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디터 노트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제가 처음 접한 기부는 초등학생 때 채웠던 ‘사랑의 빵’ 저금통이었어요. 최근에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생일을 기념해 단체 모금에 참여하기도 했는데요. 아티스트를 향한 응원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를 함께 담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듯 기부 문화는 점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후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단체도 생겼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마라톤 기부 등 후원자가 기부에 직접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죠. 요즘은 특히 기부자에게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밀도 있게 소통하는 비영리 단체가 눈에 띄더라고요.
얼마 전 저희 팀에서 주최한 <소통, 신뢰, 지속 가능한 비영리> 컨퍼런스에서는 이런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를 만났습니다. 단순 모금을 넘어, 어떻게 하면 후원자와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가 오갔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컨퍼런스의 주요 순간들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기부가 일회성 자선이 아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여정이 되기 위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컨퍼런스 현장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전, 문제 제기 영상부터 살펴볼까요? 기부자들에게 100만 원을 주고 간단한 실험을 했습니다. 두 곳의 비영리 단체 중 원하는 곳에 기부를 하는 거였는데요.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두 비영리 단체가 하는 일은 같지만 운영비의 사용 비율이 다르다는 점이었죠. 과연 기부자들은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그리고 기부자들이 비영리 단체에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요?
기부금 100%를 수혜자에게 전달하는 ‘곧장기부’ 모델을 개발·운영하는 행복나눔재단 이보인 본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공익활동을 지원하며 건강한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아름다운재단 김진아 사무총장, 만 39세 이하의 젊은 정치인을 등장시키고 유권자를 성장시키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 임팩트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며 ‘IP1’ 기금을 운영 중인 루트임팩트 최근형 팀장이 각 세션의 발표를 맡았습니다. 대담과 질의응답은 비영리단체 정보 서비스 ‘오렌지랩’을 운영하는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투명한 기부 모델의 새로운 도전, '곧장기부@임팩트'
첫 번째 세션을 맡은 이보인 본부장은 기부 플랫폼 '곧장기부'와 '곧장기부@임팩트'를 중심으로 투명성과 신뢰의 가치를 실현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곧장기부는 기부자에게 기부금 사용 내역을 100% 투명하게 공개하는 모델인데요. 아동지역센터 등에서 간식이나 학용품 등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기부자 모금으로 아이들에게 배송해주는 방식이죠. 런칭 4년차인 현재, 월간 1억 원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있고, 그중 절반은 정기 기부금으로 모이며, 2만 명 이상의 기부자를 확보했습니다.
곧장기부@임팩트는 기존 곧장기부의 투명성에 믿음을 갖게된 고객을 대상으로 시각장애 학생들의 독립 보행을 위한 흰 지팡이처럼 중요한 사회적 가치가 있지만 기부자들에게는 생소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플랫폼입니다. 이보인 본부장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브랜드 분리, 구체적인 설명 제공, 변화에 대한 소통이라는 세 가지 핵심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➊ 기존 물품 지원 중심 곧장기부와 혼선을 막기 위해 곧장기부@임팩트를 독립 브랜드로 분리했습니다.
➋ ‘시각 장애 아동을 위한 흰 지팡이’와 같은 솔루션의 필요성과 가치를 상세히 설명하며, 기부자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➌ 기부금으로 만든 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상세하게 소통해, 기부자들이 지원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정기 기부 월 1,900만 원을 달성하며 성과를 거뒀고, 전체 정기 기부의 40%가 임팩트 기부에 동참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보인 본부장은 신뢰 구축의 핵심은 투명성과 전문성에 있다고 강조하며, 기부금 관리 및 소통 방식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뢰를 향한 여정: 기부자와 함께 만드는 변화
두 번째 세션을 맡은 김진아 사무총장은 간접비에 대한 고민과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중심으로, 아름다운재단의 지난 여정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➊ 아름다운재단의 투명성 철학과 고민
2000년 창립 이후 아름다운재단은 급여 내역과 수입지출장부 등 모든 회계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왔는데요. 이는 특정 개인이나 기업, 종교 등의 영향 없이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된 '시민이 주인인 재단'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명한 정보 공개 만으로 기부자의 신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었죠. 여전히 오해는 발생하고, '운영비는 적을 수록 좋다'는 인식 탓에 재단 운영은 쉽지 않았죠.
➋ 운영비에 대한 고민과 별도 기금 조성
비영리 기관 운영비는 회의비, 교통비, 인건비 등 필수 비용이지만, 기부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은 낮은 운영비에 대한 집착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며, 운영비 사용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이라는 이름의 운영비 모금함을 분리해 운영 중입니다. 운영비에 대한 기부자 신뢰 확보뿐 아니라 운영비 재원을 예측해 대안을 마련하는 등 재무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죠.
➌ 기부자 참여와 커뮤니케이션
이와 더불어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을 위한 상호 소통과 기부자 참여 또한 강조했는데요. 대표적으로, 기부자 두 분을 이사로 초빙해 조직 운영에 참여시킨 혁신적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또한 뉴스레터인 후후레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업 현장과 기부자 의견을 반영하며 소통을 이어가고 있죠.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이하는 아름다운재단은 신뢰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김 사무총장은 기부자와의 신뢰가 비영리 기관의 핵심 자산이며, 운영비나 디지털 기술 같은 필수 투자에 대한 신뢰가 사회 변화를 앞당길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후원자 신뢰의 시작점: 숫자보다는 태도
세 번째 세션을 맡은 뉴웨이즈 박혜민 대표는 후원자와 관계를 맺고 신뢰를 쌓는 법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뉴웨이즈는 2021년 설립 당시 청년 정치인(39세 이하)이 지방의원의 6%, 국회의원의 4.7%에 불과한 현실에서 출발했는데요. 문제의 핵심은 정당들이 체계적인 인재 성장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었고, 이에 당을 초월해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설립 2개월 후, 뉴웨이즈는 '투자설명회'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후원자와의 첫 만남을 가졌어요. 단순히 후원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처럼 성과를 지켜보며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였죠. 이때 뉴웨이즈는 두 달간의 정치산업 탐색 결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했고, 참석자들은 "아직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팀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겠다"며 월 30만 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뉴웨이즈는 '꽉 채운 100보다 정확한 태도를 갖춘 1'이라는 철학으로,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해왔어요.
➊ 무엇을 왜 하려고 하는지 공유하자
단순한 성과가 아닌 의사결정의 과정과 맥락을 공유합니다. 미션, 비전, 전략의 변화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고, 격월 그로스 리포트로 실험과 학습 과정을 전달합니다.
➋ 누가 함께하고 있는지 보여주자
뉴웨이즈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전문성과 성장을 꾸준히 드러냅니다. 구성원들의 문제해결 역량을 콘텐츠화 하고, 후원자들을 '빌더'로 정의해 각자의 참여 동기를 인터뷰로 공유합니다. 모든 정기후원자는 정회원이 되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➌ 후원금을 잘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뉴웨이즈의 운영비(50%)는 월 정기 후원으로, 사업비(50%)는 외부 지원사업으로 조달하며, 현금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합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뉴웨이즈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138명의 후보자와 40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현재 1,000만 원에 달하는 월 정기후원액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뉴웨이즈는 투명성 자체보다 문제해결 능력과 후원자들과의 깊은 신뢰관계 구축에 집중해왔는데요. 박혜민 대표는 정치 시스템의 변화를 목표로 임팩트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후원자와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비영리에 투자하기: 강력한 조직을 만드는 필란트로피
네 번째 세션을 맡은 최근형 팀장은 “비영리에 투자하는 필란트로피”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루트임팩트의 IP1기금은 '비영리 생태계는 왜 지속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는데요. 많은 비영리단체가 일정 규모나 시간이 지나면 정체되거나 쇠퇴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 자금 조달의 구조적 문제에 주목했어요.
IP1 기금의 지향점은 비영리단체를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데 투자하며, 임팩트 성과 관리와 자금 조달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거예요. 이에 수직적 관계가 아닌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비영리 단체의 현장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죠.
운영 방식도 특별한데요. 단기 산출물이 아닌 5년 이상의 중장기 목표에 집중하는 장기적 성과 중심, 각 단체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맞춤형 지원, 다년간 사용에 제약이 없는 자금 지원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굉장히 면밀한 심사가 이루어집니다. 대표자 인터뷰뿐 아니라 PT, 임팩트 및 경영관리 실사 등 단체의 임팩트 지향성을 꼼꼼히 살피죠. 이를 바탕으로 출연자, 선정 조직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사업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있고요.
IP1 기금은 2027년까지 총 9-10개의 단체를 지원할 계획이며, 현재 5개 비영리단체와 1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IP1 기금은 '마중물'의 역할로, 비영리 조직을 지원하는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발표를 마무리했습니다.
혁신적 기부 시장의 가능성과 방법
이후 진행된 대담은 마이오렌지 조성도 대표가 이끌었습니다. 대담에서 오간 이야기, 청중과 나눈 질의응답 일부를 공유합니다.
Q. 뉴웨이즈처럼 결과가 아닌 결정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은 다른 비영리 단체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 박혜민: 저는 기부자를 ‘동료’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관점의 전환을 먼저 제안해 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변화가 있고 그 임팩트가 명확하다면,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과 생각의 싱크로율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회 변화를 만들고 관성에 균열을 내고 싶은 팀이라면, 그 변화를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을 더 모아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부자를 ‘우리를 응원하는 지지 그룹 자체’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동료로 생각하고 시작해보시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 조직이 달라 보이실 거예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처음 듣는 사람에게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는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콘텐츠는 과연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가? 변화하는 사회에서 (특정) 문제 해결 방식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들이 계속 생기실 거예요. 이 질문부터 해결해나가는 것이, 모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아름다운재단은 운영비를 별도로 모금하는, ‘아름다운재단만들기기금’을 운영하셨는데요. 이때의 성과와 한계가 궁금합니다.
👩김진아: 재단만들기기금은 여타 사업 목적의 기금에 비해 기부자 수가 굉장히 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운영에 기부금이 쓰이기를 원하는 기부자의 비율이 낮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큰 비용을 모금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죠. 다만 이 기금이 누적되면서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탄탄한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때, 예측 가능한 기금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인데요. 실례로 3년 전, 아름다운재단은 정말 오랜만에 구성원들의 급여를 인상했습니다. 급여의 인상 폭을 3개년 동안 단계적으로, 운영비 총액의 잔액 안에서 단계적으로 증감시킬 수 있었습니다.
Q. 혁신적인 기부 시장이 성장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요?
👦이보인: 솔루션 중심으로 비교하고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곧장기부 자체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곧장기부 임팩트처럼 혁신적인 솔루션을 활용한 모델의 운영비를 모금할 수 있는 시장을 뜻하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델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약간의 경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좋은 모델들이 시장에 유입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형: 하나는 새로운 시도들이 생태계 차원의 자산으로 잘 기록되고 서로 배울 수 있도록 남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의 혁신은 경쟁보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로는 루트임팩트 같은 중간지원 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부자가 변해야 한다, 혹은 비영리단체가 변해야 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사실 굉장히 어렵죠. 그 사이에서 양쪽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중간지원 조직이 그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할 때, 기부 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담의 끝자락에서는 비영리가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지 나눴습니다. 이에 대해 각 발표자는 모델의 효율성 점검(이보인 본부장), '사람'을 향한 투자(김진아 사무총장), 임팩트에 대한 집요한 질문과 문제 해결 여정을 함께할 동료(박혜민 대표), 더 많은 교류와 대화의 장(최근형 팀장)이라고 답했는데요. 투명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기부자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함께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여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끄는 기부 문화에 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라며, 오늘의 레터를 마칩니다. 😊
글 | 문지원
코멘트
2비영리 단체가 기부자와 맺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네요! 참여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단순히 투명성을 넘어 함께 성장하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동료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뉴웨이즈의 "꽉 채운 100보다 정확한 태도를 갖춘 1"이라는 철학이 마음에 와닿네요.
기부도 트렌디하게! 🎉 기부자는 더 이상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 변화의 주인공이 되길 원해요. 투명한 소통, 깊은 신뢰, 그리고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한 비영리 단체의 노력, 이제는 필수! 👏 비영리도 ‘나만의 방식’으로 돋보여야 할 때! 💡 #기부 #투명성 #신뢰 #지속가능한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