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비영리 생태계에서(누구는 소셜 섹터라고도, 임팩트 생태계라고도, 사회적 경제라고도 부르는) 일하는 것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예상보다 더디게 변화하는 속도에 가끔 회의도 들고요. 비슷한 배경의 사람, 관점, 기술, 솔루션을 접할 때면 생태계가 좁게만 느껴져요. 그래서 생태계 바깥에서 움트는, 업계와 무관한 누군가가 만드는,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사례를 발견할 때면 반갑고, 궁금합니다. 기대도 하고요. 사회변화를 얘기하는 콘텐츠, 서비스, 제품이 좀 더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카인들리(kindlyy)>라는 봉사 큐레이션 서비스는 주말 여행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 <주말랭이>에서 발견했어요. 비영리의 매체·커뮤니티·네트워크가 아닌, MZ세대가 즐겨 찾는 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고 있죠. 봉사라는 납작한 언어를 “Good things. You Can”, “It’s okay even once” 등으로 발랄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평범한 직장인의 1인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이 서비스가 어떻게 비영리 문법과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 <카인들리>를 소개해 주세요.
카인들리는 봉사 활동을 6가지 취향으로 나누어 선별하고 소개하는 봉사 큐레이션 플랫폼입니다. 단순한 플랫폼을 넘어 봉사라는 관심사로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지향해요. 특히 봉사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심자를 위해 친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활동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요. 6가지 취향 카테고리는 사회복지, 동물, 자연환경, 우리동네, 재능기부, 해외 봉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나 능력에 맞는 봉사 활동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요.
| 기존의 봉사 포털 서비스와는 다른 <카인들리>만의 특징은?
많은 사람이 봉사 정보를 찾다가 포기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정보가 없거나 흩어져 있고, 때로는 폐쇄적이고 불친절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취향을 기반으로 적합한 봉사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어요.
<카인들리>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과 같은 감각적인 큐레이션을 지향합니다. 봉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알기 쉽게 제안하는 것이 목적이에요. 직관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이미지와 상황을 연상할 수 있는 카피라이팅을 조합해 콘텐츠를 만듭니다.
봉사 활동 뿐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 왜 이 봉사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들이 도움을 받는지, 돕는 사람(참여자)에게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등의 메시지를 스토리로 담아내요. 기존의 봉사 정보가 날짜, 장소, 주의사항 정도만 제공한다면, <카인들리>는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 형식으로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래야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고, 더 쉽게 봉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서비스의 주 사용자, 선호 활동이 궁금해요.
2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사용자가 다수입니다. 이 세대는 체험과 경험에 대한 니즈가 커요. 또한 뻔하지 않고, 귀엽고, 즐거운 봉사를 선호하죠. 예컨대 유기견 봉사, 플로깅, 생태공원 가꾸기 같은 활동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교육 분야의 봉사가 더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 봉사 활동 참여자의 선호와 실제 봉사 수요 사이에 간극이 발생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다소 힘든 봉사 활동은 참여가 낮아요. 봉사가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다면 봉사자 공급이 더 많아질 것이고, 봉사자의 공급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분산되리라 생각해요.
| 카인들리만의 운영 방침이 있나요?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금전 거래가 포함된 기부·봉사는 소개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돈에 대해 민감할 수 있고, 자칫 봉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 그 시작을 방해할 염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둘째, 기존의 봉사단체들이 사용하는 어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해요. 예를 들어, '꾸준히 해야 한다'와 같은 부담스러운 표현 대신 '한 번만 해봐'라는 식의 가벼운 접근을 선호해요. 셋째, 봉사라는 단어 대신 '좋은 일'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봉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면 기존의 이미지/ 어법과는 다른 표현과 언어가 필요하죠. 넷째, 카인들리의 브랜드 정체성과 저의 정체성을 분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카인들리가 저라는 개인이 아닌, 독립적인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랍니다.
| '봉사도 취향이 있다'는 카피가 인상적이었어요.
"유기견 봉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거야?", "자연·환경 관련 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봉사에도 취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취향이란 물건의 소비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마음이 이끌리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봉사도 각자가 이끌리는 선한 마음의 방향이 있다고 보고, 이를 6가지 종류로 나누어 소개했습니다. 봉사를 어렵게 생각했던 사람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고려했어요.
| ‘진지함을 우회한다’는 소개글도 봤습니다. 어떻게 덜 진지하고 더 일상적인 행위로 만들 수 있을까요?
봉사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어 ‘워컵픽업(WalK Up Pick Up)’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네 산책 미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각자 동네에서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카카오 단체방에서 랜선으로 인증하는 방식이죠. 또한 '원 스몰 굿 액션(One Small Good Action)'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제안했어요.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 통행자를 위해서 쓰러진 공유 킥보드를 세워두는 행동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봉사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참여자가 좀 더 재밌게 활동하도록 돕는 요소도 배치했어요. ‘워컵픽업’의 경우 참여자가 도장 깨기를 하는 것처럼, 수행 판에 미션 완료 스티커를 부착할 수 있도록 굿즈를 제공했습니다. 랜선 참여자가 하루동안 함께 모여 재활용 시설을 방문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도 구성했습니다.
| 봉사 콘텐츠 제작과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나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요. 첫 번째는 체험형으로, 제가 직접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소개합니다. 두 번째는 자료 수집을 통한 방식이에요. 온라인에서 봉사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합니다. 마지막은 제보 형태입니다. 실제 봉사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객원 에디터가 되어 내용을 제공합니다. 현재는 두 번째 방식인 자료 수집을 통한 콘텐츠 제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아무래도 혼자 서비스를 운영하니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여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콘텐츠 생산 속도를 높여서 좀 더 많은 활동을 소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혼자서 운영하는지 몰랐어요. 별도의 조직 혹은 프로젝트 팀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마케팅 경력이 있어 웹사이트 구축부터 브랜딩, 콘텐츠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대신 시간이 많이 걸렸죠. 회사 업무가 아닌 1인 사이드프로젝트 형식으로 진행하니 더 오래 걸렸어요.
장단점이 모두 있어요. 장점은 의사결정이 빠르고 일관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단점은 역시 외로움과 고립감입니다. 아이디어를 나눌 동료가 없고,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또한 업무량이 많아 지치기 쉽고,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있고요. 앞으로는 좋은 동료를 모아 함께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 카인들리의 수익 모델은 어떻게 되나요?
아직까지는 마케팅, 브랜딩 컨설팅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카인들리>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어요. 가설로 잡은 수익 모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죠. 봉사라는 관심사로 모인 사람들이, 봉사 뿐만이 아닌 재밌고 유익한 활동을 함께하며 웰빙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둘째, 굿즈 판매에요. 봉사활동에 필요한 위생 키트 같은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이에요. 마지막으로 기업과의 제휴 이벤트입니다. 기업의 CSR 활동이나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요. 기부·후원을 통해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아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려고 합니다.
| 비용을 지불하고서까지 봉사 활동에 참여할 사람이 있을까요?
일단 베타테스트를 해보려고요. 현재 활성화된 소모임, 커뮤니티 서비스가 몇 곳 있어요. 이런 곳에 봉사 활동을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게시물이 자주 올라오고, 인기 있는 봉사의 경우 금방 마감됩니다. 단순하게 한 번의 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중심으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취미 생활을 나누는 모임과 커뮤니티라면 수익화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 <카인들리>를 통해 구성된 커뮤니티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어요. 봉사는 돈을 통해 얻는 효용과는 다릅니다.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어요. 경쟁이 아닌 협력의 과정과 성취를 경험할 수 있고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무한 경쟁 시대에, 봉사는 다른 관점과 삶의 의미를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단기적으로는 콘텐츠의 양을 늘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많은 봉사 활동을 소개하고 싶어요. 특히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봉사 활동을 많이 발굴하려고 합니다. 또한 앱 서비스 출시도 준비 중이고요.
장기적으로는 <카인들리>를 5년 이상 지속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봉사가 헌신, 책임, 나눔의 표상보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일상,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봉사는 올드하거나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활력 있고 재밌는 일로 인식되고, 봉사를 매개로 여럿이 함께 모여서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어요.
글 | 최성욱
인터뷰이가 추천하는 ‘1인 작업자를 돕는 도구’를 소개합니다.
AI
- 챗GPT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인간스러운 어휘와 스토리텔링에 강점
- 구글 제미나이 : 언어모델 생성형 AI / 논리적&체계적 정보 구조화에 강점
- MS 코파일럿 : 언어모델 생성형 AI / 아직 학습이 더 필요함
Image
Illustration
- Drawkit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세련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무료 소스가 적은 것이 단점 Link
- unDraw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일관된 스타일의 일러스트. 벡터로 지원하여 일러스트 색상 자유롭게 설정 가능 Link
- Blush : 무료 일러스트 소스 / 컬러풀한 다양한 일러스트가 많음, 라인 타입의 일러스트 종류가 많아 좋음 Link
Editing Tools
- remove.bg : 배경 제거 툴 / 누끼 이미지 만들때 빠르고 편리함 Link
- Capcut : 무료 영상&사진 편집 툴 / 영상과 사진의 레이아웃, 그래픽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함 Link
코멘트
8@조하민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은 :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모르는 사람과 활동을 아는 재미가 점점 더 커져가요.
@jay_kim : 정보가 빠르시군요 : )
@도이 : 저도 동감해요.
@이지원 @혜선 : 감사해요
@도란 : 너무 무겁게, 의무감에 무언가를 하면 오래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 )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믿습니다. 봉사활동도 취미처럼... 좋은 것 같네요.
앞으로도 유용한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카인들리를 알게 되어 좋습니다!
봉사라는 단어가 물론 좋은 단어지만!! 지금의 사회에서는 수혜를 받는자와 주는자로 위계가 나누어진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까지 고민하신 것 같아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 약자라서, 도움이 필요해서, 가 어니라 더불어 사는 내 이웃이니까! 의 접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카인들리 평소 인스타에서 굉장히 감명깊게 보고 있는데요. 이런 맥락에서 만들고 운영하고 계셨네요. 내용을 알고나니 더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응원하겠습니다 :)
테이블 토크 콘텐츠들을 읽다보면 '내가 아는 세상은 참 좁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오늘도 모르던 분야의 활동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용한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