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는 커뮤니티, 창고살롱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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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해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Table Talk #61호 썸네일. 좌측에는 소영, 우측에는 혜영 창고살롱지기가 서 있다. 활짝 웃으며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는 커뮤니티, 창고살롱

W플랜트 창고살롱지기 소영 & 혜영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답을 찾으시나요?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을 물색해 보신 적이 있지 않나요? 무엇을 어떻게 하며 나로서 살 것인가가 평생 화두인 필자는 비슷한 인생의 단계를 지나고 있는 여성들의 삶과 생각이 궁금했어요. 그러다 ‘창고살롱’이란 브랜드를 만났죠. 나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만들고 싶은 여성들의 온라인 멤버십 커뮤니티. 영감을 주는 콘텐츠, 든든하고 멋진 동료, 따뜻하고 진솔한 대화가 가득한 모임. 창고살롱의 살롱지기 두 분을 Table Talk 인터뷰 기회를 빌려 만나보았습니다.



| 작년 초, ‘창고살롱’이란 매력적인 네이밍에 이끌려 참가 신청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답니다. 창고살롱 탄생기와 네이밍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2020년 초, ‘엄마인 나’와 ‘일하는 나’ 사이에서 고민이 많던 창업가 교육 동기 두 명이 커피 한잔하던 자리에서 시작됐어요. ‘엄마가 되면서 내 커리어는 끝났다’, ‘선배 워킹맘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고민을 나누다, 우리와 같은 여성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육아 고민이 아닌 ‘엄마의 일’을 함께 고민할 커뮤니티는 당시 거의 없었으니까요.

‘창고살롱’이란 이름은 이 작당 모의가 시작된 성수동 ‘대림창고’에서 이름을 따 왔어요. 한때 버려졌던 공간이 힙한 장소로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아이, 가족 등 누군가에게 나의 시간과 수고를 내어 주느라 자아를 잠시 보관해 둔 ‘나만의 창고’란 의미에서요. 여기에 다른 이들과의 지적인 교류를 통해 에너지를 주고받는 곳이란 점에서 ‘살롱’을 덧붙인 거죠.

코로나 19로 재택 감금에 시달리던 중 일단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첫 온라인 모임을 가졌어요. 8명의 여성이 아이가 잠든 밤 캔맥주 하나씩 들고 모니터 앞에 모였죠. 영화와 책을 소재로 일과 삶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타인의 이야기에 경청하며 꽉 찬 2시간을 보냈어요. 5회차에 걸친 파일럿 모임을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이 연결되어 서로 배우며 든든한 위로를 나누는 이 시간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바램을 확인했지요. 같은 해 말 첫 정규 시즌을 오픈, 현재 시즌 7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줌에서 온라인으로 만난 11명의 창고살롱 구성들이 각자의 도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고살롱 프리 시즌 캡처 화면 ©창고살롱

| 살롱지기 두 분의 창고살롱 이전 스토리와 조인하게 된 배경도 궁금해요.

(혜영) 대기업에서 재무와 브랜드전략 일을 했어요. 10년 넘게 워커홀릭으로 지내다 육아로 5년의 경력 공백을 경험했어요. 갑자기 일과 소속이 사라지자 마치 광야에 홀로 선 느낌이었죠. 엄마로서 유연한 시간 활용이 가능하면서도 어느 정도 돈도 벌고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그림책 공부, 테솔 등 여러 가지를 해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구글의 창업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와 경력 보유 여성과 소셜 섹터 커리어를 연결하는 ‘임팩트커리어 W’에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여성들을 만나게 됐어요. 엄마이면서도 ‘나’를 지키고 싶은, 생계 수단을 넘어 의미 있는 일을 찾고자 하는 이들이었죠.

이를 계기로 소셜벤처 '진저티프로젝트'에서 여성과 일에 대한 인터뷰집을  만드는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진저티프로젝트는 비영리조직에서 함께 일하던 경력 보유 여성 세 명의 스터디그룹으로 시작된 조직이에요. 기존 사회 구조에서 잘 작동하지 않던 문제들을 다양한 각도와 시선에서 고민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죠. 책 <롤모델보다 레퍼런스>도 미래 일 고민이 많은 6명의 대학생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 레퍼런스를 인터뷰한 대화집이에요. 경력 공백 이후 제 일의 여정은 어떤 스펙이나 자격보다는 사람 사이 연결에서 새로운 기회와 방법이 시작되더라고요. 정답같이 뻔한 롤모델만 추구하기보다, 더 많고 다양한 레퍼런스 서사를 구체화·확산하기 위해 사업화에 이르게 되었죠.

(소영) 저는 조인하게 된 계기가 조금 달라요.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이전에 이미 15년의 조직 생활을 경험해서인지, 엄마가 되고 난 후 일에 대한 미련이나 상실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어요. 되려 주위에서 교육자이자 리더로서 제 커리어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양육·가사 아웃소싱을 권하더라고요. 이 시대가, 사람을 키워내고 관계를 돌보는 일도 중요하긴 하지만 커리어는 굉장히 멋진, 놓기 아까운 것이어서 가정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 압박을 가하고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제게 주어진 새로운 삶의 단계들을 놓치지 싶지 않더라고요. ‘엄마’의 자리에 집중하면서 속도를 조금 늦추더라도 내 커리어를 기반으로 가치 있게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시도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차, ‘19년 성수동에서 열린 한 런치 세미나에서 혜영 님을 만났어요. ‘일과 여성’이라는 공통의 키워드에서 연결됨을 느껴 메일을 썼고 창고살롱에도 참여하게 됐죠. 처음에는 한 명의 수혜자로 재미있게 출석만 하다가 혜영 님이 창업 멤버들과 헤어지며 창고살롱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서 네 번째 시즌부터 살롱지기로 조인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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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자들을 ‘레퍼런서’라 칭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의 서사가 레퍼런스가 되는 곳" 창고살롱의 슬로건이에요.  레퍼런스(reference)는 타동사로 ~을 참고하다 혹은 인용한다는 뜻이 있잖아요. 여기에 '~하는 사람'의 접미사 'er'을 붙였죠. 누군가의 고유한 일과 삶의 여정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참고하는 사람을 뜻하죠. 동시에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 레퍼런서가 될 수 있는 거고요.

나만의 속도와 방법으로 지속 가능하게 일하고 싶은 여성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 같은 롤모델이 아닌 다양한 레퍼런스라고 <롤모델보다 레퍼런스> 도서를 만들며 생각했거든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구불구불한 길을 걷게 되겠죠. 결혼, 출산뿐 아니라 가족 돌봄, 질병, 번아웃 등으로 커리어를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경로를 재설정해야 하기도 하죠.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 홀로 고민하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상황 속에 비슷한 욕구를 가진 동료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연결되어 커리어와 일상에 대한 고민을 건강한 방법으로 나누는 거예요. 한 사람의 서사가 다른 누군가에게 레퍼런스가 되어 길을 모색하는 여정을 함께 하는 거죠. 서로가 서로에게 ‘레퍼런서’가 되어주면서요.


| 특별한 느낌을 주는 브랜드 로고와 색감이 인상적인데요, 로고 개발 스토리도 들려주세요.

서비스 론칭 후 로고와 브랜딩에 관심을 많이 표현해주셨어요. 전직 브랜드 마케터로서 무척 감사한 일이었죠. 브랜딩 작업을 할 때, 더 많고 다양한 여성 레퍼런서를 발견하고 서사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람이 슬로건과 로고 디자인에서 메시지로 전달되길 바랐어요. 로고 디자인은 엔터 업계와 소셜벤처에서 일하고 있던 남태리 디자이너와 작업했어요. 창업가의 브랜딩답게 린(lean) 하게 진행했는데, 창고살롱 탄생 배경과 의미, 지향하는 가치를 상세하게 정리해 전달한 후 일주일 동안 세 번의 시안 리뷰를 거쳐 최종안을 결정했죠.

창고살롱 로고는 여성 생애 주기와 커리어에서 마주하는 많은 벽에 문과 길을 내고 가능성을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표현하고 있어요. 살롱 대화를 상징하는 큰따옴표를 문고리 삼아 문을 여는 거죠. 안전한 곳에서의 솔직하고 내밀한 대화를 통해 나의 스토리를 발견하고 다른 멤버에게 레퍼런스가 되어 서로에게 문고리가 되어줄 수 있는 곳을 시각화하고자 했어요.

브랜드 컬러는 주로 밤에 온라인에서 만나는 창고살롱의 분위기를 담아 한밤중 나에게 빛을 비추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과 경험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표현하기 위해 그린 톤을 적용해 다크 그린을 ‘밤 컬러’이자 메인 컬러로 정했죠. 실내조명과 햇빛을 시각화하고자 밤 컬러와 대비되는 페이디드 형광 오렌지를 ‘낮 컬러’로 적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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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살롱 브랜드 컨셉 및 로고 ©창고살롱

| 커뮤니티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요?

창고살롱은 줌(Zoom)으로 주 1회 만나는 온라인 밋업과 커뮤니케이션 툴 슬랙(Slack)을 통한 상시 소통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클로즈드(closed) 방식으로 운영되어 멤버들만의 안전한 공간에서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각 시즌 정규 프로그램은 책과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스토리 살롱’과 연사의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는 ‘레퍼런서 살롱’, 그리고 창고살롱 밖 게스트의 이야기를 나누는 ‘스페셜 살롱’ 등으로 구성돼요. 레퍼런서 살롱 연사는 셀럽이 아닌 나와 비슷한 평범한 주변 인물을 섭외해 그의 고유한 일과 삶 서사가 한 가지 주제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발표 후에는 ‘레퍼런서가 레퍼런서에게'라는 질문과 소감 나눔 시간을 갖는데 one way 강연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되도록 발표와 대화 비중을 1:1로 맞추고 있지요. 일방적인 성공사례 소개나 how to 방법론을 전달하기보다, 자기 생각을 언어로 정리하고 표현해 자극을 주고받으며 각자가 얻어갈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라거든요.

이 외에 구성원의 자발적 주도로 운영되는 ‘소모임 살롱’이 있어요. 창고살롱에 참여하는 레퍼런서라면 북클럽, 워크숍, 리추얼 등 멤버들과 나누고 싶은 것, 함께 시도해 보고 싶은 어떤 것이든 개설할 수 있어요. 다양한 실험을 무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나만의 얼라이 그룹(allies group)’을 지향하며 자체 확산 중이에요.

스토리살롱 전·후 간단한 과제가 있는데, 공지와 과제 제출 외 소통은 슬랙을 통해서 이루어져요. 각 주제와 질문에 대한 생각, 진심 어린 후기와 멤버들의 취향과 관점이 담겨있는 콘텐츠 추천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슬랙에 차곡차곡 쌓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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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살롱 시즌7 프로그램 구성 ©창고살롱


| 4년차를 맞이한 현재까지의 성과를 자평하자면?

시즌별 참여 가능 인원은 50명 이내로 정해두고 있어요. 레퍼런서 멤버 수로 외적 성장을 말하긴 어려운 구조에요. 재가입 비율은 대략 55%에 이상이고요. 신규 멤버도 꾸준히 유입되는 가운데, 시즌을 거듭하며 구성원 간 연결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껴요. 꾸준히 참여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보면, ‘이곳이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만남. 시공간을 초월한 다채로운 레퍼런서들과의 진짜 연결을 통해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변화를 경험했다’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고살롱에 참여하며 이직, 커리어 전환 등 방향성의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긴 호흡에서 서로의 서사를 공유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인 것 같아요. 육아휴직 중 가입한 분들 중 둘째 생각을 하시는 멤버가 많아진 것도 재밌는 부분이에요. 매체에서 소비되는 워킹맘은 힘들고 소진된 민폐 캐릭터일 때가 많잖아요. 창고살롱에서는 서로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니 아이들과 함께하는 행복과 지속 가능한 방법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성과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어요. 프로젝트 그룹을 자생적으로 형성하며 그 안에서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거든요. 오프 시즌 소모임 살롱에서 시작된 굿즈 프로젝트가 그 예죠. #당신의해시태그 소모임살롱에 참여한 멤버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세 명이 모여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다양한 살롱에서 나눈 대화 속 레퍼런서의 말들을 모아 엽서와 스티커 등 창고살롱 굿즈를 만들었어요. 외부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시작해 판매까지 이르는 과정을 기록해 남기기도 했지요. 이 외에 창고살롱 레퍼런서가 필진으로 참여하는 유료 뉴스레터, ‘레퍼런서의 글’도 런칭했어요. 글쓰기를 좋아하는 멤버들이 모여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실험해 옮겨본 거죠. 작은 도전이지만 함께 실행해보는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자신감은 큰 수확이었던 것 같아요.

창고살롱 굿즈 프로젝트 <레퍼런서의 말들> 운영 사진. 멤버들이 옹기종기 모여 셀카를 촬영하고 있고, 굿즈를 함께 포장 중이다.
스티커, 문장 엽서 세트 등의 굿즈와 유료 뉴스레터 콘텐츠 <레퍼런스의 글> 서비스 소개 표지.
창고살롱 굿즈 프로젝트 <레퍼런서의 말들>와 유료 뉴스레터 콘텐츠 <레퍼런서의 글> ©창고살롱

| 좀 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으로 대상을 확장할 계획도 있으실까요?

여성의 일과 삶이라는 주제에 유료 가입이라는 구조라, 아무래도 사회·경제적으로 비슷한 분들이 주로 모이게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멤버 구성을 보면 30~40대 유자녀 기혼 여성 중 워킹맘 또는 일을 구상 중이거나 찾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처한 상황이 달라도 공통적으로 일과 삶 두 가지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것도 느꼈어요.

창고살롱 2년 차에 싱글맘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 자리에 모인 싱글맘들의 스토리도 각기 다양했는데 그분들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또 각자의 다름 속에 서로 어떤 불편함 없이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저도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죠.

아이들이 기관에 가 있는 시간을 활용하고 싶은 여성들의 낮 살롱에 대한 요청도 꾸준히 있었는데, 정작 오픈해도 모집은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왜 그런가 여쭤보니, 일을 온전히 쉬고 있거나 가정주부인 경우 멤버십 비용이 부담되는 거였어요. 이해가 되더라구요.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나에게 투자하기에 큰 비용으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막상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은 주부나 휴직자들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굉장히 좋은 결과물도 많이 내시는데, 이 타깃 그룹을 위해 민간/공공 기관과 B2B 형태의 일도 많이 벌여야겠다는 인사이트를 얻었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더 많은 분에게 가 닿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어요.

이외에도 기업의 육아휴직 전후 임직원, 조직 생활 이후 삶을 고민하는 4050 중장년층이 잠재 수요자로 확인되고 있고, 딸 키우는 아빠나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편과 같이 가족과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개인인 동시에 조직과 사회에 직접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존재들에게 확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어요.

4050인생디자인학교에 참여한 창고살롱. 노란색 플랜카드를 들고 정면을 응시하며 웃고 있는 창고살롱 멤버들.
창고살롱이 스텐드랩과 함께 진행한 서울시 주최 <4050인생디자인학교> ©창고살롱

| 사회상의 변화가 워낙 빠르다 보니 한때 새롭게 느껴지던 것들도 금세 유효기간이 다하곤 하죠. 이에 따른 운영상의 고민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시즌을 거듭하며 오프 시즌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웃음) 처음 사업 구상 시점과 달리 예상치 못한 팬데믹 때문에 방구석 창업으로 플랜이 바뀌면서 온라인 커뮤니티가 되었는데 이제 또 포스트 코비드 시대죠. 당시는 밤 살롱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구멍이었는데, 일상에 복귀하고 오프라인 세상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부담이겠다 싶었죠. 무리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방식과 거리가 있으니, 시그니처 살롱과 소모임 살롱을 분리해 회차 간 간격을 충분하게 확보하도록 변화를 주었어요.

또 오프라인 밋업에 대한 니즈가 많아져 지난 시즌부터 연말 파티 등 오프라인 밋업도 추가 운영하고 있어요. 최근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에 입주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한 결정이었죠. 소셜 생태계 현장에 들어가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연결을 확장한다면 창고살롱 레퍼런서들에게도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여전히 해외나 지역에 거주하는 멤버들도 많아서 온라인 외에는 참여가 어려운 분들도 계세요. 온·오프 통합으로 가되, 오프라인 밋업 시 줌으로 현장 생중계를 하거나 별도 온라인 밋업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방법을 고민 중이에요.

2023년 연말에 진행한 창고살롱 오프라인 밋업. 15명의 창고살롱 멤버들이 정면을 향해 손을 흔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즌 6 오프라인 밋업 2023 송년회 ©창고살롱

| 두 분이 창고살롱과 함께하며 경험한 변화, 그리고 꿈꾸는 미래는 어떤 것일까요?

(혜영) 사적인 경력단절 경험과 지속 가능한 일과 삶에 대한 열망이 비즈니스의 주제가 되다 보니 이후 삶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해 매 시즌 주제가 정해지고 있어요. 어쩌면 일과 삶의 분리가 안 되는 제게 딱 맞는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방식인 것도 같아요. 창고살롱을 시작할 당시는 포기했던 것들에 대한 억울함에 한 번 해보겠다는 마음이 컸는데, 시간이 지나며 점차 편안해지며 시야가 확장되는 것을 느껴요. 커리어와 가정이 제로섬 게임이 아닌 것을 알게 됐거든요. 삶의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과 가치에 무게감의 조정이 일어나고 시간의 단차가 생기는 것뿐이죠. 비록 사회는 아직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장기적 바람은 지금처럼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노년까지 현역으로 일하는 거예요. 노바디(nobody)였던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시즌1 멤버 모집 공지를 올리자마자 첫 번째로 가입해주신 지리산 산청의 레퍼런서 은진님이 계세요. 이분이 ‘돈 주고 친구를 샀다’란 제목으로 창고살롱 내돈내산 후기를 브런치에 써주셨었어요. 내향적인 이방인 성향이라 항상 외로웠는데 창고살롱에서 편견 없는 따뜻한 관심에 처음으로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쓰셨더라고요. 이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혜영 님, 노년살롱까지 하셔야죠.’ 이후 실버살롱이 장기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소영) 혜영 님이 뚫고 나가는 과정 속에 변화를 경험했다면, 저는 느린 속도로 완만하게 삶의 전환을 받아들여 온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한 레퍼런서의 다양한 스토리와 실험을 바탕으로 저희 뒤에 오는 여성들이 불안해하고 버거워하는 대신 소중한 이 시간을 좀 더 행복하고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창고살롱이 여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요. 대화와 공감도 중요하지만 현실로 이어져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높은 기준이나 조바심은 조금 내려놓고 ‘자신을 진짜 살게 하는 것’을 찾도록 돕는 거울 같은 역할,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과 방법론을 탐색해 지금 나의 현장에서 시도하는 과정을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리턴십(returnship) 등 실행을 돕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할 계획도 갖고 있어요.

우리의 비전을 정리하자면 #지속_가능함, #실험의_다양성과_스케일업, #현실적이고_직접적인_실행, #1인1커뮤니티, #노년살롱으로 요약할 수 있어요. 창고살롱이 점차 1인1커뮤니티 체제로 활발하게 굴러가게 되면 더 다양한 주제와 실험이 가능해질 테고 저희도 즐겁게 참여만 하면 되겠죠. (웃음) ‘소모임 only’로 진행됐던 시즌3.5에는 총 75건의 소모임이 개설됐었어요. 불가능한 계획은 아닐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여성의 일과 삶이란 워딩은 우아해 보이지만, 현실은 상시 머릿속에 캘린더가 몇 개씩 돌아가야 하는 백조 같은 것이죠. 이게 아닌 것 같은 고민의 순간들에 서로의 레퍼런스를 공유해 나다운 길을 찾고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 김지선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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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런서라고 네이밍을 붙인게 너무 귀엽네요!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커뮤니티를 알아갑니다!

노년 살롱 기대됩니다. 이런 커뮤니티가 그동안 많이 있었던 듯 하면서도 부족했던 것 같네요. 일종의 사회 구조적 문제가 만들어낸 커뮤니티 같기도 한데 반대로 구조적 문제가 만들어낸 커뮤니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jay_kim 커뮤니티 너무 어려워요 : )

이런 커뮤니티를 보면 정말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부터 드네요. 평생을 가져가야 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생산적으로 풀어내는 역량....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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