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 해결을 위한 4인 대담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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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대화'는 한국사회의 성찰과 진전을 위한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입니다. daehwa.xyz

*이번 '대담한 대화'는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대담한 대화의 공동 기획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글은 전체 대화를 요약해 재구성한 것이며, 오마이뉴스에 2023년 8월 10일에 발행된 글입니다.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갈등은 뜨거웠다. 대구 이슬람 사원 신축을 둘러싼 대구 사회 이야기다. 기원은 깊다.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멸 위기의 문턱에 선 지방대학은 유학생 유치로 살길을 찾았다. 여기에 부족한 노동력 수요까지 맞아떨어졌다.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결과, 외국 유학생은 계속 늘었다. 

당연히 이슬람 유학생도 늘었다. 무슬림은 하루 다섯 번씩 의무적으로 기도를 한다. 이슬람 유학생이 많은 경북대 학생들은 길을 가다가도 기도하는 무슬림 유학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학교 인근에 집을 빌려 함께 기도하다, 인원이 계속 늘자 경북대가 있는 대구시 북구 대현동에 이슬람 사원을 신축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처음에 새로 짓는 건물이 유학생 숙소인 줄 알았다. 그런데 2층짜리 사원이 들어선다는 걸 알고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기에 보수 기독교계가 결합하면서 갈등은 종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일부 주민이 이슬람에서는 금기하는 돼지머리를 공사장 앞에 가져다 놓고 삼겹살 파티를 열면서 외신도 보도에 나섰다. 

주택가 이슬람 사원 문제는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대립, 타인종에 대한 혐오 문제로 번졌다. 지난 5월에는 전광훈 목사 등 극우 개신교 목사들이 독려한 '국민이 먼저다! 대구 대현동 주민 보호, 국민주권 침해 규탄 5.20 국민대회 및 기도회'가 열리기도 했다. 대구시와 법원은 이슬람 사원 건축이 합법이라고 확인했지만, 공사는 예정일을 훨씬 넘겨도 준공을 못 하고 있다. 뿌리 깊은 상처와 갈등의 골을 만들고 있는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문제, 정말 해법은 없을까? 

대화가 힘을 갖는 합리적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대담한 대화' 프로젝트는 그 첫 번째 기획으로 지난 1일 대구 지역 언론 <뉴스민>과 함께 '이슬람 사원 해법 모색을 위한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 박성민 목사, 경북대 내에서 이슬람 혐오 반대 운동을 펼친 경북대 사범대학 김상천 학생, 지난 6월 20일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참여한 법무법인 우리들 박상흠 변호사, 이슬람 전문가인 감신대학교 박성수 교수(부산 온누리교회 목사)가 참여했다. 그날의 대화를 요약하고 재구성해 싣는다.

정당한 주거권 요구인가, 인종적·종교적 혐오인가
 

▲ 종교갈등, 혐오, 주거권과 종교의 자유가 뒤범벅 된 대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4인이 모여 '대담한 대화'를 진행했다. ⓒ 뉴스민

 
이슬람 사원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무엇일까? 참가자들의 해석은 다양했다.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타 종교에 대한 혐오가 바탕에 있다는 시각과 주민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이 종교의 자유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또한, 애초 유학생을 유치한 경북대의 '이슬람에 대한 무지'와 행정청의 대응 실수가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성민(대구NCC 총무) "성경을 보면, 두 번의 급식 사건이 나오는데, 첫 번째는 유대인이었고 두 번째는 이방인들 문제였어요. 그런데 두 번째 급식 사건에서 제자들이 이상하게 침묵해요. 그 안에서도 인종주의가 작동하는 것이 보이는 거죠. 하지만 예수님은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 없이 애간장이 끊어질 정도로 불쌍히 여기셨어요. 저는 이 사건의 첫 번째 책임은 (주민과 유학생 사이의 소통과 중재를 못한) 북구청의 행정적 실수에 있다고 보지만, 그 배경에는 기독교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종주의가 있다고 봐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 "'인종주의 때문이 아니냐?', '종교 때문 아니냐?'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문제 제기가 해결을 막고 있어요. 현장에 가보니까 갈등의 주체는 주민과 이슬람 사원 측이에요. 그런데 오히려 기독교인하고 이슬람인이 주인공처럼 등장했어요. 열한 채 집이 모여 있는 한복판에 이슬람 사원을 세워놨어요. 주민들의 주거권과 행복추구권과 이슬람의 종교 자유 간에 일어난 충돌을 중재하고 갈등을 해결해야 할 행정이 어설프게 진행한 거죠. 언론도 돼지 족발 문제만 보도하고 인종차별이라고 몰아가요. 이렇게 몰아가면 해결이 안 됩니다."

김상천(경북대 학생) "(박상흠) 변호사님은 이슬람에 대한 혐오 문제가 너무 부각됐다고 하시지만, 일부 동의하면서도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이슬람 사원에 반대하는) 경북대 학생들은 주민의 주거권보다는 이슬람에 대한 혐오 감정이 더 커요.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테러 집단. 탈레반. IS(이슬람 국가) 이야기가 나오고, 그런 집단을 우리 근처에 둘 수 없다는 얘기도 나와요."

박성수(감신대 교수) "이슬람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보면, 이슬람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경북대에서 이슬람 학생을 유치할 때는 파급효과를 예측했어야 하는데 무지했어요. 무슬림에게 하루에 기도 다섯 번은 의무 사항이에요. (경북대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요. 유학생들을 (학교의) 필요 때문에 초청했으면서 그들의 종교에 대한 고민은 소홀했던 거죠."

  

▲ 감신대 교수이자 부산 온누리교회 목사인 박성수 교수는 이슬람 전공자다. 그는 이슬람에 대한 무지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 뉴스민

 
대화 기회 없앤 교회, 주인공이 아니라 중재자 역할 해야

원인에 대한 해석은 다르지만, 현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갈등에는 종교 문제, 인종 문제, 주거권과 행복추구권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기에는 해결이 전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교회와 기독교 단체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화해하기 어려운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대화 참가자 중 두 명은 현직 목사다. 개신교의 반이슬람적인 대현동 관련 집회와 활동들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박성민(대구 NCC) "목사로서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대현동 사원 건립 문제가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제처럼 되어 버렸는데, 중동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에 대한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적 시각을 우리도 따라가고 있어요. 석박사 과정인 유학생들이 한국 법과 문화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도 갑자기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상황이 됐어요."

박성수(김신대) "한국 기독교가 '예수님이라면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하셨을까'를 고민해 봐야 해요. 내쫓으려고 하지 말고 차라리 전도를 하는 게 더 건강한 거죠. 십자가 신앙이란 우리가 죽어서 남을 살리는 거예요. 예수님이 죽어서 우리를 살리셨듯, 우리가 죽어서 인류를 살리는 것이 우리 신앙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이 문제가 나아갈 수 있어요. 그게 기독교 복음의 핵심 아닌가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교회가 (반대가 아니라) 중재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마치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처럼 몰아가고, 언론도 그렇게 쓰고 있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잖아요? 주민이 조연이 되고 기독교가 주연이 된 것 같은 상황에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있어요. 교회는 중재자 역할을 우선해야 해요. 이슬람을 배척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어요."

박성민(대구 NCC) "교회가 중재할 수 있지요. 뉴욕에서 2010년에 9.11 테러 공격을 받은 무역센터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이슬람 센터 설립이 추진됐었는데, 야단이 났었어요. 갈등이 심해지니까 신학교에서 이맘(이슬람 지도자)을 초대해 같이 토론했어요. (9.11테러로) 월드트레이드센터 무너질 때도 그 안에 무슬림들이 있었고 그들도 고통받았다, 무슬림들도 (9.11테러처럼) 극단적인 것은 거부한다, 이슬람은 평화를 위한 종교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국 신학교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요. 우리 교회가 그런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박성수(감신대) "대화를 하려면 종교 이야기를 배제해야만 해결책이 나와요. 제가 있는 동네도 교회를 세우려고 하니까 주위 아파트에서 현수막을 걸고 난리가 났어요. 이슬람이어서가 아니라 종교시설에 대한 혐오감이 한국 사회 전반에 있는 거예요. 구청에서 허가를 내줬다는 건 법리적인 문제가 없다는 건데, 사실 이건 정서적인 문제예요. 무슬림들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공감받는 종교가 할 일인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해요."


갈등과 문제의 해결, 정말 방법 없을까

극단적 대립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문제는 복잡할 대로 복잡해졌고, 꼬일 대로 꼬였다. 정말 이 문제의 본질이 종교나 인종 문제가 아니라면, 서로의 감정적 적대를 걷어 낼 수 있다면, 중재안을 도출하거나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쉽지는 않아요. 북구청에서 처음 중재 자리를 만들고 여러 방안을 제안했는데도 결렬됐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유학생들이 공대에 많으니까, 최대한 경북대 안에 공간을 마련하는 방향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동아대 같은 경우 대학에서 이슬람 기도실을 마련했어요."
  

▲ 법무법인 우리들의 박상흠 변호사는 보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한 포럼에 발표자로 초대되면서 이슬람 사원 건립 갈등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 뉴스민

 
박성민(대구 NCC) "대체 부지 이야기는 초기에도 나왔고 유학생들도 동의했어요. 문제는 조건이죠. 유학생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데, 연구실에서 너무 멀면 안 되니까 비슷한 거리와 규모의 공간이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 흐지부지됐어요. (주민들이 주장하는) 소음 문제도 라마단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다 들어가지 못하니까 생긴 거예요. 사원이 완공되면 오히려 소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다 실내에 들어가서 하면 되니까."

박성수(감신대) "소음 문제가 종교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다른 곳에서도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이 많아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소음 문제와 종교 혐오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예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만약에 소음 문제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면 (사원 측에) 손해배상의 책임이 생겨요. 사원을 계속 운영하기 힘들어지게 될 겁니다. (사원 측도) 한발 물러서야 해요."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 소음 문제 등 이슬람 사원이 들어서면서 나타나는 생활문제를 주로 제기했다. 이런 문제는 종교시설과 상관없이 우리 일상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갈등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웃에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와 기준이 마련되어 있고, 그에 따라 다양한 법적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해결책으로 논의되지 못할 정도로 감정의 골은 깊다.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일단 지금은 감정의 골이 깊어요. 아무리 합리적인 안이 있어도 서로 미워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합리성 문제가 아니에요. 솔직히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김상천(경북대) "주민분들 의견은 일치되어 있는지도 궁금해요. 제가 (혐오 반대) 대자보를 붙일 때 충돌했던 분은 목사님인데 주민대책위라고 하셨어요. 제게 '저런 애들이 테러라도 하면 어떻게 할 거냐', '밤에 범죄가 일어나면 어떡하냐' 이런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단순한 생활권 문제가 아니라) 혐오 감정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주민들은 그런 혐오 감정 없이 주거 문제에 집중하고 계신 상황인 건가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주민들이 느끼는) 혐오감이라고 하면, 검은 옷이나 긴 수염 같은 모습들이 겁이 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부족했죠. 사원 지을 때도 별다른 소통 없이 기습적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더 심각한 상태를 부른 거예요."


대화를 위해 필요한 일

지금은 해결책이 없다기보다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조건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서로를 부정하는 조건에서는 어떤 대화도 시작할 수 없다. 묵은 감정부터 털어내는 것은 가능할까?


박성민(대구 NCC) "(유학생들이) 동네에서 살아가려면 주민들과 대화하고, 요구가 있으면 반영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게 충분히 가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처럼 외신까지 다 보도하면서 갈등이 폭발하기 전이에요. 갈등 초기에 부산의 한 미국 영사가 유학생들에게 연락해서 '지금 상황은 인종 차별적이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니까 필요하면 외신에 이 문제를 알리겠다'고 했는데 유학생들이 거절했대요. 자기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들의 환대를 받았다는 거죠. 자신들에 대한 혐오가 있어도 국제적으로 한국의 부정적인 모습을 알리기보다 지역에서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해요."
  

▲ 박성민 목사는 대구NCC 인권위원회 총무로, 이슬람 사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남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지만, 내 문제가 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죠. 내 집 바로 앞에 공사가 진행되고, 밤에 잠도 못 자면, 그때도 남 일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주민들은 공사 때문에 집에 금도 갔다고 해요. 그런 피해를 감수하면서 저분들의 종교를 인정한다고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슬람 입장에서도 무엇 때문에 이 종교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봐야 해요. 대현동 주민들도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고민해야 하고요. 주민들은 다른 부지로 가면 된다는데, 그렇다면 거기에 사는 주민들은 용납하느냐는 문제도 있어요. 보완적 방법과 방향이 나와야 해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기관장들이 현장에 가서 1주만 생활했으면 해요. 1주일은 주민 집에서 살고 1주일은 사원에서 생활해 보자고요. 그러면 양측 입장을 이해할 실마리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은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어요. 홍준표 시장도 '이슬람과 기독교가 한 형제'라고 본질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던데, 이건 실제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문제예요. 중재를 하려면 행정기관이 좀 더 나서야 해요."

김상천(경북대) "전 거꾸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권리의 충돌을 해결할 때 어느 쪽도 피해가 0이 되는 대책은 없어요. 유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아잔'(무슬림이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을 틀고 마음껏 요리하고 큰 소리로 예배하는 것도 불가능해요. 주민들도 한치의 피해도 안 보겠다는 건, 좀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욕심일 수 있어요. 일방적으로 한쪽만 완전히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불가능하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죠."


서로를 이해하자는 말은 머리로는 가능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는 말이다. 특히 대현동 주민들은 마음부터 굳게 닫혀 있다. 극단적 갈등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서로의 마음은 어떻게 열 수 있을까?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논리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열린 음악회라도 열어보면 어때요?"

김상천(경북대) "공감해요. 학생들끼리도 '같이 등산이라도 가보자'는 시도가 있긴 했어요. 거창하게 하지 않더라도 행정이나 학교가 중재해서 주민분들에게 대접하는 자리도 만들어 봤으면 좋겠어요."

 

▲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학과 김상천 학생은 경북대에서 이슬람에 대한 혐오를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등 종교와 인종 혐오를 반대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민

   
박성수(감신대) "언론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주민들이 대화 자리에 안 나오는 이유는 피해의식이 너무 강해서예요. 언론에 돼지 족발 올려놓은 것만 나왔으니까. 주민들이 아파하는 게 뭔지를 언론이 보여주고 공감해 주면 (대화에) 나올 수 있어요. 또 무슬림은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 들어줘야 해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덧붙이면, 서울 언론의 문제도 있어요. 대구 시민을 야만적이고 반인권적이라고만 몰아가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초적인 보도만 써서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어요."


대화는 주인공이, 조연은 중재해야

대현동 이슬람 사원의 문제는 이미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청, 경북대, 교회, 그리고 언론이 촘촘히 개입되어 있다. 사태의 원인과 해석, 의미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오늘의 대화에서는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그 출발은 논리적 방법보다 감정적 적대감을 먼저 해소하는 것,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도 공감했다.    
박성수(감신대) "경북대에만 무슬림이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경북대, 대현동에서 이렇게 갈등이 격화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해요. 한국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슬림을 이해하는 거예요. 우리가 너무 몰라요. 알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무슬림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건 한국 땅에 왔기 때문에 한국을 이해해 주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슬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달라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한다면 이 문제는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어요."

박성민(대구 NCC) "무슬림도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오늘 같은 대화가 필요해요. 완공 전후해서 목사들이 가서 대화하면 다른 가능성도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가 공격적으로, 폭력적으로 다가가면 그런 가능성조차 놓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를 풀어주면서 예수의 가르침을 보여줘야 해요.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그리스도인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박상흠(법무법인 우리들) "행정청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 문제의 기원이예요. 행정청은 노이즈 마케팅하지 말고 현장에 가서 주민이 어떤 어려움 겪고 있는지, 양측의 갈등이 어떤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해요. 언론도 편중 보도 습관을 지양하고 양측 이야기 들어보고, 실제 생활도 해보는 노력과 시도가 있어야 해요. 한국 교회가 역사적으로 빛이 되는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약자들이 아니라 권력자와 친해요. 이건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죠. 이슬람 유학생에게도 교회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

김상천(경북대) "토론하면서 생각이 조금 바뀐 점도 있어요. 당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조연으로 남아야 할 곳이 있어요. 원칙적이지만 대화와 토의를 하고 접점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이상적으로 들릴지라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접점을 늘려가기 위해 경북대학교와 북구청,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도 중재하고 지원하는 게 필요해요."



[인터뷰]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 "유튜버가 돈벌이 수단으로 갈등 키워"

 

▲ 주민 입장에서 활동해온 대구투쟁본부 대표 우재호 목사는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슬람 사원 문제에 개입하면서 문제 해결이 더 어렵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 손우정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담한 대화'는 의견의 대립보다 해결 방향에 대한 공감으로 마쳤다. 아쉬운 것은 이슬람 유학생과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늘의 대화를 기반 삼아, 향후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대화의 자리도 추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의 대화 자리에 조용히 찾아와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었다. 대구투쟁본부 대표인 우재호 목사다. 그는 투쟁본부 내 대현동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주민 입장을 대변해 왔고, 반월동에서 열린 대규모 종교집회의 공동대표였다. 대화 이후, 그와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왜 비대위를 꾸려 활동하고 있나?
"이슬람 사원의 출입구는 사유지 도로다. 주민들이 (자기 집을) 한옥을 양옥으로 건축할 때 일부 대지의 도로 사용을 승낙했다. 그런데 땅 주인도 모르게 사원이 지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자기 땅을 찾겠다고 하는데 북구청은 이미 도로가 되어서 안 된다고만 한다. 주민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다. 공사주가 하는 말이 지금은 800명 정도지만, 완공되면 2000명 정도 무슬림이 올 거라고 하더라. 이 좁은 골목에 그게 말이 되나?"

- 주민들의 반대 이유가 종교적, 인종적 혐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독교계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 집회는 내가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원래는 시민들의 잔치, 문화 축제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코로나에 걸려 누워 있는 와중에 종교집회로 바뀌면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처럼 되어 버렸다. 주민 비대위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람, 유튜버 몇몇이 자극적으로 해야 사람들이 주목한다고 돼지 바비큐, 돼지머리도 갖다 놓은 거고, 언론이 그걸 활용한 거다. 돼지머리 때문에 본질이 전도됐다. 유튜버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자꾸 자극만 하니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 주민들의 불만도 많을 것 같다.
"주민들이 '무슬림이 유학을 와서 꼭 사원을 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자기 신앙을 유지하고 기도할 수는 있지만 굳이 왜 사원까지 지어야 하냐는 것이다. 우리도 외국 유학 가면 교회 짓고 절 짓지 않는다. 이들이 그냥 유학생이 아니라 이슬람 선교사가 아닌가 의심도 된다. 북구청이 서문에 다문화 거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슬람은 자기 종교관을 1%도 양보 안 하는데 어떻게 다문화냐?"

우 목사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후 이야기를 나누면서 타협까지는 몰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소통할 수 있는 측면이 무척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은 역시나 '대화' 밖에 없어 보인다.



'뉴스민'에서는 또 다른 버전의 기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담 전문과 참가자들의 발표문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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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지점에서 타협하여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결국 각자의 입장을 확인하는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르네요. 그리고 그 바깥에 서있는 나는 어떤 태도를 가지고 문제를 들여다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어떻게 대화를 이어나가고 문제가 해결될지 궁금해지네요.
지역의 상황을 더욱 상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과연 한국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화를 읽고나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이 맞았는지 다시 돌아보게 되네요.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대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켠으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국인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한국은 이미 다문화인데. 그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서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많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이 생길텐데. 어떻게 될지 걱정이긴 합니다.

기사를 통해 볼 때는 비난, 혐오, 갈등만 강조됐는데 대화를 읽으니 상황이 좀 더 입체적으로 선명하게 그려지네요. 감사합니다. 물론 혐오가 없진 않았겠지만 그 외의 부분도 생각해보게 되네요. 행정의 역할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더더욱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