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진보정치, 어디로 가야하나?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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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화'는 한국사회의 성찰과 진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입니다. daehwa.xyz

이 글은 진보정치 활동가들의 대화 중 일부를 재구성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6일 발행된 글입니다.



한때 진보정치가 한국정치의 희망적 미래를 대변하던 시대가 있었다.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 소외되거나 배제된 목소리의 대변, 다음 세대의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정책 아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보정치는 확장을 멈췄다. 운동정치에서 반복되던 정파 갈등이 재현되고 몇 차례의 파국적 균열도 겪었다. 극심한 분열과 내부 적대가 반복되는 사이, 점차 대중에게서도 멀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력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대안적 정책은 기성정당도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고, 녹색의 가치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했다. 그렇지만 총선을 일 년도 남겨 놓지 않은 지금, 진보정치가 견고한 양당 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해 보인다. 진보정치가 다시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대화와 논쟁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를 위해, 진보정치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의 가능성을 함께 이야기할 네 명의 활동가가 모였다.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자 기후정의 활동가인 이상현, 청년정의당 대표 김창인,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박지하, 지역정당 네트워크 대표 이용희. 굳이 진보정치 운동의 세대를 구분하자면, 이들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주도한 1세대, 진보정당 다원적 경쟁 시대를 주도한 2세대에 이어, 3세대에 해당한다.

이들의 대화는 각자가 속한 정당을 대표하거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이와 다른 시각과 주장도 얼마든지 환영한다. 이들의 대화를 축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진보정치, 여전히 유효한가?


이들은 오늘날 진보정치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진단과 방향에 대해서는 조금씩 엇갈린다. 이제까지 진보정치가 추구하던 방식과 방향, 내용과 형식에 종지부를 찍고 완전한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여전히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을 대변하는 진보정치의 유효성을 강조하는 의견, 진보정치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한 합의 부재가 사회문제에 대응할 힘이 없는 소수집단에 머물게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 나영

    
김창인(정의당) : "기성정당에 대한 싫증과 비호감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 또한 기성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요. 20년 전 진보정치는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은 있어야지' 하는 말이 주는 뜨거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노동자 국회의원 한 명 만들어 보자는 말이 대중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해요. 지금은 (이제까지의 진보정치가 유효하던) 6공화국 체제가 이미 끝났어요.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중을 설득할 수 없어요."
   
이용희(지역정당) : "기존 진보정당도 이제는 기성정당처럼 인식된다는 평가에 동의합니다. 대중이 진보정당이 제시하는 해결책과 대안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결국 (진보정치도) '정치하는 것들'로 치부되면서 대의제 정치에 대한 혐오를 함께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진보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민사회가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것이 좋은 정치를 위한 발판이 되지는 못하고 있어요."

박지하(진보당) :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진보정당의 활동에 대해서는 평가할 부분이 당연히 있지만, 만일 대중이 진보정당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진보정당에 가입하지도, 선택하지도 않겠죠. 진보당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 한 명 당선시키려고 전 당원이 전주로 내려가서 선거운동을 했고, 결국 택배 노동자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어요.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자신의 권리를 위한 법을 만들 때 같이 협력하는 국회의원 한 명이라도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천지 차이예요. 우리에게는 아직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도 절실해요."

이상현(녹색당) : "진보정치가 점차 힘을 잃고 있는 건 대중의 평가 때문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만든 측면도 있어요. 녹색당은 출발이 다르지만, 다른 진보정당은 대부분 민주노동당이 뿌리잖아요? 그런데 기존 진보정당은 계속 쪼개지고 분열되어 온 것이 현실이에요. 노동운동도 많이 분화되어 있고 시민사회도 의제별로 흩어져 있다 보니, 진보정당 역시 분화되거나 새로운 정당이 계속 등장하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한 정당 내에서도 거버넌스 기구 참여 문제나 사회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더욱 (문제를 해결할) 힘이 모이지 않아요."

 
제3지대의 정체

 

▲ 박지하 서울 청년진보당 대표 ⓒ 나영

   
진보정치는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분열과 분화를 거듭해 왔다. 진보정치가 새로운 주체와 방향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아직 성공적인 재구성을 이루었다는 평가는 없고, 재구성의 방향에 대한 합의도 없다. 게다가 다양한 정치 그룹 간 공개적 논쟁도 활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진보 단일정당론에서부터 제3지대론까지 다양한 주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논의는 정의당에서 불붙고 있다.

김창인(정의당) : "(총선을 앞둔) 정의당의 공식적인 결정 사항은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거예요. 이 과정에서 정의당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정의당 자체가 기득권이라고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의당은 총선을 단지 후보를 당선시키는 선거가 아니라 진보가 재구성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기존의 진보정당끼리 이합집산하는 것이 진보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새로운 제3지대에서 우리가 다시 토론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해야 해요. 이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총선일 수 있죠."

이상현(녹색당) :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나 새로운 권력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득권'이라고 호명하는 민주노총 등과 선을 긋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겠다는 것 같은데, 거기에 누가 있는지 잘 안 보여요. 예를 들어 라이더 유니온 같은 경우는 플랫폼 배달 노동자, 기본소득당의 경우는 알바 노동자라는 구체적인 집단이 보여요. 그런데 제3지대는 대체 누구를 지지 기반으로 삼고, 누가 지지해 줄 것이라고 상상하는 거죠?"
   
김창인(정의당) : "앞으로 논의하고 만들어 갈 내용이니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답은 없어요. 다만 민주노총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정치적 공간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죠. 정의당 내에서 제3지대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요. '더 개혁적인 신당'이 필요하다는 분들,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을 주장하는 분들, '진보정당 중심으로 수혈'해서 가야 한다는 분들도 있어요. 물론 다양한 만큼 모두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논의가 붕 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같이 논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박지하(진보당) : "'제3지대에 누가 있느냐', '거기에 누가 가느냐'는 중요한 질문이에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진보 4당의 연대는 각각을 존중하되, 힘을 모아서 뭐라도 해보자고 만든 틀이에요. 그런데 선거를 앞두고 이것(진보 4당 연대)을 흐트러뜨리고 힘을 모을 수 있느냐는 의문도 들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서 뭉쳤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된 평가나 성찰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상현(녹색당) : "비슷한 생각이에요. 녹색당도 새로운 사람을 내세우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했는데 뒷심이 부족했어요. 진보정치의 관성 문제도 성찰해야 하지만, 새롭다고 내세우는 것을 실현할 역량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해요. 사실 정의당이 무엇을 반성하고 재창당까지 하는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시민들도 많을 거예요. 제3지대론의 하나인 '세 번째 권력'이 제시하는 방향과 주요 인사가 내세웠던 직무급제 등 정책을 보면, 기득권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이해하지만 지금의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변화의 전망을 제시하기에 적절한 논의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역시 정계 개편은 기성정치든 진보정치든 뜨거운 화두다. 올해 초, 민주노총은 진보 4당이 통합하는 단일 정당을 포함한 진보정치 재편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정의당은 내부에서 여러 흐름이 충돌하고 있고, 외곽의 제3지대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들은 내부의 격렬한 충돌만큼 대중의 관심은 끌지 못하고 있다.

반윤 투쟁, 관성인가 생존 투쟁인가?

 

▲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기후정의 활동가 ⓒ 나영

   
그러나 정당 내부의 논란은 외부의 운동과 결합해 의외의 방향으로 확장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반을 훌쩍 넘어선 지금, 시민사회에는 점차 고양되고 있는 반(反)윤석열 투쟁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면서 진보정당은 더 존재감을 잃는 모양새다.

김창인(정의당) :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제일 잘해요. 여기에 정의당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민주당은 심판해야 할 기성정당이에요. 진보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지만요. 우리는 다른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해요."

박지하(진보당) : "반윤 투쟁을 민주당이 제일 잘한다는 진단에는 이견이 있어요. 이건 '왜 진보정당이 반윤 투쟁을 하느냐'는 질문이기도 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건 반윤석열 투쟁이 아니라 생존 투쟁이고 민주주의 투쟁이에요. 윤석열 정권이 가장 심하게 탄압하고,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가장 힘든 것이 민주당이나 민주당 지지자들인가요? 아니죠. (반윤) 투쟁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은 1천 명이 넘게 소환장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어요. 이게 단순히 반윤 투쟁이라면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이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투쟁이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김창인(정의당) : "진보정치가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매뉴얼 같은 것이 있어요. 저는 이게 '관성'이라고 생각해요. 반윤 투쟁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요. 그런데 투쟁 자체는 과거 반MB(반이명박)투쟁, 반(反)박근혜 투쟁의 맥락이나 매뉴얼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관성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진보정치의 상상력을 닫아 버려요. 이것이 진보정치가 스스로 반성하고 성찰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봐요."

이상현(녹색당) : "반윤 투쟁은 반박근혜 투쟁과는 양상이 달라요. 반박근혜 투쟁은 철도 민영화 반대 투쟁으로 시작해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중총궐기가 일어났고, 노동자 투쟁이 이어지고 대학가에서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었어요. 이런 흐름이 아래로부터 하나둘씩 끌어올려진 것이 2016년~2017년 촛불투쟁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반윤 투쟁은 민주당이 먼저 시작했고, 어떻게 보면 거대 양당의 정치 싸움으로 보여요. 사람들도 피로감을 느끼는 것 같고요. 여기에 진보진영이 다 결합하는 게 좋은 결과를 낼 것이냐? 고민이 돼요. 그렇다고 선 긋고 따로 가기보다 '이렇게 가자'고 주장을 하면서 끌고 가는 힘이 필요해요."

김창인(정의당) : "방법에 대한 이견이 있다거나, 참신한 투쟁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에요, 언제부터인가 우리 운동이, 우리 존재가 대중의 상상력을 가로막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면 그다음은 무엇을 상상하게 되나요? 이재명 대통령 말고는 없어요. 차라리 '6공화국을 부수자'고 하면 그다음의 '7공화국'이 뭔지에 대해 상상할 수 있지 않겠어요? 반윤 투쟁이 새로운 정치가 나타나는 걸 오히려 가로막고 있어요."

이용희(지역정당) : "진보정당도 지독한 타성이 있는데,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여러 활동에 참여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효능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뒤에 더 큰 이슈가 와도 참여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데, 왜 인원이 줄어드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요. 반윤 촛불집회도 지역에서 창의적으로 뭘 해보려고 해도 관성적으로 위에서 딱 정해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지역의 집회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사람이 나올지 고민하기보다 지역 조직가들의 결과물로 보이는 측면이 있어요."


새로운 전선? 더 넓은 확장?

 

▲ 이용희 지역정당 네트워크, 직접행동 영등포당 대표 ⓒ 나영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아마도 이 대화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 다양하고 논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진보정치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진보 재편을 위한 시도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상과 현실 중 어느 지점에서 판이 짜일지, 다양한 입장 중 어느 것이 유효한 전략이었는지는 내년 총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이런 현실과 별개로, 이들이 꿈꾸는 진보정치는, 또 골몰하고 있는 방법들은 무엇일까?    

이상현(녹색당) : "녹색당이 기후정의 운동을 실제 실현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총선에서 어떻게 기후정의 운동의 요구를 정당이라는 틀로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녹색당원인 저의 관심사예요. 진보정치 세력이 실력이 없고 힘을 모으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건 알아요. 의견이 다른 것은 조율하고 공동의 절충안이라도 내어서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꿀 방법을 만들어야 해요. 그게 시민에게 신뢰를 되찾는 방법이고 절박한 과제예요."

김창인(정의당) : "그동안 진보정당은 국민의힘의 퇴행을 저지하고, 민주당의 진보적 의제를 견인해서 진보정당의 파이를 키우는 것, 그리고 국민의힘이 사라지면 민주당이 보수, 진보정당이 진보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대(大)전략으로 삼았어요. 그런데 이런 시대는 이제 끝났어요. 이런 경향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넘어서려는 세력 간의 전선이 필요해요. 여기에서 과거에 어떤 정당에 속해 있느냐는 크게 상관없어요. 총선이 낡은 시대를 종료시키기 위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지하(진보당) : "진보정치의 도전이 끝났고,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다고 하시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난 한창 싸우고 있는데 끝났다고? 무슨 소리야?' 하면서 황당해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진보 내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자는 주장은 좀 위험해 보여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반윤 투쟁은 다수 민중에게는 생존 투쟁이에요. 민생과 관련한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라는 것이 시민의 요구 아닌가요? 그동안 선택받지 못했던 부족함은 계속 채워 나가야 해요. 더 많은 시민을 만나면서 진보정당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용희(지역정당) : "지금의 양당 구도를 보면 예전보다 논의 수준과 의제 선정이 퇴보하고 있고, 진보정당도 함께 퇴보했어요. 진보의 재구성을 언급하셨는데, 예전 같은 방식으로 정파들이 자기들끼리 만나서 협의하고 결론 내리고 설득하는 시대는 끝났어요. 그러나 지역에서부터 진보적 의제를 가진 세력들이 모여서 민주적으로 총선 후보를 내는 방식이라면 희망이 있다고 봐요. 결국 지역을 기반으로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해요. (제가 속한) 직접행동 영등포당도 지역에 그런 테이블이 열린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용의가 있어요."

 

▲ 진보정치 대담한 대화 이상현 전 서울녹색당공동운영위원장(좌), 김창인 청년진보당 대표(우) ⓒ 나영

   
총선을 앞둔 진보정치는 또 한 번 판이 크게 요동칠 분위기다. 그런데 그 요동이 좁아진 진보정치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지는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교통하며 논쟁되지 못하고 밀실에 머물거나, 일방적인 주장과 평가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생각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솔직한 의견을 주고받던 이날의 대화가 진보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한 번의 대화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화는 누구나, 어디에서나 열 수 있다.



대화의 전문과 참여자들의 사전 발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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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구도가 지독한 양당제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 소수정당이 된 진보정당의 힘이 약해졌다고 느꼇습니다. 국민들이 정당에 바라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내부 사정을 모르는 입장에선 막연히 힘을 합치면 좋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분들도 보았는데요.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양당의 반복을 넘어서 새로운 제3의 정치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리 실패해 왔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문제의식이라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대안이 되면 좋겠지만, 한동안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양당 또한 더욱 일을 잘하도록 강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시도와 이야기들이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반윤투쟁에 대한 대화들이 눈에 띄네요. 이런 대화가 나온 배경엔 누군가를 반대하는 투쟁을 넘어서 대안이 되는 정치를 현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한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를 반대하고 욕하는 건 너무 쉬운 행동이고, 한국 정치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행동입니다.(이걸 가장 잘 하는 게 거대 양당이라고 생각하고요) 반면 시민의 시각에서 해결이 필요한 문제를 찾고, 목소리를 모으고, 방법을 마련해 실현시키는 과정은 한국 정치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진보 정치의 미래는 무능한 현재의 기득권 거대양당과 다른 유능함을 갖추는 데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 정당들이 소수 정당에 비해 더 넓은 영역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의 목소리들이 겉으로 표출되는 크기 차이가 날 뿐, 소수 정당들이 표방하는 가치관과 목소리가 기존 정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지지를 덜 받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듭니다. 그걸 해결해야 좀 더 좋은 정치로 나아가지 않을까요?

뉴스에서도, 길거리 현수막에서도 거대양당 두 곳만 너무 많이 보이고 요즘은 특히 더 소모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신물이 나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또래 청년들이 여러 다른 당의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참 반갑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