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살펴보는 두 번째 시간. 지난 편에서는 <한국여성바둑연맹>의 이광순 회장,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2] 세 여성들, 바둑 국제교류에 앞장서다(1)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이번에는 지난 편에 이어 장샤오인 사무총장과의 인터뷰와 <아시아바둑연맹> 김향희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다뤄보고자 한다.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 그러고 보니, 올해 8월 27일이 <대만바둑교육발전협회> 20주년 기념일이라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이 때문에 더욱 바쁜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A. 장샤오인 사무총장(이하 동일):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20주년 기념 행사가 대만에서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 대학 바둑 연맹>을 초대하여 '제1회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을 개최했습니다. 이로써 대만과 한국 대학간 바둑 교류가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교류할 예정이에요.
Q. 대만-한국 대학 바둑 교류전 등 여러 바둑 국제 교류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리는 바둑을 통해서도 교류하지만, 바둑이 끝난 뒤에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만 바둑인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접촉할 기회가 생기고, 더불어 서로에게 발전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만의 바둑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요?
A. 대만의 바둑 학생들은 대부분 취미로 바둑을 배웁니다. 부모님들은 자녀가 바둑을 통해 수학적 추리와 사고 능력, 감정과 심리의 통제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향상시키기를 바라지요. 진정으로 프로 바둑 선수로 발전하는 것은 소수 중의 소수입니다. 대만에서는 유치원의 재능 교육 과정에 대부분 바둑 수업이 포함되어 있어서, 어릴 때부터 흥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바둑 교육의 효과는 부모님들이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Q. 바둑의 효과는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장샤오인 사무총장님께서 앞으로 바둑 국제 교류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앞으로도 더 많은 대만 친구들을 한국에 데려오고 싶습니다. 성인 바둑 애호가들, 대학생들,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들, 여성 바둑인들, 바둑 선생님들 등 모두요. 한국의 바둑 대회에 참가하거나, 바둑 선생님들 교류 강연회, 교육 방문단 등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또 대만 학생들을 충암 바둑 도장, 한종진 바둑 도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거나, 대만 대학생들을 명지대학교 바둑학과로 유학 혹은 교환학생으로 보내는 등 다양한 교류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의 바둑인들, 선생님들, 학생들을 대만에 초대하여 대만의 바둑 대회, 교류 강연에 참여하도록 하거나, 명지대학교 바둑학과의 학생들을 대만에서 인턴십을 하도록 하는 등의 활동도 환영합니다.
Q.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정백희 선생님이 타이난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이 그 활동이로군요.[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내년 <한국여성바둑연맹>과도 교류를 추진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A. 네, 내년 3월에 <한국여성바둑연맹>이 대만에 교류 방문할 예정이에요. 저는 한국 여성 바둑 연맹 명예 회원 1호로서 대만 방문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대만과 한국 교류 외에도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 활동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미 자주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 교류, 일본 교류를 비롯하여, 앞으로는 유럽 바둑 대회, 미국 바둑 대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바둑 활동에도 팀을 보낼 예정입니다. 대만과 세계의 교류 플랫폼을 계속 구축할 것입니다.
Q. 대단히 큰 포부란 생각이 들면서도, 장샤오인 사무총장님이라면 다 이루실 거란 믿음이 갑니다. <한국여성바둑연맹> 명예회원 1호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바둑을 두는 건 흔치 않은 풍경으로 여겨지거든요. 마지막으로 여성 바둑인들에게 혹시 하시고 싶은 말이나 당부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여러 번 <한국여성바둑연맹>의 활동에 참여했어요. 50대, 60대의 여성 선배들이 바둑을 이렇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매번 활동에 많은 여성 선배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심지어 70대, 80대의 할머니들도 있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만에서는 바둑을 하는 여성들이 주로 학생들이고, 30대 이상의 여성들은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 여성 바둑 연맹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어요. 나중에 대만에서도 <대만여성바둑연맹>을 창립하고 싶어요. 더 많은 여성들이 바둑에 접할 수 있도록 하고, 바둑을 여성들, 엄마들 사이의 최고의 여가 활동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여성들이 즐거이 바둑을 두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 김향희 사무총장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 혹시나 처음 듣는 분들을 위해, 아시아바둑연맹(Asian Go Federation)과 사무총장님께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A. 김향희 사무총장(이하 동일): 아시아바둑연맹은 아시아권의 한국 포함 14개 국가가 회원으로 있어요. 아시아 바둑발전에 관한 협의와 바둑 대회 등을 통해, 상호 정보 교환과 상호 교류 및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아시아 바둑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국제적인 활동이 많으신데 최근 어떤 일을 진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올해 2023년 7월에 홍콩에서 열린 ‘4대양 배 홍콩 국제 대학생 바둑대회(Four Seas Cup Hongkong International University Student Weiqi Competition)’에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학생들을 인솔해서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8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38회 청소년 바둑 챔피언십(38th World Youth Go Championship)’에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표를 인솔했지요.
Q. 김향희 사무총장님께선 의욕적이고 활동적이시기도 한데, 그 기반에는 언어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시니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에도 능통하신데, 그 비결도 궁금합니다.
A. 제가 외국어를 배운 계기는 모두 바둑 때문이에요. 외국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에 참여하다보니 외국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어져서 영어를 배웠고, 또 중국에 교류전을 다니다보니 중국어도 공부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했지요. 목적이 뚜렷하니까 언어가 더 빨리 익혀졌던 것 같아요.
Q. 그래도 바둑 용어를 알기는 쉽지 않은데요.
A. 그건 고마운 인연이 있어요. 시드니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셨던 고(故) 한상대 교수님께서 ‘바둑영어’ 교실을 여신 걸, 한 바둑 사이트에서 알게 되었고, 강좌에 참여해서 외국인 바둑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지요. 바둑을 통해 지금은 30여개국에 한 명 이상의 친구가 있어요.
Q. 마치 바둑의 번외 역사를 듣는 것 같네요. 번외 질문이긴 한데, 김향희 사무총장님은 바둑을 어렸을 때부터 배우신 건가요?
A. 그렇지 않아요. 결혼 후 남편의 권유로 시작한 거라, 언어도 모두 그 이후에 습득한 거랍니다. 그때,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려고 TV를 켜면, 꼭 남편이 EBS바둑방송을 보려는 거예요. 그것으로 티격태격하다 보니, 남편이 ‘바둑도 재미있다. 한번 배워 보라’ 면서 ‘기초 바둑 첫걸음’이란 책을 주었죠. 그걸 보다가 , 2년 뒤 우연히 ‘부산일보’에서 ‘이색여성모임 참돌회’라는 기사를 보고, 그 모임에 가입하며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Q. 그런데 지금은 바둑 고수잖아요? 도대체 비결이 뭔가요?
A. ‘한국여성바둑연맹’에 가입해서 같은 취미의 여성들과 만나 익히고, 또 바둑대회에 자주 참여하다 보면 실력이 늘게 돼요. 외국인 친구와 교류하고 싶어서 국제 대회에도 나가고, 국제 활동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거죠.
Q. 바둑을 통해 친구도 사귀고 외국어도 배우고, 국제 활동까지. 각국 국제활동을 하시면서 바둑을 하는 바둑인들에 대해 느끼신 바가 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A. 재밌는 것은 세계 어디를 가나 바둑을 한 판만 두어도 평생 친구가 된다는 거예요. 그게 세계 어디든 말이에요. 바둑이 그만큼 강렬하게 서로를 끌어당기고 마음을 주고 받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아시아권 사람들은 누가 이기고 졌느냐, 승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바둑은 승부가 따라다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해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은 한 판 한 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두었느냐에 보다 초점을 둡니다. 그런 점에서 유럽 사람들의 태도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젠 AI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세계 사람들의 바둑 실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AI가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바둑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바둑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에 중점을 두는 것이 의미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Q. 아시아권과 유럽권의 바둑에 대한 자세도 흥미롭네요. 앞으로도 활발히 바둑을 통한 국제교류를 주도해 주실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바둑교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실까요?
A. 올해 2023년 12월에 강원도 양양에서 ‘2023 아시아평화 학생바둑대회’가 열립니다. 이 대회에 5개국 이상의 국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외 바둑협회 관계자들과 유기적인 연락을 취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학생바둑대회 후,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태국 국제 바둑 대회(Thailand International Go Tournament)’에 나갈 예정이에요.
또 아시아바둑연맹 회원국 중 아직 바둑 회원의 수가 적은 나라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나라에서 바둑 관련 세미나나 이벤트 행사 등을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회원수도 많이 늘어나도록 돕고 싶고요.
앞으로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바둑으로 평생 친구가 되는 바둑인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에 기꺼이 참여해주시고 좋은 말씀 해 주신 세 분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코멘트
10멋진 만남 유익한 교류입니다.
함께 보냈던 1박2일의시간들소중해요 좋은모습들보여주시길♡
알파고 이후 외국바둑인들이 늘어나긴했는데 바둑인이 더많아져서 치매도 예방하고 교류의장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바둑에대한 열정 대단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막연히 바듁은 남성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활약하시는 여자분들이 많다는것이 인상적입니다
아시아의 각 나라들의 바둑여성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라니.. 가치있는 내용 감사합니다- 바둑을 두는 것만으로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와닿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