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8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었고, 9월 3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까지 거쳐 정식 공포되었다.
아직 시행령과 세부 지침은 나오지 않아 상세한 내용까지 알기는 어렵지만,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특별법을 평가해보려고 한다.
※ 주의 : 주제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글이 길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Part 1. 특별법 개정안 평가 요약
한줄평 : 더 늦어지기 전에 개정되어 다행이고 기존보다 진일보한 내용도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되고 사각지대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가운 내용>
1-1. 피해자 요건 완화
1-2. 지자체의 피해주택 시설관리 근거조항 마련
1-3. LH의 피해주택 매입을 통한 주거안정 방안 보완
1-4. LH 매입 시, 경매차익을 통한 우회적인 피해금액 회수 방안 마련
<우려되는 내용 & 아쉬운 내용>
2-1. 매입 절차에 대한 의구심
2-2. 매입기관(LH)의 실무 역량에 대한 의구심 (조직, 인력, 예산 등)
2-3. 경매차익 최소보장 방안이 마련되지 않음
2-4.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은 매입이 어려움
1) 다가구주택
2) 다세대 공동담보 건물
2-5.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대 발생
1) 개정안 시행 이전 경매 끝난 세대
2) 외국인 피해자
3) 일시적 1주택자
Part 2. 특별법 개정안의 반가운 내용
1-1. 피해자 요건 완화
- 입주 전 이중계약 사기 피해자, 전세권 설정된 피해자도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 보증금 요건이 종전 최대 5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되었다. 이제 보증금 요건 충족하지 못하는 인원은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 인정요건 3호 '다수 피해가 발생할 우려'를 '2인 이상 피해가 발생할 우려'로 명확히 했다.
✔️ 피해자로 인정받는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서는 기존 피해자 요건으로도 내년 5월까지 3만 6천명 정도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번 개정안 덕택에 내년 5월까지 4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1-2. 지자체의 피해주택 시설관리 근거조항 마련
- 피해주택의 70-80% 정도는 크고작은 시설관리 문제를 겪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간 지자체에서 적어도 건물 공용부 단전/단수, 소방/승강기 안전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개입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게 찾아간 지자체에서는 관련 근거가 없고, 사례가 없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 특별법 개정안에서는 지자체장이 피해주택에 대한 안전점검, 관리감독, 공공위탁관리를 할 수 있도록 근거조항을 만들어뒀다.
✔️ 이제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통해 피해주택 시설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생겼지만, 지자체 행정 철학, 예산/조직 등 실무 역량 등에 따라 편차가 커질 수 있다. 특별법 개정안에 근거해 조례를 만들고, 시설관리 지원에 나서는 최초 사례를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1-3. LH의 피해주택 매입을 통한 주거안정 방안 보완
- 그간 LH 매입대상에서 제외된 불법건축물, 신탁사기 피해주택, 선순위 임차인 거주주택 등 매입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피해자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겠다고 한다.
- 특별법 상 피해자가 보유하는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하면, LH에서는 경매 과정에서 피해주택을 낙찰받고, (LH 감정가-낙찰가) 만큼의 경매차익을 피해자 주거비용으로 지원한다.
-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한 후, 피해자는 기존 피해주택에서 10년간 무상거주할 수 있는데, 거주기간 내야하는 보증금이나 임대료는 경매차익에서 공제한다.
- 추가적으로,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재정투입으로 기존 피해주택 10년 무상거주는 가능하게 하고, 타지로 이사가는 경우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전세임대주택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 매입 대상을 늘리고, 피해자에게 주거비 부담없이 주거를 제공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1-4. LH 매입 시, 경매차익을 통한 우회적인 피해금액 회수 방안 마련
-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방안이긴 하지만 피해자가 보증금 중 일부 금액이라도 회수할 가능성은 열리게 되었다.
-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피해자는 LH에서 매입한 피해주택에 거주하다가 퇴거할 때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을 받고 퇴거하게 된다.
(단, LH 매입 후 피해주택에 거주한 기간이 있다면 해당 기간의 임대료는 경매차익에서 차감하고 남은 금액을 돌려받는다.)
- 경매 과정에서 LH가 매입하는걸 고려하면, 배당금을 먼저 받고, 경매차익은 추후 피해주택에서 퇴거할 때 LH로부터 돌려받게 된다.
<피해자 유형별 경매차익 보전방식> (자세한 설명은 국토부 설명회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다세대주택인 경우
ㄴ 선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 - 기타비용(경매비용 및 선순위 세금 등)]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
ㄴ 후순위 임차인(소액임차인 해당) : 배당금액(최우선변제금)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
ㄴ 후순위 임차인(소액임차인 미해당) : 배당금액(적거나 0원) + 경매차익(LH 감정가-낙찰가)
- 다가구주택의 경우
ㄴ 선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 + (보증금보다 배당금이 낮은 경우, 경매차익 안분배당 금액 지급)
ㄴ 후순위 임차인 : 배당금액(적거나 0원) + 경매차익 안분배당 (경매차익을 피해자의 보증금 비율에 맞춰 나눠서 지원)
✔️ 제한적이고, 우회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피해자가 보증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기존보다 진일보했다. 선순위 임차인은 피해주택 셀프낙찰 대신 LH 매입을 통해 보증금의 상당 금액을 회수할 것으로 보이고, 후순위 임차인도 경매차익을 일부 보장받을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특별법보다는 훨씬 낫다.
Part 2. 특별법 개정안의 우려되는 점 & 아쉬운 점
2-1. 매입 절차에 대한 의구심
- 결국 피해자 입장에서는 경매차익(LH 감정가 - 낙찰가)이 높게 나오는게 제일 중요하다.
- 경매차익이 커지기 위해서는 감정가는 높고, 낙찰가가 낮아야 한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LH 감정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LH에서 직접 감정평가를 하지않고 외부 기관에 맡기더라도 LH에서 감정평가 기관에 주택가격을 낮게 책정하도록 입김을 넣지는 않을지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이 생긴 것은 그간 정부가 워낙 전세사기 문제해결에 미온적이었고, 재정투입을 최소화하려고 하는 행태 때문에 자초한 면이 크다.
- 그리고 피해자가 LH에 양도하는 우선매수권은 해당 회차 최고가에 낙찰받도록 되어있는데, 이를 악용한 외부의 작전세력이 들어오는 경우에 대한 대응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안을 더 키운다.
✔ 피해자가 선뜻 LH에 매입 요청하기에는 경매차익 수준이 합리적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과 불안해소가 중요한 시점이다.
2-2. 매입기관(LH)의 실무 역량에 대한 의구심 (조직, 인력, 예산 등)
- 개정안의 LH매입 방안은 사실 반가우면서도 우려되는 대책이다. 이론적으로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건 맞지만, LH에서 수만채의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게 현실적으로 원활히 작동할지는 우려된다. 기존에도 LH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겠다는 방안은 있었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 1년 넘도록 누적 매입건수는 30건에 채 못 미쳤다. (관련 보도)
- 3기 신도시 업무, 8·8 부동산 대책을 통한 매입임대주택 무제한 공급 등 LH의 업무 과중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LH에서 원활하게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이 방법 제외하고 보증금채권 매입방안(선구제 후회수)에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선을 그은 상황인데, 이 방안만 가지고는 모든 유형의 피해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 본다.
✔ 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을 위한 조직, 인력, 예산 확충이 필수적이다.
2-3. 경매차익 최소보장 방안이 마련되지 않음
- LH 매입방안의 맹점은 경매차익이 발생할지, 안 할지는 실제로 매입까지 끝나봐야 안다는 것이다. LH에 매입을 요청하기 전에 감정가와 낙찰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피해자는 보장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 그래서 피해자대책위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매차익이 최우선변제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피해자 대상으로는 국가의 재정을 투입해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보장해줘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 '최소보장 방안'은 우선매수권를 포함한 피해자가 주택에 대해 가지는 모든 권리를 LH에 양도하는 대가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것이다.
- 최소보장의 세부내용인 지급기간(일시지급/장기간 분할지급)과 지급방식(현금/바우처) 등 다양한 제안을 정부와 여당에 전달했으나, 현금성 지급은 절대 안된다며 거부당했다.
✔ 정부·여당은 10년간의 무상거주가 최소보장이라고 주장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옥같은 집에서 10년 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매우 아쉬운 점이다.
2-4.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은 매입이 어려움
- 지금 방안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다가구주택과 다세대 공동담보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다.
1) 다가구주택
ㄴ LH에서 다가구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상 피해자의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모든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야만 추후 법적 문제가 없다는게 정부 입장인데,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관료적인 발상일 뿐이다.
ㄴ 이미 전세사기 대란이 2년동안 지속되며 임차권등기를 해두고 타지로 전출해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고, 피해자 이해관계에 따라 LH 매입에 동의하지 않을수도 있다.
ㄴ 피해자대책위는 피해자의 과반수 동의로 완화해달라고 계속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2) 다세대 공동담보
ㄴ 다세대 공동담보가 대다수인 수원, 부산 지역 피해자들도 이번 개정안의 혜택에서 사각지대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ㄴ 다세대 공동담보는 개별 호실이 모두 구분등기가 되어있다는 점에서 다가구주택과 다르지만, 공동담보가 설정된 모든 호실/건물에 새로운 낙찰자가 나타나야만 경매가 종료된다는 특수성이 있다. (→ 다시 말해, 모든 세대의 집주인이 나타나야만 경매가 종료되고 수익사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아무도 새로운 집주인을 자처하지 않는다.)
ㄴ 피해자대책위에서는 LH에 공동담보로 묶인 모든 세대를 통으로 매입하는 등의 추가적인 대책을 요구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 권리관계 복잡한 주택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방안이 나오기 전에는 여전히 문제해결이 어렵다.
2-5.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세대 발생
- LH에서 피해주택을 매입하지 못하는 경우, 피해자 지원 수준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1) 개정안 시행 이전 경매 끝난 세대
- 특별법 개정안은 원래 약속했던 시기보다 훨씬 늦게 마련되었다. 문제는, 그동안 경공매가 진행되어 울며 겨자먹기로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경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 전세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영끌해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피해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LH의 매입 등 소급적용 방안이 없다는 점은 너무 아쉽다. 경매가 아니라도 피해자가 셀프낙찰받은 안타까운 사례에 대해서는 LH에서 매입하는 것도 방안이 아닌가 싶은데, 끝내 관철시키지는 못했다.
- 그나마, 강제퇴거당한 피해자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10년 무상거주는 지원해주기로 해서 불행 중 다행이다.
2) 외국인 피해자
- 현재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자는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특별법 상 피해자로 인정은 되지만, 실제 지원대책 이용하러 가보면 외국인이라서 안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에도 우선매수권 자체는 보장되지만, 이걸 LH에 양도하는 것은 불가하다. LH에서는 피해주택을 매입해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게 되는데, 공공임대주택에 외국인은 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외국인이 수백만명이나 거주하는 사회이고, 전세사기를 당한 억울함은 동일한데 지원대책에서 내국인과 명백한 차별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
- 다만, 주거안정 차원에서 긴급주거지원 기한을 2년→6년으로 연장하긴 했지만, 긴급주거지원 자체가 양과 질에서 열악한 경우가 많아 실효성은 매우 떨어진다.
3) 일시적 1주택자
- 신혼부부 중에서는 아파트 청약(분양)이 되었지만, 입주까지 몇년의 시간이 남아있어 전셋집을 구한 경우도 상당수 있다. 하지만, 청약(분양)이 되면 1주택자로 분류되어 지원받을수 있는 대책이 거의 없다. 문제는, 아파트 잔금을 전세보증금으로 치르려고 했는데, 그 계획이 꼬여 아파트에 입주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 이번 개정안의 LH 매입 대책은 피해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일시적 1주택자는 피치 못하게 또다시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각지대 피해자에 대한 보완대책 마련을 서둘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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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법 개정안 세부내용은 다음 자료를 참고해주세요. 👀
- 2024.08.21 특별법 개정안 원문 bit.ly/특별법개정안원문
- 2024.08.28 국토교통부 설명자료 bit.ly/국토부설명자료
- 2024.09.02 피해자대책위 및 시민사회대책위의 개정안 평가 토론회 자료집 bit.ly/개정안평가자료집
코멘트
2쭉 읽어봤는데 다행인 내용으로 적힌 것들은 왜 이제서야 반영이 되었나 싶은 내용들이네요.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이제 법이 개정될 준비를 한다는 게 조금은 답답합니다. 반대로 다행인 내용에서도 결국 피해자들이 경매 차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해자들 입장에선 제도가 막지 못한 사기를 당했는데 정부가 해주는 일이 경매 차익이 높길 기도하는 것 정도라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특별법 개정으로 조금씩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들 입장에선 답답한 법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한 줄 요약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요즘 다른 뉴스들이 많아지면서 전세 사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데요, 계속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