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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어떻게 ‘참사 공화국’이 되었나
대한민국은 어떻게 ‘참사 공화국’이 되었나 참사들로 보는 국가와 정부의 역할과 재난에 대한 접근법 이야기 대한민국, ‘참사 공화국’ 작금의 대한민국은 사실 ‘참사 공화국’ 이라고 해야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정도로 참사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고, 국가와 정부는 그럴 때마다 그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요즘 들어 크고작은 사고와 사건이 줄지어 일어나고, ‘참사’라고 불러야 하는 규모의 재난들 또한 적지않게 일어나고 있다. 수많은 참사가 일어났다. 문민정부 시절 일어난 서해 페리호 참사, 박근혜 정부 당시 일어난 세월호 참사, 문재인 정부 시절 일어난 광주 참사, 그리고 작금의 윤석열 정부 들어 일어난 10.29 이태원 참사와 바로 직전에 일어난 화성 참사까지,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참사’로 얼룩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하인리히 법칙’ 이라는 법칙이 있다. ‘1:29:300의 법칙’ 이라고도 불리는데, 1개의 참사가 일어나기 이전에 29건의 큰 사고가 일어나고, 그 이전에 300건의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역으로 이야기하면 300개의 작은 사고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29건의 큰 사고가 일어나고, 그것을 무시하면 결국 큰 참사로 이어진다는 법칙이다. 이 하인리히 법칙은 2014년 4월 16일,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크고 작은 해운사고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을 입증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1993년 일어난 서해 페리호 사건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다시 수많은 해운사고들을 방조한, 그리고 규제를 완화한 결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형 해운사고는 대개 20년을 주기로 일어난다는, ‘대형 해운사고 20년 주기의 법칙’까지 더해져 대한민국 정부와 국가의 부재를 규탄하는 수많은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1993년 서해 페리호 참사와 2014년 세월호 참사는 20년 조금 넘는 간격을 두고 벌어졌기 때문에, 그리고 참사의 양상이 비슷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는 서해 페리호 참사의 반복이라는 언급들도 등장했다. 참사에 무심한 국가와 정부 그리고 세월호 참사 이후, 또 수많은 참사들이 일어났다. 2021년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철거중인 건물이 쓰러져 버스를 덮친 광주 참사, 2022년 159명이 목숨을 잃은 10.29 이태원 참사, 그리고 지난 6월 24일 화성의 배터리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일어난 화재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참사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 참사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갔다. 특히 2020년대 들어 참사라고 할 수 있는 사건만 3건이 일어났다. 심지어 이번 화성 참사는 재난 발생 이틀 전인 22일에도 해당 공장에서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으나, 사측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입단속을 시켰다는 정황이 나왔다. 그 말은 한국 사회와 국가, 정부가 크고 작은 사고와 사건들에 대해 무심하고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각기 참사들은 한국 사회의 치부를 찔렀다. 먼저 세월호 참사가 정부 주도의 해운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불법에 대한 눈감아주기, 사고 상황에서 국가의 부재를 폭로했다면, 광주 참사는 철거와 재개발에서 일어나는 불법과 부실공사 등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가 컨트롤 타워의 부재, 치안의 부재, 공권력의 사유화 등을 알렸고, 이번에 일어난 화성 참사는 재난이 예상됨에도 무시한 것, 사고 상황에서 매뉴얼의 부재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지에 대해 폭로했다. 이러한 참사가 전하는 메시지들을 모아보면, 재난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의 부재와 불법에 대한 눈감아주기, 규제 완화 등으로 종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한번 종합해보면 국가의 부재라고 할 수 있는 ‘부작위성(unterlassung)’, 그리고 재난의 책임을 국가나 정부가 지지 않는다는 ‘외부화(out-sourcing)’ 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부작위성은 재난이 일어날 수 있거나, 재난이 일어난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을 방조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는 이미 사고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불량 선박인 세월호의 출항을 허가했고,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당시 재난의 컨트롤 타워인 박근혜 정부는 7시간 동안 부재했고,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했다”는 말로 책임을 해경에게 전가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에서 공권력은 그 날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이태원 대신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 대부분이 배치되어 있었고, 윤석열 정부와 경찰은 책임을 애써 피해갔다.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외부화는 세월호 참사 당시의 박근혜 정부와 이태원 참사 당시의 윤석열 정부가 보인 모습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로 말이다. 재난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는 두 참사 모두에서 존재하지 않았고, 기껏해야 뒷수습을 하는 모양새만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해경에게, 윤석열 정부는 재난의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실상 그 아젠다에서 도망을 쳤다. 사령탑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국가 공권력은 우왕좌왕하거나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바빴고, 그 책임은 재난, 즉 참사로 이어졌다. 둘 다, 아니 사실 위에서 언급한 모든 참사들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고,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재난들이었다. 국가와 정부가 했어야 할 일 - 진상 규명 규제를 강화하고, 불법을 눈감아주지 않고, 적절하게 치안을 배치하고, 국가가 적극적이었다면, 그리고 재난 예방에 대한 교육이 충실히 이루어지고 거기서 교훈을 얻어 다른 참사를 방지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이러한 참사들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참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수도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후에 사후약방문이나마 이루어진 재난은 기껏해야 광주 참사정도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광주 참사도 사후약방문이라도 하라는 사회적 목소리 때문에 겨우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고,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조사는 유명무실했고 겨우 제정된 특별법은 시행령으로 누더기가 되었다. 이태원 참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심지어 아직도 특조위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 참사의 진상 규명을 두고, 참사와 그 사회적 여파를 축소하려는 이들은 주로 ‘사고-보상 프레임’을 사용한다. 사고-보상 프레임은 “사고가 일어났고, 피해자들은 보상을 바란다” 라고 재난을 축소해버린다. 이 프레임은 참사가 “왜 일어났는가?”와 “어떻게 일어났는가?” 라는 말을 봉쇄시켜 버린다. 국가와 정부의 실패를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세월호 참사에서는 “죽은 자식을 팔아먹는다” 나 “이미 보상을 받아놓고 더 달라고 한다”며 참사의 피해자들과 유가족을 폄하했고, 논쟁의 여지를 봉쇄해 버렸다. 이태원 참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놀러 갔다 죽었는데 국가와 정부 탓을 한다”(이 말은 세월호 참사부터 유구하게 쓰인 말이다) 는 말로 재난을 일축하려고 했다. 참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그렇기 때문에 ‘사고-보상 프레임’을 넘어 ‘사건-규명 프레임’으로 재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고, 재난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으로 사건 현장을 만든 것을 넘어 사회의 문제점들이 모여서 터진 ‘총체적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 박명림은 “사태의 궁극적인 진실을 남김없이 ‘알 권리’, 즉 진실권은 정의와 인간 존엄을 위한 기본 권리이며, 치료를 받을 권리 또한 사태의 진실을 정의롭게 판정할 수 있는 진실권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참사로 이름붙여진 사건들에서 제대로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고, 사회 구성원들은 공통의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정부는 공권력을 이용해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전쟁정치(war politics)’를 사용했다.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가 제안한 전쟁정치 개념은, 국가가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국민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마치 적을 다루듯이 하는 것을 일컫는데, 크게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에서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들과 그에 연대하는 이들을 ‘적’으로 규정, 치안 공권력을 통해 마치 ‘토벌’하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에게 배상 대신 그들을 경찰로 포위하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퍼부었고, 윤석열 정부도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을 온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시민(citoyen)’ 으로 대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의 분향소에는 늘 허리춤에 최루액을 꼽은 경찰들이 서성였고, 늘 유가족들과 분향소에 오는 사람들을 예의주시하곤 했다. 마치 ‘언제 범죄를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 처럼 대한 것이다. 책임전가의 결과는 심판 특히 이태원 참사라는 전적이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에 일어난 화성 참사로 인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이다. 아니 올라야만 한다. 그리고 한국의 노동 정책, 산업안전 및 보건 정책, 이주민 정책, 규제 정책 등을 질타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질타를 통해 성역 없는 비판을 받아야만 하고 책임을 져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진상 규명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트라우마를 해결할 방책을 세워야 한다. 이는 윤석열 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숙제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참사의 시계를 멈출, 적어도 느리게 돌려놓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사고-보상 프레임’과 ‘전쟁정치’로 참사의 피해자들과 사회 구성원들을 무책임하게 대한다면, 또 ‘조금 있으면 조용해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 참사를 대한다면, 한국 사회는 또다시 언제 어디서 일어날 지 모르는 참사에 노출될 것이고, 국민들은 국가와 정부를 더욱 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희생된 참사 앞에 부도덕하고 불성실하게 나선다면, 그리고 또다시 편가르기를 한다면 그것은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저지르는 ‘내란음모’ 라고 밖에 볼 수 없고, 구성원들이 ‘저항권’을 언제든지 발동해도 이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참사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한국 사회의 평판을 저하시키고, 그러한 나라의 구성원이라는 것은 용납하기 쉽지 않은 모욕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정부의 실정 때문에 구성원들이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그 자체로 ‘내란’ 이다. 책임전가의 결과는 정권 심판이 될 것이다.
국가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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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안전하다고 믿으려면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7월 첫째 주by 🎶소소 1. 안전한 초지능을 만들어야 한다는 믿음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오픈AI 퇴사 이후 한 달 만에 새로운 회사를 차렸습니다. 회사 이름은 Safe Superintelligence Inc.회사명처럼 안전한 초지능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고 합니다. 최고의 기술로 AI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느껴집니다. 일리야 수츠케버가 오픈AI에서 '샘 올트먼'의 해임을 주도하고, 또 최근 퇴사한 이유가 AI 안전과 상용화에 대한 가치 충돌이라는 추측이 많았는데요. 회사 소개에서도 그러한 내용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경영상의 이슈’와 ‘제품 주기’ 등 상용화로부터 자유로운 AI 안전 연구를 위해 챗GPT와 같은 상용 제품을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GPT 모델 발전을 주도하며 현재 AI 발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딥러닝의 시대를 만든 제프리 힌턴 연구실에서 AlexNet을 연구했고, 구글 딥마인드와 알파고를 함께 연구했으며, 그 이후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와 함께 비영리 기업 오픈AI를 창업했습니다. 구글을 떠난 이유도 구글이 AI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는데요. 그는 지난해 오픈AI에 슈퍼얼라인먼트팀을 만들어 이끌어오기도 했습니다. 윤리 레터에서는 많은 AI 기업에서 초지능의 위험을 이야기하며 현재의 AI가 만드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관심을 미래로 돌릴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함을 지적해 왔습니다. 일리야 수츠케버의 행보를 보면 그의 초지능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불안이 진심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그가 말하는 AI의 위험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AI로 인한 문제와 해결 방안 전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2.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를 원하는 5만 명 교육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유보하라는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을 넘어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초중등 수업에서 종이 교과서 대신 디지털 기기로 수준별 맞춤 교과서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AI를 활용해 학생의 성취도, 강점과 약점, 학습 태도를 파악하여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이 정보를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제공한다는 것인데요. 당장 내년인 2025년부터 일부 과목에 우선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청원의 핵심은 사업이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없이 서둘러 추진된 데 있어 보입니다. 사업 내용만 들으면 좋은 효과만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러나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을 위함임을 강조합니다. 아이들을 평균에 맞춰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개인 실력에 따른 맞춤 학습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청원에 참여한 사람들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맞춤 교육’에 적합하다는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휴대폰, 아이패드로 게임, 유튜브에 쉽게 빠지는 아이들을 보아온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습니다. 교과서 변경은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아주 중대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정부가 지금처럼 기술의 긍정적 효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 효과는 생각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AI 디지털 교과서의 효용을 엄밀하게 확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학생, 선생님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까지도 충분히 검증되어야 합니다. 실제 수업 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서도 조금 더 차분히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습니다. 🦜 더 읽어보기 외부인의 ‘AI 디지털교과서’ 단상 (AI 윤리 레터, 2024-02-01) AI 교육을 표방하는 ‘디지털 교과서’ 정책, 그 속에 담긴 위험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2023-08-09) 수천억 원 드는 AI 디지털 교과서, ‘혁명’인가 (시사인, 2024-04-04) 3. 새롭지 않은 새로운 음원 저작권 소송 미국 레코드 산업협회(RIAA)가 유니버설뮤직을 비롯한 소니뮤직, 워너뮤직을 대표해 음악 생성 AI 스타트업 수노AI(Suno AI)와 유디오(Udio 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음악 생성 AI서비스는 원하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작사·작곡·보컬을 모두 포함해 노래를 완성해줍니다. 협회는 이 스타트업들이 AI 모델 학습에 저작권이 있는 자사 음악을 불법 활용했다는 주장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창작물이 AI 학습에 창작자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 복제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뉴스, 소설, 시나리오와 같은 글에서 그림으로, 또 음악으로 확대되고 있죠.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의 AI 학습에 대한 명확한 규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생성 AI 콘텐츠 종류가 늘어날수록 학습 데이터 저작권 소송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4. 식약처가 만든 의약품 개발 시 AI 활용 안내서 식약처가 의약품 개발 단계별 인공지능 활용 안내서를 발간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의약품 전주기 중 신규 의약품 개발 초기 단계(후보물질 발굴, 비임상시험, 임상시험 등)에 집중하여 약 10장 분량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의약품 개발 각 단계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례를 먼저 제시한 후에, 그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상 연구 단계에서는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 전자의무기록 등을 분석하여 적절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예측하거나 모집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음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그 후에 AI는 과거 임상시험 환자 데이터 선정/제외 기준으로 학습된다는 사실을 주의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본 안내서가 의약품 개발과 같은 전문 분야에 AI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기를 기대했지만, 아직은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앞으로 실제 사례들이 보완된다면 의약품 개발 현장에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 소식 Data Workers’ Inquiry, 개막 행사 온라인, 영어 (2024-07-08, 한국시간 9일 새벽) Rethinking the Inevitability of AI: The Environmental and Social Impacts of Computing in Historical Context 버지니아 대학교, 온라인, 영어 (2024-07-18)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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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되어가는 윤석열 정부, 이대로 괜찮을까요?💭
살다 보면 가끔 뭔가 싸한 감각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에어컨을 안 끄고 외출한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등이 그렇죠. 사회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도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떤 불편한 감각에 대해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이 들 때는 보통 안도를 하게 되는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불안감이 증폭되기도 합니다. 최근 우연히 틀어 둔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나만 저 소식이 뜬금없다고 느껴지나?’ 그리고 생각보다 진심이었던 것처럼 진행되는 사업 이야기에 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곳곳에 펼쳐진 수많은 문제를 내버려둔 채 갑자기 석유 시추라니요? 대통령님? 저기요?🤨 尹 "동해에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커…시추계획 승인" (연합뉴스 24.06.03) 긴급 국정 브리핑과 대통령의 발언에 마치 깜짝 파티에 초대된 듯 모두가 당황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여러 정치인이 우려 섞인 의견을 줄줄이 내놓습니다. 국민의힘 의원이 이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며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된다는 게 그리 싫나”라고 핀잔을 줬는데요. 뉴스에서 그 음성을 들은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답니다.🤔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 “신뢰도 21%인 윤 대통령의 석유 시추 브리핑은 의심만 샀다”, “탐사 시추 지시가 발표 당일이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관련 주식이 불기둥처럼 올랐는데 갑작스러운 발표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과 무슨 관계가 있을지 추적할 것”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가장 황당한 부분은 5,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엄청난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산업통상자원부도 잘 몰랐다는 점과 외국 ‘1인 기업’의 보고서만 믿고 투자를 하려 한다는 점”,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은 정말 이해가 안 되고 처음 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희소식 앞에 민주당은 유독 재 뿌리기에 바쁜 것 같다”, “민생과 국익 앞에서도 정치적으로만 접근하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 “대한민국이 산유국이 되는 것이 그리 싫은가”,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권에서 40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는 사과와 반성도 없다. 이번 사업은 시추 비용에 약 5,000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비난하는 게 맞나” “野, 대한민국이 산유국 되는 게 그리 싫나”…尹 옹호 나선 與 (시사저널 24.06.07) <아마겟돈>이라는 영화에는 갑자기 지구로 날아오고 있는 운석을 처리하기 위해 급하게 우주로 나서게 되는 석유 시추 기술팀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땅속 깊숙하게 드릴을 박아 넣는 기술을 운석에 적용해서, 운석이 지구에 도착하기 전 폭탄을 설치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죠. 바다 위에서 석유를 파내던 사람들이 갑자기 지구의 운명을 어깨에 짊어지게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 이슈는 저에게 이 영화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정부의 발표라고 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것이 저의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조금 슬프게도,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에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윤 대통령 발표 ‘신뢰 안 해’ 60% ‘신뢰한다’ 28% (경향신문 24.06.14)  어쨌든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과 관련한 이슈는 세상에 던져졌고, 뒤를 이어 들리는 소식마다 주식시장을 크게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을 언급한 뒤 석유 관련 주식들이 며칠 동안 폭등했고, 석연치 않게도 이 타이밍에 한국가스공사 임원들이 관련 주식 보유분을 전량 매도하는 등의 일이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파동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윤 대통령은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천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산업통산자원부의 석유가스전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석유·가스전 개발은 물리 탐사, 탐사 시추, 상업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천공 유튜브, '동해 석유·가스 매장' 발표 2주 전 "산유국 안 될 것 같나" (미디어스 24.06.03) 실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그만한 세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은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실히 납부한 세금이 헛되이 쓰인다고 하면 달가워할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텐데요. 만약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석유 사업을 시작했으나 정부가 이야기한 것만큼의 경제적 효과나 이익이 없을 경우가 발생하면 그 손실은 어느 누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신중함이 느껴지지 않는 언행에 논란과 불신을 부추기는듯한 정부 관료들의 행태가 아슬아슬해 보입니다. [오늘 이 뉴스] 尹 발표로 가스공사 주가 뛰자 공사 임원들 '우르르' 팔았다 (2024.06.12/MBC뉴스) 예전에 읽은 책 한권이 떠올랐습니다. 동화를 다른 맥락으로 읽어주는 책이었는데요. 양치기소년이 마을 사람들에게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하며 놀다가,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아무도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양이 모두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가 있죠. 잘 알려진 교훈은 ‘거짓말을 하지 말자’입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양치기 소년의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나서도 그를 그저 무시하기를 택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사회 시스템에 비추어보면 양치기소년의 역할은 위험을 감지하고 알리는 것인데, 이 기능이 잘못 작동하는 것을 공동체 구성원이 알면서 방치한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석유공사에 ‘당한’ 윤 대통령…국정브리핑 한 번으로 끝내라 (한겨레 24.06.26)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보다 기본적인 신뢰 체계가 무너지는 것에 집중해서 본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양치기소년에게 어떤 훈계가 필요할지 조금은 가닥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 동화에서 가장 딱한 부분은 양들은 아무 죄없이 잡아먹히고, 영문도 모르는 채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치기소년이 거짓말놀이를 하면서 도움받을 곳이 사라지고, 어떤 의사도 밝히지 못하고 먹잇감이 된 양들이 제일 불쌍합니다. 저와 가장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더 감정이 이입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 양들의 안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양치기소년과, 그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는 정부 관료들이 그려집니다. 기껏 마련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지만 아무도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사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죄 없는 어린양들은 위험에 노출되는 이 상황이 너무 부당하지 않은가요.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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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잃고 표현할 줄 아는, GPT-4.o가 좋으면서 싫은 이유
출저: 언스플래쉬 최근 대부분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ChatGPT 일 것 같은데요. 저도 점차 업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더욱 흥미가 커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알고 있는 지식에 대해 정리하고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어요. 일단 사전적 정의에 대해 설명해 볼게요.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오픈 에이아이(Open 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데요. 언어 모델인 GPT와 Chat의 합성어에요. 즉, 언어모델과 채팅을 하는 것이고 언어 모델은 버전업이 지속되고 있어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GPT의 뜻은 아래와 같아요.   Generative 텍스트를 생성하고 Pre-trained 텍스트 데이터를 미리 학습 한 Transformer 아키텍처(컴퓨터의 구조, 구성의 기초가 되는 설계상의 기본 구성 요소) (Transformer란 2017년 구글의 ‘Attention is All You Need’라는 논문에서 처음 소개된 복잡한 자연어 처리를 위한 딥러닝 모델의 한 종류를 말합니다.) ChatGPT의 정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니까 더 어려운 거 같네요.  그래서 ChatGPT의 최근 버전인 GPT-4.o를 설명할 때 “영화 <Her>가 현실화되었다" 혹은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다”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AI는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데요. 그 점이 이전 버전인 3.5와 가장 큰 차이점이자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점입니다. chatGPT-4.o의 시연 영상을 보면 임기응변 능력이 상상 이상으로 뛰어나서 정말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버전을 표시하는 방식도 조금 흥미로운데요. 4.0이 아닌, 4.o인 이유는 “o(omni;모든 것을 아우르다)”에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AI로봇 아메카는 “네게 냄새가 난다", “사람에게 반항할 거냐" 등의 질문을 받으면 표정을 찌푸리기도 하는데요. 말과 행동이 모두 사람과 같은 모습을 보여 신기하면서 섬뜩한 감정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chatGPT-4.o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ChatGPT-4는 언어 모델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습니다. 특히 긴 문맥을 처리하는 능력과 다양한 입력을 다룰 수 있는 기능은 AI의 응용 범위를 크게 넓혔습니다." - Andrew Ng (AI 전문가, 스탠퍼드 교수) "ChatGPT-4는 대규모 언어 모델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정확성과 정밀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이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AI의 실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Yann LeCun (AI 전문가, 뉴욕대 교수, 페이스북 AI 연구소 소장)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와 그 성능이 정말 놀라운데요. 기술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원하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하는데 이를 조금 어렵게 말하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합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란 것이 인간처럼 학습하고 판단하고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니 잘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한데요. 질문을 통하여 학습을 잘 시키면 시킬수록 원하는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져요. 그래서 학습시키는 기법들도 여러 가지가 있고, 그 기법에 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줄 자격증들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어요.  잘 활용하면 너무나도 좋은 도구 혹은 비서와 같은 chatGPT를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한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직장 내에서 AI 사용'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활용 중인 직장인 5명 중 4명은 업무 성과가 높아졌다고 응답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사내에 65개 이상의 챗봇을 운영 중이며 코카콜라는 디지털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요. 생성형 AI가 단순한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업무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사적인 시스템이 마련되기 전에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건 주요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기에 금지되는 사례도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사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chatGPT를 비롯한 AI의 사용을 자체 보안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보 유출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도 우려되는데요. 흔히 AI에게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가스라이팅을 잘 시켜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AI와 6주 대화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AI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는 점에 더욱 극단적인 상황이 우려되기도 합니다. 양날의 검과 같은 기술의 발전, 그리고 그 중심 화두에 있는 chatGP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유로운 의견 나눠 주세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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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보다 더 건강히 이용하는 방법은 ‘사용자들’에게 달렸다
SNS 이용자들은 자신의 온라인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 및 확장합니다. 소통 채널로서 SNS가 갖는 특징은 SNS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알리고, SNS 이용자들과 정보 및 다양한 콘텐츠를 공유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 및 확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비베크 머시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의무총감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SNS 사용이 일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해친다는 광범위한 지표들이 존재한다고 경고했습니다. SNS 사용의 긍정적 요소로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우정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으며, 특히 성적·인종적 소수자들은 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는데 도움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주 동안 매일 30분씩 SNS를 사용하면 우울증이 크게 개선된다는 대학생 및 청소년 대상 실험 결과도 소개했는데요. 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SNS에는 ‘사이버 괴롭힘’이 만연하고 남과의 비교, 낮은 자존감 등을 정상적 상태로 여기도록 하는 “극단적이고 유해한 콘텐츠가 넘쳐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다양한 임상심리학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섭식 장애 등과 SNS 이용 사이에 잠재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결과들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SNS는 어떠한 방식과 태도로 접근하냐에 따라 그 영향의 방향이 다릅니다.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죠.   SNS를 긍정적으로 사용한다면, 분명 좋은 영향이 한 개인에게 미칠 겁니다.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위 기사와 같이 적정 시간동안 SNS를 사용하는 조건을 충족한 방식일 겁니다. 단지 시간만 적절히 유지하기보다는, 여러 각도의 노력을 통해 SNS를 건강히 이용해야할텐데요.   SNS를 건강히 이용하는 방식에서 ‘사용자들’에 초점을 맞추어 또한 소개를 드려볼까 합니다.   사회적 비교는 자신의 능력이나 성격 등을 타인과 비교하는 경우 나타나게 되는데(Bergagna and Tartaglia, 2018), 처음 사회적 비교 이론을 제시한 것은 Festinger(1954)입니다. Festinger는 인간이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며, 이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 중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Festinger, 1954). 인간이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 자료를 얻기 위해 주변의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Stapel and Tesser, 2001). 이러한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거나 자아 개념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개인의 경우, 사회적 비교 성향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Buunk and Gibbons, 2007). 대체적으로 사회적 비교 성향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행동에 민감하거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자존심을 높이려는 욕구가 강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Gibbons and Buunk, 1999).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하게 되고, 이러한 성향이 사회적 비교 성향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 특성으로서 사회적 비교성향은 자신에 대한 평가 과정에서 타인과의 비교 자료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타인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서로의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SNS의 영향력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비교의 성향이 강한 것은 개인의 자존감에 달려있고, 이러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비교 성향이 낮아, SNS의 부정적 영향에 덜 취약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들 자체의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죠.   자존감을 유지하고 본인을 잘 아는 것, 즉 성찰을 많이 해야합니다. 이는 저희의 첫 글에서 책 ‘태도에 관하여’를 추천하며 얘기드린 내용과 일맥상통합니다.   이번에는 책 ‘콰이어트 모닝’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콰이어트 모닝]       이 책의 저자는,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내어 고요히 본인을 성찰하고 하루를 시작할 태도를 다지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합니다.   위와 같은 책을 읽으면 본인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 삶을 보다 더 능동적으로 살아가게 됨으로써 SNS를 부차적으로 건강히,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이 갖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을 높이고, 고요히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독서로 쉽게 주어진다고 보는데요. 독서 이외에, 또다른 여러분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또, 사용자들 차원을 넘어 다른 범주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SNS를 건강히 사용하는 방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출처]   박은하(2023). ‘“SNS가 10대를 위협한다” …미 공중보건당국 공개 경고’, 경향신문. 이영원(2022), 자존감과 사회적 비교성향 및 오프라인 활동에 따른 SNS 이용 효과 분석: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카카오스토리를 중심으로,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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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5] 나눔의 선순환, 그게 풀빵정신 아닙니까?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나의 기댈언덕, 풀빵 #13] 단합과 연대의 씨앗이 풀빵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4] 지금도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더더더 좋아지겠죠 이야기 참여자 _ 카부기공제회 소속 53세 남성 회원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대리운전을 한 20년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다른 거 하기도 했는데 조선업 쪽에 있을 때는 데크하우스라고 선실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러다가 허리디스크가 와서 그만두고 대리운전했고요, 다시 분식집 한 3년 하다가 그만두고는 이제 대리운전 계속하고 있죠. 올해로 한 7년 된 거 같습니다. 주로 울산에서 활동하지만 누구 말마따나 ‘걸리면 걸리는 대로’ 서울도 가고 전국 다 갑니다. 그리고 이거하면서 가끔씩 탁송도 하거든요. 탁송할 때는 전국 다 돌아다니죠. 탁송하는 시기는 대리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요. 3월부터 10월 정도까지. 말해놓고 보니 기네요.  대리운전은 근무시간이랄 게 따로 없어요. 늦게 퇴근하니까 집에 가서 자고 일어나면 그때부터 대기죠. 대개 저녁 한 8시나 9시 돼야 첫 콜을 받는데, 대기는 오후 2~3시부터 해요. 워낙 콜이 적으니까 일찍부터 기다리는 거죠. 대리업에서 특별히 어려운 점이라고 하면 종사자들 대부분이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루라도 일을 못하면 수입이 없으니까, 아파도 쉴 수가 없거든요. 사정이 그렇습니다. 대리기사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내에서 어떠한 불만이 있거나 잘못된 걸 알아도 얘기를 못해요. 회사에다가 잘못됐으니 시정해달라고 한 마디 했는데 회사에서 ‘그만두세요’ 하면 어떡합니까. 그게 부당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딱 하면은 너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서 어쩔 수 없다. 프리랜서인데 거기에서 나왔으면 다른 데 가면 되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참... 답답하죠. 다른 대리기사들한테도 지금 뭐가 가장 어렵냐 힘드냐고 이야기를 하면 다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서 비롯되는 것들. 근데, 그걸 바꿀 기준이 없어요. 법이 없는데 뭘 어떻게 바꾸겠어요. 그러니 단가나 근로 조건이 점점 안 좋아지는 환경에서 일정한 수익을 내려다보면 일을 더 하는 수밖에 없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대리하다가 안 되면 새벽에 납품 차를 운행하고, 그것도 안 되면 음식배달하고 그런 거죠. 그래서 이제 나오는 문제가 건강문제죠. 그런데, 다른 직종 같은 경우에는 과로라든가 직업병이라든가 산재 등 통계라는 게 나오지 않습니까? 대리는 통계가 없어요. 근데, 계속 사람들이 죽고 다쳐요. 저만해도 주변에서 7~8년 사이에 6명이 죽었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병원 가기 싫어서 안 갔겠어요? 비용 부담 때문에 그런 거죠. 그래서 “공제회를 들어라”라고 하면 또 하는 말이 지금 당장 돈 만 원도 부담된다는 거예요. 이게 지금 구조적인 문제에요. 카부키공제회도 공동대표님하고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서 서로 연락하다가 그 당시에 기사들이 다쳐서 병원에 입원해도 아무런 혜택도 없는 게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시작된 거예요. 그래서 공제회를 만들었는데, 풀빵은 대표님이 가입해야 된다고 해서 뭔지도 모르고 가입을 하게 됐죠. 그랬더니 안 오던 명절선물도 오더라고요. 금액을 떠나서 뿌듯했죠. 나를 위해서 어떤 선물이 온다는 게 자존감이 높아지는 거죠. 그리고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들 때가 있었어요. 당장 살 집도 없어서 어려울 때였는데, 그때 풀빵에서 대출을 받은 거죠. 소액대출. 금액은 적어도 당시 저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힘든 건 안 당해 보면 몰라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절실할 때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보답이 뭐예요? 대출 잘 갚는 게 보답이죠. 사람 사는 그 관계가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진짜 필요하고 절실할 때 누가 나를 도와줬으면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도와줘야겠다 이런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거, 그게 풀빵 정신 아닌가요?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캠페인즈 시리즈를 15회로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풀빵 회원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주시고, 공감과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 다양한 노동공제운동의 이야기와 토론으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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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나는 10년차 여성 대리운전 기사다
나는 10년차 여성 대리운전 기사다 (2023-06-14) 이미영 | 대리운전 노동자·카부기상호공제회 공동대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리기사 모임인 카부기상호공제회원들의 모습. 이미영 제공 익숙한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오전 11시. 자리에서 일어나 씻자마자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는다. 내가 일하는 트리콜 대리운전은 정장 입고 사진을 찍어 올려야 대리콜 프로그램에 로그인된다. 로그인해두고 식사와 청소 등을 마치고 오후 1~2시쯤 집을 나선다. 경남 김해 집에서 20~30분 거리에 골프장이 세개 있는데, 낮콜 대기를 위해 골프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다. 1994년 홀로서기를 시작한 뒤 횟집, 학원, 식품재료 배달 등 여러 일을 전전했다. 빚도 갚고 아들 뒷바라지를 하려면 돈을 벌어야 했다. 생활정보지를 뒤지며 일할 곳을 찾던 중 대리운전을 알게 됐다. ‘막장 일’이라며 말리는 이도 있었지만, 운전 실력 자신 있겠다 못할 게 뭐 있나 싶었다. 그렇게 내 나이 마흔일곱 2011년 8월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다. 광고 일을 시작하고 한달 만에 몸무게가 5㎏ 줄었다. 처음 타보는 차, 특히 외제차 운전은 조심스러웠다. 가장 큰 어려움은 지리를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한번은 초행길인데 비는 오고 내비는 잘 안 터졌다. 할 수 없이 택시를 세워 따라갈 테니 목적지까지 가달라고 했다. 도착하니 택시비 8000원. 만원짜리 콜에 택시비까지 줘야 하는데 손님은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 “고객님 안 일어나시면 경찰서 가겠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려 하니 그제야 일어났다. 돈이 없단다. 20분쯤 뒤 집에서 요금을 가져다줬다. 여성 대리운전 기사라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지폐를 건네며 “이 돈 줄 테니 자러 갑시다”라거나, 뒷좌석에서 내 어깨와 겨드랑이 쪽에 손을 대는 이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번만 더 그러시면 경찰서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까워 실제 경찰서에 가본 적은 없다. 속상해서 울기도 했다. 왜 막장 직업이라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됐다. 광고 광고 동료기사들에게 털어놨더니 “그 자리에서 경찰 불렀어야지…. 두둑이 받아야지”란 반응들이었다. 그 무서웠던 상황을 위로해준 동료는 없었다. 무섭고 치욕스러웠던 그 순간이 그들에겐 술안주 삼는 가십거리였다. 누군가 호루라기와 작은 플래시를 갖고 다니라고 말해줬다. 그때부터 내 열쇠고리에는 호루라기와 작은 플래시가 늘 달려 있다. 물론 나쁜 손님들만 만났던 건 아니다. 수고한다며 택시비 하라고 더 챙겨주던 분들도 있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며 지인들과 소원해졌고 점차 세상과 단절돼 갔다. 손님들의 갑질과 만행까지 겹쳐 위염, 족저근막염, 불면증이 생겼다. 심신이 지쳐서 2017년 대리운전을 그만뒀다. 빚 갚고, 부모님을 모셔야 했기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 지인 회사 경리, 학원 차 운행, 요양병원 식당 일 등 투잡, 쓰리잡을 뛰었다. 하루 12시간을 넘게 일하며 빚도 꽤 갚았다. 광고 2021년 10월 다시 대리운전을 시작했다. 그 사이 세상이 많이 바뀌어 여성기사 희롱, 갑질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선납 주급이 인상돼 있었다. 콜당 수수료는 요금의 20%인데, 주급 수수료 20만3500원을 회사에 선납해야 한다. 이 돈을 미리 넣어야 배차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매달 보험료가 12만원이고, 김해에서 부산까지 자정~새벽 4시 기사들을 태우고 두번 왕복하는 합류차 사용료 3000원, 회사 프로그램 사용료 1000원도 매일 낸다. 현재 대리운전비는 기본거리 1만4천원~1만6천원, 김해에서 부산까지는 2만5천원부터 시작된다. 콜을 잘 받으면 하루에 5콜~6콜, 못 탈 때는 2콜도 받는다. 월·화는 콜이 없는 편이고 수·목이 많다.(요즘은 불금이 아니라 불목이다) 경제가 어렵다더니 지난해 연말께부터 확실히 콜이 줄었다. 그렇게 쉬는 날 없이 밤새워 일해서 버는 돈은 한달에 350만~400만원 정도다. 지난해 1월부터 콜당 고용보험료를 낸다. 특고(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로 5월엔 종합소득세 신고도 했다. 최근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리기사들 모임인 카부기상호공제회에 가입한 게 큰 변화다. 부울경 대리기사 약 2만명 가운데 카부기 밴드 회원이 6천명, 그중에 카부기공제회원이 370명이다. 다달이 회비 1만3천원을 내고, 회원들이 다치거나 사고를 당하면 서로 돕는다. 지난해 3월 가입해 운영위원을 하다가 올해 초엔 공동대표까지 하게 됐다. 특히 여성회원 24명은 지난해 11월부터 ‘여자만세’ 카톡방을 만들어 소통한다. 대리경력 3개월에서 23년차까지 모여 둘도 없는 동료 언니, 동생 하고 지낸다. 서로 격려하고 상담도 해주고, 외곽지 픽업에 화장실 정보까지 나눈다. 언제나 외롭게 일하다 서로 염려해주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게 돼 세상 밖으로 나온 듯하다. 당당한 10년차 여성 대리기사로 말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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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저는 14년째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입니다
저는 14년째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입니다 (2022-10-19) 이레(가명) | 가족돌봄 청년 게티이미지뱅크 아침 7시, 눈을 뜨자마자 엄마의 소변으로 가득 찬 주머니를 비운다. 혼자서는 발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엄마가 밤새 욕창이 생겼을까 서둘러 자세를 바꿔준다. 엄마의 몸을 이쪽저쪽으로 잡아당겨서 정렬을 맞춰 앉혀주면 온몸에 땀이 흐른다. 8시가 되면 엄마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죽과 반찬을 꺼내 떠먹여드리고 나면 활동지원사가 온다. 10시, 내가 먹을 아침을 챙겨서 부랴부랴 집을 나온다. 곧 지나갈 오전 시간이 아까워 다급하게 학교 도서관을 찾아 과제와 논문 작성 등을 한다. 나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광고 공부하기 위해 일단 책상에 앉으면 긴장이 풀리면서 피곤함이 몰려온다. 밤늦게까지 엄마가 잠들지 못하거나 중간에 깨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7일을 쉬는 날 없이 엄마를 돌보다 보면 충분히 잠잘 수 없기에 피로가 쌓이고, 이렇게 누적된 피로는 공부하거나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때 방해가 된다. 할 일을 꾸역꾸역 마치고 늦은 오후 시장에 들러 감자, 호박, 버섯 등 반찬거리를 산다. 시장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대부분은 50~60대 가정주부다. 그들을 마주할 때마다 정신없이 살면서 꾹꾹 눌러놓았던 불안함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다른 애들처럼 공부하거나 일해야 할 시간에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광고 광고 오후 5시, 활동지원사가 퇴근할 시간에 맞춰 귀가하면 엄마 돌보기가 다시 시작된다. 종일 공부와 과제를 하며 지친 몸을 씻고 쉬고 싶지만, 엄마 기저귀를 챙기고 자세를 바꿔가면서 자정까지 바삐 움직여야 한다. 엄마가 잠들면 그제야 나도 누울 수 있다. 2009년 9월, 내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엄마는 사고로 경추 3, 4번이 손상돼 사지가 마비됐다.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고 여러 재활병원을 전전했다. 재활병원 특성상 3~6개월이 지나면 더는 입원할 수 없어 2012년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왔다. 사고 전 몸이 성치 않아 사회생활이 어려운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졌던 엄마의 강인한 모습은 사라졌고, 몸도 마음도 약해졌다. 그렇게 엄마의 손과 발이 돼 지내온 지 10년이 흘렀다. 광고 고등학교 때 병원에서 본 간호사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백의의 천사였다. 수많은 간호사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고, 그들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간호학과에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다. 그렇게 평일에는 공부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병원에서 엄마를 병간호하며 운 좋게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교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동기들처럼 대학병원 정규직 간호사로 취업도 했다. 최대한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으며 일과 돌봄을 병행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전문 간병인이 아닌 가정주부들이 대부분인 활동지원사는 밤 근무가 어려웠고,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활동보조 시간에도 한계가 있었다. 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에서는 혼자 대소변 처리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의 활동보조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장애인의 직계가족 등 보호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하루 7시간 남짓이었다. 현실적으로 평균 8시간을 근무하는 직장생활은 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도저히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입사를 포기했다. 그때부터 엄마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파트타임 잡을 찾기 시작했고, 중간에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경력을 쌓는 것과는 거리가 먼 잠깐 용돈벌이에 지나지 않았다. 엄마가 아프고 난 이후 내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의 1순위는 엄마 돌봄이었다. 학업과 취업, 진로는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대학 동기들은 이미 6~7년차 어엿한 간호사로 자리잡고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결혼, 출산 등 인생의 과업들을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 같다. 사는 데 있어 점점 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친구들을 만나 간병 스트레스를 털어놔도 온전히 이해받기란 쉽지 않았다. 그럴수록 고독감과 외로움은 더욱 깊어진다. 광고 종종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긴 간병 이후 이 세상에 오롯이 나만 남겨진 삶은 어떨까?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갈까? 마음껏 꿈꾸고 도전하며 시행착오도 거친다는 청년기를 엄마 간병으로 흘려보내는 지금의 상황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를 돌보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걸까. 이 기나긴 터널의 끝에 힘들었지만 특별했고 의미 있었던 순간으로 기억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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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출근하는 발달장애 딸에게
출근하는 발달장애 딸에게 (2022-11-30) 이은자 |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 센터장 지난 6월17일 한 장애인 노동자가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전국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에서 ‘뜨개질 수업을 받고 싶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매일 아침 너와 집을 나서는 순간이 엄마의 하루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지. 함께 출근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구나. 중증장애로 특수학교를 마친 네가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직장에 다니며 하루 4시간씩 일을 하게 되다니! “오늘 회사 가서 뭐했어요?” “일해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요즘 우리 일상이 됐구나. 네가 직장에서 편백방향제를 만드는 걸 보면 엄마는 참 대견하단다. 방향제 주머니에 편백나무 큐브조각 50개를 넣고 묶어야 하는데 숫자세기가 어려우니, 50개 칸이 있는 바둑판 모양 판에 편백나무 큐브를 하나하나 모두 채운 뒤 주머니에 옮겨 담더구나. 동료들은 그 방향제 주머니를 상자에 담고 그 위에 회사 스티커를 붙여 완성품을 만들고. 너와 네 동료가 만드는 편백 방향제들이 렌터카회사에 납품된다 하니, 고객들에게 매일 기분 좋은 향기를 전달할 거야. 광고 지현아 알고 있니? 엄마는 네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장애인 노동을 공부하게 됐어. 발달장애인이 일하고 싶어도 현재 제도 안에서는 직업을 찾을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엄마가 직접 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발달장애인의 직업생활을 돕는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를 만들게 된 거란다. 너와 같은 발달장애인을 기업과 연결하고, 정식 취업 전에 기업에서 실전처럼 경험하고 훈련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기 시작한 지 벌써 4년이 흘렀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기업은 채용 전에 함께 근무하면서 장애인의 업무능력이나 비장애 동료들과의 관계형성 등을 살펴볼 수 있고, 장애인 당사자는 출퇴근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업무는 적성과 능력에 맞는지 등을 가늠해 볼 수 있지. 발달장애를 가진 이들이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서툴잖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또는 근무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업무에 관해 정확한 의사 표현이 힘들잖아. 그래서 훈련할 때는 정부에서 파견한, 발달장애를 잘 이해하는 ‘근로지원인’이 함께 해 기업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단다. 광고 광고 얼마 전 퍼스트잡지원센터를 통해 취업한 친구들이 한달에 한번씩 모여 회식하는 자리에서 욱정씨를 만났단다. 욱정씨는 자동차서비스센터에서 환경미화 직원으로 4년째 근무하는데 새벽에 출근하면서도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하단다. 한번 정해진 규칙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어 청소를 꼼꼼하게 하니 동료직원과 손님들에게 늘 인기 만점이라고 해. 욱정씨가 훈련하기 전에 엄마는 현장에 먼저 가서 일터 분위기를 살피고, 업무도 해보면서 동선을 파악했단다. 욱정씨와 함께 훈련하는 날에는 욱정씨가 잘하는 업무와 훈련이 필요한 업무를 체크하고 미리 정한 동선대로 청소하는 훈련을 했어. 어려운 업무를 설명할 때는 엄마가 먼저 해보고 욱정씨가 따라 하도록 했는데, 참 잘 따라하며 어려움 없이 업무를 익혔단다. 직원들 근무시간에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도록 점심시간을 조정하고 업무순서를 정하는 과정을 두달 정도 거친 뒤 욱정씨는 지금까지 무리없이 일하고 있단다. 광고 너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네 친구 효상이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어. 상품을 보관하는 바구니를 접거나 펴서 차곡차곡 쌓아 정리하고, 바구니를 기계에 넣어 세척하고, 깨끗해진 바구니를 다시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일정한 패턴이 있는 걸 좋아하는 효상이에게는 일터가 곧 놀이터가 됐다고 해. 요즘 엄마는 네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근처에 있는 도시형 스마트팜 기업과 손잡고 너희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개발 중이야.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고 포장하는 일인데 일정한 규칙과 패턴이 있어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업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엄마는 그동안 널 키우면서, 네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강점이 노동현장에서 잘 어우러지도록 더 애써볼 작정이야. 엄마의 바람은 네가 일하는 곳에서, 또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연대하며 때로는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거야.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기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고, 장애라는 특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손을 내밀어 줘야 하지. 엄마는 너와 네 친구들이 이런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으면 한단다. 힘들고 괴로운 시절이 올 수도 있지만 모든 날, 모든 시간이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게 삶이고 인생인 것 같아. 사랑하는 딸 지현아. 장애가 네 삶의 장애물이 아닌 특별함으로 네 곁의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기를 엄마는 늘 기도한단다. 여느 평범한 20대 청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너를 엄마는 벅차고 흐뭇한 마음으로 언제나 지켜볼게.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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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이슈]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zip 2편
1편(클릭)에서 이어집니다. 해가 바뀌고 2024년 1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강제수사가 고발 4개월여만에 시작됐습니다. 1월 16일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압수수색했고, 17일엔 국방부 유재은 법무관리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30일엔 국방부 검찰단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3월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대사에 내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실제 3월 4일 호주대사로 임명됐습니다. 이후 3월 6일 MBC가 이 대사가 출국금지 상태라는 사실을 보도했고, 보도 하루 뒤 이 대사는 공수처에 자진 출석했습니다. 이 대사가 자진출석한 당일 MBC는 법무부가 이 대사의 출국금지 해제를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루 뒤인 3월 8일 법무부는 이 대사의 출국금지를 해제했습니다. 3월 21일엔 박정훈 대령 항명 혐의 3차 공판이 열렸고, 공판에서 이윤세 해병대 정훈공보실장이 “사건 이첩 보류 지시의 명령권자는 이종섭 장관이었다”라고 증언해 군검찰의 공소 논리와 상반된 주장이 등장했습니다. 또한 임명부터 출국까지 논란이 이어졌던 이종섭 대사는 3월 29일 대사직을 사임했습니다. 이종섭 대사의 사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4월 14일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 특검법을 처리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4월 22일엔 MBC가 대통령실의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의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이첩 회수가 있었던 8월 2일 통화했다는 사실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경북경찰청 간부에게 연락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4월 28일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 후보자는 외압의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발언했습니다. 5월 2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통과되었고, 윤석열 대통령은 5월 9일 진행된 윤석열 정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고, 거부권 행사 당일 공수처는 김계환 사령관과 박정훈 대령의 대질을 준비했으나 김 사령관의 거부로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5월 24일 SBS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종섭 장관과의 통화에서 “초급간부를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5월 28일엔 국회에서 특검법 재표결이 이뤄졌지만 출석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지 못해 최종 폐기됐습니다. 표결 당일 MBC는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이 수사단이 이첩을 진행한 후 3차례 통화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첫 날인 5월 30일 특검법을 재발의했습니다. 하루 뒤인 5월 31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장관과의 통화에서 채상병 사건 관련 언급은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6월 11일 박정훈 대령의 5차 공판이 진행된 후 12일엔 채수근 상병의 어머니가 박 대령의 선처와 해병대의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하는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6월 21일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청문회가 진행됐고, 이종섭 전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박정훈 대령, 유재은 법무관리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청문회에서 박 대령은 “한 사람의 격노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이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됐고 수많은 사람이 범죄자가 되었다”라며 사건을 정리했습니다. 청문회 이후 6월 24일엔 JTBC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되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 이 모씨가 해병대 출신 인물들과 개설한 단톡방에서 임성근 전 사단장과의 골프모임을 추진했었다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팩트체크 캠페인’은 정제된 사실을 정리해 더 나은 논의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으며,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를 위한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팩트체크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도록 캠페인즈를 후원해주세요! *이 콘텐츠는 ‘채상병 사망사건, 같이 팩트체크 해봐요!’에 참여한 bada, 오늘은, 미니, 도란, 수호, jay_kim, 시준, bluemoon, 짠미, 이사비나, 유영희, 길가는, goodbookkr, hyewon_hero, 김주은, hyun, knregina, 이수옥, 정삼 캠페이너의 기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콘텐츠는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방개혁·군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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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4] 지금도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더더더 좋아지겠죠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나의 기댈언덕, 풀빵 #13] 단합과 연대의 씨앗이 풀빵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참여자 _ 화섬식품노조 봉제인공제회 소속 48세 여성 회원 저는 미싱사예요. 남편이 재단을 하고요, 그걸로 여성복 만들어요. 올해로 30년 됐어요. 요즘은 딱히 성수기나 비성수기 그런 게 없어요. 열두 달 중에 열 달이 비수기인 거 같아요. 반짝 두 달 정도 괜찮고. 경기가 많이 안 좋아요. 그래도 좀 괜찮았다 싶을 때도 한 10년 전은 된 거 같아요. 그 이후로는 계속 안 좋아요. 공임이 안 오르니까. 부자재나 식대 일당비 다 오르는데, 공임비만 안 오르잖아요. 공임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아요. 그래도 어떡해요. 나이 먹고 할 것도 없고, 배운 게 이거니까 관절 아프고 허리 아프고 해도 그냥 이거 하는 거죠. 여기는 은퇴라는 것도 없어요. 내가 안 해야지, 못하겠다 할 때까지 하는 거예요. 내 몸이 매우 아프다던가, 아니면 남편이 건강이 안 좋아서 내가 간병을 해야 한다던가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겠지만 그러기 전에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그만둘 수 있겠어요. 계속해야죠. 여기 60, 70먹은 사람들도 많아요. 봉제인공제회는 아는 언니가 해보라고 해서 같이 갔다가 교육을 들어보니 괜찮아서 가입했어요. 같은 업에 있는 사람들끼리 공존해보자는 취지더라고요. 그 의도가 좋잖아요. 이 일 하다 보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고 업계 정보 같은 걸 알 방법도 없고 그런데 이렇게 모여 있으니까 같이 의논하고 궁금한 거 물어보고, 좋은 건 같이 공유하고 좋더라고요. 그러다가 봉제인공제회에서 6천원 내면 뭔가를 해 주는 풀빵이라는 게 있다 하더라고요. 입원수당이며 명절 선물이며, 소액대출 그런 것도 있대요. 근데 들어보니 비상금고라는 게 너무 좋은 거야. 90만 원 내면 10만 원 더 주는. 그래서 가입을 하게 됐죠. 비상금고는 만기가 돼서 찾았어요. 근데 그걸 그냥 두면 나중에 필요할 때 300만 원까지 대출이 된다는 건 나중에 알았어요. 알았으면 그냥 두는 건데, 몰랐네. 찾기 전에 알았으면 그냥 뒀을 텐데. 내가 필요할 때 또 쓸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번 명절 선물은 좀 제 마음에는 안 차더라고요. 저나 우리 남편이나 나이도 있고 과자 이런 거 잘 안 먹잖아요. 그런데 과자랑 라면 그런 게 오니까 덜 반갑데요. 나는 식용유같이 생필품이 좋은데^^. 과자더라고. 그래도 명절 선물 받으면 누군가에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긴 좋죠. 그리고 소액대출 그것도 제가 힘들 때 빨리빨리 빌려주니까 좋고. 근데, 소액대출은 이름이 소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금액이 좀 더 컸으면 좋겠더라고요. ^^ 나는 공제회는 계속할 거예요. 그나마 공제회가 있으니까 같은 봉제인들끼리 소통이 되잖아요. 한 번씩 교육도 가고 그러면 서로 어려운 거 얘기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요즘 봉제인들 상황, 업계 상황이 어떤지도 알게 되고, 이렇게 같이 있으면 의지되고 그런 게 있거든요. 봉제인공제회도 풀빵도 나한테는 다 똑같아요. 아주 막 엄청 좋고, 큰 혜택과 도움이 된다는 건 잘 모르지만 그냥 해보니 괜찮더라는 거죠. 서로 의지하고 공감하는 것도 좋고 풀빵도 소액 대출 그런 거 좋죠. 근데 아직 가입한 지 얼마 안 돼서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오래 겪어보면 더 좋은 점도 느끼겠지만, 지금은 뭔가 엄청나게 어떻다 이런 건 잘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안 좋다는 말은 아니에요. 절대. 쉽게 말하면.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노란 풍선 같은 거 있잖아요. 우리처럼 힘든 사람을 지원해 주는 그런 기관이잖아요. 그래서 나쁘진 않지만, 진짜 힘든 걸 해소해 줄 수 있는 건지는 내가 더 경험을 해 봐야 알겠다는 거죠, 뭐. 그래서 나도 주변에 조금씩 추천은 해요. 힘들 때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잖아요. 자존심도 상하고. 그럴 때 풀빵에 있는 소액 대출 같은 게 도움이 된다고요. 1금융권 안 돼서 2, 3금융권까지 넘어가는 사람들 많은데, 그럴 거 같으면 풀빵에 가입해서 도움을 받아봐라. 내가 써보니 괜찮더라, 이렇게 말을 하죠.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가 6월 25일 열렸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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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이슈]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zip 1편
2023년 7월 중부지방 집중 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7월 19일엔 대민지원을 나서기로 했던 해병대 1사단 병력이 수색 작업에 투입됐고, 이 과정에서 채 모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당일 채 모 일병이 숨진채 발견됐고, 이를 수사할 수사단이 꾸려졌습니다. 박정훈 수사단장을 비롯한 수사단은 예정된 수사를 마치고 7월 30일 임성근 1사단장 등의 혐의가 포함된 수사결과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 장관은 수사결과를 당일 결재했습니다. 하루 뒤인 7월 31일 수사단은 이첩 전 수사결과 브리핑을 예정했으나 이종섭 장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수사 결과 발표 취소를 지시했고, 수사단의 수사결과 발표가 돌연 취소됐습니다. 수사 결과 발표 취소 후 해병대 수사단은 8월 2일 오전 수사결과를 절차에 따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습니다. 이후 점심 무렵 휴가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출장중이었던 이종섭 장관과 3차례 통화를 했고, 이후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의 통화, 윤석열 대통령과 임기훈 비서관의 통화 등이 이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국방비서관, 국방부 차관 등과 통화한 후 국방부는 경북경찰청에서 이첩 기록을 회수했습니다. 같은 날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보직해임 됐고, 박 대령에 대한 항명 수괴 혐의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이후 박 대령 측은 국방부 검찰단장, 법무관리관을 공수처에 고발했고, 이첩 전 김계환 사령관을 통해 VIP 격노 사실을 전해들었다는 진술서를 공개했습니다. 박 대령은 8월 30일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습니다. 박정훈 대령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9월 1일 기각됐고, 12월 7일부터 항명 혐의 공판이 군사법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9월 7일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10월 7일 퇴임했습니다. 2편(클릭)에 계속 ‘팩트체크 캠페인’은 정제된 사실을 정리해 더 나은 논의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으며,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를 위한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더 다양한 팩트체크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도록 캠페인즈를 후원해주세요! *이 콘텐츠는 ‘채상병 사망사건, 같이 팩트체크 해봐요!’에 참여한 bada, 오늘은, 미니, 도란, 수호, jay_kim, 시준, bluemoon, 짠미, 이사비나, 유영희, 길가는, goodbookkr, hyewon_hero, 김주은, hyun, knregina, 이수옥, 정삼 캠페이너의 기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콘텐츠는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국방개혁·군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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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낯설게 보기
사이버 탐정이 그린 AI 해부도 by 💂죠셉 혹시 어린 시절 어물쩍 밥을 남기려 하면 ‘열심히 일한 농부 아저씨께 감사하며 싹싹 긁어 먹으라’는 말 듣고 자라셨나요? 시니컬한 어른이 된 지금이라면 ‘내가 돈을 내고 서비스를 맞교환 한 건데 뭘 감사하기까지?’ 했겠지만, 생각해 보니 재밌습니다. 쌀을 수확하기 위해 땀 흘리며 수고하는 농부의 모습이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무의식에 자리 잡아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경제 산업 구조의 관점에서 보면, 어머님 잔소리가 멀리 떨어진 1차 산업 종사자와 그 공급 사슬의 끝에 있는 소비자인 ‘나’ 사이 다리를 놓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AI 영역에서도 저희 어머니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저희 레터에도 종종 등장하는 케이트 크로퍼드(Kate Crawford)겠죠. AI 분야 추천 도서로 심심찮게 언급되는 저작 <AI 지도책>을 통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서비스 형태의 AI가 우리에게 이르기까지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했습니다. ‘디지털’, ‘클라우드’, ‘챗봇’과 같은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청정하고 가치 중립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사실은 광물의 추출 과정부터 운송, 데이터 센터의 운용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착취되는 노동자까지, AI는 전 지구 단위 자원이 투입되는 거대 ‘추출 산업’이라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비슷한 작업을 해온 연구자, 블라단 욜러(Vladan Joler)를 주목해야 할 인물로 소개합니다. 욜러는 우리가 사용하는 테크놀로지의 기술적, 사회적, 정치적 단면의 ‘해부도’를 그리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대상으로 작업을 시작한 이후 아마존의 AI 스피커인 ‘에코’를 분석한 ‘AI 시스템의 해부’는 크로퍼드와의 공동 작업으로 뉴욕 MoMa에도 전시된 바 있는데요. 두 사람이 또 한 번 합작한 작업물이 얼마 전 온라인에 공개됐습니다. ‘1500년 이후 기술과 권력의 계보학’이라는 야심 찬 제목을 가진 인터랙티브 시각화 작업입니다. 500년간 기술과 사회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진화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거대하고 복잡한 해부도이기도 하죠. 방대한 연구 내용을 레터에서 자세히 다룰 수는 없지만 위와 같은 종류의 AI 비평 작업들이 유의미한 지점은 어디일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작업물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욜러는 마치 ‘사건을 쫓는 사이버 탐정’의 심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이미 AI와 같은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둘러싼 매우 복잡한 환경의 일부가 되어 있고, 설령 인식했다 해도 그 정확한 작동법을 알기 힘든 블랙박스와 같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욜러와 크로퍼드는 기술 발달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노동 관계, 착취의 방식, 사용자와 온라인 공간을 소유한 플랫폼 오너들의 관계 등 문제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언어가 우리에게 없다는 지적합니다. 즉,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해부도를 통해 관계를 인식하게 하고, 추상의 영역에 머물던 AI를 물질 세계로 끌어내림으로서 ‘공공연한 사유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인 것이죠. https://www.youtube.com/watch?... 비판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낯설게 보기'가 필수라는 점에서 크로퍼드와 욜러를 위시한 기술-권력의 시각적 해부도는 제가 아는 어떤 AI 비판보다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 너무 복잡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을 법 하지만, 사실 위 작업물들은 스크린을 통한 ‘보기’보다는 공간 속에서 직접 경험해볼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작업물도 베를린과 밀란에서 얼마 전까지 전시됐습니다.) 아직 밥 먹으며 농부 아저씨를 떠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챗GPT를 이용하다 종종 멈칫하는 순간이 생기는 건 아마도 두 연구자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요. AI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과 영감을 줄 연구와 작업물이 계속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Estampa 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생성형 AI를 해부한, 좀 더 접근성이 좋은 자료도 있습니다. 해부 대신 ‘지도학(cartography)’라는 표현을 쓴 게 눈에 띄네요.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는 하이프일까? by 🧙‍♂️텍스 생성형 AI와 전문가 시스템은 닮은 구석이 있다. 챗GPT가 등장하고 1년 반 정도가 지난 요즘 다들 어떠신가요? 초기에는 관련 논문과 생성형 AI 뉴스를 따라가느냐고 번아웃이 왔다는 이야기도 주변 사람들과 많이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뭔가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진행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플레이어들이 소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선도주자인 오픈AI도 생성형 AI의 기술 한계에 도전하기보다는 현재 생성형AI의 완성도를 높이고 상업화를 가속하는 방향을 집중하는 게 아닌가 싶은 모습입니다. 스케일을 키워 범용인공지능 (AGI)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 등장한 것은 GPT-5가 아니라 경량화 모델로 추정되는 GPT-4o이었습니다. 또한 최근 6월 21일 오픈AI는 벡터 데이터베이스 스타트업 록셋(RockSet)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검색증강생성(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 RAG) 서비스를 위해서 사용될 수 있습니다만, RAG는 환각 문제를 완화하는 방편이지 근본적인 해법은 아닙니다. 즉, 생성형 AI가 달성하겠다는 AGI의 청사진들은 여전히 미완결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현재 생성형 AI를 둘러싼 과도한 기대는 80~90년대 전문가 시스템이 발전하던 시기의 모습과 유사해 보입니다. 당시에도 전문가 시스템을 둘러싼 하이프가 있었고 많은 투자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약속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AI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면서 사회 전반의 AI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고 연구비 또한 많이 삭감되는 AI의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의 시작과 인기 전문가 시스템(expert system)은 특정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의 의사 결정 능력을 모방하도록 설계된 AI 알고리즘입니다. 1960년대 중반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된 최초의 전문가 시스템인 DENDRAL은 화학자들이 유기 분자 구조를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DENDRAL의 연구자들은 전문가 시스템이 인간 전문가의 지식을 기호 및 논리적 표현으로 풀어서 서술하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MYCIN, MOLGEN, PROSPECTOR, XCON와 STEAMER 등과 같은 더 정교한 시스템의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1972년 등장한 MYCIN은 혈액의 세균 감염에 대한 전문가 시스템으로 지식베이스와 추론엔진으로 구성된 구조를 도입하였습니다. MYCIN의 지식베이스를 구성하는 규칙은 아래와 같은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만약에,(1) 해당 미생물이 그람 양성균(Gram-positive bacteria)이고,(2) 해당 미생물이 구균(coccus)의 형태를 가지며,(3) 해당 미생물이 뭉쳐진 성장 형태를 가지면,해당 미생물이 포도상구균일 가능성이 (0.7) 입니다.출처 MYCIN : 규칙을 토대로 추정에 의한 추론을 사용한 시스템 MYCIN은 위와 같은 세균 감염에 대한 지식베이스를 사용자가 세균에 관한 정보를 입력하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균과 그 확률을 계산해줍니다. MYCIN은 약 500개의 규칙을 사용하여 혈액 감염 분야에서 인간 전문가와 거의 같은 수준의 능력으로 작동했으며, 일반 의사들보다는 약간은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의 추론 과정을 컴퓨터가 따라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전문가 시스템과 같은 기호주의 AI 방법들은 기호 및 논리적 표현을 사용하고 논리나 확률 계산 등 명시적인 방법을 통해 추론하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하이프 의사 결정의 불확실성을 개선하려는 기업들은 전문가의 지식을 기반으로 컴퓨터가 추론을 수행하는 전문가 시스템의 약속을 매력적으로 여겼습니다.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특정 도메인 맞춤형 전문가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으며, 이는 상업용 전문가 시스템 도구와 플랫폼의 등장을 이끌었습니다. 이 기간에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학술 연구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지식 표현 및 추론(knowledge representation and reasoning)과 같은 연구는 더 넓은 분야에 전문가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습니다. 그 결과 전문가 시스템은 의료 진단, 금융 서비스 및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적용되었습니다. 전문가 시스템에 대한 하이프는 시장 과열을 낳았습니다. 기대는 높아졌고, 기술로 달성할 수 있는 현실과의 괴리는 커졌습니다. 많은 조직이 전문가 시스템 구현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지만, 유지보수의 한계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지식에 변경 사항이 있을 때 마다 전문가를 통해서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문가 시스템은 유지보수의 확장성 및 유연성이 떨어졌습니다. 일본의 제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 1982년에 시작되어 1994년에 종료된 일본의 제5세대 컴퓨터(Fifth Generation Computer Systems, 이하 FGCS) 프로젝트는 전문가 시스템 시대 하이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병렬 컴퓨터와 논리 프로그래밍으로 컴퓨터 과학을 혁신하려고 시도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에 대한 기대를 크게 높였습니다. 그러나 FGCS 프로젝트는 종료될 때까지도 당시 대다수의 전문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논리 연산을 위한 병렬 컴퓨팅 하드웨어 개발은 목적을 달성했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는 개념이었고, 80~90년대에 빠르게 발전하는 범용 컴퓨터들은 점차 FGCS 하드웨어의 성능을 추월했다고 합니다. 전문가 시스템의 과도한 약속과 하이프, 그에 미치지 못한 성능에 대한 환멸은 결과적으로 AI 연구 및 개발 자금 삭감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기대는 하이프일까? 오픈AI를 포함한 많은 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와 모델 규모에 대한 스케일 법칙으로 AGI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보여왔습니다. 현재에 와서도 여전히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 안전 이슈 그리고 윤리 문제는 녹록치 않아 보입니다. 오픈AI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RLHF)과 같이 안전 및 윤리 문제를 위한 정교한 데이터셋 구축 및 생성형 AI를 조정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 혹은 우회해왔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데이터셋은 전문가 시스템과 유사하게 꾸준한 유지보수를 필요로 하고 큰 비용을 요구합니다. 데이터셋 구축의 단위 비용이 커진다면 규모를 키우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맥도날드가 완성도 낮은 챗봇 기반 주문 시스템을 포기한 현실은 AI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예외 사항이 많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콜센터 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면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AI 시스템 동작을 위해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함에도 투입되는 노동은 평가절하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식의 비윤리적인 유지보수를 벗어나 적정한 보상을 제공할 때 생성형 AI는 기업에게 충분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제약조건 하에 유지보수가 가능한 AI 서비스를 달성할 수 있다면 생성형 AI의 하이프는 전문가 시스템의 하이프와 다른 길을 가리라 판단됩니다. 🦜더 읽어보기- 노동의 미래? 맥도날드에서 드러난 AI 기술의 현주소 (2024-06-24)- 콜센터 인공지능을 지탱하는 상담사의 그림자 노동 (2024-06-10)- 더 나은 AI를 위한 상상 (2024-04-24)- 강화학습이 강화하는 역사 (2024-04-24)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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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어 가는 캠페인즈
시민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디지털 시대? 인터넷의 등장, SNS의 발전, 스마트폰 사용의 일상화 이후에 시민들이 ‘뉴 미디어'를 활용해 새롭게 소통하게 되었다는 인식은 이제 상식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시대 변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낙관에서 비관으로 변화되어 가는 듯 합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2008년 5월 초에 시작되어 세 달간 수십만명이 참여한 촛불집회를 떠올려 봅니다. 광화문 네거리는 몇 달 동안 치열한 시위와 토론, 그리고 다양한 축제가 벌어지는 시민 광장이었습니다. 현재에 와서는 광우병 시위로 불리며 비과학적인 주장에 선동된 안좋은 사례라고 요약하여 평가하는 분들도 많지만, 이 글에서는 다른 부분에 주목합니다. 당시에 시민들은 광화문이라는 물리적인 의미의 광장뿐만 아니라 ‘다음 아고라’라는 디지털 광장에서 광우병 이슈뿐만 아니라 민영화 등 다른 수많은 사회 이슈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나름의 공론을 형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시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심지어 기존의 사회운동조직 연대체와는 구별되는 독자적인 리더십을 형성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다음 아고라'는 시민들의 집단적인 의견을 형성하는 디지털 공론장으로 기능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논의하고 힘을 발휘하는 새로운 동학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이 글 앞 부분 참조)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시민들의 새로운 방식의 직접행동 혹은 집단 지식 형성의 동학을 설명하기 위해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피에르 레비에 의하면 ‘집단지성’이란 “어디에나 분포하며, 지속적으로 가치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조정되며, 역량의 실제적 동원에 이르는 지성”입니다(Lévy. 2002). 집단지성은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별성을 유지하면서도 집합적인 지성을 구축 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게 되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레비는 집단 지성을 통해 “함께 사유하며 우리의 지적ㆍ정신적 힘을 모으고, 상상력과 경험을 증대시키고, 우리가 대처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실시간으로 협상하고, 그리고 모든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ㆍ기호 체계 그리고 사회조직 및 통제 형태들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의 복잡한 문제들에 더 잘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Lévy. 2002). 이러한 경험과 인식은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나은 대화를 하고 디지털 시대의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현재에 이르러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소통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이 되기 쉽다는 비관적인 관점이 지배적인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로에게 적대적인 각자도생의 디지털 시대? 디지털 공간은 무엇보다 혐오와 차별의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소수자 집단의 특성을 겨냥한 적대적인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종, 피부색, 국적, 성, 장애, 종교, 성적 지향과 같은 어떤 집단의 특징을 근거로 행해지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반감이나 경멸의 소통"입니다.(John T. Nockleby 외) 혐오의 대상은 “소수자 개인이거나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표적 집단)이며, 혐오표현은 “‘그냥 말’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기반한 차별행위이자 폭력행위"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혐오와 차별이 용인되는 공간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상호간의 대화나 생산적인 토의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출처 및 상세 내용 이 글 참조) 디지털 공간은 또한 정치 양극화를 발생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제도정치는 다른 진영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라는 정치 양극화(정치적 부족주의)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적인 집단의식의 재생산과 강화, 쉽게 만들어지고 판별하기 어려운 허위조작정보의 범람은 정치 양극화 현상을 심화합니다. 정치 양극화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토론을 불가능하게 하고 서로에 대한 적대를 확대 재생산 합니다. 정치 양극화는 적대를 통한 구별짓기를 통해 근거 없이 무언가를 정당화 하는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혐오와 궁합이 좋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시민은 더 나은 사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집단지성’에서,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고 적대하기 때문에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존재로 격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고, 이기심과 이타심을 동시에 지니는 양면적 가능성의 존재입니다. 인간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혐오와 적대를 할 수도 있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집단지성을 발휘 할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이 과정에서 어느 방향이든 촉진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은 죄가 없습니다. 이 말은 곧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혐오와 차별을 규제하고, 정치양극화가 아닌 숙의를 통한 공론 형성을 촉진하여 집단지성을 실현하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나누는 안전한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정치양극화, 그리고 혐오와 차별 없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것은 ‘숙의(deliberation)’와 ‘안전’입니다. ‘숙의’는 단순하게는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을 뜻하며,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토론과 토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르고, 종국에는 제도화로 이어지는 프로세스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시민들의 의견들이 모여 공론이 되는 공론장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해 숙의의 작동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캠페인즈는 숙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지향하지만 시민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을 만들어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캠페인즈와 연계하여 좀더 심도 있는 숙의가 이루어지는 디지털 공론장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는 “변화를 만드는 질문과 사람이 모이는 디지털 공간” ·“사회적 대화가 일어나는 공론장”을 지향하는 ‘데모스X’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숙의는 짧게 필요성을 언급하는 정도로 두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캠페인즈의 시도에 집중해 보고자 합니다. (숙의의 의미와 공론장에 필수적인 이유는 이 글과 이 글 참조, 시민주도 공론장에 대한 이해 전반은 이 글 참조)  캠페인즈는 세상의 모든 이슈가 모이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시민 광장'입니다. 캠페인즈에서는 디지털 캠페인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며 힘을 모을 수 있고, 투표·토론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배우며 좀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기능을 활용하여 허위조작정보에 대응 할 수도 있고, 뉴스를 공유하며 쉽고 재미있게 코멘트를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캠페인즈가 ‘시민들의 미디어'인 동시에 ‘시민주도 디지털 공론장'을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캠페이너들은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자신을 구독하는 지지자를 모으고, 콘텐츠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응원 기능을 통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캠페인즈는 ‘시민 활동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민들이 모여 모든 사회 이슈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논의하는 광장을 만드는 것이 캠페인즈가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기 위해 캠페인즈는 안전한 공간이어야만 합니다. 캠페인즈는 안전한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Korea Internet Self-governanace)의 ‘KISO 이용자 보호 시스템(KSS, KISO Safeguard System)’을 활용하고 있고, 구글의 ‘Perspective API’를 곧 적용 할 예정입니다.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행동 강령 및 운영 정책’, 그리고 시민팩트체크 캠페인즈는 ‘행동 강령 및 운영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즈 행동강령은 Coraline Ada Ehmke가 만든 ‘기여자 규약’을 기초로 캠페인즈 고유의 ‘약속’과 ‘책임’을 더하고 ‘규칙’을 좀더 강화 하는 식으로 변형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약속은 캠페인즈를 디지털 시민 광장, 시민활동생태계,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혐오와 차별 없이 서로 존중하여 토론하는 더 나은 공론장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위조작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의 행동강령을 준수하며 시민팩트체커의 활동을 확산하겠다는 내용 또한 담고 있습니다. 규칙은 서로를 존중하는 소통(특히 높임말 사용), 혐오와 차별의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캠페인즈의 책임에서는 더 나은 공론장을 위한 ‘적극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개발’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캠페인즈의 운영정책은 혐오와 차별을 내재하는 게시글과 코멘트에 대한 일반적인 규정과 위반시 취해지는 조치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플랫폼과 달리 좀더 적극적인 부분은 비하, 폄하, 조롱, 그리고 반말이 불가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서로 존중하며 토의하는 공론장에 필수적인 시민 소통 문화의 형성에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즈의 운영진은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에 위반되는 글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혐오표현은 모욕, 선동, 종속, 무시의 차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차별을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며(이 글 참조), 이러한 관점에 따른 다차원의 분석적 논의를 통해 직접적인 혐오표현은 바로 가림처리 하고, 애매한 경우에는 운영진의 집합적 논의를 거쳐 가림처리 하고 있습니다. 사회구조적인 영향에 따라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혐오가 내재되어 있는지를 따져 보게 됩니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제라고 보기 쉽지 않고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 있지 않은 경우에는 사회적 차원의 토론이 필요한 케이스로 상정하고 캠페인즈 내에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열어둡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혐오표현 또한 공론장에서의 사회적 논의에 따라 규정되거나 끊임없이 재논의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캠페인즈는 명백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혐오와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시민역량강화 및 시민문화 형성을 독려하는 투 트랙 전략에 따라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행동강령에 IFCN의 행동강령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허위조작정보에 팩트체크로 대응하는 것 또한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어가는데 핵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그와 관련한 깊은 논의는 최근에 캠페인즈에 올라온 ‘허위정보라고 다 똑같은 허위정보가 아니니까'라는 글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캠페인즈는 팩트체크 기능과 팩트체크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허위조작정보에 의한 민주주의의 파괴에 대응합니다. 뿐만 아니라 KFC, Korean Factcheker’s Community라는 시민팩트체커들의 자율적인 커뮤니티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허위조작정보를 검증하는 콘텐츠를 작성하고 팩트체크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시민팩트체크의 활성화는 정치양극화에 정면으로 대응하며 시빅테크를 활용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시민팩트체커의 임파워먼트를 통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심화와 관련된 글은 조만간 추가로 작성 할 예정 입니다.) 더 나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기술 개발  캠페인즈는 ‘KISO’의  ‘KISO 이용자 보호 시스템(KSS)’을 활용해 더 나은 공론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KSS의 방대한 욕설·비속어 단어 DB에 기반하여 캠페인즈에서 비속어가 사용될 경우 캠페인즈 내에서 자동으로 신고 처리 됩니다. 운영진은 신고 된 내용을 확인하고 행동강령 및 운영원칙에 위배 될 경우 가림처리를 합니다. 신고는 자동으로 이루어지지만 가림처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속어이지만 때에 따라 가림처리가 적절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림처리는 캠페인즈의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에 기반한 운영진의 논의에 따라 이루어지게 됩니다. KSS는 비속어를 모니터링 하여 1차적으로 필터링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기능하는 셈입니다.  캠페인즈는 또한 구글의 ‘Perspective API’를 적용하는 것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구글의 Perspective 모델은 머신 러닝 모델을 사용하여 텍스트가 상대방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따라 문구에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폭력적인 댓글을 식별합니다. 점수에 따라 댓글 작성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운영진이 더 쉽게 검토할 수 있도록 돕고, 플랫폼 사용자가 폭력적인 코멘트를 필터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Dasol Hong, 2023). 점수를 매기는 속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악성의 심한 정도 (Severe Toxicity)  모욕 (Insult)  욕설 (Profanity)  익명 공격 (Identity attack)  위협 (Threat)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 (Sexually explicit) 이 또한 일단 캠페인즈 내에서 신고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도록 적용하고, 캠페인즈의 운영진이 행동 강령 및 운영 정책에 따라 논의하려 가림처리 하도록 운영 할 예정입니다. KSS가 1차적으로 비속어를 필터링 해준다면 ‘Perspective API’는 다각적 차원에서의 폭력적 댓글을 2차적으로 필터링 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기능하게 되는 셈입니다. 캠페인즈 내의 자동 신고를 통해 운영진에게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글을 업로드 하기 전의 이용자들에게도 ‘비속어가 감지되었습니다. 글을 업로드 하시겠습니까?’ 등과 같은 메세지로 알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은 소통을 위한 시민들의 자정적인 문화 형성에도 기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캠페인즈는 이외에도 지속적으로 더 나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적용해 나가고자 합니다. 시민들이 ‘채상병 특검'과 관련된 내용들을 캠페인즈 토픽 페이지에 함께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디지털 공론장을 통해 발현하는 시민들의 집단지성 공론장이 안전하다는 것은 시민 누구나 공격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소통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캠페인즈는 행동강령 및 운영정책의 적극적 운영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 및 적용, 시민팩트체크의 활성화 등을 통해 안전한 디지털 공론장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혐오와 차별, 그리고 무조건적인 적대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의 모든 사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디지털 시민 광장’을 만들어내고 활성화 할 수 있다면, 시민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Leadbeater는 집단지성을 “웹이 창조한 집단적 사고방식과 집단적 놀이방식, 집단적 작업방식, 집단적 협업방식”으로 정의합니다. 그에 의하면 창의성은 “서로 다른 장점과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며, 인터넷 공간은 집단 창의성을 발휘할 토대를 제공합니다. 그에 따르면 자율통제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집단지성은 붕괴됩니다. 집단지성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시민들에 의해 구성되는 것입니다. 수많은 개인들의 기여를 인정하는 참여와 인식과 협업의 균형에 입각한 사회의 조직화 속에서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의 “조직이 없는 조직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참여와 협업, 다양성과 공통의 가치, 독립된 사고와 공동체적 특성의 적절히 결합이 집단지성의 전제입니다(Leadbeater. 2009). 캠페인즈의 더 나은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다양성에 대한 가치 지향과 효과적인 자율통제를 위한 시도이고, 캠페인즈의 다양한 방식의 시민 임파워먼트 실천은 개인의 기여에 대한 인정과 참여와 협업에 대한 독려일 것입니다. 서로 혐오와 차별에 휩싸여 적대하는 인간이라는 인식은 반쪽의 사실이면서 동시에 편견입니다. 캠페인즈와 같은 안전한 디지털 공론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집단지성이 재등장 한다면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실현하면서 해당 편견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캠페인즈를 활성화 하는데 매진하려 합니다. 글 : 람시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캠페인즈팀 / ramsci@parti.coop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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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댈언덕, 풀빵 #13] 단합과 연대의 씨앗이 풀빵이라고 생각해요
‘노동공제연합 사단법인 풀빵’은 사회적 연대와 상부상조에 기반한 공제사업을 통해 노동자들의 자조적 결사체를 활성화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자들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2021년 설립되었습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시리즈를 통해 풀빵 회원들의 삶과 그 속에서 풀빵공제와 맞닿은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나의 기댈언덕, 풀빵 #1] 16만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조건 없이 가장 빨리 도와줬던 곳이에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2] 급한데 손 벌릴 데는 없고... 풀빵에 전화했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3] 받는 거에 비하면, 6천 원 내는 거 하나도 안 아까워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4] 풀빵이요? 생명수이자 효능감의 원천이죠. [나의 기댈언덕, 풀빵 #5] 풀빵, 넌 나에게 연대감을 줬어! [나의 기댈언덕, 풀빵 #6] 풀빵을 만나고 저희 공제회 인기가 급상승 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7] 당장 손에 잡히는 도움, 풀빵 [나의 기댈언덕, 풀빵 #8] 풀빵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연대하는 방법을 알게 됐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9] 라이더를 그만둬도 라이더유니온, 풀빵에는 계속 있을 겁니다 [나의 기댈언덕, 풀빵 #10] 풀빵이 주는 뿌듯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1] 풀빵이 있어서 그래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어요 [나의 기댈언덕, 풀빵 #12] 너도 풀빵해? 나도 풀빵해! 풀빵으로 묶인 우리 이야기 참여자 _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소속 50세 남성 회원 대구에서 대리운전하고 있습니다. 평균 한 주에 5~6일 일하고 있고요, 대략 콜이 뜨는 저녁 7~8시에 출근해서 새벽 한 2시 정도까지 일합니다. 제가 대리운전을 한 15년을 했는데요, 요즘은 경기가 정말 안 좋아요. 하루 대여섯 개 하면 많이 하는 거더라고요. 대리운전만 쭉 한 건 아니고 중간에 자동차 딜러도 했다가 금융 캐피탈 쪽에서도 근무하다가 또 부모님이 가게를 하셨는데 그거 도와달라고 해서 그것도 좀 하고 그랬죠. 제가 이 일을 한지 한 15년 됐는데, 그 사이에 대리운전기사들도 많이 늘었어요. 제가 알기로 지금은 한 5천 명은 족히 될걸요. 대리운전 회사도 작은 규모까지 합하면 최소 500곳은 넘을 거예요. 그래도 대구는 대리기사들이 단협같은 걸 좀 하긴 했어요. 한 20년 전쯤의 얘기인데 업체들이 기사들에게 부과한 프로그램 사용료랑 또 그걸 변칙적으로 운영한 거랑 해서 법원에 고발하고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그러면서 단체 협상이 시작됐던 건데, 매년 꾸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어져 오고 있긴 한 거 같아요. 대리운전하는 분들이 대부분 내가 노동자라는 생각을 미처 잘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일반적인 노조랑은 좀 다르다고 봐야죠. 사업장이 정해져 있어서 매일 얼굴을 보는 것도 아니고 혼자 일하고 그러니까 단체 행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죠. 근데 지금은 그런 것도 있지만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다른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 노동 그런 권리고 뭐고 일단은 돈이 먼저 돼야 그다음을 생각하잖아요. 근데 그게 안 되니까요. 이럴 때일수록 좀 단합이 돼서 뭔가 이뤄낼 수 있는 방향성을 찾으면 좋겠는데 그게 좀 힘든 것 같아요. 저도 이직 준비는 꾸준히 하는데, 건축 쪽 자격증을 따볼까 하고 있어요. 그래도 다른 일 하더라도 대리운전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예요. 자꾸 이직 생각을 해보고 하는 것도 이 업이 사회안전망이 없잖아요. 내가 아파서 일을 못 하게 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제도가 없잖아요. 실업급여도 없고. 뭐 있긴 하다던데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런데, 풀빵이 생기니까, 이제 우리도 이런 공제회로 조직 할 수 있는 뭐가 좀 생겨났구나 싶었죠. 솔직히 살다보면 돈을 빌려야 할때가 있잖아요. 근데 대리운전 직업군 같은 경우는 금융권 문턱이 높아요. 신용이 돼서 빌린다고 해도 이자가 너무 높으니까 부담스럽죠. 근데 풀빵은 그게 아니니까. 저도 최근에 풀빵에서 150만 원 대출받아 요긴하게 썼는데, 이자가 싸니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그동안 여러 일을 했어도 다 비정규직어서 어디서 명절 선물 받아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풀빵에서 선물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냥 보내준 거 그 자체로 너무 감사했어요. 또 대리운전업이라는 게 사회안전망이 전혀 없거든요. 대구에도 돈 문제 때문에 안타까운 선택을 하거나 힘들어 하는 분들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데 풀빵이 실질적인 안전망을 위해 움직여주는 거 같으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처음부터 대리운전하는 사람들한테 “투쟁해서 싸워야 됩니다. 권리를 찾아야 됩니다.”라고 하면 씨알도 안 먹히거든요. 그런데 이런 혜택들이 있으면 사람들이 모이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니까, 좀 적극적으로 풀빵이랑 노조랑 연계를 해서 뭔가를 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죠. 정리 | 방송작가 권지현 지난 3년간 풀빵의 노동공제 사업 성과와 노동공제운동이 불안정노동자인 풀빵 회원들의 일상적 삶과 맞닿은 이야기들을 성과공유회가 6월 25일 열렸습니다.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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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폭력의 사이버 공간 살아가기
사이버 공간,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사이버 공간, 유사어로 온라인 환경, 디지털 공간 즉 인터넷 세계는 현실 세계와 다른 큰 특성들이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고 데이터화 되지요. 이런 점들로 인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우리의 삶은 훨씬 편리하고 윤택해졌을 뿐 아니라, 재미있고 쾌락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은 모두에게 편안하고 즐겁기만 한 파라다이스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모욕이나 비난을 받기도 하고요, 성폭력이나 성착취를 겪기도 합니다. 마치 현실 세계처럼요. 각종 인터넷 플랫폼에 성적인 촬영물이 동의없이 유통되는 시장이 존재하고, 성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면서 피해자를 모욕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정서적 혹은 사회적 위계를 활용해 취약한 사람들을 길들여 폭력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러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 물리적인 성폭력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편리하고 유용한 사이버 공간, 디지털 세계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놀라운 기술발전의 폐해일까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까? 스마트폰 보급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기술이 발전해 편리해진 사이버 공간의 특성들은 성폭력이나 성착취 또한 편리하게 저지를 수 있는 조건일 뿐입니다. 문제는 여성을 성적 존재로 대상화하며 도구, 상품으로 이용하고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물화시키는 여성혐오(misogyny)입니다. 여성에게 성적인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은 실제로 촬영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가능합니다. 성적인 촬영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협박은 피해자의 약점을 빌미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유포 협박이 강력한 효과를 내는 이유는 실제로 여성의 성적 촬영물이 유포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피해자도, 가해자도, 우리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공간에는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라는 허위사실과 함께 합성사진이 유포되기도 합니다. 사진은 가짜일 뿐이고, 그저 섹스를 많이 하고 다닌다는 헛소문일 뿐인데 이게 왜 여성의 평판, 나아가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을까요? 합성물이 가짜든 진짜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AI로 만들어진 정교한 딥페이크 뿐 아니라, 누가봐도 조악한 합성물이라도 ‘나’가 성적으로 문란하고 음탕한 존재로 여겨질 때의 낙인이 문제입니다. 여려 명의 사람과 섹스를 많이 하는 여성은 흉이 되고 공동체에서 비난받거나 배제되고 심지어 탈락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섹스를 많이 하는 남성은 여성만큼 흉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이를 과시하고 칭송받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권력 문제입니다. 같은 사진, 영상, 소문이라도 남성의 것일 때와 여성의 것일 때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이 권력 차이에 의해 발생하며, 여성은 비인격화 되어 ‘야한 몸’으로 소비되면서도 음탕하면 욕먹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을 규제해야할까?   사이버 공간의 성폭력 문제를 논할 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근거로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합니다. ‘야동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대화 내역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 과도한 국가 규제다!’ 라는 것이죠.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은 매우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 이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될까요?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10대 시절에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고 성적인 호기심이 생기며 인정욕구가 커지기도 하지요.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10대는 곧 ‘학생’이라는 규범적 위치에 놓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함부로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섹스를 하거나 자위를 하는 건 불량하다고 평가받죠. 그렇다면 성적 실천을 하고 싶은 10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10대 여성이 자신의 신체변화가 신기하고 예쁘다고 느꼈어요. 자신이 보기에 무척 섹시한 여성의 신체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일지 궁금하고 섹시해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확인받을 방법으로 SNS 가계정을 사용하게 되었고, 허위정보로 계정을 만들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벗은 신체 사진을 업로드 했습니다. 댓글에는 이 여성의 인정욕구를 마구 채워주는 칭찬들로 가득했고 여성이 더 벗기를 추동하는 말들이 달렸습니다. 그러다 어떤 익명의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고, 여성이 신상정보를 공유하자 바로 이런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학교에 소문내겠다고 협박하며 성착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여성이 채팅어플에 글을 올렸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던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가깝게 지내며 폰섹스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남성이 너무 집착하는 것이 불편해져 헤어지자고 했고, 이에 남성은 폰섹스할 때 사실 몰래 녹화를 해두었다며 헤어지면 유포할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위 두 개의 사례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고 있을까요? 여성들의 성적인 실천은 결국 피해로 도착하며 표현의 자유와 프라버시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섹시한 나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고 연애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성별 권력에 따라 이 권리들이 편향되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어떤 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합니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미래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더 흐릿해질 것입니다. 이미 인터넷 없이 사는 세상을 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지요.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문제가 일어난 사이트의 폐쇄를 논하고 운영자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성별 권력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여성혐오를 페쇄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어차피 또 다른 플랫폼으로 성폭력이 이동할 뿐입니다.  이제는 여성들을 조심시키는 것이 성폭력 문제의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이버 성폭력 또한 피해를 막기 위해 채팅을 못하게 하고, 사진을 못 올리게 하고, 인터넷에서 사람을 못 사귀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온라인 문화에서 이윤을 창출합니다. 이용자들이 접속을 많이 할수록, 게시물을 많이 올릴수록 더 큰 돈을 벌 수 있지요. 웹하드 카르텔의 양진호,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 텔레그램성착취 사건의 조주빈이 그러했듯 성폭력을 유통하며 성착취 산업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법으로 직접 유포 행위를 하는 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까다롭습니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하고, 또 이 시장에 이용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요? 텔레그램 운영자의 책임, 채팅어플 사업자의 책임, 디시인사이드의 책임, 카카오의 책임, 네이버의 책임, 구글의 책임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각각 무엇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고 그 수익의 바탕에는 누가 착취되거나 어떤 폭력이 방임되는 것일까요? 책임을 잘 발라내 정교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이버 공간은 해방적이면서도 동시에 폭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폐쇄와 보호주의를 넘어 어떻게 사이버 공간을 살아가야 할까요? 위험하니까 사이버 공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적 실천이 피해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 세계의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한 사이버 공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피해가 발생할 때 그 사이트의 문제, 가해자 개인의 문제, 미련한 피해자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취약한 사람에게 어떤 피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배경과 맥락을 살펴야 합니다. 누구에게는 편리하고 자유로운 온라인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왜 위험과 폭력이 되는지 이 고민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하기를 제안합니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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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벽돌을 쌓으며 -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1> 서울고등법원(2심)은 2023년 11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2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주장한 국가면제를 배척한 후, 일본국의 불법성과 책임을 인정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원고 승소)하였습니다. 여기서 ‘국가면제’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인데, 쉽게 말해 ‘국내 법원이 외국 국가에 대한 소송에 관하여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합니다. 일본 정부는 위 법리 뒤에 숨어 우리 법원의 재판절차에 일체 응하지 않았습니다. 1심 법원이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도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국가면제가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원고들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원고 패소) 그런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 청구를 인정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하였습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들은 위 판결을 통해 일본국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80여년 만에 온전한 시민권을 취득한 것입니다.   <2> 이번 승소판결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국제인권법의 발전 과정에 있어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일본 정부가 그동안 ‘연행의 강제성’을 부인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전략을 가져왔는데, 서울고등법원은 일본 육군에서 당시 작성한 공문서들을 증거로 채택하여 일본 정부의 각 기관이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에 체계적으로 개입하였으며, 일본군이 위안소의 운영을 통제하고 감독한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국내법원을 통해 일본제국과 일본군의 책임이 명백히 인정된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인별 ‘강제연행 과정’과 ‘위안부 생활’, ‘국내로 돌아와 한평생 겪어야 했던 여러 고통’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어나가면서 피해자들이 이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음을 명확히 확인하였습니다. 끝으로, 법원은 국가면제라는 법리를 배제함으로써 전쟁범죄와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그 누구도 면죄부를 누리를 수 없음을 국제법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3>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국가면제 법리의 적용여부에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다른 나라의 법원들은 국가면제를 무조건적으로 적용해 보편적 인권침해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역시 2012년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타국의 주권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이 현재의 국제관습법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법정지국 영토(당시 조선의 영토를 말합니다)에서 그 국민에게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그 행위가 주권적 행위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관습법이 현재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아울러, 서울고등법원은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태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하면서, 2012년 ICJ 결정 이후, 국가면제 적용을 부정한 최근의 사례들을 제시하며 국가면제와 관련된 국제법 체계가 이미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국가 중심의 국제법 질서가 인권 중심의, 개인의 재판청구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되고 있음을 천명한 것입니다.   <4> 이번 판결은 세계적으로도 국가면제를 극복한 몇 안 되는 사례입니다. 위 승소판결이 있기까지 여러 법원과 각국의 입법례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권 중심, 개인의 재판청구권 중심의 판결례를 쌓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고등법원 판결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ICJ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로 끌려가 강제노동을 해야 했던 이탈리아인 ‘페리니’의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하여, 독일 측 국가면제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면제를 배척한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단을 부정하였습니다. ICJ는 당시 국가면제 적용의 근거로 든 사례로 총 8개 국가의 법원 판결이었는데, 이 중 브라질(1심) 법원 판결을 포함하여 6개국의 법원이 국가면제를 적용하였고, 국가면제를 배척한 것은 2개국(이탈리아, 그리스)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을 주된 이유로 국가면제 적용 사례가 더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5> 몇 년 지난 후 국가면제의 적용을 인정했던 브라질(1심) 법원의 판결은 2021년, 2022년 브라질 최고재판소에 의해 취소되었습니다. 1심에서 인정된 독일 측의 국가면제 주장을 배척한 것인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1차 소송에 대해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원고들 승소 판결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2차 소송의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와는 다른 재판부에서 판단하였습니다) 사례를 인용하여 국가면제를 배척한 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으로 침몰한 민간선박에 탔던 피해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였습니다. 위 브라질 판결이 선고된 직후, 우크라이나 대법원도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과 전투 중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면제 법리를 배척하여 러시아 정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브라질 최고재판소 판결과 우크라이나 대법원의 판결은 다시 2차 소송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가면제를 배척하는 또 하나의 실행사례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선고 후, 중국인 ‘위안부’ 피해자 18명의 유족은 2024년 4월 21일 위 판결을 참고하여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이 또다시 영향을 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판결들은 인권 중심의 국제법, 국제인권법이 각국 법원의 판례를 통해 도약하고 진일보하고 있는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6> 일본국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배상금 지급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금전 지급과 상관없이 국가 폭력이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력 분쟁 상황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 책임에 면죄부를 줄 수 없고, 뒤로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천명한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통해 새롭게 벽돌을 하나 쌓은 것입니다.   <7> 포르투갈의 마르셀루 대통령은 2024년 4월 24일, ‘1534년부터 1822년까지 브라질에 대해 식민지 자원 약탈, 원주민 학살, 노예 매매 등 식민 지배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지금까지 쌓여온 하나하나의 벽돌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과 같이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간다면, 지금의 한일 관계 뿐 아니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 가자지구 분쟁에도 변화와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양성우법부법인 지향이라는 작은 로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민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대리인단, 민변 10.29 이태원참사 대응 TF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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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이라도 안전하지 못하다면 모두 안전할 수 없다
딥페이크,  해킹, 여성들의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하는 AI 프로그램, 성적인 콘텐츠를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추천하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등 디지털 성범죄에 활용되는 기술은 시시각각 교묘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IT 업체에서 10여년의 경력을 가진 프로그래머 남성이 직접 영상물을 쉽게 옮길 수 있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7개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며 30만여개의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한 사건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 YTN. (2024.06.18) https://www.ytn.co.kr/_ln/0103_202406181852569129 ).  <텔레그램 성착취 단체방 내 공유된 AI 프로그램. 여성들의 사진을 무작위로 수집 및 목록화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오프라인에서 발새하는 기존의 성범죄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피해자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복제와 유포가 끝없이 가능한 디지털 환경의 특성상 그 피해는 계속 증폭된다. 그렇다면 기술을 이용한 성범죄에 맞서 기술을 이용해 이를 예방하고 근절하는 시도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시시각각 발전해가는 디지털 기술을 악용해 추적과 처벌의 경계를 교묘히 피하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의 현황에 비해 이를 막기 위한 기술과 제도는 더디게 대응하고 있지는 않은가?  최근 보안솔루션 전문 기업 지슨은 세스코와 협력해 열 감지 기반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탐지 시스템으로 알고리즘 기술을 통한 불법촬영 범죄 방지에 나섰다. 올해 메타, 구글, 오픈AI 등 주요 인공지능 기업들이 AI 기반의 성착취 콘텐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AI 학습용 자료에서 아동 성 관련물을 삭제하고 콘텐츠가 AI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식을 추가하기로 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또한 서울시는 AI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감시 시스템을 개발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선제적 감시와 삭제를 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방지와 사후 대응을 위한 기술의 상용화가 점차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성착취물 감시, 삭제 시스템은 사람이 직접 모니터링하는 것보다 검출 속도와 정확도가 1/80, 300% 크게 향상된 상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착죄물 관련 신조어를 생성해 더 많은 성범취물을 찾아낼 수 있고 검색 영역을 확장해 넓어진 디지털 성범죄 피해 범위에 대응할 수 있게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 기술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인식하고 삭제 요청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수사나 피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올해 4월 인스타그램의 모기업인 메타는 인스타그램 DM에서 전송되는 나체 사진을 자동으로 감지해 흐리게 처리할 수 있는 AI 기능을 시험 중이라고 밝혔지만, 이 기능은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에게만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성인들에게는 이 기능을 알리는 알림만 표시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현재 한국은 미성년 피해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경찰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아청물’임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는 미성년 피해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물론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는 모두 놓쳐버리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하고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권력은 성인 대상 성착취물, 불법촬영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여성 및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성보다 ‘음란물’ 유통자의 자유권을 중요시하여 성착취물의 ‘합의되었을’ 가능성에 지나치게 연연하고 있다. 언론이나 대중 역시 20대 성인 여성이 실질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큰 표적이 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성인’의 책임과 자율성만을 강조하며 피해 지원이나 보호를 받아야 할 대상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아동·청소년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이 디지털 성범죄의 과반 이상 피해자인 성인 여성층을 상대적으로 덜 고려하게 만든 것이다. 실제로 언론이 “피해자 대다수가 10대 청소년”이라 대서특필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중 박사방의 경우 피해자 74명 중 16명만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2023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에서 지원한 피해자 중 약 70%가 20대 이상(20대 50.3%, 30대 11.9%, 40대 4%, 50대 이상 2.5% 등)임에도 여전히 “10대 피해자가 24.6%로 나타나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익숙한 저연령층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한다(한경. (2024.04.24). https://www.hankyung.com/artic... )”고 서술하고 있다. 보다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갖추기 위해 기술과 제도의 발전이 논의되고 있는 현재, 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앞서 서술되었듯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그 예방 및 지원을 이야기할 때 나이에 따라 차등화 된 접근방법을 택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에만 집중하는 국가와 사회의 모습은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갖추기 위한 길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사건 발생 이후의 조치 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한 정책들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기술과 제도가  모든 디지털 성범죄에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랜덤채팅 앱을 들 수 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와 여성가족부는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등의 온상인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한 바 있다. 해당 결정 고시는 랜덤채팅에서 미성년자들에게 성적인 대화를 요구하거나 신체 촬영물을 요구하는 등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기에 필요한 조치를 행한 것으로 그 대상 역시 ▲ 실명 인증 또는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회원관리 ▲ 대화 저장 ▲ 신고 기능 등 안전한 대화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조치가 없는 앱에 제한된다. 해당 고시가 청소년 보호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에는 의문이 없지만, 리셋은 “그렇다면 왜 성인들은 이러한 보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가?”를 묻고자 한다.  리셋이 구글과 원스토어 그리고 앱스토어에서 찾은 백여개의 랜덤채팅 앱을 직접 조사한 결과, 연령대에 따라 차이를 두는 접근방식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 첫번째는 위 고시에서 서술하고 있는 기술적 조치를 가진 앱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리셋이 사용한 ‘20대 여성’의 계정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폭력이 만연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된 랜덤채팅 앱이라도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나이를 20세로만 설정한다면 어떠한 제한 없이 앱을 이용할 수 있어 해당 고시의 목적이 무색하게 그들이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리셋의 ‘20대 여성’ 계정에는 성적인 대화 시도/유도부터 통신매체이용음란, 자기촬영물 제공 및 판매 유도, 기타 원치 않는 성적 접촉 등 다양한 디지털 성폭력이 쏟아졌다.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다른 디지털 공간’을 조성하여 아동·청소년을 디지털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한 여성가족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랜덤채팅 앱을 이용하는 아동·청소년들 역시 동일한 디지털 성폭력에 노출되어 왔다. 디지털 공간 안에서 한 명이라도 안전하지 못하다면, 모두가 안전할 수 없다는 방증인 것이다.  최근 서울대 불법합성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국한한 현 위장수사 체제가 갖는 한계점이 대두되며 그 발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사실 이 한계는 ‘아청법’ 일부개정법률이 공포되어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사건에 위장수사를 허용한다는 규정이 마련된  2021년부터 꾸준히 지적되어왔던 내용이다. 그러나 대부분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위장수사가 남용되어 피의자가 양산될 수 있다”거나 “위장수사 방식은 위법한 함정수사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치안정책연구소. (2020). 디지털성범죄 및 마약·사기범죄에서의 위장수사. 치안정책리뷰 76. )” 는 등의 이유로 그 대상 범위의 확대는 차후에 논의할 과제라 명할 뿐 이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사실상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지적하듯, “피해자의 극심한 인격권 침해와 피의자의 헌법상 기본권 침해는 사실상 비교형량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의 권리가 우위에 있다(치안정책연구소. (2021). 디지털 성범죄의 위장수사 쟁점과 과제. 치안정책연구 35(2). https://psi.police.ac.kr/polic...)”. 이 인격권 침해가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피해자의 연령대에 따라 그 심각성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님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를 다르게 대하고 있는가?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방면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2020년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이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은 성인 대상 성착취물의 소지 역시 처벌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제작·판매자를 신상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2020년, 또다른 공공의 문제였던 코로나19와 관련해 UN은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No one is safe until everyone is)(UN, (2020. 07. 30.), https://www.un.org/en/desa/%E2... )”라는 제목으로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자간 협력을 촉진하여 더 큰 평등과 사회적 정의를 목표하자는 글을 게시하였다. 이 슬로건은 모든 사회문제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으며 디지털 성범죄 역시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진실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치우친 현재의 접근법은 성인 여성 피해자를 소외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술과 제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모든 연령대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포괄적이고 평등한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모두가 안전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안전할 수 없다”는 원칙을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대응에도 적용하여, 기술과 제도를 통해 모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안전한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하는 올바른 길이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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