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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사회 한국, 떠나는 한국인
“한국이 싫어서, 그래서 떠났어” 최근 개봉한 영화 <한국이 싫어서>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계나는 편도 2시간이 넘는 통근 시간을 견디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다. 계나는 해 뜨기 전 출발하는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매일매일 열심히 뛰어서 버스에 탄다.  버스가 회사까지 가면 좋으련만, 그녀는 몇 번의 환승을 거쳐야만 회사에 갈 수 있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지하철에서 또 다른 노선으로 환승해서 온 회사지만, 출근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집에 가고 싶다.”이다. 직장 생활도 맞지 않는다.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라며 자격 미달의 업체를 선정하라는 상사에게, “자격 미달의 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공개 입찰을 하는 거예요.”라며 맞선다.  부당한 상사의 지시에 계나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자 말은 “퇴사하겠습니다.” 물론 진짜 퇴사는 아니다. 상사의 기를 꺾으려는 것. 팀장 역시 갑작스럽게 팀원이 퇴사하면 인사고과에 좋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할 수 있던 말이다. 결국 계나는 팀을 옮기는 것으로 합의를 본다. 하지만 계나의 고민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가진 것은 쥐뿔도 없는 집은 이사가는 데 적금 깨서 돈 좀 보태달라고 한다. 남자친구와 그의 부모님들은 계나의 사정을 아는지 자꾸 동정한다. 더구나 한국의 겨울은 너무도 춥다. 보일러 안 되는 집에 이불을 아무리 감싸도 추위는 봄이 와야지만 누구러진다. 하지만 이는 계절의 변화일 뿐. 다른 의미에서 계나에게 봄날은 올 기미가 없다.  결국, 계나는 선택한다. 한국을 떠나기로. 저 멀리 남쪽의 따뜻한 나라로 가기로. 시급 높고, 날씨 좋고, 직업과 가진 것으로 판단 안 하는 나라로 가기로. 새로 시작하기로. 그녀의 독백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내가 왜 한국을 떠나느냐고?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 못 살겠어서.’” 서울에 사는 것도 스펙이야 6년 전이다. 대학내일에서 유튜브에 한 영상을 올렸다. 제목은 <서울로 취직한 지방러의 속마음>. 2분 30초 남짓의 영상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표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두 대사가 기억에 남았다. “민영아, 서울에서는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월급이 반토막 난다? 그러니까 나는 서울 사는 동기보다, 반밖에 못쓰고 못 모은다는 거지. 서울에서 태어나는 거 그거 진짜 좋은 스펙이더라.” “우물 안 개구리 되는 게 죽기보다 싫었거든? 근데 그 우물이 생각보다 안전하고 따뜻했구나 싶은거지. 여기서 안 내려가고 버티면, 나도 서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6년 전, 처음 저 영상을 보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친구들과 한창 대화를 나눴었다. 경상도와 전라도, 각기 다른 지방에서 올라온 내 친구들은 자신들이 내는 월세가 얼마인지, 공과금이 얼마인지, 생활비가 얼마인지 등 숨만 쉬어서 나가는 돈을 소리 높여 말했다. 가볍게 세 자리가 넘어갔다. 갓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초년생들이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 금액을 내 친구들은 대학생 때부터 꼬박꼬박 미루지 않고 냈다. 물론 그 돈을 꼬박꼬박 내기 위해 대학 생활 내내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쉬지 않았다. 부모님이 지원해주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내 친구들의 경우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자립심 강했던 친구들은, 부모에게 힘든 소리하는 걸 수치로 여겼다. 억센 사투리는 그런 말을 할 때면 화가난 듯 들리다가도, 서글프게 들리곤 했다. 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친구들은 개천에서 용난다 정도의 업적은 아닐지라도, 집안에서는 다시 없을 경사였다고 말했다. "내 새끼 서울가는구나"라며 꼭 안아줬다고. 그런 축하를 받았는데, 어떻게 집에 힘든 소리를 하겠냐고 말하곤 했다. 내 친구들에게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건, 서울이라는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고 떨어진 낙오자를 의미했다. 친구들을 보며, 지방 사람들에게 서울 생활이란 ‘부모에게 조차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고 삭히며 웃어야 하는 생활' 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친구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서울 토박이가 뭘 아나, 뭘 누리고 있는지" 물론 서울도 서울나름일 것 “서울 토박이가 뭘 아나" 라는 친구의 말이 모든 서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서울 사람이라도 거주지와 거주 형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자가, 전세, 월세의 삶이 다르고, 아파트와 빌라의 삶이 다르고, 강남과 강북의 삶이 다를 것이다. 서울에 살아도 안락함과 안정감은 제각각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보유율은 55.8%, 자가 점유율은 51.9%였다. 수도권은 서울, 인천, 경기권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서울 거주자의 자가 보유율과 점유율은 모두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자가가 아닌, 전세와 월세는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내 친구들과 영화 속 계나, 영상 속 지방러의 말에 담긴 ‘서울에 사는 것도 스펙' 이라는 말은 서울에 자가를 보유한 집의 자녀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국토부의 통계는 서울 사람 대부분이 이 ‘서울' 스펙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서울로 모인다. 최근 한국은행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서울 집중과 그에 따른 문제 원인을 ‘입시' 경쟁으로 지목했다. 그리고 그 수혜를 일부 지역만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행, “소득 높으니 대학도 잘가더라" 한국은행 보고서를 요약하면, “서울이건, 지방이건 학생들의 능력 차이는 없다. 다만, 거주 환경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인재는 어디에나 있다. 지방 학생 수에 비례해서 학생을 뽑자. 이것이 그 어떤 경제 정책보다 효과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과 서울 집 값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학교 총장이 결단하면 된다.”이다. 사진의 모습처럼 우리나라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중 현상이 크다. 한국은행은 그 이유를 입시 경쟁으로 지목한다. 내 자녀가 나보다 더 나은 삷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교육에 투자하게 하고, 그 교육열이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이어져 집 값 상승과 사교육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사교육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경쟁은 부모들이 직접 수능까지 접수하게 한다. 자녀가 밟고 설 밑바닥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보낸 서울대인데,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자랑하고 싶을 것이다. “나, 서울대생 부모야.”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마음도 이해가 간다. 한편, 이러한 사교육 지출에도 상위권 대학에 가는 건 소득 분위가 높은 가정의 학생들이었다. 그 중 서울대의 경우 강남3구 거주 학생들의 진학률이 가장 높았다. 물론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이 결코 사교육에만 의존해서 되는 건 아니다. 학생들 개개인의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있을 수 있는 결과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부인하고, 학생들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이나 사교육비 지출이 높은 가운데, 고소득층의 학생들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건 안타깝다. 대학이 계급인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던 분노가 8년 전인데, 아직도 진행 중이다. 대학교 간판은 영원한 계급 보고서는 입시 경쟁만이 아니라, 학교 내에서의 계급화도 다룬다. 보고서는 서울대 학교 재학생들이 “지균충 기균충(지역균형전형 기회균형전형 입학생 비하)”라며 서울 외 지역에서 입학한 학생들을 비하하는 걸 직접 다뤘다.  놀랍지는 않다. 과거에도 명문 대학교 내에서 성골, 진골, 6두품 등으로 급을 나눴었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대학교 간판이 계급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너랑 나는 급이 달라.” 말로 애써 내뱉지 않는 저 말을, 마음속에는 은근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다.  한국은 이상하게 대학교에 집착한다. 대학원도 아니다. 학부를 어디서 나왔느냐가 중요하다. 서울대 대학원을 나와도, 학부가 서울대가 아니면 소위 쳐주지 읺는다. 유튜브에서 학부의 중요성을 개그 소재로 사용된다. 수능 커뮤니티에도 대학교 서열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입학하고 졸업한 대학교가 내 위치를 말해준다고, 저기에 가야 한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런 걸 학생들 잘못이라 말할 수도 없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인데,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다. 기업 평가 최하위, 한국 대학생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이런 계급을 올리기가 학생들의 창의성과 협동심을 줄이고, 기업의 대졸자 평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게 만듦을 보여준다. 상위권 사람의 능력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의 능력은 처참하다. 창의성과 협동심이 하락한 채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기업에서 낮게 평가하는 건 당연하다. 어느 조직에서, 어느 프로젝트를 하던지 상관없이 중요한 건, 개인 능력보다 팀의 능력이다. 팀 능력이 좋으려면, 팀 원 간 협업이 잘되어야 하고, 타 부서와도 협업을 잘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통과 협동이 필수다. 이는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얼마나 교류했는지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창의와 협동보다, 경쟁과 계급을 배우는 지금의 구조에서 그런 능력이 키워질리 없다. 한국은행, “지역 비례 선발제로 학생들 뽑자" 한국은행은 이 문제의 대안으로 ‘지역 비례선발제'를 제시했다. 이유는 “다양성 확대"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존중하고, 협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과도한 입시 경쟁과 서울 집중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방안이 허무맹랑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만큼, 지금의 현실도 허무맹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이없는 세상을 바꾸려면, 어이없는 대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대안은 개인적으로 과도한 입시경쟁과 서울 집중 완화, 다양성 확대면에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꼭 한국은행의 대안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계급을 타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고향이든, 타향이든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의지해야 할 처지 <한국이 싫어서>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계나는 뉴질랜드에 처음 발을 디딛고 만난 한국 남자 ‘재인'이 “나는 지잡대 나왔어.”라고 주먹을 내밀자, “나는 홍대 나왔어.”라며 ‘나는 너랑 달라.’라는 티를 낸다. 둘 다 영어 못 한다고 현지인에게 핀잔 듣고, 같은 어학원을 다니는 처지임에도 말이다. 계나의 그런 모습은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이 자신을 동정하자 남자친구에게, “너 나랑 같은 대학교 나왔어. 나도 너처럼 서울에서 좋은 학원 다녔으면 더 좋은 대학교 갈 수 있었다고.”라고 화내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동급의 동정을 못 참는 것처럼, 하급의 동급 취급도 못 참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같은 학교에서도 계급을 나누고, 다른 학교와도 계급을 나누는 것처럼 말이다. 그 뒤 계나는 재인을 지잡대 나온 양아치로 인식한다. 몇 년이 지나 재인과 통화하던 계나는 어학원 다닐 때의 첫인상에 대해 재인에게 말한다. 양아치인 줄 알았다고. 하지만 지잡대 나온 양아치여서 아침까지 술 마시다가 어학원에 빠지는 줄 알았던 재인은, 남들이 잘 때 일어나 아침부터 일을 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실을 뒤늦게 안 계나는 그제서야 진실을 알고 깨달고 멍한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다. 함께 살아가는 종족이다. 서로가 부족한 걸 채워나가며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 종족이다. 서로 돕고 의지하며 등을 맞대야 할 같은 처지다. 그런 종족에게 대학이라는 간판으로 만든 계급과 서열은 서로를 양분하여 협업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위계만 만드는 초석이다. 그리고 그 문제의 현상으로 저출산과 서울 집중, 집 값 상승 등이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사회에서 서울이 스펙이 되지 않고, 대학이 계급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지방러 고충 영상처럼 “서울 사람 될 수 있을까.”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학이 계급이 되는 순간, 어떻게든 올라가려 서울로 올라오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서울 외 모든 것이 오답이 되어 버린다. 서울이 정답이 될 수 없다. 서울만이 줄 수 있는 계급이란 것도 없다. 과거의 풀이법으로 현재의 문제를 풀려고 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만 떠날 뿐이다.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처럼 말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대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을 한 친구에게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친구와 짧은 대화다. “나 퇴사 했어.” (친구) “오, 이직하게?.” (나) “아니. 이민 준비한다. 더는 안 되겠다.” (친구) “왜?”(나) . . . “한국이 질렸어. 이제 싫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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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찾았다’ 혈세 5천만원 받고 선배 논문 표절한 검사[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20화]
또 찾았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세금으로 ‘공짜 유학’을 다녀와, 연구논문을 표절한 걸로 의심되는 검사를 또 발견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소속 최우혁 검사(사법연수원 40기)다. 최 검사가 네덜란드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작성한 연구논문 총 56쪽 중 33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표절률은 51%. 표절 대상이 된 저작물은 2013년 네덜란드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온 선배 검사의 논문이다. 최 검사가 1년간 네덜란드에 머무는 데 지원된 국외훈련비는 약 5243만 원이다. 지난 2022년 셜록은, 2019~2021년 발행된 검사 연구논문 84건의 표절 여부를 이미 한 차례 검증한 바 있다. 그중 표절 논문 5건을 발견해, 5명의 전·현직 검사 전원을 대상으로 국외훈련비 일부 환수까지 이끌어냈다. 논문 표절을 이유로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였다.(관련기사 :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지난달 셜록은 법무연수원 홈페이지(www.ioj.go.kr)에 공개된 2022~2023년 발행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47건을 추가로 살펴봤다. 우선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표절률을 조사하고, 이 중 표절 의심 논문 1건을 발견해 논문 내용을 한 문장 한 문장 직접 검증했다. 최우혁 검사는 2020년 12월 11일부터 다음 해 12월 10일까지 1년 동안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대학교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당시 최 검사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소속이었다. 최 검사는 국외훈련 이후 <네덜란드 검찰 조직과 기능에 대한 연구>라는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해당 논문은 2022년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국외훈련검사 연구논문집(제37집)>에 실렸다. 최 검사가 표절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작물은 선배 검사가 작성한 국외훈련 연구논문이다. 이○○ 검사(사법연수원 36기)는 2012년 12월 30일부터 약 1년 동안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로 국외훈련을 다녀왔다. 이 검사는 <네덜란드의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라는 제목의 국외훈련 연구논문을 작성했다. 셜록이 두 논문을 비교한 결과, 최 검사의 논문 총 56쪽(목차, 참고문헌 제외) 중 33쪽에서 표절 정황이 발견됐다. 전체 문장 421개(논문 요약 포함, 주석 제외) 중 표절로 의심되는 문장이 216개. 표절률은 약 51%다. 문장 두 개 중 하나는 베낀 꼴이다. 최 검사는 논문의 첫 장에 등장하는 ‘논문 요약’부터 베낀 걸로 보인다. 논문 요약에서 최 검사가 새로 쓴 문단은 단 한 문장밖에 없다. 나머지 문단은 아예 이 검사 논문과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 검사가 ‘협상처벌(trasactie)’, ‘제재명령(strafebeschikking)’으로 번역한 단어를, 최 검사는 각각 ‘형사협상’과 ‘과형명령’으로 바꾼 정도였다. 본문은 거의 ‘복사-붙여넣기’ 수준이다. 최 검사는 ‘Ⅱ.네덜란드 수사절차 개요’에선 1.범죄의 구분과 2.수사절차 부분을, ‘Ⅲ. 네덜란드 검찰의 조직과 구성’에선 1.검찰제도의 연혁 및 개관과 2.검찰의 조직을, ‘Ⅳ.네덜란드 검찰의 권한과 기능’에선 1. 검찰의권한과 의무와 2. 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을, 선배 검사 논문에서 거의 ‘통째로’ 가져다 썼다. 문장 순서와 내용 구성 등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다. 최 검사가 한 일은, 선배 검사가 쓴 논문에 새로운 내용 일부를 덧붙이는 정도다. ‘맺음말’까지 절반 이상을 이 검사의 논문에서 가져다 썼다. 참고문헌과, 각주도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동일했다. 최 검사는 참고문헌 목록에 이 검사의 연구논문 제목을 밝혔지만, 문장과 구성의 유사도를 살펴볼 때 단순 참고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최 검사가 해당 논문을 쓰기 위해 네덜란드에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쓴 국외훈련비(체재비+학자금)는 약 5243만 원(21대 국회 기동민 의원실 제공 자료). 국외훈련 기간 동안 급여도 지급받았다. 최 검사는 왕복항공료로만 약 689만 원을 썼다. 2018년부터 2021년 사이 같은 대학으로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 5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평균(약 297만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최 검사가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떠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 국외훈련 공무원은 배우자와 자녀 몫을 포함한 왕복항공료를 지원받는다. 지난해 6월 개정된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 제18조(비용의 지급 등)에 따르면, “연구보고서의 내용이 부여된 훈련과제와 관련이 없거나 다른 연구보고서·논문 등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면 법무부 장관은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환수 범위는 최대 20%. 셜록 보도 이후 일어난 변화다. 셜록은 지난 2022년부터 19편의 기사를 통해 ‘표절 검사’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셜록은 검사 5명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직접 신고했고, 이들 전원은 지난 6월 국외훈련비 일부를 환수당했다. 법무부는 상세내역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환수 비용은 최대 3800만 원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장관도 ‘표절 검사’ 국외훈련비 환수 이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탄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해 2월 인사청문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 ‘표절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조치 계획에 대해 질의했다. 당시 박 장관은 “(국외훈련비) 일부를 회수하고 있다”면서, 아직 국외훈련비를 회수하지 않은 사례에 대해서도 환수 이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최우혁 검사를 대상으로 한 국외훈련비 환수 여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관련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대상자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 26일 셜록의 질의에 답변한 내용이다. 당사자인 최우혁 검사의 입장은 어떨까. 지난 26일 최 검사와 연락이 닿았다. 최 검사는 “표절 논문을 쓴 걸 인정하냐” 묻는 기자의 질의에, “언론사를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 (검찰) 내부 방침이 있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셜록은 최 검사 역시 권익위에 부패행위로 신고할 계획이다. 한편, 셜록은 또 다른 ‘표절 검사’들을 찾기 위한 정보공개 소송도 이어가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 3월, 국외훈련 검사들의 학위 취득 현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와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는 기각했다.(관련기사 : <법원 “혈세로 유학가서 학위 딴 검사들 모두 공개하라”>) 셜록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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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에 영향력을 높여가는 이들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9월 둘째 주by 🎶소소 1. 2024년 AI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 타임지가 AI 분야의 영향력 있는 100인을 발표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허깅페이스, 오픈AI 등 다양한 AI 관련 기업의 경영진이 다수 포함되었습니다. 올해 선정된 100인 중 91명은 작년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라는 것이 실감 납니다. AI 위험을 경고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나 기관의 인물들이 눈에 띕니다. 영국, 미국에 신설된 AI 안전 연구소를 이끄는 인물들도 등재되었습니다. 영국 공정거래위원회, 미국 상무부 장관과 과학기술부처의 정부 관료들도 이름을 올렸는데요. 작년부터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AI 규제를 만들고 실행하는 이들이 AI 기술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100인의 인물을 살펴보며 알게 된 새로운 인물도 소개합니다. 미국 전역에서 딥페이크 피해자 보호 캠페인을 하는 열 다섯살의 프란체스카 마니(Francesca Mani)입니다. 마니는 반 친구들이 딥페이크를 사용해 자신을 포함한 여학생 친구들의 사진으로 성 착취적인 불법 합성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국의 정책 입안자, 학교 위원회, 기술 회사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있으니 한 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댓글- (🤖아침) 이런 종류의 목록이 발표되면 으레 갑론을박이 뒤따릅니다. 그중 기술 전문 저널리스트 브라이언 머천트의 의견이 눈에 띄었는데요. 머천트는 목록에 기업 CEO를 위시한 업계 거물이 대거 포진한 반면 팀닛 게브루, 에밀리 벤더, 조이 부올람위니, 테드 창, 메러디스 휘태커 등 비판적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들이 작년과 달리 올해는 빠진 점에 주목합니다(리나 칸, 사샤 루치오니, 벤 자오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리고 이 목록이 잘못되었다기보다, 오히려 너무나도 현실을 정확하게 드러낸다고 꼬집습니다. AI는 부자들이, 부자들을 위해, 노동을 자동화하여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이죠. 2. AI 기업이 쓸어 담는 수조 원의 투자금 오픈AI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 유치 중이라고합니다. 현재 기업가치를 1000억달러(약 134조원) 규모로 추정하는데요. 엔비디아가 투자자로 참여한다거나, 비영리를 표방한 투자금의 100배 수익 제한 기업(capped for profit) 구조마저도 포기한다는 여러 소문이 무성합니다. 오픈AI의 주간사용자가 2억명을 돌파했다는데, 여전히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델 개발에 끊임없이 돈이 들어간다는 뜻이겠죠. 오픈AI의 방향성에 반대하며 사임한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또한 최근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가 창업한 Safe Superintelligence(SSI)가 설립 3개월 만에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입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리야 수츠케버를 믿고 대규모의 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SSI 측은 안전한 초지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몇 년 동안은 연구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대체 이 AI 기업들은 이 돈을 다 어디에 쓸까요? 아마 많은 돈이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쓰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불확실한 AI의 미래에 너무 많은 인간의 자원이 투입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됩니다. 더 좋은 AI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컴퓨팅 연산이 우리의 미래에도 의미 있는 연산이기를 바랍니다. 3. 대한민국 AI 기본법 불발, 국경을 넘는 AI 국제 조약 각 국에서 AI 규제를 위한 여러 법안이 제출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합의되는 법안도 있지만 불발되는 법안도 다수입니다. 우리나라 22대 국회에 재제출된 AI 기본법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한 성착취물 실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AI가 악용되는 경우를 규제할만한 방안이 부족하다는 평가인데요. AI 부작용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으로서의 법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편 국경을 넘어 AI 기술의 위험 통제와 책임을 요구하는 AI 국제 조약에 미국, 영국, 유럽연합을 포함한 10개국이 서명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AI와 인권, 민주주의 및 법치에 관한 기본 협약” 입니다. 5개 서명국이 본 조약을 자국 법률에 따라 비준하면, 3개월 후 발효됩니다. 이 조약은 유럽 AI 법이 유럽 지역에만 적용되는 한계를 보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벌금 등 제약사항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연방정부 차원의 AI 법은 없으나, 미국 AI 안전 연구소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AI 모델 사전 테스트 권한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AI 모델 출시 전 모델의 성능과 위험을 평가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직접 AI 모델을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이 규제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딥페이크 성착취물 반대 행진 전국 144개 시민사회 단체가 주최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대응 긴급 집회에 시민 50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보신각 앞에 모인 참석자들은 “불안과 두려움 아닌 일상을 쟁취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습니다. 정부가 범죄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플랫폼이 적극 대응하기를 촉구하는 마음이 전해졌길 바랍니다. 한국의 딥페이크 성착취물 실태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의 많은 여성들도 함께 분노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는 한·중·일 동아시아 여성을 비롯해 세계 각국 출신의 100여명이 불법촬영물, 여성혐오문화 반대를 외치고 딥페이크 성범죄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행진했습니다. 이번주 수요일(2024년 9월 11일)🦜AI 윤리 레터도 딥페이크 성범죄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함께 마련했습니다. 매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뉴스를 보며 쌓이는 분노의 에너지를 문제 해결의 에너지로 바꿔내고 싶은 분들을 초대합니다. 직접 문제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만들고 실행해보는 워크숍 시간으로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분을 만나뵙고 말씀 나누길 기대합니다. 📆 소식- 딥페이크 성범죄,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feat.캠페이너 인생게임)주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 AI 윤리 레터(행사일: 2024-09-11)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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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 일당 ‘110억 원대’ 범죄수익금 환수[사채왕과 새마을금고 20화]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범죄수익금 중 113억 원가량이 환수됐다. 김상욱과 전종남 전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가 검찰에 기소된 직후인 지난 5월, 범죄수익금 약 228억 원 중 113억 원이 환수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5일 경기북부경찰청 담당 수사관은 “김상욱과 전종남의 계좌, 현금, 부동산, 차량 등을 몰수했다”며 “김상욱과 전종남이 이미 사용한 범죄수익은 그들의 재산을 추징하는 방식으로 조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범죄수익 환수 방식은 두 가지다. 몰수보전은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방법이다. 만약 범죄수익을 써버린 경우, 그만큼 범죄자의 재산을 동결해 추징보전 할 수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사채왕’ 김상욱과 공범 간 통화 녹음파일 약 900개 등을 입수해, 2023년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의 뿌리에 김상욱 일당의 전국적인 사기 범죄가 있음을 보도한 바 있다. 김상욱은 전종남 등 공범들과 함께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1500억 원대 불법대출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일어났고,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문을 닫고 이웃 금고로 통합됐다. 김상욱 일당의 대표적인 ‘작업’ 현장은 경남 창원시 중고차매매단지 KC월드카프라자. 검찰은 이들이 KC월드카프라자 한 곳에서만 총 75회에 걸쳐 약 718억 5600만 원대 불법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욱과 전종남이 KC월드카프라자 불법대출을 통해 취득한 범죄수익은 무려 228억 원 상당이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수법은 이렇다. 김상욱 일당은 우선 모집책을 통해 명의대여자를 구했다. 모집책은 명의대여자에게 “1년간 명의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매달 대출이자와 200만 원의 임대수익을 보장하겠다”며, 1년 뒤에는 부채도 말끔히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에게 속아 명의를 빌려준 피해자는 75명. 김상욱은 모집책을 통해 수집한 명의대여자들의 대출 관련 서류를 전종남에게 넘겼다. 전종남은 그 서류를 기반으로 미리 섭외한 감정평가사를 이용해 부동산 담보 감정평가액을 부풀려 대출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해자들은 서울 신설동에 있는 카페 하타○○까지 와서 대출 서류를 작성했다. 김상욱의 아들이 운영하는 카페다. 그곳에 전종남 등 당시 청구동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출장을 나와 ‘자필 서명’을 받았다. 약 10억 원의 대출을 받겠다는 서류였다. 김상욱 일당은 피해자의 통장에서 대출금 일부를 계좌 또는 현금으로 빼갔다. 피해자들은 하루아침에 대출 원금 약 10억 원에 연 11%가 넘는 이자까지 떠안게 됐다. 김상욱은 전종남과 대출 사기를 공모하는 과정에서 ‘금품’을 건넸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김상욱은 전종남에게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권리금 1300만 원을 대신 내줬다. 커피전문점은 전종남 아내 이름으로 운영됐다. 벤츠 차량도 사줬다. 경찰은 김상욱이 전종남에게 7회에 걸쳐 3억 400만 원가량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파악했다. 피해자들은 이미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로 대출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피해자도 있다. 김상욱 일당이 구속된 이후에도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독촉장을 받고 있다.(관련기사 : <“저 혼자 죽으란 말입니까”… ‘공범’이 된 사기피해자>) 피해자들이 생의 낭떠러지에서 발버둥칠 때, 김상욱 일당은 시그니엘서울 레스토랑에서 비싼 밥을 사 먹고, 명품 옷을 사 입었다. 지난해 7월, 김상욱이 자신의 공범에게 전화로 한 얘기다. “회장님(김상욱 본인) 지금 신발하고 옷 다 에르메스거든. (…) 에르메스 가방 3억 원짜리 있는 거 아냐? 우리 와이프가 3억짜리 들고 있는 거야. 회장님(본인) 티셔츠도 에르메스야. 280만 원짜리.” 사채왕 일당은 대출금의 일부를 김상욱 본인, 아내, 모집책 등의 계좌로 송금하거나 현금으로 인출해 빼돌렸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김상욱은 불법 대출금 중 약 220억 원을 중개수수료를 명목으로 가져갔다. 전종남은 14회에 걸쳐 대출금 일부를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금액은 8억 8000만 원가량이다. 전종남 상무가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직접 들고 나가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김상욱과 전종남은 지난 4월 23일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업무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김상욱은 무죄를 주장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종남 역시 청구동새마을금고에서 나간 대출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대출이라고 항변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KC월드카프라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김상욱과 전종남은 법원에 보석을 신청했다. 첫 공판이 열린 지난 7월 5일 김상욱의 변호인은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보석 신청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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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 “그래픽은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일상의실천 권준호 대표 저는 냉소에 그치지 않는 시도들이 변화를 이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는 더디다고 느끼는 사회변화일지라도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오늘은 일상의실천을 이끄는 권준호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그는 도서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을 집필했는데요. 글을 쓰는 에디터이자 사회변화를 꿈꾸는 구성원인 저에게 커다란 영감을 안겨준 책입니다. 사심을 가득 담아 진행한 그와의 인터뷰, 함께 살펴보시죠! 1.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인 ‍‍2.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를 디자인하기 ‍3. 건강한 디자인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인 ‍ | 준호 님의 '일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고정된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가장 먼저 출근하려 해요. 보통 10시부터 출근인데, 저는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작업실에 가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메일도 정리하고, 할 일 정리하는 시간이 되게 소중하더라고요. 작업하고 7시 즈음 퇴근한 뒤에는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하고 있어요. ‍ | '실천'은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일일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디자인을 해온 건데, 싫증이 나거나 지루하지는 않으세요? 올해로 11년 차네요. 길다면 길지만 한 분야를 파고드는 데 있어서 아주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30년, 40년 동안 하시는 장인분들도 계시니까요. 제게 작업하다 지루함을 느끼거나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주시는데, 저는 다른 작업을 한다고 답변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래픽 디자인은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책, 포스터, 웹 디자인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죠. 저는 그때마다 스위치나 기어를 바꾼다고 표현해요. 운동으로 치면 수영하다 등산하는 느낌이라, 지루하지는 않아요. ‍ | 경력이 쌓인 만큼 일을 안배하거나,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도 있을까요?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아드리아 쇼넷이라는 분이 지도 교수이셨는데요. 유학을 떠나기 전 이분께서 집필한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라는 책을 읽었어요. 핵심은 작업이 재미없다고 느끼면 그 작업은 결국 자기를 갉아 먹고, 그걸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영혼이 망가진다는 거였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주변 사람들은 '일상의실천'이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아요. 일상의실천을 시작할 때부터 세 명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어요. 월급을 안 가져가면 안 가져갔지,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은 하지 말자, 포트폴리오에 올릴 수 있는 작업만 하자고 결심했어요. ‍ 존경하던 디자이너 한 분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수치심의 서랍’이라는 게 있대요. 돈 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했지만, 차마 공개하지 못한 작업물을 넣어둔 공간이 있다고요. 그 서랍을 만들지 않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개할 수 있는 작업만 해왔던 것 같습니다. ‍ | 협업을 진행하는 기준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맞닿아 있죠. 일상의실천을 시작할 때부터 적용한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는 재미예요. 저는 디자이너이자 작업자이고, 무언가를 이미지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표현적인 측면에서 즐겁게, 재밌게 할 수 있는 작업인지가 중요해요. 두 번째는 의미예요. 저희는 초창기부터 의뢰를 기다리지 않고 시위 현장에 나갔어요. 1인 시위를 하고 계신 분, 광화문 광장에 계시던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찾아뵙고 디자인을 해드리겠다 했죠. 제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제가 만들어내는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의미를 갖고 통용될 것인지 고민해요. ‍ 세 번째는 예산인데요. 초기에 주로 함께 작업했던 비영리나 시민단체는 대체로 예산이 부족했어요. 이런단체의 작업만 계속하면 디자인 업무를 지속하기 힘들죠. 아무튼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무조건 받으려고 했어요.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진행하면, 클라이언트는 무료로 받는 작업이니 디자인의 가치나 소중함을 고려하지 못하고, 디자이너도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우니까요. 세 가지의 기준 중 두 개가 충족되면 할만한 일이라 판단해요. 세 개가 모두 충족되면 좋겠지만 그런 작업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 💨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를 디자인하기 ‍ | “진보”라는 단어를 ‘고여있음을 거부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표현하셨더라고요. 준호 님이 삶과 업을 대하는 태도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한데요. 이와 같은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와이낫어소시에이츠라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스튜디오 창업자들을 학생 때부터 존경했어요. 그들은 영국이 경제 위기를 겪던 1970~80년대 대학을 나왔죠.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던 시절이었고요. 대처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도입해 경제 위기를 벗어났다고도 평가하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됐어요. 당시 대학생이던 이들은 정부 정책과 마가렛 대처가 불러온 변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그래픽 작업을 했죠. 당시의 펑크 문화와 섞여서 하나의 사회적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할 때 그분들은 50대셨어요. 한국에서 50대 디자이너는 회사의 대표나 교수로 재직하는 등 현장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이어가는데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20대 때처럼 공격적이지는 않더라도, 본인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서 풀어내고 계셨어요. 그들은 사회적 약자, 커뮤니티 등을 위한 작업 등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작업해왔죠. 글과 인터뷰를 통해 상상만 했던 그들의 모습이, 30년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게 감동이었어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다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겠네요. 요즘 시선이 닿는 사회 문제가 있으세요? 특정 사회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시선이 여러 방면으로 옮겨다니는 편이죠. 최근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분과 작업을 했어요. 본인의 경험을 담아 도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집필하셨고, 저희는 책 표지를 디자인했죠. ‍ 작업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건 이분의 태도였어요. 피해자는 본인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이분은 달랐죠. 직접 사건을 공론화하고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자신의 사건을 변호했어요. 피해자가 적극 나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이분은 자신의 책이 마냥 우울하거나 피해자 보고서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법원에 출석할 때도 검고 칙칙한 옷이 아닌 밝고 화려한 옷을 입고 가셨는데, 책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셨대요. 그래서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화려하게 디자인했어요. 그분도 굉장히 좋아하셨고, 최근에는 책이 증쇄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어요. 이런 점들이 저에게 뿌듯함으로 다가오면서 작업의 의미를 깊게 만들어줘요. ‍ |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거나 비영리 단체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작업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시나요? 사회에 의미 있고 필요한 목소리라고 판단할 때 그 작업을 맡아요. 하지만 동정이나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클라이언트가 어려운 일을 당하셨다거나, 그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든 요구사항을 무조건 수용한다면, 그건 디자인 자체의 가치나 의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 |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궁금해요. 디자인적인 완성도보다 메시지를 드러내달라는 작업이 있다면, 디자이너 입장에선 다른 방식으로 풀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죠. 특히 노조나 노동계 분들과 작업하면 해당 분야에서 통용되는 시각 언어가 있어요. 머리띠나 조끼를 착용하거나 강렬한 색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죠.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땐 이분들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이 의미 있다 판단하고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생겼어요. 반드시 천지개벽체라는 서체를 사용해야 하고, 인물은 ‘투쟁’이라는 머리띠를 쓰고 있어야 한다 등 여러 제약 사항이 많았어요.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떤 지점을 설득할지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죠. 결국 머리띠를 빼고, 조끼와 평상복 사이의 절충안을 찾는 데까지 성공했어요. 그분들의 방식을 모조리 부정한 채 ‘문화예술계에서 사용하는 시각 언어가 세련됐으니 이렇게 합시다’ 강요할 수는 없어요. 이런 변화는 점진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클라이언트 분들은 시각적으로 너무 약해 보이지 않냐면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요. 결과적으로 아주 잘 됐습니다. 노조 위원장 선출 포스터였는데, 그분이 위원장이 되셨거든요. (웃음) ‍‍ |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라고 느낍니다. 소통의 측면에서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디자이너다 보니 세상을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보는데요. 동물보호 단체는 동물 권리의 시각에서, 환경단체는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죠. 그런데 자칫 어느 한 쪽의 시각에만 치우치면 소통이 단절되더라고요. 얼마 전 비영리 단체와 작업을 했어요. 1년 반가량의 기간이었죠. 그렇게 오래 걸릴 작업은 아니었는데 연락이 끊기거나 논쟁이 이뤄지면서 과정이 길어졌어요. 그분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식의 피드백을 계속 주셨어요. 저는 좀 더 일반적인 기준을 갖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요. 특정 시야를 살짝만 벗어나면 다른 면이 있음을 알리는 게 디자이너의 일인 것 같아요. 같은 작업이어도 설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에요. 이 분야를 그래픽 디자인이라고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죠. 단순 미사여구가 아니라 ‘소통’이 정말 중요한 키워드여서 그런 것 같아요.‍ ‍ 하나의 작업을 두고 단순히 외주를 맡겨 진행하는 작업이 아니라, 작업을 사이에 두고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느껴요. 저는 작업이라면 자연스레 참여자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작업이 좋은 작업이자 건강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작업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디자이너를 ‘을’로 여기는 경향은 여전히 강한 것 같아요. 왜 이런 관행이 굳어졌을까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저희는 비딩*(회사가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 경쟁을 펼치는 일종의 공모전)은 참여하지 않고 있어요. 처음 스튜디오를 연 뒤 멋모르고 참여했다가 심사위원분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길래 반박했더니 떨어졌거든요.‍ 비딩의 초점은 말 잘 들을 것 같은 디자이너, 그중에서도 비용이 가장 낮은 디자이너를 뽑는 것에 맞춰져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세탁기를 바꿨는데, 세탁기는 모델마다 품번이 있고 어떤 플랫폼에서 사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잖아요. 같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려 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해요. 그런데 디자이너의 작업은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어떤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이거든요. 이걸 최저가의 가격으로 선정한다는 것에서부터 잘못됐다고 봐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죠. 비딩에 선정돼도 함께 일할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 또한 큰 문제 중 하나예요. 기획에 애정이 있는 기획자라면 이 디자이너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나와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 여러 차례 리서치를 한 상태에서 디자이너를 선정하겠죠. 이렇듯 선정 과정에서부터 절차적인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 |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까요? 와이낫어소시에이츠에서 일할 때, 연세 지긋한 신사분이 오셔서 디자이너와 담소를 나누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관장님이셨어요. 박물관 시즌 디자인을 의뢰하셨고 직접 디자이너의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의견을 나눈 거죠. 어떤 기관이든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작업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디자이너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을 예로 들면 전시부장이나 관장 등이 결정권을 갖고 있을 텐데, 보통 주니어 큐레이터분이 연락을 주시죠. 큐레이터의 마음에 들었음에도 올라가서 까이고, 수정하고, 까이고 하는 일이 정말 비일비재해요.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미팅하거나 협업을 진행할 때는 결정권자, 혹은 결정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직책의 소유자가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미팅이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요. 🤝 건강한 디자인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 | 일상의실천을 막 시작했던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과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전히 같은 점은 친구로 시작한 저희가 지금도 여전히 친구라는 점이죠. ‍큰 변화를 꼽자면, 제가 개인 작업자에서 디렉터로 역할이 확장된 거예요. 처음 시작한 세 명의 멤버 이외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생겼어요. 저는 팀원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이들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고민하고 있어요. 방향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는 강한 기준을 갖되 표현 방식, 스타일 등은 작업자의 특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 ‘제안하되 강요하지 않는다’는 그라운드 룰이 인상적이었어요.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희 나름대로 중요한 룰로 굳어졌어요. 팀원 중에는 제가 전혀 할 수 없는, 혹은 관심 없는 표현 방식으로 작업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으려면 제가 시각적으로 더 열려 있어야겠더라고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내가 꾸는 꿈의 형태를 조금이라도 가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흐릿한 이상은 선명한 목표로 거듭날 수 있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닿았어요. 준호 님은 이루고 싶은 꿈,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세요?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 품었던 단기적인 목표나 꿈은 많이 이뤘다고 생각해요. ‘강남에 있는 40평짜리 아파트를 사고 싶다’와 같은 꿈을 꿨던 게 아니니까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었어요. 꿈을 이뤘다는 표현은 너무 교만한 것 같은데, 제가 당시 생각했던 모습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네요. (웃음)‍ 저희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을이나 용역업체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온 파트너로서 인정받았으면 했어요. 그러나 클라이언트 분들은 해당 작업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드러내지 않으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바꾸고 싶어서 많은 요청을 했고, 이제는 역으로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요청을 받고 있기도 해요.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가 7만 명이 넘다 보니 했던 작업을 태그해서 올려달라는, 재밌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나이와 세대를 떠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동시대에 작업하는 작업자로서 꾸준히 작업을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 글 | 문지원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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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인간에 대한 예의를 내던진 아리셀의 자본가들
인간에 대한 예의를 내던진 아리셀의 자본가들 (2024-09-02) 최현주 | 고 김병철씨 아내 아리셀 화재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27일 오후 희생자의 영정을 품에 안은 채 폭우를 맞으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중구 서울역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6월24일 오전 10시31분, 경기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스물세사람의 생명이 하늘로 떠났다. 이주민이 열여덟명이었고, 한국인이 다섯명이었다. 그 다섯명 중에 나의 남편이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남편, 아리셀 연구소장 김병철(얼굴사진 오른쪽)씨가 세상을 떠났다. 참사가 일어난 날부터 나에게 지난 두달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남편의 죽음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고, 나에게 닥친 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목숨보다 더 소중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성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린 자본가의 잔인함을 나는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이것은 오랫동안 나를 힘들고 아프게 할 것 같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남편이 눈을 감고 나서 참사의 책임자인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그 아들 박중언 본부장이 이렇게 달라질 줄 몰랐다. 회사는 남편에게 연구개발 담당자로 스카우트 제의를 했고, 남편은 1년 반을 고사한 끝에 입사를 결정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나는 남편과 아리셀 회사의 관계가 단순히 경영자와 노동자 관계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생전의 남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불이 나자 어떤 관리자보다 먼저 남편이 공장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누구도 들어가지 않은 처참한 현장에 뛰어들어간 남편은 나오지 못했다. 작별 인사도 남기지 못했다. 남편의 사망 이후 회사의 태도는 전혀 달랐다. 남편의 죽음을 애도하기 전에 우리나라 최고의 로펌을 선임해 자신의 살 궁리를 먼저 마련했다. 나에게는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연구소 부하 직원을 시켜 전화를 걸어왔다. 물론 함께 사망한 이주민 노동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없었으니 그나마 고맙다고 해야 하나. 광고 참사의 책임자들은 일주일 동안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사고 직후 내가 아닌 기자들에게 사과했다. 사람이라면 기자가 아닌 가족들에게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자기 잇속 계산하기 전에 함께 울었어야 했다. 남편과 함께 생을 달리한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이고 여성들이다. 아리셀 회사는 재빠르게 이주노동자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돌려 합의하라고, 빨리 합의하면 조금이라도 웃돈을 얹어 주겠다고 회유했다. 아리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불법파견을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는데도 가족들에게 어떠한 미안함도 책임감도 없었다. 아리셀 회사 쪽은 ‘도급계약서’라고 쓰인 종이 한장을 들고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아리셀 경영자들이 구속되기까지 꼬박 두달이 걸렸는데, 고용노동부는 사고 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유가족들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왜 내 가족이 죽어야 했는지 알고 싶다고, 수사를 똑바로 하라고, 수사 과정을 알려달라고, 회사 대표를 구속하라고, 유가족들은 거리를 돌고 기자회견을 하고 행진을 했다. 지금 나는 아리셀 회사가 생각하는 남편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한다. 퇴근 뒤에도, 주말에도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후배들을 다독였던 남편을 회사는 ‘부품’쯤으로 생각했던 것일까? 내가 아리셀 유가족들과 함께 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람의 진심을 짓밟은 그들의 죗값을 묻기 위해서다. 누군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회사의 경영이 사람의 목숨보다, 인간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보다 우선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나이 오십이 넘었지만 이 사회에 영원히 적응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줄 말이 없다. 아리셀 참사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나와 같이하는 아리셀 유가족들, 중국동포들을 대신해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구라도 참사의 책임자 중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라면, 같이 살아남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광고 광고 (8월23일에야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다른 3명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등 저마다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28일 박 대표 등 2명의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두달 동안 얼마나 증거를 없앴는지, 조작했는지 알 수 없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노동X6411의 목소리X꿋꿋프로젝트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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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근로장려세제(EITC)’와 ‘복지태도’를 둘러싼 연구동향 살펴보기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 연구를 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수많은 선행 연구자들의 어깨에 올라타 한 발자국을 내딛는 과정입니다. 저는 지난 시간까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의 3회차에 걸쳐 관심 연구 키워드를 ‘사회적 연대(Social Solidarity)’, ‘복지태도(Welfare Attitudes)’에서 ‘복지태도 영향요인’으로 발전시켜왔습니다. 오늘은 위 연구 키워드를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구체적인 연구주제로 확장하기 위해, 기존의 연구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 [SLR]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국내 연구동향은?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SLR)” 연구동향을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는 ‘체계적 문헌분석(SLR,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문헌을 참조하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복지학에 게재된 한상윤ᆞ남석인(2023)의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은 저의 연구키워드와 연구주제에 알맞은 SLR 논문입니다. 본 연구는 2010년 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13년간 발간된 33편의 문헌을 분석하여, 복지태도 연구의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주요 내용을 기술하자면 이하와 같습니다.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을 기점으로 복지확대와 복지정치가 본격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복지태도 연구가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회복지학을 중심으로 사회학, 정치학, 정치학, 경제학 등 사회과학 전반에서 꾸준히 연구되어 왔습니다.  추가적으로 가장 빈도가 높은 연구방법은 '한국복지패널(Korea Welfare Panel Study, KWPS)'을 활용(55%)하여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을 시행(76%)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 및 연구방법의 특징과 차이를 비교하여, 합리적으로 방법을 구상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복지태도의 다양한 개념화 및 조작화 복지태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개념화는 학자들마다 다양하게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복지태도는 “복지제도 전반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 의견 및 태도(이홍기ᆞ박영준, 2015)”를 뜻하며, “복지 제도와 비용, 소득재분배나 복지국가의 정당성 등에 대한 태도(Taylor-Gooby, 1985; Miller, 1999, 재인용)”를 포함합니다. 복지태도의 개념화와 조작화는 연구문제 별로 상이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활용된 것은 ‘복지정책 확충 태도’ 와 ‘복지재정 태도’ 입니다. 다만, ‘소득재분배에 대한 국가의 역할’, ‘보편 및 선별 복지에 대한 선호’ 등의 문항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별로 상이하였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연구문제에 따라 복지태도의 거시, 중시, 미시적 영향요인이 다르게 채택되어 왔습니다. 복지태도를 특정 정책에 국한할 것인지 총체적 관점에서 조망할 것인지, 또 복지태도의 분석 단위를 복지체제 유형, 수혜 영역, 대상 등 어떻게 설정할지는 상이하게 고려되어 왔습니다. 제 연구문제의 중점과 규모를 파악하여, 정합한 개념화와 데이터를 채택할 필요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의 ‘다양성과 비일관성’ 국내 초기 복지태도 연구는, 한정적인 영향요인을 다루던 것에서 다양한 영향요인을 탐구하는 흐름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결정적으로 복지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의 요인은 다소 비일관적이며 합의가 부족한 상태이지만, 빈번히 검증되거나 대체로 유의하다고 밝혀진 요인은 존재합니다. 복지제도와 관련된 ‘물질적 이해관계(self-interest)’와 이데올로기는 주요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반면, 계급 및 계층 요인은 제한적이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SLR에서는 이러한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의 ‘비계급성’과 ‘비일관성’은 초기 형성과정의 일시적 현상으로, 한국 복지태도의 확정적 특징이 아닐 수 있다는 논지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SLR을 통해, 복지태도의 다차원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유의성이 밝혀지고 있는 연구변수를 설정하는 것이 전체 복지태도 논의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물질적 이해관계(self-interest)’관점에서, 국내 연구가 비교적 많지 않은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급여부를 독립변수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 Reviews of Start Papers *위 글은 필자의 학술문헌을 위한 초기의 글으로, 저자 및 연도 이외의 제목 등 문헌에 대한 정보는 생략하였습니다. 고안하고 있는 연구주제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 에 보다 밀접한 연구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3가지 하위주제의 Start Paper를 선행연구로 참고하였습니다. 첫째는 복지태도의 개인적 및 국가적 수준에 대한 기초적 연구입니다. 둘째는 복지태도의 개인적 영향요인 ‘자기 이해(self-interest)’에 대한 해외 및 국내의 동향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근로장려세제(EITC)을 독립변수로 설정한 연구들에 대한 동향입니다. 📘 Individual & National Level of Welfare Attitdues Blekesaune과 Quadagno(2003)는 복지국가 정책에 대한 태도에 대해 24개국을 비교분석한 결과, 복지태도는 ‘개인’과 ‘국가’ 수준 모두에서 유의미하게 형성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제가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는 이중, ‘개인수준’의 복지태도 영향요인에 속합니다. 📕 Self-interest: Determinants of Welfare attitudes EITC의 수급은 ‘자기 이해(self-interest)’적 관점에서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으로서, 복지태도의 영향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상윤ᆞ남석인(2023)*은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으로 복지급여 수혜 여부, 복지 서비스 이용빈도 등 공공복지를 받고 있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포함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외에서는 Hasenfeld와 Rafferty(1989)의 연구는 개인의 이익(Self-interest)이 복지정책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다는 초기의 논의를 이끌었습니다. 저명한 복지학자 Pierson (2001)*** 또한 신복지정치 이론에 기반하여, 자기이해적 관점에서 물질적 이해관계 요인이 복지태도 결정에 주요한 동기로 작용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안상훈 외(2021)****의 연구에서 복지 지위, 즉 수급자, 납세자, 복지제공자에 따라 복지태도가 주요하게 변화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상윤ᆞ남석인(2023)*****의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국내의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들은 다소 비일관적이고 합의가 부족하지만, ‘물질적 이해관계(self-interest)’요인은 유의하게 검증되는 추세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 EITC(Earned Income Tax Credits): the Independent Variable 근로장려세제(EITC)의 수급과 시행은 많은 연구에서 독립변수로 빈번히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로장려세제의 정책목표인 ‘노동공급’과 ‘재분배효과’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기본적이며, 대체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들이 많습니다. 도입배경 이외의 근로장려세제의 영향에 대한 연구들 또한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정책피드백 이론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한 Rendleman과 Yoder(2020)*에 따르면, 근로세액공제 수급이 선거 투표, 해당 주지사의 승인 등 유권자의 정치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검증되었습니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채택하고자 하는 독립변수는 ‘복지태도 및 증세태도’로, 이 또한 근로장려세제의 기본적인 정책목표 이외의 효과에 해당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김용수ᆞ노희천(2020)**은 재정패널 자료를 활용하여, 근로장려세제가 납세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였습니다. 연구결과를 통해 근로장려금 수급 가구원은 복지확대를 위한 증세에 추가 부담할 의향 있다는 함의를 이끌어내며, ‘증세태도’와 관련된 유의미한 기여를 이루었습니다. 다만, 해당 문헌의 한계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근로장려세제 수급여부에 따라서만 집단을 구분하였다는 점입니다. 기초생활보장제와 근로장려세제를 공통적으로 수급받는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데, 이러한 구분이 불가능해 혼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Review of Key Paper 📒 The Effect of EITC on ‘Civic Engagement’ 필자의 연구주제는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연구의 기초가 되는 Key paper 문헌으로 Shanks-Booth Mettler(2019)의 “The Paradox of the Earned Income Tax Credit” 를 선정하였습니다. 위 연구는 '정책 피드백 이론(Policy Feedback Theory)'을 기반으로, EITC(Earned Income Tax Credit)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 공공부조 제도인 'TANF(Temporary Assistance for Needy Families)'를 비교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또, 미국인의 복지 프로그램 경험과 정치 행동을 함께 조사한 독특한 'SGIP' 데이터*를 활용해, EITC 수급집단, TANF 수급집단, 두 제도의 비 수혜집단으로 나누어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 정도를 파악하였습니다. 연구결과, EITC 수급집단은 혜택을 받아도 정치적 효능감(external political efficacy)은 낮은 수준이었지만, 다른 두 피어 집단에 비해 정치적으로 적극적일(politically active)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The Social and Governmental Issues and Participation Study of 2008) 필자의 향후 진행될 연구에서는, 본 문헌에서 채택한 정책 피드백 이론(Policy Feedback Theory)과 집단구분을 참조 및 수정할 것입니다. 근로장려세제 수급집단과 함께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집단, 중복 수급집단, 비 수급집단의 복지 및 증세 태도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국복지패널’를 포함한 다양한 국내 데이터에서, 위와 같은 공공부조 제도의 수급여부와 복지 및 증세 인식을 함께 조사한 데이터가 있는지 파악할 것입니다. 🚀 향후 필자의 연구에 기대되는 의의 쭉 살펴 본 선행 문헌들을 바탕으로, 필자는 연구주제 ‘근로장려세제(EITC)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질문을 구체화할 수 있었으며, 본 연구의 의의와 차별성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 연구동향 파악을 통한 연구질문의 구체화 연구동향을 파악하기 이전, ‘근로장려세제 수급은 복지태도와 증세태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라는 포괄적인 연구질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구동향 정리 과정을 통해, ‘근로장려세제 수급 가구원은 기초생보 수급 가구원과 비수급 가구원 보다 복지태도와 증세에 있어 긍정적인가?’ 라는 질문으로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 본 연구의 의의와 차별성 본 연구는 구체화 된 연구질문을 통해, 국내의 복지태도 및 근로장려세제의 연구에 있어 여섯 가지의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 첫째, 국내 복지태도 영향요인 연구에 있어, 본 연구는 유의미한 요인으로 밝혀지고 있는 자기이해 요인의 하위범주로서 ‘근로장려세제 수급 경험’을 추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치권에서는 많은 경우, 복지태도를 포함한 정치적 태도에 대해 소득이 낮은 개인과 가구의 입장은 중요하게 대변되고 반영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간과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의 복지태도를 조명하고 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셋째, 앞으로 당면한 복지확대 및 증세에 대한 현황 인식을 조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저소득층의 친복지적 태도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때 기초 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근로장려세제 연구] 넷째, 근로장려세제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계속 연구되어야 하는 주제입니다. 지속적인 세법개정과 근로장려세제의 확대개편에 따라, 근로장려세제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보다 높아지는 등의 변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홍우형, 2019*). 다섯째, 유사문헌(김용수ᆞ노희천(2020))에서 **사용하지 않았던 데이터 ‘복지패널’**을 이용하며,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여부를 포함한 수정된 집단구분을 실시한다는 것 또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선행 연구에서 빈번하게 다루어지는 고용유인 및 소득재분배 효과 등 근로장려세제의 기존 정책 목적의 달성 여부에서 영역을 확장하여, 복지태도와 증세태도가 증가하는지를 분석하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기여가 될 것입니다. ⓒ 2024.9.9. KIM DAHYEON,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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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구원을 기다릴 때 소홀해지는 것
기술의 구원을 기다릴 때 소홀해지는 것 by 🤖아침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웃집에 사는 경계선 지능인 청년이 나쁜 사람의 꼬임에 속아 넘어가 보이스 피싱에 연루될 뻔합니다. 가게 장사를 하는 부모님은 자식의 움직임을 항시 살필 형편이 안 되어 절망하던 차, 글쓴이가 챗지피티 커스텀 봇을 제작해 사용법을 알려줍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으로 하여금 생활 속 각종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봇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결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덕분에 해당 청년의 삶은 한결 안전해졌다는 미담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자주 생각합니다. 흥미롭고 찜찜한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발 썰이므로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제 관심을 끄는 건 사실 여부보다, 여기 담겨 있는 관점과 가치관입니다. 기술에 대한 어떤 종류의 기대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랄까요. 무엇보다 이것은 기술로 장애를 해결하는 이야기입니다. 일상의 판단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고, 판단을 보조하는 기술적 도구를 제공하여 그 어려움을 해소합니다. 챗지피티 같은 LLM 기반 서비스가 일상생활을 실제로 잘 보조해줄 수 있는지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겠지만, 그 평가는 잠시 유보하겠습니다. 제대로 보조해줄 수 있다고 일단 가정합시다. 이야기 속 경계선 지능인 청년은 전자레인지에 페트병을 넣고 돌려도 되는지 같은 일상적 판단에 있어 챗봇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때 챗봇은 청년과 세계 사이를 매개하며, 청년은 자신의 판단을 챗봇이라는 기술 시스템에 외주화합니다. 기술 시스템에 판단을 맡기는 것 자체로 나쁜 일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AI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술 시스템을 매개로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을 외부 시스템에 맡깁니다.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프로그래머, 기계번역을 사용하는 저자, AI 생성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는 디자이너 모두 마찬가지죠. 검색엔진이나 쇼핑몰의 추천 알고리즘도 수많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우리 대신 판단해주는 도구이며, 우리는 그 판단을 편리하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도구를 사용해 편익을 누릴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냐고 생각하는 이도 분명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상의 판단을 전부 도구에 위임하는 게 괜찮은 걸까요? 경계선 지능인이나 지적장애인의 삶은 그렇게 해도 괜찮나요? 다른 종류의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일상적 판단이 어려운 아동의 삶은 어떤가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을 통째로 챗지피티에 위임할 수 있나요? 전부가 아니라 일부라고 한다면 어디까지 괜찮은가요?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의 경계는 어디인가요? 개인과 기술 도구의 적절한 관계에 관한 까다로운 질문은 이야기 속 화자의 역할로 인해 한층 복잡해집니다. (아마도 비장애인일) 글쓴이는 경계선 지능인 청년에게, 청년 자신보다 AI 챗봇을 믿고 행동하라고 권합니다. 그리하여 글쓴이는 청년과 부모님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GPT가 사람 하나 매시간으로 구하고 있는" 것을 보며 기뻐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기술과 맺는 관계가 드러납니다. 이야기 속 한국 사회는 경계선 지능인 청년이 역량을 기르거나 발휘할 만한 기회가 부족하고("편의점 알바랑 부모님 가게일만 하는"), 보이스 피싱과 같은 범죄의 위험이 취약계층에게 더욱 크게 작용하며, 일상을 안전하게 영위하게 해주는 돌봄 체계가 부재합니다("항상 옆에 두지도 못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냐"). 경제, 치안, 복지 등 여러 사회적 맥락에서 해당 청년은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죠. 훈훈한 결말부에 닿았을 때, 이러한 사회적 조건 중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청년과 같은 이들에게 한국은 경제적 자립이 요원하고 범죄에 취약하며 돌봄을 기대하기 힘든 곳입니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청년이 챗봇을 활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기술 시스템이 경계선 지능인 개인의 삶에 등장함으로써 문제가 갑자기 없어지거나 완화됩니다. 다른 어떤 것도 바꾸지 않은 채 기술을 추가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만 얻은 것이죠. 구원으로서의 기술. 전형적인 기술 만능주의(techno-solutionism)가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기술 만능주의는 매혹적입니다. 이야기에서 청년의 문제는 기술로 해결되었고, 심지어 그 해결 주체는 어떤 거대한 조직이 아니라 글쓴이 개인이었죠.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거나, 금융 사기범의 활동을 제한하거나, 돌봄 지원 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만 있다면, 복잡한 사회적 상황을 건드리지 않고도 세상은 나아집니다. 즉 이야기 속 챗봇은 일종의 도깨비 방망이, 마법처럼 문제를 해결해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입니다. 경계선 지능인 청년의 판단 능력을 키우고,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고, 사람과 자원을 투자해 돌봄 안전망을 설계하지 않아도, 당사자가 챗봇을 활용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집니다. 챗봇은 보호자가 자식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는 대신, 자식을 돌보지 않고 계속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줍니다. 청년이 처한 사회적 관계와 조건을 개선하기보다, 그 관계와 조건을 챗봇으로 대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신하는 것이 사실상 바람직하다는 믿음. 이때 챗봇은 기존의 사회적인 문제를 고통스럽게 마주하고 구조적 개선을 추구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주는 면책 수단이 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기술적 해결의 추구는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 관계맺기나 공동체적인 돌봄을 포기하는 일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치판단(예컨대 돌봄 지원 확대보다 챗봇 솔루션 보급을 중시하는)이 들어간 정치적 선택이 됩니다. 기술적 해결의 추구가 사회적 해결의 포기라는 말이 너무 극단적인가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위 이야기의 글쓴이가 챗봇을 만들어주면서 다른 종류의 돌봄이 필요없다고 주장한 건 아니니까요. 기술적 실천과 사회적 노력이 잘 어우러지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또한 사회적 자원의 확보가 쉽지 않은 조건에서 기술적 개입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가 바람직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돌봄이 필요하니까 챗봇으로 돌봄 기능을 제공한다는 것이고, 그런 도구를 활용하는 게 바로 일상생활 역량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적 해결책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지는 않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더구나 챗봇 같은 기술 도구가 다른 사회적 투자, 예컨대 돌봄 지원을 축소하는 명분이 되지 않는지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장애를 기술로 해결한다는 낙관을 믿으며 정작 현실에는 눈감는 테크노-에이블리즘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도입부에서 일단 받아들인 ‘챗봇이 일상 판단을 잘 보조해줄 수 있다’라는 전제를 거두어들이고, 잠시 유보해둔 평가를 재개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챗지피티 등 주요 LLM 기반 챗봇 서비스는 가입시 연령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LLM 기술은 본질적으로 부정확한 텍스트 생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혐오나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 등 부적절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도 있기에 미성년 이용자에게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한계를 지닌 도구를 일상 생활 속 판단에 활용하는 일은, 그 도구가 내놓은 부정확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위험을 일상에 도입합니다. 따라서 도구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역량, 기술에 내재된 의도와 편향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AI 리터러시라고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기술을 보급하는 것은 이용자에게 위험을 초래합니다. 이야기 속 경계선 지능인 청년이 챗봇의 잘못된 조언을 받아들여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 상황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요? 서비스나 기기에 문제가 생겨 챗봇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청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상황에서 의존할 수 있는 다른 안전망은 남아 있을까요? 기술에 건 기대가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되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기대가 어긋날 때 피해는 약자가 더 많이 입게 마련이고요. 위 이야기는 그냥 커뮤니티 썰이지만, 실제로 복지/의료 분야에 챗봇 등 AI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다 해결해줄 거라는 낙관을 잠시 거두고 실제로 가능한 일이 무엇인지, 기술에 대한 기대가 차단하는 다른 가능성은 무엇이지 면밀히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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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관심 영역 이외의 것들에 대해
*영화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보지않으신 분들은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The Zone of Interest, 2024 감독조나단 글레이저 출연크리스티안 프리델 | 산드라 휠러 정보12세이상 관람가 / 105분 / 드라마,독립예술 개봉2024.06.05 (한국 기준) 겁이 많은 저는, 귀를 틀어막은 상태로 영화 첫 시작을 함께했고, 귀를 틀어막은 상태로 영화가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귀를 틀어막지 않아도 되는 극초반과 극후반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지루하다’로 표현할 수 있지만 문득 문득... '꺼림칙'하고 나중엔 '반성하게' 됩니다. 영화의 첫 장면, 들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영화의 첫 장면은 검은색, 그저 검은 바탕입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 검은색이 유지되며 기괴한 소리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실제로는 2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고 하는데, 체감상 5분 이상 지속된 것 같았습니다. 땅굴 깊은 곳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듯합니다. 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 명이 아닌 여러명인 것 같기도 합니다. 공포영화에서 주인공들의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환호하는 것 같기도 하면서도 살려달라 외치는 소리같기도 합니다. 현악기의 기분 나쁜 불협 화음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같기도 한’ 추측입니다. 검은색 화면 덕에 추측이 늘어납니다. 혹여나 영화 상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몇 번을 문쪽으로 시선을 주었지만 영화관 직원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롯이 소리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이 소리는 무엇일까, 하며 공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곧이어 새가 날아다니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들이 떠드는 산뜻한 소리도 들리고요. 그리고 한 가족의 소풍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너의 청각에만 집중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듯이요. 영화의 주인공, 나치 친위대 실제인물 ‘루돌프 회스’ 가족 영화의 주인공은 ‘루돌프 회스’ 가족입니다. 루돌프 회스는 실제 인물로, 제2차 세게대전 당시 나치 친위대 중령이자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의 책임자였는데요.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효과적으로 학살하기 위해 소각 시스템을 철저히 이성적으로 의논하는 장면도 나타납니다. 악의 평범성을 보여주는 인물인 것이죠. 루돌프 회스 가족은 강제수용소와 담 하나를 두고 2층짜리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가난했던 회스 부부는 커다란 마당이자 정원이 있는 그 집을 굉장히 흡족해 합니다. 영화는 지루합니다. 회스 가족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마치 브이로그처럼요. 밥을 먹고 옷을 입고 집에 들어올 때 신었던 군화를 벗고 생일 때엔 생일 잔치를 합니다. 아빠는 일을 나가고 엄마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봅니다. 새로운 아이가 태어난 것 같아요. 막내는 정원에 핀 꽃을 보고 형•누나•오빠•언니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놀이를 합니다. 영화의 내러티브 방식,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대한 괴리감 그런데 문득 문득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놓고 드러나진 않지만, 저 멀리 보이는 저 굴뚝은 분명히 유대인들을 학살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여주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그 와중에 태평하게 회스 부인은 막내딸에게 꽃에 대해 설명합니다. 색감도 예쁘고 장면도 정말 평화롭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 뒷 배경으로 향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감독은 정확히 파고 듭니다. 회스 부인이 집에 놀러온 지인들과 떠듭니다. 지인이 남편에게 폭행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지만, 담 너머 자행되고 있을 폭행은 생각거리 조차 되지 않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도 ‘굳이?’ 싶을 정도로 장면에 툭툭 튀어나옵니다. 지인의 폭행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도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이, 회스 부인보다 앞에 위치한 상태로, 집안일을 합니다. 화면 중앙을 마구 걸어다니죠. 떠드는 이야기는 들리지만 실제 화면에서는 유대인들의 일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쁜 정원을 꾸몄다며, 회스 부인은 친정엄마에게 자랑스럽게 정원을 보여줍니다. 정원의 벽 뒤엔, 수감소가 있고 그곳에선 회색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옵니다. 누군가가 소리를 지릅니다. 누군가는 명령조의 어투로 사납게 얘길합니다. 회스 부인에게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일까요? 그저 엄마와 따뜻한 대화를 나눌 뿐입니다. 자신이 가꾼 예쁜 정원에 대해서요. 그래서 저는 계속 의문이 듭니다. 이 소리, 나만 들리는 건가? 저거, 나만 거슬리는 건가? 영화의 회스 가족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리고 이것에 무뎌진 듯한 가족들의 모습도 종종 나옵니다.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에게 빼앗은 옷들 중 고급진 옷은 직접 입어보기도 하고 아들 딸들에게 나누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캐나다 마켓’이라며 은어로 표현합니다. 회스 부인은 평범한 엄마같지만 유대인이 신경에 걸리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얘기합니다. “내가 남편한테 말하면 너는 한순간 재가 될거야.”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으면서 말이죠. 아이들도 수용소의 소리에 노출되어있긴 마찬가지 입니다. 작은 아들은 군인 피규어를 들고 다니며 역할극을 하는데, 그 대화는 마치 수용소의 관리자와 수감자들의 대화같습니다. 큰 아들은 작은 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온실에 가두는 놀이를 합니다. 수용소처럼요. 앞서 얘기한 장면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회스 가족에게 외할머니인 회스 부인의 친정엄마가 방문합니다. 낮 시간에 회스 부인이 가꾼 정원을 둘러봅니다. “저기가 수용소 벽이니?” “네” 간단한 대화로 수용소의 얘기는 끝을 내고, 꽃을 가꾸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털어놓습니다. 수용소에서 소각되어 나온 재들을 비료삼아 꽃들이 자란 장면을 보여줍니다. 유대인들을 소각한 그 재로,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그 이가 제게 아우슈비츠의 여왕이래요.” 회스 부인은 말합니다. 회스 부인은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오래 머무를 것 같던 친정 엄마는 편지를 남기고 떠납니다. 전날 밤 잠에서 깬 친정 엄마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빨간 불꽃과 냄새에 잠에서 깨게 됩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빛이 사라지자 밤에는 보이게 된 것입니다. 회스 가족과 반대로, 비인간적인 상황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친정엄마는 떠납니다. 과거와 현재의 만남, 이미 삼켜버린 악에 대하여 그리고 영화가 유일하게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회스 장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대뜸 헛구역질을 합니다. 김수영의 시 <눈>이 문득 떠오릅니다. 눈과는 정반대로 ‘가래’는 불순물을 의미합니다. 화자는 ‘가래’를 ‘기침’으로 정화하고 싶어합니다. 회스 장교는 ‘헛구역질’로 ‘가래’를 내뱉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나오질 않죠. 수 많은 폭력들을 무시하려고 했지만 회스 장교의 몸 속엔 자신의 악행이 불순물로 남아 있었던 걸까요? 그것을 아예 없애기 위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뱉으려고 하지만 불순물은 결국 나오지 못합니다. 자신의 악행을 그대로 흡수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닐까요. 이동진 평론가는 이것을 ‘소화’해버린 악이라고 표현합니다.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지만 아무것도 뱉어내지 못한 회스 장교가 서 있던 자리를, 지금에 와서야 청소부선생님들이 걸레질을 합니다. 아주 조금의 불순물을 계속해서 닦아냅니다. 저항 정신, 온기로만 볼 수 있는 것 회스 장교가 여느 아빠와 마찬가지로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줍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동화 <헨젤과 그레텔>인데요. 빵 부스러기 혹은 돌맹이로 길을 만들려고 했던 그 이야기와 맞물려, 한 폴란드 소녀가 나타납니다. 이 소녀가 나오는 장면은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가운 땅들과 수용소 내부 노동 현장과는 반대로, 소녀만이 빛을 냅니다. 소녀가 전달하는 사과들과 먹을거리들 만이 빛을 냅니다. 이 소녀는 실제 존재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당시 아우슈비츠 근처에 살던 10대 소녀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 코워제이치크’는 밤마다 아무도 모르게 노역 장소에 과일을 갖다 놓았다고 하는데요. 일반 카메라로 촬영되는 다른 장면과는 다르게,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녀의 온기를, 따뜻한 마음을, 인간으로서 갖는 따뜻함을 촬영한 것이지 않을까요. 질서 유지를 가장 중요시했던 사회에서 만들어낸 가장 비인간적인 상황, 그리고 그 차가움에 반기를 들며 따뜻한 희망을 전달했던 소녀.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것, 그때가 아닌 지금. 저는 독일어문학과를 전공하는 학부생입니다. 나치가 자행했던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역사도 배웠으며 특히 예술을 좋아하는 저는, 관련된 책들과 영화를 종종 보았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사울의 아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인생은 아름다워 피아니스트 더 리더 : 책읽어주는 남자 조조 래빗 많은 분들이 본 유명한 영화들일 텐데요. 제게 이 영화의 공통점은 직설적인 내러티브 방식입니다. 가해자들이 서스럼없이 행하는 악행의 순간들도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 피해자들이 고통에 겨워 죽음을 그저 맞닥뜨리는 장면들도 나타나지요. 인간이 이럴 수 있을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게 나눠지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 관계를 드러내며,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다릅니다. 집에서 일하는 유대인들을 제외한다면,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뒷 배경 소리로, 뒷 배경 건물로, 뒷 배경 연기로, 마당의 재로, 표현 됩니다. 너도 들리지 않은 척 하고 있지 않아? 너도 보이지 않은 척 한 것 없어? 너가 회스 부부와 다른 점이 없다고?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오스카 수상소감입니다. All our choices were made to reflect and confront us in the present not to say look what they did then rather look what we do now.우리의 모든 선택은, 그때 그들이 한 일이 아닌 지금 우리가 한 일을 보기 위해, 현재의 우리 자신을 반영하게하고 직면하게 합니다. 감독은 영화에서 다룬 비인간화가 과거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요. 그리고 이스라엘 희생자들과 가자 지구의 희생자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리고 다시 물어봅니다. How do we resist? 우리는 어떻게 저항할까요? 온기로 빛을 내던 폴란드 소녀의 저항정신에 대해 얘기하며 수상소감을 마칩니다. 그리고 저는 다시금 이 영화 제목을 떠올려봅니다. 관심·흥미·이익이라는 뜻의 das Interesse와 영역·지역이라는 뜻의 das Gebiet의 합성어입니다. 관심있는 영역…….. 그리고 부끄러워집니다. 나 또한 내가 관심있는 영역만을 바라보진 않았나. 바로 옆 담장 너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는 있지만, 관심을 두지 않고 눈과 귀를 닫지는 않았나. 먼 나라의 일이라고 혹은 나의 이해관계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서 떠올리며,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도 같은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칩니다. 영화를 추천해주신 서창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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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이 ‘띄운’ 지역주택아파트, 분양 사기였다
* 3편 빠르게 읽기 TV조선, 지역주택조합 성공 사례 방송했지만 허위…협찬 방송 의혹도 사실과 다른 ‘확보율 95%’ 내세우며 조합원 가입 권유  “1억 원 저렴해 가입” 인터뷰한 조합원 알고 보니 시행대행사 직원 의혹 “방송에 나왔는데 거짓일 리 없다” 믿었는데 159명 100억대 피해 발생 지난 2022년 12월 1일 대법원은 서울 돈암동 ‘이안 성북’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장과 시행대행사 공동대표 등 4명에게 사기와 업무상 횡령 등으로 징역 7년까지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별다른 자금이 없어서 토지 확보를 거의 하지 못하였고, 체계적인 계획도 없었으며,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라고 판시했다.  ‘이안 성북’ 지역주택조합 사건은 뉴스어디가 지난 달 보도한 서울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에 앞서 발생한 또 다른 ‘지주택’ 사기 사건이다. 두 사건은 많은 피해자를 낳은 지주택 사기라는 것 외에도 사기꾼들이 돈으로 언론의 ‘기사형 광고’ 등을 사서 피해자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동원했다는 점에서도 닮은 꼴이다. 당초 ‘이안 성북’ 지역주택조합 측은 2016년 계약 후 2019년 380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삽도 뜨지 못했다. 수사와 재판에서 확인된 피해자는 159명, 피해액은 무려 100억 원가량이다. 일부 피해자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지만, 상당수는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다”라며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조합 관계자들은 사기행각 끝에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 못지 않게 이 사건의 한 축을 이뤘지만 이익만 본 주체가 있다. 바로 언론사다. ‘이안 성북’ 지주택 사기 사건이 본격 시작할 무렵, 조선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2016년 3월 24일, TV조선 <광화문의 아침> 진행자와 기자는 ‘이안 성북’을 이렇게 소개했다.  MC 이창섭 오늘 첫 순서는요,  생생 경제입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가 늘고 있지만 사업이 무산될 수 있어서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MC 이하정 그런데요, 이곳만큼은 유난히 인기가 높습니다. 어느 지역일까요? 김기성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중략) 김기성 기자 성북구 쪽에 아리랑 고개라고 아시죠. 돈암동 동선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입니다. 제가 지난 주말에 찾아가 봤는데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대부분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같은 경우에 조합원 모집을 시작하고, 3~4개월 지나야지 본 궤도에 오를까말까 하는 정도가 보통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여기 같은 경우에는 홍보관을 열고 3주가 채 되지 않았는데 조합원의 90%가 모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보는 게 옳을 거 같습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면, 결국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고를 때 어떤 데를 가야되겠다,라는 팁이 나오기 때문에 제가 오늘 들고나와서 말씀을 드리려는 것입니다.TV조선 ‘광화문의 아침’, 2016.3.24. 방송 TV조선이 “유난히 인기있고, 성공했다”라고 언급한 돈암⋅동선동 지주택 아파트의 이름이 ‘이안 성북’이다. 지주택 아파트는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만들어 건설하는 방식이다.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토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토지 매입이 순탄치 않아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성공률이 10-20%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그간 들어간 사업비 등은 조합원이 떠안아야 한다. 분양가가 싸다고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높다. 그런데도 TV조선은 ‘이안 성북’ 지주택의 사기 행각이 본격화될 무렵 언론의 공신력을 통해 ‘이안 성북’에 일종의 ‘보증’을 서 준 것이다. 이날 TV조선 <광화문의 아침>은 11분 동안 ‘이안 성북’ 사업을 홍보했다. ‘이안 성북’ 광고에 열을 올린 것은 TV조선만이 아니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등도 기사형 광고, 전면 광고 등으로 ‘이안 성북’을 홍보했다. 기사형 광고는 중앙, 동아, 경향, 국민, 서울, 한국,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등 9개 매체가 1건씩 보도했다. 온라인 기사를 포함하면 총 50건으로 아시아뉴스통신 5건, MBN⋅팍스넷⋅업코리아⋅매일경제가 각 3건 등 순이었다. 전면 광고는 중앙 7건, 동아 6건, 조선과⋅한국경제가 각 5건, 매일경제 4건 순으로 모두 27차례 게재됐다.     뉴스어디가 확보한 이안 성북 광고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2016년 3월과 4월 두 달 동안 ‘이안 성북’의 1・2차 신문광고, 3차 인터넷광고(애드버토리얼)에 사용된 비용은 총 9억 4천 만원에 달한다. 전체 광고비 16억 원의 60% 가량이다. “사업부지 95% 확보했다” 허위 내용 방송⋯조합원 유혹  TV조선 <광화문의 아침>이 ‘이안 성북’ 지주택 사기 행각에 어떻게 활용됐는지 좀 더 살펴보자. 방송에서 기자는 “리스크가 있는 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라면서도 “돈암동 같은 경우는 어떻게 (성공)했는지 얘기를 들어”보자며, 조합추진위원회 김홍배 위원장 인터뷰를 내보냈다. 김 위원장은 “사업부지 95%를 확보”했고, “사업하는 데는 이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7,200평을 제가 처음에 계획을 해서 시작을 했고요. 지금 사업 부지는 95% 다 확보를 하였습니다. 사업 진행하는 데는 이상이 없습니다.김홍배 돈암동선 조합 추진 위원장(TV조선 ‘광화문의 아침’, 2016.3.24. 방송) TV조선이 내보낸 인터뷰 내용과는 달리 김홍배 조합추진위원장은 택지의 95%를 확보한 것처럼 속이고 조합원을 모집한 사기 혐의가 확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시행대행사 대표 이현재, 황문철도 사기,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등으로 각 징역 7년과 4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현재 씨는 2014년에도 사기죄 등으로 복역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서울 사당동에 지역건설주택 사업 지분을 주겠다며 김 모 씨로부터 2억 5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도 함께 재판받았고, 역시 유죄가 확정됐다. 이날 방송에서 김기성 기자는 ‘사업 부지 95% 확보’를 강조했다. “상당히 의미있는 숫자”라며 “95%만 확보하면 나머지 5%는 강제 매수 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돈암동 같은 경우에는 95%를 확보를 했다고 그러는데 95%가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뭔가 하면 지역주택조합 같은 경우에 땅의 95%를 확보하면 나머지 5%는 땅 주인들이 안 판다 그래도 강제 매수를 할 수 있도록 이렇게 법에 규정이 돼 있습니다.김기성 기자 (TV조선 ‘광화문의 아침’, 2016.3.24. 방송) 이 지주택 사기 사건과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 소송 대리를 맡았던 권준상 변호사(법무법인 신사)는 TV조선이 방송한 김홍배 추진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사업 부지 확보율이) 95%라고 하는 건, 이 조합이 다른 지역주택조합하고는 다르게 성공률이 100%다, 이렇게 이야기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것(사업 부지 95% 확보 발언) 때문에 처벌받았다고 보시면 된다”라고 말했다. TV조선 <광화문의 아침>이 방송한 김흥배 조합추진위원장의 인터뷰 내용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결정적 증거라는 말이다. 지난 2017년 시작된 손해배상 소송은 6년만인 지난달 24일 피해자들인 원고의 일부 승소로 끝났다.   피해 조합원들은 또 TV조선 <광화문의 아침> 방송을 근거로 조합추진위원장 등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조합원 수십 명이 ‘광화문의 아침’ 방송을 증거자료로, 조합추진위원장이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조합에 가입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해당 방송이 조합원 가입 여부에 영향을 미쳤음을 추론할 수 있다. 뉴스어디는 당시 <광화문의 아침>에 출연해 돈암동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사업부지 95%를 확보했다고 방송한 김기성 기자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했는지 물었다. 그는 ‘오래된 기억’이라면서도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는 “계약서도 일부 있었고, 매도의향각서가 있었다. 그 사람들이 주는 서류를 보고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기자는 해당 서류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그가 홍보관에서 확인했다는 서류는 단순히 해당 토지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내용인 ‘매물확인 매도 동의서’와 법적 구속력을 담보할 수 없는 ‘구두동의 확인서’ 등이었다. ‘사업부지 95% 확보’라는 주장의 근거가 전혀 될 수 없는 자료들이다.  그러나 TV조선 <광화문의 아침>은 ‘사업부지 95% 확보’를 내세우며 해당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마치 확실하게 성공할 것처럼 선전하고 조합원 가입을 권유했다. 돈암동 지역주택조합은 2016년 3월 TV조선 방송이 나가고 20여 일 뒤 조합원 모집을 끝냈다. 돈암동 ‘이안 성북’ 사기 사건 담당 재판부는 “피고인의 조합원 모집은 이례적인 인기를 끌며 2016. 4. 중순경 조합원 380명 모집을 완료하였다”고 했다. TV조선, 시행대행사 직원을 조합원으로 조작 인터뷰한 의혹도 “25평형을 봤을 때 1억원 정도 저렴한 가격이어서 저희는 조합원에 가입하게 되었거든요. 입지도 좋고 주변 시세를 볼 때 가장 저렴하고 다른 데 전세값보다 오히려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노〇〇/ 성북구 장위동(TV조선 ‘광화문의 아침’, 2016.3.24. 방송) <광화문의 아침>은 돈암동 ‘이안 성북’ 아파트 사업 홍보 방송에서 분양가가 1억 원 정도 저렴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는 노 모 씨 인터뷰도 내보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조합원이라던 노 씨가 시행대행사 직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뉴스어디는 <광화문의 아침> 출연 기자 김 씨에게 노 씨가 진짜 조합원인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쪽(시행대행사 측)에서 섭외를 해줬던 거 같다”라면서도 “조합원이라는 걸 확인했던 거 같다. 명부가 있었던 거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스어디가 2016년 3월 30일까지 돈암동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계약자, 실입금자 명단을 확인했으나 노 씨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피해자 소송 대리를 맡았던 권준상 변호사는 “제가 계좌 다 털어가지고 사기꾼 회사 노순주택개발(시행대행사)이라는 쪽에서 경리를 봤던 사람인 것까지 다 법원에 제출하고 그랬었다”라며, “그걸(직원이라는 사실을) 방송사에서 몰랐을까요?”라고 말했다.  사기 업체 띄운 배경에 협찬 방송 의혹  TV조선이 특정 지역주택조합을 홍보하면서 사업부지 95% 확보라는 허위 사실을 내세우고, 조합원 가입을 권유한 배경은 뭘까. 뉴스어디는 당시 <광화문의 아침>에서 ‘이안 성북’ 지주택 아파트를 소개한 김기성 기자에게 해당 방송이 이른바 ‘협찬 방송’이 아니었는지 물었다. 김 기자는 “누군가가 그런 데가 있고, 위치가 참 좋다고 어디 이야기를 들어서 취재한 것 같다”, “업계에서 이야기를 들어 취재를 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또 당시에 협찬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 방송이 나간 2016년은 TV조선이 협찬 매출로 큰 이익을 보던 해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6년 TV조선의 협찬 매출은 광고 매출을 앞질렀다. 주요 방송사 중 유일했다. 당시 방송법에는 협찬 방송 규제 조항이 마련되지 않아 방송사와 광고주 간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거나, 신문과 방송 겸영 과정에서 신문광고와 종편광고를 패키지로 판매한다는 의혹도 제기되던 때다. 뉴스어디는 ‘대우 이안성북 아파트 2차 매체광고 및 제작내역(2016.3.)’에서 패키지 판매 의혹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자료를 발견했다. TV조선 <광화문의 아침>이 ‘이안 성북’을 소개한 날은 2016년 3월 24일. 이날을 전후한 2016년 3월 11(금)~3월 28일(월) 사이 ‘이안 성북’ 지역주택조합 측이 집행한 광고비 내역을 보면, TV조선의 모기업 격인 조선일보가 받은 이안 성북 광고 단가는 다른 신문보다 많게는 5.5배, 적게는 1.5배 정도 높았다. 조선일보의 ‘이안 성북’ 내지 광고 회당 단가는 33,300,000원으로 동아일보의 22,200,000원보다 천만 원 이상 많았다. TV조선 <광화문의 아침> 방송과 이른바 ‘패키지 판매’로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사형 광고 등에 실린 허위 내용으로 피해가 끝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언론사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여전히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일반 광고보다는 기사형 광고나 협찬 방송과 관련한 규제가 훨씬 느슨하기 때문에 사기 행각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관련 제도 정비와 규정을 어긴 언론사에 대한 실질적 처벌 조항이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1편 읽기_ “2억원 웃돈 기대, 탁 트인 한강 조망” 기사⋯ 사기 아파트 광고였다2편 읽기_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사형 광고’, 사기성 사업에 악용  취재⋅사진⋅영상편집 박채린(rin@newswhere.org) * 이 기사는 뉴스어디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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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tO in Yokohama : 바다를 마주하고 서로 연결된 시빅해커들
해킹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아마추어의 혁신임과 동시에, 매우 민주적인 활동입니다.문제를 발견하면 불평에서 끝내지 않고 웹/앱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로 해킹입니다.”Catherine Bracy의 2014년 테드(TED) 강연 ”왜 좋은 해커가 좋은 시민을 만드는가” 中 시빅해커(Civic hackers)가 누군지 아시나요? 디지털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특정한 이슈에 관련된 서비스를 만들고, 그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들어간 기술과 소스코드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확산합니다. 동아시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온 시빅해킹 커뮤니티들이 있습니다. 일본의 코드포재팬(Code for Japan), 대만의 거브제로(g0v), 그리고 한국의 코드포코리아(Code for Korea)가 그들입니다. 코드포코리아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공적마스크 공동대응 활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빅해킹 커뮤니티입니다. 이곳엔 개발자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기획자, 연구자, 시민활동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7일과 1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2024 Facing the Ocean”이 열렸습니다. 이름 그대로 바다를 맞대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문제를 나누는 시빅해커들의 해커톤이자 네트워킹의 장입니다. 코드포코리아, 코드포재팬, 거브제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19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처음 열린 이후로 매년 일본과 대만, 한국에서 번갈아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제주 서귀포에서 2박 3일 동안 진행되기도 했죠. 이번에 요코하마에 모인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총 11개국의 107명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하며, 각자가 가진 다양한 고민과 경험을 치열하게 나누었습니다. 참가자로서 현장에 함께한 빠띠 크루들 역시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에 압도되었고, 조금은 감동적이기도 했답니다. 🧐 빠띠와 FtO의 인연 빠띠는 코드포코리아가 결성되기 전인 FtO 1, 2회에 공동 주최로 참여했고, 이후에도 다양한 크루들이 참여해오고 있어요.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아시아 시빅해커들이 모이는 자리를 제안한 것이 빠띠이기도 하고요. 2020년 이후부터는 코로나 공적마스크 공동대응 이후 만들어진 코드포코리아가 역할을 넘겨받아 공동 주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17개의 프로젝트 테이블, 100명의 사람들 이번 FtO에서는 총 17개의 프로젝트가 그룹별로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도출하는 해커톤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각 참가자들은 저마다 관심 있거나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주제의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이틀 간 프로젝트를 발전시켰습니다. 언어도 경험도 환경도 모두 다르지만 이를 맞춰가는 것부터가 프로젝트의 시작이었습니다. 각 테이블 구성원들은 적절한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내고, 서로의 고민을 통해 이틀 동안의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며, 각자가 할 수 있는 기여를 찾아냈습니다. “시빅해킹을 위해 반드시 프로그래머일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기여의 방식은 무척 다양했습니다. 서비스 테스터, 의사소통을 돕는 통번역자, 공동문서 기여자로서, 혹은 해당 주제를 사랑하는 참가자로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FtO의 원칙은 조금 특이합니다. “경쟁 없음, 멘토 없음, 상 없음, 우승자 없음, 패배자 없음, 테마 없음, 걱정도 없음.” “무엇이든 해도 상관없음. 단 행동강령(COC)을 지킬 것" 해결책을 도출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해커톤이기는 하지만, 협력과 즐거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혹여나 목표로 했던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는 것또한 FtO만의 중요한 원칙이죠. 여기에 올해는 조금 더 안전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FtO를 위한 그라운드룰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IT기술과 사회문제 해결, 국제 시민 교류에 관심이 있는 청년 시빅해커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는데요. 각자의 관심과 경험을 바탕으로 참여한 테이블의 진행 과정과 소회를 담은 청년 참여자들의 후기를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개별 프로젝트의 이모저모를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프로젝트 현장 소식을 기사로 전한 Tarry님의 이야기 코드포사케 프로젝트에 참여한 Jake님의 이야기 CoC와 워크숍, 행사의 이모저모를 기록한 지유님의 후기 Remy 프로젝트에 참여한 유나님의 이야기 Wowomap과 “How much is our food?”에 참여한 지환님의 이야기 사라져가는 도시와 집 아카이브, Fionna님의 이야기 *출처 : 코드포코리아 홈페이지, FtO 청년/청소년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후기글 시민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공유하고, 공유받다 이틀 간 쉼없이 작업만 진행했던 것은 아닙니다. 1일차 오후 'Sharing & Talks' 세션에서는 그룹별 프로젝트와 별개로 각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빠띠에서도 ‘디지털 사회혁신을 위한 적정 기술 솔루션 믹스온'을 공유했습니다. 기술 격차가 더 심각해지는 시대에 사회혁신이 보다 힘을 가지려면 시민을 위한 적정한 솔루션이 필요합니다. 믹스온은 투표, 모임, 제안, 뉴스레터, 회원관리, 데이터, 모금, 웹사이트 등의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합니다. 빠띠는 믹스온을 통해 사회혁신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통과 협업을 돕고, 이들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vTaiwan 커뮤니티에서 시민참여를 촉진하는 디지털 도구 현황에 관심 있는 Peter 씨의 발표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도구들의 장단점과, 실제 활용 방안을 아카이브하여 NGO와 정부, 시빅테크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요. 이번 FtO에서는 한국와 일본의 디지털 도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빠띠 시스(권오현 이사장)도 인터뷰이로 참여해 빠띠의 다양한 플랫폼(캠페인즈, 데모스X, 데이터트러스트, 믹스온, 타운홀)을 소개했습니다. 툴 활용 시 고려하는 사항, 주요한 기능과 특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죠. 시민참여 관점에서 도움이 되는 경험과 방식을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전세계 디지털 도구들이 아카이빙될 웹사이트 또한 기대가 됩니다😌 빠띠의 솔루션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소개할 뿐 아니라, 그들의 흥미로운 서비스들을 소개 받기도 했습니다. 코드포재팬에서 활동하는 Yuji씨는 저마다의 이유로 중단되거나 사장된 시빅해킹 프로젝트를 아카이브하고, 그들 간의 새로운 연결과 협력을 도와주는 “Savepoint”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 대만의 팩트체크 챗봇 시스템인 코팩츠(Cofacts)를 운영하는 Billion Lee씨와 MrOrz씨와는 팩트체크 관련 고민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즈의 팩트체크 공간과 기능을 소개하기도 했으며, 서로의 지역에서는 허위조작정보가 주로 어디서 만들어지고 확산되는지,시민참여를 넓히고 팩트체크를 일상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우리 내년에도 만날까요?” : 프로젝트를 이어가자는 약속 코드포아메리카(code for America)의 활동가 앤드류 하이퍼는 “How to get started civic hacking”이라는 글에서 시빅 해킹을 3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시작하기 : 내 주변에 있는 서비스에 참여하기 오픈데이터 찾기 :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공개되어 있는지 찾아보기 커뮤니티 만들기 : 문제를 함께 해결할 동료 찾기 이번 FtO는 짧은 시간동안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동네를 넘어, 지역을 넘어, 바다 너머의 다양한 사람들과 서로 연결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내가 살아온 경험이나 내 지역의 일들과는 또 다른 다양한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동료 참여자의 솔루션과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었으니까요. 여기서 나눈 프로젝트들은 이번 해커톤만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작업들에 새로운 동료 기여자들이 함께 참여한 그룹이 있었는가 하면, 이번 해커톤을 계기로 지속적인 후속 활동을 위한 다음 스텝과 소통채널(슬랙, 디스코드)을 정한 그룹도 있습니다. 다음 FtO은 물론이고, 그때까지 느슨하지만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팀워크가 더욱 기대됩니다. 빠띠 크루들도 이틀 동안 더 많은 데이터, 더 의미 있는 프로젝트, 그리고 더 크고 좋은 협력을 만들어내는 커뮤니티가 앞으로도 이어지는 벅찬 상상을 해 보았답니다🌿 올해 함께한 프로젝트가 내년에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기대해보면서 말이지요. 모두 내년에도 다시 만나길 바라며!👏 2024 FtO 현장 라이브 스트리밍 다시보기 📌오프닝 & 프로젝트 3분 소개 세션 👉바로가기  📌sharing & talks 세션 👉바로가기 📌프로젝트 최종 공유 세션  👉바로가기 📝 글 : 빠띠 데이터팀 활동가 나기 🏞️ 사진 : 2024 Facing the Ocean 주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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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관련 주요 데이터를 알려 주는 글 소개
바츨라프 스밀이라는 과학자가 쓴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라는 책 중에 기후위기에 관련된 글을 소개합니다. 책 제목에 어울리게 숫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는 듯하여 인상적이었고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입니다.  ------------------------------------- 1896년 스웨덴의 스반테 아레니우스는 인간 활동이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세계 온도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최초의 과학자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시대보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수준이 2배로 증가하면 중위도의 평균온도가 섭씨 5~6도쯤 상승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이 계산은 20만 행 이상의 명령을 시행한 컴퓨터 모델로 얻은 최근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19세기 초, 영국이 유일한 주요 석탄 생산국일 때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한 세계 탄소 배출량은 연간 1,000만 톤 이하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19세기에는 탄소 배출량이 5억 톤을 넘어섰고, 1950년에는 15억 톤까지 치솟았다… 2000년에는 탄소 배출량이 4배로 급증해 약 70억 톤에 달했다. 1800년부터 2000년까지 200년 동안, 화석연료가 대기에 내뿜은 탄소량은 650배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에 인구는 고작 6배 증가했을 뿐이다. 21세기 들어서는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2017년 탄소 배출량이 경제성장의 둔화와 인구의 노령화로 유럽연합에서 15%가량 줄었고, 미국에서도 석탄보다 천연가스의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덕분에 탄소 배출량이 줄었다. 하지만 중국의 탄소 배출이 10억 톤에서 30억 톤으로 크게 증가하며 이런 감소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세계 총배출량을 거의 45%까지 끌어올려 세계 총배출량이 101억 톤에 달했다. 먼 옛날에 화석화한 탄소를 어마어마하게 태우며 인간은 300만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끌어올렸다. 남극과 그린란드를 뒤덮은 빙하에 깊은 구멍을 뚫고 가느다란 얼음관을 파내면 그 안에 작은 거품이 있다. 그 작은 거품에 갇힌 공기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는 8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이산화탄소 농도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때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80~280ppm 사이를 오르내렸다. 지난 1,000년 동안에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1600년대 초에는 275ppm이었고, 19세기가 끝나기 전까지도 약 285ppm이었다. 이산화탄소에 대한 연속적인 측정은 1958년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산 정상 근처에서 시작되었다. 1959년 평균치는 316ppm, 2015년 평균치는 400ppm이었다. 2019년 5월에는 처음으로 415ppm에 이르렀다.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앞으로도 배출량이 계속 하락할 것이다. 중국에서 급증하던 속도도 최근 둔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급속도로 배출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2015년의 파리 협약은 미래의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국가별로 구체적 목표를 약속한 최초의 협약이란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수의 국가만이 구체적으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도록 강제하는 장치도 없다. 각 국가가 제시한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더라도 탄소 배출량은 2017년 수준에서 거의 50%까지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제출한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세계 평균온도 상승을 섭씨 1.5도가 넘지 않도록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소 배출량을 거의 즉각적으로 급격히 감축함으로써 2050년에는 배출량을 0까지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그런 감축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성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류 역사에서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세계경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가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그런 변화를 이루어내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대외적으로 표명되지만, 안타깝게도 탄소는 항상 새로운 기록을 세우며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일 만한 뚜렷한 가능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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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열대야를 보내고
2024년의 여름, 열대야 2024년의 여름밤은 너무나도 더웠다. 더위로 잠 못 들고, 더위로 일어난 나날들이었다. 자려고 누운 방안에 온통 더운 공기가 가득했다. 환기 시키려 창문을 열었지만, 소용없었다.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어도 그저 더운 바람을 밀어낼 뿐. 에어컨처럼 온몸에 냉기를 휘감아 주지 못했다.  잠 설치는 날이 많아지자 피로가 몰려왔다. 입술에 하얀 포자가 하나둘씩 생겼다. 구내염이었다. 구내염 치료를 위해 알보칠을 사러 약국에 갔고, 약사에게 구내염 발생 이유를 물었다. “비타민 B가 부족하거나 피로가 쌓이면 발생할 수 있어요.” 라고 했다. 비타민 문제는 아닐 터였다. 종합 비타민을 거의 매일 먹으니까. 이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약사가 물었다. “잠 잘 못 자시나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고 있는 반팔티를 팔락였다. 그리고 물었다. “요즘 저 같은 사람이 많나요? 더워서 잠 못 자고 피곤해서 약 사러오는?”. 약사가 말했다. “한국인은 항상 피곤해해요.” 짧게 쓴 웃음 짓고 나오려는 내게, 약사는 “알보칠 바르고 빨리 나으세요.” 라며 부채 로고가 새겨진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자양강장제를 마시고, 며칠이고 알보칠을 발랐지만 구내염은 낫지 않았다. 한쪽이 나으면 다른 한쪽이 나고, 다른 한쪽이 나으면 또 다른 한쪽에 났다. 7월에 생긴 구내염은 9월이 되서야 사라졌다. 열대야가 끝난 시점이었다. 잠 푹 자니 해결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2020년의 여름, 장마 2020년의 여름은 시원했다. 당연하다. 당시 한반도는 이상 저온 현상을 겪었다. 전 세계는 고온 현상이 나타났는데, 유독 한반도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저온의 여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고, 56일의 기록적인 장마로 외부 생활이 어려웠다. 멈추지 않는 비에 거리 곳곳에는 물웅덩이가 무수히 고여있었다. 뛰어도 넘을 수 없는 큰 웅덩이는 밟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밟은 웅덩이에 신발과 양말이 젖었고, 젖은 신발과 양말은 웅덩이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젖은 양말과 신발은 빨아도 잘 마르지 않았다. 햇빛이 간절했지만, 하늘에 먹칠한 구름만 가득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비가 구름에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내리면 마를 법도 한데, 누가 마르지 말라고 계속 수증기를 쑤셔 넣는 것 같았다. 세상 모든 구름이 한반도에 모여 있나 싶기도 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는 비에 짜증이 났었다. 숨쉬기 힘든 마스크도 빨리 벗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장마나 코로나나 당시로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다신 겪고 싶지 않다.” 장마가 끝나는 날, 내 일기에 쓰인 마지막 문장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장마와 열대야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 같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의 결론이다.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았다 IPCC가 낸 6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감축이고, 둘째는 적응이다. 감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고, 적응은 1.5도 혹은 2도가 올라간 지구에 적응해서 살 수 있도록 정책과 서비스, 시스템 등을 정비하는 것이다. 감축이건 적응이건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필요하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꼭 제거되어야 한다. 직접 없애지 않는한, 대기 중에 계속 머물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둔 채, 계속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대기 속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둘러싸고 계속 뜨겁게 데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 건, 불에 기름 뿌리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보고서를 처음 읽었을 때 허무했었다. 그렇게 정부건, 기업이건, 시민이건 대응하겠다고 하는 데 실질적으로 줄어든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말이다. 7차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는데, 희망 이야기가 나올지 의문이다. 한편으론 더 악화한 이야기만 나올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니 벌써 짜증이 난다. 매년 구내염과 함께한다고? 매년 젖은 신발을 신고 다녀야 한다고? 열대야가 계속되고, 장마가 계속 될 거라는 말보다, 여름이면 구내염과 함께하고, 젖은 양말과 신발과 함께 할 거라는 사살이 더 짜증이 난다. 참, 주옥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1960년에 태어난 사람은 심각한 폭염을 평균적으로 일생에 네 번, 2020년에 태어난 아이는 무려 열여덟 번이나 겪게 된다고 한다. 또한, 지구 온도가 0.5도씩 상승할 때마다 발생 빈도는 갑절로 늘어난다.1) 최근 친구가 아이를 낳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뭐가 가장 걱정이냐고 물었다. 친구는 “날씨”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야 저거 봐, 저 날씨를 보라고. 저게 사람 사는 날씨냐고. 내가 바나나야? 오렌지야? 귤이야? 내 애가 저런 날씨에 밖에 돌아다니기나 하겠냐고.” 라고 말했다. 그 뒤 친구는 한참 동안 어릴 때 보낸 여름 방학 이야기, 결혼 생활 이야기, 먹고 사는 이야기, 자식 이야기를 했다. 예전 여름은 이랬고, 이렇게 놀았고, 이런 추억이 있었고, 결혼하니 이렇고, 저렇고 따위의 이야기였다.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은연중에 “날씨 더 더워지면, 예전처럼 밖에 돌아다니면서 놀지도 못하겠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친구가 내게 말했다. “야, 주옥같은 소리하지 마.” 그리고 말했다. “삼촌이라는 인간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내 애 말귀 알아들을 때 그딴 말 하지도 마.” 이런 말을 하는 사이 애가 잠에서 깨어 울기 시작했다. 친구는 “이제 노는 시간 끝났다.”며 쫓겨 내듯이 나를 내보냈다. 친구 집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2020년의 태어난 아이는 심각한 폭염을 열여덟 번 겪게 된다"는 부분을 몇 번씩 읽었다. “그러면 안 되지.” 그 뒤 절망하기보단 나부터 잘하자는 생각으로 8월 한 달 동안, 웬만하면 걸어 다니며 대중교통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러다 보니 하루 평균 22km를 걸었다. 22km의 수치가 나 자신이 얼마나 영향을 줄였나 하는지 수치화한 것 같았다. 기후위기가 22km 만큼은 멀어졌길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의문인 건, 그렇게 걸었는데도 살이 쪘다는 것. 멀어진 만큼 무거워졌다. 걸어서 살 뺐다는 말은, 다 거짓말인 것 같다. 1) <기후책> (그레타 툰베리 외/ 김영사/ 2023)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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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내리기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사진 내리기 말고 할 수 있는 일: AI 기업에 요구하기 by 🎶소소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을 제작, 소지, 배포하는 행위는 개인의 존엄성과 인격권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딥페이크가 아니라 불법 합성물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일부 대학에서 드러났던 불법 합성물 성범죄 사건이 사실상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내가 사는 지역과 다니는 학교의 지인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보도 이후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자 대부분은 10대 20대로, 피의자 중 다수는 피해자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점은 많은 이들을 경악하게 합니다. 경찰과 검찰은 불법 합성물 성범죄 관련 행위를 신종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회도 불법 합성 성착취물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가족부 또한 경찰과 연계해 피해자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겠다고 했고요. 윤석열 대통령은 딥페이크 없는 건강한 온라인 환경을 만들 것을 촉구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성적 딥페이크 콘텐츠를 삭제하고 차단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네, 다 좋습니다. 정부 기관에서 약속한 대로 빠르게 엄정하게 대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는 딥페이크 예방을 위해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유의사항에는 “SNS 계정에 연락처, 사진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적혀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SNS에서 사진을 삭제하고도 밤새 스마트폰을 붙잡고 불안해한다고 합니다. 가정통신문에는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뭐라도 해야 하는 마음이 담겼겠지요. 그런데 도대체 피해자들이 얼마나 더 주의를 해야 할까요?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성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으니 입지 말라는 역사가 반복되는 느낌입니다. 이러다가 모두가 히잡을 두르다 못해 눈코입까지 가려야 할 판입니다. SNS에서 사진 내리기 말고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불법 합성물이 제작되고 유포되는 과정을 그려보았습니다. 전체 과정에서 피해자가 한 일은 개인 SNS에 사진을 올린 것 뿐입니다. 그 이후로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따로 또 같이 범죄를 위해 움직입니다. 피해자의 사진을 도용해서 불법 합성물 제작을 시도한 사람이 시작점입니다.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주는 익명 채널에 참여한 22만명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입니다. 의뢰자 스스로가 딥페이크 제작자이거나, 제작자가 SNS 범죄방 운영자이자 유포자일 때도 있습니다. 모두 범죄에 가담한 가해자입니다. 이 과정에는 개인이 아닌 “기업”의 역할도 있습니다. SNS 플랫폼 기업은 범죄의 유통책이 되고, 딥페이크 서비스 기업은 불법 합성물 제작에 활용됩니다. 불법 합성 성착취물의 유통 채널인 SNS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는 많은 불법 합성물들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됩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텔레그램의 강력한 운영 방침이 역설적으로 범죄 집단들이 범행을 모의하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딥페이크 뿐만 아니라 사기, 마약, 밀매, 테러 조장 등 범죄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수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최근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CEO이 체포되며 대한 아동 성착취물(Child Sexual abuse material, CSAM) 및 기타 범죄와 관련된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텔레그램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긴급 삭제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25건을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앞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통 채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AI가 불법 합성물을 더욱 쉽고 빠르게 만들어주는 덕분에 피해 범위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AI 기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오픈 소스로 공개된 AI 모델을 직접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술은 전혀 모르더라도 조금만 검색해보면 딥페이크 서비스로 쉽게 얼굴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얼굴 합성에 쓰이는 AI는 오래된 기술입니다. 기술이 발달한 환경에서 10대 청소년에게 딥페이크는 아주 오래된 보통의 장난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생성AI가 더해지며 더 빠르고 좋은 품질의 이미지가 쉽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고의 성능을 경쟁하는 AI 얼굴 합성 프로그램도 검색만 하면 수십 개가 쏟아집니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사진뿐만 아니라 영상까지도 수십 초 내로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일부 서비스는 무료이고, 대부분이 월 4.99$(약 7000원) 정도면 제한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창작을 민주화한다는 아름다운 구호 아래 AI는 범죄를 돕는 쉽고 빠르고 성능 좋은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영국 비영리 단체 IWF(Internet Watch Foundation) 은 한 달 간 온라인에 게시 된 11,000개 이상의 AI 생성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3,000개 이상의 이미지가 범죄로 분류될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성AI 이미지 서비스에서 윤리 정책이나 안전 장치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부 빅테크를 제외한 딥페이크 서비스들은 스타트업 규모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범죄자는 쉽고 빠르게 범죄를 저지르는데 AI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딥페이크 관련 기업에도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해야합니다. AI 학습 데이터셋 구축 기업이나 모델 개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억 개의 이미지 공개 데이터셋인 LAION-5B에는 유명 포르노 사이트를 포함한 다양한 소스에서 스크랩 된 아동 성착취물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이 공개 데이터셋의 삭제를 요청해왔고요. 이러한 요청에 며칠 전 LAION 팀에서는 아동 성착취물 데이터를 제거한(2천여 건 삭제) 버전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허깅페이스에서는 이미지 생성 AI 모델인 Stable Diffusion ver 1.5 모델이 삭제되었습니다. 이 모델은 아동 성착취물 생성에 뛰어나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동 성착취물이 포함된 데이터셋(LAION-5B)를 학습했기 때문인데요. 그 덕분인지 이 모델은 6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된 인기 모델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은 부적절한 이미지 생성의 온상이라는 여러 지적에 따라 최근 모델 호스팅 사이트인 허깅페이스에서 제거된 것입니다. AI 기업은 AI 모델과 서비스를 안전하게 개발, 배포 및 유지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자는 계속해서 이를 요구해야 합니다. 아래 우리가 AI 기업에 요구할 수 있는 안전 장치로 아동 안전을 위한 비영리 단체 Thorn이 제안하는 몇 가지를 덧붙입니다. 생성 AI 모델 학습 전 데이터셋 내 아동 성착취물을 탐지, 제거 후 보고 생성된 이미지의 워터마크 및 콘텐츠 출처 표기 아동 성착취물을 데이터로 학습했거나, 재생성할 수 있는 모든 생성 AI 모델을 플랫폼에서 제거 아동 성착취물을 데이터셋에서 제거하지 않는 모델의 재호스팅을 거부 아동 성착취물 생성을 의도적으로 미세 조정된 모델을 식별하여 해당 플랫폼에서 영구히 제거 앱 스토어에서 관련 도구 승인을 거부하고, 검색 결과 및 결제 차단 딥페이크 탐지, AI 생성 콘텐츠 내 워터마크 삽입 등의 기술적 조치 역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기술적인 조치가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성적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과정의 범죄는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과 성차별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기관이 범죄에 엄정 대응을 외치지만, 이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 문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당사자들은 불법 합성물 성범죄를 방치하는 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밤을 새울 지경인데도요. 네, 그래도 좋으니 더는 범죄를 장난이나 실수나 호기심이라며 봐주거나 용인해서는 안 됩니다. 엄중한 처벌이 차별적인 사회 구조에 균열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읽어보기- 음란물은 딥페이크의 부작용이 아니라 순기능(2024-07-03)- 텔레그램 성착취방의 톱니바퀴, AI(2024-08-26)- 생성 AI 성착취물 시장의 구조(2023-09-04)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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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교사의 번영(Teacher Thriving): 행복한 교실의 숨겨진 열쇠와 그 측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복한 교실을 추구하지만, 정작 교사는 행복하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아이러니다." 이 한 문장에 담긴 역설적 현실은 오늘날 교육 현장의 가장 뼈아픈 진실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학생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행복은 종종 간과되곤 합니다. 교실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형성하는 교사들. 그들의 웰빙과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의식은 저로 하여금 "교사의 번영(Teacher Thriving)"이라는 새로운 연구 주제에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번영'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직무 만족도나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교사가 전문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충만감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중요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교사의 번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측정 도구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설명 드릴 저의 연구는 바로 그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교사의 번영"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며, 그리고 이를 향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탐구가 연구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사들의 행복과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진정으로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오늘은 지난 4주 동안 진행된 연구원정 클래스의 내용을 집대성하여 "교사의 번영: 개념화 및 측정"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 및 이론적 배경에 대한 소개와 향후 연구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 들어가며 현대 사회에서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교사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사의 번영(Teacher Thriv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사의 번영'이란 무엇일까요? 이는 교사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활력을 경험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단순히 직무 만족을 넘어, 교사 개인의 전문성 발달과 심리적 웰빙이 통합된 개념입니다.  교사의 역할의 중요성은  듀르켕의 사회화 이론, 반듀라의 사회학습이론, 프레이리의 비판적 교육학 등 여러 교육 이론들을 통해 강조되어 왔으며, 교사가 학생들의 가치관 형성, 롤모델, 사회 변화의 촉매제, 그리고 학교-가정-지역사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Epstein, 2018; Freire, 1970; Bandura, 1977). 현재 교육계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교육 불평등,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 교사 소진 및 이직률 증가 등이 그 예입니다. '교사의 번영' 연구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탐구하게 될 것입니다 교사의 일에서의 번영의 정의는 무엇인가? 교사의 번영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이러한 연구는 단순히 이론적 탐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교육 현장과 정책에 적용 가능한 구체적인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더 나아가, 인적자원개발(HRD) 분야에서 교육자의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과 방법론 개발의 기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번영(thriving)이란 무엇인가? '번영(Thriving)'이라는 개념은 학계에서 오랫동안 중요한 연구 주제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번영이라는 개념이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영 개념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측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시간적 변이성: Benson과 Saito(2001)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과 성인이 경험하는 번영의 양상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의 번영은 학업 성취나 또래 관계에서의 성공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성인의 경우 직업적 성취나 가정 생활의 안정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번영이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영역별 개념화: 연구자들은 번영을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접근해왔습니다.a) 발전적 영역: 이 관점에서 번영은 개인의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등의 지속적인 자기 향상을 번영으로 볼 수 있습니다.b) 성과적 영역: 이 관점에서는 구체적인 성취나 결과를 번영의 지표로 봅니다. 직장에서의 승진, 경제적 안정, 사회적 인정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상태 vs 과정: 번영을 특정 시점의 상태로 볼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과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연봉을 받는 순간을 번영의 상태로 볼 수도 있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를 번영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특정 영역 vs 전반적 경험: 번영이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만 경험되는 것인지, 아니면 삶 전반에 걸쳐 경험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이러한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의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번영을 '발전'과 '성공'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 개념으로 봅니다. 발전: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 성공: 개인이 속한 환경과 시기에 적합한 긍정적 결과의 달성 따라서 우리는 번영을 "개인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동시에 성공을 경험하는 상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나이나 특정 상황에 국한되지 않으며, 개인의 삶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이러한 번영에 대한 이해는 교육 분야, 특히 교사의 번영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교사의 번영은 단순히 직무 만족이나 성과를 넘어, 지속적인 전문성 발달과 함께 교육 현장에서의 의미 있는 성취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일에서의 번영은 무엇인가? 1) 직장에서의 번영(Thriving at Work): 활력과 학습의 조화 직장에서의 번영(Thriving at Work)은 현대 조직심리학에서 주목받는 개념으로, Spreitzer와 그의 동료들(2005)에 의해 체계화되었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의 번영을 "개인이 직장에서 활력감(vitality)과 학습감(learning)을 동시에 경험하는 심리적 상태"로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각 요소를 살펴보겠습니다. 심리적 상태로서의 번영: 번영은 일시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지속성을 가진 내적 경험입니다. Chaplin 등(1988)의 연구에 따르면, 이는 순간적인 감정보다는 좀 더 지속적인 심리적 상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인한 일시적인 기쁨과는 달리, 직장에서의 전반적인 성장감과 활력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활력감(Vitality): 활력감은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a) 에너지 넘침: Nix, Ryan, Many, & Deci(1999)의 연구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활기찬 상태를 의미합니다.b) 열정: Miller와 Stiver(1997)가 강조한 바와 같이, 자신의 일에 대한 강한 애착과 흥미를 느끼는 상태입니다.실제 예로, 월요일 아침에도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새로운 도전을 기대하는 마음이 드는 상태를 들 수 있습니다. 학습감(Learning): Carver(1998)의 연구를 바탕으로, 학습감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a) 지식과 기술의 습득: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기술을 향상시키는 과정입니다.b) 적용 능력: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입니다.예를 들어, 새로운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경험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번영의 개념은 심리학의 오랜 연구 흐름과 일치합니다. Ryff(1989)는 개인이 성장할 때 자신을 확장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주장했으며, Carver(1998)는 번영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의 성장 경험으로 보았습니다. Porath 등(2012)의 연구는 이러한 관점을 종합하여, 인간 성장의 정서적(활력감), 인지적(학습감)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활력감과 학습감이 서로 상호작용하여 번영의 경험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에너지만 넘치거나 학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될 때 진정한 의미의 번영이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Saakvitne 등(1998)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번영을 이분법적 상태(번영 vs. 비번영)가 아닌 연속체로 이해해야 합니다. 즉, 개인은 다양한 정도의 번영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직장에서의 번영' 개념은 교사의 직업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합니다. 교사가 학교에서 활력과 지속적인 학습을 경험할 때, 이는 개인의 만족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의 번영을 이해하고 촉진하는 것은 교육 정책과 학교 운영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2) 일을 통한 번영(Thriving from Work): 직장이 삶의 질을 높이는 방식 '일을 통한 번영'은 단순히 직장에서 만족하는 것을 넘어, 직장에서의 경험이 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근로자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 사회에서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지칭합니다. 이 개념은 7개의 주요 차원으로 구성되며, 각 차원은 다시 구체적인 속성들로 세분화됩니다. 이를 통해 근로자의 번영 상태를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심리적 웰빙(Psychological Well-being from Work): 목적감, 의미, 성장과 발전, 가치 일치 정서적 웰빙(Emotional Well-being from Work): 직무 만족도, 행복감, 몰입, 열정 사회적 웰빙(Social Well-being from Work): 지원받는 관계, 존중, 소속감, 공정한 대우 일과 삶의 통합(Work–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균형, 가족과의 조화, 출퇴근 경험 기본적 욕구(Basic Needs for Thriving from Work): 고용 안정성, 보상 직무 설계와 경험(Job Design and Experience of Work): 자율성, 작업 강도, 물리적 작업 환경 건강과 신체 및 정신적 웰빙(Health, and Physical and Mental Well-being from Work): 신체적 안전, 심리적 안전, 에너지 수준, 스트레스 이러한 '일을 통한 번영' 개념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틀을 제공합니다.  교사의 경우 이 개념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탐구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에서 어떤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있는가? 학교 환경은 교사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전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가? 교사의 업무 강도와 자율성은 적절한 수준인가? 교직이 교사들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가?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직무 만족도를 넘어, 교사의 전인적 발전과 웰빙을 고려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교육 정책 입안자들과 학교 관리자들은 교사들의 '일을 통한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더 나은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사회적 정서적 역량 학교 모델(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e School Model) 사회적 정서적 역량 학교모델은 교사의 번영(thriving)과 밀접하게 연결된 몇 가지 핵심 개념과 이론을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자기결정 이론을 바탕으로 교사의 기본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율적 동기부여와 행동을 통해 교사의 번영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모델은 교사가 직업적으로 번영하고, 웰빙을 유지하며, 직무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자기결정 이론을 바탕으로 교사의 기본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율적 동기부여와 행동을 통해 교사의 번영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 모델은 교사가 직업적으로 번영하고, 웰빙을 유지하며, 직무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자기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자기결정 이론은 인간의 동기와 최적의 기능을 설명하는 중요한 심리학 이론으로 개인의 행복과 성장은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의 충족에 달려 있다고 설명합니다.a) 자율성(Autonomy): 교사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예: 수업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b) 유능감(Competence): 교사가 자신의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     예: 학생들의 학습 향상을 통해 느끼는 성취감c) 관계성(Relatedness): 교사가 학교 공동체 내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느끼는 것     예: 동료 교사들과의 협력적인 관계 사회적 정서적 역량(Social-Emotional Competencies, SEC)사회적 정서적 역량은 교사가 학교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말합니다. a) 마음챙김(Mindfulness): 현재 순간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     예: 스트레스 상황에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b) 인지적 재평가(Cognitive Reappraisal):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능력     예: 학생의 문제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그 원인을 이해하려는 노력c) 적극적 도움 요청(Adaptive Help-Seeking): 필요할 때 적절히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     예: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동료나 관리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d) 문제 해결(Problem-Solving):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예: 학급 내 갈등 상황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능력 사회적 정서적 자율적 동기(Social-Emotional Autonomous Motivation)이는 교사가 내적 동기(예: 가르치는 즐거움)와 가치 있는 외적 동기(예: 학생들의 성장에 기여하는 책임감)를 바탕으로 사회적 정서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원동력입니다. 지원적인 환경(Need-Supportive Environment)교사의 기본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학교 환경은 교사의 사회적 정서적 역량 발달을 촉진하며, 교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 전문성 개발 기회 제공을 통한 유능감 강화, 협력적 관계를 장려하는 학교 분위기 등을 포함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작용할 때,  교사는 높은 직무만족도, 향상된 교수효능감, 낮은 소진 수준, 학생들과의 더 나은 관계, 전문적 성장의 지속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모델은 교사의 번영이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환경, 개인의 역량, 그리고 내적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교사 교육, 학교 정책, 그리고 교육 시스템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전문가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 교사의 번영 및 유사 측정 도구 연구 1) Teacher Wellbeing Scale(Collie, Shapka, Perry, & Martin, 2015) 대인 관계: 동료 및 학생과의 관계. 업무량: 교사들이 자신의 업무량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자기 효능감: 수업과 교실 관리에 대한 자기 효능감. 직무 만족도: 교사들이 자신의 직무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조직 헌신: 교사가 소속 기관에 얼마나 헌신적인지. 행정 지원: 학교 행정으로부터 얼마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삶의 만족도(Flourishing): 전반적인 삶의 웰빙과 만족도. 2) Teacher Wellbeing Scale(Birchal, 2021) 개인적 요인 개인적 특성(Individual Characteristics): 교사의 회복력, 자신감, 긍정성 등 소프트 스킬(Soft Skills): 조직, 우선순위 설정, 시간 관리 지원 요청 의지(Willingness to Seek Support) 교직 경험(Teaching Experience) 개인적 상황(Personal Circumstances) 직무 역할(Job Role)  맥락적 요인 학교의 문화 상급 관리 팀의 지원 3) Teacher Thriving Scale(Chen, Rodrigues, & Kaufman, 2022) 적응성과 유연성 개인적 강점과 전문적 성장 긍정적 사고방식 최근 교육 연구에서 '교사의 번영(Teacher Thriv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측정 도구들은 교사의 웰빙과 번영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몇 가지 주요한 한계점이 드러납니다. 통합적 모델의 부재: 현재까지 개발된 측정 도구들을 살펴보면, 각각이 교사 번영의 중요한 측면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도구들은 각각 중요한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교사 번영의 복잡성을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통합적 모델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교사의 번영은 개인적, 관계적, 조직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다차원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통합적 모델과 측정 도구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문화적 특수성 반영의 한계: 대부분의 교사 번영 연구와 측정 도구들은 서구, 특히 북미와 유럽의 교육 환경을 바탕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독특한 교육 문화와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 관계성의 중요성: 한국 사회에서는 개인 간의 관계와 집단의 조화를 특히 중요시합니다. 이는 교사-학생 관계, 동료 교사 간의 관계, 학부모와의 관계 등에서 독특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교사들은 학생들과의 관계에서 '정(情)'이라는 정서적 유대를 중요하게 여길 수 있습니다. - 위계적 조직 문화: 한국의 학교 조직은 상대적으로 위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는 교사의 자율성과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Birchal(2021)의 척도에서 언급된 '상급 관리 팀의 지원'이 한국 맥락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교육에 대한 사회적 기대: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교사에 대한 기대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Chen 등(2022)의 척도에서 언급된 '적응성과 유연성'이 한국 교사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요소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업무 환경의 특수성: 한국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행정 업무, 생활지도, 방과 후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Collie 등(2015)의 척도에서 언급된 '업무량'이 한국 맥락에서는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앞으로의 계획 지금까지 '교사의 번영'이라는 개념의 중요성과 그 이론적 배경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연구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 보겠습니다.  1) 첫 번째는 기존의 번영 척도에 대한  심층 분석입니다. 광범위한 문헌 고찰을 통해,  '교사의 번영'에 대한 초기 개념과 정의를 도출할 예정입니다. 일반적인 번영 척도 교사 관련 유사 척도: 교사 직무 만족도 ,교사 효능감 척도, 교사 소진 등 기존의 교사 번영 척도 2) 다음으로 실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자 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이론적 개념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한국 교육 현장의 특수성을 우리의 연구에 녹여내는 중요한 단계 현직 교사 대상 워크숍 진행  목적: '번영'의 의미와 구성요소에 대한 논의 의의: 실제 교육 현장의 맥락과 교사들의 경험을 연구에 반영 3) 연구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전문가 델파이 조사 실시  대상: 교육학, 심리학, 조직행동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목적: 도출된 '교사의 번영' 개념과 구성요소에 대한 의견 수렴 이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실제 교육 현장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번영'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해는 교사 교육, 학교 정책, 나아가 전체 교육 시스템의 개선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연구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 연구가 한국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습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  * ⓒ 2024.9.5.  HWANG SOO JUNG,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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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 녹아 사라진 ‘반도체 소년’… 회사는 “술 때문에” [열아홉, 간이 녹았다 2화]
지난 5월 김선우(가명, 23) 씨는 한 통의 우편을 받았다. 발신자는 근로복지공단 경인지역본부. 앞서 제출한 ‘요양급여신청서’에 대한 회신이었다. 약 20개월 만에 돌아온 대답은 ‘불승인’이었다. 고등학생 때 반도체 공장에 취업하고, 1년 만에 간이 다 녹아버려 이식 수술을 받은 청년. 선우 씨의 기막힌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남들처럼 대학을 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차라리 돈을 빨리 벌고 싶었어요.” 선우 씨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심했다. 통학 거리, 학업 분위기, 대학 진학률은 등은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가 염두에 둔 건 오직 하나. ‘취업률’이었다. 빨리 돈을 벌어서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마이스터고등학교였다. 정식 명칭은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로, 직업훈련을 통한 전문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마이스터(Meister)는 ‘장인’이란 뜻. 학교에서 ‘장인’을 육성해 고졸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마이스터고는 높은 취업률을 자랑했다. 선우 씨가 입학하기 직전인 2017년에는 졸업자 119명 중 109명이 취업했다. 취업률 91.6%. 돈을 빨리 벌고 싶었던 선우 씨에게는 매력적인 수치였다. 그는 ‘고졸 장인’의 길을 택했다.그는 바람대로 경제활동을 일찍이 시작했다. 전교생 중 가장 먼저 회사로 출근한 ‘1호 취업생’.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 10월에 반도체 후공정 업체 ‘스태츠칩팩코리아’에 입사했다.임직원만 3038명(잡코리아 2023년 12월 기준)에 달하는 대기업. NICE평가정보가 제공하는 기업신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타 반도체소자 제조업’ 분야 매출로 우리나라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큰 회사였다.선우 씨는 1년 계약직으로 들어갔다. 4일간 교육을 받았다. 고가의 장비를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주의도 빼놓지 않았다.근무 형태는 새벽, 주간, 야간 4조 3교대. 6일 근무하고 이틀 쉬는 식이었다. 6일 중 하루 이상 연장근무는 필수였다. 그런 날은 작업장에 11시간 30분이나 머물렀다. 식사시간은 50분. 구내식당에서 빠르게 끼니를 때우고 라인으로 돌아오기도 빠듯했다. 이후에는 연장근무 전 30분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였다.근로시간은 주 51시간 30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한도인 ‘주 52시간’를 넘지 않게끔 맞춰진 시간이다.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 사람의 생체리듬을 맞춰 일했다. 연장근무를 하는 날이면 집에 돌아와 씻지도 못하고 뻗기 일쑤였다. 선우 씨가 맡은 건 칩 어태치(Chip Attach) 공정. 반도체칩에 전자기판을 연결하고 부착하는 등의 일이다. 이때 다량의 화학물질을 다루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솔더 페이스트(solder paste)였다. 여기에는 간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구리, 주석, 은 등이 포함된다. 그 때문에 작업장에는 늘 퀴퀴한 냄새와 타는 냄새, 아세톤 냄새로 가득했다. 선우 씨는 방진복과 얇은 덴탈마스크, 천코팅 장갑,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마스크는 입 모양이 다 보일 정도로 얇아 냄새를 막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방진복이 화학물질로 오염되면 집에 가져가 세탁하는 것도 개인의 몫이었다. “블레이드라는 날카로운 날에 용액을 바르고 세척하는 작업을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주는 게 천장갑, 비닐장갑이니까 비닐 찢기고 (용액에) 손도 젖고 했죠.” 화학물질 가득한 작업장과 불규칙한 노동시간. 선우 씨는 취업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몸이 망가졌다. 간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의료진마저 선우 씨가 살 수 있을 거라 장담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선우 씨와 ‘마지막 인사’까지 나눴다. 다행히 선우 씨는 2022년 1월 간 이식 수술을 받았고,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나이는 만 열아홉 살이었다. (관련기사: <반도체 공장 취업한 고교생, 1년 만에 간이 녹았다>)당시 병원은 급성간염을 동반한 독성간질환, 상세 불명의 무형성빈혈, 무과립구증을 진단했다. 적출된 간은 광범위한 출혈성 괴사 상태로, “완전히 녹아내려 형체가 없었다”. 손상 원인을 파악할 수조차 없는 수준.생사의 고비를 넘기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선우 씨는 회사 복귀 또는 퇴사라는 극단적인 갈림길 앞에 섰다. 몸이 좋지 않았던 선우 씨는 회사로 돌아갈 수 없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기자에게 “사직을 권고한 바 없다”고 해명했으나, 선우 씨 아버지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은 달랐다.선우 씨가 죽음의 문턱에서 ‘병원 뺑뺑이’를 도는 동안 아버지는 회사에 병가 휴직을 신청했다. 사측으로부터 “6개월간 병가 휴직을 인정해주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기억했다. 덕분에 선우 씨는 2022년 1월 1일부터 병가 상태로 치료를 받았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그해 5월, “회사로 복귀하라”는 통보를 들었다.당시 선우 씨는 상처 부위가 제대로 아물지 않아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회사에 의사 소견서 등을 보냈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회사가 무단결근 누적을 이유로 퇴사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산재를 신청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무단결근에서 병가로 기록을 정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완치라는 건 없고, 평생 면역억제제 먹으면서 살아야 돼요. 심지어 앞으로 재이식(수술)이 한 번이 될지, 두 번, 세 번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계속 걱정이 되죠. 경제활동도 차차 해야 되는데….”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격이었다. 2023년 12월 28일 선우 씨에게 정말 고비가 찾아왔다. 몸이 이식받은 간을 거부하며 공격하고 있다는 것. 선우 씨의 면역체계는, 이식받은 ‘타인의 간’을 외부에서 들어온 위험요소로 인식하고 공격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공격 정도를 낮추면 간 수치가 나빠졌다.간 이식 수술을 받은 지 3년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재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위기가 닥칠 거라곤 생각 못했다.선우 씨는 평생 3년마다 간을 새로 이식받으며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혼란스러워했다. 다행히 한 달간 입원 끝에 적절한 약물 배합을 찾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불안은 늘 곁을 맴돌았다.지난 3년간 든 약값과 치료비만 2억 원.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돈이 들지는 미지수다. 선우 씨가 언제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 그 또한 불투명하다.선우 씨는 2022년 9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했다. 약값 부담이라도 덜자는 심산이었다. 이때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출근부 등 기초적인 자료와 작업환경과 유해요인 관련자료 등을 회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사측은 모두 제공을 거부했다. 공단을 통해 받으라는 답변.‘녹아버린 간’도 문제였다. 어떤 요인이 간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는지 의학적으로 더 따져볼 길이 사라진 셈이었다.선우 씨는 자기 자신이 어떤 화학물질을 다루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발간하는 반도체 작업환경 연구보고서 등과,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경험’뿐이었다.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특수건강진단’을 받는다. 선우 씨도 2021년 4월 특수건강진단을 받았다.특수건강진단표에 기재된 취급물질로는 간 독성 및 손상을 유발하는 주석, 구리, 이소프로필알콜(IPA) 등 화학물질이 적혀 있었다. 여기에 “급성 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 질환은 작업장에서 노출된 미상의 세척 용제에 의한 가능성이 높다”는 주치의 평가 소견서를 덧붙였다. “제가 사용하던 용액에 ‘신체에 접촉하지 마세요’가 적혀 있었어요. 근데 회사는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니까….” 선우 씨와 주치의는 그의 간 손상 원인이 ‘일 때문’이라 의심했지만, 회사는 다른 것을 의심했다. 바로 ‘술’이었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 이렇게 적었다. “김선우 씨의 음주 습관으로 인한 상병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회사는 선우 씨의 특수건강진단 결과 ‘절주 또는 금주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음을 근거로 들었다. 건강했던 20대 청년이 불과 1년 만에 간이 다 녹아버릴 정도가 되려면 술을 얼마나 많이 마셔야 할까. 선우 씨의 특수건강진단표에는 ‘일주일 1잔, 하루 4잔’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선우 씨는 빈혈 수치, 간장질환 수치 등은 모두 정상이었다. 발병 이후 초진 기록에도, 선우 씨의 음주 습관은 ‘주 1회 소주 1~2병’이라고 적혀 있다. “제가 산재 (신청) 준비하면서 대학병원에 상담을 받았어요. 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20대 초반이 술을 아무리 들이부어도 간이 이 정도로 상하지 않는다고. 외부 (원인의) 개입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절대 (이렇게까지) 상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회사가 하는 말이 너무 황당한 거예요.” 회사 관계자들은 선우 씨와 엄마 하영 씨 눈앞에서도 ‘술 때문’이란 주장을 입에 올렸다. 지난해 11월 직업환경연구원이 현장조사를 나갔을 때, 그때도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술을 많이 마셔서 아픈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선우 씨 가슴속의 상처를 후비는 말이었다. 그날 선우 씨는 연구원 2명과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작업장에 들어갔다. 하영 씨는 ‘영업상 기밀 보안’을 이유로 공장 내부에 들어갈 수 없었다. 선우 씨는 분위기에 압도됐다. 연구원들은 회사 관계자들에게만 질문할 뿐, 선우 씨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선우 씨에게 그날은 마치 “회사의 변명을 듣기 위한 자리”인 것 같았다. “회사 관계자가 ‘용액이 손에 직접 닿을 일이 없다’고 말하면, 연구원이 ‘그렇군요’ 하고 넘어가는 식이에요. 제가 직접 겪은 건데, 저한테는 물어보지도 않고요. 실제로는 비닐장갑이 찢어지면 손에 직접 닿아서 젖고 하거든요. 그때 느꼈어요. (이 조사는) 내 말을 들으려고 온 게 아니고, 그냥 업무 하나를 처리하러 온 거구나.” 선우 씨는 그날 직감했다. ‘산재 승인이 안 되겠구나.’ 선우 씨는 그 뒤에 직업환경연구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현장 조사에서 하지 못한 말들을 적었다.산재 신청 이후 약 1년 8개월의 기다림 끝에 결과가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월 ‘불승인’을 통보했다.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우선 “급성 간염을 동반한 독성 간질환은 확인되고, 개인적인 발병요인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위원 7인 중 6인은 “독성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의 노출이 없어 업무 관련성은 낮다”고 봤고, 1인은 “작업 중 간독성 물질이 일부 있으나, 독성이나 노출량을 고려할 때 상병을 유발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판단해 전원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소송으로 (산재 승인을) 다투려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회사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없잖아요.” 선우 씨는 지난 8월 산재 불승인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몇 년이 걸릴지, 어떤 판결이 나올지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소송이 진행되는 그 긴 시간 동안 선우 씨와 가족들이 더 지치고 힘들어질 거란 사실만은 분명하다.하지만 그 불확실한 미래에 한 번 더 희망을 걸었다. 열아홉 나이에 녹아버린 간. 그의 간을 사라지게 한 원인을 찾는 일도, 그의 남은 인생도 아직은 포기할 수 없기에.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스태츠칩팩코리아의 반론을 듣고자 지난달 19일부터 약 30차례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지난달 30일 기자는 인사팀 관계자, 안전팀 관계자, 임원급 관계자와 번갈아 소통했다. 이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불승인) 판단에 이견이 없다”, “절차에 따랐고 오히려 선우 씨를 도우려고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덧붙여 “(셜록 보도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그리고 지난 2일 안전팀 관계자는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선우 씨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회사는 ‘김선우 씨에게 헌혈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사내에 공지해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산재에 관한 사측의 의견은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보험가입자의견서에 “해당 작업은 회사 창립 후 수십 년간 이어온 공정이며 그동안 동일 상병 혹은 유사 상병이 발생된 적 없다”고 주장했다.이어 “김선우 씨의 음주 습관으로 인한 상병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며, 작업환경측정결과와 역학조사 결과 기록을 보면 유해인자에 대해 “불검출 또는 검출한계 미만”임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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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하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 기후재정, 디지털 성범죄, 전세사기를 연구할 특별연구그룹을 모집합니다.
2024년 하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 기후재정, 디지털 성범죄, 전세사기를 연구할 특별연구그룹을 모집합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The owl of Minerva spreads its wings only with the coming of the dusk 안녕하세요. 연구탐사대 운영진인 나이오트입니다. 저희는 현재 사회문제 해결을 향한 예비연구자들의 진심을 지식으로 발전시키도록 돕는 12주 연구몰입훈련프로그램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사회적 난제를 함께 연구하면서 구조적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문제 연구 커뮤니티이자 연구훈련 커뮤니티인 '연구탐사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원정 부트캠프 9월 모집에 앞서 저희의 마음을 여러 분들에게 전하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글을 적어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연구탐사대의 가장 첫 시작은 사실 2020년 4월에 시작된 ‘프로젝트 함트XAMT’라는 비영리 프로젝트입니다. 2019년 11월, ‘청년 연구자 플랫폼 제안’이라는 이름으로 나이오트의 파운더가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연구 플랫폼 기획안을 완성한 이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을 때에 2020년 3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었습니다. 단 한번도 마주한 적 없는 형태의 잔혹한 범죄 앞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분개하면서 동시에 느낀 감정은 ‘무력감’이었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 지, 그 원인은 무엇이고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 이 무력감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기획한 것이 연구 플랫폼이었고, 여성혐오로 표현되었던 관련범죄가 디지털 성범죄의 형태로 변이된 이 상황에서 만일 연구 플랫폼을 실제로 시도해보지 않는다면 지금껏 플랫폼을 기획한 수년의 시간들이 무의미해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팀을 꾸렸고, ‘문제정의활동에 기반한 문제해결해커톤’을 기획해보자는 마음으로 프로젝트 함트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밖에 해본 적이 없는 대표와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실행하면서 마주하는 시행착오 앞에서 저희는 너무 취약했고, 몇개월이 채 되지 않아 프로젝트는 무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의 정신만은 남아 이후 창업으로 이어졌고 지금의 나이오트와 연구탐사대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조주빈이 잡히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잠잠해진 후에도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실체와 구조, 원인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요. 언제든 문제는 재발될 수 있었고 또 변이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의 구조와 원인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했고, 그런 연구자들을 모으고 또 연구하기 위해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부지런히 개발했고 밤낮없이 활동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난 서울대 딥페이크 유포 사건에 이어 이번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이 터졌을 때 정말 많이 좌절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에 대한 연구와 기록,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곳에 주장해왔던 저희였지만 막상 정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으로 변이되는 동안 저희가 연구의 측면에서 해온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여전히 문제는 미궁 속에 갇혀 있고, 문제의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져가고 피해규모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왜 알면서도 그런 연구자들을 모으지 못했는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하지 못했는지 많이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정작 재발 변이된 문제 앞에서 저희 또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동시에 지난 8월 28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사실 처음 빌라왕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함께 분개했고 또 무엇을 도와야 할 지 고민했지만 주저해왔었습니다. 물론 다행히도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되었지만 이 또한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피해자들에 대한 응급대책일 뿐, 여전히 부동산 문제와 전세제도에 대한 문제는 시한폭탄과 같이 한국 사회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특별법이 통과되었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시 이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9일에 아시아 최초로 일부 승소한 기후소송은 어떨까요. 헌법재판소는 2031년 이후의 장기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지만, 2030년까지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는 기각 판결을 내린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그렇다면 우리가 2030년까지, 더 나아가 앞으로 사회 전반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사회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부 차원의 대응과 지원, 또 제재를 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와 약속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우리는 정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이미 시작된 기후재난을 한해한해 견뎌내면서라도 우리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그것을 정부에만 맡기거나 가만히 바라보고 있기에 우리는 너무도 무력합니다. 그저 주저앉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어서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번 9월에 모집하는 연구원정 부트캠프에서 기후재정, 디지털성범죄, 전세사기를 주제로 연구할 이슈연구그룹을 모집합니다. 저희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12주동안 자신이 진심인 사회문제를 깊이 있게 연구하면서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이슈연구그룹에서는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각 부분들을 연구하면서 연구계획서를 세우고, 이를 종합한 연구 플랜을 세우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에 필요한 지원과 커뮤니티를 조직하고, 계속해서 세부 이슈들에 대응할 수 있는 연구자그룹을 길러내고자 합니다. 황혼이 저물어야 날개짓을 시작한다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이슈가 사그라들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연구를 계속해서 지속하고자 하는 마음에 Minerva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기후재정, 디지털 성범죄,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구조적, 제도적, 공동체적 원인을 정리하고 대안을 연구하고 모색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이 그룹에 함께 해주세요. 저희가 수 년동안 검증해 온 연구훈련 프로세스를 통해 여러분의 진심을 지식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사회문제 솔루션을 만드는 최적의 대안이어서가 아닙니다. 저희도 고작 4년차 스타트업에 불과하고 연구원정 부트캠프 또한 연구계획서 작성까지만 개발되어 있는 설익은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 프로그램이 보다 검증된 이후에, 보다 안정화된 이후에 연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을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통해 해야 하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문제가 심각한데, 한가하게 연구나 하고 있을 것이냐. 그것도 기연구자들이 아니라 예비연구자들을 언제 훈련시킨다는 것이냐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은, 먼저는 사회문제의 구조적 요인과 원인을 연구해서 기록하고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회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뾰족하게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다면 우리는 분명 가장 적실한 해결책을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동시에 저희는 당장의 연구 전문성 이상으로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진심’이 가장 적실한 연구를 만들어내는 코어라고 믿습니다. 당연히 기후재정, 디지털 성범죄, 전세사기에 대해 오래 연구해오신 연구자분들이 함께 구조적 원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나가시는 것도 너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진행하면서 문제의 당사자 혹은 문제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던 분들이 직접 정하시는 연구주제의 적실성과 깊이는 기연구자분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너무 필요한 영역임을 절실히 깨달아왔습니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직감적으로 이해하고 계신 분들에게 연구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와 공동체를 만들어드리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임을 저희는 확신합니다. 마치 지구 멸망의 날에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과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난 2021년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문제가 어디까지 변이되고 피해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되었는지를 마주할 때에, 저희는 이 싸움이 결코 한두 사건의 해결로 끝나거나 한두 법안의 통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인지합니다. 디지털 성범죄를 필두로 디지털 플랫폼의 규제와 디지털 환경에 대한 법적 지위의 논쟁, 여기에 젠더 이슈와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대응까지 연결되어 있는 복합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전세사기 사건 또한 우리나라의 부동산 산업과 대출규제, 주거권 논쟁이 뒤섞인 가운데 그 속에 응축되어 온 욕망과 질서의 각축전을 드러낸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글로벌 이슈인 동시에 산업 전반의 전환과 정부의 방향성 자체를 근본부터 재논의해야 하는 기후재정 이슈 또한 마찬가지이죠. 이 문제들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변이될 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당장의 사건에 대한 연구 이상으로 연구를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연구공동체의 조성과 연구자 양성이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겠습니다. 이번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기후재정, 디지털 성범죄, 전세사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연구하는 연구자와 연구공동체가 키워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동시에 멘토 역할을 해주실 기연구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연구하고 또 연구에 도움을 주실 연구자분들도 저희에게 연락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동시에 연구에도 재원이 필요합니다.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해주실 분들이 있으시다면 연락주시면 관련해서 기획들을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혹 ‘이렇게 심각한 이슈에 대해 유행 타듯이 가볍게 대응하는가’라는 불편한 마음이 드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먼저 사과드립니다. 그러한 오해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비추어볼 때에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염치불구하고 모집을 진행합니다. 동시에 저희는 연구그룹과 공동체 유지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구훈련과 연구 코디네이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기업입니다. 공익적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지속가능성이 필요하다 판단하기에 저희는 비용을 받습니다. 다만 지속가능성 이상의 영리를 취하기보다 가장 효과적인 연구공동체의 조성과 연구수행에 제1순위를 두고 재정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연구탐사대의 미션이자 약속이니깐요. 보다 자세한 모집내용은 2024년 연구원정 부트캠프 하반기 대원 모집 페이지에 공개되어 있습니다.이외의 문의나 제언, 협업문의 등은 연구탐사대 DM이나 카카오톡채널을 통해 전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회운동 단체의 일을 열심히 돕던 한 학부생이 내 연구실에서 석사를 하고 싶다고 찾아온 적이 있다. 왜 공부를 하고자 하는지 물었다. “세상을 더 평등한 곳으로 만들고 싶어서요.” 학생에게 그런 목적이라면 대학원 공부를 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공부는 공부인 것이라고. 논문을 쓰다 보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놀랍지 않은 상식에 가까운 결론을 확인하기 위해 수많은 문헌을 읽고 정리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도 우리가 가 닿는 자리에는 종종 불확실성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논리적 엄밀성을 추구하는 학계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라고, 그래서 종종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을 사후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고, 그조차도 온전히 해내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다. 학생은 되물었다. “그럼 교수님은 왜 공부를 하시는 건가요?” 나는 할 줄 아는 게 이거 하나였다고. 그리고 공부가 가진 힘을 믿는다고, 공부가 당장의 사회 변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고 속 시원한 말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지는 못하지만 인류가 유사한 문제를 두고서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오랫동안 쌓아 온 지식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얻게 되는 통찰이 있다고. 그 통찰의 힘이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가장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씀 중, Diversitas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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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피해자에게 진짜 도움이 될까?
2024년 8월 28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고, 9월 3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까지 거쳐 정식 공포되었다.아직 시행령과 세부 지침은 나오지 않아 상세한 내용까지 알기는 어렵지만,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특별법을 평가해보려고 한다. ※ 주의 : 주제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글이 길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Part 1. 특별법 개정안 평가 요약 한줄평 : 더 늦어지기 전에 개정되어 다행이고 기존보다 진일보한 내용도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되고 사각지대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내용>1-1. 피해자 요건 완화1-2. 지자체의 피해주택 시설관리 근거조항 마련1-3. LH의 피해주택 매입을 통한 주거안정 방안 보완1-4. LH 매입 시, 경매차익을 통한 우회적인 피해금액 회수 방안 마련 <우려되는 내용 & 아쉬운 내용>2-1. 매입 절차에 대한 의구심2-2. 매입기관(LH)의 실무 역량에 대한 의구심 (조직, 인력, 예산 등)2-3. 경매차익 최소보장 방안이 마련되지 않음2-4.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은 매입이 어려움1) 다가구주택2) 다세대 공동담보 건물2-5.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대 발생1) 개정안 시행 이전 경매 끝난 세대2) 외국인 피해자3) 일시적 1주택자 Part 2. 특별법 개정안의 반가운 내용 1-1. 피해자 요건 완화- 입주 전 이중계약 사기 피해자, 전세권 설정된 피해자도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보증금 요건이 종전 최대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되었다. 이제 보증금 요건 충족하지 못하는 인원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인정요건 3호 '다수 피해가 발생할 우려'를 '2인 이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로 명확히 했다. ✔️ 피해자로 인정받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서는 기존 피해자 요건으로도 내년 5월까지 3만 6천명 정도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번 개정안 덕택에 내년 5월까지 4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1-2. 지자체의 피해주택 시설관리 근거조항 마련- 피해주택의 70-80% 정도는 크고작은 시설관리 문제를 겪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간 지자체에서 적어도 건물 공용부 단전/단수, 소방/승강기 안전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개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찾아간 지자체에서는 관련 근거가 없고, 사례가 없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지자체장이 피해주택에 대한 안전점검, 관리감독, 공공위탁관리를 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만들어뒀다. ✔️ 이제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피해주택 시설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생겼지만, 지자체 행정 철학, 예산/조직 등 실무 역량 등에 따라 편차가 커질 수 있다. 특별법 개정안에 근거해 조례를 만들고, 시설관리 지원에 나서는 최초 사례를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1-3. LH의 피해주택 매입을 통한 주거안정 방안 보완- 그간 LH 매입대상에서 제외된 불법건축물, 신탁사기 피해주택, 선순위 임차인 거주주택 등 매입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특별법 상 피해자가 보유하는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하면, LH에서는 경매 과정에서 피해주택을 낙찰받고, (LH 감정가-낙찰가) 만큼의 경매차익을 피해자 주거비용으로 지원한다. -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한 후, 피해자는 기존 피해주택에서 10년간 무상거주할 수 있는데, 거주기간 내야하는 보증금이나 임대료는 경매차익에서 공제한다. - 추가적으로,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재정투입으로 기존 피해주택 10년 무상거주는 가능하게 하고, 타지로 이사가는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전세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매입 대상을 늘리고, 피해자에게 주거비 부담없이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4. LH 매입 시, 경매차익을 통한 우회적인 피해금액 회수 방안 마련-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피해자가 보증금 중 일부 금액이라도 회수할 가능성은 열리게 되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해자는 LH에서 매입한 피해주택에 거주하다가 퇴거할 때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을 받고 퇴거하게 된다.(단, LH 매입 후 피해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있다면 해당 기간의 임대료는 경매차익에서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받는다.)- 경매 과정에서 LH가 매입하는걸 고려하면, 배당금을 먼저 받고, 경매차익은 추후 피해주택에서 퇴거할 때 LH로부터 돌려받게 된다. <피해자 유형별 경매차익 보전방식> (자세한 설명은 국토부 설명회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다세대주택인 경우ㄴ 선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 - 기타비용(경매비용 및 선순위 세금 등)]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ㄴ 후순위 임차인(소액임차인 해당) : 배당금액(최우선변제금)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ㄴ 후순위 임차인(소액임차인 미해당) : 배당금액(적거나 0원)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 다가구주택의 경우 ㄴ 선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 + (보증금보다 배당금이 낮은 경우, 경매차익 안분배당 금액 지급) ㄴ 후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적거나 0원) + 경매차익 안분배당 (경매차익을 피해자의 보증금 비율에 맞춰 나눠서 지원)✔️ 제한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피해자가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진일보했다. 선순위 임차인은 피해주택 셀프낙찰 대신 LH 매입을 통해 보증금의 상당 금액을 회수할 것으로 보이고, 후순위 임차인도 경매차익을 일부 보장받을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특별법보다는 훨씬 낫다. Part 2. 특별법 개정안의 우려되는 점 & 아쉬운 점 2-1. 매입 절차에 대한 의구심- 결국 피해자 입장에서는 경매차익(LH 감정가 - 낙찰가)이 높게 나오는게 제일 중요하다. - 경매차익이 커지기 위해서는 감정가는 높고, 낙찰가가 낮아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LH 감정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LH에서 직접 감정평가를 하지않고 외부 기관에 맡기더라도 LH에서 감정평가 기관에 주택가격을 낮게 책정하도록 입김을 넣지는 않을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이 생긴 것은 그간 정부가 워낙 전세사기 문제해결에 미온적이었고,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행태 때문에 자초한 면이 크다.- 그리고 피해자가 LH에 양도하는 우선매수권은 해당 회차 최고가에 낙찰받도록 되어있는데, 이를 악용한 외부의 작전세력이 들어오는 경우에 대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안을 더 키운다.✔ 피해자가 선뜻 LH에 매입 요청하기에는 경매차익 수준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과 불안해소가 중요한 시점이다. 2-2. 매입기관(LH)의 실무 역량에 대한 의구심 (조직, 인력, 예산 등)- 개정안의 LH매입 방안은 사실 반가우면서도 우려되는 대책이다. 이론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건 맞지만, LH에서 수만채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게 현실적으로 원활히 작동할지는 우려된다. 기존에도 LH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방안은 있었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넘도록 누적 매입건수는 30건에 채 못 미쳤다. (관련 보도)- 3기 신도시 업무, 8·8 부동산 대책을 통한 매입임대주택 무제한 공급 등 LH의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LH에서 원활하게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 방법 제외하고 보증금채권 매입방안(선구제 후회수)에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선을 그은 상황인데, 이 방안만 가지고는 모든 유형의 피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 본다.✔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위한 조직, 인력, 예산 확충이 필수적이다. 2-3. 경매차익 최소보장 방안이 마련되지 않음- LH 매입방안의 맹점은 경매차익이 발생할지, 안 할지는 실제로 매입까지 끝나봐야 안다는 것이다. LH에 매입을 요청하기 전에 감정가와 낙찰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피해자대책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매차익이 최우선변제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피해자 대상으로는 국가의 재정을 투입해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최소보장 방안'은 우선매수권를 포함한 피해자가 주택에 대해 가지는 모든 권리를 LH에 양도하는 대가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최소보장의 세부내용인 지급기간(일시지급/장기간 분할지급)과 지급방식(현금/바우처) 등 다양한 제안을 정부와 여당에 전달했으나, 현금성 지급은 절대 안된다며 거부당했다.✔ 정부·여당은 10년간의 무상거주가 최소보장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옥같은 집에서 10년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매우 아쉬운 점이다. 2-4.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은 매입이 어려움- 지금 방안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다가구주택과 다세대 공동담보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다. 1) 다가구주택 ㄴ LH에서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상 피해자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모든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야만 추후 법적 문제가 없다는게 정부 입장인데,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관료적인 발상일 뿐이다. ㄴ 이미 전세사기 대란이 2년동안 지속되며 임차권등기를 해두고 타지로 전출해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고, 피해자 이해관계에 따라 LH 매입에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다. ㄴ 피해자대책위는 피해자의 과반수 동의로 완화해달라고 계속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2) 다세대 공동담보ㄴ 다세대 공동담보가 대다수인 수원, 부산 지역 피해자들도 이번 개정안의 혜택에서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ㄴ 다세대 공동담보는 개별 호실이 모두 구분등기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다가구주택과 다르지만, 공동담보가 설정된 모든 호실/건물에 새로운 낙찰자가 나타나야만 경매가 종료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 다시 말해, 모든 세대의 집주인이 나타나야만 경매가 종료되고 수익사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아무도 새로운 집주인을 자처하지 않는다.)ㄴ 피해자대책위에서는 LH에 공동담보로 묶인 모든 세대를 통으로 매입하는 등의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여전히 문제해결이 어렵다. 2-5.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대 발생- LH에서 피해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 지원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1) 개정안 시행 이전 경매 끝난 세대- 특별법 개정안은 원래 약속했던 시기보다 훨씬 늦게 마련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경공매가 진행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영끌해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피해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LH의 매입 등 소급적용 방안이 없다는 점은 너무 아쉽다. 경매가 아니라도 피해자가 셀프낙찰받은 안타까운 사례에 대해서는 LH에서 매입하는 것도 방안이 아닌가 싶은데, 끝내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그나마, 강제퇴거당한 피해자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10년 무상거주는 지원해주기로 해서 불행 중 다행이다.2) 외국인 피해자- 현재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은 되지만, 실제 지원대책 이용하러 가보면 외국인이라서 안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에도 우선매수권 자체는 보장되지만, 이걸 LH에 양도하는 것은 불가하다. LH에서는 피해주택을 매입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공공임대주택에 외국인은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외국인이 수백만명이나 거주하는 사회이고, 전세사기를 당한 억울함은 동일한데 지원대책에서 내국인과 명백한 차별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 다만, 주거안정 차원에서 긴급주거지원 기한을 2년→6년으로 연장하긴 했지만, 긴급주거지원 자체가 양과 질에서 열악한 경우가 많아 실효성은 매우 떨어진다.3) 일시적 1주택자- 신혼부부 중에서는 아파트 청약(분양)이 되었지만, 입주까지 몇년의 시간이 남아있어 전셋집을 구한 경우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청약(분양)이 되면 1주택자로 분류되어 지원받을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 문제는, 아파트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치르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꼬여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의 LH 매입 대책은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일시적 1주택자는 피치 못하게 또다시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 피해자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한다. /// 👀 특별법 개정안 세부내용은 다음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 - 2024.08.21 특별법 개정안 원문 bit.ly/특별법개정안원문- 2024.08.28 국토교통부 설명자료 bit.ly/국토부설명자료- 2024.09.02 피해자대책위 및 시민사회대책위의 개정안 평가 토론회 자료집 bit.ly/개정안평가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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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사 논란, 같이 팩트체크 해봐요!
팩트체크 캠페인 : 기록으로 만드는 변화! 더 많은 시민의 참여로 하나의 사안에 흩어져있는 많은 데이터를 정리하며 사실을 모으는 ‘팩트체크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팩트체크 캠페인의 네 번째 주제는 ‘친일 인사 논란’입니다. 팩트체크의 시작은 ‘생각나는 것부터 적어보기’인데요. 그동안 있었던 일을 무엇이든 기록할 때 사실을 찾아나가는 출발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일부 인사의 발언이 ‘일제강점기로 조선이 근대화 됐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인식과 동일하다는 논란이 일었습니다.여러분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뉴라이트, 친일 인사 논란에서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주요 사건, 특정인의 발언, 언론 보도, 질문, 궁금한 점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떠오르는 모든 것을 기록해주세요. 팩트체크 캠페인에 모인 여러분의 기록으로 친일 인사 논란을 정리하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참여로 모인 사건, 발언, 언론 보도 중 검증이 필요한 정보는 추후 시민팩트체커가 함께 정리합니다. 기록을 통해 기여해주세요! 참여방법 ✍그동안 있었던 일 중 생각나는 것은 무엇이든 코멘트로 적어주세요! ‘친일논란’ 이슈 페이지(클릭)에서 주요 타임라인과 콘텐츠를 확인하고, 뉴스를 추가해보세요. 예시 김문수 노동부장관 “일제강점기 선조 국적은 일본…그렇다고 손기정 매국노 아냐” https://www.segye.com/newsView... 더많은 팩트체크 캠페인과 콘텐츠는 여기(클릭)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캠페인’은 정제된 사실을 정리해 더 나은 논의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으며,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를 위한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팩트체크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도록 캠페인즈를 후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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