짓과 사실을 뒤섞기 7 비하/욕설파: 그냥 욕하기 8 종합파: 한 번에 하나씩 하지 않는다 01 기분파: “불편한 기분이 든다, 내 기분에 거슬린다”   시위 행동과 시위에 대한 지지 표현이 거슬린다고 생각하고 시위를 하는 사람, 시위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사람, 심하게는 소수자 자체에 대해 욕설이나 비아냥을 보내는 경우. 여기에는 시위 자체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자신의 거슬림을 정당화하기 위해 시위로 인해 발생한 자신의 일상에서의 불편, 혹은 그 누구도 직접 겪지 않은 일에 대해 가정 혹은 상상하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준석 2022년 4월 13일 JTBC <썰전>에서: “지하철 막은 다음에 악플을 안 받길 기대하셨나” 이준석 2022년 12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장연 사태는 올초에 전장연의 불법시위에 무릎꿇고 언플하던 사람들이 책임지면 되는데..... 그럴 리 없죠. 후안무치하니까." 여명숙 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자신의 유튜브 계정 개수작TV에 2022년 4월 20일 업로드한 <포동포동 돼준스기는 살찔지언정>에서 : "정상적인 사회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는 건 우리가 자발적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스스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지 비장애인에게 의도를 갖고 고의로 불편을 주기 위해 벌인 행위까지 감수할 필요는 없다" (안산 선수의 전장연 기부에 대해) "안산 선수 글을 읽으면 '난 50만원을 전장연에 줬다. 피해를 본 시민들아, 그 정도는 감수해라, 난 50만원이 냈는데' 라는 뜻으로 보인다" "이건 장애인, 비장애인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안산 선수가 지하철이 늦어 경기 참여를 못해 국가대표에 떨어진다고 해도 감수할 수 있겠느냐" "지하철이 지연돼 힘들어한 시민들이 안산 선수보다 사회생활을 덜하고 바보고 배운 게 없어 화낸 것으로 보이냐" "내가 너무 기가 막혀서 곱씹고 있다. 상식적으로 누구한테 뭘 감수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그 누구도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는 세상이 맞는 것 아니냐"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뒤돌아서면 행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 집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치장한다 한들 그 진정성을 신뢰하기 힘들다. 기본적 에토스(Ethos)의 문제이다.”   01-01 역차별파: 장애인이 벼슬이냐, 역차별이다   소수자에 비해 非소수자이 더 힘들다고 주장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복지/지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의 일상(실제로는 우위성優位性)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평등을 해친다고 주장하는 경우. 혹은 시위, 시위 참여자, 혹은 소수자 자체를 사회가 건드려선 안 되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성역화聖域化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이준석, 2022년 3월 31일 MBC 라디오 인터뷰 “지금까지 우리 당의 정치원로들이나 아니면 다른 지금까지 정치 문법에 있어서 애초에 장애인 관련 문제 같은 것은 건드리지 말라는 문법” “어느 책임 있는 정치인도 나서지 않아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전장연의 불법적 시위 방식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 “그게 지금 젊은 세대들이 바라는 그리고 서울 시민들이 바라는 정치의 방법” “(4.3, 여순사건, 5.18 피해자 들)이런 분들이 최대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본인들 의사를 들리게 했다는 얘기를 저는 들어보지 않았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시위로 인해서 정시출근을 못하고 지각하면 이유를 떠나서 한성깔하는 상사들에게 갈굼당하는건 약과고, 기본적으로 출퇴근 관련 근태점수가 서서히 깎여나간다. 김민수 장애인 연대 대표, 2022년 12월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비장애인이 사는 환경도 100% 만족스럽지 않다.”   01-02 과도파: 시위 방식이 과도하다. 그만 해라, 지겹다. 소수자들의 요구사항이나 힘든 점에 대해 이해한다,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시위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시위의 기간이 너무 길어서 지겹다고 말하는 경우. 김민수 장애인 연대 대표, 2022년 12월 24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발목을 잡는 시위는 정당하지 않다. 이런 선례가 생긴다면 다른 단체도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울산에서 일하고 있는 둘째 딸이 전장연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지하철을 타지 말라고 했다. 비장애인인 딸이 장애인 아빠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면 그동안 전장연 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겠나.” 구기정 삼각지역장, 2023년 1월 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6급 지체장애인이에요. 똑같이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서 전장연분들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합니다. 하지만 휠체어로 사람을 들이받고, 보안관 머리채를 잡고… 이건 정말 지나친 것 같아요.” 김민수 장애인 연대 대표, 2023년 1월 12일 조선biz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전장연의 시위를 보고 ‘이건 아닌데, 우리가 그간 장애인 인식 개선하려고 노력했는데’라고 생각했다. 비장애인들이 불편을 겪지만 시위자들이 장애인이기에 항의를 못한다고 생각했다.” “이동권 보장이라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 그러나 100% 완벽한 사회는 없다. (중략) 비장애인도 100% 교통 편의가 완벽하지는 않다. 다수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정당할 수는 없다.” “전장연이 지하철을 막아서 장애인 권리 예산이 보장된다면 앞으로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집단이 예산을 요구할 때 지하철을 막지 않을까. 나쁜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    02 인상파: 이런 시위는 장애인에 대한 인상을 안 좋게 만든다   소수자들이 非소수자들, 혹은 사회의 상식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과격하거나 불편한 방식의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   소수자 당사자들 중에서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 있어서, 소수자 운동을 할 때 깨끗하고 깔끔하며 조용하고 온건한 방식의 운동을 해야만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2022년 3월 9일 성명서 “우리 협회는 전장연이 지난 20년 넘는 세월동안 과격한 시위를 이어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장연이 취해 온 강경투쟁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불편을 주었고, 장애인식개선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선량한 시민사회에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박마루 복지TV 사장(장애인 분야 서울시 명예시장), 2023년 1월 9일 장애인관련단체장 서울시장 신년 간담회: “(전장연 집회에 대해) 56>#/span###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장애계가 전장연 시위로 인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야한다”   02-01 일부파: 모든 장애인이 그러는 게 아니다 소수자들이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경우, 혹은 소수자가 어떤 잘못을 했을 경우 이들에 대해 선을 긋고 모든 소수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 오세훈, 2023년 1월 9일 장애인관련단체장 신년 간담회: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장연이)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나겠다”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장애인의 편의와 권익증진에 노력하겠다” 황재연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장, 2023년 1월 9일 장애인관련단체장 서울시장 신년 간담회 “전장연이 장애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으니 장애계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치국 서울시교통장애인협회장, 2023년 1월 9일 장애인관련단체장 서울시장 신년 간담회 “장애인들이 전장연의 집회에 강압적으로 불려 나오는 경우도 있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전장연과 전장연 편을 드는 정치인, 언론들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장애인 혐오로 모는 논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지만, 여기에 대한 논파는 간단하다. 전장연은 대한민국의 장애인 전체를 대변하는 합법적 대표로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다. 한마디로, 전장연=장애인 전체라고 할 수 없고, 전장연에 대한 근거 있는 비판이나 정당한 의법조치는 장애인 혐오가 아니다. 전장연은 장애인 중에서도 일부 소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일개 이익집단일 뿐이다.” 03 경제파: 장애인 시위를 돈으로 계산하면…….   소수자와 非소수자의 문제를 금액, 시간, 인력 등의 수치로 환산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복지나 지원, 더 나아가서는 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일에 큰 비용이 들어간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오세훈, 2023년 1월 1일 MBN 인터뷰에서: “1년간 (열차 지연으로) 손해를 본 것이 6억 원 정도”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2023년 1월 19일 발표: "열차운행 방해 시위로 열차 탑승 승객이 입은 피해는 약 4400억원이며, 기존에 열차를 이용하던 시민들이 열차를 이용하지 못해 입은 피해는 약 50억원으로 산출됐다" 강영연 기자, 2023년 1월 20일 <한경사회> 기사 제목: “전장연 시위로 2년간 피해액만 4450억원”   03-01 공정파: 비장애인도 힘든데 장애인을 왜 돕냐.   소수자들을 지원하거나 그들의 힘든 점을 해소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非소수자들의 삶이 더 힘들다, 소수자들의 요구는 사회의 가치에 반한다) 그들을 돕는 것, 혹은 소수자들의 요구사항이 공정/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경우. 이준석 2022년 4월 13일 JTBC 썰전: “대한민국에는 장애인 이동권 못지않게 중요한 우선순위 사업들도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04 정치파: 박원순 때는 가만 있더니 오세훈이 되니까 이런다   소수자들의 시위나 요구가 정치색에 따라 바뀐다고 요구하는 경우. 혹은 소수자와 정치/정치인/정당이 연결되는 것 자체를 비난하는 경우. 이 경우는, 정치, 정치인, 정당, 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와 정치, 권력에 대해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는 경우로 나뉜다.  이준석, 2022년 3월 31일 MBC 라디오 인터뷰 “오세훈 시장이 들어온 뒤에 서울시장을 볼모잡는 형태로 진행되고, 대선 과정에서 시민들 불만이 높아지니까 심상정 후보가 찾아왔다는 이런 이유로 시위를 중단한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전장연은 21년간 쌓아 온 장애인으로서의 억하심정과 그간 5명의 대통령들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모두 현 정권에게 풀어내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문재인 정부 때 장애인 예산을 1576억 원 깎아도 조용하던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자신들이 요구하는 이동권 예산을 정확하게 집어서 2배 늘어난 1155억 원이나 증액했는데도 극단적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시위 목적이 이동권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정부에 대해 아예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진보언론들은 자칭 팩트체크를 통해 이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교묘한 거짓말이다.”   04-01 유착파: 전장연 시위와 유착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소수자들의 시위나 요구나 단순한 것이 아니라거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직간접적으로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는 거대 권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경우.   이 경우는 이익, 이권이라는 단어에 유독 집착하며, 사실과 거짓을 뒤섞거나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등 음모론에 기반하여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2022년 4월부터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여기에 합세해서 이준석의 표현이 혐오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보겠다느니 하고 입장을 내거나 시위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전장연과 인권위는 간접적인 유착관계 즉 이해관계가 있는 세력이어서 이들의 개입 시도는 도덕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전장연과 그들 편을 드는 편향된 언론들에게는 혐오표현을 쓰지 않으면 잘 훈련된 혐오자고, 혐오 표현을 쓰는 사람은 그냥 혐오자가 된다. 한마디로 이들의 세계관에서는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헤이트스피치가 아닌, 자신들에게 감히 말대꾸하고 반대를 표명하는 행위,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갖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신들의 카르텔과 이익관계를 훼방놓는 것이 곧 혐오라는 것이다.” “김예지 의원 비서관의 남편이 인터넷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전장연 소속일 뿐 아니라, 한때 전장연측의 입장을 대표하러 토의 자리에 나오는 중요한 직위의 사람이었다는 것이 된다. 게다가 김예지 의원의 비서관 이가연은 사실 전장연 기관지인 비마이너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05 법치파: 시위는 법으로 막고 처벌해야 한다   소수자들의 시위 중 법에 저촉되는 부분을 유달리 강조하거나 확대해 이야기하면서, 불법, 처벌, 소송 등의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이 경우, 소수자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나아가서는 기존의 형사사법기관이 소수자들을 지나치게 미온적/온정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권성동, 2022년 9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는 엄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시위를 예방하고 엄단해주시기 바라고, 국회는 장애인 복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반복된 불법행위를 주도한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전장연을 비판하면 일부 야권 인사들은 혐오와 차별이라고 낙인찍는데, 다른 의견을 도덕적 파탄으로 몰아세우며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선동”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자신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는 전형적인 갈등산업 종사자의 모습”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2020년 1월 22일부터 진행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운행방해 불법 시위이다.” “해당 시위는 형법상으로 철도안전법,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이 시위에 대해서 제재를 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일어나는 이 불법시위를 보자마자 제대로 제지하기는커녕, 이들을 따라가서 방관하고 있기만 했다. 제대로 제지한 적이 있다고 해도 그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중략) 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장애인에 대한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서 전장연에게 크게 트집잡힐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제지가 안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제지해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들의 눈치를 보아서 제대로 제지하지 않는 것은 한낱 핑곗거리에 불과하며, 경찰로서의 자질이 형편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中) 오세훈, 2022년 12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오전 서울경찰청장과 논의를 마쳤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 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 “시위 현장에서의 단호한 대처 외에도 민·형사상 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법적인 조치를 다하겠다”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06 날조파: 거짓정보 만들기, 거짓과 사실을 뒤섞기   소수자들의 요구, 혹은 소수자 자체에 대해 날조, 왜곡을 하거나 그들의 주장을 곡해하는 경우. 특히 언론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 들었다면서 그 말을 인용하는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기존에도 경찰은 유치장에 수용하기 귀찮고 힘들다는 이유를 대며 이들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적당히 풀어주곤 했다.” “이들의 시위는 결국 장애인 이동권이 아닌 탈시설 비리에 얽힌 이권, 그리고 거기에 반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테러행위를 동원한 항의가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이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극좌 성향 때문에 보수 정당 후보에 반대한 것은 덤이다.” 조선일보 최훈민 기자: 왜 범행 현장에서 연행하지 못하느냐 물었다. A씨는 ‘연행하는 과정에서 난동을 부린 뒤 조금이라도 다치면 인권 침해라며 난리를 피울 거라 ‘그냥 다치지 않을 정도로 맞으며 버티자’는 게 우리의 유일한 시위 대응 방법”이라고 했다.   07 비하/욕설파: 그냥 욕하기.   소수자의 특성을 들어서, 혹은 소수자 집단의 존재 자체에 대하여 욕설과 비난, 비하를 하는 경우. 그냥 죽으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으며, 나치 독일, 생체실험(마루타) 같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08 종합파: 한 번에 하나씩 하지 않는다   위의 각 사항을 동시에 세 가지 이상 하는 경우.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찬성 측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정권에서 교통약자 관련 정책을 등한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장애인들의 현실 상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지만, 반대측에서는 이를 위해 그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명백히 금전적 손해를 포함한 여러 피해를 끼치고 있고, 개인 및 지자체 등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적,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인하고 있는 피해의 규모와 등가성이 맞지 않고, 또한 그들은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는 점, 철도역에서 벌이는 노숙, 음주 술판 등 집회의 명분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질서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고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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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의 성소수자 존재 파악 통계 권고에 대한 정부의 불수용에 대하여
2022년 3월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무총리, 보건복지부장관, 행정안정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통계청장에게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정부의 정책 대상으로 가시화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고했습니다. 1. 국무총리에게: 중앙행정기관 등이 수행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및 실태조사에서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마련할 것 2.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장관, 통계청장에게: 각 기관이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 관련 조사항목을 신설할 것 3. 통계청장에게: 통계청이 관리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조속히 개정하여 성전환증을 정신장애 분류에서 삭제할 것 정부의 판단 이에 대해 국무총리, 보건복지부장관, 행정안정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통계청장은 이렇게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1. 부처 실태조사의 모집단이 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성별 정체성을 별도로 조사하지 않고 있으므로 표본이 적어 성별 정체성 등을 조사하는 것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2.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조사항목에 대한 응답 거부가 증가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 현장조사 가능성, 조사 불응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3. ICD(국제질병분류) 제11판의 반영 시 검토하겠지만, 2026년부터 적용되는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제9차 개정의 고시(2025. 7.)에는 반영이 어렵다. 결국 인권위는 2022년 12월 28일 상임위원회에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부 각부처에서 인권위의 권고를 불수용하였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인권위의 입장 인권위는 트랜스젠더의 인구학적 규모와 요구를 파악하여 국가정책 수립에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트랜스젠더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를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에 반영하여 트랜스젠더를 사회적 낙인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가승인통계조사 등에 성별 정체성 등과 관련한 조사항목을 추가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 및 조사의 실효성 측면에서 상당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여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는 데는 동의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적 소수자의 실태와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권고 불수용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인권위는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거나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밝히면서, 국가의 각종 정책에서 사회적 소수 집단이 배제되는 등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해당 집단의 규모와 요구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국가승인통계란? 국가승인통계란, 통계작성기관(행정부 각 부처)에서 통계법 제17조에 따라 통계청에 신청해 각종 정책의 수립과 평가 또는 다른 통계의 작성 등에 활용되는 통계를 말하는데, 법에서는 지정통계라고 이야기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권위는 국가의 여러 통계에 성별 정체성 등 성소수자 실태 파악에 도움이 되는 항목을 추가하라고 한 것인데, 이에 대해 통계청에서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이런 항목이 없으니 실태조사를 해봐야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우선 대답을 하고, 현재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조사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의 응답 거부가 증가하고 있으니, 사회적 합의, 현장조사 가능성, 조사 불응 등을 고려하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답을 한 것입니다.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2021년 1월 29일, 칼럼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이와 관련해 사회적 낙인처럼 정신장애로 분류하는 통계는 사실상 장기간 내버려두겠다는 모순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라고 말하며 정부 부처들의 권고 불수용을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외된 집단이 국가 통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국가의 보호’라는 우산 아래로 들어가는 첫 단계다. 국가가 공식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소수자는 우리나라 국가 통계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이기에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들에게 낙인이 되는 통계는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숫자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국가가 만드는 통계는 존재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 (한겨레.2023.01.29.) 트랜스젠더를 의미하는 성전환증은 여전히 통계청의 표준질병분류(KCD)에 정신장애 중 하나로 들어있습니다.  즉, 통계청은 성소수자의 의료 서비스나 가정의 유지, 복지 등에 필요한 성소수자 통계는 거부하면서 성소수자를 질병으로 다루는 통계는 유지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사생활 침해 우려 하지만 성소수자와 관련된 통계 항목을 신설하는 것이 성소수자의 입장에서 오롯이 반갑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매우 가시적으로 거부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성소수자에 대해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와중에,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밝혔을 때 생길 수 있는 나쁜 반응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는 한국기독군인연합회 회장이기도 했던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군대 내에서 동성애를 색출해 처벌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이에 군사법원이 실제로 모 대위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사례가 있었죠. (경향신문.2017.05.24.) 이에 대해 외신에서는 한국 군대를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만, 한국의 보수 개신교계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을 동성애 조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CNN: 한국 군대의 '소도미 법'은 사라져야 한다 South Korea’s military ‘sodomy law’ should go. (CNN.2017.05.01.) 4월에 밝혀진 한국군의 동성애 남성 복무자에 대한 탄압은 동성애자 군인들과 잠재적인 징집자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An alleged crackdown by the South Korean army on gay male service members, which came to light in April, is striking fear into gay soldiers and potential conscripts. 크리스천투데이: 자식이 군대서 동성 추행·폭행 당할까 노심초사 (크리스천투데이.2017.04.16.) 군인권센터와 성소수자단체는 억지 버리고 군대 동성애 비호·조장치 말라! 아직도 간간히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고, 재작년에는 변희수 하사 사건도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의료 현장에서, 군대에서, 행정과 형사사법의 현장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무시가 만연해 있는 지금, 국가가 성소수자에 관한 통계를 만든다고 하면 우려스러운 마음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조사를 했을 때, 성소수자들이 솔직하게 응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구요. 하지만, 내가 더 편하기 위해, 내 기분이 더 편하기 위해 내가 보기에 불편한 존재들을 치우고 안 보려고 하는 사회가 과연 옳은 사회일까요?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런 사회에서 모든 불편한 존재를 치우고 나면, 그 다음으로 청소될 대상은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함부로 밝히지 않는 것은 본인이 원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회 각영역에서 아직도 여성의 참여가 부족한 것은 여성들이 참여를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길에 장애인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장애인들이 나가는 걸 싫어해서가 아니라 밖에 나갈 수 없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사상가로 이지(李贄, 1527~1602)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호가 탁오(卓吾)이기 때문에 보통은 이탁오라고 부릅니다. 임진왜란이 1592년에 일어나서 7년 동안 벌어졌으니까 대충 어느 정도 시대에 살았는지 가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54세까지 각 지방의 하급관리를 전전하며 살았는데 평생 중앙에서 탄핵을 받았습니다. 기인이었거든요. 이탁오가 관직에서 은퇴한 후, 여성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관청에 구속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명나라 부자들의 고급 취미 중 하나가 학자나 문인, 화가 등의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탁오 역시 부자 스폰들이 보석금을 내준 덕분에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이탁오가 감옥에서 나온 후, 스폰 중 한명이 이탁오에게 말했습니다. “여자들은 가르쳐봤자 선천적으로 소견이 좁아서 한계가 있어요. 거, 다 아시는 양반이 왜 그런 일을 하셨습니까?” 이탁오는 이에 대해 <여인은 도를 배우기에 소견이 짧다는 말에 대한 대답(答以女人學道爲見短書)>이라는 글을 지어 이렇게 대답합니다. “여자가 소견이 짧다구요? 그 이유를 알려드리죠. 여자를 천년 동안 안방에 가둬 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소견이 짧은 사람이란, 그저 길거리에 떠도는 이야기와 시정잡배들의 말을 듣고 마음에 새기지만, 넓은 견식을 지닌 자는 대인(大人)을 진정으로 깊이 두려워할 줄 알고, 감히 성스러운 말을 모욕하지 않으며, 세속에 떠도는 누굴 미워하고 누굴 좋아한다는 말에 현혹되지도 않습니다. (중략) 공께서 넓은 견식을 지닐 수 있길 바랍니다. 만약 나는 시정잡배들과 토론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신다면, 저는 그 이후에 대해선 알 수 없습니다.  短見者祗聽得街談巷議市井小兒之語、而遠見則能深畏乎大人、不敢侮于聖言、更不惑於流俗憎愛之口也。 (中略) 願公師其遠見可也。若曰待吾與市井小兒輩商之、則吾不能知矣。 그리고 이탁오는 모든 스폰이 끊깁니다. 아끼던 여성 제자는 여자가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세상의 비난을 받고 스승이 구속되자 자살을 합니다. 이탁오의 부인은 이미 이전에 병으로 죽었고요. 가족도 없고, 제자들은 죽거나 흩어지고, 경제난까지 겹치자 이탁오는 정신질환을 앓다가 3년 후 스스로 면도칼로 목을 찌르고 자살을 합니다. 향년 76세. 저는 많은 분들이 넓은 견식을 지닐 수 있길 바랍니다. 성소수자 가시화 정부가 통계를 통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은 국가가 성소수자에게 ‘국가는 안전하다’, ‘국가는 성소수자들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는 신호를 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존엄과 가치, 행복과 인권, 평등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 사회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들이 안전과 행복을 느끼는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 무산되어 한국 사회가 모두의 안전과 평등을 이룩할 수 있는 기회가 늦춰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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