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이번 잼버리 대회에 대한 단상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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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이미지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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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종주의를 옛날부터 GDP인종주의라고 부르곤 한다. 단순히 피부색만으로는 정의되지 않는 한국만의 인종/국가 서열이 대체로 1인당 GDP를 적용하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겨레21.2020.05.02.)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문제점은 내가 여기에서 굳이 또 지적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니 여기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이번 잼버리 대회와 관련된 보도를 쭉 보면서 어딘가 인종차별, 국적차별적인 냄새가 난다고 느꼈다.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구미권 국가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었다는 느낌 말이다.

한국의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 재해를 당하는 것도 자주 접하게 되었다. 2023년 3월 4일,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의 한 돼지 농장에서 60대 태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는 돼지 축사 안에 설치된 시멘트 벽 안에서 생활했는데 바닥으로는 돼지 분뇨가 흘러나왔고 벽 바로 옆에는 비닐에 싸인 돼지 사체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서 10년 간 생활하다 사망한 그의 사인은 황화수소 중독으로 추정되었다. 동물의 배설물에서 나온 유독가스로 인해 사망한 것이다. 농장주는 그의 사체를 트렉터에 싣고 근처 야산에 버렸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한겨레.2023.03.08.)

2023년 5월 1일, 경남 양산의 한 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20대 노동자가 열탕에 빠져 사망했다. 열탕은 쇠파이프를 건조시킬 때 쓰는 것인데 내부 온도는 67도에 달한다고 한다. 작업 중 발을 헛디뎌 열탕 안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장의 직원이 50명이 안 되어서 공장주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아니었다. (kbc.20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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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사망 사고는 그 숫자도 비율도 매년 계속 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이 잼버리 만큼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잼버리 대원들 중에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많아서 더 주목을 받는 건가 싶은 느낌 말이다. 잼버리랑 이건 별개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은 없다. 이건 내 기분(ki-bun)이니까. (TheWorld.2015.06.17.)

스카우트 연맹에 가입한 사람이 가장 많은 국가는 인도네시아다(7.2%). 그 다음이 미국, 홍콩, 필리핀, 태국, 영국, 벨기에, 케냐 순서고 그 다음부터는 전체의 1%를 넘지 않는다. (한국은 0.5%)

그런데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의 국적을 살펴보면 총 33,628명 중 일본이 가장 많은 6,651명을 차지했고 그 다음은 영국(3,939명), 스웨덴(1,873명), 미국(1,631명), 대만(1,217명), 네덜란드(1,021명), 독일(1,002명) 순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번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영국과 미국, 프랑스 말고 다른 나라 참가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을 얼마나 봤나 싶다. 이게 내가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느낀 인종주의, 국적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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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철수한 일부 잼버리 단원들이 충청북도로 건너간 모양이다. 김영환 충북도시자는 충청북도로 넘어온 영국 잼버리 단원 250명을 위해 1인당 한끼 3만 원의 식사비용을 책정했다. 다른 비용까지 합산해 충청북도는 이들에게 하루에 3천 1백만 원의 예비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충청남도는 이들을 위한 식사비용으로 1인당 한끼 만 원을 책정했다. 기준은 없다. 그냥 도지사가 그렇게 정하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이재민의 하루 식사비는 8천 원. 이마저도 도에서는 전혀 지원하지 않고 청주시가 혼자 책임지고 있다.

기자들이 충북도에 왜 한끼에 3만 원이냐고 물으니 외빈이라서 그렇다는 답이 왔다고 한다. (오마이뉴스.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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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활동 지역의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전라북도에서는 공무원들을 강제 동원해 화장실 청소를 하게 했다. 전북 공무원 노조 관계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공지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화장실은 최신 수세식이 아닌 일명 푸세식 화장실이었습니다.
11개국에서 온 외국 청소년들 눈에는 아프리카에서나 봄직한 풍경이었겠지요. (서울경제.2023.08.07.)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28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새만금에 왔다. 태풍과 폭염, 비위생적인 날씨로 속속 탈출하는 국가들이 생길 때, 한국에는 대사관이 없는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잼버리를 주관하는 대한민국 정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전북도청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을 발견하고 신경쓴 것은 잼버리와 전혀 상관 없는 경기도 용인시와 숲을 유아교육에 활용하는 단체인 ‘숲 유치원’이었다. 이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나미비아 청소년들을 위한 부식을 마련하고 새만금에서 나와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이들에게 받은 부식을 같은 처지에 있는 트리니다드트바고에서 온 청소년들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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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를 부르짖지만 권위주의, 위계질서의식은 더욱 강화되는 느낌이다. K-POP을 동원하는 방식도 그렇다. K-POP을 만능통치약처럼 생각하는 배경에는 K-POP을 시작으로 한 “한국 컨텐츠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라는 문장에 대한 기억, 그 이상은 없다. 

한국 컨텐트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끌고 있으며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적어도 한국 정치권에서는 이런 분석을 하는 사람도, 이런 분석을 찾아보거나 받아들일 사람도 없어 보인다. 지금의 정부는 더더더더욱 그렇다.

왜 분석을 안 할까? 신자유주의적인 욕망에 미쳐서 돈만 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불나방 처럼 달려드는 풍조도 원인이겠으나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사회와 국가를 보는 수준 때문이기도 하다.

한 사회 안에는 각 주제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이 주제의 스펙트럼은 서로 무심하게 연결되어 있다. 연결되어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은 언제나 두 개의 극점 사이의 어딘가이고, 이 점은 다른 사안의 점과 대체로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다. 이걸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 속에선 정권이 백날 바뀐들 유능과 무능, 책임과 무책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회의 다양성을 상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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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의 무능으로 문제가 생기면 한국의 책임자들은 군인을 동원하거나 연예인을 동원한다. 태풍 피해 현장 속에서 안전장비도 없이 동원되었다가 사망한 한 해병대원의 죽음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제는 K-POP 아티스트, 연예기획사가 자발적으로 출연을 결정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정부는 군인, 연예인 말고 전정권도 동원한다.) 연예기획사 하이브는 마지막날 공연 참석자들에게 BTS 포토카드 8억 원 어치를 나누어주었다고도 한다.

한국 가수가 만들고 부른 노래라고 해서 그것이 한국 정부, 국가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다. ‘자유’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국 정부의 연예인 동원을 두고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France24.2023.08.11.) 이제 프랑스 언론도 좌파 카르텔이라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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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인연(因緣)이라는 말을 한다. 원래는 인-연-과가 한 세트다. 인(因)은 원인고 과(果)는 결과, 연(緣)은 인과를 발생시키는 환경적 요인이다. 보통 바람이 인이고 파도가 과, 그리고 이 인과를 가능하게 한 물의 존재를 연이라고 비유해 설명하기도 한다. 이 세상은 무수한 인연과가 맞물려 돌아가는 곳이기에 이 세상 그 누구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게 불가의 가르침이다. 이 세상 무엇 하나라도 빠져버리면 이 세상은 모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이를 화엄(華嚴)이라 한다.

이번 잼버리 사태라는 은 책임자의 무책임과 무능, 소위 ‘부유층’이라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이익 이외에는 아무 것도 신경쓰지 않는 졸부 근성, 이 두 가지일 것이다. 나는 이 인과를 가능케 한연은 공동체 속의 개인을 상상하지 못하는 다양성의 부재와 무분별한 사대주의 근성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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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달아주신 댓글들에 많은 공감이 됩니다. 운영 관리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니 또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군요.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며 속으로 관련 관계자들을 비판하기 바빴는데 저 스스로 가지고 있던 인식의 한계는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잼버리 대회에서 벌어진 행정적 문제들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다는 걸 느끼게 되네요. 어쩌면 그동안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가 한 번에 모두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마지막 K팝 공연과 관련해선 언급하신 프랑스24를 비롯해 외신들의 평가에 공감이 됩니다.(개인적으론 BTS의 차출을 국방부에 요청해야 한다는 모 의원의 발언만으로도 정부가 K팝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임을 묻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데 다방면의 문제를 제대로 반성했으면 합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네요. 인종주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나미비아에서도 28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새만금에 왔다. 태풍과 폭염, 비위생적인 날씨로 속속 탈출하는 국가들이 생길 때, 한국에는 대사관이 없는 나미비아 청소년들은 그들이 나가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군요... 대사관이 개입할 일을 만들지 않았어야 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도 민간에서 받아서 해야했다니..ㅠㅠ
잼버리사태와 GDP인종주의를 연결해 설명해주셔서 흥미롭게 (하지만 가슴은 답답하며 안타깝게) 읽었습니다.
영국 잼버리 청소년들 식사비에 한끼 3만원을 책정하는 충북 도지사가, 청주시 이재민들에게는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ㅠㅠ... 청주시가 혼자 책임지고 있으나 그마저도 8천원... 또 '아프리카에서나 봤을 푸세식 화장실'이라는 내용에 왜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트리니다드트바고 청소년들은 K-차별을 온 몸으로 겪고 갔을 거라는 사실도요... 너무 속상한 마음입니다...

역사를 통해 배워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