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2023.08.16

2,407
9

출처 Unplash

올해 12월부터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올해 12월 14일부터 동물원 운영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됩니다. 2022년 11월 통과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해 ▲서식환경 ▲전문인력 ▲보유동물 질병·안전관리 계획 ▲휴·폐원시 동물 관리 계획을 갖춘 후 시·도시사에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동물원 허가제’는 정부가 정한 동물복지 사항 준수해야만 정부가 동물원 운영을 허가하는 제도입니다. 과거에는 특정 서식을 등록하면 되었던 것에서 좀 더 규정이 세부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오락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동물 대상의 올라타기, 만지기, 먹이주기 등의 부적절한 체험활동과 이동전시도 금지됩니다. 또 허가된 동물원, 수족관을 제외한 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도 할 수 없어요. 이에 따라 라쿤, 미어캣, 거북이 등을 전시하는 동물카페 운영은 금지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로 규정되는 개와 고양이 등은 제외됩니다.

다만 지자체에 올해 12월 13일까지 신고한 시설은 오는 2027년 12월까지 전시금지 조치가 유예됩니다. 4월 현재 환경부에 등록된 동물원 수는 108개입니다. 경기도가 20개로 가장 많고 제주도 12개, 서울 5개 순입니다. 여기서 정의되는 동물원은 흔히 떠올리는 공영동물원뿐만 아니라 실내 동물원, 카페형 동물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제정돼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인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에 따라, 보유한 동물종이 10종 넘거나 개체 수가 50마리 넘으면 동물원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고 수가 많은 편입니다.

동물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출처=광진소방서)

2027년까지 유예기간, 동물원 인식개선도 중요

기존에 등록된 108개의 동물원은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환경부가 자세한 평가기준을 마련중이며 각 동물마다 생태(생활방식, 필요시설)에 알맞는 환경과 질병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어요. 이후 동물원 허가제 정착 후 동물원의 평균 수준이 올라간 후에는 동물원 인증제를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현재 동물원 허가제에 적합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긴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경부는 동물원의 운영이 어려워지거나 폐업을 하는 경우 동물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는데요. 이를 위해 환경부는 국립생태원 근처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보호시설 2개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과거 얼룩말 '세로'가 동물원을 탈출한 사건으로 동물원 존폐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진행한 동물원 존폐 설문에서 국민 61.5%(5036명 대상)는 동물원 존립에 찬성했습니다. 가장 많은 존립 이유 ‘멸종 위기종 보호 및 생태 지식 획득’에 답한 응답자가 33.1%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폐지 직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29.1%), ‘동물원들의 끊임없는 환경 개선이 대안’(16.2%)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폐지해야 하는 응답으로는 ‘좁은 우리 등 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다’(27.8%)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VR·AR 등이 대안’(27.8%), ‘전시·오락 등 동물 학대’(16.6%) 순으로 응답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로 동물에게 좋은 동물원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면서, 동물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환경을 비롯한 동물권을 보장한다면 대안으로의 동물원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동물원이 있을까요?

(국립과천과학박물관 블로그 2023.06.23.) 

(뉴스토마토 2023.04.10.)

몰입전시(immersion exhibit)로 유명한 미국 달라스 주에 위치한 ‘Dallas World Aquarium’

동물을 위한 동물원이 있냐고요? 있습니다.

 미국 달라스 주에 위치한 ‘Dallas World Aquarium’은 몰입전시(immersion exhibit)로 유명합니다. 동물을 위한 동물원을 위한 방법 중 하나는 몰입전시가 있습니다. 몰입전시는 동물의 자연 생태를 최대한 유사하게 제공하는 전시기법으로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동물의 생태환경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자연 환경에서의 경관뿐 아니라 소리까지 재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동물들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연에 가까운 전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동물들의 스트레스 감소와 자연번식에 크게 기여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전시 조성 때문에 처음 온 관람객들은 동물을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도 합니다. 또 동물들에게 최대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에동물이 아파도 초기에 포획하기가 어려운 것도 단점 아닌 단점입니다. 예를 들면, 조류가 진료실에 온다는 건 정말 많이 아파서 도망가기가 어려운 상태인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해요.

(데일리벳 2015.02.04)

한국에도 청주동물원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동물원으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동물원 속 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동물,원’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기도 합니다. 또 최근 김해에 위치한 한 동물원에서 관리소홀로 인해 갈비뼈 사자로 알려진 바람이가 옮겨 간 동물원도 청주동물원입니다.

청주동물원은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동물 보존관 지원 사업’을 통해 국비 15억원 등 21억원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25년까지 천연기념물 동물을 위한 자연방사 훈련장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더해 동물들을 치료하기 위한 의료 장비도 구입한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목숨이 위태로운 독수리·올빼미 등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을 구조해 치료한 뒤 재활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해요. 영구장애로 자연에 돌아가지 못하는 개체는 동물원에서 보호하며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경향신문 2023.04.27)

부경동물원의 경제적어려움으로 갈비뼈가 드러난 사자 바람이. 지금은 청주동물원에서 지내며 돌봄을 받고 있다(출처=청주동물원)

동물원,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하면 좋을까요

우리는 동물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소비하지 않는 것은 어려운 방법이고, 동물들에게도 무조건적인 답이 아닐 수 있어요. 우선 동물원에 동물을 보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동물원에 가도 동물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동물원은 사람 뿐 만 아니라 동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동물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쇼나 동물을 만지고 타고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족, 친구, 연인과 “동물원에 사자 보러 갈까?”보다 더 좋은 질문을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동물은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 왜 이 동물들은 동물원에 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동물을 보러가자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거에요. 동물원이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오락시설이 아닌 동물과 사람을 위한 공간임을 설명할 말을 함께 고민해봐요.

공유하기

이슈

동물권

구독자 911명
롱롱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롱롱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자연에 가까운 동물원을 조성하면 동물들의 스트레스도 최소화하면서 동물원이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최대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자연 환경에서는 동물들을 편하게 볼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요!

동물원의 개념이 인간이 동물을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과 '구경'이 아닌 '보호'와 '공존'에 초점을 맞춘 동물원의 운영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 하는 여러 제도와 지원도 필요할 테고요. 건강한 동물원, 함께 살아가는 동물원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동물원이 동물을 전시하는 방향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나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언급해주신 해외 사례와 청주동물원 사례가 흥미로운데요. 어쩌면 틀에 박힌 동물원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롭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게 되네요. 최근에도 동물원 혹은 불법으로 동물을 가둬놓은 공간에서 탈출한 동물이 사살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요. 인식 개선과 함께 동물보호법 위반 사례를 잘 감시하는 일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배병호 비회원

최소한 유네스코 동물의 권리에 입각해서 동물의 생존권과 기초생활권과 주거권을 헌법에 보장합시다.
그리고 인간의 먹이가 되기위해 공장식 축산으로 살아가는 농장동물들에게 ISO26000의 동물에 대한 사회책임을 지키고 따릅시다!!!

동물원을 마냥 없애기도 어렵기에, 동물원에 대한 관리와 규제가 더 철저히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우선 동물원에 동물을 보고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려야합니다. 동물원에 가도 동물을 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네요. 다양한 기능이 존재하는 만큼, 어떻게 소비할지를 고민해야할 것 같습니다.
동물원에 대해 반대하면서도 사실 푸바오를 너무 좋아합니다... 동물원이 아니면 내가 언제 판다를 실제로 보겠나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생명을 전시한다는 게 영 꺼림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은 동물원도 있고요... 동물원에 대해서는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는데 너무 좋은 자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자 바람이 이야기를 보고 부경동물원과 청주동물원에 대해 알게됐습니다. 열악을 넘어 끔찍한 환경에 동물들이 갇혀있는데 영업이 유지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곳이니 명확한 운영 기준이 필요하고 허가, 규제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