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청년담론 세미나(1) - 정책설계 관점으로 정의하는 청년

202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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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청년’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청년도 있고 아닌 분도 있을 텐데요. 저는 많은 청년들과 함께 활동하는 현장에 있다 보니 청년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가끔 저에게 ‘요즘 청년 문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저도 궁금 하더라구요. 먹고사는 게 분명 어렵긴 한데, 이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들여다볼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 혼란을 헤쳐보자는 의지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청년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 함께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청년을 찾았나

지난 2022년 대선 즈음부터인가요. 어느 순간부터 청년 정치, 청년 정책, 청년 고용, 청년 불안 등 대부분의 사회문제 앞에 ‘청년’이 붙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청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공정’ 이었는데요 (요즈음의 청년 키워드는 ‘불안과 고립’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사회가 드디어  이런 문제가 더 이상 청년 개인의 것이 아님을 깨달은 거 같습니다. ‘노력을 더 많이 하라’는 낡은 언어로는 청년세대를 어르고 달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걸까요. 청년세대의 불안과 불평등이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청년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제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2022년 대선 선거 시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청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제스처를 취했습니다. 본격적으로 2022년 대선 공방에서 거대 정당들은 각자 청년정치인들을 영입하고, 정확히 정 반대의 전략으로 전쟁을 치뤘지요. 이 대결 구도에 많은 담론과 가치가 희생됐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희생은 ‘젠더와 불평등문제의 본질’ 입니다. 이대남, 이대녀 프레임으로 ‘젠더 폭력’은 ‘젠더 갈등’이 되었고, 인권을 바라보는 관점과 불평등 문제는 ‘공정과 상식’이라는 거대하고도 공허한 외침에 휩쓸렸습니다. 대선시기에  기성 정치인들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활약했던 청년 정치인들이 대선이후 정치권에서 배제되고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이자리에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청년’ 정의하기

서두가 길었지만 요지는, 청년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이런저런 전략 보고서들을 발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2년 경제인문사회연구소에서 청년정책의새로운 패러다임과 전략과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관 ‘청년정책의 패러다임과 전략과제 연구. 2022) 청년의 정의, 청년정책 평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등을 제안하는 보고서인데요.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나누고 싶어서 이번 글을 준비해 봤습니다.

우선 청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청년을 네 가지 유형으로 정의합니다. 사전적 정의, 사회과학적 정의, 법적 정의, 그리고 청년의 사회경제적 의미입니다. 

사전적 정의는 말 그대로 청년의 국어사전 풀이입니다. 한자 그대로 ‘젊은 나이’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청년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1898년 도쿄 유학생 잡지입니다. 1989년 ‘청년애국회’ 사건 이후에 청년 용어가 회자되기 시작했고 1903년 YMCA(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강준만, 2008년) 1920년부터 문화운동의 주역으로 청년을 부각시키는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때부터 청년은 ‘새로움’, ‘신문명 건설’의 이미지로 유통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성세대와 그들의 가치관과의 단절이 청년 정의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점에서 청년은 연령적 정의가 아닌 사회적 맥락에서 정의해야 한다는 함의를 갖습니다.

일본과 한국에서 시작된 문화적, 역사적 차원이 아닌 사회과학적 차원으로 청년을 정의하는 흐름은 서구에서 시작됩니다. 이는 청년을 성인으로의 이행(transition to adulthood) 과정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즉 청년은 ‘이행의 과정 속에서 변화를 경험하는 사람’인 것이지요. 닭으로 비유하자면 병아리와 닭 그 사이. 푸르스름한 털갈이하는 어중간한 닭으로 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떤 지점에서 어딘가로 ‘이행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독립’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물리적 자립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이 관점으로 청년을 생각한다면 청년의 연령이 유동적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청년의 독립/자립이 늦어지고 있는 시기니까요.

법적 정의로서의 청년은 심플합니다. 2020년에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입니다. 정책을 적용할 때 연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등 분명한 기준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가장 간편한 연령에 따른 법적 정의를 채택하지요. (국가법령정보센터 청년기본법) 그러나 이렇게 연령에 따른 일괄적인 청년 정의는 다양한 청년의 삶과 모습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청년 이행과정이 늘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독립 준비가 안됐는데 35세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정책을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지요. 

청년의 사회경제적 의미로서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 결이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 주체, 혁신의 주체, 부양의 주체, 정치적 효용의 주체, 인구학적 효용의 주체입니다. 사회·경제·정치 측면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서 소비·생산, 인구부양, 정치혁신 등 다양한 역할의 

주체로서 청년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어쩐지 어깨가 무겁네요.) 

보고서에서 정의하는 청년 외에도 마케팅적 관점으로의 청년이 있습니다. 바로 ‘MZ’인데요. 어쩌면 ‘청년’보다 더 익숙한 ‘MZ’라는 호칭은 청년층을 타게팅한, 콘텐츠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입니다. 이 호칭이 청년을 호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부정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면을 극대화하여 청년 전체에게 덧씌우는 방법으로 결국 ‘자기주장이 (말도 안되게) 강하고, 힘든 일은 맡지 않으려는’ 이미지로 굳힌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행하는 청년, 표류하는 청년정책

다양한 청년의 정의를 이해하고 나니 저 스스로를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청년입니다.) ‘나는 이행기를 거치고 있는 병아리와 닭 사이의 존재구나.’ 이러한 자기 정의로 스스로의 위치와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 새로운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애 주기의 궤적 속, 어딘가로 이행하고 있는 청년이여. 우리는 ‘어디로’ 이행하는 중인가요?

청년의 이행은 주로 부모로부터의 물리적,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노동하는 삶으로의 입문이 됩니다.  또 사회에서 중요하게 부여하는 가치 중 하나는 ‘결혼과 출산’이지요. 그렇기에 청년 정책에는 주거, 일자리, 그 다음으로 결혼장려 정책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청년정책중 ‘출산장려정책’ 만큼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이미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다 시피, 청년 이후의 삶의 모습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보고서에서는 전반적으로 청년의 이행기에 필요한 물적, 경제적 지원 정책을 강조합니다. 실효성있는 지원을 위해 이행기에 나타나는 청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파악하고 그변화하는 모습에 빠르게 정책 지원을 맞추는 것이 핵심임을 역설합니다. 

이 외에도 청년의 다양한 삶의 반영하기 위해 각종 간담회, 연구, 토론회 등의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저는 해당 연구 보고서들을 부지런히 팔로우 할 예정이랍니다. 이놈의 청년 정책 담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같이 지켜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다음 글을 준비해보겠습니다.

다음으로 준비하고 있는 글의 주제는 ‘갓생이란 무엇인가’ 입니다. 


*이 글은 청년활동가들과 진행하는 세미나에 활용하는 ‘발제문’에 내용을 추가한 글입니다. 

*청년 담론 세미나를 진행하는 시기동안 릴레이 형식으로 원고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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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세대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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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청년'을 말하지만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다음 글들이 기대가 됩니다! 얼른 써주세요!

청년은 개인적 차원으로는 역동의 시기이고, 제도적으로 볼 때는 생산의 주체인 시기 같습니다. 청년정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대선 때도 그렇고 그 이전에도 진행된 많은 청년정책, 청년거버넌스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세미나에서 어떤 의견이 오고가는지 궁금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청년이라는 단어를 막연하게 연령의 구분으로만 생각했었는데요, 다양한 층위의 개념들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지금 모든 사람이 청년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된 해결방법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청년'이라는 단어를 연령으로만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게 점점 더 명확해지는 사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청년 문제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이유도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와 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의한 것처럼 물리적, 경제적 자립과 노동하는 삶에 입문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문제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고, 이 과정을 지났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미세하게 약화될 뿐 사라지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MZ세대와 같은 이상한(?) 선긋기로 청년을 따로 떼어내려는 사고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갓생이란 무엇인가'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