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환대하는 콘텐츠 설계하기 - 접근성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

202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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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해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환대하는 콘텐츠 설계하기: 접근성을 기획하고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내서

0. 개요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예술계 내 접근성에 대한 관심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연구자를 중심으로 접근성 공연에 대한 시도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여러 공공 문화시설과 행사에서 ‘장애 예술’, ‘배리어프리’, ‘접근성’을 한 해의 주요 키워드로 내세웁니다. 접근성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것도 근 몇 년 사이의 일입니다. 대부분의 예산이 대폭 삭감된 문화예술, 임팩트 영역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년 장애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6.5% 늘어난 것도 주목할 지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분명 긍정적이고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에서는 접근성이 너무 유행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성과지표를 채우기 위해 ‘배리어프리’라는 단어를 내세우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에 이러한 우려도 납득이 되는데요.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잘 수집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접근성 창작자들의 고민과 도전은 그 영역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고 있으나, 처음 시도하는 이들에게 접근성은 여전히 막막하고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조금다른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성 개선의 필요성부터 시작하여, 접근성의 개념과 다양한 측면, 그리고 실제 적용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순서와 내용 등을 폭넓게 다루고자 합니다. (각각의 접근성 장치, 요소에 대해 깊게 다루는 글은 아닙니다.)

조금다른 주식회사 로고와 캐릭터. 눈과 팔다리가 그려진 초록색 캐릭터.
조금다른 주식회사의 로고와 캐릭터. 조금다른은 다양한 문화예술현장의 접근성을 고민합니다.

1. 접근성, 왜 개선해야 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주요 화두로 떠오른 접근성.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온 이슈인 만큼 여전히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방법에 대해 언급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지 언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접근성 작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주장은 주로

A. 들어가는 리소스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

B. 접근성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라는 것입니다. 사실 주장 A는 문화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문화예술 또한 수많은 시간 동안 정량적 지표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가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주장 B는 그들이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배제하며 살아왔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왜 접근성을 개선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장애인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사람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 접근성 매니저로 활동하며 있었던 일입니다. 공연장에 장애인 관객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음성의 내용 변경(공연장 및 안내원 위치, 접근성 매니저 상주 여부,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및 접근성 매니저 자리 설치를 요청했는데요. 공연장은 이에 대해 진행이 매끄럽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거나 별도의 자리를 설치하는 것이 안전 정책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저희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몇 차례 대화의 과정을 통해서도 설득되지 않던 이들을 설득한 것은 결국 ‘장애인 관객의 예매 내역’이었습니다. 실제 장애인 관객의 존재를 확인하고 나니, 공연장이 정말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인식한 것이죠.

‍2023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의 수는 전체 인구의 5.1%에 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접근성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이보다 훨씬 많습니다. 노인, 아이, 임산부, 일시적 부상을 입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집니다. 인간이 다양한 만큼,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의 행복 추구 선택지는 비장애인보다 현저히 적고,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울 정도가 3배 이상 차이 나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2020-2022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신과적 질환 현황, 우울, 불안, 치매 모두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의 비율이 2배 이상 높다.
2019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정신과적 질환 현황 (출처 : 국립재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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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접근성이란 무엇인가?_용어에 대한 이해

접근성(Accessibility)은 모든 사람이 어떤 제품, 서비스, 환경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성을 의미합니다. 조금다른 주식회사는 원활한 작업을 위해 접근성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나눠 분류하고 있습니다.

  • 정보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가 정보에 접근하기 쉽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에게 적합한 정보의 내용, 형식, 공지 기간, 전달 방법 등을 고려하여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의사소통 접근성 : 다양한 이용자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사전에 갖추어 의사소통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공간/물리적 접근성 : 이용자가 공간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용자의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고려하여 물리적 환경을 점검하고 필요한 시설과 안내를 제공하여 공간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프로그램 접근성 : 프로그램의 특성에 따라 이용자에게 필요한 접근성 요소를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이용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방법을 설계하여 프로그램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미학적 접근성 : 접근성이 기능적 역할뿐만 아니라 고유한 미적 요소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름다움과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며 미학적 접근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

이러한 접근성 개념을 이해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위 개념들이 실제로는 서로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각 상황과 대상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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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구를 위해 접근성을 개선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이들을 환대하고자 하는가?

접근성 작업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통해 모든 배리어를 허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만나고 싶은 이들을 뾰족하게 설정하는 일은 나아가 더욱 많은 이들을 위한 일이 될 것입니다. 휠체어 사용자를 고려한 경사로가 유아차 이용자나 짐을 운반하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것처럼요.

유니버셜 디자인. 휠체어나 유아차를 타고 있거나, 지팡이를 짚거나 임신을 한 사람의 모습을 픽토그램으로 만들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이용자들이 성별, 나이, 장애 등으로 인해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 디자인을 뜻한다.

접근성 개선의 주요 대상에는 시각, 청각, 지체, 발달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이들뿐만 아니라,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하는 노인 인구, 임산부 및 영유아 동반자, 언어적 소수자인 외국인이나 이주민,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취약계층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번 콘텐츠를 제작하며 만나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요?


4. 자원과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것

접근성 작업을 시작하는 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입니다. 이 질문을 들으면 저는 “일단 가지고 계신 자원과 상황을 모두 알려주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접근성은 결국 사람을 만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정해진 정답이나 끝이 없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상황과 자원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자원이란 단순히 예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데요. 인력, 시간, 기술적 역량, 그리고 조직의 의지까지 모든 것이 자원에 포함됩니다. 충분한 예산이 있더라도 접근성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가진 전문 인력이 없다면 효과적인 개선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제한된 예산과 시간 하에서도 의지와 전문성,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협력한다면 놀라운 변화를 만들 수 있겠지요.

‍다음으로,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조직이나 프로젝트의 현재 접근성 수준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어떤 부분에서 접근성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의 개선이 가장 시급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콘텐츠라면, 꼭 사전 답사를 통해 공간에 존재하는 배리어들을 꼼꼼하게 찾아야 합니다. 참여자를 모집하여 진행되는 행사라면, 현재 홍보물과 신청 방식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짚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와 외부 전문가의 피드백을 수집하길 추천합니다. 특히 접근성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의 피드백은, 비당사자로서는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내기 때문에 정말 중요합니다. 접근성 작업의 퀄리티는 결국 작은 섬세함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손의 검지를 세우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모습. 오렌지색 조명이 뒤에서 은은하게 비추고 있다.
극장 현장 답사 중인 모습. 수어통역사의 위치를 고민 중이다.‍

5. 범위와 예산을 결정하는 일

자원과 상황을 진단한 후에는 구체적인 범위와 예산을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현실적인 제약과 이상적인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지금 이만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괜찮을까? 이 정도면 아예 안 하는 것만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괜찮습니다. 충분하지 못하다고 해서 죄책감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하게 결정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배리어를 인지하고 인정한 뒤, 그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해 주세요.

‍범위와 예산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주요한 질문과 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어떤 정보를 어떠한 방식으로 언제 어디에 전달할 것인가?

정보 접근성에 대한 부분입니다. 대상이 원활하게 콘텐츠의 소식을 접하고 그 정보를 파악하게 하려면 어떠한 장치들이 필요할까요? 만약 시각장애인이 대상이라면, 주요한 시각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음성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주요한 시각 정보를 음성 안내 파일로 녹음하거나, 예매에 대한 안내 및 배리어·접근성 정보를 음성 혹은 텍스트로 안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정보들을 단순히 제작하고 배치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대상이 되는 이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잘 알리기 위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② 정보를 취득한 고객이 어떻게 신청하고, 필요한 접근성을 주최 측에 알릴 수 있을까?

위의 정보 접근성을 잘 세팅하였다면, 이후에는 대상이 원활하게 콘텐츠 참여를 신청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보통 많은 분이 기존의 예매 플랫폼 혹은 구글 독스를 통해 예매를 받는데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예매할 수 없거나 문제가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상단에 접근성 담당자의 연락처를 안내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신청 페이지 내에 관객에게 필요한 접근성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을 추가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행사 당일에 어떠한 방식으로 스태프와 소통할 수 있는지를 신청 플랫폼 내에 기재하거나, 예매 고객들에게 문자를 통해 각종 접근성 정보를 안내하는 등 다양한 의사소통 창구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③ 고객이 나의 공간에 무사히 찾아오고, 내 콘텐츠를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리적인 공간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운영하신다면, 이제 위 과정들을 거쳐 찾아온 고객들이 어떻게 공간까지 찾아와 원활하게 공간을 이동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유무, 주·정차 가능 유무, 경사로 설치 여부, 장애인 화장실 유무, 휠체어석 유무, 휠체어 보관 장소 확보, 수동 휠체어 확보, 이동 지원, 로비 내 필담 및 수어통역사 배치, 접근성 스태프 배치, 텍스트 안내 POP, 다양한 이들이 고려된 안내 방송, 편한 의자와 넓은 좌석, 담요와 인형, 비건 음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나의 대상과 상황에 잘 맞도록 해야 하고, 나아가 환대의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접근성 테이블. 수동 휠체어 2대가 놓여 있다.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접근성 테이블의 모습. 필담, 접근성 스태프, 수동 휠체어, 안내 POP 등이 준비되어 있다.

더불어 실제 행사가 진행되는 때에도 다양한 이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고려한 자막해설과 수어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대 혹은 공간에 대한 사전 음성해설, 행사 진행 중 음성해설, 주요 소품들을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터치투어를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나 발달장애인이 온다면 큰 소리, 밝거나 어두운 빛에 대해 사전에 잘 안내하고, 중간중간 소리를 내거나 입·퇴장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터치투어 때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판소리극 ‘허생처전’의 소품들. 갓, 주걱, 찻잔, 부채 등 다양한 요소가 놓여 있다.
판소리극 ‘허생처전’ 터치투어. 주요한 소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④ 지금까지의 과정이 내 콘텐츠와 ‘잘’ 어우러질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위의 과정들을 준비할 때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내가 기획하는 접근성 요소가 어떻게 하면 내 콘텐츠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입니다. 접근성이 단순히 ‘서비스’의 영역을 넘어 ‘콘텐츠’의 일부가 되는 것은 다양한 대상이 콘텐츠에 몰입하는 데에 아주 중요합니다. 다만,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접근성 개선’이기에 미학적 접근성에 너무 집중하여 접근성 자체를 낮추는 경우는 유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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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접근성 작업 중 ‘더’ 고려하면 좋을 내용들

지금까지 우리는 접근성의 개념, 필요성, 그리고 실제 적용 과정에서의 고민과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접근성 작업을 수행하면서 ‘더’ 고려하면 좋을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미 고민하고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지만, 그럼에도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짚어보려고 합니다.

📌 당사자성에 대하여

위에 배리어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결국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당사자성'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실행하더라도, 실제로 콘텐츠를 이용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분명히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따라서 계획 단계에서부터 그들의 경험, 필요, 그리고 제안을 경청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우리의 접근성 개선 노력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핵심 과정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과정부터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접근성 작업을 진행하며 어떻게 하면 가장 많은 순간에서 당사자와 함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공연의 쉬운 글 모니터링을 진행한 조금다른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모습. 브이 포즈를 취하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공연 쉬운 글 모니터링을 진행한 조금다른과 발달장애인 당사자들

📌 기획진과 창작진 전체의 기본 역량 끌어올리기

아무리 접근성 담당자가 의지를 가졌더라도, 다른 이들이 접근성에 대한 이해나 의지가 없다면 그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창작자 또는 기획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워크숍을 진행하길 추천합니다. 이러한 교육은 다음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공통된 이해도 형성: 모든 팀원이 접근성의 개념과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실질적인 기술 습득: 각자의 역할에서 접근성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나눠볼 수 있습니다.
  • 협업 강화: 서로 다른 부서나 역할 간의 이해도가 높아져 더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해집니다.
  • 창의적 해결책 도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참가자들이 모여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 조직 문화 형성: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조직 전체에 퍼져 문화가 형성됩니다.
접근성 스터디를 진행 중인 조금다른. 슬라이드 화면에는 ‘배리어프리, 장애인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게 물리적인 장애물, 심리적인 벽 등을 제거하자는 운동 및 정책’이 적혀있다.
접근성 스터디를 진행 중이다.

📌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나만의 관점 만들기

마지막으로,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기존의 가이드라인과 사례들은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지만, 이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각각의 프로젝트, 각각의 공간, 각각의 고객층은 모두 고유한 특성과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여 관점과 접근 방식을 개발해야 합니다. 때로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할 수도 있겠죠.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고 그 맥락 안에서 접근성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분명 좋은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나만의 관점을 만드는 일은, 제게는 접근성 기획자로서의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매번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나만의 재미난 방법들을 개발하여 숨 쉴 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지속 가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 닫는 글

결론적으로, 접근성 개선 작업은 단순히 기술적인 과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를 더 포용적이고 평등하게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여정입니다. 당사자성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창의적인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모두가 문화와 예술을 동등하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장 모든 것을 바꿔낼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그 내용이 쌓여 큰 변화를 끌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때론 너무 지치고,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는 것 같고,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지만 우리의 경험 하나하나가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해요. 이것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이 글이 접근성 작업을 처음 시도하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글 | 이충현

조금다른 주식회사를 운영 중인 문화기획자.
결과물만이 아닌 과정을 잘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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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이 유행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비슷하게 들었는데요.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접근성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이미 이해하고 있음에도 인식하지 못했던 영역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런 글로 개념을 이해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가 잡혀서 한국도 어디에서든 접근성을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고객이 나의 공간에 무사히 찾아오고, 내 콘텐츠를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글을 읽고 제 머리에 새길 문장을 하나 꼽자면 요거일 것 같네요. 저는 디지털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저도 유념해야할 부분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생생이. 저도 접근성의 다양한 층위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아직은 먼 얘기지만, 접근성이 기능적 역할 뿐만 아니라 고유한 미적 요소를 어떻게 가질 수 있을지 상상해보고요.

접근성 매니저, 접근성 창작자가 있고 접근성 작업이라는 것을 하신다는 것을 이 글로 처음 알았습니다. 접근성이라는 용어에 대한 이해부터 가져야 할 관점, 자원과 상황에 대한 인지, 범위와 예산의 결정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니, 접근성 작업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이 꼭 읽어야 할 핵심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마크'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보면 좋을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