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교육과정에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별로 제정, 공포해 시행하는 조례를 말합니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1) 차별받지 않을 권리 2) 표현의 자유 3) 교육복지에 관한 권리 4) 양심과 종교의 자유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전국 모두에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 중에 있었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흐름 중의 하나이자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받는 것에 그나마 도움이 되며, 실상은 아직 완전히 지켜지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와중에 있습니다.
뉴시스에 따르면, 2023년 12월 15일 <충남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었습니다. 이날 도의회 표결은 “본회의 재석 44명 중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나타났으며, 찬성표는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하고 ‘학습권을 침해’하는 등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충남도교육청은 이날 표결 직후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 및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나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의 교육적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왜 필요할까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이 교육의 중대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주어지는 학생의 인권을 통해 우리는 세상 사회에서의 인권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80년대 학생의 머리카락 길이와 치마 길이, 심지어 스타킹 색깔 등, ‘학생답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가 억제 되었고, 정해진 틀 안에서만 사고하도록 하는 사회적 피해로도 연결되었습니다.
단순히 어른들의 가치관 주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학교에서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인지할 수 있는 교육이야 말로 앞으로의 학생들이 배워나가야 할 가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최근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교권 침해와 연관시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비판의 날이 서고 있습니다. 학생의 교육 과정에서 핸드폰을 수거하거나, 학생에게 훈계하는 것이 교사에게 허용되지 않는 빌미를 학생인권조례가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예를 들어 <충남학생인권조례>에는 다음과 같은 사안이 있습니다.
제10조(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 ① 학생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해서는 안 된다. 다만, 안전 확보와 건강보호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해당 학생에게 목적과 이유를 밝힌 후 학생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곳에서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 ③ 교직원은 학생의 동의 없이 일기장, 개인수첩 등 사적기록물 제출을 요구하거나 열람해서는 안 된다. ④ 교직원은 학생의 성적 등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공개할 수 있다. ⑤ 학교의 장은 교직원과 학생의 안전, 학교재산 보호를 위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카메라를 설치할 경우 교직원과 학생의 인권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제11조(정보접근권) ①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교도서관 이용 규정에 따라 학교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학교의 장은 학생이 학습활동 목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자 할 경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③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소지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학교의 장은 교육활동의 원활할 운영 및 학습권 침해의 방지를 위하여 학칙으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범위를 정할 수 있다. 제13조(보호를 받을 권리) ① 학생은 학교에서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③ 교육감과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피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구조 및 보호조치와 피해회복을 위하여 신속한 조치를 취해여야 한다. ④ 학교의 장은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학생을 발견한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기관과 연계하여 긴급구조 및 보호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⑤ 학교의 장과 교직원은 제3항 및 제4항의 폭력을 신고한 학생을 적절하게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학생인권조례에서는 학생에 대한 모든 폭력을 보호하고, 전자기기의 소지를 금지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다른 학생들에 대한 학습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조례에 대한 확대 해석일 뿐, 교사의 학습권에 방해가 되는 경우 조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한 과도한 해석으로 학생들에 대하여 어떤 제재로 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에게는 손발을 묶어 놓는 듯한 조례로 인식되고, 80년대의 학교를 겪어 온 현재의 학부모들은 응당 학생은 제재를 받고 학업에만 열중하게 해야 한다는 식의 관념이 남아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 해결 방안은 과연 폐지뿐 일까요?
학생인권조례의 기본 의의, 즉,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생각에 반대할 사람은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조례가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지점입니다.
교사가 교육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제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스스로의 인권에 대한 의식을 갖고 그것을 악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특히 서이초 사건과 관련하여 학부모의 과도한 요구와 압력에 조례가 악용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일례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 학생이 휴대폰을 가지고 학교에 오는 것은 중대한 자연재해나 문제가 있을 시 사용하기 위한 것일 뿐, 수업이나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게 하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만 등 각국에 경우에도 학교 내에서의 제재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 동의를 받는 절차를 시행합니다.
충남도의회 학생인권조례가 첫 폐지됨으로서 그 영향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교권과 학생인권조례를 나누어서 혹은 대립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학생을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충남교육청은 재의 요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N뉴스토마토에 따르면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할 경우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하는데, 도의회의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감은 20일 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중략) 또한 재의할 경우 재석의원 3분의 2가 찬성 해야 하는데, 재의에서 다시 의결될 경우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기회
교사의 권위가 아닌 교사의 인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여기에 녹아놔 있습니다. 또한 우리가 간과하지 말하야 할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전국 모든 학교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귀밑 3센치, 적정 치마 길이 등을 강요하고 그것이 학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학생들이 본인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차별과 폭력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는 학교 안팎에 존재하는 편견과 부당에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교사도 교사로서 존중받으며 교육의 앞날을 같이 설정해 가길 희망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코멘트
7빠띠에서 발행한 <있지만 없는 학교 내 인권 이야기>
가 떠오르네요. 지역마다 편차가 있겠지만 여전히 구시대적인 차별 규정이 남아있어 놀랍니다. 앞에 '학생' 하나 붙었다고 인권의 기준이 달라지는 나라는 하나뿐일 것 같습니다.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의 인권이 마치 반비례한다고 믿는 사회가 참 이상합니다...
원글이나 댓글이나 체벌, 머리 귀밑 3센치, 치마길이 제한 이런걸 언급하시는데 요즘 그런 걸 강제하는(할 수 있는) 학교가 있습니까? 물론 학교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너무 과거의 일은 아닌가요?
저는 경기도 중고등학교에서 2012년부터 10여년 정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저도 체벌 금지는 당연히 동의합니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가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은 잘못된 행동에 대해 체벌 뿐 아니라 어떠한 제재 방법도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벌 금지 후 초반에는 벌점으로 대체해서 벌점이 쌓이면 교내 청소 봉사 등으로 잘못된 행동을 교정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교내 봉사 하기 싫으니까 벌점을 받지 않으려고 주의를 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벌점조차, 남아서 청소시키는 것 조차 인권침해라고 사라지더군요. 그 후에는 정말 어떤 방법도 없었습니다.
정말 오직 "말" 만으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성인들 세상에 법이 왜있을까요? 교도소는 왜 있을까요? 학생도 아닌 다 큰 어른들인데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학생이 매일 지각을 해도, 무단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종일 엎드려 잠만 자도,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해도, 다른 친구 학습권을 방해해도, 정해진 교칙을 위반해도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고 말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그게 정말 학생의 인권을 위한 것일까요.
인간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위해 참을 줄 도 알고 버틸 줄도 아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가장 기본적으로 매일 아침 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해야 성인이 되어 출근도 힘들이지 않고 할텐데, 제시간에 등교도 못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정해진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퇴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그렇게 성인이 된 아이들이 출근은 힘들이지 않고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그런데 제대로 등교 습관을 잡아줄 방법도 없습니다. 고등학생이면 이미 부모 간섭 무시할 때고 담임도 내일은 제대로 나오라는 말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너무 길어질까봐 단순하게만 썼지만 2023년 현재의 학교 현장에 가서 진정으로 학생의 인생을 위해 지켜줘야 하는 인권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다른 지역에 새로 생긴 게 아니라 폐지되었다니..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지금도 없는 듯합니다) 학생시절을 보냈는데 폭력은 일상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결국 학생들을 인격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안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토론에서는 적절한 증거와 논리를 사용하여 의견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감정적인 표현보다는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논의가 효과적입니다. 또한, 토론은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주장을 비판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