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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잠재후원자), 내 동료가 되어라!”
누구나데이터 김자유 대표
누구나데이터는 ‘사회혁신가들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적정기술 솔루션’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셜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고 있어요. 최근에는 <비영리단체 성장 공식, 잠재후원자 모금>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을 펴내서 무료로 공유하고 있죠. 오늘은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비영리 조직은 어떻게 효과적으로 후원자를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을 했습니다. 책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 다운받거나 읽어볼 수 있어요.
| 모금 기술에 관한 책을 집필한 배경이 궁금하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모금의 필요성이 급증했고, 많은 비영리 조직에게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모금은 쉽지 않다. 우리는 디지털 모금에 성공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을 분석했고, 잠재 후원자 명부가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잠재 후원자를 만나고 관계를 맺어 후원자로 만든다는 개념은 기본적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실행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했다. '잠재 후원자 모금 포럼'을 개최하여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2년간 8차례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정리해 잠재 후원자 모금 이론과 6개 적용 사례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 '잠재후원자 모금'은 무엇인가?
'잠재후원자 모금'은 '잠재후원자 데이터 기반 모금'을 줄인 말이다. 어떤 사람을 후원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연락처를 획득하고 지속적인 육성을 통해 친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후원자는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먼저 잠재후원자를 만들어야 이 중에서 후원자가 나온다. 잠재후원자의 수와 이 중 실제 후원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조직의 중요한 지표다.
잠재후원자가 없다면 기존 후원자에게만 계속해서 후원, 증액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많은 단체가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잠재후원자 확보에서부터 시작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관심자와 잠재후원자와의 특징 비교 ©누구나데이터
| 전통적인 모금 방법과는 어떻게 다른가?
기본 골격은 동일하다. 잠재후원자를 기반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고 모금하는 원리는 변함없는 진리다. 다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잠재후원자 모금 방법도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는 잠재후원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큰 단체만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온라인으로 통해 잠재후원자를 만나고, 데이터를 모으며, 후원을 요청하는 작업을 거의 비용 없이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 보조금, 수익사업(위탁/용역 등), 기업 후원을 통한 재원 확보가 좀 더 수월하지 않나?
기업 후원으로 잘 운영되는 조직도 개인 후원자 확보에 관심이 많다. 개인 후원자 기반의 재정 자립은 조직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 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조직은 자신을 온전히 지지하는 후원자와 동기화되어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 가장 인상 깊은 사례를 꼽자면?
서울환경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이 기억에 남는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였다. 해외 환경운동가가 개발한 오픈소스 설계도를 참고하여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를 제작했다.
'참새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참여자들이 플라스틱을 보내면 재활용 굿즈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캠페인이었다. 이를 통해 잠재후원자를 모았고, 뉴스레터, 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후원을 요청하고 활동을 알렸다. 작은 관심을 점차 더 깊은 관심으로 발전시키도록 잘 설계한 모금 캠페인이다.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 방앗간' 캠페인 사례
| 모금의 디지털 마케팅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여전히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디다.
젊은 층이 다수인 조직은 데이터/디지털 활용이 용이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상관관계는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변화 수용성’이다. 나이나 세대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도를 허용하고 최소한의 협조가 이루어지는 조직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 하에 실무자의 시도를 수용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 문화가 핵심이다. 이는 젊은 조직이나 오래된 조직 모두에 해당한다.
| 참여연대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전화모금이 활동가에게는 인사이트와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모금 효과도 높았다. 전통적인 전화모금이 효과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실제 얼마의 모금이 이뤄지는 지가 중요한데, 때로는 디지털 방식보다 전화가 비용 대비 효과적일 수 있다. 또, 후원자와 직접 대화할 수 있어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했다. SNS, 문자 메시지, 이메일 등 활자를 통한 모금은 전화, 대면과 같은 육성을 통한 모금보다 불리하다. 전화 모금은 후원자의 반응을 직접 들을 수 있고, 조직의 활동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으며, 활동가에게 동기 부여와 응원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기본적인 모금 방법을 시도해보지 않은 조직이라면, 전화 모금이 효과적이고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적극적인 모금 활동이 비영리단체의 미션을 왜곡시킬 위험은 없나?
잠재후원자 모금은 미션을 훼손하거나 후원자를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이행할수록 후원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구성원도 미션에 더 동기화된다. 모금은 단순한 예산 확보가 아니다. 특히 개인 후원자 모금은 단체의 미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후원자와 진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 과정은 자주 할수록 좋다. 후원 요청을 통해 우리의 미션과 활동을 자세히 소개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후원자는 미션을 더 깊이 이해한다. 우리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확실하고 적극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모금 활동은 우리의 사업이나 활동과 동떨어진 일이 아니며, 단순히 기부만 유도하는 활동이 아니다. 모금은 미션 실현과 후원자와의 관계 강화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 후원자와 더 가까워지려면 실제로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온라인 활동과 콘텐츠 발행을 통해 다양한 수준의 잠재 후원자들과 초기 관계를 맺는다. 후원자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소통으로 사업 소식을 전하고 추가 참여를 유도한다.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는 열성 후원자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자문위원회, 고문, 이사 등의 역할을 부여하거나, 자원봉사 기회를 제공하고, 재능 기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또한, 후원자 인터뷰 진행, 후원 경험 후기 작성, 기념품 인증 요청 등의 방법도 있다. 이러한 활동은 후원자를 조직의 미션에 더 가깝게 만드는 과정이다.
후원자가 타인 앞에서 후원 조직을 자발적으로 옹호하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더 이상 후원 관리가 필요 없는 동료 수준의 관계로 발전하여, 오히려 조직의 신규 후원자 발굴을 돕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원자는 단순한 기부자에서 조직의 진정한 동료로 성장할 수 있다.
잠재후원자 모금 프로세스 ©누구나데이터
| 디지털 환경에서도 대형 모금 조직과 중소형 모금 조직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큰 단체들의 모금액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중소형 비영리 조직은 좀 더 니치하게 단체의 미션에 공감하는 잠재 후원자를 타겟팅해야 한다. 대형 조직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에 광고 등의 유료 마케팅은 효과가 떨어진다. 대신 이메일, 카카오톡 채널, 문자 메시지 등 직접 소통 채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방법은 대형 단체보다 작은 단체가 더 능숙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한편, 생태계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영리 섹터 전반의 기술 역량 강화와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그래야 작은 조직도 디지털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사회혁신가를 위한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비영리 섹터에 특화된 기술 개발과 공급이 필요하고, 비영리 단체의 특성에 맞는 적정 기술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는 생태계, 자금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영리 섹터에서 활동한 B2B 기술 기업 현황 ©누구나데이터
| 작은 단체들이 온라인에서 후원자를 모으려면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까?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을 선택하려면 타겟의 특성과 선호하는 매체를 파악하고, 동시에 단체의 가용 자원을 고려해야 한다.
홈페이지나 캠페인 페이지는 필수다. 이 채널은 잠재 후원자 데이터를 모으는 허브 역할을 한다. 단순히 팔로워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팔로워를 뉴스레터 구독자로 유입시키는 등 단계적 전환이 중요하다. 그래야 각 단계별 액션 플랜을 수립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도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뉴스레터와 유사한 효과를 내면서도 1대1 푸시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특성상 사용자 비율(99.9%)이 높고, 운영 비용도 낮다. 또 이메일보다 정보 수집이 간편해 더 쉽게 잠재후원자를 확보할 수 있다. 자원이 제한적인 비영리 조직에서는 카카오톡 채널 활용을 고려해볼 만하다.
| 창업 8년 차로서, 창업 초기와 비교하여 자유 님과 조직은 어떻게 달라졌나?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혼자 시작한 회사가 이제는 팀으로 성장했고, '오늘의 리포트', '캠페이너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했다. 더 많은 조직이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
누구나데이트를 통해 디지털 전환한 국내 비영리단체 비율 ©누구나데이터
그러나 중소형 비영리 조직의 디지털 모금 일상화라는 우리의 목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별도의 학습 없이도 디지털 환경에서 지속가능한 모금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는 전체 비영리 단체 중 약 3%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더 광범위한 확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비영리 섹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 | 최성욱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코멘트
5모금 행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흥미롭네요.
@도란 : 플라스틱방앗간, 참새클럽의 진행 이력을 보면서, 참여를 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jay_kim : 후원자도 많아지고, 구독자도 많아지면 좋겠네요 : )
@오늘은 : 모금이 좀 더 전문적인 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데이터 활동들을 이곳저곳에서 봤는데 테이블토크에 소개 되어서 반갑네요. 후원자 마련은 아마 시민사회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고민하는 영역일텐데요. 이번 콘텐츠를 통해서 도움을 얻어가는 분들이 많았으면 하네요.
비영리 영역에서 잠재후원자라는 용어가 점점 더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네요. 더 전략적으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면 좋겠습니다 :) 누구나데이터, 자유 대표님 응원합니다!
내 돈을 좋은 곳에 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럴 방법과 기회와 먼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구요. 플라스틱방앗간과 참새클럽은 그런사람들도 후원의 세계로 재미있게 입문하기 좋은 사례라고 느껴집니다.
이 시대에 잠재후원자를 모으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