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2024년 6월 6일 현충일을 기해, 정부당국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이전 계획’을 전면 백지화 할 것을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인 페이스북에 “항일독립운동은 우리 역사의 자부심이자 국민의 자랑”이라면서 “정부가 독립 영웅의 흉상 철거 계획을 고수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이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1.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 어떻게 점화되었나
첫 시발점은 작년인 2023년 8월 25일 육군사관학교(육사)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옮기겠다고 한 데서 시작됐다. 육사에서는 “생도들이 학습하는 건물 중앙현관 앞에 2018년 설치된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져 왔다”며 흉상을 옮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 전 장관은 2023년 8월 25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당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육사 교내 기념물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독립 투쟁 당시 소련 영내서 활동한 홍범도 장군을 지칭하는 듯한 말을 했다(한겨레 2023.8.25 [단독]홍범도 철거하고 ‘만주군 출신’ 백선엽 흉상 검토…육사의 ‘역사쿠데타’)
때맞춰 2023년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고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뭐가 옳은지 냉정하게 보자”고 하며, 국무위원들에게 “이념이 중요하다”, “전임 문제인 정부에서 왜 굳이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설치했는지도 생각해보라”고 주문했다는 보도였다.(머니투데이 2023.8.29. [단독] 尹대통령 “무엇이 옳으냐”...’홍범도 논란’ 직접 언급)
2. 홍범도 장군이 어쨌다고?
그렇다면 육사에 설치된 4명의 항일 무장 투쟁 장군들과 한 명의 선생 중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독 홍범도 장군 흉상을 문제삼는 이유는 뭘까.
- 홍범도 장군은 소련공산당 가입 활동 이력이 있다?
MBC 는 2023년 8월 27일 보도에서, 국방부가 “소련공산당 가입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분을 기념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항일 무장 투쟁인 봉오동 전투에서 큰 공을 세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웅 의원은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 반문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뉴스 2023.8.27.’홍범도 흉상 철거’에 쏟아지는 비판..”박정희 흔적은 어떻게 할 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AI(인공지능) 시대 대한민국에 철 지난 색깔론, 반공 이데올로기가 대체 웬 말이냐” 비판했다. (메트로신문 2023.8.30 이재명,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에 “철 지난 색깔론이 웬말이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홍범도 장군의 이력을 친절하게 설명하며 흉상 철거 조치가 이념적이고, 편협하다고 짚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가입하고 모스크바 국제공산당 대회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련 치하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고 1937년엔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당하는 고통을 겪었다.
그는 박정희 정부 때 건국훈장을 추서받았고 2021년 유해가 봉환돼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북한과 아무 관련이 없고 반국가적 활동을 한 적도 없는 홍 장군의 공산당 가입 경력만 문제 삼는 것은 이념적이고 편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2023.8.28. [사설] 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 줄 세우기, 언제까지 반복되나)
이러한 반응들은 이미 냉전시대적 가치관이 변화되었고, 독립운동에 이념이나 색깔을 덧입히는 구시대적인 사고관이 되려 당혹스러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윤대통령이 국방부를 내세워 색깔론을 펼치려 든다는 의도로 읽히기도 했다.
실제로는 어떠했을까? 홍범도 장군에 대한 공훈전자사료관의 독립유공자 공적정보기록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패배한 일본군은 '독립군 대토벌계획'을 세우고 계속적인 추격을 해왔고, 홍범도 장군은 대한독립단(大韓獨立團)을 조직하게 된다. 이후 “노령(露領)지역으로 이동한 독립군단은 자유시(自由市)를 근거지로 삼고 소련군과 긴밀한 접촉을 하였다.”고 한다. 아마도 이 부분이 국방부에서 말하는 소련 공산당 가입이란 말의 토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21년 6월 소련 공산당의 배반으로 독립군은 무장이 해제되고 포로가 되는 등 소위 '자유시참변'을 겪게 되었다.” 또한 “1923년에는 러시아 혁명정부의 체제가 확고해지고, 이용가치가 없어진 독립군 간부들은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되어 다시 여러 방면으로 분산되고 말았다. 그후 그는 연해주지방에서 후진 양성에 주력하다가 조국의 광복도 보지 못한 채 이역에서 별세하였다.”
사실상 홍범도 장군은 항일 투쟁을 해온 독립운동가로, 소련 공산당에 배반당하고 목숨의 위협을 받던 사람이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기 위하여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하였다.”
3.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육사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에 의외 아닌 의외의 인물이 자꾸 도드라져 보이는 건 왤까.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의 시발점으로 우리는 앞서 한겨레 단독 보도를 살펴보았다.
- 첫 시발점은 작년인 2023년 8월 25일 육군사관학교(육사)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독립군, 광복군 영웅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옮기겠다고 한 데서 시작됐다.
- 때맞춰 2023년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국무회의 비공개 시간에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고 머니투데이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8월 25일부터 9월 4일까지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 전 장관은 홍범도 흉상 이슈로, 또 홍범도함 함명 변경 여부 이슈로 입장을 수시로 변경, 국무총리, 국방부, 해군 등과 엇박자를 보였다. (한겨레 2023.9.4. 국방장관 “홍범도함 명칭 검토 필요”...오락가락 역풍 자초)
결국 며칠 뒤, 2023년 9월 12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종섭 전 장관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의 공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23.9.12. 이종섭 국방장관 사의 표명…”순리가 뭔지 모르겠지만 순리 따르겠다”)
당시로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되어 민주당이 이종섭 전 장관의 탄핵을 추진, 특검법안도 발의하는 중이었다. (경기일보 2023.9.7. 민주당,’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국방장관 탄핵 추진)
그렇다.
공교롭게도 이종섭 전 장관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슈 불과 한달 전 발생한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연관이 있는 당사자다.
수사 외압 의혹의 중심 인물.
그리고 공수처가 그를 이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2024년 1월 이미 출국금지 조치하였다는 사실. 이 사실은 두 달 뒤, 2024년 3월 4일 그가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이틀 뒤인 3월 6일 MBC 보도를 통해서야 밝혀졌다.
(MBC 2024.3.6. [단독] 호주대사 임명됐는데..’채 상병 수사 외압’ 이종섭 이미 출국금지)
4. 사건의 시간 배열
사건의 시간배열을 맞춰 보면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2023년 8월 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윤석열 대통령과 3차례 통화
2023년 8월 25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육사에 있는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 발표
2023년 8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육사에 있는 홍범도 흉상 철거에 대해 언급
2023년 9월 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홍범도함 개명에 관해 언급
2023년 9월 1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국방부 장관직 사의 표명
2023년 10월 7일 이종섭 전 장관, 제 48대 국방부 장관에서 사임
2024년 1월 이종섭 전 장관,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피의자 신분으로 출국 금지
2024년 3월 4일 이종섭 전 장관, 주호주 대사로 임명
2024년 3월 11일 이종섭 전 장관, 호주로 출국
2024년 3월 21일 이종섭 전 장관, 주호주 대사로 호주로 떠난지 11일만에 귀국
2024년 4월 10일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채상병 문제로 정신 없는 와중 갑작스레 홍범도 흉상 철거 계획을 발표했다. 윤대통령도 이에 박자를 맞추듯 이례적인 언급을 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라는 자충수. 성동격서도 되지 않았고, 총선에서도 역풍만 맞은 색깔론. 왜 그는 그렇게 무리를 해야 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특검법 등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교묘히 연결되어 있는, 홍범도 흉상 철거 이슈가 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전혀 다른 사건 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인물들이 중간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이슈는, 과연 어디서 어떻게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애꿎게도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을 먹잇감처럼 던진 의도는 정확히 무엇일까.
코멘트
4홍범도 장군 뿐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추모받지도 기억되지도 못하는 것 같아서 매번 속상합니다. 해묵은 이념 갈등에 어떻게든 불씨를 쑤시려 드는 사람들이 참 못났네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이 뜬금없다고 느꼈습니다. 오늘은 님 코멘트에 공감되네요.
의문이 가득한 두 일에 대해, 타임라인과 관련 정보를 모아주셔서 사건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특검법을 덮기 위해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제기했다고 의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통화 이후 3주가 지난 시점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의혹제기가 되겠네요.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니 이런 의심이 나오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해와 현재의 정치적 입장, 이념 등이 모두 관련되어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