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잃고 집을 만드는 여성들
‍ 서울역 광장, 을지로 지하도, 영등포역 주변. 거리의 홈리스를 떠올리면 으레 중년 남성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하지만 홈리스 중에는 보이지 않는 '그녀들'이 있습니다. 안전하지 못한 거리에서 발견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홈리스로 보이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여성들입니다. 이채윤 연구자는 <여성 홈리스의 ‘집’ 만들기 : 서울역 인근 여성 홈리스의 생존과 돌봄>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사회의 편견, 폭력의 위험, 불안정한 삶 속에서도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가는 여성 홈리스들. 그들에게 '집'이란 무엇일까요? 그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요?"‍ ‍ ‍ ‍ | 홈리스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8년에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활동을 시작하면서였어요. 복지를 다르게 보고,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홈리스야학은 홈리스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는데, 주말 배움터로 시작해서 지금은 평일 저녁에도 한글 교실, 컴퓨터 교실, 영어 교실, 노래 교실, 권리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야학에서 홈리스 개개인을 만나고, 그들이 겪는 문제들을 보면서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특히 홈리스가 한국 사회에서 문제화되는 방식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죠. ‍‍ | 야학 활동이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제 연구 주제가 여성 홈리스인데, 야학 활동을 하면서 형성된 문제의식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요. 처음에는 여성 홈리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양동 쪽방촌 주민들의 생애사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재개발을 앞둔 상황에서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때 편집자님이 "왜 여성은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 질문이 저를 고민에 빠뜨렸어요. 야학에도, 쪽방촌에도 분명 여성분들이 계셨는데, 제가 그동안 그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비가시화된 여성 홈리스들의 경험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또 당사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 어떤 관점으로 볼지에 대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죠. 홈리스라는 범주 안에서도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고유한지, 또 홈리스라는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에 공통으로 겪는 경험은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 | “사회복지의 온정주의*적 태도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한 공동체와 함께하고 싶었다”는 표현이 있더군요.‍ 중학생 때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어요. 장애인분의 식사를 도와드리는 과정에서 너무 쉽게 위계가 생긴다는 것을 느꼈어요. 엄청난 권력 차이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었지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라는 구도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위계가 만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봉사해서 뿌듯하다'가 아닌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꼈어요. 최근에는 돌봄을 받는 것을 수동적으로만 보지 않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온정주의적 태도는 누군가의 악의가 아니라, 돌봄 과정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봐요.  노동을 전제로 복지를 주겠다는 식의 조건부 수급 같은 제도적 문제들을 바꿔나가는 동시에, 일상적인 돌봄 관계에서도 온정주의적 태도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다는 걸 인식하고 경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온정주의: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과 상충될 수 있는 개념으로, 클라이언트의 이익을 위해 사회복지사가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을 말해요.‍ ‍ | 많은 사람들이 홈리스를 단순히 노숙인으로만 이해해요. 이런 이해의 한계는 무엇인가요? ‍ '이슬 맞고 자는 사람'이라는 뜻의 노숙인은 정말 거리에서 지붕 없이 사는 사람만을 뜻해요. 반면 '홈리스'는 훨씬 포괄적인 개념이에요. 적정한 집(home)이 박탈된(less) 상태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쪽방, 여인숙, 모텔 등을 전전하며 사는 분들도 포함되죠. 이들은 일용직 등으로 소득이 생기면 잠시 거처를 구하다가 돈이 떨어지거나 일자리를 잃게 되면 다시 거리로 나오는 '회전문' 상황에 놓여있어요. 단순히 노숙인이라고만 하면 이런 열악한 주거 환경과 문제의 맥락을 살펴보기 어려워요. 홈리스라고 할 때는 더 넓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요. 집이 어떻게 부동산이 되고 자산이 되고 투자의 대상이 되는지, 왜 이들이 홈리스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등의 문제를 함께 볼 수 있죠. ‍ | 시민들이 갖는 홈리스에 대한 편견 중 가장 바로잡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가장 바로잡고 싶은 것은 '게으르다'는 편견이에요. '게으르니까 가난하다'라고 인식하거나 서울역 광장에서 술 마시며 비틀거리는 모습만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이미지가 홈리스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어요. 실제로는 경제적 변화, 산업재해, 실업 등 다양한 사회적 계기로 빈곤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 소득원이 남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가족 해체가 빈곤으로 이어지기도 하죠. 제가 만난 홈리스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세요. 교회에 가서 식사하고, 일용직 일을 하고, 야학에 참여하는 등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가요. 직업이 없다고 단순히 게으르다고 말할 수 없어요. ‍ | 여성 홈리스가 겪는 특별한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문제는 거리에서의 안전이에요. 집이 있으면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지만, 집이 없으니 그런 물리적 장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여성 홈리스들은 다양한 생존 전략을 발전시켰어요. 머리를 짧게 잘라 남성처럼 보이게 한다든지, 아주 깔끔하게 다녀서 홈리스로 보이지 않게 한다든지, 혹은 반대로 아주 더럽게 다녀서 접근을 막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친밀한 남성 파트너를 두어서 다른 남성으로부터의 보호를 받기도 해요. 하지만 이런 전략들은 모두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대응일 수밖에 없죠. 제가 만난 한 분은 밤새도록 걸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안전하지 못하다는 느낌 때문에 한 곳에 머물거나 잠을 청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이건 남성 홈리스와의 중요한 차이점이에요. 남성들이 광장이나 한 장소에 머무를 수 있지만, 여성들은 안전 문제 때문에 계속 이동해야 하는 거죠. 이런 이유로 여성 홈리스는 파악하기도 더 어려워요.‍ ‍ | 연구 논문에서 '규범적 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집을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만 볼 수 없어요. 여성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집 안에서의 젠더화된 관계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우리 사회는 집을 ‘정상 가족을 이룬 사람들이 물리적인 공간을 공유하는 곳’으로 당연하게 여겨요.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가정 해체로 인한 여성 노숙인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가정 해체의 주범'이라고 비난하면서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여성 홈리스의 경험을 이해하려면 이런 '규범적 집'의 의미를 고려해야 해요. 그들이 떠나온 집이 어떤 집이었는지, 가족관계는 어땠는지 등을 함께 봐야 하는 거죠. ‍ | '집 만들기'라는 개념으로 여성 홈리스의 생존 방식을 설명하셨는데요.‍ 제가 만난 분들은 단순히 '집이 없는 상태'에 머무르지 않아요. 어디서 샤워하고, 밥을 먹을지, 서울역 주변의 지원기관들을 어떻게 이용할지 등을 고민하며 자신만의 일상을 만들어가요. 집이라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가져요. 씻는 공간, 자는 곳, 사적인 공간, 친밀한 관계를 맺는 공간 등이죠. 이런 기능들이 파편화된 상황에서 여성 홈리스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런 필요를 충족하려 노력해요.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죠. 예를 들어 제가 만난 한 여성분은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쉼터를 전전하다가, 아이가 크고 난 후에는 거리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그분은 교회를 잘 활용하셨는데, 예배에 참여하면 식사나 용돈을 주는 곳들의 정보를 잘 알고 계셨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활동반경이 넓어지다 보니, 오히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어요.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다시 취약성으로 이어지는 거죠. | “홈리스를 위한 공간의 '깨끗함'이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문장도 기억에 남아요.‍‍ 이건 정말 복잡한 문제예요. 깨끗한 게 좋고, 위생을 잘 챙겨야 건강도 지킬 수 있죠.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요인이 되거나, 자신의 위치가 다름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 온다는 게 참 모순적이에요. 기억나는 분이 있는데, 정신건강 문제로 청소를 잘 하지 않으시는 분이었어요. 고시원에 사셨는데 한 층에 방이 20개가 있고 화장실은 하나뿐이라 씻기도 어려운 환경이었고요. 이분이 제가 현장 연구하던 공간에 오셨다가 옷에서 빈대가 나와서 한동안 발걸음을 끊으셨어요. 깔끔한 공간에 자신이 벌레를 옮긴다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셨던 거라 생각해요. 다행히 그 후로도 다른 활동가들과 관계를 이어가면서 방 청소도 하고, 씻는 것도 함께 해나가기 시작하셨어요.  위생이라는 습관을 함께 쌓아가는 것이 서로를 돌보는 일이라 여기면서도, 한편으로 '깨끗함'이라는 기준과 규범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 |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 문제도 언급하셨어요.‍ 요양병원에서는 환자의 치료에 따라 수가를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홈리스 개개인이 '수익원'이 되는 현상이 있어요. 병원 측에서 차를 몰고 와서 홈리스를 담배 등으로 유인해 입원시키고, 필요하지 않은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여하는 등의 인권침해가 있었어요. 반면에 홈리스분들 중에는 잠자리를 찾아 자발적으로 병원에 입원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아는 분은 중간중간 몇 달씩 안 보이시면 병원에 가신 거였죠. 본인의 집에서 지내는 게 가장 좋겠지만, 필요하지 않은 치료까지 감수하면서 병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 | ‘노숙인쉼터’와 같은 시설 중심의 복지 정책이 갖는 한계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시설 자체의 문제예요. 아무리 좋은 시설이라도 집단 거주시설에서는 사적인 공간이 없고, 정해진 규율에 따라 생활해야 해요. 특히 노숙인 시설은 70~80년대의 부랑인 시설에서 시작됐어요. 당시에는 사람들을 잡아 와서 규율을 강요하고 갱생시키려 했죠.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요. 둘째는 시설 정책이 단계별로 설계되어 있다는 거예요. 건강이 안 좋은 분들은 요양시설, 그다음 재활시설, 일할 수 있는 분들은 자활시설로 가는 식이죠. 결국 노동 시장 복귀를 전제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접근은 특히 여성 홈리스의 현실과 맞지 않아요. 여성 홈리스의 경우 가정폭력, 이혼, 정신질환 등 정말 다양한 원인으로 홈리스가 됩니다. 이런 복잡한 삶의 경로에서는 획일화된 시설 정책이 적합하지 않아요. 또 현재 시설에 계신 분들은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거나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렇다면 시설의 목적 자체를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요?‍ ‍ | 그러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지원주택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우선 주거를 제공하고, 거기에 복지 서비스를 결합하는 방식이죠. 자기만의 방과 화장실이 있는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면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긴밀하게 연계하는 거예요. 특히 여성 홈리스의 경우 이런 모델이 더 적합할 수 있어요. 기존 시설에서는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고 규율이 엄격해서 불편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반면 지원주택은 독립된 공간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살 수 있어요. 안전한 공간이 확보되니 그곳을 기반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거죠. ‍ | 연구자의 위치와 관련된 서술이 인상적이었어요. 연구 과정에서 겪은 고민이나 어려움이 있으셨나요?‍ 가장 어려웠던 건 대화할 때 '내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얼마나 같은지'를 생각하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저는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성 홈리스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실제로 여성으로서 겪는 불편이나 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관계를 쌓아갔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달랐기 때문에, 과연 이것을 공감대로 삼아도 되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었죠. 한 분은 저를 보고 "여기 살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쩐 일로 왔냐?"라고 묻기도 했어요. 서로 다르다는 걸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실제로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오히려 그런 지점을 더 인식하고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장 연구다 보니 정식 인터뷰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도 많았는데,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도 연구자로서의 거리두기와 윤리적 고민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 … 고학력자이자 관계에서의 ‘올바름’의 문법을 체득한 나에게 익숙한 언어습관과 문화는 여성 홈리스와의 만남에서 반복적인 성찰의 대상이었다. 연구자를 도구로 삼는 현장 연구의 장에서 나의 위치성과 역사, 내가 생애에 걸쳐 형성한 윤리에 대한 감각은 소통 가능한 이야기의 범위에 영향을 미쳤다. 나의 역사와 관계적 감각은 나의 문화적, 계급적 맥락과 분리 불가능하다. 이러한 나의 특성은 여성 개개인과 특정한 관계적 맥락을 만들어 내며 어떠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어떠한 대화를 불가능하게 했다. 본 연구는 내가 연구 참여자들과 나눈 대화와 내가 보고 들은 내용이 나의 생애 궤적과 위치성을 통과하며 굴절됨을 인식하는 가운데 지속되었다. ‍ | 연구 과정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요?‍‍ 한 분이 "나는 행복하다"고 하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은 친구 남편이 "집도 없는 게 뭐가 행복하냐"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으시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으셨대요. "나는 진짜 행복하면 안 되나, 난 집이 없으니까 행복하면 안 되나" 하고요. 이분의 행복이 홈리스로서 겪는 문제가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불행하기 쉬운 세상에서 "나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저항처럼 느껴졌어요. "홈리스는 불쌍하다"라고 하는 사람들을 향한 반문이기도 하죠. 연구자로서 이분들의 행복을 드러내는 게 혹시 구조적 문제를 가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웠지만, 동시에 이분들이 진정으로 고유한 개인이고 다양한 감정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숫자로 환원할 수 없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제도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사회복지를 다시 공부하고 있어요.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관점,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잃지 않으면서도, 이것을 어떻게 제도적 변화로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죠. 특히 여성 홈리스처럼 젠더화된 구조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집단들을 어떻게 함께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지, 이들을 단순히 시설에 수용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지, 그런 고민을 계속하고 싶어요.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겪는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 글 | 최성욱‍ ‍ ‍ ‍오늘의 인터뷰이 채윤님이 추천한 콘텐츠를 소개해요. ‍ 홈리스뉴스 홈리스행동에서 매월 발간하는 홈리스뉴스를 추천합니다. 홈리스의 삶에 기반하고, 홈리스 문제에 대한 선명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 글들이 담깁니다. 홈리스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홈리스뉴스를 구독해보시면 어떨까요. 인터넷으로도, 종이신문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여성 홈리스 특별판 링크를 첨부합니다. 특별판 보러 가기 ‍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268쪽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거리에 선 여자들을 만나 이들의 삶을 듣고 기록한 책입니다. 하나의 서사로 말끔히 정돈될 수 없는, 거칠고, 군데군데 비어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했습니다. 이 여자들의 기록을 읽으며 함께 난장(亂場)에서 만납시다. 책 정보 살펴보기 ‍‍ <자본의 성별> 셀린 베시에르 & 시빌 골라크, 372쪽 왜 집을 나온 여자들은 가난의 굴레에 쉽게 얽혀드는 것일까요? 그간 가난과 계급 격차는 가족 간 불평등의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이 책은 빈부격차가 가족 안 불평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는 새로운 주장을 합니다. 그리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촘촘한 연구를 제시합니다. 여성 홈리스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문제화하기 위해서는 가족에 관한 비판적 사유가 필요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사유를 더해줍니다. 책 정보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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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신뢰, 지속 가능한 비영리
‍ 👀 에디터 노트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제가 처음 접한 기부는 초등학생 때 채웠던 ‘사랑의 빵’ 저금통이었어요. 최근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해 단체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아티스트를 향한 응원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함께 담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듯 기부 문화는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단체도 생겼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마라톤 기부 등 후원자가 기부에 직접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죠. 요즘은 특히 기부자에게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밀도 있게 소통하는 비영리 단체가 눈에 띄더라고요.   얼마 전 저희 팀에서 주최한 <소통, 신뢰, 지속 가능한 비영리>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를 만났습니다. 단순 모금을 넘어, 어떻게 하면 후원자와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컨퍼런스의 주요 순간들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기부가 일회성 자선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 [영상="100만 원 드릴테니 마음대로 기부해보시겠어요?", 클릭 시 이동] ‍컨퍼런스 현장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전, 문제 제기 영상부터 살펴볼까요? 기부자들에게 100만 원을 주고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두 곳의 비영리 단체 중 원하는 곳에 기부를 하는 거였는데요.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두 비영리 단체가 하는 일은 같지만 운영비의 사용 비율이 다르다는 점이었죠. 과연 기부자들은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그리고 기부자들이 비영리 단체에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 기부금 100%를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곧장기부’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행복나눔재단 이보인 본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공익활동을 지원하며 건강한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을 등장시키고 유권자를 성장시키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임팩트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IP1’ 기금을 운영 중인 루트임팩트 최근형 팀장이 각 세션의 발표를 맡았습니다. 대담과 질의응답은 비영리단체 정보 서비스 ‘오렌지랩’을 운영하는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 ‍ 투명한 기부 모델의 새로운 도전, '곧장기부@임팩트' ‍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이보인 본부장은 기부 플랫폼 '곧장기부'와 '곧장기부@임팩트'를 중심으로 투명성과 신뢰의 가치를 실현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곧장기부는 기부자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100% 투명하게 공개하는 모델인데요. 아동지역센터 등에서 간식이나 학용품 등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기부자 모금으로 아이들에게 배송해주는 방식이죠. 런칭 4년차인 현재, 월간 1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고, 그중 절반은 정기 기부금으로 모이며, 2만 명 이상의 기부자를 확보했습니다. 곧장기부@임팩트는 기존 곧장기부의 투명성에 믿음을 갖게된 고객을 대상으로 시각장애 학생들의 독립 보행을 위한 흰 지팡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있지만 기부자들에게는 생소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플랫폼입니다. 이보인 본부장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브랜드 분리, 구체적인 설명 제공, 변화에 대한 소통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➊ 기존 물품 지원 중심 곧장기부와 혼선을 막기 위해 곧장기부@임팩트를 독립 브랜드로 분리했습니다. ➋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흰 지팡이’와 같은 솔루션의 필요성과 가치를 상세히 설명하며, 기부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➌ 기부금으로 만든 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소통해, 기부자들이 지원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정기 기부 월 1,900만 원을 달성하며 성과를 거뒀고, 전체 정기 기부의 40%가 임팩트 기부에 동참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보인 본부장은 신뢰 구축의 핵심은 투명성과 전문성에 있다고 강조하며, 기부금 관리 및 소통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 ‍ 신뢰를 향한 여정: 기부자와 함께 만드는 변화‍ ‍ 두 번째 세션을 맡은 김진아 사무총장은 간접비에 대한 고민과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지난 여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➊ 아름다운재단의 투명성 철학과 고민 2000년 창립 이후 아름다운재단은 급여 내역과 수입지출장부 등 모든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왔는데요. 이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 종교 등의 영향 없이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시민이 주인인 재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 만으로 기부자의 신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었죠. 여전히 오해는 발생하고, '운영비는 적을 수록 좋다'는 인식 탓에 재단 운영은 쉽지 않았죠. ‍➋ 운영비에 대한 고민과 별도 기금 조성 비영리 기관 운영비는 회의비, 교통비, 인건비 등 필수 비용이지만, 기부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낮은 운영비에 대한 집착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운영비 사용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이라는 이름의 운영비 모금함을 분리해 운영 중입니다. 운영비에 대한 기부자 신뢰 확보뿐 아니라 운영비 재원을 예측해 대안을 마련하는 등 재무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죠. ➌ 기부자 참여와 커뮤니케이션 이와 더불어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상호 소통과 기부자 참여 또한 강조했는데요. 대표적으로, 기부자 두 분을 이사로 초빙해 조직 운영에 참여시킨 혁신적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뉴스레터인 후후레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업 현장과 기부자 의견을 반영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죠.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재단은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김 사무총장은 기부자와의 신뢰가 비영리 기관의 핵심 자산이며, 운영비나 디지털 기술 같은 필수 투자에 대한 신뢰가 사회 변화를 앞당길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 ‍ 후원자 신뢰의 시작점: 숫자보다는 태도‍ ‍ 세 번째 세션을 맡은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후원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뉴웨이즈는 2021년 설립 당시 청년 정치인(39세 이하)이 지방의원의 6%, 국회의원의 4.7%에 불과한 현실에서 출발했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정당들이 체계적인 인재 성장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었고, 이에 당을 초월해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설립 2개월 후, 뉴웨이즈는 '투자설명회'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후원자와의 첫 만남을 가졌어요. 단순히 후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처럼 성과를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였죠. 이때 뉴웨이즈는 두 달간의 정치산업 탐색 결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고, 참석자들은 "아직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팀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겠다"며 월 3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뉴웨이즈는 '꽉 채운 100보다 정확한 태도를 갖춘 1'이라는 철학으로,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해왔어요. ‍➊ 무엇을 왜 하려고 하는지 공유하자 단순한 성과가 아닌 의사결정의 과정과 맥락을 공유합니다. 미션, 비전, 전략의 변화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격월 그로스 리포트로 실험과 학습 과정을 전달합니다. ‍➋ 누가 함께하고 있는지 보여주자 뉴웨이즈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성장을 꾸준히 드러냅니다. 구성원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콘텐츠화 하고, 후원자들을 '빌더'로 정의해 각자의 참여 동기를 인터뷰로 공유합니다. 모든 정기후원자는 정회원이 되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➌ 후원금을 잘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뉴웨이즈의 운영비(50%)는 월 정기 후원으로, 사업비(50%)는 외부 지원사업으로 조달하며, 현금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합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뉴웨이즈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138명의 후보자와 4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현재 1,000만 원에 달하는 월 정기후원액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뉴웨이즈는 투명성 자체보다 문제해결 능력과 후원자들과의 깊은 신뢰관계 구축에 집중해왔는데요. 박혜민 대표는 정치 시스템의 변화를 목표로 임팩트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후원자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비영리에 투자하기: 강력한 조직을 만드는 필란트로피 ‍ 네 번째 세션을 맡은 최근형 팀장은 “비영리에 투자하는 필란트로피”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IP1기금은 '비영리 생태계는 왜 지속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는데요. 많은 비영리단체가 일정 규모나 시간이 지나면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자금 조달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어요. ‍IP1 기금의 지향점은 비영리단체를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데 투자하며, 임팩트 성과 관리와 자금 조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거예요. 이에 수직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비영리 단체의 현장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죠. ‍운영 방식도 특별한데요. 단기 산출물이 아닌 5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에 집중하는 장기적 성과 중심, 각 단체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 다년간 사용에 제약이 없는 자금 지원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굉장히 면밀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대표자 인터뷰뿐 아니라 PT, 임팩트 및 경영관리 실사 등 단체의 임팩트 지향성을 꼼꼼히 살피죠. 이를 바탕으로 출연자, 선정 조직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요. ‍IP1 기금은 2027년까지 총 9-10개의 단체를 지원할 계획이며, 현재 5개 비영리단체와 1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IP1 기금은 '마중물'의 역할로,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 ‍ 혁신적 기부 시장의 가능성과 방법 ‍ 이후 진행된 대담은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이끌었습니다. 대담에서 오간 이야기, 청중과 나눈 질의응답 일부를 공유합니다. ‍Q. 뉴웨이즈처럼 결과가 아닌 결정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비영리 단체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 박혜민: 저는 기부자를 ‘동료’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점의 전환을 먼저 제안해 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변화가 있고 그 임팩트가 명확하다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과 생각의 싱크로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를 만들고 관성에 균열을 내고 싶은 팀이라면, 그 변화를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모아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부자를 ‘우리를 응원하는 지지 그룹 자체’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동료로 생각하고 시작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 조직이 달라 보이실 거예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는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는 과연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특정) 문제 해결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들이 계속 생기실 거예요. 이 질문부터 해결해나가는 것이, 모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Q. 아름다운재단은 운영비를 별도로 모금하는,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을 운영하셨는데요. 이때의 성과와 한계가 궁금합니다. ‍👩김진아: 재단만들기기금은 여타 사업 목적의 기금에 비해 기부자 수가 굉장히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운영에 기부금이 쓰이기를 원하는 기부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큰 비용을 모금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죠. 다만 이 기금이 누적되면서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탄탄한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때, 예측 가능한 기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인데요. 실례로 3년 전, 아름다운재단은 정말 오랜만에 구성원들의 급여를 인상했습니다. 급여의 인상 폭을 3개년 동안 단계적으로, 운영비 총액의 잔액 안에서 단계적으로 증감시킬 수 있었습니다. ‍ Q. 혁신적인 기부 시장이 성장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요? 👦이보인: 솔루션 중심으로 비교하고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곧장기부 자체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곧장기부 임팩트처럼 혁신적인 솔루션을 활용한 모델의 운영비를 모금할 수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델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약간의 경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모델들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형: 하나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태계 차원의 자산으로 잘 기록되고 서로 배울 수 있도록 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의 혁신은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로는 루트임팩트 같은 중간지원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부자가 변해야 한다, 혹은 비영리단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사실 굉장히 어렵죠. 그 사이에서 양쪽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중간지원 조직이 그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할 때, 기부 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대담의 끝자락에서는 비영리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지 나눴습니다. 이에 대해 각 발표자는 모델의 효율성 점검(이보인 본부장), '사람'을 향한 투자(김진아 사무총장), 임팩트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문제 해결 여정을 함께할 동료(박혜민 대표), 더 많은 교류와 대화의 장(최근형 팀장)이라고 답했는데요. 투명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기부 문화에 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마칩니다. 😊 ‍ 글 | 문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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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청년지원 프로그램이 되려면
‍ ‍ 일하는학교는 2013년 설립해 12년째 위기·고립 청년들의 경제적·사회적 자립을 지원해왔다. 교육/상담/위기해소 지원을 결합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3~5년 이상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지원하여 경제적/정서적 자립을 달성하도록 한다. 일하는학교가 만나는 청년들은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진로/자립 장벽을 가진 청년들이다. 1)경제적 위기 2)교육기회 중단 3)지지관계 단절이다. 고립은둔청년, 자립준비청년, 가족돌봄청년을 비롯해 학교밖청(소)년, 가정밖청(소)년 등 다양한 범주의 자립위기를 겪는 청년들이 포함된다. 일하는학교는 위기 청년들의 자립이행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교육적 관계 형성, 그리고 개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성취경험이다. 이 글에서는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지원사례를 통해서 위기·고립청년 지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점들에 대해서 다루어 볼 것이다. 여러 가지 이름의, 위기-고립 청년들 ‍사회가 청년 A를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다. 중고등학교 때 학교를 중퇴한 경험이 있는 ‘학교밖청(소)년’이기도 하고 한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고립은둔청년’이기도 하다. ‍처음 만났을 때 스무살 무렵이었던 A는 사람을 대하기 어려워했다. 눈을 오래 마주치기 어려웠고 내가 한마디를 하면 대답을 듣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신청해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이 좀처럼 되지 않았고 말없이 나오지 않는 날이 늘어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좀처럼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느끼는지 잘 알기 어려웠다. ‍B는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1인 가구 청년이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있지만, 같이 살지 않는 시기가 많았다. 어머니가 아이를 부양할 능력이 없어서 청소년기의 일부를 청소년쉼터에서 보내기도 했고 이후에도 혼자 살아가는 시기가 많았다. ‍그는 가정의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에 청소년기부터 용돈을 받아본 일이 거의 없었다. 일찍부터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고 계속 카페, 음식점 등에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학에 진학해도 차근차근 진로를 찾아가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대학이라는 교육시스템에 들어가지 않고 온전히 혼자 힘으로 진로를 탐색하고 취업을 준비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C는 장기미취업 청년이고 고졸비진학 청년이다. C는 특별히 위태로운 가정환경에서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C의 부모님은 늘 아침 일찍 일을 나가 밤늦게 귀가했고, C의 마음상태를 살필만한 소양이나 여유가 없었다. C는 어느 순간부터 친구가 없어졌고 C의 마음은 학교에서 멀어졌다. 그래도 특별히 티가 나는 일은 없어서 마치 순탄한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진학하지 않으면서 C는 사회로부터 단절되었다. 친구를 만날 곳도 고민을 상담할 곳도 찾을 수 없었다. 몇 년이 흐른 뒤부터는 점점 더 사람을 대하기 힘들어지고 가벼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두려워졌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A,B,C 청년들은 모두 청년·청소년 대상의 지원프로그램이나 직업훈련 또는 취업지원사업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들을 통해 자립을 준비해가는 데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원프로그램들’은 이 청년들의 특별하고 복합적인 특성과 위기환경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더라도 그것을 적극적이고 실제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혹은 일정 정도까지 진행되던 중 지원기간이 만료되기도 했다. ‍학습이 단절된 경험, 관계 형성이나 의사소통의 어려움, 지속적인 빈곤과 위기환경에서 살아오며 불안과 우울감이 커진 청년들을 만날 때, 가장 중요한 고려할 점들은 뭘까?‍ ‍ 제한 없는 관계 맺기와 성취경험 만들기 ‍ ➀ 제한을 두지 않는, 교육적 관계 맺기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참여 청년 A가 말하는 일하는학교 에서의 관계) 많은 청년지원 프로그램들이 ‘단편적인 서비스’의 형태로 지원된다. ‘서비스’는 단순화하자면 무형의 복지지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에게 제공할 지원내용이 구체적으로 규정되고, 기간, 시간, 때로는 단가까지 규정된다. 심리상담 지원, 문화체험 프로그램, 취업컨설팅 등 하나하나의 단위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위기 상황에 놓여온 청년들에게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은 효과를 얻기 어렵다. 서비스와 서비스 사이를 메울 수 없고 서비스 이전과 이후를 살피기 어렵다.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중단했을 때, 아무도 모르게 위기상황에 놓였을 때 그 청년을 지지하고 보호할 수 없다. ‍서비스는 제공자와 수혜자의 관계를 전제한다. 제공자는 사전에 규정된 범위에서 청년에게 서비스를 지원·제공하는 역할이고, 수혜자는 그것을 받는 역할이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관계를 맺는 것에 앞서, 무엇을 받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잘 받을 수 있는지를 따지는 일이 우선된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도 관계를 맺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인간관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서비스 제공방식은 자발성과 적극성이 있거나 뚜렷한 조력자가 있는 계층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려는 위기·고립청년들은 대부분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찾고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위기 청년들의 위기극복과 자립이행을 위해서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다양한 상황들을 만날 때마다 각기 다른 접근법과 자원을 찾아 해결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갈 때 정서적·인간적 지지가 필요하다. 청년이 여러 번 중단하고 시행착오를 겪다가 다시 시작할 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부모나 가족기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그것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 ‍서비스 지원은 하나하나의 조각일 뿐이다. 청년이 회복하고 힘을 내고 꿈을 꾸고 나아가도록 하는 과정은 몇몇 서비스의 나열이 아닌, 인간과 인간의 전인적 만남을 통해 가능하다. 위기·고립청년을 온전히 지원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 사이의 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고, 더 나아가 ‘배움과 성장을 위한 교육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러면, 교육적 관계 형성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걸까? 한마디로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지만, 서비스 관계와의 차이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기간과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청년의 회복, 성장, 자립을 위해서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청년의 입장에서는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의논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관계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만나는 시간과 의논하는 주제에 범위를 정해두겠지만, ‘긴급한 상황’이 되면 시간과 범위의 제약을 벗어나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할 수 있다. ‍단지 얼마나 오래 만나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적 관계’라고 한 것은 이 관계가 문제들에 대응하고 솔루션과 자원을 제공하는 관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단지 청년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청년이 필요로 할때 지원해주는 관계와도 다르다. 때로는 청년에 앞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이끌고 가르치기도 하고 지적하고 비판하기도 하는 ‘인생 선생님’의 역할이 ‘교육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교육적 관계’에서는 청년의 자발성·주체성과 교육적 지도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균형을 잃으면 청년의 의사나 바람과 무관하게 일방적-지시적으로 이끌 수도 있고, 목표나 방향성 없이 삶의 모든 것을 챙기며 아이처럼 대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교육적 관계에서는 성장과 자립이라는 궁극적 방향을 놓치치지 않아야 한다. 처음엔 선생님들이 자주 연락하는게 싫었고 귀찮아서 연락도 많이 씹고 그랬었어요.  그래도 선생님들은 계속해서 저의 일자리 걱정과 밥 안챙겨 먹을까봐 센터로 나오게해서 같이 밥 먹으며 토닥여 주셨고, 취직 후에는 출근 하지 못할까봐 아침에 깨워도 주시고 당시 심각한 우울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상담도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들의 노력으로 어느 순간부터 약(복용량)도 줄어들고 출근하면 선생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 출근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안좋은 생각이 들면 먼저 찾아가 상담 요청을 하면서 지내게 되었어요. (청년C가 말하는, 일하는학교 선생님들과의 관계) ‍‍ ➁ 개개인의 특성,상황에 맞는 성취경험 만들기 ‍관계 형성 다음으로 고민할 것은 성취경험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다. 위기청년들은 의사결정, 위기극복, 역량개발 등 자립으로 이행하는 과정 어딘가에서 노력을 중단하고 멈춰 서곤 한다. 결정적 원인은 ‘성취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의 노력이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확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립이행을 위한 기초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지원프로그램 과정에서 각자 의미 있는 성취경험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취경험은 ‘주변화된 경험’과 대비된다. 뭘 하기는 했는데 뭘 했는지 기억에 남지 않는 경험, 자신의 특성, 상황에 맞지 않는 과제를 만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기만 한 경험은 주변화된 경험이다. 자기 기준에서 과제를 잘 이해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수행하고 결과의 효능을 느낄 수 있어야 성취경험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프로그램의 내용과 과정이 준비되지 않으면 다수의 청년은 주변화된 경험을 하다가 끝날 수 있다.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제반환경과 조건, 참여자의 특성과 경험에 대한 세심한 파악과 배려, 그것을 참여자 개개인에게 반영하는 정도가 성취경험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위기·고립 청년 중에는 청소년기부터 학습이 사실상 중단된 청년들이 많다.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표현해본 경험이 없거나 낯설기도 하다. 충분한 역량이 있어도,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어떻게 평가받을지 걱정해서 뒤로 물러나곤 한다. 보편적인 개념이나 용어를 모르기도 하고,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못하기도 한다. 혹은 경계선 지능인이어서 간단한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청년들이 프로그램 상황에서 자신이 해내기 어려운 과제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손을 들어 자신이 겪는 어려움과 난처함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할까? 그러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슬쩍 넘어가면서 주변화된다. ‍이렇게 주변화된 경험들이 계속 반복되면 더 이상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의미 있게 따라가기 어려워진다. 프로그램 초기에 잠깐 생겨났던 의욕들이 다시 사라지고, 이유를 들어 갑작스럽게 프로그램 중단의사를 통보하기도 한다. 1시간이 지난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프로그램에 충분히 적응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 ‍‍ ③ 어떻게 개개인이 성취경험을 할 수 있게 할까?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상황과 과제들을 각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조정해 주어야 한다. 자신의 특성, 경험해온 환경, 현재의 상태와 역량에 맞는 과제를 설정해야 의미 있는 성취경험이 일어난다. ‍자신의 수행역량보다 너무 높거나 낮은 프로그램에는 참여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가능하면 품이 들더라도 그룹을 나누어 별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좋고, 현실적 한계가 있다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되 프로그램 안에서 그룹을 나누거나, 과제를 다양화해서 청년들이 각기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과제를 수행하게 해야한다. 사전 상담을 통해서 과제에 대해 미리 안내를 해주고 준비를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집단프로그램에서 갑자기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어려워하거나 발표하기 어려워하는 청년이 있다면, 프로그램 시작 전에 오늘 다룰 주제를 설명해주고 미리 생각해보도록 할 수 있다. 아니면 강사와 협의해 각각의 청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나 설명방법을 의논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용어와 예시에 대해서 강사와 사전협의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강사가 사용하는 용어가 참여자 입장에서 너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니 외국어나 외래어 사용은 최소화하도록 하고, 발표하기 어려워하는 참여자와 부정적 사고가 많은 참여자를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협의해 두어야 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것, 자신의 의견을 글로 쓰는 것, 짧은 발표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해주는 것, 자신의 발표가 프로그램 진행 중에 강사에 의해 언급되는 것 등 작은 과정 하나하나에서 성취를 경험한다. 함묵증이 있는 청년 D는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참여했지만, 자기 발언 차례가 되어도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진행자로부터 등을 돌려앉아 종이를 찟는 행동을 했다. 어렵게 소통한 결과, D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말로 표현하기가 너무 힘들고 당황스러워서 돌출행동을 한것이었다. 그날 프로그램의 주제가 D에게는 너무 낯설고 어려워서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후로 D에게는 프로그램 전에 주제를 설명해주었고, 말로 표현하지 않고 종이에 글로 써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D는 조금씩 말로 하는 표현을 늘려갔다. ‍(청년D, 개별화된 접근 사례)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 사례 ‍ 관계 형성과 성취경험 만들기 과정은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끝까지, 곳곳에 녹아들어야 한다. 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은 크게 3개 과정으로 구성된다. 참여한 청년들은 1년 이상의 진로활동 계획을 세우고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서 실천해가게 된다. 그 과정에는 프로그램과 일경험, 각종 지원(교육비,식비,심리상담비 등), 관계망 활동(소모임), 위기극복 지원이 결합된다. ‍각 과정은 약 1년간 진행되고, 각 과정 종료 후에는 다음 과정으로 이행할지 다시 한번 재참여할지를 판단한다. 상황에 따라 이전 단계의 프로그램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정규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때는, 소모임 활동에 참여해 관계를 이어 간다). 이 판단은 담당선생님과 청년의 충분한 소통과 상담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렇게 이행과 재참여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안정적인 자립단계에 이르기까지 5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범위를 제한할 수 없는 다양한 지원과 문제 해결을 하게 된다. ‍ ➀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운영기관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일하는학교가 오리엔테이션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오래 이어지는, 제한 없는 관계’다.  프로그램 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이내이지만, 그 이후에도 관계를 지속해가자고 요청한다. ‍많은 청년은 제한 없는 적극적인 관계 맺기를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끼고 낯설어하고 의심하기도 한다. 이를 실제화하는 것은 이후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해나가야 한다. ‍ 집단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통상 전문강사가 진행한다. 여기서 운영자/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강사에게 맡겨 두고, 프로그램 사전이나 사후에만 청년들을 만나면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함께 참여해서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참여하고 어떻게 수행하는지 관찰하고 각자가 만든결과에 대해 반응해주어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참여 청년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촉진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소소한 보드게임 등을 하면서 친분 형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함께 밥 먹기이다. 밥 사달라는 말을 많이 해달라고도 하고, 상품으로 ‘회식권’, ‘식사권’을 선물하기도 한다. 함께 요리를 해먹어도 좋고 식당에 함께 가는 것도 좋다. 여러 사람이 함께 먹으면서, 충분히 관계가 형성되면 1대1 식사도 효과적이다. 청년들은 어른/선생님과의 각별한 관계 형성에서 따뜻함과 신뢰감을 느낄 수 있다. ‍‍ ➁ 프로그램 초기 단계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1)위기요인 파악, 2)참여 동기 높이기, 3)개개인 상황에 맞는 활동계획 수립이다.  ‍프로그램 초기 단계에서 청년들은 의사결정과 실행을 주저하며 지체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엇을 목표로 할지, 무엇을 배우고 준비할지 계획해야 하는데 원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어렵게 결정을 했다가도 주저하고 고민하다가 시작 전에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다고 흥미나 동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동기를 구체화하고 적극성을 높이는 매개는 ‘깊은 관계 형성’이다. 가까워지며 신뢰를 쌓으면 걱정을 덜고, 하고 싶은 것을 더 용기있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똑같은 것을 배워도 효과가 배가된다.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배운 것을 적용하고 활용하려고 한다. ‍시작 단계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관계를 형성하면 개개인이 가진 어려움도 드러난다. 어려움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청년은 오히려 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시작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앞으로 할 일과 집중해야 할 목표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이렇게 충분히 관계를 형성하기 전까지는 목표와 계획을 여러차례 수정하고 보완할 각오를 해야한다. 그 전에 수립한 목표와 계획들은 진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➂ 성취경험을 위한 일경험 준비와 진행 과정 ‍일하는학교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진로 탐색을 위해 ‘일경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희망분야의 일터에서 1개월~3개월 동안 직접 근무하는 실습프로그램이다. 취업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감이나 확신감을 높이고, 사회관계를 연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채용을 목표로 하는 인턴십과는 성격이 다르다. ‍일경험은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서 뚜렷한 성취경험을 할 좋은 기회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장 섭외와 협의) 일경험 프로그램의 의미에 대한 인식 향상, 청년에 대한 이해,  구체적인 업무배정 계획 논의 (청년 상담) 자신의 특성에 맞는 세부 목표 설정하기 (시간 엄수, 의사소통, 낯선 문제를 만났을때 대처 등)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취지와 목표에 대한 인식 재확인, 다른 청년들과의 경험 공유 (중간 점검) 사업장 담당자에게 동기부여, 청년의 참여소감 전달 (평가) 공유회, 참여자 인터뷰를 통한 의미 발견 촉진 ‍자신에게 맞는 성취경험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일경험 사업장과 자주 소통하고 청년의 특성과 경험에 맞는 업무과제를 부여하도록 요청한다. 담당 멘토와 1대1 소통도 자주하고 사업장 전체의 회식에도 참여하도록 한다. 청년의 반응을 사업장에 자주 전달해서 사업장 담당자가 일경험 지도에 동기를 느끼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좋은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가 없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일하는학교에서는 공유회를 통해 다른 청년들과 경험을 나누도록 하고 심층인터뷰를 통해 청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성취경험을 했고 어떤 점을 어려워했는지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청년들은 자신의 경험에서 더 풍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 청년이 생각하는 성취경험 ‍ 청년들은 일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성취를 경험할까?  ‍보통 일경험·인턴십 프로그램의 성과로는 ‘취업연계’, ‘직무경험’, ‘직업능력개발’ 등 취업이나 실제적 기술과 관련된 측면을 많이 언급한다. 하지만 일하는학교 청년들이 표현하는 성취경험의 내용은 조금 더 다양하다. ‍ 2022년 일하는학교 진로 탐색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개념도 연구에 따르면, 청년들은 진로/취업과 직접 관련된 측면 이외에도 ‘관계 형성’이나 ‘삶 전반의 변화’, ‘긍정적 태도의 형성’ 등을 일경험을 통한 의미 있는 성과로 표현했다(고졸비진학니트청년들이 자각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의 성과와 성과요인에 대한 개념도 연구, 2024). ‍ ‍ * 연구 참여자의 진술문을 토대로 분석한 일경험 성과 핵심 진술문장 발췌 ‍ 군집1. 경험과 관계의 확대 ‍직장인이 되어 본 경험. 담당 멘토님께 (선물을 드리거나) 감사를 표현해 본 경험. 나중에 같이 일하면 좋겠다는 인정을 받게된 점. 사회인의 문화나 예절 등을 배우게 된 점. 직장인의 말투를 익히게 된 점.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을 만난 점. 지적이나 비판을 받아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험. 직업인이 일하는 태도를 배우게 된 점. 회사나 동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던 점.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본다는 것 자체. 직장도  친밀한 분위기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던 점. 사회 어른과의 인간관계가 생겨남. 인간 관계가 넓어진 점. 타인·사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이해하게 된 점 ‍‍ 군집 2. 부정적 경험, 사고 극복에 도움 ‍취업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생김. 이전의 내 행동들을 반성하게 되었던 점.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의미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됨.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겨난 것.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갖게 된 점. 회사에 도움이 되서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 점. 어려운 문제나 상황을 해결·극복해본 경험이 생겼다는 점. 낯선 곳에 잘 적응했다는 성취감. 주변 사람이 나에게 부정적인 말을 해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남.  ‍‍ 군집 3. 진로에 대한 긍정적 태도 ‍희망하는 진로 분야에 도전해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희망 진로에 대한 의욕과 동기가 높아짐. (꿈이 없었는데) 꿈이 생겼다는 점.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 된 점 ‍‍ 군집 4. 삶 전반의 긍정적 변화 ‍부모·가족과의 관계 개선. 나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남. 미래에 대해서 희망적,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점. 새로운 일을 대할 때 겁내거나 피하지 않게 된 점. 시간 관리를 더 잘하게 된 점. 더 신중하고 계획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점. 나의 성격이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된 점. 시작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점. 집에만 있다가, 매일매일 출근하며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점‍ ‍ ‍ 마치며 ‍ 제한 없는 관계 형성과 누구나 성취할 수 있는 경험. 이런 이야기를 청년지원기관 실무자들에게 발표할 기회가 몇차례 있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반응이 돌아왔다. 너무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할 수 있는 환경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지원사업 대부분은 정해진 기간, 방식이 있고 실무담당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많은 비현실적인 양적성과를 요구받기도 한다. 그런 환경에서 제한 없는 관계를 맺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장에서 성취경험의 기회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일하는학교도 이렇게 지향하는 것이지, 모든 청년을 이렇게 만나지는 못한다.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한번은 고민 해보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적용해볼 방법은 없을지. 우리가 오래된 기준과 방식에 익숙해 있지는 않은지. 한발 더 내디뎌 볼 곳은 없는지. 당장 적용할 수 없더라도, 어느 곳을 바라보고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면 좋겠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나를 위한 성장 경험을 할 수 있던 점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이전까지 나는 가족, 학창 시절의 몇몇 친구들이 제 세상의 전부였고 이 관계가 조금만 틀어져도 제 세상이 무너졌어요. 하지만 일하는학교에서는 다양한 친구들, 선생님 등 저에게 관심을 갖고 힘을 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덕분에 저의 시야와 세상은 훨씬 넓어졌죠. 정말 많은 위안과 위로를 받았고 그렇게 얻은 힘을 바탕으로 일경험을 하게 되고, 또 이 경험이 발판이 되어  새로운 일들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여 청년 B가 말하는 참여성과) ‍ ‍ 글 | 이정현 20년째 위기청년-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일하는학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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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는 세상을 구한다
‍ 지난 7월, 국제도서전에 갔다가 <작업자의 사전>이라는 책을 만났어요.  읽다 보니 ‘노동’에 관해 인식하고 정의하는 저자의 관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요(덕분에 책에는 밑줄 파티가 열렸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구구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독서공동체 들불을 기획·운영 중인 구구 님은 책을 읽는 행위가 사회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북클럽과 더불어 <케이팝 하는 여자들>, <머니 맨숀>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구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질문하는 일을 지속하고 있죠. 1인 작업자이자 공동체 운영자로서의 고민과 꿈을 품고 있는 구구 님의 이야기, 함께 들여다볼까요? ‍ ‍ ‍ 🌱 책이 만드는 작은 혁명의 씨앗 ‍ | 구구 님은 평소 많은 양의 텍스트를 읽고 공부하시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 없이는 힘든 일일 거라 예상하는데, 어떤 계기로 책을 좋아하게 되셨어요? ‍아버지가 대학 때 순수 학문 공부를 하고 싶어 하셨는데, 집안 사정 때문에 좌절된 일이 있어요. 대신 그걸 책을 사들이는 일로 해소하셨죠. 그러다 보니 집에 늘 책이 많았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책을 접하면서 좋아하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독서를 향한 관심이 시들했다가 대학교 입학 후 도서관을 만나고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렇게 큰 도서관 처음 봤거든요. 너무너무 좋더라고요.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독서에 다시 빠져들었어요.‍ ‍ | 보통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으세요? 한 달에 완독하는 건 25권 정도예요. 병렬 독서를 하거나 참고하는 책은 20권 정도 되고요. ‍ | 와, 엄청 많이 읽으시네요. 요즘은 주로 어떤 책을 읽으세요? 팔레스타인 문제 관련 책들을 주로 읽고 있어요. 곧 들불에서 <우리를 잇는 책 읽기>라고, 한강 작가의 책을 필두로 전쟁이나 재난 관련 책을 읽는 모임을 하거든요. 그 모임에서 참고하려고 <팔레스타인 비극사>를 읽고 있고요. 절판됐던 책인데 이번에 복간돼서 팟캐스트에서 소개해 보려고요.‍ ‍ | 도서 <작업자의 사전>에서도, 들불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도 구구 님의 글에는 계급과 사회구조에 관한 탐구가 드러난다고 느꼈어요. 학생 때 학습지 노조의 시위 현장에 지원하러 나갔어요. 사회를 처음으로 구조적으로 바라보게 된 계기였죠. 당시 저는 사회가 이미 조화로운 상태에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일 거라고 여겼어요. 그렇게 시위 현장에 나가서 노조 구성원들과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들이 정말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전까지는 이들이 게으르거나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절차에 따라 해고한 것으로 생각했어요. 해고라는 결과 자체보다 그 절차가 잘못되었을 거라 짐작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만나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사회가 기울어져 있다는 걸 인식했어요. 이후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갈등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봤고 공부도 그렇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 | 사회문제를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북클럽에서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이런 구조적인 맥락을 짚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참여자 중 여성의 비중이 특히 높고, 종종 우울증이나 조울증 같은 병리적 증상을 겪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이런 분들이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만 찾곤 해요. 그럴 때 사회적 구조를 함께 살펴보면,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줄고 문제의 원인을 더 넓게 이해할 수 있게 돼요. ‍ | 책을 읽는 것도 사회 변화 활동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요? 네, 일부도 될 수 있고 전부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가 동료들과 자주 논쟁을 벌이기도 하는 주제예요.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료들 중 몇몇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게 무슨 혁명이 될 수 있겠냐?”고 하시죠.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는 내가 속한 세계의 형태를 새롭게 재조립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 어떤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찾게 되니까요. 그러려면 먼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나를 재조립한 뒤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죠. ‍그래서 책을 통한 변화가 개인에게 일어날 때마다 저는 그게 일상의 작은 혁명이라고 봐요. “혁명”이라는 단어가 조금 거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엔 '변화'를 의미하니까요. ‍ ‍ 🔥 함께 읽고 변화하는 공간, 들불 ‍ | ‘들불’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기존 들불 고정 멤버 중 어느 친구가 “멀리 번져가자”는 의미로 들불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어요. 2021년도에 사업자를 내면서 브랜딩 상담을 받았는데, 이름을 바꾸는 건 어떠냐 조언하시더라고요. 무섭고 강한 느낌이 있다고 하시면서요(웃음). 그때 고민을 좀 하다가, 들불이 여전히 마음에 들어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 | 들불은 어떤 분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사회 문제에 얕은 관심이 있는 대중 독자예요. 혼자 책을 읽기 어려워하는 분, 그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을 대상으로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연구자나 활동가분들이 주로 오셔서 내용의 난이도가 올라가는 편입니다. 몇몇 대중 독자분들은 당황하는 때도 있고요. ‍‍ | 대중 독자를 만나고 싶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기본적으로 ‘설득’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활동가나 연구자분들은 이미 어떤 문제에 정통하신 분들이라, 제가 설득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대중 독자들을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 | 들불 웹사이트를 살펴보면서 ‘이 분야에 무지한데, 흥미로워서 가보고 싶다. 이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데 참여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나요? 모임 참여자의 이해도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설문을 받기 시작했어요. 설문은 2분 정도면 작성할 수 있는 객관식 문항인데요. 예를 들어 한강 작가의 책으로 진행하는 북클럽에서는 제주 4.3이나 광주 5.18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묻는 거죠.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모임 난이도를 조절해요. 연구자나 활동가분들께는 발언 순서를 뒤로 미뤄달라고 부탁하기도 해요. 이분들의 관점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먼저 발언하면 다른 참여자들이 위축될 수 있거든요. 발언을 채팅으로만 받기도 하고, 참여자들이 더 편안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 들불에서는 주로 어떤 소재를 다루시나요? 노동, 계급, 여성에 대해 주로 다뤄요. 이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고,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재난에 관련된 것들에도 눈이 가더라고요. 사실 ‘페미니즘’이 다른 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긴 합니다. ‍ | ‘여성들과 함께 읽고 움직이는 커뮤니티’로서 들불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다른 독서 모임에서 읽지 않는 책을 읽는다’였어요. 출판계 동향 리포트를 보면 언제나 여성 독자가 많거든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여성 독자들이 많이 모였죠. 여성 커뮤니티라는 정체성도 따로 전략적으로 계획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형성됐어요.‍ 들불은 ‘나’의 문제에서 출발해 그것을 ‘사회 구조’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 탐구해요. 다른 독서 플랫폼에서는 이런 흐름이 '나’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곳에 모이는 분들은 이미 자아가 통합된 상태, 즉 자신을 충분히 완결된 존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짐작해요. ‍반면 들불에 오시는 분들은 사회 문제로 인해 혼란스럽고 분열된 상태인 경우가 많아요. 그 원인을 사회 구조에서 찾으려 하지만,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것이 맞는지 주저하고, 혼자서 고민하다 내면에 쌓아두는 분들이 많죠. 그래서 들불은 그분들이 자신의 문제를 사회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조금 다른 독서 모임이라 생각합니다. | 프로그램을 기획하실 때는 어떤 부분을 가장 고심하세요? ‍‘책’을 고르는 작업이 이 일의 8할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결론이 명확한 책보다는 논쟁이 될 만한 지점이 있는 책을 선택하려고 해요. 이야기가 대화가 되려면 서로 다른 해석이나 질문이 생겨날 여지가 있는 책이어야 하니까요. ‍ | 저는 인터뷰어로서 좋은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에 늘 고민이 많아요. 구구 님께서는 커뮤니티의 호스트로서 책을 읽으실 때 어떤 부분에서 “이 주제로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시나요? 사회과학서를 읽을 때는 우선 저자가 어떤 관점에서 현상을 해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관점에 제가 동의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 봐요. 저자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반론을 제시할 근거가 필요한데, 그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추가로 리서치를 하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처음에 선택했던 책을 아예 다루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죠. 이런 식으로 계속 가지치기하며 책을 선택해요. 저 역시 지금은 저자의 의견에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이 책이 사회 현상을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얼마나 유의미한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북클럽 참여자들에게도 “이 의견에 동의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면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요. 오랜 연구 끝에 나온 책에 반박하기는 쉽지 않지만,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비판적으로 접근해 보자는 방향으로 질문을 시작합니다.‍ ‍ |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세요? 정말 많죠. 우선 들불이 페미니즘 책을 많이 다루다 보니 혐오성 DM을 많이 받아요. 다행히 저는 이런 공격에 어느 정도 맷집이 있어서 그냥 차단하거나 삭제하면서 넘기는데, 여전히 스트레스 요인이긴 해요. 또 다른 어려움은 어떤 분들이 모임에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인데요. 때로는 외로움을 느끼고 힘든 마음을 나누려 들불에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저의 멘탈이 강할 때는 어렵지 않게 대응하지만, 저도 감당이 안 될 때는 힘들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조율하고 중재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따로 자조 모임을 운영할까 생각도 하고, 내년에는 상담 자격증을 취득할지도 고민하고 있어요. ‍ ‍ 💭 작업자이자 공동체 운영자로서 꿈꾸는 것들 ‍ | 1인 작업자로서 프로젝트 매니징, 시간과 건강 관리 등 모든 일을 알아서 관리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 가장 어려운 점은 일이 너무 몰리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전에는 들불과 비슷한 규모의 독서 모임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폐업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출판사에서 책 홍보나 광고를 맡길 곳이 줄어들었고 그 문의가 들불로 몰리게 됐어요. 처음엔 일이 많아진 게 좋았는데,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을 때 30통 이상의 새로운 제안 메일이 와 있는 걸 보고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일을 수락하고 어떤 일을 거절할지 결정하는 게 요즘 가장 큰 과제예요. 특히 북토크 모더레이터 역할을 요청하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요. 단순히 책 한 권만 읽고 진행할 수는 없고, 작가의 여러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다 보니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의뢰를 전부 수락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효율적으로 일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 | 지속 가능한 작업 생활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의존할 수 있는 환경이요. 혼자서 일을 하면 일을 나누기는 어렵지만, 책을 읽다가 의문이 생기면 물어볼 동료는 많아요. 그래서 리서치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동료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고,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정희진 선생님께서 기획한 ‘메두사의 시선’ 시리즈를 다뤄 보고 싶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때 ‘나무연필’ 출판사 대표님과 정희진 선생님께 다짜고짜 강연을 요청하는 메일을 드렸죠. 이후 실제로 강연이 성사됐어요. 그때부터는 자신감이 생겨 메일을 더 적극적으로 보내고 있어요.‍ ‍ | 상대가 거절하기 힘든 메일을 쓰는 팁이 있을까요? 첫 메일에서는 제가 원하는 부탁은 뒤로 미루고, 그 책이 얼마나 좋았는지, 책을 읽으며 어떤 점이 특히 인상 깊었는지 말씀드려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 “이 부분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는데, 혹시 시간이 괜찮으시면 답장으로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을 덧붙여요. 이건 독자의 편지이기 때문에, 100이면 100, 모두 답장이 왔어요. 그렇게 답장이 오면 두 번째 메일에서 “들불에 이 주제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정말 많고, 이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씀드려요. 일로 연결되지 않은 적은 있어도 답장은 100% 받았던 것 같아요. ‍ | 궁극적으로 ‘들불학교’라는 공부 공동체를 꿈꾼다고 들었어요. 왜 학교인지, 또 어떤 학교의 모습을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학계에서 다루는 최신 담론, 예를 들어 포스트 휴머니즘이나 신유물론 같은 주제들은 대중 독자가 접근하기 어렵지만, 그 논의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저는 학문적 담론에 대한 접근을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오히려 학문을 넘어, 학계 바깥에서도 자발적으로 모여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오랫동안 책을 멀리하다 보니 다시 시작하기를 어려워해요. 이런 분들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 처음부터 어려운 언어가 아니라 경험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라는 식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거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해석을 내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를테면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한 줄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잖아요. 아무리 많은 페미니즘 책을 읽어도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한 경험이 없다면 설명이 힘들죠. 저는 공부란 바로 그 해석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의를 내리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 글 | 문지원 ‍ ‍ 오늘의 인터뷰이 구구님이 추천한 콘텐츠를 소개해요.(마지막 추천은 에디터의 사심을 살짝 담아봤습니다😉) 🎥 미무주 mimuzu ‍유튜브 채널 @sundaybookclub 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요 독서모임의 풍경을 담는 채널입니다. '읽기'를 누구와, 언제 어디에서든 일상에서 작게 실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귀여운 채널이에요. 들불에 오시는 분 중에 독서 습관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친구들과 그저 재미로 시작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 채널 구경하기 ‍ 📖 아브람 더 스반, <함께 산다는 것> ‍도서, 252쪽 사회가 무엇인지를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책이에요. 사회적 관계망을 에세이의 형태로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독자는 인간과 사회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또, 이 책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어떠한 모습인지, 나는 지금 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줘요. 사회구조적인 관점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이 책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책 정보 살펴보기 ‍‍ 🎧 우리 좀 솔직해져 볼까? ‍팟캐스트 들불에서 시작한 팟캐스트입니다. 어렵게 느껴졌던 책들을 보다 쉽고 친숙하게 설명해보려고 해요. 신간은 물론 세상을 읽는 데 필요한 구간, 모임장이 감명 깊게 읽은 책 등 편안하게 소개하고 이야기 나눠볼 예정이니, 책을 사랑하거나 이제 사랑하기로 마음 먹은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팟캐스트 들으러 가기 ‍ 🕯️ (에디터 pick) 들불레터 뉴스레터 저는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레터를 구독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들불레터는 도착할 때마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열어보는 레터예요.  들불레터는 사회 이슈와 관련 도서를 함께 소개해요.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는 들불의 이야기나 따끈따끈한 프로그램 후기도 살펴보실 수 있어요. 사회 문제를 좀 더 구조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픈 분들께 추천드려요.  👉 레터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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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과 헤어질 결심
‍ 저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마다 브랜드의 컬렉션을 들여다보고, 쇼핑 앱을 들락날락하며 사고 싶은 옷들을 장바구니에 담곤 했어요. '이 소재 이번 시즌 유행인가? 하나 사야할까?', '하늘 아래 같은 데님은 없지…'와 같은 생각은, 어렵지 않게 소비로 이어졌고요. ‍그러다 도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었고, 이후 오늘의 인터뷰이이자 책의 저자인 이소연 작가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 기후위기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었지만, 의류 소비와 패션 산업의 기형적 구조에 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옷을 사지 않은지 벌써 5년차인 이소연 작가. 쇼핑중독이었던 그녀는 왜 쇼핑중단을 선언했을까요? 환경과 스타일, 모두 챙길 수 있는 멋부림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 🙌 옷 사지 않을 결심 ‍ | 오늘 입고 오신 옷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이야기가 있는 옷이라면, 스토리도 함께 들려주세요. ‍제가 인터뷰할 때마다 자주 입는 세트예요. 가을이나 봄 같은 계절에는 늘 이 옷을 입고 오죠. 제가 <바람과 물>이라는 생태전환 매거진의 에디터로 활동할 때, 그 잡지의 발행인께서 선물로 주셨어요. 예전에 사두었지만 더 이상 입지 않으신다면서요. ‍나이가 많으신 분께 옷을 받은 건 처음이라 더 특별하게 다가왔고, 인터뷰와 같은 중요한 자리에서 자주 입게 됐어요. 바지도 중고로 구매해 수선했고요. 옷을 사지 않기로 한 이후로는 이렇게 선물 받거나 중고로 구한 옷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져요. ‍ | 옷을 사지 않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원래 쇼핑을 정말 좋아했어요.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날에도 쇼핑을 하고 있었죠. 미국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쇼핑의 피크를 찍었다’고 할 정도로 매일매일 옷을 샀어요.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이 쇼핑하던 중에 세일 중인 패딩을 하나 봤어요. 그런데 가격이 1.5달러인 거예요. '이 가격이 정말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평소 같았으면 완전 이득이라며 바로 샀을 텐데, 부피도 있고 여러 자재를 쓴 옷이라 그런지 느낌이 좀 이상했어요. 내가 만지고 있는 물건과 가격의 괴리가 너무 커다랗게 느껴졌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패스트패션을 검색했고, 패스트패션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됐어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 환경 오염에 의존한 구조가 드러났죠. 이런 시스템에서 나온 옷이니 저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그때 이후로 옷을 사지 않기로 했어요. 쇼핑을 즐기던 저에게는 매우 큰 변화였죠. ‍ | 옷을 사지 않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요? 옷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예쁘고 저렴한 옷들의 존재가 항상 어려움이자 유혹이었어요. 특히 한국에 돌아온 뒤 강남 지하상가나 익선동 같은 곳을 지나다 보면 옷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고요. 쇼핑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그래도 책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잘 설득한 것 같아요. 패션 산업의 실체를 깊이 파헤치기 전에는 옷을 정말 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책을 쓰면서 ‘이 옷이 정말 필요한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됐어요. 과거에는 사고 싶은 것을 참는 일이 정말 힘겨웠지만, 이제는 옷을 사지 않음으로써 저만의 멋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고 가치 있다고 느껴요. ‍ | 이전에는 뉴닉에서, 지금은 당근에서 콘텐츠 에디터로 글을 쓰고 계시죠. 글쓰기를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져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환경에 관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사피엔스>는 인류가 다른 종을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며 살아남은 과정을 담고 있는데, 저는 이 지점이 굉장히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더 이상 착취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이후 비건에 도전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했지만, 옷에 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패션 산업이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이를 알리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글쓰기는 제 일상과 습관을 바꿀 수 있게 도와준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옷을 사지 않기로 했음에도 예쁜 옷을 마주치면 ‘사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감정을 느낀 후 집에 돌아와 공적인 글쓰기를 했어요. 일기와 달리 공개적인 공간에서 나의 다짐을 선언하는, 독자가 있는 글쓰기였죠. 이 과정 자체가 옷 사지 않을 결심을 이어갈 용기를 주면서 책임감 또한 떠올리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를 통해 비슷한 고민이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큰 힘을 얻었어요. "나는 10년째 옷을 사지 않고 있다"는 댓글도 있었는데요. 제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느끼며 동기부여가 됐죠. 그래서 글쓰기는 저에게 단순한 기록을 넘어, 환경 문제를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였어요. ‍ 🤔 사지 않는 행동이 환경을 보호한다고? ‍ | 패스트패션은 환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착취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구조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렴한 가격의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에게 지불해야 할 돈을 주지 않거나, 환경오염에 관한 비용을 회피하는 방식이 필수예요. 거대 패션 기업들은 10대 초반의 어린이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환경 오염에 관한 비용을 회피하고자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벌금이 낮은 국가에서 불법으로 폐수를 배출하고 있어요. 물론 싼 옷에 대한 수요는 늘 존재해왔습니다. 많은 이가 '기분 전환'을 목적으로 저렴한 옷을 한 벌 사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저도 오랜 시간 그래 왔구요. 하지만 이와 같은 수요는 기업이 계속해서 저렴한 가격의 옷을 생산하도록 유도해요.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거죠. 최근 들어 자라(Zara)나 H&M 같은 대형 SPA 브랜드는 지속 가능한 섬유를 내세우며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동시에 쉬인(Shein)이나 테무(Temu), 알리(Aliexpress)와 같은 초저가 플랫폼들이 등장해 더 저렴한 옷들을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잖아요. 이런 플랫폼에서 사람들이 재미 삼아 옷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 역시, 그 이면에는 여전히 임금 착취와 환경 오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 ‘입고 싶은 것’이라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탄생할까요? 패션 산업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산물이에요. 우리는 예쁘고 멋있어 보이기 위해 옷을 사지만, 사실 우리가 트렌디하다고 생각하는 디자인들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복제품의 반복인 경우가 많죠. 하이엔드 브랜드의 특정 원단이나 패턴에서 유행이 출발해 중저가 브랜드로 퍼지고, 마지막에는 초저가 브랜드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며 대중화되는 구조예요. 이 과정에서 패턴이나 디테일은 원래 제품과 점점 더 멀어지지만, 소비자들은 이 저가 제품을 통해 쉽게 유행을 좇아요. 과거의 저는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옷을 샀어요. 그런데 그 옷은 패션 산업이 만들어낸 유행의 가장 끝단에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죠. 최근에는 SNS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유행이 더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사람들은 그 속도에 맞추기 위해 더욱 빈번하게 소비하고요.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유행의 반복에 지나지 않아요. 진정한 멋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소비를 정체성 드러내기의 수단으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사지 않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는 메시지는 어떻게 전달하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소비를 멈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소비를 멈춤으로써 얻는 새로운 가치와 멋을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봐요. 사람들이 옷을 사고 꾸미는 이유는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기 때문인데요. 저 역시 개성을 표현하는 패션의 역할에는 강력히 동의해요. 하지만 패션 산업이 만들어낸 유행을 따르며 ‘이것이 나의 개성’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진정한 개성을 찾으려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소비하기보다 시간과 이야기가 담긴 옷을 입는 편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요? ‍ 한편 친환경 소비를 위해 프라이탁, 파타고니아 등의 아이템을 구매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저에게 가장 친환경적인 소비는 새롭게 만들어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물건을 다시 활용하는 거예요. 버려질 뻔한 물건을 다시 사용하거나 오래된 옷을 입는 게 제 기준의 ‘멋’입니다. ‍ | 사는(buy) 세계에 관해 교육받지 못했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제, 누구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에는 환경 과목이 생기고 초등학교 때부터 환경 교육을 이수한다고 하더라고요. 반갑고 다행인 소식이지만, 기후 위기와 기후 재난의 시대에서 교육 없이 자란 어른 세대를 위해서도 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 기후와 환경 문제가 이제 우리의 삶과 직결된 만큼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이 교육 공간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해요. 미디어가 환경 문제를 소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고, 입시와 취직만을 위한 교육에서 나아가 환경 교육이 잘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 🎈 착취와 낭비 없는 삶을 꿈꿉니다 ‍ | 기후 위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 변화 속도는 더뎌요. 그럼에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경 운동을 하다 보면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크게 갈등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고요. 그런데 만약 제가 바뀌지 않으면 계속 비관으로만 향하겠죠. 더 나아질 기미는 없을 거고요. 환경 문제의 규모를 봤을 때 쉽게 좌절하고 절망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변화를 만드는 건 개인이라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변화가 주변을 바꾸고, 이 과정이 반복·확산되면서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요.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할 작은 행동이라도 주변에 얘기하고 소문내는 게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특히 환경 문제는 정책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정치인은 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절대 스스로 표를 잃을 행위는 하지 않을 거고요. 결국, 정책을 움직이는 건 시민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움직여야 해요. 그래야 정책도 변하고 사회도 바뀔 수 있다고 믿습니다. ‍ | 소연님은 ‘패션’과 ‘멋’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에게 ‘멋’이란 타인이나 자연을 착취·낭비하지 않으면서도 멋질 수 있는 걸 의미해요. 패션은 제2의 자아, 혹은 제2의 피부와 같아서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고요.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입는 옷은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정의해 주는 소중한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누군가를 따라 사거나, 유행에 휩쓸려 패션을 소모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아깝지 않나 싶어요. ‍ 그렇다고 해서 "사지 말고 멋도 내지 말라"는 것은 아니에요. 옷을 사지 않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의 진짜 취향을 찾을 수 있다고 믿어요. 저도 옷을 사지 않으면서부터 비로소 나에게 진짜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게 됐고, 어떤 옷이 나와 잘 맞지 않는지를 분석할 수 있었거든요. ‍ ‍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환경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움직임이 필요할지 더 고민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시셰퍼드 활동가로 해양 환경 보호 캠페인에 참여해왔는데, 이 경험을 통해 정책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해변에서 폭죽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했던 적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주변 관광객들에게 바닷가에서의 폭죽놀이가 불법임을 알렸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규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래 사장의 폭죽 탄피 쓰레기가 정말 모래만큼이나 많더라고요. 시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적인 변화가 없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거예요. 따라서 환경 규제를 통해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염색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규제가 있다면, 더 친환경적인 패션 소비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환경 정책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요.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대학원에 진학해 환경 정책을 연구하고 패션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에 관해 고민하고 싶어요. 정책과 개인의 실천이 함께 이루어져야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 글 | 문지원 ‍ 옷 사지 않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소연님이 추천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소개해요.“직접 보고 느껴보면, 시도와 움직임에 크고 작은 도움을 줄 거예요.” ‍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다큐, 50분 매년 1000억 개의 새 옷이 탄생하고, 그 중 1년 안에 사라지는 옷이 330억 개라고 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 3벌 중 1벌은 1년 안에 버린다는 뜻이죠. 한철 입고 버린 옷, 저렴한 가격에 기분전환 겸 구매했던 옷. 아무런 의심 없이 누렸던 편리함의 대가는 누가 치르고 있을까요? 바다를 건너 거대한 무덤을 만든 ‘옷’ 이야기를 담은 다큐입니다. 다큐 보러 가기 ‍ 🎥 <더 트루 코스트> 다큐, 92분 1.5달러. 말도 안 되는 가격의 패딩은 소연님이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계기이기도 했는데요. 값싼 가격으로 우리를 만나는 옷들, 어떻게 이렇게 저렴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의문을 해소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더 트루 코스트>는 패션 산업의 진짜 ‘비용’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쇼핑 습관을 돌아보게 합니다. 다큐 정보 살펴보기 ‍ 👚 21프로 파티 다시입다연구소 옷장에 잠들어 있는 21%의 옷들을 서로 교환하자는 취지의 행사입니다. 이 행사를 주최·주관하는 다시입다연구소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리고 의류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시작한 비영리 스타트업 입니다. 인터뷰이 소연님은 21프로 파티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돈을 주고 사는 것만이 유일한 쇼핑의 방법이 아님을 알게 됐다고 해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는 달력과 소식을 살펴보세요! 행사 달력 엿보기 ‍ 🌱 아름다운 가게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위해 고민하는 아름다운가게. 길을 걷다 한 번쯤 마주친 적 있지 않으세요? 우리가 어렵지 않게 가는 편의점처럼 언제나 구경해도 좋은 공간이에요. 약속 시간이 빌 때 들어가 살펴봐도 좋고요. 아름다운가게는 기증받은 옷들을 팔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형태로 운영돼요. 쓸만한 옷과 신발이 굉장히 많아서, 한 번쯤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집 근처 아름다운가게 살펴보기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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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 ‍ ‍ 👀 에디터 노트 지난 달 Table Pick을 기억하시나요?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글에서처럼 비영리가 공익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죠. ‍비영리 조직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부 모금’이지만,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기부자를 만나고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은 쉽지 않죠. 후원자 또한 내가 기부한 돈이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대학 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수익 모델을 가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던 필자가 가치와 철학을 판매하는 기부 모금가로 변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에서 ‍ 2014년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공강 시간(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의 빈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강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이 활동의 이름을 ‘십시일밥’으로 정했습니다. ‍ 이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커져 인근 대학에도 지부를 설치했습니다. 3년 뒤 십시일밥은 29개 대학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이 제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였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봉사활동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봉사의 대가로 받은 식권은 전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봉사자 모집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 식당에서 착용해야 하는 단체 위생복 구매비 등은 저를 포함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대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던 와중에 큰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가서 상금을 받으면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니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은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당시의 십시일밥 모델로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십시일밥은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인데 수익 구조와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비영리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기반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앞으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후 십시일밥 총회를 통해 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공강 시간에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식당에서 받은 식권을 100% 기부했는데, 이후부터는 식당에서 약 20%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기부했습니다. 100% 비영리성으로 운영되던 십시일밥에 20%의 영리성을 얹은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의 사비 또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었고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사회혁신’.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경연대회에서는 전국 참가 팀 1,294개 중 1위를 할 수 있었고, 2014년에 시작한 십시일밥은 2024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며 타인의 기부나 선의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하는 순간 ‍ 경연대회 우승 이후 저는 얼마간 십시일밥을 운영하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주축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때의 저는 한창 자신감이 붙어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떠나 오랫동안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밥’이 아닌 십시일’방’이었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제가 싫었던 것은 ‘식권 몇 장 기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깊이 있는 변화를 오랫동안 만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교육과 생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을 시작했습니다. ‍ 2020년 설립한 십시일방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청년과 깊이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계획했던 깊이 있는 변화가 창출되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주거 지원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수익 모델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 모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지 못할까 고민했고 스스로 괴로워했습니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시일밥과 다르게 십시일방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이후 저는 모든 사회혁신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으니 십시일방 또한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과거 십시일밥에 수익 모델을 입혔던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 ‍ 저는 남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기반한 수익 모델이 저에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십시일방의 모델은 특성상 기부를 받아야 했고, 대표인 저는 자신도 없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십시일방에 기부를 시작해주신 분들은 주로 지인들이었습니다. 평소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있었고, 제가 과거에 십시일밥을 운영했던 것을 아시고 십시일방 또한 믿고 응원해주기로 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건의해 회사 차원에서 십시일방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분들이 언제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부자가 기부를 중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 커뮤니케이션 부족입니다. 여러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기부자가 개인 사정에 의해 기부를 줄여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배운 적이 있습니다. 가장 상위에 있는 기준 중 하나는 ‘어떤 비영리단체가 나에게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였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든 직접 통화를 하는  것이든, 모금에 대해 잘 몰라도 십시일방에 기부하신 분들께는 소식을 잘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십시일방은 거의 1인 대표 조직에 가까웠습니다. 대표인 제가 사업을 홍보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을 선발 및 면담하고, 여러 개의 주거지를 관리하고, 행정 처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도로 십시일방의 소식을 카드뉴스나 리포트의 형태로 제작해 기부자님들께 보내 드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고 기부자님들께도 이를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멋지게 정리하고 디자인해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부자들의 이탈은 없었지만, 이렇게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습니다. ‘뭐라도 보내드리자’ 그리고 오늘 하루 제가 보고 겪은 일들에 관해 썼습니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도움이 필요해 보여 어떻게 돈을 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줄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때로는 덤덤한 수필 같았고, 어떤 날은 개인적인 일기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부자님들이 제 이메일을 읽으실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정기적인 기부자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부자님들께 보내는 편지 ‍ 줄글이기 때문에 읽히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기부자분들이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셨습니다. 이메일 소통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가 보내드리는 이메일의 오픈율은 평균 80%를 상회하고, 높은 경우 95%에 달했습니다. 십시일방이 사용하는 뉴스레터 발송 플랫폼 스티비에 따르면 저희 같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오픈율은 평균 13.7%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구독자 규모와 오픈율이 반비례한다는 점입니다.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오픈율이 높고 구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오픈율이 점차 낮아집니다. ‍ 구독자 수가 적은 조직은 기부자 중 지인의 비중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체와의 친밀도가 높아 뉴스레터 또한 잘 읽어 보실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자 중에는 해당 사회 문제에 관심이 깊은 선도자(first-mover)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구독자의 수가 많아지면 이러한 유형의 기부자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픈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천 명 미만 카테고리에 속하는 십시일방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오픈율이 높을 것입니다. 다만 1천 명 미만 비영리단체 카테고리의 평균 뉴스레터 오픈율(41.4%)보다도 십시일방의 오픈율(평균 80% 이상)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첫번째는 이메일을 보내는 저와 기부자님들과의 거리가 짧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이메일을 쓰고, 기부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의견을 직접 읽어보며 다시 답장 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부자님들께서는 언제든 단체의 대표인 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추후 기부자님들의 수가 증가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답장을 주시는 비율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부자님들의 의견은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한 내용이기에 제가 잘 알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십시일방의 이메일 오픈율이 높은 두 번째 이유는 이메일을 쓰는 사람과 현장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큰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서와 사업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부서 등이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장 스토리의 톤앤 매너가 콘텐츠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치며 미세하게 변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상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정선과 디테일을 전했을 때 기부자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비영리의 전형적인 서사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많이 읽어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읽히는 콘텐츠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친 스토리보다는 현장 활동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기부자님들께 저의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드렸는지에 관한 결과만을 기부자님들께 전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인 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여 어떠한 결론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님들은 십시일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이 어떤 유형의 것인지를 궁금해하시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사업의 결과를 정리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정보에서 기부자님들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인사이트는 제한적입니다. 저는 기부자님들이 이메일을 통해 저와 직접 연결되고, 저의 생각을 들어보시고, 때로는 저를 검증하고 때로는 저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더욱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십시일방의 철학을 판매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2개의 사회혁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조직인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흐릿해지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수익 모델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조직인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는 어떤 모델에는 수익 구조를 얹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기부자를 발굴하고 기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모금가로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듯, 십시일방은 철학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듯, 십시일방도 기부자님들이 그리는 사회 변화의 과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매일입니다. ‍ ‍ 글 | 이호영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최고연구책임자(CRO·Chief Research Offic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N잡러입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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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속에서 웃음 버튼을 찾았다.
‍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나요? 저는 <나의 쓰레기 아저씨>라는 채널을 빠짐없이 챙겨봐요. 잔잔한 라떼(?) 토크, 구슬픈 배경음, 시종일관 진지한 출연자와 그런 진지함을 유쾌하게 받아치는 자막 때문에 웃으며 보기 시작했어요. 제 딴에는 환경, 기후 위기 이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했어요. 하지만 이 채널을 계속 보면서 제 지식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느꼈어요. ‍유익한 콘텐츠는 많아요. 유쾌한 콘텐츠는 그보다 더 많고요. 그러나 유익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 특별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을 만나보았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함 속에 숨겨진 진지한 고민,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면 좋겠어요. | <나의 쓰레기 아저씨> 채널을 소개해 주세요. 쓰레기, 환경, 버려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배우 김석훈 님이 진행을 맡고, 세 명의 PD(김다영, 김수인, 이현정)가 기획·편집·촬영을, 한 명의 작가(한수현)가 구성·섭외 역할을 하며 제작하고 있어요. ‍ | ‘환경 예능’이라고 해도 되나요? 보통 "환경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라고 소개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환경을 다룬다고 말할 때 부담감도 있어요. 저희 모두 환경 전문가가 아니고,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삶을 산다고 말하기 어려워서요. 환경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지나치게 무겁거나 계몽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저희 채널은 시청자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환경 상황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알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김석훈 배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주로 환경과 관련 있으니 편의상 ‘환경 콘텐츠’라고 부르고 있어요. ‍ | 쓰레기, 환경 소재의 유튜브 채널을 기획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환경을 주제로 삼은 건 아니었어요. 회사(미스틱스토리)에서 김석훈 선배를 주인공으로 한 유튜브 채널을 구상했는데요. 김석훈 선배가 "나는 쓰레기 문제를 다루고 싶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어요. 저희 제작진도 처음에는 솔직히 망설였어요. 유튜브 채널은 먹방이나 여행을 주로 다루잖아요. 과연 ‘쓰레기’라는 소재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죠. 하지만 김석훈 선배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정말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으로 임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잘 표현한다면 그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잘 전달되리라 생각했죠. ‍ | 영상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나요? 일단 아이템 선정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어떤 아이템을 다뤄야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죠. 제작진은 물론 김석훈 선배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 함께 회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 과정에서 작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실제 섭외와 구성 작업을 담당해요. 아이템이 정해지고 섭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구체적인 구성 작업에 들어가고 준비된 구성을 바탕으로 촬영을 나가죠.‍ ‍ | 채널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었더라고요. 이 정도 인기를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쓰레기라는 소재가 과연 통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김석훈 선배의 진심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본인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주제다 보니 그 매력이 화면을 통해 전해져요. 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도 한몫했고요. | 제작 과정에서 가장 놀랐던 쓰레기 관련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북악산 줍깅 편이에요. 산 중턱에서 여성용 위생용품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어요. 몇 걸음 간격으로 계속 위생용품이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곳에 있을까, 누군가 일부러 버린 건가 등 온갖 추측을 다 했죠. ‍ | 쓰레기 처리 과정, 재활용 과정을 자세히 다루더라고요.‍ 맞아요. 김석훈 선배의 초기 기획 의도와 맞닿아 있어요. 쓰레기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말 궁금해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그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시청자도 평소에 잘 몰랐던 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재활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보여드림으로써 새로운 정보도 제공하고 경각심도 일으킬 수 있다고 봤죠. 물론 때로는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채널의 정체성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 | 시청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유튜브 댓글에는 재미있는 드립이나 짧은 감상이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 채널은 달라요. "이 영상을 보고 이런 걸 실천해봤어요", "김석훈 님 덕분에 이런 걸 새롭게 알게 됐어요" 같은 댓글이 정말 많아요. 저희가 직접적으로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분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경험을 나누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초반에 어떤 분이 남겨주신 댓글이에요. "자극적이고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이렇게 무해하고 메시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저희에게 큰 힘이 됐죠. 지금까지도 그 댓글을 떠올리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요. ‍|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나요?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아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저희만의 방법이라면, 우선 김석훈 선배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해요. 워낙 재미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선배가 직접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을 촬영에 많이 담으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재치 있는 멘트나 리액션이 웃음 요소가 되죠. 또 편집할 때 자막이나 효과음을 적절히 활용해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조금 더 가볍게 풀어내는 거죠. 최근에는 아이템 자체에서 웃음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약을 타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 같은 걸 촬영했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앞서 얘기한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요. 환경이라는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매번 숙제예요. 또 하나는 섭외 문제예요.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어도, 실제로 섭외가 성사되기까지가 정말 힘들어요. 특히 쓰레기 처리 시설이나 업체들은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더 어렵죠. 촬영 환경도 쉽지 않아요. 깨끗하고 편한 곳보다는 힘든 현장을 많이 가게 되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쓰레기차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진흙탕이나 벌레가 많은 곳에서 촬영하기도 해요. ‍ | 환경미화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어요. 어떻게 섭외하셨을까 궁금했어요. 촬영하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희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분들 중에서 화면에 얼굴이 나오는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저희는 그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알기에 더 자세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분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경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을 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 힘든 촬영 환경에서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있나요? 사실 비결이라고 할 건 없어요(웃음). 15분짜리 영상 하나를 위해 10시간 넘게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있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팀워크가 정말 중요해요. 힘들 때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극복해요. 김석훈 선배도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저희를 이끌어주시고요. 이런 팀워크가 있기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 채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없나요? 책임감과 부담감이 정말 커요. 특히 구독자 수가 늘면서 더 강하게 느껴요. 예를 들어, 촬영 중에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댓글로 지적을 받곤 해요. "오늘은 텀블러 안 쓰셨나 봐요"라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런 관심이 오히려 저희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시청자가 그만큼 저희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촬영할 때나 일상생활에서도 더 신경써요. 또한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전 세계의 환경 이슈나 최신 정책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다는 걸 솔직히 인정해요. 이런 솔직함이 어떤 부분에서는 구독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계신가요?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찾아가서 그들의 환경 정책이나 실무자의 노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에요. 실제로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환경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지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 큰 계획은 '아나바다' 팝업 스토어예요. 김석훈 선배나 저희 지인들의 물건을 모아서 구독자와 함께 나누는 행사를 열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재사용, 재활용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해외 촬영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의 쓰레기 문제나 환경 정책을 취재하고 싶어요.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고 해요. ‍ | '나의 쓰레기 아저씨' 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가 이 채널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자"예요. 환경 문제가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노력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어요. 김석훈 선배도 항상 강조하는 지점인데요. 우리가 완벽해져야 한다거나 모든 걸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문제를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또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 결코 불편하거나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히려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어요. 저희 제작진도 이 채널을 만들면서 많이 변화했어요. 이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져요.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 글 | 최성욱‍ ‍ 오늘의 ‘뷰 테이블’에서는 제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친근한 채널로만 골랐답니다. 🎥 알TV <썰준> 척수장애인 이원준과 시각장애인 안승준의 수다가 돋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이들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재치 있게 패러디해 <마비되면 비로소 움직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내보자고 제안하고, 누구의 장애가 더 힘든지 ‘장애 배틀’을 벌이기도 합니다. 장애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농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두 어른의 ‘티키타카’가 압권입니다. 채널 살펴보기 ‍‍ 🎥 네온 밀크(Neon Milk) 드랙 아티스트와 LGBTQ+ 컬처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성소수자의 삶을 어둡고 무거운 주제로만 다루는 건 현실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채널은 그들의 일상적이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소수자를 ‘다른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깨는 데 한몫하고 있죠. 채널 살펴보기 ‍ 🎥 EBS 지식채널e <어른도감>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다루는 시리즈예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며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다양한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고민과 성찰의 과정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떤 어른일까?’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채널 살펴보기 ‍ 🎥 씨리얼 사회 문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때면 찾아보는 채널입니다. 소외된 사람, 덜 주목받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입니다. 특히 태권도장이라는 공간과 젊은 남자 사범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돌봄’의 문제를 들여다볼 때는, 그 참신한 접근에 무릎을 탁 쳤어요. 채널 살펴보기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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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언니들 축구다!
‍ 학창시절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경력단절을 경험한 위밋업스포츠의 신혜미 대표. 그녀는 은퇴한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자 위밋업스포츠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신 대표는 단체 운동에서 단절되거나 소외된 이들에게 집중했습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능력, 신체 조건에 관계 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위밋업스포츠는 경기 결과보다 함께 땀 흘리는 과정을 즐기고, 실패를 향한 두려움을 없애는 환경을 만들어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다정한 사회를 위해 도전하는 그녀의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 🏄 은퇴 여성 선수들의 두 번째 챕터 ‍ |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 흥행하면서 축구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변화를 체감하시나요? ‍확실히 체감해요. 프로그램 속 참가자들은 선수 출신이나 프로는 아니에요.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대중, 특히 여성에게 자신감을 줬던 것 같아요. 더 많은 여성이 “나도 저 정도는 해볼 수 있겠다”라고 느끼고 도전하게 됐죠. 또, <골 때리는 그녀들>은 팀이 주는 소속감, 응원하는 팀이 승리했을 때 느껴지는 연대감 등 팀 스포츠가 주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스포츠 하면 치열한 경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경기를 함께하는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이 프로그램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 | 위밋업스포츠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에 신청하는 인원도 늘었나요? ‍네. 위밋업 초기의 취지는 여성과 단체 운동의 접점을 만드는 거였어요. 여성들에게 축구, 농구 등도 해볼 만한 운동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죠.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체험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팀을 이뤄서 활동하려는 요구가 늘었고, 코치님을 모시고 싶다는 요청도 많아요. 여성들의 스포츠를 향한 관심과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습니다. ‍ | 위밋업스포츠는 어떤 계기로 창업하셨어요? 저는 축구 선수로 활동하다 은퇴한 후, 결혼과 출산 과정에서 경력 단절을 경험했어요. 운동했던 경력으로 사회에 나가려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오로지 제 몫이었어요.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죠. 이런 부분에서 갈증을 크게 느꼈어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여러 교육을 들었어요. 당시 체육인재육성재단(현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여성 스포츠 리더 과정을 수료했죠. 그런데 강사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왜 여성 스포츠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굉장히 와 닿았던 한 마디였어요. “그러게, 왜 우리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 우리나라 스포츠의 역사를 살펴보면,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수 대비 메달 획득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아요. 양궁, 배구, 스피드스케이팅 등 뛰어난 여성 선수들의 활약으로 이목을 이끈 종목도 많고요. 그런데 여성 코치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자주 봤던 여성 선수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활동을 이어가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죠. 축구 지소연, 유도 김민정 선수처럼 세계적으로 활약했던 선수도 마찬가지고요. 왜 그럴까?라는 물음표를 갖고, 양수안나 공동 대표와 대한체육회의 은퇴진로지원센터에 찾아갔어요. 담당자들과 여성 선수가 은퇴 이후 지도자로 활동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구조를 개선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이야기했죠. 그런데 저희의 고민이 하소연에서 끝나는 것 같더라고요. 해결해야 할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큰 뜻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우리가 문제라고 여기는 걸 해결하고 하고 싶은 걸 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은퇴한 여성 선수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 ‍ 🎲 돌아온 언니들, 되찾은 운동장 ‍ | 위밋업스포츠를 있게 한 대표 사업으로 ‘언니들 축구 대회’를 꼽으셨는데요. 이 행사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여성들이 나이가 들수록 축구에서 멀어지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남자 축구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별 축구팀이 잘 조직되어 있고 조기 축구회도 활발한데, 여자 축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1부, 2부로만 나뉘었죠. 이렇게 되면 50대나 60대 언니들은 실력과 구력을 갖추고 있어도 20대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기는 어려워요. 아무리 오랫동안 축구를 해온 여성이라도, 체력에서 차이가 나면 경기에서 활약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스포츠에 참여하는 이유는 직접 경기를 뛰고 싶어서잖아요. 그런데 경기장 바깥에서 박수치고 물병 갖다 주는 역할만 하다 보니 50대 이상 언니들이 축구에서 다른 종목으로 떠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점이 정말 아쉬웠죠.‍ ‍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 40대 이상의 여성만을 위한 ‘언니들 축구대회’를 개최했어요. 나이든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첫 대회에서는 총 6팀이 모였어요. 오랫동안 축구에서 멀어졌던 언니들이 다시 모여 팀을 이루고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 | 언니들의 운동장을 되찾아주셨네요. ‍언니들이 경기에서 존중받고, 스포츠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더 활발하게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단순히 실력을 강조하는 대신, 나이가 많은 '최고 언니'가 팀을 이끄는 구조를 도입했죠. 경기 중 동점 상황에서는 필드에 남아 있는 선수들의 나이 합산으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도 적용했는데요.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경기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연령 다양성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죠. 2018년 처음으로 개최한 대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지난 5월 6회차를 마무리했습니다. 최근에는 ‘동생들’이라 부르는 20~30대 여성들까지 포함해 축구 대회를 운영하고 있어요. 언니들과 동생들의 리그는 따로 진행하고요. 최근 대회에서는 동생들이 언니들의 경기를 보면서, 진심을 다해 응원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고요. 덕분에 언니들은 더 큰 자부심을 느끼며 필드를 누볐어요.(웃음)\‍ ‍ | 여성의 단체 운동 단절은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여성들이 단체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남성보다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요인은 운동을 통한 성취 경험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여자 아이들은 남자 아이들보다 운동장에서 뛰어놀 기회가 적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스포츠를 배우더라도 자연스럽게 관심도가 떨어지죠. 특히 운동을 잘하지 못하면 눈치를 보거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요. 저희는 이런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해요.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경기 결과보다 운동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어요. 특히 초보자들도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초보 리그를 운영해 여성들이 스포츠에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 | 위밋업스포츠는 생애 주기별 신체활동과 스포츠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소개하셨어요. ‘생애 주기별 신체활동’이란 무엇인가요? ‍생애주기별 신체활동은 연령대별 특성과 신체 능력에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의미해요. 위밋업스포츠의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인 여성, 시니어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대상으로 해요. 아동이나 유소년은 놀이형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를 접하고, 성인 여성들은 축구, 배구, 농구 같은 팀 스포츠를 통해 팀워크와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했어요. 중장년 및 시니어층을 위해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신체활동을 설계했죠. 이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 ‍ ‍ ✊ 이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할 시간 ‍ |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여러 사회 구성원의 스포츠 참여 확대는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불러올까요? 좀 더 건강하고 다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스포츠는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배우게 해요. 경쟁 속에서도 패배를 받아들이면서 서로에게 응원을 건넬 수 있죠.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는 역할도 하고요. 더 많은 사람이 더 쉽게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다면, 친절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 기억에 남는 참여자가 있으시다면, 관련 에피소드를 듣고 싶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어요. 한 분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스텝을 전혀 밟지 못하셨어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계속 응원해 드렸어요. 몇 달 동안은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꾸준히 참여하시더니 결국 농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셨죠. 그분은 학창 시절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 동안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의 본인이라면 그들과 함께 뛰어나갔을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또 다른 분은 30대에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더라면 국가대표가 되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운동에 흥미를 느끼셨어요.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스포츠가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실감합니다.‍ ‍ | 클래스를 이끄는 지도자는 어떻게 모집하나요? ‍단순히 스포츠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위밋업스포츠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은퇴 여성 선수를 찾는 데 중점을 둬요. 대부분의 지도자는 지인의 추천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받아요. 이후 2~3회차의 미팅을 진행해 저희와 방향성이 맞는 분인지 꼼꼼히 확인합니다. ‍저희는 재능 기부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지도자들이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이를테면 ‘세계 소녀의 날’ 등의 행사에 참여해 무료 스포츠 클래스를 운영하는데요. 지도자들도 이와 같은 재능 기부 활동에 즐거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 세계 소녀의 날: 조혼, 교육 기회의 박탈, 성 착취 등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차별받는 소녀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UN이 제정한 날. ‍ | 별도의 지도자 양성 과정이 있나요?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요. 지도자는 필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 장애 인식, 스포츠 인권, 안전과 관련된 CPR 교육 등 다양한 필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코칭 방법에 대한 교육을 수료해야 해요. 저희는 지도자들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들의 필요에 따라 스포츠 테이핑이나 시설 안전 교육 등도 전문가를 초빙해 진행하고 있죠. 코치들에게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 | 향후 목표나 계획을 들려주시겠어요?‍ 언젠가는 위밋업스포츠만의 체육관을 만들고 싶어요. 공간 제약이 너무 크다 보니 특정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맞춰야 하고,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지 못하는 게 아쉽더라고요. 이런 지점을 해결할 수 있는 우리만의 체육관이 있었으면 해요.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이 나이, 성별, 능력과 관계없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여성, 이주민,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또, 위밋업에 소속된 코치들과 함께 재능 기부를 진행할 예정인데요. 동남아시아처럼 여성의 스포츠 접근성이 낮은 국가를 방문하여, 그곳의 여성과 아이들에게도 스포츠의 즐거움을 전하고자 합니다. ‍ ‍‍|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1년 이상 웹사이트 눈팅만 하다가 오는 분들도 계세요. 할 수 있을지 수십 번 고민하고, 일정을 맞추다가 못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저는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망설임 자체는 건강하고 좋은 신호니까요. 다만 주저하는 시간은 여기까지!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도전하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글 | 문지원 ‍ ‍ 식탁과 별개로 맛있는 간식이나 음료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바 테이블처럼, 테이블토크에서도 ‘뷰 테이블(View Table)’을 마련했어요. 사회혁신가의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살펴보고, 주제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콘텐츠를 엄선했답니다. 📖 <여자치고 잘 뛰네> - 로런 플렌시먼 도서, 312쪽 여성 장거리 달리기 챔피언의 회고록이자, 여성 스포츠를 위한 강력한 선언문입니다. 저자는 다섯 번의 대학 리그 우승, 두 번의 5000미터 미국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정상급 선수인데요. 이 책을 통해 여성 운동선수가 남성 중심의 스포츠 시스템 속에서 어떤 불합리함을 겪는지, 통계와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책 정보 보러가기 ‍‍ 🎥 <다큐인사이트 - 국가대표> 다큐, 43분 ‍스포츠의 판도를 바꾼 여성 스포츠인 5인의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배구 김연경 선수, 골프 박세리 선수, 축구 지소연 선수 등. 이들이 맞서 싸운 건 상대뿐 아니라 여성 선수를 향한 불합리한 시스템과 고정관념이었습니다. 동일 임금을 외치며 부당함에 목소리를 냈던 여성 선수들. 이들은 어떤 변화를 만들었고, 어떤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까요? 다큐 보러 가기‍ ‍ 🎥 <여인과 바다> 영화, 131분 1905년, 뉴욕의 이민자 가성에서 태어난 트루디 에덜리. 그녀는 여성 최초로 영국 해협을 수영으로 횡단했습니다. 이 영화는 가족과 코치들의 애정 어린 응원과 도움으로 사회의 편견을 깨고 올림픽 수영팀에 합류하는 과정을 그렸어요. 프랑스에서 영국까지, 34km에 달하는 해협을 헤엄쳐 건넌 그녀의 도전. 도전에 담긴 의미를 고민한 영화였습니다. 영화 정보 살펴보기 🌐 위밋업스포츠 웹사이트 ‍위밋업스포츠에서는 다양한 종목의 클래스가 열리고 있어요. 농구, 축구, 배드민턴 등 친숙한 운동부터, 패들 보드, 럭비, 프라디이빙 등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던 종목까지 준비돼 있죠. 레터를 읽고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하는 생각이 드셨다면, 클래스와 후기를 찬찬히 살펴보시는 걸 추천해요. ‍클래스 구경하기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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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
‍ ‍ ‍ 공익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질문 ‍ 저는 비영리 조직이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공익 활동을 본업으로 삼고, 더 큰 ‘소셜 임팩트’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을 돕는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비영리 조직이라고 하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을 텐데요. 일반적으로 내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환경 보호 활동을 함께하거나, 시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익 목적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사단법인, 재단법인, 사회적협동조합 등 국내 비영리 조직의 수는 2만 개가 넘고, 종사자 수는 약 148만 명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외계층을 돕는 복지사업, 환경 보호를 위한 봉사활동, 시민의 인식을 개선하는 캠페인 등 공익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사람들은 비영리 조직이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공익 활동을 지속하는지 궁금해합니다. 특히, 비영리 활동을 생계유지를 위한 ‘업(業)’으로 삼고자 한다면 더욱 그렇고요. 오늘은 이런 비영리 조직을 시작하려는 분들이 은밀하게, 가장 자주 묻는 질문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바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돈을 버나요?’입니다. ‍ 돈 벌어도 되나요? 비영리(Nonprofit)라는 오해 ‍ 많은 사람이 공익 활동을 숭고한 선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돈 이야기를 하면 왠지 그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점잖게 ‘비영리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자원 조달’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는 좀 더 직설적으로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한 이유는 ‘비영리(Nonprofit)’라는 표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경제활동으로 얻은 이익을 소유자 혹은 주주에게 배분할 수 있는 영리 기업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함인데요. 비영리 조직에서 발생한 이익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비영리 조직은 영리 기업처럼 ‘수익(Benefit)’을 만들 수 있으나, 비용을 제한 ‘이익(Profit)’을 이해관계자에게 배당할 수 없습니다. 발생한 이익은 조직을 설립할 때 정관에 기재한 공익 목적에 맞게만 사용해야 하죠. 쉽게 말해 월급은 받을 수 있으나 배당은 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영리 조직은 근본적으로 이익 창출이 최종 목적이 될 수 없는 조직입니다. 사업으로 만들어낸 이익은 반드시 각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있죠. 하지만 이익 창출이 없다면 비영리의 공익 활동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근본적인 사회혁신을 만들고, 더 큰 소셜 임팩트를 창출하며, 장기간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려면 필연적으로 비영리 조직은 돈을 잘 벌어야 합니다. ‍ ‍ 비영리 조직이 돈 잘 버는 네 가지 방법 ‍ 그렇다면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로 비영리 조직에 주어진 특수한 여건을 고려하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 전략을 세우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비영리 회계 관점이 아닌 비영리 조직이 실질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나아가 각 방법에서 비영리 조직이 어떻게 돈을 ‘잘’ 벌 수 있을지 저의 의견도 더해보겠습니다. 기부 모금: 개인 및 기업 대상 기부금품 모집하기 지원/배분사업: 정부/민간 공모사업 지원하기 위탁용역사업: 정부/민간 공익사업 위탁 수행하기 수익사업: 제품 판매 및 서비스 제공하여 수익 창출하기 ‍ ① 비영리만이 할 수 있는 ‘기부 모금’ ‍기부는 개인이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금전, 물품, 혹은 서비스를 비영리 조직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부자는 일반적으로 직접적인 대가를 받지 않으며, 기부금은 공익 목적을 위해 사용됩니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은 판매와 같이 상응하는 가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안 되고, 공익 목적의 기부금은 반드시 투명한 회계 관리와 관련 제한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비영리 조직만 기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하여 개인과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익법인/단체(구 지정기부금단체)’가 될 수 있는 것은 비영리 조직뿐입니다. 이때 공익법인은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 인증처럼 기획재정부에 별도 신청하여 지정받고, 지속적으로 국세청의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위와 같은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할 수 있는 공익법인이 되는 것은 비영리 조직에게 중요한 일입니다. 개인에게는 세액 공제를, 기업에게는 법인세 공제와 지방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공익 목적에 공감하는 일부는 세제 혜택이 없어도 후원을 하겠지만, ‘기부 모금’이라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익법인/단체’의 자격은 갖춰야 할 최소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우리 조직의 기부 모금을 성장시킬 수 있을까요? 최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님께서 “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아티클에서 ‘잠재후원자 관리’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이처럼 최근 기부 모금 시장에서는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를 수용하고,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를 접목한 전략이 유효한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팬덤 기부, 자선 아이템 판매 등 새로운 모금 방법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모금 전략과 방법에 앞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다루는 사회문제와 솔루션, 그리고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지지자는 기부 모금에 적합한가요?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이 많지만, 모든 문제가 대중들의 인지적 공감을 얻기 수월한 것은 아닙니다. ‍ 그 근거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기빙 코리아 2022’ 보고서는 2021년 국내 개인 기부의 7개 분야별 관심도를 ‘자선단체 > 해외구호 > 지역사회 > 의료 > 교육 > 문화예술’ 순으로 분석한 바 있는데요. 이를 통해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은 자선 활동을 하는 비영리 조직보다 상대적으로 개인 기부자 대상 모금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차원 더 깊게 살펴보면 세대별 기부 참여율, 기부 금액, 선호하는 기부 방식 등 기부 모금 시작에 앞서 고려할 요소가 더 많습니다. 이는 일시 후원과 정기 후원 중 어떤 형태가 우리의 지지자에게 바람직한지, 앞으로 개인과 기업 중에서 어떤 대상을 중점으로 기부 모금을 진행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비영리 조직도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시장’과 ‘제품’ 그리고 ‘고객’에 대해 더욱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영리 조직에서 기부 모금을 기획하고 계신다면, 아래 질문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회문제(시장):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대중의 인지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인가? 솔루션(제품): 우리가 만드는 솔루션은 지지자에게 지속적인 효능감을 제공할 수 있는가? 지지자(고객): 우리의 지지자는 어떤 행동경제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 ‍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 기부 모금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고 있는 비영리스타트업으로 사단법인 뉴웨이즈(이하 뉴웨이즈)를 꼽을 수 있습니다. 2021년에 등장한 뉴웨이즈는 정기 후원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안정적인 조직 운영의 기반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아래 소개글로 뉴웨이즈의 ‘시장’과 ‘제품’, ‘고객’에 대해 유추해보겠습니다.‍ 사단법인 뉴웨이즈는 만 39세 이하 젊은 정치인(젊치인)의 도전과 성장을 돕는 정치 에이전시로, 정치 산업 내에서 의사 결정권자의 다양성을 높이고, 젊은 세대가 정치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이를 위해 누구나 자기 경쟁력을 가지고 의제나 지역의 문제 해결 경험을 쌓아 지지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인재 성장 시스템을 만듭니다. ‍뉴웨이즈는 ‘정치 산업의 다양성 부족’이라는 사회문제(시장)에서 ‘인재 성장 시스템’이라는 솔루션(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뉴웨이즈의 지지자(고객)들은 정치권에서 일하거나,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가진 고관여자일 확률이 높겠죠. ‍정치 산업과 정치 고관여자의 특징은 후원 문법에 상대적으로 친숙하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으로 정당과 정치인을 향한 지지자 후원이 활발히 이뤄져 왔기 때문입니다. 한편, 뉴웨이즈의 솔루션은 온라인 서비스로 개발 과정과 정량적 임팩트를 지지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하며 함께 사회변화를 만드는 효능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뉴웨이즈의 정기 후원자 모금이 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뉴웨이즈의 공익 활동이 이에 적합한 시장과 제품, 고객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뉴웨이즈의 탁월한 사회문제 해결 역량과 임팩트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겠지만요. ‍‍ ② 주도적으로 공익 활동을 제안하는 ‘배분/지원사업’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벌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비영리 조직 대상 배분/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자원을 제공받아 공익 활동을 직접 수행하는 비영리 조직 입장에서 배분사업과 지원사업은 사실상 차이가 없어 함께 설명해 드립니다. 배분/지원사업은 정부, 공공기관, 또는 민간 재단이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인데요. 비영리 조직이 스스로 사업을 계획하여 제안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가지고 공익 활동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배분/지원사업은 일반적으로 특정한 공익 목적과 취지에 적합한 비영리 조직을 선정하는 공모 형태로 진행됩니다. 자금제공자(Funder)가 포괄적인 사회문제나 정책 목표를 제시하면, 비영리 조직이 이에 부합하는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는 ‘복지사업’을, 환경부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사업’을, 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공모하는 것이죠. 일련의 선발 절차를 거쳐 선정된 비영리 조직은 제안한 공익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비와 수행 인력의 인건비를 지원받습니다. 그리고 사업이 종료되면 지원금의 사용 내역을 보고하고, 사업 성과를 평가받아야 합니다. 이때 사업 결과 보고 과업은 공모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요. 아무래도 국민의 세금이나 대중의 기부금으로 조성된 기금의 공모사업은 사업비 사용이나 사후 정산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민간 재단을 중심으로 배분/지원사업에서 새로운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사업 성과 중심에서 조직 성장 중심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이는 벤처 투자 기법을 활용하여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는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로 아래와 같이 전통적인 배분/지원사업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비재정적 지원: 조직 성장을 위한 교육, 컨설팅, 사무공간 등 비재정적 지원 제공 유연한 지원: 사업비 제한 규정 완화 및 사업 중도 변경(Pivot) 허용 중장기 지원: 다년간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연속 지원 ‍‍ 대표적인 국내 사례로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은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와 관계없이 스타트업의 관점과 방법론으로 소셜 임팩트를 확장할 수 있는 초기 소규모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조직이 스타트업 전략을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사업 자문을 제공하고, 공익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 중도에 사업 및 예산 사용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죠. 또한, 최대 4년 연속 지원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 ‍그 외에도 다양한 민간 재단에서 혁신적인 비영리 조직의 성장을 돕는 지원사업 파이프라인을 함께 만들고 있는데요. 이를 마치 스타트업의 시리즈 투자처럼 활용하여 비영리 조직을 성장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2020년 서울NPO지원센터를 시작으로, 2021년  아름다운재단과 다음세대재단, 2022년 루트임팩트, 2023년 아산나눔재단의 지원사업에 순차적으로 선정된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이하 다시입다연구소)’인데요. 이 과정에서 ‘옷장 속 입지 않고 잠들어 있는 21%의 옷을 교환하는 파티’라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이제는 전국 단위로 의류교환 및 수선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비영리 조직은 우리 조직의 활동 영역과 성장 단계에 맞는 배분/지원사업을 리스트업하고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효과적인 공익 활동을 기획하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직이 만들어 내는 사업 성과나 사회적 가치를 홍보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요. 아직 공익 활동의 성과를 뽐내는 것을 쑥스러워하시거나, 사업 성과를 정량화된 데이터로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습니다.‍ ‍ ‍하지만 배분/지원사업의 기금제공자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에 기반하여 우리 공익 활동의 성과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언급한 다시입다연구소는 중고의류교환 행사의 누적 참가자 수, 누적 교환 물품 수, 참가자 인식 변화 설문응답 등 다방면으로 임팩트 데이터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팀도 처음부터 임팩트 측정 및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지만, 논리적인 성과지표 개발과 데이터 정합성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죠. ③ 공공 서비스와 기업 사회공헌을 대신 수행하는 ‘위탁용역사업’ ‍위탁용역사업은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이 비영리 조직에 특정한 과제를 맡겨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앞서 설명한 배분/지원사업과 비슷한데요. 차이점은 공공서비스 제공, 학술연구, 공공 교육, 전시 및 행사, 지역사회 개발 등 특정 과업이 지정되어 있고, 발주 기관이 정한 목표와 지침에 따라 공익 활동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많은 OO구 종합복지관, OO시 청년센터 등 지자체 공공시설의 관리 및 운영을 비영리 조직에 위탁하고 있습니다. 기업도 임직원 자원봉사, 지역사회 교육사업, 환경보호활동 등 사회공헌 사업을 위해 전문성 있는 비영리 조직과 파트너십을 맺고 위탁 운영하기도 하죠. 이런 위탁용역사업은 제도와 관습에 따라 비영리 조직을 수탁사 자격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에 전문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 보장된 공익성으로 사회적 신뢰를 갖췄기 때문인데요. 공익 활동 영역에서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이 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입장에서 위탁용역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을 전면에 내세우기 때문에 대중 혹은 사용자 그룹과의 연결이 수월합니다. 그리고 조직의 고정적인 인건비 재원을 확보하여 안정적으로 공익 활동을 펼칠 기회가 될 수 있죠. 위탁용역사업으로 공익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영리스타트업 사례로 ‘사단법인 니트생활자(이하 니트생활자)’와 ‘사회적협동조합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이하 지소행)’ 두 조직을 소개합니다.‍ ‍ 2019년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했던 니트생활자는 무업기간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는 청년들이 연결되는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고립/은둔 청년 이슈가 대두하기 전부터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ning) 상태의 청년들에게 사회적 안전망이 되어주고, 이들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3년까지 다양한 배분/지원사업을 경험하며 청년 이슈에 대한 전문성 향상과 조직 성장을 이뤄냈고, 이를 기반으로 2024년에는 ‘인천청년공간 유유기지 강화’의 운영기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는 지역으로의 사업 확장의 시작점이 되었고, 염원했던 무업청년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는 기회였습니다.‍ ‍‍ 지소행은 종이팩과 커피박 등 재활용률이 낮은 카페 자원을 수거하여 자원순환 활동을 중심으로 시민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소행도 2021년 서촌 카페들을 돌며 종이팩을 수거하는 봉사활동에서 시작했는데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카페 자원 수거사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시 중구, 성동구, 마포구, 은평구 등 지자체와 차례로 커피박 수거 위탁용역을 체결하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사회적 가치 창출 기반을 동시에 마련한  케이스입니다. 위 두 사례는 사용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지불 동기가 부족하여 영리 비즈니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 문제를 비영리 조직의 공익 활동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각각 청년경제활동인구 감소와 저조한 카페자원 재활용률이라는 사회문제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자 하는 지자체가 지불 주체가 되고, 비영리 조직은 효과적으로 공익 활동을 수행하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한편, 사업비 규모가 큰 위탁용역사업은 위탁사 선정에서 수탁사의 조직 역량을 중요하게 평가하여 아직 사업수행 경험과 조직원 전문성이 부족한 초기 비영리 조직이 도전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 유관 경력과 네트워크를 마련한 뒤에 도전해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위탁용역사업이 비영리 조직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공익 활동 운영의 기반이 되는 동시에 해당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위탁용역사업 또한 공익 활동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공익 활동을 별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에는 소홀해지기 마련입니다. 영리 스타트업이 당장의 수익이 되는 외주용역에 치중하다, 자체 제품 개발에 소홀해지는 것과 비슷하죠. 따라서 위탁용역사업으로 우리 조직의 사업 역량과 신뢰를 향상시켰다면, 그 이점을 잘 활용하여 독립적인 활동을 위한 역량과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훗날 외부 자원 없이도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공익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직원의 역량 향상과 기부 모금이나 수익 사업 등 수익원 발굴에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 ④ 직접 영리 활동으로 버는 ‘수익사업’ ‍마지막 수익사업은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죠.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수익사업의 이익을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재투자한다면, 비영리 조직도 영리 기업과 다르지 않게 대부분의 수익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주무관청 신고, 이사회 승인 등 일련의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요.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이익 창출로 경제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소셜벤처, 스타트업 등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은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원의 동기 부여가 상대적으로 불리하여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미래 이익 배당이나 지분을 담보로 하는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니 신규 사업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재원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가는 제도적으로 이런 불리한 지형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수익에 대한 법인세 감면,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 감면, 공익 목적 서비스 매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정부조달 우선구매 등 비영리 조직만을 위한 제도적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죠. 또한, 사업 특성에 따라 비영리 조직만의 높은 공익성을 소비자에게 전략적으로 소구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직접 영리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다른 방법으로 얻은 수익에 비해 그 사용이 자유롭습니다. 기부금은 기부금품법에 따른 사용 제한이 있고, 배분/지원사원이나 위탁용역사업은 그 나름의 사업비 사용 규정이 마련입니다. 때문에 비영리스타트업 ‘사단법인 피치마켓(이하 피치마켓)’처럼 조직의 공익 활동을 잘 수행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주 수익사업으로 선택한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부터 시작한 피치마켓은 발달 장애인이나 경계성 지능인과 같은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콘텐츠를 제작하는데요. 설립 초기의 장애인 복지 관련 배분/지원사업으로는 인건비를 전체 사업비의 15%밖에 사용할 수 없는 제한 규정이 있어 쉬운 글 콘텐츠 연구 개발을 위해 사업비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 이처럼 장애인의 일회성 문화활동 지원은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느린 학습자의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쉬운 글 콘텐츠 연구 개발은 불가능한 배분/지원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치마켓이 선택한 것이 바로 수익사업이었습니다. 쉬운 글 도서나 월간지, 특수교사를 위한 교육자료를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피치마켓은 비영리 조직이 수익사업으로 수익 창출과 동시에 공익 활동을 수행하는 이상적인 ‘사회적기업’ 모델로 볼 수 있는데요. 비영리 조직도 인증 요건을 갖추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피치마켓 또한 사회적기업 인증을 취득하기도 했죠. 저는 영리 기업보다 비영리 조직이 사회적기업 모델에 적합한 법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유치나 큰 규모의 이익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적기업 비즈니스 모델은 비영리 조직의 제도적 혜택을 활용했을 때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부 모금사업, 배분/지원사업 등 다른 방법과 혼합하여 조직의 자원 조달 방법을 다원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임팩트 비즈니스와 사회적기업을 새롭게 시작하시려는 분들이라면 법인격으로서 비영리를 고려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 우리는 돈 잘 버는 비영리 조직이 필요합니다. ‍ 긴 글을 읽으며 비영리 조직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적합한 법인격이 아니라는 것은 실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비영리 조직이 공익 활동을 지속할 좋은 기회와 방법들도 존재한다는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새롭게 시작하는 비영리 조직이라면 ‘배분/지원사업 → 기부 모금 → 위탁용역사업 → 수익사업’의 순서로 시도해 보기를 권합니다. 우선, 공익 활동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배분/지원사업의 자금과 교육을 활용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우리 공익 활동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여 적합한 기부 모금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축적한 전문성과 공익 활동 경험을 기반으로 위탁용역사업에 지원하여 조금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비영리 조직이 자체적인 수익사업으로 얻은 기금으로 더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공익 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위치를 목표할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비영리 조직에 만능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은 없습니다. 공익 활동의 특성과 주어진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벌기 위한 특수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영리 회계와 관련 규정을 잘 숙지해야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고, 비영리를 지원하는 공공/민간의 자원과 제도적 혜택을 잘 알아야 효과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돈 잘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비영리 조직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합니다. 비영리 조직이 돈을 잘 벌어서 더 큰 사회혁신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비영리 조직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니까요. 비영리를 꿈꾸는 사람이 늘면 유관한 자원과 혜택도 함께 늘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비영리 조직이 확장되는 선순환이 우리가 꿈꾸는 더 나은 세상에 한 걸음 가깝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 ‍ 글 | 나민수 ‍ 비영리 조직이 선한 일을 잘하게 돕는 '비영리 액셀러레이터'이자, 벤처 투자 기법으로 임팩트 기부를 돕는 '벤처 필란트로피스트'입니다. 아산나눔재단에서 '아산 비영리스타트업' 지원사업을 담당하며 스타트업 성장 전략과 근거 기반의 임팩트 커뮤니케이션으로 비영리 조직이 효과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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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 책임? 아니요, 다정한 라이프스타일입니다.
‍ 때로는 비영리 생태계에서(누구는 소셜 섹터라고도, 임팩트 생태계라고도, 사회적 경제라고도 부르는) 일하는 것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예상보다 더디게 변화하는 속도에 가끔 회의도 들고요. 비슷한 배경의 사람, 관점, 기술, 솔루션을 접할 때면 생태계가 좁게만 느껴져요. 그래서 생태계 바깥에서 움트는, 업계와 무관한 누군가가 만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사례를 발견할 때면 반갑고, 궁금합니다. 기대도 하고요. 사회변화를 얘기하는 콘텐츠, 서비스, 제품이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카인들리(kindlyy)>라는 봉사 큐레이션 서비스는 주말 여행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 <주말랭이>에서 발견했어요. 비영리의 매체·커뮤니티·네트워크가 아닌, MZ세대가 즐겨 찾는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죠. 봉사라는 납작한 언어를 “Good things. You Can”, “It’s okay even once” 등으로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평범한 직장인의 1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가 어떻게 비영리 문법과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 <카인들리>를 소개해 주세요. 카인들리는 봉사 활동을 6가지 취향으로 나누어 선별하고 소개하는 봉사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봉사라는 관심사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특히 봉사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심자를 위해 친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요. 6가지 취향 카테고리는 사회복지, 동물, 자연환경, 우리동네, 재능기부, 해외 봉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나 능력에 맞는 봉사 활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요. ‍ | 기존의 봉사 포털 서비스와는 다른 <카인들리>만의 특징은? 많은 사람이 봉사 정보를 찾다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정보가 없거나 흩어져 있고, 때로는 폐쇄적이고 불친절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적합한 봉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카인들리>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 같은 감각적인 큐레이션을 지향합니다. 봉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알기 쉽게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직관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이미지와 상황을 연상할 수 있는 카피라이팅을 조합해 콘텐츠를 만듭니다. ‍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왜 이 봉사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지, 돕는 사람(참여자)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의 메시지를 스토리로 담아내요. 기존의 봉사 정보가 날짜, 장소, 주의사항 정도만 제공한다면, <카인들리>는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 형식으로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래야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더 쉽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 서비스의 주 사용자, 선호 활동이 궁금해요. 2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사용자가 다수입니다. 이 세대는 체험과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요. 또한 뻔하지 않고, 귀엽고, 즐거운 봉사를 선호하죠. 예컨대 유기견 봉사, 플로깅, 생태공원 가꾸기 같은 활동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교육 분야의 봉사가 더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 | 봉사 활동 참여자의 선호와 실제 봉사 수요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소 힘든 봉사 활동은 참여가 낮아요. 봉사가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다면 봉사자 공급이 더 많아질 것이고, 봉사자의 공급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분산되리라 생각해요. ‍ | 카인들리만의 운영 방침이 있나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금전 거래가 포함된 기부·봉사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돈에 대해 민감할 수 있고, 자칫 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그 시작을 방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둘째, 기존의 봉사단체들이 사용하는 어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꾸준히 해야 한다'와 같은 부담스러운 표현 대신 '한 번만 해봐'라는 식의 가벼운 접근을 선호해요. 셋째, 봉사라는 단어 대신 '좋은 일'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봉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기존의 이미지/ 어법과는 다른 표현과 언어가 필요하죠. 넷째, 카인들리의 브랜드 정체성과 저의 정체성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카인들리가 저라는 개인이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랍니다. ‍ | '봉사도 취향이 있다'는 카피가 인상적이었어요. "유기견 봉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야?", "자연·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봉사에도 취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취향이란 물건의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마음이 이끌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봉사도 각자가 이끌리는 선한 마음의 방향이 있다고 보고, 이를 6가지 종류로 나누어 소개했습니다. 봉사를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고려했어요. ‍ | ‘진지함을 우회한다’는 소개글도 봤습니다. 어떻게 덜 진지하고 더 일상적인 행위로 만들 수 있을까요?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어 ‘워컵픽업(WalK Up Pick Up)’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네 산책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각자 동네에서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카카오 단체방에서 랜선으로 인증하는 방식이죠. 또한 '원 스몰 굿 액션(One Small Good Action)'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제안했어요.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 통행자를 위해서 쓰러진 공유 킥보드를 세워두는 행동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봉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참여자가 좀 더 재밌게 활동하도록 돕는 요소도 배치했어요. ‘워컵픽업’의 경우 참여자가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수행 판에 미션 완료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굿즈를 제공했습니다. 랜선 참여자가 하루동안 함께 모여 재활용 시설을 방문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도 구성했습니다. | 봉사 콘텐츠 제작과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나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요. 첫 번째는 체험형으로, 제가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자료 수집을 통한 방식이에요. 온라인에서 봉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합니다. 마지막은 제보 형태입니다. 실제 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객원 에디터가 되어 내용을 제공합니다. 현재는 두 번째 방식인 자료 수집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무래도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니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여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여서 좀 더 많은 활동을 소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 혼자서 운영하는지 몰랐어요. 별도의 조직 혹은 프로젝트 팀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마케팅 경력이 있어 웹사이트 구축부터 브랜딩, 콘텐츠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대신 시간이 많이 걸렸죠. 회사 업무가 아닌 1인 사이드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니 더 오래 걸렸어요. 장단점이 모두 있어요.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단점은 역시 외로움과 고립감입니다. 아이디어를 나눌 동료가 없고,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또한 업무량이 많아 지치기 쉽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요. 앞으로는 좋은 동료를 모아 함께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 카인들리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까지는 마케팅, 브랜딩 컨설팅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카인들리>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어요. 가설로 잡은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죠. 봉사라는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봉사 뿐만이 아닌 재밌고 유익한 활동을 함께하며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둘째, 굿즈 판매에요. 봉사활동에 필요한 위생 키트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기업과의 제휴 이벤트입니다. 기업의 CSR 활동이나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요. 기부·후원을 통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 | 비용을 지불하고서까지 봉사 활동에 참여할 사람이 있을까요? 일단 베타테스트를 해보려고요. 현재 활성화된 소모임, 커뮤니티 서비스가 몇 곳 있어요. 이런 곳에 봉사 활동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인기 있는 봉사의 경우 금방 마감됩니다. 단순하게 한 번의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중심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취미 생활을 나누는 모임과 커뮤니티라면 수익화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 | <카인들리>를 통해 구성된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어요. 봉사는 돈을 통해 얻는 효용과는 다릅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어요. 경쟁이 아닌 협력의 과정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고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한 경쟁 시대에, 봉사는 다른 관점과 삶의 의미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많은 봉사 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많이 발굴하려고 합니다. 또한 앱 서비스 출시도 준비 중이고요. ‍ 장기적으로는 <카인들리>를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봉사가 헌신, 책임, 나눔의 표상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올드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활력 있고 재밌는 일로 인식되고, 봉사를 매개로 여럿이 함께 모여서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어요. ‍ 글 | 최성욱 ‍ ‍ 인터뷰이가 추천하는 ‘1인 작업자를 돕는 도구’를 소개합니다. ‍ AI 챗GPT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인간스러운 어휘와 스토리텔링에 강점 구글 제미나이 : 언어모델 생성형 AI / 논리적&체계적 정보 구조화에 강점 MS 코파일럿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아직 학습이 더 필요함 ‍ Image Unsplash : 무료 사진 소스 / 감각적인 무료 사진이 강점 Link Lummi : 무료 사진 소스 / AI가 제작한 무료 이미지, 생각보다 리얼함 Link ‍ Illustration Drawkit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세련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무료 소스가 적은 것이 단점 Link unDraw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일관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벡터로 지원하여 일러스트 색상 자유롭게 설정 가능 Link Blush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컬러풀한 다양한 일러스트가 많음, 라인 타입의 일러스트 종류가 많아 좋음 Link ‍ Editing Tools remove.bg : 배경 제거 툴 / 누끼 이미지 만들때 빠르고 편리함 Link Capcut : 무료 영상&사진 편집 툴 / 영상과 사진의 레이아웃, 그래픽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함 Link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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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은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 “그래픽은 어떻게 운동이 되는가” 일상의실천 권준호 대표 저는 냉소에 그치지 않는 시도들이 변화를 이끈다고 믿습니다. 누군가는 더디다고 느끼는 사회변화일지라도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합니다. 오늘은 일상의실천을 이끄는 권준호 디자이너를 만났습니다. 그는 도서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을 집필했는데요. 글을 쓰는 에디터이자 사회변화를 꿈꾸는 구성원인 저에게 커다란 영감을 안겨준 책입니다. 사심을 가득 담아 진행한 그와의 인터뷰, 함께 살펴보시죠! 1.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인 ‍‍2.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를 디자인하기 ‍3. 건강한 디자인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인 ‍ | 준호 님의 '일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고정된 루틴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가능하면 가장 먼저 출근하려 해요. 보통 10시부터 출근인데, 저는 9시에서 9시 반 사이에 작업실에 가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메일도 정리하고, 할 일 정리하는 시간이 되게 소중하더라고요. 작업하고 7시 즈음 퇴근한 뒤에는 테니스나 배드민턴 등의 운동을 하고 있어요. ‍ | '실천'은 꾸준함을 필요로 하는 일일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디자인을 해온 건데, 싫증이 나거나 지루하지는 않으세요? 올해로 11년 차네요. 길다면 길지만 한 분야를 파고드는 데 있어서 아주 긴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30년, 40년 동안 하시는 장인분들도 계시니까요. 제게 작업하다 지루함을 느끼거나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주시는데, 저는 다른 작업을 한다고 답변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래픽 디자인은 범위가 굉장히 넓어요. 책, 포스터, 웹 디자인 모두 각기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죠. 저는 그때마다 스위치나 기어를 바꾼다고 표현해요. 운동으로 치면 수영하다 등산하는 느낌이라, 지루하지는 않아요. ‍ | 경력이 쌓인 만큼 일을 안배하거나, 하고 싶은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어서 그런 부분도 있을까요? 영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아드리아 쇼넷이라는 분이 지도 교수이셨는데요. 유학을 떠나기 전 이분께서 집필한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라는 책을 읽었어요. 핵심은 작업이 재미없다고 느끼면 그 작업은 결국 자기를 갉아 먹고, 그걸 오래 하다 보면 결국 영혼이 망가진다는 거였죠.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 주변 사람들은 '일상의실천'이 이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오히려 반대였던 것 같아요. 일상의실천을 시작할 때부터 세 명이 모두 같은 생각이었어요. 월급을 안 가져가면 안 가져갔지,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은 하지 말자, 포트폴리오에 올릴 수 있는 작업만 하자고 결심했어요. ‍ 존경하던 디자이너 한 분도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수치심의 서랍’이라는 게 있대요. 돈 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했지만, 차마 공개하지 못한 작업물을 넣어둔 공간이 있다고요. 그 서랍을 만들지 않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개할 수 있는 작업만 해왔던 것 같습니다. ‍ | 협업을 진행하는 기준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을 것 같은데요. 굉장히 맞닿아 있죠. 일상의실천을 시작할 때부터 적용한 세 가지 기준이 있어요. 첫 번째는 재미예요. 저는 디자이너이자 작업자이고, 무언가를 이미지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표현적인 측면에서 즐겁게, 재밌게 할 수 있는 작업인지가 중요해요. 두 번째는 의미예요. 저희는 초창기부터 의뢰를 기다리지 않고 시위 현장에 나갔어요. 1인 시위를 하고 계신 분, 광화문 광장에 계시던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찾아뵙고 디자인을 해드리겠다 했죠. 제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제가 만들어내는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의미를 갖고 통용될 것인지 고민해요. ‍ 세 번째는 예산인데요. 초기에 주로 함께 작업했던 비영리나 시민단체는 대체로 예산이 부족했어요. 이런단체의 작업만 계속하면 디자인 업무를 지속하기 힘들죠. 아무튼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무조건 받으려고 했어요. 재능 기부 형식으로 진행하면, 클라이언트는 무료로 받는 작업이니 디자인의 가치나 소중함을 고려하지 못하고, 디자이너도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기 어려우니까요. 세 가지의 기준 중 두 개가 충족되면 할만한 일이라 판단해요. 세 개가 모두 충족되면 좋겠지만 그런 작업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웃음) ‍ 💨 시대에 필요한 목소리를 디자인하기 ‍ | “진보”라는 단어를 ‘고여있음을 거부하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표현하셨더라고요. 준호 님이 삶과 업을 대하는 태도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한데요. 이와 같은 가치관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와이낫어소시에이츠라는 스튜디오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어요. 저는 스튜디오 창업자들을 학생 때부터 존경했어요. 그들은 영국이 경제 위기를 겪던 1970~80년대 대학을 나왔죠. 마가렛 대처가 수상이던 시절이었고요. 대처가 신자유주의를 적극 도입해 경제 위기를 벗어났다고도 평가하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해지고 사회적 불평등도 심화됐어요. 당시 대학생이던 이들은 정부 정책과 마가렛 대처가 불러온 변화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그래픽 작업을 했죠. 당시의 펑크 문화와 섞여서 하나의 사회적 이미지가 만들어졌어요. 제가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할 때 그분들은 50대셨어요. 한국에서 50대 디자이너는 회사의 대표나 교수로 재직하는 등 현장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분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이어가는데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20대 때처럼 공격적이지는 않더라도, 본인이 가진 기득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녹여서 풀어내고 계셨어요. 그들은 사회적 약자, 커뮤니티 등을 위한 작업 등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가치관을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며 작업해왔죠. 글과 인터뷰를 통해 상상만 했던 그들의 모습이, 30년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게 감동이었어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다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겠네요. 요즘 시선이 닿는 사회 문제가 있으세요? 특정 사회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시선이 여러 방면으로 옮겨다니는 편이죠. 최근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분과 작업을 했어요. 본인의 경험을 담아 도서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를 집필하셨고, 저희는 책 표지를 디자인했죠. ‍ 작업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건 이분의 태도였어요. 피해자는 본인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이분은 달랐죠. 직접 사건을 공론화하고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하면서 자신의 사건을 변호했어요. 피해자가 적극 나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이분은 자신의 책이 마냥 우울하거나 피해자 보고서처럼 느껴지지 않기를 바라셨어요. 법원에 출석할 때도 검고 칙칙한 옷이 아닌 밝고 화려한 옷을 입고 가셨는데, 책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셨대요. 그래서 다채로운 색을 사용해 화려하게 디자인했어요. 그분도 굉장히 좋아하셨고, 최근에는 책이 증쇄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어요. 이런 점들이 저에게 뿌듯함으로 다가오면서 작업의 의미를 깊게 만들어줘요. ‍ |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거나 비영리 단체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작업할 때 어떤 마음으로 하시나요? 사회에 의미 있고 필요한 목소리라고 판단할 때 그 작업을 맡아요. 하지만 동정이나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고 해요. 클라이언트가 어려운 일을 당하셨다거나, 그 일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든 요구사항을 무조건 수용한다면, 그건 디자인 자체의 가치나 의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 | 어떻게 조율하시는지 궁금해요. 디자인적인 완성도보다 메시지를 드러내달라는 작업이 있다면, 디자이너 입장에선 다른 방식으로 풀고 싶지는 않으신가요?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죠. 특히 노조나 노동계 분들과 작업하면 해당 분야에서 통용되는 시각 언어가 있어요. 머리띠나 조끼를 착용하거나 강렬한 색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죠.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땐 이분들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이 의미 있다 판단하고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갈등이 생겼어요. 반드시 천지개벽체라는 서체를 사용해야 하고, 인물은 ‘투쟁’이라는 머리띠를 쓰고 있어야 한다 등 여러 제약 사항이 많았어요.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떤 지점을 설득할지 균형을 맞추고자 노력했죠. 결국 머리띠를 빼고, 조끼와 평상복 사이의 절충안을 찾는 데까지 성공했어요. 그분들의 방식을 모조리 부정한 채 ‘문화예술계에서 사용하는 시각 언어가 세련됐으니 이렇게 합시다’ 강요할 수는 없어요. 이런 변화는 점진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요. 클라이언트 분들은 시각적으로 너무 약해 보이지 않냐면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하셨는데요. 결과적으로 아주 잘 됐습니다. 노조 위원장 선출 포스터였는데, 그분이 위원장이 되셨거든요. (웃음) ‍‍ | ‘소통’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시대라고 느낍니다. 소통의 측면에서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디자이너다 보니 세상을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보는데요. 동물보호 단체는 동물 권리의 시각에서, 환경단체는 환경 보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게 되죠. 그런데 자칫 어느 한 쪽의 시각에만 치우치면 소통이 단절되더라고요. 얼마 전 비영리 단체와 작업을 했어요. 1년 반가량의 기간이었죠. 그렇게 오래 걸릴 작업은 아니었는데 연락이 끊기거나 논쟁이 이뤄지면서 과정이 길어졌어요. 그분들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렇게 보일 수 있다'는 식의 피드백을 계속 주셨어요. 저는 좀 더 일반적인 기준을 갖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고요. 특정 시야를 살짝만 벗어나면 다른 면이 있음을 알리는 게 디자이너의 일인 것 같아요. 같은 작업이어도 설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에요. 이 분야를 그래픽 디자인이라고도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죠. 단순 미사여구가 아니라 ‘소통’이 정말 중요한 키워드여서 그런 것 같아요.‍ ‍ 하나의 작업을 두고 단순히 외주를 맡겨 진행하는 작업이 아니라, 작업을 사이에 두고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소통하며 만들어가는 일이 중요하다 느껴요. 저는 작업이라면 자연스레 참여자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작업이 좋은 작업이자 건강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작업에 관해서도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디자이너를 ‘을’로 여기는 경향은 여전히 강한 것 같아요. 왜 이런 관행이 굳어졌을까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저희는 비딩*(회사가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서 경쟁을 펼치는 일종의 공모전)은 참여하지 않고 있어요. 처음 스튜디오를 연 뒤 멋모르고 참여했다가 심사위원분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길래 반박했더니 떨어졌거든요.‍ 비딩의 초점은 말 잘 들을 것 같은 디자이너, 그중에서도 비용이 가장 낮은 디자이너를 뽑는 것에 맞춰져 있어요. 제가 얼마 전에 세탁기를 바꿨는데, 세탁기는 모델마다 품번이 있고 어떤 플랫폼에서 사냐에 따라 가격이 다르잖아요. 같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사려 하는 건 당연하다 생각해요. 그런데 디자이너의 작업은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어떤 화학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이거든요. 이걸 최저가의 가격으로 선정한다는 것에서부터 잘못됐다고 봐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죠. 비딩에 선정돼도 함께 일할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 또한 큰 문제 중 하나예요. 기획에 애정이 있는 기획자라면 이 디자이너가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나와 어떤 시너지가 날 것인지 여러 차례 리서치를 한 상태에서 디자이너를 선정하겠죠. 이렇듯 선정 과정에서부터 절차적인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 | 이런 문제가 해결되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까요? 와이낫어소시에이츠에서 일할 때, 연세 지긋한 신사분이 오셔서 디자이너와 담소를 나누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의 관장님이셨어요. 박물관 시즌 디자인을 의뢰하셨고 직접 디자이너의 사무실로 찾아오셔서 의견을 나눈 거죠. 어떤 기관이든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작업의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디자이너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술관을 예로 들면 전시부장이나 관장 등이 결정권을 갖고 있을 텐데, 보통 주니어 큐레이터분이 연락을 주시죠. 큐레이터의 마음에 들었음에도 올라가서 까이고, 수정하고, 까이고 하는 일이 정말 비일비재해요. 회사도 마찬가지고요. 따라서 미팅하거나 협업을 진행할 때는 결정권자, 혹은 결정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직책의 소유자가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미팅이 전혀 의미가 없으니까요. 🤝 건강한 디자인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 ‍ | 일상의실천을 막 시작했던 때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과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여전히 같은 점은 친구로 시작한 저희가 지금도 여전히 친구라는 점이죠. ‍큰 변화를 꼽자면, 제가 개인 작업자에서 디렉터로 역할이 확장된 거예요. 처음 시작한 세 명의 멤버 이외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생겼어요. 저는 팀원들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내리는 게 아니라, 이들이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고민하고 있어요. 방향성과 완성도 측면에서는 강한 기준을 갖되 표현 방식, 스타일 등은 작업자의 특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 ‘제안하되 강요하지 않는다’는 그라운드 룰이 인상적이었어요.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희 나름대로 중요한 룰로 굳어졌어요. 팀원 중에는 제가 전혀 할 수 없는, 혹은 관심 없는 표현 방식으로 작업을 만들어가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으려면 제가 시각적으로 더 열려 있어야겠더라고요.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내가 꾸는 꿈의 형태를 조금이라도 가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흐릿한 이상은 선명한 목표로 거듭날 수 있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닿았어요. 준호 님은 이루고 싶은 꿈,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세요?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 품었던 단기적인 목표나 꿈은 많이 이뤘다고 생각해요. ‘강남에 있는 40평짜리 아파트를 사고 싶다’와 같은 꿈을 꿨던 게 아니니까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었어요. 꿈을 이뤘다는 표현은 너무 교만한 것 같은데, 제가 당시 생각했던 모습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네요. (웃음)‍ 저희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을이나 용역업체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온 파트너로서 인정받았으면 했어요. 그러나 클라이언트 분들은 해당 작업을 누가 디자인했는지 드러내지 않으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을 바꾸고 싶어서 많은 요청을 했고, 이제는 역으로 클라이언트들로부터 요청을 받고 있기도 해요. 저희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가 7만 명이 넘다 보니 했던 작업을 태그해서 올려달라는, 재밌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저는 오래 작업하고 싶어요. 나이와 세대를 떠나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디자인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동시대에 작업하는 작업자로서 꾸준히 작업을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해요. ‍‍ 글 | 문지원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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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전직 마케터의 도파민 터지는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법 👉🏻 긴 글은 PDF로도 받아볼 수 있어요 ‍ 📣 모두가 '캠페인' 하는 시대 ‍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보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기업에서 하는 광고 캠페인이나 브랜딩 캠페인도 있고, 비영리 조직이나 공공기관에서 하는 공익 캠페인도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정당에서 하는 정치 캠페인도 있어요. ‍보통 영리 목적의 ‘마케팅 캠페인’과 공익을 위한 ‘사회변화 캠페인’이 많이 다르다고들 생각합니다. 주체나 메시지의 목적만 봐도 다른 점이 정말 많죠. 그런데 이 둘을 모두 경험한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비슷한 점이 많았어요. 자동차 브랜드의 마케팅 캠페인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 캠페인은 시승 신청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이 목적일 때가 많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자동차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시승 신청 사이트와 홍보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몇년 뒤 대선을 앞두고 기후, 청년, 소수자 인권 등에 대한 대선 후보의 공약과 입장을 요약한 ‘대선 캐비닛’ 콘텐츠를 알리는 캠페인을 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대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쉽고 간단하게 이메일 주소를 입력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구독 페이지와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두 가지 캠페인은 운영 주체와 궁극적인 목적, 대상과 규모까지 모두 달랐지만, 소식을 받아볼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사하죠. ‍ ✅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의 공통점 1) 먼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진행한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알릴지, 사회문제와 활동을 알릴지 차이일 뿐이죠. 2) 알리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비슷해요.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캠페인이 많습니다. 마케팅 캠페인은 주로 ‘구매' 행동을, 사회변화 캠페인은 ‘참여’ 행동을 유도하죠. 3) 행동 변화를 넘어서 ‘팬’을 만들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충성 고객이 필요하고, 비영리 조직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지하는 회원들이 필요하니까요. ‍ 이 공통점들은 바로 캠페인을 하는 목적이자 본질이기도 한데요. ‘캠페인’의 어원은 전쟁 용어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사회 이슈와 운동,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콘텐츠가 넘쳐나는 세상. 이 경쟁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알리고, 변화시키고, 연결되는 것이 바로 ‘캠페인’인 거죠. ‍‍ 🌊 ‘사회변화’ 캠페인 물결 속에서 ‍검색창에 ‘캠페인’을 입력하면, 초록색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연관검색어로 ‘환경’과 ‘공익’ 등이 보여요. 이제는 기업들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익 캠페인을 하고, 반대로 비영리 단체들도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시도합니다. 아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는 소셜 섹터의 비중과 영향력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 ESG 경영과 가치소비, ‘브랜드 액티비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속에서 기업과 단체는 모두 사회변화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런 캠페인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기획하는 사회변화 캠페인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우리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그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만들고, 사회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 🏄 ‘뼈케터’의 캠페인 기획 노하우 저는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에 매료되었어요. 그래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광고연합동아리에서 활동하고, 광고회사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들고 파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팔리는 기획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왔어요. 어느새 ‘뼈케터’(뼛속까지 마케터)라는 별명이 생겼습니다. 사회변화 캠페인을 할 때도 마케터의 시선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던 거죠. 마케팅의 기본 개념인 STP 전략, SWOT 분석, 4P 기획부터 AIDMA, AISAS 등 소비자 행동 모델과 퍼널 전략까지 활용해 왔습니다. (이중 모르는 개념이 있다면, 검색해 보고 공부하며 적용해 보길 추천 드립니다.) ‍특히 캠페인의 메인 컨셉을 도출하기 위해 아이디어 발상법을 꼭 적용했습니다. 세상에 많은 크리에이티브 개발법이 있는데요. 당연히 정답은 없지만, 여러 이론을 살펴보고 실제로 시도한 결과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어요. 정보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다음 구체화를 하면서 실행하는 과정이죠.‍ ‍ 기획 과정의 예시로 실제 진행했던 캠페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가장 최근에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 기후 헌법소원을 위한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캠페인을 기획했어요. ‘말풍선 보내기’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이 메시지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 1) 수집과 분석 기획에 앞서 다음 세 가지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내용과 관련된 정보 저는 기후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도 있고 비건 유튜브를 운영하며 IPCC 기후보고서를 다뤄왔기 때문에, 기후 이슈에 관한 배경지식이 있었어요. 최근 기후 이슈들을 다시 살펴보며 이해도를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기후 헌법소원 소송에 대한 자료를 공부했죠.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시작한 배경과 목적부터 보도자료, 변론요지서 등을 꼼꼼하게 파악했어요. 기후 이슈를 다루는 소셜 계정을 탐색하며 콘텐츠 내용과 구성을 수집했습니다. ‍ 📌 캠페인 형식과 관련된 참고 자료 캠페인 기획에 참고할 만한 국내외 캠페인 케이스와 웹사이트를 모아 서로 공유했어요. 주제와 무관하게 다양한 형식의 캠페인을 함께 살펴보며, 우리 상황에 맞게 어떤 부분을 참고하고 어떤 부분을 다르게 해야 할지 이야기했죠. ‍ 📌 관련 없어 보이지만 연결할 수 있는 것들 함께한 팀원들과 소통하는 슬랙방 중에 ‘짤방 공유방’이 있었어요. ‘짤방 공유방’에서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을 틈틈이 공유했죠. 이후 구체화 및 실행 단계에서 콘텐츠에 활용되었습니다. ‍ 광고회사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자사, 타사(경쟁사), 시장 상황, 잠재 소비자 등을 분석한 팩트북을 만들곤 합니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생각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조합만 있을 뿐이죠. 자료를 분석하며 어떤 전략이 필요할지 방향을 잡습니다. ‍‍ 2) 발산과 수렴 먼저 어떤 톤앤매너와 컨셉을 가진 캠페인이 필요한지 고민했습니다. 국민참여의견서를 모으는 이유는 단순히 권위 있는 전문가의 의견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함께 듣기 위한 거였어요. ‍구체적으로는 청년과 더불어 어린이, 청소년, 중년, 노년 모두 자신만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거주지나 직업, 정체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러려면 이 소송의 맥락을 쉽게 전달하고, 간단하지만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판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어렵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톤앤매너가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너무 착하기만 한 이미지나 투쟁적인 이미지도 지양했습니다. 대신 헌법소원까지 했고, 단순히 좋아요나 후원이 아닌 ‘의견서’까지 받기로 한 결정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광기와 진심을 담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와 이건 함께 해야 해!’라고 느끼길 바랐습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며 아이디어를 나누었어요. “국민참여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해 주세요, 하면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잖아요. 단어도 익숙하지 않고, 나 말고 더 똑똑한 사람이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좀 있거든요. 근데 이 의견서를 글로 쓰는 게 아니라, 말로 하게 하면 어떨까요? 모든 글은 ‘말’에서 시작하니까요.” “글 대신 말이 좋겠어요. 직접 말하는 것보다 더 편한 건 ‘채팅’인 것 같아요. 이 의견서를 재판장님에게 보내는 ‘말풍선’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때요? ‘아니 근데 재판장님, ~ 한데요. ~한 판결을 내려주세요’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거죠.” “사람들이 만든 말풍선들이 헌법재판소로 슝 보내지거나, 그 주위를 둘러싸는 이미지가 생각나요. 지도에서 헌법재판소 위로 메시지 알람이 마구 쌓이고, 의견서를 전달한 후에는 읽음 처리가 되는 거죠!” 회의 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재구성했어요. 머릿속에 그림이 딱 그려지지 않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처음부터 이 컨셉이 뚝딱 나오지는 않았어요. 여러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발산하는 회의를 했죠. 이때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를 내려고 하거나, 현실적인 조건을 생각하면서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 안에서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가감 없이 다 던질 수 있어야 새로운 생각을 연결할 수 있어요. ‍ 3) 구체화 그렇게 발산, 수렴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후대응 이의있음! 우리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라는 메인 슬로건을 정했습니다. 캠페인 사이트는 메신저로 대화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헌법재판소에 보내는 말풍선 형식의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했죠. 덕분에 어린이부터 중년과 노년,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분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 채팅과 말풍선이라는 컨셉을 살려 홍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공개변론일에 정부와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나눈 대화를 채팅으로 재구성해서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때 참여 유도 메시지에서 기존에 공유했던 밈과 짤들을 적절히 활용했어요. 온라인 캠페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더 긴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을 위해 글쓰기 키트를 기획하고 함께 글을 쓰는 자리도 마련했어요. 동시에 이 글쓰기 키트를 온라인에 게시해서, 어디서든 글쓰기 모임을 열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그야말로 전국구에 있는 많은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어요. 🌝 ‘즐겁게’ 일해야 하는 이유 ‍마케팅 캠페인과 사회변화 캠페인이 비슷하다고 했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영리 기업의 마케팅을 주로 하다가 사회변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겪은 실무적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눠볼게요. 우선, 예산의 한계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기업도 ROI(광고 지출 대비 수익률)를 계산하면서 돈이 되는 마케팅만 하려고 하는데, 사회변화 캠페인의 성과는 금전적인 수익이 아니잖아요. 경제적인 부분과 더불어 인력이나 시간 등 여러 리소스가 부족한 경우도 있어요. 그리고 뭔가를 만들거나 행사를 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생기게 되는데, 이게 정말 큰 딜레마입니다. 많은 캠페이너가 캠페인을 물리적으로 경험하게 할 수단을 고민할 때마다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가 되지 않을 유의미한 굿즈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행사를 기획해야 폐기물이 덜 나올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게 되죠. 게다가 공익을 위한 캠페인임에도 보수적인 조직이 주체가 되거나 협업의 대상이 되면 처음 목표와 달리 타협을 하거나, 메시지를 둥글게 깎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후대응 이의있음’ 지하철 광고를 할 때도, 캠페인 슬로건을 그대로 쓰지 못했어요. 논쟁적인 의견광고라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죠.‍ ‍ 이런 어려움 속에서 실무자들이 지친다는 문제도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번아웃을 겪는 활동가와 기획자, 창작자들을 봐왔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회문제는 죽음, 폭력, 차별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데다가, 혐오세력의 악플이나 공격에 대응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까요. 그럴수록 함께하는 동료와 많이 이야기하면서 지치지 않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돌봄과 나눔이 가능한 관계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와 가능성이 열립니다. 회의 시작 전후로 일상을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서로 무엇을 바라는지 욕망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고민을 나눌 때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까요. ‍ 즐겁게 해야 한다고 해서, 모두의 감정이 꼭 밝고 행복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분노로 흥분하거나, 슬픔을 나누며 기획할 때도 있고, 답답한 마음이나 불안한 마음으로 몰입할 때도 있죠.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없는 것 취급하거나 무시하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동료와 마음을 나누고 솔직한 연대를 쌓으며 일하는 거죠. 재밌다고 평가받는 캠페인과 콘텐츠 뒤에는 늘 동료와의 공명이 있었습니다. 제 2회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PM을 맡았을 때, “퀴어 퍼레이드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하라”는 정치인의 발언이 있었어요. 동료와 함께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발언을 향한 반발심으로 공명하며, 어떻게 하면 퀴퍼를 더 잘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인스타그램에서만 하던 온라인 퀴퍼를 바깥으로 꺼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퍼레이드를 여는 공간 말고도 여기저기 마구 보이게 하고 싶은데… 하며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우리의 퍼레이드는 막을 수 없고, 어디서든 열릴 수 있다’는 뜻을 담아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라는 슬로건을 뽑았습니다. 지하철 광고로 마음을 표현하는 팬덤 문화와 영리기업의 온오프라인 통합 캠페인들을 떠올리며, 오프라인 연계 광고 캠페인을 제안했죠. ‍ 그렇게 옥외 광고를 위한 펀딩 사이트를 열었고, 며칠 만에 1차 목표액인 천만 원을 달성했어요. 빠르게 늘어가는 펀딩금액을 보면서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총 2천 만 원의 광고 예산으로 서울과 부산, 대구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어요. 광고회사 업무 경험을 활용해서, 제한된 예산 내에 최대한 많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미디어믹스를 구성하고 집행했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 진행하는 퍼레이드 장면을 여러 공공장소에 내보냈을 때의 그 짜릿함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이후 이 광고는 아르코미술관 기획전에 전시되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었어요. ‍ 광고 매체뿐 아니라, 퀴어 퍼레이드를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힘도 적극 활용했습니다. 포스터를 신청한 분 모두에게 포스터를  보냈습니다. 학교 게시판부터 동아리방, 음식점과 카페, 미용실, 친구 집 대문, 국회의원실까지. 퀴어프렌들리한 공간마다 포스터가 붙었어요. 기획자로서 메시지와 매체가 일치할 때 큰 쾌감을 느끼는데요. 어디서든 길을 열겠다는 슬로건과 실제로 다양한 공간에 우리의 존재를 드러냈던 캠페인 방법이 일치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 캠페인 ‘성공의 기준’을 고민해야 할 때 ‍ 그렇다면 제가 했던 캠페인은 과연 ‘성공적인 캠페인’일까요?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성공일까요? 후원금을 많이 모으면 성공일까요? 재미있다고 평가받거나, 소셜 섹터에서 이야기되면 성공인 걸까요? 아니면, 법과 제도를 변화시켜야만 성공일까요? 물론 캠페인 성공의 기준은 캠페인의 목적과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량적으로는 콘텐츠 도달, 캠페인 참여, 웹사이트 방문이나 팔로워 수, 관련 키워드 검색량 등을 측정할 수 있고요. 참여자들의 피드백이나 후기, 이슈와 관련된 사람들의 인터뷰나 자체적인 회고를 통해 정성적인 결과를 얻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성과 측정에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인 만큼 결국 ‘변화’를 이끌었느냐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인데요. 이를 측정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보통 캠페인은 짧은 기간 진행하는 데 반해, 사회는 천천히 변화합니다. 그렇다고 기업에서 하듯이 장기간 조사를 염두에 두면서 리서치 회사에 큰 비용을 주고, 대중의 인식과 행동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경우는 드물죠. 게다가 실제로 유의미한 사회변화가 있더라도, 마케팅 캠페인과 달리 하나의 이슈에 하나의 캠페인만 실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중 어떤 캠페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차지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성과 측정의 어려움은 꽤 심각한 문제입니다. 성과를 알기 어려운 캠페인은 계속해서 필요한 리소스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사회변화 캠페인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진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캠페인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그린워싱과 같은 ‘허울’ 뿐인 캠페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했다’는 데에만 의의를 두는 캠페인을 기획하느라, 진정한 변화를 만들 기회와 가능성은 고려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실무자로서 ‘단 한 명이라도 이 캠페인(콘텐츠)으로 삶이 바뀌었다면, 성공한 거지!’하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지만, 캠페인을 하기 전과 후의 세상이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낄 때도 많아요. 이렇게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 당연히 지치게 됩니다.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경우도 생겨요. 그렇게 사회변화 캠페인 실무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점차 어려워지죠. 사회변화 캠페인이 지속하고 확장하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캠페인들의 성과 측정 방법을 더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조사와 분석에 필요한 자원을 지원할 수도 있고, 시상을 하거나 성공 사례를 나누는 자리와 지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더 많은 사회변화 캠페인이 가시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 🤝 경계를 넘나드는 ‘연결’을 꿈꾸며 ‍ 마치 사회변화 캠페인의 전문가인 것처럼 글을 썼지만요. 제목에서 밝혔듯 저는 사회변화 캠페이너로 쭉 커리어를 쌓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광고AE,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 제작자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해왔습니다. 동시에 비건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하고, 영화도 만들고, 글방에 다니면서 소설과 에세이도 썼고요. 독서모임과 회고모임도 하고, 전시와 영화제도 다니고, 그림과 타투와 타로도 배우고, 요즘엔 윤리학과 법 공부도 하고 있어요. 직장인과 활동가 사이, 기획자와 제작자 사이에서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한 채, 정체성의 경계에 서 있다는 감각으로 일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이런 복합적인 정체성 덕분에, 저만의 시선을 가지고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저보다 기획 잘하는 사람, 콘텐츠 잘 만드는 사람, 사회변화 캠페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많은 사람은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광고홍보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에서 여러 브랜드 마케팅을 하다가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캠페인과 콘텐츠를 만들고, 비건 지향을 하면서 오픈 퀴어로 살아가는 여성 청년 캠페이너는 많지 않죠. ‍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취미, 관심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과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변화 캠페인 기획에 더 많이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들만 사회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사회운동은 활동가들만 하는 거라는 구분 짓기를 그만두고,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불안을 넘어서길 바랍니다.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위해 사회변화 캠페인을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다면, 더 많은 변화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경계에서 협업이 필요합니다. 여러 조직과 개인이  만나고 섞이기를 바랍니다. 시인이자 카피라이터인 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서 꽃이 핀다>고 했는데요. 우리 더  기웃거리고 딴짓하면서, 이곳저곳의 경계에서 만나요! 글 | 장은나 ‘비건먼지’ 유튜브와 팟캐스트 운영자이자, 프리랜서 캠페인 기획자.비건 퀴어 페미니스트 정체성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제작한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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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누구나데이터는 ‘사회혁신가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적정기술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어요.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을 펴내서 무료로 공유하고 있죠.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책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다운받거나 읽어볼 수 있어요. 👉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 | 모금 기술에 관한 책을 집필한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모금의 필요성이 급증했고, 많은 비영리 조직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모금은 쉽지 않다. 우리는 디지털 모금에 성공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분석했고, 잠재 후원자 명부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잠재 후원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어 후원자로 만든다는 개념은 기본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했다. '잠재 후원자 모금 포럼'을 개최하여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2년간 8차례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잠재 후원자 모금 이론과 6개 적용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 | '잠재후원자 모금'은 무엇인가? '잠재후원자 모금'은 '잠재후원자 데이터 기반 모금'을 줄인 말이다. 어떤 사람을 후원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연락처를 획득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후원자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먼저 잠재후원자를 만들어야 이 중에서 후원자가 나온다. 잠재후원자의 수와 이 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조직의 중요한 지표다. ‍잠재후원자가 없다면 기존 후원자에게만 계속해서 후원, 증액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단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잠재후원자 확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심자와 잠재후원자와의 특징 비교 ©누구나데이터 ‍ | 전통적인 모금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잠재후원자를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모금하는 원리는 변함없는 진리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잠재후원자 모금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큰 단체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통해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데이터를 모으며, 후원을 요청하는 작업을 거의 비용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 | 보조금, 수익사업(위탁/용역 등), 기업 후원을 통한 재원 확보가 좀 더 수월하지 않나? 기업 후원으로 잘 운영되는 조직도 개인 후원자 확보에 관심이 많다. 개인 후원자 기반의 재정 자립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자신을 온전히 지지하는 후원자와 동기화되어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 | 가장 인상 깊은 사례를 꼽자면?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이 기억에 남는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환경운동가가 개발한 오픈소스 설계도를 참고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제작했다. ‍'참새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참여자들이 플라스틱을 보내면 재활용 굿즈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잠재후원자를 모았고, 뉴스레터, 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활동을 알렸다. 작은 관심을 점차 더 깊은 관심으로 발전시키도록 잘 설계한 모금 캠페인이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 사례 | 모금의 디지털 마케팅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디다. 젊은 층이 다수인 조직은 데이터/디지털 활용이 용이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관관계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변화 수용성’이다. 나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고 최소한의 협조가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실무자의 시도를 수용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 문화가 핵심이다. 이는 젊은 조직이나 오래된 조직 모두에 해당한다. ‍ | 참여연대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전화모금이 활동가에게는 인사이트와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모금 효과도 높았다. 전통적인 전화모금이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실제 얼마의 모금이 이뤄지는 지가 중요한데, 때로는 디지털 방식보다 전화가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후원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했다. 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활자를 통한 모금은 전화, 대면과 같은 육성을 통한 모금보다 불리하다. 전화 모금은 후원자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조직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가에게 동기 부여와 응원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본적인 모금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조직이라면, 전화 모금이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왜곡시킬 위험은 없나? 잠재후원자 모금은 미션을 훼손하거나 후원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이행할수록 후원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구성원도 미션에 더 동기화된다. 모금은 단순한 예산 확보가 아니다. 특히 개인 후원자 모금은 단체의 미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후원자와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과정은 자주 할수록 좋다. 후원 요청을 통해 우리의 미션과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후원자는 미션을 더 깊이 이해한다. 우리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확실하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모금 활동은 우리의 사업이나 활동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며, 단순히 기부만 유도하는 활동이 아니다. 모금은 미션 실현과 후원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 | 후원자와 더 가까워지려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활동과 콘텐츠 발행을 통해 다양한 수준의 잠재 후원자들과 초기 관계를 맺는다. 후원자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통으로 사업 소식을 전하고 추가 참여를 유도한다.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열성 후원자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 고문, 이사 등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후원자 인터뷰 진행, 후원 경험 후기 작성, 기념품 인증 요청 등의 방법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후원자를 조직의 미션에 더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후원자가 타인 앞에서 후원 조직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더 이상 후원 관리가 필요 없는 동료 수준의 관계로 발전하여, 오히려 조직의 신규 후원자 발굴을 돕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원자는 단순한 기부자에서 조직의 진정한 동료로 성장할 수 있다. 잠재후원자 모금 프로세스 ©누구나데이터 ‍| 디지털 환경에서도 대형 모금 조직과 중소형 모금 조직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큰 단체들의 모금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중소형 비영리 조직은 좀 더 니치하게 단체의 미션에 공감하는 잠재 후원자를 타겟팅해야 한다. 대형 조직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에 광고 등의 유료 마케팅은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 문자 메시지 등 직접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은 대형 단체보다 작은 단체가 더 능숙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편, 생태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섹터 전반의 기술 역량 강화와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그래야 작은 조직도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혁신가를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비영리 섹터에 특화된 기술 개발과 공급이 필요하고, 비영리 단체의 특성에 맞는 적정 기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는 생태계, 자금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영리 섹터에서 활동한 B2B 기술 기업 현황  ©누구나데이터 | 작은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후원자를 모으려면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까?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을 선택하려면 타겟의 특성과 선호하는 매체를 파악하고, 동시에 단체의 가용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 ‍홈페이지나 캠페인 페이지는 필수다. 이 채널은 잠재 후원자 데이터를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단순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팔로워를 뉴스레터 구독자로 유입시키는 등 단계적 전환이 중요하다. 그래야 각 단계별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뉴스레터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1대1 푸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특성상 사용자 비율(99.9%)이 높고, 운영 비용도 낮다. 또 이메일보다 정보 수집이 간편해 더 쉽게 잠재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비영리 조직에서는 카카오톡 채널 활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 | 창업 8년 차로서, 창업 초기와 비교하여 자유 님과 조직은 어떻게 달라졌나?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혼자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팀으로 성장했고, '오늘의 리포트', '캠페이너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더 많은 조직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누구나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한 국내 비영리단체 비율 ©누구나데이터‍ 그러나 중소형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일상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별도의 학습 없이도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모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전체 비영리 단체 중 약 3%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더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비영리 섹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글 | 최성욱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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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100원으로 장례 준비하는 법 고이장례연구소 송슬옹 대표 ‍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한 적 있으세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이고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기 마련인데요.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오늘 소개할 고이장례연구소의 송슬옹 대표는 치열한 진심으로 장례를 연구하며, 이 질문에 "장례 과정에는 따뜻함 하나만 있으면 된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개인의 고유한 경험과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장례가 단순한 의식을 넘어 고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기리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동시에 현 상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송슬옹 대표가 꿈꾸는 정직한 장례 시장과 새로운 장례 문화에 관한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 진심을 배우는 업(業) ‍ | 어떤 계기로 상조 산업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아버지가 장례지도사로 활동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장례에 익숙해지면서 죽음을 필연적이고 객관적인 현상 자체로 받아들였죠. 직접적인 관심을 두게 된건 저 역시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후였어요. 스무 살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과정에서 장례에 문제의식을 느꼈죠. 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신 분들은 누구신지 왜 오시는지조차 몰랐어요. 모든 의례가 저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형식이었죠. ‍게다가 할머니가 입원해 계신 병원에 자주 찾아뵙지 않았던 터라 당신이 돌아가신 뒤 커다란 죄책감과 우울을 마주했어요. 미안하고 고마웠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죠. 처음 경험한 죽음을 어떻게 소화해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낼 수 있었던 순간은 할머니의 첫 기일이었어요. 가족과 함께 울면서 할머니의 삶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보고 느꼈던 할머니의 모습을 듣다보니 당신의 삶이 총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할머니를 더 잘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었죠. ‘장례식 때 이랬어야 했는데’ 싶더라고요. 치유는 의미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장례식의 본질이 형식보다 의미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죠. 지금의 장례식은 이와 거리가 멀고요. 장례를 더 의미 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산업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 | 장례지도사를 꿈꾼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대학을 오래 다니면서 휴학을 3년 했고, 그동안 스타트업 2곳에서 일했어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통해 성장의 순간에는 늘 고객이 있음을 체감했어요. 저의 꿈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무얼 원하고 어떤 지점에서 어려워하는지 살펴야 함을 몸으로 배웠죠. 우선 고객과 가까이에 있으면서, 내가 진심으로 해보고 싶었던 장례지도사를 해야겠다 싶었어요. ‍이후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서울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장례지도사는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는 구조라, 고객을 직접 데려오기가 참 어려워요. 어떻게 고객을 데리고 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가 알고 있는 장례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인 답변을 시작했어요. 한 달간 매일 답변을 달았죠. 그렇게 하다가 처음으로 장례 상담 요청을 받았어요.   ‍ | 첫 번째 고객을 지식인 활동 중에 만나신 건가요? 맞아요. 제가 평생 장례지도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이기도 해요. 처음 맡은 장례이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 했던 일들이 있었어요. 그분들에게도, 저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인 만큼 잘 해드리고 싶었죠. 장례 전에 필요한 것, 장례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등의 세세한 내용을 담은 가이드와 손편지를 전해드렸어요. 또, 제가 만약 이분들의 가족이라면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봤어요. 빈소를 차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하는 장례였는데요. 보통의 장례에서는 가족들이 고인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입관식 때 조문객으로부터 헌화를 받아요. 그런데 ‘우리 아빠만 받지 못하면 씁쓸하겠다’고 짐작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가족분들이라도 따로 헌화할 수 있도록 꽃을 한 송이씩 준비해뒀어요. 이런 작고 사소한 부분들을 알아봐 주셨고, 감사함을 표현해주셨죠. 마지막 날 화장터에서는 관이 들어가고 고인의 아내분께서 무너지셨는데, 그 감정이 저에게까지 전이된 나머지 저 또한 화장터가 떠나가도록 울었어요. 상주분께서는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셨고요. 그때만큼은 저도 이분들의 가족이었고, 이 가족의 장례지도사였던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당시 여자친구이자 현 아내에게 ‘나 평생 장례지도사 해도 되겠다’고 말했어요.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 필요 없고, 이게 가장 행복하다 싶었죠. 그간 많은 걸 팔아보았음에도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매했을 때 너무 행복했고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어요. ‍‍ |  장례지도사에서 고이장례연구소 창업으로 나아간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경험한 장례는 다른 거 필요 없이 따뜻한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되는 서비스였어요. 저도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으니 기존 회사들을 찾아가 배우려 했죠. 장례식장 알바를 뛰기도 하고, 상조 회사에도 프리랜서로 영업하러 다녔어요. 그런데 당시 채용을 위해 만났던 한 상조회사의 대표님께서 ‘여기 전쟁터야. 이 시장은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상조 산업은 기본적으로 하청이 반복되는 구조로, 고객을 미리 설득해 기존 상품에서 다른 옵션을 더 팔아 돈을 벌고 있었어요. 추가 옵션을 팔지 못하면 장례지도사 개인은 돈을 벌지 못했고, 마케팅비도 굉장히 많이 들었죠. 상조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오는 순간이었어요. 제가 꿈꿨던 특별한 장례는 나중의 일이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상태였으니까요. 장례 서비스는 따뜻한 마음 하나만으로도 부족한데, 무언가를 더 팔려는 마음이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걸 바로잡야겠다 결심한 뒤로는 구조 자체에 화딱지가 나더라고요. 장례지도사들이 무언가를 팔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회사로서는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고 좋은 장례 서비스를 시장 내에 표준화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이를 실현할 수단인 비즈니스로 고이장례연구소를 시작했습니다. 🔬 본질에 집중하는 장례 ‍ | ‘고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잘 어울려요. 고이는 한글로 ‘편안하고 순탄하게’라는 뜻이에요. 여러 개 중 하나를 고른 방식은 아니었고, 제공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어떤 말로 표현할까 고민하다 자연스레 튀어나왔어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돌아가신 분을 잘 보내드리는 것, 그게 다구나, 그래서 고이구나 싶었죠. ‍‍ | 왜 ‘연구소’라는 명칭을 사용하세요? 저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동시에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가운을 입는다고 연구가 아니라 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게 연구인 것 같아요. 더 나은 장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회사였으면 해서 연구소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이름에 상조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했어요. 상조만으로는 우리의 비즈니스를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말이 주는 힘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하는데, 상조 산업에 묶이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더 큰 꿈을 갖고 있고, 더 많은 걸 하고 싶거든요(웃음). ‍ | 지금의 장례·애도 문화에서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는 지금까지 투명하고 정직한 장례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달려왔어요. 다른 시장은 가격을 정찰제로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장례는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었어요. 노잣돈이나 수고비를 요구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잘못된 지점을 하나씩 바로잡는 일이 가장 시급했죠. 지금은 이걸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앞으로의 3년은 상조 산업의 더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요. 상조 회사는 고객이 회사에 미리 맡겨 놓은 돈인 ‘선수금’을 갖고 있는데요. 올해 3월을 기준으로 상조 업계 선수금 총합이 9.5조 원에 달해요. 그런데 상조 회사는 이 돈으로 대주주 펀드에 출자하거나 관계사 대여금, 주식 매입 등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등 고객이 낸 돈을 임의로 운용해왔죠. 이에 대한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꾸준히 제기됐어요. 실제로 2022년, 업계 10위권이었던 ‘한강라이프’가 폐업, 도산하면서 위험이 현실화된 적이 있고요. 운용을 무리하게 하다가 투자 손실을 본 상조 회사도 있었어요. 고객이 서비스를 해지하면 위약금을 주거나 환급을 진행해야 하는데 지급능력을 상실한 상황이 된 거예요 지급도 못 하고 폐업한 상황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죠. 이런 문제를 바로잡고자 해요. ‍ | 복잡해보이는 문제 같은데요. 고이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시나요? 상조 회사의 본질은 장례 서비스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상조회사는 가전제품이나 상품을 주겠다며 미리 고객을 데려오죠. 고객은 혹해서 가입하고요. 정작 메인 비즈니스인 장례는 하청이 얽힌 구조이니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니, 선수금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상조 회사들은 결국 금융업을 하는 거예요. 혹은 장례 마케팅을 하는 정도거나요. 저는 이게 본질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봐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장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매일매일 다른 노력을 하는 게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이에서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100원 상조’예요. 장례 준비에 100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죠. 3만 원씩 낼 필요 전혀 없고, 별도의 운용 없이 100% 예치하고, 중간에 해지해도 100%를 다 돌려 드리고 있어요. 다행히도 100원 자체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도 있고, 고이가 이걸 왜 하고자 하는지까지 이해해주시고 가입한 분들도 계세요. 선한 가치가 순환한다고 믿어요. 더불어 그간 정규화되지 않았던, 오프라인에서 사람이 하던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자동화하고 스케일업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 결과로 정보의 데이터화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 | 고이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고객이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장례예요. 그러니 서비스의 본질인 가격과 품질로 승부하고 있죠. 상조회사의 서비스 평균 가격은 500만 원인데, 저희는 가격을 50%로 낮췄어요. 고이가 싸게 파는 게 아니에요. 상조회사는 구조적인 이유로 비쌀 수밖에 없지만, 저희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비용을 줄였다는 점이 포인트죠. 가격은 따라 할 수 있어도 구조는 따라 하기 어렵다고 봐요. 서비스의 품질을 증명할 방법은 후기라고 할 수 있어요. 후기 등록률은 저희가 내세우는 지표 중 하나에요. 타 상조 회사의 고객 수 대비 후기 통계가 0.05%인 데에 반해, 고이는 30~50%를 기록하고 있어요. 후기를 요구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액션은 따로 없었음에도 말이죠. 고이를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장례식을 마칠 때까지, 마음이 전달되는 후기를 써주시는 거죠. ‍ 🖼️ 존재를 입체적으로 기억하려면 ‍ | 시장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한 이후,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궁극적으로는 색다른 장례 문화를 제안하고 싶어요. 작년에 한 고객님께서 언니의 장례식을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다며 고이를 찾으셨어요. 한 달 동안 핀터레스트로 사진을 주고받으며 언니분이 좋아했던 꽃과 장식에 관해 이야기 나눴죠. “국화꽃은 싫다”, “언니는 이런 제단 꽃을 좋아하지 않았다”라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교수이셨던 고인의 제자들은 고인을 기리기 위해 영상을 직접 제작했는데요. 그 영상을 커다란 TV로 재생하면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삶을 기억할 수 있게 했어요. 그분을 향한 추모의 마음을 갖고 빈소로 들어가고, 상주님과 마음을 다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죠. 이야기가 깊은 장례였어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특별한 장례식의 모습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어요. 고인의 이야기가 식장에 흘러넘치는 것, 가족분들이 이분을 잘 추모할 수 있는 것. 웃긴 얘기일 수 있지만, 그 장례식은 정말 행복하더라고요. 시장은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이라면, 문화는 개선보다 제안의 측면인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보편적으로 누렸으면 좋겠다 싶죠. 장례에 대한 개인의 니즈는 고인을 좀 더 입체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 고이가 정의하는 진정한 추모란 무엇일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다만 제가 하고자 하는 건 고인이 잘 기억되게 하는 것, 남은 가족들이 잘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그것만 생각합니다. ‍ | 슬옹님 본인 장례식은 어떤 모습이길 꿈꾸세요? 저는 제가 주인공인 장례를 생각하고 있어요. 집들이 형식이었으면 좋겠고요. 결혼 후 2개월 동안, 저와 아내가 친했던 친구들을 3~4명씩 주말마다 초대했어요. 동반자로서의 모습, 친구나 동료로서의 모습이 모두 다르잖아요. 그래서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면서 더 풍성한 행사가 되더라고요. 각자에게 소중했던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정말 의미 있었어요. 연작처럼 이어갔던 집들이는 주인공이 우리였고, 초대받은 사람들도 모두 축하하러 발걸음 해줬어요. 얼마나 고맙고 행복해요. 장례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죠. 저는 노쇠하기 전, 죽음의 문턱을 넘기 전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싶어요. 이번 주에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놀러 가고, 다음 주에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등 떠날 준비를 하는 거죠.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 팀 고이의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 고이는 장례의 품질 개선에 집중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기획 중이에요. 당장은 매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고요. 오늘 실패하면 내일 다르게 해보고, 또다른 도전을 하며 고이답게 나아가려 합니다. ‍ 글 | 문지원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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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하는 콘텐츠 설계하기 - 접근성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
환대하는 콘텐츠 설계하기: 접근성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 0. 개요 ‍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예술계 내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접근성 공연에 대한 시도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여러 공공 문화시설과 행사에서 ‘장애 예술’, ‘배리어프리’, ‘접근성’을 한 해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웁니다. 접근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도 근 몇 년 사이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문화예술, 임팩트 영역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6.5% 늘어난 것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긍정적이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접근성이 너무 유행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과지표를 채우기 위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에 이러한 우려도 납득이 되는데요.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잘 수집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접근성 창작자들의 고민과 도전은 그 영역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으나,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접근성은 여전히 막막하고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금다른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부터 시작하여, 접근성의 개념과 다양한 측면, 그리고 실제 적용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순서와 내용 등을 폭넓게 다루고자 합니다. (각각의 접근성 장치, 요소에 대해 깊게 다루는 글은 아닙니다.) ‍ ‍ ‍ 1. 접근성, 왜 개선해야 할까? ‍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접근성.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온 이슈인 만큼 여전히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법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지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접근성 작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은 주로 A. 들어가는 리소스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 B. 접근성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실 주장 A는 문화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화예술 또한 수많은 시간 동안 정량적 지표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주장 B는 그들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배제하며 살아왔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장애인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접근성 매니저로 활동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공연장에 장애인 관객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음성의 내용 변경(공연장 및 안내원 위치, 접근성 매니저 상주 여부,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및 접근성 매니저 자리 설치를 요청했는데요. 공연장은 이에 대해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거나 별도의 자리를 설치하는 것이 안전 정책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희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몇 차례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도 설득되지 않던 이들을 설득한 것은 결국 ‘장애인 관객의 예매 내역’이었습니다. 실제 장애인 관객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공연장이 정말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것이죠. ‍2023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전체 인구의 5.1%에 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접근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노인, 아이, 임산부, 일시적 부상을 입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인간이 다양한 만큼,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의 행복 추구 선택지는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적고,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울 정도가 3배 이상 차이 나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2020-2022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 ‍ ‍ 2. 접근성이란 무엇인가?_용어에 대한 이해 ‍ 접근성(Accessibility)은 모든 사람이 어떤 제품, 서비스, 환경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조금다른 주식회사는 원활한 작업을 위해 접근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습니다. ‍ 정보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에게 적합한 정보의 내용, 형식, 공지 기간, 전달 방법 등을 고려하여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갖추어 의사소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공간/물리적 접근성 : 이용자가 공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고려하여 물리적 환경을 점검하고 필요한 시설과 안내를 제공하여 공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접근성 :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이용자에게 필요한 접근성 요소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방법을 설계하여 프로그램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미학적 접근성 : 접근성이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고유한 미적 요소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름다움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며 미학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접근성 개념을 이해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위 개념들이 실제로는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각 상황과 대상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3. 누구를 위해 접근성을 개선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이들을 환대하고자 하는가? ‍ 접근성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배리어를 허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이들을 뾰족하게 설정하는 일은 나아가 더욱 많은 이들을 위한 일이 될 것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경사로가 유아차 이용자나 짐을 운반하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처럼요. ‍ 접근성 개선의 주요 대상에는 시각, 청각, 지체, 발달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노인 인구, 임산부 및 영유아 동반자, 언어적 소수자인 외국인이나 이주민,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번 콘텐츠를 제작하며 만나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요? 4. 자원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것 ‍ 접근성 작업을 시작하는 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이 질문을 들으면 저는 “일단 가지고 계신 자원과 상황을 모두 알려주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접근성은 결국 사람을 만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이나 끝이 없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상황과 자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자원이란 단순히 예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데요. 인력, 시간, 기술적 역량, 그리고 조직의 의지까지 모든 것이 자원에 포함됩니다. 충분한 예산이 있더라도 접근성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가진 전문 인력이 없다면 효과적인 개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한된 예산과 시간 하에서도 의지와 전문성,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협력한다면 놀라운 변화를 만들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현재 접근성 수준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접근성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콘텐츠라면, 꼭 사전 답사를 통해 공간에 존재하는 배리어들을 꼼꼼하게 찾아야 합니다. 참여자를 모집하여 진행되는 행사라면, 현재 홍보물과 신청 방식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짚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외부 전문가의 피드백을 수집하길 추천합니다. 특히 접근성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피드백은, 비당사자로서는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접근성 작업의 퀄리티는 결국 작은 섬세함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5. 범위와 예산을 결정하는 일 ‍ 자원과 상황을 진단한 후에는 구체적인 범위와 예산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현실적인 제약과 이상적인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 이만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이 정도면 아예 안 하는 것만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괜찮습니다. 충분하지 못하다고 해서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하게 결정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배리어를 인지하고 인정한 뒤, 그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해 주세요. ‍범위와 예산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한 질문과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어떤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것인가? 정보 접근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대상이 원활하게 콘텐츠의 소식을 접하고 그 정보를 파악하게 하려면 어떠한 장치들이 필요할까요? 만약 시각장애인이 대상이라면, 주요한 시각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음성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주요한 시각 정보를 음성 안내 파일로 녹음하거나, 예매에 대한 안내 및 배리어·접근성 정보를 음성 혹은 텍스트로 안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정보들을 단순히 제작하고 배치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대상이 되는 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잘 알리기 위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② 정보를 취득한 고객이 어떻게 신청하고, 필요한 접근성을 주최 측에 알릴 수 있을까? 위의 정보 접근성을 잘 세팅하였다면, 이후에는 대상이 원활하게 콘텐츠 참여를 신청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많은 분이 기존의 예매 플랫폼 혹은 구글 독스를 통해 예매를 받는데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예매할 수 없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상단에 접근성 담당자의 연락처를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신청 페이지 내에 관객에게 필요한 접근성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추가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행사 당일에 어떠한 방식으로 스태프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신청 플랫폼 내에 기재하거나, 예매 고객들에게 문자를 통해 각종 접근성 정보를 안내하는 등 다양한 의사소통 창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③ 고객이 나의 공간에 무사히 찾아오고, 내 콘텐츠를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리적인 공간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운영하신다면, 이제 위 과정들을 거쳐 찾아온 고객들이 어떻게 공간까지 찾아와 원활하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유무, 주·정차 가능 유무, 경사로 설치 여부, 장애인 화장실 유무, 휠체어석 유무, 휠체어 보관 장소 확보, 수동 휠체어 확보, 이동 지원, 로비 내 필담 및 수어통역사 배치, 접근성 스태프 배치, 텍스트 안내 POP, 다양한 이들이 고려된 안내 방송, 편한 의자와 넓은 좌석, 담요와 인형, 비건 음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의 대상과 상황에 잘 맞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환대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 더불어 실제 행사가 진행되는 때에도 다양한 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고려한 자막해설과 수어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대 혹은 공간에 대한 사전 음성해설, 행사 진행 중 음성해설, 주요 소품들을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터치투어를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나 발달장애인이 온다면 큰 소리, 밝거나 어두운 빛에 대해 사전에 잘 안내하고, 중간중간 소리를 내거나 입·퇴장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④ 지금까지의 과정이 내 콘텐츠와 ‘잘’ 어우러질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위의 과정들을 준비할 때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내가 기획하는 접근성 요소가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접근성이 단순히 ‘서비스’의 영역을 넘어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것은 다양한 대상이 콘텐츠에 몰입하는 데에 아주 중요합니다. 다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접근성 개선’이기에 미학적 접근성에 너무 집중하여 접근성 자체를 낮추는 경우는 유의해 주세요. ‍‍ 6. 접근성 작업 중 ‘더’ 고려하면 좋을 내용들 ‍ 지금까지 우리는 접근성의 개념, 필요성, 그리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고민과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접근성 작업을 수행하면서 ‘더’ 고려하면 좋을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미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그럼에도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짚어보려고 합니다. ‍ 📌 당사자성에 대하여 위에 배리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결국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사자성'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실행하더라도, 실제로 콘텐츠를 이용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분명히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따라서 계획 단계에서부터 그들의 경험, 필요, 그리고 제안을 경청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우리의 접근성 개선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과정부터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접근성 작업을 진행하며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순간에서 당사자와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 📌 기획진과 창작진 전체의 기본 역량 끌어올리기 아무리 접근성 담당자가 의지를 가졌더라도, 다른 이들이 접근성에 대한 이해나 의지가 없다면 그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창작자 또는 기획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길 추천합니다. 이러한 교육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공통된 이해도 형성: 모든 팀원이 접근성의 개념과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기술 습득: 각자의 역할에서 접근성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협업 강화: 서로 다른 부서나 역할 간의 이해도가 높아져 더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창의적 해결책 도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조직 문화 형성: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조직 전체에 퍼져 문화가 형성됩니다. ‍ 📌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관점 만들기 마지막으로,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사례들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각각의 프로젝트, 각각의 공간, 각각의 고객층은 모두 고유한 특성과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관점과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때로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 맥락 안에서 접근성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분명 좋은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나만의 관점을 만드는 일은, 제게는 접근성 기획자로서의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매번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나만의 재미난 방법들을 개발하여 숨 쉴 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지속 가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 📌 닫는 글 결론적으로, 접근성 개선 작업은 단순히 기술적인 과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더 포용적이고 평등하게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여정입니다. 당사자성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창의적인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모두가 문화와 예술을 동등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꿔낼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그 내용이 쌓여 큰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때론 너무 지치고,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는 것 같고,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우리의 경험 하나하나가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해요. 이것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접근성 작업을 처음 시도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글 | 이충현 조금다른 주식회사를 운영 중인 문화기획자.결과물만이 아닌 과정을 잘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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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는 커뮤니티, 창고살롱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는 커뮤니티, 창고살롱 W플랜트 창고살롱지기 소영 & 혜영 ‍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답을 찾으시나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을 물색해 보신 적이 있지 않나요? 무엇을 어떻게 하며 나로서 살 것인가가 평생 화두인 필자는 비슷한 인생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했어요. 그러다 ‘창고살롱’이란 브랜드를 만났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의 온라인 멤버십 커뮤니티. 영감을 주는 콘텐츠, 든든하고 멋진 동료, 따뜻하고 진솔한 대화가 가득한 모임. 창고살롱의 살롱지기 두 분을 Table Talk 인터뷰 기회를 빌려 만나보았습니다. | 작년 초, ‘창고살롱’이란 매력적인 네이밍에 이끌려 참가 신청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답니다. 창고살롱 탄생기와 네이밍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2020년 초, ‘엄마인 나’와 ‘일하는 나’ 사이에서 고민이 많던 창업가 교육 동기 두 명이 커피 한잔하던 자리에서 시작됐어요. ‘엄마가 되면서 내 커리어는 끝났다’, ‘선배 워킹맘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고민을 나누다, 우리와 같은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육아 고민이 아닌 ‘엄마의 일’을 함께 고민할 커뮤니티는 당시 거의 없었으니까요. ‘창고살롱’이란 이름은 이 작당 모의가 시작된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이름을 따 왔어요. 한때 버려졌던 공간이 힙한 장소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아이, 가족 등 누군가에게 나의 시간과 수고를 내어 주느라 자아를 잠시 보관해 둔 ‘나만의 창고’란 의미에서요. 여기에 다른 이들과의 지적인 교류를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는 곳이란 점에서 ‘살롱’을 덧붙인 거죠. 코로나 19로 재택 감금에 시달리던 중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첫 온라인 모임을 가졌어요. 8명의 여성이 아이가 잠든 밤 캔맥주 하나씩 들고 모니터 앞에 모였죠. 영화와 책을 소재로 일과 삶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꽉 찬 2시간을 보냈어요. 5회차에 걸친 파일럿 모임을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연결되어 서로 배우며 든든한 위로를 나누는 이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바램을 확인했지요. 같은 해 말 첫 정규 시즌을 오픈, 현재 시즌 7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 | 살롱지기 두 분의 창고살롱 이전 스토리와 조인하게 된 배경도 궁금해요. (혜영) 대기업에서 재무와 브랜드전략 일을 했어요. 10년 넘게 워커홀릭으로 지내다 육아로 5년의 경력 공백을 경험했어요. 갑자기 일과 소속이 사라지자 마치 광야에 홀로 선 느낌이었죠. 엄마로서 유연한 시간 활용이 가능하면서도 어느 정도 돈도 벌고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그림책 공부, 테솔 등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구글의 창업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와 경력 보유 여성과 소셜 섹터 커리어를 연결하는 ‘임팩트커리어 W’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됐어요. 엄마이면서도 ‘나’를 지키고 싶은, 생계 수단을 넘어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었죠. 이를 계기로 소셜벤처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여성과 일에 대한 인터뷰집을  만드는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진저티프로젝트는 비영리조직에서 함께 일하던 경력 보유 여성 세 명의 스터디그룹으로 시작된 조직이에요. 기존 사회 구조에서 잘 작동하지 않던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고민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죠. 책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도 미래 일 고민이 많은 6명의 대학생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레퍼런스를 인터뷰한 대화집이에요. 경력 공백 이후 제 일의 여정은 어떤 스펙이나 자격보다는 사람 사이 연결에서 새로운 기회와 방법이 시작되더라고요. 정답같이 뻔한 롤모델만 추구하기보다, 더 많고 다양한 레퍼런스 서사를 구체화·확산하기 위해 사업화에 이르게 되었죠. (소영) 저는 조인하게 된 계기가 조금 달라요.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전에 이미 15년의 조직 생활을 경험해서인지, 엄마가 되고 난 후 일에 대한 미련이나 상실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어요. 되려 주위에서 교육자이자 리더로서 제 커리어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양육·가사 아웃소싱을 권하더라고요. 이 시대가, 사람을 키워내고 관계를 돌보는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커리어는 굉장히 멋진, 놓기 아까운 것이어서 가정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압박을 가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제게 주어진 새로운 삶의 단계들을 놓치지 싶지 않더라고요. ‘엄마’의 자리에 집중하면서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내 커리어를 기반으로 가치 있게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 ‘19년 성수동에서 열린 한 런치 세미나에서 혜영 님을 만났어요. ‘일과 여성’이라는 공통의 키워드에서 연결됨을 느껴 메일을 썼고 창고살롱에도 참여하게 됐죠. 처음에는 한 명의 수혜자로 재미있게 출석만 하다가 혜영 님이 창업 멤버들과 헤어지며 창고살롱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서 네 번째 시즌부터 살롱지기로 조인하게 됐어요. ‍‍ | 참여자들을 ‘레퍼런서’라 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의 슬로건이에요.  레퍼런스(reference)는 타동사로 ~을 참고하다 혹은 인용한다는 뜻이 있잖아요. 여기에 '~하는 사람'의 접미사 'er'을 붙였죠. 누군가의 고유한 일과 삶의 여정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고하는 사람을 뜻하죠.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 레퍼런서가 될 수 있는 거고요.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지속 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 같은 롤모델이 아닌 다양한 레퍼런스라고 <롤모델보다 레퍼런스> 도서를 만들며 생각했거든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구불구불한 길을 걷게 되겠죠. 결혼, 출산뿐 아니라 가족 돌봄, 질병, 번아웃 등으로 커리어를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경로를 재설정해야 하기도 하죠.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 홀로 고민하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상황 속에 비슷한 욕구를 가진 동료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연결되어 커리어와 일상에 대한 고민을 건강한 방법으로 나누는 거예요. 한 사람의 서사가 다른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어 길을 모색하는 여정을 함께 하는 거죠.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어주면서요. | 특별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 로고와 색감이 인상적인데요, 로고 개발 스토리도 들려주세요. 서비스 론칭 후 로고와 브랜딩에 관심을 많이 표현해주셨어요. 전직 브랜드 마케터로서 무척 감사한 일이었죠. 브랜딩 작업을 할 때, 더 많고 다양한 여성 레퍼런서를 발견하고 서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람이 슬로건과 로고 디자인에서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랐어요. 로고 디자인은 엔터 업계와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있던 남태리 디자이너와 작업했어요. 창업가의 브랜딩답게 린(lean) 하게 진행했는데, 창고살롱 탄생 배경과 의미, 지향하는 가치를 상세하게 정리해 전달한 후 일주일 동안 세 번의 시안 리뷰를 거쳐 최종안을 결정했죠. 창고살롱 로고는 여성 생애 주기와 커리어에서 마주하는 많은 벽에 문과 길을 내고 가능성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표현하고 있어요. 살롱 대화를 상징하는 큰따옴표를 문고리 삼아 문을 여는 거죠. 안전한 곳에서의 솔직하고 내밀한 대화를 통해 나의 스토리를 발견하고 다른 멤버에게 레퍼런스가 되어 서로에게 문고리가 되어줄 수 있는 곳을 시각화하고자 했어요. 브랜드 컬러는 주로 밤에 온라인에서 만나는 창고살롱의 분위기를 담아 한밤중 나에게 빛을 비추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과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톤을 적용해 다크 그린을 ‘밤 컬러’이자 메인 컬러로 정했죠. 실내조명과 햇빛을 시각화하고자 밤 컬러와 대비되는 페이디드 형광 오렌지를 ‘낮 컬러’로 적용했어요. ‍ | 커뮤니티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요? 창고살롱은 줌(Zoom)으로 주 1회 만나는 온라인 밋업과 커뮤니케이션 툴 슬랙(Slack)을 통한 상시 소통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클로즈드(closed) 방식으로 운영되어 멤버들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각 시즌 정규 프로그램은 책과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스토리 살롱’과 연사의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 ‘레퍼런서 살롱’, 그리고 창고살롱 밖 게스트의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살롱’ 등으로 구성돼요. 레퍼런서 살롱 연사는 셀럽이 아닌 나와 비슷한 평범한 주변 인물을 섭외해 그의 고유한 일과 삶 서사가 한 가지 주제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발표 후에는 ‘레퍼런서가 레퍼런서에게'라는 질문과 소감 나눔 시간을 갖는데 one way 강연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되도록 발표와 대화 비중을 1:1로 맞추고 있지요. 일방적인 성공사례 소개나 how to 방법론을 전달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고 표현해 자극을 주고받으며 각자가 얻어갈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라거든요. 이 외에 구성원의 자발적 주도로 운영되는 ‘소모임 살롱’이 있어요. 창고살롱에 참여하는 레퍼런서라면 북클럽, 워크숍, 리추얼 등 멤버들과 나누고 싶은 것, 함께 시도해 보고 싶은 어떤 것이든 개설할 수 있어요. 다양한 실험을 무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나만의 얼라이 그룹(allies group)’을 지향하며 자체 확산 중이에요. 스토리살롱 전·후 간단한 과제가 있는데, 공지와 과제 제출 외 소통은 슬랙을 통해서 이루어져요. 각 주제와 질문에 대한 생각, 진심 어린 후기와 멤버들의 취향과 관점이 담겨있는 콘텐츠 추천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슬랙에 차곡차곡 쌓이죠. | 4년차를 맞이한 현재까지의 성과를 자평하자면? 시즌별 참여 가능 인원은 50명 이내로 정해두고 있어요. 레퍼런서 멤버 수로 외적 성장을 말하긴 어려운 구조에요. 재가입 비율은 대략 55%에 이상이고요. 신규 멤버도 꾸준히 유입되는 가운데, 시즌을 거듭하며 구성원 간 연결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껴요. 꾸준히 참여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보면, ‘이곳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만남. 시공간을 초월한 다채로운 레퍼런서들과의 진짜 연결을 통해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를 경험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고살롱에 참여하며 이직, 커리어 전환 등 방향성의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긴 호흡에서 서로의 서사를 공유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육아휴직 중 가입한 분들 중 둘째 생각을 하시는 멤버가 많아진 것도 재밌는 부분이에요. 매체에서 소비되는 워킹맘은 힘들고 소진된 민폐 캐릭터일 때가 많잖아요. 창고살롱에서는 서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방법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성과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프로젝트 그룹을 자생적으로 형성하며 그 안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오프 시즌 소모임 살롱에서 시작된 굿즈 프로젝트가 그 예죠. #당신의해시태그 소모임살롱에 참여한 멤버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세 명이 모여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양한 살롱에서 나눈 대화 속 레퍼런서의 말들을 모아 엽서와 스티커 등 창고살롱 굿즈를 만들었어요. 외부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시작해 판매까지 이르는 과정을 기록해 남기기도 했지요. 이 외에 창고살롱 레퍼런서가 필진으로 참여하는 유료 뉴스레터, ‘레퍼런서의 글’도 런칭했어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멤버들이 모여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실험해 옮겨본 거죠. 작은 도전이지만 함께 실행해보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자신감은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아요. ‍ | 좀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으로 대상을 확장할 계획도 있으실까요? 여성의 일과 삶이라는 주제에 유료 가입이라는 구조라, 아무래도 사회·경제적으로 비슷한 분들이 주로 모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멤버 구성을 보면 30~40대 유자녀 기혼 여성 중 워킹맘 또는 일을 구상 중이거나 찾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처한 상황이 달라도 공통적으로 일과 삶 두 가지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창고살롱 2년 차에 싱글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 모인 싱글맘들의 스토리도 각기 다양했는데 그분들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또 각자의 다름 속에 서로 어떤 불편함 없이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저도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죠. 아이들이 기관에 가 있는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여성들의 낮 살롱에 대한 요청도 꾸준히 있었는데, 정작 오픈해도 모집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왜 그런가 여쭤보니, 일을 온전히 쉬고 있거나 가정주부인 경우 멤버십 비용이 부담되는 거였어요. 이해가 되더라구요.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나에게 투자하기에 큰 비용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주부나 휴직자들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굉장히 좋은 결과물도 많이 내시는데, 이 타깃 그룹을 위해 민간/공공 기관과 B2B 형태의 일도 많이 벌여야겠다는 인사이트를 얻었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더 많은 분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어요. 이외에도 기업의 육아휴직 전후 임직원, 조직 생활 이후 삶을 고민하는 4050 중장년층이 잠재 수요자로 확인되고 있고, 딸 키우는 아빠나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편과 같이 가족과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개인인 동시에 조직과 사회에 직접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존재들에게 확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 | 사회상의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한때 새롭게 느껴지던 것들도 금세 유효기간이 다하곤 하죠. 이에 따른 운영상의 고민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즌을 거듭하며 오프 시즌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웃음) 처음 사업 구상 시점과 달리 예상치 못한 팬데믹 때문에 방구석 창업으로 플랜이 바뀌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되었는데 이제 또 포스트 코비드 시대죠. 당시는 밤 살롱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구멍이었는데, 일상에 복귀하고 오프라인 세상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부담이겠다 싶었죠. 무리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으니, 시그니처 살롱과 소모임 살롱을 분리해 회차 간 간격을 충분하게 확보하도록 변화를 주었어요. 또 오프라인 밋업에 대한 니즈가 많아져 지난 시즌부터 연말 파티 등 오프라인 밋업도 추가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 입주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한 결정이었죠. 소셜 생태계 현장에 들어가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연결을 확장한다면 창고살롱 레퍼런서들에게도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여전히 해외나 지역에 거주하는 멤버들도 많아서 온라인 외에는 참여가 어려운 분들도 계세요. 온·오프 통합으로 가되, 오프라인 밋업 시 줌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거나 별도 온라인 밋업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 ‍ | 두 분이 창고살롱과 함께하며 경험한 변화, 그리고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혜영) 사적인 경력단절 경험과 지속 가능한 일과 삶에 대한 열망이 비즈니스의 주제가 되다 보니 이후 삶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해 매 시즌 주제가 정해지고 있어요. 어쩌면 일과 삶의 분리가 안 되는 제게 딱 맞는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방식인 것도 같아요. 창고살롱을 시작할 당시는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억울함에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차 편안해지며 시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껴요. 커리어와 가정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을 알게 됐거든요. 삶의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과 가치에 무게감의 조정이 일어나고 시간의 단차가 생기는 것뿐이죠. 비록 사회는 아직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장기적 바람은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노년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거예요. 노바디(nobody)였던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시즌1 멤버 모집 공지를 올리자마자 첫 번째로 가입해주신 지리산 산청의 레퍼런서 은진님이 계세요. 이분이 ‘돈 주고 친구를 샀다’란 제목으로 창고살롱 내돈내산 후기를 브런치에 써주셨었어요. 내향적인 이방인 성향이라 항상 외로웠는데 창고살롱에서 편견 없는 따뜻한 관심에 처음으로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쓰셨더라고요. 이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혜영 님, 노년살롱까지 하셔야죠.’ 이후 실버살롱이 장기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소영) 혜영 님이 뚫고 나가는 과정 속에 변화를 경험했다면, 저는 느린 속도로 완만하게 삶의 전환을 받아들여 온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한 레퍼런서의 다양한 스토리와 실험을 바탕으로 저희 뒤에 오는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버거워하는 대신 소중한 이 시간을 좀 더 행복하고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창고살롱이 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요. 대화와 공감도 중요하지만 현실로 이어져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높은 기준이나 조바심은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진짜 살게 하는 것’을 찾도록 돕는 거울 같은 역할,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과 방법론을 탐색해 지금 나의 현장에서 시도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리턴십(returnship) 등 실행을 돕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우리의 비전을 정리하자면 #지속_가능함, #실험의_다양성과_스케일업, #현실적이고_직접적인_실행, #1인1커뮤니티, #노년살롱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창고살롱이 점차 1인1커뮤니티 체제로 활발하게 굴러가게 되면 더 다양한 주제와 실험이 가능해질 테고 저희도 즐겁게 참여만 하면 되겠죠. (웃음) ‘소모임 only’로 진행됐던 시즌3.5에는 총 75건의 소모임이 개설됐었어요. 불가능한 계획은 아닐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여성의 일과 삶이란 워딩은 우아해 보이지만, 현실은 상시 머릿속에 캘린더가 몇 개씩 돌아가야 하는 백조 같은 것이죠. 이게 아닌 것 같은 고민의 순간들에 서로의 레퍼런스를 공유해 나다운 길을 찾고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 김지선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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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줍던 어르신, 작가로 데뷔!
폐지 줍던 어르신, 작가로 데뷔! 아립앤위립·신이어마켙 심현보 대표 ‍발화자에 따라 말의 깊이와 울림은 다르게 다가옵니다. 삶의 지혜를 가진 어르신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더욱 와닿기 마련이죠. 오늘은 어르신의 손글씨와 그림으로 젊은 세대에게 응원을 전하는 브랜드 '신이어마켙'의 심현보 대표를 만났습니다. ‍폐지를 수거하던 어르신들께 새로운 일자리를 제안하는 법인 ‘아립앤위립’을 운영 중인 심 대표. 그는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는 법인의 이름에 걸맞게, 콘텐츠와 굿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고민합니다. 세대 간 소통, 노인 일자리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심 대표의 이야기, 함께 살펴보시죠!   ⛏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일 ‍ | 원래 소외계층에 관심을 두고 계셨나요? 저는 경영을 전공하고 교육 기획과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일반적인 커리어를 쌓아왔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부속품일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제가 하는 일이 더 가치 있고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없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가까이 사는 친할머니댁에서 박스와 폐지 더미들을 발견했는데요. 의아함에 여쭤보니 할머니께서 직접 주운 것이라 하시더라고요. 무릎 수술 후 재활 운동을 하며 동네에서 폐지를 줍고, 고물상에 팔기 시작하셨대요. 우리 할머니는 생계유지에 어려움은 없으셨지만, 친구분 중에는 폐지를 줍지 않으면 안 되는 분들도 계셨어요. 폐지 수거가 불결하고 불편한 일로 여겨지다 보니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우리 할머니와 할머니 친구분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지 않으셨으면 했죠. 이후 여러 차례의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폐지 수거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됐어요. 폐지를 줍는 분들은 대부분 취직이 어렵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공공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셨으니까요. 이를 계기로 폐지 수거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 모델을 비즈니스로 전환해 아립앤위립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 브랜드 ‘신이어마켙’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신이어마켙 이전에 '인생 꿀팁'이라는 브랜드가 있었어요. ‘세월의 지혜가 젊은 날에게’라는 메시지로 어르신의 격언을 통해 청년들을 위로하고자 했죠. 그러나 브랜드의 무거운 느낌 때문이었는지 200개를 만들면 100개도 팔지 못했어요(웃음). 이후 고객이 브랜드를 가볍게 느낄 수 있도록 리브랜딩을 결심했어요. 청년과 노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다가 서로를 가장 빈번하게 만나는 물리적인 접점을 생각했는데, 지하철이 떠올랐죠. 지하철에서 만나는 노인의 이미지는 왠지 드세고 이기적일 것 같잖아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훨씬 많은데도요.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두려워하고 계셨어요. 당시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이 잦았거든요. ‍ 이렇듯 청년과 노년 세대는 서로에 대한 깊은 오해를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탄생한 게 ‘신이어마켙’이에요.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젝트가 ‘신이어 상담소’였고요. 2030세대가 고민을 보내면, 어르신들이 수기로 답변을 달아주시는 거였죠. 질문에 대한 답을 발췌해 굿즈로 제작했어요. 이 과정에서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신이어마켙을 통해 청년과 노년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 | 청년과 노년이 함께하는 조직인 만큼, 소통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저는 할머니 손에 자라서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지만, 조직 차원에서는 소통에 신경을 쓰고 사전에 그라운드 룰을 정해둬요. 또, 신이어 담당자를 따로 두어 소통을 돕고 있죠. 처음 오신 신이어분들께는 이렇게 설명해 드려요. “여기는 일을 하러 모인 곳입니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치워야 해요. 나이가 많다고 해서 어린 직원에게 커피를 타오라거나 물을 떠 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분보다 저와 팀원들이 선배입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말씀드리면, 어르신들도 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세요. 덕분에 구성원 모두가 동료로서 서로 존중하며 일할 수 있죠. 또, 최선을 다했다는 것 자체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신이어분들의 업무 효율은 각자 달라요. 어떤 분은 1시간에 10개를 만들고, 어떤 분은 3개밖에 만들지 못할 수 있죠. 그러나 중요한 건 각자가 최선을 다하는 거고, 최선을 다한 결과는 동일하게 존중받는 거예요. 저희 회사 명인 ‘아립앤위립’,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는 것과도 이어지는 부분이에요. ‍ |  함께 일하는 신이어분들은 어떻게 만나시나요? 지역의 복지관을 통해 어르신들과 연결되고 있어요. 팀 내부 기준에 따라 사회복지사님이 인터뷰를 진행해 주세요. 기존에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제외하고, 차상위 계층과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요. 기준에 부합하는 어르신을 매칭해주시면 그분들과 함께 일해요. 현재 맨 처음 합류한 정규직 어르신 한 분, 평균 연령 84세인 파트타이머 다섯 분, 지자체 시니어 클럽으로 연계된 어르신들 다섯 분으로 총 11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어르신을 고용할 계획은 없어요. 그건 공공의 역할이니까요. 지속 가능한 인원수에 맞춰 일할 계획입니다. ‍‍ 🧓 시니어를 위한 일자리‍ ‍ | 신이어분들께는 어떤 일자리가 제공되고, 수익은 어떻게 분배되나요? ‘정예 멤버 그룹’인 파트타이머 분들과 정규직 어르신 한 분(총 여섯 분)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디자인 활동을 맡고 계세요. 이분들의 작업물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신이어마켙의 제품에 활용하거나 브랜드 콜라보 콘텐츠로 제작해요. 일반적인 임금을 드리는 제품 포장 일자리는 시니어 클럽 어르신들이 맡아주고 계시죠. ‍ | 정규직인 어르신은 어떻게 합류하게 되셨어요? 저희 사업의 가장 큰 자랑인 분이에요. 사업이 7년 차에 접어들었고 정규직 어르신은 그중 6년을 함께 해오셨어요. 회사에서 정규직을 제안 드렸을 때 큰 결정을 앞두고 계셨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면 정부 지원금도 받고 쌀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등 혜택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저희와 함께하기로 하셨어요. “지금까지 공공에서 받은 다양한 혜택들이 있어 살아왔는데, 만약 지금 받을 수 있게 된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않으면 더 필요한 누군가가 받지 않겠느냐, 난 아직 건강하니 기회가 될 때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가만히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선택을 하신 거였죠. ‍ | 다른 분들은 제안을 모두 거절하셨다고요. 전체 정예 멤버 어르신들께 정규직을 제안했지만, 모두가 하지 않기로 하셨어요. 한 분은 끝까지 고민하시다가 포기하셨는데, 그 이유는 회사에 대한 배려 때문이었죠. “언제 아플지 모르는데 갑자기 아파서 출근하지 못하면 회사에 폐를 끼칠 수 있으니 약속한 것만 하겠다.” 이 말씀을 듣고 감사한 마음과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팀 내부에서는 가급적 어르신들께 정규직을 제안 드리지 않고 있어요. 청년들에게는 정규직 전환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르신들께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세대에 따라 고용 형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어르신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좀 더 나은 고용 형태를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를 마련하고자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저희는 폐지 수거 노인들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마련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만 65세 이상 노인 누구나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어요. 노인 일자리 자체의 필요성을 실감한 거죠. 어떤 관점에서 보면 65세는 굉장히 어린 나이이기도 하거든요. 기존에 마련된 어르신 일자리 사업에는 이분들이 하기에 너무 단순하거나 루즈한 일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훨씬 액티브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해요. 👐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우다 ‍ |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하시나요?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를 소셜 섹터에만 가두지 않는 거죠. 텐바이텐, 교보문고, 핫트랙스 같은 일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해요. 소셜 섹터에서는 의미가 있다면 한두 번은 사줄 수 있지만, 이건 우리끼리의 작은 파이를 더 작게 쪼개는 것과 같은 거잖아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오롤리데이, 소소문구, 아날로그키퍼 등 잘 하고 있는 문구 브랜드들과 같은 필드에서 놀아야 해요. 그들을 보고 배우며 경쟁력을 키워야 비즈니스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셜 섹터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는 방향은 지양하되, 아예 무게를 두지 않는 것도 안 되겠죠. 소셜 섹터에서의 네트워크와 협력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메인 타겟은 일반 시장임을 늘 상기해요. 내부적으로 부딪히고 깨지고 돈을 못 벌더라도 시장으로 나가서 경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 |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를 진행하셨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으세요? 작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에어로케이와 진행했던 콜라보가 기억에 남아요. 할머니들의 메시지가 삶과 여행의 여정에 응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는데, 반응도 정말 좋았어요. 기내 헤드레스트 커버에 '젊잔애', '허허 우서요♡', '어디를 가든지 잘할 수 있다♡' 등 신이어분들의 응원을 담은 손글씨를 적었고, 정규직 어르신께서는 "목적지까지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며 기내 방송도 직접 하셨답니다. 할머니의 목소리와 손글씨로부터 따뜻함을 느꼈다는 후기가 많았죠. 소비자가 신이어마켙이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도록 설계할지, 개인적으로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 “디자인 작업 시 신이어가 디자인한 원작품을 최대한 보존한다”라는 원칙, 아주 인상적이에요. 네, 맞아요. 이 원칙 때문에 아주 많은 챌린지가 있었어요. 실제로 여러 컴플레인이 있었고요. 맞춤법 틀리는 게 말이 되느냐, 틀린 부분을 엑스자 쳐서 수정하는 게 맞느냐, 등이었죠. 그럼에도 이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는, 어르신들이 만든 유일한 창작물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에요. 이분들은 80~90년 평생을 틀린 글자와 틀린 맞춤법으로 살아오신 거잖아요. 이걸 존중하고 그대로 보여 드리는 게 저희의 존재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당연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브랜드 콜라보의 경우 킥오프 때 말씀드리고 있고요. 다시 그려 드릴 수는 있으나 수정할 수는 없음을 미리 안내해요. 대신 브랜드 담당자분을 사무실로 초대해 작업 과정을 보여 드리죠. 저희 팀원과 어르신 한 분이 일대일로 붙어서 진행하는 과정도 보여드리고, 어르신들이 직접 싸 온 음식도 함께 나눠 먹으면서 라포도 형성하고요. 신이어마켙의 원칙은 지키되, 함께하는 분들께도 따뜻한 경험을 드리고자 노력합니다. ‍ |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따뜻함이요. 이 표현 안에 응원, 격려, 위로가 모두 포함돼 있어요. 어르신들의 경험을 통해 청년 세대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청년과 노년이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저희의 슬로건이 we live same day, we live same time이거든요. 같은 시간과 같은 날들을 산다. 저는 30페이지 언저리에 살고 있고 우리 어르신들은 70페이지, 80페이지 언저리에서 각자의 오늘을 써 내려가고 있죠. 세대와 세대가 서로 존중했으면 하고, 서로가 서로의 오늘을 응원했으면 합니다. ‍ |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공유 부탁드려요! ‘우리 엄마와 아빠의 일자리를 만들자!’를 내부 슬로건으로 삼아 아립앤위립 2.0을 선포했어요.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라고 보고, 선배 세대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거죠. 노인 일자리 창출에 개인적인 비전이 있고, 이 비전을 조직의 목표와 일치시켜 나가고 싶어요. 폐지 수거 노인들을 포함해, 일을 하고 싶은 만 65세 이상 노인들을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연말쯤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글 | 문지원 ‍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