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한국도 '시위하는 초등학생'이 나올 수 있을까? - 비대학 청년이 이야기하는 교육문제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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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에 관심이 많은 동료 H와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준비했습니다. 동료 H는 비대학 청년으로 극단 활동부터 개인 사업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사회이슈에도 관심 갖고 목소리 내는 친구인데요. 이야기 주제는 ‘비대학 청년에게 묻는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입니다. 

*캐주얼한 느낌을 위해 격식체가 아닌 대화체 그대로 옮겨보았습니다.

시민36 : 대학 진학을 안 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어?

H : 우선 별로 관심이 없었어. 공부를 잘 하는 학생도 아니었고. 어느 수도권 대학에 붙긴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일이 꼬여서 결국 진학을 못했어. 대학을 진학하지 않은 게 온전한 자의적인 선택이라기보단 어쩌면 외부적 요인도 있긴 해. 그런데 어쨌든 대학 진학을 끝까지 하지 않은 건 대학에서 하고 싶은 공부가 따로 없었던 것도 있어. 

시민36 : 보통 4년제 대학에 진학하면 최소 평균 5년은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데,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어?

H :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말에 꽂혀서 한 6년간 경험을 찾아 떠돌아다녔어. 3개월 단위로 어떤 알바나 일을 전전하는 시기도 있었고. 사실 여러 경험을 찾아 다니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 

(참고로 H는 사회운동부터 공간 운영 사업, 대안교육 연구, 연극단 활동, 연극배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현재는 새로운 직장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민36 : 대학에 가지 않은 것에 대해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해? 

H : 다양한 경험을 다른 또래 친구들에 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해. 왜냐면 우리는 독일 사회와 비교해서 원샷 사회라고 할 수 있어.(H는 독일의 교육제도에 관심이 많습니다.) 흔히 수능 성적으로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잖아. 학창 시절에는 수능 공부에 매진하느라 진로를 탐방할 기회가 거의 없고, 원하는 대학 커트라인 맞춰서 진로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 나는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채로운 꿈을 꿔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거든. 

시민 36 :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뭐야?

H :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야. 일을 하는 경험 속에서 마음이 동하는 경험이 있었어. 어떤 울림 있는 진정성 있는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동하는데, 내가 그런 감각을 소중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예를 들어 어른들이 자녀 세대에 미안해하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모순들을 많이 안고 있는 게 우리의 잘못이다,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벅찼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런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자고 꿈을 키우게 됐지. 지금도 궁극적으로는 교육학자, 사회운동하는 사람 등 사회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시민36 :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어려운데. 귀중한 경험을 했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일찍이 찾으면 좋을 텐데.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H : 경쟁제도와 주입식 모델 때문이라고 생각해. 결국 수능 때문에 줄 세우기를 하고. 누군가를 짓밟아야만 내가 설 수 있는 것들을 어릴때부터 경험하잖아.

영화 ‘다음 소희’ 봤어?  콜센터 고등학생 아이들이 실습을 나갔다가 성과 압박에 치여서 괴로워하는데, 문제를 외면하는 어른들 때문에 죽어가는 학생의 이야기거든. 이런 경쟁과 주입식 교육은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지. 교육문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뿌리라고 생각해. 


영화 다음소희의 한 장면

영화 ‘다음소희’의 한 장면. 실적과 성과급 순위를 벽에 걸어놓고 공개하여 실적 압박을 준다. ( 중앙일보 ‘그 영화 이 장면’ 2023.02.01)

시민36 : 그럼 교육제도가 어떻게 개선되면 좋을까?

H : 주입식 교육제도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해. 주입식 교육이 창의로운 사고를 가로막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큰 문제는 순종적인 자아를 만들어낸다는 거야. 고정된 틀 안에 계속 밀어 넣잖아. 그렇다 보니 사회비판을 잘 하지 못하고 권력에 쉽게 순종하는 모습이 되는데 결국 이게 여러 사회문제를 방치하는 현재의 모습을 만든 거 같아.

추가적으로 성교육에 대한 부분도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멸시하고 조롱하고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어. 

시민36 : 그렇다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H :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비판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입식 교육이 결국에는 어떤 걸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거잖아. a가 a라고 하면 a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주입식이지. 이건 독일식으로 비유하면 전체주의를 만들기 위한 기초가 되었던 나치즘의 전형이기도 해. 비판 교육은 a가 왜 a인지 생각하도록 훈련을 하는 거야. 독일에서는 ‘올바른 해석이 존재하는가’ 부터 사유하는 해석학의 대전제를 배워.  중등교육에서부터 올바른 해석이 가능한지 비판해볼 수 있는 자아가 생기는 거지. 주입식 교육을 비판교육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생각해. 

시민36 : 중학생 때부터 ‘올바른 해석이란 존재하는가’ 사유한다라. 우리는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이라는 철학사만 배웠는데. 그것도 선택과목으로.  

H : 그래서 독일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시위하는 초등학생들이 있다는거야. 한국은 성인도 시위 같은 어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일을 잘 안 하잖아. 촛불 민주주의와 같은 군중적 행위는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하기 어려워하지. 독일은 초등학생들이 관저앞에서 ‘우리의 교육시간이 너무 길다 줄여달라’ 등의 피켓시위를 해. 그러면 메르켈 총리가 담화 때 그런 시위 주제를 언급하기도 하고 그래.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개인들인데. 주입식이라는 우산이 가로막고 있지 않나 싶어.


시위하는 독일 초등학생

독일의 의무교육 시간이 늘어나자 교사들이 수학여행 등을 취소하기로 함. 이에 초등학생들이 교육시간이 늘어나는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EBS 2015.03.03)

교육제도 문제로 시작된 H와의 이야기는 그 후에 시험능력주의, ‘공정’ 담론까지 이어졌습니다. 종종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합니다. 물론 교육 제도 개선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순 없지요. 그러나 교육의 역할이자 핵심은 H의 말처럼 ‘어떤 문제에 대해 옳고 그름을 사유하고 함께 이야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교육제도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발생되는 치명적인 경쟁주의 문화는 많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의 교육제도의 문제와 개선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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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유교문화의 잔재로 말대답하면 가정교육 받지 못한 집안이라는 소리를 들었지요. 내의견을 이야기하는것이 예의없는 집안이라는 이야기를 피할 수 없는 문화에서 자신의의견으로 저리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아동을 키워내기는 어렵겠지요. 

제법님

맞습니다. 사실 인터뷰 하면서 주입식교육의 문제가 결국 경쟁주의에 비롯된 것이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내용에서 다루지 못했네요. 극단적 경쟁주의 입시형태속에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이야기나 비판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부분에 공감합니다. 경쟁에 익숙해지고 대부분의 기회를 시험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더욱 무기력해지는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런 반복된 압박과 틀이 결국 총체적으로 문제를 낳게 되는 거 같아요.

흥미로운 대화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학생 때부터 한국 교육제도의 폐해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가져왔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이런 류의 논의가 이루어질 때마다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쟁주의 입시 속에서 학생들이 비판의 기회조차 잃는다는 것이 진짜 문제인데, 이것이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비판적 사유를 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을 하면 비판적 사유 능력을 잃을 만큼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입시에 실패하면 삶이 망가질 것이라는 협박만 없다면 학생들은 당장 주입식 교육을 그만두라는 시위를 할 것입니다. 이미 한국에 시위하는 초등학생은 많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초등학생도 시위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고,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학교와 직장을 다니면서 ‘왜’라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습니다. 집단이 걸어온 길을 나란히 걷는게 편하다 생각했기에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 커리큘럼대로, 회사매뉴얼대로 행동하다보니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기계 속 톱니바퀴가 된 거 같았습니다. 미래 한국교육은 학생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이뤄지는 교육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독일의 교육제도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데요, 독일의 경우 기후위기 시위를 하는 주체가 10대 학생들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독일에서는 교실에서 정치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말씀하신 것처럼 교사가 수업을 하긴 하지만 "자신의 말도 틀릴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는 것도 함께 교육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나라 10대들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텐데, 입시경쟁에 매몰되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인터뷰 형식으로 교육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니 흥미롭네요. 이런 인터뷰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리 시민들은 교육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들은 어떻게 모일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게 됩니다.

내용이 흥미진진하네요!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에 가장 많이 공감되었습니다. 저는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로서... 아직도 비판적인 사고를 잘 못합니다. 우리 사회를 볼 때 비판적으로 봐야할 것들 투성이인데 말이죠. 이런 사람들이 한가득 있다면, 현재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견제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도 언젠가는 주입식 교육이 사라지고 입시도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질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교육 이야기를 할 때면 자주 나오는 말이 '주입식 교육의 폐해'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입식 교육이 계속 활용되는 것에는 단점을 넘어설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비판하고, 사유하는 형태의 수업을 모든 학교가 하고 있지도 않구요.

세월호 참사와 주입식 교육을 연결짓는 경우가 많지만 그 상황은 '교사와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있었던 것이지, '주입식 교육을 받아 혼자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구요.

인터뷰 내용 흥미롭네요. 앞으로도 이런 내용들 더 보고 싶어요!

대화 내용이 흥미로워서 시험능력주의와 공정담론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궁금해지네요. 한국 사회의 교육 제도는 '왜?'라는 질문을 던질 여유를 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방식이 옳은지, 옳다면 왜 옳은지, 틀리다면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선 스스로 생각해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요. 한국 학생들은 넘쳐나는 시험과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여러 학원을 다니는 게 아니라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시위하는 초등학생이 나오지 않을까요?

주입식 교육이 창의적 사고뿐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못하게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이러한 주입식 교육으로 빚어진 가장 큰 사건이 바로 세월호 참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틀 있으면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이하는데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 들여 그대로 수장 당한 우리의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 아닌가 합니다. 

단원고의 아이들이 하늘의 별이 된지 9년이나 지났음에도 우리나라 교육은 아직도 여전히 대입위주의 경쟁교육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들은 하늘의 별이 된 세월호 아이들을 잊지 않으면서 다시 그러한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교육을 바꾸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