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언론사 <중기이코노미>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쿠팡의 기이한 '소비자 후생'
‘리뷰(이용후기)’는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2022년, 만 20세 이상의 남녀 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쇼핑 이용후기에 대한 소비자 이용행태와 실태파악 조사에 따르면, 97%의 소비자가 구매 전 이용후기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상품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와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상품에 대한 구매 전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용후기’가 알고 보니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쿠팡의 수상한 상품리뷰, 그러나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022년 3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하여 PB 상품에 대한 조직적 리뷰를 작성하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PB상품에 대한 부당지원한 점, 리뷰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찾아낸 ‘수상한 리뷰’는 특정 인물이 한 달간 10여 차례에 걸쳐 안전장갑 630매를 S,M,L 사이즈별로 구매하고 “사이즈가 꼭 맞아요”라거나, 티타늄식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구매하면서 “무뎌지면 재구매할게요!”라는 내용이었다. 비상식적인 구매 행태의 리뷰가 조작·관리된 것임을 인지하고 공정위에 신고한 결과, 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2,297명의 쿠팡 임직원으로 하여금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한 것임이 밝혀졌다. 쿠팡이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 임직원을 동원 하여 PB상품에 높은 평점의 리뷰를 작성하도록 관리하는 동안 다른 입점업체에게는 자신의 중개상품 리뷰 작성을 금지하고 있었다.
PB상품 리뷰 조작 자체도 심각한 불공정 행위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참여연대 신고 이후 공정위가 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쿠팡은 PB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쿠팡에서 판매되는 21만 개 입점업체의 4억 개 이상의 중개상품보다 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렸다. 검색순위 상위에 표시된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더 좋은 상품이라 인식되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았고, PB상품의 매출은 크게 올랐다.
소비자·입점업체에게 피해 끼치는 ‘순위 조작’
쿠팡은 세 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4,250개의 직매입과 PB상품, 즉 쿠팡 매출에 유리한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노출했다. 이와 같이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 첫째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낮은 가격의 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가기에 유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쿠팡의 PB상품이 상위에 고정되어 있으면 다른 입점업체에서는 상품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 쿠팡의 PB상품 가격이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 피해이며 또한 선택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공정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용자 불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즌에 맞지 않는 상품들이 인위적으로 상단 랭킹에 유지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등 실질적인 이용자 불만을 인지했음에도 알고리즘 순위조작을 지속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쿠팡에 입점한 21만 개의 입점업체가 피해를 입는다. 온라인상에 보이는 상품 페이지는 매우 한정적이다. 첫 번째 페이지에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면 소비자 구매 전환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노출순위는 온라인 판매 입점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데,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자사 상품을 지속적으로 상위 순서에 노출시키므로써 다른 입점업체 상품이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PB상품 때문에 적자를 본다? 오히려 흑자 안겨준 씨피엘비
쿠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PB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우수한 중소기업으로, 쿠팡에 우수한 PB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 간 1조 2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쿠팡 씨피엘비(주) 매출은 1.3조 억 원가량으로 2020년 설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년대비 196% 증가했다. 또한 2023년 매출액은 1.6조 원대, 영업이익은 1,143억 원으로 전년대비 58.14%가 증가했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다.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첫 흑자를 봤던 2022년 영업이익 997억 원 중 씨피엘비의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2.5%를 차지했다. 쿠팡의 PB상품 지원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라는 ‘앓는 소리’는 소비자 후생이 아니다. 이는 한 업종에서의 손실을 다른 업종의 초과이윤으로 보조해 주는 전형적인 ‘교차보조 전략’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서 자사의 우월적 지위, 경쟁력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비슷한 예로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올린 사례를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조삼모사’다.
공정위는 쿠팡의 PB상품 리뷰조작 사건에 대해 지난 6/13, 쿠팡과 씨피엘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천 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즉각 항소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PB상품을 규제한다’, ‘세계 최초로 업계관행을 규제한다’, ‘로켓배송을 중단할 것이다’ 등 입장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스스로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탁월한 물류 시스템 등 훌륭한 기술력을 지닌 국내 1위 유통업체다. 좋은 시스템으로 우월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순위 조작’같은 불공정 관행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고객 신뢰도와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쿠팡은 부디 자사의 과오를 반성하고, 업계 내 ‘공정 관행’의 지평을 새롭게 열길 바란다.
코멘트
2쿠팡이 한 행동도 황당하지만 이후 대응 방식이 더 황당했습니다. 이들이 왜 그렇게 공격적으로 유저를 끌어들였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유저의 편의를 볼모로 삼고 본인들의 부정행위를 정당화 하는 행동이 윤리의식이 결여된 기업의 표본 같았습니다. 돈만 쫓는 기업이 왜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가 쿠팡이 아닐까 하네요.
기업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공정한 경쟁이 아닌 조작과 기만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입니다. 쿠팡은 자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의 지위를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