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한국미술재단 카프 KAF _ 화가가 초등학교로 직접 찾아가는 미술 수업

20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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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

지난 7월 15일 전북 무주군 괴목초등학교에서 독특한 수업을 진행했다. 덕유산 국립공원 내 적상산 기슭에 위치한 괴목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2명인 작은 학교지만, 아이들의 심성과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은 적상산 만치 큰 학교였다. 괴목초등학교의 병설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걸까. 

전북 무주군 괴목초등학교 저학년 미술수업 후, 아이들과 함께. 뒷줄 왼쪽부터 심미정 교장선생님, 황의록 한국미술재단 이사장, 카프 소속 화가 박재웅, 우상호.

좀더 거슬러 올라간 날, 괴목초등학교에는 묘한 복도가 생겼다. 복도 양쪽으로 원화 미술품들이 걸리고 낯선 초록 세계가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과 모양, 상상력의 여행지가 생겨났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진행하는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사업이 그것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일상을 벗어나 예술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한다. (참고 백아인 캠페이너/ 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전북 무주군 괴목초등학교에 설치된 <학교 안 작은 미술관>

김현영(괴목초 5학년) 학생이 말한다. 

“ 이곳을 지날 때면, 우리들은 뛰다가도 갑자기 차분해져요. 그림 하나 하나를 보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거 같아요. 집중력도 올라가고요.”

현영이 말대로 복도 곳곳에서 차분히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들도 보인다. 또 현영이의 말에 놀라시는 심미정 교장 선생님. 

“어머, 애들도 우리랑 똑같이 느끼는가 봐요. 애들이 더 차분해지고, 그림의 좋은 영향을 받는 거 같았거든요.” 

놀라운 건 <학교 안 작은 미술관>으로 마법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시작된다는 거다. 화가가 직접 학교로 찾아와 미술수업을 한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진행하는 <찾아가는 미술수업>은 아이들이 미술을 스스럼 없이 접하고, 커서도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길 바라는 뜻에서 시작됐다. 

괴목초등학교에는 한국미술재단 소속 화가인 우상호 작가와 박재웅 작가가 찾아왔다. 전교생이 32명 뿐이라서, 하루 새 오전에는 병설 유치원 아이들과 저학년 아이들이, 오후에는 고학년 아이들이 수업을 받았다.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 한켠, 책상 위에 도화지를 펼치고, 종이 접시가 멋진 팔레트로 변하는 마법의 시간. 그림에 대해 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기 바쁘다.

“제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렸어요. 여기 이건 단풍나무예요. 단풍나무가 있는 집에서 살 거예요.”  

집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을 가리키는 아이.

“왜 단풍나무예요?”

“저는 단풍나무가 좋아요.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하거든요.” 

신기하다 했더니 신기할 게 없다. 괴목초등학교 맞은 편 ‘붉은 치마 산’이라는 적상산이 있고, 적상산은 단풍나무들로 즐비하니까.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며 자라는 구나, 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 한 여름 푸른 적상산을 보면서도 아이들은 가을을 탄 붉은 적상산을 상상한다.

미술수업 중인 화가 우상호 작가

아이들이 화가들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의 그림을 선 보일 수 있는 자리라니!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자리가 아닌가. 여기에 더해 11월 20일~27일에는 전주에 위치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어린이 & 화가 행복한 그림전’이란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제목 그대로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화가들의 그림이 함께 전시되는 행복한 그림전. 유명 화가의 그림 옆에 자신의 그림이 걸린다는 건 얼마나 기똥찬 경험일지! 아이들이 그것을 체험할 때 어떨까, 오히려 선생님들이 더 기대하는 눈치다. 

괴목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뒤편으로 왼쪽부터 화가 박재웅, 우상호 작가.

벌써 눈에 띄게 창의적이고 상상력 짙은 미술 재원을 발견하기도 하나 보다. 우상호 작가가 짐짓 놀라운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이러한 미술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그림 그리기가 자신을 표현하고 즐거운 작업이란 걸 느끼게 되고, 화가들은 진짜 감상자인 아이들에게 영감을 받고 자신의 작품을 돌아보게도 된다고 한다. 

한국미술재단 카프황의록 이사장은 이 미술 수업의 중요성을 미리 알고 오랫동안 기획하고 확대시켜 왔다. 

“화가나 사람들에게 그림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물으면 백이면 백 초등학생 때 자신의 그림을 누가 칭찬해줬다거나, 선생님이 교실 뒤에 걸어줬다거나 하는 경험을 이야기 해요.

 또 그림 그리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예요. 초등학교 때 그림을 못그렸다고 퉁을 받았다거나 하면 그 경험이 평생에 걸쳐 ‘나는 그림 못 그리는 사람이지’ 하며 그림을 싫어하게 된다는 겁니다.”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을 그린 생텍쥐베리는 어른들이 그림을 못 알아보고 또 그게 무슨 뱀이냐는 핀잔을 듣자 그림을 그만 그리게 된다. 나중에 어린 왕자를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림을 다시 그린다. 유년의 작은 칭찬, 작은 격려가 일생을 바꾸기도 하듯이, 스쳐가는 미술수업 경험이 아이들 평생기억 저장장치에 남을 지도 모른다. 

황의록 이사장은 아이들이 그림을 사랑하게 하는 경험을 주자, 는 마음에서 이 미술수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화가들도 반신반의했다고.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서로 가려고 할 정도로 영감을 얻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이번 미술수업에 참여한 우상호 작가는 말한다. 

“우리 사회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미술 문화 접촉 경험을 증대시켜 주고 있다는 차원에서 몹시 중요하고 또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자유분방함에서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림에 열중하는 괴목초등학교 아이들
화가 박재웅 작가와 그림 그리는 아이

화가 박재웅 작가는 괴목초등학교에서의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자신감을 기르고, 자아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수업 후 20여 명의 전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했는데 꼭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교육은 미래를 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미술재단이 심는 미래는 아이들의 마음에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철심이 아니라, 자신 본연의 모습대로 자라나고 표현하도록 숨을 불어넣어주는 자연심이다. 

괴목초등학교. 이름이 독특하다 했더니, 마을 곳곳에 괴상한 모양의 나무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 나무들은 ‘이상(異常)’이 아니라 그 자연의 풍토 그대로 변치 않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란 나무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신성하고 자연스러운, 어느 나무와도 다른 개성있는 나무로 자랐다. 아이들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 꿈을 펼칠 수 있는 멋진 괴목이 되길 바라게 된다.  

괴목 초등학교 근처의 괴목. 울퉁불퉁한 모습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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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문화 영역을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가 보이는 글이네요. 한국은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준비반이 생긴다고 하는 무서운 세상인데요. 진짜로 중요한 교육은 이런 문화 교육에서 시작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활동들이 지속되면 좋겠네요.

자연 그대로라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ㅎㅎ

”자연의 풍토 그대로 변치않고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인“이라는 문장이 와닿습니다. 예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꾸준히 여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나봅니다^^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