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함께 기억] 사회적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이들에게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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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활동가

4월 16일을 기억하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약 6개월 지난 후 박 전 대통령 시정연설 현장의 모습. 진상규명을 위한 아무 조치가 치뤄지지 않고,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는 오직 '경제' 얘기만 나왔다.  '정치화 하지 말라'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참사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정치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유가족과 희생자는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나? <2014.10.29. 한겨레. "경제"만 59번... 전작권·세월호는 쏙 뺐다. >


돌무덤이 있는 풍경

나의 풍경에는 몇 개의 돌무덤이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돌무덤,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돌무덤, 빵 공장 노동자의 돌무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돌무덤이다. 거대한 바위와 크고 작은 돌들로 지어진 무덤들은 문득 기억처럼 그곳에 있다. 익숙한 이 기억에 가끔 가까이 다가가  매만지고 바라보며 현재 내가 서있는 풍경을 돌아본다. 

돌아오는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다.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구태여 선언할 필요도 없이 세월호 참사는 이미 일상의 작은 조각이다. 나를 형성하는 요소이기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돌무덤이 지어지던 역사 속, 나는 단원고등학교 희생자들과 같은 고등학생이자 목격자였다. 세월호 참사 목도의 경험은 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정치화하지 말라’는 정치인들의 말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내가 속한 세대의 구성원들이 사회적 참사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청년들이 놀다가, 일하다가 참사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이 이토록 도처에 있던가. 참사가 유난히 각인되는 이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라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다. 누군가는 아무리 예방을 강조해도 어떤 방식으로든 참사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교통사고’에 비유를 들면서. 그러나 이 죽음에는 ‘안전’의 개념을 허술하게 다룬 구조적 배경이 깔려있고, 죽음의 대상이 스스로의 안전을 ‘구조’ 속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전을 책임져야 했던, 책임질 수 있었던 인물들이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그 어떤 참사도 책임자들에게 처벌과 사죄를 받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구조 속 최고 책임주체인  정치세력은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10년째 말이다. 

정치인들의 방어기제에 무색하게, 이번 세월호 참사 10주기의 6일 전인 4월 10일, 22대 국회 총선이 있다. KBS는 4월 18일에 방영 예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를 “총선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방영할 수 없다”라고 제작진에 통보했다.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국가는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하면 참사를 시민들의 의식 속에서 소거하고, 본질을 이동시킬 수 있는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그 전략 중 하나가 ‘정치화하지 말라’는 단언이다. 참사 책임자에 대한 비판적 발언에 앞서 ‘내가 사회적 비극을 나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것인가’하는 검열하도록 만든다. 

‘정치화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맥락에서 ‘정치화’는 ‘단순 사고’로 치부할 수 있는 사건을 특정 정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화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단순 사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왜 이 ‘사고’가 사회적 참사인지,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풍경에는 돌무덤이 없다. 혹은 지워버리거나 보지 않으려 회피하는 것이다. 회피와 부인은 ‘권력’이다. 


회피하는 권력은 응당 두려움에 떨기를

그러나 돌무덤들이 있는 풍경 속의 우리는 ‘살아내고’ 있다. 무덤, 희생자, 유가족과 동거하는 우리 모두의 삶은 ‘생존 해내기’다. 살아내는 것은 정치 그 자체다. 책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개인들이 각자도생으로 살아내는데, 어찌 이것을 정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참사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표적 요구인 진상규명과 후속 조치로서의 책임자 처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 자체로 정치며, 즉 살아내는 방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3년 6개월가량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조사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라는 애매모호한 결론을 냈다. 조사기간이 충분치 않아서인지, 조사에 있어서 비협조와 방해 요인이 많아서인지 석연치 않은 결론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세월호는 이야기될 수 있어야 한다. 참사를 기억하는 마음은 굳은 돌이 되어 무덤에 쌓인다. 10년이 부족하다면, 20년 30년이라도 얼마고 돌을 쌓으리라. 돌무덤 풍경 속 나는 정치적 행위의 주체로서 이야기할 것이다.

참사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말하는 이들이여, 돌무덤을 쌓는 우리를 응당 두려워하라. 또한 나의 풍경을 공유하는 이들아, 우리 부디 함께 생존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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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4.16 세월호 참사

구독자 58명
이연주 비회원

말씀대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서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로 나온 보고서가 있습니다. 조사 과정과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사참위에서 결과를 바탕으로 대통령과 정부관계자들에게 어떤 권고를 내렸는지 궁금하시다면 확인해 보시면 어떨까요.

http://socialdisasterscommission.co.kr/

시민 비회원

궁금한게요, 문재인 정부때 그래서 500억인가 예산얻어서 세월호진상규명위원회 발족한거 아니었나요? 근데 거기서도 원하던 진실을 못 얻었으면 뭐가 진실인지 궁금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달라는건지 좀 이해가 안돼서요.

조희완 비회원

지난 6일 토요일 팽목항에 가게 되었습니다.
이 비다는 기억하고 있을까?
사람들은 잊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가?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은 정치적인 영향력하에 일어나고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극복 및 치유됩니다.

정치적이다라는 말로 숨어 ‘피로감’ 을 돌려 표현하거나 사실보다 가짜뉴스에 기대어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왜곡해서 보는 시선도 분명 바로잡아야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듣기 싫으니 그만하라'는 말을 '정치적이다'라는 말로 돌려서 쓰는 것 아닐까 싶네요.

저는 참사를 오히려 정치화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인들과 소통하며 대책을 만들어내야하기 때문인데요. 정파적으로만 해석하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하민 비회원

각성이 필요한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