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첫 선거이자 대만을 너머 중미전으로도 다뤄지던,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가 1월 13일 치뤄졌다.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각 후보 득표수(득표율)는 다음과 같다. 라이칭더(頼清徳): 558만 6019표(40.05%), 허요우이(侯友宜) : 467만 1021표(33.49%), 커원저(柯文哲) : 367만 466표(26.46%).
민주진보당(이하 민진당) 라이칭더(頼清徳, 64)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중국, 미국, 한국 등 주변 나라가 오히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대만 선거결과가 한국에 끼칠 경제적 정치적 영향 등을 분석하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대만에게 이번 선거는 어떤 의미였을까
대만에서 직접선거가 치뤄진 역사는 30년 정도밖에 안 된 최근의 일이다. 4년 중임제에 8년 주기로,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8년간 대만 첫 여성 총통으로 활동한 뒤, 또 다시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16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8년 주기로 번갈아 집권하던 당교체는 희석되었다.
1. '친중이냐 친미냐’,라기 보다 ‘민주주의를 지킬 것인가 잃을 것인가’의 문제
대부분 친중의 국민당, 친미의 민진당의 대결 구도에, 새로 등장한 중도 성향의 대만민중당, 세 당의 승부로 보았다.
국민당은 중국과 협력하여 평화를 지킬 것을 표방했고, 민진당은 독립국가로서의 중국과의 분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또 대만민중당은 현재 체제(양안)를 유지하는 것을 주장했다. 핵심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져 있었다. 그러나 좀더 주의깊게 살펴보면 대만인들에게 더 중요한 사안은 ‘민주주의를 지켜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거세진 것은, 중국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압박 탓이 크다. 우선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의 폭력적 대응을 본 대만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다. 중국 정부의 한층 강화된 통제 검열과 시진핑 주석의 일당 독재체제는 과거 역사로 회기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것은 곧 대만 민중들이 힘들게 얻어낸 자유민주주의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낳았다.
2. 민중당 커원저 후보로 간 제 3의 표심, 선거를 판가름하다
대만인들은 왜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당선을 선택했을까. 앞선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타이완 정체성을 주장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이루었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한 점, 또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도 대만인들이 언급하는 주요한 요인들이다.
더 흥미로운 건 이번 선거의 결과를 좌우한 것으로 꼽히는 부분이, 대만민중당(이하 민중당)으로 분산된 표심이란 사실이다. 국민당과 민중당의 야권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국민당을 지지하거나 민진당을 지지하던 표심 중 적잖은 수가 민중당으로 향했다. 이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TV나 현수막, 집회연설 등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국민당과 민진당보다, 인터넷 SNS 등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운 커원저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또한 크게 변화하지 않는 현상 유지에 좀더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은 커원저 후보가 총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민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에 의의를 뒀다고 말한다. 특히 선거 막판에 중국 정부의 전쟁 도발 위협과 국민당 총통이었던 마잉지오우(馬英九)의 “나는 시진핑 주석을 믿는다.”는 발언은 민중의 표심이 민진당으로 향하게 역효과를 냈다.
3. 입법의원 의석수로 드러난 표심 - 여러 당이 공존하는 민주주의를 원하다
대만 선거는 총통 부총통 선거 뿐 아니라 입법의원 선거도 한꺼번에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민진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수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 근소한 차이로 국민당이 앞서고 소수 정당들이 늘어나, 여소야대의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민진당 지지자들로서는 아쉬움을 표하긴 하지만, 국민당이나 민중당 지지자들은 국가 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데에 안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입법의원 선거 결과 역시 대만 민중들이 바란 것은, 급진적인 독립이나 중국으로의 치우침이 아닌 현상 유지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민주주의 자체였다.
한국에게 대만 선거는 왜 중요했나
경제적인 부분에서 대만 선거가 중요했던 것은.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과 경쟁하고 있는 TSMC가 대만 주력 반도체 사업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반도체 경쟁은, 4차 산업의 주요 격전지다. 한국에서는 삼성의 반사이익을 계산하기도 했지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과 여소야대 국면은 대만을 둘러싼 반도체 경쟁에 큰 변화를 끌어당길지는 의문이다. 다만 대만의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확실히 더 부각되었고, TSMC 등 대만 경제와 AI시장과의 관계가 전 세계 AI 시장과 연관되어 주목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특이점이 있다.
정치적 부분에서는 역시나 중국과 미국간의 갈등이 대만 선거에, 또한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라이칭더의 당선으로 한국, 미국, 대만, 일본이 협력구도를 유지하는 현재의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중국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어떤 정치적 경제적 제재나 압박을 가할지가 주목된다. 이미 중국정부는 이번 선거로 대만 민심이 중국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내부 진단에 나섰다.
그럼에도 대만인들은 의연하다. 대만이 민주주의를 잘 구현하고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더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폭력을 내세운 방식으로는 대만 민심을 되돌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이 급진적으로 중국과 척을 지고 독립국가로 가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경제적 정치적 긴장과 묘한 협력관계와 더불어, 국제 사회 역시 대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 정부에 대한 눈치 보기로 적당한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한국의 총선이다. 한국 총선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할지가 2024년 새로운 국제적 이슈로 부상할 것이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코멘트
6잘 읽었습니다. :) 이 영상에서의 분석도 참조할만 하더라구요.
https://youtu.be/lFoF4jOQVGM?si=43hCKi3gs-FovA2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