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의 빠른 배송 전쟁,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결말 (feat. 네이버 지금배송)
네이버가 내년 상반기 ‘지금배송’ 서비스 도입을 예고했다. 직관적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문 후 1시간 이내 도착을 담보하는 배송 시스템이다. 이는 사실상 쿠팡의 ‘로켓배송’ 시스템의 경쟁을 예고한 것이며, 이로써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더 빨리 배송’ 전쟁이 시작되었다.  빠름이 강요되는 온라인 쇼핑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지금까지의 평균이다. 이 공식은 이제 과거가 될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빠른 배송 전쟁’이 임박한 이 순간,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왜 우리에게는 ‘빠른 배송’이 필요할까. ‘빠름’은 편리하다. 물건을 구매하고 당장 몇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된다면 이는 단연 ‘혁신’처럼 느껴질 것이다. 빠른 배송이 가능한 상품의 종류는 확장될 것이고 우리는 점점 빠른 배송에 익숙해질 것이다. 신선식품, 음식, 다양한 공산품 외에 가전제품까지 빠른 배송의 영역으로 들어서니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매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필자 주변에서 쿠팡의 ‘와우 회원’으로서 ‘로켓배송’을 극찬하는 이들은 주로 부모나 직장인이다. 당장 내일 아이의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을 구매해야 할 때, 회사에서 급하게 어떤 물품을 주문해야 할 때 ‘빠른 배송’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편리한 로켓배송 서비스에,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 등 쿠팡이 와우회원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까지 덤으로 딸려오니 많은 이들이 쿠팡을 필요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빠름’은 ‘필요’가 아니다. ‘선호’의 문제일 뿐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편리함 뒤에 숨겨진, 그러나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우리 아빠가 로켓배송 연료가 됐대’. 쿠팡CLS 택배노동자 故정슬기 씨의 어린 자녀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친에게 한 이야기다. 故정슬기 씨는 지난 5월, 쿠팡CLS의 하청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택배기사로 쿠팡 물품을 전담배송했다. 고인은 평소 하루 평균 10시간 30분 주 6일 노동을 수행했다. 택배노동 일을 시작한지 14개월 만에 결국 과로사로 죽음을 맞이했다. 쿠팡은 ‘하청 대리점’ 문제이지, 계약과 업무 지시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에 유족은 CLS직원의 업무지시에 ‘개처럼 뛰고 있다’는 고인의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터질 때 하청 대리점의 문제라며 발빼는 것은 쿠팡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최근 MBC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2024년 7월과 8월 2개월 동안에만 101명의 노동자가 119에 실려갔다. 폭염으로 열악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환경 속에서 실신, 어지럼증, 마비 경련, 호흡곤란, 온열질환 등. 1년간 출동기록을 살펴보면 256명의 노동자가 119에 실려갔고, 심정지 위급 환자만 7명이다. 공식 기록이 이정도면, 쿠팡이 입막음하며 기록되지 않은 과로로 쓰러지는 노동자의 수는 더욱 많을 것이다.  ‘쿠팡의 택배노동자가 로켓배송의 연료가 되었다’는 끔찍한 이야기는 현재진행중이다. 쿠팡이 아무리 부정해도 이것이 현실이다. 사실 많은 시민들은 이미 쿠팡의 열악한 택배노동 환경과 반복되는 과로사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편리를 추구하는 선택은 언제나 지표가 되고, 기업 경쟁은 이 구조를 과열시킨다.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죄책감’ 대신 더 나은 선택지 최근 CJ 대한통운 또한 ‘주 7일 배송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쿠팡의 빠른 배송 시스템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절박한 전략이다. CJ 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은 극심한 과로사가 우려된다고, 이 방침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당한 이야기다. 빠른 배송의 본보기인 쿠팡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와중에 ‘더 빨리’, ‘더 많은’ 배송 서비스가 출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빠른 배송’이 배달노동자의 과로사와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쿠팡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빠른 배송을 위한 인력을 늘리고 산재처리 등 노동자 지원에 투자를 하는 대신, 이용자에게 죄책감을 떠안기는 방향을 선택했다. 쿠팡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쿠팡의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강요된 서비스 속에서 이용자의 선택은 점점 무거워지고, 요금은 오른다.  기업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전략을 세우지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우리 이용자의 몫이다. 쿠팡은 한국 사회에 전무한 시스템으로서의 로켓배송을 앞세웠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같은 시스템을 끼워넣고 유료회원 멤버십 가격을 4,8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다. 네이버 또한 ‘지금배송’ 시스템 출시를 앞드고 유료회원 확보를 위해 오는 26일부터 ‘네이버플러스’ 가입자에게 넷플릭스 구독권을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쿠팡과 같이 이용자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 후, 가격 인상을 통해 손해를 메꾸려는 전략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빠른 게 능사가 아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듯하면서 선택을 강요하고 야금야금 비용을 늘리는 것도 결코 이용자 혜택이 아니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것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인간적인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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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 기로에 서다②
배달앱의 이중가격제 문제가 불거지자 쿠팡이츠가 배민을 저격하며 선긋기를 시전하는데.. 과연 진정한 속내는 무엇인가. - 이전 편 보기-  쿠팡이츠가 저격한 것은 ‘배민배달’의 갑질 쿠팡이츠는 이중가격제 문제에 선을 그으며 배민이 저질렀던 불공정행위, 입점업체 피해를 은근하게 끌어올렸다. 이는 배민의  ‘배민배달’ 확대에 따른 수익 극대화 전략에 대한 저격이다.  배민의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영역의 시장이다. 한 기업에서 두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배민 입장에서는 ‘배민배달’ 사용자가 많아야 매출이 오른다. 그래서 배민은 ‘배민배달’을 확장하기 위해 입점업체에게 온갖 갑질 등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배달의민족 어플 화면을 보면 ‘배민배달(배민1)’의 음식 카테고리를 보여주면서 이용자가 ‘배민배달’을 누르게끔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몇 차례 개편된 UI다.  배민배달을 본격 활성화하기 전에 배민은 초기에 입점업체에 배민배달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어느정도 배민배달에 입점업체를 확보하자 배민은 중개수수료를 6.8%로 올리고, 이후 현재의 9.8%로 또 올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배민배달 입점에 동의하지 않은 가게도 대필서명을 하여 강제로 배민배달에 유치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후에 배민이 할 수 있는 해명은 ‘우리는 두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쿠팡이츠가 혼동해서 여론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는 ‘배민배달의 수수료인상’과 ‘입점업체 갑질 문제’를 해명하진 않는다.  그리고 이제 배달의민족은 ‘최혜대우 요구’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었다.  ‘최혜대우’가 도대체 뭐길래 9월  29일, 공정위에서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시민사회단체가 배달의민족의 ‘자사우대’ 및 ‘최혜대우요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토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2024.07.23) 최혜대우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게 자사에서 거래하는 상품, 서비스 가격등 거래조건을 다른 플랫폼이나 다른 유통경로 대비 동등하거나 더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회사와의 거래 조건을 무조건 최고로 유리하게 하도록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것이다. ‘최혜대우요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법적 행위로 규제하는 기업행위 중 하나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대 독점적 기업이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하면 시정 독점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마다 수수료율이 다르기 때문에 입점업체는 음식가격을 앱마다 다르게 설정한다. 그러나 최혜대우를 요구하면서 다른 앱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할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장 높은 수수료율 기준으로 음식가격이 적용되면서 외식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배민을 저격한 쿠팡이츠도 사실 떳떳할 수 없다. 배민이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한 것도, 무리하게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여 수익 극대화 전략을 세운 것도 쿠팡이츠의 불공정행위 및 시장 흔들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차 관전 포인트, ‘그거 경쟁업체가 먼저 했어요’ 배민의 물귀신 작전 공정위 조사가 돌입되자 배달의민족은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습니다’라며 입장을 냈다. 여기서 경쟁사는 쿠팡이츠다.  경쟁사(쿠팡이츠)는 멤버십 회원(와우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업주들로 하여금 타사 대비 메뉴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국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사는 올해 5월 배민 클럽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뉴스룸,  2024.09.29)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와우회원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하며 이용자를 확보하는 동안, 입점업체에게는 음식가격을 배민과 동일하게 맞출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배민의 주장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쿠팡이츠는 2022년 쿠팡이 흑자전환을 한 이후, 배달앱 시장 내에서 공격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며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2위를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게 최혜대우 요구 및 경영 간섭을 했다는 제보는 심심찮게 들려왔다. 또한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정책으로 시장을 뒤흔들며 정작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조삼모사를 시전한 것이다.  결국 최혜대우, 외식 물가 인상 등 이용자 피해가 시작된 것은 쿠팡이츠의 시장흔들기가 시초인 것이다.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 배민 입장에서 ‘물귀신 작전’은 응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갑질, 외식물가 상승에 피해 입은 이용자는 무슨 죄 이번 배민과 쿠팡이츠의 싸움에서 문제의 핵심은 거대 두 기업 모두 입점업체 점주들을 대상으로 최혜대우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수료, 최혜대우 요구 등으로 시달리던 점주들은 결국 음식가격을 올리거나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료배달이라고 홍보했지만, ‘무료’는 없었다.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점업체에 중개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각종 갑질을 저질렀다. 그 결과 자유경쟁 체제에서 두 기업이 경쟁을 하는데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 입점업체, 소비자, 노동자(라이더) 등 대다수 이용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  두 기업이 무료배달 경쟁 비용을 입점업체에게 떠넘기는 동안 점주들은 거리로 나와 끝없이 호소했다. ‘생계가 아니라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제발 상생하자’며 수차례 상생협의를 요구했다. 배민의 공정위 조사가 본격 착수되면 배달앱 시장은 기로에 선다.  3차 관전 포인트는 부디 상생의 길이 되길 배민의 입장에 쿠팡이츠는 침묵 중이다. 쿠팡은 시장독점력을 공고히 하는데 노련한 기업이다. 최혜대우 요구의 칼날이 자사를 겨냥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과연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쿠팡이츠의 반응이 세 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가장 현명한 것은, 이제라도 두 기업이 상생협의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점업체와 갈등을 풀어나가며 기업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더이상 소비자, 점주, 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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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시장, 기로에 서다①
*지난 토론글 <배달의민족 수수료인상과 물가상승>을 읽고 오시면 좋습니다.  최근 배달앱 시장이 시끌하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확보를 위한 기업경쟁 같은 건전한 내용이 아니다. 어떻게든 내가 살고 너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지경이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끼리 이렇게 노골적으로 서로를 저격하며 법적 다툼까지 예고하는 싸움은 여간 귀한 광경이 아니다. 이 흥미로운 거대 플랫폼기업의 싸움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  시작은 ‘이중가격제’ 문제 배달앱 기업의 진흙탕 싸움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등 대형 햄버거 프렌차이즈 가게부터 메가커피 등 카페 매장까지 배달앱 입점업체 가게에서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시작이었다. 이중가격제는 매장에서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음식 가격과 배달앱에서 주문하는 음식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1차 관전 포인트, 쿠팡이츠의 배민 저격 이렇게 외식 물가 상승, 이중가격제 등으로 배달앱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지자 쿠팡이츠가 선 긋기를 시전했다. 지난 9월 24일, 쿠팡은 뉴스룸 보도를 통해 “최근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당사 등 배달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쿠팡 뉴스룸, 2024.09.24) 쿠팡은 기업 성장을 위해 모든 방해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행위에 거침이 없다. A사를 표시한 칸 색깔이 배달의민족 대표 컬러인 것은 과연 우연일까? 이중가격제 문제와 외식물가상승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로부터 열심히 선 긋기하는 쿠팡을 보고 솔직히 혀를 찼다. 뒤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이 모든 일의 시초는 사실 쿠팡이츠이기 때문이다.  배민의 즉각 반박, ‘지속적 사실 왜곡 시 법적 대응 검토’ 예고 쿠팡이츠의 저격에 다음날 9/25, 배민은 ‘무료배달 비용은 플랫폼이 부담하고 있다’며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위 표에서 나오는 ‘업주 부담 배달비’와 ‘무료배달 비용’은 조금 헷갈릴 수 있다. 무료배달은 ‘배민배달’이고, 업주 부담 배달은 ‘가게배달’에 해당된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배달의민족의 중개수수료 수익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배민은 ‘배민배달’과 ‘가게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배민배달’은 중개, 라이더 배차까지 배달의민족에서 진행하고 중개 수수료를 건당 9.8% 부과한다. ‘가게배달’은 중개만 해주고, 음식배달은 점주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업주 부담 배달비는 2,900~3,300원 수준이다. 점주 입장에서는 음식 가격이 높으면 ‘가게배달’이 유리하고, 음식가격이 싸면 ‘배민배달’이 유리하다.  배민은 쿠팡이츠가 ‘베민배달’과 ‘가게배달’ 서비스를 혼동하여 배민이 마치 업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사실 왜곡’이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과연 정말 쿠팡이츠가 배민 배달 시스템을 ‘오해’한 걸까? 쿠팡이츠가 어떤 기업인가. 개인적으로 쿠팡이츠가 큰그림을 그린 것이라 생각한다. 분량상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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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과 물가상승
*본 글은 <중기이코노미> 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과 외식물가 상승 고물가 시대, 점점 더 오르는 외식물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로 폭염, 폭우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채소류의 전반적인 가격이 올랐다. 지난 2일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가 3.0% 오르고,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보다 7.7%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상승했는데, 이 중 외식 물가가 2.9% 올랐다.  이렇게 외식 물가가 증가한 것에 대해 혹자는 농산물, 채소 등 식료품 물가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외식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외식문화를 들여다보면 단순 식자재 물가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음식 배달’ 문화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국내 음식 배달문화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때 배달업계에서 압도적 시장 우위를 장악하여 국내 배달앱 1위에 등극한 플랫폼이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다. 2024년 현재에도 배달의민족은 6월 기준 61.4%의 시장점유율로 압도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은 국내 외식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었나? 우선, 음식 배달 방법을 바꾸었다. 과거, 중국음식이나 치킨을 주문할 때 가게로 직접 전화해서 배달하던 방식은 이제 찾아보기 거의 어렵다. 대다수 매장이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주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배달앱은 소비자와 가게를 연결해 주고 업체로 하여금 중개수수료를 취하여 수익을 낸다.  입점업체와 플랫폼 기업에게 ‘수수료 문제’는 경영에 생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입점업체에게 수수료는 운영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필수 비용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적정 수수료’라는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에게 수수료는 운영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수료 산정 방식과 내용은 아주 복잡하다.  배달의민족의 배달 서비스는 ‘배민 배달’과 ‘가게 배달’,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용자가 ‘배민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의민족에 소속된 배달라이더를 직접 배차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가게배달’로 주문할 경우 배달의민족 소속 라이더가 아닌,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직접 배달을 하게 된다. 두 방식의 결정적 차이는 ‘수수료’다. ‘배민배달’은 입점업체에 이용자와 라이더를 모두 배치하기 때문에 입점업체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더 높아진다.  수수료 6.8%도 입점업체는 등골이 휘는데, 9.8%로 인상 강행한 배달의민족 지난 8월 8일까지 배달의민족 입점업체가 ‘배민배달’ 서비스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6.8%였다. 그러다 지난 8월 9일,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무려 44%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 일부 점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음식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배민을 보이콧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점주들이 매장 운영도 포기하고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까지 달려가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업체들은 월 정액 마케팅 수수료와 중개비용으로 건당 6.8%의 수수료를 지불하여 이미 매출액에서 수수료 부담이 큰 상황인데, 배달의민족은 이에 더 큰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는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정책이 자리한다. 지난 3월,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묶음배달 주문시 무료로 배달해주는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했다. 해당 정책으로 쿠팡이츠는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 이용자수(MAU) 753만 명 이상 확보하여, 높은 격차로 ‘요기요’를 제쳐 배달앱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처럼 보였지만, 배달앱 내 출혈경쟁을 유도했다.  갑질, 최혜대우요구 등 고객 유인 후 자사 수익을 위해 입점업체 쥐어짜기도 만연 배달의민족이 다른 배달앱과의 경쟁하며 동시에 자사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수료 부과율이 높은 ‘배민배달’을 강화·확대할 필요성이 있었다. 2021년 6월, 배달의민족은 ‘한 번에 한 집 배달’ 서비스인 ‘배민1(배민원)’ 서비스를 시작하며 배달의민족 홈 화면을 배민배달에 유리하도록 변경했다. 또한 입점업체들에게 중개이용료를 건당 1,000원만 받고, 배달비 할인 쿠폰 지원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입점업체들을 ‘배민배달’로 유치했다.  어느 정도 입점업체가 확보되자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 수수료를 전면 개편하여 입점업체들은 중개이용요로만 최소 주문금액 기준 6.8%를 지급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홈페이지 UI를 여러차례 개편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가게배달’ 이용률을 낮추고 ‘배민배달’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했다. 배달의민족은 이제 ‘배민배달’에 묶인 대다수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2024년 5월,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에 등록하도록 했다.  ‘배민클럽’에 입점한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배달 무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배민클럽에 가입된 가게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입점업체들은 배민클럽에 선정되기 위해 배달의민족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 요건은 배달의민족이 △주문취소율, 조리시간 준수율을 관리하고, △가게 운영시간에 개입하며 △추천, 인기 메뉴 이미지 등록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배달앱보다 최소주문금액 등 메뉴 가격을 불리하게 설정할 수 없도록 ‘최혜대우’를 요구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배달앱마다 다른 수수료 부과 비율, 매장(홀)이용과 배달 주문시 음식 단가가 달라지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이 가게 운영 시간부터 최저가 가격 등 경영에 개입하니 운영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는 비단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 플랫폼에서 공공연하게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다. 일일이 언급할 수도 없는 타사배제, 갑질, 부당 고객유인행위 등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여러 불법 행위가 만연하지만, 배달앱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외식업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내야 할 뿐이다. ‘상생협의’ 비웃는 독과점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의 민낯 보여줘 이렇듯 독과점 배달앱이 변화시킨 음식배달문화와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는 기형적이다. 통상 자유경쟁 시장에서 기업끼리 가격 경쟁을 치르면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가 이득을 본다. 그런데 왜 배달앱 시장에서는 기업의 출혈경쟁을 입점업체가 떠안고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까지 번지는 결과가 만들어지는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난 7월 17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 본사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포착하고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7월 23일에는 ‘배달플랫폼 - 입점업체 상행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하여 배달앱과 소상공인간의 상생협의를 모색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 기존의 중개수수료 6.8%를 9.8%인상을 강행했다.  기업간 출혈경쟁으로 ‘소상공인 쥐어짜기’는 결국 현 정부에서 고집하는 자율경제 정책의 민낯이다. 독과점 대기업에 구축해놓은 음식 배달 생태계 안에서 입점업체는 그 어떤 것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매장 경쟁력을 높여 외식업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이전에 고금리, 고물가에 이은 수수료 폭탄으로 ‘생존’부터가 난관이다. 배달앱을 비롯한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 이로 인한 물가 인상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과 입점업체, 소비자 등 관계 주체들 간 ‘상생협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지금에라도 독과점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와의 상생협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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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기이한 '소비자 후생'
*본 글은 언론사 <중기이코노미>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쿠팡의 기이한 '소비자 후생' ‘리뷰(이용후기)’는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2022년, 만 20세 이상의 남녀 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쇼핑 이용후기에 대한 소비자 이용행태와 실태파악 조사에 따르면, 97%의 소비자가 구매 전 이용후기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상품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와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상품에 대한 구매 전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용후기’가 알고 보니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쿠팡의 수상한 상품리뷰, 그러나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022년 3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하여 PB 상품에 대한 조직적 리뷰를 작성하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PB상품에 대한 부당지원한 점, 리뷰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찾아낸 ‘수상한 리뷰’는 특정 인물이 한 달간 10여 차례에 걸쳐 안전장갑 630매를 S,M,L 사이즈별로 구매하고 “사이즈가 꼭 맞아요”라거나, 티타늄식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구매하면서 “무뎌지면 재구매할게요!”라는 내용이었다. 비상식적인  구매 행태의 리뷰가 조작·관리된 것임을 인지하고 공정위에 신고한 결과, 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2,297명의 쿠팡 임직원으로 하여금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한 것임이 밝혀졌다. 쿠팡이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 임직원을 동원 하여 PB상품에 높은 평점의 리뷰를 작성하도록 관리하는 동안 다른 입점업체에게는 자신의 중개상품 리뷰 작성을 금지하고 있었다.  PB상품 리뷰 조작 자체도 심각한 불공정 행위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참여연대 신고 이후 공정위가 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쿠팡은 PB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쿠팡에서 판매되는 21만 개 입점업체의 4억 개 이상의 중개상품보다 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렸다. 검색순위 상위에 표시된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더 좋은 상품이라 인식되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았고,  PB상품의 매출은 크게 올랐다.  소비자·입점업체에게 피해 끼치는 ‘순위 조작’ 쿠팡은 세 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4,250개의 직매입과 PB상품, 즉 쿠팡 매출에 유리한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노출했다. 이와 같이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 첫째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낮은 가격의 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가기에 유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쿠팡의 PB상품이 상위에 고정되어 있으면 다른 입점업체에서는 상품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 쿠팡의 PB상품 가격이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 피해이며 또한 선택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공정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용자 불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즌에 맞지 않는 상품들이 인위적으로 상단 랭킹에 유지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등 실질적인 이용자 불만을 인지했음에도 알고리즘 순위조작을 지속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쿠팡에 입점한 21만 개의 입점업체가 피해를 입는다. 온라인상에 보이는 상품 페이지는 매우 한정적이다. 첫 번째 페이지에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면 소비자 구매 전환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노출순위는 온라인 판매 입점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데,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자사 상품을 지속적으로 상위 순서에 노출시키므로써 다른 입점업체 상품이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PB상품 때문에 적자를 본다? 오히려 흑자 안겨준 씨피엘비 쿠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PB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우수한 중소기업으로, 쿠팡에 우수한 PB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 간 1조 2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쿠팡 씨피엘비(주) 매출은 1.3조 억 원가량으로 2020년 설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년대비 196% 증가했다. 또한 2023년 매출액은 1.6조 원대, 영업이익은 1,143억 원으로 전년대비 58.14%가 증가했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다.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첫 흑자를 봤던 2022년 영업이익 997억 원 중 씨피엘비의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2.5%를 차지했다. 쿠팡의 PB상품 지원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라는 ‘앓는 소리’는 소비자 후생이 아니다. 이는 한 업종에서의 손실을 다른 업종의 초과이윤으로 보조해 주는 전형적인 ‘교차보조 전략’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서 자사의 우월적 지위, 경쟁력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비슷한 예로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올린 사례를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조삼모사’다.  공정위는 쿠팡의 PB상품 리뷰조작 사건에 대해 지난 6/13, 쿠팡과 씨피엘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천 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즉각 항소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PB상품을 규제한다’, ‘세계 최초로 업계관행을 규제한다’, ‘로켓배송을 중단할 것이다’ 등 입장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스스로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탁월한 물류 시스템 등 훌륭한 기술력을 지닌 국내 1위 유통업체다. 좋은 시스템으로 우월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순위 조작’같은 불공정 관행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고객 신뢰도와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쿠팡은 부디 자사의 과오를 반성하고, 업계 내 ‘공정 관행’의 지평을 새롭게 열길 바란다.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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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지갑을 얇디 얇게 만드는가
물가가 ‘겁나게’ 올랐다. 식자재, 과일, 외식비 등 전반적 물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라버렸다. 뉴스 기사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진 2.9%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 시민들이 물가 상승 둔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외식, 장보기가 겁나는데.  물가 상승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4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3.5% 상승했다. 농축산물 등 과일, 채소, 식자재 가격이 고공상승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도 오르는 것이다.  생활물가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쿠팡,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멤버십 요금을 다달이 지불하는 이용자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결제라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면, 지난 1년 전과 비교하여 구독 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10,450원에서 14,900원으로 약 40%, 쿠팡 와우 멤버십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가량 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쿠팡이 쏘아올린 플랫폼 기업의 생존전쟁해외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 건은 차치하고,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현황만 짚어보자. 지난 4월 13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서비스 가격을 60% 가까이 인상했다. 기존의 4,990원이던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쿠팡은 자신만만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에 이어 충성 소비자를 꽉 잡고 있으니 거침이 없었다. 총선 이전에 쿠팡이츠에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음식배달 플랫폼에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다 총선 직후인 18일만에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쿠팡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으로 맞은 손실을 멤버십 요금으로 메꾸고자 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 배달 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 출혈을 메꿀지 치열하게 고민 중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매우 높은 확률로 플랫폼에 입점한 배달 점주들에게 기업 손실이 전가되고, 이후에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사용료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주간조선, 2024.05.03) 현재 쿠팡이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업계 가격경쟁에 여러 앱마켓이 소비자 끌어들이기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대폭 행사 중이다.  플랫폼 전쟁의 끝은 시장 독점4월 총선 전,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가격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러나 요즈음의 앱 마켓 경쟁(같은 전쟁)은 다소 심각해 보인다. 그 후폭풍이 어떨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정책’이라며 기존의 서비스들을 묶음 판매할 것이고, 그로 인해 높은 수수료가 책정될 것이다. 기업이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는 돈을 내야 한다. 스포츠 생중계, 음식 배달 등 기존에 플랫폼의 영역 밖에 있던 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이 구축해 놓은 디지털 시장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앱 마켓이 깔아놓은 판은 빠져나오기 힘들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즉시 배송’과 같은 서비스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빠른 속도와 앱 구조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적응한 소비자들은 구독을 끊지 못하고 기꺼이 - 혹은 어쩔 수 없이 - 멤버십 요금에 지갑을 연다. 기업의 목표는 ‘성장’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시장 독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한정된 소비자를 최대한 자사로 끌어들이는 미션이 주어진다.  물가는 ‘원래’ 오르는 게 아니다다시 물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덮쳐오는 물가 상승의 파도 속에서, 무엇이 나의 지갑을 지속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얇게 만드는가. 식자재 물가 상승의 원인을 짚기는 어렵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분쟁, 환율 등 국제적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은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유통은 기업 확장과 성장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와 연관 없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하고, 쿠팡이 앱 마켓과 연관 없는 음식 배달, OTT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에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안정권에 진입하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통상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 중 많은 활동이 디지털 시장의 ‘상품’으로 변한다. 기업의 서비스가 편리함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나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서비스를 과연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불만 있으면 안쓰면 그만’의 태도는 과거의 일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일상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상인들의 생계를 쥐고 있다.  서비스 요금은 ‘그냥’ 오르지 않는다. 철저히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오른다. 성장은 무한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가격 경쟁, 그다음 행보는 과연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바꾸어놓을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가 되어있나.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잡아먹히지 않을, 서비스의 ‘도덕’이 절실하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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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민생토론회와 대파 한 단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유권자로서 요즘 고민이 많다. 정정, 고민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참담한 심정이다. 역대급 고물가 시대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유권자로서,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철 중 여러 측면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데, 그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의 유해한 선거 유세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식에는 유례없는 독특함이 있다. 특유의 불통과 몰아붙임이 선거철 공세와 맞물려 그 정체성이 또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그 대통령의 선거 유세 방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지역 곳곳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총 스물네 차례 진행했다. 취임 극초기인 2022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반년간 실시한 도어스태핑 이후 최다로 진행되는 연속적 언론 노출이다.  총선 시즌에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스물네 차례 진행하는 것이 상식적인가 하는 물음에 참고하고자 역대 대통령의 사례를 찾아봤다. 보도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각각 선거 두 달 전, 지방 방문 횟수는 각각 3회, 8회였다고 한다. (2024.03.07. 중앙일보.) 민생토론회 횟수가 잦다 보니 너무 많은 공약과 내용이 쏟아져서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방식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토론회의 의도와 내용이다. 우선 스물네 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명백한 선거 개입이다.  공직선거법 제9조 제1항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공직선거법 제85조 1항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서울 수도권뿐만 아니라  수원, 부산, 울산, 충남, 대구, 전남 등 전국 곳곳을 돌며 이른바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노라 유세활동을 벌인 것이다. 애초에 이런 활동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제지해야 하는 일이었으나, 선관위는 직무 유기로 일관하고 있다. (2024.03.27. 참여연대 성명서) 선거법 위반이라는 형식적 문제와 더불어 그 내용과 방식도 심히 문제적이다. 4/2 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GTX 조속 개통 및 의료개혁 등 240개 과제를 도출했다고 한다.( 2024.04.02.뉴시스) 윤 대통령은 “빠르게 행동하고, 벽을 허물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특유의 몰아붙이기 방식이다.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한 내용에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 늘봄학교 전국 초등학교 확대 등의 정책이 포함된다. 그린벨트를 해제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 거기에 신공항 신사업단지 건설계획을 얹는다. 각 영역의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요구하는 ‘기후공약’과는 거리가 먼 행태다. 또한 국가장학금, 주거장학금, 연구생활장학금 등 각종 장학금 지원 정책을 실시하겠노라 이야기하지만,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언급은 없다.  민생에 대해 대파 한 단 만큼의 감각도 없는 권력 현실 가능성을 떠나서 윤 대통령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번 총선이 윤석열 대통령 임기 2년 차에 맞이하는 총선이라는 점, 시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무능’과 ‘후퇴’라는 평가가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기감이 들고 정권 영향력에 대한 심각성을 느낀다 해도, 민생에 대한 상식적 감각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폭주하긴 어렵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무감각한 상태’에서 본인이 휘두를 수 있는 칼을 최선을 다해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인 상황을 보고 ‘합리적’이라고 하는 모습에서 민생 삶에 대한 무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는가.  윤 대통령의 선택적 추진력은 위협적이다. 대통령은 ‘민생’을 앞세워 폭주 중이고, 양당은 모두 이 사태를 막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22대 총선 이후에 현재 국면을 어떻게 바꿀지 시간을 앞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흘러가는 그 시간 동안 후퇴한 정책들과 피해 입은 민생은 어떻게 보상을 받을 수 있나.  무기력한 당신, 혼자가 아니다 이번 총선이 흔히 이야기하는 ‘정권 심판’이라면, 심판은 단연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심판’은 이후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가정이라는 점에서 현 총선의 ‘정권심판론’은 적절하지 않다. 위성정당이 판을 치며 의원 비례성은 아작나고, 진보 가치와 소수자의 목소리가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요원해졌다. 지역구에 투표할 만한 후보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이런 상황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세요’라는 메시지는 오류 같다. 그러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오류다. 이번 총선에 좌절감과 무기력을 느낀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어렵지만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이 순간을 역사의 한 점으로 만들자. 방법은 하나뿐이다. 할 수 있는 최선의 표를 던지자. 최선이라고 여길 수 있도록 성실하게 준비하자.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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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사회적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이들에게
돌무덤이 있는 풍경 나의 풍경에는 몇 개의 돌무덤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돌무덤,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돌무덤, 빵 공장 노동자의 돌무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돌무덤이다. 거대한 바위와 크고 작은 돌들로 지어진 무덤들은 문득 기억처럼 그곳에 있다. 익숙한 이 기억에 가끔 가까이 다가가  매만지고 바라보며 현재 내가 서있는 풍경을 돌아본다.  돌아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구태여 선언할 필요도 없이 세월호 참사는 이미 일상의 작은 조각이다. 나를 형성하는 요소이기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돌무덤이 지어지던 역사 속, 나는 단원고등학교 희생자들과 같은 고등학생이자 목격자였다. 세월호 참사 목도의 경험은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정치화하지 말라’는 정치인들의 말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내가 속한 세대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청년들이 놀다가, 일하다가 참사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이 이토록 도처에 있던가. 참사가 유난히 각인되는 이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아무리 예방을 강조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사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교통사고’에 비유를 들면서. 그러나 이 죽음에는 ‘안전’의 개념을 허술하게 다룬 구조적 배경이 깔려있고, 죽음의 대상이 스스로의 안전을 ‘구조’ 속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책임질 수 있었던 인물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 어떤 참사도 책임자들에게 처벌과 사죄를 받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구조 속 최고 책임주체인  정치세력은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10년째 말이다.  정치인들의 방어기제에 무색하게, 이번 세월호 참사 10주기의 6일 전인 4월 10일, 22대 국회 총선이 있다. KBS는 4월 18일에 방영 예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방영할 수 없다”라고 제작진에 통보했다.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국가는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하면 참사를 시민들의 의식 속에서 소거하고,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는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정치화하지 말라’는 단언이다. 참사 책임자에 대한 비판적 발언에 앞서 ‘내가 사회적 비극을 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인가’하는 검열하도록 만든다.  ‘정치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맥락에서 ‘정치화’는 ‘단순 사고’로 치부할 수 있는 사건을 특정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화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 이 ‘사고’가 사회적 참사인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풍경에는 돌무덤이 없다. 혹은 지워버리거나 보지 않으려 회피하는 것이다. 회피와 부인은 ‘권력’이다.  회피하는 권력은 응당 두려움에 떨기를 그러나 돌무덤들이 있는 풍경 속의 우리는 ‘살아내고’ 있다. 무덤, 희생자, 유가족과 동거하는 우리 모두의 삶은 ‘생존 해내기’다. 살아내는 것은 정치 그 자체다.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개인들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내는데, 어찌 이것을 정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참사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적 요구인 진상규명과 후속 조치로서의 책임자 처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 자체로 정치며, 즉 살아내는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3년 6개월가량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냈다. 조사기간이 충분치 않아서인지, 조사에 있어서 비협조와 방해 요인이 많아서인지 석연치 않은 결론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세월호는 이야기될 수 있어야 한다.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은 굳은 돌이 되어 무덤에 쌓인다. 10년이 부족하다면, 20년 30년이라도 얼마고 돌을 쌓으리라. 돌무덤 풍경 속 나는 정치적 행위의 주체로서 이야기할 것이다.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이여, 돌무덤을 쌓는 우리를 응당 두려워하라. 또한 나의 풍경을 공유하는 이들아, 우리 부디 함께 생존해 내자.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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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평화] '연결'은 평화의 단서가 될 수 있을까
가자지구의 저널리스트가 공습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한 모습 2023.10.11. BBC  미국 보수단체가 트럭 전광판에 팔레스타인 지지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띄우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모습 <2023.10.15 연합뉴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제노사이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명목으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전쟁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참담함과 무기력을 느낀다. 두 전쟁으로 수 만명의 민간인이 죽어가고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죽음이 조명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머나먼 땅, 현장을 직접 볼 순 없지만 온갖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생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지옥을 ‘목격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둘러싼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연결이자 단절이다.  폭력을 멈추라는 목소리와 그것을 막는 권력 거대한 생명 파괴와 학살의 현장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들은 분열된다. 가자지구의 시민들이 틱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가자지구 폭격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곳곳이 부서지고 불이 꺼진 건물 속, 바깥은 폭격으로 먼지가 자욱하고 건물 파편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있고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지상 최대 규모의 감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의 대학생들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하버드 학생연합단체에서 반이스라엘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미국의 보수단체에서 독싱트럭 전광판에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 구성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싣고 캠퍼스를 배회했다. 보수단체는 ‘X(옛 트위터)’에 온라인에 매시간 새로운 이름을 등록하고 있다며 연대 위원회를 탈퇴한 학생 이름은 삭제하겠다고 올렸다. 미국 자본 권력의 핵심 중 하나인 빌 애크먼은 이스라엘을 비판한 대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자본을 움켜진 거대 권력의 횡포와 보수단체의 폭력적 위협에 공포를 느낀 학생들은 성명을 철회했다고 한다.  폭력에 대한 저항이 자본과 위력에 좌절당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 모습으로부터 나는 연결과 단절의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 나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간인과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약자들에게 더 강하게 연결된다. 동시에 어떤 목소리도 듣지 않고 움켜진 무기를 힘껏 사용하는 권력을 바라보며 더욱 무력해진다. 연결, 그다음이 필요하다. 어떻게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까. 단절을 딛고 더 큰 목소리로 전쟁을 지켜보며 참담함, 무기력을 느끼는 이들과 전쟁을 정무적 관점으로 보는 이들의 단절이 비극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통은 고통끼리, 권력은 권력끼리 서로를 연결하고 강화한다. 약자는 서로의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이 판을 쥐고 있는 권력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나같이 고통과 연결된 힘없는 개인은 무력함에 힘이 부쳐 결국 무감각 해 질것이다.  고통으로부터의 무감각과 흐린 눈이 결국 권력이 생존하는 방식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연결됨, 그다음의 감각이 절실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인질을 일부 석방하고 4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마스 붕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가 앞으로 더 암담한 폭력의 세기가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국제사회의 지성은 시험에 들었다. ‘우리’의 연결은 무거운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폭력을 목격하고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노력이 부디 나아감의 과정이길 바란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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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는 권력
‘집’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내 집’과 ‘남의 집’. ‘집’을 꿈꾸는 사람 대부분은 나의 집을 그린다. ‘나의 집’은 유목으로부터, 금리 변동으로부터 자유롭다. ‘나의 집’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영원한 이상이다. 대부분의 삶은 남의 집에서 시작된다. 세입자로서 좋은 집 소유자, 도덕적인 공인중개사를 만나기를 간절히 빌며 일상의 근간을 행운에 맡긴다. 집은 곧 권력이다.  2023년 상반기, 희대의 전세사기 피해로 네 명의 희생자가 삶을 포기했다. 인천,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잃고 집을 빼앗기게 되는 상황 속에서 문제가 해결될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이들의 삶을 비극으로 몰아넣은 사기꾼 가해자는 ‘빌라왕‘과 ’빌라의 신‘이라는 이름으로 조명됐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소수의 사기 가해자들은 혼자서 수 십 채, 수 백 채에 달하는 집을 소유했다.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펼쳐진 대대적인 전세 사기극은 공인중개사, 금융 당국, 정부의 전세 대란 유발 정책 속에서 기가막히게 짜였다.  전세사기극의 피해, 이제 시작일 뿐 한 개인이 수도권 내 수천 채의 집을 소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리적 조건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그 ’발상‘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에 대한 물음이다. 어떤 목적과 목표를 두고 이런 플랜이 시작됐을까. 처음에는 아마 어마어마한 자본을 만들기 위해 사업을 구상했을 수도 있다. 초기 투자자본 없이 큰돈을 쥐기 위해 살펴봤을 때 부동산시장에서 가능성을 엿봤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주택 대출규제 완화와 문재인 정권의 임대차 3법 도입 등 주거정책이 시행될 때면 부동산 시장에는 큰 물결이 친다. 정책의 의도가 어쨌든, 한국 사회의 부동산 시장에 큰 파동을 일으키고, 그 피해와 타격은 세입자들에게 전가된다. 전세라는 기형적인 제도는 갭투자자들을 위한 영역으로서 투자 완화의 입김을 철저히 거부하고 오로지 시장 변화를 바라본다.  ’집‘이 아무리 투기의 영역이라고 해도, 마음먹은 몇몇의 개인이 무자본으로 수천 채의 집을 소유한 사례는 한국 사회의 집 투기 구조가 극도로 비정상임을 증명한다. 여기에는 시나리오를 짜고 플랜대로 움직인 사기꾼과 공인중개사들뿐만 아니라 이 구조에 편승하여 거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당국도 포함된다. 대출상품을 있는 대로 팔아치우고 전세금 회수를 못하면 경매로 팔아넘기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겨우 살아거나 몽땅 잃거나 집은 더이상 개인의 삶의 터전과 같은 안전한 권리가 아니다. 집은 소유자가 세입자에게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되었다. 국가 정책도, 자본 시장 논리도 거주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주변 함께 활동하는 청년들 중 서울에 자취하는 청년들은 기본 1~2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 다닌다. 관리비가 기준도 없이 너무 많이 올라서, 반지하 집이 장마로 침수되서, 한 칸짜리 방에서 삶이 유지가 안되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제는 이사다니는 풍경이 너무도 흔하고 자연스러워서 정착이나 뿌리내리기 같은 삶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권리의 가치는 지하로 떨어져 침수되는 와중에 집의 권력은 더욱 공고해져만 간다.   이번의 심각한 전세사기 사태는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성, 그 어긋난 균형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가혹하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집은 권력이 아닌 권리가 되어야 한다. 집 계약은 (어찌됐든) 새로운 시작이며 전환점이다. 그 속에서 집은 새로운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일상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부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와 함께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란다. 거대한 구조 속 안타깝게 목숨을 끊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주거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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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지구적 존재'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
챗GPT와 같은 대화형 인공지능 등장으로 세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본격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을 넘어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대화와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섭렵하고 있다. 스마트폰 이전의 시대를 상상하기 어렵듯이, 인공지능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각자가 인공지능 기술을 실감하는 방식은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기술적 변화보다는 대화의 주제가 다양해졌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을 실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도구로 남을지,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 우리의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지 등.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놀란다.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어떻게 가져다줄지 아직은 예측뿐이다. 그동안 쌓여있던 HER, 아이로봇, 매트릭스와 같은 SF 영화들을 기반으로 저마다 다양한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신기술과 가깝지 않은 나는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보다는 확증편향, 민주주의의 위협, 혐오와 차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사실 가짜뉴스, 혐오와 차별의 문제, 범죄 사기는 인공지능 기술 이전에도 존재했던 기본값의 문제들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은 가짜뉴스와 범죄 사기를 더욱 교묘하게 만들고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퍼트린다. 변화를 앞둔 사회는 어수선하고 초조하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고 방향성이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해외 동향 유럽, 미국 등의 기술 강대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받아들이는 갈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듯 보인다. 이용자 보호 우선에 중점을 둔 법규제 방식과 선제적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둔 기업 자율성 보장이다. 전자의 사례로는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이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에 인공지능 백서를 지침서로 만들었다. 유럽연합의 인공지능 대응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 구축과 확산에 있어 윤리성을 강조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 및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김지윤, 2020) 기술과 관련된 법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성격을 띤다. 기술 개발에 제어를 거는 동시에 이용자를 보호하는 효과를 보기 때문에 안정성을 위해서는 법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유럽연합과는 다르게 규제보다는 기술에 대한 투자로 혁신 촉구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3월 영국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백서를 제작했다. 인공지능 사용 촉진을 위해 안전/보안, 투명성 및 설명 가능성, 공정성, 책임 및 거버넌스, 경쟁 가능성 등 5가지 원칙을 발표하고 일자리 창출과 의료 기술 개발을 기대하며 1600억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  (에이아이타임즈 2023.03.29) 미국은 의외로 인공지능 기술 규제와 개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술 개발, 혁신을 외치는 모습이었다가 빅테크 기업 경영인들의 우려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아직 어느 입장을 뚜렷하게 고수하지 못하고 논의만 이어가고 있다. (에아이아타임스 2023.03.30) 전 세계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쓸어모으고 있는 빅테크 기업이 밀집한 미국 내부에서 이런 서한이 나온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한국 정부 물론 지난 2020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른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마련했다. 인공지능 윤리기준의 3대 기본원칙과 10대 핵심요건을 발표했다. 인간의 존엄성 원칙, 사회의 공공선 원칙, 기술의 합목적성 원칙이다. 10대 핵심요건은 인권보장, 프라이버시 보호, 다양성 존중, 침해금지, 공공성, 연대성, 데이터 관리, 책임성, 안전성, 투명성을 언급한다. (대한민국 전자정부 누리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12.23) 온갖 좋은 말을 기본으로 원칙을 세웠지만, ‘자유’에 영혼을 바친 현 정부가 과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도 지구의 땅을 밟고 서있다 과기부의 자료에 따르면 “‘인공지능 윤리기준’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하에 인공지능 윤리 쟁점을 논의하고, 지속적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주체별 체크리스트 개발 등 인공지능 윤리의 실천 방안을 마련한다”라고 나와있다.  윤리 쟁점에 대한 논의와 지속적 토론, 숙의는 매우 중요하다. 이해관계자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숙의의 핵심이 될 것이다. 윤리의 쟁점과 방향에서는 인간 가치와 존엄을 지키는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다. 윤리, 도덕, 공동체 가치 등 철학적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의 윤리를 논하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윤리 구성에는 가짜뉴스, 노동시장의 변화 같은 사회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생태적 관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인간이 지구적 존재임을 망각하고 지구 자원을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바람에 현재 우리는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태평양의 섬이 물에 잠기고, 이상기온으로 산불, 홍수 재난을 수시로 겪는 일상을 마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기술은 온라인상에 존재하는 무형의 존재가 아니다. 데이터 보관소와 컴퓨터 기계로 구성된, 물리적 실체를 갖고 있는 존재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는 전력, 에너지 자원이 어마어마하게, 정말 어마어마하게 소모된다. 2021년 발표된 연구논문에서는 챗GPT의 핵심 기술인 언어모델이 학습하는데 1천 287메가 와트시(MWh)가 소모된다고 한다. 이는 미국 120개 가구의 1년 전기 사용량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110개 가구의 1년 배출량에 해당하는 502톤의 탄소가 배출됐다고 한다. (매일경제 2023.03.10)  기술 개발과 에너지자원, 기후위기가 이루는 삼각 균형은 아슬아슬하고 치명적이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에너지 자원의 한정치를 넘어서면 균형은 무너진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공지능을 지구적 존재로 먼저 인식하고, 인류 보편의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논해야 한다. 챗GPT와의 대화가 그만한 전기 사용량 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기업이 인류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얻은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것인가, 혹은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위기 문제에 얼마큼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인공지능이 ‘기술’로만 분류될 때, 인간 사회의 윤리는 더욱 시험에 들 것이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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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담론 세미나(1) - 정책설계 관점으로 정의하는 청년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청년’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청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을 텐데요. 저는 많은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는 현장에 있다 보니 청년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가끔 저에게 ‘요즘 청년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저도 궁금 하더라구요. 먹고사는 게 분명 어렵긴 한데,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들여다볼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혼란을 헤쳐보자는 의지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청년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함께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청년을 찾았나 지난 2022년 대선 즈음부터인가요. 어느 순간부터 청년 정치, 청년 정책, 청년 고용, 청년 불안 등 대부분의 사회문제 앞에 ‘청년’이 붙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청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공정’ 이었는데요 (요즈음의 청년 키워드는 ‘불안과 고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사회가 드디어  이런 문제가 더 이상 청년 개인의 것이 아님을 깨달은 거 같습니다. ‘노력을 더 많이 하라’는 낡은 언어로는 청년세대를 어르고 달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걸까요. 청년세대의 불안과 불평등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청년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2022년 대선 선거 시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청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본격적으로 2022년 대선 공방에서 거대 정당들은 각자 청년정치인들을 영입하고, 정확히 정 반대의 전략으로 전쟁을 치뤘지요. 이 대결 구도에 많은 담론과 가치가 희생됐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희생은 ‘젠더와 불평등문제의 본질’ 입니다.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으로 ‘젠더 폭력’은 ‘젠더 갈등’이 되었고, 인권을 바라보는 관점과 불평등 문제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거대하고도 공허한 외침에 휩쓸렸습니다. 대선시기에  기성 정치인들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활약했던 청년 정치인들이 대선이후 정치권에서 배제되고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이자리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청년’ 정의하기 서두가 길었지만 요지는, 청년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전략 보고서들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2년 경제인문사회연구소에서 청년정책의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과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 ‘청년정책의 패러다임과 전략과제 연구. 2022) 청년의 정의, 청년정책 평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등을 제안하는 보고서인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나누고 싶어서 이번 글을 준비해 봤습니다. 우선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청년을 네 가지 유형으로 정의합니다. 사전적 정의, 사회과학적 정의, 법적 정의, 그리고 청년의 사회경제적 의미입니다.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청년의 국어사전 풀이입니다. 한자 그대로 ‘젊은 나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청년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1898년 도쿄 유학생 잡지입니다. 1989년 ‘청년애국회’ 사건 이후에 청년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했고 1903년 YMCA(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강준만, 2008년) 1920년부터 문화운동의 주역으로 청년을 부각시키는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청년은 ‘새로움’, ‘신문명 건설’의 이미지로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성세대와 그들의 가치관과의 단절이 청년 정의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청년은 연령적 정의가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정의해야 한다는 함의를 갖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적, 역사적 차원이 아닌 사회과학적 차원으로 청년을 정의하는 흐름은 서구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청년을 성인으로의 이행(transition to adulthood) 과정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즉 청년은 ‘이행의 과정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인 것이지요. 닭으로 비유하자면 병아리와 닭 그 사이. 푸르스름한 털갈이하는 어중간한 닭으로 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어딘가로 ‘이행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독립’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물리적 자립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 관점으로 청년을 생각한다면 청년의 연령이 유동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년의 독립/자립이 늦어지고 있는 시기니까요. 법적 정의로서의 청년은 심플합니다. 2020년에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입니다. 정책을 적용할 때 연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등 분명한 기준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가장 간편한 연령에 따른 법적 정의를 채택하지요. (국가법령정보센터 청년기본법) 그러나 이렇게 연령에 따른 일괄적인 청년 정의는 다양한 청년의 삶과 모습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청년 이행과정이 늘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독립 준비가 안됐는데 35세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정책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지요.  청년의 사회경제적 의미로서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 결이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 주체, 혁신의 주체, 부양의 주체, 정치적 효용의 주체, 인구학적 효용의 주체입니다. 사회·경제·정치 측면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서 소비·생산, 인구부양, 정치혁신 등 다양한 역할의  주체로서 청년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어쩐지 어깨가 무겁네요.)  보고서에서 정의하는 청년 외에도 마케팅적 관점으로의 청년이 있습니다. 바로 ‘MZ’인데요. 어쩌면 ‘청년’보다 더 익숙한 ‘MZ’라는 호칭은 청년층을 타게팅한, 콘텐츠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 호칭이 청년을 호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부정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면을 극대화하여 청년 전체에게 덧씌우는 방법으로 결국 ‘자기주장이 (말도 안되게) 강하고, 힘든 일은 맡지 않으려는’ 이미지로 굳힌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행하는 청년, 표류하는 청년정책 다양한 청년의 정의를 이해하고 나니 저 스스로를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청년입니다.) ‘나는 이행기를 거치고 있는 병아리와 닭 사이의 존재구나.’ 이러한 자기 정의로 스스로의 위치와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 새로운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애 주기의 궤적 속, 어딘가로 이행하고 있는 청년이여. 우리는 ‘어디로’ 이행하는 중인가요? 청년의 이행은 주로 부모로부터의 물리적,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노동하는 삶으로의 입문이 됩니다.  또 사회에서 중요하게 부여하는 가치 중 하나는 ‘결혼과 출산’이지요. 그렇기에 청년 정책에는 주거, 일자리, 그 다음으로 결혼장려 정책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청년정책중 ‘출산장려정책’ 만큼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이미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 시피, 청년 이후의 삶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전반적으로 청년의 이행기에 필요한 물적, 경제적 지원 정책을 강조합니다. 실효성있는 지원을 위해 이행기에 나타나는 청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파악하고 그변화하는 모습에 빠르게 정책 지원을 맞추는 것이 핵심임을 역설합니다.  이 외에도 청년의 다양한 삶의 반영하기 위해 각종 간담회, 연구, 토론회 등의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저는 해당 연구 보고서들을 부지런히 팔로우 할 예정이랍니다. 이놈의 청년 정책 담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같이 지켜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음 글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글의 주제는 ‘갓생이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 글은 청년활동가들과 진행하는 세미나에 활용하는 ‘발제문’에 내용을 추가한 글입니다.  *청년 담론 세미나를 진행하는 시기동안 릴레이 형식으로 원고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도 '시위하는 초등학생'이 나올 수 있을까? - 비대학 청년이 이야기하는 교육문제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에 관심이 많은 동료 H와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동료 H는 비대학 청년으로 극단 활동부터 개인 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사회이슈에도 관심 갖고 목소리 내는 친구인데요. 이야기 주제는 ‘비대학 청년에게 묻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입니다.  *캐주얼한 느낌을 위해 격식체가 아닌 대화체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시민36 : 대학 진학을 안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어? H : 우선 별로 관심이 없었어. 공부를 잘 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어느 수도권 대학에 붙긴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일이 꼬여서 결국 진학을 못했어.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게 온전한 자의적인 선택이라기보단 어쩌면 외부적 요인도 있긴 해. 그런데 어쨌든 대학 진학을 끝까지 하지 않은 건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가 따로 없었던 것도 있어.  시민36 : 보통 4년제 대학에 진학하면 최소 평균 5년은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어? H :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말에 꽂혀서 한 6년간 경험을 찾아 떠돌아다녔어. 3개월 단위로 어떤 알바나 일을 전전하는 시기도 있었고. 사실 여러 경험을 찾아 다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참고로 H는 사회운동부터 공간 운영 사업, 대안교육 연구, 연극단 활동, 연극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현재는 새로운 직장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민36 : 대학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  H : 다양한 경험을 다른 또래 친구들에 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우리는 독일 사회와 비교해서 원샷 사회라고 할 수 있어.(H는 독일의 교육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흔히 수능 성적으로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잖아. 학창 시절에는 수능 공부에 매진하느라 진로를 탐방할 기회가 거의 없고, 원하는 대학 커트라인 맞춰서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 나는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채로운 꿈을 꿔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거든.  시민 36 :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뭐야? H :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야. 일을 하는 경험 속에서 마음이 동하는 경험이 있었어. 어떤 울림 있는 진정성 있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동하는데, 내가 그런 감각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예를 들어 어른들이 자녀 세대에 미안해하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모순들을 많이 안고 있는 게 우리의 잘못이다,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벅찼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자고 꿈을 키우게 됐지. 지금도 궁극적으로는 교육학자, 사회운동하는 사람 등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시민36 :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려운데. 귀중한 경험을 했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이 찾으면 좋을 텐데.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H : 경쟁제도와 주입식 모델 때문이라고 생각해. 결국 수능 때문에 줄 세우기를 하고.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내가 설 수 있는 것들을 어릴때부터 경험하잖아. 영화 ‘다음 소희’ 봤어?  콜센터 고등학생 아이들이 실습을 나갔다가 성과 압박에 치여서 괴로워하는데, 문제를 외면하는 어른들 때문에 죽어가는 학생의 이야기거든. 이런 경쟁과 주입식 교육은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지. 교육문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뿌리라고 생각해.  영화 ‘다음소희’의 한 장면. 실적과 성과급 순위를 벽에 걸어놓고 공개하여 실적 압박을 준다. ( 중앙일보 ‘그 영화 이 장면’ 2023.02.01) 시민36 : 그럼 교육제도가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 H : 주입식 교육제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해. 주입식 교육이 창의로운 사고를 가로막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큰 문제는 순종적인 자아를 만들어낸다는 거야. 고정된 틀 안에 계속 밀어 넣잖아. 그렇다 보니 사회비판을 잘 하지 못하고 권력에 쉽게 순종하는 모습이 되는데 결국 이게 여러 사회문제를 방치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든 거 같아. 추가적으로 성교육에 대한 부분도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멸시하고 조롱하고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어.  시민36 :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H :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비판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입식 교육이 결국에는 어떤 걸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거잖아. a가 a라고 하면 a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주입식이지. 이건 독일식으로 비유하면 전체주의를 만들기 위한 기초가 되었던 나치즘의 전형이기도 해. 비판 교육은 a가 왜 a인지 생각하도록 훈련을 하는 거야. 독일에서는 ‘올바른 해석이 존재하는가’ 부터 사유하는 해석학의 대전제를 배워.  중등교육에서부터 올바른 해석이 가능한지 비판해볼 수 있는 자아가 생기는 거지. 주입식 교육을 비판교육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생각해.  시민36 : 중학생 때부터 ‘올바른 해석이란 존재하는가’ 사유한다라. 우리는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이라는 철학사만 배웠는데. 그것도 선택과목으로.   H : 그래서 독일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시위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는거야. 한국은 성인도 시위 같은 어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잘 안 하잖아. 촛불 민주주의와 같은 군중적 행위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하기 어려워하지. 독일은 초등학생들이 관저앞에서 ‘우리의 교육시간이 너무 길다 줄여달라’ 등의 피켓시위를 해. 그러면 메르켈 총리가 담화 때 그런 시위 주제를 언급하기도 하고 그래.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개인들인데. 주입식이라는 우산이 가로막고 있지 않나 싶어. 독일의 의무교육 시간이 늘어나자 교사들이 수학여행 등을 취소하기로 함. 이에 초등학생들이 교육시간이 늘어나는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EBS 2015.03.03) 교육제도 문제로 시작된 H와의 이야기는 그 후에 시험능력주의, ‘공정’ 담론까지 이어졌습니다. 종종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합니다. 물론 교육 제도 개선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순 없지요. 그러나 교육의 역할이자 핵심은 H의 말처럼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사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치명적인 경쟁주의 문화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교육제도의 문제와 개선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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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후우울 극복일지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기후위기와 개인의 실천을 주제로 글을 준비했습니다. 최근 몇 개월간 저에게는 가벼운 우울감이 있었습니다. 작년 서울 물난리부터 시작해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로 삶과 집을 잃은 소식들을 죽 접하면서  부터였어요. 재해로 인한 참사뿐만 아니라 물 부족, 가뭄 현상으로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튀르키예 - 시리아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지요. 이 비극적인 지진으로 4만 4천 3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난민촌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사회의 불평등을 부각하고 더욱 극대화합니다. 재난과 참사는 모두에게 같은 피해를 안겨주지 않습니다. 언제나 약자가 제일 먼저 가장 아래서부터 고통받지요. 저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런 고통스러운 뉴스를 계속해서 접할것입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삶이 너무 길고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얇고 가벼운 우울과 회의가 저를 둘러싸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본 분이 있을 거 같아요. 사회 불평등과 모순에 대해 부채감을 갖고, 현재의 시스템에 답답해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갖게 되는 것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아픈 감각 중 하나일 테지요. 저로 말하자면,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무기력하게 있지만은 않습니다. 지금부터 무기력에서 탈피하게된 ’꿀팁‘을 하나 공유해보겠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는 질문만큼이나 공허합니다. ‘나’라는 개인을 뛰어넘는 거대담론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일상은 ’나‘로서 이뤄집니다. 인권과 평화는 도달할 수 없는 무지개처럼 떠있지만, ’위‘라는 지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위기‘이기 때문에 얼마나 빠르게 다가오냐의 문제만 있을 뿐입니다. 이를 받아들이고 불평등과 위기의 시점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전 인류가 공동의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덜 소비하기, 덜 버리기, 덜 쓰기 등의 일이 떠오릅니다. 이런 거쯤이야,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어떻게 이런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어라고 비웃을 수 있습니다. 과연 정말 그럴지, 찬찬히 뜯어서 살펴볼까요? 2019년 12월 그린피스에서 조사한 결과, 한국인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생수 페트병 96개, 플라스틱컵 65개, 비닐봉지 460개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일년에 약 11.5kg의 플라스틱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2022년 8월 그린피스에서 3천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일주일간 1인당 약 41.4개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23.02.02.중부일보) 저는 ‘올 한 해 1회용 플라스틱 컵, 페트병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겠어’라는 목표를 세워봤어요. 이를 ’높은 강도의 실천‘이라고 해볼게요. 아주 단순한 계산으로, 위 그린피스 조사 결과로 비교하면 평균 연간 161개의 페트병과 플라스틱컵 폐기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닐봉투는 10번 중 1번만 사용하기’와 같은 낮은 강도의 실천 목표를 세우면 연평균 비닐봉지 사용량을 200개가량 줄일 수 있겠지요.  한 사람이 ’플라스틱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목표만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만만찮은 목표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단체로 카페를 간다거나, 누군가 사다준 커피 등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위기가 발생하지요. 따라서 이런 목표를 철저히 지키기 위해서는 정말 단호한 결심이 필요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텀블러를 갖고 다니겠다’는 마음가짐과 주변인에게 ‘저에게는 플라스틱컵을 절대 권하지 마세요’ 하고 소문을 내야 합니다.  애초에 가장 좋은 방법은 카페 매장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이 아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기업과 정부를 설득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어쨌든, 한 사람이 높은 강도의 실천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위해 큰 각오를 한다면, 이 세상이 정말 바뀌지 않을까요?  정부와 기업을 비판할수도 있지만, 나 자신의 목표를 세워보고 지향점을 갖는 것도 중요한 변화의 첫 걸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 기후위기로 우울감을 앓고 있다면 함께 높은 강도의 목표를 세우자는 제안을 드리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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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참사,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기후재난의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2022년 여름, 지구에 무슨 일이 작년 여름, 장마철에 발생한 한국 중부지역의 폭우 참사를 기억하시나요? 2022년 8월 초에 며칠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수도권을 비롯한 강원, 충청 등 중부지역 일부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8월에 발생한 수도권 홍수로 인해 14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 2000여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심각한 기후재난 사건이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집중호우는 인간의 손으로 막아내기 역부족이었습니다. 반지하 주민들의 집은 물에 잠기고 바깥으로 나오지 못해 사망하게 되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어요.  같은 해, 같은 달 중동 국가 파키스탄 또한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2022년 7월,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2023년 1월까지 1460만의 파키스탄 국민들이 식량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3.01.31 SISUNNEWS)  파키스탄 국토의 1/3이 어느 정도의 면적인지 감도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봤더니 파키스탄 국가 면적은 80만 3940제곱 킬로미터로, 한반도의 약 3.5배입니다. 쉽게 말해, 한국 전체가 홍수로 물에 잠긴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홍수로 1700명 이상의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00만 채가 넘는 가옥이, 시민들의 삶의 터가 붕괴했습니다.  피해-가해의 구도로 ‘기후재난’ 바라보기 파리협정 이후 2022년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2022 유엔 기후 변화 회의(이하 COP27)에서 파키스탄은 선진국에게 피해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누군가는 폭우 참사는 ‘인재(人災, man-made disaster)’가 아닌 ‘자연재해(natural disaster)’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합니다. 재난 참사가 자연재해의 영역으로 들어갈 경우,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모호해지죠. 그러나 이번 파키스탄에 내린 이례적인 홍수의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입니다.  지구고온화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이 세계 각국에서 이례적인 폭염, 폭설, 폭우 등 갖가지 재해를 발생시키고있습니다. 지구고온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자연의 영역이 결코 아닙니다. 인류가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만들어낸 현상이고, 이는 명백한 ’인재‘입니다.  그렇다면 파키스탄의 기후참사는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지구고온화 현상은 전 인류의 책임이니 파키스탄이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까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에 발을 들어야 합니다. ’탄소 배출‘의 역사와 기후정의적 관점에서 ’발생국 책임 원칙‘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도 이 복잡하고 어려운 영역에 빠삭하지 못하니 간략하게만 짚어보겠습니다. ^^ 기후변화의 제1원인은 온실가스입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고온화가 그동안 인류가 겪어보지 못했던 이상기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저 멀리 있는 역사 속에서부터 누적됩니다. 1800년대 기관차에서 발생된 탄소 분자까지 모두 지금의 공기 속에 남아있습니다.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에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은 미국에서 발생됩니다. 나라별 온실가스의 역사적 누적치를 보면 미국이 25퍼센트로 1위, 유럽이 2위, 중국이 3위입니다.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의 80%는 경제력 상승 20개 국가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0.4%에 불과합니다. 극심한 빈곤 격차로 파키스탄 인구 절반은 빈곤층이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지도 못합니다. (뉴시스 2022.11.07) 한 마디로 경제성장의 거의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한 계층이, 선진국이 뿜어낸 탄소배출로 인해 발생된 기후재난 참사의 피해자가 된 것입니다.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의 의미  폭우가 발생하기 7년 전, 2015년 파리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함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이 진행됐습니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씨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혹을 1.5도씨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한 국제적 협약입니다. 이는 국가들 간의 장기적 협상 결과를 국제법 형태로 공식화한 매우 역사적인 일입니다. 이 협정에서 기후재난의 타격을 받는 빈곤 취약국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도록 돕고, 그것을 위해 재정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협정에서 재정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고, 어떤 식으로 재정 마련을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진 못했습니다. 다시 COP27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COP27 회의에서 파키스탄은 ‘2015 파리협정‘을 근거로 홍수 피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선진국에서 보상하도록 요구했습니다. 2022년 COP27 회의 당시, ‘손실 및 피해’를 지원하는 기금 조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일관적으로 지구고온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에서 유보적이고 회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2023년 1월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파키스탄 기후탄력성에 관한 국제회의’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국, 미국, 유럽연합 등에서 피해 회복 기금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기후재난으로 인한 참사 기금은 다른 국제 기금처럼 갚아 나가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온전히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보상금’에 가깝습니다.  해당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를 ‘국가 단위의 책임 참사’로 해석하여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이뤄진 역사적 사건입니다. 물론 기금을 지원하는 선진국들은 ‘보상’이 아닌 ‘기후변화 대응‘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의 기후재난 참사를 이야기할 때 세계정부 역할의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건지 이야기하는 것만큼, 어떻게 각국의 노력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이상 기온을 완화시킬지 논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 또한 탄소 배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까요.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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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글을 준비해 봤습니다. 전장연의 요구는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2023년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이유이자 요구나느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입니다.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탈시설과 지역사회 공존의 권리, 노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2023.01.03. 경향신문) 1년 넘게 전장연이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가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기가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는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다른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장애를 가진 소수자를 위해 비장애인이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비장애인이 누리던 ‘일상’이 사실, ‘기울어진 권력’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수의 권리가 다수의 불편과 충돌한다는 것은, 그 불편의 크기만큼 소수자의 고통과 불평등이 기반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장연의 격렬한 출근길 시위 덕분에, 우리 사회는 장애인, 교통약자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문은, 과연 ’어떻게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각자는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때로는 권력관계에 기반하여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의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올바른 숙의이자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소수자 권리, ‘누가’ ‘어디까지’ ‘어떻게’? 최근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 공개토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공개토론’ 형식을 거부하며 면담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면담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습니다.(2023.01.12. 세계일보) 그리고 전장연이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1월 19일까지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지만, 서울시는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요. 또한 전장연 단체에는 지하철 시위로 인한 피해보상으로 5천 145만원을 소송 청구했습니다.  소수자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한 시위가 법의 판단 앞에 섰습니다. 이제 소수자 권리를 위한 목소리는 판사의 잣대로 평가받게 됩니다. 생애 주기 동안 자유로운 이동을 박탈당하는 이동약자들의 권리 요구가 법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보며 저는 ’위기‘를 느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또 어떤 약자가 권리를 위해 집회, 시위와 같은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까요. 혹자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방식’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소수자 권리 요구는 집회, 시위가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다정함을 보여줘” (feat.에브리씽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지금까지 전장연 집회시위자들이 출퇴근 지하철 시위를 하면서 그 현장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거기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시민의 눈빛을 그들은 견뎌야 했을 것입니다. 또한 집회시위 이후, 활동가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2022.02.18 아시아경제) 일 년이 넘도록 욕설, 폭력과 살해 협박에 노출된 환경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심정은 어떤 심정일지,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동약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사회를 원하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나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많은 약자들이 집회, 시위라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식이 일 년 넘게 진행되는 지하철 시위라면, 왜 그렇게까지밖에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우리 사회가 만든 것일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으로 출근길 지각부터 중요한 일정에 늦거나 급한 사정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심한 피해를 입은 개인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내가 이런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지 분노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분노의 방향이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문제해결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입는 피해를 막는 방법도 소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존을 모색을 통해 마련됩니다.  소수자와의 공존은 법치, 행정주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지 않습니다. 공존은 소통에서 비롯되며, 소통은 ‘헤아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소통한다고 한 장소에 모았는데, 알고 보니 특정 집단에게는 물리적 접근조차 어려운 장소,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높은 책상 등으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을 유의해야겠지요.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목소리를 낼 때, 이를 ‘헤아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서로가 너무 다른 존재니까요.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헤아림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불편과 혐오만 남게 될 것입니다.  제가 최근 가장 감명깊게 본 다니엘(콴, 쉐이너트)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영화를 인용하며 글을 맺어보겠습니다.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 웨이먼드 (키 호이 콴)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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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사출신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
대한민국 노조, 기업·공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윤대통령은 지난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는 지난 12월에 일어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하게 박차를 가한 이후로 계속되는 노조에 대한 탄압인데요. ‘노조 부패’를 언급하고 이후에 노조 회계를 투명화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몇 가지 체크를 하고 싶네요. 여러분은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 3대 부패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업과 공직부패만큼이나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권력과 자본, 그리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대한민국 노조가 일반 기업만큼 부패할 수있을만큼 영향력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업과 노조 간 횡령과 같은 부패의 스케일(?) 차이를 비교해 보기 위해 지난 12월 29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한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가량의 노조 관련 횡령 범죄 사례를 지난 2년간 2건, 서울시에서 노조에 지원한 지원금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모두 4건의 부정 사용이 파악됐다고 합니다.  반면 ‘기업 부패’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횡령액만 707억 원에 달하고, 올해 초의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의 경우 횡령, 배임액이 무려 2215억 원이라고 합니다. ‘공직 부패’ 역시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트항공에서 횡령, 배임한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이 500억 원에 육박하고, 최근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 횡령액은 252억 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노조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지원금액 전체가 10년간 346억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횡령으로 끼친 한 건의 손해액이 10년간 정부가 노조에 지원한 국고지원금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입니다. (출처 : 2022.12.29. 프레시안)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노조 부패‘ 프레임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화물연대 파업 이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 조치입니다. 노동조합이 실제로 부패했는지, 어떤 비리와 부패 문제가 있는지 팩트와 자료를 위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입니다. 앞서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의 3대 부패라는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프레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노조 측은 이제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민 여론으로 하여금 ‘뭔가 켕기는 것이 있나’ 하는 의혹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면 난데없이 회계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고 무수한 재정, 시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결국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입니다. 돈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작은 건수 하나라도 크게 부풀려져 노동운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근본적으로 노조의 조합비 출처는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 간 회계 재정 운용이 공유되고 나의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출처를 확인하고 조직 내 자체적 회계감사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노조 내 회계비리는 당연하게도 형사처벌의 영역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요. 노조 자체적으로 회계 운영과  감사는 노조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부패했다’는 근거로 회계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직접 들여다보고 공인회계의 잣대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에게 이러한 노조 운영의 회계시스템이 ’정말로‘ 문제적인지, 혹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과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여성권리, 노동권, 그 다음 차례는 누구? 사실 이러한 노조 때리기는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임기 초기에는 ‘여성 인권 운동 때리기’에 혈안이었지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활용한 젠더갈라치기 전략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여성단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회계감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요구하는 윤석열 대통령실 당사의 상황은 어떨까요? 공직자야  말로 권력과 연봉의 출처는 국민의 세금이지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과 운영비라면,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철저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실 재정, 장관과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영역에도 똑같은 투명화화 공개 의지는 없는 것인지요. 윤석열정부의 이번 노조 때리기 행보를 보면서 의문이 듭니다. 이 정부는 다른 집단을 짓밟지 않고, 스스로 유능함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여성 인권 탄압, 언론 탄압, 노동운동 탄압을 거치지 않고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한 정권을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일 년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약 4년을 더 현 정부와 지내야 하는데요, 그다음 ‘때리기’ 타겟은 누가 될까요. 부디 이번 정권을 무사히 견딜 수 있길 바랍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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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속 인간 노동, '미세 노동'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노동, ‘미세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제 기준으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영어, 전문용어가 다소 등장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습니다!) 현대 노동 방식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디자인 노동, 연구 노동, 돌봄 노동 등. 과거에는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들이 우리의 일상의 기반이 됩니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가장 큰 영향력은 ‘기계화’와 ‘자동화’입니다. 실제로 카페와 음식점에서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 받고 무인로봇이 서빙을 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마주합니다. 또한 AI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은 성장을 멈출 줄 모릅니다.  기계화와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 일상에 많은 편의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편의는 누군가의 노동에 기반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편의 또한 마찬가지지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을 흔히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릅니다. 플랫폼 노동에는 두 가지 노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크라우드 워크와 플랫폼 서비스 노동입니다. 플랫폼 서비스 노동 중 대표적인 노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대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지요. 배달의민족은 가게와 라이더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크라우드워크는 조금 생소합니다. 말 그대로 ‘많은 인원이 매달려서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 라인별로 노동자들이 달려들어 누군가는 눈을 꿰매고 누군가는 솜을 끼우는 일을 하지요. 이제는 온라인 기반에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수행해야 하는 노동을 쪼개고 쪼개 ‘미세 노동’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미세 노동은 대표적으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미케니컬 터크 (Mechanical Turk - MKturk)’ 서비스가 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란, 1769년에 만든 체스 대전 로봇의 이름입니다. 1700년대에 체스 로봇이 인간을 상대하면서 무패의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미케니컬 터크 로봇 속에는 ‘체스 명인’이 숨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와 대적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계 속에 숨어있는 사람과 체스 게임을 둔 것이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 기계 모습 아마존은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아웃소싱 플랫폼을 창안합니다. 자동화와 AI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아마존의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서 기업이 업무를 고시하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가 참여합니다. 아무런 국적도 배경도 없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주로 대량의 데이터를 정교한 노동으로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IT업체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테스크를 아웃소싱합니다. 인공지능이 고양이를 알아보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수백만 장의 고양이 사진을 컴퓨터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때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며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있고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없는지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 미케니컬 터크에서 아웃소싱하는 테스크입니다.   아래 사진은 인간 언어를 이해,학습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만드는 연구소의 소개 페이지와 해당 기업에서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에 고시한 업무 내용입니다. 컴퓨터가 인간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무수한 인간언어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일입니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는 건별 25센트, 한화로 약 250원 정도입니다. 약 400개의 문장을 완성하면 한국 돈으로 1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왼쪽은 자동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홈페이지, 오른쪽은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에 고시된 업무 내용)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와 계약 관계로 맺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연금과 같은 지출비용을 처리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임금 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미세 노동에서 주어지는 업무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2,000원도 안 될 정도로 저조합니다. 노동의 질은 낮아지지만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맺어진 노동관계는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저임금, 낮은 질의 노동을 수행하지만 시간당 2,000원의 임금을 얻기도 힘듭니다. 분명히 노동을 수행하지만, 이들은 노동자 지위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 고시된 업무 목록들) 미세 노동과 같은 노동의 세분화는 노동의 질 하락을 야기합니다. 단순노동을 반복하고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이러한 노동을 생계로 삼는 이들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시장의 규모 또한 확대되는데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을 복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동화 시스템과 기술을 발전은 사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착취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한 번 실현된 기술은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자동화된 시스템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권을 보장해줄 제도도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일입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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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트라우마를 대하는 공동체의 역할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집단 참사를 대하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10월 29일 지난 토요일, 끔찍한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핼로윈을 맞아 이태원에 방문한 무수한 젊은 생명이 압사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사고라고 부르지만, 이는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고 정부의 무책임한 안전대책 부재로 벌어진 참사입니다.  10월 29일 토요일 새벽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SNS와 뉴스에는 참사의 현장 사진과 영상이 여과없이 쏟아졌습니다. 언론에서는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보도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참혹한 현장의 모습이 가려지진 않았습니다. 주말이 지나고 주중이 시작되면서 언론 일각, 심리학계에서는 사회적 참사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시민들은 사건 현장의 영상과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됐고, 이는 간접경험으로 누적됩니다. 끔찍한 참사가 다른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충격이 더욱 큽니다. 글을 쓰는 지금 약 일주일이 지난 시점인데, 저에게도 참으로 길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사회적 참사와 같은 큰 사건이 생기면 시간이 잠시 멈춘듯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흘러갑니다. 참사 이후, 살아남은 우리 사회는 주어진 시간 속에서 먹고 자고 일하기를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참사 이후 월요일’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에 마음이 어지러운데, 그 와중에 업무상 메일을 보내야 했습니다. 머리는 참혹한 현장 이미지를 자꾸 떠올리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생각하는 와중에 예정된 일들을 처리하느라 다른 사람들에게 용건을 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말을 건네면서도 ‘혹시 연락이 안 되면 어떡하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맞나’하고 머뭇거려졌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상의 업무를 수행하며 여느때와 같은 월요일을 보내려고 하는 제 모습과 비극적 참사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정이 끊임없이 충돌했습니다. 그러고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속한 공동체의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의자에 앉아서 개인의 감정들을 버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서로에게 선뜻 안부를 건네지 못하고,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그저 각자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이번 일로 우리 공동체가 슬픔,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슬픔을 버텨내는 방식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속에서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제가 속한 회사에서는 약 한 시간 정도 팀원들이 다 같이 모여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처 자신도 몰랐던 감정을 발견한 사람도 있었고, 억눌렀던 감정을 쏟아낸 사람도 있었어요. 우리는 바로 옆에 앉아서 늘 얼굴 보며 업무 이야기를 나눴지만, 서로의 감정은 숨기고 있었습니다. 이런 마음 나누기 시간을 한차례 가지니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사, 학교와 같은 조직은 목적이 뚜렷한 사회적 조직입니다.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개인들은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회사나 업무 조직에 있으면 사적인 이야기는 배제되고 늘 공적인, 목표 지향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의 구성원들은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애도는 퇴근 후에’, ‘개인적 감정은 일단 미뤄두고 지금은 업무를’ 해야 하는 조직문화, 과연 우리에게 올바른 환경일까요? 공적 공동체 속에서도, 서로에게 한 마디씩 건네며 마음의 안부와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조직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가족, 회사, 학교 등 다양한 공동체에 속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번 참사 이후에 공동체에서 마음 나누기, 혹은 집단으로 슬픔을 다룬 경험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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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금융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최근에 금리가 무척 올랐지요. 금리가 치솟은 가운데 서울 집값이 폭락해서 전세가 아닌 월세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하긴, 오른 건 금리뿐만 아니라 식자재를 비롯한 모든 물가도 마찬가지지요. 이렇게 저의 월급 빼고 모든 물가가 오른 상황을 보면서 ‘금융공공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뜬금없나요. 하지만 고금리, 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 속에서 금융공공성은 아주 중요한 요소랍니다. ‘금융공공성’이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저는 처음 들었을 때 알듯 하면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애매한 느낌이었는데요. 금융과 공공성을 떼어놓고 보면 이해가 갈 수 있습니다. 금융은 말 그대로 돈, ‘자본’을 융통하고 흐름을 만드는 일을 일컫습니다.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은행과 증권뿐만 아니라 보험, 신탁과 같은 신용관리기금 등 돈의 흐름을 포괄하는 큰 범위입니다.  신한, KB국민, 하나은행 등, 우리가 알고 있는 금융기업은 보통 민간기업입니다. 조금 이상하지 않나요? 금융이란, 모든 시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인인데 기업은 철저히 이익에 의해 굴러갑니다. 득과 실을 계산하고,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삶과 금융이 기업의 ‘득’에 기여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금융공공성이 사라진다면, 사실 모두가 아는 결과  아담 맥케이 감독의 ‘빅쇼트’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2006년의 미국의 거대한 금융위기를 야기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부동산 거품과 더불어 은행의 무책임한 채권발행에 무수한 미국 시민들이 막대한 손해를 본, ‘모기지 사건’이 등장하는데요. 미국의 주택시장을 지탱하는 채권은 사실상 부실 채권이었고, 이로 인해 부동산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으나, 월가와 같은 금융권, 은행 당국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일반인에게 채권을 팔아넘깁니다. 이러한 부동산거품을 눈치챈 사람은 단 네 명의 인물이 주택시장의 주식이 하락할 것에 베팅하여 거액을 투자하고, 결국 승리합니다. 경제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감독의 친절한 설명으로 비교적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답니다. 명언도 많이 나오는 영화이니, 언제 한 번 관람해 보길 추천드려요 한국에서도 최근에 금융기업의 이익을 위해 허술한 관리, 이해당사자들과의 유착관계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었지요. 바로 론스타 사건입니다. 론스타 사건은 아주 복잡한 사안인데요, 간단히 요약해서 이야기해자면, 미국 투자기업과 한국 금융감독당국이 유착하여 막대한 국부가 유출된 사건입니다.  2003년 한국이 외환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당시 미국 기업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4.6조 원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인수 당시부터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 즉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대주주로서 적격성을 의심 받았고, 결국 론스타가 금융감독원을 속이고 그들과 유착하여 외환은행을 불법으로 지배해왔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론스타는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감시, 감독을 이유로 주식 매각결정을 유보하여 더 큰 이익을 보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면서 6조 원가량을 배상하라고 ISDS(Inverster-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자 - 국가분쟁)를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8월 31일, 한국정부가 패소하여 약 3000억원을 배상하게 됐습니다. 패소하게 된 주된 요인은, 론스타와 유착한 정부 관계자, 금융감독원들이 국민보다는 자신들과 론스타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BBC NEWS코리아, 2022.09.01) 20년 전 론스타 사태에 책임있는 인물들 중, 현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진표의원, 김광림의원 등 익숙한 이름들도 있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요.  기업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논리’ 이처럼 금융기관의 이해당사자 유착관계, 부패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칩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돈’이 오가는 문제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업의 논리가 아닌 공공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하게 오프라인 은행점 폐쇄 문제만을 두고 생각해 볼까요? 영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점포를 무작위로 폐쇄하면, 긴급대출, 예금상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자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층, 장애인 등의 금융접근성이 낮아지게 됩니다.  금융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금융감독원은 더욱 철저하게 금융당국을 감시하며 불공정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2021년,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의 핵심 인사인 함영주 부회장이 셀프연임하는 사건이 있었지요. (매일노동뉴스, 2021.03.18) 이러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 지주 등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제안해 주세요!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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