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과 기억교실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 세월호참사 10주기를 기억하기 위해, 4월 16일 오후 3시 안산 단원고 인근의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기억식이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250명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식을 시작으로, 304명 희생자에 대한 묵념과 추도사, 97년생 동갑내기의 기억편지, 기억 영상과 시 낭독, 노래 공연과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의 합창 공연 등으로 이루어졌다.   세월호를 기억식이 거행되는 사이에 불현듯 사이렌이 울렸다. 안산에서는 매년 4월 16일 오후 4시 16시에 이렇게 사이렌이 울린다고 한다. 416을 기억하기 위한 취지였다. 그 짧은 사이렌과 묵념의 순간에 416 세월호참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사이렌 같은 사건이란 생각이 스쳤다.       <세월호참사 10주기, 우리들의 요구>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 이행하라!  세월호참사 및 그 이후 발생한 국가폭력에 대해 국가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대통령은 세월호참사 지우기 중단하라! 정부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하라! 정부는 세월호참사 기억/추모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라! 세월호참사 대통령 기록물, 국정원, 군 등 정부 기록물 모두 공개하라! 부재했던 재난 컨트롤타워, 피해자 사찰했던 정부기관, 국가책임자 처벌하라! 대통령은 진상규명 추가 조치, 성역 없는 추가 조사 이행하라!     (세월호 참사 102주기 기억식 팜플렛에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국가폭력 및 사찰, 대통령이 사라진 시간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들이  계속해서 우리를 불러세운다. 기억은 사진첩에 끼워지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다음번 또다른 희생이 생겨나지 않기 위해, 다음번 재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막기 위해 필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사이렌을 계속 울려야 한다.  왜냐하면 팽목항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세월호도 어디에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이태원참사 등 다른 참사와도 맥이 통하고, 419 민주화운동과도 맥이 통한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기억은 사회적 기억으로서 의미가 깊다. 또한 세월호참사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은, 이 사회 어른들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재난참사 이후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설계하기 위해 어떤 접근이 필요한지, 잘못된 조치를 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자들에게 어떻게 사법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여전히 남은 과제다.’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2014~2023년의 기록 <520번의 금요일> 중에서) 단원고 416 기억교실 기억식이 끝나고 근처에 10년 전 희생자였던 단원고 2학년 교실을 보존해 놓은 기억교실을 찾았다. 가는 길에 문 닫을까 걱정되어 택시를 탔다. 안산 택시들이 팽목항과 안산을 오가며 피해자 가족을 도왔다는 게 생각나 물어보니, 기사님은 쓰라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고. 그러면서 기억식에 대통령은 왔던가요? 하고 물었다.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기억교실 건물을 둘러싼 울타리에 걸린 “10년, 당신들을 기억하는 마음은 변함 없습니다.” 라는 플랜카드가 보였고, 노란 바람개비가 바람을 맞고 있었다.  기억교실에는 남자반 여자반으로 2, 3 층으로 나뉘어 있는 교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노란 등받이와 방석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의 자리를 한눈에 알 수 있었는데, 반 전체에 서너 자리를 빼곤 모두 노란 자리로 뒤덮여 있어 가슴이 턱 막혀왔다. 교무실 역시 희생자 선생님들의 사진과 평소 쓰던 출석부 학생기록 수첩 등이 남아 있었다. 안내하던 한 여자분이 간곡히 말했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한 아이의 이름이라도 기억해 주세요.”  그제야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려고 애썼다. 지금 살아 있었다면 27살의 청춘으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있었을 아이들. 나는 기억교실 안에서 부표처럼 떠 있었다. 한 책상 위에 낙서로 적혀 있는 글귀를 보았다.   단 한번 뿐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세월호참사 10주기 기억식의 키워드는 ‘기억’ 뿐만이 아니었다. 기억과 약속, 그리고 책임이었다. 기억은 힘이 세다, 는 말처럼, 기억이 약속을 만들고, 약속을 통해 책임을 일구어 나가는 과정이 이제 10년을 맞이한 셈이다. 아직 이루지 못한 진실규명과 책임 처벌, 앞으로를 대비한 관련 법률과 제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인재(人災).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회적 참사.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들. 그것을 해낼 수 있어야지만 이 기억식의 의미는 뚜렷해질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노란 리본은 반짝거리고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아직 더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고, 뜨겁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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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유권자ㅇ난감
4월 10일 제 22대 총선이 코앞에 와 있다. 게다가 사전 투표는 이미 시작되었다. 유권자는 별도 신고 없이도 전국 3천565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고,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이번 선거의 풍경을 가만히 지켜보자면 유권자로서 난감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를 보고 뜨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당간에도 후보자간에도 딱히 이렇다할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공보지는 마치 AI에게 맡긴 듯 형식이나 구조, 내용이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한쪽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경제 침체와 고물가 상황을 짚고, 후보자 자신이 유치한 기금과 수상 경력 등 자기 PR, 맨 마지막에 공약이 나온다. 다른 후보는 타 지역과 비교하여 지역 발전이 안 되었다고 지적, 지역 심판론을 내세우며, 상대 후보 깎아내기 및 자기 PR, 마지막으로 큰 차이 없는 공약이 나온다.  공약을 살펴보면, 공약은 지역활성화, 주거환경 개선, 산업 교육 중심 등등, 모두 좋은 얘기들로 두리뭉실하게 적혀 있다. 설사 구체적이더라도 과연 실현성이 있는지 의구심만 든다. 게다가 꼭 이 후보자여야만 하는지도 의문이 든다. 큰 틀에서 두 후보 간에 특별한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누가 되어도 비슷할 듯한 선거 공약이다. 전국을 통괄하여 다룰 수 없는 일이므로 지역에 국한되다보니 비슷한 말잔치가 일어나는 것도 일견 별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비례대표 정당후보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정당이 있었던가. 도대체 몇 개의 정당이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위성정당들의 난립으로 본래 정당이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게다가 1, 2번은빠져 있다.  비례대표 정당 선거공보에는 다양한 이름들의 정당 중 몇 개의 공보문이 있는데, 이 역시 정당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 ‘윌리를 찾아라’처럼 유권자는 유명한 정치인 얼굴을 찾아내어야 정당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 더이상 정당 이름은 브랜드가 되지 못하고, 개개의 유명정치가가 브랜드가 되어 소수씩 모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나중엔 힘을 모으기 위해 다시 편을 짤 것이다. 비례투표제의 중요성에 비해, 투표 현상만 보면 편가르고 편 먹기 정도로 보일 뿐이다. 유권자로선 난감할 수밖에. 정치권은 유권자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현 선거제를 조각내어 조종하고 싶어하고, 투표용지 앞에서 우리는  ‘유권자ㅇ난감’이 되어 버린다.  사라진 이슈를 찾아서  출산과 육가, 참사로부터 보호, 기후 위기 극복, 자립 준비 청년 지원, 돌봄 지원, 장애인의 환경 격차 해소 등 아름다운 말로 덧칠해져 있지만, 이 이상적인 공약들이 과연 직접적 관련이 있는 자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과연 실효성은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슈는 ‘라퓨타의 섬’처럼 떠 있고, 그것을 실행할 만한 의지는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어느 당을 지지하고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까. YTN에서도 연일 각 정당의 공약을 살펴보지만 결론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로 죄다 마무리 되고 있다.  지역발전과 기후정의, 인적 자원(출산율과 궤를 같이 하는), 물가 및 부동산 경제 정책, 교육과 청년, 시니어 정책 등, 모두가 함께가 되어 나아가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게 하는 발전적인 선거란 어떤 것일까. 곧 4월 10일 벚꽃이 만개하는 가운데 열리는 22대 총선에서 투표의 의지는 있으나, 선택은 마냥 쉽지만은 않은, 유권자들.  단순히 선거에 휘둘리는 장난감이 되지 않기 위해 면밀히 살펴보고, 또  스스로와 주변을 둘러보고, 흔히 발생하는 부당한 사건들에서 스스로를 타자화하지 않음으로써 진지하게 의제를 내밀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덧붙여,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단순히 지역을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가 아닌, 유권자들이 지혜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선거제를 생각해 보고, 선거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봐야할 것이다.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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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선거의 결과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냉정한 숙고보다는 차라리 감정적인 느낌으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결정한다. - 히틀러 <나의 투쟁> 중에서  총선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과연 인공지능으로부터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 정당과 후보에 표를 던질 수 있을까. 여기서 ‘안전하게’,  ‘자신이 원하는’이란 뜻은 무엇일까. 이것은 선거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투표할 수도 있다는 의미처럼 들린다. 그리고 사실이 그럴지도 모른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유권자로서 ‘나’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 재차 점검해 봐야 하는 시기인지도 모른다.    1. 나의 결정은 알고리즘의 결정 ; 선택의 저변을 움직이는 SNS의 알고리즘  https://youtu.be/CAMoPbj3jQE 다큐 <더 그레이트 핵(The Great Hack)>은 2019년 미국 선거와 브렉시트(Brexit)에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쳤나를 보여준다. 아무 의미 없이 습관처럼 클릭해 보는 영상, 쇼츠, 검색어 등이 개인 정보화 되어 빅데이터로 쌓인다.  이것이 단지 개인적 취향에 대한 것이라면 크게 상관 없어 보이지만, 정치나 선거와 연관된다면 문제가 광범위해진다.  곧 민주주의 체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권력을 쥐고자 하는 자들이 기술과 새로운 매체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 나가는 과정을.  SNS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정치 성향을 파악하고, 그가 보고 싶어하는 세상만 무한 반복해 보여준다. 한 공간에 있어도, ‘한 사람’의 세계와 ‘다른 한 사람’의 세계는 우주만큼이나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이데거 식으로  “세계-내-존재”이므로 자신이 속한 세계만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본 세계만을 전부로 인식한다. 그것이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경우, 보다 쉽게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물을 수밖에 없다. 나의 선택은 진정 ‘나’의 선택인지, 혹은 나를 둘러싼 쇼셜미디어 세계 속의 ‘편향된’ 선택인지.   2.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 ; 메타휴먼,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 https://youtu.be/pnaKyc3mQVk?si=Kov6l-VjHsFxkuen SNS보다 한층 더 발전한,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은 2024년 전 세계의 선거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줄까. 이미 많은 이들이 SNS, 인공지능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염려하고 있으며, 이미 그 염려가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   먼 나라의 예가 아닌, 당장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부도 이에 대해 대책을 내놓았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4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AI) 기반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금지”시켰다.  또 “인공지능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만든 영상, 사진, 음향을 본인 당선이나 상대 후보 낙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제3자가 특정 후보 당선 혹은 낙선을 위해 조작된 영상, 사진, 음향을 제작해 배보해도 안된다.” (2024.02.01. 한겨레 <‘AI 딥페이크 영상’ 선거운동 금지…’민주주의의 적’은 인공지능뿐일까> 연합뉴스의 이보배 기자에 따르면,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으로 “22대 국회의원 선거(4월10)을 앞두고 유포되는 가짜 뉴스와 허위 선동에 대해 배후까지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2024. 03. 28. 연합뉴스, <정부 “총선 가짜뉴스 배후까지 규명…모든 불법행위에 무관용”>) 그러나 실상은 제재가 어려운 모양새다.  SBS에 따르면 인터넷에 링컨, 맥아더 등 외국 유명 인사들이 특정 당을 외치는 영상을 소개 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어제(4월2일)까지 딥페이크 영상 등을 통한 선거법 위반행위 327건을 적발” 했다고 밝혔다. (2024.04.03. SBS뉴스 <링컨, 맥아더가 oo당 지지?... 총선 앞두고 ‘딥페이크’ 기승) 메트로신문의 김서현 기자 역시 정부나 포털 규제의 실효성을 의문하며, 제재 불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다짐과 달리 딥페이크 관련한 가짜뉴스 유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별도로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단행했으나 실효성이 의심된다.” (2024.04.01. 메트로 신문 <공정선거 최대 위협으로 떠오른 인공지능(AI) 기술 "막을 수 없다">) 인간이 기술을 따라가기에 벅찬 만큼, AI 기술이 고속 성장하면서, 그것을 제재할 방도는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접하는 뉴스와 현실이 과연 참인가 거짓인가까지 뭉뚱그러지면서, 총선은 또 한번 AI기술의 시험대이자, 인간 윤리와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제대로 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공정한 선거를 치루려면 오히려 원론적으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정책을 스스로 찾아 보고 직접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패러디도 가짜뉴스화되고, 진짜뉴스조차 가짜로 만들어 버리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과 후보에 다가서는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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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록을 기록하다, 다큐 <그레이존>
2024년 3월 22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다큐 <그레이존>(주현숙 감독) 상영회가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10층에서 열렸다. ‘4.16재단’과 ‘사랑의 열매’의 지원을 받아 캠페인즈가 주관한 이 상영회에서는 "함께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모인 캠페이너들 및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특별히 모여 영화를 감상하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자란 무엇인가 세월호 다큐 <그레이존>은 흑백 사이 모호하게 연결된 기자들의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는 언론에게 화살이 몰렸던 사건이다. 상황이 어떠한지 언론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현장의 팩트를 명확히 전달했어야 했던 언론이 우왕좌왕했던 것을 우린 기억한다. 세월호 침몰이란 속보로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가, 모두 구조되었다는 엉성한 안심을 주다가, 다시 침몰이라는 절망을 던졌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피해자 마음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위해 몰래 혹은 억지로라도 카메라를 무기처럼 들이밀었다. 결국 2차 가해자가 되어 버린 뒤, 그들이 만난 것은 유가족들로부터 오는 강력한 불신의 벽, 그리고 섣불리 정부 눈치를 봐 버린 자신의 무능, 이도 저도 할 수 없던 무기력이었다. 그들은 취재의 사명이 있었으나, 바다 너머를 볼 수 없었고, 해경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유가족 제보보다 정부의 ‘구조하고 있다’는 말을 믿었다. 의심할 수 없었던 자신에 실망하고, 아비규환의 현장에 절망했던 기자들. 자신을 기자라 말하기조차 어려웠던 순간. 메타적으로 보기 영화는 기자들의 참회록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들고 있던 카메라를 돌려, 자신을 카메라 앞에 두고 그날을 고통스럽게 떠올려 본다. 그들은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동시에 관객은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고민하게 된다. 기자들은 10년이 지난 이제야 당시 상황을 떨어져서 가늠해보고, 어디서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반추한다. 유가족들이 보고 온 현장(“구조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을 기자들이 서울 보도국에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면서, 그리고 정부가 말한 ‘세월호 승객들을 구하는 중’이란 빈말을 전하면서, 진실과는 한참 어긋나 버렸다. 배 안에서 ‘당신들을 구하고 있으니 가만히 기다리라’는 방송과 ‘정부가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으니, 가만히 기다리라’는 언론은 과연 얼마나 다른 것일까. 그럼에도 기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제 3자의 눈으로 직접 본 유일한 목격자이다. 2차 가해자이자 2차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들은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던 현장을, 자신들의 고백을 통해 가까스로 전달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세월호의 진실을 기자들의 입장에서 되묻는다. ‘참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록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2024년의 우리는 10년 전 참사를 기억하고 기록하려 한다. 그런 가운데, 나 역시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 나 자신은 유족도, 현장 기자도 아닌, 같은 나라의 국민이지만 달리 보면 행성처럼 동떨어진 일반 시민에 불과한데, 이 기억과 기록을 어떻게 끄집어내고 드러내야 하는가, 고. 감히 나의 펜 끝을 세월호 참사에 댈 수 있는가, 고. 하지만 그래야만 한다. 회색지대에 선 자들은 어쩌면 당시의 기자들만은 아닌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정 팩트인가, 우리가 보는 세계는 진도 팽목항의 어디쯤인가, 우리 역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무엇보다 ‘왜’를 물어야 한다. 왜 비슷한 참사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가. 왜 진실은 아직도 정치적인 이유로 가려지거나 전달되지 못하는가. 나는 왜 기록하는가. 그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누구나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도, 유가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재(人災)로 인한 참사의 희생자는, 구해질 수도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담으려는 노력이다. 기억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일이다. 우리가 보려는 것은 단지 10년 전이 아니라 지금이고 10년 후이고, 30년 후이다. <그레이존> 안에서 자주 악몽에 시달린다는 한 기자의 말이 떠나지 않는다. 그는 수십 번이고 같은 꿈을 꾼다. 꿈속에서 그는 세월호 선실에 앉아 있다. 죽은 이들 사이에서 죽음을 기다리면서. 우리는 과연 지금 어디에 있을까.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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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하나의 작은 기억이 큰 기적을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큰 흔적을 남겼다. 2014년 4월 15일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안전하고 질서있게 나갈 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잠자코 기다리던 사람들, 특히 고등학생들. 반면 자신들만 살겠다고 무책임하게 배를 빠져나간 선장. 부모들과 가족들은 바깥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 배는 기울어지고, 304명이 조용히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언론은 모두 구조되었다고 했다가, 실종자가 많다고 했다가, 눈길 끌기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은 사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진 10시 15분부터 중대본을 방문한 오후 5시15분까지 약 7시간 반동안 행적이 불문했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비통함과 안타까움을 전하고, 사람들은 합동 분향소를 찾아가 분향하고 포스트잇을 붙였다.  국가는 어디 있는가?  세월호 참사가 내게 던진 질문은 ‘국가’였다. ‘국가’가 뭐지? 단순한 경제공동체? 이념공동체? 이날부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단체’로 여겨졌다. 과거 경찰국가니, 복지국가니를 떠나,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내던지거나 방치하지 말아야 하는 게 국가가 아닐까. 이 추상적인 ‘국가’란 개념이 머릿속에서 부서지고 붙여지고 다시 분쇄되길 반복했다. ‘국가’란 세월호 참사에 뒤늦게 등장한 무심한 ‘대통령’ 일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 저들끼리 빠져나간 선장과 선원 들이 ‘국가’였을까. 멀거니 바라만 보던 해경들이었을까.  우리는 더이상 책임자가 말하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가만히 있다가 가만히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국가나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은 채, 제 목숨만 제 이익만 챙길 수 있다는 걸 겪은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은 액자 속의 아이들  내 기억 속에 한국은 집단 우울증 상태였다. 전체적 무기력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승객보다 제 목숨이 더 중요했던 무책임한 선장에 대한 허탈감, 바라만 보던 해경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고나 있었을까 싶은 대통령 명령만 기다리던 머저리들. 그게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합동 분향소에라도 가서 그 무력감을 서로 위로하는 일 뿐.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먼저 임시로 합동 분향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을 가 중앙역에서 내렸다. 안산은 내게 제 2의 고향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약 10년간 지냈던 곳.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이 아직 살고 있었고, 사람 한 두 명만 건너면, 모두 희생자들과 연결되었다. 안산 중앙역에 내려서 ‘서울예대’의 마크가 그려진 빨간 대형버스를 탔던 기억이 난다. 학생 등하교를 하던 버스가 지금 분향소를 오가는 버스로 쓰이고 있다는 게 묘한 상징처럼 두통이 났다. 사람들은 침울한 얼굴로 검은 옷을 입고 국화를 들고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듯했다.  당도한 임시 합동분향소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 넓은 벽 가득 검은 액자들이 빽빽히 걸려 있었다. 모두 교복을 입은, 한결같이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숨이 턱 막혔고,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우리가 잃은 건 무엇이지? 단순한 목숨이 아니라, 이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였다.  그만해, 라는 폭력  우리가 충분히 희생자들을 위해 뭔가를 했던가. 수습도 제대로 안 되고, 업계 유착과 비리,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후진국형 사고. 밝혀지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 기어코 생사가 확인되지도 유해가 수습되지도 못한 사람들. 학생들 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애쓰던 선생님들과 다른 사람들. 유족들의 통곡과 비통함.  그런 가운데, 어떤 이들은 유족들을 비웃고, 그만 좀 하라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진실 규명을 위해 단식을 하자, 그 옆에서 그들을 조롱하며 짜장면을 먹던 기이한 사람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기억은, 진실에 대한 요구는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기억은 없앨 수 없고, 특히 끔찍한 기억은, 해결책이, 수습이 완결되지 않는 한 잊혀질 수 없다. 아니, 잊혀져서도 안 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되새겨야 한다.  10년이 흘렀다. 10년 전 사진첩에서 발견한 노란 리본 이미지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그때 우리는 기적이 누구보다도 필요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마음. 마음 아픈 이를 함께 위로하는 마음. 어쩌면 그때 이미 우리는 기적을 만날 수도 있었다. 10년 후에 우리가 찾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 희생자들의 이야기 뿐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가져오는 “기적”을 아직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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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이목이 쏠린 2024 대만 선거
2024년 첫 선거이자 대만을 너머 중미전으로도 다뤄지던,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가 1월 13일 치뤄졌다.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각 후보 득표수(득표율)는 다음과 같다. 라이칭더(頼清徳): 558만 6019표(40.05%), 허요우이(侯友宜) : 467만 1021표(33.49%), 커원저(柯文哲)  : 367만 466표(26.46%).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라이칭더(頼清徳, 64)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중국, 미국, 한국 등 주변 나라가 오히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대만 선거결과가  한국에 끼칠 경제적 정치적 영향 등을 분석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만에게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였을까  대만에서 직접선거가 치뤄진 역사는 30년 정도밖에 안 된 최근의 일이다.  4년 중임제에 8년 주기로,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8년간 대만 첫 여성 총통으로 활동한 뒤, 또 다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16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8년 주기로 번갈아 집권하던 당교체는 희석되었다.  1. '친중이냐 친미냐’,라기 보다 ‘민주주의를 지킬 것인가 잃을 것인가’의 문제  대부분 친중의 국민당, 친미의 민진당의 대결 구도에, 새로 등장한 중도 성향의 대만민중당, 세 당의 승부로 보았다.  국민당은 중국과 협력하여 평화를 지킬 것을 표방했고, 민진당은 독립국가로서의 중국과의 분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 대만민중당은 현재 체제(양안)를 유지하는 것을 주장했다. 핵심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다. 그러나 좀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대만인들에게 더 중요한 사안은 ‘민주주의를 지켜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거세진 것은, 중국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압박 탓이 크다. 우선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의 폭력적 대응을 본 대만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의 한층 강화된 통제 검열과 시진핑 주석의 일당 독재체제는 과거 역사로 회기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곧 대만 민중들이 힘들게 얻어낸 자유민주주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낳았다.    2. 민중당 커원저 후보로 간 제 3의 표심, 선거를 판가름하다  대만인들은 왜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을 선택했을까. 앞선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타이완 정체성을 주장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었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한 점, 또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도 대만인들이 언급하는 주요한 요인들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번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꼽히는 부분이, 대만민중당(이하 민중당)으로 분산된 표심이란 사실이다. 국민당과 민중당의 야권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국민당을 지지하거나 민진당을 지지하던 표심 중 적잖은 수가 민중당으로 향했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TV나 현수막, 집회연설 등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국민당과 민진당보다, 인터넷 SNS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운 커원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또한 크게 변화하지 않는 현상 유지에 좀더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은 커원저 후보가 총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민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에 의의를 뒀다고 말한다.  특히 선거 막판에 중국 정부의 전쟁 도발 위협과 국민당 총통이었던 마잉지오우(馬英九)의 “나는 시진핑 주석을 믿는다.”는 발언은 민중의 표심이 민진당으로 향하게 역효과를 냈다.  3. 입법의원 의석수로 드러난 표심 - 여러 당이 공존하는 민주주의를 원하다    대만 선거는 총통 부총통 선거 뿐 아니라 입법의원 선거도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민진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수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 근소한 차이로 국민당이 앞서고 소수 정당들이 늘어나, 여소야대의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민진당 지지자들로서는 아쉬움을 표하긴 하지만, 국민당이나 민중당 지지자들은 국가 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데에 안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입법의원 선거 결과 역시 대만 민중들이 바란 것은, 급진적인 독립이나 중국으로의 치우침이 아닌 현상 유지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민주주의 자체였다.  한국에게 대만 선거는 왜 중요했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대만 선거가 중요했던 것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TSMC가 대만 주력 반도체 사업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 경쟁은, 4차 산업의 주요 격전지다. 한국에서는 삼성의 반사이익을 계산하기도 했지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과 여소야대 국면은 대만을 둘러싼 반도체 경쟁에 큰 변화를 끌어당길지는 의문이다. 다만 대만의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확실히 더 부각되었고, TSMC 등 대만 경제와 AI시장과의 관계가 전 세계 AI 시장과 연관되어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특이점이 있다.  정치적 부분에서는 역시나 중국과 미국간의 갈등이 대만 선거에, 또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한국, 미국, 대만, 일본이 협력구도를 유지하는 현재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중국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어떤 정치적 경제적 제재나 압박을 가할지가 주목된다. 이미 중국정부는 이번 선거로 대만 민심이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내부 진단에 나섰다.  그럼에도 대만인들은 의연하다. 대만이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더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폭력을 내세운 방식으로는 대만 민심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이 급진적으로 중국과 척을 지고 독립국가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경제적 정치적 긴장과 묘한 협력관계와 더불어, 국제 사회 역시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로 적당한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한국의 총선이다. 한국 총선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지가 2024년 새로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할 것이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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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학생인권조례 폐지’ 여러분의 생각은?
처음으로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제정, 공포해 시행하는 조례를 말합니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1) 차별받지 않을 권리 2) 표현의 자유 3)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4)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 모두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 중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흐름 중의 하나이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받는 것에 그나마 도움이 되며, 실상은 아직 완전히 지켜지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와중에 있습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23년 12월 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이날 도의회 표결은 “본회의 재석 44명 중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나타났으며, 찬성표는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표결 직후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 및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나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의 교육적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왜 필요할까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교육의 중대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학생의 인권을 통해 우리는 세상 사회에서의 인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80년대 학생의 머리카락 길이와 치마 길이, 심지어 스타킹 색깔 등, ‘학생답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억제 되었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사고하도록 하는 사회적 피해로도 연결되었습니다.  단순히 어른들의 가치관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학교에서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야 말로 앞으로의 학생들이 배워나가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최근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교권 침해와 연관시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의 날이 서고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 과정에서 핸드폰을 수거하거나, 학생에게 훈계하는 것이 교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빌미를 학생인권조례가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예를 들어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이 있습니다.  제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 ① 학생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안전 확보와 건강보호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해당 학생에게 목적과 이유를 밝힌 후 학생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③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일기장, 개인수첩 등 사적기록물 제출을 요구하거나 열람해서는 안 된다.  ④ 교직원은 학생의 성적 등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⑤ 학교의 장은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 학교재산 보호를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교직원과 학생의 인권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제11조(정보접근권) ①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교도서관 이용 규정에 따라 학교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습활동 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자 할 경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③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의 원활할 운영 및 학습권 침해의 방지를 위하여 학칙으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범위를 정할 수 있다.   제13조(보호를 받을 권리) ① 학생은 학교에서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구조 및 보호조치와 피해회복을 위하여 신속한 조치를 취해여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학생을 발견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긴급구조 및 보호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⑤ 학교의 장과 교직원은 제3항 및 제4항의 폭력을 신고한 학생을 적절하게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에 대한 모든 폭력을 보호하고, 전자기기의 소지를 금지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다른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조례에 대한 확대 해석일 뿐, 교사의 학습권에 방해가 되는 경우 조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학생들에 대하여 어떤 제재로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는 손발을 묶어 놓는 듯한 조례로 인식되고, 80년대의 학교를 겪어 온 현재의 학부모들은 응당 학생은 제재를 받고 학업에만 열중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남아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 해결 방안은 과연 폐지뿐 일까요?  학생인권조례의 기본 의의, 즉,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생각에 반대할 사람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조례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입니다.  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갖고 그것을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와 압력에 조례가 악용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례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 학생이 휴대폰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것은 중대한 자연재해나 문제가 있을 시 사용하기 위한 것일 뿐, 수업이나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만 등 각국에 경우에도 학교 내에서의 제재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동의를 받는 절차를 시행합니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가 첫 폐지됨으로서 그 영향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교권과 학생인권조례를 나누어서 혹은 대립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재의 요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N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할 경우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하는데, 도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감은 20일 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중략) 또한 재의할 경우 재석의원 3분의 2가 찬성 해야 하는데, 재의에서 다시 의결될 경우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기회 교사의 권위가 아닌 교사의 인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녹아놔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지 말하야 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전국 모든 학교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귀밑 3센치, 적정 치마 길이 등을 강요하고 그것이 학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학생들이 본인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과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학교 안팎에 존재하는 편견과 부당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교사도 교사로서 존중받으며 교육의 앞날을 같이 설정해 가길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함께 기억] 삭제된 공간의 기억- 왜 우리는 다시 묻고 있는가
사람들이 모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였다. IT 강국답게 소셜 네트워크로 이태원에 모여서 할로윈을 즐기는 것은 한국 전체를 들뜨게 했다. 다중(多衆)이 주는 광장의 에너지를 우린 무려 3년이나 누리지 못했었다. 코로나19가 준 공포, 환자가 죄인처럼 취급되는 두려움 속에서 밖으로 한 발짝 나가기가 어려웠다. 개인정보를 다 포기하면서까지 국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일해 주기를, 동시에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그 속에서 손님이 현저히 줄어든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출근 대신 재택근무로 방에서 화상회의를 했다. 2022년 후반 정부 규제가 차차 풀리기 시작했다. 백신을 서너 차례 맞았고, 한 번쯤은 코로나에 걸려 일주일 자가격리되는 경험도 생겨났다. 신종코로나에 의해 사망할 거란 공포를 인간의 지적 연구가 정복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코로나19가 감기 정도로 가벼운 병이 되었다. 암흑기가 끝나가는 시점. 전환점이 될 날이 바로 10월 29일, 30일 할로윈데이였다. 할로윈은 일반적인 날이면서 일반적인 날이 아니었다. 본래 켈트족에 연원을 둔 할로윈은 아시아권에서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려진 명절이었다.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할로윈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젊은 층은 달랐다. 유치원 때부터 코스튬 분장을 했고, 영어조기교육으로 할로윈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할로윈은 10월 31일 산 자와 죽은 자의 세계의 문이 열리는 날, 유령이나 귀신이 찾아오는 날이었다. 좋은 유령도 있지만 악령도 있기에 유령처럼 분장을 하고 뒤섞여 악령은 쫓아낸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그날은 기성세대가 터치하지 않는 젊은 층만이 즐기는 코스프레 축제의 의미였다. 광장으로 모일 찬스. 이태원의 서구적 분위기, 자유롭게 코스프레를 해도 자유롭게 술을 마셔도 같이 즐기는 축제의 느낌. 좁은 경사로에서의 질식 그러나 모든 것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29일 토요일에서 30일 일요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해밀튼 호텔 옆 좁은 골목길, 올라가려는 이와 내려오려는 이의 장난스런 대결이 몸대결로 번졌다. 1번 출구로 빠져나와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로 가려던 사람과,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1번 출구 쪽으로 내려오던 사람들. 순식간에 몇백 명의 인파가 몰린 5.5평 공간, 앞 사람 얼굴이나 뒤통수도 확인하기 어렵게 비좁은 틈에 끼어 있었다. 누구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경사로를 따라 축제는 광란으로 변했고, 환호는 비명으로, 이태원 사거리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교차로가 되었다. 질식이, 깔린 사람들의 장기 파손이, 복부 팽창과 기절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150여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경찰들은 늦었고, 예상하지 못했고,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았다. 외부로 나가는 목구멍에 걸린 사람들. 심정지 상태를 언론과 소셜 네트워크가 가감 없이 열어젖혔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는 이 일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2014년 일어난 세월호 침몰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코로나19로부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자긍심에서, 축제에 통제 인력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참담함으로 이어졌고, 사람들은 쉬쉬했다. 어떤 이는 그저 압사 사고라 했고, 어떤 이는 참사라고 했고, 어떤 이는 젊은이들이 “놀다가 죽었다”며 씁쓸해 했고, 어떤 이는 나와는 무관한 먼 세계의 일처럼 받아들였다. 어떤 이는 이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될까 저어했다. 이태원 도로를 중심으로 해서 해밀턴 호텔 쪽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고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있었고, 그 건너편은 일상이 일어나는 한가하고 북적한 삶의 냄새를 끓이며 죽음의 냄새를 가까스로 닦아내고 있었다.   국가 애도 삭제 기간 정부는 서둘러 합동 분향소를 만들고, 국가 애도 기간을 정했다. 그 기간이 폭력적이란 생각은 못했다. 다만 세월호 사건에서 비롯된 것인지, 서둘러 사람들은 그 시간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 적어도 괴로움을 축소 시키고 싶어했다. 정부는 이태원에서 죽은 젊은이들의 시체를 옮기고 거리를 삭제했다. 일반 사람들은 소셜 네트워크에 올린 그 날의 사진과 동영상들을 삭제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고통스러움 탓이었다. 누르고 누른 감정들을 쏟아낼 길이 없는 사람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모여들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정말 150여명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을까. 그 사람들이 다 들어차기도 빠듯한 공간에. 심각한 얼굴의 사람들과 카메라를 높이 쳐든 기자들. 아직 장식이 채 지워지지 않은 할로윈 호박들. 상점에서는 청소하는 사람이 보이기도 했다. 우리도 각자 재빠르게 청소하기 시작했다. 유가족들의 고통을 방관으로 닦아내려 했고, 사망자인 피해자들은 단지 빗나간 청춘들처럼 긁어내려 했다. 가장 큰 청소는 침묵이었다. 고통스러운 일이라서, 젊은 층들만의 일이라서, 도대체 이해가 안 가서, 침묵했다.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싶어서, 유가족들이 알아서 하겠지 싶어서, 침묵했다. 누구도 이 일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태원에 대한 언어가 사라지면서 기억도 금세 사라지는 듯 보였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사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까 이태원 참사는 그 좁은 골목에서 아직 이렇다 할 반응도 대응도 없이, 연기처럼 소실되었다. ‘이태원’ ‘할로윈’은 금기가 된 듯하다. 다만 언어가 삭제된 것으로, 그 공간이 삭제되고, 그 사건이 삭제되었다. 결국 기억이 삭제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다시 다루어야 할까. 누구와 이야기할 수 있을까. 죽은 이들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올리는 것조차 저어하고, 그곳에 있었던 것조차 숨기려 하고, 옆에서 죽어간 친구 때문에 자살자도 생겨나는데, 우리는 유령들의 행진이므로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왜 이태원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가. 왜 그들은 이태원에 모일 수밖에 없었는가. 우리는 왜 이태원을 모른 척하고 있는가. 아직 마음 아픈 곡소리가 들려오는데도. 삭제된 공간은 재생되기 어려운 기억일까, 생각해 본다. 1주년이 된 참사, 왜 아직도 물을 수가 없나 이제 10.29 참사로 명명된 이 사건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지나간 기억의 편린으로 흩어지길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도 잊은 듯하다. 우리는 이것이 자연재해도 우연히 일어난 사고도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더 많은 경찰인력을 동원했어야 하는 그때, 단지 마약이 아니라 질서 통제를 위해 힘쓰고, 신고가 들어왔을 때 단순한 불평으로 듣지 않았어야 하는 그때,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세월호, 코로나19로 우리에겐 국가의 의미를 재정의하게 되었다. 국가는 단지 경제공동체만이 아니라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질 줄 아는 공동체여야 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은 선진국보다 더 나은 안전 체제와 의료체제를 갖춘 나라로 평가되었고, 국민들은 기꺼이 개인정보를 희생하면서 국가의 지시에 따랐다.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의식도 차차 갖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자부심이 10.29 참사로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라는 질문조차 미궁의 구덩이 속에 질식사시켜버렸다. 국가는 이 문제가 마치 없는 문제처럼, 국가와는 관계가 없는 것처럼,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치부해버렸다. 우리가 10.29 참사를 다시 복기하는 이유 자, 그럼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우리는 또다시 책임자도 매뉴얼도 없는 사회에 노출되어야 하는가. 세월호보다 더 통제가 가능했던 10.29 참사조차 그 피해자의 잘못 정도로 지나쳐가는 국가에서 우리가 안전을 바라는 것은 어폐가 아닌가. 진상규명은 단지 책임자 논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더 나은 사회를 바라는, 유사한 일이 일어났을 때 두 번 다시 동일한 문제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책임자도 그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제 3의, 제 4의 참사에 우리가 무방비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국가는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이는 달리 묻자면, “국가는 과연 어떻게 했어야 했나”, 의 질문이고, “유사한 사태에 대한 대책을 지금 당장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10.29 참사를 다시 복기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진상규명이야말로 이 참사의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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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3]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2)
바둑계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 지난 편에서는 <한국여성바둑연맹>의 이광순 회장,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2]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1)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이번에는 지난 편에 이어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와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다뤄보고자 한다.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 그러고 보니, 올해 8월 27일이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20주년 기념일이라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이 때문에 더욱 바쁜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A. 장샤오인 사무총장(이하 동일):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20주년 기념 행사가 대만에서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 대학 바둑 연맹>을 초대하여 '제1회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로써 대만과 한국 대학간 바둑 교류가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에요. Q.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 등 여러 바둑 국제 교류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바둑을 통해서도 교류하지만, 바둑이 끝난 뒤에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만 바둑인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접촉할 기회가 생기고, 더불어 서로에게 발전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만의 바둑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A. 대만의 바둑 학생들은 대부분 취미로 바둑을 배웁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바둑을 통해 수학적 추리와 사고 능력, 감정과 심리의 통제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향상시키기를 바라지요. 진정으로 프로 바둑 선수로 발전하는 것은 소수 중의 소수입니다. 대만에서는 유치원의 재능 교육 과정에 대부분 바둑 수업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릴 때부터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둑 교육의 효과는 부모님들이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Q. 바둑의 효과는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장샤오인 사무총장님께서 앞으로 바둑 국제 교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앞으로도 더 많은 대만 친구들을 한국에 데려오고 싶습니다. 성인 바둑 애호가들, 대학생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들, 여성 바둑인들, 바둑 선생님들 등 모두요. 한국의 바둑 대회에 참가하거나, 바둑 선생님들 교류 강연회, 교육 방문단 등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대만 학생들을 충암 바둑 도장, 한종진 바둑 도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거나, 대만 대학생들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로 유학 혹은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등 다양한 교류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의 바둑인들, 선생님들, 학생들을 대만에 초대하여 대만의 바둑 대회, 교류 강연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학생들을 대만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도 환영합니다.  Q.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정백희 선생님이 타이난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그 활동이로군요.[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내년 <한국여성바둑연맹>과도 교류를 추진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A. 네, 내년 3월에 <한국여성바둑연맹>이 대만에 교류 방문할 예정이에요.  저는 한국 여성 바둑 연맹 명예 회원 1호로서 대만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대만과 한국 교류 외에도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 활동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미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교류, 일본 교류를 비롯하여, 앞으로는 유럽 바둑 대회, 미국 바둑 대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바둑 활동에도 팀을 보낼 예정입니다. 대만과 세계의 교류 플랫폼을 계속 구축할 것입니다. Q. 대단히 큰 포부란 생각이 들면서도, 장샤오인 사무총장님이라면 다 이루실 거란 믿음이 갑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명예회원 1호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바둑을 두는 건 흔치 않은 풍경으로 여겨지거든요. 마지막으로 여성 바둑인들에게 혹시 하시고 싶은 말이나 당부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여러 번 <한국여성바둑연맹>의 활동에 참여했어요. 50대, 60대의 여성 선배들이 바둑을 이렇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매번 활동에 많은 여성 선배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심지어 70대, 80대의 할머니들도 있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만에서는 바둑을 하는 여성들이 주로 학생들이고,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 여성 바둑 연맹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나중에 대만에서도 <대만여성바둑연맹>을 창립하고 싶어요. 더 많은 여성들이 바둑에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바둑을 여성들, 엄마들 사이의 최고의 여가 활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즐거이 바둑을 두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 김향희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혹시나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과 사무총장님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A. 김향희 사무총장(이하 동일): 아시아바둑연맹은 아시아권의 한국 포함 14개 국가가 회원으로 있어요. 아시아 바둑발전에 관한 협의와 바둑 대회 등을 통해, 상호 정보 교환과 상호 교류 및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아시아 바둑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제적인 활동이 많으신데 최근 어떤 일을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올해 2023년 7월에 홍콩에서 열린 ‘4대양 배 홍콩 국제 대학생 바둑대회(Four Seas Cup Hongkong International University Student Weiqi Competition)’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학생들을 인솔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38회 청소년 바둑 챔피언십(38th World Youth Go Championship)’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표를 인솔했지요. Q. 김향희 사무총장님께선 의욕적이고 활동적이시기도 한데, 그 기반에는 언어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시니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에도 능통하신데, 그 비결도 궁금합니다.  A. 제가 외국어를 배운 계기는 모두 바둑 때문이에요. 외국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다보니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어져서 영어를 배웠고, 또 중국에 교류전을 다니다보니 중국어도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했지요. 목적이 뚜렷하니까 언어가 더 빨리 익혀졌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바둑 용어를 알기는 쉽지 않은데요.  A. 그건 고마운 인연이 있어요. 시드니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셨던 고(故) 한상대 교수님께서  ‘바둑영어’ 교실을  여신 걸, 한 바둑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고, 강좌에 참여해서 외국인 바둑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지요. 바둑을 통해  지금은 30여개국에 한 명 이상의 친구가 있어요. Q. 마치 바둑의 번외 역사를 듣는 것 같네요. 번외 질문이긴 한데, 김향희 사무총장님은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신 건가요?  A. 그렇지 않아요. 결혼 후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거라, 언어도 모두 그 이후에 습득한 거랍니다. 그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려고 TV를 켜면, 꼭 남편이 EBS바둑방송을 보려는 거예요. 그것으로 티격태격하다 보니, 남편이 ‘바둑도 재미있다. 한번 배워 보라’ 면서 ‘기초 바둑 첫걸음’이란 책을 주었죠. 그걸 보다가 , 2년 뒤 우연히 ‘부산일보’에서 ‘이색여성모임 참돌회’라는 기사를 보고, 그 모임에 가입하며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Q. 그런데 지금은 바둑 고수잖아요? 도대체 비결이 뭔가요?  A. ‘한국여성바둑연맹’에 가입해서 같은 취미의 여성들과 만나 익히고, 또 바둑대회에 자주 참여하다 보면 실력이 늘게 돼요. 외국인 친구와 교류하고 싶어서 국제 대회에도 나가고, 국제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Q.  바둑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외국어도 배우고, 국제 활동까지. 각국 국제활동을 하시면서 바둑을 하는 바둑인들에 대해 느끼신 바가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A. 재밌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바둑을 한 판만 두어도 평생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그게 세계 어디든 말이에요. 바둑이 그만큼 강렬하게 서로를 끌어당기고 마음을 주고 받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시아권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졌느냐, 승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바둑은 승부가 따라다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해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한 판 한 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두었느냐에 보다 초점을 둡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사람들의 태도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젠 AI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세계 사람들의 바둑 실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AI가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바둑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바둑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Q. 아시아권과 유럽권의 바둑에 대한 자세도 흥미롭네요. 앞으로도 활발히 바둑을 통한 국제교류를 주도해 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바둑교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올해 2023년 12월에 강원도 양양에서 ‘2023 아시아평화 학생바둑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에 5개국 이상의 국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외 바둑협회 관계자들과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학생바둑대회 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태국 국제 바둑 대회(Thailand International Go Tournament)’에 나갈 예정이에요.  또 아시아바둑연맹 회원국 중 아직 바둑 회원의 수가 적은 나라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나라에서 바둑 관련 세미나나 이벤트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회원수도 많이 늘어나도록 돕고 싶고요.  앞으로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바둑으로 평생 친구가 되는 바둑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신 세 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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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2]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1)
<더 글로리>에서 당당하게 바둑을 두는 송혜교가 멋있었다면, 여기 출중한 실력에 여성 바둑계 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몽골 등 전 세계를 누비며 바둑교류에 힘쓰는 여성들이 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은 전국 지부를 방문 후원하고 몽골, 일본, 대만 등 여러 국가와 교류를 통해 여성들이 더 많이 바둑을 접하고 사랑하도록 돕는다.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은 대만과 한국을 오가며 또 유럽 등 전 세계를 다니며 바둑교류를 이끌고 있다.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은 아시아권을 대표하여 여러 국가들과 또 유럽 및 아메리카 등 다양한 나라에서 바둑을 전파하고 있다.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 두 번째와 세 번째 편은, 바둑의 국제교류를 이끄는 세 명의 여성들을 조명해 보았다.  <한국여성바둑연맹> 이광순 회장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이광순 회장님.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어요.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알게 되는 분들을 위해 <한국여성바둑연맹>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이광순 회장 (이하 동일) : <한국여성바둑연맹>(이하 ‘연맹’) 은 “소통과 공감의 중심!”이라는 캐치프라이즈로 전국 32개 지부회원들의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1974년 전신인 ‘한국여성기우회’로 발족했으니, 올해로 벌써  50년이 되고, 저는 제 33회 회장 이광순입니다.  Q. 연맹이 50년이나 된다니 역사가 꽤 오래되었군요. 어린이들은 바둑학원에 가고, 남자들은 기원 등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많은데, 여성들은 그렇진 못하잖아요.  A. 맞아요. 여성분들이 편하게 모여서 함께 배우고, 서로 친교도 쌓고, 리그전으로 실력도 쌓을 수 있는 공간이 흔치 않죠. 그래서 <한국여성바둑연맹>이 그런 쉼터가 되고 자기 계발, 혹은 취미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일환으로 ‘연맹’에서 각종 바둑대회, 교류전, 명사초청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둑을 배우거나 바둑을 두고 싶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되어 강좌도 듣고 각종 대회에도 참가할 수 있지요. Q.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네요. 생각해 보면 여성들이 바둑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회장님도 아마추어 바둑계 실력자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바둑을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에는 아들이 7살 때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바둑을 배워왔는데, 아이와 함께 대국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배우게 됐어요. 아이한테 바둑에 대한 흥미를 주는 겸해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취미가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연맹을 위해 일하고 있네요. Q. 아드님은 그럼 아직도 바둑을 즐기고 있나요?  A. 아들은 지금은 바둑을 배우지 않아요. 게다가 저한테 2점 접바둑을 두니까, 저보다 하수지요. (웃음) 바둑과 더 연이 이어진 건 저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웃음) 아드님보다 더 성장하신 거네요. 상당한 고수신 거 같은데, 바둑을 따로 배우진 않으셨나요?  A. 바둑을 잘하고 싶어서 명지대 바둑학과 최고위과정에 다녔답니다. 그때 초지회(初志會)라는 바둑모임에서 스승이셨던 양상국 프로9단이 명지대 최고위과정이 있다고 더 공부해 보라고 추천해 주셨어요. 덕분에 바둑계 전반적인 사회생활과 인격형성에 도움을 받았어요.  그 기회가 없었다면 저도 연맹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못했겠죠. 감사한 부분입니다.  Q. 명지대 최고위과정이 지금 활동하는 데 큰 발판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근데, 한국 뿐 아니라, 국제적인 활동도 기획 진행하셔서 놀랐어요. 작년 몽골에서 여성 아마추어 국제교류전을 치루었는데 그 진행과정 등을 알고 싶어요.  A.  <몽골국제바둑대축제>였죠. 작년 2022년 8월19일부터 24일까지 5박6일간 몽골 훈누캠프에서 회원 82명과 몽골현지인, 또 교민들 등 교류전을 하는 행사였어요.  바둑사의 레전드이신 조훈현 국수님도 오시고,  ‘몽골 바둑협회 회장’ ‘퉁갈락’을 명예회원으로 영입하기도 했고요. 또 우리 회원들은 직접 몽골인들과 대국을 했습니다. 바둑으로 대국을 한번 하면 평생친구가 되기 마련이죠.  Q. 대국을 한번 하면 평생친구가 된다고 하는 말씀이 크게 공감이 가네요. 그때 본 한국인과 몽골인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해요.   A. 언어와 문화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지만, 바둑에 대한 열정도와 집념은 매우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실력이 좋은 어린이들도 참가해서 몽골 바둑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습니다. 몽골에서도 실력 향상을 위해 바둑 전문인들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바둑인들이 몽골에서 바둑으로 교류도 하고 교육 혹은 대회를 열어도 좋을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도 궁금한데요. 연맹에서 앞으로 진행할 국내 혹은 국제 교류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강릉난설헌배’, ‘섬섬여수 대축제’ 등 굵직한 행사가 기다리고 있어요. 작년엔 몽골이었다면 이젠 대만, 태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여성 바둑인들과 교류하고 서로 문화를 접하며 이해의 통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바둑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A. 제 삶을 안정되게 보살펴주는 인생의 동반자예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지요. 또 바둑의 전략과 전술이 실생활에도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 생길 때도 당황하지 않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실수하지 않고 최선의 수를 찾으려고 하지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張曉茵)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장샤오인 사무총장님, 활동이 굉장히 폭넓고 활발하신데, 일단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장샤오인 사무총장(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장샤오인입니다. 한국 친구들은 장효인이라고 불러요.  Q. 현재 사무총장으로 계신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요? A. 주된 업무는 바둑 교육을 확산시키고, 바둑 선생님을 양성하거나, 바둑 교육 연구 강좌 개설, 국제 교류 활동 등을 진행해요. 작년부터 지금까지 20여 회 바둑 선생님 연구회를 개최했고, 200여 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했어요. 바둑 선생님들이 서로 교류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거죠. Q.  대만 바둑 교육을 위해 바둑 선생님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해 주는 협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국제 교류 활동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대만과 중국 본토, 한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활동이에요. 대만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서 국제적인 시야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또 각국의 바둑 친구들이 대만에 오는 것을 기꺼이 환영합니다.  Q. 장샤오인 사무총장님도 아마추어 바둑 고수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바둑을 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A. 7살 때 친오빠인 장화이이(張懷一; 대만 프로3단)와 함께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11살 때 아마 1단이 되었지요. 그러다 보니 바둑을 계속 놓지 않았죠. 2000년에는 제1회 대만 여자 바둑 오픈전 7위를 했고, 2001년에 제1회 대만 여자 바둑 초청전에 초대되었어요. 2002년에 아마 5단이 되면서 바둑교육 확산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2016년에는 중국의 기성 녜웨이핑(聶衛平) 9단의 문하생이 됐고요. 2021년에는 한국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바둑학과 강사로 재직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바둑이 저를 기른 셈이 되었지요.  Q. 한국어도 능통하시고 한국과의 인연의 끈이 진한 것 같아요. 혹시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실까요?   A. 처음 해외에 나온 게 한국이었어요. 어렸을 때 1992년 엄마 손에 이끌려 오빠와 한국에 와서 우쑹성(吳淞笙오송생) 9단에게 바둑을 배웠죠.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2014년, 2015년, 2016년에는 대만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에 와서 ‘국수산맥배 청소년 바둑제’와 ‘한중일대만 대학생 바둑대회’에 참가했어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와도 교류가 빈번해서 2015년, 2016년, 2019년에는 남치형 교수, 김진환 교수, 정수현 교수를 초대해서, 우리 협회에서 주최한 바둑 국제 학술 연구회와 학생 바둑 단체전에 참여하도록 했어요. 2021년 3월에는 한국 명지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여성바둑연맹> 명예회원이 되었죠.  Q. 그런 깊고 오래된 인연이 있었네요. 장샤오인 사무총장님은 많은 국제활동도 하고 계신데, 최근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A. 올해 2023년 5월,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쟈오펀(張昭焚) 회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게 최근 일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먼저 신안 바둑대회에 참가하고, 이세돌 바둑 기념관을 구경했지요.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충암 바둑 도장, 한국 기원과 한종진 바둑 도장도 방문하여 교류를 다졌습니다.  Q. 이 교류의 목적이나 의의가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함께 온 대만의 선생님들과 학생들 모두 많은 것을 배우고, 바둑 세계에 대해 눈을 크게 뜨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대만과 한국의 교류가 주로 프로 기사 대회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번 방문단은 대만과 한국의 아마추어 바둑 교류를 증진시켰다는 것이 의미있었습니다. 학생들과 아마추어 바둑애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거죠. 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서울특별시 바둑 협회와 친선 교류 협정을 맺었어요. 앞으로도 양국 교류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좋은 교류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봅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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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2023년 7월 10일부터 8월 10일까지 뜨거운 여름 한 달간 타이완(台湾) 남쪽  타이난(台南)  신화구(新化區)에서 특별한 국제 교류가 있었다. 세계 유일 바둑학과가 있는 대한민국 명지대 재학 중인 정백희(鄭百希) 학생이 타이완 바둑학원 '동심원기원(同心圆棋院)'에서 타이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일은 <동심원기원>의 천치오우홍(陳秋宏) 원장의 아이디어, 그리고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張曉茵) 사무총장의 협조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바둑 교육과 타이완의 바둑 교육의 교류가 직접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직접 천치오우홍 원장과 정백희 학생을 각각 만나보았다.  <동심원기원> 천치오우홍 원장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어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 남자 개인전 부문에서 타이완의 쉬하오홍(許皓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A. 천치오우홍 원장 (이하 동일): 한국의 신진서 선수도 동메달을 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시안 게임에 바둑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아시아에서나 전세계에서 바둑이 더 주목받길 바랍니다. Q: 아시안 게임은 국가간의 교류였다고 한다면, 천치오우홍 원장님께서는 민간에서의 국제교류를 기획하신 것으로 아는데, 명지대 학생을 초청하여 학원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올해 5월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이 주선한 교류활동을 통해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라남도 신안군청 김종민 주무관의 초청으로  <제2회 1004섬 신안 전국 아마바둑대회>와 이세돌9단의 고향인 비금도를 방문했습니다. 또 명지대 바둑학과를 방문해 김진환 교수를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바둑 학원 <동심원기원> 학생들도 이국 문화와 바둑 교육을 접해, 자극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기력을 쌓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Q. 누구도 그런 생각을 못했으니, 일종의 큰 모험이었던 것 같은데요.  A. 다른 타이완 선생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저처럼 직접 실행할 엄두를 못 냈을 뿐이죠. 제가 일종의 모험을 한 것은 맞습니다.  Q. 그렇다면 다른 분들에게 천치오우홍 원장님의 경험이 참고가 될 것 같은데요. 명지대 학생을 초빙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두 가지 난관이 있었는데, 첫째는 비용 문제였습니다. 저는 숙박을 제공하고 수업료를 제시했습니다. 타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대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일 거라고 기대했지요. 대만은 한국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생활비도 많이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제가 제시한 조건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정백희 선생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지원해 주었고, 좋은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두 가지 난관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비용 문제 외에 다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A. 언어 문제였죠. (웃음) 정백희 선생은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타이완 아이들과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지요.  바둑은 직접 두면서 수담(手談)을 나눌 수는 있지만, 설명하려면 역시 언어가 동반되어야 하거든요.  Q. 언어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요.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바둑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또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우리는 AI 번역 어플을 통해 소통을 했습니다. 또 기본적인 바둑 전문 용어를 정백희 선생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집’, ‘날일 자 걸침’ 이라든지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같은 바둑 명언이죠.  Q. 정백희 선생님을 초청한 것이 학원과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큰 도움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르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AI로 자신의 기보를 기록하고, 복기를 하며 자신의 문제를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AI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바둑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참조 Q.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이나 문화 차이가 느껴졌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타이완에서는 학생들의 평등한 발전에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인의 기재(棋才: 바둑을 두는 재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사활문제를 풀게 하는데, 정백희 선생은 기력이 좋은 아이에게는 더 어려운 사활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고 제안해 주었거든요. 개인에 맞추어 수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지요. Q. 그 밖에 정백희 선생님에 대해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굉장히 예의바르고, 표정변화가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바둑을 배우면서 익힌 성품인 것 같더군요. 또 정백희 선생은 타이완 음식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자연식이라 건강에도 좋고요. 매일 타이완의 밀크티를 마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Q. 타이완 음식과 밀크티라면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정백희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정백희 선생이 대학교 학업을 끝까지 잘 마치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꼭 만나고 싶고, 그땐 제가 손님이 되겠네요. (웃음)     명지대 바둑학과 정백희 학생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한국에서 드디어 뵙게 되네요. 7월에 한 달 동안 타이완 <동심원기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칭찬이 자자하던데 역시 듣던 대로 매우 예의바르신 분인 것 같아요.  A. 정백희(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Q. 천치오우홍 원장님이 한국 학생을 부르는 것도 모험이었지만, 역으로 정백희 선생님도 연고도 없이 타이완에 가는 일이 큰 모험이었을 것 같아요. 지원한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A. 항상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해외로 나갈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가 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평소 해외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타이완에 간다고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주변 반대가 있었나요?  A. 부모님 외에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 주었어요. 그러나 다신 없을 경험이기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이라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Q. 타이완에 가서 타이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엔 영어로 소통을 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간단한 중국어 단어 몇 개로 소통하면서 알려주는 게 최선이었어요.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더 가르쳐 주고 싶어도 언어 때문에 벽에 부딪혔던 거요.  Q. ‘동심원기원’에서 좋은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좋은 점은 천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주셔서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전부터 계속해 오던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건의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실천해 보자고 하시고, 실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감사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건의하셨나요?  A. AI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AI 정석과 포석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또 사활 문제도 아이들이 실력에 비해 쉬운 사활을 풀고 있길래 난이도를 높이자고 했고요. 그때가 타이완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됐을 때였는데, 절 믿고 거침없이 수용해 주시고 바로 실행해 주셔서 놀랐어요. 덕분에 가르칠 때 바로 바로 AI를 쓸 수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요.  Q. 타이완 아이들은 어땠나요? 가르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나요?  A. 한국 아이들보다는 조용했던 거 같은데, 제가 외국인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중점을 둔 것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두는 거예요. 제 생각에 바둑의 매력은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보거든요. 다음 수를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생각하고, 상대의 수를 예상해 보고 하는 생각하는 힘이요. 그런데 아이들은 바둑을 둘 때 손이 빨리 나가기 쉬워요. 그때마다 한 명 한 명 계속 지적을 해 줬어요.  Q. 듣기로는 타이완 밀크티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하던데요? A. 네, 밀크티가 무척 맛있어서 매일 마셨어요.(웃음) 과일도 정말 싸고 맛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천 원장님과 주말 등산을 간다든지,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에 간다든지. 또 가오슝이나 타이페이도 가 보고요.     Q. 타이완에서의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가오슝의 바둑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룰도 제대로 숙지를 못해서 스스로 계가도 못하는 사람이 우승하니까, 같은 조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그때 받은 우승 트로피는 ‘동심원기원’에 기증했고요. 상금도 받았어요. 또, 가르치던 아이들이 단급이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게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Q. 다시 타이완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때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고 싶어요. 지금도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싶어요.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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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전국 초등학교에 광풍이 불었다. 선생님들의 집단 우울증과도 같은 현상, 만연한 학교 폭력, 부당한 민원을 넣는 학부모 등 학교 전체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초등학교에 마음 교육의 밀알을 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미술재단 (Korea Art Foundation)>이 그것이다. 마침 나눔을 싣고 떠나는 황의록 이사장(아주대학교 명예교수)과 함께 경북 성주군 성주초등학교로 여백을 찾아 떠났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초등학교 복도, 그리고 또 다른 복도에 설치된 학교 안 작은미술관평범한 복도를 따라가다보면 예술과 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사진: 백아인) 학교 안 작은 미술관  한국미술재단에서는 기부를 통해 한국 국내 미술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활동 중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하나가 전국 초등학교에 작은 미술 공간을 만드는 일로, <학교 안 작은 미술관>기증사업이다.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아이들이 자주 오가는 복도 한켠에 미술작품을 전시, 아이들이 마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듯한 상상의 길목이 되어준다. 상상과 예술의 공간을 새로이 창조해 내는 일이다.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화 작품을 수시로 보면서, 또 나중에 자신의 작품이 유명 화가들 작품과 한 공간에 걸리는 걸 보며 공감 능력을 높이고, 마음의 확장을 얻길 바랐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시도 교육청의 알림을 통해 직접 학교와 소통하고, 국내 화가들로부터 작품 지원을 받는다. 또 설치 전액을 자비와 후원을 받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론 작품들을 직접 싣고 가 설치하고 조명까지 조율하는 세심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미술재단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예술에 관심 있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또 예술에 관심 있는 교장 및 담당선생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전국 60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세우는 게 목표였습니다. 처음에 한국미술재단에서 모두 지원을 하니까, 당연히 많은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무료 지원임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들조차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무료로 지원한다고 하니 오히려 의구심부터 갖는 사람이 많았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값비싼 원화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한 몫 했다.  “우리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제껏 훼손된 원화가 단 한 점도 없습니다. 후속으로 미술작가가 그 학교에 가서 미술수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미술 감상 예절을 가르치는 시간도 갖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한다는 정답을 가르치고자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작품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을 귀히 여깁니다.”  미술 작가들도 처음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미술수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편견 없는 진짜배기 감상자인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오히려 영감을 받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어 이제는 작가들이 제 발로 가고 싶어한다고. 황의록 이사장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직을 은퇴한 뒤, 무려 30년 후를 생각하며 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9년, 약 6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제공했다. 이 작품들은 1년마다 서로 순환되어 아이들이 매년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들은 다양하다. 극사실주의 작품부터 추상화까지. 얼마 전엔 BTS의 RM이 광고하는 데 배경이 된  조미화 작가의 작품도 그 속에 끼어 있다.  예술이 주는 심성과 공감의 배움 교장 선생님 중에 한국미술재단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성주초등학교의 조재국 교장도 이 일의 중요성을 느끼고 신청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심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예술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저희 성주초등학교에서도 미술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한쪽 복도를 <해와 달 갤러리>로 꾸미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사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제공하는 전폭적인 지원이지만, 학교 내 공간을 확정하고 원화 관리 등 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성주초등학교에서도 좋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어디에 전시를 하면 좋을 지 많은 회의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이 지원 사업이 미래에 대한 밀알을 심는 일이란 것에 대개 동의한다.  예술하는 마음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림을 통해 과연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자신이 그림에서 발견해내는 게 뭔지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즉 느끼고 공감하는 삶의 여백을 배운다. 또한 자신을 예술로서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건강한 방법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또하나의 창이다. 한국미술재단과 선생님들이 바라는 것도 결국 그러한 ‘이해’와 ‘공감’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자마자 벌써 “이 그림이 맘에 들어요.” 툭 내뱉는다. 그 속에는 예술이 주는 정서적 교감이 들어 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마음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얻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매년 한국미술재단은 아이들의 그림과 유명 작가의 그림을 한 곳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큰 미술관에 그것도 유명 화가의 작품과 함께 걸리는 걸 보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사회에 뜻깊은 열매로 다가오리라는 걸 한국미술재단은 믿고 있다. 언젠가 30년 후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 훌륭한 작품들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이에 체득하게 될 것이다. 희망하자면 우리의 미래가 점차 서로 교감하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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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선생님과 아이들을 부탁해
2023년 7월 18일 서울서이초등학교에서 교내 교보재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24세 선생님.  왜 이 죽음이 우리를 마음 아프게 하고 분노를 느끼게 할까요? 무엇이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았을까요? 왜 하필 학교에서일까요? 이제껏 선생님 자살 사건들이 심심찮게 있었음에도 공론화되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인 우울증 등의 이유로 은폐되었기 때문이죠. 이번 서이초 자살 사건은 달랐어요. 선생님이 목숨을 끊은 장소가 학교 교내였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학교”란 공간을 보여주고 그 속에 생활하고 일하는 선생님과 관리자, 아이들, 학부모들간의 복잡한 뭉치들을 던졌습니다. 우리가 파고들어 밝혀내야 할 뭉치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여기서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해석 이용하기보다, 학교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고, 학생들도 학생으로서 배울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학교가 선생님에게나 학생에게나 안전한 장소가 될까요? 신규로 들어온 선생님이 초등학교 1학년 반 담임을 맡으며 한 해를 무사히 마치고 새로운 1학년을 또 맡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 해에 비해 스트레스는 극심했습니다. 자살하기 전에 쓴 선생님의 일기장 속엔 “업무폭탄”과 학부모와의 상담 갈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몬스터 페어런츠(Monster Parents)를 아시나요?  선생님의 전화번호를 학부모가 아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든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교권 이전에 사생활 침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도 때도 가리지 않는 부모의 불만사항은 교사로서의 업무와 수업 중에도 피말리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요. 일본드라마 : 몬스터 페어런츠(2008.7-9 일본KTV 방영) 일본에서도 2006년에 이와 비슷한 사건이 있었어요. 과도한 잔업 업무와 학부모의 불합리한 요구에 스트레스를 받은 23살 1년차 신규 선생님이 자살한 것이죠.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면서 2007년 일본교육계에서는 “몬스터 페어런츠” (괴물 부모)라는 말이 만들어지고 드라마화 되기도 했습니다.(시사저널 2023.07.30) 일본 교육계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대 지금의 학부형 세대는 과거 80년대 학력 위주의 학창시절을 지나며 학교에 대한 불신을 키워왔습니다. 선생님들의 폭력과 인권 침해 및 촌지 등 불합리를 무수히 보고 겪은 세대로 교육계에 대한 신뢰가 얕지요. 한편으로는 ’학벌만능주의’의 시대 속에서 ‘전인간적 교육’보다는 공부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묻지마 고학력 세대’이기도 하죠.  이 세대가 학부모가 되고 자식을 한두 명만 키워 기르다 보니, 자식에 대한 애착도 크고, 앞선 세대의 교육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동시에 자식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투영하여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 중 심한 경우에는 학교에 불합리한 요구를 당당히 할 뿐 아니라, 선생님에게 모든 잘못을 돌리고, 인권이란 이름으로 자기 아이 감싸기에 치중하는 몬스터 페어런츠가 되고 맙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좋은 것이 아닌, 자신의 아이에게만 유리하게 학교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데, 그 예로, 특정 아이와 다른 반이 되게 해달라고 떼를 쓴다거나, 자신의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달받길 원한다거나, 심지어 우리 애만 소풍 때 도시락을 못 쌀 거 같으니 선생님이 대신 싸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몬스터페어런츠의실례들참조).  우리는 여기서 합리적인 요구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것은 내 아이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을 위한 것일 경우가 많습니다. 몬스터 페어런츠란,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불합리한 권리 주장을 하는 부모를 말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하루에도 몇십통씩 악성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러한 민원을 상대하느라 업무나 수업에 집중할 수 없고, 부모의 부당한 행위 때문에, 정작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입니다.(초코샘 네이버 블로그 2023.07.23)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업무 폭탄” 부분입니다.  교재를 준비하고, 수업을 준비하고, 그밖에 잔업을 몽땅 처리해야 하는 업무 과잉이 교사에게 끼치는 정신적 압박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때로 우울증과 극단적인 선택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시사저널 2023.07.30)  “업무폭탄”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또다른 문제를 낳는데, 정작 선생님의 본업인 ‘가르치기’를 위해 수업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수업 준비가 안 되면 수업이 질적으로 저하됩니다. 수업의 질적 저하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선생님을 무시하거나 불신하게 되고, 다시 컴플레인이 생기고, 선생님은 또 수업에 집중할 수 없게 되어 악순환이 무한루프를 탑니다.  이 두 가지는 서이초 선생님의 일기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두 가지 원인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좀더 사안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을 믿어 주세요  서이초 신규 교사의 자살 사건을 접한 많은 선생님들이 고개를 갸우뚱한 부분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특히나 다루기 힘든 학년으로 경험 많은 선생님도 어려워하는데, 갓 선생님이 된 젊은 선생님에게 맡겼다는 부분에서였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의 어머니들은 아직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다르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 하나 하나의 발달에 주목하고 학부모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나 학교는 우리 아이가 여러 아이들 중 하나라는 사회화 과정을 배웁니다. 사회의 규율을 처음으로 맞딱드리고 교육받는 장소입니다. 다른 한편, 학부모도 학부모가 처음이라서 유치원 때와 같이 자신의 아이에게 집중캐어가 있기를 기대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도 사회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학부모들은 조금 떨어져서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또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격이 맞지 않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도록 기다려주고 도와 주어야겠지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못할 일도 아닙니다. 괜한 부모 등쌀에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학생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미국의 경우, 카운슬러와 관리자 등의 협력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입학 시 수십페이지가 되는 학교 메뉴얼과 규율에 동의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자유나 권리는 그에 마땅한 의무가 함께할 때만이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학생의 사생활 보호로 핸드폰을 보는 게 허여된다면, 그것이 적어도 다른 학생들의 교육권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능합니다.  학생 인권을 말하는 것은 단지 “내 아이가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기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이 학생으로서 자신의 의무와 그에 따른 자유를 누리도록 하고 인격체로서 대우받기 위함이지, 아무때나 누구나를(심지어 선생님마저) 자신의 방해자로 설정하고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이미 전제가 되어야 하지요. 사회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시스템적인 노력 이번 사건의 핵심은 선생님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수업 외 과중한 업무, 학부모와의 상담 등 선생님이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리자나 카운셀러가 함께 문제에 대해 대응하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선생님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현재 눈 앞의 문제를 봉합하기 위해 단순히 선생님 권한 강화로 가면, 일견 좋아 보이지만, 종국에는 선생님 혼자 짐지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일로 인한 스트레스, 병가는 산업재해에 들어갈 것입니다. 선생님 혼자 책임감에 밀려 벼랑끝으로 몰리는 현 제도는 선생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의 경우 학부모 대응 매뉴얼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한국 역시 현실에 맞는 매뉴얼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경우 학교에 상주하는 카운셀러와 교장이 선생님과 반드시 함께 협력하여 학부모 민원을 처리합니다. 폭력 사건이 있거나 하면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킵니다. 분리는 인권 침해가 아니라, 피해자 보호이기도 합니다. 가해자나 벌을 받아야 하는 아이는 일단 교장실로 분리됩니다. 그리고 보조교사로 선생님 대신 각계 전문가가 와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한번 수업 대신 업무만 하는 업무일(working day)이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가 절대적으로 옳고 우리 실정에도 딱 맞는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참고할 수는 있을 겁니다.  사회문화적 노력  2020년대의 가장 큰 화두는 생명권일 겁니다. 보호받지 못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국가행정시스템에서 국민들은 말그대로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각자도생”이 당연시되고 있는 씁쓸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진실 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국가 시스템이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국가에 대한 불신과 맥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개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개인이 아닙니다.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여야가 정치적 도구로 이 문제를 볼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선생님과 아이, 학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부모나 폭력사건 등에 대해 카운셀러가 교장과 교사와 함께 협력하여 대응할 수 있게 해 주고, 선생님들 간에도 남의 문제라고 생각지 않고 같이 도움을 요청하고 받아야 할 때입니다.  여기에 학부모는 조금 떨어져서 아이와 선생님들을 기다려 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야 선생님 한 명이지만, 선생님은 아이들과 연결된 대가족 전체를 대응해야 하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고충과 아이의 사회화를 좀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맡길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법적인 부분이 현실과 닿아 있지 않다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회적으로 선생님을 존중하지 않고, 선생님의 고충을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하면, 또 학교를 믿지 않으면, 학교는 누구에게나 그저 감옥일 뿐입니다.  학교를, 선생님과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그것은 우리 미래에 대한 부탁이고, 우리 현재에 대한 부탁입니다. 무엇보다 나 역시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 아닌가, 나 자신부터 돌아봐야겠습니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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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소금 품귀 현상, 어떻게 보시나요?
신안군 자은도 백길해변 근처  때아닌 천일염 대란 : 소금 품귀 현상 가뜩이나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예상치도 못한 ‘소금 대란’이 가세했다. 당장 7월 김장철과 집안 먹거리, 아이들 급식, 맛집 탐방마저 걱정하는 사람들이 한숨부터 내쉬고 있다. 소금 가격이 치솟는 것도 치솟는 것이지만,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를 비롯해 소금이 들어가는 모든 음식―실상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이 있을까?―이 며칠 새 걱정거리로 돌변했다. 천일염 사재기가 시작됐고, 소금 가격은 10배 이상 뛰었다. 대형 슈퍼 천일염 판매대가 비고, 천일염 관련주가 폭등하는 등, 코로나19때 조차 생각지도 못했던 소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히말라야 핑크솔트로 김장할 판”...유통가 ‘소금대란’_2023.06.19.뉴시스). 도대체 왜 소금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도쿄 원전 처리수 문제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동일본 태평양 연안을 강타했다. 리히터 규모 9.0 강진은 쓰나미를 일으켜 1만 8000명 이상의 사망자, 실종자가 발생, 여러 도시가 파괴되고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후쿠시마현 오쿠마쵸와 후타비쵸에 걸친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도 수소폭발과 건물 손괴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태평양으로 흘러 나오며 비단 일본만이 아니라 태평양 연안의 나라들 모두 이로 인한 피해와 두려움을 안고 있다. 원전 사고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에는 출입 금지 구역이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수조 원의 돈을 써서 복구하려 하고 있지만,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건과 연료봉,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 등을 안전하게 제거하려면 앞으로 30, 40년간 수만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BBC JAPAN은 보고 있다.(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10년, 남은 영향은? 2021.03.10. BBC NEWS JAPAN)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에 대한 입장 1)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 계획에 찬성하는 입장 NRC(핵규제위원회)와 과학자들은 후쿠시마 처리수 백만 톤을 방출하는 계획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2021.03.07.네이처NATURE) 백만 톤이더라도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방출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후쿠시마 외 다른 원전에서 방출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할 뿐이라고 말한다.(2021.4.13.로이터REUTERS) 이 기사들에 따르면, 원전 처리수는 방출되기 전 국제안전기준에 맞추어야 하며, 그 점에서 문제가 없다. 또 물 속의 주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tritium)는 인간의 피부를 투과할 수 없어, 비교적 무해하다고 말한다. 2)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출 계획을 반대하는 입장 NRC는 위협적이지 않다고는 했으나, 원전 처리수 방출에 의도치 않은 삼중수소의 누출이 있었던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U.S.NRC). 또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단순히 지금 평가할 수는 없다며, 환경단체와 지역 사회, 그리고 일본의 인근 국가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례로 중국은 이에 “심히 무책임하다”며 방출을 반대한다.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후쿠시마 사람들을 또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어업인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2023.05.27. 아사히 신문). 이 해역에서의 해산물이 팔리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한국에서는 약 2개월간 일본산 해산물 수입이 크게 감소했다.(2023.06.19.연합뉴스) 많은 이들이 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첫 번째 반증이 ‘소금 품귀 현상’이다. 그것은 건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신안군 자은도 백길해변 과연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돌이키기엔 늦은 듯한 7월의 원전 처리수 방류는 과학자들이 안전을 말한다고 해도, 환경단체 및 일반인들이 느끼는 해양 오염의 불안과 우려를 금세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설사 현재는 미미한 영향이라 하더라도, 바다에 뿌려진 오염물질들이 포식자와 상위 포식자를 거치며 누적돼 후대에 큰 영향이 될 수 있음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 갯벌을 개척지로 생각하고 육지화 했지만, 현재는 갯벌이 바다의 허파 역할을 해서 오히려 정화 작용을 한다는 걸 새로이 알게 된 것처럼,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의 안전까지 예단할 수는 없다. 과연 원전 처리수 방류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수산업의 피해, 건강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잃어버릴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천일염의 천정부지의 가격 상승으로 화제가 된 신안군. 1004섬이라는 신안의 섬과 섬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바다는 여전히 청정의 아름다움을 안고 있다. 이 아름다움과 청정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 설사 수백 수천 년 후의 일이더라도, 갯벌 간척을 했던 안타까운 앞세대들처럼,  우리가 모르는 새에 이미 자연 오염에 동조해 버리는 무책임한 세대로 기억될 지도 모를 일이다. 신안 자은도 분계해변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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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바둑
“그 당시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대만에서 바둑학원 ‘동심원기원(同心圓棋院)’을 운영하는 천치오우홍(陳秋宏) 원장은 2016년 3월을 이렇게 회고한다.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매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AI가 넘볼 수 없으리라 여겼던 복잡한 바둑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딥러닝 인공지능 알파고는 AI 시대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총 5국 중 세 번째 대국마저 끝내 패했던 이세돌은 “이세돌이란 한 사람이 패했을 뿐, 인류 전체가 패한 것은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드라마처럼 제4국에서 알파고가 오류에 빠지도록 만들었고, 역사에서 유일무이하게 AI를 이긴 바둑기사로 남게 되었다. 이후 바둑계는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매치에 함께 참여한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무총장은 한 강연에서 말했다. “바둑 역사는 인공지능의 출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딥러닝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바둑계는 이전에 좋은 수로 평가받았던 것들이 사실은 승률이 낮은 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중국의 ‘절예’를 비롯한 ‘카타고’, ‘엘프고’, ‘릴라 제로’, ‘한돌’ 등 수많은 바둑 AI가 개발됐고, 여러 회사의 인공지능 간 대국도 매해 이루어진다. AI가 얼마나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통해 얼마나 스스로 진화했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바둑 해설가들은 인공지능을 참조하지 않고는 좋은 해설을 하기 어렵고, 바둑기사들은 인공지능을 스승으로 두고 있다. 프로들뿐 아니다. 아마추어들도 어느 정도 기초를 터득하고 나면 스스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신의 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AI가 승률이 높은 곳을 알려주고, 참고도도 만들어주기 때문에, 일종의 답안지를 얻어 독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I라는 고수와 대국을 할 기회가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세돌 9단이 유일무이하게 인공지능을 이긴 바둑기사로 남았다는 것은, 이제 이미 어떤 바둑기사도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프로 바둑기사도 수많은 경우의 수를 AI만큼 정교하게 계산해낼 수 없다. 바둑 해설가들은 종종 “AI니까 저런 수를 생각해 내지, 인간이라면 도저히 둘 수 없는 수다”, “인공지능의 추천 수는 때로 프로선수도 이해하기 어렵다” 는 말을 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보다 앞서고,  바둑의 신처럼 ‘신의 한 수’를 늘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AI 홍역을 먼저 치른 바둑계 바둑계의 변화는 현재 챗GPT등 생성AI와 마주친 우리 세계 일반의 변화를 암시한다. 바둑계와 인공지능 간의 대결과 적응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마주칠 혹은 마주치고 있는 인간과 생성 AI 간의 대결과 적응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둑기사는 전부 은퇴하거나 사라지고,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없으며, 바둑을 새로 배우는 사람이 없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천치오우홍 원장은 말한다. “기초부터 AI로 배울 수는 없다. 기초적인 룰을 익히는 것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인간이 당장 AI의 수읽기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심원기원’에서도 바둑을 배우려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게다가 선생님들은 AI를 공부해서 보다 효율적으로 바둑을 가르칠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의 바둑 게임도 도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바둑학원에서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예전과 다르게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AI를 통해 예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기보(棋譜, 바둑을 두어나간 기록)를 전 세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프로들이 모여 수년 동안 함께 연구했던 것이 이제는 노트북만 가지고 따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을 공부하고 해석할 수 있는 몫은 저마다의 기력(棋力, 바둑을 두는 실력)과 이해력에 따라 다르다. 인공지능으로 초반 50수 정도는 어느 정도 포석이 정해진다면, 이후 변화와 수읽기는 인간에게 주어지는 새로운 숙제일 수밖에 없다. 설사 바둑으로 인간이 AI를 능가할 수 없더라도 바둑 대회는 열리고, 전 세계의 수많은 프로 기사들이 바둑판 위에서 수를 겨루고 있다. ‘신공지능’이라 일컫는 한국의 ‘신진서 9단’은 2023년 5월 현재 세계 부동의 1위로 굳건히 서 있고, 그의 바둑은 여전히 수많은 바둑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성 기사들도 인공지능을 공부해 속속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여성 프로기사 ‘최정 9단’은 세계바둑대회인 <제27회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에서 중국과 일본, 한국의 강자들을 차례차례 꺾고 결승에 진출, 준우승을 차지하며 바둑계의 새로운 신화를 썼다. ‘오유진 9단’도 올 3월 통산 500승을 달성하며 국내 여자기사로는 다섯 번째로 500승 고지를 돌파했다. 전체적으로 프로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다’는 평도 있으며, 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바둑기사들의 전성기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역주행하는  ‘강동윤 9단’도 있다. 아시아권에서만 주로 즐기던 바둑을 이제 전 세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한국기원 전 사무총장이자, 현재도 감독과 해설가, 선수로 활약하는 김영삼 9단은 바둑계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AI에게 묻고 배우는 시절이 도래했다.  AI가 없이는 성장하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AI를 통한 지난 몇 년간의 발전이 이제까지 이룩해 온 수천 년간의 발전보다 더 크다.“ 물론 인공지능이 좋은 도구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치팅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최근 중국에서도 치팅 논란이 일어 중국 바둑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논란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활용했는지, 안 했는지 우리가 판별해 낼 도리가 없다는 데에 있다. 인공지능의 추천 수를 8, 90 프로 이상 맞추면, 과연 자신의 실력인가 인공지능 치팅인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의미도 되지만, 더이상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바둑을 둔다, 우리는.   이미 인간계를 평정한 인공지능이 있음에도, 아직 우리는 인간과 인간의 대면 대국에 매료된다. 상대의 수를 예측해 보고, 수를 읽고,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거나 이용해서 새로이 나아갈 길을 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은 인공지능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는 노력, 살얼음판 같은 승패의 갈림길에서 위기를 극복해내고 역전하는 슬기와 끈기, 인간과 인간 서로 간의 심리전 등. 사람이기에 할 수 있고 사람이기에 즐길 수 있는 영역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이라도 빼앗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아이들은  AI로도 배우지만, 근본적으로는 선생님의 돌봄에서부터, 다른 친구들과의 승부에서부터 바둑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천치오우홍 원장은 말한다. 2016년 느꼈던 충격과 공포가 그의 마음 한켠에 남아 있지만, 그래도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 만나 승부를 겨룬다. 승부를 통해 서로의 마음과 인생, 태도를 접하고 읽어내린다. 또 패배를 이겨내고, 승리를 다지는 마음의 굳은 심지도 배워나간다.  바둑 속에 바둑을 두는 사람의 개성이 있어, ‘기풍(氣風)’이라 한다. ‘기풍’은 고유한 성격처럼 그 사람을 반영한다. 그것을 읽어내며 서로 간에 언어가 아닌 손의 대화, 수담(手談)을 나누는 재미는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어떤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현재 활발히 논의되는 챗GPT 등 생성AI에 대한 충격과 공포는 물론 더 범위가 넓고,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의 새로운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심이 될 것이다.  바둑 인공지능을 통해 과거에 좋은 수로 평가받았던 것이 이제는 좋지 않은 수로 평가받는 것처럼, 인공지능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가진 편견과 관습, 권력의 위험성, 악의 등을 오히려 감지하게 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지능’ 혹은 ‘인간의 재능‘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근본적인 질문에 봉착한다. 인간은 과연 인공지능이 낸 사활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단순히 인공지능을 이겨내거나 이용하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에게 유용하게,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하도록 키를 잡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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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년 5월 3일 서울시가 올해 퀴어문화축제를 위한 서울퀴어축제조직위원회(퀴어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퀴어문화축제는 2015년 이래 코로나19 시기에 중단된 것을 제외하면 올해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성소수자로서 삶에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공개문화행사입니다. 광장 부스에서 참여 단체들이 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채로운 성소수자 이슈를 접할 수 있습니다. 수만명의 참여자들과 함께 신나는 공연 행사를 즐기며 퍼레이드를 위한 흥을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2000년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제주, 전주, 인천, 광주, 경남, 청주 등 여러 지역에서 매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성소수자인권 존중이란 상징성을 갖는 중요한 축제이기도 합니다.   성소수자 인권을 햇볕으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 혐오로 인해 음지에 숨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 고통을 겪는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이러한 어두움 속의 축축한 이면을 햇빛에 널려 뽀송하게 말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역시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점을 알립니다. 퍼레이드를 통해 성소수자인 자신이 자랑스럽고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존감을 갖게 됩니다.   퀴어문화축제는 단지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일까요?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만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며 사회에 만연한 차별 이슈를 걷어내고 적극적으로 삶과 세상의 변화에 동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결국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성소수자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자긍심의 무지개를 띄우는 것입니다.   전 세계의 퀴어문화축제 비단 대한민국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퀴어문화축제는 미국의 스톤월 항쟁(Stonewall Riots)에서 비롯된 성소수자 운동입니다. 스톤월 항쟁이란, 1969년 6월 28일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 술집 스톤월 인(Stonewall Inn)을 경찰이 급습하는 과정에서 동성애자 집단이 자발적으로 동성애자 반대운동에 맞서 일으킨 항쟁으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대치되지 않고 동등한 입장이란 걸 주장했습니다. 이 항쟁이 자극제가 되어 현재까지 미국 로스앤젤러스와 시카고,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등의 수많은 도시에서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인의 축제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왜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는가 서울광장 이용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이루어집니다. 적법한 절차와 요건을 갖추면 사용료를 납부하고 서울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서울광장 사용을 위해 ‘퀴어문화축제’와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두 건이 행사 개최 90일 전인 4.3(월), 동시에 광장 사용(6.30~7.1)을 신청하였습니다. 중복신고건에 대하여는 신고 단위들 간 조정절차가 진행되고 조율이 되지 않는 경우에만 광장 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됩니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에 따라 일정 조정을 위해 각 단체에 유선으로 사전 협의·조정하였으나, 두 단체 모두 일정 변경이 어렵다고 회신해 옴에 따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상정함을 양 단체에 통보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5.3(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 사용신청을 최종 수리, 결정하였”다고 설명했습니다.(서울시 설명자료.2023.5.4.) 하지만 퀴어조직위 측은 서울시가 편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습니다. “해당 조례에 따르면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신고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조정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바로 광장운영위에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통보했”으므로, “조례에 어긋나는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2023.5.4.) 한채윤 퀴어조직위 이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조정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서울시가 별도 안내도 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의 조직위 관계자도 한겨레신문에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CTS기독교TV 쪽이 신청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한겨례신문 2023.5.3.) 다만 서울시는 앞서 언급한 설명자료를 통해 “CTS문화재단에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를 위해 예산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1. 집회의 자유를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불허’하다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사용수리 2항에 따르면 두 행사의 광장 사용일이 중복될 경우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당사자인 퀴어조직위가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제대로 된 조정회의 없이 광장운영위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광장운영위는 과반의 참석으로 개의되고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12명으로 구성된 광장운영위가 규정에 따라 7명 출석으로 열린다면 그중 4명의 반대만으로도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없게 됩니다.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는 단지 성소수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결국 집회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불허입니다. 이것은 곧 어떤 집회도 서울광장에서 적합한 절차를 무시당한 채 거부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혐오 문화를 부추기다 성소수자 역시 서울시민입니다. 그들이 발언할 권리, 그들이 집회할 권리는 인권에 닿아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인권의식에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뿐만아니라, 퀴어문화축제는 그동안 편파적이고 차별적이며 주관적인 핑계로 인해, 지속적으로 광장운영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었습니다. 게다가 신고한 행사 기간이 축소되어 허가되는 등 매해 차별적 행정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제껏 코로나19시기를 제외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시민분들과 시민사회단체, 여러 국가의 대사관, 기업 등의 단위들이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캠페인에 참여하였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받지 않을 평등과 자유를 의미합니다. 자존감과 자긍심을 기치로 합니다. 그것을 CTS라는 기독교단체와 맞불을 놓으려는 것은, 마치 퀴어문화와 기독교의 쟁투처럼 여겨지게 하는 효과를 줍니다. 이것은 서로가 혐오와 불신을 갖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퀴어냐, 기독교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공존을 위해 향해나가야 할 ‘신뢰와 화합의 문화’입니다. 인권과 다름의 인정, 화합의 본질을 찾아 서울시의 서울퀴어축제 서울광장 사용 불허는, 그 점에서 다시 인권과 화합의 본질을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진정으로 청소년과 소수자를 위한 세상을 향해 무엇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지 다시 묻는 자리가 됩니다. 집회를 어떻게 가능하게 하고 불가능하게 하는가가 그 사회의 의식과 사회상을 말해 줍니다. 여러분은 서울시의 퀴어축제조직위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말해주세요.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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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등 A.I.는 교육 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사진: Unsplash의Andy Kelly 2016년 알파고가 바둑계에 던진 충격 이상으로 오픈AI의 챗GPT는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오는 2025년 수학, 영어, 코딩 교육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한 맞춤형 교육을 교육개혁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AI를 통한 맞춤교육이란 무엇이고, 이것은 교육 평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AI 맞춤형 교육이란? 『챗GPT 교육혁명』(정제영 외, 포르체, 2023)에 따르면 이제껏 교육은 한 선생님이 수준이나 흥미가 다른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가르침으로써 교육 평균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AI는 개별 학생의 흥미와 수준에 맞추어 개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AI 맞춤형 교육은 과연 교육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까? 1. 지역간 교육 불균형과 AI 맞춤 교육 AI를 통한 교육은 일견 지역 간 교육 불균형에 도움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사교육을 대체하여 AI가 개별 아이에 맞추어 진도를 나갈 수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흥미에 맞춤형이라면 입학시험 외의 지표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 외에도 AI를 통한 개별적 능력 지표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2.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와 지식 불균형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문제가 있습니다. AI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오히려 AI가 지식의 차를 극대화하고, 각 학생들이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밟아 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세계 속에 살게 되어 극단적 지식 불균형도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배움 능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에 맞춤식이 된다면 오히려 ‘학년’ 이나 ‘반’ 등이 무의미해지고 개별화 파편화 될 수 있습니다. AI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현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3. AI의 ‘환영’(hallucination)과 ‘탈옥’(jailbreak), ‘편향’(bias)의 문제 현대 대두되는 챗GPT의 문제점은 ‘환영’과 ‘탈옥’, ‘편향’의 문제입니다. ‘환영’은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대답을 하기 위해 현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거나 관련 없는 결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인터넷뉴스가 발달하고 개인 뉴스 플랫폼이 이루어지면서 가짜 뉴스(Fake News) 문제가 기승을 부리 듯, 챗GPT 역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답을 내놓는 문제점이 있고, 이것을 걸러내는 것이 또 하나의 정보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탈옥’은 인공지능이 개발자의 의도를 벗어나, 윤리와 안전을 이유로 제한한 영역을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개인정보 유출이라든지, 불법적 방법을 내놓는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교육 평등을 넘어서 AI 교육에서 어떻게 윤리성을 담보할 것인가하는 문제와 연관됩니다. ‘편향’이란 AI 교육이 평등이 아닌 오히려 불평등한 내용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는 인간이 만든 지능이므로, 챗봇 역시 개발자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편중된 시야의 교육이 나올 수 있습니다. AI교육이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4. AI가 가르칠 수 없는 것 지역 간 교육격차는 단순히 일타강사를 못 만난다거나 질 좋은 수업을 듣지 못한다는 데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지역 발전 불균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례로 근처의 종합운동장에 가려고 해도, 종합운동장 자체가 없는 지역도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연주회도 디지털로 체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단지 지식 뿐 아니라 인성과 또래 집단 간의 우정, 인간에 대한 배려 등을 배우게 됩니다. 이러한 것은 AI가 가르칠 수 없는 것이고, 인간과 인간이 같이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5. AI 교육이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은 무엇일까요? AI 교육이 많은 장점과 우려할만한 점이 있더라도, 세상은 이미 AI 세계에 흡수되어 진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AI교육의 문제점을 파악하기도 전에 기술력이 윤리적 평가를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AI교육이 미래 세대 혹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거라 생각하십니까. 현재 바둑에서는 AI 치팅 문제를 비롯해 이제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AI 방식을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AI 교육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보다 인간을 보다 더 기계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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