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나요? 저는 <나의 쓰레기 아저씨>라는 채널을 빠짐없이 챙겨봐요. 잔잔한 라떼(?) 토크, 구슬픈 배경음, 시종일관 진지한 출연자와 그런 진지함을 유쾌하게 받아치는 자막 때문에 웃으며 보기 시작했어요. 제 딴에는 환경, 기후 위기 이슈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했어요. 하지만 이 채널을 계속 보면서 제 지식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느꼈어요.
유익한 콘텐츠는 많아요. 유쾌한 콘텐츠는 그보다 더 많고요. 그러나 유익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갖춘 콘텐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이 특별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진을 만나보았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쾌함 속에 숨겨진 진지한 고민, 공감을 얻는 스토리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면 좋겠어요.
| <나의 쓰레기 아저씨> 채널을 소개해 주세요.
쓰레기, 환경, 버려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이에요. 배우 김석훈 님이 진행을 맡고, 세 명의 PD(김다영, 김수인, 이현정)가 기획·편집·촬영을, 한 명의 작가(한수현)가 구성·섭외 역할을 하며 제작하고 있어요.
| ‘환경 예능’이라고 해도 되나요?
보통 "환경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이라고 소개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환경을 다룬다고 말할 때 부담감도 있어요. 저희 모두 환경 전문가가 아니고,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삶을 산다고 말하기 어려워서요. 환경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지나치게 무겁거나 계몽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저희 채널은 시청자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환경 상황을 알려드리는 거예요. 알고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김석훈 배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가 주로 환경과 관련 있으니 편의상 ‘환경 콘텐츠’라고 부르고 있어요.
| 쓰레기, 환경 소재의 유튜브 채널을 기획한 계기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환경을 주제로 삼은 건 아니었어요. 회사(미스틱스토리)에서 김석훈 선배를 주인공으로 한 유튜브 채널을 구상했는데요. 김석훈 선배가 "나는 쓰레기 문제를 다루고 싶다.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고,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어요.
저희 제작진도 처음에는 솔직히 망설였어요. 유튜브 채널은 먹방이나 여행을 주로 다루잖아요. 과연 ‘쓰레기’라는 소재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죠. 하지만 김석훈 선배의 진심이 느껴졌어요. 정말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으로 임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잘 표현한다면 그 진심이 시청자에게도 잘 전달되리라 생각했죠.
| 영상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나요?
일단 아이템 선정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어떤 아이템을 다뤄야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죠. 제작진은 물론 김석훈 선배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 함께 회의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요. 이 과정에서 작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여러 의견을 조율하고 실제 섭외와 구성 작업을 담당해요. 아이템이 정해지고 섭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구체적인 구성 작업에 들어가고 준비된 구성을 바탕으로 촬영을 나가죠.
| 채널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었더라고요. 이 정도 인기를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 못 했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쓰레기라는 소재가 과연 통할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김석훈 선배의 진심이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본인이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주제다 보니 그 매력이 화면을 통해 전해져요. 또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도 한몫했고요.
| 제작 과정에서 가장 놀랐던 쓰레기 관련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북악산 줍깅 편이에요. 산 중턱에서 여성용 위생용품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어요. 몇 걸음 간격으로 계속 위생용품이 나와서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이런 곳에 있을까, 누군가 일부러 버린 건가 등 온갖 추측을 다 했죠.
| 쓰레기 처리 과정, 재활용 과정을 자세히 다루더라고요.
맞아요. 김석훈 선배의 초기 기획 의도와 맞닿아 있어요. 쓰레기가 어떻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말 궁금해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그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보여드리려고 노력했어요. 시청자도 평소에 잘 몰랐던 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처리되는지, 재활용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보여드림으로써 새로운 정보도 제공하고 경각심도 일으킬 수 있다고 봤죠. 물론 때로는 '이 정도까지 필요할까?'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채널의 정체성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 시청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보통 유튜브 댓글에는 재미있는 드립이나 짧은 감상이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 채널은 달라요. "이 영상을 보고 이런 걸 실천해봤어요", "김석훈 님 덕분에 이런 걸 새롭게 알게 됐어요" 같은 댓글이 정말 많아요. 저희가 직접적으로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는데도, 시청자분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경험을 나누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초반에 어떤 분이 남겨주신 댓글이에요. "자극적이고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 이렇게 무해하고 메시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그 말 한마디가 저희에게 큰 힘이 됐죠. 지금까지도 그 댓글을 떠올리면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요.
|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나요?
정말 어려운 부분이에요.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어도 아무도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요.
저희만의 방법이라면, 우선 김석훈 선배의 매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해요. 워낙 재미있는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선배가 직접 체험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장면을 촬영에 많이 담으려고 해요. 그 과정에서 나오는 재치 있는 멘트나 리액션이 웃음 요소가 되죠.
또 편집할 때 자막이나 효과음을 적절히 활용해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조금 더 가볍게 풀어내는 거죠. 최근에는 아이템 자체에서 웃음 요소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약을 타고 쓰레기를 줍는 활동 같은 걸 촬영했는데, 이런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앞서 얘기한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워요. 환경이라는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매번 숙제예요.
또 하나는 섭외 문제예요. 다루고 싶은 주제나 장소가 있어도, 실제로 섭외가 성사되기까지가 정말 힘들어요. 특히 쓰레기 처리 시설이나 업체들은 노출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 더 어렵죠.
촬영 환경도 쉽지 않아요. 깨끗하고 편한 곳보다는 힘든 현장을 많이 가게 되거든요. 새벽에 일어나 쓰레기차를 따라다니기도 하고, 진흙탕이나 벌레가 많은 곳에서 촬영하기도 해요.
| 환경미화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어요. 어떻게 섭외하셨을까 궁금했어요.
촬영하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업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저희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있죠.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분들 중에서 화면에 얼굴이 나오는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세요. 저희는 그분들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는지 알기에 더 자세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분들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경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을 알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힘든 촬영 환경에서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는 비결이 있나요?
사실 비결이라고 할 건 없어요(웃음). 15분짜리 영상 하나를 위해 10시간 넘게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있어야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팀워크가 정말 중요해요. 힘들 때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극복해요. 김석훈 선배도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저희를 이끌어주시고요. 이런 팀워크가 있기에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 채널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없나요?
책임감과 부담감이 정말 커요. 특히 구독자 수가 늘면서 더 강하게 느껴요. 예를 들어, 촬영 중에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댓글로 지적을 받곤 해요. "오늘은 텀블러 안 쓰셨나 봐요"라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이런 반응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이런 관심이 오히려 저희를 더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시청자가 그만큼 저희 콘텐츠에 관심을 갖고 주의 깊게 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촬영할 때나 일상생활에서도 더 신경써요.
또한 환경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어요. 전 세계의 환경 이슈나 최신 정책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부분은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해요. 환경을 위해 노력하지만 때로는 실수할 수도 있고, 아직 모르는 것도 많다는 걸 솔직히 인정해요. 이런 솔직함이 어떤 부분에서는 구독자에게 공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하고 계신가요?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특정 기업에 찾아가서 그들의 환경 정책이나 실무자의 노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기획 중이에요. 실제로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환경을 위해 어떤 정책들을 펼치고 있는지 직접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하나 큰 계획은 '아나바다' 팝업 스토어예요. 김석훈 선배나 저희 지인들의 물건을 모아서 구독자와 함께 나누는 행사를 열고 싶어요. 이런 식으로 재사용, 재활용의 가치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해외 촬영도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나라의 쓰레기 문제나 환경 정책을 취재하고 싶어요. 전 세계적인 환경 이슈를 다루면서 우리나라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우리가 배울 점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려고 해요.
| '나의 쓰레기 아저씨' 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가 이 채널을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모두 조금씩 관심을 가져보자"예요. 환경 문제가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조금만 관심을 두고 노력하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어요.
김석훈 선배도 항상 강조하는 지점인데요. 우리가 완벽해져야 한다거나 모든 걸 바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저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거죠. 그렇게 조금씩 문제를 살피다 보면, 자연스럽게 행동의 변화로 이어질 거라고 믿어요.
또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 결코 불편하거나 힘든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히려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어요. 저희 제작진도 이 채널을 만들면서 많이 변화했어요. 이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느껴져요.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 | 최성욱
오늘의 ‘뷰 테이블’에서는 제가 구독 중인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유머가 넘치고 친근한 채널로만 골랐답니다.
🎥 알TV <썰준>
척수장애인 이원준과 시각장애인 안승준의 수다가 돋보이는 시리즈입니다. 이들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재치 있게 패러디해 <마비되면 비로소 움직이는 것들>이라는 책을 내보자고 제안하고, 누구의 장애가 더 힘든지 ‘장애 배틀’을 벌이기도 합니다. 장애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농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두 어른의 ‘티키타카’가 압권입니다.
🎥 네온 밀크(Neon Milk)
드랙 아티스트와 LGBTQ+ 컬처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성소수자의 삶을 어둡고 무거운 주제로만 다루는 건 현실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채널은 그들의 일상적이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소수자를 ‘다른 존재’로 여기는 편견을 깨는 데 한몫하고 있죠.
🎥 EBS 지식채널e <어른도감>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다루는 시리즈예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며 세상을 조금씩 바꿔가는 다양한 이웃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는 고민과 성찰의 과정을 보면서, 문득 ‘나는 어떤 어른일까?’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 씨리얼
사회 문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때면 찾아보는 채널입니다. 소외된 사람, 덜 주목받는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입니다. 특히 태권도장이라는 공간과 젊은 남자 사범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돌봄’의 문제를 들여다볼 때는, 그 참신한 접근에 무릎을 탁 쳤어요.
코멘트
3@jay_kim01 님의 구독 목록도 궁금해요 : )
이 글을 통해 이런 콘텐츠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지켜츄라는 채널도 환경 관련 시리즈를 진행했던걸로 아는데요. 그때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으로 나의 쓰레기 아저씨는 좀 더 친근하고 편한 느낌으로 다가와지네요. 구독하고 챙겨보겠습니다!
의미있는 일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