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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모두에게 공정하고 안전한 공간인가?
인터넷이라는 명(明)과 암(暗) 1989년 WWW(월드와이드웹)의 발명은 인터넷 접속 방식과 정보 공유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이후 30년 남짓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류의 삶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소통, 사교, 업무, 의식주 해결 등 대부분의 일상이 인터넷을 매개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2018년 출생 신고까지도 온라인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한국은 완벽하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이라는 공간과 분리가 불가능한 디지털 네이티브가 살아가는 국가가 되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상황이 되니 폐해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이용자들이 부스러기처럼 흘린 정보의 조각들은 누군가에게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몇 가지 조합만으로도 개인을 식별해 특정할 수 있게 해 언제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에 떨게 만들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가 현재의 인터넷 환경을 두고 우리가 원했던 모습이 아니라고 했을까?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인터넷을 둘러싼 부정적인 의견은 커가고 인터넷 사용에 대한 규제 요구와 움직임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고 있다. 더 이상 익명성을 기반으로 서로의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커뮤니티를 만들며 서로를 연결해 주는 인터넷의 미덕만을 찬양하거나, 공유와 개방이라는 미덕의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는 변화한 시대를 읽지 못하고 과거의 호시절만을 기억하는 낭만주의자의 몰지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규제 요구로 쉽게 이어져 왔다. 이에 화답하듯 각국의 정부는 앞다투어 규제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규제하고자 하는 플랫폼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과 안전 현재의 상황과 오늘의 주제를 연관해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인터넷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의 요구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전제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혹은 원하는 안전함이란 무엇일까? 또 법적 혹은 제도적인 규제를 도입한다면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까? 사실 위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용자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위험을 느끼는 이유부터 정리해 보자. 대체로 사람들이 자신이 온라인 공간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했거나 타인이 생산한 표현물이 촉발하는 부정적인 결과나 감정으로 집약된다. 전자는 민간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넘겼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거나 자신이 과거에 인터넷에 올렸던 개인정보나 타인이 자신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등의 이유로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댓글, SNS 등의 플랫폼에 게시하는 글을 포함해 사진, 가요, 게임, 상품 등 다양한 종류의 표현물들이 전달하는 고정관념, 혐오, 성적인 불쾌감, 허위 정보, 불법 정보 등은 후자에 해당할 것이다(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오픈넷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운동을 해왔으나 해악이 뚜렷하고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는 차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음을 미리 밝힌다). 지면이 한정되어 있고, 전자의 경우 중 민간 혹은 공공의 서비스 이용을 위해 교환하는 개인정보의 문제는 한국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고,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인터넷에 유출된 개인정보에 의해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는 경우는 인터넷 게시물에 의해 촉발된 문제에 속할 수도 있으니, 후자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이어가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터넷 공간에서 “안전”을 성취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상에서 유통되는 표현물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삭제가 가능한 불법정보라고 하기보다는 개인의 사상이나 의견으로 작성된 콘텐츠들이다(불법정보에 관해서는 오픈넷의 관련 글참조) . 개인의 사상은 정치적 신념, 성별 혹은 젠더, 사회적 지위, 경제적 배경 등이 교차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뜻하지 않게 혹은 의도적으로 고정관념을 강화하거나 혐오를 전달한다. 이와 같은 표현물들은 불법정보가 아니므로 유해하거나 불쾌감,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더라도 강제로 삭제할 수 없다. 고정관념이나 혐오를 강화하는 정보는 소수집단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 정보들이 여과없이 유통될 때 취약계층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그렇기에 특정 집단이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안함은 합리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특정 집단의 소수자성과 취약성은 물론이고 특정 표현물에 대한 판단은 판단 주체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게임은 학부모들에게는 유통을 금지해야 하는 해악일 수 있으나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유일한 해방구일 수 있다. 또 중2병이라는 표현은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을 폄하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 표현도 누군가에게는 유해한 고정관념이 될 수 있다. 성노동자라는 표현은 어떤가? 성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중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인정받고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당함과 강간 등을 포함하는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성노동자라는 단어를 쓰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성노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 전반에 대한 모독이라며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의 다양한 정체성을 세심하게 고려한다면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조성한다는 목표 자체는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일지도 모른다. 인터넷 규제의 부작용 인터넷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을지라도 한국은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규제에 적극적인 나라였다. 2000년대로 진입하자마자 인터넷 사이트에 등급을 부여하는 “인터넷 내용등급제”의 법제화가 시도되었으나 2002년 제도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3년에는 당시 한나라당을 시작으로 악성댓글, 명예훼손, 허위 사실 유포 등에 대한 통제를 이유로 인터넷 실명제 법안 도입 논의가 시작되었고, 2006년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로 정보통신망법이 개정되면서 인터넷 실명제가 통과 되었다. 2012년 위헌 판정을 받아 제도는 폐지되었으나 인터넷 게시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실명제 도입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2008년 이후에는 사이버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확대, 인터넷 이용자 규제강화, 허위사실 유포시 처벌 등 인터넷 게시글이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포털 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형법 개정안과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기본법 등의 개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인터넷 실명제 이전과 이후의 글게시 행위와 게시글 및 댓글의 내용을 분석한 우지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실명제 실시 이후 게시판에서 게시글과 댓글의 숫자가 감소했고, 삭제한 글의 빈도도 늘어났다”고 한다. 반면 “글을 쓰는 아이피의 숫자가 줄어들어 게시판 참여자의 숫자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실명제의 실시가 “글게시자들의 글쓰기 행위를 광범위하게 변화시키면서 다소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는 “실명제의 도입으로 얻고자 한 효과가 부분적으로 검증되었다”고 우교수는 결론 내렸다. 단 한 편의 연구로 전체를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규제가 안전을 보장한다고 확답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증명한 연구라고는 할 수 있겠다.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규제 요구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먼저 힘 있는 자들의 권력 남용으로 악용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2024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유통되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영상을 차단하고 여당과 대통령실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제작자와 공유자를 고소해 경찰이 틱톡 한국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제작자와 공유자를 추적한 뒤 수사 중에 있다. 인터넷상의 표현물에 대한 규제 요구는 엉뚱하게 사회적 약자들을 억압하는 화살로 되돌아오기도 했다. 가부장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여성들이 고안한 전략인 미러링에 대한 거센 비난이 있었고, 손가락 이미지가 “불순한 의도”를 담았다는 억지 주장에 이미지 제작에 관계되었던 여성들이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게 된 사건들도 떠올릴 수 있다. 또 2019년 형법상의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후 식약처가 임신중지약 도입을 미뤄 여성들의 안전한 임신중단 권리가 침해된 상황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약사법 위반을 이유로 임신중지약을 배포해왔던 위민온웹의 접속을 차단했다. 위민온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헌법불합치 판결로 현재 한국에서 임신 중단을 원하는 여성은 아무런 제한 없이 수술로 임신중지를 할 수 있고’, ‘위민온웹은 ’대한민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약사가 약을 배포해서는 아니 된다는 약사법의 조항을 위반해 약을 배포하고‘ 있으며, ’해당 사건의 의약품이 유통될 경우 그 오남용으로 인해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웹사이트 차단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법원은 WHO가 안전성을 입증한 임신중단유도제가 아니더라도 시술을 통해 제한없이 임신중단을 할 수 있으며, 국민보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위민온웹의 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결 방안은 있을까?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먼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 문제시되는 표현물 유통 규제에 급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사회적 개선이 필요하다. 삭제를 우선시하기보다는 차별과 편견, 해악을 발생시키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인터넷은 물론이고 모든 매체는 그 사회의 지배적인 문화와 가치를 반영한다. 따라서 주류 담론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인터넷상의 게시물을 아무리 삭제한다고 해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게시물들은 끊임없이 다시 올라올 것이다. 부정적인 게시물 알고리즘 증폭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개발할 것을 플랫폼에 요구해야 한다. 대안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도 방법이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리의 사상을 다섯 개 남짓한 플랫폼에 맡기고 있다. 소수의 기업에게 우리의 사상을 재단할 권리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어떤 정보들이 삭제되었고, 어떤 정보들이 삭제되지 않았는지를 리포팅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도 유효할 것이라 본다. 이와 같은 요구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그들의 대응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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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정보라고 다 똑같은 허위정보가 아니니까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허위정보의 통로이자 제작자인 ‘디지털 기술’ “코로나 바이러스가 폐로 가기 전까지 목에서 4일간 머문답니다. 이때 기침이 나오고 아프니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주고 소금물이나 식초로 가글을 해주면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고 하니….”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모두들 비슷한 메시지를 받은 적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친척 단체대화방에서 이 글을 봤다. 평소에도 어디서 퍼온 듯한 각종 건강 정보나 보이스피싱 주의사항이 공유되곤 하는데, 그런 차원의 ‘복붙’ 공유로 받아들였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 이 정보를 믿었던 한 교회에서는 예배 전 소금물 분무기를 사용해 입 안을 소독, 이것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공기 중에 퍼트리는 바람에 집단 감염이 되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엔 소금이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낭설이 널리 퍼져있었다. 디지털 기술이 허위정보를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에서 나타난 사례였다.  디지털 기술은 허위정보를 더 빨리, 더 멀리 확산시키는 일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허위정보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딥페이크(deepfake)’다. 딥페이크는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 사람 이미지(사진, 오디오, 비디오 등)와 그 기술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만들어낸’ 이미지란 의미가 강한데, 특히 사람의 얼굴이나 특정 신체 부위에 이미지를 합성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최근 논란이 된 ‘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에서 쓰인 그 기술이다. 해당 사건 피의자는 대학 동문 등 여성의 졸업사진 또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성범죄물으로 만들어 소지하고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이 사건으로 제작·유포된 디지털성범죄물은 각각 100여건·1700여건, 확인된 피해자만 61명으로 확인된다.   공존하는 장단점, 문제와 해결방안도 복잡 여느 기술이 그러하듯 디지털 기술 또한 순기능과 역기능이 공존하는 셈이다. 디지털 기술(컴퓨터 기술)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보다 쉽고 빠른 계산과 논리 전개를 기대했고, 그 위에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술이 얹혔을 때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을 기대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사용되면 될수록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상에 수많은 개인정보가 수집되고 저장되면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일어났고 사이버 환경에서 가능한 해킹, 피싱, 랜섬웨어, 스팸메일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범죄도 증가했다.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이나 폭력 또한 온라인에서 그대로 재현되었고, 온라인에의 과도한 의존은 디지털 중독과 정신 건강 문제로도 이어졌다. 위에서 언급한 허위정보와 사이버 범죄물의 손쉬운 확산도 대표적인 디지털 기술의 악영향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방책,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만 해도 디지털 기술의 존재가 두 허위정보의 제작 및 확산을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을 뿐, 근본 문제 원인으로 볼 만한 것은 수도 없이 많으며 당연히 제시할 수 있는 해결방안 또한 다양하다.  미디어의 역할, 사회적 인식 변화 모두 필요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허위정보 유통, 이른바 ‘인포데믹(Infodemic·‘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은 크게 다섯 가지 특징을 보인다(이완수, 2021). 1) 건강과 관련된 이슈에 집중되어 불안과 공포가 더욱 커보인다는 점 2) 그러다 보니 공포 심리를 타고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낳는다는 점 3) 그러한 양상이 소셜미디어(뉴미디어)와 전통미디어 모두에 의해 확산된다는 점 4) 동일한 정보에 반복 노출되다 보니 부정적 정서가 물결처럼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물결 효과·ripple effects) 5) 오히려 정보가 과잉돼 정보 진위 여부를 더욱 알기 어렵다는 점 등이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사회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는 존재다. 미지의 영역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결국 허위정보 확산을 더욱 부추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정확한 사실인지,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일일 것이다. 이는 정부, 언론, 시민사회 모두의 역할이다. 특히 인포데믹 상황에서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 모두 허위정보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전통미디어의 경우 코로나19 발생에 대해 보도 과열 양상을 보이거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나 표현을 사용하여 사람들로부터 과도한 위험 감정을 이끌어냈다(김경희, 2020; 김태종, 2020). 소셜미디어의 경우, 현재에는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소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허위정보 확산의 핵심 매개체가 된다. 전통미디어의 보도 양상 수정,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으로서의 책임 제고가 해결책으로 뒤따른다. 딥페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물의 경우 더욱 근본적인 문제, 즉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주 원인이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은 ‘기술매개 성폭력’이라는 표현으로 정의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여성 대상의 성적 공격 행위를 뜻하는 이 용어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 사건, 버닝썬 사건, 성관계 불법촬영, 카카오톡 또는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이용한 성희롱 등이 포함된다(김애라, 2024).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 부족 또한 따라붙는 문제다. 디지털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고, 이를 취재·보도해서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언론의 문제 인식 수준 또한 낮다. 서울대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을 MBC 단독 보도 이전부터 보도한 독립언론 ‘셜록’의 기자는 처음 제보를 받게 됐을 때 든 생각을 묻는 인터뷰 질문에 “굉장히 질 나쁜 범죄지만, n번방 사건과 같은 충격을 주는 사건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단순히 사건만 보도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라고 답했다(물론 이후 반전되는 대답을 했다! 글을 끝까지 봐달라!).  기존 저널리즘에서 말하는 ‘뉴스 가치(news value)’ - 흔히 영향성, 시의성, 근접성, 일탈성, 희소성, 화제성 등등 - 가 떨어지는 아이템이라고 보았다는 의미이다. ‘그다지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와 같은 시각이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물 제작과 유포의 핵심 원인이자, 사회적 문제라고 정의되기 조차 힘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낼 다양한 영역에서의 변화 - 법, 제도, 교육, 문화 등 – 가 동반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중요한 점은 셜록의 기자가 이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건을 취재하고, 셜록 내외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 셜록 고문 변호사의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히 파급력을 기준으로 사건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 조언해줬다. 딥페이크 사건은 피해를 경험하지 않은 남성들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중략) 내가 처음 가졌던 생각, 딥페이크 범죄를 가볍게 여기는 것 자체가 사건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었다.” 마지막 문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에게 ‘디지털 안전’이란 무엇인가요? 디지털 생태계의 안전은 복잡한 사회 문제만큼이나 단순하게 성취되지 않는다. 간단하게 스위치 하나 눌러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별 사안마다 문제 원인을 뜯어보고 각각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자 바라는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안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논의하는 것이라고 본다.  안전의 반대말을 위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디지털 세계를 살아가면서 무엇으로부터 위험을 느끼는가? 현대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위험사회’를 제시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이란 것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고 사회의 맥락 속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찰적인 근대성’을 제시했는데, 쉽게 말해서 대중들이 더 많이 말하자는 주장이다. 기존 근대에선 국가와 전문가가 위험을 포함한 모든 제도를 독점하고 대비했다면, 성찰적 근대에서는 시민들이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면서 벡은 ‘하위 정치(sub-politics)’의 필요성, 사회 운동을 통한 일반 공중의 조직화 등을 구체적 예로 들었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자신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조심스럽게 올린다고 한 적 있다. 자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쉽게 추적될까봐 그러하다는 설명과 함께. 또 어느 날 누군가는 자신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잘 안 걸어둔다고 했고, 또 누군가는 유튜브 섬네일에 아주 큰 글씨로 과도한 표현이 쓰여 있으면 눌러보지 않는다고 했다. 다들 이러저러한 디지털 세계에서의 위험을 체감하고 있는 듯 했다. 당신이 원하는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안전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떠한 디지털 세계를 바라는가?   김경희. (2020, 2, 13). 한국 언론 ‘코로나19’ 보도 어땠나···“과장·추측성·생중계식 보도 안 돼”.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8127.html 김애라. (2024). 2024 한국여성학회 춘계학술대회 : 기술매개성폭력의 ‘실질적’ 피해와 그 의미. 참조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681.html 김태종. (2020). 뉴스 빅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언론보도 분석: 토픽모델링 분석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20권 5호, 457-466. 윤수현. (2024, 5, 30).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 MBC ‘단독’ 이전에 셜록이 있었다. <미디어오늘>.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332 이완수. (2021). 코로나 19 “인포데믹” 현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커뮤니케이션학과 행동과학의 통합 적용. <커뮤니케이션 이론>, 17권 3호, 306-375.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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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직후의 동물을 보호하게 됐어요, 무엇을 해야하나요? [사단법인 네발친보호소]
다양한 장소에서 구조된 동물들은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공격성을 보이거나 탈출을 시도하는 등 뜻밖의 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구조 동물의 이상 행동으로 인해 구조자·임시 보호자·입양자는 의도치 않게 구조 동물을 불의의 사고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이에 구조 동물이 충분한 안정을 찾고 바뀐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조견은 구조한 순간부터 공감 능력이 생기지 않습니다.호의적으로 다가가는 것일지라도 구조견은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 어떠한 행동을 할 지 모릅니다. 구조견이 당신의 품에 들어왔다면, 이 매뉴얼을 반드시 지켜주세요.  [구조 직후부터 구조자·임시 보호자·입양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1️⃣ 구조 직후 병원으로 이동하기구조견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어 어떠한 외상/내상이 있을지 모릅니다. 때문에 기본 검진과 전문가의 수의학적 소견이 필요합니다.구조 직후에 즉시 병원으로 이동하여 기본 검진과 전염병 키트 검사, 치료 및 반려동물 등록을 실시해 주세요.반려동물 등록은 입양자가 아니더라도 필수입니다. 동물 등록 명의는 추후 변경이 가능하오니, 구조 직후 병원 방문 시 기본 검진과 함께 진행해 주세요. 2️⃣ 산책 금지구조견에게 목줄과 하네스란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포감을 줄 수 있는 낯선 물건입니다.그러므로 목줄 또는 하네스를 착용한 채 낯선 사람과 외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입니다. 구조견은 기회를 노리고 전력을 다해 도망치려 할 것이며, 순간적인 힘으로 목줄/하네스에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구조 직후부터 최소 2개월간 산책을 금지해 주세요.*구조견의 성향마다 다를 수 있지만, 공감 능력이 생기는 기간입니다. 다만, 구조견에게 산책 금지 기간 동안 목줄을 채워주세요.가려워하고, 불편해하고, 잘 움직이지 못해도 목줄을 채운 채로 생활하게 하여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자신에게 위협을 줄 것 같던 물체를 몸에 장착해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집 안에서 며칠간 배변, 배뇨를 하지 않더라도 절대 산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 구조견이 주눅 들어 있다거나, 답답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도 절대 산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구조견이 적응을 한 것 같아 보여도 절대 산책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산책 금지 기간 중 병원 이동이 필요할 시에는 켄넬을 이용해 주세요. 켄넬에 구조견을 넣고, 꺼내는 것도 반드시 실내에서 진행해야 합니다.켄넬 또한 구조견에게 매우 낯설고 위협적인 물건이기에 이동 중에 켄넬 문을 여는 것은 순간적으로 탈출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동 중 켄넬 문을 열지 마세요.산책 금지 기간인 2개월이 지난 후, 첫 산책 시에는 무조건 목줄과 하네스 두 개, 리드줄 또한 두 개를 착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처음 산책은 간단하고 짧게 진행해 주세요. 구조견이 좋아한다고, 잘한다고 해서 장거리, 장시간 산책을 하는 행위 또한 위험합니다. 산책 예절 훈련은 차후 진행해도 될 사안입니다.실내에서 생활하는 동안 야외에 무뎌졌을 구조견에게 산책은 새로운 자극이 됩니다. 새로운 자극으로 인해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짧게 산책하고 차차 거리를 늘려나가야 합니다. 3️⃣ 문 개폐 시 긴장 유지구조견은 낯선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바깥으로 드나드는 문을 주시할 것입니다. 따라서 현관문을 여닫을 시에 구조견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구조견과 몸을 마주 본 채로 나가주세요.들어갈 때도 구조견이 돌발적으로 빠져나갈지 모르기에 몸을 최대한 숙여 방어 자세를 유지한 채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펜스 또는 중문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지나친 관심 자제자신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구조견에게는 굉장히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구조견을 마구 만지거나, 주의를 끌기 위해 큰 소리를 내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자제해주세요.구조견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행동하다 보면 호기심에 먼저 다가올 것입니다. 그때부터 스스로 보호자의 냄새를 맡게 하고, 아주 천천히 손을 내밀어주세요. 구조견의 행복은 보호자의 인내심과 끈기에 달려있습니다.잠깐의 행복을 주려다, 영원한 불행을 안겨주는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랍니다. 공유 부탁드립니다.이 캠페인이 널리 알려져 의도치 않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구조견 #유기견 #유실견 #구조 #주의 사항 #임시보호 #입양 #동물보호단체 #동물권혁명 #캣치독팀 #음지에서양지로 #네발친보호소 #공유 #리그램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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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소네트 2024> 연극
<셰익스피어 소네트 2024> 연극 06.23.24 이번 연도 첫 연극으로 <셰익스피어 소네트 2024>를 보게 되었다.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난 시점에서의 첫 연극이라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가서 설레는 마음 가득 앉고 안산으로 갔다. 연극을 예매하면서도 신기했던 건, 걸어가면서 연극이 진행된다는 점과 연극의 시작과 끝이 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연극은 앉아서 무대를 바라보기 때문에 걸어가는 방식이 독특하게 다가왔다. 또 실내 공연장이 아닌, 야외를 장소로 삼았다는 점도 새로웠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75% 확률로 온다는 소식에 걱정과 기대로 뒤섞인 상태로 안산을 향해 갔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구름을 조금만 눌러도 비가 내릴 것 같았다. 고잔역에서 천천히 걸어가, 출발 장소인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입구에 도착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 살짝 당황스러웠다. 정말 이 나무 밑에서 모이는 게 맞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이 아무도 안 오길래 더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메시지에 보낸 사진과 같은 장소였고, 작은 노란 천막이 있어서 그곳에서 기다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연극은 한 명 또는 두 명을 위한 연극이었다. 동행할 배우 한 분과 관객은 한 명에서 두 명이라니. 이런 연극은 진짜 처음이다. 연극은 생명안전공원 부지에서 시작해 안산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서 끝났다. 배우님은 연기를 하시기보다는 나레이션으로 상황을 묘사하고 설명해 주셨다. 연극은 생명안전공원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월호참사 5주기에 생명안전공원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세월호참사 9주기에는 안산시민들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지금 세월호참사 10주기에는 생명안전공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을 진행해 주신 배우님은 생명안전공원은 애도할 수 있는 공간, 슬퍼해도 괜찮은 공간, 느끼는 감정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꺼번에 사라진 304명을 증명하고 실재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라고 했다. 공원의 가장 중요한 장소를 ‘봉안당’이라 한다. 빛과 그림자,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대부분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이다. 삶의 일부인 죽음을 우리는 떼어놓고 있지만, 어쩌면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단한 공원의 설명이 끝나고 우리는 배우분을 따라 길을 걸었다.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를 영상으로 담아보았는데, 영상첨부가 안 되어서... 아쉽게 올리지는 못했어요...) 걷다 보니, 메아리처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한 스피커에서 여러 명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리고, 애타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리고 있다. 다양한 감정과 톤으로 이름을 부르는 걸 들으니,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 이름이 불리고 있다는 것. 그건 그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 아닐까. 그리고 어쩌면 이 공원이 이들을 존재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304명의 이름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이러한 질문들이 계속 들었다. 풀밭 속에서 걷다가,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가족들이 함께 산책하러 나오기도, 애인과 운동하러 나오기도, 반려견과 걷는 사람들도 있었다. 신호등도 지나고, 학교도 지나고, 아파트도 지나 체육관에 도착했다. 일상이 무대인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곳은 체육관이다. 텅 빈 체육관에는 책상과 의자뿐이다. 책상에는 시와 간단한 안내가 붙여져 있고, 시가 스피커로 낭송된다. 낭송이 끝난 다음에는 연극을 관람하는 우리가 읽어야 했다. 그다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이 시를 읽는 게 스피커로 틀어졌다. 도돌이표 노래하듯, 계속 반복되고 마지막에는 낭송하는 우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관람자는 연극에서 배제되어 있기 마련인데, 관람자 또한 연극에 포함이 되는 게 색달랐다. 시의 내용은 배우자가 처음에 생명안전공원을 설명했었을 때 쓴 표현이 들어간다. 시의 제목은 나무이고, 내용은 모두의 복음자리이던 나무가 베이게 되는 것에 대한 감정과 생각이 담겨 있다. 시는 모두에게 이로웠던 나무를 베어 넘기려는 나무꾼과 그러한 나무꾼을 말리지 않는 우리에 대해서 의문을 제시한다. 마지막에는 추억을 지키기 위해서는 밑동만 남았을지언정, 끌어안으라고 한다 나에게 이 시에서 가리키는 나무는 304명의 희생자 같았다. 누군가에게 보금자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누군가와 함께 웃고 웃었을 사람들이었다.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지만, 그들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끌어안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간이 생명안전공원이라고 들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사, 죽음, 어둠, 그림자를 멀리하고 불미스럽다고 여긴다. 하지만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것. 결국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연극은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연극치고는 짧았지만, 큰 여운이 남는 연극이다. 색다른 장소와 장치의 역할과 의미가 궁금해지고, 시가 계속 맴돈다. 연극 소개는 이 링크를 타고 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eum.or.kr/user/show/view.do?idx=1377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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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국제 심포지움] 세월호참사 10년,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말하다
[4.16 국제 심포지움] 세월호참사 10년, 진실 책임 생명 안전을 말하다 국제 심포지움 개최 4.16재단,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참여사회연구소는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아 6월 20부터 21일간 4.16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움은 국내외 재난참사 이후의 양상을 비롯하여 세월호참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과 사회의 변화 등을 살펴보고 생명과 안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자리이다. 시민과 함께 걸어온 1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시간을 함께 계획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국제 심포지움 1일차 일정 6.20 (목) - 개회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 김종기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상임위원장 오혜란 4.16연대 공동대표 - 기조발제 재난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 더글러스 러미스 오키나와 국제대학 교수, 래디컬 데모크라시 저자 박래군 4.16재단 운영위원장 - 세션 1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보장 현황과 과제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센터장 박희정 인권기록센터 ‘사이’ 기록활동가 김민환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부교수 시모무라 세이지 아카시 육교 압사 참사 유가족 앤 에이어 힐즈버러 참사 생존자, 집단 트라우마 센터 공동센터장 - 세션 2 애도와 기억의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 정원옥 문화과학사 문화사회연구소 대표이사 이태호 세월호참사 10주기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옐레나 왓킨스 911테러 참사 유가족, 집단 트라우마 센터 공동센터장 강희숙 조선대학교글로벌인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인문학연구원 재난이문학연구사업단장 4.16 국제 심포지움 중 1일차 오후 1시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다. 기조발제는 세월호참사 10년 후와 안전을 외면하는 국가를 넘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두 발제자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기조발제에서 더글러스 러미스님의 말씀 중 “We have a life to live in equal”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 뒤, 세션 1과 세션 2가 진행되었다. 세션 1은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보장 현황과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총 5발제 중 2발제는 국외 재난 참사, 3발제는 국내 재난 참사로 다양한 사례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센터장 유해정님의 세월호참사 피해자 운동과 재난 피해자의 권리에 대한 발제가 진행되었다. 유해정님은 세월호참사 전과 후로 대한민국의 재난참사가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세월호참사 전에는 개개인 혹은 지역으로 범위가 작았다면, 세월호참사 이후에는 전국민적 범위로 커졌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생중계로 전달되었다는 점을 짚으셨다. 재난참사가 전국민적인 트라우마로 커지면서 재난참사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 많은 것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종자가 아닌 미수습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국가가 수습을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피해지역이라는 단어가 생성되기도 했고, 피해구제가 아닌 피해자권리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다. 전국적인 움직임은 재난피해자권리센터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세월호참사를 넘어서서, 국내 9 재난참사 피해자와 함께하고 있다. 현재까지 센터에서는 피해자 권리 개념화, 피해자 권리 매뉴얼 작성, 재난피해자 지원, 재난피해자권리인식교육 등 다양한 곳에서 활약을 보인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아직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들이 있고, 8번째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후퇴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앞으로 보장받지 못한 피해자 권리와 퇴보하고 있는 현상을 되돌리기 위해서 힘을 쓴다고 하셨다. 세월호참사 이후부터 기록활동을 하게 된 인권기록센터 ‘사이’ 기록활동가 박희정님이 두 번째로 발제했다. 박희정님은 10년간 세월호 유가족들의 활동을 정리하고 활동으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활동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눌 수 있다. - 시민과 피해자 세월호참사 초반에는 서명운동, 진실버스, 도보행진으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시민과 대면하면서 시민-유가족의 결속력이 높아졌다. 특히 광화문 세월호 농성 천막을 중심으로 결속력은 급속하게 단단해졌다. - 문화예술활동과 피해자 문화예술활동은 다양한 벽들을 허무는데 기여했다. 416공방은 함께 만들고 대화를 하면서 유가족들이 마음을 열고,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었다. 또한 대화는 생존자가족과 유가족간의 관계가 개선하기도 했다. 노란리본연극단과 416합창으로 시민들을 만나게 되면서 피해자다움 즉, 피해자는 슬퍼야하고 우울해야하고 화나 있어야는 선입견을 깼다. 416목공협동조합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목공품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참사를 기억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꿈숲학교, 전시회 등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 기록하는 피해자 참사 초기부터 정부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기록을 없애려는 행동들을 해왔기 때문에, 유가족들은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자료실을 만들어서 세월호참사와 관련된 기록들을 보관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록을 보관하기 위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쌓아놓는 기록이 아닌 읽히는 기록”을 만들고 싶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그렇게 재난피해자의 기록이 담긴 책, 「502번의 금요일」이 출판되기도 했다.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부교수 김민환님은 기억공간의 달라진 형태와 생명안전공원의 형성 과정에 대해 발표해주셨다. 세월호참사 전의 기억공간은 정해진 장소에서 일시적으로 기억한다는 의미와 가까웠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기억공간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전과 같은 방식의 기억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많은 고비를 거쳐야 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세월호 추모공원 건립 계획이 확정되어서, 추모공원에 대한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워크샵에서는 추모공원에 대한 시민 지침서를 만들었고, 거의 대부분의 의견이 반영이 되었다. 건립 계획은 확정되었지만, 안산시와 약속한 10주기 건립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민환님은 생명안전공원 건립이 잘 이루어지길 바라며, 계속 힘을 쏟는다고 하셨다. 세션 1의 마지막 두 발제는 국외 재난참사 유가족과 생존자의 이야기다. 아카시 참사 유가족 시모무라 세이지님과 힐즈버러 참사 생존자 앤 에이어님이 이번 국제 심포지움을 위해 먼 발걸음을 해주셨다. 시모무라 세이지님은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난참사에 대한 대한민국의 활동에 놀라셨다고 한다. 지역 콘서트나 강의를 진행하기는 했지만, 유족들이 모여서 추모식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는 ‘기억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한국에서의 활동을 많이 본받아야겠다고 밝히셨다. 시모무라 세이지님은 유족지원과 피해자지원을 위해서 오랫동안 싸워, 유족지원센터를 만들게 되는 과정을 이야기해주셨다. 정부에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된 상태에서 유족지원이 가능하게끔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또한 그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1년간 유족지원에 대한 유가족들의 의견을 취합해 반영했다. 유족지원센터가 건립이 되었지만, 해결할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계속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발제를 끝내기에 앞서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강조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말씀하셨다. 앤 에이어님은 힐즈버러 참사가 영국에서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하셨다. 힐즈버러 참사는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태원 참사처럼 참사피해자의 잘못으로 비난받았고,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었다. 다행히 20주기 추모제에 참여한 의원의 관심을 계기로 참사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앤 에이어님은 세 가지를 알게 되었다고 했다. 1. Be careful what we wish for. Because truth did not make me better. 2. Truth does not bring justice, but without truth there is nothing. 3. Truth is precious for wide well being of society. 진실은 밝혀졌지만, 진실이 바로 정의를 실현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실이 없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 전반의 안전을 위해서는 진실이 꼭 필요하다고 하셨다. 앤 에이어님은 집단 트라우마 센터 공동센터 공동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피해자권리에 대한 투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이다. 5분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세션 2가 진행되었다. 세션 2는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애도할 것인가에 대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911테러 참사 유가족 옐레나 왓킨스님은 온라인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옐레나 왓킨스님은 외국인 유가족으로 정보가 부족해서 참사 당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렇게 옐레나 왓킨스님은 영국 내에 유가족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고, 공동체 재난 대응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옐레나 왓킨스님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념관 및 박물관에 유족 물품과 사진을 기부했다고 한다. 그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지만,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했다고 의사를 밝혔다. 옐레나 왓킨스님은 집단 트라우마 센터 공동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문화과학사 문화사회연구소 대표이사 정원옥님의 발제가 있었다. 정원옥님은 비당사자 운동이 세월호참사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처음 일어났다고 한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사회운동의 주변부에 있던 이들이 중심이 되었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평범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었다. 반면에 혐오 발언이라는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하셨다. 정원옥님은 혐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당사자성을 넓혀야 한다고 했고, 애도와 정동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동 : 감정은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것이라는 이론 /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이론 마지막으로 이태호님과 강희숙님의 발제가 있었다. 재난이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는 리베카 솔닛의 해석으로 재난의 파괴적인 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재난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 1일차 4.16 국제 심포지움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1일차와 2일차 국제 심포지움은 유튜브 생방송으로도 진행이 되었으니, 아래 첨부된 영상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이번 국제 심포지움을 계기로 앞으로도 더 많은 장이 있기를 바란다. 4.16 국제 심포지움 1일차   4.16 국제 심포지움 2일차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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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씨앗, 자녀의 사생활을 공유하는 셰어런팅 [함께 디지털 안전]
0. 들어가며 제 인스타 돋보기 탭에 들어가면 귀여운 강아지들과 아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볼 수 없는 것 시대라고들 하지만, 핸드폰을 열면 수많은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여러 아이의 랜선 이모가 되어 열렬히 아이들을 응원하고 애정하고 있습니다. 때론 아이들의 순수한 말들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엉뚱한 아이디어로 소리 내 크게 웃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밈이 되어 친구들과의 대화 때에도 종종 사용하죠. 비혼에 대해 열려있는 우리 세대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아- 나도 결혼해서 저런 아들, 딸 낳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리고 항상 그곳에는 출산 장려 홍보 영상으로 넣어도 손색없는 행복한 가족이 보이죠. 그런데 얼마 전, 제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다니게 만들었던 영상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한 아이가 길에서 자신에게 “너 인스타그램에서 본 적 있어~”라는 말을 듣고, 엄마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나는 호주, 필리핀, 미국만 가봤는데… 엄마! 우리도 인스타그램 가보면 안 돼요?” 아직 인스타그램의 존재를 모르는 아이가, 인스타그램을 현실 세계 공간으로 인식하여 나타난 귀여운 영상이었죠. 이 영상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다며 이름을 불러 아이를 유괴할 수도 있지 않을까…? 1. 셰어런팅(Sharenting)이란? 셰어런팅(sharenting)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성한 말입니다. 주로 양육자가 아이의 일상을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서비스 등에 올리는 것을 뜻합니다. 사진과 영상 등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에 올리는 것도 포함하지만, 더 큰 범위로 보았을 땐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거나 친인척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리는 행동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셰어런팅을 하는 부모를 ‘셰어런츠(sharents)’라고도 부릅니다. 셰어런팅은 영국의 일간지[가디언]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그들은 셰어런츠는 소셜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활발히 참여한 사람들이며, 낯선 사람과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기에 셰어런팅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셰어런팅,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맞습니다. 아동 권리 보호 비영리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2021년 11살 이하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주기적으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고 합니다. 자녀가 만 5세 이하일 경우에는 89%에 가까운 부모가 셰어런팅을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자녀가 만 5세 이하일 때 셰어런팅이 두드러지게 일어나는 것입니다. 주기적으로 자녀의 사진을 올리는 84%의 부모 중 42.7%는 일주일에 1회 이상 자녀의 사진 등을 게시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혹은 글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자녀의 의사를 구하거나 이해를 구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4.6%로, 게시 경험을 가진 부모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의 정보가 담긴 SNS 게시물을 어떻게 공개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 결과를 보면, 전체 공개로 설정한 부모님은 35.8%로 나타났습니다. 친구(팔로워) 공개로 설정한 부모님은 47%이고, 선택한 일부 사람만 공개하는 경우는 12.4%입니다. 또한, 비공개로 설정한 부모님은 3.8%에 그쳤습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에 처음 시도된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셰어런팅의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부모님만이 알고 있는 아이의 엉뚱함과 귀여움을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담아, 많은 랜선 삼촌 이모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런 개방성과 함께 쉽고 빠르게 게시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자, 일반인들 또한 ‘나만 아는 우리 아이의 귀여움’을 보여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미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육아스타그램’이 약 4,600만 게시물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셰어런팅을 통해 자연스레 육아 정보를 나누기도 하지만,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2. 지금 당장이 아닌, 미래의 문제 : 셰어런팅 셰어런팅을 하는 즉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셰어런팅으로 인해 미래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널리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울리는 사진과 영상들은, 게시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관심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더 큰 관심을 받아 불특정 다수에게 닿게 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과 닿게 되거나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로 보게 되었을 때 문제가 종종 발생합니다. 셰어런팅의 두 가지 큰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자녀의 의사 반영의 어려움 이것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어린아이들은 당연히 의사를 묻지 않고 사진 및 영상을 올리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초등학교 이상의 아이들도 완전히 의사가 반영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한 영상을 보았는데요. 부모님께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유튜브에 얼굴 공개를 해도 괜찮겠냐, 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이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을 것 같다, 는 말을 남겼는데요. 과연 아이가 미디어로 인한 결과를 모두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온라인에 정보를 쌓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이 SNS의 역기능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추기란 어렵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 본인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공개된 아이의 얼굴은 인터넷 ‘곳곳에서’ ‘누구나’ 볼 수 있게 되죠. 2) 자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퍼지는 범죄 악용 도이치 텔레콤이라는 독일 회사의 공익 영상 하나를 같이 한 번 볼까요? SNS 돌아다니는 어린아이 ‘엘라’의 사진에 AI 기술을 접목해 성인이 된 ‘엘라’가 부모님께 영상 편지를 쓰는 영상입니다. 성인 엘라는 부모님이 사랑으로 올린 사진들이 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미래를 horrible future라고 일컬으며 여러 사례를 보여줍니다. 1. 엘라가 행한 일이 아님에도, 범죄에 연루되어 감옥에 간다.2. 영상의 목소리가 스캔 되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다.3. 학교에서 밈이 된 나의 영상들로 굴욕을 받는다.4. 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에 엘라의 얼굴이 합성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의 이름은 물론이고 사진에 보이는 것들로 사는 곳과 학교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제 책가방에 달린 이름표를 보고, ‘네가 서희구나~ 나는 서희 아빠 친구야.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라는 말로 저를 데려가려고 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 어머니는 그 이후 학교 가방이나 명찰을 전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저처럼 악의적으로 아이에 대한 정보를 파악 후 아이에게 접근한다면, 아이는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가 호주 소아 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 사진이었습니다. 부모가 올린 사진·영상이 추후 범죄에 악용되었던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한국에서 2021년 10월 한 범죄자가 SNS에서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9세 여아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구속된바가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SNS 유료 구독 기능을 통해 미성년 자녀를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걸며,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서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되었다는 사례가 드러났습니다. 메타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유로 구독 콘텐츠에는 비키니 차림의 어린 여자아이 사진들도 포함되었으며, 해당 이미지에는 성적인 댓글이 달렸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인스타그램의 자동 추천 알고리즘이 아동 모델 계정의 구독을 소아성애 성향의 이용자에게 추천하고 있는 점입니다. 3. 셰어런팅에 의한 문제를 막기 위한 노력 1) 잊힐 권리, 개인정보보호법 2021년 3월 국제연합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 프라이버시권을 ‘디지털 환경에서 보장해야 할 아동의 권리’로 규정하였습니다. 유럽연합에서는 17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잊힐 권리’를 명시합니다. 잊힐 권리는 2014년 유럽연합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에 따라 생긴 단어입니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정보통신망법 제 44조의 2항에서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온라인 상에 노출되고 있는 자신의 각종 개인정보를 삭제 요청 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3년부터 국내에서도 ‘아동 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 24세 이하 대한민국 국민은 개인정보 포털 ‘지우개’ 서비스에서 본인이 작성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를 신청할 수 있고, 본인이 쓴 게시물이 아닐 경우에 대한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셰어런팅의 위험성을 양육자, 지역기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기관 등에 교육하는 것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근본적으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이나 제도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22조 6항은 아동 개인정보 수집 시 법정대리인 동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본인이 개인정보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동·청소년이 ‘보호’ 대상일 뿐, ‘권리 보장’ 인식이 미흡한 것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하는 대상을 더욱 넓히고, 연령대별 세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도화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2) 아이의 성적 대상화 규제 자극적인 게시물과 영상 대상으로 수익 창출하는 것을 규제하고 임의로 삭제해야 합니다. 이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플랫폼이 많은데요. 페이스북은 유아의 알몸 이미지가 발견되는 즉시 임의로 지우고, 허락 없이 사진을 퍼가서 올리면 삭제 요청이 가능합니다. 유튜브는 침실, 욕실에서 미성년자를 촬영하거나 개인 신상이 노출된 영상을 게시하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경도가 심할 경우 일부 기능이 중지되기도 합니다.  3) 인식 개선의 필요 자녀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을 때 이후의 내 아이가 싫어하지는 않을지, 게시함으로써 부정적인 작용이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이 아주 필요합니다. 이미 엄마가 SNS에 자신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를 위해서라도 자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서로 얘기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이가 어려 의사를 확인하기 어려우면 보수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단 양육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도 셰어런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고자 할 때, 그것의 의사를 콘텐츠 제공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후 콘텐츠 제공자가 게시물을 삭제하더라도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스크린 캡처나 영상 저장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4) NGO의 '셰어런팅 가이드라인' 콘텐츠 제공자의 입장에서 셰어런팅의 가이드라인입니다. 대부분의 기관들에서는 아이의 의사를 묻는 것을 시작하여, 아이의 개인 정보는 최대한 가린 채 게시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외에도 게시물을 주기적으로 삭제하거나, 개인정보 보호가 지켜지고 있는 확인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유니세프의 셰어런팅 가이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5. 나가며 2018년 BBC 보도에 따르면 영국 바클리 은행은 "2030년 말까지 청년들이 직면하는 신원 사기(identity fraud) 중 3분의 2가 셰어런팅에서 비롯되고 매년 피해액은 6.7억 파운드(한화 약 1.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할 수 있는 ‘아동’에 한정해 글을 작성하였지만, 이것은 아동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SNS에 올리고 있고 그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무한히 뻗어 나갑니다. 이에 대한 피로감을 표현한 일부 Z세대들은 폐쇄형 SNS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SNS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인터넷 트래킹으로 나의 욕구들을 파악하는 상황에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합니다. 최근 오픈 AI와 앤트로픽이 Rrobot.txt로 데이터 크롤링을 거부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도 무시하거나 우회해서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반 개인 사용자들은 원하지 않음을 밝혔음에도 사용자들의 데이터 수집을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자녀 사진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미 가족사진을 여러 차례 게시하였지만, 처음으로 자녀 얼굴을 스티커로 가려 올린 것입니다. 셰어런팅의 가장 큰 장을 만든 당사자가 정작 자기 자녀의 얼굴을 가린 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방문한 웹사이트에서 생성된 파일인 쿠키 설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자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심코 ‘모두 동의’를 누르는 회원가입의 상황에서도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들의 노력만으로 데이터 확산 혹은 오용을 막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지정된 개인정보만을 사용하고 불법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정부의 규제 및 관리도, 기업들의 꼼꼼하고 청렴한 운영 방식도 필요합니다. 자유롭지만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커뮤니티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야이기를 모읍니다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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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미래? AI 기술의 현주소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6월 넷째 주by 🥨 채원 1. 저커버그 잘못이라구 소셜미디어가 특히 어린 사용자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은 꾸준하게 있어왔습니다. 학계에서도 소셜 미디어 사용이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달 네이처지에 소셜 미디어의 어떤 구조가 특히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위험을 끼치는지 분석한 논문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거대 테크 기업들에 이렇다할 결정적인 제동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장악하며 온라인 생태계를 주름잡고 있죠. 미 45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은 이러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검찰측은 메타가 자사 제품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어린 사용자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과연 소셜 미디어의 독주에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읽어보기- How Mark Zuckerberg’s Meta Failed Children on Safety, States Say (The New York Times, 2024-06-22)- 美 41개주 "메타 과도한 중독성, 미성년 정신건강 피해" 소송 (연합뉴스, 2023-10-25) 2. 한 눈에 보는 기술과 권력의 계보학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을 비판적으로 사유해온 케이트 크로퍼드가 블라단 욜러 과의 새로운 공동 작업을 발표했습니다. <계산하는 제국들: 1500년 이래의 기술과 권력의 계보학> 이라는 제목입니다. 1500년부터 권력과 기술이 어떻게 얽혀왔는지 한 눈에 보여주는 인포그래픽 작품인데요, 얼마전까지 베를린의 현대 미술관인 KW에서 전시작품으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시 공간에 24미터의 거대한 지도로 설치되었던 작품인 만큼, 인포그래픽 가득 방대한 정보가 담겨져 있습니다. 거대 언어 모델을 비롯한 각종 AI 기술을 복잡한 층위의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 안에 위치시킴으로서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관점에서 AI를 통찰하는 케이트 크로퍼드의 능력은 점점 정교하고 날카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작가의 <AI 지도책>은 제가 AI에 관심 있는 모두가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주변에 강력하게 추천하고 다니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기르는 비판적인 사유 능력이야말로 지금 AI 담론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3. 노동의 미래? 맥도날드에서 드러난 AI 기술의 현주소 AI가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죠. 이러한 AI 사건사고만을 모아두는 데이터베이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저 웃고 넘기기에는 AI의 발전에 달려있는 노동의 미래가 조금 암울합니다. 맥도날드가 IBM과의 협업을 통해 AI 드라이브스루 주문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것이 대략 3년 전이었는데요, 최근 이 서비스를 중단하였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해당 AI 챗봇이 오작동하는 장면들이 바이럴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이는데요, 최근에는 맥너겟을 260개 주문하는 이 틱톡 영상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난주 브리프에서도 식어가는 생성형 AI 열기에 대한 소식을 공유드렸었는데요,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시장에 소개된지도 시간이 꽤 흐른 만큼, 기술의 거품이 꺼질 시점이 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더 읽어보기- 260 McNuggets? McDonald’s Ends A.I. Drive-Through Tests Amid Errors (The New York Times, 2024-06-21)- "아이스크림에 베이컨이?"…맥도날드 'AI 주문' 결국 중단 (SBS, 2024-06-22)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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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이야기 참여자 _ 전국민주여성노동조합 소속 60세 여성 회원 저는 도시철도 그린환경에 2020년 1월 1일 입사해서 4년 4개월째 일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공무직인 일반 사원으로 입사했고요, 이후에 부팀장을 거쳐서 올해 4월 1일자로 팀장으로 승진했어요. 감사한 일이죠. 그 전에도 뭘 많이 햇는데, 화려해요. 일단 제가 영업 일을 좀 했어요. 출판물 6년하고 화장품 3년. 그리고 피부관리샵 15년 운영했고, 또 정관장에서 2년 내부 강사로 또 일하고. 근데 나이가 들수록 4대 보험이 되는 데로 가야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까지 했던 영업이나 강사나 다 프리랜서 식이라 보험이며 뭐며 아무것도 없잖아요. 그래서 어디든 4대 보험 되는 데를 가야겠다 마음먹고 있는데, 마침 여기에서 공고가 뜬 거예요. 그래서 바로 시험을 보고 들어왔죠. 제가 우리 집 가장이거든요. 가장이 된 지 좀 됐어요. 우리 애들 중고등학교 다닐 때, 그때 IMF가 왔는데, 남편이 하던 사업이 그때쯤 한 몇 십억 부도를 맞았어요. 그래서 제가 “IMF에 너도 나도 넘어지는데 어쩌겠냐, 앞으로 5년은 내가 집을 책임질 테니, 다시 재기해봐라.”라고 했죠. 근데 그 말을 괜히 했나봐요. 5년이 뭐예요, 지금까지도 제가 책임지고 있잖아요. 그때, 부도나고 그러니까 남편 본인도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겠어요. 몸이 안 좋아지면서 급성 당뇨가 오더라고요. 그걸 또 제대로 관리할 정신도 상황도 안 되니까 건강이 더 안 좋아지고... 그래서 제가 지금껏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거죠.  저는 입사하고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 노조에 가입했고요, 거기서 풀빵에 대해서 설명을 하더라고요. 우리 노조는 풀빵이 자동가입이 아니고 선택가입이거든요. 근데 설명을 들어 보니 저는 좋더라고요. 취지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돈에 대한 게 눈에 더 들어왔죠. 비상금고가 좋더라고요. 적금식으로 하는 적립형공제도. 모아 뒀다가 퇴직하면 여행이라도 가볼까 싶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나한테도 좀 뭔가 상을 줘야 되잖아요. 그래서 풀빵은 ‘나를 위한 상이다’ 생각하고 가입했어요. 그래서 그때 저랑 해서 3명이 가입을 했어요. 그랬더니 풀빵이 진짜 선물을 주더라고요. 명절 선물. 처음에는 싱싱한 굴을 보내주더니 지난번엔 과자긴 한데, 그냥 과자가 아니더라고요. 우리밀이고 맛도 다르고, 소화도 잘 되고, 이렇게 우리를 생각해서 엄선해서 보내는구나 싶었죠. 우리 같은 노동자들이 이런 데 같이 가입해가지고 도움도 받고 활용도 하는 건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은행가서 적금 넣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면 단합된 느낌이 있잖아요. 낮은 이자에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한 가족 같은 느낌? 동지애? 그런 게 막 느껴지잖아요. 부족한 노동자들끼리 합쳐야죠. 안 그래요? 힘없는 노동자는 합쳐야 힘이 생깁니다. 혼자는 절대 못 합니다. 지금도 사람들 만나면 물어요. 풀빵 하냐고? 그거 해 보라고 좋다고. 저는 비상금으로 넣어 놓은 거 찾을 생각은 안 해요. 나도 다른 사람이 넣어 놓은 돈으로 도움 받은 거잖아요. 이렇게 묻어놓으면 여러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돌아가며 쓸 수 있겠구나 싶죠. 서로 돕고 살아야지, 약삭빠르게 살면 안 되는 거 같아요. 나도 도움 받았으면 남도 도움 주고 서로 그러면 살아가야지. 그게 더불어 살아가는 거지. 나만 잇속 챙기고 튀면 되겠어요? ^^ 먹고 튀면 안 되지 그거는. 물고기도 먹고 튀면 얄밉잖아요. 먹이만 톡 따먹고 가면.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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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두 개의 운동을 할 권리가 필요하다
두 개의 운동을 할 권리가 필요하다 (2024-06-23) 변재원 | 지체장애인·인권활동가 나는 장애인이다. 기댈 것 없이 설 수 없고, 목발 없이 걸을 수 없고, 방석 없이 앉을 수 없는 장애인. 무엇 없이 서지도, 앉지도, 걷지도 못하는 위태로운 존재다. 오랜 시간 무기력했던 몸이 사회운동을 계기로 활력을 찾았다. 나쁜 장애인으로 유명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를 만나 얼떨결에 활동가가 되면서부터였다. 활동가들은 정거장 앞에 서 있는 장애인들을 태우지 않은 채 떠나는 버스와 기차를 끝없이 마주하며 이동할 권리를 외쳤다. 그러나 철갑을 둘러싼 차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내 몸의 통증은 점점 커졌다. 결국 장애인 동지들을 거리에 둔 채 무리에서 먼저 이탈하고 말았다. 몸과 마음은 금세 주눅 들었고 오랜 시간 괴로웠다. 광고 회복이 필요했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거리에서의 운동’을 당분간 멈추고 ‘체육관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신체 운동을 하려 해도 수많은 체육시설은 적극적으로 장애인 손님을 꺼리고 있었다. 회원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내가 헬스장에 그 어떤 위해도 끼치지 않는 사람임을 한참 동안 증명해야 했다. 동지들과 버스를 탈 권리를 외칠 때는 부끄럽지 않았지만, 혼자서 체육관에 입장할 권리를 외칠 때는 착잡했고 수모를 느꼈다. 손님, 헬스장 이용하다 다치시면 어떡하게요. 조심히 안 다치게 운동할 수 있어요. 샤워는 어떻게 하시게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라커룸 사용은요. 탈의실 의자에 앉아 스스로 옷 갈아입을 수 있어요. 그래도 위험할 텐데요. 안 위험해요. 이런 식의 끝없는 우려 섞인 실랑이를 반복해야 간신히 입장할 수 있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 장애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의 소중한 운동장으로부터 쫓겨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광고 광고 옥신각신 끝에 운동을 시작하게 된 첫날이었다. 움직이다 넘어지거나 다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타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안은 채였다. 한참 서성이다 구석에 놓인 로잉머신 좌석에 앉아보았다. 장애를 가진 불청객이라 생각하니 누군가를 붙잡고 기구 작동법을 물어보는 것도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온통 눈치 보이는 낯선 공간 안에서 배움 없이 다룰 수 있는 기구라고는 그것밖에 없었다. 키를 당긴다. 키를 놓는다. 두 동작을 슬렁슬렁 어색하게 반복하였다. 얼마 전까지 거리에서 시끄럽다 핀잔 듣던 장애인은 이 체육관에서는 가장 조용한 존재였다. 그렇게 하루, 열흘, 한달, 반년. 체육관을 들락날락하며 집채만한 몸들 사이에서 작고 휘어진 나의 몸을 가꾸었다. 그사이 체육관의 분위기는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갔다. 나는 그곳에서 내 몸의 변화보다 사람들의 변화를 더 크게 인식했다. 언젠가부터 나를 힐끗 쳐다보다가 “이렇게 자세를 잡으면 다쳐요” 하며 운동 자세를 교정하는 조언을 듣게 되었고, “오늘도 운동을 왔네? 요즘 열심이야”라고 덕담하는 친절한 아저씨 친구도 만났다. 나를 어색해하던 데스크 직원은 “68번 사물함은 높지 않죠?”라고 물으며 키 작은 장애인이 닿을 만한 낮은 위치의 사물함을 배정해주었다. 어느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일상이 체육관의 새로운 문화로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었다. 광고 소박한 공간에서 함께 땀 흘리는 존재가 된다는 것의 기쁨. 지난 5년간의 ‘사회 운동’과 ‘신체 운동’이 일러준 값진 교훈이다. 함께 어울리며 애써 투명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의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운동을 통해 나는 더 이상 장애로 인한 몸과 처지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거나 부끄럽다 여기지 않는다. 사회를 바꾸고, 나를 가꾸자. ‘신체 운동’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사회 운동’은 너를 사랑하는 법을 감각하고 꿈꿀 수 있게 한다. 두 운동을 함께 할 때 우리는 가장 개인적인 문제와 가장 사회적인 문제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 모두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의 ‘이동권’을 지키기 위해 600일 넘게 지하철 아래를 향하던 장애인 활동가가 꼬박꼬박 저녁마다 운동기구 앞에서 나를 위한 ‘운동권’을 지켜가듯, 나를 향한 운동과 우리를 향한 운동이 함께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두 운동장에서 몸 부딪히며 땀 흘리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차별 없이 사랑하고 진솔하게 이해하는 모습은 일상이 될 것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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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들] ‘남페미’를 보고 놀란 당신에게
'스탑 럴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명한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해본 이에게는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럴커(Lurker)'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유닛의 종류 중 하나로,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가시가 달린 촉수로 지상에 있는 적 유닛을 공격한다. 여기에 '스탑(stop)'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적이 충분히 가까이 오기까지 공격을 멈춰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하는 방식을 '스탑 럴커'라고 부른다. 갑자기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SNS에 달린 한 댓글 때문이다. 여성신문 정기 연재 글을 공유한 게시물에 어떤 이가 남성 페미니스트를 '스탑 럴커'에 비유했다. 지금은 여성들이 듣기 좋은 말만 잔뜩 하고, 나중에 결혼하면 본색을 드러내 정반대로 변할 거라는 말이었다. 댓글을 읽고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어떻게 이런 비유를 쓸 수 있을까? 신기하다!"였고, 두 번째 생각은 "정말 남성 페미니스트는 결혼하면 변할까?"였다. 그리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달한 궁금함이 있었다. 그는 왜 댓글을 달았을까? 수많은 온라인 글 중에 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글에 반응했을까?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 모든 인간에게는 두려움이 있다. 나와 다른 존재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마치 학창 시절 수능을 위한 영어 공부를 실컷 하고도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말을 걸면 어찌할지 피해다니는 그 두려움 말이다. 익숙지 않은 존재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나의 존재를 흔든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아마 댓글을 쓴 이에게 남성 페미니스트는 처음에 그런 존재였으리라. 눈 크게 뜨고 찾아봐도 주변에 하나 없는 독특한 존재. 그래서 어색하고 낯설고, 경계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상이었을 테다. 남성들이 자신과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는 현상은 게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남성 집단에서 게이는 무척 양가적 존재이자 모호한 개념으로 여겨진다. 다수의 남성들이 여성을 사랑하는 이성애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보통의 기준을 흔들어 놓는 이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런 현상은 남성 청소년의 학교 모습에서 쉽게 관찰된다. 필자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 목소리가 얇고 남성 친구들에게 애교가 많은 학생들은 어느 순간 '게이'라고 불렸다. "넌 게이 같다"라는 표현은 "넌 나와 달라"의 대체어이다. 남성 청소년들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집단적 놀림을 택한다. 달라서 느껴지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다수라는 숫자 속에 파묻어 가리고 자신을 안심시킨다. 이렇듯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싶어지는 욕구로 이어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일각의 시선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그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신에 시위의 결과물이 나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지부터 고려한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걸까? 사실 두려워하는 존재를 재빠르게 판별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이기적인 본성 때문이 아니라, 잡아먹히고 싶지 않은 포유류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에 가깝다. 야생의 상황에서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렇게 행동한 우리의 조상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러나 낯설다고 배척하는 대응 방법이 현대사회에서 옳은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인간의 운집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공동체와 규칙을 만들었다. 야생의 삶 속에서는 내가 오늘 타인을 때리면 밤에 자다가 칼에 찔려 죽을 위험이 몇 배로 증가한다. 그래서 수많은 경험 끝에 인간은 최소한의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지킬 공동체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았다. 그렇게 인간은 '사회화'됐다. 게이에 대한 집단적 따돌림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난은 이런 면에서 전혀 인간적이지 못하다. 더 나은 공동체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오히려 역행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는 '도덕'을 개발했고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간다.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평등한 존재로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함께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셈이다. 변화의 가능성에 투자하기 접해보지 못했던 존재에 대한 두려움, 그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선입견으로 내리는 판단 그리고 따돌림과 괴롭힘까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촉발된 사회적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서울시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준비위원회 대관 취소, 교제 살인을 보도하며 가해자의 인적 훌륭함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는 언론, 군대 훈련병에게 군기 훈련을 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인의 신상 털기. 각각의 사건들은 각자 다른 배경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사실은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면 남성의 일상적 습관을 바꾸는 데에 투자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마주했을 때 그를 깊게 알고자 하는 노력으로, 선입견이 개입하려고 할 때 억지로라도 반대의 모습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따돌림과 비난의 언어 대신 관심과 질문의 언어를 사용하는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념이나 가치관보다 일상을 살아내는 태도이다. 거부하고 싶지만, 기꺼이 마주하고 바꾸려는 삶의 의지 말이다.  김태환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벌거벗은 남자들> 시리즈는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김태환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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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이야기 참여자 _ 언론노조 미디어연대지부 소속 36세 남성 회원 저는 독립영화 연출을 하고 있고요, 지난 번에 톨게이트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투쟁 관련해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요. 지금은 극영화 작업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대중없어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투쟁하는 사람 농성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일과에 맞춰야 하니까 아침 6시부터 그분들 주무시는 시간까지 밤 10시 넘게까지 촬영했고요, 한 6개월 걸린 거 같아요. 촬영만 6개월 했고, 이후에 편집하고 완성까지 한 1년 걸린 것 같아요. 작업하는 동안 수입은 따로 없고요, 공동체 상영 같은 걸 하는 지역 단체나 노조에서 상영료를 받는 거랑 저작권료 조금씩 들어오는 거랑 그 동안 모아놓은 걸로 버티는 거죠.  그리고 편집 말고는 시나리오 씁니다. 집에서 써요. 한 9시부터 6시까지 쓰는데, 집중이 잘 안되지만, 그냥 집에서 해요. 돈이 안 들잖아요. 이거 다 쓰고 나면 투자받아야 제작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면 제가 모은 돈으로 만들어야죠. 그 동안 단편영화 세 편, 장편 다큐멘터리 한 편 만들었어요. 주제는 약간 사회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들이 많은데, 2017년에 정릉에 있던 스카이아파트라고 서울에서 좀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거 철거되는 과정을 촬영해서 영화를 만들었고요, 그다음에는 제가 다니던 학교 주변에 미싱 공장들이 많은데 거기 미싱공장 노동자분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어요. 맨 처음 만들었던 영화는 되게 오래전인데 2008년에 서울역 노숙인분들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죠.  힘든 건, 아무래도 생계 문제죠. 독립 영화라는 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가 다 해결해야 되거든요. 그렇게 완성한다고 해도 상영할 곳이 또 마땅치 않으니까 보상이 따른다는 보장도 없고. 극장에서 상영 못 하면 대부분 영화제에서 상영하긴 하는데, 그게 상업적인 배급까지 가긴 힘들어요. 배급사에서 돈 될 만한 영화들만 선호하기 때문에 대중들을 만나기 쉽지 않죠. 그러면 이제 부가적으로 나오는 수익이 없죠. 그럼에도 그냥 원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작품 외적으로의 삶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는 조금 이렇게 내려놓고 내던지더라도 작품 자체에 대한 어떤 욕심 이런 것 때문에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촬영 관련 단체에서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라는 걸 받고 있는데, 어느 날 거기에 풀빵 소개가 있더라고요. 풀빵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에 미디어 노동공제회 그런 게 있다고, 거기 혜택들을 보니까 괜찮다 싶어서 가입했죠. 일단은 일단 월 회비가 적고, 비상금고 제도가 저에게 필요한 제도였어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대출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혹시라도 급할 때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장치들을 하나라도 더 늘려놔야 하는 거죠.  충무로 상업 영화하는 사람들은 나름 그들만의 노조가 있어요. 근데, 독립 영화하는 사람들은 거기에 가입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요 그래서 풀빵 같은 데 하나라도 더 가입해 두면 심적으로 안심이 되는 면도 있는 거 같아요. 풀빵 덕분에 명절 선물도 그렇고 생전 받아보지 못했던 혜택들을 받아 봤는데, 사실 저 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나 프리랜서 노동자처럼 사업장이 일정치 않거나 고용돼 있지 않은 분들 많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비빌 언덕이 작게라도 있는 것과 없는 건 큰 차이가 있죠. 저만해도 풀빵 때문에 좀 자유로워졌거든요. 예술 활동하는 사람이면 그래도 안심하고 작업할 수 있다는 거? 풀빵 혜택이 그런 작은 안심인 거죠.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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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발달로 인해 심해진 학벌에 관한 비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sns의 보편화로 인해 상호간 비교하는 행위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학벌을 비교하는 것의 빈도도 증가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대학을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몇 달 전에 충남도립대학교에서 있던 입학식을 올린 릴스가 있습니다. 지금 현재 원본 영상은 찾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삭제된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다른 사람이 해당 영상을 올린 것이 있는데 그 영상에서 댓글을 몇 개만 골라보면, “등록비가 아깝다.”, “저기 왜감? 차라리 일찍 사회생활 하지” 등 새로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축하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대학 입학을 부끄러워하라는 뉘앙스가 담긴 말들이 적혀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러한 학벌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비교를 그만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제도적으로 학교간 순위를 없애려고 노력해도, 우리의 일상에 이미 깊이 자리잡고 있는 명문대에 관한 인식, 또 지방대를 비하할 때 사용하는 지잡대와 관한 인식은 쉽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또한 만약 학교간 순위를 없애고 나면 오히려 명문대에 가려고 많은 공부를 한 사람들의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삶을 평가할 때 대학은 부가적인 것이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https://www.thecolumnist.kr/ne... 독일의 예시를 통해 생각해봅시다. 위에 있는 링크를 통해 들어가보면 알겠지만 독일에서는 대학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통해 평가합니다. 한마디로 대학을 나왔다고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보다는 그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로서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합니다. 현 대한민국 사화에서는 아직까지 사람의 능력보다는 나온 대학으로 개인을 판단하고 미리 한계를 정해 놓습니다. 예를 들어 고졸과 대졸의 평균 임금 격차는 1천123만 원이 차이가 납니다. 또한 실제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진급에서도 학력이나 학벌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례와 같이 사람을 평가함에 있어 대학이 최우선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어떠한 방법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견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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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가짜 뉴스 문제, 진단서와 처방전[함께 디지털 안전]
올해는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투표하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어느 나라건 선거는 정책에 대한 토론이나 상대편에 대한 원색적 비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지만, 최근 AI 기술의 발전으로 ‘가짜 뉴스(이하 ‘허위 정보’)문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앞서 살펴본 트럼프 체포 이미지 역시 AI로 생성된 이미지로, 사전 정보가 없다면 실제 사진으로 알 법 하다. 이런 사진 한 장으로 잘못하면 수십, 수백만 유권자의 투표에 영향을 주어 민주주의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진뿐만 아니라 허위 정보를 담고 있는 동영상, 신문 기사 및 정보 등을 쉽게 만들어내며, 연예인이나 일반인 대상의 성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AI가 만드는 허위 정보 문제, 원인 진단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언제나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가 왜 문제가 되는지, 이유를 짚어 보았다. 1) 생성형 AI의 성능 향상 생성형 AI가 성능이 그저 그랬다면, AI가 만드는 허위 정보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는 AI가 만든 이미지가 너무 퀄리티가 낮아 실무에 활용하기 어렵기도 했고, AI 번역은 퀄리티가 낮아서 따로 본문을 다시 봐야 했으며, AI가 생성하는 글은 말이 안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전에서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우승을 하고, 영화 ‘Her’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처럼 AI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대화도 할 수 있게 됐다. 즉, ‘AI가 생성한 글, 음성, 사진, 동영상이 사람이 생성한 것과 구분하기 어렵게 된’상황으로 인해 AI가 만드는 허위 정보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었다. 2) 책임지지 않는 AI, 시키는 대로 확률에 따라 일하는 AI 생성형 AI는 결과물에 책임지지 않으며, 사람이 시키는 일에 대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것도 AI가 허위 정보를 쉽고 빠르게 생성할 수 있게 하는 원인이다. 2024년 6월 현재, AI는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아무 양심의 가책도 없다. 허위 정보를 만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생성형 AI는 ‘할 수 없다’는 대답을 ‘잘’ 하지 않는다(환각 현상). 점점 개선되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생성형 AI의 기본 원리는,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사용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은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런 생성형AI의 원리는 생성형AI가 허위 정보를 만들어 내는 건 쉽게 만들고, 허위 정보를 판단하는 팩트체크를 하는 건 어렵게 만든다. 예를 하나 들어, 만약 ChatGPT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한 정보를 주고 일주일 치 예상 식단표를 만들라고 하면, 적당히 음식들을 배치해 앞으로 수행할 식단표를 쉽게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임의로 만든 식단표를 주고 이 식단표대로 내가 먹었는지 생성형 AI에 확인하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뿐만 아니라 나의 동선, 내 결제 내역 등까지 알아야 정확히 식단표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만드는 건 사람이 봤을 때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면 되니까 허위 정보를 생산하는 건 쉽다. 하지만 특정 텐츠가 허위인지 아닌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률’이 개입하기에는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결국, 생성형AI의 발전은 허위 정보를 생산하기는 쉽게 만들고, 판단하기는 어렵게 만들었다. 3) 너무 빠른 허위 정보의 생성과 전파 생성형 AI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보다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AI를 인간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전에 한 AI 컨퍼런스를 듣고 남긴 후기에서 작성했듯이, 허위 정보는 사실 고대 시절부터 있었다(삼국사기에 기록된 서동요). 즉, 허위 정보의 생성과 전파 자체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AI로 인해 너무 쉽게, 빠르게 허위 정보가 만들어지고, SNS와 뉴스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구조가 문제다. AI가 만드는 허위 정보 문제, 해결 방안 처방전. 앞서 AI로 인해 발생하는 허위 정보 문제의 ‘원인’을 살펴보았다. 원인을 진단해 진단서를 작성해 보았으니, 이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을 지어보겠다. 1) AI의 허위 정보 생산을 막는 기업들의 노력 생성형 AI가 만든 허위 정보 문제를 일차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기술적으로 생성형 AI가 만든 컨텐츠는 AI가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게 표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구글 딥마인드에서 AI로 생성된 이미지를 구분하는 워터마크 도구 ‘신스ID(SynthID)’가 있으며, 유튜브나 메타 등의 기업에서도 AI로 생성된 컨텐츠를 구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각각의 방안들이 다른 원리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들은 사용자가 생성형AI를 통해 만들어진 콘텐츠임을 식별할 수 있는 워터마크 등을 사진이나 동영상 등에 넣고, 이후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해도 이 워터마크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AI를 활용하는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생성 AI를 활용했다고 먼저 알리는 경우도 있다.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중앙일보의 경우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임을 하단에 밝혔다. 이는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도 생성형 AI를 통해 자동으로 뉴스를 내보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어 경제적 피해를 보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대비이기도 하다. 2) AI 규제와 법안에 대한 논의와 합의 앞서 진단한 생성형AI의 허위 정보 문제에서, AI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과 기업은 책임을 지도록 우리는 규제와 법안을 마련할 수 있다. 실제로 AI와 관련된 빅테크 기업들이 앞장서서 선거와 관련된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규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우, AI법의 시행만을 앞두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행정부처별로 100여 개 안팎의 AI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1대 국회에서 AI 규제와 관련된 여러 법안에 대해 발의가 이루어졌지만, ‘우선허용 사후규제’ 문제를 포함해 여러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AI 입법 자체는 불가피하게 신중히 이루어지더라도, 어떤 방향의 규제를 할 것인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3) 결국, 개인의 합리적 판단 시민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 이는 단순 AI가 생성한 허위 정보를 떠나, 모든 가짜 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민들이 보는 뉴스나 사진, 동영상 등을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까? 여러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성형 AI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ChatGPT 3.5이후 생성형 AI 자체는 시민들에게 친숙해졌지만, 여전히 많이 활용해 보지 않은 사람들을 주위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생성형 AI라는 도구에 가장 익숙해지고 친해지는 방법은 직접 써 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칼의 위험함을 알고 있는 건, 칼에 베이면 아프다는 걸 직간접적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은 칼을 요리할 때나 무언가를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생성형 AI의 성능을 직접적으로 체험한다면, 평소에 보는 여러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의심’하게 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어렵다면, ‘생성형 AI가 만든 허위정보 맞추기 대회’와 같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생성형AI가 만들 허위 정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도 좋겠다. 이외에도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활동처럼 여러 뉴스에 대해 꾸준히 팩트체크를 하는 시민들의 움직임, 지금 진행하고 있는 ‘함께, 디지털 안전’ 프로젝트 등의 노력도, AI로 인해 발생하는 허위 정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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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기이한 '소비자 후생'
*본 글은 언론사 <중기이코노미>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쿠팡의 기이한 '소비자 후생' ‘리뷰(이용후기)’는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2022년, 만 20세 이상의 남녀 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쇼핑 이용후기에 대한 소비자 이용행태와 실태파악 조사에 따르면, 97%의 소비자가 구매 전 이용후기를 확인한다고 답했다. 상품에 대해 가능한 많은 정보와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상품에 대한 구매 전환율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용후기’가 알고 보니 특정 기업에 유리하도록 조작된 것이라면 어떨까.  쿠팡의 수상한 상품리뷰, 그러나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2022년 3월 쿠팡이 임직원을 동원하여 PB 상품에 대한 조직적 리뷰를 작성하게 한 정황을 포착하고,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PB상품에 대한 부당지원한 점, 리뷰 조작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참여연대가 찾아낸 ‘수상한 리뷰’는 특정 인물이 한 달간 10여 차례에 걸쳐 안전장갑 630매를 S,M,L 사이즈별로 구매하고 “사이즈가 꼭 맞아요”라거나, 티타늄식도를 일주일에 한 번씩 구매하면서 “무뎌지면 재구매할게요!”라는 내용이었다. 비상식적인  구매 행태의 리뷰가 조작·관리된 것임을 인지하고 공정위에 신고한 결과, 조사가 이뤄졌고 2019년부터 2,297명의 쿠팡 임직원으로 하여금 최소 7,342개의 PB상품에 72,614개의 구매 후기를 작성한 것임이 밝혀졌다. 쿠팡이 광고비용을 들이지 않고 임직원을 동원 하여 PB상품에 높은 평점의 리뷰를 작성하도록 관리하는 동안 다른 입점업체에게는 자신의 중개상품 리뷰 작성을 금지하고 있었다.  PB상품 리뷰 조작 자체도 심각한 불공정 행위인데,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참여연대 신고 이후 공정위가 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쿠팡은 PB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쿠팡에서 판매되는 21만 개 입점업체의 4억 개 이상의 중개상품보다 PB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렸다. 검색순위 상위에 표시된 제품들은 자연스럽게 더 좋은 상품이라 인식되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받았고,  PB상품의 매출은 크게 올랐다.  소비자·입점업체에게 피해 끼치는 ‘순위 조작’ 쿠팡은 세 가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최소 64,250개의 직매입과 PB상품, 즉 쿠팡 매출에 유리한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노출했다. 이와 같이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 첫째로, 상품의 가격이 올라간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낮은 가격의 상품이 검색순위 상위에 올라가기에 유리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쿠팡의 PB상품이 상위에 고정되어 있으면 다른 입점업체에서는 상품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다. 쿠팡의 PB상품 가격이 기준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자 피해이며 또한 선택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공정위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이미 자체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용자 불만을 인지하고 있었다. ‘시즌에 맞지 않는 상품들이 인위적으로 상단 랭킹에 유지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등 실질적인 이용자 불만을 인지했음에도 알고리즘 순위조작을 지속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쿠팡에 입점한 21만 개의 입점업체가 피해를 입는다. 온라인상에 보이는 상품 페이지는 매우 한정적이다. 첫 번째 페이지에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게 되면 소비자 구매 전환율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노출순위는 온라인 판매 입점업체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데, 쿠팡은 알고리즘을 조작하여 자사 상품을 지속적으로 상위 순서에 노출시키므로써 다른 입점업체 상품이 순위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PB상품 때문에 적자를 본다? 오히려 흑자 안겨준 씨피엘비 쿠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PB상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우수한 중소기업으로, 쿠팡에 우수한 PB상품을 제조·납품하는 중소기업의 제품 판매를 지원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5년 간 1조 2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쿠팡 씨피엘비(주) 매출은 1.3조 억 원가량으로 2020년 설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년대비 196% 증가했다. 또한 2023년 매출액은 1.6조 원대, 영업이익은 1,143억 원으로 전년대비 58.14%가 증가했다.  씨피엘비는 쿠팡의  PB상품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다. 쿠팡이 ‘계획된 적자’를 끝내고 첫 흑자를 봤던 2022년 영업이익 997억 원 중 씨피엘비의 영업이익은 723억 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72.5%를 차지했다. 쿠팡의 PB상품 지원으로 인한 영업 손실이라는 ‘앓는 소리’는 소비자 후생이 아니다. 이는 한 업종에서의 손실을 다른 업종의 초과이윤으로 보조해 주는 전형적인 ‘교차보조 전략’이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서 자사의 우월적 지위, 경쟁력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비슷한 예로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한 이후,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 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올린 사례를 들 수 있다. 한 마디로 ‘조삼모사’다.  공정위는 쿠팡의 PB상품 리뷰조작 사건에 대해 지난 6/13, 쿠팡과 씨피엘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천 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쿠팡은 이에 즉각 항소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PB상품을 규제한다’, ‘세계 최초로 업계관행을 규제한다’, ‘로켓배송을 중단할 것이다’ 등 입장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스스로 자랑하는 ‘로켓배송’과 탁월한 물류 시스템 등 훌륭한 기술력을 지닌 국내 1위 유통업체다. 좋은 시스템으로 우월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면 ‘순위 조작’같은 불공정 관행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고객 신뢰도와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쿠팡은 부디 자사의 과오를 반성하고, 업계 내 ‘공정 관행’의 지평을 새롭게 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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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온 방송3법
방송3법이 돌아왔습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을 다루는 법안인데요. 지난해 야당 주도로 21대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죠. 22대 국회에서 야당은 방송3법을 더 강력하게 밀고 있어요. 이번 주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상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습니다. 몇몇 절차를 건너 뛰기도 했어요. 방송3법,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급하게 추진하는 걸까요? 여야는 왜 부딪히는 거고요? 방송3법과 공영방송 방송3법은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을 더해 방송 3+1법이라고 하기도 해요. 이번에 4개 개정안 모두 과방위를 통과했습니다. 핵심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입니다. 이런 내용이 들어있어요. 공영방송 이사 수를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자. 정치권의 이사 추천권을 줄이고, 학계·시청자위원회·방송직능단체에도 부여하자. 시민들이 직접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위원회를 만들자. 공영방송은 공공성 보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관리를 받습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꾸리고, 이사회는 사장 후보를 정해요. 그간 방통위는 관행 상 이사회의 여권 추천 인사와 야권 추천 인사 비중을 유지해왔어요. KBS는 여야 7:4, MBC는 6:3의 비율을 지켜왔습니다. 즉, 현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친정부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기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야당은 방송3법으로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 방통위법 개정안 역시 대통령의 방통위 장악과 친정부 인사의 일방적 방통위 운영을 막는 내용이에요.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5인 이상으로 하고, 국회가 추천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즉시 임명하도록 하는 안입니다. 정당별 입장, 어떻게 다르지? 이번 방송3법 발의에는 민주당을 포함한 7개 야당이 참여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원내 야당 7곳의 첫 공조에요. 국민의힘 출신 이준석 의원의 개혁신당도 함께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요. 민주당과 국힘 입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렇습니다. 🟦 민주당 “방송3법=언론 정상화법” 윤석열 정부는 입맛대로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을 앉히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있다. 막아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려면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외부 세력의 개입이 필요하다. 오는 8월 KBS 이사진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임기가 마무리된다. 다음 이사진부터 1방송3법을 적용하기 위해 법안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 시행일도 당기자. 21대 국회 안을 수정해 ‘법 공표 6개월 뒤’에서 ‘공표 즉시’로 하자. 🟥 국민의힘 “방송3법=민주당 방송 영구장악법” 방송3법은 언론을 더 편향적으로 만들 거다. 친민주당, 친노조 성향의 단체가 이사진을 추천할 수 있도록 짜여진 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 장악을 시도하지 않았다. 민주당에게 유리한 언론 환경을 만들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려 한다. 과방위 통과 과정을 두고 정당별 입장은 이렇습니다. 🟥 국민의힘: 날치기 통과다. 과방위에서 법안소위 단계를 생략했고, 법안 숙려 기간도 고려하지 않았다. 🟦 민주당: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이 출석을 거부해 법안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고, 법안소위 구성은 국회법상 의무도 아니다. 🟧 개혁신당: 국힘의 출석 거부와 민주당의 일방적인 처리 모두 잘못됐다. 본회의로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3법은 늦어도 7월 초 본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입니다. 공영방송 장악, 방송3법으로 해결될까? ✅ 다른 관점이 필요해 방송3법이 통과되어도 공영방송이 정치 권력에 휘둘릴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송3법 역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안에 자체 정치를 만들어 내는 모델”이기에, 다수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에 그친다면 정파성 논쟁이 계속된다는 건데요. (이준웅 서울대 교수) "결국 정치 문화의 문제"라고 지적도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이사진을 바꾸려는 유혹에서 정당 스스로 벗어나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얘기에요.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 ✅ 여당이면 반대, 야당이면 찬성? 정당들의 방송법 개정에 대한 입장은 여야 교체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국민의힘도 문재인 정권 시절 한 정당이 일방적으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어요. 반면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에서 방송법 개정을 논의하지 않았고요. 여야가 공수만 교대하고, 방향성은 검토하지 않는다면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의 불신만 커집니다. ✅거부권 행사면 말짱 도루묵 윤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야의 갈등만 커진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는 것보다 거부권을 막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이준석 의원) 그러려면 여야가 공영방송 개편에 합의해야 합니다. 양당이 유불리를 가리기 어려운 대선 1년 전쯤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언론노조 윤창현 위원장) ❔더 알아보기이런 와중에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언론 징벌적 손배제를 발의한 것이 논란이 됐습니다.언론이 ‘악의적’으로 ‘왜곡 보도’를 내보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 법원이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손해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안인데요. 지난 국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추진됐지만 언론계의 반발이 거세 무산됐습니다.모처럼 7개 야당이 한 마음으로 언론 정책을 말하고 있고, 언론단체와도 협동하고 있는데 징벌적 손배제를 꺼내들어 방송3법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얘기가 나와요.언론계에서는 징벌적 손배제가 언론 탄압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논의될 필요는 있지만, 권력자의 악용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외교)푸틴과 김정은의 약속 북한과 러시아가 한층 가까워졌어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요. 조약의 핵심은 전쟁 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한미 조약보다도 강력한 내용이에요.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처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이 북한, 러시아와의 외교로 조약 체결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조약의 강도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국회)원 구성은 언제? 22대 국회 원 구성이 계속해서 밀리고 있어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여야 대표에게 이번 주말까지 협상을 끝내라고 최후 통첩했습니다. 지난 10일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했는데요. 그 뒤로 진전이 없습니다. 국힘은 법사위와 운영위 위원장을 1년씩 번갈아 맡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 입장은 강경합니다. 다만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에요. ▲대통령 거부권 행사 1년 제한 ▲협의 불발 시 다수결 원칙으로 의결 ▲행정부의 부당한 입법부 침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항의를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사회)의료개혁 출구는 어디에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3개월이 넘었습니다. 의사들은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부는 삐걱거립니다. 의협이 범의료계 특위를 구성해 투쟁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전공의 단체는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어요. 상급종합병원 전면 휴진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의료노조의 갈등도 심화됐고요. 정부는 따로 출구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계가 알아서 답을 내놓으라는 입장을 고수하는데요. 갈등이 장기화되며 그나마 있던 의료체계도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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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요?
AI 윤리 공부하는 AI 전공자들 by 🎶소소 지난달 강남역에서 수능 만점을 받았던 의대생이 여자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의 교육 과정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은 학생이 입시 과정 동안 무엇을 배워왔는 지 돌이켜보게 만들었는데요. 이러한 비극적인 현상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유수 대학의 인재들이 악명 높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연루되는 사례는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AI 분야는 마치 국경 없는 입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양상입니다. 최고 성능의 AI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긁어모아 학습시키고, 모델의 크기를 키우고, 성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열심히 연구합니다. 그리고 AI 모델의 성능이 몇 점인지, 지난번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자랑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개발된 최고의 AI가 혹시 전쟁을 일으키고 사람을 죽이는 데도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최고의 성능으로 아무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돕는 도구가 되지는 않을까요? 하버드는 2017년 AI를 포함한 컴퓨터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윤리를 가르치기 위해 임베디드 에틱스(Embeded EthiCS)를 설계했습니다. 이 교과 과정의 특별한 점은 새로운 윤리 수업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수업 내 구성 요소가 되도록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과학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모두 윤리를 고민하게 만든 것이죠. 학생들은 수업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이고 사회적 문제로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하고, 그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합니다. 학생들이 기술 지식뿐만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가 계속해서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시스템(CS 265) 수업에서는 “데이터 시스템이 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COVID-19 팬데믹 당시 접촉자 추적을 위해 데이터 수집을 했던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들어, 나라면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하지 않았을지 토의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데이터 수집 효율성과 개인정보보호 문제의 균형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기계학습(CS 181)기계학습(CS 181) 수업에서는 “AI 시스템이 의도하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을 때 개발자는 어떤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미국 의료 AI 시스템에서 발견된 인종차별 문제를 돌이켜보며, 학생들은 AI 시스템이 학습한 환자 내역, 건강 기록, 미국 보건복지부가 판단한 건강 결정 요인 목록을 살펴보며 이 문제를 예측할 수는 없었는지, 어떤 데이터를 더하거나 뺐어야 했는지 고민해 봅니다. 보통 이러한 질문에는 무엇이 맞고, 틀린지 명확한 답은 없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이 엔지니어, 컴퓨터 과학자들이 윤리 문제를 피하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윤리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는 어떤 것이 옳다고 정의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나와 상대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가치가 우리 사회에 반영되기를 원하는 지 계속해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 “AI연구자나 개발자에게 윤리를 교육하는 것보다 윤리적인 AI를 잘 만들어서 보급하는 게 더 쉽고 빠르지 않나요?” AI 전공자가 AI 윤리를 배우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윤리적인 AI'가 무엇인지는 결국 사람이 정의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무엇에 AI를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 모두 사람의 일이죠. 하버드 임베디드 에틱스 리더 제임스 미킨스(James Mickens) 교수는 "공학은 위대하지만 모든 건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AI 윤리 문제를 AI연구자나 개발자에게만 맡겨둬서도 안 됩니다. AI 전문가가 아닌 우리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AI 윤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겠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서로가 원하는 AI와 우리의 미래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FAccT 2024 훑어보기 by 🤔어쪈 작년 이맘때 AI 윤리 레터에서 ‘AI 윤리 연구의 최전선’이라고 소개했던 학회 FAccT (ACM Conference on Fairness, Accountability, and Transparency)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렸습니다. 총 175편의 논문 발표와 더불어 다양한 세션이 4일동안 진행되었는데요. 이를 주제별로 분류한 시간표만 보고서도 AI 윤리의 지평이 정말 넓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FAccT는 레터에서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을 정도로 항상 관심 갖고 살펴보는 학회인데요. 아쉽게도 이번에 FAccT에 참석한 레터 필진이 없어 현장감 있는 소식을 전하진 못하지만 6편의 최우수 논문 수상작을 중심으로 AI 윤리 연구 동향을 간략하게나마 공유드려봅니다. 물론 언급했듯 FAccT가 다루는 영역이 방대한만큼 아래 논문들이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순 없습니다. 학회 논문 대부분이 오픈액세스로 열람 가능한만큼 직접 살펴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FAccT의 첫 글자를 담당하는 공정성 첫번째 논문은 조지프 피시킨(Joseph Fishkin)이 주창한 ‘기회 다원주의’에서 따온 ‘알고리즘 다원주의(Algorithmic Pluralism)’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개인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통로가 단일한 알고리즘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인해 더 좁아지고 경직된 병목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연구에요. 기회 다원주의를 위해서는 알고리즘 다원주의가 필요하며, 또 이를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알고리즘 개발 및 평가 절차와 기준을 토대로 서로 다른 여러 모델들이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알고리즘 다원주의의 필요성은 추천 대상이 직접 참여한 추천 알고리즘의 공정성 지표 설계 과정을 담은 두번째 논문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결과 콘텐츠 창작자와 데이팅 앱 사용자 모두 노출이 공평하게 이뤄지길 원하면서도, 콘텐츠 창작자는 콘텐츠 품질에 기반한 추천 비중 조절을 용인한 반면 데이팅 앱 사용자는 명시적인 선호 설정에 따른 필터링을 제외하고는 균등하게 추천이 이뤄지길 요구했죠. 결국 공정성 지표 역시 대상과 맥락에 따라 달리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AI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알고리즘 편향 감사 규제를 다룬 논문도 눈에 띕니다. 미국 뉴욕시에서 작년 7월 채용 AI에 독립적인 제3자 편향 감사를 도입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구인 시장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정한 법안(NYC 지역법 144)이 실제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봤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구진은 규제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규제 대상인 ‘자동화된 채용 결정 도구(automated employment decision tool)’에 대한 정의 뿐만 아니라 감사자의 독립성 요건이나 데이터 접근 범위 및 권한 등 실천적으로 불명확한 부분이 많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너무 넓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문제들 거대언어모델과 함께 AI 분야 내 핵심 영역으로 떠오른 자연어처리 기술의 발전이 영어에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은 새롭지 않습니다. 문제는 AI 윤리 연구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우리가 그동안 영어를 중심으로 AI의 젠더 편향을 측정하고 줄이기 위해 발전시켜온 기법들을 다른 언어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세번쨰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힌디어 기반 AI에 접목한 결과 그렇지 않았습니다. 언어가 갖는 사회문화적 맥락 때문에 힌디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현장 연구 없이는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부터 한계에 봉착했다고 하죠. 비단 힌디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또다른 논문은 비영어권 언어처럼 실제론 많이 쓰이지만 충분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주제를 다룹니다. 바로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사용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저자들은 얼굴 인식 기술 분야 사례를 바탕으로 합성 데이터 활용이 만연해질수록 두가지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합니다. 하나는 측정 가능한 지표를 중심으로 겉보기에 다양성과 대표성이 확보된 것처럼 데이터를 생성해도 숨겨진 내재적 편향이 남아있어 다양성-워싱(diversity-washing)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합성 데이터를 만들기 위한 실제 데이터 확보에 제공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불분명해진다는 점 역시 지적합니다. 요컨대 ‘실제 데이터’를 상정해 만들어진 각종 규율의 기반이 합성 데이터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죠. AI 윤리를 어떻게 배우고 실천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AI 윤리 레터와 북클럽이 떠오르는 논문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16개 조직에 소속된 AI 실무자와 AI 윤리 교육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 주된 학습 방식은 자기주도적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공부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교육 콘텐츠 대부분은 기술적인 개념 설명과 해결방안만을 다룬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사회기술적 접근에 기반한 자료와 더불어 사례 연구나 시나리오와 같이 보다 다양한 교육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론을 읽으며 어디서든 AI 윤리를 배우고 실천하기 위한 저변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덧붙이는 글🤔어쪈: 발표된 연구와 별개로, 올해 FAccT는 이런저런 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 학회 집행위원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한 AI 무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충분히 비판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학회 구성원들로부터 강한 불만이 제기되자 사과문과 함께 기존 성명서를 삭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2) FAccT가 구글, 아마존 등을 비롯한 AI 기업들의 후원을 받는다는 사실 역시 꾸준한 논쟁거리입니다. 특히 구글과 아마존은 이스라엘에 군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 님버스에 참여하는 회사라는 점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이른바 X-risk (Existential risk; 인류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 해소에 초점을 맞춰 기부하는 생존 및 번영 기금 (Survival and Flourishing Fund) 의 후원을 받은 사실 역시 논란이 되었습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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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이야기 참여자 _ 서울일반노동조합 제화지부 소속 63세 남성 회원 여성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신발을 만드는 과정 중에 저부라고 해서 바닥 창 붙이는 작업이 있거든요. 그거 하고 있습니다. 40년이 넘었죠. 근데 억울한 게 변한 게 없어요. 바쁠 때는 하루에 많게는 30족까지 작업을 해요. 아침 6시에 나와서 밤 9시까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그렇게 40년 넘게 일을 해도 최저임금 정도도 못 벌어요. 일거리 자체도 없고. 처음 할 때, 그니까 40년 전에는 할 만 했어요. 큰 돈은 못 벌어도 부부가 둘이 벌면 한 달에 700까지는 벌었어요. 2000년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먹고 살만 했어요. 근데 그 이후로 계속 안 좋더라고. 결국 집사람은 여기 일 그만두고 가전제품 분해하는 거? 뭐 그런 일하는 데로 옮겼어요. 문제는 일거리 자체가 없다는 거지. 큰 기업들이 일을 외국으로 보내잖아요. 외국에서 해가지고 들어와서 파니까, 이제 수제 기술 이런 게 점점 인기가 없죠. 1990년 즈음에 노동운동이 막 붐이 일었어요. 나도 그때는 젊었으니까 노동운동 잠깐 했는데, 결혼하고 이러면서 못하다가 이번에 다시 하게 됐죠. ‘탠디’하고 ‘미소페’ 그쪽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미소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거예요. 모든 공장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고, 감시하는 것처럼 들여다보고 그랬다더라고요. 시설투자는 안 하면서 노동자들 일하는 건 몰아붙이고.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뭉쳐보자 한 거죠. 근데 아직 멀었어요. 다들 너무 힘들게 일하는데, 오너들은 그런 거 생각 안 하니까. 풀빵은 제화 지부장에게 처음 들었죠. 저는 공제회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풀빵 이야기 나오자마자 바로 가입하자고 했죠. 회비가 비싼 것도 아니고, 부담 없이 가입을 했던 거죠. 저는 가입하고 소액대출도 받아서 썼어요. 월급이 100만 원 수준밖에 안 되고, 돈 나갈 데는 많고 그러니까 대출을 받았죠. 내가 급할 때 이렇게 돈을 믿고 빌려준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더라고요. 우리 나이가 되면 이제 금융권이나 이런 데서는 돈을 잘 안 빌려주거든요. 근데 여기는 나이 그런 거 안 따지잖아요. 그래서 그거 받아서 당장 급한 생활비로 썼죠. 나는 이미 집으로 담보 대출을 해서 쓴 게 있어요. 근데 그게 이자가 도대체 얼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게 또 변동금리가 돼서 이자가 올라가기만 하지 내려가질 않는 거예요. 나이도 먹고 이젠 그것도 갚아나 갈 능력도 안 될 거 같고 해서 지금은 집도 내 놨어요. 집 팔아서 대출 처리하려고. 그래도 풀빵은 부담이 없잖아요. 또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또 빌려 쓸 수 있다는 데 얼마나 좋아요. 어디 가서 아는 사람들한테 돈 얘기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사실 그게 더 힘들어요. 잘 나갈 때는 몰라도 어려울 때 돈 얘기하는 거 참 그렇거든요. 근데 어려울 때 부담없이 얘기할 수 있는 데가 생겼잖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누가 어렵다 그러면 “야 풀빵 들어.” 이렇게 얘기해주죠. 그리고 또 뿌듯한 게 추석, 설 명절 이럴 때 이제 선물이 오잖아요. 우리 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명절에 단체나 뭐 그런 데서 선물 받는 경우가 잘 없어요. 그런데 명절이라고 선물이 집으로 떡하니 오니까 뿌듯하고 굉장히 좋은 거죠.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더라고요. 근데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하더라고. 6천 원 회비 내는 거 자체를 갖다가 공돈 나가는 걸로 생각하는 건지, 부담을 갖더라고요. 취지를 모르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자기가 받는 혜택이라는 것도 모르고. 어디 가서 술 한잔 먹으면 소주 한 병 값 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나는 6천 원 가지고 그 많은 회원들에게 선물을 보내고 운영을 할수 있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앞으로 계속 잘 됐으면 좋겠으니까. 그래서 나는 회비 안 빼먹으려고 자동이체도 해 놨어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풀빵 회원조직과 회원, 그리고 노동공제운동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 노동공제가 궁금한 분들 모두 참여하실 수 있는 행사입니다.   📌 일시: 2024년 6월 25일(화) 오후 2-5시   📌 장소: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다리소극장  📌 문의: 사)풀빵 사무국(02-2039-2341)  👉 성과공유회 참가 신청 :https://bit.ly/풀빵성과공유회참가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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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K콘텐츠 전성시대, 늘어나는 임금체불
누적 120명 이상, 11억 원 이상.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임금체불 특별 신고센터로 확인된 방송 제작 현장의 임금 체불 현황입니다. 제작사의 무책임한 촬영 강행으로 피해 눈덩이, 제작중단의 경우 미지급 다반사입니다. 관련하여 대표적인 두 곳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는 증언대회를 지난 11일에 진행했습니다. 접수된 건에서도 피해규모가 전부 확인된 것은 아니고, 당연히 접수되지 않은 사건도 있을 것임을 생각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커집니다. 현장 증언에 나선 두 피해사례에서는 PD, 작가, 연출, 촬영, 조명, 분장, 의상, 배우 등 제작에 투입된 직군 전체에 걸쳐서 나타났고, 두 사건은 닮아있었습니다. 임금체불이 시작되었음에도, 지급할 것이라는 약속을 반복하며 제작을 강행하였고, 오히려 핵심 스태프에게 돈을 빌려가기도했습니다. 제작사의 거듭된 지급 약속과 콘텐츠가 완성되어야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의 특성상, 임금 체불이 시작되었음에도 주어진 업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개월에 걸친 임금 미지급으로 당사자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금체불에 대해서 해결해주어야 하는 노동당국은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노동청에서는 피해사례에서 노동자성이 강하게 인정되는 경우들이 분명 있음에도, 노동자성을 부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간이대지급금(소액체당금) 등 마땅히 작동해야 할 제도적 보호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한빛센터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투자 유치 부진 등을 이유로 제작이 초기에 중단되면서 기획 단계에서의 임금 미지급, 중간에 제작이 중단되면서 일했던 부분에 대한 미지급, 제작이 완료되었음에도 제작사의 사정으로 미지급이 수개월 째 해결되지 않는 경우 등입니다. 이는 기획과 제작, 투자와 고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파편화된 제작환경과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의 대두로 커진 불확실성 등을 원인이겠습니다. 문제는 제작과정에서 경영의 실패를 스태프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거나, 임금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항으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6월 말까지 임금체불 특별 신고센터 운영을 지속하고, 접수된 사례에 대해서는 법률적 지원과 공동 진정 진행, 그리고 노동행정과 임금체불, 방송제작 구조에 관련한 제도 개선 활동 등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임금체불 특별 신고센터 : https://bit.ly/wagecall 🧲 증언대회 보도자료 보기 : https://hanbit.center/news3/?idx=26920034&bmode=view 🎬미디어오늘 / "3개월간 오디션 프로 만들었는데.." K콘텐츠의 그늘, 임금체불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8642 📡 매일노동뉴스 / K-영상콘텐츠 그늘, 외주제작사 임금체불 '눈덩이'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988 🎥참여와혁신 / 'K-콘텐츠' 만드는 방송노동자들, 임금체불로 핸드폰 요금도 못 내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49 📺 미디어스 / K-콘텐츠의 이면, 반복되는 '임금체불'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005  📸한겨레 / ‘K콘텐츠’의 허울, 임금체불 제작사가 스태프 돈까지 빌려간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44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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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는 존재들의 지도 -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존재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야스쿠니, 뉴스로만 듣던 그 곳에 가보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지난 3월 말, 평화교육에 관심을 가지신 일본 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 동료와 도쿄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 중 하루를 스터티투어로 계획했는데, 오전에는 야스쿠니의 전쟁박물관인 류슈칸(ゆうしゅうかん)을, 오후에는 ‘액티브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WAM)’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야스쿠니역에 내려 계단을 오르니, 큰 나무들이 좌우로 늘어선 대로가 펼쳐졌다. 멀리 거대한 토리이(鳥居,とりい)*가 보였다. 4월 초의 도쿄는 벚꽃이 한창 피었다 흩어지느라 바쁜 계절이었는데, 신사 앞 마당에도 벚나무가 꽤 많았다. 신사 앞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는 사람들과 벚나무 아래 사진찍느라 바쁜 사람들 사이를 지나 전쟁박물관으로 들어섰다.   대동아공영권의 역사를 전시하던 공간 초입에 적혀있는 문장부터 마음에 얹혔다. 사진없이 기억에 의존한 기록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외국선박들이 계속해서 아시아 지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이 떨치고 일어났다’는 설명으로 전시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시아를 위해 일어난 일본의 군대는 서구에 맞서 아시아를 지켰는가? 누가 누구로부터 누구를 지켰다는 말이지? 류슈칸은 로비를 포함하여 딱 두 공간에서만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옆에 붙어있는 아시아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빨간 점이 곳곳에 찍혀 있는 지도였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본의 기지가 있던 지역들을 표시해둔 것이었는데, 아시아 전역에 걸쳐 수 많은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나는 그보다 더 많은 빨간 점들이 찍힌 지도를 마주하게 되었다. 액티브뮤지엄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박물관(WA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의 위치를 표시해둔 지도였다.      WAM의 활동가 한 분이 일본어를 하지 못하는 내게 한글로 된 전시자료집을 꺼내주셨다. “내버려진 조선인 위안부"라는 주제로 열렸던 2006년의 전시기록이었다. 전시기록에는 아시아 전 지역에 강제로 배치되었던 수많은 '위안부'들,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철수하는 일본군들 뒤에 남겨진 존재들, 일본군이 떠난 자리에 들어온 미군의 '위안부'가 되기도 했고, 연합군의 포로로 수용되기도 했던 이들의 사진과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기록들 중에 배봉기님의 사진을 보았다.    배봉기, 최초의 '위안부' 증언자. 1991년 김학순님의 증언 이전에 배봉기님이 계셨다. 1914년 9월,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배봉기님은 스물아홉살이던 1944년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는 조선인 남성 두 사람의 제안을 따라 길을 나섰다. 사시사철 맛있는 과일이 지천이라던 곳은 일본 오키나와 도카시키섬의 일본군 위안소였다. 그 곳에서 배봉기님은 아키코라 불리며, 낮에는 일본군의 식사를 해주고, 저녁이면 일본군을 상대해야 했다. 1972년 오키나와는 미군의 손에서 일본의 손으로 넘어갔고, 1975년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체류와 관련한 법적 지위를 재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배봉기님은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로 오키나와에 왔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특별체류의 자격을 얻었다. 임경화(2020)는  그의 논문에서 “이로써 배봉기는 30년 만에 국가에 등록”되었다고 기록한다.** 의자를 가져다 배봉기님의 사진 앞에 앉았다. 배봉기님의 얼굴을 마주하며, 슬프면서도 그 슬픔을 넘어서 있는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느낌이었는데, 배봉기님의 삶을 어찌 형언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따라왔다. 그러다 문득, 뮤리엘 루카이저의 시가 떠올랐다. “What would happen if one woman told the truth about her life? The world would split open.(한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세계는 폭발해 버릴 것이다.)”  전쟁의 한가운데 강제로 던져진 존재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폐허에 버려진 존재들. ‘버려짐'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감히 그 ‘버려짐'을 헤아릴 수 있는가? 나에게는 그것을 헤아릴 수 있는 역량도, 자격도 없다. 류슈칸, WAM, 벽에 걸린 같은 지도, 그러나 전혀 다른 지도. 저 지도 위의 점들이 기지가 아니라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한 사람, 한 사람이라면, 저 지도는 금세 빨간 점으로 뒤덮였을 것이다. 저 지도위의 점들이 위안소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라면 저 지도는 온통 새빨간 점으로 뒤덮였을 것이다.  WAM 입구의 한 쪽 벽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분들의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소천하신 분들의 사진 옆에는 작고 하얀 국화가 붙어 있었는데, 안내해주신 분이 점점 더 많은 사진에 국화를 붙이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이혜령(2023)은 “폐허, 바다의 기억”이라는 논문에 “일본군 ‘위안부'는 셀 수 있는가”라는 부제를 붙였다.***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이 한 분, 한 분, 돌아가실 때마다 아직 살아계신 분들의 숫자를 헤아리는 행위가, 결국 이 생존자들을 숫자적 의미에 가두어두는 한계를 안고 있지 않느냐고. 기실, 센다는 행위로 헤아릴 수 없는 존재들을 셈하려 함으로써 그 생존자의 역사를 협소한 국가의 틀에 가두는 것이 아니냐고. 이 사려깊고도 예리한 질문을 마주하며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점으로 뒤덮힌 지도를 떠올렸다.  일본제국은 그래서 결국 무엇을 지켰고 누구를 보호했는가? 연합군은 그래서 누구를 보호했고 무엇을 지켰는가? 애초에 지킬 수 없는 것들을 지키겠다고 떨쳐 일어난 가부장의 허세, 그 허세는 어찌하여 아직도 부끄러움을 모르는가?. 버려짐에 대해 생각한다. 그 단어가 주는 서글픔에 대해 생각하다, 배봉기님과 수많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은 국가가, 이 세상이 온통 자신을 버렸어도, 결코 버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전장은 어디인가? 전장은 그 지도위에 있지 않다. 버려졌으나 버려지지 않은 존재들, 그 존재들의 몸이 곧 전장이다.  버림과 버려짐. 버려졌어도 스스로 버리지 않으면 결코 버려진 것이 아니다. 증언을 통해, 또 침묵을 통해, 이 세계를 터뜨려버린 존재들의 뜨거움. 지구위의 생을 벗어두고 떠난 존재들을 기억하며, 나는 침묵 또한 언어임을 스스로에게 환기한다.    No longer speaking Listening with the whole body And with every drop of blood Overtaken by silence But this same silence is become speech With the speed of darkness. <Speed of Darkness>, Muriel Rukeyser - 더이상 말하지 않는다 온 몸으로 들을 뿐 모든 핏방울들과 함께 침묵에 압도된다   하지만 이 동일한 침묵은 곧 ‘말’이 되었다 어둠이 가진 그 속도로    뮤리엘 루카이저, <어둠의 속도> 중에서    *토리이, 불경한 곳과 신성한 곳을 구분짓는 경계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신사 입구에 위치한다.  **임경화, 「마이너리티의 역사기록운동과 오키나와의 일본군 ‘위안부’」, <대동문화연구> 제112호,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2020, 494-495쪽 *** 이혜령. (2023). 폐허, 바다의 기억 - 일본군 ‘위안부’는 셀 수 있는가. 대중서사연구, 29(1), 141-175.        / 문아영  2012년 9월, 평화와 교육, 평화와 일상을 연결하는 플랫폼, 피스모모(PEACEMOMO)를 동료들과 함께 창립했다. 사회혁신의 궁극은 이 세계에서 전쟁이 그치는 일이라 생각하며 자본과 소비를 중심으로 구성된 세상이 조금이라도 덜 나빠지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하는 사람, 실천적 사유에 관심이 많으며 한나 아렌트를 좋아하고 북한산이 보이는 집에서 새촘, 우아, 레오, 라라, 네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산다. 
여성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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