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데요. 동시에 오염수와 관련한 여러 정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K.F.C.는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오염수의 안전 기준과 관련된 정보를 2편의 시리즈로 검증합니다.
글 싣는 순서
-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 EU 기준치보다 100배 많다?
- 한국 수산물 방사능 안전 기준은 미국, 유럽, 국제기준보다 높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계도 마찬가지인데요. 지난 6월 13일,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왔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내용을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게시글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EU의 삼중수소 기준치보다 100배 높은 오염수를 마시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숫자인데요. 본 글에서는 이 내용이 사실인지 검증해보려 합니다.
미국과 EU의 기준이 각각 740베크렐, 100베크렐이다?
먼저 심상정 의원의 주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SNS에 올라온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740베크렐) EU(100베크렐) 등 선진국들은 이미 자국의 음용수의 삼중수소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의 기준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고, 1만 베크렐 오염수를 마시겠다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왜 EU보다 100배나 높은 오염수를 마셔야 합니까?”
첫 번째 문장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740Bq/l, EU의 경우에는 100Bq/l의 음용수 내 삼중수소 농도 기준치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각 수치가 실제 기준치와 일치할까요?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유럽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실제 기준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미국의 기준치는 740Bq/l이 맞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삼중수소(Tritium)의 기준치가 명시된 건 아니지만, 삼중수소의 상위 범주인 ‘Beta particles and photon emitters’의 연간 기준치가 4밀리렘(millirems)으로 되어 있으며, 이를 베크렐 단위로 환산해보면 740Bq/l이 됩니다. EU의 기준치 역시 100Bq/l로 심상정 의원의 주장과 일치했습니다. 다만 이는 엄밀히 말해 모든 음용수가 지켜야 하는 의무 기준은 아닙니다. 해당 기준을 넘을 경우 추가 조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하긴 해야 하지만 음용수로 사용은 가능합니다. 따라서 EU의 기준치를 타 국가의 기준치와 일괄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치 자체만 보자면 첫 번째 문장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심상정 의원의 게시글에는 선진국들은 이미 음용수 내 삼중수소 기준이 있지만 한국은 기준이 없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실일까요? 우선 다수의 선진국이 음용수 내 삼중수소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캐나다는 7,000Bq/l, 핀란드는 30,000Bq/l, 호주는 76,103Bq/l 등 다양한 국가가 기준치를 두고 있으며 매우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내의 기준이 따로 없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한국은 40,000Bq/l의 해양 배출 기준만 두고 있을 뿐 음용수에 대한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EU 기준치의 100배를 넘는다?
다음 내용은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이 있는 내용입니다. 주장을 검증하기 전 먼저 이 내용이 나오는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SNS 게시글이 올라온 날 진행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심상정 의원이 국내 음용수 기준 부재에 관해 지적하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WHO의 음용수 기준치가 1,000Bq/l이라 답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WHO의 기준은 1,000Bq/l이 아닌 10,000Bq/l이라 답합니다. 게시글 속 “1만 베크렐 오염수”, “EU보다 100배나 높은 오염수” 등의 내용은 WHO 기준이 대정부 질문에서 언급되었던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WHO의 실제 기준은 얼마일까요? WHO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실제 기준치는 10,000Bq/l이었습니다. 그러나 WHO는 이 수치를 안전이 검증된 허용치로 이해해선 안 되며, 음용수 내 삼중수소 농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일단 각 기관에서 제시한 기준만 고려했을 땐 WHO의 기준이 EU 기준과 100배 차이 나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WHO의 기준이 10,000Bq/l인 것과 실제 후쿠시마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가 10,000Bq/l인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방류 오염수가 WHO의 기준을 충족한다고 해서 기준선에 딱 위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의 삼중수소 농도는 어떨까요?
우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WHO 기준의 7분의 1 수준인 1,500Bq/l 미만의 농도로 희석하여 배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도쿄전력이 밝힌 오염수 방출계획에 따라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한 경우의 삼중수소 농도가 1,468Bq/l로 일본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합니다. 그러나 이는 도쿄전력이 밝힌 계획대로 방류가 이루어진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계산한 것일 뿐, 실제 측정치는 아닙니다. 실제로 방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방류되는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1,500Bq/l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쿄전력 측에서 희석 후 삼중수소 농도 측정 없이 곧바로 방류할 방침이라 밝혔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000Bq/l의 농도로 방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WHO 기준 수치에 근거하여 후쿠시마 오염수가 EU 기준의 100배 농도라는 주장은 사실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팩트체크 결과 정리
수호: 심상정 의원이 제시한 내용 중 기관별 음용수 내 삼중수소 기준치와 관련된 내용은 전부 사실이었습니다. 각 기준의 구체적 의미가 차이 나긴 했지만, 미국의 기준은 740Bq/l, EU의 기준은 100Bq/l, WHO의 기준은 10,000Bq/l로 심 의원 주장과 일치했습니다. 다수 선진국이 자국의 기준을 갖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별도의 기준이 없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방류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가 EU 기준의 100배나 높은 10,000Bq/l이라는 주장은 사실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도쿄전력의 계획이나 한국 정부의 계산 결과를 수용한다면 실제 방류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는 1,500Bq/l 이하 수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미국 기준의 2배, EU 기준의 15배로 선진국 기준에 비해 높은 농도이긴 하지만, EU의 100배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내용입니다. 실제 방류 시 도쿄전력 측 계획과 달리 10,000Bq/l의 농도로 방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WHO 기준이 10,000Bq/l이므로 해당 농도로 방류될 것이라는 심 의원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다: 심상정 의원이 언급한 국제 기준은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한 결과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후쿠시마 오염수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해봤을 때 EU 기준의 100배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실제 방류되는 오염수를 측정한 데이터가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에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어 심 의원의 주장은 판단 불가 혹은 판단 유보로 판정합니다.
정기훈 : 심상정 의원의 언급 내용은 사실입니다. 단,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내 삼중수소 자료는 계산된 수치뿐이므로 오염수가 기준치보다 몇 배가 될지 판단 불가합니다.
정보 업데이트! (2023. 08. 27. 21:30)
도쿄전력이 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경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방류 이전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직전 삼중수소 농도 측정은 없을 것이라 밝혔으나, 방류가 개시된 이후로는 오염수의 방류 직전 삼중수소 농도를 1시간 단위로 측정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해양수 희석 과정까지 마친 방류 직전 오염수의 실시간 삼중수소 농도는 IAEA 웹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8월 27일 오후 9시 기준으로 방류 직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206Bq/l로 계측되었습니다. 이는 WHO의 기준치인 10,000Bq/l, 도쿄전력 측이 제시한 목표치인 1,500Bq/l, 미국의 기준치인 740Bq/l보다는 낮으며 EU 기준치인 100Bq/l보다는 높은 수치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이후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결과물은 수호, 바다, 정기훈 캠페이너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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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자료
- EUR-Lex ‘COUNCIL DIRECTIVE 2013/51/EURATOM of 22 October 2013’(2013.10.22)
- EPA ‘Drinking Water Maximum Contaminant Level Limits for Beta Particles and Photon Emitters’(2022.11.21)
- 원자력안전위원회 알림마당 ‘오염수 해양방출 관련 국가별 배출기준이 있나요?’(n.d.)
- WHO ‘Guidelines for drinking-water quality: Fourth edition incorporating the first and second addenda’(2022.03.21)
- KBS뉴스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국제 기준에 부합”’(2023.07.07)
코멘트
4팩트체크를 함께 해주시는데, 각자 결론이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니 더욱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갈리는 부분은 더욱 연구 및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겠지요. 과학적 사실은 민주적인 토의를 통해 밝혀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챙겨 읽겠습니다.
팩트 체크 감사드립니다! 모르고 넘어가거나 그냥 믿고 받아들일뻔한 부분이었는데, 사실이 아닌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주시니 도움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