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미술과 여백을 나누는 배움 <한국미술재단(KAF)>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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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이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

전국 초등학교에 광풍이 불었다. 선생님들의 집단 우울증과도 같은 현상, 만연한 학교 폭력, 부당한 민원을 넣는 학부모 등 학교 전체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초등학교에 마음 교육의 밀알을 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미술재단 (Korea Art Foundation)>이 그것이다. 마침 나눔을 싣고 떠나는 황의록 이사장(아주대학교 명예교수)과 함께 경북 성주군 성주초등학교로 여백을 찾아 떠났다.

경상북도 성주군 성주초등학교 복도, 그리고 또 다른 복도에 설치된 학교 안 작은미술관
평범한 복도를 따라가다보면 예술과 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길을 만나게 된다(사진: 백아인)


학교 안 작은 미술관 

한국미술재단에서는 기부를 통해 한국 국내 미술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여러 활동 중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하나가 전국 초등학교에 작은 미술 공간을 만드는 일로, <학교 안 작은 미술관>기증사업이다.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아이들이 자주 오가는 복도 한켠에 미술작품을 전시, 아이들이 마치 미술관으로 들어가는 듯한 상상의 길목이 되어준다. 상상과 예술의 공간을 새로이 창조해 내는 일이다.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원화 작품을 수시로 보면서, 또 나중에 자신의 작품이 유명 화가들 작품과 한 공간에 걸리는 걸 보며 공감 능력을 높이고, 마음의 확장을 얻길 바랐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시도 교육청의 알림을 통해 직접 학교와 소통하고, 국내 화가들로부터 작품 지원을 받는다. 또 설치 전액을 자비와 후원을 받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론 작품들을 직접 싣고 가 설치하고 조명까지 조율하는 세심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미술재단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다. 예술에 관심 있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또 예술에 관심 있는 교장 및 담당선생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트버스 카프 황의록 이사장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의 터를 주고 싶은 아트버스 카프의 황의록 이사장 (사진: 백아인)

“전국 60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세우는 게 목표였습니다. 처음에 한국미술재단에서 모두 지원을 하니까, 당연히 많은 신청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무료 지원임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들조차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무료로 지원한다고 하니 오히려 의구심부터 갖는 사람이 많았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값비싼 원화를 훼손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한 몫 했다. 

우리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이제껏 훼손된 원화가 단 한 점도 없습니다. 후속으로 미술작가가 그 학교에 가서 미술수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미술 감상 예절을 가르치는 시간도 갖습니다.  

우리는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한다는 정답을 가르치고자 하지 않고, 아이들이 작품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을 귀히 여깁니다.” 

미술 작가들도 처음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미술수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데 편견 없는 진짜배기 감상자인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오히려 영감을 받고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게 되어 이제는 작가들이 제 발로 가고 싶어한다고.

황의록 이사장은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직을 은퇴한 뒤, 무려 30년 후를 생각하며 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 9년, 약 60개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을 제공했다. 이 작품들은 1년마다 서로 순환되어 아이들이 매년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들은 다양하다. 극사실주의 작품부터 추상화까지. 얼마 전엔 BTS의 RM이 광고하는 데 배경이 된  조미화 작가의 작품도 그 속에 끼어 있다. 

예술이 주는 심성과 공감의 배움

성주초등학교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성주초등학교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설치에 열의를 다해 주신, 황의록 이사장(왼쪽), 홍이슬 선생님(가운데), 조재국 교장 선생님(오른쪽) (사진:백아인)

교장 선생님 중에 한국미술재단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보인다. 성주초등학교의 조재국 교장도 이 일의 중요성을 느끼고 신청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심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데 예술 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마침 저희 성주초등학교에서도 미술이 중요하다 생각해서 한쪽 복도를 <해와 달 갤러리>로 꾸미고 있었는데, 이런 좋은 사업이 있다고 해서 신청했습니다.“ 

한국미술재단에서 제공하는 전폭적인 지원이지만, 학교 내 공간을 확정하고 원화 관리 등 일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성주초등학교에서도 좋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어디에 전시를 하면 좋을 지 많은 회의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이 지원 사업이 미래에 대한 밀알을 심는 일이란 것에 대개 동의한다. 

예술하는 마음

양덕초등학교

포항 양덕초등학교 58번째 <학교 안 작은 미술관> 설치 후 아이들과 함께한 황의록 이사장(사진: 한국미술재단)


아이들은 그림을 보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림을 통해 과연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뭔지, 자신이 그림에서 발견해내는 게 뭔지 스스로 배우는 것이다. 즉 느끼고 공감하는 삶의 여백을 배운다. 또한 자신을 예술로서 표현하고 감정을 표출하는 건강한 방법도 배우게 된다. 

아이들에게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는 또하나의 창이다. 한국미술재단과 선생님들이 바라는 것도 결국 그러한 ‘이해’와 ‘공감’이다.  

아이들은 그림을 보자마자 벌써 “이 그림이 맘에 들어요.” 툭 내뱉는다. 그 속에는 예술이 주는 정서적 교감이 들어 있다.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마음을 통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얻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매년 한국미술재단은 아이들의 그림과 유명 작가의 그림을 한 곳에 전시하는 일을 추진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큰 미술관에 그것도 유명 화가의 작품과 함께 걸리는 걸 보면 얼마나 기뻐하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이 사회에 뜻깊은 열매로 다가오리라는 걸 한국미술재단은 믿고 있다.

언젠가 30년 후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이 있었다는 것, 훌륭한 작품들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이에 체득하게 될 것이다. 희망하자면 우리의 미래가 점차 서로 교감하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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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사업이네요!! 600교를 목표로 하셨다는데 여러 이유로 신청 학교가 적다니 아쉽습니다. 지역 학교에도 추천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최근에 뉴스를 보면 답답하고 화나는 일만 가득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문화 교육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술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할 수 있는 교육이 더 늘어나면 좋겠네요 :)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뿐더러, 작가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고 하니 너무 좋은 사업 같아 보입니다..! 더 많은 곳에서 이런 좋은 사업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채플힐 비회원

와 직접 함께 다녀오셨군요. 원화 작품을 보면 자라는 아이들의 미래가 밝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지원해주시는 한국미술재단과 각 학교 담당자들께 감사합니다!

와우~'아트버스 카프' 한국미술재단에서 이런 좋은 사업을 하고 있었군요!!! 예술을 통한 정서적 교감의 배양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특히, 수능에 나오지 않는 음악, 미술, 체육 과목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있는 중등교육과정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들을 전인격적으로 성장시키려면 반드시 음악, 미술, 체육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초등학교 뿐아니라 중·고등학교에도 이러한 사업들이 더 널리 접목, 시행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