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수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맞았다. 예방접종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 몸에 병원균을 주사해 면역계에 학습시키고, 실제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면역계가 반응해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예방접종 원리를 처음 발견한 건 ‘루이 파스퇴르'다. 파스퇴르 우유가 떠오르는 그 이름이다.
파스퇴르가 예방접종 원리를 생각한 건, ‘닭 콜레라' 때문이었다. 콜레라는 급성 설사, 발열 등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는 병이다. 닭과 같은 조류에도 마찬가지다. 조류 콜레라의 경우 치사율이 70~80%로 높다.
파스퇴르는 콜레라에 걸린 닭이 특정 세균에 감염됐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콜레라 닭으로부터 세균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고, 이것을 살아 있는 닭에 주입함으로써 콜레라 예방을 할 수 있었다. 홍역, 독감, A형 간염, B형 간염, 코로나19 등등 각종 질병의 예방접종 원리가 태어난 배경이다.
루이 파스퇴르/ 사진 출처 : 위키백과
인류가 맞는 예방 접종은 실로 다양하다. 국내 한정으로 제한해도 꽤 많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맞는 필수 예방 접종은 총 18 가지다. 아래 종류다.
△폴리오, △백일해, △홍역, △파상풍, △결핵, △B형간염,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수두, △일본뇌염,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A형간염, △사람유두종바이러스, △장티푸스, △신증후군출혈, △디프테리아
익히 들어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경우에 따라 예방접종을 맞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나열된 질병 예방접종을 맞는다. 그렇다면, 개발된 예방접종 백신을 아무런 실험도 하지 않고 인간에게 접종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몇 가지 시험을 거친다. 대표적 예가 동물실험이다.
동물실험으로 탄생한 백신들
사진 출처 : unsplash
동물실험으로 개발 된 대표적 백신은 소아마비, 결핵, 풍진, 홍역 등이다. 전국민의 70% 이상이 맞은 코로나19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다. 앞선 필수예방접종 목록에 결핵, 풍진, 홍역 등을 감안하면 최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동물실험의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동물실험을 한다고 해서, 아무런 동물을 무작위로 잡아서 하는 건 아니다. 실험실의 쥐, 강아지,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이 실험의 대상이다.
2021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총 488만 252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다. 이는 2020년 414만 1,433마리에 비해 70만 마리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쓰인 개체는 설치류로 353만 7,771마리가 사용됐다. 이후 어류 92만 3,772마리, 조류 31만 6,021마리, 기타 포유류가 6만 9,155마리 사용됐다. 설치류 중 가장 많이 사용된 동물은 쥐로 316만 4,837마리가 동물실험을 당했다. 흔히 아는 빨간 눈의 흰 쥐다.
사진 출처 : 위키백과
동물실험은 고통 정도에 따라 A부터 E단계까지 나뉜다. 이중 생물을 이용하지 않는 A단계를 제외한 나머지 단계에서 모두 쥐가 쓰인다. 마취,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는 E단계에서 가장 많이 쓰였다. 앞선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에 약 164만 마리가 E단계에 쓰였다.
동물실험 연구가 끝나면, 이들 대부분은 안락사 된다. 안락사 방법은 다양한데, 대개 치사량의 약물 주입, 고농도 이산화탄소 흡입 또는 물리적 경추 탈구로 안락사 시킨다. 경추 탈구의 경우 약대에서 실제 실험을 하기도 한다. 가장 손쉽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백신 개발에만 동물실험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우주로 간 지구 최초의 생물은 초파리였다. 이후, 다양한 동물들이 갔다. 1949년 원숭이 알버트가 발사되어 우주로 갔고, 비행은 성공했지만 착륙 중 사망했다.
1957년 7월에는 소련이 강아지 치간과 데지크를 로켓에 태우고 우주로 발사했다. 이들은 고도 110km까지 비행 후, 무사히 생환했다.
소련 우주 비행 실험에 사용된 강아지 ‘라이카' 출처 : 위키피디아
1957년 11월에는 강아지 라이카가 우주선에 탑승했다. 소련은 또다시 우주선을 발사했고, 이번에는 치간과 데지크보다 더 높은 211km까지 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라이카는 돌아오지 못했다. 애초 소련은 돌아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라이카를 우주선에 태워 보냈다.
지구 최초로 우주에 간 유인원 ‘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이후 미국은 1961년 지구 최초로 유인원을 우주로 보낸다. 침팬지였던 햄은 비행선에 탄 뒤 준궤도 비행에 성공 후 생존 귀환했다. 하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비행 중 예기치 못한 변수로 우주선의 최대 속도가 빨라졌고, 햄은 예정된 4.9분 대신 6.6분 동안 무중력 상태를 겪어야 했다. 착륙시에도 신호가 잠시 끊기는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햄은 무사 귀환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할 수 있었던 건 수많은 과학자들의 실험과 연구 덕분이었다. 물론 닐 암스트롱 개인의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위대한 도약을 위해 앞서 진행된 동물실험이 있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모든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희생된 동물이 있었고 동물실험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동물이 온 몸을 바쳐 인류를 위해 아낌없이 준 것일가?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
동물이 인간에게 아낌없이 준 걸까요? 아니면 인간이 동물을 아낌없이 빼앗은 걸까요?
출처 : [차클마스터클라스] '아낌없이 주는 동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의학 발전 뒤의 실험동물?|장구 교수|JTBC 201123 방송 댓글 캡쳐. 2023.08.08
동물실험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두 개의 댓글을 봤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이었다. 두 댓글이 인상 깊다.
첫 댓글은 “아낌없이 주는 동물"이 아니라 “아낌없이 빼앗는 인간" 아닐까요? 였다. 두번째 댓글은 이랬다. “애초에 동물실험이 아예 없었더라면 니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댓글을 달 수 있는 세상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두 댓글은 동물실험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는 동물실험이 윤리적으로 잘못됐고, 인간의 폭력성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반면, 후자는 동물 실험 덕분에 인류 발전이 있었고, 인류 발전을 위해선 동물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엿볼 수 있다. (댓글 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론 아닐 수도 있다)
인류의 발전을 위해 동물 실험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동물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 두 말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우리가 맞는 백신 역시 동물실험을 거쳤고, 그 덕분에 질병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었다. 또한, 동물실험 덕분에 우주라는 원대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또한, 글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화장품에도 동물실험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는 최근에 안 하겠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간의 안전을 책임지는 백신, 인간의 미(美)를 책임지는 화장품, 누군가의 꿈 어쩌면 인류 전체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우주의 꿈 뒤에는 모두 동물실험이 있었다. 이러한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동물실험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코멘트
5동물실험을 흑백논리로 설명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