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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서비스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가사서비스 분야 외국인력 도입의 진실과 거짓 최영미(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1. 경과 지난 해 9월 28일, 오세훈 시장은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은 월 38-76만원 수준이므로 저출생문제 해결을 위해 저임금 외국인력을 도입하자고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다고 공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시대전환 조정훈의원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 배제를 골자로 한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노동, 이주, 여성단체 등 각계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몇몇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높자 드디어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른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도입을 주문했다. 그동안 미적거리던 노동부는 직후인 5월 25일 이에 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며 7월 31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하여 시범사업안을 발표했다.   2. 시범사업의 내용 정부는 도입인력에 대해 E9비자를 적용하기로 했다. E9은 이전의 ‘산업연수생 제도’가 각종 비리와 인권 침해의 문제를 야기하자 ‘고용허가제’로 전환함에 따라 만들어진 비자이다. 이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하게 하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의 운영원칙은 ‘보충성의 원리(내국인 우선 구인노력 의무 부과, 매년 적정 수준의 도입규모 결정 등)’를 기반으로 정부가 인력을 보내는 송출국과 협약(MOU)을 체결하고 산업인력공단이 프로세스를 관할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외국인력과 ‘근로계약’을 맺는 형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최저임금을 비롯하여 노동법이 적용된다. 외국인 노동자는 입국 뒤 산업인력공단이나 지정 교육기관에서 외국인 취업교육을 받아야 하고 귀국시 필요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보험이나 신탁에 가입해야 한다. 사용자는 퇴직금 지급을 위해 출국만기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기숙사를 제공해야 하며(기숙사 비용부담은 의무가 아님) 보증보험, 상해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정부는 서울시 전역을 대상지역으로 하여 올해 하반기에 필리핀에서 100명을 도입해 최소 6개월 이상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인력을 채용할 기업 요건은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제공기관으로 한정하며, 관련 경력`지식, 연령, 언어능력, 범죄이력 등을 검증하고 취업 전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외국인력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자들은 직장을 다니며 육아부담을 지고 있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이고 입주형 근로가 아닌 통근형 근로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것이 요지이다.   3. 시범사업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    1) 무엇을 위한 정책인가 지난해 9월 오세훈시장의 주장에서는 ‘저출산’을 정책의 목표로 제시했다. 그런데 2021년 현재 세계 238개국 중에서 홍콩은 저출산 1위, 싱가포르는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드러나자 어느 사이엔가 저출산보다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촉진’이 목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홍콩, 싱가포르가 외국인력을 도입한 것은 1970년대 산업화과정에서 내국인력을 노동시장에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고 당시 홍콩의 인구는 약 400만, 싱가포르는 약 200만의 극소인구 국가로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연구자들은 2000년대 들어서 이들 국가에서 외국인력 도입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1년 가까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 논의의 국가적 정책 목표는 무엇이란 말인가.    2)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제 ‘저임금 값싼 노동력’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주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하면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쳐도 주휴 및 각종 수당 지급, 사회보험료 사용자 부담분에 기업의 이윤을 합치면 이용자가 지불해야 하는 서비스 비용은 월250만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과연 이 비용을 내고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가구는 어떤 가구일까. 정부가 발표한 20-40대 맞벌이, 한부모가정 중 얼마나 가능할까. 외국인력도 마찬가지이다. 값비싼 서울에서 숙소 비용에 식대, 교통비, 귀국 비용 등을 합치면 실질임금은 줄어들 것이다. 이를 감안하여 서울시는 숙소비, 교통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1.5억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일하는 내국인 가사노동자들도 본인이 값비싼 주거비용, 교통비를 부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자. 현재 이용자 일부 자부담으로 중앙정부는 ‘아이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있고, 지방정부는 한부모, 임산부를 시작으로 맞벌이에 이르기까지 ‘가사돌봄서비스’를 도입하는 중이다. 이러한 공공정책을 통해 국민의 돌봄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이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3) 정말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가 정부는 공청회에서 외국인력 도입 필요성으로 내국인력이 지속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먼저 수도권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그렇지 않아 지역 격차가 있다. 다음으로 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지 원인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현장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수요(구인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 일자리의 불안정, 낮은 사회적 대우로 인하여 공급(구직자)쪽에서 진입을 꺼려하거나 진입했다 해도 이동이 심하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가사서비스 분야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적용이 제외된 이후 70년 이상 개인간 거래에 머물며, 퇴직금과 사회보험은커녕 직업훈련조차 마련되지 않은 분야이다. 개인 가정에서 일을 하다보니 업무범위도 불분명하고 이용자의 무리한 요구에 대응하기 어렵고 사건사고에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1년을 일하나 10년을 일하나 경력으로 인정을 못받으니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사람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 실시되어 조금씩 노동시장을 바꿔가는 중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고령화를 예로 드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이 분야는 지금까지 50대 이상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로 작동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은 한국은 오히려 이 분야의 노동환경을 개선함으로써 건강한 고령자들에게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    이상에서 외국인력 도입사업의 개요와 문제점을 간략히 정리했지만 이밖에도 무수한 문제가 제기된다. 제조업과 달리 가정 안에서, 가정생활과 가구원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언어소통은 잘 될 것인가,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일할 수 있는가, 가정이라는 고립된 환경에서 노동자들의 인권은 잘 보장될 수 있는가, 이것이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하고 대우가 낮은 가사서비스 시장을 하위 노동시장으로 고착시키는 것은 아닐까, 결혼이민여성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등국민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얘기를 할 시간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남녀 공히 육아휴직의 원활한 사용, 주거와 교육격차의 해소, 돌봄시설과 서비스의 확대처럼 그동안 합의되어 온 정책을 조속히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각계각층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준비 없이 돌출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국가이건 실태조사와 최소 3-4년 이상의 준비기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실태조사, 수요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시범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에 생산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력 도입에서 핵심 원칙은 보충성과 평등의 원칙이라고 믿는다. 보충성은 내국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함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고, 평등은 그렇게 도입된 외국인력에게는 내국인 노동자와 똑같은 보호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내리꽂기식 시범사업이 아니다. 당장 이해관계자를 모아 초고령화시대, 인구절벽의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력 도입의 필요성과 조건에 관해 진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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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5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서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한일 양국의 해결되지 않은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지금까지도 역대 대통령 광복절 축사를 보면 순국선열에 대한 예우와 함께 아직 끝나지 않은 일본과의 역사적 문제 해결에 대한 촉구의 메시지가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메시지에서는 미래적인 한일관계만 강조하였을 뿐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일본도 광복절 축사 내용을 상당히 이례적으로 보았습니다. 한 예로 요미우리신문은 ‘윤 대통령 역사문제 언급 없어…일본은 협력 파트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이나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하기도 하였습니다(출처 국민일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의 지금까지의 큰 줄기가 일본과의 친화 정책을 펼친다는 건 알겠으나 광복절에 내는 메시지로는 일본에 대해 너무 과하게 언급한 것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습니다(출처 경향신문). 또한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북한의 체제를 비판하면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그들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이들에게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반국가세력에 대해서 강한 비판의 어조로 쏟아냈습니다. 마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들이 반국가세력인 것처럼 낙인을 찍는 동시에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색깔론’, ‘갈라치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발언인 동시에 주체도 불분명하여 오해를 사기 쉬운 발언으로 느껴집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16일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평가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자유민주주의 세력 대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나눠 (경축사 내용의) 대립구도를 짠 부분도 그렇고, (경축사에) 북한이 일본보다 더 많이 나오는 부분들을 봤을 때, 광복절 경축사라는 느낌보다는 6·25전쟁 기념사 같은 느낌이 더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하였습니다(출처 한겨레).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축사가 ‘광복절’의 의미를 반추하고 기념하기 보다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주장에 대해 힘을 싣는 용도로 사용된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논란이 된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관계와 반국가세력 주장은 이미 이전에도 현 정부가 강하게 주장하던 내용이었는데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나 위안부 문제 등에서 정부는 일본과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만 강조하였고, 지난 6월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도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며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부른다”고 발언하여 도마위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출처 내일신문). 계속된 논란을 일으킨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여러분은 메시지에서 어떤 걸 느끼셨나요? 자유로운 의견 남겨주세요!   참고자료: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 전문(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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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잘(?)하고 싶은 남자들
4화 <섹스 잘(?)하고 싶은 남자들> by 남함페 이한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섹스… 드디어 섹스 이야기다. 이전부터 꾸준히 이와 관련한 주제로 글을 쓰고자 벼르고 있었으나 지면의 한계상, 체면과 엄숙주의 등으로 인해 글 써볼 겨를이 없었다. 허나 성교육을 하는 직업 특성상, 또 남함페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 이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해야만 하지 않을까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사실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남성들이 또 섹스 이야기를 한다는 게 자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남성이라는 젠더 권력을 지닌 존재의 배부른 소리라는 비판의 여지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롤로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남성의 섹스 이야기는 이미 너~무 차고 넘쳐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실로 남자 중·고등학교에 강의를 가면 복도에서부터 아무런 이유도, 의미도 없이 “섹스~!”를 외치는 남자 청소년 무리를 목격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성교육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어’라는 묘한 웃음을 띤 채 거들먹거리는 이들 역시 한 트럭이다. 허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남성 청소년의 성 지식수준은 늘 또래 여성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일례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8년 연구(조영주 외 3인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지식수준’을 살펴본 결과, 여성 청소년이 평균 4.29점일 때, 남자 청소년은 3.16점이었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여성혐오적이거나 폭력적인 섹스 이야기만 떠돈다. 그 결과는 참혹해서, 한동안 인터넷에는 ‘3분 카레’(빠른 사정 또는 조루에 대한 은유)나 ‘6.9cm’(한국 남성의 성기가 6.9cm라는 조롱)라는 숫자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온갖 손가락 모양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의 횡포가 요란했다. 대체 이 엉망진창 와장창의 사태는 어떻게, 왜 만들어진 걸까? 그것을 알기 위해, 남성이 섹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과 공포를 진솔히 이야기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열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채 겉핥기 식으로 다루어지는 남성들의 섹스 이야기, 오늘 한 번 원 없이 해보자.  "너희들의 첫 섹스는 아마 실패할거야" 간혹 남자 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게 되면 정말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매번 온통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받다가 성교육이라고 하니 얼마나 신나고 즐겁겠는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이들에게 꼭 필요한 성을 최대한 즐거우면서도 기억에 남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그 일환으로 성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교육을 할 때, 들뜬 청소년을 진정시키며 던지는 말이 있다.     “여러분 중 약 90%의 첫 섹스는 실패할 겁니다.”     교실에서 섹스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잔뜩 흥분했던 청소년들은 강사가 던진 이 한마디에 갑자기 찬물이라도 맞은 듯 조용해진다. 그럼 이때, 한 마디를 더한다.     “자, 이제 여러분은 첫 섹스가 끝나고 분명 제가 떠오르게 될 거예요.”      첫 섹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 아름답고 기대했던 순간에 웬 강사의 얼굴이 떠오르게 될 거라니. 청소년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자신의 첫 경험에 초를 친 강사에게 야유를 퍼붓거나 불안해하며 자신은 10%일 것이 분명하다고 초조해하고 낄낄거리거나 괴로워한다. 그럼 이제 한결 개운한 표정으로 위 이야기를 한 까닭을 설명한다. 첫 섹스가 실패할 거라는 이야기는 질투 섞인 저주도, 오지랖 넘치는 예언도 아니다. 그것은 유경험자의 회환과 안타까움이 담긴 염려의 말이자 섹스에 대한 환상과 오해를 벗기기 위한 시도다. 실로 나뿐만 아니라 작년 남성 섹슈얼리티 탐구 인터뷰와 주변인들의 많은 공통된 이야기 중 하나가 첫 섹스의 실패였다. 어떤 이는 어떻게 섹스를 시작해야 하는지 몰라 분위기를 깨버렸고 어떤 이는 삽입(결합) 하는 방법을 몰라 쩔쩔맸다. 더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긴장하여 ‘야동’에서 본 것과 다르게 너무 빨리 사정하거나 발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부끄러워하거나 속상해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못하거나 피임 방법을 잘 몰라서, 마땅한 시간과 장소가 없었다거나 서로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몰라서 등등으로 첫 섹스의 실패를 기억했다. 수많은 남성들이 첫 섹스에 갖고 있는 환상이 무색하게도 말이다.      많은 이들의 첫 섹스에 이렇게 공통적으로 실패 경험이 묻어 있는 건, 당연히 저 이야기를 한 강사 때문이 아니며 그저 남자 청소년만의 문제도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학교를 비롯한 교육과정과 기성세대 전반이 마치 세상에 섹스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터부시하며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발생한 ‘나다움 어린이책’ 사업을 둘러싼 파열음만 봐도 그렇다. 많은 전문가들이 숙고하여 좋은 책으로 꼽았고 해외에서 우수도서로 뽑혔던 책이 한국에서는 보수 개신교 세력의 횡포로 부적절한 음란물 마냥 취급되며 회수됐다. 비단 일부 사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고등학교에서 피임 교육 한 번 하려면 담당 선생님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당장 지난주에 출강 갔던 학교에서도 콘돔 시연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며 꺼려 하여 그 과정을 오직 말로 설명해야 했다. 막상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왜 청소년에게 돌기형이나 초박형 콘돔을 팔지 않는지 물어보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성표현물(이른바 ‘야동’으로 이야기되는 음란물)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아니라서 당장 거의 대부분의 청소년이 VPN(IP우회 접속으로, 해외 성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사용법을 알고 ‘야동’을 놀이문화처럼 여기고 있으니 제대로 된 성적인 관계 맺음이 요원한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섹스는 오르가슴을 위한 프로젝트 사업이 아니다 많은 성표현물에서 여성이 성관계를 맺는 주체가 아닌 오직 남성의 성욕을 위해 대상화되고 폭력적으로 다루어진다는 문제는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되었다. 거기에 더해 성표현물로 배운 섹스의 또 한 가지 문제는 그것이 과정과 소통 없이 오르가슴만을 향한 급행열차처럼 그려진다는 데 있다.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관심 가지면서 의아했던 지점 중 하나는 많은 남성이 마치 섹스에 환장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어떤 섹스는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기혼 남성의 섹스가 그렇다. ‘의무방어전’,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라는 말은 인터넷 밈이 되었고 샤워하는 아내를 두려워하는 남성은 드라마, 영화에서 유머 코드로 흔히 쓰인다. 한창 섹스 노래를 부르던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비단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호르몬과 체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남성이 섹스와 섹스 과정에서 소통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오직 ‘야동’에서만 접하다 보니 섹스가 오직 오르가슴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젝트처럼 여겨지게 되고 그 방법도 더 세고 빠르고 오래가는 것이 전부라 생각하게 된다. 즉 섹스에서 마저도 일종의 결과지상주의(?)가 작용하여 도달해야 할 목표에 도달하지 않으면 실패하고 만다는 생각에 젖어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남성은 늘 섹스에 환장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사회에서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남성의 남성성은 쉽게 의심받으니 아예 섹스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허나 섹스는 오르가슴을 위한 프로젝트 사업이 아니고 자신의 남성성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만약 오르가슴이 섹스의 전부라면, 세고 빠르고 오래가는 게 최고의 남성성이라면, 그 어떤 남성도 싸구려 딜도에 비하지 못할 것이다.  섹스를 '잘'하고 싶다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딜도와 경쟁하지 않고 나도 즐겁고 상대도 즐거운 섹스를 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섹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나도 마땅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못 되고 모두에게 통용되는 명료한 답 따위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다만 나와 상대, 그리고 섹스를 둘러싼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는 것이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만족감과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이를테면 우리는 왜 섹스를 하는가? 단순히 성기에서 느껴지는 쾌감을 위해서라면 자위라는 가성비 좋은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섹스를 하는가? 평소 섹스의 만족도는 어떤가? 만약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불법 촬영에 대한 공포? 예상치 못한 임신에 대한 염려? 사회적 낙인이나 앞서 말한 남성성 증명에 대한 불안 때문은 아닌가? 섹스할 때 들이는 공과 시간 같은 기여도(?)는 어떠한가? 5:5로 공평하게 나눠 갖고 있는가? 기울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섹스의 시작과 끝은 무엇인가? 삽입 섹스만이 섹스의 전부인가? 등등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길고 밤은 짧다.  섹스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건, 이게 비단 음담패설이 아닌 관계에 대한,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페미니즘 운동에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로 우리 일상이 정치·사회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페미니스트로 이름을 남긴 나혜석은 “사람들이 평등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자유롭고 평등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말로 우리의 사랑이 사회의 평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깨달음을 남겼다. 그러니 이제 우리 차례다. 당신의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 그리고 우리 모두의 평등하고 안전한 일상을 위해 부디 당신의 낮과 밤에 섹스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기를 빈다.  [참고]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 작성하여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얼룩소 4화 원문 주소 : https://alook.so/posts/54t4BMn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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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이 글은 진보정치 활동가들의 대화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6일 발행된 글입니다. '반윤석열 투쟁, 관성인가 생존투쟁인가' 진보정당들의 고민 [오마이뉴스 23.08.16] 한때 진보정치가 한국정치의 희망적 미래를 대변하던 시대가 있었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 소외되거나 배제된 목소리의 대변,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정책 아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보정치는 확장을 멈췄다. 운동정치에서 반복되던 정파 갈등이 재현되고 몇 차례의 파국적 균열도 겪었다. 극심한 분열과 내부 적대가 반복되는 사이, 점차 대중에게서도 멀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력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대안적 정책은 기성정당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녹색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다. 그렇지만 총선을 일 년도 남겨 놓지 않은 지금, 진보정치가 견고한 양당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진보정치가 다시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대화와 논쟁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를 위해, 진보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의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할 네 명의 활동가가 모였다.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자 기후정의 활동가인 이상현, 청년정의당 대표 김창인,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박지하, 지역정당 네트워크 대표 이용희. 굳이 진보정치 운동의 세대를 구분하자면, 이들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주도한 1세대, 진보정당 다원적 경쟁 시대를 주도한 2세대에 이어, 3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의 대화는 각자가 속한 정당을 대표하거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시각과 주장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진보정치, 여전히 유효한가? 이들은 오늘날 진보정치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진단과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씩 엇갈린다. 이제까지 진보정치가 추구하던 방식과 방향, 내용과 형식에 종지부를 찍고 완전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여전히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진보정치의 유효성을 강조하는 의견,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합의 부재가 사회문제에 대응할 힘이 없는 소수집단에 머물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 나영     김창인(정의당) : "기성정당에 대한 싫증과 비호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 또한 기성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요. 20년 전 진보정치는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은 있어야지' 하는 말이 주는 뜨거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 만들어 보자는 말이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해요. 지금은 (이제까지의 진보정치가 유효하던) 6공화국 체제가 이미 끝났어요.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중을 설득할 수 없어요."   이용희(지역정당) : "기존 진보정당도 이제는 기성정당처럼 인식된다는 평가에 동의합니다. 대중이 진보정당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대안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결국 (진보정치도) '정치하는 것들'로 치부되면서 대의제 정치에 대한 혐오를 함께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민사회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것이 좋은 정치를 위한 발판이 되지는 못하고 있어요."박지하(진보당) :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진보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할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만일 대중이 진보정당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진보정당에 가입하지도, 선택하지도 않겠죠. 진보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한 명 당선시키려고 전 당원이 전주로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했고, 결국 택배 노동자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어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자신의 권리를 위한 법을 만들 때 같이 협력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천지 차이예요. 우리에게는 아직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도 절실해요."이상현(녹색당) : "진보정치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건 대중의 평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어요. 녹색당은 출발이 다르지만, 다른 진보정당은 대부분 민주노동당이 뿌리잖아요? 그런데 기존 진보정당은 계속 쪼개지고 분열되어 온 것이 현실이에요. 노동운동도 많이 분화되어 있고 시민사회도 의제별로 흩어져 있다 보니, 진보정당 역시 분화되거나 새로운 정당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한 정당 내에서도 거버넌스 기구 참여 문제나 사회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더욱 (문제를 해결할) 힘이 모이지 않아요."  제3지대의 정체   ▲ 박지하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 나영    진보정치는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분열과 분화를 거듭해 왔다. 진보정치가 새로운 주체와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아직 성공적인 재구성을 이루었다는 평가는 없고, 재구성의 방향에 대한 합의도 없다. 게다가 다양한 정치 그룹 간 공개적 논쟁도 활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진보 단일정당론에서부터 제3지대론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논의는 정의당에서 불붙고 있다.김창인(정의당) : "(총선을 앞둔) 정의당의 공식적인 결정 사항은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정의당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정의당 자체가 기득권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의당은 총선을 단지 후보를 당선시키는 선거가 아니라 진보가 재구성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기존의 진보정당끼리 이합집산하는 것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새로운 제3지대에서 우리가 다시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야 해요. 이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총선일 수 있죠."이상현(녹색당) :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나 새로운 권력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득권'이라고 호명하는 민주노총 등과 선을 긋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겠다는 것 같은데, 거기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여요. 예를 들어 라이더 유니온 같은 경우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 기본소득당의 경우는 알바 노동자라는 구체적인 집단이 보여요. 그런데 제3지대는 대체 누구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누가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상상하는 거죠?"   김창인(정의당) : "앞으로 논의하고 만들어 갈 내용이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없어요. 다만 민주노총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죠.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요. '더 개혁적인 신당'이 필요하다는 분들,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을 주장하는 분들, '진보정당 중심으로 수혈'해서 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다양한 만큼 모두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논의가 붕 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같이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박지하(진보당) : "'제3지대에 누가 있느냐', '거기에 누가 가느냐'는 중요한 질문이에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 4당의 연대는 각각을 존중하되, 힘을 모아서 뭐라도 해보자고 만든 틀이에요.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것(진보 4당 연대)을 흐트러뜨리고 힘을 모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들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서 뭉쳤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된 평가나 성찰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이상현(녹색당) : "비슷한 생각이에요. 녹색당도 새로운 사람을 내세우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는데 뒷심이 부족했어요. 진보정치의 관성 문제도 성찰해야 하지만, 새롭다고 내세우는 것을 실현할 역량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해요. 사실 정의당이 무엇을 반성하고 재창당까지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많을 거예요. 제3지대론의 하나인 '세 번째 권력'이 제시하는 방향과 주요 인사가 내세웠던 직무급제 등 정책을 보면, 기득권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이해하지만 지금의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변화의 전망을 제시하기에 적절한 논의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역시 정계 개편은 기성정치든 진보정치든 뜨거운 화두다. 올해 초, 민주노총은 진보 4당이 통합하는 단일 정당을 포함한 진보정치 재편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내부에서 여러 흐름이 충돌하고 있고, 외곽의 제3지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들은 내부의 격렬한 충돌만큼 대중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반윤 투쟁, 관성인가 생존 투쟁인가?   ▲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기후정의 활동가 ⓒ 나영    그러나 정당 내부의 논란은 외부의 운동과 결합해 의외의 방향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 시민사회에는 점차 고양되고 있는 반(反)윤석열 투쟁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면서 진보정당은 더 존재감을 잃는 모양새다.김창인(정의당) :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제일 잘해요. 여기에 정의당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민주당은 심판해야 할 기성정당이에요. 진보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요. 우리는 다른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박지하(진보당) : "반윤 투쟁을 민주당이 제일 잘한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있어요. 이건 '왜 진보정당이 반윤 투쟁을 하느냐'는 질문이기도 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반윤석열 투쟁이 아니라 생존 투쟁이고 민주주의 투쟁이에요. 윤석열 정권이 가장 심하게 탄압하고,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가장 힘든 것이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인가요? 아니죠. (반윤)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은 1천 명이 넘게 소환장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어요. 이게 단순히 반윤 투쟁이라면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이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투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김창인(정의당) : "진보정치가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요. 저는 이게 '관성'이라고 생각해요. 반윤 투쟁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요. 그런데 투쟁 자체는 과거 반MB(반이명박)투쟁, 반(反)박근혜 투쟁의 맥락이나 매뉴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진보정치의 상상력을 닫아 버려요. 이것이 진보정치가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이상현(녹색당) : "반윤 투쟁은 반박근혜 투쟁과는 양상이 달라요. 반박근혜 투쟁은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시작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중총궐기가 일어났고, 노동자 투쟁이 이어지고 대학가에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었어요. 이런 흐름이 아래로부터 하나둘씩 끌어올려진 것이 2016년~2017년 촛불투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고, 어떻게 보면 거대 양당의 정치 싸움으로 보여요.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고요. 여기에 진보진영이 다 결합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낼 것이냐? 고민이 돼요. 그렇다고 선 긋고 따로 가기보다 '이렇게 가자'고 주장을 하면서 끌고 가는 힘이 필요해요."김창인(정의당) : "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다거나, 참신한 투쟁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운동이, 우리 존재가 대중의 상상력을 가로막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면 그다음은 무엇을 상상하게 되나요? 이재명 대통령 말고는 없어요. 차라리 '6공화국을 부수자'고 하면 그다음의 '7공화국'이 뭔지에 대해 상상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반윤 투쟁이 새로운 정치가 나타나는 걸 오히려 가로막고 있어요."이용희(지역정당) : "진보정당도 지독한 타성이 있는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여러 활동에 참여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뒤에 더 큰 이슈가 와도 참여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데, 왜 인원이 줄어드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반윤 촛불집회도 지역에서 창의적으로 뭘 해보려고 해도 관성적으로 위에서 딱 정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지역의 집회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사람이 나올지 고민하기보다 지역 조직가들의 결과물로 보이는 측면이 있어요." 새로운 전선? 더 넓은 확장?   ▲ 이용희 지역정당 네트워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 ⓒ 나영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아마도 이 대화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논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진보정치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진보 재편을 위한 시도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 중 어느 지점에서 판이 짜일지, 다양한 입장 중 어느 것이 유효한 전략이었는지는 내년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런 현실과 별개로, 이들이 꿈꾸는 진보정치는, 또 골몰하고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이상현(녹색당) : "녹색당이 기후정의 운동을 실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총선에서 어떻게 기후정의 운동의 요구를 정당이라는 틀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녹색당원인 저의 관심사예요. 진보정치 세력이 실력이 없고 힘을 모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알아요. 의견이 다른 것은 조율하고 공동의 절충안이라도 내어서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꿀 방법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시민에게 신뢰를 되찾는 방법이고 절박한 과제예요."김창인(정의당) : "그동안 진보정당은 국민의힘의 퇴행을 저지하고,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를 견인해서 진보정당의 파이를 키우는 것, 그리고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민주당이 보수, 진보정당이 진보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대(大)전략으로 삼았어요. 그런데 이런 시대는 이제 끝났어요. 이런 경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넘어서려는 세력 간의 전선이 필요해요. 여기에서 과거에 어떤 정당에 속해 있느냐는 크게 상관없어요. 총선이 낡은 시대를 종료시키기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박지하(진보당) : "진보정치의 도전이 끝났고,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난 한창 싸우고 있는데 끝났다고? 무슨 소리야?' 하면서 황당해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진보 내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자는 주장은 좀 위험해 보여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반윤 투쟁은 다수 민중에게는 생존 투쟁이에요. 민생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라는 것이 시민의 요구 아닌가요? 그동안 선택받지 못했던 부족함은 계속 채워 나가야 해요. 더 많은 시민을 만나면서 진보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용희(지역정당) : "지금의 양당 구도를 보면 예전보다 논의 수준과 의제 선정이 퇴보하고 있고, 진보정당도 함께 퇴보했어요. 진보의 재구성을 언급하셨는데, 예전 같은 방식으로 정파들이 자기들끼리 만나서 협의하고 결론 내리고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그러나 지역에서부터 진보적 의제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서 민주적으로 총선 후보를 내는 방식이라면 희망이 있다고 봐요.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해요. (제가 속한) 직접행동 영등포당도 지역에 그런 테이블이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용의가 있어요."  ▲ 진보정치 대담한 대화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좌), 김창인 청년진보당 대표(우) ⓒ 나영    총선을 앞둔 진보정치는 또 한 번 판이 크게 요동칠 분위기다. 그런데 그 요동이 좁아진 진보정치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통하며 논쟁되지 못하고 밀실에 머물거나, 일방적인 주장과 평가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생각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던 이날의 대화가 진보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한 번의 대화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열 수 있다. 대화의 전문과 참여자들의 사전 발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대화 전문] 진보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대담한 대화 23.08.09]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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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을 위한 4인 대담
*이번 '대담한 대화'는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대담한 대화의 공동 기획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글은 전체 대화를 요약해 재구성한 것이며,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0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외신도 주목했던 돼지머리 사태... 본질을 왜곡했다 [오마이뉴스 23.08.10]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갈등은 뜨거웠다. 대구 이슬람 사원 신축을 둘러싼 대구 사회 이야기다. 기원은 깊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멸 위기의 문턱에 선 지방대학은 유학생 유치로 살길을 찾았다. 여기에 부족한 노동력 수요까지 맞아떨어졌다.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결과, 외국 유학생은 계속 늘었다.  당연히 이슬람 유학생도 늘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씩 의무적으로 기도를 한다. 이슬람 유학생이 많은 경북대 학생들은 길을 가다가도 기도하는 무슬림 유학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 인근에 집을 빌려 함께 기도하다, 인원이 계속 늘자 경북대가 있는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새로 짓는 건물이 유학생 숙소인 줄 알았다. 그런데 2층짜리 사원이 들어선다는 걸 알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보수 기독교계가 결합하면서 갈등은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주민이 이슬람에서는 금기하는 돼지머리를 공사장 앞에 가져다 놓고 삼겹살 파티를 열면서 외신도 보도에 나섰다.  주택가 이슬람 사원 문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대립, 타인종에 대한 혐오 문제로 번졌다. 지난 5월에는 전광훈 목사 등 극우 개신교 목사들이 독려한 '국민이 먼저다! 대구 대현동 주민 보호, 국민주권 침해 규탄 5.20 국민대회 및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구시와 법원은 이슬람 사원 건축이 합법이라고 확인했지만, 공사는 예정일을 훨씬 넘겨도 준공을 못 하고 있다. 뿌리 깊은 상처와 갈등의 골을 만들고 있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 정말 해법은 없을까?  대화가 힘을 갖는 합리적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 프로젝트는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지난 1일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함께 '이슬람 사원 해법 모색을 위한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 박성민 목사, 경북대 내에서 이슬람 혐오 반대 운동을 펼친 경북대 사범대학 김상천 학생, 지난 6월 20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참여한 법무법인 우리들 박상흠 변호사, 이슬람 전문가인 감신대학교 박성수 교수(부산 온누리교회 목사)가 참여했다. 그날의 대화를 요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정당한 주거권 요구인가, 인종적·종교적 혐오인가  ▲ 종교갈등, 혐오, 주거권과 종교의 자유가 뒤범벅 된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4인이 모여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 뉴스민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의 해석은 다양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타 종교에 대한 혐오가 바탕에 있다는 시각과 주민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이 종교의 자유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또한, 애초 유학생을 유치한 경북대의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행정청의 대응 실수가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박성민(대구NCC 총무) "성경을 보면, 두 번의 급식 사건이 나오는데, 첫 번째는 유대인이었고 두 번째는 이방인들 문제였어요. 그런데 두 번째 급식 사건에서 제자들이 이상하게 침묵해요. 그 안에서도 인종주의가 작동하는 것이 보이는 거죠. 하지만 예수님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 없이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불쌍히 여기셨어요. 저는 이 사건의 첫 번째 책임은 (주민과 유학생 사이의 소통과 중재를 못한) 북구청의 행정적 실수에 있다고 보지만, 그 배경에는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가 있다고 봐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인종주의 때문이 아니냐?', '종교 때문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 제기가 해결을 막고 있어요. 현장에 가보니까 갈등의 주체는 주민과 이슬람 사원 측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인하고 이슬람인이 주인공처럼 등장했어요. 열한 채 집이 모여 있는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을 세워놨어요. 주민들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과 이슬람의 종교 자유 간에 일어난 충돌을 중재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할 행정이 어설프게 진행한 거죠. 언론도 돼지 족발 문제만 보도하고 인종차별이라고 몰아가요. 이렇게 몰아가면 해결이 안 됩니다."김상천(경북대 학생) "(박상흠) 변호사님은 이슬람에 대한 혐오 문제가 너무 부각됐다고 하시지만, 일부 동의하면서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슬람 사원에 반대하는) 경북대 학생들은 주민의 주거권보다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 감정이 더 커요.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테러 집단. 탈레반. IS(이슬람 국가)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집단을 우리 근처에 둘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와요."박성수(감신대 교수) "이슬람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보면, 이슬람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경북대에서 이슬람 학생을 유치할 때는 파급효과를 예측했어야 하는데 무지했어요. 무슬림에게 하루에 기도 다섯 번은 의무 사항이에요. (경북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유학생들을 (학교의) 필요 때문에 초청했으면서 그들의 종교에 대한 고민은 소홀했던 거죠."   ▲ 감신대 교수이자 부산 온누리교회 목사인 박성수 교수는 이슬람 전공자다. 그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 뉴스민  대화 기회 없앤 교회, 주인공이 아니라 중재자 역할 해야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현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에는 종교 문제, 인종 문제,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에는 해결이 전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 참가자 중 두 명은 현직 목사다. 개신교의 반이슬람적인 대현동 관련 집회와 활동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박성민(대구 NCC) "목사로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현동 사원 건립 문제가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제처럼 되어 버렸는데, 중동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에 대한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적 시각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어요. 석박사 과정인 유학생들이 한국 법과 문화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도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상황이 됐어요."박성수(김신대) "한국 기독교가 '예수님이라면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해 봐야 해요. 내쫓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전도를 하는 게 더 건강한 거죠. 십자가 신앙이란 우리가 죽어서 남을 살리는 거예요. 예수님이 죽어서 우리를 살리셨듯, 우리가 죽어서 인류를 살리는 것이 우리 신앙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이 문제가 나아갈 수 있어요. 그게 기독교 복음의 핵심 아닌가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교회가 (반대가 아니라) 중재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처럼 몰아가고, 언론도 그렇게 쓰고 있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잖아요? 주민이 조연이 되고 기독교가 주연이 된 것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어요. 교회는 중재자 역할을 우선해야 해요. 이슬람을 배척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어요."박성민(대구 NCC) "교회가 중재할 수 있지요. 뉴욕에서 2010년에 9.11 테러 공격을 받은 무역센터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이슬람 센터 설립이 추진됐었는데, 야단이 났었어요. 갈등이 심해지니까 신학교에서 이맘(이슬람 지도자)을 초대해 같이 토론했어요. (9.11테러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무너질 때도 그 안에 무슬림들이 있었고 그들도 고통받았다, 무슬림들도 (9.11테러처럼) 극단적인 것은 거부한다, 이슬람은 평화를 위한 종교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국 신학교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요. 우리 교회가 그런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박성수(감신대) "대화를 하려면 종교 이야기를 배제해야만 해결책이 나와요. 제가 있는 동네도 교회를 세우려고 하니까 주위 아파트에서 현수막을 걸고 난리가 났어요. 이슬람이어서가 아니라 종교시설에 대한 혐오감이 한국 사회 전반에 있는 거예요. 구청에서 허가를 내줬다는 건 법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데, 사실 이건 정서적인 문제예요. 무슬림들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공감받는 종교가 할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해요." 갈등과 문제의 해결, 정말 방법 없을까 극단적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문제는 복잡할 대로 복잡해졌고, 꼬일 대로 꼬였다. 정말 이 문제의 본질이 종교나 인종 문제가 아니라면, 서로의 감정적 적대를 걷어 낼 수 있다면, 중재안을 도출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쉽지는 않아요. 북구청에서 처음 중재 자리를 만들고 여러 방안을 제안했는데도 결렬됐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학생들이 공대에 많으니까, 최대한 경북대 안에 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동아대 같은 경우 대학에서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어요."   ▲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발표자로 초대되면서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 뉴스민  박성민(대구 NCC) "대체 부지 이야기는 초기에도 나왔고 유학생들도 동의했어요. 문제는 조건이죠. 유학생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데, 연구실에서 너무 멀면 안 되니까 비슷한 거리와 규모의 공간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 흐지부지됐어요. (주민들이 주장하는) 소음 문제도 라마단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다 들어가지 못하니까 생긴 거예요. 사원이 완공되면 오히려 소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다 실내에 들어가서 하면 되니까."박성수(감신대) "소음 문제가 종교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곳에서도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이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음 문제와 종교 혐오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예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만약에 소음 문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사원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생겨요. 사원을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사원 측도) 한발 물러서야 해요."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 소음 문제 등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생활문제를 주로 제기했다. 이런 문제는 종교시설과 상관없이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와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해결책으로 논의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의 골은 깊다.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일단 지금은 감정의 골이 깊어요. 아무리 합리적인 안이 있어도 서로 미워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합리성 문제가 아니에요. 솔직히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에요."김상천(경북대) "주민분들 의견은 일치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혐오 반대) 대자보를 붙일 때 충돌했던 분은 목사님인데 주민대책위라고 하셨어요. 제게 '저런 애들이 테러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 '밤에 범죄가 일어나면 어떡하냐' 이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단순한 생활권 문제가 아니라) 혐오 감정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주민들은 그런 혐오 감정 없이 주거 문제에 집중하고 계신 상황인 건가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주민들이 느끼는) 혐오감이라고 하면, 검은 옷이나 긴 수염 같은 모습들이 겁이 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부족했죠. 사원 지을 때도 별다른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더 심각한 상태를 부른 거예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일 지금은 해결책이 없다기보다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조건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서로를 부정하는 조건에서는 어떤 대화도 시작할 수 없다. 묵은 감정부터 털어내는 것은 가능할까? 박성민(대구 NCC) "(유학생들이) 동네에서 살아가려면 주민들과 대화하고, 요구가 있으면 반영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충분히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처럼 외신까지 다 보도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기 전이에요. 갈등 초기에 부산의 한 미국 영사가 유학생들에게 연락해서 '지금 상황은 인종 차별적이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니까 필요하면 외신에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했는데 유학생들이 거절했대요. 자기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의 환대를 받았다는 거죠. 자신들에 대한 혐오가 있어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알리기보다 지역에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해요."   ▲ 박성민 목사는 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로,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남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내 문제가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죠. 내 집 바로 앞에 공사가 진행되고, 밤에 잠도 못 자면, 그때도 남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주민들은 공사 때문에 집에 금도 갔다고 해요.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 저분들의 종교를 인정한다고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슬람 입장에서도 무엇 때문에 이 종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봐야 해요. 대현동 주민들도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고민해야 하고요. 주민들은 다른 부지로 가면 된다는데, 그렇다면 거기에 사는 주민들은 용납하느냐는 문제도 있어요. 보완적 방법과 방향이 나와야 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기관장들이 현장에 가서 1주만 생활했으면 해요. 1주일은 주민 집에서 살고 1주일은 사원에서 생활해 보자고요. 그러면 양측 입장을 이해할 실마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어요. 홍준표 시장도 '이슬람과 기독교가 한 형제'라고 본질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던데, 이건 실제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문제예요. 중재를 하려면 행정기관이 좀 더 나서야 해요."김상천(경북대) "전 거꾸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권리의 충돌을 해결할 때 어느 쪽도 피해가 0이 되는 대책은 없어요. 유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아잔'(무슬림이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틀고 마음껏 요리하고 큰 소리로 예배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주민들도 한치의 피해도 안 보겠다는 건, 좀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욕심일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한쪽만 완전히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죠."서로를 이해하자는 말은 머리로는 가능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말이다. 특히 대현동 주민들은 마음부터 굳게 닫혀 있다. 극단적 갈등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은 어떻게 열 수 있을까?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논리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열린 음악회라도 열어보면 어때요?"김상천(경북대) "공감해요. 학생들끼리도 '같이 등산이라도 가보자'는 시도가 있긴 했어요.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행정이나 학교가 중재해서 주민분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도 만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학과 김상천 학생은 경북대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종교와 인종 혐오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언론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주민들이 대화 자리에 안 나오는 이유는 피해의식이 너무 강해서예요. 언론에 돼지 족발 올려놓은 것만 나왔으니까. 주민들이 아파하는 게 뭔지를 언론이 보여주고 공감해 주면 (대화에) 나올 수 있어요. 또 무슬림은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들어줘야 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덧붙이면, 서울 언론의 문제도 있어요. 대구 시민을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만 몰아가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초적인 보도만 써서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어요." 대화는 주인공이, 조연은 중재해야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문제는 이미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청, 경북대, 교회, 그리고 언론이 촘촘히 개입되어 있다. 사태의 원인과 해석, 의미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화에서는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 출발은 논리적 방법보다 감정적 적대감을 먼저 해소하는 것,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공감했다.    박성수(감신대) "경북대에만 무슬림이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경북대, 대현동에서 이렇게 갈등이 격화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해요. 한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슬림을 이해하는 거예요. 우리가 너무 몰라요. 알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무슬림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건 한국 땅에 왔기 때문에 한국을 이해해 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한다면 이 문제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박성민(대구 NCC) "무슬림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오늘 같은 대화가 필요해요. 완공 전후해서 목사들이 가서 대화하면 다른 가능성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공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다가가면 그런 가능성조차 놓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풀어주면서 예수의 가르침을 보여줘야 해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청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 문제의 기원이예요. 행정청은 노이즈 마케팅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주민이 어떤 어려움 겪고 있는지, 양측의 갈등이 어떤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언론도 편중 보도 습관을 지양하고 양측 이야기 들어보고, 실제 생활도 해보는 노력과 시도가 있어야 해요. 한국 교회가 역사적으로 빛이 되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약자들이 아니라 권력자와 친해요. 이건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죠. 이슬람 유학생에게도 교회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김상천(경북대) "토론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뀐 점도 있어요. 당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조연으로 남아야 할 곳이 있어요. 원칙적이지만 대화와 토의를 하고 접점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이상적으로 들릴지라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점을 늘려가기 위해 경북대학교와 북구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도 중재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해요." [인터뷰]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 "유튜버가 돈벌이 수단으로 갈등 키워"   ▲ 주민 입장에서 활동해온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는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슬람 사원 문제에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렵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 손우정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담한 대화'는 의견의 대립보다 해결 방향에 대한 공감으로 마쳤다. 아쉬운 것은 이슬람 유학생과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늘의 대화를 기반 삼아, 향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화의 자리도 추진해 보기로 했다.그런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의 대화 자리에 조용히 찾아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었다. 대구투쟁본부 대표인 우재호 목사다. 그는 투쟁본부 내 대현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주민 입장을 대변해 왔고, 반월동에서 열린 대규모 종교집회의 공동대표였다. 대화 이후, 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비대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나?"이슬람 사원의 출입구는 사유지 도로다. 주민들이 (자기 집을) 한옥을 양옥으로 건축할 때 일부 대지의 도로 사용을 승낙했다. 그런데 땅 주인도 모르게 사원이 지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기 땅을 찾겠다고 하는데 북구청은 이미 도로가 되어서 안 된다고만 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공사주가 하는 말이 지금은 800명 정도지만, 완공되면 2000명 정도 무슬림이 올 거라고 하더라. 이 좁은 골목에 그게 말이 되나?"- 주민들의 반대 이유가 종교적, 인종적 혐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독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그 집회는 내가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원래는 시민들의 잔치, 문화 축제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 누워 있는 와중에 종교집회로 바뀌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처럼 되어 버렸다. 주민 비대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 유튜버 몇몇이 자극적으로 해야 사람들이 주목한다고 돼지 바비큐, 돼지머리도 갖다 놓은 거고, 언론이 그걸 활용한 거다. 돼지머리 때문에 본질이 전도됐다.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자꾸 자극만 하니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불만도 많을 것 같다."주민들이 '무슬림이 유학을 와서 꼭 사원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자기 신앙을 유지하고 기도할 수는 있지만 굳이 왜 사원까지 지어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도 외국 유학 가면 교회 짓고 절 짓지 않는다. 이들이 그냥 유학생이 아니라 이슬람 선교사가 아닌가 의심도 된다. 북구청이 서문에 다문화 거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슬람은 자기 종교관을 1%도 양보 안 하는데 어떻게 다문화냐?"우 목사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협까지는 몰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는 측면이 무척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은 역시나 '대화' 밖에 없어 보인다. '뉴스민'에서는 또 다른 버전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돼지머리에 묻힌 이슬람 사원 갈등…“종교계 자성 필요” [뉴스민 23.08.09] 대담 전문과 참가자들의 발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한 대화 전문] 대구 이슬람 사원 신축 갈등 [대담한 대화 23.08.07]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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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하면 동물권을 보호하는 건가요?
1년 동안 인간이 가장 많이 먹는 동물 순위가 있다. 1위부터 10위까지 동물 중 익숙한 동물도 그렇지 않은 동물도 있다. 간략한 순위는 이렇다. ▲1위 닭 5백억 마리, ▲2위 오리 26억 마리, ▲3위 돼지 13억 마리, ▲4위 토끼 11억 마리, ▲5위 칠면조 6억 4천만 마리, ▲6위 양 5억 2천만 마리, ▲7위 염소 4억 마리, ▲8위 소 2억 9천만 마리, ▲9위 물소 2천 4백만 마리, ▲10위 낙타 170만 마리. ‘닭, 오리, 돼지, 소’ 처럼 익숙한 동물도 있고, 토끼, 염소, 물소, 낙타처럼 익숙하지 않은 동물도 있다. 익숙하든 익숙하지 않든, 인간이 수 많은 육류를 소비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실제 1인당 육류 소비량도 상당하다. OECD가 발표한 2021-2022년 1인당 육류 소비량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1인 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약 32kg이었다. OECD 평균은 22kg이었다. 닭, 오리 등 가금류의 대한민국은 1인당 18kg을 소비했고, OECD 평균은 31kg이었다. 수치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약 900,000,000kg의 닭을 1년 동안 먹는다는 말이 된다. (단순 계산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을 5천만 명이라고 했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1년에 500억 마리의 닭이 먹힌다는 수치가 이해가 된다. 1년에 500억 마리, 상식적으로 멸종하지 않는 게 이상한 수치다. 인간이 그렇게 열심히 먹고, 먹고, 또 먹어도 멸종하지 않는 건 닭을 기르는 사육 시스템에 있다. 닭은 먹히기 위해서만 닭장 속에서 길러지고, 자연적인 성장속도보다 더 빨리 길러지고, 알을 낳고, 태어나고, 죽는다. 고기로 태어나서. 어느 작가의 도축장 노동 이야기 몇 년 전 읽은 책을 꺼냈다. 읽고난 뒤,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내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지 어설프게 나마 알게 된 책이다. 책의 몇 구절이다. “동정심도 그저 호감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닭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대신 이것들을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밟은 다음 저 산 너머로 차버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만약 내가 이 닭들에 대해서 책으로 읽었다면,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었다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바로 내 눈앞에 있었고 너무나도 역겨워 보였기 때문에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것 말고는 다른 태도를 취할 수가 없었다. 케이지란 도구는 갇힌 쪽이나 가둔 쪽 모두에게서 최악의 자질을 이끌어 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무감각한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10동에서부터 차례대로 작업했는데 얼마나 많은 닭을 죽였는지 모르겠다. 수백 마리는 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정말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손에 ‘투두둑’ 하고 닭의 명줄이 끊어지는 느낌이 전해져도 정말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릴 때만큼의 감정도 소모하지 않고 닭의 목을 비틀었다. 내 발 주위는 무도병에 걸린 것처럼 사지를 흔들어대는 닭으로 가득했다. 잠깐, 정말 찰나의 100분의 1 정도의 순간 동안 예전의 일기에 적어놓은 그런 감정들, 미안함, 불편함, 찝찝함 같은 것들이 느껴질 것 같았지만 금세 짜증과 피로에 묻혔다. 이런 식이면 사람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는 전국 도축장을 돌아다니며 일했고, 글을 썼다. 그가 돌아다닌 도축장에선 닭, 돼지, 개를 길렀다. 식용이었다. 현실은 처참했다. 돼지들은 냄새와 육질을 위해 거세 당했고, 닭들은 알을 낳기 위해 길러졌고, 너무 빨리 태어나는 바람에 눈이 없거나, 다리를 저는 등 온전하지 못한 병아리로 태어났다. 그렇게 된 병아리들은 폐사됐다. 온전히 태어났다고 해도, 식용으로 빨리 길러지다 밥상으로 올라갔다. 도축장 어디에도 동물을 동정하는 마음은 없었다. 앞선 글에서 알 수 있듯, 그 곳의 동물이란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감이었고, 냄새나고 역겨운 것일 뿐이었다. 닭과 돼지 뿐만이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였다. 식용으로 길러진 개의 뒷다리가 30cm 찢어지든, 눈이 당구공만큼 붓든 상관 없었다. “그저 따끔하고 말아"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들의 삶과 이유라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도축장에서 태어난 닭, 돼지, 개는 그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식용으로 길러졌다. 태어난 목적이 먹히기 위함이었다. 동물의 의사는 없었다. 애초 인간과 동물은 언어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강형욱처럼 수년 간의 공부와 수련으로 동물 행동과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라면 모를까, 비전문가가 쉽게 동물 행동 의미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기는 어렵다. 동물의 식용 사육 환경을 알고난 누군가는 육식을 끊고, 채식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실제, 채식을 말하는 사람들 중에서 도축장 환경을 말하기도 한다. 또한, 애초 육식이 없다면 동물 도축 환경을 말할 이유도 없다. 동물 보호를 위한 채식 채식은 육식과 비교해 장점이 있다. 일단, 앞서 가볍게 살펴본 도축 환경이 없다. 기형아로 태어나는 병아리가 없고, 폐사되지 않는다. 억지로 사료를 먹는 환경도, 한 마리가 있어야 할 케이지 안에 10마리 씩 낑겨서 서로가 서로를 밟는 환경이 없다. 도축 되지 않으니, 돼지와 개의 울부짖는 소리가 없다. 또한, 채식은 육식에 비해 환경적 부담도 덜하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LEAP(Livestock, Environment and People ) 프로젝트 팀 연구에 따르면, 비건 채식은 하루에 100g 이상 육퓨 포함 식단보다 탄소배출, 수질 오염 및 토지 사용이 7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물다양성 파괴 66%, 물 사용량은 54%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 비영리 단체 ‘EAT’가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현재 육식 상황을 유지하려면 지구 2.3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채식이 정답인 듯 보인다. 실제 국내 채식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정확한 채식자 규모는 파악할 수 없지만, 실제로 커지고 있고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각종 채식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변화가 무작정 동물을 위하기 때문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시장은 수익에 민감하기 때문에, 향후 수익 시장이 될 곳에 미리 진입해 선점한다는 쪽으로 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육식에서 채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채식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채식, 정답일까? 리어 키스(Lierre Keith)는 20년 동안 비건 생활을 하다가 채식에 대한 믿음이 잘못된 지식에 근거했다는 걸 깨닫고 책, <채식의 배신>(원제 The Vegetarin Myth)을 썼다. 그는 책을 통해 채식의 잘못된 점을 도덕적, 정치적, 영향학적으로 반박한다. 채식주의가 지속가능한 사회, 생명 존중 등 좋은 의미를 갖고 있지만, 무지와 오해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채식은 영향학적으로 인간에게 이롭지 않다. 육류를 줄이고, 곡물식, 채식을 하게 될 경우 인슐린 과다 분비와 고혈당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어 비건 식단은 우울증, 면역학적 질환, 저혈당, 식이장애 등을 초래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비건 식단을 하던, 비건 인플루언서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또한, 농업에서도 곡물 수학기에 수 많은 토끼와 쥐 들이 추수기계에 죽는다고 말한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직접 죽이지 않았지, 실은 동물이 죽는 환경에서 먹는 건 동일하다고 말한다. 이어 농업 역시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게 잘못됐다고 말한다. 알고 먹자 채식을 하면 동물과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는 주장도, 동물을 생각하지 않는 환경에서 길러저 식탁에 온 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도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정답 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개인의 생각과 신념에 따라 본인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걸 추구하는 것이다. 채식이 내 몸에 맞는지, 육식이 내 몸에 맞는지, 내가 먹는 곡물과 식물이 자란 환경은 어떤지,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서 내게 왔고 내가 먹는 것인지 알고 먹고, 알고자 한다면 그게 개인에게 가장 맞고 이로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고기로 태어나서>를 쓴 한승태 작가는 본인의 책을 통해 채식이 옳다, 채식을 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본 도축 환경이 결코 좋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내 밥상에 왔는지 알고 먹자라고 말했다.  내게 맞는 게 뭔지 알고자 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육식이든, 채식이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육식과 채식 그 어느쪽도 동물권을 보호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깊이 파고들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동물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한다. 이때 중요한 건 내가 하는 식단이 어떤 과정과 환경을 거쳐 내게 왔는지 고민하는 게 아닐까 싶다. 또 그 고민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부디, 사람들의 밥상머리가 조금 더 무겁고 고민되길 감히 바래본다. 또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고기로 태어나서> (한승태/ 시대의 창/ 2018) p.19, 154, 414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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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잼버리 대회에 대한 단상
1 한국의 인종주의를 옛날부터 GDP인종주의라고 부르곤 한다. 단순히 피부색만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한국만의 인종/국가 서열이 대체로 1인당 GDP를 적용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겨레21.2020.05.02.)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문제점은 내가 여기에서 굳이 또 지적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니 여기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된 보도를 쭉 보면서 어딘가 인종차별, 국적차별적인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구미권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한국의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재해를 당하는 것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2023년 3월 4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 돼지 농장에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는 돼지 축사 안에 설치된 시멘트 벽 안에서 생활했는데 바닥으로는 돼지 분뇨가 흘러나왔고 벽 바로 옆에는 비닐에 싸인 돼지 사체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10년 간 생활하다 사망한 그의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으로 추정되었다.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유독가스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농장주는 그의 사체를 트렉터에 싣고 근처 야산에 버렸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한겨레.2023.03.08.) 2023년 5월 1일, 경남 양산의 한 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20대 노동자가 열탕에 빠져 사망했다. 열탕은 쇠파이프를 건조시킬 때 쓰는 것인데 내부 온도는 67도에 달한다고 한다. 작업 중 발을 헛디뎌 열탕 안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장의 직원이 50명이 안 되어서 공장주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었다. (kbc.2023.05.10.) 2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사망 사고는 그 숫자도 비율도 매년 계속 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이 잼버리 만큼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잼버리 대원들 중에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많아서 더 주목을 받는 건가 싶은 느낌 말이다. 잼버리랑 이건 별개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건 내 기분(ki-bun)이니까. (TheWorld.2015.06.17.) 스카우트 연맹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다(7.2%). 그 다음이 미국, 홍콩, 필리핀, 태국, 영국, 벨기에, 케냐 순서고 그 다음부터는 전체의 1%를 넘지 않는다. (한국은 0.5%) 그런데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총 33,628명 중 일본이 가장 많은 6,651명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영국(3,939명), 스웨덴(1,873명), 미국(1,631명), 대만(1,217명), 네덜란드(1,021명), 독일(1,002명) 순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영국과 미국, 프랑스 말고 다른 나라 참가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을 얼마나 봤나 싶다. 이게 내가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느낀 인종주의, 국적주의다. 3 새만금에서 철수한 일부 잼버리 단원들이 충청북도로 건너간 모양이다. 김영환 충북도시자는 충청북도로 넘어온 영국 잼버리 단원 250명을 위해 1인당 한끼 3만 원의 식사비용을 책정했다. 다른 비용까지 합산해 충청북도는 이들에게 하루에 3천 1백만 원의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충청남도는 이들을 위한 식사비용으로 1인당 한끼 만 원을 책정했다. 기준은 없다. 그냥 도지사가 그렇게 정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이재민의 하루 식사비는 8천 원. 이마저도 도에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청주시가 혼자 책임지고 있다. 기자들이 충북도에 왜 한끼에 3만 원이냐고 물으니 외빈이라서 그렇다는 답이 왔다고 한다. (오마이뉴스.2023.08.09.) 4 잼버리 활동 지역의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전라북도에서는 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게 했다. 전북 공무원 노조 관계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공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화장실은 최신 수세식이 아닌 일명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11개국에서 온 외국 청소년들 눈에는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한 풍경이었겠지요. (서울경제.2023.08.07.)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28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새만금에 왔다. 태풍과 폭염, 비위생적인 날씨로 속속 탈출하는 국가들이 생길 때, 한국에는 대사관이 없는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잼버리를 주관하는 대한민국 정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전북도청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을 발견하고 신경쓴 것은 잼버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경기도 용인시와 숲을 유아교육에 활용하는 단체인 ‘숲 유치원’이었다. 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나미비아 청소년들을 위한 부식을 마련하고 새만금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이들에게 받은 부식을 같은 처지에 있는 트리니다드트바고에서 온 청소년들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2023.08.11.) 4 세계화를 부르짖지만 권위주의, 위계질서의식은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K-POP을 동원하는 방식도 그렇다. K-POP을 만능통치약처럼 생각하는 배경에는 K-POP을 시작으로 한 “한국 컨텐츠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라는 문장에 대한 기억, 그 이상은 없다.  한국 컨텐트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런 분석을 하는 사람도, 이런 분석을 찾아보거나 받아들일 사람도 없어 보인다. 지금의 정부는 더더더더욱 그렇다. 왜 분석을 안 할까? 신자유주의적인 욕망에 미쳐서 돈만 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풍조도 원인이겠으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사회와 국가를 보는 수준 때문이기도 하다. 한 사회 안에는 각 주제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주제의 스펙트럼은 서로 무심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두 개의 극점 사이의 어딘가이고, 이 점은 다른 사안의 점과 대체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이걸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 속에선 정권이 백날 바뀐들 유능과 무능, 책임과 무책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회의 다양성을 상상할 수 없다. 5 책임자의 무능으로 문제가 생기면 한국의 책임자들은 군인을 동원하거나 연예인을 동원한다. 태풍 피해 현장 속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한 해병대원의 죽음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K-POP 아티스트, 연예기획사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군인, 연예인 말고 전정권도 동원한다.)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마지막날 공연 참석자들에게 BTS 포토카드 8억 원 어치를 나누어주었다고도 한다. 한국 가수가 만들고 부른 노래라고 해서 그것이 한국 정부, 국가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자유’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연예인 동원을 두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France24.2023.08.11.) 이제 프랑스 언론도 좌파 카르텔이라고 할 것인가? 5 불교에서는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한다. 원래는 인-연-과가 한 세트다. 인(因)은 원인고 과(果)는 결과, 연(緣)은 인과를 발생시키는 환경적 요인이다. 보통 바람이 인이고 파도가 과, 그리고 이 인과를 가능하게 한 물의 존재를 연이라고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무수한 인연과가 맞물려 돌아가는 곳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불가의 가르침이다. 이 세상 무엇 하나라도 빠져버리면 이 세상은 모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이를 화엄(華嚴)이라 한다. 이번 잼버리 사태라는 과의 인은 책임자의 무책임과 무능, 소위 ‘부유층’이라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는 졸부 근성,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나는 이 인과를 가능케 한연은 공동체 속의 개인을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성의 부재와 무분별한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생각한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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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올해 12월부터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올해 12월 14일부터 동물원 운영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됩니다. 2022년 11월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서식환경 ▲전문인력 ▲보유동물 질병·안전관리 계획 ▲휴·폐원시 동물 관리 계획을 갖춘 후 시·도시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물원 허가제’는 정부가 정한 동물복지 사항 준수해야만 정부가 동물원 운영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서식을 등록하면 되었던 것에서 좀 더 규정이 세부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오락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대상의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부적절한 체험활동과 이동전시도 금지됩니다. 또 허가된 동물원, 수족관을 제외한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도 할 수 없어요. 이에 따라 라쿤, 미어캣, 거북이 등을 전시하는 동물카페 운영은 금지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되는 개와 고양이 등은 제외됩니다. 다만 지자체에 올해 12월 13일까지 신고한 시설은 오는 2027년 12월까지 전시금지 조치가 유예됩니다. 4월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수는 108개입니다. 경기도가 20개로 가장 많고 제주도 12개, 서울 5개 순입니다. 여기서 정의되는 동물원은 흔히 떠올리는 공영동물원뿐만 아니라 실내 동물원, 카페형 동물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정돼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보유한 동물종이 10종 넘거나 개체 수가 50마리 넘으면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고 수가 많은 편입니다. 2027년까지 유예기간, 동물원 인식개선도 중요 기존에 등록된 108개의 동물원은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환경부가 자세한 평가기준을 마련중이며 각 동물마다 생태(생활방식, 필요시설)에 알맞는 환경과 질병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어요. 이후 동물원 허가제 정착 후 동물원의 평균 수준이 올라간 후에는 동물원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현재 동물원 허가제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긴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동물원의 운영이 어려워지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 동물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이를 위해 환경부는 국립생태원 근처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보호시설 2개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한 사건으로 동물원 존폐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진행한 동물원 존폐 설문에서 국민 61.5%(5036명 대상)는 동물원 존립에 찬성했습니다. 가장 많은 존립 이유 ‘멸종 위기종 보호 및 생태 지식 획득’에 답한 응답자가 33.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폐지 직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29.1%), ‘동물원들의 끊임없는 환경 개선이 대안’(16.2%)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폐지해야 하는 응답으로는 ‘좁은 우리 등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27.8%)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VR·AR 등이 대안’(27.8%), ‘전시·오락 등 동물 학대’(16.6%)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로 동물에게 좋은 동물원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환경을 비롯한 동물권을 보장한다면 대안으로의 동물원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물원이 있을까요? (국립과천과학박물관 블로그 2023.06.23.)  (뉴스토마토 2023.04.10.)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있냐고요? 있습니다.  미국 달라스 주에 위치한 ‘Dallas World Aquarium’은 몰입전시(immersion exhibit)로 유명합니다.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몰입전시가 있습니다. 몰입전시는 동물의 자연 생태를 최대한 유사하게 제공하는 전시기법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동물의 생태환경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자연 환경에서의 경관뿐 아니라 소리까지 재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동물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연에 가까운 전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동물들의 스트레스 감소와 자연번식에 크게 기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전시 조성 때문에 처음 온 관람객들은 동물을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동물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동물이 아파도 초기에 포획하기가 어려운 것도 단점 아닌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조류가 진료실에 온다는 건 정말 많이 아파서 도망가기가 어려운 상태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요. (데일리벳 2015.02.04) 한국에도 청주동물원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물원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동물,원’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기도 합니다. 또 최근 김해에 위치한 한 동물원에서 관리소홀로 인해 갈비뼈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가 옮겨 간 동물원도 청주동물원입니다. 청주동물원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동물 보존관 지원 사업’을 통해 국비 15억원 등 21억원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천연기념물 동물을 위한 자연방사 훈련장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더해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장비도 구입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목숨이 위태로운 독수리·올빼미 등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재활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해요. 영구장애로 자연에 돌아가지 못하는 개체는 동물원에서 보호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경향신문 2023.04.27) 동물원,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동물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소비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방법이고, 동물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답이 아닐 수 있어요. 우선 동물원에 동물을 보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동물원에 가도 동물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동물원은 사람 뿐 만 아니라 동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동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쇼나 동물을 만지고 타고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 “동물원에 사자 보러 갈까?”보다 더 좋은 질문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동물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왜 이 동물들은 동물원에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동물을 보러가자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동물원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오락시설이 아닌 동물과 사람을 위한 공간임을 설명할 말을 함께 고민해봐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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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개정해야 할까요? #전세사기 특별법 2번째 이야기
(쓰고 보니 긴 글이 되었습니다. 충분히 요약하지 못한 점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여야의 합의에 따라 12월 법 시행에 따른 결과를 보고받고 법 개정 논의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법을 제정하면서 개정을 예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개정할 내용을 알고 있다면 처음부터 법 제정할 때 그 내용을 넣는 것이 맞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의 경우, 전세사기 피해자를 긴급히 지원해야 할 필요성(경매유예, 등)이 있었고 법 제정 논의 기간이 짧아 주거유형, 피해자의 경제적 처지 등에 따른 다양한 전세사기 피해 유형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때문에 법을 우선 시행하고 피해 조사 및 법의 사각지대를 확인하여 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법 제정한 지 2달이 지난 지금, 법 개정의 방향은?   지금 시기는 법 개정의 세세한 내용을 제시하기엔 이른 시기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두 달 반이 지났고 피해자 지원 프로세스가 아직 초기 단계, 피해자 인정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피해지원 프로세스가 더 서둘러 구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되는 것만으로도 전세사기 특별법이 개정되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게 제기됩니다. 크게 세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①특별법의 피해지원 사각지대 ②피해자 범위 사각지대 ③특별법 피해구제책 자체의 한계입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 피해자로 인정되어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첫 번째 카테고리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되었지만, 이렇다 할 실효적인 지원에서는 모두 배제되는 피해자에 관한 부분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책은 ➀우선매수권 부여, ➁피해주택 공공매입 후 공공임대로 전환, 이 두 가지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저리 대출 지원, 최우선 변제금만큼의 무이자 대출, 경·공매 대행, 긴급주거지원 등의 정책이 있습니다만, 이 같은 정책은 금융지원, 수수료 지원에 그치는 정책이거나 혹은 법 제정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정책입니다. 따라서 법 제정에 따른 주요 지원책으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1 : 다가구 주택, 비주거용 주택 거주자   앞선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선매수권은 구분소유가 불가능한 다가구 주택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매입하게 되면 매년 과태료를 지불해야 하는 불법건축물 거주자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림의 떡과 같은 정책입니다. 또한 경제적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되지 않거나 사정상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피해자 역시 우선매수권은 소용이 없습니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 정책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래도 전세사기 특별법의 지원을 통해 거주 안정이라도 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우선매수권을 활용할 수 없는 피해자 중 대부분은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도 활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는 현재까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한 바 없습니다. 최근 「공공주택사업자의 전세사기피해주택 매입 업무처리지침」을 고시하였습니다만 전세사기 피해주택 중 어떤 주택을 매입하고 매입하지 않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식, 비공식 회의에서 들리는 전언으로 정부는 다가구 주택, 불법건축 주택은 매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피해주택을 매입하지 않으면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주거는 극도로 불안정해집니다. 법원의 경매유예 조치도 무한정 진행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특별법의 의미는 적극적인 피해구제는 못하더라도 피해자의 주거안정이라도 지원하는 법이라는 것인데, 어떤 피해자들에게는 그 기대조차 무너지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사업은 현재 LH에 위임되어 있습니다. LH는 민간 주택을 매입하여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매입임대사업을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따라서 전세사기 주택을 매입한 후 임대하는 사업 역량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LH가 종전에 민간 주택을 매입하던 기준을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에도 적용하려 한다는 점에서 발생합니다. LH 매입임대 사업의 이력을 보면 다가구 주택 매입은 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가구 주택 내 기존 세입자와 마찰, 다가구 주택이 상대적으로 노후되어 있다는 점 등이 다가구 주택 매입을 LH가 피해 온 이유입니다. 비주거용 주택의 경우는 주거용으로 이용할 시 불법 주택이 되기 때문에 LH는 해당 주택을 매입임대사업으로 매입해오지 않았습니다.   전세사기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LH의 선별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이사하지 않고 거주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다가구, 비주거용 주택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겐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피해지원 사각지대 :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 피해자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는 취업, 진학, 결혼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분들도 계십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책은 해당 주택을 매입하거나 혹은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따라서 해당 주택에 거주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피해자에게는 특별법의 주요 정책이 소용이 없습니다. 우선매수권과 공공매입 후 임대전환은 모두 그곳에 거주할 수 있는 피해자에게만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다가구 주택 및 비주거용 주택 거주자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야 하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세사기 특별법의 주요 지원 정책이 모두 소용 없음을 인지하고 이 부분을 메우는 것이 특별법 개정의 첫 번째 방향입니다.   (법 개정 방향 요약)  1. 다가구 혹은 비주거용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공공이 매입하여 피해자들의 거주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이를 반영한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LH 지침을 세부적으로 마련하여 LH가 이 정책을 법 취지에 맞게 수행하게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토지은행,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리츠 등의 방안을 검토하여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안정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2. 1번의 개선이 된다 하더라도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피해자를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현행 진행되고 있는 긴급주거지원은 물론이고 선 보상 후 구상권 청구 지원책을 추가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타지역으로 이주하는 피해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습니다. 어느 선까지 국가가 선 보상 할 것인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합니다만, 시장 가치로 매수하거나 혹은 최소 최우선 변제금 이상으로 국가가 피해자의 전세보증반환 채권을 매수하고 임대인을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법 개정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피해자 인정 사각지대 :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전세사기 피해자   앞선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해발생 시기, 피해 발생 후 피해자의 행위(소유권 양도), 피해 규모(1,2인 전세사기 피해) 등에 따라 특별법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 발생 시기, 사기 입증 정도, 무권리 계약 사기, 피해 규모, 피해 발생 후 피해자의 행위 등으로 피해자 인정에서 억울하게 벗어나는 사각지대를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의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례는 제가 파악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이며, 각 사각지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데 객관적 자료 없이 이에 대한 법 개정 방안을 섣불리 제안하긴 어렵습니다. 어디까지 피해자로 인정해야 하는지 합리적으로 토론하기 위해선 피해자 범위에 대한 논쟁 이전에 객관적인 피해 현황이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조사가 없다는 것은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여당 의원에 의해 지적되기도 하였습니다.  전국적인 피해조사 없이 피해자 범위 조정에 대한 합리적 논의는 불가능합니다. 피해자 현황 조사 자료 없이 피해자 인정 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 혹은 ‘더 이상 늘릴 수는 없다’는 식의 주장은 정치적 입장이 될 수는 있으나 어느 쪽이든 상대측과 국민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일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 범위를 재조정하는 논의를 위해선 먼저 피해자 조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신청을 한 피해자에 한해서 피해 정보를 종합하여 전체 전세사기 피해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매우 제한적인 피해자에 한해서만 조사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현장의 피해와 간극이 크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조사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피해자 범위보다 훨씬 포괄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피해조사 시기도 중요합니다. 올 12월에 법 개정 논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1월 중에 피해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피해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역순으로 시간을 계산해 보면 적어도 9월이나 늦어도 10월 중에는 피해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피해조사에 대한 계획은 더 빨리 수립해야 하겠지요. (법 개정을 위한 사전 조치 요약) 1. 전세사기 피해자 실태 조사 (9~10월 시작, 11월 완료) 2. 실태조사를 토대로 피해자 범위 논의 (12월)   # 전세사기 피해조사의 어려움   전세사기 피해를 포괄적으로 조사하겠다고 의지를 세우더라도 제한된 시간 내에 피해조사를 완료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세사기 피해는 물리적/지리적으로 범주가 가시화된 피해가 아닙니다. 또한 계약 만기가 도래하지 않아 현시점에서 피해가 확정되지 않고 예정된 피해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피해조사를 시행하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전세사기 피해를 조사할 것인지에 대한 숙의도 필요합니다.   하나의 피해조사 방식을 제안해 봅니다. 전세사기 피해조사가 1~2달 남짓 안에 완료되어야 하고, 피해자의 범위 자체가 정치적으로 논쟁거리인 상황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피해조사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조사 기간을 공표하고 그 기간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접수를 모두 받고 분류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전세사기 피해 밀집 지역을 지정하고 해당 지역은 직접 조사원이 찾아가서 전세사기 피해와 피해자의 상황을 조사하는 방안입니다. 정부, 피해자대책위가 협업해서 조사 방법과 피해 신고 방안을 홍보한다면 상당한 수준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사례, 실거래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 등의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조사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조사를 통해 피해 현황을 확인하면 특별법상 피해자 / 특별법상 피해자는 아니지만 정부 지원 대상 피해자 / 피해자 및 지원 대상 제외자로 구분하는 논의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구제책 한계 보완 : 주거 안정에 그치는 전세사기 특별법   전세사기 특별법이 만들어진 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6월 말 전세사기 피해를 확인한 50대 피해자는 ‘돈 받기는 틀렸다’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인천의 67세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내와 평생 모은 돈으로 생애 첫 전셋집을 구했습니다. 남편분(자신) 몸이 불편하여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구했는데 그 주택이 전세사기 주택이 되었습니다. 자신 때문에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남기고 건강이 악화하여 8월 4일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보루가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별법 보완은 시급합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국가가 구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투기가 아닌 거주를 위해 택한 일이자 공인중개사, 국가기관 보증 전세대출 위에서 벌어진 일이 전세사기 참사이기에 국가가 이 일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이 23년 6월 1일 자로 제정되고 시행되었지만, 어떤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위안이나 희망의 보루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과정에서 빠졌던 구제책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목돈이 지금 필요한 피해자에게 나중에 받을 것이라 예상되는 금액을 주는 방안(선 보상 후 구상권 제도),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하고 보증금 전체를 잃어버린 피해자에게 일부라도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최우선 변제금 국가보상),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국가기관이 매수하여 피해금 일부를 돌려주는 방안(금융기관 선순위 부실채권 매입) 등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보증금 피해 구제 외에도 피해주택에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재난 위험, 관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특별법 개정 논의 때 함께 포함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임대인의 부재로 주택 관리인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주택관리자(주택소유권자)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임차인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습니다. 주택 보수 및 관리 비용이 적은 경우야 피해자들이 자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침수, 누수 등 경제적 부담이 큰 관리 비용까지 임차인인 전세사기 피해자가 부담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전국을 휩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택도 침수되거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위한 조치도 법 개정 혹은 정부/지자체 차원의 지원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법 개정 방향 요약) 1. 선 보상 후 구상권 제도 2. 최우선 변제금 국가보상 3. 금융기관 선순위 부실채권 공공 매입 후 피해 보상 방안 4. 전세사기 피해주택 보수 및 관리 지원 방안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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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생추어리, 고기 아닌 생명으로 마주한 돼지들
작년 여름, 우연히 알게 된 새벽이생추어리에서는 마침 돌봄 활동가 보듬이 2기를 모집 중이었다. 당시 유기견묘 보호소 봉사를 하며 동물권에 관한 관심이 커졌던 때였기에 보호소와 생추어리의 차이가 궁금했던 것은 물론, 개와 고양이처럼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반려동물’과 달리 ‘음식’으로 생명력 없이 만나온 세월이 훨씬 긴 돼지와는 돌봄으로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7월부터 12월까지 2020년 4월에 설립된 국내 1호 생추어리에 거주 중인 돼지, 대한민국 최초 공개 구조된 동물해방의 ‘새벽’과 안락사의 위기에서 구조된 강인한 생명력의 ‘잔디’를 만나게 되었다. *웹사이트 : https://www.dawnsanctuary.kr/ 인스타그램 : @dawnsanctuary/ 책 :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통해 새벽이생추어리와 두 돼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보호소, 동물원과 달리 생추어리는 입양, 전시, 관람, 교육, 연구 등 공간 존재의 초점이 인간이 아니다. 자신의 특성과 성향에 맞는 삶을 찾아 평생 온전하게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공간을 자유로이 개방하지 않으며, 적절하고 안전한 돌봄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생추어리의 목적이자 목표이다. 늘 다짐하는 것이 있다. 생추어리는 새벽과 잔디가 주인인 곳이며 나는 방문객임을 잊지 말자, 이들의 행동과 감정을 인간 중심적인 시선으로 판단하려는 것을 경계하자. 그동안 비인간동물과의 관계에서 그들을 인간동물의 기준으로 아는 ‘척’ 할 때가 많았기에 위 내용을 바탕으로 사전 교육을 받고 돌봄의 순간마다 곱씹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탁 트인 녹색 풍경과 고스란히 느껴지는 계절감에 지침을 잊고 마냥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곳은 얼핏 평화로운 듯 보이나 하루하루가 투쟁인 곳임을 잊지 않고자 한다. 주 1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이들과의 만남 및 돌봄이 이루어진다. 현장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활동가 새생이와 돌봄을 하는 활동가 보듬이는 네이버 밴드를 이용하여 돌봄 내용을 공유하고 이어나간다. 저녁밥을 주고 아침밥을 만들어 놓기, 물 주기, 건강 및 행동 살피기(기분, 눈, 다리, 대변 등), 여름에는 벌레 퇴치제를 뿌리고, 겨울에는 찜질팩을 챙겨주기, 간식 및 아늑한 집을 위해 근처 풀과 건초, 낙엽을 주기, 대변 줍기, 생추어리 내부 관리(장화 세척, 흙 정리) 등의 돌봄을 하다 보면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져 새벽과 잔디의 이름을 부르며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할 때도 많다. 돌봄 초반에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돼지는 무엇을 먹을 수 있지? 먹으면 위험한 음식은 무엇일까? 무얼 좋아하지? 의 물음을 가지고 인터넷에 검색한 결과,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온통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는 법’, ‘반려견이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의 부위’와 같은 글투성이였다. 황당하고 답답했다. 아, 새벽과 잔디는 딱 생추어리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이 밖에서는 살아있음에도 그 삶을 인정받지 못한 채 죽음이 당연한 존재구나. 콩, 보리, 오이, 고구마, 호박, 비트, 사과, 자두 등 돼지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큰 이를 가진 새벽에게는 채소를 자르지 않고 주는 편이며, 이가 약한 잔디에게는 한입 크기로 잘게 썰어 준다. 둘의 몸 크기 차이만큼 식단의 양도 현저히 다르다. 새벽이는 새벽이답게, 잔디는 잔디답게. 시원한 물을 좋아하는 새벽과 달리 잔디는 무더운 여름에도 미지근한 온도를 선호한다. 잔디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 코로 밀고 킁킁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건네는 반면, 새벽은 조심스레 천천히 알아가려는 편이며 낯선 대상을 경계한다. 그 조심성은 추운 겨울날에도 이어지는데, 온 땅이 꽁꽁 얼었을 때 걷다가 미끄러질까, 얼음이 깨질까, 울퉁불퉁한 땅 때문에 발을 다칠까 싶어 울타리 근처로 밥을 들고 와도 저 멀리 집 근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인간이 일방적으로 다가가는 돌봄이 아닌 서로 관계를 쌓아가는 돌봄. 이러한 새벽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새벽에게 나의 목소리가 익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새벽아, 내 목소리 기억해? 다음 주에 또 올게’ 하며 꾸준히 이름을 불렀다. 그저 밥 챙겨주는 사람에 불과하여 긴장 속에 아슬했던 우리의 관계는 돌봄 마무리가 가까워지자 서서히 변화했다. 밥이나 물, 풀을 들고 있지 않음에도 ‘새벽아’ 부르며 울타리를 따라 쭉 걷자 ‘컹’하고 외치며 새벽도 함께 그 옆으로 발을 맞추었다. 서로의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진 못하지만 컹컹컹 말하는 새벽은 편안해 보였다. 몸이 닿는 것을 허락하여 코와 등으로 손길을 차분하게 느끼는 그의 모습은 나를 향해 입을 딱딱 부딪치며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만남 초반과 확연히 달랐다. 이렇게 우리가 더욱이 연결되어 서로를 돌보고 ‘오늘도 너와 내가 무사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은 안도감과 함께 더 오래 살아내 보자는 힘을 쌓아준다. *진흙 목욕을 하는 새벽과 루팅을 하는 잔디의 모습   날이 더울 땐 진흙 목욕을, 코로 땅을 파는 루팅을 하며 입을 쩝쩝거리기도, 짚을 열심히 뭉치고 정리하며 잠자리를 만들고, 딱딱하고도 말랑한 코로 밀면서 의사표현을 하고, 우다다 신나게 달리기도 한다. 인간의 몇 배나 큰 덩치의 돼지가 축구공을 가지고 놀며 달리는 모습이 상상되는가.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자유로이 움직이는 돼지들을 바라보고 몸을 맞닿는 순간들을 보내며, 이들의 목소리를 모두 차단하고 몸을 부위별로 나누어 먹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음이 더욱이 이상하고 끔찍했다. 특히 다리가 약한 잔디의 발과 다리를 주물러주다, 생추어리 밖 곳곳에 전시되어 판매 중인 ‘족발’을 마주할 때마다 잘린 몸과 얼굴이 함께 그려졌다. 주변에 지워지고 사라진 얼굴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사라진 얼굴들의 행방에 의문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불편한 감정이 따르겠지만 함께 들추어 일상을 균열 내어 보자고 조심스레 손을 내밀고 싶다. 아는 얼굴과 이름의 돼지들을 만남에도 같은 이름의 ‘고기’라는 일부 덩어리를 보았을 때, 살아 움직이는 새벽과 잔디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생추어리에서의 경험은 분명 종과 종 사이의 경계를 흐려 상상의 범위를 확장해 주었다. 그러나 폭력이 무관심하게 일상이 되어버린 환경에서 지내며 이 감각이 다시 무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함께 사는 삶을, 상호 돌봄을 지향하는 공동체의 확장이 필요하다. 생후 6개월이 되면 죽임을 당하는 대부분의 돼지와 달리, 새벽은 지난 7월 9일에 4번째 생일을 맞았다. 고기 아닌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새벽과 잔디를 넘어 더 많은 동물에게 주어지길 바란다. 이들은 ‘고기’로 태어나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본질대로 자유롭게 살아갈, 죽음이 아닌 삶을 살 권리가 있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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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LH 철근 누락 사건으로 공공임대주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근 누락 심각한 문제다.하지만, 이번엔 공공 및 민간 청년 주택 청약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최근 3-4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서울주택도시공사 SH, 경기주택도시공사 GH, 부산도시공사 BMC가 공급하는 청년매입주택,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 역세권청년주택(민간포함) 등 다양한 청약을 신청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다. 공공 주택을 신청한 이유는 발품 들일 필요가 적고 국가가 임대해 주는 것인 만큼 보증금 및 퇴거 문제에 있어 골머리 앓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역의 행복주택, 서울 청년전세임대, 서울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3번 당첨되었다. 행복주택은 LH, SH, GH, BMC에서 진행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및 주거약자(노약자 포함)를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행복주택은 공공에서 공급한다. 서울 역세권이나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주택 공급 유형에 속한다. 행복주택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신축 건물이 많다.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공고도 많다. 그래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의 행복주택은 경쟁률이 매우 높다. 반면,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의 경우 교통편이 편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추가 공고가 발생할 만큼 입주가 더디게 이뤄진다. 현재 거주중인 행복주택은 수도권에 위치한 행복주택 보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2-4배 정도 저렴하다. 청년전세임대는 LH에서 소득 수준이나 기타 기준을 근거로 보증금 1-2억 정도를 ~2% 정도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보증금 지원 방식이다. 일반 전세처럼 임대료 부담에서 해방되게 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민간 주택 대출보다 이자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은 LH가 공급하는 건물에 적용할 수 없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적용되는 집(집주인)을 직접 찾아야 한다. 그 후 권리 분석을 통해 계약이 치러진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가능한 집들이 많이 없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적용된다 해도 집이 오래된 경우도 많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을 받아도 계약한 건물에서 부과하는 관리비나 월세를 따로 받아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해당 청약에 당첨돼도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 시끄러워 해당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이번 7월 중순, 서울 O호역 근처 신축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청년의 경우 4-5평(16형)만 공급되었다.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청약 주택 신청은 큰 제한이 없어서 지역에 거주하는 나도 신청이 가능했다. 민간 청약 결과는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확정된다. 공공에서 제공하는 역세권청년주택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 제한은 없다. 민간에 비하면 몇 배 이상으로 저렴해 경쟁률이 높다. 공고에 따라선 공급 호수가 적은 경우도 많다. 무작위 추첨이 아니고 1, 2, 3순위 배점에 따라 청약 당첨이 결정된다. 당첨되었던 민간 역세권 청년주택 16형(4-5평)의 경우, 보증금을 최대로 했을 때 5990만 원이었다. 월 임대료는 41만 원. 관리비를 10만 원으로 잡아도 월 50만 원 수준이다. 방의 크기를 떠나 가장 큰 장점은 첫 입주 건물이라는 것과 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방 크기에 비하면 비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에 오랫동안 가스라이팅 당해와서 그런지 엄청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계약 기간 1주일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6천만 원의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역세권청년주택 전용 임대 보증금 50% 무이자 대출을 알아봤다. 보증금 1억 원 이하의 경우 50%까지 최대 4500만 원 지원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무이자 대출을 받아도 여전히 3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 잔액은 주택도시기금의 청년 버팀목 전세 대출로 해결하려고 했다. 연 1.5~2.1% 사이 이자로 보증금의 80%를 빌려준다. 기타 대출보다 이자가 그나마 저렴해 많은 청년들이 선택하는 대출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최대 24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서울주택도시공사 3000만 원 +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2400만 원 + 자비 600만 원으로 보증금 해결이 가능했다. 월세는 대출 이자 + 관리비 + 기타 요금을 합치면 넉넉잡아 60만 원으로 예상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고민하던 중 해당 역세권청년주택이 무량판 구조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었다.(현재는 목록 사진이 내려간 상태다.) 무량판이 문제가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날림 처리되었거나 누락된 것이 문제라 무량판은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고민했고 결국엔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하지 않았다. 그때, “대출을 받아 가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 “아니,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라는 상충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서울이니까라고 답을 하면 모든 건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한 생각들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자. 사회 초년생에겐 수천만 원의 현금이 없다.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그들이 일자리를 위해 모이는 서울의 방 한 칸 보증금은 수천만 원이다. 월세도 수십만 원이다. 부모님에게 지원받거나 대출을 받아 기본적인 주거 상황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면 반지하에 거주해야 하거나.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인데. 현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각종 복지 예산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7729억 삭감했다. 반면 분양주택 지원 예산은 1조 1138억 원 증액했다. 정부 기조를 보면 대도시에 거주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민간 업체들이다. 민간은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지어 정부로부터 일반 분양 권리 혜택을 받아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분양이 시작되었을 때 인구가 줄어 보증금이나 월세가 내려갈까? 아니면, 서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비싸질까? 시설이나 위치를 따졌을 때 그럴만한 가격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주거 약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다.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개개인의 문제일까? 폭주한 시장을 바로잡지 못한 정부 정책의 모자람일까? 아니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비정상적인 걸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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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동물윤리: 돌봄의 생태공동체를 향해
수백 년 전, 여성들은 왜 동물에 관심을 가졌을까? 몇 차례 <동물권행동 카라>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나는 주로 페미니즘 이론을 강의하기 때문에 수강자 대부분이 여성인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카라>에서 동물권을 주제로 강의할 때 성비의 특성에 좀 둔감했다. 수십 명이 참여하는 동물권 교육프로그램에 남성은 고작 서넛이었다. 얼마 뒤에 우연히 에코페미니스트 수전 그리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인터뷰의 첫 질문이 환경단체나 동물권리운동 단체에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였다. 그러게, 왜일까? 최초의 페미니스트 중 한 명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1787년과 1788년에 쓴 교육에 관한 책에서 동물에 대한 존중과 연민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스트 마거릿 풀러는 1845년 저작에서 여성적 문화가 통합된 더 나은 사회는 동물 도살을 포함한 모든 폭력이 종식되고 채식을 하는 사회라고 언급했다. 프랜시스 파워 코브는 1875년 최초의 동물보호운동단체인 <생체실험동물보호협회>를 설립했고, 1898년에는 <생체실험폐지를위한영국연합>(현 Cruelty Free International)을 설립했다. 샬롯 퍼킨스 길먼의 1915년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소설 『허랜드』는 동물들이 착취도 수탈도 감금도 당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여성들의 세계를 다룬다. 제1물결 페미니스트들은 주로 여성의 참정권과 교육받을 권리, 직업을 가질 권리 등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러 제1물결 페미니스트들이 채식주의를 주장하고 동물원 동물의 해방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계몽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았지만 남성 철학자들이 동물을 이성 능력도 영혼도 없는 기계로 여겨 실험과 조작의 대상으로 보았던 반면, 페미니스트들은 동물이 지닌 감각과 감정에 초점을 맞추어 윤리적으로 대우할 것을 주장했고, 더러는 동물이 고유의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어째서 그렇게 일찍부터 동물의 고통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을까? 19세기의 영국 반생체실험 운동을 연구한 코럴 랜스버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줄에 묶인 채 생체실험자의 칼을 받는 모든 개나 고양이는 여성들에게 그들 자신의 조건을 떠올리게 한다.” 현대의 여성들은 18-19세기의 여성들보다는 많은 권리와 자유를 확보했고, 현대의 동물들은 더 이상 마취도 하지 않은 채 해부를 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둘 다 여전히 폭력과 차별, 착취에 노출되어 있다. 여전히 동물과 관련된 강연이나 캠페인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현대의 여성들도 동물들에게서 자신을 보는 것일까?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이 동물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가 ‘비슷한 처지’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들이 역사적으로 책임져왔던 노동이 생명체를 낳고 기르고 보살피는 일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관점으로서 에코페미니즘 가부장제나 자본주의는 생명체를 노동력이나 자원, 소유물이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는 가치체계를 가지고 있다. 차별받는 집단인 여성은 이 체계 안에서 꼭 필요하지만 저평가된 일을 할당받았다. 임신, 출산, 육아, 가사노동, 돌봄노동은 본능이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대가도 없이 혹은 최저 수준의 임금만 받고 여성이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졌다. 이런 노동의 영역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주요한 장소이다. 하지만 이곳은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담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내가 아닌 타자를 낳거나 기르거나 돌보는 노동에 익숙한 사람은 다른 존재의 감각, 감정, 필요와 욕망을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다른 존재에게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더 깊이 있고 책임 있는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이런 일들을 더 많이 훈련해 왔고, 이 역량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종과의 관계에서도 발휘된다. 이런 역량의 체득과 실행이야말로 지금 지구가 처한 위기상황의 관건이다.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위기 속에서 아무 책임도 없는 수많은 동물종이 멸종되고 서식지를 잃는 등 삶의 조건을 빼앗기고 있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를 과학자와 행정관료와 정치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이 전문가들이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서 어떤 정책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려면, 우리가 민주적 대화를 통해 협의하고 동의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어떤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까? 기후위기를 일으킨 사고방식과는 다른 관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고차원적인 이성을 지닌 인간이 다른 모든 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 그래서 인간이 다른 동식물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조작할 권리를 갖는다는 생각, 다른 생명체들을 인간의 필요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반대되는 사고방식이 필요한 게 아닐까? 다른 동물들의 육체와 여성의 육체는 완전히 도구화해도 된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관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태적 돌봄을 생각하는 페미니즘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안에서 그런 새로운 관점과 틀을 발견해왔다. 그것은 바로 돌봄윤리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종의 육체와 필요, 욕망을 이해하고 충족시키며, 나 자신을 포함해 이 육체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풍요롭게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윤리, 관계 속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 하려고 하는 윤리가 돌봄윤리다. 페미니즘의 돌봄윤리는 인간은 독립적인 개인이고 필요에 따라 모여서 사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의존하고 서로를 돌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돌봄윤리는 윤리적 행위가 원칙과 의무에 매이기보다는 맥락과 관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윤리적 행위는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존재가 나와 함께 잘 살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이다. 이것은 단지 나와 가까운 사람들만 고려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공동체 전체와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름 모르는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리면서 만든 반도체가 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동물의 서식지를 불태워 만든 밭에서 생산된 밀을 먹으며, 내가 배출한 쓰레기는 중국이나 필리핀 등지에 수출되어 가본 적 없는 지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아동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 이 문제들은 단지 우리가 서로의 권리를 보장하거나 침해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들은 나의 삶의 방식이,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의 여러 구조적 조건들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여, 더 나은 삶의 양식과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데 개입하는 책임의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윤리는 또한 정치학이다. 돌봄윤리는 사회구조 안에서의 다층적인 권력관계, 차별과 배제의 맥락을 고려하고, 돌보는 자와 돌봄을 받는 자 사이의 위계를 살핀다. 누구에게 돌봄이 전가되고 누구는 돌봄을 받기만 하면서도 받지 않는 척 할 수 있는지, 각자가 놓인 성별, 계급, 인종, 장애, 연령 등의 맥락에서 어떤 돌봄이 어떻게 수행되고 분배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다른 종들과 함께 생태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길 가장 유명한 동물윤리학자인 피터 싱어와 톰 레건은 모두 동물윤리가 동물에 대한 사랑이나 연민 등 감정에 의한 것으로 비춰질 것을 걱정했다. 이들은 동물윤리는 철저히 합리적인 철학적 성찰에 근거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사랑은 단지 비합리적이고 그저 개인적 감정에 불과한 것일까? 수전 그리핀에 따르면 “만약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통제하려고 그것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창출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참된 앎은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말이겠다. 돌봄윤리는 사랑에서 비롯된 참된 앎과 책임 있게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윤리적 의지,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판단능력, 관계 맺고 있는 이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 공동체의 문제들에 개입하는 정치적 적극성을 요구한다. 개인의 윤리적 행위의 원칙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관계망의 맥락과 다양성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종합적 판단능력도 요구한다. 자기희생의 돌봄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관계의 구성원으로서 함께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는 용기도 돌봄의 일환이다. 현재 우리가 다른 동물종과 맺고 있는 관계는 어떤가? 일방적인 폭력과 착취의 관계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 대신 돌봄을 주고받는 생태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에게, 비주류 인종에게, 빈곤한 이들에게 값싸게 떠넘겨왔던 돌봄노동을 모두가 나눠지고 그 가치와 의미를 재평가하는 것이 그 지름길이 될 것이다. 돌봄의 관계 당사자에 다른 종들과 생태계 전체를 포함시킬 때라야 우리 자신도 진정으로 돌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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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실험실 동물 500만 마리 가까이 희생. 이대로 괜찮은가
“끼이이이이이익” (손톱으로 유리창을 그으는 것 같은 소리) 토끼가 약물을 주사 받고 너무 고통스러워 내는 비명소리이다. 온순하고 조용하기만 한 것 같은 토끼가 이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일반 사람들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공간인 동물실험실. 여기서 일어나는 생명의 희생을 줄여 나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매년 늘어나는 실험동물 희생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매년 국내 실험동물 시설에 대한 실태조사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윤리제도가 도입, 시행이 된 2008년 이후 동물보호법에 근거하여 매년 발표 되어오고 있다. 가장 처음 실험동물 통계가 발표된 2008년 기록에 따르면 그해 76만 마리의 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 후 이 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며 가장 최근 발표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499만 마리가 실험으로 희생되었다. 실험에 쓰인 동물의 종으로는 마우스, 랫트와 같은 설치류를 비롯하여 토끼, 원숭이류, 개, 고양이, 돼지, 소와 같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어류 등을 포함한다. 우려되는 수치는 가장 극심한 고통이 야기되는 실험인 고통등급 E에 이용된 동물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고통스러운 화학물질 등에 노출이 되어도 진정제 또는 통증완화제가 주어지지 않고 약물에 대한 상처 등의 반응을 보이거나 죽음에 이르는 실험에 이용되었다. 동물실험이 늘어나는 것은 동물실험을 하는 시설이 늘어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실험을 실시하는 기관에서는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수를 보면 2020년 449개소 설치, 2021년 481개소 설치, 2022년 517개소 설치로 늘어나고 있다. 실험실에 한번 들어간 동물은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럼 실험동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이 있는 실험실의 수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동물이 없는 실험실이라면 어떻게 실험과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일까.  동물이 없는 실험실, 대안은 무엇인가 동물실험에는 3R 원칙이 있다. 실험동물을 대체(Replacement) 하고, 실험되는 동물의 수를 감소(Reduction) 하고, 실험 과정에 있어 고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개선(Refinement)이다. 이 3R 원칙은 1959년에 러셀과 버치에 의해 처음 소개가 되었고, 동물실험을 하는 관계자라면 꼭 숙지해야 할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도 ‘대체하고, 최소한 동물을 사용하고,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3R 원칙이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 원칙이 만들어진 63 년 전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의 혜택을 상상도 하기 어려울 때였다. 물론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동물의 수를 줄이고 복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물을 이용하여 사람의 치료제를 만드는데 종간 차에서 오는 불일치로 인해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Replacement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과학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물을 완전히 대체하는 방법은 실제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시험물질이 사람의 피부에 닿을 시 반응을 살펴보는 방법, 사람의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하여 실제 장기 기능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는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기술이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예시이다. 또한 USB 크기 정도의 칩에 사람에서 유래한 세포를 배양하여 혈액이 흐르는 혈관 등과 같이 실제 사람의 신체를 모사하는 구조를 만드는 장기칩(organ-on-a-chip) 기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장기칩은 여러 개를 연결하여 여러 장기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반응을 연구할 수 있는 멀티장기칩(multi-organs-on-a-chip) 기술 연구도 활발하다. 그뿐만 아니라 컴퓨터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성질 분석 및 인체 독성에 대한 예측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대체시험 방법은 국제적으로도 인정이 된 사례도 있다. 독성평가에 있어 글로벌 표준시험법을 제공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실제로 사람 유래 물질을 이용한 피부, 눈 등에 대한 독성 자극 시험법을 개발하고 과학적인 검증을 하여 이러한 방법이 활용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동물대체시험방법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이 필요한 이유 2013년~2015년은 국내 화장품 동물실험 금지 법안 통과를 위해 국내 기업과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시기이다. 유럽연합에서 화장품에 대한 모든 동물실험 금지가 시행되며 유럽으로 수출을 앞둔 국내 화장품 기업은 동물실험을 안 한다는 인증을 받기 위해, 소비자들은 동물실험을 안 하는 브랜드를 찾고자 동물보호단체에 문의를 했다. 화장품은 기존에 안전성이 입증된 수많은 원료들로 제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새로운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소비자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된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고를 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고자 목소리를 모았다. 그렇게 해서 화장품법이 개정되며 예외 사항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정작 동물실험이 많이 이루어지는 산업과 연구 분야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화장품에 관련된 동물실험에 대해서만 제한을 하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을 위해 안전성과 독성 평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2015년 시행되며 등록을 위해 동물실험을 새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화학물질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여러 독성 시험을 한 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동물실험을 요구하는 법은 비단 화평법 뿐만이 아니다. 농약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의료기기법, 의약품의 규격과 기준을 고시하는 약전, 화학제품안전법 등 여러 소관 부처의 다양한 법률이 있다. 법률 외에도 연구,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을 수행하는 교육, 연구기관을 지원하는 것은 국내 대부분의 정부기관에서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농림식품부 소관)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식약처 소관)에서는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 문구는 현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사람의 세포를 배양하여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인체조직 모델을 이용한 방법과 같이 실제로 대체시험방법이 개발되어도 이를 활용할 인프라가 부족하여 정작 현장에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문제점이 생겼다. 오가노이드, 장기칩의 경우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시험 자료를 정부측에서 검토를 하고 승인을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어야 지속적인 연구와 활용이 이루어질 텐데,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컨트롤 타워 부재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 와중에 해외 제약회사에서는 장기칩 기술을 이용하여 약물 후보 물질을 평가할 정도로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신한 방법을 이용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12월 미국 현대화법(Modernization Act) 통과를 통해 세포 기반의 시험법 또는 컴퓨터 모델링 등의 동물실험 대체 방법을 이용해 새로운 약품의 안전성이나 효능을 평가받는 것이 가능 해졌다. 동물실험을 한 결과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외의 대체 방법을 이용한 결과도 정부에서 검토를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으로 인해 대체 기술의 개발과 활용 분야가 활발해질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의 부정확성과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려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첨단 기술의 활용을 넘보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관련 업계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연구자들은 동물실험 결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첨단 기술을 이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 기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국내의 현황과 해외의 흐름을 반영하여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020년 발의되었다. 약 3년여간 국내 관련 업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부처들과 이야기하며 한국에서도 동물대체시험방법 개발과 이용까지 모두 촉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마련 및 체계적인 연구 지원과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지원을 할 수 있는 법적인 체계 필요성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법안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인해 2022년에는 유사한 법안인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 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이어서 발의되었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 ▲ 동물대체시험법이란 첨단 기술 등을 이용하여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나 동물 수를 감소시키는 방법으로 정의 ▲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관계 중앙행정기관과의 장과 협의를 거쳐 동물대체시험 활성화를 위한 5년 기본계획 수립 ▲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사항 심의를 위해 동물대체시험법 활성화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  ▲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 운영의 법적 근거 마련 지난 5월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는 오가노이드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신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오 기술은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정부기관에서 실제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데이터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실제 현장에서 활용이 되어야 한다.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 법안은 관련 부처와 관계 기관들이 이러한 장기적 전략과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 운영을 명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신기술 도입과 활용을 위한 체계 수립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 없이 늘어나고 있는 실험동물 수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고 사람에 대한 예측이 높은 대안 방법을 만드는 기술을 활성화하는 동물대체시험법 촉진을 위한 제정법안 통과로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윈-윈 법안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바란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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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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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의 장면을 위해 ‘마리아주’는 죽었다
마리아주가 죽었을 때 그의 나이는 네 살이었다. 약 2년 여 간의 경주마 생활을 뒤로 하고 말 대여 업체에 팔려간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주인공 말의 대역으로 드라마 현장에 투입된 마리아주는 낙마 장면을 위한 고의적인 연출로 머리부터 땅바닥에 곤두박질치는 사고를 당했다. 심한 충격을 받고 쓰러진 채 바닥에서 내리 헛발질을 하던 마리아주의 발목에는 로프가 묶여 있었다. 촬영 신호와 함께 달리기 시작한 마리아주가 겨우 몇 발짝 내달렸을 때 뒤쪽에 서있던 스텝 여럿이 로프를 힘껏 잡아당겼고, 마리아주는 고개가 꺾이며 고꾸라졌다. 예상치 못한 사고에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몸부림치던 말은 일주일 만에 목숨을 잃게 된다. 우리에게는 ‘까미’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다. 몇 달의 시간이 흐른 뒤 방영한 드라마에서 마리아주가 등장한 시간은 고작 3초 가량에 불과했다.  아니, 사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대로 끝나서는 안됐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벌어진 죽음을 마주하며 사람들은 예전부터 느껴왔던 불편한 감정을 떠올렸다. 그 사고는 단지 어느 운 없는 동물 하나에게만 일어난 예외가 아닐거라는, 슬프지만 분명한 짐작이었다. 모두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랐고 미디어 전반에 걸친 각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처음으로 사건을 공론화했던 동물자유연대가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리자 20만 명 넘는 시민들이 이에 동의했다. 그 결과 정부는 "2022년 상반기 중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현장에서 실행하도록 모니터링하겠다" 약속했고, 그 작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그 후 1년 반,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인 미디어 출연 동물보호 가이드라인  그러나 사건이 가져온 파장에 비해 변화는 미미하기만 했다. 협의체 구성원 중 대다수는 미디어 업계 관계자였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가이드라인 제작에 부정적이었다. ‘가이드라인’이라는 호칭 자체에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2022년 상반기에 두 차례 있었던 회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촬영에 동원한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는 동시에 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범위를 파악해 실효성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작해보고자 했던 의도는 찾을 수 없었다. 본론은 꺼내지도 못한 채 고작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 만을 역설하기 바빴고, 지금은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로 일 년 넘게 답보 중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 새로운 제약에 발목 잡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까 우려했다. 촬영 현장은 대체로 열악하기 마련이라 사람에 대한 처우도 엉망이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쉽게 말해 사람도 힘든데 동물까지 어떻게 챙기냐는 뜻이었다. 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동물의 안전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으면 된다. 아직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만약 마련된다 해도 그 안에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만 담길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안전을 위한 담당자를 따로 지정한다거나 대기 시간에는 동물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 같은 것들 말이다. 고작 이 정도 항목조차 부담된다면 살아있는 동물을 촬영에 동원하지 않는 것이 맞다. 어떠한 영상물도 생명의 가치보다 귀할 수는 없고, 약자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일이다. 가이드라인은 종착지 아닌 시작일 뿐 앞서 언급했던 마리아주를 이용한 낙마 장면이 방송으로 송출되자 많은 시청자들이 말의 안위를 걱정하며 방송국 홈페이지에 항의글을 남겼다. 촬영 과정에서 고의적인 사고를 일으켜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었음에도 짧은 시간 출연한 동물의 안전을 우려할 정도로 시청자들의 인식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촬영 관계자들은 현장에서 그런 사고가 있었음에도 해당 장면을 그대로 내보낼 만큼 동물을 이용하는 데에 무감각했다. 그곳에서 동물은 너무 오랜 시간 방송을 위한 소품처럼 다루어졌고, 말 한 마리의 죽음으로는 이를 바꾸기에 역부족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분노가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건만 그토록 격렬한 흔들림에도 세상은 바뀐 것이 없었다. 이대로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마리아주의 죽음은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을까. 촬영 현장에서 희생되었을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동물들과 앞으로도 이어질 고통은 또 무슨 낯으로 마주하겠는가. 그러한 마음으로 동물자유연대는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모으기 시작했다.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 페이지를 개설했고, 지금까지 5천명 가까운 시민들이 동참했다. 모아진 서명은 정부에 전달하여 조속한 가이드라인 제작을 요구할 계획이다. 제작부터 이러저러한 난항을 겪으며 그 완성을 간절하게 기다리게 되었지만, 사실 출연 동물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우리의 종착지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많이 기울어진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 동물을 고작 ‘방송을 위한 소품, 흥미 유발 소재, 연출 도구’로 바라보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미디어의 동물 착취는 계속될 것이다.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 이제는 TV 방송 뿐 아니라 개인 방송, OTT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만약 미디어가 지금과 같이 아무 제약도 없이 동물을 수단으로 마음껏 이용하게 둔다면 다른 분야에서 동물의 위치 역시 그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디어는 동물 권익 향상에 있어 상당 부분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어떠한 측면에서는 동물의 지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데 앞장서기도 한다. ‘미디어 출연 동물 보호 가이드라인’은 그 양날의 검을 올바르게 다루게 할 최소한의 장치다. 미디어가 동물을 인간보다 하찮은 존재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엄에 대해 더 많이 살피고 고려해야할 약자로서 여기며 감수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그제야 비로소 마리아주의 이야기는 끝맺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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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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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쉽게 데이터 분석하기 : ChatGPT-4 Code Interpreter
우리가 특정 사회적, 과학적인 주장을 할 때 근거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을 하나 꼽으라면 '데이터'죠. 다양한 통계, 지표 등을 활용하여 우리는 여러 가지 주장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세상에는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꽤 있다. 하지만 그 데이터 파일들을 분석하는 것은 관련 수업을 듣지 않고 자력으로 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며,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를 정리하는 일(클렌징)은 시간이 많이 든다. 23년 7월에 공개된 ChatGPT-4의 'Code Interpreter'는 데이터 분석에 뛰어나다는데, 과연 많은 연구와 활동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1단계 : 데이터와 코드북 준비하기 저는 이번 글에서 간단하게 예시로 '한국의 중도층'에 대해 AI로 분석해 보려고 하는데요, ChatGPT-4의 Code Interpreter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23년 8월 10일 기준 다음과 같은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ChatGPT 유료 구독(월 2만원) 분석하려는 데이터와 변수명 파악(가능하면) 분석하려는 데이터의 코드북 데이터 분석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코드북'이 무엇인가 궁금하실 겁니다. 쉽게 말하면, '데이터 설명서'입니다. 위 이미지는 제가 이번에 분석한 데이터 두 개중 하나인 KGSS(한국종합사회조사)데이터의 코드북입니다. Ctrl + F로 원하는 데이터 종류를 찾거나, 목차를 보고 내가 원하는 데이터가 있을 만한 곳을 찾습니다. 저는 KGSS에서 한국의 '중도'비율 변화를 보고 싶었으므로 '증도'라고 검색해서 원하는 데이터와 그 변수명을 확인합니다.KGSS에서 연도별 중도층의 비율을 알 수 있는 변수명은 'PARTYLR'이네요(뒤에 나오겠지만, 변수명 몰라도 됩니다). 2단계 : 데이터 정리하기 저희가 코드북 - 데이터 메뉴얼을 통해 1,2가 진보, 4,5가 보수, 3이 중도인걸 확인했으니 그래프를 그렸을 때 '진보,중도,보수'의 추이를 보기 위해 데이터를 정리해달라고 요구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분석할 때 '응답 없음'이나 '모름'은 없애주는게(-8,-1) 분석에 더 도움이 됩니다. 위 대화는 제가 분석한 다른 데이터인 WVS 데이터 분석과정인데, 제가 앞서 코드북에서 꼭 변수명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 이유가 나옵니다. 보시면 제가 그냥 'KOR'이라고 했음에도, 알아서 국가 데이터로 인식하고 해당하는 값을 찾아서 분석을 진행합니다. WVS에서는 '2017-2022사이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중도층이 많은가?'를 분석해볼 겁니다. 3단계 : 그래프 그리고 확인하기 이제 분석된 값을 바탕으로 그래프를 그려달라고 요구해봤습니다. Code Interpreter를 잘 활용하는 팁은, 사실 AI를 잘 활용하는 팁과도 같은데 '요구사항을 최대한 상세하게,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마무리에서 서술하겠지만, AI를 사용하는 인간이 잘 못다루건 AI가 부족하건간에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뭐, 안되도 그만이라는 마인드로 일단 써보는겁니다. KGSS 분석결과, 한국의 중도층은 조사시작년도인 2003부터 2021까지 약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10년으로 본다면 평균 30퍼 근처에서 35퍼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 다른 눈여겨볼 점은 2018년이 다른 해에 비해 진보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보수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은 점인데요. 한정훈 서울대학교 교수의 EAI 워킹페이퍼에 따르면 '2017년의 경우 2016년 탄핵과 촛불집회로 진보가 크게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습니다. 이 비율이 1년정도 더 유지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에는 WVS로 본 한국과 다른 국가의 '진보,중도,보수'비율입니다. 전세계(조사 국가 기준) 평균 중도 비율이 41.93%인걸 감안하면, 한국의 39.84%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한국은 전세계 평균보다 본인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 낮고, 진보라고 생각하는 응답 비율이 높습니다. 중도층이 너무 많으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응답자가 높을 수도 있고, 정당 정치의 위기 지표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연도별 한국 내 중도층 비중 추이를 살펴보고, 지금 시점에서 다른 국가와 중도층 비율 차이를 살펴보았는데, 한국의 유권자 이념 분포는 '최근 10년 중도층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지는 않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즉, 중도층 비율에 대한 분석만으로는 특별히 한국 사회의 변화를 포착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는거죠. 대만은 진보가 53퍼가 넘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그런지 흥미롭네요.   마무리 : Code Interpreter, 유용함과 한계 분명 ChatGPT-4의 Code Interpreter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정말 유용했습니다. 한글로 잘 말하기만 하면 그래프도 원하는대로 그려주고, 데이터를 표로 정리하는 과정도 수월하게 진행해주며, 심지어 그냥 'KOR'이라고 하면 알아서 국가 데이터를 읽어오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이를 여러 차례에 걸쳐 해결하려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Code Interpreter가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 시간 단축은 물론이고 부족한 전문성도 채워줄 수 있는 유용한 AI툴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분명 여러 한계도 같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석을 잘 하길래, 사회과학 통계에서 많이 쓰이는 분석 방법 중 기초적인 방법인 '다중회귀분석'을 지시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너무 커서 실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직접 데이터를 줄여서 다시 업로드하면 가능하겠지만, 이는 Code Interpreter로만 특정 데이터를 분석하는데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그래프 한글 출력을 지원하지 않거나, 사용 횟수 한계가 생각보다 팍팍한 등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기존에 데이터 분석을 잘 할 수록 잘 써먹기 좋다는 점도 있구요. Code Interpreter가 나오고 1달이 지난 지금은 GPT-5 개발 소식이 들려오고, ChatGPT-4 UI가 변경되었으며, MS가 빙챗에서 이미지 검색이 가능한 '멀티모달'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AI의 빠른 변화를 시민사회, 연구자, 활동가들이 어떻게 좋게 사용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참고자료>-WVS Data/ WVS Codebook :Haerpfer, C., Inglehart, R., Moreno, A., Welzel, C., Kizilova, K., Diez-Medrano, J., Lagos, M., Norris, P., Ponarin, E. & Puranen B. (2022): World Values Survey Wave 7 (2017-2022) Cross-National Data-Set. Version: 4.0.0. World Values Survey Association. DOI: doi.org/10.14281/18241.18-KGSS Data / KGSS Codebook :김지범, 강정한, 김석호, 김창환, 박원호, 이윤석, 최슬기, 김솔이. (2022). 한국종합사회조사 2003-2021. 서울: 성균관대학교 출판부.<ChatGPT-4 Code Interpreter 대화내역(누르면 전체 분석과정을 보실 수 있습니다>-WVS 분석 : https://chat.openai.com/share/38553181-0993-4586-83b1-cdc0eaa9af62?fbclid=IwAR1iUNB3VrVILEYoZJGIXoBmVgXWkYCR73qLl0Vwe8zqe2uKZcS2ekWZY9U-KGSS분석 : https://chat.openai.com/share/518b9d35-a628-473c-a59d-3cb3c98b7d3c?fbclid=IwAR1ebrb8XIL3oCldZkkQXkOVEKv3Rcs4tLT79AO3LQ_jLmwDjRDtTa0lWBU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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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관을 반대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가 “언론 분야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인간관계 리더십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국정 과제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인 단체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반헌법적인 언론탄압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라며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오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된 가운데 이동관이 과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해본다. 검증기준 1. 방통위 독립성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 정책과 규제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관이다. 사회 여론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미디어 규제기관을 구성하는 최우선 원칙으로 삼는다. 방통위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정당의 당원이나 대통령직인수위원(3년 이내)을 배제하도록 정한 것도 정치권력이 미디어 환경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동관은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인물인가. 전혀 아니다. 그는 과거 언론사에서 이명박 대선캠프로 직행하여 대통령을 대변하고, 권력을 홍보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후에는 선거철마다 특정 정당의 공천에 도전하고 탈락하기를 반복하며 정치 낭인으로 지냈다. 권력의 주위를 오래 맴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대선캠프와 인수위에서 일했다. 스스로는 ‘20년 언론인 출신’이라고 말하지만 폴리널리스트→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새누리당 경선후보→대선캠프·선대위 출신으로 이어지는 주요 이력은 정치적 독립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 더군다나 현직 대통령 특보(장관급)를 곧바로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지명한다는 건 미디어 규제기관의 독립성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정부의 간섭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준 2.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 방통위의 주요 임무인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의 기준으로 보면 어떤가. 작년 4월 <뉴스타파>는 이명박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했다. 그 중 2010년 5월 31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문서제목은 <YTN 보도 리스트>다. YTN, MBN 뉴스를 모니터한 이 문서에서 홍보수석실은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외신의 부정적 반응을 전하는 보도를 ‘문제 내용’으로 분류했다. 놀라운 건 화살표로 이어지는 ‘조치 결과’다. 여기엔 “오전 10시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고 쓰여 있다. YTN은 더 이상 외신을 인용한 보도를 내보내지 않는 대신 정권의 외교성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잇달아 냈다. 청와대가 언론 동향 파악을 넘어 정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다. 당시 홍보수석은 이동관이다. 지난 6월 <경향신문>은 2017~2018년 국정원 불법사찰 관련 검찰 수사기록을 확보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1월 <MBC 방송장악 관련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련성 검토>라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피디·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고, MBC의 프로그램 제작 환경을 경영진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송사 장악의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재되어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국정원이 유착하여 방송장악을 기획했다고 본 것이다. 수사팀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진술조서에는 국정원 직원이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진보 성향 특정 일간지(경향신문)의 광고 수주 동향 및 견제방안’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증언도 담겨 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사람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홍보수석은 이동관이다. 이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이동관이 해명해야 할 의혹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기자협회 조사에서 현직 기자 1천여 명이 이동관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라고 답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수많은 기자들이 이동관을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방송독립을 침해했던 인물로 평가하는 것이다. 기준 3. 전문성 방송통신위원장이 방송과 정보통신 정책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다. 전문성이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질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미디어 기술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고려하면 전문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동관은 방송, 통신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 20년 언론인 경력을 내세우나 신문기자 출신에, 언론사를 떠난 지도 15년이 훌쩍 넘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디지털 환경은 1년이 무섭게,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15년 전이면 3G폰을 쓰던 시절이다. 일생에 걸쳐 한 번도 방송통신 일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디지털 혁신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대에 왜 아날로그 위원장인가? 디지털 시대 방통위원장은 언론 통제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 통제에 능해야 한다. 기술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빅테크와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하는 위험성을 예상하고 판단하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 정책이 정치에 휩쓸리고, 규제 정책은 기업 로비에 흔들리게 된다. ‘공산당 방송’ 운운하며 미디어 정책을 이념과 진영대결로 몰고 가는 방통위원장은 미디어 공공성은 물론 산업발전에도 독이 될 뿐이다. 기준 4. 절차적 정당성 민주주의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기관(장) 인사를 사회적 협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미디어 규제기관이 특정 정당이나 한쪽 진영에 유리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신뢰와 정당성을 잃고 만다. 즉, 미디어 거버넌스 결정은 더 높은 절차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동관처럼 정당 간 지지와 합의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민 다수가 반대하는 극단적인 인사를 밀어붙이는 건 미디어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내가 하면 방송 정상화, 남이 하면 방송 장악’이란 대결논리는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대안은 정당을 초월하는 사회적 협의를 통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를 임명한다는 미디어 거버넌스의 원칙을 회복하는 것이다. 무책임한 정치가 망가뜨린 방송 규범을 ‘정상화’하는 것, 이게 바로 이동관을 반대하는 이유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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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없애야 할까요?
코로나19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맞았다. 예방접종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 병원균을 주사해 면역계에 학습시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계가 반응해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방접종 원리를 처음 발견한 건 ‘루이 파스퇴르'다. 파스퇴르 우유가 떠오르는 그 이름이다. 파스퇴르가 예방접종 원리를 생각한 건, ‘닭 콜레라' 때문이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 발열 등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다. 닭과 같은 조류에도 마찬가지다. 조류 콜레라의 경우 치사율이 70~80%로 높다. 파스퇴르는 콜레라에 걸린 닭이 특정 세균에 감염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콜레라 닭으로부터 세균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을 살아 있는 닭에 주입함으로써 콜레라 예방을 할 수 있었다. 홍역, 독감, A형 간염, B형 간염, 코로나19 등등 각종 질병의 예방접종 원리가 태어난 배경이다. 인류가 맞는 예방 접종은 실로 다양하다. 국내 한정으로 제한해도 꽤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 필수 예방 접종은 총 18 가지다. 아래 종류다. △폴리오, △백일해, △홍역, △파상풍, △결핵, △B형간염,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일본뇌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A형간염,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 △디프테리아 익히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경우에 따라 예방접종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나열된 질병 예방접종을 맞는다. 그렇다면, 개발된 예방접종 백신을 아무런 실험도 하지 않고 인간에게 접종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몇 가지 시험을 거친다. 대표적 예가 동물실험이다. 동물실험으로 탄생한 백신들 동물실험으로 개발 된 대표적 백신은 소아마비, 결핵, 풍진, 홍역 등이다. 전국민의 70% 이상이 맞은 코로나19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다. 앞선 필수예방접종 목록에 결핵, 풍진, 홍역 등을 감안하면 최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동물실험의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동물실험을 한다고 해서, 아무런 동물을 무작위로 잡아서 하는 건 아니다. 실험실의 쥐, 강아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실험의 대상이다.  2021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총 488만 252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다. 이는 2020년 414만 1,433마리에 비해 70만 마리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쓰인 개체는 설치류로 353만 7,771마리가 사용됐다. 이후 어류 92만 3,772마리, 조류 31만 6,021마리, 기타 포유류가 6만 9,155마리 사용됐다. 설치류 중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쥐로 316만 4,837마리가 동물실험을 당했다. 흔히 아는 빨간 눈의 흰 쥐다. 동물실험은 고통 정도에 따라 A부터 E단계까지 나뉜다. 이중 생물을 이용하지 않는 A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에서 모두 쥐가 쓰인다. 마취,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E단계에서 가장 많이 쓰였다. 앞선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약 164만 마리가 E단계에 쓰였다.  동물실험 연구가 끝나면, 이들 대부분은 안락사 된다. 안락사 방법은 다양한데, 대개 치사량의 약물 주입, 고농도 이산화탄소 흡입 또는 물리적 경추 탈구로 안락사 시킨다. 경추 탈구의 경우 약대에서 실제 실험을 하기도 한다. 가장 손쉽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백신 개발에만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우주로 간 지구 최초의 생물은 초파리였다. 이후, 다양한 동물들이 갔다. 1949년 원숭이 알버트가 발사되어 우주로 갔고, 비행은 성공했지만 착륙 중 사망했다.  1957년 7월에는 소련이 강아지 치간과 데지크를 로켓에 태우고 우주로 발사했다. 이들은 고도 110km까지 비행 후, 무사히 생환했다. 1957년 11월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우주선에 탑승했다. 소련은 또다시 우주선을 발사했고, 이번에는 치간과 데지크보다 더 높은 211km까지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카는 돌아오지 못했다. 애초 소련은 돌아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워 보냈다. 이후 미국은 1961년 지구 최초로 유인원을 우주로 보낸다. 침팬지였던 햄은 비행선에 탄 뒤 준궤도 비행에 성공 후 생존 귀환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비행 중 예기치 못한 변수로 우주선의 최대 속도가 빨라졌고, 햄은 예정된 4.9분 대신 6.6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겪어야 했다. 착륙시에도 신호가 잠시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햄은 무사 귀환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덕분이었다. 물론 닐 암스트롱 개인의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위대한 도약을 위해 앞서 진행된 동물실험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모든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된 동물이 있었고 동물실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동물이 온 몸을 바쳐 인류를 위해 아낌없이 준 것일가?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 동물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준 걸까요?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요? 출처 : [차클마스터클라스] '아낌없이 주는 동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학 발전 뒤의 실험동물?|장구 교수|JTBC 201123 방송 댓글 캡쳐. 2023.08.08 동물실험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두 개의 댓글을 봤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었다. 두 댓글이 인상 깊다. 첫 댓글은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 아니라 “아낌없이 빼앗는 인간" 아닐까요? 였다. 두번째 댓글은 이랬다. “애초에 동물실험이 아예 없었더라면 니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댓글을 달 수 있는 세상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댓글은 동물실험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는 동물실험이 윤리적으로 잘못됐고, 인간의 폭력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반면, 후자는 동물 실험 덕분에 인류 발전이 있었고, 인류 발전을 위해선 동물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댓글 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론 아닐 수도 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동물 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동물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 두 말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가 맞는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고, 그 덕분에 질병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또한, 동물실험 덕분에 우주라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또한, 글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화장품에도 동물실험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는 최근에 안 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간의 안전을 책임지는 백신, 인간의 미(美)를 책임지는 화장품, 누군가의 꿈 어쩌면 인류 전체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우주의 꿈 뒤에는 모두 동물실험이 있었다. 이러한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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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K-POP 공연, 이대로 괜찮을까요?
(사진 : 프리픽) 올해로 100주년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는 시작부터 폭염과 운영 미숙을 비롯한 여러 논란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일종 의원이 SNS에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고 언급하며 잼버리와 K-POP 공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잼버리에서 K-POP 공연을 하는 이유와 현 시점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잼버리란? 문화교류를 통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4년마다 진행되는 세계 최대 청소년 국제 행사입니다. 잼버리는 문화 체험, 과학기술 체험, 재난 안전 프로그램, 모험 활동 등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잼버리에서 K-POP 공연, 왜 하는건가요? 잼버리는 개최 국가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K-POP 공연도 그 일환입니다. 다른 국가에서 개최된 잼버리에서도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공연을 진행했으며, 그 예로 2019년에 미국에서 개최된 24회 잼버리에서는 디즈니 영화 노래를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직접 불러주는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 잼버리의 K-POP 공연, 어떤 문제가 있나요? (1) 일정 연기로 인해 변경된 라인업 6일에 예정되었던 K-POP 공연이 안전사고 우려로 인해 11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연기된 11일은 2023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이하 2023 JUMF)의 개최날과 동일합니다. 이로 인해 오마이걸을 포함해 6일 예정이었던 잼버리 K-POP 공연과 11일 예정이었던 2023 JUMF 모두 참여하기로 했던 아티스트들의 일정이 불투명해졌습니다. (2) 연이은 장소 변경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 ⇒ 전주 월드컵 경기장 잼버리 K-POP 공연은 6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폭염을 비롯한 논란으로 인해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가 변경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9일에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 예정이던 전북-인천의 FA컵 4강전이 연기되었으며, 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2. 전주 월드컵 경기장 ⇒ 상암 서울 월드컵 경기장 예정된 경기까지 연기하며 전주 월드컵 경기장으로 장소를 변경했지만,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통과한다는 예보로 인해 상암 서울 월드컵 경기장으로 장소가 한 번 더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상암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 잼버리 K-POP 공연 무대를 설치하는 사진이 공개되며 잔디 훼손 논란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잔디는 2021년 10억원의 비용을 들여 설치했으며, 이후로는 잔디 보호를 위해 잔디를 밟지 않는 조건으로 공연을 허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잼버리 K-POP 공연 무대 설치 현장의 경우, 무대를 잔디 위에 설치할 뿐만 아니라 관객이 잔디에 들어가서 공연을 관람하는 구도로 설치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관객이 잔디로 들어와 공연을 보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잔디 훼손 문제는 경기 일정과 선수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잼버리 K-POP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눠주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참고 자료> - 25회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 - 24회 잼버리 공식 홈페이지  : Unity show - 서울경제 2023.08.07 - 중앙일보 2023.08.06 - 중앙일보 2023.08.08 - 스포츠니어스 2023.08.08 - 스포티비뉴스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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