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의 이중가격제 문제가 불거지자 쿠팡이츠가 배민을 저격하며 선긋기를 시전하는데.. 과연 진정한 속내는 무엇인가. - 이전 편 보기-
쿠팡이츠가 저격한 것은 ‘배민배달’의 갑질
쿠팡이츠는 이중가격제 문제에 선을 그으며 배민이 저질렀던 불공정행위, 입점업체 피해를 은근하게 끌어올렸다. 이는 배민의 ‘배민배달’ 확대에 따른 수익 극대화 전략에 대한 저격이다.
배민의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영역의 시장이다. 한 기업에서 두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배민 입장에서는 ‘배민배달’ 사용자가 많아야 매출이 오른다. 그래서 배민은 ‘배민배달’을 확장하기 위해 입점업체에게 온갖 갑질 등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
배달의민족 어플 화면을 보면 ‘배민배달(배민1)’의 음식 카테고리를 보여주면서 이용자가 ‘배민배달’을 누르게끔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몇 차례 개편된 UI다.
가게배달은 축소, 배민배달은 확대된 UI. 이용자는 자연스럽게 배민배달을 이용한다 <출처=글쓴이의 핸드폰화면>
배민배달을 본격 활성화하기 전에 배민은 초기에 입점업체에 배민배달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어느정도 배민배달에 입점업체를 확보하자 배민은 중개수수료를 6.8%로 올리고, 이후 현재의 9.8%로 또 올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배민배달 입점에 동의하지 않은 가게도 대필서명을 하여 강제로 배민배달에 유치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후에 배민이 할 수 있는 해명은 ‘우리는 두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쿠팡이츠가 혼동해서 여론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는 ‘배민배달의 수수료인상’과 ‘입점업체 갑질 문제’를 해명하진 않는다.
그리고 이제 배달의민족은 ‘최혜대우 요구’로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었다.
‘최혜대우’가 도대체 뭐길래
9월 29일, 공정위에서 배달의민족이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시민사회단체가 배달의민족의 ‘자사우대’ 및 ‘최혜대우요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토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2024.07.23)
최혜대우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에게 자사에서 거래하는 상품, 서비스 가격등 거래조건을 다른 플랫폼이나 다른 유통경로 대비 동등하거나 더 유리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회사와의 거래 조건을 무조건 최고로 유리하게 하도록 입점업체에 요구하는 것이다. ‘최혜대우요구’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법적 행위로 규제하는 기업행위 중 하나다. 시장지배력을 가진 거대 독점적 기업이 입점업체에 최혜대우를 요구하면 시정 독점력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마다 수수료율이 다르기 때문에 입점업체는 음식가격을 앱마다 다르게 설정한다. 그러나 최혜대우를 요구하면서 다른 앱보다 불리하지 않게 설정할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가장 높은 수수료율 기준으로 음식가격이 적용되면서 외식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배민을 저격한 쿠팡이츠도 사실 떳떳할 수 없다. 배민이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한 것도, 무리하게 중개수수료를 인상하여 수익 극대화 전략을 세운 것도 쿠팡이츠의 불공정행위 및 시장 흔들기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차 관전 포인트, ‘그거 경쟁업체가 먼저 했어요’ 배민의 물귀신 작전
공정위 조사가 돌입되자 배달의민족은 ‘최혜대우 요구는 지난해 8월 경쟁사가 먼저 시작했습니다’라며 입장을 냈다. 여기서 경쟁사는 쿠팡이츠다.
경쟁사(쿠팡이츠)는 멤버십 회원(와우 멤버십 회원) 주문에 대해 10% 할인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업주들로 하여금 타사 대비 메뉴가격이나 고객 배달비를 더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고객 대상 쿠폰 등 자체 할인 역시 타사와 동일하게 맞추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당국의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사는 올해 5월 배민 클럽 회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면서 방어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쿠팡이츠가 와우회원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모션과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하며 이용자를 확보하는 동안, 입점업체에게는 음식가격을 배민과 동일하게 맞출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배민의 주장은 어느정도 사실이다.
쿠팡이츠는 2022년 쿠팡이 흑자전환을 한 이후, 배달앱 시장 내에서 공격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며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2위를 차지했다. 그 과정에서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게 최혜대우 요구 및 경영 간섭을 했다는 제보는 심심찮게 들려왔다. 또한 쿠팡이츠는 무료배달정책으로 시장을 뒤흔들며 정작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렸다. 조삼모사를 시전한 것이다.
결국 최혜대우, 외식 물가 인상 등 이용자 피해가 시작된 것은 쿠팡이츠의 시장흔들기가 시초인 것이다.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된 배민 입장에서 ‘물귀신 작전’은 응당하다고 볼 수 있다.
갑질, 외식물가 상승에 피해 입은 이용자는 무슨 죄
이번 배민과 쿠팡이츠의 싸움에서 문제의 핵심은 거대 두 기업 모두 입점업체 점주들을 대상으로 최혜대우를 요구하는 등 ‘갑질’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과도한 수수료, 최혜대우 요구 등으로 시달리던 점주들은 결국 음식가격을 올리거나 이중가격제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료배달이라고 홍보했지만, ‘무료’는 없었다.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점업체에 중개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각종 갑질을 저질렀다. 그 결과 자유경쟁 체제에서 두 기업이 경쟁을 하는데 소비자 가격이 올랐다. 입점업체, 소비자, 노동자(라이더) 등 대다수 이용자가 피해를 입고 있다.
두 기업이 무료배달 경쟁 비용을 입점업체에게 떠넘기는 동안 점주들은 거리로 나와 끝없이 호소했다. ‘생계가 아니라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이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 제발 상생하자’며 수차례 상생협의를 요구했다. 배민의 공정위 조사가 본격 착수되면 배달앱 시장은 기로에 선다.
3차 관전 포인트는 부디 상생의 길이 되길
배민의 입장에 쿠팡이츠는 침묵 중이다. 쿠팡은 시장독점력을 공고히 하는데 노련한 기업이다. 최혜대우 요구의 칼날이 자사를 겨냥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과연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쿠팡이츠의 반응이 세 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가장 현명한 것은, 이제라도 두 기업이 상생협의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입점업체와 갈등을 풀어나가며 기업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더이상 소비자, 점주, 기업 모두가 상생하는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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