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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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철근 누락 사건으로 공공임대주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철근 누락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이번엔 공공 및 민간 청년 주택 청약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최근 3-4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서울주택도시공사 SH, 경기주택도시공사 GH, 부산도시공사 BMC가 공급하는 청년매입주택,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 역세권청년주택(민간포함) 등 다양한 청약을 신청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에서 벗어나 좀 더 큰 도시로 나가기 위해서다. 공공 주택을 신청한 이유는 발품 들일 필요가 적고 국가가 임대해 주는 것인 만큼 보증금 및 퇴거 문제에 있어 골머리 앓을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지역의 행복주택, 서울 청년전세임대, 서울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3번 당첨되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

행복주택은 LH, SH, GH, BMC에서 진행하는 청년과 신혼부부 및 주거약자(노약자 포함)를 위해 공급하는 주택이다. 행복주택은 공공에서 공급한다. 서울 역세권이나 강남 등 땅값이 비싼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을 제외하면 보증금과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주택 공급 유형에 속한다. 행복주택은 생긴지 오래되지 않아 신축 건물이 많다.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청약을 신청할 수 있는 공고도 많다. 그래서 수도권 특히, 서울 지역의 행복주택은 경쟁률이 매우 높다. 반면, 지역에 위치한 행복주택의 경우 교통편이 편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추가 공고가 발생할 만큼 입주가 더디게 이뤄진다. 현재 거주중인 행복주택은 수도권에 위치한 행복주택 보다 임대료와 보증금이 2-4배 정도 저렴하다.

청년전세임대는 LH에서 소득 수준이나 기타 기준을 근거로 보증금 1-2억 정도를 ~2% 정도의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보증금 지원 방식이다. 일반 전세처럼 임대료 부담에서 해방되게 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민간 주택 대출보다 이자가 저렴한 특징이 있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은 LH가 공급하는 건물에 적용할 수 없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적용되는 집(집주인)을 직접 찾아야 한다. 그 후 권리 분석을 통해 계약이 치러진다. 하지만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이 가능한 집들이 많이 없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단점이 있다. 적용된다 해도 집이 오래된 경우도 많다. LH 청년전세임대 대출을 받아도 계약한 건물에서 부과하는 관리비나 월세를 따로 받아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측면이 없잖아 있다. 그래서 해당 청약에 당첨돼도 마냥 기뻐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속 시끄러워 해당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이번 7월 중순, 서울 O호역 근처 신축 역세권 청년주택 청약에 당첨이 되었다. 청년의 경우 4-5평(16형)만 공급되었다. 민간 역세권청년주택 청약 주택 신청은 큰 제한이 없어서 지역에 거주하는 나도 신청이 가능했다. 민간 청약 결과는 추첨 프로그램을 통해 확정된다. 공공에서 제공하는 역세권청년주택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역 제한은 없다. 민간에 비하면 몇 배 이상으로 저렴해 경쟁률이 높다. 공고에 따라선 공급 호수가 적은 경우도 많다. 무작위 추첨이 아니고 1, 2, 3순위 배점에 따라 청약 당첨이 결정된다.

당첨되었던 민간 역세권 청년주택 16형(4-5평)의 경우, 보증금을 최대로 했을 때 5990만 원이었다. 월 임대료는 41만 원. 관리비를 10만 원으로 잡아도 월 50만 원 수준이다. 방의 크기를 떠나 가장 큰 장점은 첫 입주 건물이라는 것과 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이라는 것이다. 방 크기에 비하면 비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서울 부동산 가격에 오랫동안 가스라이팅 당해와서 그런지 엄청 비싸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서 계약 기간 1주일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6천만 원의 현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역세권청년주택 전용 임대 보증금 50% 무이자 대출을 알아봤다. 보증금 1억 원 이하의 경우 50%까지 최대 4500만 원 지원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 무이자 대출을 받아도 여전히 3천만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나머지 잔액은 주택도시기금의 청년 버팀목 전세 대출로 해결하려고 했다. 연 1.5~2.1% 사이 이자로 보증금의 80%를 빌려준다. 기타 대출보다 이자가 그나마 저렴해 많은 청년들이 선택하는 대출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 최대 24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3000만 원 +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2400만 원 + 자비 600만 원으로 보증금 해결이 가능했다. 월세는 대출 이자 + 관리비 + 기타 요금을 합치면 넉넉잡아 60만 원으로 예상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고민하던 중 해당 역세권청년주택이 무량판 구조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었다.(현재는 목록 사진이 내려간 상태다.) 무량판이 문제가 아니라 공사 과정에서 날림 처리되었거나 누락된 것이 문제라 무량판은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일주일간 고민했고 결국엔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하지 않았다.

그때, “대출을 받아 가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정상인가?”
“아니, 이 정도면 괜찮은 가격 아닌가?”
라는 상충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서울이니까라고 답을 하면 모든 건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내가 한 생각들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생각해 보자. 사회 초년생에겐 수천만 원의 현금이 없다.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그들이 일자리를 위해 모이는 서울의 방 한 칸 보증금은 수천만 원이다. 월세도 수십만 원이다. 부모님에게 지원받거나 대출을 받아 기본적인 주거 상황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가지 방법이 아니라면 반지하에 거주해야 하거나.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인데. 현 정부는 전 정부에 비해 각종 복지 예산을 줄이고 공공임대주택 정책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7729억 삭감했다. 반면 분양주택 지원 예산은 1조 1138억 원 증액했다. 정부 기조를 보면 대도시에 거주하기 위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민간 업체들이다. 민간은 빚을 내서라도 건물을 지어 정부로부터 일반 분양 권리 혜택을 받아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분양이 시작되었을 때 인구가 줄어 보증금이나 월세가 내려갈까? 아니면, 서울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비싸질까?

시설이나 위치를 따졌을 때 그럴만한 가격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주거 약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막막하다. 경제력을 갖추지 못한 개개인의 문제일까? 폭주한 시장을 바로잡지 못한 정부 정책의 모자람일까? 아니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생각하는 게 비정상적인 걸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서울 거주권은 수천만 원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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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친구가 공유해줬던 선릉역 청년주택 정보가 떠오릅니다. 19형의 직각삼각형 모양의 집이 보증금 7000~9300만원에 월세 60~70만원이었거든요..... 서울 거주권은 몇천만 원이라는 말씀에 정말 공감합니다.

마침 몇 주 전 첫 청년 전세대출을 받아 곧 서울에 있는 빌라에 입주합니다. 실측을 위해 미리 방문했다가 비행기 소음, 앞 건물이 훤히 보이는 창문, 침대 하나 들어가자 꽉 차는 방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딱 본문에 나온 생각을 했어요.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여기에 살아야 하나?” 그러다가 곧 동시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서울이니까 이 정도면 괜찮지, 뭐" 막막한 생각이 많아집니다...
여러 제도를 잘 정리해 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 거주해야 하지만 서울을 거주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아이러니... 주거 환경이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타협하고 싶지 않은데 현실적으로 보안이나 안전에 취약하거나 인프라가 허술한 곳을 찾아 나서는 청년이 많은 듯 합니다.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네요.
2019년부터 4년동안 서울에 있는 행복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공감과 새로운 깨달음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서울에 살 여건이 된다는 게 일종의 특권처럼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적어주신 큰 액수의 보증금 문제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사회활동을 비교적 빠르게 시작한 편이어서 보증금을 그나마 수월하게 마련했지만 사회활동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청년이라면 사실상 입주가 불가능 해보입니다. 청년전세임대 역시 당사자가 매물을 찾아와야 한다는 게 국가가 해야할 일을 개인에게 떠맡기는 느낌입니다. '청년의 입장에서 집을 구해보면 정책의 보완점을 바로 알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네요.
청년 주택도 보증금과 월세가 매우 비싸네요...ㅠㅠ 저는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을 받아서 살고 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세금의 80%까지 나오고 최대 1억까지 나와서 정말 감사한(?) 제도인데, 나머지 20%를 마련하는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정말.. 좋긴 한데 그럼에도 막막하고 어려운, 그래서 더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 것 같아요. 서울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동네를 일부러 골랐는데 원룸 전세가 1억3천이더군요.
저도 제도를 활용하면서 같은 고민을 많이 했어서 이번 글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싸지 않은데... 제도 없이 구하려면 더 불안정하고 더 비싸서 울며 겨자먹기로 하게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에 전세임대가 되어서 구해보려 하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왜 입주하는 비율이 낮은지 알게 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